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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어 감정단어 434개 72%가 불쾌한 감정 표현

    한국어 감정단어 434개 72%가 불쾌한 감정 표현

    감정을 표현하는 우리말은 몇개쯤 될까. 흔히 쓰는 말만 430여개쯤 되고 그 중에서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는 낱말이 훨씬 많다. 서울대 심리학과 민경환 교수팀은 ‘한국어 감정단어’를 연구해 최근 한국심리학회지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랑, 행복, 기쁨처럼 ‘쾌(快)’를 표현하는 말은 전체의 30%도 안되고 참담·배신 등 ‘불쾌’를 나타내는 단어가 70%가 넘는다. 좋은 감정 중 최고는 ‘홀가분하다.’였고 ‘참담하다.’가 나쁜 감정이 가장 강한 단어였다. 민 교수는 연세대 언어정보개발연구원이 만든 ‘현대 한국어의 어휘빈도’ 자료집을 활용했다. 최근 10년간 신문·잡지, 문학작품, 교과서에서 일정 빈도 이상 사용된 단어 6만 5000개를 담고 있는 자료집이다. 여기서 감정과 관련있는 형용사, 동사, 명사를 뽑아 감정 전문 연구원들에게 맡겨 434개를 추려냈다. 순전히 감정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로만 한정,‘키스하다.’(행동)‘열나다.’(감각)‘화친’(관계) 등은 제외했다. 이 단어들을 한양대 학생 123명에게 보여줬더니 71.9%인 312개 단어가 ‘불쾌’로 나왔다.‘쾌’ 단어는 ‘홀가분하다.’(7점 만점에 6.24)에 이어 행복하다.(6.16)-사랑스럽다.(6.09)-기쁘다.(5.94) 순이었다.‘불쾌’ 단어는 ‘참담하다.’(1.52)에 이어 한맺히다.(1.60)-역겹다.(1.67)-배신감(1.73) 순이었다. 연구진은 불쾌 단어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 대해 인류 진화사에서 ‘쾌’보다는 ‘불쾌’ 쪽 정서에서 표현의 구별과 적절한 대처가 더 필요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감정의 격한 정도를 나타내는 ‘활성화’ 측정에서는 열광하다.(6.66)-화나다.(5.91)-증오하다.(5.85)-배신감(5.72)-통쾌하다.(5.71)가 선정됐다. 단어가 주는 ‘친숙성’에서는 ‘기쁘다.’가 6.26으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재미있다.(6.19)-반갑다.(6.14)-고맙다.(6.13)-사랑스럽다.(6.12)가 꼽혔다. 친숙성이 낮은 단어는 회오(1.70), 송연하다.(1.90), 처연하다.(2.35), 뜨악하다.(2.41), 정한(2.43) 등이 있었다. 민 교수는 “단어 수로는 불쾌 단어가 많지만 친숙성 측면에서는 ‘쾌’ 정서를 나타내는 정적인 감정표현 단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인의 감정에 관한 관념이 주로 ‘쾌’ 감정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5·31지방선거 앞두고 ‘의심’받는 정치권

    5·31 지자체 선거를 석 달 넘게 남겨두고 여야가 벌써부터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가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가뜩이나 공천비리가 터질까 전전긍긍하며 집안 단속에 나선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공세가 불쾌한 상황이고, 반대로 열린우리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계획이 정치공세로 비쳐져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며 반격에 나섰다. ●공천비리 터질까… 열린우리당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13일 당 비상집행위원회에 참석,“요즘 모 정당 주변에는 지나가는 동네 개들도 1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대의원당 100만원씩 준다는 말도 있다.”고 포문을 날렸다. 특정 정당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모씨가 기초단체장 출마 희망자에게 거액을 받았다더라.’는 식의 ‘카더라 통신’이 나돌고 있는 한나라당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특히 “모 당사 주변 커피숍에는 ‘1·3·5다,1·3·7이다.’라는 말도 있는데 ‘기초의원 공천에 1억원, 광역의원은 3억원이며, 광역단체장 5억원이다.7억원이다.’를 두고 자기들끼리 싸운다고 한다.”며 공천비리 의혹을 공식 제기했다. 여당의 공세에 한나라당은 “터무니없는 악소문”이라고 발끈하면서 내부 단속에 분주해졌다. 처음으로 16개 시·도당에 공천을 맡겼는데 자칫 ‘사고’라도 나면 ‘차떼기당’ 이미지는 영영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중앙당에 공천비리 접수처를 설치해 공천 관련 잡음이 들려오는 지역을 대상으로 암행감찰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일부 지역에서 공천헌금 수수 등 투서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비리 혐의가 드러날 경우 일벌백계 차원의 단호한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북풍(北風)불까 두려워… 반면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의 4월 방북 계획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열린우리당 소속 임채정 열린정책연구원장이 5박6일 일정으로 북한에 다녀온 배경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방북이 하필 5·31 선거를 앞두고 이뤄진다는 것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의심받을 수 있는 문제”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원내대표도 “6·15 정상회담 기념도 있고,8월에 가도 되는데 굳이 4월을 고집한 것은 지자체 선거를 겨냥한 정치공작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5월이 선거인데 4월에 대통령 전용 열차편으로 방북하고, 정부 수행원이 따라가는 것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이 진화에 나섰다. 박병석 비상집행위원은 “남북관계의 긴장완화, 교류협력이라는 점에서 추구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에 다녀온 임채정 원장도 “역대로 보면 남북문제를 선거에 이용해 성공한 예가 없는데도 한나라당이 억지로 갖다 붙여 왜곡·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생각나눔] 취학유예에 ‘모자람’ 증명서 왜?

    [생각나눔] 취학유예에 ‘모자람’ 증명서 왜?

    ‘멀쩡하지 않다는 소견서를 가져오세요.’ 2000년 1월 태어난 딸을 두고 있는 이모(서울 마포구)씨. 올해 아이의 취학통지서를 받고 고민하다 내년에 동갑내기들과 함께 입학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취학을 연기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배정받은 초등학교에 취학유예를 신청했더니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밝혀줄 의사 소견서를 내라고 했다. 그는 “멀쩡한 우리 애가 남들보다 못하다고 증명하라는 것이냐.”고 흥분했다.‘발육부진’ 등 진단서를 떼는 것도 힘들었다. 병원들이 발급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생 어린이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미루려는 부모가 늘고 있지만 많은 학교들이 ‘발육부진’‘지적능력 부족’‘집중력 부족’ 등을 증명하는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를 첨부하도록 강요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04년부터 진단서 없이 부모의 소견서만으로 취학유예가 가능하도록 했지만 일선 학교는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취학을 미루는 어린이는 2001년 취학대상 13만 3350명 중 3.5%인 4632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2만 4209명 중 7.9%인 9780명으로 늘었다. 취학아동은 줄어든 반면 취학유예 아동은 5년새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이다. 주로 1,2월생 어린이들로 동갑내기들과 같이 배우는 게 낫고, 취학 전 충분히 사전교육을 시켜 보내려는 부모들의 생각 때문이다. 올해 취학유예자는 취학 대상의 10%를 넘어설 전망이다.‘20세기 출생자(1999년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해에 ‘21세기 출생자(2000년)’를 보내면 따돌림을 당할 것이라는 말이 부모들 사이에 퍼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 M초등학교는 지금까지 취학유예를 신청한 2000년 1,2월생 어린이 8명 모두에게서 의사 소견서를 받았다. 하지만 소견서를 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병원에 잘 말하면 서류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서울 강남 K소아과 관계자는 “취학을 미루기 위해 진단서를 발급해 달라는 부모들이 적잖이 찾아오지만 질병도 없는데 섣불리 발급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의 조사도 받아야 하는 것도 부모들에게는 고역이다. 울산에 사는 김모씨는 “취학을 연기하려고 했더니 학교측에서 ‘늦게 보내려는 이유가 뭐냐.’고 하는 등 꼬치꼬치 따져물었다. 마치 교육에 소홀한 아버지 취급을 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취학유예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했는데 취학유예자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취학유예가 쉬워졌다는 증명”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의 취학유예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1∼2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만 7세에 취학하도록 한 규정도 개선할 계획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서초구, 전 직원에 입냄새 예방교육

    ‘민원인에게 불쾌감 주는 입냄새는 이제 그만.’ 서울 서초구(구청장 조남호)가 전직원을 대상으로 입냄새 사전예방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교육은 구청을 찾는 민원인들에게 입냄새로 인한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민원서비스 차원에서 실시된다. 교육은 9일 오전 9시 구민회관 1층에서 ‘구강 청결 에티켓’이라는 주제로 열리며, 직원 1000여명이 참석한다. 강의에서는 세계 심미치과학회장이자 구 보건소 장애인치과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고석훈(미시간치과 원장)박사가 구강질환예방과 청결유지방법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도차이가 있을 뿐 입냄새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입냄새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면서 “교육을 통해 자칫 민원인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구강질환을 초기에 발견하고, 구강보건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클릭 이슈] ‘전략적 유연성’ 의문점

    [클릭 이슈] ‘전략적 유연성’ 의문점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의 잇따른 외교안보 문서 공개에 청와대가 3일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외교안보 문서 논란의 와중에 의문점과 궁금증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외교부, 보고없이 외교각서 추진했나 최 의원이 2일 공개한 ‘국정상황실문제기에 대한 NSC입장’이란 문건은 외교부가 2003년 10월과 2004년 1월 미측과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각서를 교환했으나,2004년 3월 상부에 ‘늑장’ 보고했다고 돼 있다. 최 의원의 주장대로 외교부가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해 주기로 합의해놓고 5개월 뒤에 청와대에 보고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습작 수준’의 초안으로 상부에 보고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해명한다. 특히 청와대가 보고누락 사건에 대해 지난해 4월 이종석 NSC 차장을 조사하면서 모두 해명됐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조사는 있었고 결과는 없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보고누락사건 조사 사실을 공개했으나 결과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내 386 자주파의 ‘이종석 때리기’식으로 해석되며 떠들썩했던 조사는 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청문회까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는 게 외교부와 NSC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NSC는 “외교부의 1차적인 보고 누락”이라면서 책임을 외교부에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당시 궁지에 몰리던 NSC 입장에서 낸 것으로 본다.”며 “찜찜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뒤늦은 문제제기는 왜? 국정상황실은 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우리의 의지에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미측이 당혹스러워하자,NSC가 미국 진의를 생략하고 상황을 호도한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했다.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가 이종석 사무차장을 찾아가 연설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정상황실의 문제제기는 각서초안 교환이 이뤄지고 NSC에 보도된지 무려 1년이 지나서다. ●청와대 자료 유출자는 누구? 청와대는 최 의원측과 NSC, 민정수석실내 자료 유출-폭로의 연계 고리가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정부내 관련 부처에선,386 운동권 출신의 내부정보제보자, 이른바 ‘딥 스로트(deep throat)’가 정부 내에 있고 이들이 권영길 의원과 노회찬 의원 등에게 기밀 자료를 건네줬다는 설이 나돌아 왔다. 특히 최 의원측을 통해 언론에 흘러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당 의원이 기밀자료를 공개하는 까닭은? 민감한 외교안보 자료 공개는 통상적으로 야당의원의 몫이었다. 그래서 여당인 최 의원이 자료를 공개하고 정부를 비난하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4·5월은 외교·안보라인의 실세로 불린 이종석 사무차장에 대한 견제펀치가 정점에 달했던 때. 청와대 내 386세력들이 그에게 ‘자주파의 탈을 쓴 숭미(崇美)주의자’라는 비난을 쏟아내던 시점이다. 이번 자료공개가 ‘이종석 공격용’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최 의원이 그동안 집요하게 외교부내 대미 군사업무분야를 공격해왔다는 얘기도 있다. 최 의원은 국회의 공개장소에서 외교부 직원들에게 “내가 (외교부)차관으로 가서 다 손볼 것이다.”면서 적개심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韓·美 ‘北위폐’ 외교 마찰

    북한 달러위조와 관련한 한·미간 회의 브리핑을 놓고 한·미 양국이 보기 드문 외교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주한미국대사관이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과 한국측의 회의에서 대북 금융제재에 한국도 동참하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24일 뿌리면서부터다.전날 회의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요청이 없었다던 외교부의 설명을 정면으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에 외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외교부와 협의에서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언론에 브리핑하기로 합의한 선을 미국 측이 넘었는지, 미 조사단이 재정경제부와 가진 회의에서 그렇게 요청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외교부는 25일 추규호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미 대사관의 자료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23일 미 재무부 팀과 우리 측과의 회의결과에 대해 주한 미대사관측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한·미 양측간 논의된 내용을 일부 과장하는 등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등 상당한 불만 섞인 논평을 내놓았다. 논평은 “미 조사단은 중국, 홍콩, 마카오 방문결과를 우리 측에 설명하면서 불법금융 및 테러자금 거래 방지 등을 위한 일반적 협조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으나, 정부에 대해 구체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요청(urge)’한 바 없다.”고 밝혔다.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기자 브리핑을 갖고 “(미국 측이)침소봉대했다.”면서 “‘urge’란 표현은 마치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촉구했다는 의미”라고 미국측 표현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미 대사관의 보도자료 내용뿐 아니라 보도행태에 대한 불쾌감도 감추지 않았다. 외교부는 “미 조사단이 우리 측과의 회의결과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은 한·미간 사전 양해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하지만 주한 미 대사관의 로버트 오거번 대변인은 외교부 논평에 대해 “어제 낸 보도자료 그대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가 정확하다는 강조인지, 추가 공방을 원치 않는다는 뜻인지는 불분명하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길섶에서] 예절과 부모/이목희 논설위원

    어느 퇴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히고 있었다. 헐레벌떡 뛰었더니 다행히 문이 다시 열렸다. 안에 타고 있던 10살 안팎의 남자 아이가 열림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처음 본 사이인데도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하는 모양이 기특했다. 며칠 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그 아이를 만났다. 역시 인사 예절이 밝았다.1층에 도착하자 문을 붙들고 내가 내리길 기다려 주었다.“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또 며칠 후 엄마와 같이 걸어가는 아이를 보았다.“어떻게 교육시켰기에 어린 아이가 저렇듯 의젓할까.” 엄마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게 되었다. 같은 엘리베이터에서 불쾌한 일도 겪었다. 고교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뒤에서 “같이 가자.”고 소리쳤다. 그런데 학생은 힐끗 돌아보기만 했을 뿐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얼마 후 아빠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학생을 만났는데 인사를 해도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선입견을 가지면 안 되겠으나, 어쩔 수 없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부모속 좀 썩이겠구나.” 그날 저녁 우리 아이들에게 “예절을 안 지키면 아빠 체면 구겨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경찰 명예회복” 정면돌파 선언

    자진사퇴 여부로 주목받았던 최광식 경찰청 차장이 23일 ‘정면돌파’를 선언함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표면적으로 더욱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특히 최 차장은 검찰에 대해 인권위원회 제소는 물론 소송까지 제기할 뜻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최대한 서둘러 최 차장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최 차장의 대응 방침을 환영했다.●최 차장 “나를 조사하라” 검찰에 맞불 최 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기와 경찰조직의 명예를 훼손한 데 대해 인권위원회 제소, 민·형사상 소송 제기 입장을 밝혔다. 검찰에는 조속히 자기를 조사해 달라고 했다. 최 차장은 “나와 내 가족의 계좌 13개 중 보험과 청약 등을 제외한 통장은 단 2개”라면서 “2개의 계좌를 추적하면 명확해질 것을 검찰이 의혹만 부풀렸다. 브로커 윤상림(구속)씨와의 돈거래는 이미 밝힌 대로 2000만원을 빌려준 것이 전부고 양심에 비추어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 차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 몇 번씩이나 사퇴할 생각을 했다.”면서 고민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설령 경찰조직 전체의 자존심과 명예에 일시적으로 상처를 주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을 밝혀야 고 강희도 경위의 원혼을 달래고 실추된 경찰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이날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공무원 인사규정상 수사나 내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은 사퇴를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사실상 사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 차장의 대응에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경찰청 직원은 “대부분 경찰은 최 차장이 검찰 표적수사의 희생양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검찰 “최 차장 서둘러 조사할 것” 최 차장의 발언에 대해 검찰은 한점 의혹 없이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는 원칙적인 대답을 내놓았다.검찰은 또 최 차장을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차장이 ‘흠집내기’ 등을 거론하며 검찰 수사를 비난한 데 대해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검찰은 지금까지 법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수사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속도는 검찰 외부에서 말할 문제가 아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검찰도 검찰 최고위 간부가 윤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경찰간부가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며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조만간 자살한 강희도 경위 대신 최 차장의 부탁을 받고 윤씨에게 2000만원을 입금했다는 기업인 박모씨를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유영규 박경호기자 whoami@seoul.co.kr
  • 교육부·서울시교육청 ‘당혹’

    교육부·서울시교육청 ‘당혹’

    감사원이 사립학교에 대한 첫 특별감사에 들어간 23일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은 당혹스러운 분위기에 휩싸였다. 교육 당국으로서 적극 협조한다는 원칙을 거듭 밝히면서도 하루 만에 감사 주체에서 피감기관으로 전락한 데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2시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각 6명과 4명씩 모두 10명의 감사요원을 투입, 자료 수집에 나섰다. 이들은 앞으로 한 달 동안 교육부와 시 교육청에서 감사를 위한 기초자료를 검토한다. 교육부에 파견된 6명의 감사요원은 감사관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교육부 별관에서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사학 지원 경로와 절차, 지도감독 등 사학 업무 전반에 걸친 자료를 모조리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초 지향한 목표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지 누가 (감사)하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도 “우리가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그쪽(감사원) 요구에 맞춰야 한다.”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감사의 객관성을 위해서는 잘 된 일이며, 교육부는 항상 감사를 받기 때문에 별다른 게 나올 것은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시교육청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감사원이 사립학교에 대한 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엉뚱하게 교육청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시 교육청 한 관계자는 “만에 하나 예전에 감사의 문제점이 지적될 경우 앞으로 시 교육청의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며 걱정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와 관련,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감사는 건국 후 초유의 사태로, 이중감사라는 비판과 함께 교육부의 감사 기능을 불신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어 행정의 대국민 신뢰성에 손상을 가져왔다.”면서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김재천 이유종기자 patrick@seoul.co.kr
  • [독일월드컵 2006] ‘수비불안’ 토고 내분까지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상대인 토고가 수비 불안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토고는 2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축구대회 첫 경기에서 콩고에 0-2로 완패했다. 간판 골잡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아스널)까지 후반 투입시켰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앞선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엉성한 수비가 패인이 됐다. 대인방어와 위치선정에 문제점을 보였고, 수비 뒷공간으로 찔러주는 상대의 스루패스 한 방에 쉽게 무너졌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을 토고의 최상 전력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경기력 저하가 팀 내홍으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간판 아데바요르는 이날 프랑스의 한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스티븐 케시 감독과 관계가 악화됐다.”며 대회 불참을 선언, 내홍을 드러냈다. 아데바요르는 콩고전을 앞두고 복통을 호소했지만 케시 감독은 출장을 강행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케시 감독은 “복통 탓이 아니며 아데바요르가 출전을 거절했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앞서 토고 선수들은 네이션스컵 수당과 보너스 문제로 토고축구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이영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토고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열린세상] 탈당은 책임정치에 반한다/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 교수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 가능성을 언급해서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과거에 대통령들이 탈당한 것은 임기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킨다는 명분 때문이었다. 그러나 임기가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은 왜 탈당을 언급했을까? 단임제에서 대통령은 선거에 다시 나갈 수 없다. 즉 대통령의 국정 업무 수행은 잘했든 못했든 국민의 정치적 심판과 평가의 대상이 더 이상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대통령은 여론과 무관하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다. 대통령이 10년,20년 뒤 미래에나 평가받을 ‘역사적 업적’에 집착한다면 동시대 사람들의 평가는 더욱 의미가 없다. 노 대통령이 탈당을 이야기한 것은 자신의 낮은 인기 때문에 당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은 여론과 무관하게 내 갈 길을 가려는데 여당을 비롯한 외부의 ‘잔소리’가 귀찮다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그러나 여당의 입장은 다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도 있고 또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동향에 세심하게 귀 기울여야 하고 그 목소리가 정치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인기가 떨어지면 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임제라서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신, 국민들은 집권당에 대한 심판을 통해 그 책임을 묻게 된다. 따라서 여당은 인기 없는 정책이나 인선에 대해서는 대통령에게 불만의 목소리도 전달하고 결정이 번복되도록 압력도 가하게 된다. 이는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정당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제도적 기능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통령이 여당에서 탈당하면 이러한 정치적 책임성의 고리는 끊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이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불만이 있더라도 대통령은 단임이라서 심판의 기회가 없고, 여당은 ‘도마뱀 꼬리 자르고 도망가듯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어 버림으로써 ‘면피’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 누구에게도 국정 운영과 관련된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지지율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고 이러한 편법으로 궁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국민들로서는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한편 탈당은 노 대통령에게도 별로 유리할 건 없어 보인다. 지금으로서야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심각하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노 대통령의 탈당은 자신의 레임덕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대통령이 ‘역사에 남을’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이를 성사시키려면 국회 내 결집된 다수의 지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열린우리당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법안의 처리를 위해 ‘욕 먹어가며 총대를 메야 할’ 필요는 없어질 것이다. 또한 어차피 차별성을 부각시켜야 하는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들이 노 대통령을 비난할 때 가져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탈당으로 인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만큼 대통령의 정국 운영 주도력은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통치력이 조기에 약화되는 것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도 반드시 바람직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노 대통령은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탈당을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의 탈당 언급이 그냥 지나가는 말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탈당은 정치적 책임성의 구현이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적절한 선택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국민에게도, 대통령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괜한 언사로 정치적 불확실성만 높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 교수
  • GT·DY “탐색은 끝났다”… 본격 설전

    GT·DY “탐색은 끝났다”… 본격 설전

    최근 당으로 복귀한 김근태·정동영 전 장관의 공방이 예사롭지 않다. 서로에 대한 ‘날선’ 비난은 이미 탐색전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포문은 김 전 장관이 열었다. 지난 7일 지지자대회가 열린 충남 계룡산에서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정치적 실용주의를 지적하고 싶다. 표를 찾아서 우왕좌왕하며 소신을 잃는 바람에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며 선공을 폈다. 이어 충북지역 기자간담회에서도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이쪽에 가고 저쪽에 가다가 실족한 것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정 전 장관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지난 6일 당 복귀 기자회견에서 ““지난 2년간 당에 도움 안된 일 중 하나가 소모적 정체성 논쟁”이라며 김 전 장관의 ‘개혁 우선론’에 일침을 가했다.11일 전당대회 선언식에서는 “(내가) 당을 망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도에 순수성을 의심한다. 당권파로 몰아 덧씌우기를 하는 것은 정동영과 당원을 갈라놓고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급기야 김 전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권파가 책임없다고 말하면 적절하지 않다.”면서 “그 동안 당권파라는 얘기가 회자됐고 2년 동안 그 흐름에 있는 자들이 주요 당직을 도맡았는데 책임이 없다면 국민과 당원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되받아쳤다. 김 전 장관측은 “기본적인 노선 정립이 되지 않으면 지지층 결집은 요원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반면, 정 전 장관 측은 “잘잘못을 가리며 덧씌우기보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여당이 다시 살아나려면 감정적 마타도어는 지양해야 하지만 각자의 비전이 상대보다 낫다고 생각하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양보없는 공방전’을 ‘생산적인 대립’으로 내다봤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정보 뱅크] 놀면서 성적 쑥쑥 비결은 영화 감상

    [정보 뱅크] 놀면서 성적 쑥쑥 비결은 영화 감상

    학원도 가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숙제도 해야 하지만 어쨌든 방학은 신난다. 그러나 들뜬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놀다가는 ‘이렇게 놀아도 되나.’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그냥 대책 없이 놀기만 하면 왠지 꺼림칙하고 공부만 하다 보면 또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럴 때 놀면서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놀면서 공부하기의 비결은 영화보기다. 그러나 영화를 단순한 오락물로 생각해서는 남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영화를 즐기면서, 영화를 통해 배우려면 어떻게 영화를 보아야 할까. 모르면 묻는 것이 상책이다. 검색엔진의 ‘지식사이트’에 ‘이러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영화를 보려고 하는데 어떤 영화를 보는 게 좋을까요?’하는 질문을 올려 보라. 고맙게도 하루가 되지 않아서 수많은 답변이 올라온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영화를 통해 배우겠다고 생각해서는 영화는 한낱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와 관련된 주제를 면밀하게 살펴보라. 영화와 관련된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구해 읽을 수 있다. 남들은 그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다른 사람이 작성한 영화평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나 자신의 느낌을 정리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보는 것이 가장 좋은 책의 이해일 수 있듯이 영화에 대한 감상문을 적어보는 것도 영화를 나름대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원작을 읽어본 뒤, 원작이 영화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좋다. 가령 ‘노인과 바다’를 읽어보고 영화를 보면 어떨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읽고 역시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고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영화와 소설이 어떻게 다른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전기를 다룬 책을 읽어보고 그 전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간디, 루터킹, 말콤엑스, 체 게바라와 같은 정치가들을 다룬 영화도 있는가 하면 고흐, 프리다 칼로, 모차르트와 같은 예술가를 다룬 영화들도 있다. 영화와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일은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다소 특이한 방식이지만 영화 속의 패션을 연구해 보는 것도 좋고,1920년대의 복장과 1930년대의 복장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또 영화 속에서 건축물들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가위손’이나 ‘배트맨’에서는 아주 훌륭한 현대식 건물들이 등장한다. 이를 살펴보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훌륭한 영화 보기의 방법이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좋은 것은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서점에 나가 영화 관련 코너에 가보라. 영화와 관련하여 소상한 의견을 들려줄 전문가가 한 둘이 아니다. 당장 서점에 나가 보라. 배우, 감독, 시나리오, 연기 등 영화를 주제로 한 많은 책들이 있을 것이다. 그 책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영화와 철학’,‘문학과 철학’ 등의 제목을 가진 책들이 눈에 띌 것이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영화로 풀어내는 책들이 눈에 띌 것이다. 바로 그런 책이 영화를 ‘놀면서 배우기’에 적합한 책이다. 그 책들이 소개하는 영화를 이틀 걸러 하나씩 보아도 좋다. 부모님께서는 “너 왜 매일 영화니?” 불쾌한 표정을 지으실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정색을 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제가 지금 노는 게 아니라고요. 저 지금 영화를 오락물로 보는 게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 공부를 하는 거예요. 바로 이런 게 교육이란 뜻의 ‘에듀케이션’과 오락물이란 뜻의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에듀테인먼트’라는 거예요. 에듀테인먼트!” 이쯤 되면 부모님께서도 “녀석 대견하군.” 하시면서 너그럽게 보아주실 것이다. 김보일 서울 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靑 ‘설마’하다 만찬 연기 수용

    청와대는 5일 하루 내내 “인사문제는 일단락됐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복지부장관 내정으로 촉발된 여당의 반발 기류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청와대의 기대 섞인 논평이다. 또 여당이 청와대의 인사권을 존중한다고 정리한 만큼 인사 파문은 더이상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사항이다.●“인사는 일단락” 黨반발에 불쾌감 청와대는 당초 유 의원의 입각에 반발하는 당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확연했다.1·2개각 때 유 의원의 내정을 유보한 것도 당의 입장을 고려한 ‘배려’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의를 갖춰 당 지도부와 협의할 것’이라는 조건도 달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때문에 당의 “뒤통수 맞았다.”“황당하다.”라는 등의 성토에 오히려 불쾌감을 표시했다.●黨최종결정까지 일말의 기대 실제 청와대는 이날 아침 당에서 예정된 만찬을 ‘거부’하기로 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당혹스러워했다. 당의 반발을 어느 정도 예견했지만 전원 불참이라는 ‘직격탄’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까닭에서다. 청와대측은 당에서 공식 입장을 통보하기 전까지 “기다려 보는 게 순리”라며 마지막까지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정세균 당 의장이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해 오자, 청와대는 즉각 “당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만찬은 거부도 취소도 아닌 연기임을 확실히 해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오는 20일쯤 구성될 당의 새 임시지도부와의 협의 창구를 열어 놓고 있다. 만찬의 본래 목적은 유 의원의 문제가 아닌 전반적인 국정운영의 방향에 대한 논의였다는 것이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야스쿠니 참배 간섭말라”

    |도쿄 이춘규특파원·서울 박정현기자|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4일 자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한국과 중국에 대해 “외국 정부가 마음의 문제에 개입, 외교문제화하는 자세는 이해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연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한국·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이같이 말하면서 “하나의 문제로 의견이 다르다고 정상회담을 열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듭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일본인들이 ‘이상하다.’라거나 ‘안 된다.’라고 비판하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고 일본인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발언과 관련,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주변국들의 입장에 진솔하게 귀를 기울여 역사인식에 보다 정확한 태도를 갖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반 장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브리핑을 갖고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관련 국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한·일 관계가 지난해 독도·교과서·신사참배 문제 등으로 경색됐던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정부는 경색관계가 하루속히 풀려서 보다 정상적인 관계에서 각 방면의 교류협력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taein@seoul.co.kr
  • “시간끌면 갈등만 증폭” 통치권 훼손 차단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은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인사 전형을 보여준다. 당의 강한 반발을 곧 각료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통치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 셈이다. 여론이나, 당의 요구도 노 대통령의 유 의원에 대한 내정 결심을 바꿀 만큼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유 의원의 입각에 대한 당의 거부 반응은 정파적인 계산에다 유 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까지 곁들여진 비이성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인 측면이 강하다. 실제 청와대 측에서는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그 사람은 안 된다.’라는 식의 항변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결국 정상적인 절차를 밟다가는 당과 청와대에 대한 반감과 논란만 키워 유 의원의 장관 내정마저 힘들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레임덕으로 비칠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정작 1·2개각 때 노 대통령이 유 의원을 복지부 장관으로 발탁하고도 발표를 유보한 것은 당의 반발을 이유로 내세웠던 터였다. 또 5일 예정된 노 대통령과 당 지도부와의 만찬도 당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협의 절차의 하나였다. 청와대측은 5일의 만찬에서 “어떤 방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유 의원 카드’를 거둘지, 밀고 나갈지 여부가 반반이라는 말도 분명히 했다. 때문에 당에서 유 의원의 장관 발탁에 대한 철회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예정된 수순을 건너 뛰었다.‘결단’이라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30분쯤 민정 등 몇몇 수석을 불러 유 의원의 문제에 대해 논의한 뒤 결심을 굳혔다. 당과 청와대 간의 증폭되는 논란과 깊어지는 갈등의 골을 어떤 형태로든 종식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회의에서는 당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밝혔던 “예의를 갖춰 당 지도부와 협의할 것”이라는 원칙론도 깨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지난 2일 이후 당의 일부 중진 의원들과 접촉, 유 의원의 내정에 대한 설득 작업도 벌여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의 유 의원 챙기기는 분명 유별나다. 유 의원의 내정 의지도 확실했다. 이틀 전 발표를 유보할 당시 노 대통령은 유 의원에 대해 “내각에 들어와서 일할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할 만큼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김완기 인사수석을 통해 밝힌 “식견이 탁월하고 매우 개혁적이고 소신이 뚜렷하다.”고 발표한 발탁 배경에서도 노 대통령의 유 의원에 대한 애정이 나타난다. 유 의원 역시 대연정 논란 등 쟁점이 있는 곳에서는 적절하게 노 대통령을 옹호, 신뢰를 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노 대통령이 당과의 선을 확실히 긋고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정동영·김근태 의원이 빠진 내각을 다잡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독자의소리] 대학로는 ‘불법 전단 광고’거리/곽혜진

    지난 토요일 연극을 보려고 대학로에 갔다. 길을 걷다 보니 눈에 거슬리고 발에 치이는 것이 ‘불법 전단 광고’였다. 길바닥, 공사현장의 벽, 전봇대, 상점 앞 등 행인의 시선이 가고 공연 관계자의 손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불법 전단 광고’가 부착돼 있었다. 심지어 대학로 곳곳에 세워져 있는 예술작품과 시비(詩碑)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도에 세워져 있는 팝광고라 불리는 ‘스탠드형 현수막 광고’는 사람들이 그것을 피해 차도로 돌아 가야만 했다. 불법 광고로 인해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돼 인명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불쾌해졌다. 이런 불법 전단 광고를 한쪽에서는 파지 줍는 사람들이 떼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연 아르바이트생들이 열심히 붙이고 있었다. 이런 광고로 얼마나 많은 홍보 효과를 얻을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사실 공연 정보는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많이 얻는다. 이렇게 난립하는 불법 광고는 대학로의 문화를 즐기러 오는 시민들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서울 종로구는 전단광고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또 불법 광고 전단을 뿌리고 붙이는 공연관계자들의 비양심적인 태도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곽혜진 <경기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 中·日 외교갈등 조짐

    |도쿄 이춘규특파원|중국 상하이 주재 일본총영사관에 근무하던 40대 남자직원이 지난해 5월 중국 정보기관 관계자로부터 외교기밀 유출을 요구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것으로 밝혀지자 일본 정부가 중국에 항의하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주간분 최신호에 따르면 상하이 총영사관과 외무성을 오가는 전보의 통신기술을 담당하는 ‘전신관’이었던 이 직원은 총영사관에서 자살하면서 총영사와 가족 앞으로 유서를 남겼다. 총영사에게 남긴 유서에는 정보기관 관계자로 보이는 중국인 남자가 여성문제를 빌미로 총영사관의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요구받은 정보는 외교기밀에 속하는 문서 등을 상하이에서 일본으로 가져갈 때 이용하는 항공편명 등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지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중국측에 대한 불쾌감 표시로 받아들여졌다.taein@seoul.co.kr
  • [여담여담] 성희롱/주현진 산업부 기자

    술자리가 많은 연말을 맞아 회식 자리의 성희롱에 관한 설문이 나와 눈길을 끈다. 한 취업사이트에서 여성 직장인 200여명을 상대로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54.1%가 ‘있다.’고 답했다. 원하지 않는 신체 접촉(50.6%)이 가장 많았고 성적 농담(22.8%), 외모·몸매 등에 대한 비하 발언(12.3%)이 뒤를 이었다. 성희롱을 가하는 상대로는 직장 상사가 84%로 압도적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석을 빌리면 성희롱은 대등한 지위를 가진 사람이나 동료로부터도 성립된다. 당초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법’에서 규정한 성희롱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주거나, 성적 요구 등에 불응했다며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등한 입장’에서 사람을 자주 만나는 기자도 식사 자리에서의 성적 농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남성 성기 모양의 열쇠고리를 보여주며 이것을 만져서 자신이 운이 좋다며 으스대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태국에선 바람 핀 남편을 거세하는 사건이 많다는 뉴스(?)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업체 간부도 있다. 당사자는 상대방이 느낄 불쾌감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즐거운 눈치다. 우리 사회가 성적 농담에 대해 관대한 탓에 설문에서도 신체 접촉(50.6%)이 성적 농담(22.8%)을 압도한 게 아닐까 싶다. 특히 설문에서 성희롱을 당한 뒤 대응 방법으로 ‘그 자리에서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59.6%)는 응답이 ‘그냥 넘어갔다.’(28%)는 답보다 훨씬 많아 놀라움을 준다. 막상 대응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은 식사 자리에서 여배우와 관련한 이야기가 주제가 됐는데 갑자기 일면식도 없는 한 참석자가 다른 참석자들에게 기자를 겨냥,“그만하지. 몸매 신경 쓰느라 밥도 못 먹지 않느냐.”고 농을 걸었다.“재미 없으니 신경 끄고 식사나 잘 하시라.”고 대응하자 일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설문에서 ‘대응했다.’는 답이 100% 나올 때쯤이면 성희롱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기자는 엉뚱한 기대를 걸어본다. 주현진 산업부 기자 jhj@seoul.co.kr
  • [클릭 이슈] 게시판 글 삭제권 부여공방

    [클릭 이슈] 게시판 글 삭제권 부여공방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도입하려는 ‘선한 사마리아인’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통부의 취지는 포털사이트의 도덕적 의무 이행에 대해 책임을 면제해 주자는 것이다. 정통부는 건전한 사이버 환경 조성을 위해 인터넷 실명 확인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최근 확정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네이버·다음 등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실명제 대상으로 선정된 뒤 이용자의 본인 확인절차를 소홀히 한 포털사이트에 대해서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했다. 또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된 정보로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의 피해를 본 사람이 삭제를 요청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 운영자가 정보를 올린 당사자의 동의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가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이다.‘선한 사마리아인’은 도덕적 의무를 이행하다가 예기치 않은 피해가 생기더라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포털사이트 사업자가 명예훼손이나 언어폭력 등에 대해 당사자의 동의없이 선의로 게시판 글과 정보를 삭제할 경우 배상 책임이 경감되거나 면제된다는 것이다. 이를 제안한 황승흠 성신여대 교수는 “(포털사이트)사업자가 사이버 명예훼손, 언어폭력 등으로 인한 피해 구제에 적극 나서기 위해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연방통신품위법(CDA) 제230조에도 정보서비스제공자(ISP·포털사이트사업자)의 책임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법제화하려는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은 불쾌한 정보를 임시조치로 블라인드(보이지 않게) 처리한 뒤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이 심의해 30일 이내에 영구 삭제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게시된 정보의 불법 여부에 대한 사법기관의 최종 판단없이 기업이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이를 삭제할 수 있느냐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피해자 모임’ 변희재 대표는 “포털이 자사에 불리한 것만을 선별적으로 삭제하는 등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일부 침해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은 정보의 사전 검열과 표현의 자유 위축 등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NHN 관계자는 “포털에서 실명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 조항은 누리꾼에 대한 사전 검열 등으로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침해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더욱이 대형 포털들의 게시판이 사실상 언론사와 비슷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이버 사전 검열을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다음 관계자는 “‘선한 사마리아인’ 조항은 포털 등 인터넷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해 오던 것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강제가 아닌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방안대로라면 결국 정부에 의한 사전 검열, 네티즌들의 표현의 자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극적인 게시판이 방문자수로 연결되면서 수익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포털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자율 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욕설과 험담이 난무하면서 ‘인격살인’이 벌어지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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