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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무참한 오월/김이설 작가

    [문화마당] 무참한 오월/김이설 작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고 장자연씨가 성접대를 요구받은 유력 인사들의 명단이 적혀 있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사 실무를 담당한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은 “‘명단’이 기재된 문건, 즉 ‘리스트’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혀 석연치 않은 결론이라는 것만 명명백백해졌다. 승리, 최종훈, 정준영, 이종현 등과 함께 모바일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 음란물을 공유ㆍ유포한 혐의를 받아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던 가수 로이 킴이 미국 조지타운대를 우등 졸업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버닝썬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씨를 폭행한 경찰관이 동료 여경을 성추행한 혐의로 추가 입건됐다. 그뿐인가. 인천의 한 구청 남자 공무원들이 산하 공기업 직원들과 단체로 성매매에 나섰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최악의 뉴스는 5월 18일 광주에서 벌어진 일일 터이다. 5·18 39주년을 맞은 18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부산시의 상징적 노래인 ‘부산갈매기’가 울려 퍼졌다. 5·18 기념일에 광주를 능욕하며 폄훼 시위를 벌이다니. 지역감정을 부추겨 충돌을 유발하려는 수작이었다.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의 비참함은 충격적이었다. 단식을 하고 있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던 무리들과 오버랩되며, 과연 이들을 보수단체라고만 부르고 외면하면 그만인 것일까에 대해 의심이 들었다. 길을 잃고 우는 아이가 있다면 길을 찾아 주진 못할망정 눈물이라도 닦으라고 손수건을 내밀어 줘야 한다. 손수건 한 장마저 아깝다면 어깨를 다독이며 안심시켜도 된다. 손끝 하나 닿는 것이 싫다면 그저 옆에서 울음이 그치기까지 기다려 주기만 해도 충분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다면, 아니 우는 아이가 성가시고 싫다면 그냥 가던 길 가면 된다. 우는 아이를 챙기지 않았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을 것이니 못 본 척 그저 가시던 길 가시라. 길을 잃은 것도 서러운 아이에게 왜 주먹을 휘두르며 겁을 주고, 혀를 내밀어 조롱을 하는가. 그런 쌍스러운 행동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이 소식들은 모두 지난 일주일 동안 벌어진 일들이다. 다시 읽고 생각하니 또 부아가 치민다. 무능력을 가장한 무책임하고 방만한 검경의 행태, 나라 일을 하는 공무원들의 저속한 행동거지, 잘못을 저지른 자들의 뻔뻔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파 없이 공고히 지켜질 것이 뻔한 그들만의 세계가 나는 몹시 불쾌하다. 낯짝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치들의 만행을 끊임없이 목도하면서 분노하지만 정작 이 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연된 사회 부조리에 나도 모르게 길들여져 정의에 대해 무기력해질까 봐 두렵다. 시인 김수영은 ‘옹졸하게 욕을 하’는 자기는 왜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지 자조했지만, 시인 신동엽은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다. 김수영은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분)고 했으니 신동엽처럼 ‘알맹이는 남고’,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 부분) 껍데기는 모두 가버리라고 소리쳐 보는 것이다. ‘옹졸하게 반항’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맞서 보는 것이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야 한다. 해결되지 않거나 미루거나 덮으려는 문제들이 유야무야 사라지지 않도록 기억하고 기록하고 떠들고 공유해야 한다. 인간의 시대에 살기 위해 야만의 죄를 지은 이들을 걸러 내야 한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더이상 가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무참한 5월에는 말이다.
  • [새영화] ‘해피엔드’ 티저 예고편

    [새영화] ‘해피엔드’ 티저 예고편

    세계적 거장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가 티저 예고편을 공개했다. 공개된 예고편은 노인 ‘조르주’가 아내의 사진첩을 손녀에게 보여주며, 몸이 마비된 아내를 3년 동안 돌봤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그는 “불쾌하고 불합리한 고통 속에 3년을 보내고, 마침내 나는 그녀를 질식시켰어”라는 충격적인 말을 내뱉는다. 그렇게 자신의 엄청난 이야기를 마친 조르주는 손녀에게 “네 이야기를 해 주겠니?”라고 묻는 모습은 이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 ‘해피엔드’는 프랑스 칼레 지역에 사는 ‘로랑’ 가문의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위선, 그리고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묻는 영화다. ‘아무르’, ‘하얀 리본’으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연달아 수상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연출작이다. 올여름 개봉 예정. 영상부 seoultv@seoul.co.kr
  • 설리, 오늘도 당당한 노브라 ‘초밀착 민소매 의상’ [EN스타]

    설리, 오늘도 당당한 노브라 ‘초밀착 민소매 의상’ [EN스타]

    그룹 f(x) 출신 가수 겸 배우 설리의 근황이 공개돼 화제다. 22일 설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 어디선가”라는 짧은 글과 함께 동영상 한 개를 공개했다. 영상에는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설리가 길을 걸으며 모자를 쓰는 모습이 담겼다. 몸매가 드러나는 민소매를 입은 설리는 속옷을 입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앞서 지난달 설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속옷을 입지 않는 것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 네티즌이 “노브라로 당당할 수 있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묻자, 설리는 “노브라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 아이유? You know IU?”라고 답하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당시 자리에 함께 있던 설리의 지인이 “너를 걱정하나 보다”라고 위로하자, 설리는 “나는 걱정 안 해줘도 된다. 나는 시선 강간하는 사람이 더 싫다”고 말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함바비리’ 유상봉 “10년 전 서울청장에 뇌물” 원경환 “전혀 사실 아냐… 무고죄로 강력 대응”

    ‘함바비리’ 유상봉 “10년 전 서울청장에 뇌물” 원경환 “전혀 사실 아냐… 무고죄로 강력 대응”

    민갑룡 “檢 확인 안 된 것 공개 적절했나”‘함바(공사장 밥집) 비리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브로커 유상봉(73·수감 중)씨가 10년 전 원경환 서울경찰청장(당시 강동경찰서장)에게 뇌물을 줬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청장에 이어 조직 내 ‘넘버 2’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 검경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검찰이 의도를 가지고 내용을 흘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달 서울동부지검에 원 서울청장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현재 이 사건을 내사하고 있다. 유씨는 원 서울청장이 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원 서울청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그는 “금품수수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무고죄로 강력히 법적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함바 비리는 경찰에겐 뼈아픈 기억이다. 유씨는 2010년부터 경찰 간부, 공기업 경영진, 건설사 임원 등에게 뒷돈을 건네거나 함바 운영권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 사건으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구속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경찰을 흠집 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진정서 접수 사실을 흘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씨의) 진정이 있었다고 하고 그에 대해 수사하는 것은 법에 따라 할 일”이라면서도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공개되는 게 적절했는지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검찰과 경찰은 최근 상대 조직의 전직 최고위 인사를 수사해 왔다. 검찰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과거 정부 시절 정보경찰의 정치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구속했다. 경찰은 과거 부산지검 검사의 고소장 분실·위조사건과 관련해 임은정 부장검사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성창호 “김경수 실형에 대한 정치적 기소” 검찰 “선고 전 이미 입건… 근거 없는 억측”

    성창호 “김경수 실형에 대한 정치적 기소” 검찰 “선고 전 이미 입건… 근거 없는 억측”

    “영장 판사들의 직무상 보고” 혐의 부인 성 판사 측, 재판부에 의견서… 불만토로 임종헌, 구속영장 발부 재판부와 언쟁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법관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정보를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법관들이 “직무상 보고를 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유영근) 심리로 20일 열린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세 법관의 변호인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진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신 부장판사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에 따라 조의연·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영장심사 과정에서 알게 된 검찰의 수사관련 정보를 보고하라고 지시한 뒤 다시 이를 임 전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를 받는다. 신 부장판사 측은 “사법행정상 필요하거나 주요사건을 보고하는 예규 취지에 따른 직무상 행위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조·성 부장판사의 변호인들도 각각 “기관 내 보고여서 누설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역대 영장전담판사들이 해오던 대로 중요한 사건의 처리 결과를 보고한 것일 뿐”이라며 혐의를 반박했다. 특히 성 부장판사 측은 재판부에 낸 의견서를 통해 “여당 측 인사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자 검찰이 정치적 사정을 고려해서 기소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성 부장판사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재판장으로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9월 성 부장판사를 조사한 직후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이고 억측”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세 법관의 변호인들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하자 재판장도 검찰의 공소장에 행정처의 업무 과정 등 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배경 설명이 많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통상적인 공소장과 다르게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면서 “공소장 일본주의에 명백히 위반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같은 시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의 임 전 차장 재판에서는 임 전 차장이 새로 발부된 구속영장이 1월과 2월 추가 기소 사건 중 1월 사건으로만 발부됐다고 문제 삼았다. 임 전 차장이 “혹시 재판부가 실수로 한 사건을 누락한 게 아니냐”며 “남은 공소 사실로 3차 영장을 발부할 수 있어 형사소송법의 근본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따졌고, 재판장은 “‘재판부 실수’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뺨 맞을 때까지 참을 수밖에 없다…여경 아닌 경찰의 문제”

    “뺨 맞을 때까지 참을 수밖에 없다…여경 아닌 경찰의 문제”

    “체력 약한 여경 늘리면 안 돼” 비난 봇물 일선 여경도 “부적절한 대응이다” 인정 “여경 채용 늘리지 말라” 청와대 청원도 전문가 “현장 대응 권한 재정립 논의 필요” 경찰이 술에 취해 영업을 방해하던 남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림동 여경 논란’이 온라인 공간을 달구고 있다. 여성 경찰이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일반 시민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미숙하게 대처했다는 게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경찰 업무 특성상 체력이 약한 여성을 무작정 뽑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전체 여경의 자질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 경찰관 혐오’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19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이 경찰서 소속 남녀 경찰관 2명이 술집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중국 동포 남성 2명이 술집에서 6시간 넘게 자리를 차지하면서 침을 뱉는 등 주변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은 제압 과정에서 생겼다. A(53)씨는 자신을 타일러 보내려는 남성 경찰의 뺨을 때렸다. 이 경찰이 A씨를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동료 여경은 현장 매뉴얼에 따라 곧장 무전으로 지원 요청했다. 이때 다른 남성 취객 B(41)씨가 남성 경찰을 잡아 끌었다. 여경은 남성 경찰을 대신해 넘어져 있던 A씨를 무릎으로 누른 뒤 식당 주인을 향해 수갑을 채워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긴 했으나 실제 수갑을 채운 것은 인근에서 달려온 교통경찰이었다. 이런 상황이 담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고, 경찰이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추가로 공개됐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해당 여경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경찰관은 “기본 장비인 수갑을 채우는 임무조차 외부에 요청한 건 문제가 있다. 성별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여경 채용 확대 기조까지 문제 삼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일반 공채에서 여성 비율은 2017년 10% 수준에서 지난해 20.2%로 증가했다. 올해는 신입 경찰 가운데 약 27.5%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여성 채용을 늘리지 말라는 청원 글이 우후죽순 게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른 능력 문제를 떠나 경찰의 현장 대응 권한 재정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들은 “범행 대응 때 비례 원칙을 지켜야 해 뺨을 때리거나 침을 뱉을 때까지는 참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논란이 된 영상을 보면 성별을 떠나 한 경찰관은 취객에게 뺨을 맞고 다른 경찰은 쩔쩔맸다”면서 “우리 사회가 강력한 현장 진압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강력한 대응을 못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찰은 ‘범인을 잡는 외근직 공무원’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말고 채용이나 교육 과정에서 이 능력을 보거나 길러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中, 대미 강경모드 속 협상 무용론… 무역전쟁 ‘악화일로’

    왕이, 폼페이오에 “기업 정상 경영 압박” 화웨이 “부품 충분… 美 요청해도 안 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나서자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 구매 취소 등 추가 보복 조치에 나서는 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 이후 중국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무용론이 고개를 드는 등 무역전쟁의 장기전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는 19일 ‘집단 따돌림은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사설에서 “중미 무역협상에서 미국은 세계의 구세주라는 환상을 가지고 중국을 불공정 경쟁자로 분류했다”면서 “(중국에 대한) 집단 따돌림으로 미국의 신화를 재건할 수 없으며 중국의 발전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에서 미국과의 무역협상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타원자오 국제문제 전문가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미 측의 신뢰가 부족하다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언제 베이징에 오는지를 계산할 필요가 없다”면서 “추가 대화는 미국이 최종적으로 무역전쟁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을 때만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미 측이 최근 여러 분야에서 중국 측의 이익을 해치는 언행을 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수단을 통해 중국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에 대해 압박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도 중국 선전 본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은 한 나라를 위협하고 다음은 다른 나라를 협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미국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무릅쓰겠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2015년부터 미국이 화웨이 배제 움직임을 보여 조용히 대책 마련을 해 왔다”면서 “미국에서 조달하는 부품 물량을 6개월에서 2년치 가량 비축해 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5세대(5G) 이동통신 시스템 구축을 위해 미국이 요청해도 갈 생각이 없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CNN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미 실리콘밸리 관련 기업의 수입이 110억 달러(약 13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미국의 1만 3000개 공급처에서 700억 달러어치의 부품과 부속품을 사들였다. CNBC는 “화웨이 제재 이후 무역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무역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유시민 ‘대북송금 특검’ 언급에 평화당 부글…박지원 “부적절한 발언”

    유시민 ‘대북송금 특검’ 언급에 평화당 부글…박지원 “부적절한 발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노무현 정부 당시 대북송금 특검을 “김대중(DJ)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훼손하지 않고 계승하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었다”는 발언에 19일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불필요한 언급으로 오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불만을 수차 지적하셨다”며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이해하신 것으로 정리하시고 ‘우리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몇 차례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 당시 김 대통령은 통합의 조건으로 대북송금 특검의 사과를 요구했고 열린우리당은 사과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께서도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신 바 있다”고 했다. 평화당도 공식 논평을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정현 평화당 대변인은 “대북송금 특검은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사건”이라며 “유 이사장이 무슨 이유로 햇볕정책을 계승하려고 대북송금 특검을 했다고 발언했는지 배경이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햇볕정책을 부정한 대북송금 특검은 민주평화개혁 세력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노무현 정권의 정책적 과오였고, 노무현 정부의 모든 정책적 혼선의 근인(根因)이 됐다”며 “도대체 무슨 논리의 모순인가”라며 유 이사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유 이사장은 18일 광주MBC ‘김낙곤의 시사본색 -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년 특집방송’에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문제”라며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훼손하지 않고 계승하기 위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청와대 청원 오른 ‘대림동 여경 논란’…해석 두고 갑론을박

    청와대 청원 오른 ‘대림동 여경 논란’…해석 두고 갑론을박

    현장 경찰관들 “수갑 혼자 못채운 건 명백한 미숙”일부 네티즌 “여경 채용 무작정 늘려선 안돼”전문가들 “성별 떠나 현장 경찰 권한 재논의해야”경찰이 술에 잔뜩 취해 영업을 방해하던 남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대림동 여경 논란’이 온라인 공간을 달구고 있다. 여성 경찰이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일반 시민에 도움을 청하는 등 미숙하게 대처했다는 게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경찰 업무 특성상 체력이 약한 여성을 무작정 뽑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을 전체 여경의 자질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여성 경찰관 혐오’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많다. 19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이 경찰서 소속 남녀 경찰관 2명이 술집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중국 동포 남성 2명이 술집에서 6시간 넘게 자리를 차지하면서 침을 뱉는 등 주변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줘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논란은 진압 과정에서 생겼다. A(53)씨는 자신을 타일러 보내려는 남성 경찰의 뺨을 때렸다. 이 경찰이 A씨를 공무집행 방해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동료 여경은 현장 매뉴얼에 따라 곧장 무전기로 지원 요청했다. 이때 다른 남성 취객 B(41)씨가 남성 경찰을 잡아 끌었다. 여경은 넘어져 있던 A씨를 무릎으로 누른 뒤 식당 주인에게 수갑 채우는 걸 도와 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근처에 있던 교통경찰이 현장에 달려와 체포를 도왔다. 이런 상황이 담긴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고, 경찰이 경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추가로 공개됐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건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경찰이 “여경은 매뉴얼대로 대응했다”고 감싸자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경찰 내부에서도 해당 여경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경찰관은 “기본 장비인 수갑을 채우는 임무조차 외부에 요청한 건 문제가 있다. 성별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여경 채용 확대 기조까지 문제 삼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신규 채용에서 여성 비율은 2017년 10% 수준에서 지난해 20.2%로 증가했다. 올해는 신입 경찰 가운데 약 28%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여성 채용을 늘리지 말라는 청원 글이 우후죽순 게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른 능력 문제를 떠나 경찰의 현장 대응 권한 재정립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들은 “범행 대응 때 비례 원칙을 지켜야 해 뺨을 때리거나 침을 뱉을 때까지는 참을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논란이 된 영상을 보면 성별을 떠나 한 경찰관은 취객에게 뺨을 맞고 다른 경찰은 쩔쩔맸다”면서 “우리 사회가 강력한 현장 진압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강력한 대응을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찰은 ‘범인을 잡는 외근직 공무원’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말고 채용이나 교육 과정에서 이 능력을 보거나 길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을 보도한 KBS ‘뉴스9’은 영상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17일 보도된 영상 속에는 여경이 주취자를 제압하며 미란다원칙을 고지하고 있지만, 경찰이 실제 공개한 전체 영상에선 여경이 시민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서 40초 뒤 미란다 원칙을 전한 것으로 나온다. 이에 대해 KBS 측은 “리포트의 주제를 봤을 때 데스크와 기자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는 부분을 해당 장면쪽으로 옮겨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5G시장, 미국이 요청해도 안 갈 것”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5G시장, 미국이 요청해도 안 갈 것”

    “美수출규제 영향 제한적… 트럼프, 이 나라 저 나라 협박”광둥성 선전 본사서 日 언론 회견… 일본 협조 기대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로부터 전방위 파상 공격을 받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인 런정페이(任正非·74) 회장은 최근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 미국이 요청해도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창업자인 러정페이 회장은 지난 18일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화웨이 본사에서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 아사히 신문, 도쿄신문 등 일본 언론들과 만났다. 미국의 본격적인 금수조치가 내려진 이후 외신과 만난 첫 인터뷰를 일본 매체로 정했고, 이 자리에서 “반도체 조달 등의 준비를 해왔다”며 장기전 의지를 피력했다. 러정페이 회장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조치에 대해 “화웨이는 법률에 저촉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며 5G 이동통신 시스템 정비 분야에서 미국이 요청해도 갈 생각이 없다고 불쾌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또 향후 대응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문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미국에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한 ZTE(中興通訊·중싱통신) 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적인 중재를 통한 해결 방안은 모색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중국 통신 대기업인 ZTE는 작년 4월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미 당국의 수출 규제로 핵심 부품인 미국산 반도체를 수입하지 못해 경영위기에 빠진 뒤 거액의 제재금을 내고 경영진 교체와 미국 감시팀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미국의 화웨이 배제 정책이 미칠 영향에 대해 “한정적이지만 양질의 성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매출 신장이 연간 20%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 회장은 올해 1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지만 미·중 무역마찰의 격화로 4월 들어서는 25%로 떨어졌다고 했다. 미국의 규제가 더해져 연간 증가폭은 20% 이상을 넘지 못해 작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감세를 한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추어올렸지만 “오늘은 한 나라를 위협하고, 다음은 다른 나라를 협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미국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무릅쓰겠는가”라며 관세 카드를 남발하며 다른 나라를 무차별적으로 압박하는 트럼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금지 조치로 반도체 등 고성능 부품의 조달처를 변경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며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비해 왔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런 회장은 2015년쯤 전부터 배제 움직임이 보여 미국과 싸워야 한다는 예감을 갖고 조용히 준비해 왔다면서 자사 생산 및 미국 밖에서의 조달 능력을 강화해 왔음을 시사했다. 런 회장은 도요타자동차 퇴직자를 영입해 품질관리 노하우를 배웠다고 소개하고 일본 기업과는 상호보완성이 매우 강한 만큼 협력 관계를 한층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런 회장이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본 매체를 불러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화웨이는 일본 기업에서 스마트폰 부품 등을 올해 기준으로 약 7000억엔(약 7조원)어치를 수입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터번’ 두른 저격수…美 학교 동영상 자료 무슬림 폄하 논란

    ‘터번’ 두른 저격수…美 학교 동영상 자료 무슬림 폄하 논란

    미국의 한 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시청각 자료가 무슬림 폄하 논란에 휩싸였다. CBS 등은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동영상을 놓고 지역사회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콜로라도 총격 사건 이후 미국 내 학교마다 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펜 트래퍼트 고등학교 시청각 동아리는 비슷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용 영상을 제작했다. 그러나 저격수로 묘사된 남성이 머리에 두른 스카프가 이슬람 남성들의 터번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상에서 저격수는 긴 금발 머리 가발에 스카프를 두르고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한다.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짐 앳킨스는 “어떤 집단이나 인종도 이런 식으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부는 이 영상을 보고 불쾌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여성은 “왜 이들이 이런 스카프를 선택한 거냐”면서 “개인적으로 기분이 나쁜지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어떨지 솔직히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일자 영상을 제작한 펜 트래퍼트 고등학교 1학년 트리니티 가르바츠는 “누구도 불쾌해하지 않을만한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무언가를 의식해 일부러 의상 선택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았다면서, 특정 인종이나 종교를 설정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은 결과라고 답했다.이에 대해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슨 시티 측은 “해당 동영상은 학교 내에서만 교육용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허가 없이 학생들이 SNS에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자의 말처럼 특정 문화나 종교를 묘사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지역 관계자는 “동영상 제작 과정에서 지역 정부나 경찰의 의도가 들어간 부분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해리슨 시티는 보도자료에서 “펜 트래퍼트 고등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도록 많은 교육과정을 거쳤으며 이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학교 측이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세계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제공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동영상을 계속해서 훈련용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입장을 포함되지 않았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특파원 생생리포트]‘쓰레기 무단투기를 해야만 등산 가능?’…日관광지 외국어 오역투성이

    [특파원 생생리포트]‘쓰레기 무단투기를 해야만 등산 가능?’…日관광지 외국어 오역투성이

    지난 1월 중국에서는 일본 오사카시 기타구 우메다스카이빌딩 옥상 ‘공중정원 전망대’에 걸린 표지판이 SNS 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40층 높이에서 오사카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이 곳에 ‘당신이 나가라’라고 적힌 중국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던 것. 일본어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적힌 것을 엉터리로 번역한 것이었다. 잘못된 번역에다 명령조의 반말로 돼 있는 표지판에 대해 “일본이 중국어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조의 글들이 중국 내 SNS에서 이어졌다. 이 안내판은 얼마 후 철거됐다.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표지 등에 잘못된 번역이나 부적절한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안내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애써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불쾌함을 줄 수도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관광청이 지난 2~3월 주요 역이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대상으로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안내표지의 정확도를 점검한 결과, 모든 언어에서 문제점들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오류의 상당수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료 번역기에 의존해 번역한 뒤 해당 언어 사용자로부터 검증을 받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영어에서는 ‘유실물 센터’를 ‘Forgotten center’(잊혀진 센터), ‘소인’을 ‘dwarf’(난쟁이)로 오역한 사례들이 지적됐다. 한국어 중에서는 ‘설탕 적은 커피’가 ‘커피 적은 설탕’으로 둔갑한 사례가 발견됐다. 외국인들에게도 인기있는 도쿄도 하치오지시의 다카오산에는 중국어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돌아가시오’라고 적힌 간판이 등산로 등 30곳에 설치된 적이 있었다. ‘추억과 쓰레기는 함께 갖고 가세요’라는 일본어가 반대로 쓰레기 투기를 권장하는 식으로 오역된 것. 중국인 관광객들의 지적이 이어졌고 현재는 수정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으로 바로잡혔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것은 위험하다는 중국어 안내문구가 ‘스마트폰’ 부분은 생략된 채 ‘걸으면서 주의력을 분산시키면 위험’으로만 적히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22)은 니혼게이자이에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 ‘일본식으로 소와 싸운 면’이라고 중국어로 적힌 메뉴를 보았는데, 어떤 요리인지 몰라 무서워서 주문을 못했다”면서 “모처럼 하는 관광인데 메뉴판에 오역이 있으면 음식을 주문한 후에 말썽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애정행각 막으려고 텐트 2면 개방? 다수의 자유 침해할 수도”

    “애정행각 막으려고 텐트 2면 개방? 다수의 자유 침해할 수도”

    슬슬 더워집니다. 벌써 일부 지역은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열대야 단어를 꺼내 들 날도 머지않은 듯합니다. 이럴 때 나오는 풍경이 있습니다. 더위를 피해 가족, 친구들끼리 한강공원에 모여 야식을 먹는 모습입니다. 더불어 주변에 피해를 주는 고성방가, 쓰레기투기 등 문제도 함께 드러납니다. 최근 서울시가 한강공원 텐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논란을 불렀습니다. 텐트 크기는 가로·세로 2m에 4면 중 2면 이상을 반드시 열어 놓아야 하고, 기존보다 2시간 이른 오후 7시면 철거해야 한다는 겁니다.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100만원을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게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규제 아니냐는 데 의견이 분분해 이에 대해 이야기해 봤습니다.부장:최근에 한강공원 가본 사람? 혜진:저요. 2주 전에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가서 돗자리를 펴고 쉬었는데요. 오후 7시쯤 설치된 텐트를 걷어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2~3회 나오더라고요. 텐트가 한강 조망을 가려서 철거하라는 취지인 줄 알았는데, 서울시의 한강 텐트 규제(4월 22일부터 적용) 때문이었습니다. 진호:정확히는 ‘한강공원 청소개선대책’인데요, 질서유지와 쓰레기 감소 등이 주요 내용인데, 논란이 된 부분은 무분별한 텐트 설치 규제인 거죠. 한강공원에 그늘이 많지 않아서 불편하다는 의견을 받아들여서 2013년부터 그늘막을 허용했대요. 텐트도 그늘막에 준한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텐트 4면 중 2면 이상을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한 거죠. 세진:한강 텐트 허용이 6년째인데, 그동안 ‘텐트 개방’에 대한 내용은 사문화되다시피 했다가 이제 실제 단속에 들어간 거예요. 이렇게까지 단속을 펼치게 된 이유가 지나친 애정행각과 무분별한 음주, 특히 미성년자들에게 음주를 부추길 우려라고 합니다. 보영:집 근처 한강공원에 자주 가는데요. 지나친 애정행각은 목격하진 못했지만, 텐트 치고 그 안에서 뭔가를 먹거나 얘기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더라고요. 텐트가 굉장히 밭게 붙어 있어서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벽을 치고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보니 공간 활용도 제대로 안 되고 조망도 가리고…. 세진:사실 돗자리든 텐트든 다닥다닥 붙어 있게 돼요. 그러다 보니 옆 텐트에서 듣기 민망한, 특히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듣기 거북한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보영:사방을 다 막아도 텐트 내부는 대체로 훤히 보이는 편이에요. 특히 해가 진 뒤에 안에서 조명을 커면 행동도 보일 수밖에 없죠. 왜 다른 사람의 텐트를 보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눈에 띄는 경우가 있는 거니까요. 진호:텐트를 막아 놓으면 안에서는 밖에서 안 보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상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다 보인다는 거네요. 부장:공공장소에서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면 모순 아닐까? 게다가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는 장소라면 ‘배려’라는 면도 생각해야 하는 건데. 보영:텐트를 2면 이상 개방해야 하는 점이 지나치지 않나 싶어요. 텐트 안에서 편하게 누워서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책 읽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세진:텐트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는 개인의 선택 아닐까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애정행각을 막겠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텐트 문을 열게 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건 과하다고 봐요. ‘텐트를 열고 지나친 애정행각을 하면 과태료 안 물어도 되나요’라고 꼬집는 댓글도 봤어요. 부장:텐트 4면을 다 닫아야 할 이유가 있을지. 보영:편히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누워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쳐다보면 부담스럽긴 해요. 꼭 누워야 하는 건 아니지만 텐트에서 눈치 안 보고 편한 자세를 취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죠. 혜진:잔디밭에 돗자리만 펴고 앉으면 벌레가 많아서 불편하긴 해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음식에 먼지가 들어가기도 하고. 사실 자동차로 생각했을 때, 한강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문을 닫아 놓으면 규제 대상이 되는 건가요? 차 문을 열어 놓으라고 하지 않잖아요. 공원 주차장도 엄연히 공공장소인데 차는 되고 텐트는 안 된다, 이건 뭔가 모순이라고 보여요. 진호:애정행위도 문제지만 서울시는 텐트를 모두 막아 놓았을 때 발생할 안전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어요. 개인 소유의 차라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거나 밀폐된 차 안에 아동을 방치하면 처벌받는 것에 비교한다면 조금은 수용할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요. 세진:‘텐트 2면 개방’이 단지 지나친 애정행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식으로 논의가 좁혀지는 것도 경계해야겠네요. 여름철만 되면 밤중에 술 마시고 큰 소리로 떠드는 텐트족 때문에 관리 측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하던데. 단속을 하려 해도 거칠게 항의한다고. 혜진:한여름 더위 등 안전을 위한 규제라면 수긍이 갑니다. 그리고 과태료가 100만원 정도는 해야 사람들이 잘 지키겠네요. 세진:안전을 위한 것이라면 1면 개방으로도 충분한데. 2면 개방으로 정해 놓은 것은 단속의 편의성을 위한 것으로 보여요. 1면만 개방하면 단속할 때 텐트 안으로 몸을 숙여 들여다봐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럼 단속 과정에서 또 다른 마찰이 생기니까요. 혜진: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적 효과도 있을 테고요. 법조계에서도 공공장소에서 사생활이 제한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시각이 있어요. 반면에 공원을 관리할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텐트 설치 시간은 제한할 수 있어도 텐트 안에서의 행위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텐트 안에서 무슨 짓을 하든 국가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이런 설명입니다. 진호:헌법 제37조 2항을 보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나와 있어요. 공공장소인 한강공원에서 텐트의 개방 정도를 규제하는 것이 시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인지 따져 봐야겠네요. 보영:소수의 일탈 때문에 모든 사람이 권리를 침해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어요. 공연음란죄가 이미 있고, 미성년자가 이미 술을 구매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한강공원에서 텐트 개방 정도를 정해 놓는 것은 이중 규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진:한강공원은 하천법에 따라 야영이나 취사 행위가 금지돼 있습니다. 햇볕 때문에 불편해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여의도·반포 등 11개 공원 13개 장소에 그늘막 설치를 허용했어요. 시민을 위해 규제를 풀어준 부분이 있다면 그에 따른 어느 정도의 제한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미성년자들은 밤 10시 이후 술집 출입이 금지돼서 한강공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규제가 닿지 않을 장소를 한강공원으로 여긴 거죠. 거기에 텐트까지 허용한다면 청소년들의 일탈을 방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부장:서울시의 이런 조치는 공원 보호 차원의 활동이기도 하지. 진호:맞아요. 전 지난주에 어둑어둑해진 시간에 한강공원에 갔는데 텐트는 없었지만 쓰레기가 평소의 대여섯배는 넘게 쌓여 있었어요. 아직 미처 치우지 못하고 쓰레기통 주변에 모아 놓은 쓰레기 더미였는데 그 옆을 지나가기 힘들더라고요. 세진:심지어 낡은 텐트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대요. 자기 집에서 버리면 폐기물 처리 비용이 드니까 한강공원에서 텐트를 쓰고 그대로 두고 가는 거예요. 진호:텐트 설치 장소를 제한한 것도 잔디가 심하게 훼손된 곳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어요. 혜진: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소한으로만 제한해야 하고, 중요한 공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오후 7시에 나오는 안내방송만으로는 왜 이런저런 금지 사항과 규제들이 있는지 알기 어렵더라고요. 일단 안내방송이 명확히 들리는 편이 아니고요. 저도 처음에는 단순히 한강공원의 미관 유지 차원에서 걷으라는 것으로 이해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단속을 받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거나 사생활을 침해받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텐트 2면 개방 등 규제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서울시가 좀더 친절하게 홍보를 하면 좀더 폭넓게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정리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한국당 김현아, 문 대통령 ‘한센병’ 비유 논란…정치권 “막말 악순환 끊어야”

    한국당 김현아, 문 대통령 ‘한센병’ 비유 논란…정치권 “막말 악순환 끊어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한센병 환자’로 비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색된 정국 속에서 정치권이 막말이 막말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진 모양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한센인을 비하하고 문 대통령을 모욕했다’면서 김현아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부터 시작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사이코패스’, 김현아 의원의 ‘한센병’ 등 막말이 꽉 막힌 정국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김현아 의원은 16일 오후 YTN 라디오 ‘더뉴스-더정치’에 출연, 표창원 민주당 의원과 현 정국에 대한 논쟁을 주고받았다. 이날 처음 도마에 오른 것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였다. 이정미 대표가 전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국회에서 5·18 특별법을 다루지 않고 다시 광주에 내려가겠다고 발표한 것은 거의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현아 의원이 이를 지적하자 표창원 의원은 “사이코패스는 학술 용어이고, 언론에서도 사용하는 대중적인 용어”라면서 “게다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달창’ 표현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부적절하지만, 황교안 대표는 공적 인물이기 때문에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이정미 대표의 발언을 옹호했다.이에 김현아 의원은 “사이코패스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표창원 의원께서 변명하시니 똑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한센병’이라는 말을 꺼냈다. 김현아 의원은 “상처가 났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방치해 상처가 더 커지는 병이 한센병”이라면서 “만약 문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이를 지칭해 의학용어를 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면서 경제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하나도 변하지 않고 공감하지 못하는 말씀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14일 문 대통령이 ‘2019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 축사에서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현장과 동떨어진 인식 아니냐’고 지적받는 상황도 함께 꼬집은 것이다. 김현아 의원은 이 같은 발언이 논란이 된 후 연합뉴스에 “한국당이 사이코패스라면 문 대통령도 남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아닌가”라면서 “뜻이 다른 국민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한센병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라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에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김현아 의원은 그간 무수한 인권 침해와 사회적 멸시와 차별을 견뎌온 한센인들에게 우선 석고대죄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센인 비하와 대통령 모욕에까지 나아간 김현아 의원은 진지하게 신상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들께 합당한 의사를 표명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급기야 ‘사이코패스’가 ‘한센병’으로 이어져 막말이 막말을 낳는 ‘악순환’이 안타깝다”면서 “비유에도 금도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는 막말 릴레이에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대변인은 이정미 대표의 ‘사이코패스’ 발언을 옹호한 표창원 의원 등을 향해서는 “사이코패스는 괜찮고, 한센병은 안 된다는 모순과 이중성도 측은하기만 하다”면서 “언어 순화의 책임이 따르는 정치인이 더 심한 막말로 국민의 귀를 더럽히고 불쾌감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무리 비유를 했다고 해도 대통령을 향해 ‘한센병’이라고 한 것은 부적절하며, 발언을 즉각 취소하는 것이 옳다”면서 “서로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달창’, ‘사이코패스’, ‘한센병’ 등 극단적인 용어를 구사한다고 입장이 선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이 ‘막말 자제’ 협약이라도 맺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국당이 막말의 최고 경지에 올라야 내년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공천은 받겠지만 국민의 선택은 못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상기 법무장관 이메일 치받은 문무일…“검찰, 아무 말 말라고?”

    박상기 법무장관 이메일 치받은 문무일…“검찰, 아무 말 말라고?”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최근 검사장들에게 보낸 수사권 조정 보완책과 관련된 이메일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총장은 16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상기 법무장관이 지난 13일 이메일 서신을 통해 △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 강화 △경찰의 1차 수사종결 사건에 대한 검찰 송치 검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제한관련 의견수렴 등을 보완책으로 제시한 데 대해 “틀 자체가 틀리다”라고 비판했다. 문 총장은 “검찰의 독점적이고 전권적인 권능이 있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아마 많은 분들 하실 거 같은데, (이메일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며 “오히려 지금 별로 문제가 안돼 있는 부분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손을 보고 있는데, 손봤다는 부분은 저도 법률안을 봤지만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라고 할 정도로 너무 복잡하게 해놨다. 그 복잡하게 돼있는 것을 국민들께서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을까 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적인 시간적 부담 등 국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걸 전제로 제도를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며 “이런 큰 틀에서 어긋나 있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리는 것이다. 그런 정도로 손을 봐갖고 될 문제면 이렇게 문제제기를 안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정부안과 검찰이 생각하는 안은) 방향보다 틀이 완전히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의) 틀이 바뀌지 않는다고 하면 박 장관의 보완책이나 디테일이 수정된다고 해도 검찰은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냐’는 질문에 “그래서 제가 이의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총장은 박 장관이 이메일에서 △수사권조정 문제는 검경간 기존 불신을 전제로 해서 논의해선 안된다 △개인적 경험이나 특정사건을 일반화시켜도 안된다 △정확한 현실상황과 사실관계, 제도를 토대로 논의해야 한다 등 검찰의 의견제시에 대해 첨언한 것과 관련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그는 “문제의 원인에 대해서 처방을 했다고 보면 반발하면 안 된다. (검찰이) ‘문제의 원인은 이거다’라고 다 말했다. 검찰이 가진 독점적이고 전권적인 권능은 형사사법 민주적 원리에서 어긋나 있다”면서 “(그러면) ‘검찰이 가진 독점적이고 전권적인 권능을 어떻게 해소하고 축소할 것이냐’ 이 부분에 집중해야 되는데 엉뚱한 부분을 손댄 것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메일에서 3가지를 말씀하신 방법으로는 검찰이 입을 싹 닫아야 된다. 구체적인 사례를 말하면 안 되고, 해외 사례도 (얘기해선) 안 된다. 그러면 어떤 말을 해야 하느냐”면서 “(차라리 이메일에)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고 그냥 한줄 넣으면 되지 않느냐.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박 장관과의 소통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가 소통하는 것인지 사람마다 내포하는 의미가 다르다”면서 “꼭 소통이라 표현은 못하겠지만 만나고 대화를 나누긴 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장관과 직접 전화통화를 하지 않은 데 대해선 “지금 이 문제는 국회에 가 있는 법률안이다. 저희가 굳이 얘기한다면 국회 쪽이랑 얘기해야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악취 지도 제작 냄새 없는 강남 만들기…관내 정화조·맨홀 등에 탈취 시설 설치

    서울 강남구는 2022년까지 71억원을 들여 지역 내 하수 악취를 말끔히 제거한다고 15일 밝혔다. 구는 정화조에 산소를 공급해 혐기성 세균을 없애고 악취 제거 캐비테이터, 스프레이 악취저감 장치, 지주형 악취제거 장치, 맨홀 탈취기, 낙차완화 시설 등을 설치한다. 효과를 꼼꼼하게 분석하기 위해 주민 모니터링단도 꾸린다. 구는 앞서 지난해 11월 하수 악취저감 종합대책 용역을 의뢰했고, 지난달엔 관내 169개 맨홀·토구·정화조·배수조 실태를 조사했다. 구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9월까지 악취 지도를 만들고 악취 발생 원인별 맞춤형 대책을 세우겠다”며 “악취 등급을 1~5등급으로 분류, 악취 농도가 가장 짙은 5등급(불쾌) 구간을 3등급(보통)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美 싱크탱크 브레인 4] 김두연 “美, 北 회색지대 전략에 맞설 필요”

    [美 싱크탱크 브레인 4] 김두연 “美, 北 회색지대 전략에 맞설 필요”

    북한이 연일 무력시위로 대미·대남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의 ‘회색지대’ 전략에 맞서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같은 센터의 니콜라스 D 라이트, 크리스틴 리와 함께 ‘미국은 북한에 맞선 회색지대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외교매체 포린폴리시 기고문을 통해 최근의 북한 미사일 도발은 “2011년 집권한 이후 김정은 정권이 전쟁과 평화 사이의 회색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법을 잘 알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면서 김 위원장의 대외 정책 성공은 이런 ‘회색지대’ 전략을 노련하게 이용한 덕분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상대로 보복을 불러오지 않을 만큼의 도발을 통해 이득 및 영향력 확보를 추구해 온 것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 역시 북한의 전략에 대응해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해야 하며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대한 징벌적 대응으로 외교적·경제적 지렛대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과 상업 거래를 하는 제삼자에 대한 제재 부과나 한국과의 협력을 통한 해상 불법행위 차단 강화를 예로 들었다. 그녀는 또 대북 확성기 방송과 전단 등의 재개 및 강화로 북한과의 협상이 중단되는 일 없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불쾌감을 전달할 수 있으며 북한의 사이버전에 대한 한미일의 공조 지속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규탄 성명 이상의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김 연구원은 주장했다. 또 B-1B나 B-2 같은 전략폭격기 등의 참여를 보류한 수준에서 동맹들의 연합훈련, 예를 들어 을지프리덤가디언이나 비질런트 에이스 같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혔다. 아울러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서면 전략자산도 훈련에 합류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화염과 분노’가 나쁜 행위를 징벌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북한의 회색지대 전술을 모른 척하는 것은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며 “(대북) 경제·외교·군사적 압박을 점진적으로 늘리고 줄이는 신중하고 전술적인 유연성이 필요하다. 지난 60년 동안 북한과 평화와 전쟁 사이의 모호함을 경험했는데 이제 미국은 회색 지대를 마찬가지로 잘 조종해야 한다”고 기고문을 맺었다. 한편 포린폴리시의 필자 안내에 따르면 김 연구원은 ‘불레틴 오브 아토믹 사이언티스트’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며 비핵화와 무기통제, 남북한, 동아시아 관계를 전공으로 삼고 있다. 라이트는 조금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옥스퍼드와 런던에서 내과와 신경의학을 전공했고 인텔리전트 바이올로지, 조지타운 대학 병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국제 대치 국면에서의 정책 결정에 신경과학, 행동과학, 기술적 성찰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다. 크리스틴 리는 CNAS의 아시아태평양 보안프로그램에서 연구하고 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예비교사의 자격/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예비교사의 자격/박록삼 논설위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래도 교권의 추락을 개탄할 때마다 내뱉고들 한다. 옛적 시골마다 교사는 흔치 않는 존재였다. 말 그대로 스승이었고, 지식이었다. 노유(老幼)를 떠나 존중과 존경의 마음이 컸다. 거기에 내 아이의 교육을 맡겼다면 가없는 감사의 마음까지 보태졌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원래 교사들끼리의 자조적 표현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좀 쉬운 일인가. 교육에 애간장을 태우고 노력해야 하는 게 숙명임을 스스로 잘 알기에 이를 에두른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에 경멸의 시선이 담긴다. 사회적으로 존중은커녕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라는 자괴감이 더 커지고 있다. 늘 뭔가 요구하는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불편한 존재이듯 학부모들 또한 교사에게 존경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데 불난 집에 기름 끼얹은 격이다. 지난 3월 서울교대 남학생 11명이 단체 채팅방에서 후배 여학생들을 단체로 성희롱한 사건에 대해 지난 10일 유기정학 2~3주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스케치북에 여학생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담고 얼굴, 몸매에 대해 등급을 매기기까지 했다. 4학년 몇몇은 교생실습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졸업이 1년 늦춰지게 됐단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뜨거웠던 국민의 분노에 비하면 경미한 징계다. 초등학생을 가르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성과 자질을 가진 이 교대 졸업예정자들은 시간이 조금 늦어질 뿐 교사가 될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서울교대 졸업생인 현역 교사들까지 집단 성희롱 대열에 등장했다. 서너 명의 교사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을 들먹이며 음담패설을 시시덕거렸다. 정상적인 교사나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입에 담기도, 글로 옮기기도 불쾌한 표현을 가감없이 써 가며 말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수사 당국이 철저히 진실을 밝히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느 학교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다. 절대다수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잠재적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몇몇 미꾸라지 같은 이들 말고 다수의 교사, 혹은 다수의 예비교사는 여전히 묵묵하게 헌신과 열정을 앞세워 스승의 길과 참교육의 길을 고민하며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분노와 불안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스스로 교사의 자격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들이 솎아내지지 않는다면 이런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필 스승의날이 목전이다. 교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또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도 참 고약한 풍경이다. youngtan@seoul.co.kr
  • 뜬금없는 ‘이승만·박정희 국부론’… 71년 정쟁 ‘우율 문묘종사’ 닮았다

    뜬금없는 ‘이승만·박정희 국부론’… 71년 정쟁 ‘우율 문묘종사’ 닮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8일 뜬금없이 이승만과 박정희의 ‘국부론’을 다시 꺼냈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와 선진화의 아버지가 그것이다. 국부론이 성립하려면 1948년 8월 15일은 건국절이 돼야 하고 상하이임시정부의 법통은 부정돼야 한다. 상하이임시정부 법통론을 두고, 그가 북한 정권 수립을 옹호하려는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까지 제기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국부화는 이른바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관변 학자들이 나서서 ‘8월 15일은 건국절’이라고 주장했다. 건국절이 된다면, 이승만은 자연스럽게 건국의 아버지가 된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해 역사를 아예 정부가 관장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끝내려 했다.‘국부화’는 이들에게 찍힌 친일과 독재의 낙인을 한 방에 지울 수 있는 수단이었다. ‘대한민국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이 나라의 정통성의 원천으로 공인받는 것으로 그 후예들은 이 나라의 적통이 된다. 역사적 정통성은 현실 정치에서 집권의 정당성으로 이어진다. 이들을 거부하면 체제 부정 세력이 된다.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모 인사가 제기하고 가짜 보수집단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민주화의 아버지 이승만’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들은 한국 현대정치의 흑역사를 열어 놓은 이승만의 ‘부산정치파동’(1952년 5월 25일 계엄령 선포부터 같은 해 7월 7일 제1차 개정헌법 공포까지 이어진 정치적 소요)을 한국 최초의 민주화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건국, 산업화는 물론이고 민주화까지 혈통 속으로 끌어들여 ‘한국판 백두혈통’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국부화’ 논란은 조선의 문묘종사 정쟁에 연원을 두고 있다. 조선 중기 등장한 붕당은 제각각 자파의 영수를 문묘에 종사하기 위해 대를 이어 가며 정쟁을 벌였다. 문묘에 종사된다는 것은 조선의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의 법통을 승계했음을 공인받는 것이다. 집권의 정당성은 이념적 정통성 위에서 가능하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국부화는 대한민국 역사의 문묘 맨 윗자리에 그 위패를 안치하려는 것이니, 조선의 문묘종사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 운운’하는 것이 조선의 ‘현인’ 논란보다 훨씬 더 유치하고 구리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인조 13년(1635년) 성균관(지금의 국립서울대학교에 해당한다)에 난리가 났다. 유생들이 수업 거부, 동맹휴학, 제적, 자퇴, 가투까지 벌였다. 시위대가 대궐 앞까지 진출했으니 왕조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난리였다. 5월 11일, 송시형을 소두(상소의 대표자)로 하여 유생 270여명이 서인의 종장인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을 문묘에 종사하라는 상소를 올렸다. 이른바 ‘우율 문묘종사 상소’다. 그러자 남인 유생 57명이 채진후를 소두로 하여 맞섰다. 농성장인 동학(관립 4부학당 중 하나. 지금의 동대문 옆 옛 이화여대부속병원 자리에 있었다)으로 가면서 지름길인 지금의 대학로를 놔두고 굳이 창덕궁 앞으로 돌아갔다. 대궐 앞 시위를 위해서였다. 인조는 우율 문묘종사를 거부했다. 그러자 인조반정의 공신들이 들고일어났다. 12일 영의정 윤방, 우의정 김상용이 중신 회의에서 우율 문묘종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13일엔 송시형이 다시 상소를 올렸고 오윤겸, 조익 등 대신들이 두둔했다. 점입가경이었다. 서인은 채진후 등 남인계 유생 6명에게 정거(과거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벌) 처분을 내렸고 남인계 유생 50여명은 수업 거부에 해당하는 권당에 들어갔다. 조정에서는 이조판서 최명길이 성균관 관련 직책인 대제학과 지성균관사의 사표를 걸고 3명에 대한 정거를 주장했다. 지방에서도 황해도, 경기도, 평안도, 전라도, 충청도의 서인 유생들이 릴레이 상소를 했다. 인조는 불쾌했다. 최명길이 낸 대제학, 지성균관사 사표를 수리했다. 지방 유생들의 상소에는 “유생의 본분이나 지킬 일이지 알지도 못하는 일을 거론해 남의 비웃음을 사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우율 문묘종사 청원이 시작된 것은 인조반정 직후였다. 반정에 성공하고 불과 13일 만인 1623년 3월 27일, 서인 유순익이 율곡 이이의 문묘종사를 청원했다. 이에 민성징, 이민구, 유백증 등 반정공신들이 인조에게 윤허를 청했다. 인조는 점잖게 거부했다. ‘중차대한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인조는 문묘종사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었다. 42년의 논란 끝에 광해군 초 결말이 난 5현 문묘종사의 전말을 지켜봤고 이언적과 이황의 위폐를 문묘에서 빼는 문제(회퇴변척)를 놓고 벌인 북인과 남인의 정쟁도 지켜봤다. 서인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조정을 장악한 것도 모자라 학문과 이데올로기의 정통성까지 독점해 항구적인 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 아닌가. 재위 기간 내내 상소는 계속됐지만 인조는 외면했다. 정쟁이 다시 불붙은 것은 효종 즉위년이었다. 서인은 왕이 어리숙할 때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1650년 1월 성균관 유생 홍위 등 수백 명이 문묘종사를 청원하는 상소를 했다. 긴장한 남인 유생들은 2월 경상도 진사 유직을 소두로 900여명이 반대 상소를 올렸다. 영남의 거의 모든 읍이 참가했다. 그러자 성균관의 서인 유생들은 유직에게 삭적과 부황의 처벌을 내렸다. 유생 명부에서 이름을 지워버리고 그의 이름을 쓴 종이를 큰 북에 붙이고 북을 치며 장안을 도는 처벌이었다. 흉악범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과 같은 조처였다. 남인 유생들은 공관으로 맞섰다. 일종의 동맹휴업이었다. “과거를 보기 위해 구차스럽게 반궁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서인 유생도 염치가 없었던지 공관을 했다. 효종은 속이 끓었지만, 자신의 즉위를 기념해 치르는 증광시가 무산될 수 있어 걱정이었다. 영의정 이경여와 우의정 조익이 부황 처벌만 면제하는 수습책을 냈다. 그러나 서인 유생들은 막무가내였다. ‘선현을 모욕한 자들에 대한 처벌을 철회할 수 없다.’ 효종은 역정을 냈다. “너희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러자 서인 유생들은 “‘불학무도한 놈’이 어떻게 성균관에 들어갈 수 있느냐”며 다시 수업을 거부했다. 손을 든 것은 효종이었다. 7월 3일 ‘군왕으로서 거친 말을 한 것은 잘못’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훗날 소론의 영수가 되는 박세채 등이 우율 문묘종사 청원과 함께 부황 처벌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효종이 상소의 수용을 거부하자 이번엔 승정원에서 치받았다. ‘유생의 상소에 답하지 않는 것은 선비를 대우하는 바른 도리가 아닙니다.’ 효종은 다시 사과를 해야 했다. ‘유생들에게 불평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 내 자신이 매우 부끄럽다.’ 성균관 공관 사태는 이것으로 일단락됐다. 6년 뒤 서인의 두 영수가 직접 소두로 나섰다. 송준길은 1657년 10월, 송시열은 이듬해 12월에 우율 문묘 종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상소를 올렸다. 효종은 거부했다. 서인의 의도와 집요함에 넌더리가 났다. 현종이 즉위하자 서인들은 다시 공세에 들어갔다. 즉위년(1659년) 관학 유생 윤항 등이 5차례 상소를 올렸고 부제학 유계 등 대간들도 차자를 올렸다. 효종 3년엔 강원도, 평안도, 함경도, 충청도, 전라도 유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상소했다. 현종 역시 거부했다. 우율 문묘종사 정쟁은, 당쟁을 왕권 강화에 이용한 숙종 때에야 끝났다. 경신환국(1680년·숙종 6년)으로 남인을 남김없이 쓸어버린 뒤 숙종은 서인의 요구에 따라 1682년 우율 종사를 윤허했다. 처음 청원이 있고 59년 만이었다. 숙종은 그러나 1689년 기사환국을 통해 서인을 숙청한 뒤 남인의 주장에 따라 우율의 위패를 문묘에서 철거(철향)했고 1694년 갑술환국으로 남인을 숙청한 뒤 위패를 복향했다. 무려 71년 만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이와 성혼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학문적 정치적 궤적에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서인의 권력 기반은 확고부동해졌다. 서인의 노론 소론 분당 이후엔 김장생, 송시열, 송준길 등 노론의 종장이 차례로 문묘에 종사됐다. 조선은 노론의 천하가 되었다. 조선이 불가역적인 쇠락의 길을 걷던 조선 말(고종 20년)에는 김집의 문묘 종사가 이루어졌다. 참으로 집요했다. 그 집요함은 지금 ‘대한민국 아버지’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노트르담 지붕에 조명탑? 불꽃? 온실?...프랑스인은 불쾌

    노트르담 지붕에 조명탑? 불꽃? 온실?...프랑스인은 불쾌

    불꽃에 온실, 조명탑 등 다양한 건축안 나와…프랑스인 55% “옛날 모습이 좋다”지난달 15일 화재로 무너져 내린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첨탑 재건과 관련해 창의적인 설계 방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지난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재건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에 부치겠다고 밝히면서 첨탑 자체를 다른 디자인으로 세워야 하는지 묻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디자인전문매체 디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의 건축가들이 제안한 첨탑 재건 구상안을 소개했다. 프랑스의 차세대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마티외 르아뇌르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300피트(약 91m) 높이의 ‘불꽃’이라는 제목의 이미지를 올린 뒤 ‘영원한 불꽃’이라고 명명했다. 탄소섬유 재질의 이 탑을 금빛으로 도금해 화재가 대성당 지붕을 휩쓸던 모습을 형상화하겠다는 아이디어다.르아뇌르는 NYT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19세기에 만들어졌던 첨탑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강조하려 이런 도발적인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 뒤 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됐다”면서 “불꽃은 성경에도 등장하는 강력한 상징 아니냐”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디자인회사 비즘 아틀리의 건축가 미칼 코박은 ‘조명탑’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첨탑이 있던 자리에 하늘로 치솟은 조명탑을 세우고, 야간에 흰 빛줄기를 하늘로 쏘아 올리자는 제안이다. 그는 “이는 잃어버린 영혼을 위한 등대”가 될 것이라며 “첨탑을 통해 하늘에 닿으려는 소망을 표출했던 중세 고딕 건축가들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브라질 건축가인 알렉상드르 판토치는 대성당의 지붕과 첨탑을 모두 종교적 색채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재건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벨기에 출신 건축가 뱅상 칼보는 성당 지붕을 특수 크리스털 유리로 바꾸는 구상안을 발표했다. 크리스털 유리로 첨탑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확보하고 빛을 흡수해 얻은 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러시아 모스크바 건축학교에서 강의하는 알렉스 네로브냐는 고딕 양식 첨탑을 다시 세우고 그 주변을 다이아몬드 형태의 지붕으로 둘러싸는 아이디어를 냈다. 파리 건축사무소 스튜디오 NAB는 성당 옥상을 온실로 바꾸고 화재에서 살아남은 18만 마리의 벌들을 수용할 양봉장을 설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필리프 총리는 지난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재건 설계를 국제 현상공모에 부치겠다고 밝히면서 첨탑 자체를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 세워야 하는지 묻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지 일간지 르피가로가 지난 9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프랑스 국민 55%는 첨탑을 화재 이전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놓아야 한다고 답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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