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民生 챙겨라(사설)
제196회 임시국회가 오늘 열린다. 지난번 임시국회는 22일 본회의에서 국군의료부대 파견연장 동의안과 국회 상설소위 설치규칙등 의안 3건을 처리하고 폐회했다. 우여곡절 끝에,그리고 IMF후속조처와 엄청난 수해등 산적한 민생현안에 등 떠밀려,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속에 가까스로 ‘정상화’된 국회치고는 생산성과 거리가 너무 멀다. 지난번 임시국회의 활동은 고작 총리인준과 원(院)구성,그리고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야가 벌인 줄다리기와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에서 벌어진 코미디 정도라고나 할까.
오늘 열리는 임시국회도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한나라당 李信行 의원의 신병처리가 걸림돌이다. 李의원은 기아그룹 산하 (주)기산의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143억원을 수뢰·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천문학적인 그 검은 돈의 상당부분이 옛 여권의 실력자들에게 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혹은 그렇기 때문인지,한나라당은 ‘회기중 의원 불체포특권’을 방패삼아 李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5월검찰이 李의원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 이래 한나라당은 7번째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의 동의 없이는 회기중에 국회의원을 체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헌법조항은 절대권력의 횡포로부터 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범법자를 보호하자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李의원은 한나라당의 보호막 뒤에 숨어있지 말고 검찰에 가서 스스로의 결백을 밝혀야 옳다. 그리고 한나라당도 정부가 李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낼 경우,다수의 힘으로 의안 상정을 막거나 집단 퇴장하는 등 변칙 대응을 하지말고 표결에 정정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를 보고 그 당에 쏠리고 있는 의혹의 진위를 판단할 것이다. 여당 또한 체포동의안의 표결결과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정기국회가 개원되는 9월10일 전에,검찰이 李의원을 강제구인하면 된다.
상설소위의 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논란도 그렇다. 상설소위 설치는 국회의 상설화와 전문성을 높이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국회는 상설소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툴 게 아니라,어떻게 하면 상설소위의 효율성을 더 높일수 있느냐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이번 국회는 수해복구를 위한 추경예산, 구조조정 관련 각종 법안등 처리할 일이 산적해 있다. 국회는 ‘민생국회’로 거듭 나서 더 이상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