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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시지탄’ 대한채육회, 스포츠폭력 추방 조치 쏟아내

    ‘만시지탄’ 대한채육회, 스포츠폭력 추방 조치 쏟아내

    대한체육회가 19일 ‘스포츠 폭력 추방을 위한 특별 조치 방안’을 내놨다.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이다. 체육회는 이날 “이번 사건을 통해 체육 현장에서의 심각한 폭력·성폭력이 재확인돼 특별 대책 추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지난 13일 개최된 ‘스포츠 폭력 추방 비상대책 회의’ 등에서 나온 의견 수렴을 거쳐 방안을 발표했다. 후속 대책은 크게 ▲피해자에 대한 선제적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 ▲스포츠 폭력 다중 감시 체제 구축 ▲훈련 방식 전면 전환 ▲피해 방지를 위한 인권 교육 강화 ▲근본적 체질 개선으로 나뉘어 추진된다. 체육회는 우선 폭력이나 성폭력 사건이 신고되면 피해자 분리·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심리 치료와 법률 상담 등 제도적 지원을 강구하기로 했다. 가해자는 즉각 직무 정지하고 가해 사실이 확인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비정상적·반인권적 가혹행위나 훈련은 익명 또는 제3자 신고도 가능하도록 ‘모바일 신문고’와 ‘스포츠 폭력 신고 포상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일정 수준 이상 비위나 불공정 행위가 발생한 단체에 불이익을 주는 ‘비리 총량제’도 실시된다. 폭력 발생 요인을 사전차단하기 위해 인권전문가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스포츠 인권 관리관’, 지역 주민으로 구성되는 ‘시민감시관(암행어사)’도 운영한다. 체육회는 합숙 훈련 허가제를 도입해 원칙적으로 출퇴근 훈련으로의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 훈련 기간 선수와 지도자간 숙소 구분, 여성 선수 상담 때는 2인 이상 동석 등 세부지침도 마련하기로 했다. 한편, 체육회는 오는 29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최 선수가 가해자로 지목한 김모 경주시청팀 감독과 장모·김모 선수의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는 김 감독·장 선수를 영구 제명, 김 선수를 10년 자격 정지 처분했으나 김 감독 등은 재심을 신청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검언유착’ 전제로 구속” 반발(종합)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검언유착’ 전제로 구속” 반발(종합)

    “수사팀도 단독 범행 배제 안 해영장 범죄사실로 판단해야 마땅”검찰, 이 기자 구치소서 불러 면담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 측이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은 검찰 고위 간부와 공모관계를 전제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반발했다. 이 기자의 변호인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검찰 수사팀 스스로도 이 기자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데 영장재판부가 ‘검언유착’이 있었음을 전제로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이 기자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공모관계를 명시하지 않았으며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공모관계를 밝히기 위해 이 기자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은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피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적시됐다면 그 범죄사실을 토대로 구속 사유를 판단해야 마땅하다. 영장재판부가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협박했다고 의심할 만한 자료’가 있다고 공표한 것은 수사 및 영장심사의 밀행성, 검찰이 청구한 범위 내에서 판단해야 하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비춰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이날 오후 이 기자를 구치소에서 불러 면담했다. 본격적인 조사는 다음 주부터 할 예정이다.이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지난 2월 14일부터 3월 10일 사이 이 전 대표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내 “(검찰이)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며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이 기자의 편지를 받고 공포심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기자는 지난 3월 31일 MBC의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자신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PC를 초기화했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이후 수사 지휘권 논란 등으로 수사가 지연된 사이 이 기자가 추가로 증거를 인멸하거나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채널A 기자협회 “언론 자유 크게 손상” 이 기자가 구속되자 한국기자협회 채널A 지회는 “언론 자유를 손상한 전대미문의 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강요 미수 혐의’로 기자를 구속한 것은 한국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크게 손상시킨 전대미문의 일”이라면서 “앞으로도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해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특히 지회는 법원이 구속 사유로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공모 관계가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이른바 ‘검언 유착’을 기정사실화 한 듯한 발언은 판사 스스로가 정치적 고려를 했다는 걸 자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의왕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 화재로 10명 부상(종합)

    의왕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 화재로 10명 부상(종합)

    18일 오전 11시 25분쯤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 플라스틱 성형용기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중상 3명, 경상 7명 등 1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오전 11시 38분쯤 대응 2단계(5~9개 소방서가 함께 진화작업)를 발령하고 소방차 등 장비 41대와 100여명을 투입했다. 불은 연면적 3800여㎡의 6층짜리 공장건물 일부를 태우고 50여분 만인 낮 12시 17분쯤 초진(불길을 통제할 수 있고 연소 확대 우려가 없는 단계)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공장 내 설비를 교체하던 중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의왕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 화재…“대응 2단계 진화중”

    의왕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 화재…“대응 2단계 진화중”

    18일 오전 11시 25분쯤 경기 의왕시 고천동 플라스틱 성형용기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대응 2단계(5~9개 소방서가 함께 진화작업)를 발령해 진화 중이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등 36대와 긴급구조지휘대를 투입해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불로 현재까지 8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불을 완전히 끈 뒤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속보] 의왕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 대형 화재…“진화중”

    [속보] 의왕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 대형 화재…“진화중”

    18일 오전 11시 25분쯤 경기 의왕시 고천동 플라스틱 성형용기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대응 2단계(5~9개 소방서가 함께 진화작업)를 발령해 진화 중이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등 36대와 긴급구조지휘대를 투입해 화재 진압과 인명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불로 현재까지 8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박원순 사건 ‘셀프 조사’ 논란에…서울시 “외부전문가로 구성”

    박원순 사건 ‘셀프 조사’ 논란에…서울시 “외부전문가로 구성”

    독립성 보장 위해 ‘민관합동조사단’ 방침 포기‘성희롱·성추행 진상규명 위한 합동조사단’ 구성박원순 전 시장 이름이나 직함은 거론하지 않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던 서울시가 ‘셀프 조사’ 논란이 일자 조사단을 전원 외부전문가로 구성키로 했다. 이번 사건에서 서울시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관’에 해당하는 서울시 관계자의 참여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희롱·성추행 피해 고소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규명과 재발방지대책 수립의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원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시는 “조사단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구성해 시민 요구에 응답하고, 향후 유사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의 명칭은 ‘서울시 직원 성희롱·성추행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이다.앞서 서울시가 지난 15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사 대상인 서울시가 ‘셀프’로 조사단을 꾸리고, 조사단에 강제 수사권도 없어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됐다. 이어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맡은 서울시 현직 간부가 피해자 측 기자회견 연기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 조사단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서울시가 합동조사단을 9명의 외부 조사위원으로 구성키로 한 데에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사단은 여성권익 전문가 3명과 인권 전문가 3명, 법률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되며, 조사단장은 조사단에서 호선으로 선출한다. 여성권익 전문가는 피해자 지원단체(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에서 추천을 받고, 인권 전문가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법률 전문가는 한국여성변호사협회, 민변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젠더법학회의 추천을 각각 받을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명칭을 정리함에 따라 ‘피해호소 직원’에 대한 호칭을 ‘피해자’로 표기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그 동안 박 전 시장 피소 사건에 대해 ‘성희롱’, ‘성추행’ 등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외부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면서 명칭을 ‘서울시 직원 성희롱·성추행 진상규명을 위한 합동조사단’으로 정했다. 다만 이번에도 박원순 전 시장의 이름이나 직함은 발표문에서 거론하지 않았다.합동조사단의 역할은 사실관계 조사를 통한 실체적 진실 규명, 위법·부당 행위자에 대한 징계 또는 고소·고발 등 권고, 제도개선 및 조직문화개선 등 재발 방지대책 제시다. 조사범위는 성추행 고소사건과 관련한 사실관계, 서울시 방조 여부, 서울시 사전 인지 여부, 정보유출 및 회유 여부 확인 등이다. 조사 기간은 최초 구성일로부터 90일 이내로 한다. 안건은 재적 인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고,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유지 서약을 통해 보안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필요 시 조사위원 합의에 의해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합동조사단이 철저하게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원활한 조사를 위해 시장 권한대행 명의로 전 직원에 대해 조사단에 협조할 것을 명령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비협조할 경우 명령불이행으로 징계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취중생] 상사가 비서 괴롭힌 이유, 웃지 않아서였다

    [취중생] 상사가 비서 괴롭힌 이유, 웃지 않아서였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시장의 단순한 실수다’ 혹은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이라고 해 피해자가 더이상 말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이 지난 13일 피해자의 피해사실을 공개한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 피해자 지원단체들과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비서로 일한 피해자에게 음란한 문자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며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혔고 집무실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했습니다. 최근 4년 동안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박 전 시장의 가해행위는 2018년 ‘미투’ 운동이 정치·문화·예술·교육 등 사회 각계 각층으로 퍼져나간 이후에도 계속된 것입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또 지난 16일 피해자가 서울시에서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좋게 유지하는 ‘기쁨조’ 역할을 강요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장이 마라톤을 할 때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라는 말을 하고, 박 전 시장으로부터 결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피해자에게 박 전 시장의 심기 보좌 혹은 ‘기쁨조’ 같은 역할을 사전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쯤에서 ‘비서’란 어떤 일을 하는 노동자를 가리키는 것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세계비서협회(IAAP)는 비서를 다음과 같이 정의(영문을 국문으로 번역한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서는 숙달된 사무기술을 보유하고, 직접적인 감독 없이도 책임을 수행할 능력을 발휘하며, 솔선수범의 자세와 분별력을 갖고 주어진 권한 내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간부적 보좌인이다.” 세계비서협회가 정의하는 비서 수칙들 중에는 상사가 사소한 일로 방해받지 않도록 한달지 상사의 습관과 요구사항, 성격 등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등 상사의 심기 관리와 관련한 수칙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수행하는 업무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과 숙련된 기술, 정확한 표현력과 이해력을 요구하는 수칙이 훨씬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상사들은 여성 비서에게 비서라는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이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성 역할을 강요합니다. 남성 상사가 여성 비서에게 성적으로 접근하고, 웃음을 강요하고, 업무 범위를 정하지 않은 채 사적인 심부름을 지시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여성 비서에게 성 역할 강요 이로 인해 비서들은 직장 내 성폭력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입니다. 서울신문은 지난 17일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를 통해 ‘비서에 대한 상급자의 갑질’ 제보 사례를 일부 확인했습니다. 제보자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건 발생 일시와 지역, 직장 이름, 제보자 이름과 나이 등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비서로 일한 A씨는 어느 날부터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회사 대표는 직원들에게 ‘A씨가 일을 똑바로 못 한다’는 취지의 말로 A씨를 험담했고, A씨를 빼고 다른 직원들과 회식을 하는 등 A씨를 따돌렸습니다. 또 A씨가 하던 일을 다른 직원에게 맡겼고, A씨가 업무상의 이유로 전화를 해도 연락을 안 받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 대표가 A씨를 괴롭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얼굴 표정 때문이었습니다. A씨는 “대표가 나를 가리켜 ‘평소에 웃지도 않고 표정이 안 좋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전해 들었다”면서 “어떻게 항상 미소를 유지하고 있을 수가 있나”라고 말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A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스트레스만큼이나 극심한 취업난에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고 A씨는 말합니다. B씨는 상사의 사적인 심부름에 몸살을 앓았습니다. 상사는 자신이 집에서 만들어 먹을 음식 재료를 B씨에게 사오도록 했습니다. 자신이 키우는 화분에 물을 주는 일도, 자신이 입을 옷을 세탁하는 일도 스스로 하지 않고 모두 B씨에게 시켰습니다. 뿐만 아니라 B씨의 퇴근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상사의 그날 기분에 따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C씨는 상사의 가족을 수행하는 일까지 했습니다. 상사 배우자가 어느 모임에 갈 때도 데려다줘야 했고, 때로는 상사의 아들·딸을 ‘모시러’ 가야만 했습니다. C씨는 휴일에도 쉴 수 없었습니다. 그의 상사는 C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주말과 공휴일마다 골프를 치러 다녔습니다. 이렇게 초과근무를 하는 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C씨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일시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또 단순히 가해자 개인의 일탈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업무상 위력이 작용하는 직장 내에서의 권력 구조 속에서 하급자는 상급자로부터 성폭력과 갑질 등 각종 인권침해를 당해도 인사상 불이익, 나쁜 소문 등이 두려워 저항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또 직장 동료들도 같은 구조 속에 있기 때문에 동료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상사가 눈빛만으로도 문제를 은폐할 수 있는 위계 구조 속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이 발생합니다.여성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협한다 우리는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 피해자에게 ‘4년 동안 뭘 하다 이제 와서 말하느냐’, ‘왜 진작 일을 그만두지 않았냐’고 비난하는 2차 가해는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잘못된 질문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이제 겨우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질문이고, 두 번째 질문은 피해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질문입니다. 특히 ‘왜 그만두지 않았냐’는 식의 질문은 피해자가 하는 일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노동은 가치가 있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박 전 시장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들은 “시장의 ‘기분 좋음’은 상식적인 업무 수행이 아닌 여성 직원의 왜곡된 성 역할 수행으로 달성됐다”면서 “이는 사실상 성차별이며, 성폭력을 조장·방조·묵인하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가 박 전 시장 사건에서 잊지 않아야 할 점은 ‘직장 내’ 성폭력이라는 점입니다. 직장 내 성폭력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악화시키고,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 않습니다.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에게 성적인 접근을 하고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에게 그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박 전 시장 사건은 박 전 시장의 단순한 ‘실수’가 아닙니다.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검찰이 제대로 기소하고, 법원이 제대로 처벌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성폭력’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검언유착 의혹’ 이동재 전 기자 구속...“검찰과 언론 신뢰 회복 위해 불가피”

    ‘검언유착 의혹’ 이동재 전 기자 구속...“검찰과 언론 신뢰 회복 위해 불가피”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구속됐다. 이 전 기자의 구속은 오는 24일 열리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고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했고,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보인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과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라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이런 취재 과정에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협박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은 지난 2월 13일 이 전 기자가 부산고검 차장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과 만나 나눈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등을 핵심 물증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의혹에 대한 수사 공정성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장관은 갈등을 빚어왔다. 윤 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이 수사의 적절성을 따져보라고 지시했고, 추 장관은 이에 맞서 기존 수사팀이 계속 수사하고 한 검사장과 친분관계인 윤 총장만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를 받아들이며 갈등은 봉합됐지만, 이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연이어 심의위 소집을 요청했다. 사건 관계자 중 가장 먼저 심의위를 요청한 이 전 대표 측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24일 심의위가 개최된다. 심의위에서 이 전 기자의 구속은 수사팀에게 수사 정당성을 부여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정진웅 부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수 주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심의위에서는 이 전 대표와 이 전 기자, 한 검사장 등 사건 관계자들과 수사팀이 각각 의견을 개진하고, 심의위원들이 이를 바탕으로 검찰의 수사·기소의 합당성을 심의해 권고를 내게 된다. 검찰이 이 권고를 꼭 따라야 할 의무는 없지만, 아직까지 권고를 따르지 않은 전례는 없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박원순 셀카 공세에 수신차단”…협력사 여직원 ‘미투’

    “박원순 셀카 공세에 수신차단”…협력사 여직원 ‘미투’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사적인 사진들을 수시로 받았다는 40대 여성의 주장이 나왔다. 17일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서울시와 함께 행사를 진행했던 외부 사업체의 프로젝트 참여자 A씨는 박 전 시장과 명함을 주고받은 후 모바일메신저로 박 전 시장이 셀카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A씨는 “박 전 시장이 업무와 관련 없이, 집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비롯한 일상이 담긴 사진을 수시로 보내왔다”면서 “부담스럽고 불쾌했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휴대전화 수신을 차단했다”고 해당 매체에 털어놨다. 앞서 박 전 시장의 전직 비서 B씨는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 8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 측 변호사는 박 전 시장에 대해 “집무실 안 내실이나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나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해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이 9일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고소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B씨 측은 이후 쏟아진 2차 가해 행위에 대해 추가 고소장을 13일 제출한 상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막 오른 與 최고위원 경쟁…이재정·이원욱·한병도 등 출마

    막 오른 與 최고위원 경쟁…이재정·이원욱·한병도 등 출마

    더불어민주당 8·29 전당대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고위원 경쟁도 불이 붙고 있다. 이재정 의원이 17일 출마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잇따라 출마자가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재정 의원은 이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원을 대변하는 혁신과 개혁의 전사가 되어 우리 민주당 지도부가 편한 길을 택하지 않도록, 좋은 자리에 안주하지 않는데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의원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다른 후보들의 출마 선언도 이어질 예정이다. 최고위원 후보 등록은 오는 20~21일 이틀간이다. 이원욱 의원은 19일 오전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출마를 선언할 방침이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그 외에 소병훈 의원과 4선의 노웅래 의원, 신동근 의원도 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국토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선미 의원은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충청 지역에서는 김종민 의원, 호남에선 한병도·양향자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다. 원외에서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대표, 원내대표, 선출직 5명, 지명직 2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당규 66조의 ‘득표율 상위 5명 안에 여성이 없는 경우 득표율 5위 후보자 대신 여성 최고위원 후보자 가운데 득표율이 가장 높은 후보를 당선인으로 한다’는 규정 때문에 선출직 5명 가운데 1명은 무조건 여성으로 채워진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관악구-관악경찰서 합동 집합금지명령 위반 2곳 적발

    관악구-관악경찰서 합동 집합금지명령 위반 2곳 적발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와 합동으로 집합금지명령을 위반한 방문판매업체 2곳을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앞서 홍보관, 교육장 등 고위험 집합 내부시설을 보유한 방문판매업체에 대해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관악구에는 방문판매업체 등 고위험 집합 내부시설 보유업체가 21곳 있다. 구는 지난달 25일~26일, 집합금지명령 대상 18개 업체를 1차로 불시에 현장을 점검해 방역수칙 미이행 사항 중 경미한 위반 등 20건의 행정지도를 했다. 이어 지난 9일, 의심 정황이 있는 업체 3곳을 대상으로 관악경찰서와 합동으로 2차 불시 점검을 했다. 이중 집합금지명령을 위반한 업체 2곳을 적발했다. 적발된 업체는 현장 점검 당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노인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건강기능제품 설명회 등을 실시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악구 관계자는 “방문판매업, 다단계 등 집합 행위는 판매자뿐만 아니라 이용자 및 장소 제공자에게도 불이익 처분을 내릴 수 있다”며 “불법적 집합행위에 대한 시민 신고 정신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코로나19의 조용한 전파가 지속되는 상황인 만큼 다수가 모이는 방문판매 홍보관 또는 집합 행사 등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정의당 “미래통합당 기독인회 소속 의원들 차별금지법 반대 한심하다”

    정의당 “미래통합당 기독인회 소속 의원들 차별금지법 반대 한심하다”

    정의당이 차별금지법에 반대한 일부 미래통합당 의원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래통합당 기독인회 소속 의원들이 정의당이 당론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평등을 가장한 동성애 보호법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심한 이야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선임대변인은 “우리 헌법과 법률은 국가가 모든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평등을 가장한 동성애 보호법’이라니, 동성애자나 성소수자 국민은 보호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고 비판했다. 김 선임대변인은 “통합당 의원들의 주장은 동성애자나 성소수자가 일상생활에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아도 국가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라며 “성소수자는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통합당 기독인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의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평등을 가장한 동성애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반대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동성애자와 성 소수자는 선천적인 것이 아닌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성적만족행위에 불과하다”며 “에이즈 전파 등 사회적 병폐를 야기하는, 지양해야 할 가치이자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모임 소속 서정숙 의원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교육이나 고용에 불이익을 줘도 된다는 입장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그런 사례가 없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권명호 의원은 “자칫 교회에서 목사가 설교했을 때 벌금을 부과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근거가 생길 수 있다”며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기독인회 소속 40여명 의원들이 모두 이 입장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이채익 의원은 “단정적으로 확인은 안 했다”고 답했지만, 서정숙 의원은 “거의 다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김포, 마트 건물서 불…1억9000만원 피해

    김포, 마트 건물서 불…1억9000만원 피해

    17일 오전 0시 16분쯤 경기 김포시 감정동의 한 마트에서 불이 나 6시간 49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1050㎡ 규모의 2층짜리 건물과 내부에 있던 가전제품, 가구류, 주방용품 등이 모두 타 1억90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가 났다. 마트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시각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니 불꽃과 연기가 나고 있었다”는 인근 아파트 주민 신고를 받고 장비 38대와 대원 95명을 투입해 이날 오전 7시 5분쯤 불을 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마트 식품 코너 인근에서 처음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심심한 프리랜서 작가의 열심 “해마다 한 권… 나를 지킨 13년”

    심심한 프리랜서 작가의 열심 “해마다 한 권… 나를 지킨 13년”

    심심과 열심/김신회 지음/민음사/248쪽/1만 3000원 작가는 ‘나를 지키는 글쓰기’라 했다. 편집자는 ‘심심과 열심’이라 했다. 심리 상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심심해 보이지만, 실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얘기인가 보죠?” 13년 동안 13권, 캐릭터 에세이의 대표 주자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놀)를 쓴 김신회 작가의 신간 에세이 ‘심심과 열심’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에게 ‘매년 한 권’의 비결을 물었다. “글로 먹고살고 싶었어요. 회사원들한테 회사 맨날 왜 가냐고 묻지 않듯, 직업인으로서 글을 썼고요. 하고 싶은 얘기가 그때그때 있었고, 그 이야기를 엮으니까 한 권의 책이 됐고, 그런 식으로 13년을 이어 왔습니다.”‘심심과 열심’은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써 온 에세이스트의 얘기다. 어렵지 않아 거의 모두에게 가닿는 ‘김신회 에세이’의 이유가 다 들어 있다. 그의 ‘읽기 쉬운 글’은 10여년 방송작가 경험과 늘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소녀 김신회’에서 비롯됐다. “방송 일 할 때 ‘초등학교 6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어서, 웬만하면 쉽게 쓰려고 하는 습관이 있어요. 학창 시절부터 편지도 많이 쓰고, 글로 소통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요.” 프리랜서 노동자로서의 나를 지키는 법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적었다. 가령 매일 같은 시간 일어나 침실 옆 ‘작업방’으로 출근한 뒤 하루 5~6시간은 일한다. ‘사장(작가 자신)이 복지에 힘쓸수록 직원(역시 작가 자신)은 신나서 일한다’(98쪽)는 모토하에 스스로에게 보너스나 인센티브, 퇴직금을 지급한다.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대원칙은 ‘마감 지키기’다. 편집자와 약속한 마감 한 달 전을 자체적인 마감 시한으로 두고, 한 달간은 꼬박 글을 퇴고한다. 원고 마감이 어렵겠다 싶을 때는 최종 마감일 바로 다음날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표를 끊을 정도로 지독한 면(?)도 있다. 작가에게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이다. 물론 직업인이기에 대중의 요구도 의식하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한 게 먼저다. 글의 첫 문장보다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고 쓴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어려워요. 마무리는 지어야 할 것 같고, 글 안에 메시지가 있어야 할 거 같은 강박도 있죠. 제가 항상 검토하는 건 ‘이거 진심이야?’ 하는 거예요. 진짜 이 문장을 쓰고 싶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죠.” 최근에는 교훈이나 다짐 같은 ‘바른 소리’보다 글 한 편을 마무리하는 것 자체에 더욱 중점을 둔단다. 그는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에게 글은 쓸수록, 고칠수록 좋아지는 것이다. “남한테 글을 보여 주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에게도 글을 안 보여 주면 일기가 되는 거고, 보여 주면 에세이가 되는 거거든요.” 그게 어려워 보인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볍게 영화 감상이나 일기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자기 글을 쓰고픈 사람, 책을 내려는 사람에게 14년 전 맨땅에 헤딩하듯 글을 썼던 작가의 ‘생활 조언’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감귤 밭떼기 거래 표준계약서 사용하세요

    감귤 밭떼기 거래 표준계약서 사용하세요

    제주도는 올해산 노지감귤 포전(밭떼기)거래 시기를 앞두고 감귤 농가에 ‘포전거래 표준계약서’ 보급을 추진중이라고 16일 밝혔다. ‘농촌인력 고령화와 일손부족 등으로 전체 생산량의 40% 가량 포전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계약서’가 아닌 ‘구두’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감귤 품질 손상 등에 따른 일방적 계약 파기, 감귤 수확 지연 또는 포기 등으로 농가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는 유통인의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농산물(감귤) 포전매매 표준계약서를 작성, 거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포전매매 표준계약서에는 수확 예정일과 매매대금 지급 등 일반사항을 비롯해 특약사항, 계약 일반조건 등이 담긴다.표준계약서 작성 시 소비시장 유통 처리상황에 따른 감귤가격 하락으로 포전거래 대금 미지급, 기상여건에 따른 재해로 인한 감귤 품질 손상 등에 따른 일방적 계약 해제, 감귤 수확 지연 및 수확 포기 등 농가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도는 기대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감귤뿐 아니라 농산물 포전거래 시에는 반드시 표준계약서를 작성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수도권 제1순환도로 중동IC 부근서 화물차 불…인명피해 없어

    16일 오전 5시 45분쯤 경기 부천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중동IC 부근에서 일산 방향으로 달리던 11t 화물차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차량과 도로변 방음벽이 불에 탔으나 운전자는 대피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해당 구간 도로 일부 차로를 통제하고 진화와 현장 정리를 하고 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사설] 충격적인 연세대 ‘부모 찬스’ 비리, 엄중 처벌해야

    지난 14일 교육부가 발표한 연세대학교 종합감사 결과는 21세기 상아탑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다. A교수는 2017년 2학기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던 딸에게 자신이 강의하는 회계 관련 수업을 들으라고 한 뒤 딸에게 버젓이 A+ 학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A교수는 딸과 함께 사는 자택에서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정답지를 작성했다고 한다. B교수의 동료인 연세대 대학원 입학전형 평가위원 교수 6명은 주임교수와 사전 협의해 정량평가에서 9위였던 B교수 딸을 서류심사 5위로 끌어올려 구술시험 기회를 줬다. 추가하여 평가위원 교수들은 B교수 딸에게 구술시험 점수에 100점 만점을 주고, 서류 심사를 1, 2위로 통과한 지원자 2명의 구술시험 점수를 각각 47점, 63점으로 부당하게 평가했다. 결국 B교수 딸이 대학원 신입생으로 최종 합격했다. 교수들이 이처럼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면서 교단에 서서는 학생들한테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가르쳤음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자신의 자식에게 ‘부모 찬스’를 부여한 것은 결국 다른 학생들의 공정한 기회를 빼앗았다는 얘기다. 자신의 딸에게 A+를 준 만큼 다른 학생 누군가는 학점에서 불이익을 받았을 테고, 동료의 딸을 부당하게 합격시키느라 자격을 갖춘 학생은 대학원에 떨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어그러진 피해 학생들의 인생은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 이번 일은 단순한 일탈이나 편법이 아니라 엄연한 범죄행위다. 교육부는 이런 비리를 저지른 교수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해임, 파면, 정직 등의 중징계를 내리라고 연세대에 요구했다고 한다. 이들 교수는 영원히 교단에서 추방돼야 하며 준엄한 민형사상의 처벌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 이런 일이 연세대학교에서만 일어났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 교육부는 내년까지 사립대학 16곳에 대해 종합감사를 할 계획이다. 철저한 감사를 통해 교육자의 탈을 쓰고 공정한 기회를 박탈한 이들을 모두 찾아내 엄벌해야 한다.
  • 더워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더워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징게맹갱 외에밋들’이라 부른다. ‘김제 만경 너른 들’이란 뜻의 사투리다. 한자는 약간 다르지만 ‘광활’이란 보통명사가 전북 김제에선 같은 의미의 지명으로도 쓰인다. 얼마나 넓고 평탄한 땅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평선이 귀한 나라에서 막힘없이 열린 땅은 자체로 진귀한 볼거리다. 하늘과 땅이 만나는 그 어디쯤에선가 벼가 꼿꼿이 몸을 일으키고, 해바라기가 방긋 웃고, 백련은 살그머니 머리를 내민다. 시계추를 조금만 뒤로 돌려도 어느 논배미 하나 일제의 수탈과 탄식의 역사를 비껴가지 못했던 곳. 이제 그 땅 위로 평화와 풍요가 머문다.‘징게맹갱 외에밋들’이 만경강과 만나는 곳에 외줄기로 이어진 길이 있다. ‘새만금 바람길’이다. 만경강 둑방길, 서해를 지키던 초병들이 다니던 오솔길, 갈대숲을 지나는 갯벌길, 봉수대로 오르던 산길 등을 이어붙여 조성한 길이다. 만경강 하류의 진봉면 소재지에서 시작해 새만금 간척지와 만날 수 있는 심포리 거전 갯벌까지 10㎞ 정도 이어져 있다. 코스는 세 개로 나뉘었지만, 갈 길 바쁜 여행자들은 ‘새창이다리’에서 출발해 삼국시대 포구로 사용되던 전선포와 백제시대 창건된 망해사(望海寺)를 잇는 1코스 ‘과거의 길’을 걷는 게 보통이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많다. 만경강과 인접한 완주와 김제, 군산 등이 자전거 도로로 연결돼 있다. 다만 ‘새만금 바람길’ 구간만큼은 걷기 전용이다.●둑방길·오솔길·갯벌길·산길 이은 ‘새만금 바람길’ 들머리 구실을 하는 ‘새창이다리’의 옛 이름은 만경대교다. 군산 대야면과 김제 청하면을 잇는 콘크리트 다리로, 1933년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다. 조성 목적이야 자명하다. ‘징게맹갱 외에밋들’에서 수확한 쌀을 군산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다. 1988년 바로 위에 새 만경대교가 들어선 이후 인도교로만 쓰이고 있다. 새창이다리 약 4㎞ 아래엔 노을전망대가 있다. 해발 고도가 2m쯤 되려나. 겨우 둔덕이라 할 정도의 높이지만 사방이 툭 트여 전망대 노릇을 톡톡히 해낸다. 팔각정과 안도현 시인의 ‘만경강 노을’ 시비 등이 전망대 주변에 조성돼 있다. 저물녘에는 이름만큼이나 환상적인 노을이, 노을전망대에서 망해사까지는 갈대밭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망해사는 지평선의 끝자락, 그리고 막 수평선이 시작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400년 이상 살아온 팽나무 두 그루와 작고 소담한 경내 풍경이 인상적이다. 절집 위의 진봉산 꼭대기엔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징게맹갱 외에밋들’과 종착지에 다다른 만경강의 장쾌한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이맘때 청하산 아래 연밭에선 하소백련이 절정을 이룬다. 하소는 새우(蝦) 모양의 늪(沼)이다. 이름을 풀자면 ‘새우 모양의 늪에 핀 하얀 연꽃’이란 뜻이다. 늪이 깃든 산의 이름도, 이 일대의 행정명도 청하, 푸른(靑) 새우(蝦)다. 이름치고는 퍽 독특하다. 벽골제는 김제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달달 외웠던 삼한시대 3대 수리시설 중 하나다. 약 1700년 전인 백제 비류왕(330) 때 ‘징게맹갱 외에밋들’에 물을 대기 위해 조성됐다. 당시만 해도 최첨단 농수공급시스템이었던 벽골제는 둘레가 44㎞에 달할 만큼 거대한 규모였다고 한다. 현재는 4㎞ 정도의 둑과 비석 등이 남아 있다. 벽골제 관광지 안에 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들이 조성돼 있다. 차분히 돌아보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밤의 벽골제도 독특하다. 쌍용 조형물 등 여러 시설물에 경관조명이 켜지면서 빛의 정원으로 변한다.●지평선 끝·수평선 시작의 절경 간직한 망해사 김제 동남쪽의 모악산 일대는 어딘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흐르는 곳이다. 그 발치에 불교, 기독교를 비롯해 증산도 등 토착신앙의 성지들이 매달려 있다. 먼저 모악산 바로 아래 있는 대찰 금산사부터. 통일신라 때 창건돼 미륵신앙의 성지로 추앙받는 사찰이다. 절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미륵전(국보 62호)이다. 겉모양은 3층, 내부는 통층인 건물이다. 충남 부여 무량사의 극락전도 통층 구조지만 미륵전보다 한 층 낮다. 미륵전 안에는 높이 11.82m의 미륵불, 8.79m의 협시불 등 거대한 미륵삼존입불이 모셔져 있다. 미륵불 아래에는 거대한 철 좌대가 있다. 만지면 소원을 이뤄 준다는 영험한 좌대다. 현재는 출입이 금지됐지만, 사찰 측에서 일반에 공개할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한다. 미륵전에는 층마다 미륵불의 세계를 나타내는 전각명이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다. 1층은 대자 보전(大慈寶殿), 2층은 용화지회(龍華之會), 3층은 미륵전(彌勒殿) 등이다. 미륵전 주변은 문화재의 보고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만나는 불전, 석탑, 석등, 방등계단 등이 모두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라고 보면 틀림없다. 본전인 대적광전도 웅장하다. 서울 종묘처럼 단층 구조이면서 옆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개창 시기 이 절집의 위세를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이다. 한때 보물(476호)이었으나 1986년 화재로 전소되면서 안타깝게도 지위를 잃었다. ●문화재의 보고 금산사… 남녀평등의 금산교회 금산사에서 조금 내려오면 금산교회다. 익산의 두동교회와 함께 ‘남녀칠세부동석’의 ‘ㄱ’ 자 건물로 유명한 곳이다. 금산교회에선 유교적 제약이 엄연했던 일제강점기에도 여자와 남자가 함께 예배를 봤다. 비록 출입문이 나뉘었고, 천장 대들보의 상량문도 여자 쪽 언문(한글)과 남자 쪽 한문으로 다르지만, 평등한 공간을 지향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머슴이 목사가 되고 상전이었던 지주가 그를 받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도 전해 온다. 더 아래 금평저수지 오른쪽엔 ‘동곡약방’이 있다.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이 1908년 약방을 차리고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환자를 돌봤다는 곳이다. 이 일대 농가들이 동곡서원, 황극후비소 등 증산도 관련 건물로 바뀌는 등 성지화되고 있다. 금평저수지 맞은편엔 증산법종교 본부 영대와 삼청전이 있다. 등록문화재(185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증산법종교는 강증산의 외동딸 강순임이 창건한 증산도의 한 교파다. 영대는 강일순 부부의 무덤을 봉안한 묘각, 삼청전은 증산미륵불을 봉안한 건물이다. 글 사진 김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평선장바지락죽은 바지락죽 전문점이다. 회무침과 전 등 바지락 요리를 주로 낸다. 김제 시내에 있다. 수미원우렁쌈밥은 이름처럼 쌈밥만 내는 집이다. 곁들여 나오는 제육볶음 등은 특이할 게 없지만, 김제 쌀로 지은 밥과 싱싱한 채소를 맛보려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 만경읍에 있다. 미즈노씨네 트리하우스는 만경읍 시골마을에 터를 잡은 카페다. 마을 당산목 위에 지은 트리하우스를 보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벽골제 경관조명은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오후 5시부터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벽골제농경문화관 등 벽골제 관광지 안의 실내 시설은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 직장인 72% “괴롭힘 금지 1년, 달라진 거 없다”

    직장인 72% “괴롭힘 금지 1년, 달라진 거 없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시행 1년을 맞았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별다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괴롭힘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평가가 늘면서 제도의 실효성 제고 대책이 필요해졌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제도 1주년 토론회에서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지식융합학부 교수가 공개한 직장인 1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관련해 ‘변화 없다’는 응답이 71.8%를 차지했다. 괴롭힘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19.8%, 증가했다는 답변은 8.4%였다. 이 같은 결과는 직장갑질119가 최근 법 시행 1년 변화에 대한 직장인(1000명) 설문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이 53.5%로 감소하지 않았다(46.5%)보다 높았다. 감소했다는 평가는 남자(58.9%), 50대(63.4%), 상위관리자(75.9%), 임금 500만원 이상(65.2%)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한 개정 근로기준법은 지난해 7월 16일 시행됐지만 직접적인 처벌 규정 대신 사업장별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징계 등의 내용을 담도록 의무화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해자 처벌 규정 도입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신고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지만 불이익을 우려해 적극적인 피해 신고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괴롭힘 요건에 지속성과 반복성, 괴롭힘 의사 등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가해 행위가 확인돼 조치가 이뤄진 후에도 반복되면 형사처벌 등 적절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집무실·車에서 몰래 ‘비서 성추행’… 사장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집무실·車에서 몰래 ‘비서 성추행’… 사장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위계관계 불리한 피해자 사정 고려 않고 합의금 지급·범죄 전력 따져 형 낮춰져“경제력 우위 피고보다 죄질에 무게 둬야”A씨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집무실에서 비서로 일한 피해자에게 “네가 안아 줘야 퇴근할 수 있다”, “난 너 없으면 못 살아”라고 말하면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위력을 행사한 일도 고의로 추행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재판부는 “피해자가 장기간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서도 A씨가 고령이고 동종 전과가 없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이 다시 불거졌다. 이를 계기로 비서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들을 살펴본 결과 가해자 대부분이 벌금형 또는 집행유예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은 15일 법원 홈페이지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최근 2년(2018년 7월 13일~2020년 7월 13일) 동안 선고가 확정된 사건 판결문 중 ‘비서’와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동시에 들어간 판결문 10건을 분석했다. 이 중 8건이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건은 벌금형에 그쳤다. 판결문 속 주된 범행 장소는 가해자의 집무실과 승용차, 식당 등이었다. 박 전 시장 사건처럼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음란한 사진을 전송한 사례도 있었다. 주식회사 사장인 B씨는 지난해 1~2월 비서에게 다수의 음란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고, 승용차에서 조수석에 앉은 비서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의 범행이 반복되면서 피해자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고 경제적 피해도 뒤따랐다. 하지만 법원은 B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추행의 정도가 크게 중하지 않고,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것이 양형 사유로 고려됐다. 이은의(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원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지급한 점을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기도 하는데, 피해자가 직장을 잃는 등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일수록 어쩔 수 없이 합의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면서 “경제력이 있는 피고인의 합의금 지급 사실보다 그의 죄질에 더 무게를 두고 형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회장인 C씨는 2014년 9월~2016년 3월 비서를 16회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확정됐다. 그런데 과거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C씨와 함께 식당에 간 일과 C씨에게 선물을 준 일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가 피고인의 신체 접촉에 동의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인사상 불이익과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피해자가 인사고과를 좌우하는 가해자의 범행에 즉각 대처하거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게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특성”이라며 “위계 서열화된 조직 속에서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일을 법원이 가해자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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