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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경의 유레카] 즐거운 몰입과 중독의 불안정한 경계

    [이은경의 유레카] 즐거운 몰입과 중독의 불안정한 경계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 25일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새로 포함된 ‘게임중독’이 가장 큰 관심을 끌었다. 당장 질병 관리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는 실태 조사, 진단 기준 마련 등 대응책을 내놓았다. 반면 게임산업을 키워야 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업계, 의료계, 교육계, 학부모 등의 의견도 분분하다. 게임은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게임이용 장애’가 새로운 질병 코드다. 게임 이용 장애는 게임 이용을 통제할 수 없고, 모든 생활에서 게임이 우선이며, 문제가 생겼는데도 게임을 계속 또는 더 많이 하는 상태를 말한다. 온·오프라인의 디지털, 비디오 게임 모두에 해당된다. ICD11은 이 중 하나라도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진단받을 것을 권고한다. 우리는 다른 행동들에서도 이런 상태를 행동장애 또는 쉽게 중독이라 부른다. 도박으로 파산하거나, 강박적인 성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종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하거나, 쓰지도 않을 물건을 끝없이 쇼핑하는 경우가 있다. 이 중 도박은 오래전에, 게임과 강박적인 성 충동은 이번에 ICD에 포함됐으나 SNS와 쇼핑은 포함되지 않았다. 어딘가 몰두하는 것이 질병으로서 행동장애인지, 그냥 특이한 습관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의학에서도 항상 분명하지는 않다. 그래서 WHO도 논쟁의 여지를 인정한다. 왜 모바일 인터넷이나 SNS에 심하게 빠지는 것은 괜찮고 게임에 심하게 빠지면 질병이라고 판단했을까. 기술 사용 경험이 하나의 힌트다. 비디오 게임이나 디지털 게임 사용 경험은 모바일 인터넷, SNS에 비해 더 길고 다양하다. 따라서 관련 행동장애 문제에 대한 조사, 연구가 더 많았고 이것이 질병 코드 판단의 근거로 활용됐던 것이다. 이런 식이면 다음 ICD 개정에서는 인터넷 중독, 스크린 중독이 행동장애 코드에 포함될 수도 있다. 이미 테크(기술) 중독이란 용어가 정보통신기술(ICT) 수용 분석에서 사용되고 있다.ICD 개정에도 불구하고 당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질병 코드가 있다고 치료를 강제하지는 못한다. 게임을 도박이나 마약처럼 법으로 규제하기도 어렵다. 규제가 필요 없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는 이미 삶의 일부다. 일하고 공부하는 시간은 물론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우리는 항상 접속 상태이다. 따라서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이더라도 도박처럼 법으로 게임 이용을 금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결국 행동 중독, 특히 ICT 이용 행동의 중독에 대한 대응은 길게 보고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도박성, 폭력성, 선정성이 적은 게임을 개발하고 그에 더해 게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정신없이 책만 읽는 사람을 우리는 ‘독서왕’, ‘탐서가’라고 하지 중독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왜 게임은 중독인가. 이와 함께 게임 이용 행태에 대한 조사 연구, 정보 제공, 여론 형성, 토론의 기회를 주고 피해 상황이 생기면 편견 없이 곧바로 치료받도록 도와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즐거운 몰입과 중독의 경계에서 즐거운 몰입 방식으로 게임, 또는 미래 ICT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실습생이라 다들 모른 척”… 가슴에 자식 묻은 부모들 장애 위험

    “실습생이라 다들 모른 척”… 가슴에 자식 묻은 부모들 장애 위험

    고된 노동·괴롭힘에 목숨 끊은 자녀들 부모 탓만 하는 사회 인식에 정서 장애‘동준이 엄마’ 강석경(50)씨는 5년 만에 충북 청주에 왔다. 청주는 대전 집에서 아들의 회사가 있었던 충북 진천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아들의 사망신고서를 뗄 때도 이곳을 지나야 했고, 산업재해라는 걸 인정해 달라며 서류를 냈던 근로복지공단도 여기 있다. 마이스터고 3학년이던 아들 김동준군은 2013년 11월 햄 등 육가공식품을 만드는 CJ 진천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이듬해 1월 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씨가 다시는 오기 싫었던 청주를 지난달 30일 찾은 건 아들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이날 강씨를 비롯한 현장실습 유가족모임 가족들은 직업계고 교사 등 20여명과 함께 현장실습 때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학교의 역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강씨는 고강도 노동과 일터 괴롭힘을 아들이 죽은 이유로 꼽았다. 동준이는 세상을 떠나기 나흘 전 회식을 하다 입사 동기에게 폭행당했다. 강씨는 “회사 선배가 신입들이 일을 못한다며 신입 중 대표 역할을 하던 아이를 때렸고, 그 아이가 다시 동준이를 폭행했다”며 “회식자리에서 주차장으로 불러내서 얼차려 시키고 뺨을 때렸던 장면이 주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엄마는 진실을 찾기 위해 장례를 미루고 경찰서, 회사, 학교를 찾아 헤맸다. 강씨는 “눈이 많이 내리던 날, 동준이 아빠가 ‘동준이 추운데 두지 말고 얼른 데리고 가자. 그리고 우리도 (하늘나라로) 가자’고 했다”며 울먹였다. 때린 사람도 있고, 모른 척한 회사도 있고, 동준이가 도움을 청한 학교 선생님까지 있는데, 왜 죽은 아이와 못난 부모의 잘못으로만 몰아가는지 너무 억울했다. 강씨는 당시로선 불가능해 보이는 산재를 신청했다. 그리고 1년간의 싸움 끝에 산재는 승인됐다. 현장실습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 중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현장실습생들의 죽음은 이어졌다. 지난 1월 유족 4명이 모여 만든 현장실습 피해자 유가족모임은 광주, 대구, 청주, 부산 등에서 특성화고 학생과 선생님을 만나고 있다. 자신의 자녀처럼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하다 목숨을 잃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같은 고통을 겪은 이들이 모이는 건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의 아들·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현장실습의 문제점을 교사 및 학생들과 공유한다. 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씨의 어머니와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아버지 등과 ‘산업재해 피해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을 결성해 산재 발생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운동도 하고 있다. 앳된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은 평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서울신문이 특성화고 유가족모임에 참여한 부모 3명을 대상으로 심리진단을 해 보니 모두 극심한 불안을 드러내고, 심한 우울감을 호소했다. 분석에는 세월호 참사 직후 단원고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돌봤던 김은지 정신과 전문의와 유다솜 임상심리사가 도움을 줬다. 불안 척도 검사에서 동준이 엄마는 57점, 2015년 프랜차이즈 뷔페식당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균이의 아빠 김용만(58)씨는 47점, 2017년 제주도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기계에 깔려 숨진 민호 아빠 이상영(56)씨는 51점이 나왔다. 22~26점은 불안한 상태, 27~31점은 심한 불안 상태, 32점 이상은 극심한 불안 상태를 의미한다. 우울 척도는 14~19점이 가벼운 우울 상태, 20~28점은 중한 우울 상태, 29~63점은 심한 우울 상태다. 각각 45점, 31점, 30점으로 모두 심한 우울 상태에 해당했다. 이들은 모두 트라우마 장애 위험에도 빠져 있었다. 동균이 아빠 김용만씨는 “가족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을 같은 아픔을 겪은 유가족들에게는 할 수 있다”면서 “유가족모임에 속한 이들과 더이상 이런 아픔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이 남은 삶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청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빈곤이라는 기생충 무관심을 먹고 큰다

    빈곤이라는 기생충 무관심을 먹고 큰다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조문영 지음/21세기북스/324쪽/1만9000원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 가족이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보다 보면 마치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상황은 웃긴데 웃을 수 없는 이유이고, 그게 바로 영화의 묘미일 터다.신간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는 너무 멀거나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가난을 학생들 관점에서 다룬다.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빈곤의 인류학’ 수업에서 진행한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조 교수의 수업은 애초 ‘글로벌 빈곤’과 ‘청년 빈곤’에 맞춰졌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가난에 관한 관심이 대개 두 종류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그 이유에 관해 “지금 청년 세대가 대한민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을 당당히 선포한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며, “21세기 저성장 한국 사회에서의 청년들 처지의 비참함에 관한 불안감” 탓이라 여겼다. 조 교수는 지난해 가을 수업 방향을 틀었다. 학생 40명을 10개 팀으로 나눠 반(反)빈곤 활동가 10명을 인터뷰하게 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논골신용협동조합 유영우, 난곡사랑의집 배지용, 관악사회복지 은빛사랑방 김순복,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선동수, 홈리스행동 이동현, 노들장애인야학 한명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최인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공기 활동가다. 학생들이 만난 활동가들은 한국사회 가난의 현장에서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고, 문제는 무엇인지, 가난을 없애려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한다. 예컨대 10년 전 용산참사 진압과정에서 시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지만, 결국 그 자리엔 개발의 풍경만 남았다. 이원호 활동가는 “개발에 묶인 땅은 ‘투자’의 대상으로 거듭나며 몸값을 올리지만, 그곳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은 쌓여 있던 먼지처럼 청소돼 버린다”고 했다. 유영우 활동가는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인식을 지적한다. “가난한 건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배웠고, 어렸을 때부터 경쟁하라고 배운다.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는 ‘가난’은 스스로의 문제인데, 철거싸움을 시작하고 오히려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가난을 대하는 정부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배지용 활동가는 “쪽방촌에 정부나 기업, 종교단체 등이 주민들한테 뭔가를 나눠주는데, 그러다 보면 받는 것에 길들여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당연한 권리처럼 느끼면서 가난의 비인간화, 대상화가 진행된다. 반대로 정부가 부양의무제를 통해 가난을 가족에게 짐을 지우거나, 통제를 쉽게 하고자 시설에 가둬두는 문제도 짚어낸다. 장애인과 빈민단체들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을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3대 적폐’로 설정하고 5년 넘게 맞선 이유다. 이들의 인터뷰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가난에 관심을 두고 도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마을에서 발생한 고독사를 계기로 시작한 은빛사랑방의 ‘서로돌봄 짝꿍마을 사업’은 좋은 사례다. 주민들 몇 명씩을 짝궁으로 묶은 이 활동은 주민 스스로 이웃의 소식이 뜸하면 찾아가 확인하며 연대를 키운다. 책은 반빈곤 활동가의 현장 리포트이자, 그동안 한국사회의 가난을 외면했던 학생들 이야기도 담아냈다. 학생들은 인터뷰 후 감상문을 통해 가난에 관한 자신들의 관점을 다시 생각했다. 제도 교육을 거부하고 고교 때 노점상을 위한 활동가로 나선, 자신들과 비슷한 연배의 공기 활동가를 만난 학생들 인터뷰 후기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공기 활동가는 본인의 자리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며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나는? 조용히 나의 존재를 지워가며 눈에 보이지 않게 그렇게 환경에 녹아들고자 했다.” 책 제목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책은 가난한 이들, 그리고 그들을 돕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난을 외면했기 때문에 결국 가난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불편했던 이유는 아마 그래서였을 터다. 영화를 보고 ‘나는 기택 가족만큼 가난하지 않다’는 안도감으로 극장을 나서지 않았던가. 그 안도감은 결국 외면의 다른 모습은 아니었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우리 아이 게임만 하는데”… 중독 예방, 통제보다 관심 먼저

    “우리 아이 게임만 하는데”… 중독 예방, 통제보다 관심 먼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마약·알코올·담배 중독처럼 치료받아야 할 ‘중독’으로 규정하면서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판단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과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게임 중독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있으니 정확한 진단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일부에선 “게임 중독이 질병이면 프로게이머는 중증 환자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볼멘소리를 낸다.게임 중독 질병코드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게임 자체를 두고 좋으냐 혹은 나쁘냐는 식의 가치 판단을 하기보다는 사용자 개인의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게임은 학업 부담에 억눌린 학생과 일상에 찌든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 만성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바깥세상과 연결해 주는 일종의 ‘탈출구’ 역할도 한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아쉬움에 마지막까지 도전하게 만드는 마력도 있다. 분명 게임은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게임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병적으로 빠져드는 순간 양날의 검이 돼 일상생활을 파괴한다. 게임 중독을 판단하는 기준은 게임에 소비하는 절대적 시간이 아니라, 몇 시간을 하든 그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느냐의 여부다. 같은 게임을 해도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자 재미 삼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중독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도 다수다. 게임을 무조건 몰아내야 할 ‘사회악’으로 규정해 게이머들을 중독자로 몰아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 치료받아야 할 게임 중독자 문제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WHO도 게임 제어 능력을 기준으로 게임 중독 기준을 제시한다. 학업이나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을 알면서도 게임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해 스스로 게임 시간·횟수를 통제할 수 없을 때, 게임 때문에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을 받음에도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 통상 게임 중독으로 진단한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9일 “실제로 게임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를 보면 자녀가 나흘 이상 PC방에서 자지도, 먹지도 않고 게임을 해 부모가 경찰을 불러 응급실로 데려오거나, 결혼을 하고서도 밤을 새워 게임만 하다가 결국 이혼까지 하는 등 극단적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중요한 취업 면접을 두 시간쯤 남겨 두고 면접장에 일찍 도착해 PC방에서 잠시 게임을 하고 돌아왔다면 중독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면접 준비가 덜 된 상태임에도 충동을 못 이겨 게임을 하느라 면접 기회를 날렸다면 병적으로 몰입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게임을 즐긴 것이지만, 후자는 게임이 자신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를 통제하지 못해 일상생활을 파괴한 것이다. 게다가 이런 현상이 3~4개월쯤 반복된다고 해서 게임 중독으로 판단하진 않는다. 12개월 이상 장기간 이어질 때만 중독으로 진단한다.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다. 프로게이머처럼 게임을 업으로 삼는 직업군은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이영식 교수 등이 쓴 책 ‘우리 아이가 하루종일 인터넷만 해요’에 따르면 뇌영상 연구에서도 게임 중독자와 프로게이머는 차이를 보인다. 게임에 중독된 이들은 게임을 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자꾸 반복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은 같은 실수를 줄이는 비율이 현저하게 높고 일반인보다도 뛰어나다. 뇌 영상에서도 프로게이머들은 다중처리능력과 관계 있는 전두엽 부위가 두껍지만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은 즐거움이나 쾌락과 관련 있는 기저핵 부위가 두꺼워져 있다. 게임에 중독되면 알코올 중독 등 물질중독과 비슷하게 뇌 기능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게임을 할 때는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게임에 과몰입해 너무 많이 분비되면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몰두하면 뇌의 성장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이미 고등학생 정도면 몸은 다 성숙하지만, 뇌 기능은 만 20~21세가 돼야 성숙한다. 이 중에서도 전두엽이 가장 늦게 성장한다. 노 교수는 “청소년기 게임 중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뇌가 온전히 성장하기 전에 도파민이 과다 분비돼 자제력과 감정조절을 관장하는 전두엽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성인이 돼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중독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 중독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 병원을 찾아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유병 기간이 늘수록 완치가 쉽지 않다. 게임 중독을 치료할 때는 정도에 따라 약물치료나 행위교정치료를 병행한다. 노 교수는 “게임 중독 증세로 잠을 자지 못하거나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면 약물치료를 하며 스스로 조절할 기회를 준다”며 “먼저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횟수와 시간을 정해 게임을 하게 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아예 접근을 막는 방향으로 목표를 잡고 치료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질병코드 도입 뒤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 중독을 예방하려면 부모가 관심을 갖고 쏟고 자녀를 관리해야 한다. 이영식 교수는 “게임 중독은 부모의 무관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며 “게임하는 것을 무조건 통제하려고 해선 안 된다. 아이가 하는 게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함께 대화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이 2011년 청소년 중독자 255명을 포함해 서울시 중·고등학생 2188명을 조사한 결과 부모와 불안정한 애착 관계가 형성된 청소년이나 충동성·주의력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일수록 물질(알코올·담배)중독이나 인터넷 중독에 빠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인터넷 중독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흡연과 음주를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중독 장애를 가졌을 때 게임 중독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불안정한 애착은 양육자가 자신이 기분 나쁠 때는 사소한 일로 아이를 야단치고, 반대로 기분이 좋을 때 아이에게 지나친 애정표현을 해 아이가 양육자를 ‘종잡을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대상’으로 인식할 때 형성된다. 이 교수는 “자녀와 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를 활용해 인터넷이나 게임 없이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시간을 정해 게임하게 하고 30분에 한 번씩은 쉬도록 지도하며 아이가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공격적인 게임을 하진 않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아직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1인칭 슈터 게임과 같은 공격적 게임을 즐겨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눠 조사했더니 공격적 게임을 즐기는 사람일수록 폭력적인 것에 무뎌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행안부·식약처, 오송서 ‘혁신성장 이어달리기’

    행안부·식약처, 오송서 ‘혁신성장 이어달리기’

    정부혁신을 확산하고자 현장에서 혁신 우수사례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고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행정안전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충북 오송 C&V센터에서 ‘제2회 혁신현장 이어달리기’ 행사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정부 혁신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자는 취지다. 지난 4월 말 해양수산부를 시작으로 이번이 두 번째다. 혁신 우수사례 추진 과정의 장애와 성공 요인에 대해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공직 내 지속적인 혁신 분위기를 조성한다. 식약처는 식품·의약품 안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국민 불안을 해소한 사례인 ‘국민청원 안전검사제’의 추진 과정상 고민과 성공 요인을 공유한다. 발표에 앞서 식약처 직원들이 참여한 인트로 드라마인 ‘국민소통혁신 비상대책위원회’도 선보인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혁신은 다양한 시도와 끊임없는 도전을 필요로 하는 인고의 과정”이라며 “혁신현장 이어달리기 행사를 통해 혁신 분위기가 중앙행정기관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까지 계속 확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이정인 서울시의원, 석암재단 비리 투쟁 10주년과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조례 제정 촉구 집회 참석

    이정인 서울시의원, 석암재단 비리 투쟁 10주년과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조례 제정 촉구 집회 참석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정인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파5)은 지난 4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석암재단 비리 투쟁 10주년과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당사자 및 그 가족들을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의원은 “모든 나라의 장애의 역사에는 투쟁의 현장이 항상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투쟁의 역사로만 점철돼 온 것이 안타깝다.”라며 “그동안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와 인권, 권리투쟁, 차별철폐를 위해 애써주신 당사자 여러분과 그 가족들께 감사하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최근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이며, 장애인거주시설폐쇄 역시 우리가 희망하는 목표이지만, 장애인 가족을 중심으로 시설폐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라며 “이러한 우려가 클수록 현재 장애인복지정책에 대한 부족과 불만족 그리고 모든 돌봄이 개인에게 떠맡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불안에 대한 역설적 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이라 비판하고 “촘촘한 복지정책을 완성하여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의원은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장애인 복지와 차별철폐를 위해 싸워나가는데, 여전히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라며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서울시의회에서도 여러 의원들과 더불어 여러분과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너무 재주가 많은 얇은 껍질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너무 재주가 많은 얇은 껍질

    유전적 장애 중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것이 있다. 점액 분비선의 이상으로 기도와 기관지 폐색을 일으키는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기계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기가 주입돼 부피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조끼를 20분 정도 입고 있어야 한다. 이 기계가 주변에 없다면 엎드리도록 한 다음 등을 두드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폐 안에 있는 걸쭉한 점액이 풀어지고 몸을 앞으로 크게 숙이면 입 밖으로 점액을 내뱉을 수 있어 꽤 오랫동안 폐에 이상이 없게 느껴진다.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유전적 장애는 7번 염색체에 위치하는 ‘CFTR’이라는 유전자에 생긴 변이가 원인이다. 이 변이 유전자는 열성이어서 양친 모두로부터 이 유전자들을 물려받아야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원인 유전자 하나만 보유해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인자라고 하는데 양친이 보인자인 경우에 태어나는 아이는 4명 중 1명꼴로 낭포성 섬유증 장애가 발생한다. CFTR 유전자는 세포막에서 염소 이온의 수송을 담당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정상적인 염소 이온의 수송이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염류의 균형이 깨지고 폐 점액의 점성이 높아진다. 낭포성 섬유증을 앓는 사람의 땀은 매우 짜고 점액에 점성이 높아 세균 감염이 잘 일어나게 되면서 폐 기능이 손상되기 쉽다. 음식물을 분해하고 흡수하는 췌장 소화 효소의 분비가 방해돼 영양분 흡수가 잘 안 되고 장폐색이 일어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 장애를 지닌 아이들은 5살을 넘기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여러 항생제가 개발되어 40대 초반까지 비교적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전히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이나 방법은 없다. 최근에는 바이러스를 변형시켜 정상 유전자를 몸에 주입하려는 유전자 치료법 등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중이다. 낭포성 섬유증은 세포막 단백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얇디얇은 세포막 단백질은 의외로 많은 일을 한다. 대중 앞에 서면 특히 심하게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심장 세포막 단백질에 아드레날린이 결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아드레날린 결합을 억제하는 베타 차단제를 복용하면 증세는 크게 호전된다. 면역 세포에서도 마찬가지로 세포막 단백질은 중요한 작용을 한다. 간이나 피부 등을 이식할 때 면역 세포의 세포막 단백질은 외부 분자를 인식하여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 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인 HIV는 혈액이나 체액에 있는 일종의 백혈구 세포막의 특정 단백질과 직접 결합하지 않으면 전염되지 않는다. HIV 보균자와 악수나 포옹을 하거나 술잔을 돌려도 전염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이다. 전체 세포 두께의 100분의1에서 1000분의1 정도밖에 안 되는 세포막이 이렇듯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 요즘 언론 매체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모두 이 사회에서 꽤나 비중이 큰 사람들이다. 이들이 잘하고 있다는 소식은 거의 들어보지 못해 과연 세상이 어떻게 될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 주변에 미약한 비중을 차지하는 민초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세포막 단백질처럼 각자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덕분에 이 세상이 그나마 유지되는 것 같기도 하다.
  • 면담·관찰·뇌 검사까지… ‘가짜’ 심신장애, 한 달이면 들통난다

    면담·관찰·뇌 검사까지… ‘가짜’ 심신장애, 한 달이면 들통난다

    검사 병동에선 치료 아닌 감정에 초점 약물투여 최소화… 위험상황 발생 많아 ‘PC방 살인’ 김성수·이영학도 정신감정 일반병동엔 심신장애 판정 피고인 수용 확정 판결 후 치료 받아 상대적으로 안정 배구대회·제빵 등 직업훈련 프로그램도‘서OO, 5월 3일, 주치의 OOO.’ 지난달 3일 충남 공주치료감호소 검사병동. 간호사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흰색 칠판에는 정신감정 유치자 31명의 이름과 입소 일자, 담당 주치의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공주치료감호소는 수사와 1~2심 재판 과정에 있는 피의자 및 피고인의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병동과 확정 판결을 받은 심신장애 범죄자 등을 치료하고 수용하는 일반병동으로 나뉜다. 검사병동 칠판에 적힌 유치자 명단을 살펴보니 불구속 상태인 유치자 옆에는 빨간색 표시가, 뇌전증(간질)을 앓는 유치자 옆에는 ‘간질’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날 입소한 서모(58)씨의 이름도 있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서씨는 지난 4월 친누나를 살해한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위층 할머니를 살해한 뒤 “내 머리에 할머니가 들어와 고통스럽다”고 횡설수설한 10대 남성도 전날 들어왔다. 2017년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지난해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의 범인 김성수도 이곳을 다녀갔다. 김성수가 와 있을 당시에는 심신장애 감경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절정에 달하면서 감정 인원(63명)도 크게 늘었다.이곳에서의 한 달은 유치자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정신감정 결과, 심신상실 판정이 내려지고 법관이 이를 받아들이면 무죄가 선고된다. 사물분별능력 또는 의사결정능력이 미약하다는 판단(심신미약)이 내려져도 형을 감경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정신감정 결과가 재판 과정에서 심신장애 여부를 다툴 때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감정의와 유치자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의사는 속지 않으려 하고, 유치자는 가급적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 내려 한다. 정신감정에서는 주치의의 면담과 행동 관찰이 주를 이루지만, 다른 검사도 실시된다. 신경매독, 염색체 이상 등으로 뇌에 문제가 생겨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치료가 아닌 정확한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약물 투여는 최소한에 그친다. 그러다 보니 자제를 못하고 말썽을 피우는 유치자들도 있다. 위험 상황이 발생해 비상벨이 울리는 횟수도 한 달에 6~7건에 이른다. 난동을 피우면 일단 ‘독방’으로 불리는 보호실로 격리된다. 이날 굳게 닫힌 철문 너머로 한 유치자는 복도에서 원형을 그리며 뱅뱅 돌기만 했다. 또 다른 유치자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옆에 있던 유치자 얼굴에 주먹을 갖다 대는 시늉을 했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유치자들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치료감호소 관계자는 “자살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라면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은 신경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검사병동과 한 건물에 있는 일반병동에는 ‘심신장애 판정’(1호 처분)을 받은 환자들이 수용돼 있다. 확정 판결을 받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라 상대적으로 안정돼 보였다. 운동장에서는 배구 대회가 진행 중이었다. 9명씩 한 팀을 이뤘는데 부상이 염려될 정도로 치열했다. 병동마다 천막에 ‘아자아자~용기 백배’ 등 응원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도 걸어 놓았다. 우승팀에 주어질 트로피도 준비돼 있었다. 배구 대회 때문에 1호 환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인 제과·제빵 실습실은 텅 비어 있었다. 실습실에서 만난 강사는 “해마다 20여명이 자격증을 취득한다”며 뿌듯해했다. 필기시험 합격률은 30~40%에 그치지만, 실기시험 합격률은 80%에 달한다고 한다. 외부로 나가 실기시험을 치를 수 없다 보니 이곳에서 ‘홈그라운드 이점’을 톡톡히 활용하는 셈이다. 영치금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봉투 작업이 인기다. 쇼핑백을 만드는 일인데, 1시간에 400원을 번다. 구멍을 뚫고 핀을 박는 ‘난도’가 높은 작업은 시간당 1100원. 기술이 요구돼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한다. 1호 환자를 돌보는 직원들에게도 애환은 있다. 특히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환자를 대하는 게 쉽지 않다. 직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약을 바꿨다고 경찰에 고소한 환자도 있다. 그래도 직원들은 퇴원한 환자로부터 “고마웠다”는 전화를 받으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공주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보이스3’ 이용우, 가면 벗은 살인마 ‘예측 불가한 전개’

    ‘보이스3’ 이용우, 가면 벗은 살인마 ‘예측 불가한 전개’

    ‘보이스3’ 이진욱이 마음속에 가득 찬 살의를 고백했고 이용우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내며 새로운 파란을 예고했다. 지난 1일 방송된 OCN 새 토일 오리지널 ‘보이스3’(극본 마진원, 연출 남기훈, 제작 키이스트) 7회에서 도강우(이진욱)는 송장벌레(이민웅)를 향한 살의를 드러냈고, 나홍수(유승목) 계장이 이를 목격하고 말았다. 나홍수는 혼란 그 자체였지만, 도강우는 “송장 놈 겁줘야 말할 놈인 거 알잖아. 괜히 오버하지 마”라고 무마했다. 그저 함정일까 봐 혼자 수사했다는 것. 또다시 거짓을 말하고 혼자임을 선택한 그가 향한 곳은 성당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람을 죽이고 싶은 욕망에 미칠 것 같다”며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속마음을 고백했다. 반면, 나홍수 계장이 나타난 틈을 타 도강우로부터 도주한 송장벌레. 하지만 그 자유는 오래가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또 한 사람, 가면을 쓴 자에게 납치당했기 때문. 그는 송장벌레를 결박한 채 망설임 없이 살해했다. 그런데 현장에는 가면을 쓴 사람이 두 명이었고, 이중 한 사람이 마침내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냈다. 금발 머리에 한쪽 눈에 긴 흉터를 가진 이 남자(이용우)가 그동안 무수한 의문을 자아냈던 ‘와이어슌’인 걸까.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걸까. 충격적인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강권주(이하나)와 나홍수의 불안 역시 실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도강우가 송장벌레를 혼자 추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권주는 진서율(김우석)에게 비밀리에 그의 핸드폰에 위치추적을 걸어달라고 한 것. 나홍수 역시 “네 후배 이제 곧 살인 본능이 가득 찬 존재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라던 친구 의사의 말을 떠올리며 걱정했다. 두 사람 모두 도강우를 향한 불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풍산청에서는 본청 사이버 수사대 요원까지 합세해 ‘옥션 파브르’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닥터 파브르’ 다크웹에서 ‘버터플라이’의 아이피를 수집, 알려진 것과 달리 미국이 아닌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게다가 인터넷 가입자는 전국 수배중인 강력범인데 방제수가 체포되던 날부터 정보에 잠금이 걸려있어 정확한 신상 확보가 어려웠다. ‘닥터 파브르’ 회원 중 유일한 생존자, ‘버터플라이’는 누구인지, ‘와이어슌’과는 어떤 관계인 것인지 궁금증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도강우는 역시 ‘와이어슌’의 추적을 멈추지 않았다. 송장벌레의 진술에 따르면, 그가 다녀간 후 “화장실 탈취제 같은 솔잎 향이 진하게 났다”는 것. 그리고 그 향은‘레인보우 캔들’이라는 신종 마약을 하는 사람에게 나는 냄새였다. ‘버터플라이’와 ‘마약’이라는 새로운 단서를 찾았지만 여전히 ‘와이어슌’을 특정하기엔 어려운 상황. 그런데 뜻밖에도 출동팀이 보복운전 및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클럽 블랙홀에 ‘와이어슌’도 있었다. 용의자는 성정그룹 오필수 회장의 아들 오진식(최승윤). 상습 음주운전에 중증 분노조절장애를 갖고 있는 그는 자신의 기분을 망쳤다며 노인이 운전하는 차에 보복을 가했고, 급박한 상황에 운전자에게 심장마비가 왔다. 그가 이런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르고 클럽으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한 출동팀이 용의자를 검거하는 동안, 강권주는 공청을 통해 지포 라이터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게 됐다. “도 팀장님. 숲에서 들렸던 그 소리가 들려요. 그 소리가 확실해요. 지금 거기에 진범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무전과 동시에 지나가던 검은 우비를 쓴 남자를 발견한 도강우. 놓칠세라 빠르게 뒤를 쫓는 순간, 도강우가 지나간 복도에 지포 라이터를 든 또 다른 사람의 손이 드러나며 새로운 미스터리를 증폭시켰다. 같은 시각, 진서율은 센터에서 ‘와이어슌’을 찾았다고 소리쳤다. 한편 이날 방송은 전국 가구 기준 평균 3.9% 최고 4.6%를 기록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OCN 타깃인 남녀 2549 시청률에서도 평균 3.4%, 최고 3.9%를 기록하며 지상파 포함 전채널에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예측 불가한 전개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는 ‘보이스3’ 제8회, 오늘(2일) 일요일 밤 10시 20분, OCN 방송.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미식축구 VS 야구선수… 누가 더 오래 살까

    미식축구 VS 야구선수… 누가 더 오래 살까

    야구선수 평균 7년 더 살아… 수명대결 ‘승’ 몸싸움 많은 미식축구 심장·뇌질환 많아 심혈관 2.4배… 뇌신경질환 비율도 3배↑ “잦은 머리 충격탓… 권투·하키도 증상 비슷”동물원에서 호랑이와 사자를 보고 온 아이들은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기냐는 질문을 던져 어른들을 당황시키곤 한다. 1970~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TV 만화영화를 보다가 문득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그렌다이저’와 ‘그레이트마징가’가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를 두고 친구들과 말다툼을 벌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중국 전통무술과 종합격투기나 권투 중 어떤 것이 더 강할까를 두고 두 문파의 고수가 맞붙은 동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런데 미국 과학자들은 좀더 심각한 궁금증에 대한 증명에 나섰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미식축구 선수들과 야구선수들 중에서 누가 더 오래 사는가에 대한 것이다.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 환경보건과, 행동과학과, 역학과, 하버드 의대 인지신경과, 다나파버 암연구소,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물리치료 및 재활의학과, 모어하우스대 의대 심혈관연구센터 공동연구팀은 북미프로풋볼리그(NFL)와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했던 프로선수들의 사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미국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 25일자에 발표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MLB 선수들의 수명이 NFL 선수들보다 길다는 것이 밝혀졌다. NFL 선수들은 MLB 선수들보다 수명이 짧을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과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는 비율도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프로선수들과 일반인들의 수명이나 건강과 연관 지어 분석한 연구들은 많았다. 문제는 운동선수들은 신체적 조건이 일반인보다 우수할 뿐만 아니라 현역 선수로 남아 있는 사람들은 운동선수들 중에서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역학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건강 노동자 효과’(healthy worker effect)라는 편향성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 편향성을 없애기 위해 종목은 다르지만 전직 운동선수들의 건강 상태를 비교했다. 연구팀은 1979~2013년까지 최소한 다섯 시즌 이상 활동한 NFL 선수 3419명과 MLB 선수 2708명의 건강기록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NFL 선수들은 MLB 선수들보다 심혈관질환 발병률은 2.4배 높게 나타났고 각종 뇌신경질환을 앓는 비율도 3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석 기간 동안 사망한 NFL 선수들은 517명, MLB 선수들은 431명으로 조사됐다. 사망 당시 평균 나이는 각각 59.6세, 66.7세로 전직 메이저리거의 수명이 7년 가까이 길었다. 사망한 NFL 선수들 중 498명은 심장질환, 19명은 뇌질환이 주요 사망 원인이었으며 이 중 20명은 심장질환과 뇌질환을 함께 앓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생존해 있는 NFL 선수들도 두통부터 우울증, 무감각증, 각종 불안증과 강박증, 분노조절장애, 단기기억상실, 파킨슨병, 치매 등 다양한 뇌신경질환을 앓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MLB 선수들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224명, 퇴행성 뇌신경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16명으로 나타났다. 마크 와이스코프 하버드대 환경보건과 교수는 “NFL 선수들에게서 나타나는 신경질환의 원인 중 하나는 경기 중 반복적으로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면서 “NFL 이외에 신체적 충격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복싱이나 아이스하키와 같은 격렬한 운동을 하는 선수들이나 소음 등 외부 자극이 심한 육체노동을 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국무조정실 ‘게임중독 질병분류’ 대응 민관협의체 구성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 장애(게임 중독) 질병코드 부여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갈등 양상을 보이자 국무조정실이 중재에 나선 것이다. 당초 게임 중독 질병 분류에 반대하는 문체부는 복지부가 주도하는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꿔 국무조정실이 중재하는 민관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부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WHO의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부여와 관련해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준비 시간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도입 여부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정부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도입되더라도 WHO 권고가 2022년 1월 발효되고, 한국표준질병분류(KCD) 개정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5년마다 개정되기에 2025년에나 가능하고, 이 때문에 실질적으로 시행되는 시점은 2026년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복지부와 문화부 등 관계 부처, 게임업계, 의료계, 관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와 관련한 게임업계의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문체부는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한 것은 과학적 검증 없이 내린 결정”이라며 “WHO 기준은 권고에 불과한 만큼 국내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혀 향후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게임산업 기반의 붕괴를 우려하는 업계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찾을 것”이라면서 “관계부처들은 향후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이총리 “게임중독 질병분류 도입해도 2026년...충분한 준비기간 거쳐”

    이총리 “게임중독 질병분류 도입해도 2026년...충분한 준비기간 거쳐”

    국조실 주도 복지부·문체부 참여 민관협의체 구성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데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보건복지부와 달리 문화체육관광부가 WHO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며 반발하고 나서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중재에 나섰다. 이 총리는 28일 “게임이용 장애(게임중독)에 질병 코드 부여를 국내에 도입한다 해도 2026년에나 가능하다”면서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치는 만큼 조정되지 않은 의견으로 부처들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줘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총리실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총리는 “국내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면서도 “게임이용 장애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은 즉각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ICD 개정안은 2022년 1월부터 각국에 권고적 효력을 미치지만 각국은 국내 절차를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우리의 경우에는 설령 도입을 결정한다고 해도 2026년에나 가능하다”고 설명했다.WHO의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분류에 대해 문체부를 중심으로 한 게임업계 및 관련 학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도입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불필요한 불안으로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킬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게임중독의 질병 코드 도입에 대한) 기대는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게임이용 장애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려는 게임 이용자에 대한 부정적 낙인과 국내외 규제로 게임산업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총리는 “몇 년에 걸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게임산업을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해결방안을 찾을 것”면서 “국무조정실은 복지부와 문체부 등 관계 부처와 게임업계, 보건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는 문체부가 복지부가 주도하는 민관협의체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한 대안으로 풀이된다.이 총리는 특히 게임중독 질병 분류를 둘러싼 복지부와 문체부의 이견 표출에 대해 “관계 부처들은 향후 대응을 놓고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또 게임산업 진흥과 규제를 동시에 관장하는 문체부를 겨냥해 “(게임중독 질병 분류 도입을 논의하는) 그 기간 동안에도 관계 부처는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총리실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간부회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대한 부처 간 갈등 확산을 진화하고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초등학생에까지’ 日 가와사키市 공원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초등학생에까지’ 日 가와사키市 공원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일본 도쿄 근처 가와사키(川崎)시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발생해 적어도 18명이 흉기에 찔렸고, 이 가운데 30대 성인과 초등학교 6학년생 어린이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교도통신과 NHK, BBC 등에 따르면 28일 오전 7시 45분쯤 가와사키 시의 노보리토(登戶) 공원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한 남자가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남성은 줄지어 카리타스 초등학교 스쿨버스에 오르려고 줄을 서 있던 초등학생들에게 다가가 흉기를 휘둘렀고 나중에 버스에 올라 안에 있던 학생들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은 흉기를 휘두른 뒤 목을 네 차례나 찌르는 등 자해해 의식불명에 빠진 50대 남자를 연행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아직 범행 동기는 알려진 것이 없다. 경찰은 현장에서 흉기 둘을 수거했다. 39세 남성 희생자는 초등생 학부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와사키 소방청 대변인은 AFP 통신에 이날 오전 7시 44분 초등학생들이 흉기 공격을 받고 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기차역에서도 15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현장으로 출동했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한 텐트가 설치됐다. 여자 초등생 16명과 성인 남녀 2명 등 1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마침 일본을 국빈 방문했다가 이날 미국으로 돌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가가’호 선상에서 희생자들에게 기도와 추모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일본은 범죄율이 극히 낮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 흉기를 이용한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2016년에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이들을 돌보는 요양소에서 일했던 전직 직원이 장애를 가진 이들은 모두 사라져야 하다고 외치며 흉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2001년에도 한 남성이 오사카 초등학교에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8명의 학생이 희생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문부과학상과 국가공안위원장에게 모든 초등학교에 대해 등·하교 시 안전을 확보할 것과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사회의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기개로 임해 달라”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에게는 “아이들의 안전은 무엇을 해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이 사건과 관련해 신속히 회의를 열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이들의 안전을 점검해 아동, 학생의 안전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으며,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매우 가슴 아프다. 있어선 안 되는 일이다. 아이들이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문체부 “WHO에 이의제기” 복지부 “뭐가 두려운 거냐”…부처 충돌

    문체부 “WHO에 이의제기” 복지부 “뭐가 두려운 거냐”…부처 충돌

    문체부 “과학적 검증 안돼” 주장에 “과학적 근거 있다” 반박복지부 “문체부 ‘게임산업진흥법’에도 게임중독 예방조치 명시”다음달 중순, 게임중독 질병 분류 논의 민관협의체 출범문체부 “국내 도입 반대…복지부 주도 협의체 참여 안해” 보건복지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에 대한 질병 분류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과학적 근거 없는 게임중독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에 반대하며 WHO에 이의제기를 하겠다”고 한 데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27일 “WHO의 판단은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며 게임중독자 실태 파악을 위한 통계를 마련하는 데 대해 이렇게 민감한 것이 황당하다”면서 “게임산업육성과 규제를 관장하는 문체부는 게임중독자 수가 드러나는게 두려운 것이냐”고 맞받아쳤다. 홍정익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WHO의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 분류는 공중보건학적으로 질병으로 분류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기 때문에 등재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문체부가 게임산업진흥법에 게임 과몰입과 게임중독을 예방하라고 해놓았고 관련해서 그 국제적 통계 기준을 국내에 도입해 게임중독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과 치료를 하자는 게 핵심인데 게임산업 규제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과학적 근거에 따른 사실을 바탕으로 WHO가 결정을 내렸고 과학적 근거에 대한 싸움은 학문적 분야로 향후 국내 도입과 관련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다면 그 주장을 입증하면 된다는 게 복지부 설명이다. 학문적 검증 영역이지 찬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홍 과장은 “게임중독 예방조치는 복지부 소관이 아닌 문체부가 해야하는 것”이라면서 “(게임중독자 통계가 나오면) 더 많이 예방하라고 압박 받을까봐 문체부가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이미 법에 다 나와 있다. 그렇게 민감하게 생각했으면 법 자체를 못 만들게 했어야지 왜 게임산업 문제와 (질병 분류) 등재를 연관짓는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각국은 2022년부터 WHO 권고사항에 따라 게임중독에 관한 질병 정책을 펼치게 됐다. 복지부는 그동안 게임중독으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질병으로 분류된 통계 기준이 없다보니 얼마나 많은 인원이 어떻게 치료를 받았는지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홍 과장은 “게임중독자에 대해 게임에 빠져 학교도, 회사도 안 나가고, 밥도 안 먹는 등 여러 가지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해놨다”면서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등 청소년들과 직접 관련된 부처에서는 게임중독의 위험성을 인지한 학부모들이 예방조치를 해달라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WHO의 게임중독에 대한 질병 분류로 인해 불필요한 게임중독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홍 과장은 “게임중독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놓으면 게임을 즐기는 수준인지, 게임 중독 수준인지 알 수 있어 불필요한 걱정을 안해도 된다”면서 “프로게이머들은 게임중독자 양성소겠느냐. 게임 때문에 학교도, 직장도 못 나가는 삶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국가간 비교해 통계를 내겠다는 게 전부”라며 게임산업 육성과 게임중독 질병 코드 등재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게임중독의 더 넓은 개념인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복지부는 게임중독에 대한 실태조사 때마다 통일된 기준이 없으면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WHO에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것이라는 문체부 입장에 관련해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의견이라고 볼 수 없어 어떻게 받아들일 지 모르겠다”면서 “WHO의 권고에 대해 잘못됐다고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반대 의견을 낸 경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2022년 발효돼 통계청에서 질병 코드로 게임중독이 사인으로 분류되기까지는 아직 협의해야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며 다음달 중순쯤 문체부 등 관련 부처들과 업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홍 과장은 “문체부 등 관련 부처와 게임업계, 의료업계 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다음달 중순쯤 민관협의체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면서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불필요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국내 도입되기 전까지 사회적 부작용 등에 대해선 협의체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소통해 오해를 없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중독이 어떤 질병인지, 치료와 예방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을 조사해 명확한 진단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문체부는 이날 WHO의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대해 “국내 도입에 반대하며 WHO에 이의제기를 하겠다”며 복지부가 주도하는 정책협의체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제도 도입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을 예고했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수긍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진 결정이어서 WHO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박 과장은 “2022년 WHO 권고가 발효되더라도 권고에 불과하고 국내에 적용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과학적 근거 없이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 질병코드를 국내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게 문체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내 의견차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율해 나갈 계획이지만 복지부에서 제안한 협의체에 참여하긴 어렵다”면서 “국무조정실이나 KCD를 주관하는 통계청이 중재하는 보다 객관적인 협의체가 구성되면 참여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하면 과학적 검증을 위한 공동 연구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체부 산하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한 국내 게임학회·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내고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국내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면서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또 “4차산업혁명 시대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게임 산업 규제를 우려했다. 공대위는 오는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차후 국회 면담·관계 부처 공식서한 발송 등 국내 도입 반대운동 실행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유럽,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한국, 남아공, 브라질 등 전 세계 게임산업협회·단체 9곳도 27일 공동 성명을 내고 WHO 회원국에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 ‘게임중독‘을 포함하는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 세계 게임산업 협회, 단체들은 WHO가 학계의 동의 없이 결론에 도달한 것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결과,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부를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중국, 대만 등 게임산업이 우리보다 더욱 발달한 나라에서도 이번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분류에 대해 ‘이게 게임산업과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며 일축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된 아이, 뇌 구조 변한다

    [핵잼 사이언스]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된 아이, 뇌 구조 변한다

    아이들의 경우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뇌 구조가 변해 불안장애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신시내티대 연구진이 평균나이 12세의 건강한 어린이 14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런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환경연구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의 일종인 자기공명분광법(MRS)을 사용해 뇌의 자연 대사산물인 ‘미오이노시톨’의 수치를 구체적으로 살폈다. 미오이노시톨은 뇌 수액의 균형과 세포 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신경교세포에서 주로 발견되며, 체내에서 인슐린과 호르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물질의 증가는 체내 염증이 생겼을 때 신경교세포의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이 심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뇌 속에 미오이노시톨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미오이노시톨의 증가가 일반화된 불안 증상과 더 크게 연관성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켈리 브룬스트 박사는 “최근 대기오염 물질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에서 불안 증상이 12% 증가했다”면서 “이는 대기오염에 관한 노출이 심할수록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오염 물질에 관한 노출이 늘어나면 뇌가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특정 인구에서 불안 증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노출 심한 아이, 불안증상 위험 ↑”(연구)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노출 심한 아이, 불안증상 위험 ↑”(연구)

    아이들의 경우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뇌 구조가 변해 불안장애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신시내티대 연구진이 평균나이 12세의 건강한 어린이 14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이런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환경연구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의 일종인 자기공명분광법(MRS)을 사용해 뇌의 자연 대사산물인 ‘미오이노시톨’의 수치를 구체적으로 살폈다. 미오이노시톨은 뇌 수액의 균형과 세포 양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신경교세포에서 주로 발견되며, 체내에서 인슐린과 호르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 물질의 증가는 체내 염증이 생겼을 때 신경교세포의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에 노출이 심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뇌 속에 미오이노시톨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미오이노시톨의 증가가 일반화된 불안 증상과 더 크게 연관성이 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켈리 브룬스트 박사는 “최근 대기오염 물질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에서 불안 증상이 12% 증가했다”면서 “이는 대기오염에 관한 노출이 심할수록 건강에 더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대기오염 물질에 관한 노출이 늘어나면 뇌가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특정 인구에서 불안 증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뇌 속 해마를 빛으로 자극해 기억력 조절한다

    뇌 속 해마를 빛으로 자극해 기억력 조절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본인의 집주소나 전화번호까지 까먹는 건망증이 심해져 기억을 붙잡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의식에 강하게 새겨져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강박장애,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이나 물론 충격적인 경험으로 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은 떨쳐버리고 싶은 기억 때문에 괴로워한다. 과연 기억이 뭐길래 사람들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일까. 기억을 오래가게 하거나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우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 컬럼비아대 신경생물학프로그램, 보스턴대 뇌과학과 공동연구팀은 감각정보와 기억을 관리하는 뇌 속 해마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기억을 지우거나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4일자에 발표했다. 기억은 외부 자극을 직접 느끼는 감각정보와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정보가 조합돼 뇌 속에 새겨지는 것이다. 해마는 뇌 속에서 작은 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특정 기억을 위해 여러 가지 하위 영역으로 구성된다.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생쥐에게 긍정적 경험, 부정적 경험, 일상적 경험에 대해 새로운 기억을 만들면서 해마의 어떤 부위가 자극 받는지를 관찰했다. 연구팀은 수컷 생쥐에게 암컷 생쥐를 자주 만나게 해 긍정적 기억을 심어줬으며 발에 강한 전기충격을 줘 부정적 기억을 심었다. 그 결과 해마의 위쪽과 아랫쪽 역할이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마의 위쪽을 활성화시키면 기억을 강화되고 해마 아랫쪽을 활성화시키면 부정적 기억을 약화시키고 결국 제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티브 라미레즈 보스턴대 박사는 “해마의 아랫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한다면 PTSD와 불안장애 치료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성폭행 공소시효 뒤집은 ‘도가니 판례’… 김학의·윤중천도 잡을까

    성폭행 공소시효 뒤집은 ‘도가니 판례’… 김학의·윤중천도 잡을까

    2008년 후 상해 발생 땐 ‘강간’ 처벌 가능 도가니 때도 피해자 불안장애 상해 인정공소시효 벽에 가로막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돌파구로 꺼내 든 ‘강간치상’ 카드가 법원에서 효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강간치상은 범행 피해로 인해 상해가 발생한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계산된다. 범행 시점이 2007년이라 공소시효 문제로 특수강간으로 처벌할 수 없다 해도 상해 발생 시점이 2008년 이후라면 강간치상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특수강간, 강간치상죄 모두 2007년 12월 21일을 기점으로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2006년 중반 알게 된 여성 이모씨를 폭행·협박으로 저항하지 못하게 한 뒤 1년 넘게 김 전 차관 등과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해 이씨에게 정신적 상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최근 검찰에 2008년 이후 수년간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을 제출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간치상의 상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정신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도 포함한다. 수사단 관계자는 “강간치상죄는 상해가 발생한 시점에 범행이 끝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이 전날 청구한 윤씨의 구속영장에는 강간치상 관련 범죄사실이 3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김 전 차관이 관련된 사건도 1건 포함됐다고 한다. 2007년 11월 13일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이씨가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윤씨도 이씨를 성폭행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하면서 영화 ‘도가니’로 유명한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도가니 사건과 관련, 인화학교 전 행정실장 김모씨는 2004년 즈음 지적장애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2011년 영화가 개봉되고, 재수사가 이뤄졌다. 당시 강간죄 공소시효(7년)가 완성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찰은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공소시효가 충분한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결국 김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광주고법은 피해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불안 장애가 이 사건 범행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도 “강간치상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 전 차관 사건에서도 범행과 정신적 상해 간 인과관계 입증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첫 번째 고비는 22일 열리는 윤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구속수감 중인 김 전 차관을 재소환했으나 김 전 차관이 진술을 거부해 2시간여 만에 돌려보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시각장애인의 페라리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시각장애인의 페라리

    눈을 감고 걸어 본 경험이 있는가. 어딘가에 부딪히거나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몇 발자국도 못 가 눈을 떠야만 할 것이다. 하물며 눈을 감고 운전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 1993년에 개봉한 ‘여인의 향기’라는 영화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시력을 잃은 중령이 페라리를 운전하는 아찔한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현실에선 어마어마한 비용과 본인의 건강을 희생해야 했을 것이다. 직접 자동차 운전을 하며 느낀 편리성과 즐거움은 운전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화로 운전 능력이 떨어진다면 크고 작은 사고가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고령 운전자의 사고 증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시력과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여러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인지 능력을 담당하는 뇌 기능의 저하도 문제이지만, 시각 신호를 전달하는 시각 기능의 퇴화도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가장 흔한 노인성 질환인 백내장 등으로 시력이 저하될 수가 있다. 또한 노화에 따라 시야 범위도 줄어들고 눈 운동 범위도 감소하기 때문에 눈을 움직여 주위 환경을 시각적으로 파악하는 ‘기능적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는 점진적으로 진행하고 개인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에 운전 가능 연령을 획일적으로 기준 짓기가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듯하다. 평생 운전대를 잡아온 고령 운전자들의 불안감과 자괴감은 클 것이다. 자율 주행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고 고령 운전자에게 자율 주행을 필수로 한다면 원천적으로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운전을 원하는 고령 운전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의공학 기술을 사용하는 것 또한 병행돼야만 한다. 이미 운전자의 눈 깜박임이나 눈 운동 추적을 통한 졸음운전 방지 기술은 대형 버스 운전자에게 보급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인지 능력을 보조하고자 여러 돌발 상황을 미리 알려주는 기술, 좁아진 시야를 좀더 넓게 확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등이 그러한 것이다. 필자의 어머니도 운전 미숙으로 접촉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당황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다른 가족들을 모두 태우고 이동할 때가 잦아 운전을 못 하시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장애물 인지 경보 기술, 차량 내비게이션, 후방 카메라 등 여러 자동차 기술 개발로 운전이 예전보다 편해졌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유도하거나 운전능력 검증을 강화하는 것도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 대책으로 중요하지만, 늘어 가는 고령 인구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저하된 신체 기능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 청소년 미혼모에게 ‘마더 박스’… ‘혼자 아니다’라는 격려 전하는 게 중요

    청소년 미혼모에게 ‘마더 박스’… ‘혼자 아니다’라는 격려 전하는 게 중요

    [열여덟 부모, 벼랑에 서다] <4·끝> 청소년 부모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대부분에겐 축복인 임신·출산이 청소년에겐 ‘장애물’입니다. 그래서 아이를 낳아 키우겠다는 어려운 결정을 한 어린 부모에게 ‘우리가 여기 있어. 도와줄게’ 격려를 보내는 게 중요하죠.” 서울신문과 ‘열여덟 부모 벼랑 끝에 서다’ 시리즈를 함께 기획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이수경 사무총장은 19일 서울 중구 어린이재단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어린 부모는 비난을 두려워해 모든 사회적 관계를 잃고 고립되기 쉽다”면서 “따뜻한 지지를 보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지역 본부장으로 근무하던 2016년 국내에 처음으로 ‘마더 박스’를 도입했다. 마더 박스는 젖병, 아기 띠, 옷가지 등 50만원 상당의 출산·육아 용품으로 채워진 선물 세트다. 지난해까지 총 370명의 미혼모에게 1억 6000여만원이 지원됐다. 핀란드 정부가 1937년부터 영아 사망률을 낮추려고 도입한 ‘엄마 상자’(Maternity Package)에서 따왔다. 이 사무총장은 “마더 박스는 단순히 육아 용품을 주는 게 아니라 소외된 이들에게 보내는 환대의 메시지”라면서 “청소년 부모는 준비 안 된 채로 임신한 경우가 많아 가족과도 단절되고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엄마들이 마더 박스를 받고 ‘혼자가 아니다’는 생각에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한 엄마는 손수 편지를 써 보내기도 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됐지만, 남들처럼 아이에게 좋은 것만 해 주고 싶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우리 아이도 남들에게 베푸는 삶을 살도록 키우겠다”는 내용이었다.많은 청소년 미혼모를 만나 본 이 사무총장은 아이 양육과 연계한 학업·취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출산하면 성인이 돼도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학업을 마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결국 저소득 단기 일자리로 몰려 양육에 계속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재단은 지난해부터 코레일과 협약을 맺고 미혼모들이 역사 내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도록 돕고 있다. ‘소중한 아이, 당당한 엄마’를 줄여 이름 붙인 일본식 라멘 식당 ‘소당 한 그릇’이 한 예다. 요식업에 관심 있는 미혼모들에게 연간 임대료의 10% 정도만 받으며 자립을 돕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작은 성공의 경험을 계속해서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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