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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스토피아… 무지하고 외로운 개인의 불안을 먹고 핀다

    디스토피아… 무지하고 외로운 개인의 불안을 먹고 핀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기술에 보폭을 맞추지 못해 도태될까 두려워하는 마음, 진보해 가는 기술의 방향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불안. 그 지점에서 피어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장편소설이 찾아왔다. 천선란, 청예 등을 배출한 한국과학문학상의 제7회 대상 수상작 ‘스파이라’가 그 주인공이다. ●기술에 보폭 못 맞추면 나는 도태되나 신예 김아인(27) 작가가 직조해 낸 세계는 ‘에피네프’라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창궐한 근미래다. 인구의 급감에 따른 온갖 마비와 장애 속에서 인간은 기억과 인격을 데이터화하는 정신 전산화 기술을 개발한다. 그 기술을 독점해 고객들에게 제2의 가상 인생 서비스를 제공하는 AE라는 기업이 생겨난다. “대비해 오던 것과 조금도 대비하지 못한 것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뒤섞이는” 혼란 속에서 인간은 “불안을 달랠 수 없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오묘한 불안을 담아내고 싶어 쓴 소설”이라며 “겉으로 봤을 때 소설 속 인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에피네프지만, 실상 그들의 삶과 가치관의 근원을 뒤흔드는 건 AE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과 사회의 변화”라고 말했다. 기술을 둘러싼 소설 속 인물들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저마다 입장 차를 여실히 드러낸다. 과거 홍콩 염습소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주인공 ‘나’ 웨이쉬안은 ‘반송체’를 폐기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정신 전산화에는 뇌와 척수만 필요할 뿐, 남은 신체는 반송체로 불리며 폐기된다. AE가 제공하는 백신을 맞으며 생활을 영위해 가던 나는 어느 날 반송체 캡슐 속에서 전염병에 걸려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여자친구 페이를 마주하게 되면서 의문을 품는다. 페이는 AE의 서비스를 ‘가짜 천국’ 같은 곳에 목숨을 의탁하는 일이라며 AE가 세상을 더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페이는 “수명을 다할 때쯤에는 AE가 주는 가짜 영생을 다시 바라게 될 거야. 현재 삶을 덜 진지하게 바라볼 테고. 그런 게 희망이라면 없는 게 나아”라고 이야기한다. 주인공과 같은 AE 직원인 하라바야시 가스미는 뇌과학 연구원으로 정신 전산화 기술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대신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도피의 길로 세상을 끌고 갈 뿐”이라고 비판하면서도 AE가 독점한 기술을 활용해 팬데믹을 타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로밍셀’이라는 동면 기술과 AE가 가진 기술만 연결해도 전염병의 대피소가 돼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황 신부라는 존재는 AE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과격한 집단을 대변하며 물리적 폭력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한 기업이 만든 인공적인 천국과 영생은 종교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AE의 초기 개발자 중 한 명의 인격 데이터인 ‘신’이라는 캐릭터는 작품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존재다. 제목인 ‘스파이라’는 고대 유럽 언어들에서 파생된 어휘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형태소로 ‘나선’이라는 뜻이다. 혹은 뾰족한 줄기, 첨탑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결국 모든 인류를 수용한 첨탑의 끝, AE의 세계는 과연 천국이라 불릴 수 있을까? ●처음 겪는 인간에게 묵직한 질문 작가는 생활 편의를 위해 존재했던 기술이 이제는 개개인의 삶을 결정하는 시기에 이른 지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전과 분명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인류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 “외로움이 병이 돼”…고독, 30개 질병 원인 [달콤한 사이언스]

    “외로움이 병이 돼”…고독, 30개 질병 원인 [달콤한 사이언스]

    코로나19 확산 기간 사회적 고립이나 고독감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들이 많이 나왔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고독감이 심혈관 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핵심 요인일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중국과 미국 의학자와 과학자들이 고독감이 실제로 질병을 유발하는지 유전학적으로 분석했다. 중국 광저우 의과대 부속 뇌병원, 수면·생체주기 의학 연구센터, 정신 신경과학 연구소, 광저우 남방 의과대 제2 임상의학부, 중산대 제3 부속병원, 광둥성 인민병원 정신보건센터, 미국 툴레인대 공중보건·열대의학부,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공동 연구팀은 고독이 질병을 직접 일으키지는 않지만, 고독과 관련된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19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행동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학’ 9월 17일 자에 실렸다. 사회적 고립은 객관적으로 혼자 있는 경우가 많거나 사회적 관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이며, 고독은 사회적 상호작용 수준이 원하는 것보다 낮을 때 발생하는 다소 주관적 감정이다. 고독은 우울증, 당뇨, 심혈관 질환 등 건강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확한 인과 관계가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보건 빅데이터로 알려진 영국 바이오뱅크의 47만 6100명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평균 12.2년의 추적 관찰 기간 나타난 14개 카테고리, 56개 질병 간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14개 질병 카테고리 중 13개와 56개 질병 중 30개에서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독과 가장 강하게 연관된 질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불안증, 조현병,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연구팀은 고독과 관련된 30개 질병 중 26개에 대해 유전 데이터를 활용해 추가 분석했다. 심혈관 질환, 2형 당뇨, 만성 간질환을 포함한 26개 질병 중 유전학적 분석 결과, 20개 질병이 고독과 비 인과적 연관성을 보였다. 즉, 고독이 질병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질환별로 질병을 예측하는 대리 지표가 된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장지훌 광저우 의대 교수(유전역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건강 상태 개선을 위해서는 고독 관련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 “땡볕 내리쬐는 성묘길에 말다툼만”… 더위는 내일 비 온 뒤 꺾인다

    “땡볕 내리쬐는 성묘길에 말다툼만”… 더위는 내일 비 온 뒤 꺾인다

    낮 최고기온이 36도 가까이 오른 지난 17일 추석날. 전북 정읍의 한 공원묘원을 찾은 성묘객들은 층층이 정렬된 묘들 사이로 난 아스팔트 언덕길을 오르며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았다. 한 성묘객은 나무 그늘에 잠시 쪼그려 앉아 “이렇게 더운 추석은 처음”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덥다고 칭얼대는 한 초등학생을 ‘할아버지에게 제대로 인사드리라’며 꾸짖는 아버지도 보였다. A(33)씨는 “날이 덥다 보니 가족들과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기 성남의 한 납골당을 찾은 B(29)씨는 “주차장에 빼곡한 차들이 내뿜는 뜨거운 배기가스로 숨이 턱 막혔다”고 전했다. 선선한 가을 정취를 만끽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추석 명절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훌쩍 넘는 등 역대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했다. 역대급 무더위가 추석 연휴 마지막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3시 기준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91%인 166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지속적으로 불어오면서 강원 북부와 영동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체감온도 33~37도의 폭염에 시달렸다. 추석 연휴 기간 전국 곳곳에서 9월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지난 17일 경남 의령은 최고기온 37.2도, 전북 순창 36.6도, 경북 경주 36.2도 등으로 9월 최고치를 새로 세웠다. 이날 경남 양산(37.2도)·김해(36.9도), 전북 정읍(36.5도) 등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9월을 맞았다. 무더위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보면 올해 5월 20일~9월 17일 온열질환자 3611명이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추정)는 33명에 달한다. 최악의 불볕더위로 꼽힌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8월호에 실린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과제’는 “폭염은 사람들의 기분장애·불안과 관련 있다”며 “높은 기온으로 인해 불편함이 늘고 적대 감정 및 신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여름 같은 무더위는 19일에도 이어지겠다. 20일부터는 북쪽에서 기압골이 남하하면서 전국에 비가 내린 뒤 찬 공기가 들어와 더위가 차츰 꺾이겠다. 19일 낮 최고기온은 27~36도를 보이다가 주말부터는 21~31도 수준으로 떨어지겠다.
  • “‘추석’ 아닌 ‘하석’, 땡볕 성묫길에 가족 말다툼도”…주말부터 더위 한풀 꺾여

    “‘추석’ 아닌 ‘하석’, 땡볕 성묫길에 가족 말다툼도”…주말부터 더위 한풀 꺾여

    낮 최고기온이 36도 가까이 오른 지난 17일 추석날. 전북 정읍의 한 공원묘원을 찾은 성묘객들은 층층이 정렬된 묘들 사이로 난 아스팔트 언덕길을 오르며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았다. 한 성묘객은 나무 그늘에 잠시 쪼그려 앉아 “이렇게 더운 추석은 처음”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덥다고 칭얼대는 한 초등학생을 ‘할아버지에게 제대로 인사드리라’며 꾸짖는 아버지도 보였다. A(33)씨는 “날이 덥다 보니 가족들과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기 성남의 한 납골당을 찾은 B(29)씨는 “주차장에 빼곡한 차들이 내뿜는 뜨거운 배기가스로 숨이 턱 막혔다”고 전했다. 선선한 가을 정취를 만끽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 추석 명절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30도를 훌쩍 넘는 등 역대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했다. 역대급 무더위가 추석 연휴 마지막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후 3시 기준 183개 기상특보 구역 중 91%인 166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고온다습한 남동풍이 지속적으로 불어오면서 강원 북부와 영동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체감온도 33~37도의 폭염에 시달렸다. 추석 연휴 기간 전국 곳곳에서 9월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지난 17일 경남 의령은 최고기온 37.2도, 전북 순창 36.6도, 경북 경주 36.2도 등으로 9월 최고치를 새로 세웠다. 이날 경남 양산(37.2도)·김해(36.9도), 전북 정읍(36.5도) 등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9월을 맞았다. 무더위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보면 올해 5월 20일~9월 17일 온열질환자 3611명이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추정)는 33명에 달한다. 최악의 불볕더위로 꼽힌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8월호에 실린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과제’는 “폭염은 사람들의 기분장애·불안과 관련 있다”며 “높은 기온으로 인해 불편함이 늘고 적대 감정 및 신체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여름 같은 무더위는 19일에도 이어지겠다. 20일부터는 북쪽에서 기압골이 남하하면서 전국에 비가 내린 뒤 찬 공기가 들어와 더위가 차츰 꺾이겠다. 19일 낮 최고기온은 27~36도를 보이다가 주말부터는 21~31도 수준으로 떨어지겠다.
  • 장애인부터 가족까지 살뜰히 챙기는 영등포구

    장애인부터 가족까지 살뜰히 챙기는 영등포구

    서울 영등포구가 장애인의 건강 증진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심리 돌봄 프로그램 ‘모두모영 함께해영’ 사업을 한다고 13일 밝혔다. 장애인은 이동 제약,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지속적인 치료와 건강 관리를 받지 못해 합병증 발생 우려가 크다. 또한 간병 부담을 짊어지는 장애인 가족 역시 대다수가 우울, 불안 등을 겪고 있다. 이를 해소하고자 영등포구는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프로그램은 이번 달부터 11월까지 총 7회에 걸쳐 진행된다. 장애인이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심리, 운동, 건강 활동으로 구성했다. 아로마테라피, 미술치료 등 심리·정서를 돌보는 활동을 통해 장애인들이 상호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했고 돌봄 가족들 역시 사회 참여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했다. 스트레칭과 근육 운동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고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하는 법도 알려준다. 프로그램 후에는 운동 영상을 제공하여, 집에서도 간단한 신체활동을 꾸준히 이어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전문의의 건강 강의도 한다. 이외에도 영등포구는 이달부터 11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뇌병변, 지체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재활운동 교실’도 운영한다. 스트레칭부터 밴드를 이용한 근력 운동, 게임을 통한 유산소 운동 등 맞춤형 재활 운동을 알려준다. 각 프로그램은 선착순으로 모집 중이다. 신청을 원하는 구민은 영등포보건소로 유선 신청하면 된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장애인들의 건강 관리와 재활 증진을 위해 장애 특성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장애인이 건강한 일상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약자와 동행하는 영등포’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 [열린세상]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열린세상]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 수수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 분위기는 살벌하기 이를 데 없다. 그간의 입법 폭주와 거부권 릴레이로 달군 정쟁의 화약고가 폭발 일보 직전이다. 민생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의료개혁은 7개월 넘게 표류하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론화위원회까지 거친 연금개혁 역시 합의안을 못 찾고 설왕설래만 하고 있다. 정부의 핵심 과제인 노동·교육 개혁 역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난장판 정치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전직 대통령, 야당 대표 그리고 대통령 부인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끝나든 민생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공정과 정의 실현 같은 민주주의 가치와도 관련이 없다. 더 큰 권력을 장악하려는 아귀다툼일 뿐이다. 안타까운 점은 강성 지지자를 필두로 일반 시민들까지 더러운 싸움판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다. 삶의 질과 민주주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갈등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현재 인류는 대격변의 전환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위기란 옛것은 죽어 가고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공백 기간에 매우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의 정치인이자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쓴 ‘옥중수고’에 나오는 말이다. 그람시의 이 어록은 21세기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명하면서 자주 인용된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세상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폭은 넓고 속도는 빠르다. 방향도 예측하기 어렵다. 불예측성과 불확실성의 시대가 된 것이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을 가늠하기 힘든 탈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 당연히 불안과 갈등은 커진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죽어 가는 옛것을 대체할 새것을 찾는 것이다. 옛것에 매달리는 정쟁이 아니라 미래가치를 둘러싼 갈등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세력의 갈등은 이와 아무 관련이 없다. 우리가 치러야 할 싸움은 누구를 감옥에 보내고, 누가 선하고 정의로운 세력인가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여야 한다. 싸움의 원칙은 칼 포퍼가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말한 ‘열린 사회’의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 열린 사회는 획일화된 규범이나 절대적 진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열린 사회는 서로 다른 생각과 자유로운 비판,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한다. 미래 대한민국을 둘러싼 싸움은 열린 사회의 원칙을 지키는 국민 토론의 장에서 벌어져야 한다. 구체적 방식은 2019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소집한 시민의회 사례를 참조할 수 있다. 브렉시트와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스코틀랜드 정부는 국가의 미래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의회를 소집했다. 시민의회는 지역, 나이, 성별, 인종, 교육 수준, 장애 여부 등을 감안해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추첨으로 선발한 120명으로 구성했다. 시민의회는 2019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다음 세 가지 주제에 대해 토의했다. 첫째, 향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둘째, 브렉시트를 비롯해 21세기 들어 스코틀랜드가 직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셋째, 국가의 미래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시민의회는 1년여의 토의 후 ‘다르게 정치하기’(Doing Politics Differently)라는 보고서를 스코틀랜드 정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빈곤, 세금, 청년 지원, 건강과 복지, 지속가능성 등 7개 분야에 걸쳐 10개의 비전과 60개의 권고안을 담았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2021년 11월 의회 토의를 거친 뒤 최종 정책안을 발표했다. 미래 대한민국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시급하다.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우리 사회가 저급한 싸움박질에 갇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음주운전 절대 안 했다” 술 냄새 풍기며 ‘머그샷’ 망신당한 팝스타 법원 가는 이유는

    “음주운전 절대 안 했다” 술 냄새 풍기며 ‘머그샷’ 망신당한 팝스타 법원 가는 이유는

    팀버레이크, 3개월 전 음주단속에 적발초점 풀린 눈으로 “마티니 한 잔 했을 뿐”호흡측정 거부하고 끝까지 음주운전 부인음주운전 대신 교통 위반 인정 협상 성공유명 변호인 “경찰이 중대한 실수” 주장 지난 6월 미국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머그샷’을 찍는 망신을 당한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43)가 유죄를 인정하고 오는 13일(현지시간) 법원에 직접 출두하기로 했다고 11일 ABC, NBC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다만 음주운전 대신 교통법규 위반 처벌을 받는 것으로 협상을 성공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주 서포크카운티 검찰은 지난 10일 팀버레이크 측 변호인과 협상 끝에 음주운전이 아닌 보다 경미한 혐의로 팀버레이크를 기소했다. 연예매체 TMZ는 팀버레이크에게 운전 능력 장애 혐의가 적용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팀버레이크는 뉴욕주 롱아일랜드 동부 새그하버 빌리지 법원에 출석해 유죄 인정 여부를 밝히는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한다. 팀버레이크는 지난 6월 BMW 차량을 몰고 롱아일랜드 햄튼 거리를 지나던 중 음주 단속 중이던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차선을 이탈하는 모습이 경찰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햄튼은 뉴욕 일대 부유층의 여름 휴양지와 고급 별장이 몰려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경찰은 형사고발장에서 “눈은 충혈됐고 초점이 풀려 있었으며, 숨에서는 강한 알코올성 음료 냄새가 났다. 말이 느리고 발걸음은 불안정했다”며 “현장의 ‘맨정신’ 테스트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팀버레이크는 현장에서 호흡 측정은 거부했다. 그는 체포 당시 경찰에게 마티니 칵테일을 한 잔을 마셨을 뿐이고 인근 호텔 레스토랑에서 차를 타고 친구들을 따라 집으로 가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팀버레이크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으나, 이후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왔다. 팀버레이크가 호흡 측정을 거부했기 때문에 면허도 즉각 정지됐다. 다만 면허 정지는 뉴욕 내에서만 적용된다. 서포크카운티 검찰은 팀버레이크가 13일 직접 출두해 변론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팀버레이크가 운전 능력 장애 혐의로 유죄로 인정할 경우 300~500달러(약 40만~67만원)의 벌금을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앞서 팀버레이크를 변호하는 유명 변호사인 에드워드 버크 주니어는 앞서 법원에서 “팀버레이크는 음주운전으로 체포되어선 안 됐다. 경찰은 이 사건에서 여러 가지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1995년 미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 엔싱크 멤버로 데뷔한 팀버레이크는 이후 솔로가수 겸 프로듀서, 배우 등으로 활약해온 톱스타다. 그는 지난 3월 6년 만의 정규앨범인 6집 ‘에브리씽 아이 소우트 잇 워즈’(Everything I Thought It Was)를 발매하고 ‘더 포겟 투모로우 월드 투어’(The Forget Tomorrow World Tour)를 진행하며 팬들을 만나고 있다.
  • 서대문구, 내년 7월부터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버스’ 운행

    서대문구, 내년 7월부터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버스’ 운행

    서울 서대문구는 서울시의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버스 도입 공모’에 지원해 최근 시범사업 자치구로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그동안 서대문구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자’는 기조 아래, 서대문희망차를 장애인과 노약자는 물론 일시적 교통약자(휠체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경사진 북아현동 일대에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주민 이동 편의도 높여 왔다. 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통약자를 위한 신규 사업 추진과 구민 대중교통이용 불편 해소, 선도적 첨단 모빌리티 사용 등을 위해 이번 공모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버스는 서대문구청,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등의 공공시설을 경유한다. 기존 구가 운행 중인 ‘장애인·노약자 무료셔틀버스’의 일부 노선을 보완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두텁게 보호한다. 서울시는 행정 및 재정적 지원과 필수 인프라 설치, 안전 운행을 위한 지도 감독 등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구는 주행 노선, 차종, 차고지, 전기버스 충전기 설치, 운영 업체 선정 등 일반 운영과 운행관리를 담당하며 별도 예산 편성을 통해 사업 지속성을 확보한다. 사업 1년 차인 오는 2025년에는 시 예산 4억 2000만원과 구 예산 4500만원을 편성해 사업을 시작한다. 2년 차부터는 시 조례에 따른 기술발전지원금과 별도 편성된 구 예산을 통해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버스를 운영할 예정이다. 구는 서울시, 구민, 구의회와의 협의·조정을 통해 노선 길이, 정류소 위치, 정차 정류소 수, 차량 규모 및 종류, 운행시간, 배차간격 등을 확정하고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지정을 거쳐 2025년 7월 말부터 교통약자 자율주행버스를 구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운행 예정인 교통약자 자율주행버스는 완전 무인 형태는 아니며 운전원과 안전요원이 동승하고 비상시에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어 안전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던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교통약자동행 자율주행버스 운영을 통해 교통약자 이동권을 더욱 향상하고 미래 자율주행 모빌리티 운영 선도 자치구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내 아내 강간할 男 구함”…남편이 약 80명 모집, 10년 넘게 범행[핫이슈]

    “내 아내 강간할 男 구함”…남편이 약 80명 모집, 10년 넘게 범행[핫이슈]

    무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아내에게 강력한 진정제를 먹인 뒤 수십 명의 생면부지 남성들을 모집해 아내를 성폭행하게 한 남성에게 프랑스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영국 BBC 등 외신의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2020년 9월 남편인 도미니크 펠리코(71)가 현지의 한 쇼핑센터에서 여성 3명의 치마 아래를 몰래 촬영하다 적발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당시 남편은 ‘몰카’ 촬영을 하다 경비원에게 적발돼 경찰이 넘겨졌고,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몰카보다 더 충격적인 범행의 증거들을 발견했다. 경찰은 그의 컴퓨터에서 의식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아내(72)가 등장한 사진과 영상 수백 건을 발견했다. 이후 조사가 진행됐고, 남편은 아내에게 강력한 신경안정제를 투여했다고 시인했다. 그의 범행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수면제와 항불안제 등을 으깨 저녁 식사나 와인에 섞어 먹게 했고, 아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 남편은 인터넷 채팅 등으로 모집한 익명의 남성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했다. 남편이 주도한 성폭행은 총 92건이며, 무려 72명의 남성이 해당 범죄에 가담했다. 이들은 26~74세의 남성들이며 소방관, 언론인, 배달원, 교도관 등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남성은 무려 6차례나 범행에 가담했다. 남편 역시 성폭행에 가담했고, 범행 장면을 촬영했다. 남편이 촬영한 범죄 현장의 사진과 영상은 2만 건에 달한다. 남편은 또 아내를 성폭행하기 위해 온 생면부지의 남성들에게 범행 중 아내가 깨지 않도록 손톱 깎기, 손이 차갑지 않도록 뜨거운 물에 손 담그기 등의 지침을 내렸다. 아내가 범행 중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남성들에게 나가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남편이 아내를 성폭행할 남성들을 모집하는 채팅방에 들어왔다가 성범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의 지침을 거부한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다만 이들도 경찰에 남편의 범죄 행각을 알리지 않았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남성은 51 명이며, 이중 35명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남편을 포함한 14명은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으며, 1명은 도주중, 또 다른 1명은 공개되지 않은 이유로 재판에 불출석 했다. 범행 과정에서 남편과 가담자들간의 금전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내는 약물을 과다복용해온 탓에 자신이 10년 넘는 시간 동안 의식을 잃은 사이 낯선 남성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왔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다가, 2020년 경찰 조사가 시작된 후에야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의 자녀들 역시 어머니가 아버지가 준 약물로 정신을 잃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치매나 신경장애 등을 의심했을 뿐이었다. 재판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아내 측 변호인은 “의뢰인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리고 싶어하며,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재판이 공개돼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사격 간판 박진호, 패럴림픽 한국 첫 2관왕…“차분하게 3번째 금메달 도전”

    사격 간판 박진호, 패럴림픽 한국 첫 2관왕…“차분하게 3번째 금메달 도전”

    금빛 총성으로 2024 파리패럴림픽의 시작을 알린 한국 사격 국가대표팀이 2관왕 탄생의 기쁨까지 맛봤다. 간판 박진호(47·강릉시청)가 50m 소총 3자세에서도 금메달을 사냥한 것이다. 박진호는 3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 SH1 결선에서 454.6점(슬사 150점, 복사 154.4점, 입사 150.2점)으로 중국 동 차오(451.8점)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는 패럴림픽 결선 신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2016년 리우 대회 수란지 라슬로(세르비아)의 453.7점이었다. 지난달 31일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진호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 첫 2관왕에 등극했다. 또 한국의 4번째 우승이었다. 박진호 외 사격 조정두(37·BDH파라스)와 보치아 정호원(38·강원장애인체육회)이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이 한 개만 더 획득하면 기존 목표인 금메달 5개에 도달한다. 이 종목은 무릎쏴(슬사), 엎드려쏴(복사), 서서쏴(입사) 등 순으로 세 자세를 번갈아 50m 거리에 있는 표적을 맞히는 방식이다. 박진호는 본선에서 1200점 만점에 1179점(슬사 392점, 복사 394점, 입사 393점)으로 패럴림픽 본선 신기록을 작성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그는 결선에서 슬사 150점 6위로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마지막 입사 종목에서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가 승기를 잡았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아직 (2관왕이) 실감 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큰 동기부여가 된다. 첫 금메달을 땄을 때 들떴다면 이런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며 “입사에 강하니까 최대한 버티자고 생각했다. 승부수가 통했다. 가볍게 쏘자는 느낌으로 결선까지 올라서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박진호는 오는 5일 사격 R6 혼성 50m 소총 복사 SH1등급에서 3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패럴림픽에 대한 한이 많았다. 다음 시합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임하려 한다”면서 “결과가 좋든 나쁘든 후회를 남기지 싶지 않다. 하루만 축하받고 지나면 그냥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라고 여기겠다”고 전했다.
  • “아무것도 못할 줄” 8년을 은둔한 국가유공자, 슈팅게임 끊고 일냈다

    “아무것도 못할 줄” 8년을 은둔한 국가유공자, 슈팅게임 끊고 일냈다

    “용기를 가지고 일단 밖으로 나오세요. 그러면 길이 보일 거예요.”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주인공 장애인 사격 국가대표 조정두(37·BDH파라스)는 8년간의 은둔 생활 끝에 총을 잡은 뒤 처음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당당히 메달을 움켜쥐었다. 조정두는 군 복무 중이던 2007년 뇌척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후유증으로 척수 장애인이 됐다. 국가유공자 지위를 얻었지만 더는 걷지 못했다. 7~8년을 집에 갇혀서 지냈다. 스스로를 방안에 가둔 조정두는 국가유공자 연금에 기대 은둔 생활을 했다. 그는 현실을 부정했고, 온라인 게임에 열중했다. 무려 8년 동안 온라인 슈팅 게임만 했다. 삶은 끝없이 피폐해졌다. 조정두는 “하루아침에 못 걷게 되니 두려움이 컸다”며 “밖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정두를 세상으로 이끈 건 ‘스포츠’였다. 보훈병원을 찾았다가 병원 체육관장님의 권유를 받고 운동을 시작했고, 사격을 접했다. 용기를 내고 밖으로 나와 진짜 총을 잡은 것이다. 이후 슈팅 게임을 끊었다. 그는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더라”라며 “사격을 시작하면서 게임을 단칼에 지웠다”고 전했다. 한국 간판 장애인 사격 선수로 성장한 조정두는 국제대회마다 메달을 획득하며 인생 2막을 열었다. 첫 패럴림픽 출전…한국에 첫 ‘金’ 안긴 조정두 조정두는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37.4점으로 우승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단의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다. 조정두는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연습 때처럼 잘되지 않아서 약간 좀 불안불안하긴 했는데 거기서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상대방이 다 알아서 빠질 거다. 그냥 나는 편하게 쏘자’고 했다”며 “마음 한편으로는 ‘첫 금메달을 내가 무조건 따야지’라고 생각하고 있긴 했는데, 진짜 따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결혼한 그는 오는 9월이면 아빠가 된다. 조정두는 “9월 12일이 출산예정일인데, 사실 그간 운동하느라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내에게 엄청 미안했다”며 “그 미안함 때문에 더 열심히 훈련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질문에 조정두는 “장애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용기를 갖고 일단 밖으로 나와야 한다. 나가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 선수단이 이번 대회 본격적인 메달 사냥에 나섰다. 한국은 메달 레이스 둘째 날인 이날 사격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 탁구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17개 종목에 83명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목표는 금메달 5개 수확, 종합순위 20위다.
  • 지식을 담아내려, 생각을 비워내려… 책의 광장에서 ‘담화만개’ [박상준의 書行(서행)]

    지식을 담아내려, 생각을 비워내려… 책의 광장에서 ‘담화만개’ [박상준의 書行(서행)]

    1층 로비 누군가의 추억 가득 ‘카드 목록함’사서들의 인문고전 해석과 강연 ‘사서고생’영화 속 걷듯 ㄷ자형 2.5층 높이 ‘타워서가’보통 도서관의 3요소를 장소(시설), 장서(책), 사서라고 말한다. 도서관 여행에 관심을 가지는 순서 또한 이와 닮았다. 처음 말을 거는 건 공간의 멋과 장소의 경험이고 그런 후에야 서가의 책과 서서히 친해진다. 그리고 사서, 결국 모든 여행은 사람으로 끝난다. 오늘 도서관 여행은 충남 홍성의 충남도서관이다. 충남도서관은 ‘사서고생’으로 알았다. 찾아가는 길이 사서 고생이었냐? 이때 사서는 ‘서적을 맡아 보는 직분’으로서 사서다. 그러니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건 조금 다른 의미의 ‘고생’이다. ●사서들의 사서 하는 고생 도서관 로비의 인테리어가 반갑기는 처음이다. 충남도서관 1층 안내데스크 벽은 카드 목록함 디자인이다. 누군가는 웬 한의원 약장이냐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의 추억을 자극할 만한 도서 카드 목록함이다. 3층 로비에는 실제 카드 목록함과 도서 카드가 있다. 도서 목록이 인터넷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존재하기 전까지, 도서관 책의 위치는 손 글씨로 입력한 종이 카드로 찾곤 했다. 카드 목록함 때문에 서론이 길었다. 충남도서관은 충남의 광역 대표도서관이다. 도서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잔잔한 즐거움 외에 앞서 말한 도서관의 3요소가 보인다. 또는 3요소를 길라잡이 삼아 여행할 만하다. 무엇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도서관 뒤편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서와 만나 대화할 수 있다. 우리네 현실상 쉽지 않은 기회다. ‘사서고생’과 ‘책 읽어주는 사서’가 대표적인 예다. ‘사서고생’은 ‘사서들의 인문고전에 대한 생각 강연’의 줄임말이다. 충남도서관 사서들이 진행하는 강연 프로그램으로 개관 초기부터 운영 중이다. 사서에게는 사서 하는 고생이겠지만 도서관 이용자에게는 책을 경험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올해는 이미 ‘모비딕’, ‘카네기 인간관계론’ 등의 고전을 진행했다. 주로 책과 작가의 소개,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영화화한 작품 등 사서가 만든 한 권의 잡지를 읽는 듯하다. 오는 10월 24일에는 박광일 사서가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준비 중이다. ‘사서고생’은 두 달에 한 번 짝수 달에 진행한다. ‘사서고생’이 없는 홀수 달에는 ‘책 읽어주는 사서’를 만난다. 사서 강연 형식은 똑같지만 2000년 이후 출간된 베스트셀러 도서를 소개한다는 게 차이다. 오는 9월 12일에는 신배재 사서가 ‘로봇과 AI의 인류학’(캐슬린 리처드슨, 눌민)을 준비했다. ‘한 줄 글귀’를 빌리자면 ‘절멸 불안을 통해 본 인간, 기술, 문화의 맞물림’이다. 사서의 고생과 고심이 느껴지는 소개다. 사서의 강연은 저자 북토크나 유명인 강연과 달리 한 사람의 독자로서 탐독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론 책과 가까운 이들이라 텍스트를 입체적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여느 프로그램보다 강연 후 질문이 많다. 프로그램은 매달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진행하며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다. 누구나 예약 신청할 수 있고 현장 참여도 열려 있다. ●도서관엔 사람이 있는 편이 장소와 장서, 즉 책과 공간이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충남도서관의 공간 디자인 콘셉트는 ‘담화만개’(談花滿開)다. 뜻 그대로 풀면 이야기꽃이 활짝 피어나다일 텐데 조금은 막연하다. 그럴 땐 4층 로비로 이동한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3층 전경은 그 어려운 한자를 시각화한다. 충남도서관 3층은 일반자료실, 특성화자료실, 열람실이 한데 어울린 개방형 서가다. 요즘 도서관이 공간을 구분 짓지 않는 건 알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마치 도서관 안에 책의 광장이 있고, 구석구석 저마다의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에 집중하는 모습에 가깝다. 정면의 벽은 전체가 서가다. 가지런하게 놓인 책들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켜보고 있다. 그 아래에는 계단열람석 빈백(bean bag)에 몸을 맡긴 채 책 속으로 잠수한 이들(간혹 수면모드도 있다), 남쪽으로 창을 낸 긴 책상에 줄줄이 고개를 묻고 공부하는 이들, 그 좌우로 조도를 낮춰 아늑한 특성화자료실(충남과 백제 관련 서적이 많다)과 홍예공원이 보이는, 도서관에 막 재미를 붙인 이들이 즐겨 찾을 만한 창가의 좌석(생각을 비워내기에 알맞다)이 있다. 중앙에서는 다시 한번 사서와 조우한다. 충남도서관 사서들은 지방신문에 번갈아 가며 ‘사서들의 서재’라는 칼럼을 기고한다. 이를 큐레이션한 추천 서가다. 곁에는 ‘항일 독립운동 특화 코너’다. 충남은 독립기념관이 있는 광역지자체고 홍성은 만해 한용운의 고향이다. 점자책 서가도 가깝다. 그러고 보니 계단열람석 빈백 옆에는 휠체어 리프트가 있었다(충남도서관은 전국 도서관 가운데 최초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이용자들은 저마다 다른 자세와 방식으로 도서관이란 울타리 안에서 도란도란하다. 이는 꽤나 감격적이다. 각자도생의 시대, 짧은 시간이나마 하나의 공간에서 책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얼마 전 재밌게 읽은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우치다 다쓰루, 유유)는 제목을 강하게 부정하고 싶어진다. 도서관은 성스러울지언정 그럼에도 역시나 사람이 있는 편이 좋다. 다음의 ‘담화만개’는 북카페다. 4층 로비에서 3층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2층 북카페에서는 1층 일반자료실이 모두 보인다.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2.5층 높이 벽면을 가득 채운 타워서가다. 한 면이 아니다. ‘ㄷ’ 자형으로 1층 로비까지 연결되며 크게 삼면을 두른다. 타워서가는 각 6단의 4층 서가다. 층마다 계단과 통로를 마련했다. 장식용 서가가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비교적 대출이 적은 철학(100), 종교(200) 책들을 배가해 통행의 혼잡을 방지했다. 대신 각 서가는 어른 키 높이로 가장 높은 단의 책도 손쉽게 꺼낼 수 있다. 타워서가를 오가노라면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 속 주인공이 돼 호그와트의 도서관에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간 벽면형 인테리어 서가에 대한 불만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 깨닫는다. 서가는 바라보는 것이 아닌 책을 꺼내고 만져 볼 수 있을 때 서가로 존재한다. ●슈슉 슈슉, 여름이 간다 그렇다고 타워서가의 ‘ㄷ’ 자형 안쪽을 놓칠 수 없다. 사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박스 형태의 자료실은, 바깥이 타워서가라는 걸 떠올리자 외벽도 내장도 온통 책으로 만든 집 안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두 번째 도서관 장면이라고나 할까? 각각의 자리는 조명 하나하나까지 좌석의 형태에 따라 세심하게 골랐다. 대접받는 기분이다. 마침 사방의 책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 작품이다. 그 가운데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브라이드 딜런의 ‘에세이즘’(카라칼)을 꺼내 안락의자에 앉는다. 에세이란 가장 익숙한 장르지만 그래서 정의를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장르다. 작가는 에세이의 ‘기원’, ‘스타일’, ‘불안’ 등의 목차를 내세우며 각 주제에 해당하는 책과 문장을 소개한다. ‘흩어짐’이라는 주제에 끌려 책을 펴니 버지니아 울프의 ‘웸블리의 천둥’이다. ‘흙먼지 회오리가 대가리를 곧추세운 채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코브라들처럼 슈슉 슈슉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지나간다.’ 이 한 문장만으로 글의 힘이 느껴진다. 흙먼지 회오리가 허둥지둥 지나가다니. 그것도 슈슉 슈슉 소리를 내며. 이 또한 언젠가 사서들의 ‘고생’ 목록에 오르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를 바라 본다. 그리고 슬며시, 흙먼지 회오리 자리에 폭염이나 무더위를 대입한다. 올여름 더위는 유독 길고 심했다. 어느덧 8월의 마지막 날, 이제 이놈의 무더위가 슈슉 슈슉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지나가는 꼴을 보는 일만 남았다. 도서관은 지난여름 내내 그러했듯, 남은 여름 또한 여전히 더위를 견디기에 좋은 피서지일 테다. 참, 충남도서관 4층에는 식당도 있다. 도서관 식당이라니? 도서관 카페는 있어도 식당 보긴 힘든 시절이다. 이 같은 도서관의 소소한 즐거움이 점점 사라져가는 건 얼마간은 아쉬운 일이다만. 점심에는 일반식과 일품식 두 가지를, 저녁에는 간편식을 낸다. 가격은 5000~7000원 선이다. ●도서관 문 열면 공원 충남도서관은 홍성군 내포신도시에 위치한다. 내포는 충남도청이 이전하며 생겨난 신도시다. 도시는 북쪽 예산과 남쪽 홍성을 포함해 부채꼴 형태로 자리한다. 그 꼭짓점이 홍예공원이고 충남도서관이다. 그래서 공원의 이름이 홍성과 예산의 머리글자를 딴 홍예다. 공원 안에는 두 개의 호수와 총길이 약 2.8㎞에 달하는 산책로가 있다. 독립운동가 거리도 있어 도서관 3층 일반자료실의 항일독립운동 특화 서가와 조응한다. 도서관 문을 열고 나서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 역시 홍예공원이다. 1층 후문에서는 호수 자미원으로 연결된다. 자미원은 소주천문도에 나오는 별자리다. 왕의 궁전을 상징한다. 물가의 자작나무와 지면패랭이꽃, 예술 작품이 산책의 동무다. 도서관 2층 정문은 홍예공원 중앙 방향으로 향하는데, 2층 전자자료실 안내 창구에서는 독서의자를 최대 4시간 동안 무료 대여한다. 소지가 편한 1인용 캠핑 의자다. 공원 어디에서든 편하게 독서하라는 도서관의 배려다. 더위가 수그러드는 9월의 어느 날은 홍예공원에서 캠핑 기분을 내며 책장을 넘길 수 있겠다. ●담담한 이응노의 집 홍성은 코로나19 이전까지 ‘홍성역사인물축제’를 열었다. 여섯 명의 홍성 역사인물을 주제로 한 축제였다. 고암 이응노 화백은 그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태어난 집은 충남도서관에서 불과 7㎞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지금은 옛 생가를 복원하고 작품을 볼 수 있는 기념관을 꾸렸다. 건축가 조성룡이 설계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이응노의 집이다. 이응노의 집은 고암의 스케치를 빌려 복원한 생가와 작품을 전시하는 기념관, 북카페 고암책다방, 마을 산책을 겸할 수 있는 연지 등으로 이뤄진다. 현재는 고암 탄생 120주년 기념 기획전 ‘심상’(心象)이 한창이다. 1960~1970년대 고암의 추상화 중심 전시다. 이 시기는 고암 인생의 전환기다. 1958년 파리에 정착했고 1967년에 ‘동백림사건’을 겪으며 옥고를 치렀다. 6·25전쟁 당시 헤어진 아들 소식을 들으려 동베를린을 방문한 게 화근이었다. 그는 투옥의 시간이 ‘또 하나의 자신을 깨어나게 했다’고 말하고, ‘자각이야말로 진정한 정열과 용기를 가져다주는 것’이라 덧붙인다. 그가 옥중에서 그린 그림들은 강인해서 먹먹하다. 그의 생애를 닮은 건축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조성룡 건축가는 이응노의 집을 단층으로 담담하게 지었다. 다진 흙을 층층이 쌓아 만든 황토벽이 특징인데 이웃한 논과 연지로, 먼 데는 용봉산과 눈을 맞춰 어울린다. 그의 인생이 켜켜이 쌓인 양하다. 그래서 내포신도시 사람들은 소풍 나오듯 이응노의 집을 찾고 너른 야외의 공원을 거닌다. ●수덕여관에 새긴 군상 이응노 화백의 1960~70년 마지막 흔적은 예산에도 있다. 수덕사는 우리나라 최고 목조 건축의 하나인 대웅전(국보)으로 유명하다. 맞배지붕의 집은 단아하고 수수한데 흔들림이 없어 아름답다. 대웅전에 다다르기 전에는 선(禪)미술관 옆 옛 수덕여관에 들른다. 수덕여관은 이응노 화백이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가기 전 머물던 초가집이다. 이전부터 살던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에게 그림을 배웠다. 그리고 1969년 ‘동백림사건’에서 형집행정지·가석방으로 풀려나 다시 잠시 머물렀다 쫓겨나듯 프랑스로 떠나서는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수덕여관에는 그때 너럭바위에 새긴 문자 추상암각화 두 점이 남아 있다. 각기 둘레 17m와 7.6m의 바위다. 큰 바위에 새긴 암각은 이응노의 집에 상설 전시 중인 탁본의 원본이다. 그는 글자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암각화에 대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며 영고성쇠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 그 바위 안에 새겨져 있다는 뜻이다. 그걸 달리 말하면 인문일 테고, 아마 그것이 마음에 남아 고전이 되는 것일 테지. 수덕사 또한 충남도서관에서 10㎞, 이응노의 집에서 7㎞ 거리로 가깝다. 여유를 내 들러볼 일이다. ●충남도서관 -오전 9시~오후 10시(화~금), 오전 9시~오후 6시(토~일), 월요일 휴관 -누리집 library.chungnam.go.kr
  • “돈 벌고 싶어서”… 성착취물 제작 판매한 10대 실형

    “돈 벌고 싶어서”… 성착취물 제작 판매한 10대 실형

    “돈을 벌고 싶어서…” 전국적으로 딥페이크(Deepfake·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결합어) 성범죄가 확산되는 가운데 여중생 성착취물을 제작해 판매하고, 피해자 가족을 협박해 돈까지 뜯어낸 10대가 법정에서 이렇게 답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2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 등으로 구속기소된 A(17)군에게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을 선고했다. 또한 A군에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 등도 명했다. 재판부는 “15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점, 피해자 모친을 협박해 돈을 갈취한 점 등 범행 수법과 죄질이 매우 불량하며,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17세 소년으로 미성숙한 상태에서 범행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A군은 지난 4월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여중생을 상대로 여러 차례 신체 사진을 요구해 전송받고, 영상통화를 피해자 동의 없이 녹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군은 지난 5월쯤 랜덤채팅을 통해 4만 6000원을 받고 해당 성착취물을 판매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피해자 어머니에게도 약 17시간에 걸쳐 SNS를 통해 “영상 삭제를 인증할 테니 220만원을 보내라. 그러지 않으면 성착취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결국 1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딥페이크’ 사진 성범죄물이 공유되고 있는 상황이 전국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대응 방안을 각급 학교에 안내했다. 최근 SNS 상에서 전국 딥페이크 피해 지역과 학교명, 피해자 명단 등이 기재된 게시물이 떠돌아 다니고 있는 가운데 도내 일부 초중고 학교도 거론돼 관련 학부모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 ‘n번방’ 폭로 박지현 “딥페이크 성범죄, 국가적 재난 상황 선포해야”

    ‘n번방’ 폭로 박지현 “딥페이크 성범죄, 국가적 재난 상황 선포해야”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불법합성물 성범죄가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대학은 물론 중·고교까지 확산한 가운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에 대해 ‘국가적 재난 상황’을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번방 방지법’ 만들었다면 이런 일 있었을까”박 전 위원장은 26일 페이스북에 “수많은 여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혹시라도 내가 피해자일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2019년 ‘n번방’ 사건 당시 텔레그램 대화방에 잠입해 실상을 폭로한 ‘추적단불꽃’의 일원이다. 박 전 위원장은 “온라인상에 떠도는 ‘당장’의 대처법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사진들을 다 내리라는 것인데, 이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SNS를 하지 않는다고 피해 대상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디지털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국에 있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복 숫자를 합쳐 가해자가 22만명”이라며 “명백한 국가적 재난 상황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며 “정말 진정한 ‘n번방 방지법’을 만들었다면 2024년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제가 추적 활동을 하던 4년 전에도 매일 같이 일어났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국가적 재난 상황임을 선포하고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텔레그램이 가해자들의 신상 협조에 수사를 거부한다면, 최소한 일시적으로 텔레그램을 국내에서 차단하는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피해학교 리스트’에 공포 확산‘서울대 n번방’ 사건에 이어 인하대의 한 동아리 여학생들이 1200명이 참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불법 합성물 성범죄 피해를 당하는 등, 딥페이크 성범죄가 대학가를 파고든 데 이어 전국 각지의 중·고교에도 퍼져나가고 있다. 엑스(옛 트위터)에는 이른바 ‘피해 지역·학교 목록’과 특정 학교 및 학생들의 사진을 공유하고 합성해 유포한 정황이 담긴 대화 내역 등이 공유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실제 피해 사실 및 규모가 경찰 수사를 통해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내 사진도 ‘음란물’이 돼 온라인을 떠돌 수 있다”는 공포에 여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 청소년 피의자 10명을 입건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은 물론이고 교사에 대한 (영상물)도 만들어서 확산하는 상황”이라며 “시 교육청과 협의해 학생들에게 이것이 심각한 범죄이고 처벌받을 수 있으며, 범죄 전력이 향후 사회생활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예방 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 합성물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에 착수해 악성 유포자 정보가 확인되는 대로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요람부터’ 지원하면 늦어…뱃속 태아부터 투자해야 저출산 고리 끊을 수 있다[월요인터뷰]

    불평등은 자궁에서부터 시작된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노출된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등을 앓을 수 있고, 성인이 돼서도 사회생활·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영유아기에 돌봄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자라서 상대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가난한 부모가 가난한 아이를 낳고,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세상.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사진·47)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의 첫 번째 원인으로 ‘불평등의 대물림’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대물림의 고리를 끊으려면 국가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아이의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난한 부모는 있어도 가난한 아이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격차가 해소돼야 나와 남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스스로 불행의 수렁을 파는 ‘비교 의식’을 줄일 수 있고, ‘좀 덜 불행한 사회’가 돼야 아이를 낳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김 교수는 “이상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표현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엄마 뱃속에서 무덤까지’로 다시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은 저출산의 원인태아기 장애 염려 많이 해‘국가가 책임’ 믿음 심어야‘격차’에 대한 고민은 20년 전 진료실에서 시작됐다. 의과대 졸업반 시절 유방암 클리닉에서 실습하던 김 교수에게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농사일로 검게 그은 피부, 깊게 주름 파인 얼굴이었지만 알고 보니 40대였다. 유방은 물론 겨드랑이에도 암세포가 가득했다.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김 교수에게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예… 이거 암 아니지예….” ‘강남 중년 여성들은 손톱보다 작은 암도 발견하는데 왜 이제야 병원에 오셨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약자들이 더 아프고 더 많이 죽어 가는 현실이 원망스러워 자리를 피해 울어 버렸다. 그래서 경제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 연구하는 것은 자연과학의 영역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정책은 사회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코넬대(정책학)와 홍콩과기대(경제학·정책학) 교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안식년을 얻어 귀국했다. 오는 9월부터는 모교인 연세대 의대에서 ‘집단 자살, 승자독식 사회’를 주제로 강의한다. 의대생뿐 아니라 재학생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월급은 홍콩에서 일할 때보다 절반이 깎였다. 하지만 그간의 고민과 연구를 한국에서 풀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년 전 진료실에서 만난 촌부의 현실과 지금 약자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이야말로 불행이 대물림되는 가장 중요한 경로라고 진단하며 아이의 미래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에 대한 투자입니다. 투자 대비 효과는 저소득층, 어린아이일수록 좋아요. 공부와 연관된 인지 기능 외에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정서적 안정, 사회성이 5세 미만에서 많이 발전합니다.” 김 교수는 저서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에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ABC/케어 프로그램’ 사례를 들었다. 주정부가 영유아기 영양·보건·교육 투자를 강화하고 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초등학교 1학년 때 실시한 시험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의 점수가 각각 4.9점, 7.7점 상승했고 30세 때 평균 소득은 대조군보다 1만 9809달러 많았다.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이 될 확률도 낮았다. 어릴수록 투자 효과 커임신 환경도 태아 삶 영향‘자동 육아휴직’ 정착 필요 김 교수는 “혹시 내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걱정도 저출산 원인의 중요한 부분”이라며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모두 책임져 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저출산의 고리, 빈곤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고리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 환경도 태아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김 교수는 임신했을 때 가족 사망 수준의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청소년기에 ADHD에 걸릴 확률이 25% 늘고, 성인이 돼 불안장애를 겪을 확률, 우울증 약을 먹을 확률이 각각 13%, 8% 증가했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임신부가 어디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까요. 바로 직장이에요. 지금은 임신했을 때조차 출산휴가를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잖아요. 임신하면 출산휴가가 바로 자동으로 시작되도록 바꿔야 해요. 최적의 분만 환경도 너무나 중요합니다. 좁은 구멍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어요. 최우선 순위가 안전한 임신에 대한 투자, 두 번째가 아이에 대한 투자예요. 불평등의 대물림을 막을 핵심 키워드입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 모두 별도로 신청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게 하고, 나중에 쓸 사람만 따로 연기 신청을 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은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육아휴직을 안 쓸 사람, 나중에 쓸 사람이 되레 허락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자는 것이죠. 그래야 육아휴직을 확대할 수 있어요. 아빠들에게도 무조건 육아 참여를 강요할 게 아니라 육아 교육, 자조 모임 등 지원을 해 줘야 해요. 보통 엄마가 육아휴직을 먼저 쓰고 아빠가 나중에 쓰다 보니 남자들은 육아에 서툴 수밖에 없어요. 산후조리원 동기 모임 같은 자조 모임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못 하겠다’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 도우미의 경제학홍콩서도 여성 고용 효과돌봄 영역으로 확장해야김 교수 본인도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애초 미국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것도 육아 때문이었다. 홍콩으로 이사한 뒤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덕에 숨통이 트였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경력 단절 여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 것은 사실입니다.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위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해 대략 100만원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노인 돌봄 문제도 이 제도를 활용해 많이 해결했어요. 홍콩 백화점에 가면 휠체어를 탄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한국 백화점에서 휠체어 탄 노인 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역할을 육아뿐만 아니라 발달장애인, 노인 돌봄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외국인 활동보조인을 도입해 서비스의 양과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최근 시범사업으로 한국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을 적용받아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월 238만원을 받는다. 홍콩과 달리 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 금지 조약에 비준해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줄 수 없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을 두고 ‘서민에겐 그림의 떡’이란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외국인 도우미 임금 해법은입주형·사적 계약 등 활용최저임금 차등 적용 검토김 교수는 비용을 낮출 방안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사적 계약을 통한 가사도우미 직접 고용 ▲입주 가능한 가사도우미 제도 도입을 꼽았다. “방이 3개라면 그중 하나를 월 50만원에 필리핀 가사도우미에게 내주고 (최저임금이 적용된 월 238만원 중) 180만원가량을 임금으로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또 사적 계약을 통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하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임금이 제조업보다 지나치게 낮으면 불법체류자로 남을 가능성이 있겠죠. 마지막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필요합니다. 산업재해 위험이 큰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상대적으로 쉬운 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의 최저임금이 똑같아야 할까요. 이것도 공평성의 원칙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받는 임금이 내국인과 너무 차이 난다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이민은 노동력을 찾는 것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이웃으로 귀결됐습니다. 일본 노인 간병센터에 고용된 외국인 여성들이 이제 일본어를 잘하는 숙련 노동자가 돼 영주권을 얻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나라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도 있겠지요. 우리 국민이 될 확률이 높은 이들을 ‘2등 국민’으로 대우한다면 나중에 차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단독] 안구 없는 재민이의 건반… ‘함께’라는 감동 울렸다[희귀질환아동 리포트: 나에게도 스무살이 올까요]

    [단독] 안구 없는 재민이의 건반… ‘함께’라는 감동 울렸다[희귀질환아동 리포트: 나에게도 스무살이 올까요]

    “모재민군은 태어나서 한 번도 사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해 연주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재민이는 세상을 피아노로 소통합니다. 2012년 베이비박스를 통해 저희에게 왔습니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 있는 라파엘의집에서 생활하고 있고 서울 맹학교 5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재민이의 꿈은 ‘하늘을 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하늘을 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할 준비가 됐나요.” ●선천성 무안구증… 세상 본 적 없어 지난 5월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선천성 무안구증을 앓고 있는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재민(12)이를 맞이하기 위한 소개 글이 무대 뒤 장막에 올라왔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조명이 들어오자 검은색 연미복에 흰 와이셔츠를 입은 재민이가 지도교사의 손을 잡은 채 등장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관객에게 정중한 인사를 올린 재민이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건반에 손가락을 올렸다. ●악보 없는 피아노, 관객은 눈물 악보도 없는 피아노에서 쇼팽의 ‘녹턴 20번’이 섬세한 선율로 울려 퍼졌다. 온 신경을 집중했는지 굳어 있던 재민이의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연주가 마음에 든 듯했다. 관객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첫 곡이 끝나자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잠깐 땀을 닦은 재민이는 두 번째 곡 바흐의 ‘칸타타 147번’을 물 흐르듯 이어 갔다. 마침내 건반에서 손을 뗀 재민이가 일어나 다시 한번 인사를 올린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슴으로 연주하는 재민이네 살 ‘절대음감’ 알아봐준 수민 쌤보호시설·보조교사 등 모두가 스승“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길”이날 공연은 주사랑공동체가 주최한 ‘봄날의 베이비박스 콘서트’. 재민이는 특별출연자로 초청받아 오프닝 공연을 맡았다.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난 재민이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무대를 미리 머릿속에 그렸다. “사람들이 박수 치고 환호하면 무대가 더 달아오를 거예요. ‘앙코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쇼팽을 한 곡 더 연주할 거예요.” 재민이는 두 살 때 장애아동 생활시설인 서울 라파엘의집에 입소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탓인지 내성적이었고 작은 소리에도 불안해했다. 하지만 네 살 때 운명처럼 만난 피아노가 모든 걸 바꿨다. 악보를 볼 수 없는데도 재민이는 들리는 음을 그대로 재현하는 절대음감의 재능을 갖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건 다섯 살 때인 2017년. 서울맹학교 음악교사인 최수민(51)씨가 재민이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재민이는 1년 만에 콩쿠르에 출전해 비장애인 또래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첫 콩쿠르를 함께한 이도 최씨였다. 이날 베이비박스 공연 마지막 무대에 최씨 손을 잡고 다시 오른 재민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스승의 은혜’와 ‘어머니의 마음’을 열창했다. 조성진처럼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재민이. 그가 재능을 활짝 피우도록 도운 건 최씨와 라파엘의집만이 아니다. 등굣길마다 음료와 간식을 챙겨 준 카페 주인, 손수 점자 읽는 법을 알려 주며 글을 깨치게 한 이웃, 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피아노 학원에 갈 수 있도록 날마다 바래다주는 보조교사….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은 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재민이가 존재했다. 김종민 서울 라파엘의집 원장은 “재민이가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003년 일곱 살의 나이로 탈북한 모친과 함께 한국에 온 정혜연(28·가명)씨는 어린 시절부터 이유 없이 코피를 쏟았다. 지혈이 되지 않아 세숫대야를 흠뻑 적실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북한에서 병원을 찾았을 땐 병명을 알 수 없는 희귀질환이란 말만 들었다. 새 삶 얻고 보답하는 혜연씨탈북 가정엔 버거운 골수이식비용익명의 독지가 도움으로 건강 찾아심리상담사로 일하며 봉사활동도한국에 온 뒤 대학병원에서 온몸의 혈관에 혈전(피떡)을 유발하는 ‘원발성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몸의 면역체계가 세포와 조직을 잘못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다. 당시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혈관수축 효과가 있는 스테로이드제를 임시방편으로 복용했다. 정씨의 증상은 계속 악화돼 지난 2012년엔 ‘골수이형성증후군’(골수 이상으로 혈액세포를 만들 수 없는 질환)이란 진단을 추가로 받았다. 치료하려면 골수이식을 받아야 했지만 검사비까지 합쳐 1억원가량이 필요했다. 탈북자 출신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희귀질환 환자 후원사업을 벌이는 ‘여울돌’이 정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울돌은 정씨 사연을 전한 뒤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익명의 독지가가 나섰다. 열아홉 살 때인 지난 2015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정씨는 그렇게 새 삶을 얻었고, 현재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가 시간이 날 때면 여울돌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평생 아팠던 제가 수술을 받은 뒤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기 시작했어요. 의사에게 스무 살을 넘기기 힘들단 말을 들었는데 건강해지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잠깐 우울증이 왔지만 극복하고 제가 받은 사랑과 도움을 다른 이들에게 베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심리상담사란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다시 그라운드 누비는 민재희귀 백혈병에 기약없는 항암치료병원 복지팀 도움에 ‘멘털’ 다잡아2년 만에 축구팀 돌아가 ‘희망 슛’‘제2의 손흥민’을 꿈꾸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강민재(14)군이 축구를 멈추게 된 건 목에 큰 멍울이 발견된 2021년 6월.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목이 부은 민재는 병원 세 곳을 돌고 나서야 희귀 백혈병의 일종인 ‘림프모구성 T-세포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소아암 환자 중에선 빨리 병이 발견된 편이지만 급성으로 진행되는 증세에 민재의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축구에 소질을 보여 1년 만에 수원FC 15세 이하(U15) 축구팀에 들어갔던 민재는 서울성모병원에서 기약 없는 항암 치료를 받으며 병상에만 누워 있었다. 아직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기엔 너무 어린 민재. 민재 엄마 김남영(43)씨는 “병원 사회복지팀이 아이를 살렸다”고 되돌아봤다. 복지팀이 틈날 때마다 민재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 주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버틸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 줬다고 한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후원하는 ‘어린이학교 사회복귀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도 매달 30만원씩 민재 치료비를 지원했다. 민재는 지난해 7월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축구팀에 복귀했다. 민재는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친구들이랑 실력 차이가 크게 나면 어쩌나 불안했다. 열심히 연습해서 한국을 빛내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 [단독] 안구가 없는 재민이의 연주…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쏟아냈다[나에게도 스무살이 올까요]

    [단독] 안구가 없는 재민이의 연주…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쏟아냈다[나에게도 스무살이 올까요]

    “모재민군은 태어나서 한 번도 사물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해 연주하는 재능이 있습니다. 재민이는 세상을 피아노로 소통합니다. 2012년 베이비박스를 통해 저희에게 왔습니다. 현재 서울 종로구에 있는 라파엘의집에서 생활하고 있고 서울 맹학교 5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재민이의 꿈은 ‘하늘을 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는, 하늘을 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할 준비가 됐나요.” 지난 5월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선천성 무안구증을 앓고 있는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재민(12)이를 맞이하기 위한 소개 글이 무대 뒤 장막에 올라왔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조명이 들어오자 검은색 연미복에 흰 와이셔츠를 입은 재민이가 지도교사의 손을 잡은 채 등장했다. 긴장된 표정으로 관객에게 정중한 인사를 올린 재민이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신 뒤 건반에 손가락을 올렸다. 악보도 없는 피아노에서 쇼팽의 ‘녹턴 20번’이 섬세한 선율로 울려 퍼졌다. 온 신경을 집중했는지 굳어 있던 재민이의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연주가 마음에 든 듯했다. 관객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훔쳤다. 첫 곡이 끝나자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잠깐 땀을 닦은 재민이는 두 번째 곡 바흐의 ‘칸타타 147번’을 물 흐르듯 이어 갔다. 마침내 건반에서 손을 뗀 재민이가 일어나 다시 한번 인사를 올린 뒤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날 공연은 주사랑공동체가 주최한 ‘봄날의 베이비박스 콘서트’. 재민이는 특별출연자로 초청받아 오프닝 공연을 맡았다. 대기실에서 기자와 만난 재민이는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무대를 미리 머릿속에 그렸다. “사람들이 박수 치고 환호하면 무대가 더 달아오를 거예요. ‘앙코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쇼팽을 한 곡 더 연주할 거예요.” 재민이는 두 살 때 장애아동 생활시설인 서울 라파엘의집에 입소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탓인지 내성적이었고 작은 소리에도 불안해했다. 하지만 네 살 때 운명처럼 만난 피아노가 모든 걸 바꿨다. 악보를 볼 수 없는데도 재민이는 들리는 음을 그대로 재현하는 절대음감의 재능을 갖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건 다섯 살 때인 2017년. 서울맹학교 음악교사인 최수민(51)씨가 재민이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재민이는 1년 만에 콩쿠르에 출전해 비장애인 또래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첫 콩쿠르를 함께한 이도 최씨였다. 이날 베이비박스 공연 마지막 무대에 최씨 손을 잡고 다시 오른 재민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스승의 은혜’와 ‘어머니의 마음’을 열창했다. 조성진처럼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재민이. 그가 재능을 활짝 피우도록 도운 건 최씨와 라파엘의집만이 아니다. 등굣길마다 음료와 간식을 챙겨 준 카페 주인, 손수 점자 읽는 법을 알려 주며 글을 깨치게 한 이웃, 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피아노 학원에 갈 수 있도록 날마다 바래다주는 보조교사….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은 많은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재민이가 존재했다. 김종민 서울 라파엘의집 원장은 “재민이가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003년 일곱 살의 나이로 탈북한 모친과 함께 한국에 온 정혜연(28·가명)씨는 어린 시절부터 이유 없이 코피를 쏟았다. 지혈이 되지 않아 세숫대야를 흠뻑 적실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북한에서 병원을 찾았을 땐 병명을 알 수 없는 희귀질환이란 말만 들었다. 한국에 온 뒤 대학병원에서 온몸의 혈관에 혈전(피떡)을 유발하는 ‘원발성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았다. 몸의 면역체계가 세포와 조직을 잘못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하나다. 당시에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혈관수축 효과가 있는 스테로이드제를 임시방편으로 복용했다. 정씨의 증상은 계속 악화돼 지난 2012년엔 ‘골수이형성증후군’(골수 이상으로 혈액세포를 만들 수 없는 질환)이란 진단을 추가로 받았다. 치료하려면 골수이식을 받아야 했지만 검사비까지 합쳐 1억원가량이 필요했다. 탈북자 출신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희귀질환 환자 후원사업을 벌이는 ‘여울돌’이 정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울돌은 정씨 사연을 전한 뒤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고, 익명의 독지가가 나섰다. 열아홉 살 때인 지난 2015년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정씨는 그렇게 새 삶을 얻었고, 현재 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가 시간이 날 때면 여울돌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평생 아팠던 제가 수술을 받은 뒤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기 시작했어요. 의사에게 스무 살을 넘기기 힘들단 말을 들었는데 건강해지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잠깐 우울증이 왔지만 극복하고 제가 받은 사랑과 도움을 다른 이들에게 베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심리상담사란 직업을 갖게 됐습니다.” ‘제2의 손흥민’을 꿈꾸며 그라운드를 누비던 강민재(14)군이 축구를 멈추게 된 건 목에 큰 멍울이 발견된 2021년 6월.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목이 부은 민재는 병원 세 곳을 돌고 나서야 희귀 백혈병의 일종인 ‘림프모구성 T-세포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소아암 환자 중에선 빨리 병이 발견된 편이지만 급성으로 진행되는 증세에 민재의 몸과 마음이 무너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축구에 소질을 보여 1년 만에 수원FC 15세 이하(U15) 축구팀에 들어갔던 민재는 서울성모병원에서 기약 없는 항암 치료를 받으며 병상에만 누워 있었다. 아직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기엔 너무 어린 민재. 민재 엄마 김남영(43)씨는 “병원 사회복지팀이 아이를 살렸다”고 되돌아봤다. 복지팀이 틈날 때마다 민재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 주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버틸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아 줬다고 한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후원하는 ‘어린이학교 사회복귀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도 매달 30만원씩 민재 치료비를 지원했다. 민재는 지난해 7월 항암치료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축구팀에 복귀했다. 민재는 “침대에 누워 있을 때 친구들이랑 실력 차이가 크게 나면 어쩌나 불안했다. 열심히 연습해서 한국을 빛내는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유튜브: https://youtu.be/lq8X9gUsan0 네이버TV: https://tv.naver.com/v/59891815
  • 정형돈 “사람에 대한 공포 극에 달해”…불안장애 당시 회상

    정형돈 “사람에 대한 공포 극에 달해”…불안장애 당시 회상

    방송인 정형돈이 ‘은둔생활’을 하는 금쪽이에게 공감하며 과거 불안장애가 심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채널A 예능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 204회에서는 엄마 뒤에 숨어 사는 예비 중1 아들 사연이 공개됐다. 선택적 함구증이 있는 금쪽이는 하교 시간,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후드와 마스크로 온몸을 무장하고 나타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엄마가 이를 벗기려고 하자 이번에는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지켜본 정형돈은 “저는 우리 친구 마스크 쓰고 후드 쓰고 우산 쓰는 거 이해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저도 처음 방송 쉬기 전에 저렇게 다녔다. 한여름의 사람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라”라고 덧붙였다. 그는 “타조가 위기가 닥치면 머리 숙이면 괜찮다고 하는 것처럼 나를 모르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무장해야 나갈 수 있던 시기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두려움 때문이다”라고 짚었고, 홍현희는 “더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 그날 ‘검은’ 바다는 “자식을 언제까지 죽일 거냐”고 울부짖었다[전국부 사건창고]

    그날 ‘검은’ 바다는 “자식을 언제까지 죽일 거냐”고 울부짖었다[전국부 사건창고]

    ‘제주 한 달 살기’ 떠난 젊은 가족한 달 만에 완도 바닷속에서 인양2022년 6월 29일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항 앞바다에서는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비극이 인양되고 있었다. 송곡항 방파제 전방 80m에서 해상 크레인이 수심 10m에 잠겨 있던 승용차를 들어 올렸다. 차량은 앞유리가 깨진 채 뒤집어져 갯벌에 반쯤 처박혀 있었다. 경찰은 차량 내부 증거품들이 유실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차량을 그물로 감쌌다. 작업 두 시간쯤 지나 물 밖으로 올라왔고, 바지선에 실려 항구로 돌아갔다. 경찰은 이날 승용차에서 주검 3구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1주일 전 실종신고가 접수된 조모(당시 36세)·이모(당시 34세)씨 부부와 딸 유나(당시 10세·초교 5학년)양이었다. 광주 남구에 사는 조씨 부부가 딸이 다니는 학교에 ‘제주도 한 달 살기’ 한다며 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만료 기간이 2주일 넘도록 연락이 끊겼다가 발견된 것이다. 차 안에서 여행용 가방과 손가방, 옷가지, 목베개 등도 건져 올려졌다. 경찰은 이튿날 시신을 부검했다. 한 달간 물속에 있어 심하게 부패했지만 일가족 모두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플랑크톤도 모두 검출돼 차량이 바다로 뛰어들었을 당시 일가족이 다 살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유서는 없었지만 시신에서 외상 등 범죄 혐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차량 블랙박스에 “이제 물이 찼다”는 조씨의 음성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유나양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초등 딸 수면제 먹인 뒤 승용차 타고…조씨 가족이 완도에 투숙한 것은 발견 한 달 전인 5월 29일. 딸의 학교에 한 달(5월 19일~6월 15일) 동안 제주로 건너가 농촌살기 체험을 하겠다고 체험학습을 신청한 뒤였다. 이들은 풀이 있는 신지면의 한 고급 펜션에 묵었다. 가족은 5월 30일 오후 11시쯤 승용차를 타고 펜션을 빠져나왔고, 이튿날 새벽 숙소와 5분쯤 떨어진 송곡항에서 오전 1시쯤 이씨와 유나양, 3시간 후 조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끊겼다. 부부는 펜션에 투숙하기 1주일 전인 5월 23일부터 완도 4차례를 비롯해 해남, 강진을 오가며 장소를 답사했다. 수상한 여정에 어린 유나양이 눈치채고 얼마나 불안했을지에 국민들은 가슴 아파했다. 경찰은 조씨 차량이 5월 31일 0시 10분쯤 방파제에서 시속 31㎞ 속도로 바다에 뛰어든 것으로 판단했다. 차량이 물속에 잠긴 뒤 휴대전화가 끊겼다는 얘기다. 차량 블랙박스 분석 결과 조씨 부부는 방파제에서 1시간 동안 머물렀다. 대화는 서너 마디에 그쳤다. 유나양의 목소리가 없는 것으로 미뤄 수면제에 잠이 들었고, 부부는 물이 찼을 때 복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방파제 앞 바닷물은 썰물로 바뀌고 있었다. 집 현관 앞에 청구서와 독촉장 쌓여빚 1억 5000만원, ‘돌려막기’ 일쑤이후 체험학습 기간 종료 이튿날인 6월 16일 학교 측이 조씨 가족에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결국 22일 경찰에 유나양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송곡항 일대에 인력 60여명을 투입하고 헬기, 경비정, 잠수원, 음파·영상 레이더로 바닷속을 탐지하는 ‘소나’를 동원해 수색했다. 경찰 수사도 본격화됐다. 애초에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없었다. 조씨가 휴대전화로 검색한 것은 가상화폐 ‘루나 코인’, ‘수면제’, ‘완도 앞바다 물 때’, ‘익사의 고통’이었다. 폐쇄회로(CC)TV 영상은 조씨 승용차가 완도로 들어오고, 펜션에서 거의 외출하지 않은 것들을 증명했다. 마지막으로 양손을 축 늘어뜨린 딸을 등에 둘러업은 엄마, 슬리퍼를 신고 차에 올라타 황급히 펜션을 떠나는 아빠의 모습이 담겨 있다. 조씨의 집 현관 앞에는 각종 청구서와 독촉장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카드 대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측 안내문도 붙었다. 컴퓨터 판매 관련 일을 하던 조씨는 10개월 전 폐업했고, 그의 아내 이씨도 같은 시기 콜센터를 그만뒀다. 이후 부부는 직업 없이 어렵게 살았다. 아내는 공황장애까지 생겨 진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의 빚은 1억 5000만원 안팎이었다. 이 중엔 가상화폐에 1억 30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을 손해 본 것도 있다. 아파트 집은 월세, 아우디 승용차는 임대 중고차였다. 부채와 임대료는 이른바 ‘돌려막기’로 버텼다. 부부는 끝내 딸의 의지와 상관없이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길을 택했다. 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 “‘동반××’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아이의 언어 ‘피살’, 법의 언어 ‘살인’‘자녀 살해 후 사망’ 사건 매년 증가실종 소식 후 무사하길 애타게 기원하던 국민들은 그 바다만큼 깊은 슬픔과 함께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지 마라’는 분노를 쏟아냈다. ‘자녀 살해 후 사망 사건’에 대해 정의를 내린 2020년 판결문도 회자됐다.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 박주영)는 당시 어린 자녀를 살해한 뒤 목숨을 끊으려다 살아난 40대 여성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우리는 살해당한 아이들의 진술을 들을 수 없다. ‘동반 ××’은 가해 부모의 언어다. 아이의 언어로 말한다면 피살이다. 법의 언어로 말하더라도 명백한 살인이다”고 했다. 유나양 가족의 마지막 길은 쓸쓸했다. 장례는 빈소 없이 치러졌고, 화장장 앞을 지켜주거나 유골함을 옮겨줄 지인도 보이지 않았다. 유나양의 학교와 교육청 관계자도 이목 때문인지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경찰은 그해 8월 조씨 부부에게 딸을 살해한 살인 혐의를 적용한 뒤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자녀 살해 후 목숨 버림’ 사건(보건복지부 통계)은 2018년 5명에서 2019년 9명, 2020년 12명, 2021년 14명, 2022년 14명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살해보다 형이 낮은 ‘비속살해’도 가중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5건이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코로나 후유증, 이런 것까지? [사이언스 브런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코로나 후유증, 이런 것까지? [사이언스 브런치]

    2019년 말부터 약 3년 동안 전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가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분위기다. 휴가철이 끝나고 개학이 시작되는 시점에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동·청소년은 성인과 비교하면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되지는 않지만, 걸리게 되면 성인과 마찬가지로 후유증이 상당히 지속되는 ‘롱 코비드’가 나타나기도 한다. 미국 연구진이 아동, 청소년의 롱 코비드 증상을 분석한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심혈관 과학 연구부와 컬럼비아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롱 코비드가 아동에게서는 두통, 청소년에게서는 극심한 피로감과 같은 방식으로 나타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JAMA’ 8월 22일 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미국 전역 60개 이상의 장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이 있는 386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과 감염 이력이 없는 1516명의 아동·청소년의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후 최소 90일이 지나고, 최소 한 달 이상 지속된 증상을 조사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으로 나타날 수 있는 75가지 증상 중 몇 가지가 나타나는지 검토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감염 전후 전반적인 건강 상태,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을 묻는 설문조사도 했다. 연구팀은 6~11세의 아동과 12~17세 청소년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 아동에게서는 18종, 청소년에게서는 17종의 롱 코비드 증상을 발견했으며, 또 다른 14가지 증상은 공통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들에게서는 두통(57%)이 가장 흔한 롱 코비드 증상이었고,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44%), 수면 장애(44%), 복통(43%) 순이었다. 근육 및 관절 통증, 주간 졸림, 과도한 불안감도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청소년들에게서는 주간 졸림과 저에너지 상태가 80%로 가장 흔한 증상이었고, 근육 및 관절 통증(60%), 두통(55%),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47%) 순으로 확인됐다. 또 성인과 공통으로 나타나는 롱 코비드 증상은 후각·미각 상실 및 변화가 가장 대표적이었다. 연구를 이끈 NIH 심혈관 과학 연구부장인 데이비드 고프 박사는 “그동안 롱 코비드 증상은 대부분 성인을 중심으로 연구돼 아동, 청소년에게서는 롱 코비드 증상이 드물거나 성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왔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아동, 청소년들의 롱 코비드를 쉽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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