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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는 민주당” “계양공천 패인” 野 예비경선 정견발표…최종 3인은

    “이기는 민주당” “계양공천 패인” 野 예비경선 정견발표…최종 3인은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28일 차기 지도부를 뽑는 8·28 전당대회 본선에 오를 후보를 걸러내기 위한 예비경선(컷오프)에서 치열한 득표 경쟁을 벌였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비경선 정견발표회는 ‘대세론’을 앞세운 이재명 상임고문, 이에 맞서 반전을 모색하는 다른 주자들 사이의 대립각이 형성되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이재명 고문은 ‘이기는 민주당’을 강조하며 중앙위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이 고문은 “국민과 당원 속에서 소통하고 혁신해 국민의 신뢰를 다시 모아내야 이기는 민주당이 될 수 있다”면서 “당이 사랑을 되찾지 못하면 총선 승리도 집권도 요원하다. 당원과 국민의 집단지성에 정치적 운명을 맡기겠다”고 호소했다. ‘이기는 민주당’을 위한 방안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 제시, 민생문제 해결, 정권의 오만 견제, 소통하는 정당, 계파정치가 아닌 통합의 정치를 제시했다. 이 고문은 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면서 “깊은 고민 끝에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 책임을 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당 대표가 되어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것이다.97그룹(90년 학번·70년대생) 주자들은 각자 강한 야당, 통합, 혁신에 적임자를 자임하면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흐름에 반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훈식 의원은 “모든 것을 다 걸고 윤석열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면서 “2024년 총선 승리, 2027년 정권 재탈환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고 싸워 이기는 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은 “전당대회마다 계파 갈등과 줄 세우기가 반복된다. 혹시 공천 학살을 당할까 불안한가”라며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 저는 당 대표 1인이 행사하던 공천권을 중앙위원들께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어대명의 유일한 대항마, 박용진을 전략적으로 선택을 해 달라”면서 “전당대회 흥행과 이변을 반드시 만들겠다. 국민이 바라는 변화로 몸부림치는 민주당을 보여드리겠다”고 호소했다. 박주민 의원은 “중요한 목표는 혁신과 통합”이라며 “저는 혁신에 필요한 경험과 뚝심이 있다. 계파에 속해본 적이 없는 만큼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계파 싸움과 쓸데없는 분열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고 강조했다.5선 중진 설훈 의원과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 주자인 김민석 의원은 이 상임고문을 겨냥해 선거 연패 책임론을 꺼내 들며 혁신을 강조했다. 설훈 의원은 “우리는 지난 대선과 지선에서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를 맞았다. 그런데 국민의 분노를 무서워하기는커녕 달콤한 사탕으로 여겼다”면서 “겸손한 반성과 과감한 혁신으로 다시 국민 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관련,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작해 계양까지 이어진 공천이 직접적인 패인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런 잘못된 태도가 당의 대세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 출마했다”고 밝혔다. 원외 후보인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청년들의 이정표가 되겠다”면서 “암울한 미래전망을 바꾸고자 결심한 청년들에게 민주당의 문을 더 열겠다”고 말했다. 17명의 최고위원 후보 역시 5분씩 정견발표를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예비경선을 통해 본선에 진출할 당 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을 걸러낸다.
  • G20 간 추경호 “고물가 10월까지… 7~8%는 안 갈 것”

    G20 간 추경호 “고물가 10월까지… 7~8%는 안 갈 것”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국제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이번 G20 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합의문 없이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추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세계보건’ 세션에 참석해 “미래 팬데믹 재원 마련을 위한 세계은행(WB)의 금융중개기금(FIF)에 한국은 3000만 달러(약 397억 5000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G20 재무장관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주요 7개국(G7)과 러시아 간 갈등으로 공동성명서 없이 의장이 작성한 회의 요약본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의 책임 소재를 놓고 각국 의견이 엇갈린 까닭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 주요 서방 국가 참석자들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경제위기의 책임은 러시아의 잔인하고 불공정한 전쟁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중국·인도 등 일부 회원국 대표들은 러시아 비난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난국 극복을 위해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전쟁을 둘러싼 G7과 러시아 간 갈등으로 합의문 채택이 무산돼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추 부총리는 19일 한국에서 열리는 옐런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을 아끼며 “양국의 경제 관심사, 세계 경제 흐름,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공조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추 부총리와의 양자 면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이달 말 발표하는 수정 세계경제전망(WEO)이 한층 어두워졌다”며 지난 4월 하향 조정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3.6%)이 한 번 더 곤두박질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 부총리는 소비자물가에 대해 “10월까지는 불안한 양상이 계속될 것 같지만 돌발 상황이 없으면 6%대를 넘어 미국이나 유럽처럼 7~8%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축산물 할당관세 확대 후 수급이 안정될 기미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인도네시아 현지 진출 한국 기업을 지원하고자 현대차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 ‘아이오닉5’와 기념사진(사진)을 찍으며 일일 홍보 모델을 자처했다.
  • ‘G7 vs 러시아’ 갈등에 합의문 한 장 없이 막 내린 G20

    ‘G7 vs 러시아’ 갈등에 합의문 한 장 없이 막 내린 G20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1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하며 국제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추 부총리는 전 세계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기금에 한국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G20 회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합의문 한 장 없이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추 부총리는 G20 재무장관회의 ‘세계보건’ 세션에 참석해 “미래 팬데믹 재원 마련을 위한 세계은행(WB)의 금융중개기금(FIF)에 한국은 30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세계경제 세션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정책 공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G20 재무장관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주요 7개국(G7)과 러시아 간 갈등으로 공동성명서 없이 의장이 작성한 회의 요약본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 위기의 책임 소재를 놓고 각국의 의견이 엇갈린 까닭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등 주요 서방 국가 참석자들은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원인은 러시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옐런 장관은 “현재 세계가 직면한 경제 위기의 책임은 러시아의 잔인하고 불공정한 전쟁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티무르 막시모프 러시아 재무부 차관이 마이크를 잡았을 때 퇴장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상당수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G20 회원국 대표들은 러시아 비난 행렬에 동참하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행사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각 국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전쟁을 둘러싼 G7과 러시아 간 갈등으로 합의문 채택이 무산돼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추 부총리는 19일 한국에서 열리는 옐런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을 아끼며 “양국의 경제 관심사, 세계 경제 흐름,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공조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추 부총리와의 양자면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이달 말 발표하는 수정 세계경제전망(WEO)이 한층 어두워졌다”며 지난 4월 하향 조정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한 번 더 곤두박질 칠 거라고 경고했다. 추 부총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와 관련해 “10월까지는 불안한 양상이 계속될 것 같지만, 돌발 상황이 없으면 6%대를 넘어 미국이나 유럽처럼 7~8%에 안착하는 상황까진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축산물 할당관세를 확대한 이후 수급이 안정될 기미가 있다”고 전망했다.
  • 첫발도 못 뗀 연금개혁… “尹 의지 보여라”[연금개혁, 이제는 해야 한다<상>]

    첫발도 못 뗀 연금개혁… “尹 의지 보여라”[연금개혁, 이제는 해야 한다<상>]

    국민연금 개혁이 출발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국민연금 개혁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했으나 개혁의 밑그림조차 내놓지 못했다. 현 정부가 연금개혁의 기본 방향으로 내세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은 재정안정화가 목표여서 공적연금의 핵심 기능인 적정보장 문제가 도외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정부 출범 이후 한 달 넘게 연금개혁 논의가 없어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재인 정부 연금개혁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27일 “연금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들의 백가쟁명식 논의가 아니라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라며 “대통령이 방향을 잡아야 개혁에 동력이 실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5대 구조개혁’ 과제 중 하나로 연금개혁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 ‘내년 3월 5차 재정추계 완료’, ‘내년 하반기 국민연금 개선안 마련’,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통한 공적연금 개혁 논의 추진’ 등의 일정만 언급했을 뿐이다. 재정추계와 개선안 마련은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하고 운영계획을 다시 수립하도록 한 현행법에 따른 일정이다. 반면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은 뚜렷하게 제시해 놔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공적연금은 축소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겠다는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첫 단추가 될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어디에 둘지도 정하지 않았다. 대선 공약에선 대통령 직속에 두는 것으로,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선 국회 설치로 방향을 틀었다.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국회에 두면 개혁안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합의를 이룰 수 있으나, 합의 불발 시 개혁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 게다가 2024년에는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붙는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 연금개혁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 정부가 이를 명분으로 개혁을 중단하는 등 책임회 피용 카드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노후빈곤 예방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연금 재정 안정뿐만 아니라 적정 수준의 소득보장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줄어들면 노후 보장성, 급여 적절성이 매우 훼손된다”며 “공적연금이 축소되고 종국에는 사적연금 시장에 노후를 맡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필상의 경제정론] 경제안보는 기술주권으로 확립해야/전 고려대 총장

    [이필상의 경제정론] 경제안보는 기술주권으로 확립해야/전 고려대 총장

    국가가 영토를 지키기 위해 군사안보가 필요하듯 국민 삶의 기반을 지키기 위해 경제안보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경제안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급망이 훼손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원유, 원자재, 곡물 등의 수급이 차질을 빚어 극히 불안하다. 경제안보의 핵심은 기술이다. 기술의 무기화는 경제안보는 물론 군사안보까지 위협한다. 미국은 2019년 기술안보의 불안을 우려해 중국의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지난해 한국은 중국의 요소수 수출 통제로 인해 운송망이 멈추는 피해가 발생했다. 어쩔 수 없이 군에서 비축한 요소수를 사용했다. 반도체는 가장 위협적인 기술 무기다. 반도체 공급을 끊으면 산업 발전이 멈추고 군사자산까지 마비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는 미국과 경제안보 협력에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비롯해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의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간 경제안보 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합류하기로 했다. IPEF에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인도,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등 14개국이 참여한다. 협력 분야는 공급망, 무역, 청정에너지, 부정부패 등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아 경제안보가 구조적으로 불안한 우리나라의 참여는 불가피하다. IPEF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주변 국가들의 경제와 기술 안보 동맹 성격을 띤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를 결성했다. 여기에 IPEF를 출범시켜 군사와 경제 양면에서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의 저항이 거셀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기술동맹을 추진하고 IPEF 참여를 선언하자 중국은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반대를 시사했다. IPEF가 본격화하면 제2의 사드 보복 사태를 불러와 우리 경제가 난관에 처할 수 있다. 경제안보를 꾀하려다 오히려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중국이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을 도와 경제제재를 무력화하면 핵위협까지 더 커질 수 있다. 중국이 보복 조치를 취하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중국과의 경제외교를 강화하고 한중 경제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미국과 경제안보협력 체제를 갖추는 것은 중국 경제를 해치는 게 아니라 우리를 지키는 정당방위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고, 우리나라는 중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연관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우리 경제가 경제안보를 통해 안정적으로 발전하면 중국 경제에도 이득이 된다. 차제에 양국은 적대적인 갈등이나 대립보다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후속 협상 등을 통해 공급망, 에너지, 원자재 등에서 양국 간 경제안보협력을 오히려 강화하고 교역을 증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대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우리 경제는 이에 상응해 구체적으로 얻은 것이 별로 없다. 방한의 초점을 대미 투자 압박에 맞췄다는 의문을 낳았다. 경제협력은 호혜주의가 원칙이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 대한국 투자, 기술 이전, 자원 공급 등 우리 경제가 얻어야 할 내용을 담아야 한다. 경제안보 체제를 확립하는 길은 첨단기술을 선점해 기술주권을 갖는 것이다. 반도체는 물론 5G 통신,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등 주요 기술을 집중 개발해 확보하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경제안보의 고지를 차지한다. 여기에 곡물, 소재, 부품 등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해외 자원 개발과 수입 다변화를 병행해 공급원을 확보하면 경제안보 위협을 막을 수 있다. 정부의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 “군형법 추행죄 남아 있는 한…성소수자 군인 마음 못 놓죠”[우리 삶을 바꾼 변론]

    “군형법 추행죄 남아 있는 한…성소수자 군인 마음 못 놓죠”[우리 삶을 바꾼 변론]

    대법원은 지난달 ‘군기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동성 군인 간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할 수 없다’는 새로운 판례를 내놨다.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군사법원의 유죄 판결에 제동을 건 첫 사례이자 수차례 위헌 논란이 불거진 ‘군형법 92조6’ 조항에 대해 대법원이 전향적인 해석을 한 역사적 판결이었다. 2017년 ‘군 성소수자 색출사건’ 이후 대법원 판단을 받기까지 꼬박 5년이 걸렸다. 그사이 사건 당사자인 A씨는 기소휴직 상태에 매여 퇴직도 복직도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리며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군인 절반이 항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A씨를 포함한 나머지 절반은 “끝까지 가겠다”며 버텼고 결국 대법원에서 결실을 봤다. 변호를 맡았던 강석민(52) 법무법인 백상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가 난 날 A씨를 만나 “오랜 시간 견뎌 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A씨는 그에게 “이 일을 겪어 보니 앞으로 세상에서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고 한다. 서울신문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백상 사무실에서 강 변호사를 만났다. ●기소 군인 절반이 항소 포기 군 간부 A씨와 B씨는 2016년 일과가 끝난 뒤 군부대 밖에 있는 독신자숙소에서 합의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발각돼 이듬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들에게 적용된 죄목은 ‘군형법 추행죄’(92조6). ‘군인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법이다. 발단은 2017년 군 내 동성애자를 색출하라는 당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였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한 성소수자 군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부대에 알리겠다며 아웃팅(성 정체성 폭로) 협박을 하는 식으로 다른 성소수자 군인들을 찾았다. 휴대전화 임의제출을 받고 성소수자 데이팅 앱에서 수사 대상자의 아이디로 다른 군인에게 접근해 정보를 캐는 방식이었다. 색출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A씨도 그 함정수사에 걸려 ‘군인과 잠자리를 한 적 있지 않느냐’는 상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가 수사를 받게 됐다. 이 사건으로 군인 총 23명이 입건됐다. 그중 9명은 재판에 넘겨졌고 14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제보를 받은 군인권센터의 요청으로 강 변호사는 긴급 변호인단을 꾸려 사건 초기부터 개입했다. 김인숙·김정민 변호사가 함께했다. “군부대가 전국 각지에 있다 보니 강원, 경기 북부, 충청과 육군본부를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어요. 이런 식의 추가 색출을 못 하도록 변호인이 따라다니면서 막아 냈죠. 거기서 마무리가 안 됐다면 피해가 얼마나 더 커졌을지 모릅니다.” 군 법무관 출신인 강 변호사는 10년 동안 군에서 일했다. 그는 “군검사·군판사로 일하는 동안 군형법 추행죄로 기소나 재판을 해 본 적도, 보거나 들어본 적도 없었다”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었는데 고위간부 지시로 갑작스레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가 한창이던 무렵 의뢰인과 변호인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때 강 변호사는 그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법조인 양심으로 볼 때 말 안 되는 법” “법조인의 양심으로 볼 때 이 법은 말이 안 되는 법이고 위헌입니다. 그러니 참고 같이 싸워 주십시오. 언젠가는 여러분의 성적 지향과 사생활이 침해받지 않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1일 A씨와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동성 간 성행위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면서 “동성 간 성행위 그 자체만으로 추행이 된다고 본 종래의 해석은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군형법 92조의6 조항에 나오는 ‘항문성교’는 ‘계간’(鷄姦·남성 간 성행위)을 2013년에 바꾼 것이다. 대법원은 2008년과 2012년에는 이 조항이 합의 여부,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이번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14년 만에 기존 판례를 뒤집은 셈이다. 특히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해 합의로 이뤄진 성관계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이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인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면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는 물론 군기 침해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는 해석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강 변호사는 “군형법의 보호법익으로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한 판결은 군형법이 단순히 군대 유지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군인의 기본권도 고려한 법이라는 점을 드러내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판결문에는 성소수자 군인을 색출하는 수사 자체를 문제 삼는 대목도 담겼다. 대법원은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뤄진 경우 처벌하려면 지극히 사생활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허용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직 공개 변론도 못 해… 법 폐지를” 군과의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싸움 끝에 마침내 맛본 승리는 강 변호사에게도 뜻밖이었다. 사건 대응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대법원 판결보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더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2017년 색출된 성소수자 군인 중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들은 군형법 92조6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변호인단의 로드맵은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하면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하는 것이었어요. 기관의 성격을 고려하면 대법원이 더 보수적이니까요. ‘헌재가 왜 판단을 빨리 안 하지. 그전에 대법원 선고가 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대법원에서 법률 해석으로서 무죄 판단을 먼저 한 거죠.” 강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군형법상 추행죄 폐지를 주장한다. 처벌 자체 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는 “군인 간 항문성교를 처벌한다는 건 이성 간에도 해당되는데 변호하면서 ‘그럼 부부 군인 간 항문성교도 처벌할 것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바꿔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모순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62년 군형법 제정 당시 미국 전시법을 차용하면서 시작된 추행죄는 위헌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2년과 2011년, 2016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군의 특수성과 전투력 보존을 위해 동성 군인을 차별 취급할 이유가 있다는 논리였다. 강 변호사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5년이 지났지만 아직 공개변론도 한 번 못 했다”면서 “안철상·이흥구 대법관이 판결문 별개의견에서 현행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는데 헌재가 더 부끄럽지 않으려면 빨리 판단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는 한 성소수자 군인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강 변호사에게 그간의 소회를 물었다. “군 법무관 생활을 했으니 전투력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죠. 이 사안이 안타까운 건 색출된 군인이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나고 복무를 잘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인재를 전역하거나 계속 쉬게 하고 말하자면 군대가 스스로 제 발등을 찍은 셈입니다. 그때 걸리지 않았던 성소수자 군인도 많이 군을 떠났습니다. 언제 들킬지 몰라 불안한데 계속 군에 있을 수 있을까요.” 
  • ‘흉기’가 된 그 눈빛, 절반은 헤어진 연인이었다

    ‘흉기’가 된 그 눈빛, 절반은 헤어진 연인이었다

    충남 논산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주미(46·가명)씨는 지난해 11월 섬뜩한 시선을 느꼈다. 길 건너편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A씨였다. 10년 전 술집을 할 때 손님으로 처음 만났던 그는 수시로 “좋아한다”고 고백하거나 “같이 살자”면서 김씨를 괴롭혔다. 두 시간 넘게 그녀를 지켜보다 돌아간 A씨는 다음날에도 다시 찾아와 약 5시간 동안 세탁소 근처를 서성였다. 공포에 휩싸인 김씨는 경찰에 스토킹 신고를 했다. 법원에서 A씨에게 피해자 주거지와 일터로부터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잠정조치를 내렸지만 소용 없었다. 일주일 뒤 김씨는 또다시 세탁소 앞에서 그를 마주쳤다. 결국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지난 2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삶을 파괴하는 행위로 해악이 매우 크고 사회적으로 만연해 강한 처벌 규정을 신설할 정도로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 그 정도를 떠나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했고 잠정조치까지 어긴 점을 주요하게 고려했다. ●사건 대부분이 만남 거절에 스토킹 서울신문이 28일 대법원 인터넷 열람서비스를 통해 스토킹처벌법으로 기소된 사건의 확정 판결문 20건을 분석한 결과, A씨처럼 일방적으로 피해자에게 만남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데서 비롯한 사건이 대다수였다. 스토커와 피해자의 관계는 헤어진 연인·부부 사이가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주인·직원과 손님 사이가 5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친남매 사이, 지인 사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서 벌어진 스토킹도 각 1건씩 있었다.박선옥(54·가명)씨는 이혼한 전남편에게 스토킹을 당했다. 20년을 함께 산 부부는 남편 B씨의 가정폭력 범죄 때문에 지난해 9월 이혼했다. 이혼 전 B씨가 퇴거·접근금지 임시조치 명령을 받고도 박씨를 찾아와 폭행을 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박씨는 매일 불안에 떨었다. B씨는 지난해 10~12월 85차례 박씨의 집과 일터를 찾아와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통화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피해자의 고통을 고려할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충북 청주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이장훈(34·가명)씨와 스토커의 악연은 2019년 시작됐다. 회원 C씨가 교제를 요구해 더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다. 헬스장 건물 근처를 배회하며 이씨를 기다렸고 가끔 문을 열고 들어와 커피나 디저트, 화분을 두고 갔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 이미 주거침입죄로 두 차례 벌금형 처벌을 받고도 아랑곳하지 않던 C씨는 결국 구속기소되면서 3개월간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별다른 이유가 없거나 잘 알지 못하는 관계에서 스토킹 타깃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충남 아산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강정서(36·가명)씨는 지난해 겨울 새벽시간이 되면 불안한 마음으로 출입문을 살폈다. 손님 D씨가 주기적으로 찾아와 성관계 동영상을 크게 튼 휴대전화를 계산대 위에 올려 두거나 눈앞에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구속기소된 D씨는 지난달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스토킹 범죄의 폐해에 대한 공감대 속에서 입법이 이뤄지면서 재판부도 벌금형보다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스토킹처벌법이 유죄로 인정된 12건 중 벌금형이 선고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1건은 징역형이 선고됐다. 문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기소 자체가 이뤄지지 않거나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공소 기각된다는 점이다. 스토킹처벌법의 대표적인 맹점으로 꼽히는 반의사불벌죄 조항 때문이다. 전체 분석 사건 20건 중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공소기각된 사건은 8건에 달했다. 보복 우려 탓에 피해자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합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3개월간 형사입건된 1336명 가운데 470명이 불송치 처분됐는데 경찰은 이 가운데 80% 이상이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고 보고 있다. ●피해자에 가해자 처벌 권한 미뤄 5년 동거한 여자친구와 지난해 6월 이별한 E씨는 스토킹에 저열한 협박까지 일삼았지만 처벌을 피했다. 4개월 동안 다시 만나 달라고 매달렸지만 거절당하자 피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고 합의 명목으로 만남을 시도했다. 집착이 심해질수록 괴롭힘의 수위도 높아졌다. 어느 날은 “안 만나 주면 너 보는 앞에서 죽겠다”면서 수면제 200알을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어느 날은 “네가 노래방 도우미 일을 했다고 다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E씨 몰래 이사를 갔는데도 주소를 알아내 찾아가고 접근금지 명령도 무시하고 연락을 계속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서 지난 1월 공소가 기각됐다. 피해자에게 처벌 권한을 미뤄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개정 요구가 힘을 받고 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 조항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 ‘절름발이’ 장애 비하 발언에도 국회의원 배상 책임 면했다

    ‘절름발이’ 장애 비하 발언에도 국회의원 배상 책임 면했다

    장애인에 상처를 줄 부적절한 표현 인정1분도 안 걸린 선고...비용도 원고 부담국회의원들의 장애 비하 발언에 대해 법원이 장애인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면서도 손해배상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홍기찬)는 조태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활동가 등 장애인들이 박병석 국회의장과 곽상도·김은혜·윤희숙·이광재·조태용·허은아 등 전현직 국회의원 6명을 상대로 낸 장애인차별구제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 의장에 대한 청구는 각하, 나머지 의원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주문을 읽어내려가는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채 안 됐다. 소송 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들 전현직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원회, 기자회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한쪽 눈을 감고 우리 편만 바라보고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갈팡질팡 대일 인식, 그러니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 아닌가’ 등의 표현을 썼다. 이에 원고는 지난해 장애인의날(4월 20일)에 장애 특성을 비하의 목적으로 사용한 의원들에게 1인당 위자료 100만원씩 청구했다. 박 의장에게는 해당 의원들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회부와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 모욕 발언 금지 규정을 신설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외눈박이’, ‘절름발이’, ‘정신분열’라는 표현은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낮춰 말하는 말 또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임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도 “정치적 표현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거나 그 경계가 모호해지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공허하고 불안한 기본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각 표현이 장애인들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관련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된다고 평가하게 되면 모욕죄 및 모욕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에 대한 청구를 각하한 것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분쟁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들은 이 사건 각 표현 당시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던 자들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 언어 습관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벗어나, 인권 존중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각 표현은 적절치 못하고 원고들과 같은 장애인들은 상당한 상처와 고통,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의 친구’ 인도는 왜 러시아를 도우려 할까? [이철의 차이나 핀홀]

    ‘미국의 친구’ 인도는 왜 러시아를 도우려 할까? [이철의 차이나 핀홀]

    최근 러시아 매체 이즈베스티야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 1일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만나 “수년 전부터 국제 무역 거래에서 러시아 루블화와 인도 루피화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앞으로 두 나라는 (미 달러화가 아닌) 양국의 통화로 결제하는 추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모스크바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고 애쓰지만 인도는 정반대로 러시아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 뉴스가 나오기 며칠 전 홍콩의 아시아타임스도 “조만간 러시아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인도 준비은행(RBI)과 만나 양국간 무역 금융 체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규제틀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중국 위안화로 루피를 매입해 사용하는 아이디어가 거론되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 정부는 대러 제재를 참여하지 않는 국가들의 통화를 은행에서 환전할 수 있게 했다. 중국과 인도, 터키,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르메니아 등이다. 이 가운데 중국과 인도, 터키, UAE 4개국은 경제 규모가 커 러시아가 세계화의 흐름에서 완전히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도록 해줬다. 지난달 초 인도는 유엔의 러시아 규탄 및 철군 요구 결의안 표결에서도 기권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3일부터 미국과 서구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한 것은 러시아 경제를 철저히 파탄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인도는 러시아와 무역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인도 수출단체협회(FIEO)를 이끄는 A.삭티벨 회장은 미 CNBC방송에 출연해 “인도와 러시아는 미국의 대러 제재를 우회하고자 루피·루블 통화스와프(환율 방어를 목적으로 양국이 상대 통화를 교환해 예치하는 것)를 체결할 것”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달러가 필요없는’ 무역금융 체제를 구상하는 것이다.인도는 미국이 이끄는 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의 일원이다. 그런데 왜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 한발 더 나아가 대놓고 러시아를 도우려는 것일까. 이를 두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에 대항할 군사 무기를 공급받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황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대 해피몬 제이콥 교수의 말을 인용해 “인도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의 결과물”이라고 규정했다. 일견 그럴 듯 하지만 NYT가 말하는 ‘지정학적 상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필자가 볼 때 인도가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한 이는 대만에서 활동하는 산케이신문 특파원 야이타 아키오(矢板明夫)다. 중러의 지나친 밀착을 경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경 문제 등을 두고 중국과 강하게 대척하는 인도로서는 군사 기술 대부분을 제공해온 러시아가 중국과 더 가까워지면 국가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여긴다는 설명이다. 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군사 장비의 85%가 러시아의 도움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인도 전문가인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말로는 “최근 인도가 국방기술 자립을 꾸준히 추진해 러시아 의존도를 50% 수준으로 낮췄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도 인도는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절실하다. 이 때문에 뉴델리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가는 동시에 모스크바가 지나치게 베이징과 친해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는 외교 과제를 안게 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진보적 가치 전략(The Progressive Values Strategy)을 구현했다고 보는 필자의 시각에서는 야이타 아키오의 견해가 가장 정확해 보인다. 진보적 가치 전략은 세계 질서가 갈수록 다극화될 것이라는 전제에 뿌리를 둔다. 그래서 경쟁 상대인 중국과 러시아를 무조건 죽이려고 하기보다는 두 나라가 보편적 국제 규범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이면 양국의 부상을 일정 부분 수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만 받아들인다면 중러가 어느 정도 패권을 추구해도 용인하겠다는 함의다. 이 전략에 따르면 미국이 직접 무력을 행사하는 사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유엔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심산이다. 대신 외교와 첨단기술 등 다른 도구를 활용해 상대국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압박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본다. 지난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것도 진보적 가치 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다.다시 인도로 돌아가 보자. 한 대표에 따르면 인도에게 있어서 최대 안보 위협은 파키스탄이다. 인구 2억 2000만명의 파키스탄은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힌두교·이슬람 종교 갈등과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분쟁으로 수십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외교관계도 끊어진 상태다. 특히 파키스탄에서는 2018년 임란 칸 총리가 집권하면서 반미 기조가 강해졌다. 때마침 미군이 아프간을 완전히 떠나게 돼 이제 파키스탄과 아프간은 대놓고 무슬림 형제애를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인도에게는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이이제이(오랑캐를 오랑캐로 다스림) 전략을 선호하는 중국 또한 파키스탄의 강력한 우군이다. 이를 종합하면 인도가 왜 서구세계의 우려에도 필사적으로 ‘러시아 구하기’에 나섰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발이 묶인 러시아는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대러 제재가 길어지면 중러 양국은 (위안화로) 단일 통화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3000㎞ 넘는 국경을 마주한 중국, 종교 문제로 갈등이 극에 달한 파키스탄과 맞서기도 버거운데 전통적 우방이자 국방기술 지원국인 러시아까지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인도로서는 이웃한 주요국이 모두 적국이 될 수 있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도가 러시아를 도우려는 것은 ‘제발 중국에 올인하지 말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인도의 예상 밖 행보에 당황한 것은 워싱턴이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를 두고 “쿼드 국가 가운데 가장 불안한 동맹”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내다가 최근에는 “중요한 핵심 동맹 국가”라며 달래기에 나섰다. 인도가 원한다면 군사 무기와 기술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도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이에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뉴델리에 극도의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군사기술이 절실한 인도는 왜 세계 최강 미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을까. 미국의 존재가 자신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어서다. 미국이라는 ‘물’로는 바로 옆에서 활활 타오르는 중국과 파키스탄이라는 ‘불’을 끌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서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만 봐도 미국은 진보적 가치 전략에 의거해 군사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의 군인과 민간인이 수도 없이 사망했다. 중국·파키스탄의 군대와 당장 충돌해 싸울수도 있는 인도 입장에서는 미국의 ‘구두선’이 너무도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워싱턴 조야가 이 지역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곧바로 중국이 뉴델리의 복잡다단한 속내를 정확이 간파하고 인도로 접근했다. 현 구도를 잘 활용하면 2020년 국경 분쟁으로 냉랭해진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은 듯 하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은 지난달 25일 예고없이 뉴델리를 찾아와 “인도와 협력을 원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자이샨카르 장관은 “영토 문제 해결이 관계 개선의 선결 과제”라며 차갑게 답했다. 현재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성사시킬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국경 분쟁에 대한 근본 해법을 내놓기 어렵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에 국내 여론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왕 국무위원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급하게 뉴델리로 날아갔지만 인도를 달랠만한 카드는 가져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만 보면 중국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빈 손으로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왕 국무위원은 인도를 방문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네팔 총리 등을 만나 광범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네팔은 부탄과 함께 중국과 끊임없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인도는 “네팔·부탄이 중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자국이 침략당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반중’ 군사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왕 국무위원은 이런 네팔에 세 가지를 약속했다. 네팔의 경제 발전을 돕고 네팔의 독립적인 지위와 정책 추진을 지원하며 네팔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참여에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인도에 가장 의미있는 대목은 중국이 네팔의 독립적인 지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이 인도의 ‘깐부’(같은 편)인 네팔에 안전보장을 공언해 간접적이나마 뉴델리에 ‘선물’을 안긴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를 둘러싼 각국의 외교적 움직임이 참으로 부산하다. 이제 한국도 정세 변화에 발맞춰 외교 전략의 새 판을 짜야 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목표를 이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20개국(G20)에도 가입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민 다수가 합의한 외교적 지향점은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나아갈 방향이 분명하지 않으면 외교 전략 역시 모호하고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부디 새 정부는 최선의 방략을 세워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사설] 윤 당선인, 서둘러 인수위 꾸리고 공약 거품 걷어라

    [사설] 윤 당선인, 서둘러 인수위 꾸리고 공약 거품 걷어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 당선 제일성으로 “오직 국민만 믿고 오직 국민 뜻에 따르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가진 당선 인사를 통해 그는 “국민의 이익과 국익이 국정의 기준이 되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국민통합의 의지도 피력했다.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최소 격차로 승부가 갈릴 정도로 초접전이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불릴 정도로 극심한 네거티브 공방은 이념과 세대·젠더 갈등을 초래해 치유가 쉽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승자인 윤 당선인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 절반의 마음도 헤아리고 끌어안아야 한다. 윤 당선인이 밝힌 것처럼 “국민을 편 가르지 않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것이 준엄한 국민의 명령”이라면 반드시 실천으로 보답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정점으로 치닫는 코로나19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3중 타격은 물론 북핵 문제와 불안한 동북아 정세, 부동산 등 산적한 민생 현안에 직면해 있다. 윤 당선인이 강조한 국민통합의 메시지는 조만간 구성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가다듬어 실천해야 한다. 윤 당선인이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빠른 시일 내에 인수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촌각을 다퉈 위원장을 비롯한 인선을 마무리했으면 한다. 인수위 구성은 논공행상이 아닌 전문성과 효율성 중심의 능력 인선이 절대적 조건이다. 윤 당선인은 특정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수위 구성 과정에서 캠프 인사나 지지층, 진영을 떠나 널리 인재를 발굴하고 등용해 ‘국민통합 인수위’를 출범시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도 과감하게 채택할 필요가 있다. “진심 어린 설득을 통해 국민 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약속한 윤 당선인은 승자 독식의 낡은 정치를 타파하고 탕평과 협치에 기반을 둔 상생의 정치를 속도감 있게 펼쳐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의 산파역인 인수위에서는 선거 과정에서 쏟아낸 각종 포퓰리즘적 공약은 물론 이념 편향적 거품을 걷어내고 민생과 국익을 위한 정책을 선별해야 한다. 300조원 가까운 공약 중 옥석을 구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정권 이양기에 흐트러진 관료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고 행정 공백을 최소화해 국민의 불안과 불편을 덜어야 한다.
  • [사설]우크라이나발 퍼펙트스톰 위기, 초당적 대처 필요하다

    [사설]우크라이나발 퍼펙트스톰 위기, 초당적 대처 필요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하루 만에 수도 키예프까지 풍전등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군사 작전이라고 했으나 키예프와 남부 오데사 등 주요 도시와 군기지, 공항에 포격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수백명의 사상자가 생겨났다. 국경을 넘어 탈출하는 피난민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민 총동원령을 발동하며 반격에 나섰다. 중국을 제외한 미국과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일제히 규탄하고 경제재재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조치에 동참하기로 했다.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맞선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제재조치는 우리의 국가 안보와 경제에 퍼펙트스톰 위기(초대형 복합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  국제사회는 강대국간 진영대결의 장인 신냉전체제에 돌입하게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정책에 맞서 옛 소련의 부활을 노리는 푸틴의 정치적 야망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충돌은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될수록 북한과 대치하는 우리로서는 안보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이번 사태로 핵 보유에 더욱 매달리게 되면 정부가 추구해온 한반도의 평화구축은 더 멀어질 수 있다.  경제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위험에 내몰려 있다.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강도높은 제재조치가 장기화되면 금융시장 불안을 넘어 수출과 고용, 성장 등 실물경제까지 악재 쓰나미가 밀려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대외개방형 무역국가로 에너지와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의 25%를 생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한 상황에서 원자재값이 더 오르면 수입물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물가를 더 자극하게 된다.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와 유류세 인하조치 등 정부의 선제적 대응조치가 중요하다. 반도체산업에 투입되는 네온, 크립톤 등 희소광물 비축 여유분이 있다고는 하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부품 수출에도 직격탄이 우려되는 만큼 시나리오별로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반도에 불어닥친 안보와 경제위기 극복에 여·야 정치권은 물론 민·관 모두 힘을 모을 때다.
  • [데스크 시각] 이런 방역 누가 신뢰하겠나/이순녀 수석부국장

    [데스크 시각] 이런 방역 누가 신뢰하겠나/이순녀 수석부국장

    다행히도 아직까지 가족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는 없지만 가까운 지인들의 확진 소식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신규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고 있으니 놀랄 일도 아니다. “주변에 감염된 친구가 한 명도 없다면 당신은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는 멕시코 어느 감염병 전문가의 얘기를 그저 우스갯소리로 흘려들을 수 없는 요즘이다. 국내 일일 확진자 수가 16일 0시 기준 9만명을 넘어섰다. 전날 5만명대에서 하루 새 3만명 넘게 늘었다. 지난달 26일 1만명대에 처음 진입한 지 3주 만에 10만명대를 코앞에 둘 정도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는 위력적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7일 “이달 말에 하루 확진자가 13만~17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20만명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델타 변이에 비해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다고는 하나 확진자 수가 늘면 그만큼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할 위험이 크고, 재택치료 환자와 자가격리자의 급증에 따른 사회적 혼란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 정점을 지나 안정 단계에 접어들 때까지 방역 체계의 긴장을 늦춰선 안 되는 이유다. 수시로 바뀌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항이나 방역패스 지침을 우리 국민만큼 잘 지켜 온 나라는 없다. 백신을 맞으라면 맞고, 가게 문을 닫으라면 닫았다. 그렇게 2년을 살얼음판 걷듯 살았다. 그런데도 코로나19의 길고 고통스러운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물론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고, 위기를 넘길 만하면 새로운 변이의 출현으로 방역 대응책을 다시 짜야 했던 정부의 고충과 노고를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요 고비마다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는커녕 갈팡질팡 혼선과 준비 부족으로 불신을 자초해 온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전국적인 ‘마스크 대란’을 겪고도 1년 뒤 자가진단키트 품절 사태를 똑같이 겪게 한 사례도 그 하나다. 현 상황에 대한 정부의 엇박자 메시지는 특히 치명적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의료체계 여력, 최종 중증화율·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 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흘 뒤 정 정창은 “계절독감처럼 관리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번복했다. 그사이 대체 무엇이 달라졌길래. 18일 발표를 앞둔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에 대한 신호도 오락가락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방역 상황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언제라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했다가 16일엔 “누적된 민생경제 피해와 오미크론 확산세 등 방역 상황을 함께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는 정부의 고민은 타당하고 당연하다. 하지만 불안한 방역 상황 아래서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를 시도하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신 정부는 이들에 대한 손실 보상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자영업자 단체 회원 400여명은 그제 광화문에서 “더이상 법을 지킬 수 없다”며 삭발식을 열었다. “코로나19로 동료 자영업자 26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눈물로 호소한 이들은 영업시간 제한 조치 철폐와 손실보상금 소급 적용 등을 요구했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위한 새해 첫 추가경정예산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연기됐다. 상황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서로 남 탓만 한다.
  • 李 리스크·尹 패싱… 역린 건드린 김종인 ‘연기 발언’이 결별 결정타

    李 리스크·尹 패싱… 역린 건드린 김종인 ‘연기 발언’이 결별 결정타

    불안한 동거를 이어 오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결국 결별했다. 선대위 합류부터 삐걱대던 이들은 33일 만에 갈라섰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연기’(演技) 발언이 결별의 결정타가 됐다는 얘기가 나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를 향해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 달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후보 입장에서는 매우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로 역린을 건드린 셈”이라며 “권력의 속성상 대권 후보가 공개적으로 상왕 노릇을 하는 사람과 같이 갈 수는 없는 법”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지난 3일 윤 후보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대위 전면 개편을 발표한 것도 후보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질서문란’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윤 후보 측은 김 전 위원장이 2일 모든 메시지와 일정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섰을 때부터 불만이 극에 달했다. 윤 후보 측 인사는 “김 위원장뿐 아니라 누구든 후보의 말을 바꾸거나, 입장을 선회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게 대선 캠페인의 기본”이라며 “특히 정치신인에 대한 부정적 공세를 막아야지 내부에서 그걸 왜 자극하느냐”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도 주요 원인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1일 이 대표가 선대위를 이탈하자 김 전 위원장에게 일임했다. 그런데 김 전 위원장이 ‘이준석 리스크’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윤 후보 측의 불만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3일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개편을 발표하면서 “후보와 상의할 필요 없다”, “이 대표를 만나볼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오자 윤 후보 측에서 ‘내통’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도 4일 기자들에게 “후보님과는 저기(상의)할 필요가 없고, 이 대표와 상의한다는 보도가 돼 윤 후보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구상한 개편안이 홍보 관련 업무를 당 대표실 산하로 재편하고 2030선거 전략을 이 대표에게 맡기려는 쪽으로 흐르자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내가 대표를 감싼다는 이딴 소리를 윤씨, 윤석열 주변 사람들이 한 거 같다”며 “내가 뭐가 답답해서 이준석이하고 쿠데타할 생각을 하느냐”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합류 전부터 ‘파리떼’로 지칭했던 윤 후보 측근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것도 결별 요인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경선 캠프 때 윤 후보를 도왔던 중진들을 모두 쳐내고 선대위를 꾸리길 원했으나 윤 후보의 생각은 달랐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일 울산회동 끝에 어정쩡한 합의로 선대위가 출범했고,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서로 다른 구상이 섞이면서 선대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애초부터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명실상부한 ‘원톱’으로 예우하며 선거 캠페인 전체를 일임했다면 파국은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지 않으려고 김병준·김한길씨를 동시에 영입하고 측근들에게도 권한을 주는 등 ‘분할통치’(divide and rule)를 한 게 화근의 씨앗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윤 후보의 전화 한 통으로 두 사람은 결별했다. 윤 후보는 오전 11시 당사 기자회견 직전인 10시 30분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로 감사를 표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 반기문 “종전선언만 갖고 될 일 아냐...북핵문제 해결해야”

    반기문 “종전선언만 갖고 될 일 아냐...북핵문제 해결해야”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과 관련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안보태세를 이완시키고 북한에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하게 될 빌미를 주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30일 반 전 총장은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개최한 ‘한미동맹 미래평화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종전선언을 위해 물밑에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우리가 그동안 북한과 얼마나 많은 합의를 해왔나. 수많은 합의 중 의미 있게 지켜지고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면서 “종전선언만 갖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 노력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남북 간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고 지켜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는 국제사회가 굳은 의지로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하며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으로 여기에 참여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반 전 총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국과의 관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서 “미국인들이 한국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다음 정부에서 (한미동맹관계가) 어떻게 될 것이냐 생각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성격에 따라 대북관계를 한미동맹보다 더 중시하는 인상을 준 적도 있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한미동맹에 대한 정부 정책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선의를 기대해서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국내적으로는 안보를 지키는데 중국이나 북한의 선의에 기대려는 안일한 태도를 보일 때가 많다”면서 “북한을 좋은 마음으로 대한다고 해서 똑같이 그들이 좋은 마음으로 우리를 대할 것으로 기대하면 위험해진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힘을 기르고 한미동맹을 강고히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 안보정책”이라고 강조했다.
  • 취임 6개월 바이든… 대중 압박은 합격점, 내치는 ‘글쎄’

    취임 6개월 바이든… 대중 압박은 합격점, 내치는 ‘글쎄’

    한·일 정상회담에 첫 해외순방은 유럽민주주의 동맹 동원한 대중 압박 호평신장 인권 빌미로 한 경제제재 구사해델타 변이에 코로나19 재확산 위기 이민법·인프라법 등 주요법안 다 막혀경기회복세 견인 역할은 긍정적 평가국정지지도 임기초 55%선에서 52%로아프간·이란·쿠바·북한·아이티 외교 숙제내년 중간선거 때 하원 수성 힘들 전망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 6개월을 맞는 가운데 외교는 합격점이었지만 내치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맹을 복원하고 민주주의로 국제질서를 재편하면서 중국에 초강경 기조를 이어간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지만, 굵직한 주요 법안들이 의회에서 막히면서 국내적으로는 많은 도전 과제들이 쌓여 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중국에 유약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바이든은 트럼프식 고립주의 대신 ‘동맹 복원을 통한 대중 견제’라는 보다 정밀한 방식을 택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탈퇴했던 세계보건기구(WHO)·파리기후협약·유엔 인권이사회 등에 복귀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유럽 지역의 동맹들을 규합했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열었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동맹국에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은 일본과 한국의 정상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첫번째와 두번째로 정상회담을 열었고, 첫 순방지로 유럽을 찾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미·유럽연합(EU) 정상회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또 일본·호주·인도 정상과 ‘쿼드(Quad) 정상회의’를 열어 중국 견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중국 연대의 핵심가치는 인권이다. 미국은 신장에서 소수민족 위구르족에 대해 벌어지는 강제노동 행위를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있으며, 미 상원도 지난 14일 여야 없이 만장일치로 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지난해 신장에서 생산된 토마토, 면화, 태양광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 데서 한발 더 나갔다. 중국과 세금 폭탄을 주고 받던 트럼프와 달리 인권문제에 대한 경제 제재여서 국제사회의 반감도 크게 줄었다.반면 미국 국내 사정은 민주주의 동맹 구축 면에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1월 6일 의회난입참사로 미국도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는 상황이라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6일 전세계 미 대사관에 외교전문을 보내 “우리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타국에 요구해선 안 된다. 이는 우리의 결함을 인정하고, 양탄자 밑으로 쓸어 넣어 숨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맞설 것”이라고도 했다. 내치 중에 가장 큰 공으로 평가받던 코로나19 확진자수 감소는 델타변이 탓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백신거부자들을 접종소로 나오도록 설득하지 못한 바이든은 페이스북을 겨냥해 잘못된 정보를 방치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페이스북 측은 “희생양을 찾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지난 4일까지의 목표치였던 코로나19 백신접종 70% 달성에 실패했고, 백신을 개발한 건 결국 ‘트럼프의 무모한 밀어부치기’였다는 재평가도 일각에서 나온다. 바이든이 그간 집중 추진한 이민법, 가족계획법, 일자리·인프라법, 최저임금법 등도 모두 의회에서 가로막힌 상태다. 역사상 대통령 집권 후 첫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건 3번뿐이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빼앗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주들이 바이든 승리의 핵심 동력이던 우편투표를 제한하는 투표법을 통과시키고 있는 것도 악재다. 반면 세계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6.8%)가 지난 1월(3.5%)보다 3.3%포인트나 올랐다는 점에서, 경기회복세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해서 바이든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이외 향후 바이든의 외교부문 도전 과제로는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군, 쿠바 및 아이티의 불안한 정국, 이란 핵 합의(JCPOA), 대북 협상 등이 꼽힌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의 국정지지도는 지난 16일 기준으로 52.1%다. 취임 직후의 55%선보다는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 이재명, 기본소득 협공에 “성장회복·공정사회 수행수단중 하나”

    이재명, 기본소득 협공에 “성장회복·공정사회 수행수단중 하나”

    이재명 경기지사는 4일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제1 과제인 성장회복, 제2 과제인 공정사회 수행을 위한 여러 수단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8:1에 가까운 일방적 토론에서 제대로 답할 시간도 반론할 기회도 없어 뒤늦게 답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지사는 전날 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들의 첫 TV 합동토론회에서 자신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을 놓고 다른 주자들의 협공을 받았다. 정세균 후보는 지난 2일 이 지사가 기본소득이 1번 공약이 아니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수시로 말이 바뀌는 것 같다. 1위 달리는 후보가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공약으로 가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박용진 후보도 “한 달 전까지도 증세 없이 50조원을 나눠줄 수 있다며 야당 정치인과 논쟁한 분이 제1공약이 아니라고 하면 국민이 뭐가 되느냐”며 “말을 바꾸고 신뢰를 얻지 못하면 표리부동한 정치인, 불안한 정치인”이라고 공격했다. 이 지사는 “OECD 절반 수준인 복지지출을 늘리기 위해 매우 낮은 현재의 조세부담률도 올려야 하므로 예산 절감 조정으로 연 25조원, 조세감면 축소사람 로 연 25조원(연 조세감면 60조원) 마련은 어렵지 않다“며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안 하려는 사람은 이유를 찾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또 “사회적 합의에 따라오지 농촌 등 특정 지역에서 전역으로, 청년 등 특정 연령에서 전 연령으로, 장애인이나 문화예술인 등 특정 부분에서 전 부문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며 “조세저항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아서 그렇지 부의 소득세나 안심 소득도 야당의 지지와 국민의 동의로 실제 실행할 수만 있다면 기본소득보다 우선 시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녹물·악취 나는 게 싫으면 나가라” 재건축 목매 안전은 뒷전인 나라

    “녹물·악취 나는 게 싫으면 나가라” 재건축 목매 안전은 뒷전인 나라

    지은 지 30년 가까이 된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70대 여성 송모씨는 최근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천정에선 빗물이 새고, 수도를 틀면 녹물이 나오고, 하수도에선 악취가 올라와 민원을 넣기 위해서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어 일부러 수리하지 않다는 점도 알고 있었지만, 악취만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인근 한 호텔도 악취가 심하다며 관리사무소에 항의할 정도였다. 그러나 관리사무소의 대답은 ‘나가라’였다. 화가 난 송씨는 ‘주민의 관리사무소에 들어가는 것이 불법이냐’고 따졌고, 관리사무소는 경찰에 송씨를 신고했다. 현행범으로 수갑까지 찬 송씨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입건돼 조사를 받아야 했다. 송씨는 “주민이 불만을 제기하기만 하면 관리사무소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식으로 불만을 차단한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에 항의하다 경찰에 신고 당하는 경우가 일주일에 2~3번 정도 발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람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는 입주민과,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려면 생활이 불편해도 참아야 한다는 입주민 사이에서 고소·고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축물 안전관리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도 있는 만큼 지자체가 나서서 재건축을 이유로 아파트 위생·보건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6일 서울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자체는 재건축 민원을 따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갈등은 재건축을 진행하는 아파트라면 피할 수 없다는 게 여러 지자체의 설명이다.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도 2015년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방수공사를 둘러싸고 주민과 재건축 추진위원회 간 충돌이 발생했다. 재건축 반대위원회까지 등장하면서 갈등은 첨예해졌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후화된 건물은 방치돼 있다. 실제로 재건축 찬성 측 주민들은 주거환경이 더 열악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2018년 안전진단 평가에서 주거환경과 설비 노후도의 가중치를 낮추고, 구조안전성의 가중치를 높였지만 소용없었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지 평가하는 구조안전성은 인력으로 조정할 수 없는 만큼 시설 노후화에 더 목을 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18년에 구조안전 진단이 강화된 이후로 재건축 기준을 충족한 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집주인이야 재건축 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세입자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도 문제다. 세입자와 소유주 사이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 소유주가 실거주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대치 은마아파트, 마포 성산시영아파트 등도 세입자의 비중이 70%에 이른다. 김진수 건국대 도시및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시장과 구청장에게도 지역 내 건축물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방치만 할 게 아니라 보건·위생에 문제가 있을 정도라면 적극적으로 행정지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보도]>“녹물·악취 나는 게 싫으면 나가라” 재건축 목매 안전은 뒷전인 나라> 관련 반론보도문 이에 대해 ,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악취의 경우 정화조 청소 작업을 해 감소시켰으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정화조 매립관 교체 공사를 하기 위해 공사업체에 견적을 알아보고 정밀검사 및 개선공사를 계획 중이었으며, 송씨가 신입직원의 퇴근을 막고 관리사무소의 업무를 방해하는 등의 사유로 직원이 경찰에 신고해 연행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안철수 “원칙 있는 통합… 실무협의 바라” 이준석 “신뢰 바탕 합당 신속히 마무리를”

    안철수 “원칙 있는 통합… 실무협의 바라” 이준석 “신뢰 바탕 합당 신속히 마무리를”

    본격적인 합당 논의를 앞두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6일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합당이라는 큰 원칙에는 이견이 없지만 국민의당 측에서 신설 합당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실무협의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안 대표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안 대표는 ‘원칙 있는 통합’을 재차 강조하며 “(우리는) 두 달 전 실무 협의 대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국민의힘 내부 사정으로 협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오늘 상견례를 시작으로 실무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합당 과정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지 않게, 전쟁 같은 합당이 되지 않도록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합당을 신속히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두 대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달리, 합당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사실상 신설 합당을 요구하면서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새 당명으로 가는 것이 원칙 있는 합당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면서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고 확장할 수 있는 통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담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 측 실무를 맡은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겨냥해 “신임 당대표가 기본적인 인식을 전혀 같이하고 있지 않아 이번 달 안으로 가시적 결과가 나오기는 현재 판단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명 변경 등에 대해 전해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호영 전 원내대표에게 인수인계받은 건 없었고 오히려 반대되는 내용을 받았다”면서 “지금 시점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들이 바라는 자세는 이런 기싸움보다 통합의 대의를 세우고 서로 내려놓는 자세”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주장한 새로운 당명을 통한 합당에 대해서는 “안 대표와 저는 지도자 자격으로서 합당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면서 “국민의당에서 권은희 원내대표가 실무책임자로 나선다고 했기 때문에 어떤 연유에서 새로운 제안이 나왔는지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당내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실무협상기구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반도체 대란·철광석값 급등… 차·조선·건설업계 ‘시름의 5월’

    반도체 대란·철광석값 급등… 차·조선·건설업계 ‘시름의 5월’

    길고 긴 코로나19를 탈출한 산업계가 때아닌 보릿고개를 맞았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이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광석 값이 급등하면서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황 끝에 호황이 찾아왔는데도 급증하는 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자잿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대란에 빠진 자동차 업계는 불안한 생산을 잇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코나·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과 그랜저·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멈춘 데 이어 지난 6~7일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품귀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원격 주차, 후방 충돌 방지 등 일부 첨단 기능을 뺀 ‘마이너스 옵션’ 차량까지 내놨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장기화하고 있어 5월에도 4월 그 이상의 생산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설계 업체 ‘텔레칩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MCU’를 시범 생산했다. 3~6개월 제품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서 고객사를 확보하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선박, 철근, 가전제품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마저 크게 올라 차·조선·건설·가전 업계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일 t당 201.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50달러대에서 2개월 만에 33.3% 급등했다. 철광석이 t당 20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자연히 철강 제품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차·가전 소재인 열연강판 값은 지난 1월 말 t당 88만원에서 4월 말 110만원으로 올랐다. 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인 후판도 t당 110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후판이 100만원대를 돌파한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철근 가격도 연초 t당 70만원에서 이달 93만원까지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 정책을 펴고 있어 건설업계의 ‘철근 품귀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는 ‘수주 풍년’을 맞았음에도 철강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와의 철강 공급가 협상에선 t당 10만원 이상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성과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철강 가격 상승은 즉각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건조 수주가 쇄도해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제조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자동차 값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영준·한재희 기자 the@seoul.co.kr
  • 반도체 대란에 철광석 값 급등… ‘5월의 보릿고개’ 닥친 산업계

    반도체 대란에 철광석 값 급등… ‘5월의 보릿고개’ 닥친 산업계

    길고 긴 코로나19를 탈출한 산업계가 때아닌 보릿고개를 맞았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이어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철광석 값이 급등하면서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황 끝에 호황이 찾아왔는데도 급증하는 제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자잿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대란에 빠진 자동차 업계는 불안한 생산을 잇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코나·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과 그랜저·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을 멈춘 데 이어 지난 6~7일 포터를 생산하는 울산4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품귀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원격 주차, 후방 충돌 방지 등 일부 첨단 기능을 뺀 ‘마이너스 옵션’ 차량까지 내놨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장기화하고 있어 5월에도 4월 그 이상의 생산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설계 업체 ‘텔레칩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MCU’를 시범 생산했다. 3~6개월 제품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서 고객사를 확보하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를 비롯한 선박, 철근, 가전제품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마저 크게 올라 차·조선·건설·가전 업계에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6일 t당 201.8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50달러대에서 2개월 만에 33.3% 급등했다. 철광석이 t당 200달러를 돌파한 건 처음이다. 자연히 철강 제품 가격도 오르기 시작했다. 자동차·가전 소재인 열연강판 값은 지난 1월 말 t당 88만원에서 4월 말 110만원으로 올랐다. 선박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인 후판도 t당 110만원에 유통되고 있다. 후판이 100만원대를 돌파한 건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철근 가격도 연초 t당 70만원에서 이달 93만원까지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최근 주택 공급 정책을 펴고 있어 건설업계의 ‘철근 품귀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는 ‘수주 풍년’을 맞았음에도 철강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수익성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와의 철강 공급가 협상에선 t당 10만원 이상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성과는 곧바로 실적에 반영되지 않지만, 철강 가격 상승은 즉각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건조 수주가 쇄도해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철강재 가격 인상으로 제조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자동차 값을 인상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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