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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고 불안한 휴전/슬로베니아,“독립불변”후 번복

    ◎한때 연방군기 무력시위 【류블랴나 AP 로이터 AFP 연합 특약】 슬로베니아공화국이 30일 연방군의 최후통첩 시한을 무시함으로써 또다시 야기되 유고 위기사태는 안테 마르코비치 유고 연방총리의 류블랴나방문으로 평화의 한가닥 희망을 갖게 됐다. 유고 관영 탄유그통신은 30일 안테 마르코비치연방총리가 유고연방의 와해를 막기위한 마지막 평화중재노력의 일환으로 슬로베니아공화국의 수도 류블랴나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또 30일 상오9시(한국시간 하오4시)까지 연방군에 대한 공격행위를 중단하고 연방군이 제시한 평화조건들을 충족시키라는 유고연방군의 최후통첩을 무시했던 슬로베니아공화국 지도자들이 이날 연방정부에 『슬로베니아의회가 EC사절단의 중재에 따라 합의됐던 휴전조건을 승인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에앞서 슬로베니아공화국에선 연방군의 최후통첩 시한인 30일 하오4시(한국시간)가 지나면서 일제히 공습사이렌이 울렸으나 이는 연방공군 전투기부대의 단순한 무력시위로 알려졌다. 【브뤼셀 AFP 연합】 구공체(EC)는 유고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슬로베니아에 대해 30일 저녁7시(한국시간 1일 상오2시)까지 독립선언을 유보했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유고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2차대표단을 파견키로 결정했다고 룩셈부르크의 한 대변인이 말했다.
  • 캄보디아 평화협상과 북한(사설)

    인지반도의 소국 캄보디아가 평화모색의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수차례에 걸친 휴전합의와 실패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또 한차례의 내전종식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번에는 항구적 평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한 출발이다. 우리가 캄보디아의 평화협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캄보디아의 분열과 대립 갈등 역시 한반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냉전과 이데올로기대립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냉전이 종식되고 이데올로기가 무의미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산의 굴레를 아직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병상련같은 것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국왕 시아누크공의 비동맹중립노선의 캄보디아가 냉전과 이데올로기갈등의 비극에 본격적으로 휘말리기 시작한 것은 론놀의 우경화쿠데타 이후 75년 월남과 함께 적화되면서부터였다. 적화통일은 기대했던 통일캄보디아의 사회주의평화가 아니라 크메르루주의 1백만 캄보디아인 학살이라는 죽음과 공포의 지옥을 초래했다. 그리고 공산 베트남과의갈등은 마침내 공산형제국간의 대립과 전쟁이라는 전례없는 상황을 조성했다. 소련을 조국으로 하는 세계공산주의의 환상은 이때 이미 끝장이 났던 것인지도 모른다. 소련과 베트남의 지원을 받은 헹 삼린파의 공산정부가 수립되고 이에 대항하는 친중국의 크메르루즈 및 온건공산의 인민민족해방전선 그리고 시아누크공의 민족주의세력연합의 지루하고도 무의미한 동족상잔의 내전이 12년 동안이나 계속되어온 것이다. 그것은 이미 공산주의를 위한 싸움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투쟁도 캄보디아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싸움도 아니었다. 그것은 결국 파벌간의 세력다툼이요 이해갈등이며 기득권 싸움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냉전의 이데올로기 싸움에서 비롯되었으면서도 냉전이 모두 무의미해진 지금까지 화합의 해결을 못보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 해야 할 것이다. 평화협상이 시작된 것은 87년 12월이었다. 약 4년의 협상 끝에 도달해 있는 곳이 24일 발표된 무기한 휴전과 외국으로부터의 무기도입 종식합의인 것이다. 그 동안 소,동구의 민주화와 동·서독통일 등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캄보디아화합의 분위기도 많이 개선된 상태라 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세계는 이번 기회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캄보디아와 그 국민을 위한 제파벌의 양보와 희생과 타협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의 캄보디아평화와 화합의 실패를 보면서 우리는 북한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은 소,동구 등 세계적인 공산이데올로기의 패배와 포기를 보면서도 사회주의 고수만 선언하고 있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말은 그럴 듯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북한공산당과 김일성 일가를 비롯한 그 지도자들 이른바 북한노멘클라투라(특권계급)의 기득권 수호선언이 아닌가. 그런 북한을 어떻게 민주개혁과 평화통일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인지 새로운 각오와 특별한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 “경관이 어떻게”… 공포의 의정부/주차시비가 끝내 살인극으로

    ◎식당앞·골목엔 곳곳 피 흥건/6발 얼굴 관통… 주민들 분노/범행 4시간 만에 인천 월미도서 잡혀/9년전 의령 우 순경 사건과 날짜 같아 【의정부=임시취재반】 82년 6월26일 하오 9시30분 경남 의령에서 우범곤 순경이 저지른 「총기대학살」 사건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밤이었다. 우연인지 같은 달 같은 날인 26일 하오 의정부에서 권총을 난사,4명을 살해한 데 대해 많은 시민들은 불안한 밤을 보냈다. 시민들은 다행히 범인이 검거되자 안도하면서도 경찰관이 근무지를 이탈해 끔찍한 만행을 저지른 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장◁ 사고현장인 청송식당과 태양슈퍼 앞에는 각각 주민 50여 명이 곳곳에 모여 『같은 사람끼리 이럴수가 있느냐』면서 분노,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어머니 우정순씨(53)는 『어떡하느냐』며 울부짖으며 넋이 나간 듯 통곡을 했다. 당뇨병을 앓아오던 아버지 김기환씨는 기력이 없는 듯 식당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눈물을 흘렸다. 경배씨가 숨진 식당옆 골목길에는 피가 흥건히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성배씨가 숨진 세탁소안방에는 집기 등이 어지러진 채 피가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피해자◁ 김 순경이 쏜 총에 경배씨는 코밑 부분을,성배씨는 왼쪽 눈과 왼쪽 어깨,박씨는 오른쪽 어깨와 왼쪽 귀부분,박씨의 부인 이씨는 입술 왼쪽 부분 등에 각각 관통상을 입었으며 이날 김 순경은 권총에 들어있던 6발을 모두 쏜 뒤 달아났다. 숨진 박진호씨는 머리 왼쪽과 왼쪽 팔 등 세 곳에 총상을 입었으며 박씨의 부인 이씨는 목에 관통상을 입었다. 숨진 박씨의 형 문호씨는 이날 하오 7시쯤 물건을 사러 나갔다 돌아와 보니 제수씨가 목에 총상을 입고 카운터에 앉아 숨져 있었으며 동생 진호씨는 입에 피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숨진 박씨 부부의 사체는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2동 의정부의료원에 안치돼 있으며 김성배·경배 형제는 서대문구 세란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의정부의료원에는 박씨의 형 문호씨가 넋을 잃고 영안실을 지키고 있다. ▷경찰조치◁ 김 순경은 범행 직후인 이날 하오 9시쯤 사건을 보고받은 서울 북부경찰서 지성우 서장은 경찰서 간부 및 형사기동대 직원 모두 70여 명을 비상소집해 사건수습에 나섰다. 지 서장은 사건 직후 의정부 사건현장과 김 순경의 본적지인 충북 청주 등에 형사과 직원들을 파견했으며 김 순경이 달아난 인천으로 형사과 직원 7명으로 구성된 「긴급기동전담반」을 파견,검거에 나섰다. ▷범인행적◁ 김 순경은 이날 하오 10시20분쯤 서울 신당동에 사는 서울시경 제1기동대 소속 고 순경으로부터 현금 2만원을 빌려간 뒤 종적을 감추었다. 김 순경은 이날 고 순경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한 뒤 『나는 일을 저질렀으니 죽어야겠다』며 『인천 쪽으로 간다』고 말한 뒤 숨진 김경배씨의 형 완배씨(34·고양군 원당읍)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순경은 지난 89년 8월 중순 집 앞에 숨진 박씨가 승용차를 세워놓은 것을 보고 『어떤 놈이 차를 세워 놓았느냐』며 박씨와 숨진 성배씨의 큰형 완배씨(35·서울K고 교사)와 말다툼을 벌이다 김 순경 가족 3∼4명까지 합세,김씨 등을 집단구타해 전치3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김 순경은주민들의 신고로 경기도 의정부경찰서에 넘겨졌으나 경찰관이라는 이유로 입건조차 되지 않다가 김씨 등이 검찰에 고발하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같은 해 말쯤 불구속 입건됐었다. 김 순경은 이 사건으로 말썽이 나자 김씨 등에게 합의를 종용했으나 김씨 등이 합의해주지 않자 공갈·협박을 일삼으며 괴롭혀 왔다는 것이다. ◎88년 경찰 투신… 근무성적 양호/범인 김 순경은 사고를 낸 김 순경은 지난 83년 서울 보성고를 졸업한 뒤 전경으로 군에 입대,86년 7월에 제대했으며 제대한 뒤에는 아버지 김갑성씨(57·상업)를 도와 장사를 하며 생활해왔다. 김 순경은 그후 지난 88년 10월15일 운전기술로 경찰에 특채된 뒤 서울시경 제1기동대에 근무하다 지난해 8월부터 도봉파출소에서 근무해왔다. 김 순경은 평소 온순한 성격으로 비교적 근무에 충실했으며 지난 89년 5월에는 시위진압과 치안질서 유지에 큰 공을 세워 서울시경 제1기동대장으로부터 표창을 받는 등 근무성적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북은 남북대화를 재개하라(사설)

    북한은 지금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높여 있다. 파탄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경제는 호전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불안한 쪽으로만 움직이고 있다.핵사찰 수용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데다 우리 정부의 유엔가입 추진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의 입장에 놓여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최근 세계 9개 지역 40여개국에 유엔관련 특사를 파견했음에도 북한은 이에 대응하는 외교적 노력을 포기했다고 한다. 경제난 타개를 위해 서두르고 있는 대일수교협상도 현재로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인민」들의 궁핍한 식량사정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어렵게 합의한 남쪽의 쌀과 북쪽의 시멘트·무연탄 직교역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북한으로서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매우 난처한 형편에 놓여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중단돼 있는 남북의 대화채널을 다시 가동,우리 민족끼리 머리를 맞대고 현안문제들을 논의해야 한다. 남쪽은 이미 남북적십자회담,남북국회회담,남북고위급회담의 재개를 제의해 놓았기 때문에 북쪽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도 아직 가부간 응답이 없다. 북한은 그쪽의 내부사정이나 대남전략상 대화를 미루고 있을 뿐 멀지않아 재개할 것으로 본다. 또 그런 시사는 최근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남북간의 대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유익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남북대화에서 우선 논의해야 할 것은 직교역을 순조롭게 진행시키는 일이다. 남북한 직교역은 미국의 관련업계가 제동을 걸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이를 트집잡은 북한이 이미 합의된 남쪽의 쌀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고 전체물량 10만t의 수송일정을 미리 밝힐 것을 요구하는 등 교역관행상 있을 수 없는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암초에 걸려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쌀을 북으로 보내는 것은 수출이 아니라 내부거래임을 미국정부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으며 미국정부도 최근 남북한간 쌀거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남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경우 어렵잖게 해결할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남북 직교역합의가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그것을 정치적으로 역이용해 보려는 북한의 속셈 때문에 무산된다면 참을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또 하나의 대목은 유엔동시가입문제이다. 우리 정부의 유엔가입은 이미 기정사실로 되어 있다. 소련은 찬성을 표명했고 중국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대세가 그렇다면 북한도 유엔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문제를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회담을 통해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이 전세계에 선포된다면 북한의 이미지는 많이 개선될 것이며 그들이 서두르고 있는 대일수교협상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핵사찰수용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북한은 남쪽의 시국불안을 틈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극렬한 대남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부질없는 책동을 그만둘 것을 북한에 다시 한번 촉구하면서 이제부터라도 평화공존의 바탕에서 통일을 지향할 수 있는 슬기로운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한다(사설)

    이제 그만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더 이상 이토록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이며 가슴아픈 대결을 계속해서는 안된다. 누가 왜 누구와 싸워야 하는가,또 그 싸움의 끝은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한 대학생의 폭행치사나 연이은 분신은 분명 비극적인 사건이요 불안한 사태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이 사건과 사태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니다. 가해자가 될 수도 없고 피해자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자리잡고서 이 격앙된 사태를 끝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온갖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학생 폭행치사사건 관련자들이 여럿 구속됐고 치안책임자인 내무장관이 문책 경질된지도 오래됐다. 숨진 대학생 강경대군의 부모들은 구속중인 전경들의 석방을 원했고 강군의 장례식 일정이 거론되고 있다. 거기에 노태우 대통령이 비통한 심정으로 국민에게 간곡한 사과의 뜻도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강군 사망사건은 매우 가슴아픈 일로 유가족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하며 국민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히고 『이런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 경찰운용 방법을 개선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이 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식이나 명분에 구애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사과는 한편으로는 외아들을 잃은 부모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고 같이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또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통치권자로서의 그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다시 한 번 오늘을 냉철히 살펴보는 예지를 가다듬어야 하리라고 본다. 오늘날 우리 대학가의 시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파괴적인 형태와 소모적인 행동으로 해서 심한 우려와 부정의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위하면 으레 화염병과 돌부터 던지고 보는 행위가 정당화·합리화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때로는 파출소나 경찰차량 같은 공공건물과 기물을 부수고 불태우는 극단적인 과격행위마저 돌출해 국민의시선을 더욱 차갑게 한 바도 있다. 학생들이 그들 의사를 표시하는데 있어 언제나 또 어디에서나 먼저 폭력사용을 중단함으로써 최소한의 규범성 만이라도 확보할 경우 그들 정당한 의사에 대한 객관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요컨대 학생들 스스로가 폭력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시위학생들에 대응하는 경찰의 무차별 최루탄 발사나 구타 등 공격적인 진압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찬성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의 객관적인 원인 또한 거기에 있다는 점을 부인해서도 안 될 것이다. 시위의 주체인 학생과 이를 진압해야 하는 경찰은 모두 젊은이들이다. 젊은이들 끼리의 대결임으로 하여 혈기와 패기가 맞서다 보면 폭력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글자 그대로의 공권력이어야 한다. 과잉방어나 대응이 폭력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할 것이다. 비극적인 사건이 몰고온 긴장국면이 지금 1주일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일부학생과 재야가 중심이 되어 민주화 투쟁이니 정권퇴진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일부 교수와 종교계 인사들이 항의농성을 벌이면서 공공연히 정권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모두가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대다수 국민의 뜻과는 다르다고 본다. 민주화가 학생과 재야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민주화 정착자체가 국민적 합의인만큼 가급적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정권퇴진 공세가 내포하는바 권력에 대한 저항 역시 일정한 자기규율과 한계가 명확해야 하고 시대상황과 대중의 기반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이른바 정권퇴진공세가 격화된다면 그로 인해 빚어지는 정치 사회적 균열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앞세워야 한다. 그 정치적 혼란과 국민의 심정적 균열의 피해자는 두말 할 것 없이 국민 모두이다. 오늘의 국면을 있게 한 전후과정과 추세,그리고 민주화 진행전개에 비추어 확언컨대 지금이 정권퇴진운동을 전개할 때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 소모적이고 자해적이기까지한 긴장국면을 모두의지혜와 노력으로써 극복하고 하루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 남북 단일축구 평가전/북,서울대회 연기 요청/명지대생사건 트집

    북한 축구협회 최용해 위원장은 30일 김우중 대한축구협 회장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오는 4일 서울에서 갖기로 했던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남북단일팀 평가전 일정을 연기하자』고 제의했다. 최 위원장은 이 전통문에서 『명지대학생이 거리에서 타살당하는 참사가 발생함으로써 서울의 분위기는 나날이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에 4일의 축구평가전을 예정대로 할 수 없다』며 연기제의 이유를 밝혔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쌍방이 합의한 대로 오는 8일에 열리는 평양평가전을 먼저 치르고 희생된 학생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 서울에서 평가전을 갖자』고 제의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북측의 이 같은 제의에 대해 현재 상황으로선 일정을 조정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당초 예정대로 평가전을 치를 것을 북측에 전달했다.
  • 소,완제품보다 원료·부품 더 요구/모스크바 실무회담 이모저모

    ◎최대 쟁점은 「수출창구 지정」… 논쟁끝에 “추후재론”/“알짜” 현금차관 10억불중 5억불은 상반기 제공 국내 기업들이 올해안에 8억달러 상당의 한국산 원료와 소비재 34개 품목을 소련에 제공하기로 함으로써 빠르면 4월부터 모두 30억달러에 이르는 대소 차관공여가 시작된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치열한 수주경쟁에 들어갔으나 한소 양국간에는 아직 수출입 창구도 확정되지 않는 등 경협이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난점이 없지않은 실정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린 이번 한소 실무회담에서 한국이 소련에 제공키로 한 원료 및 소비재 교육 품목은 가전제품·섬유류·생활필수품 등 완제품이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고 화학원료 및 부품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 당초 지난해 소련측이 제시한 69개 품목은 주로 비누·치약 등 생필품과 냉장고·TV 등 가전제품,의류 등 섬유제품이 주류를 이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교역품목을 보면 화학원료가 10개로 가장 많고 컬러TV 제조용 자재,섬유가 공재,VTR,전자레인지 제조용 등 부품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소련측은 단순 소비재외에 원료와 부품을 들여다 자체노동력과 기술력을 통해 이들 상품을 직접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한소 실무회담에서 양측이 가장 애를 먹은 것은 한국상품의 수출 창구지정 문제. 우리측은 소련측이 싼가격으로 많은 물량을 제공받기 위해 선정과정에서 한국기업체끼리의 경쟁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한국상품의 수출창구를 정부가 지정하겠다고 한반면 소련측은 차관제공이 상업적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명분으로 이에 강력히 반대,서로의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이틀 동안이나 논쟁을 벌였다는 것. 그러나 서로의 입장이 끝내 좁혀지지 않아 양국정부가 계약체결전에 다시 긴밀하게 협조한다는 선에서 어정쩡하게 합의한 채 추후 재론키로 결론. 정부는 국내 종합상사를 축으로 수출창구를 지원함으로써 소련의 수입업체가 우리 업체들과 직접 접촉,발생할지도 모르는 품질과 납기상 문제를 사전 방지하자는 취지였으나 소련측은 한국정부가 자연스런 경쟁을막아 오히려 고가 수출을 유도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분석. ○…정부가 소련에 제공하기로 한 30억달러의 차관은 ▲전대차관 15억달러 ▲연불수출자금 5억달러 ▲현금차관(뱅크론) 10억달러로 돼 있는데 이번에 전대 차관을 활용,올해안에 1차로 8억달러 상당의 소비재를 제공하고 나머지 7억달러는 92.93년에 나눠서 제공한다는 것. 대소연불 수출자금 5억달러는 92.93년에 15개 한국산 설비를 구입하는 데 사용키로 했다. 또 소련으로서는 가장 「알짜돈」인 현금차관 10억달러 가운데 5억달러는 올 상반기에 줄 방침인데 국내은행이 일시에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경우 가산금리가 더욱 오르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은행들이 정부보유 외환을 빌려 이를 대소 차관자금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대소 전대 차관은 크게 볼때 우리 돈을 갖다가 우리 물건을 사게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소련측으로부터 떼이지만 않는다면 괜찮은 「장사」라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소련의 정정자체가 워낙 불안한데다 최근 정치·경제적인보수회귀 움직임으로 소련이 남미제국과 같은 악성 부실채권국으로 전락하게 될 경우가 문제다. 이에 대해 박용도 상공부차관 등 대소교섭 실무대표들은 『소련경제가 다시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나 현지방문 결과 우리업체끼리 덤핑판매를 하는 등 과당경쟁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소련측으로부터 받았다』면서 이번 소련 전대차관 제공을 국내업계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 세계금융시장/비상대책 수립

    【워싱턴·런던 로이터 AP연합】 세계의 금융시장은 15일 불안한 투자자들이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끝까지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어 대부분 평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전쟁이 일어날 경우 석유시장과 금융시장에서 발생할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15일 미달러화 시세는 14일과 변함이 없었으며 주가도 보합세를 보였고 금값만 약간 상승했는데 미국과 그동맹국들은 석유시장과 금융시장이 공황에 휩쓸리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일련의 비상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당황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미주식시장들은 페르시아만 전쟁이 개장중에 발생할 경우 약 30분 동안 폐장한다는 이례적인 합의에 최근 도달했는데 이같은 거래 중단은 여유를 잠시 준후 시장을 다시 개장하여 거래를 질서정연하게 진행시킬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평화의 앞날」 소 학자의 진단

    ◎“반제이념 포기 안하면 북한 설 땅 없다”/한·소 수교로 대외정책 수정 불가피/근본변화 없는 남북회담은 “벙어리와의 대화” 소련 최고회의 상무위원회에서 발간되는 주간지 「러시아」는 최근 역사학자인 안드레이 부츠킨이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이 여러가지 국제적 압력에 못이겨 남북대화에 나서고 있으나 북한의 고위지도부가 「비타협적 반제투쟁」에 관한 스탈린의 도그마와 이데올로기적 명제들을 포기하지 않는한 남북회담의 현실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또 세계공동체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북한이 구원의 궁여지책으로 「주체사상」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것이 언제까지 가능할까 하는 것은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북한이 동유럽의 길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주체의 아성으로 남아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주간지 「러시아」에 실린 글을 요약한 것이다. 한국문제는 전후 국제관계사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중 하나다. 한반도의 분단에는 남북한외에 미국 소련 일본도 관여돼 있다. 소련이 이들 4개국중 맨처음으로 북한·한국과 완전한 국교를 수립했다. 그러나 이를 「교차승인론」의 실현의 시초로 볼 수는 없다. 「교차승인론」에 따른다면 소련에 이어 중국이 대한민국을 승인하고 미국과 일본이 북한을 승인,국교를 설정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나 북한 지도부는 이 방안에 줄곧 반대해왔다. 또한 중국도 이 문제와 관련,북한의 동맹국적 공약뿐 아니라 대만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한국도 이러한 방안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열강」의 강권발동의 여지가 있다. 한편 한 소 수교는 한반도 문제해결에 새로운 상황을 낳고 있는 데 이는 소련외교의 공적은 아니다. 오히려 대화를 진지하고 참을성있게 진행하면서 언제나 예의를 지켜온 한국측이 이 문제를 주도한 것이다. 실로 엄청난 재정 경제 무역의 잠재력을 지닌 한국은 붕괴된 소련의 소비시장을 어느정도 회복시킬 수 있게 할 것이며 일부 공업부문에 활기를 부여하여 소련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소련이페레스트로이카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유리한 관계인 한 소 수교를 조기에 이루지 못한 것은 동맹국 북한에 대한 공약이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변명이지 원인은 아니다. 소련의 대외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구의 저항,그 기구의 허구적 개념설정이 최선의 정책결정을 하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이다.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그 정치국 사상가들은 김일성이 「위대한 수령」으로 불리며 북한을 「사회주의 협동체」로부터 격리시키려고 하는 시도에 불쾌감을 가져왔다. 그리고 북한 지도부는 나름대로 페레스트로이카를 눈의 가시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와서 쌍방간의 관계는 한계에 도달했다. 김일성은 이미 1986년 모스크바 방문때 고르바초프에게 북한을 방문하도록 초청했으나 그 방문이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모스크바와 평양간의 관계는 군사적인 면과 대외정책적인 면의 2가지 측면때문에 불안한 상태이나마 유지되고 있다.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양국간의 군사적 협조는 매우 긴밀해 이는아직까지도 소련 의회도,러시아 의회도 감시할 수 없는 시야밖에 놓여있는 문제다. 페레스트로이카 시절에도 소련의 무력적 욕망때문에 반제투쟁이 극동동맹자에게 신형무기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오늘날 소련 대표단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김포공항은 소련제 미사일들로 공격받을 수 있고 소련제 전투기인 「미그­29」기들도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모스크바 프둔젠스카야 나베레쥬나야 강변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소련군 장성들은 전과 다름없이 극동지도에다 적대적 지대를 동그라미로 침략의 「3각동맹(워싱톤∼서울∼동경)」이라고 그려놓고 있다. 한편 모스크바와 서울간의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평양의 정치적 대외조건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의 추진으로 소련과 북한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상반되고 있다. 평양 지도자들의 훈계적 어조와 주제넘은 언동에도 불구하고 북한정권은 실로 심한 타격을 입었고 콧대가 꺾였다. 그러나 이는 그 정권,선발된 당료들,나아가 김일성일족의 권력이,국내에서 조작된 그 정치적 구조의 권익이 결정타를 받을 것인지 한국과는 연관이 없는 것이다. 김일성정권은 자신들의 대외정책 구상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사태는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평양의 새로운 태도를 필요로 한다. 오늘날 북한 지도부는 한국과의 경제·정치적 경쟁이나 외교적 경쟁에서 참패했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서울측에는 유엔가입의 길이 트여 있다. 중국의 입장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북경 지도부가 단독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과 대한민국 사이에 무역대표부설치 합의가 이미 이뤄졌으며 중국 지도자들이 이데올로기적 정설 때문에 실용주의를 배격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평양측은 한반도문제가 광범위하게 국제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측은 자기입장을 세우기 위해 남북대화의 재개를 시도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2차례의 남북고위급회담은 눈먼 사람과 벙어리의 대화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교환방문은 무익한 것이 아니다. 그 결실을 평양이 아니라 서울과 모스크바가 거뒀기 때문이다. 한국과 소련은 관계정상화에 유리한 배경이 형성되자 이를 놓치지 않고 행동을 한 것이다. 이 점에서 노태우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개가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는 근거가 있는 것이다.
  • “수입 의약품 폭리 대책 세워라”/28일(국감중계)

    ◎지역 의료보험료 30%선 인상 타당한가/조합주택 아파트 투기방치 이유 밝히라/“수입품 정밀평가… 불성실 신고자 엄격 제재하겠다” ○현안없어 설전만 ▷외무통일위◁ 외무부에 대한 감사에서 국내정치와 관련된 특별한 현안이 없는 탓인지 평민당 의원들은 주로 『노태우 대통령의 12월 중순 방소가 현시점에서 과연 필요한가』를 집중 추궁. 문동환 의원(평민)은 정상의 외국방문에는 특별하게 얻어내야 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국내 정국이 「총체적 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마당에 한소간에 외교채널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중대한 현안이라도 있는가』라며 힐난성 질문. 최호중 외무장관은 이에 대해 『중대한 문제가 있을 때만 정상회담이 열려야 된다는 논리는 지금 세상에는 안 맞는 얘기』라며 일축하고 『고르바초프 소 대통령도 국내적 어려움이 있지만 부시 미 대통령 등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부지런히 만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 조순승 의원(평민)이 이에 가세,『노 대통령 방소 경비로 50억원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같은 막대한 국고를 사용하는데 특별한 목적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원 사격. 조 의원은 또 『한소 수교교섭과 관련해 소측에 20∼30억달러의 경협차관을 제공키로 했다는데 사실인가』라며 물은 뒤 『고르바초프의 국내입지가 불안한 상태인데 경협차관을 함부로 주었다가 나중에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맹공. 답변에 나선 최 장관은 노 대통령 방소의 효과로 ▲한소 관계진전 ▲동북아 평화기여 ▲한중 수교자극 등을 열거한 뒤 『이러한 효과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마무리. 이처럼 결론없는 설전이 계속되자 조 의원이 『국내에 남아도는 쌀을 대소 경협명목으로 지원할 용의는 없는가』라며 이색질문. 최 장관은 이에 『소 정부 대표단과의 경협논의 과정에서 쌀 제공문제를 논의대상에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긍정검토를 약속. ▷재무위◁ 산업은행에 대한 재무위 감사에서 임춘원·유인학 의원(평민)은 『산업은행이 태영의 계열회사인 태영산업에 지난 80년 이후 2백83억원을 대출해준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고 여의도 태영사옥의 등기부 등본을 증거로 내보이며 은행측의 자료제출을 요청,감사장은 시작단계에서부터 긴장. 그러나 은행측이 대출과정 및 담보설정경위,대출금의 회수 가능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해명함으로써 용두사미식 질의 답변으로 종결. 임 의원은 산업은행이 지난해 12월13일 태영의 여의도사옥에 대해 모두 8건의 추가담보가 한꺼번에 설정된 것을 문제삼으려 했고 이에 대해 이형구 산은총재 등 총재단이 답변을 머뭇거려 한때 술렁. 그러나 김영구 재무위원장(민자)이 은행실무자가 나와 상세히 답변토록 조치. 이 실무자는 태영산업의 전신인 울산 탱크터미널과 울산사일로가 지난해 9월 태영산업으로 합병되면서 공동담보의 필요성에 따라 생긴 추가담보일뿐 담보강화는 아니라고 해명. 임 의원은 태영의 자금상태가 문제가 있어 뒤따른 담보강화라는 쪽으로 사안을 몰아가려 했으나 이미 임 의원의 판정패로 결론은 내려진 상태. 유인학 의원은 더 이상 문제삼을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듯 『산업은행으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태영이 그런 식으로 대출을 받지 않으면 안될만큼 자금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쪽으로 결론을 유도. 한편 이에 앞선 관세청에 대한 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사치성 외제품과 농축산물 수입에 따른 문제점 및 관세청 퇴직간부들이 주축인 관우회의 부동산투기 문제를 추궁. 이수휴 관세청장은 『17개 소비재 수입품목에 대해서는 관세가격 평가를 강화하고 물품 수입시 관세 및 조세를 엄밀히 부과하겠다』면서 『개별·정밀평가를 병행해 불성실 신고자는 엄격히 제재하겠다』고 답변. ○전동차 유찰 따져 ▷경과위◁ 여야 의원들은 28일 경과위의 조달청에 대한 감사에서 새 민방 지배주주로 선정된 (주)태영의 정부공사 수주실태와 지하철전동차 구매계약 의혹 등을 집중 추궁. 이해찬 의원(평민)은 태영의 정부공사 수주가 과다하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지난 88·89년과 금년중 태영의 정부발주공사 계약 현황을 밝히라』고 요구. 신영국 의원(민자)은 지난 88년 지하철전동차 구매계약이 11번씩이나 유찰된 경위를 추궁하고 작년에전동차 구매계약을 맺은 현대정공 (주)대우 한진중공업 등 3개 업체간의 담합의혹이 없었는지를 물었다. 장홍렬 조달청장은 『지하철 전동차 구매계약이 11번이나 유찰된 것은 당시 서울시 예산이 과소책정된 때문이며 89년과 90년에는 예산이 적정수준으로 책정돼 계약이 순조로웠다』고 해명하고 태영의 정부공사 수주현황에 관한 자료는 곧 제출하겠다고 답변. ▷보사위◁ 보사부에 대한 이틀째 감사에서 ▲통합의료보험 추진용의 ▲주인없이 버려진 묘역의 관리대책 ▲생수시판 방침발표에 따른 문제점 등을 추궁했다. 그러나 첫날에 이미 7명의 의원이 주요 현안을 밀도있게 「훑은」 탓인지 열기는 다소 시들한 분위기. 박영숙 의원(평민)은 『올해초 농촌의 의료보험료가 30∼50%씩 인상되고 지난 8월에는 서울시의 의료보험료가 28%나 인상돼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추곡수매가와 임금은 한자리 수 인상을 고집하면서 의료보험료는 30%씩이나 대폭 올리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공박. 이어 김인영 의원(민자)은 『국토의 효율적인관리차원에서 천주교가 최근에 밝힌 20∼30년 지난 구묘의 화장제를 보사부가 적극 도입,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킬 용의가 없느냐』고 제의하고 『일부 병원들이 첨단고가 의료장비를 수용능력 이상으로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냐』고 추궁. 김주호 의원(평민)은 『올 10월말 현재 완제 의약품 수입액수가 5천3백만달러에 달한다』고 말하고 『이런 수입약이 원가의 배에 달하는 폭리로 유통돼 약품유통 질서를 문란시키고 국민들의 외제선호성향을 부채질하고 있다』면서 가격관리 대책 및 수입관리 대비책의 제시 등을 요구. ○「체육협」 배경 추궁 ▷문교체육위◁ 여야 의원들은 가칭 「생활체육단체협의회」의 창립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여부와 골프장 과다승인에 따른 문제점·청소년대책·올림픽 유스호텔의 경영부실 이유 등을 집중 추궁. 박석무 의원(평민)은 『지난 7월 체육부의 협조공문을 통해 각 시 도별로 발족한 생활체육단체 협의회가 보조금·대회상금 등의 명목으로 체육부로부터 직접적인 예산지원 및 행정지원을 받도록돼 있는데 이는 차기 총선과 지자제 실시에 앞선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고 질의. 이재연 의원(민자)은 『남북통일축구 하나만이라도 정례화시켜 축구를 통한 통일열기를 고조시킨 다음에 차차 남북단일팀 구성을 논의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본다』면서 현재 체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남북한 체육교류사업이 방만하기만 하고 실속이 결여됐다고 지적. 정동성 체육부 장관은 「생활체육단체협의회」 문제와 관련,『범국민적 생활체육의 보급운동은 기존의 엘리트 체육조직에서 담당하기보다는 체육동호인 등 자생적 민간단체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창립하게 된 것』이라면서 『정치적 의도는 전혀 개입돼 있지 않다』고 답변. ▷행정위◁ 서울시에 대한 이틀째 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소방공무원 이직률 증가 ▲서울시의 교통대책 ▲서울시 공유재산 부실관리 등 방만한 서울시 행정의 난맥상을 집중적으로 추궁. 이종찬 의원(민자)은 『서울시가 종로구 가회동·삼청동 등 10개동일대 2천7백56가구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증개축을 제한하는 등 과도한 규제조치를 취함에 따라 이 지역이 슬럼화되는가 하면 지난 수해 때 전 가족이 압사하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지적하고 과잉규제 조치를 대폭 완화할 것을 요구. 양성우 의원(평민)은 『무주택사원이나 공무원에 대한 특별 배려로 정부가 장려한 조합주택 아파트가 복부인들의 투기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동산업자들이 직장조합아파트 거래를 광고까지 하고 있는 것을 방치하는 이유를 밝힐 것』을 촉구. 고건 시장은 김덕규 의원(평민)의 보도블록 교체에 따른 예산낭비 및 특정 납품업체와의 결탁의혹 질의에 대해 『값이 비싼 화강석 등의 블록은 간선도로변의 민간 대형빌딩 신축시 건축주 자비부담으로 시공하고 있다』고 밝히고 『보도블록 교체공사는 파손률이 60% 이상인 경우와 지하매설물이 정비되어 재굴착이 필요없는 지역에 한해 시공하고 있다』고 답변. 고 시장은 또 유기수 의원(민자)이 시외버스터미널의 이전에 따른 특혜지원 의혹설을 추궁한 질의와 관련,『시외버스터미널 이전은 79년부터 계획수립에 착수,85년 9월에 확정됐다』고 밝히고 『도심권의 교통혼잡을 완화하고 시설의 현대화로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이전이 추진됐다』고 해명.
  • 재일교포 차별철폐 보장안되면 가이후총리 「방한문제」 재검토

    ◎최 외무 오늘 한·일각료회의서 입장전달방침/「지문」폐지 1·2세까지 확대요구/기술협력·역조 시정도 강력 촉구 정부는 26,27일 이틀간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15차 한일 정기각료회의에서 지문날인 철폐 등 재일한국인 차별폐지 문제와 관련,일본측이 종전과 같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내년 1월 경으로 예정된 가이후(해부) 일본 총리의 방한시기를 연기 또는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재일한국인에 대한 법제상·사회생활상 차별제도가 철폐되지 않으면 양국간의 진정한 미래지향의 동반자관계가 불가능해지고 한일 양국간 산업기술협력·무역불균형 시정문제 등에 있어서도 일본측으로부터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방침을 회의 첫날인 26일 최호중 외무장관과 나카야마 다로(중산태랑) 일 외무장관간의 개별 각료회담을 통해 일본측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4월30일 한일 양국간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재일한국인 3세 이하 후손에 대해지문날인 폐지 및 강제퇴거 사유의 국사범 한정 등을 합의한 뒤 이들 합의사항이 재일교포 사회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1,2세에게까지 확대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일본측에 거듭 촉구했으니 일본측은 일본거주 다른 외국인과의 형평성 및 국내법과의 저촉 등을 이유로 계속 난색을 표시,양측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날 『노태우 대통령 방일 한 달 전인 지난 4월말 당시에도 일본측이 재일한국인 문제에 미온적인 자세를 계속 보임에 따라 노 대통령 방일을 연기 혹은 재검토하라는 강한 국내여론이 있었고 정부내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고려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고 『이번 정기각료회의에서 재일한국인에 대한 법적·사회생활적 차별을 폐지하겠다는 일본측의 확실한 보장이 없는 한 가이후 총리가 쉽사리 서울에 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일본측의 무성의한 자세가 지속될 경우 가이후 총리의 방한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음을 강력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양국 외무장관회담 합의사항의 혜택을 받을수 있는 재일교포 3세는 이제 갓 태어난 5명뿐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재일교포들은 일본측의 법적 보장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하고 『따라서 지문날인철폐 등이 1,2세에게도 반드시 확대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15차 한일 정기각료회의는 26,27일 이틀간 일정으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다. 최호중 외무장관과 나카야마 일 외무장관을 각각 수석대표로 재무·법무·농림수산·상공·교통·과기처 장관과 경제기획원 차관 등 양국 대표들은 2차례의 전체회의와 개별 각료회담을 갖고 양국간 현안인 재일한국인 차별철폐문제,산업기술협력문제,일·북한 관계개선에 따른 대책,무역불균형 시정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한다. 일본 대표단은 26일 노 대통령과 강영훈 국무총리를 예방하고 27일 우리 대표단과 함께 개별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대표단은 이에 앞서 25일 하오 전세기편으로 내한했다.
  • 평행대치 민자 내분의 시말/정치부 방담

    ◎“수습이냐 분당이냐” 「청와대회동」이 고비/당권요구,「반김성격」 조직 정리 인상/JP “김대표 내각제에 이의 없었다” ­내각제 합의각서 공개로 야기된 민자당 내분은 이번주를 고비로 수습이냐,분당이냐의 결판이 날 것 같습니다. 특히 5일 서울로 올라올 예정인 김영삼 대표와 노태우 대통령과의 청와대회동 성사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수습의 가닥이 잡힐 수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난 10여일 동안 어지럽게 전개된 민자당 내분은 수습기미를 보이다가 극적으로 반전되는 상황을 몇 차례 겪으면서 어떤 정치협상보다 드라마틱한 일면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국민불안도 심화되고 있기에 하루빨리 결말이 나야한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번 사태로 민정계의 여권 체질과 민주계의 여권체질이 확연히 드러났다고 보여집니다. 민정계가 계속 밀리는 양상을 보인 반면 민주계 특히 김 대표의 뚝심은 알아줄 만했습니다. 민정계측은 「전투에서는 져주지만 전쟁에선 이긴다」고 자위하더군요. ○민주계,분당을 사실화 ­주초 청와대회동이 이뤄진다면 같은 맥락에서 노 대통령이 상당히 유화적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청와대와 민정계측은 자신을 정치적으로 고사시키려 한다는 불신을 강하게 가진 김 대표를 어떻게든 설득,우선 당무에 복귀시켜 놓자는 것이겠지요. ­김 대표가 머물고 있는 마산 현지 분위기는 김대표의 독자선언에 의한 분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듯합니다. 민주계의 강경 소장파의원들은 민정계가 어떤 양보를 해도 소용이 없으며 이제 민정계 인사와는 더불어 당을 할 수 없다고 큰소리 치고 있지요. 김 대표가 청와대회동에서 이런 강경분위기를 어떻게 전달할지 주목됩니다. ­청와대ㆍ민정계와 민주계간의 접촉창구를 맡은 인사들이 현상에 대한 혼선을 일으킨 것도 이번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입니다. 지난달 29ㆍ30일에 걸쳐 노 대통령과 김 대표를 각각 만난 김동영 정무1장관과 김윤환 총무가 모두 사태를 낙관하다 31일 김 대표가 내각제반대 선언을 하고 마산으로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평소 꼼꼼하지 않은 김 총무가 지난 2일 마산에서 김 대표를 만났을 때는 김 대표 말을 일일이 적었더군요. ­그럼에도 회동 후 김 총무는 주초 청와대회동 성사를 확신한 반면 김 대표 측근들은 회동이 불투명하다고 말해 다시 혼선을 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민자당 내분이 확산되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곤혹스런 사람은 노 대통령이라고 해야겠지요. 지난달 31일 김 대표가 내각제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훌쩍 마산으로 떠나던 같은 시간에 노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 예고없이 들러 『조그마한 일」(김 대표의 회견ㆍ마산행)을 크게 보는 사람은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야』라면서 애써 태연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착잡하면서도 심기가 몹시 불편한 표정을 역력히 드러냈습니다. 춘추관 2층 누각에 있는 대형북을 3번 치는 노 대통령의 모습은 차라리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울적하게 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통치권이 훼손된 것은 물론 여당 총재로서의 정치역량한계를 국민들에게 실감시켜 주었다고나 할까요. 결국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사람은 바로 노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합의서 휴지조각 될 판 ­3당통합 이후 공화계와 함께 이따금씩 민주계에 「견재잽」을 날려 재미보았던 민정계도 이번 사태를 통해 한마디로 「되로 주고 말고 받은」 셈이지요. 3당 통합의 최대 성과로 치부했던 내각제개헌 합의가 한순간 「휴지」조각이 될 운명에 놓이게 됐는가 하면 자칫하면 멀쩡한 「보따리」(당권)마저 위협당할 지경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민주계로부터 「공작정치의 주범」으로 불리는 바람에 체면마저 영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물론 대통령을 배출한 민정계로서는 국정의 마지막까지 책임진다는 입장에서 「공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지만 박준병 총장이 너무 일찍 「자수」하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다는 추론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민정계 의원들이 민주계에 대해 느꼈던 공분은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천하대세를 판가름하는 대회전에서 민정계의 힘을 한 곳으로 응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민주계는 이번 내분사태로 의견상으로는 상당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듯 합니다. 우선 합의각서에 서명까지 하고 이를 저버린 김 대표에 대한 정치적 도의 논란이 물건너갔고 사실상 내각제가 불가능해져버린 형국입니다. 이에 나아가 당기강 확립 명분을 내세워 당권 장악까지 노리고 있으니 점입가경이랄 수 있지요. ○결단시기 지연 힘들 듯 ­민주계로서는 김 대표가 당권 자체는 차지할 수 없다하더라도 실질적 당 운영권을 장악하고 월계수회 등 반김 성격을 띤 당 방계조직을 정리하려는 듯한 인상입니다. 공천권이나 인사권 요구는 민주계가 위원장인 지구당에서의 조직분규를 해소하고 당 공식ㆍ비공식 모임에서 김 대표를 공격하는 인사가 나올 소지를 미연에 막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김 대표의 의중이 청와대의 어떤 유화책에도 불구,이미 분당을 결심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적정한 선에서 당무에 복귀하는 것인지 아직 명백치 않습니다. 그러나 대국민 명분이 있는 내각제 반대와는 달리 당내분이 김 대표의 당권다툼으로 비화되는 것은 여론의 따가운눈총을 받을 것이 분명하므로 김 대표로서도 결단의 시기를 늦추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공화계의 수장인 김종필 최고위원이 평소 감정 표현을 절제했던 것과 달리 김 대표를 겨냥,혹독한 평을 한 데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공화계의 시각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는 3당이 통합된 지 10개월,내각제 합의각서에 서명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한 번도 내각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었다』고 비난하면서 민자당의 앞날에 대해 『그것은 그 사람(김 대표지칭)하기에 달렸지. 일만 있으면 튀어나가고…. 앞으로 지자제ㆍ총선 등 큰 일이 많은데 또 튀어나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당을 책임진다는 사람이 당 밖에서 당에 대해 요구나 하면 모두 뻔한 것 아니냐』고 비관적인 전망을 했습니다. ­공화계는 민자당이 깨져 민주계가 나갈 경우 민정계의 액세서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당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골적인 집단행동은 표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고비를 넘기면 자신들의 지분확대를 위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들의 최대 목표였던 내각제개헌 추진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보다 홀가분한 입장에서 독자행동도 불사할 것으로 보여 YS(김영삼 대표)ㆍJP(김종필 최고위원)의 대립양상이 노골화되지 않을까 점쳐집니다. ­민자당의 내분사태를 분석하는 평민당측의 시각이 재미있습니다. 평민당측은 이번 사태를 결국 민정ㆍ공화계가 내각제를 포기하는 선에서 민주계를 묶어둔 뒤 본격적으로 YS 고사작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YS를 민자당 내부에서 「소멸」시킨 뒤 TK(대구ㆍ경북지역의 약칭)에서 차기대권 후보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죠. ○평민,차기대권 고무적 ­평민당이 이번 사태로 민자당이 만신창이가 되자 차기대권에 대해 더 큰 의욕을 보이는 것도 흥미있는 부분입니다. 김대중 총재의 측근들은 『YS는 물론이고 민자당의 어느 누구가 나서더라도 차기대권은 김대중 총재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고무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여야협상 문제와 관련,민자당의 내부정리가 이뤄지는 대로 평민당이여권의 대야 접촉에 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광ㆍ함평 보궐선거에서 승리,그 여파를 몰아 여권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협상에 나서 유리한 「과실」을 챙길 속셈입니다. ­YS의 정치역전술이 이번에 유감없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오랫동안 야생마로 자라온 그의 정치행태의 일면도 드러낸 것입니다. ○야생마정치 일면 입증 ­밀실에서 내각제 개헌에 합의ㆍ서명까지 해놓고도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딱 잡아떼던 김 대표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자기를 고사시키려는 여권내 공작의 희생물이었다는 동정론을 유발한 뒤 「내각제개헌=악」이라는 정국 분위기를 교묘하게 이용,내각제개헌 반대를 전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단번에 국면을 역전시켜 버렸지요. ­여권내 「선」(현행 대통령 직선제 유지)을 위해 고고하게 투쟁하는 선명성의 화신으로 변신되어 국민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노 대통령과 JP로 하여금 내각제의 사실상 포기라는 백기를 들게 하고는 다시 당권보장이라는플러스 알파를 더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단한 바람정치의 승부사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원숙한 국가경영과 책임있는 국정집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불안한 지도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남겼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정치인의 2중성을 한 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2일밤 마산에서 김 대표를 두시간여 동안 단독 면담한 김윤환 총무는 『김 대표가 내주초 청와대회동 약속을 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이같은 사실을 기자들에게 발표해도 좋으냐고 확인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김 총무가 부산으로 떠난 후 비서진을 통해 『김 총무가 늦어도 6일까지는 노 대통령과 만나줄 것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언질없이 듣기만 했다』고 상반되게 발표했습니다. 도대체 누구말을 믿어야 합니까.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자신이나 자기 계파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되지요. ­내각제각서가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박준병 총장의 경위 설명에도 불구,여러 억측이 만발했습니다. 결국 박 총장은 유출경위를 「도난」이라 규정하고 검찰에 수사의뢰를 요청하게 됐죠. ­자신의 집무실 서랍에 넣어두었던 각서 사본이 사라졌다 며칠 뒤 돌아왔다는 박 총장의 설명은 신빙성이 있어 보입니다. 박 총장 비서에 따르면 5월말쯤 총장이 중요서류를 잊어버렸다고 해서 카페트까지 뒤집어 보는 소동을 벌였다는 겁니다. ­그러나 잃어버린 경위나 돌려받은 과정,그리고 5개월씩이나 청와대 혹은 김 대표에게 보고치 않았다는 사실 등 의혹도 많아요. 민주계측은 청와대까지 포함된 세력에 의한 고의 유출이거나 박철언 전 정무1장관 등의 의도적 유출이라며 「공작정치」라고 몰아붙이고 있어요. ­엄정한 수사를 해봐야겠지요. 합의각서 공개 경위에 대한 수사는 단순한 유출과정조사에 그치지 않고 그 파장이 당내분사태 진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초자치단체의 정당 참여문제를 놓고 여야간 막바지 절충을 벌이던 정국 정상화협상은 이번 사태가 돌출,민자당을 강타함에 따라 실종된 듯한 느낌입니다. ­결국 주초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노 대통령ㆍ김 대표회동이 민자당 분당여부를 가름짓는 분수령이 될 뿐만 아니라 정기국회 나아가 내년 국정운영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란 게 일반적 관측입니다.
  • 민자각서 파문 노대통령 지시로 진정국면

    ◎“분당땐 파멸” 인식… 내분 일단 진화/“각서는 강령용” 해석으로 돌파구/「민정계 실리·민주계 명분」서 타협/소장파 반발·계파간 시각차 여전… 불씨 내연 분당으로까지 치달을 기세던 민자당 내분이 29일 하오 갑작스레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보다 정확히는 수습이라기보다 상호간의 필요성에 의해 양갈래 해석의 여지가 있는 합의안으로 흐지부지 돼가고 있다는 것이 맞을 성싶다. 노태우 대통령이 이날 김동영 정무장관의 보고를 듣고 당에 내린 4개항의 지시사항은 말하자면 각서유출사건을 매듭하기 위해 마련된 민정·민주계간의 또하나의 합의문이다. 이 4개항의 지시서에는 몇 가지 주목할만한 대목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분위기는 뭣 때문에 분당까지 거론하면서 싸워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내분 이전의 상황을 변화시키고 있는 대목은 없다. 수습이 아니라 흐지부지 돼간다는 이야기는 이 때문이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태에서의 매듭 아닌 매듭 때문에 내각제에 대한 양계파의 싸움이 공통된 이해 때문에잠시 휴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휴전기간은 길어야 연말까지 2개월 정도다. 노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크게 3가지를 담고 있다. ①민자당이 내각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과 ②연내는 내각제 개헌논의를 유보한다는 점 및 ③각서유출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유감표명 및 책임자(박준병 사무총장) 문책을 약속한 것이 그것이다. 이중 개헌논의 연내유보는 각서 파문 전부터의 당론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내각제를 민자당이 지향하고 있음을 공식화한 점은 민정·공화계의 수확이다. 이에 비해 대통령의 유감표명과 책임자문책 약속은 민주계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놓고 본다면 김 대표측의 공세로 확전국면으로 들어갔던 이번 내분에서 오히려 이득을 본 것은 민정·공화계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내각제를 거부해온 김 대표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민자당이 내각제를 지향하고 있음을 공식화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유감이나 책임자문책은 당무집행 거부 또는 사무총장 면담요청 거절같은 「강경투쟁」이 아니라도 문제수습 과정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로 볼 수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지시서 ①항은 유출된 합의문이 5월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당의 강령(국민과 의회에 책임지는 정치구현)을 제정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밝혀 김 대표의 입장을 살려주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 김 대표가 그동안 내각제합의 같은 것은 없었다고 말해와 그것이 각서공개로 「도덕적 흠결」을 초래했던 것과 연관짓는다면 일응 노 대통령이 『김 대표의 그러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말해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점은 또한 내각제 개헌을 합의하지 않았다는 김 대표측의 논리를 살려주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김 대표측이 비중을 싣고 있는 부분도 이 대목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당의 강령 제정용이었다는 노 대통령의 해명은 김 대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노 대통령 본인을 위한 것일 수도 있는 양면성이 있다. 합당과정에서 내각제 합의각서가 있었다는 점은 경우에 따라 노 대통령에게도 비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①항을 도덕적 비난의 소지와관련해 생각한다면 김 대표가 얻은 방패 효과와 똑같은 효과를 노 대통령 자신도 얻고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지시」외에 공개되지 않은 또 하나의 밀약이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치가 궁극적으로 대국민에 대한효과를 넘어서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보면 민주계가 얻은 것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바로 이점은 이날 밤 벌어진 김 대표의 수습안 수용에도 불구하고 내분이 완전 종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요인이다. 노 대통령의 지시는 김 정무장관과의 면담이 끝난 뒤 1시간 반 정도 뒤에 발표됐고 그 시간에 김 장관이 김 대표를 찾아 수락여부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관계자는 지시문을 발표하면서 『김 대표와도 상의한 것이며 내분은 이것으로 수습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수락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고 보면 소장파 의원 등으로부터의 반발이 거셀 경우 김 대표의 당사 정상출근까지는 며칠이 더 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김 대표의 입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지시사항 발표 이후에도 며칠 정도 더 소강상태를 보인 후 「노­김 회동」을 가진 뒤 단합을 약속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계나 김 대표가 이번 내분에 임하는 자세는 「전무 아니면 전부」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당론재조정(내각제 포기선언) 요구가 민주계에서 간단없이 퍼져나왔고 김 대표 역시 「자해」에 가까운 당무거부를 또한차례 사용함으로써 당 분열에 대한 위기감을 극대화시키는 데 앞장섰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측근들은 「중대결심설」 「김 대표 독자기자회견설」을 흘려보내 민주계의 당론 조정요구와 김 대표의 행동이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음을 증명해 보인 바 있다. 이같은 자세가,적극적인 해석을 통해서만 입장이 설 수 있는 노 대통령의 「지시서」 내용으로 갑작스레 화해와 수습으로 돌아선 배경은 무엇일까. 그 첫번째 배경은 아무래도 퇴로 없는 싸움의 장기화가 결국은 김 대표의 입지를 약화시키게 될 것이란 판단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정기국회 일정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벌어진 내분의 시기적 부적절성으로 인해양계파가 내분 조기수습에 이해가 일치했기 때문이라 해야 할 것 같다. 김 대표의 강경대응을 유도했던 것은 김동영 정무장관이나 황병태 의원같은 측근 의원들보다는 소장파 내지는 비당직 의원들로 파악돼 왔다. 이들의 정치적 이해는 김 대표와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평의원들의 당적 이전은 정치적 이미지에 별다른 손상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김 대표가 최악의 상황,곧 분당을 해야 할 경우에 부담해야 하는 위험도는 3당합당으로 인한 여당으로의 변신 때보다 훨씬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와 민주계 의원들이 같은 편에 서서 민정·공화계나 청와대란 공동의 상대를 갖고 있었지만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이점이 소장파 의원들의 예상되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수습에 동의할 수 있는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김 대표가 가졌던 「오해」,즉 기존여권이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설명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재봉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김대표는 각서가 계획적으로 유출되었으며 이를 통해 연내 내각제 불거론원칙을 깨고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었다. 수습의 길은 상호 당을 깰 수 없다는 공동인식에서 찾아냈지만 양파의 시각이 조정된 것은 아니란 점에서 민자당은 여전히 불안한 셈이다.
  • 「분단 41년의 벽」누가 허물었나(새 독일 탄생:2)

    ◎꾸준한 교류가 조기통일의 길 열어/동구변혁을 양독 재결합 호기로 이용/대소 경원등 통해 주변국의 우려 불식 불과 1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독일보다는 한반도의 통일이 먼저 이루어질 것이란 생각을 했다. 독일이 통일되는 것을 원치않는 주변 국가들의 입장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생각이었다. 그러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독일의 통일은 하루 아침에 누구도 거스릴 수 없는 대세가 돼 버렸다. 이렇게 거센 통일의 큰 흐름을 이루어낸 원동력은 과연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독일통일의 원동력을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하나는 소련을 시발로 동유럽 전역을 휩쓴 개혁과 개방의 흐름이 통독의 외적 장애요인들을 제거함으로써 독일통일의 움직임들이 비로소 가능케됐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하나는 통독을 기본적으로 동서독 국민들의 계속된 통일노력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다. 물론 외적 환경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독 국민들의 공산정권에 대한 저항,그리고 서독경제력에 대한 매력,여기에 덧붙여 양쪽 국민들이 꾸준히유지해온 민족적인 동질의식 등이 통독을 가능케한 주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베를린장벽 개방을 단행한 에곤 크렌츠 전 동독 공산당서기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당시 소련이 자신의 장벽개방조치를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통독을 기본적으로 「유럽공동의 집」이란 큰 테두리안에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소련의 이러한 입장변화가 없었다면 통독은 사실 극히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 환경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독일국민들이 한 역할이야말로 통일을 이루어낸 결정적인 원동력이었음을 부인키 어려울 것 같다. 제일 먼저 꼽을 수 있는 공로자들은 지난해 5월부터 반년여에 걸쳐 서방으로 탈출해나간 수십만의 동독시민들이다. 전재산과 생활기반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떠남으로써 이들은 가까이는 베를린 장벽을 허물어냈고 멀리는 흡수통합이라는 독일형 통일방식의 기틀을 잡은 셈이 됐다. 이들의 탈출은 동독의 사회주의 40년이 실패했음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준 드라마였다. 10월과 11월 동베를린,라이프치히 등 동독 전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또한 통독과정의 큰 분수령이었다. 수많은 반정부 단체들이 지하활동을 계속했고 동베를린의 알렉산더광장에서는 매주 월요일이면 공산당 타도집회가 개최됐었다. 반정부 집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통일을 외치는 분위기로 바뀌어 갔다. 길거리에서 공산당 타도와 통일을 외치는 국민들의 요구는 동독정부는 물론 주변국 누구도 대항키 힘든 큰 힘을 보여주었다. 역사는 소수의 지배층이 아니라 국민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동독국민들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동독국민들은 지난 3월 분단 이래 처음 실시된 자유총선에서 조기 통일을 슬로건으로 내건 우파연합에게 50%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를 보냄으로써 통일과정을 다시 한번 앞당겨 주었다. 당시 우파연합의 압승에 대해 장벽개방 후 날로 악화되는 경제사정에 지친 동독국민들이 서독 마르크화를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이 나왔었다. 동독 마르크를 가능한한 1대1의 비율로 서독 마르크로 바꾸어 주고동독경제의 조속한 부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콜 서독총리의 지원유세가 크게 주효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그러나 동독 유권자들이 공산정권을 몰아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재야세력까지 제치고 우파연합에게 표를 몰아준 데는 이러한 경제적인 고려뿐만 아니라 당시 국내외 정세의 호기를 놓치지 않고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민족적인 공감대가 그들 사이에 널리 퍼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통독과정에서 동독국민들이 보여준 이러한 적극적인 역할을 근거로 어떤 학자들은 통독을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것이 아니라 「가입」했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민족자결의 원칙에 입각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통일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꾸준히 마련해온 서독정부의 노력도 크게 돋보인다. 서독은 독소 불가침조약,1975년 헬싱키 선언,그리고 동서독 기본조약 등에서 이 원칙을 관철,국경선이 민족자결 원칙에 입각해 평화적으로 변경(통일)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로 인해 통일은 서독 기본법 23조에 의거,동독이 서독으로의 편입을 선언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됐다. 인적ㆍ물적 교류를 통해 사회적인 통합을 이루고 그 다음 경제통합,마지막으로 정치ㆍ군사통합을 이룬다는 서독의 기능주의적 통일정책이 결실을 맺었다고도 할 수 있다. 초기 서독정부의 통일정책은 이산으로 인한 양쪽 국민들의 인간적인 고통을 줄이기 위한 인적 교류에 모든 역점을 두어 왔었다. 동방 정책입안자들은 일찍이 동독정부는 통일을 원치 않지만 동독 국민들은 통일을 원한다고 판단,이같은 인적교류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72년의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이후 이러한 인적,물적교류는 꾸준히 증가돼 왔다. 물적교류는 사실상 서독의 동독에 대한 경제원조의 성격이 강했다. 서독은 주택,도로건설,환경보호 등 앞으로 동독의 재건에 소요될 수천억 달러 상당의 소위 통일비용도 선뜻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동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독의 튼튼한 경제력 또한 통독의 무시못할 공로자인 셈이다. 독일의 분단은 지난 40여년간 동서냉전의 상징같은 성격을 같고 있었다. 이 냉전이 와해돼가는 과정에서 서독은 끝까지 소련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소련의 경제재건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고 동독 주둔 소련군의 철수비용까지 부담하겠다고 했다. 중부유럽에서 거대 독일의 등장에 대해 불안한 시선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폴란드에 대해서는 현 독일­폴란드 국경을 준수키로 약속했다. 독일의 분단이 그랬듯이 독일통일도 넓게 보면 유럽 내지 세계질서의 큰 테두리 안에서 그 단서가 잡힌 것임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역시 돋보이는 것은 이 주변 정세의 호기를 놓치지 않고 통일로 연결시켜낸 독일민족 내부의 힘이다. 이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 이루어낼 독일민족의 「제2의 도약」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중동 「외교 지도」가 바뀌고 있다/페만사태 장기화로 새판도 형성

    ◎국익따라 「합종연형」 가속화/미­시리아 후세인 응징 공동대응책 모색/소­사우디 국교재개… 중동평화 정착 기대/이란­이라크 반미 전선 형성,아랍맹주 노려 페르시아만 사태로 새로운 국제질서의 시험무대가 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외교 지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미소와 적대관계에 있던 아랍국가들이 이들과 국교를 재개하거나 외교관계를 개선하는가 하면 미국과 소련은 페만사태라는 지역분쟁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등 국제정치의 새 기류가 중동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특히 지난 9일 헬싱키 정상회담에서 소련이 중동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요청함으로써 대 중동정책에서 냉전외교의 틀을 벗어나 미소의 실질적인 협력과 공존의 시대를 열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제의는 소련의 중동진출을 저지해온 미국의 전통적인 대 중동정책이 수정되는 것으로 전략적 가치를 놓고 늘 대립해왔던 미소의 외교정책이 바뀌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소련은 미국의 중동에서의 역할증대 요청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교를 재개하고 이스라엘 및 바레인과 외교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앞으로 과거의 외교패턴을 크게 바꾸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고 최첨단무기를 판매하는 등 대 중동 군사관계를 강화하고 적대관계에 있던 시리아와도 외교관계를 개선시키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이같은 중동지역에서의 새로운 외교관계 정립은 미소의 협력을 바탕으로 아랍국가들이 새로운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더 나아가 지역안보의 기본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가장 강력한 아랍국가인 이란과 이라크가 과거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손을 맞잡음으로써 안보가 취약한 다른 중동국가들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고 외세를 배격하는 아랍민족주의와 미소와의 대립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중동은 여전히 불안한 지역으로 남을 전망이라 각국간의 새로운 외교관계를 정리해 본다. ▷미국­시리아◁ 과거 적대관계에 있던 미국과 시리아가 외교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키고 있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전격적으로 시리아를방문,중동에서 가장 반미적이던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대 이라크 공동전선을 펴기로 합의했다. 아사드 대통령의 이같은 극적인 변신은 오랜 앙숙인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를 침공ㆍ합병시키며 아랍세계의 맹주가 되려는 야심을 노골화시킨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시리아는 이란ㆍ이라크전쟁에서도 리비아와 함께 이란을 지원했었다. 시리아는 따라서 후세인과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주의자인 아사드 대통령은 동서화해로 소련의 군사지원이 줄고 있는데다 고립은 위험하다고 판단,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전에 이미 이집트를 통해 대 서방 화해를 촉구했었다. 미국도 아사드 대통령이 국제 테러에 깊이 관여했으며 비난해 왔으나 아랍국가들의 대 이라크 공동보조를 위해 시리아와의 관계개선을 모색해 왔다. 시리아는 이집트와 함께 직접 군대를 파견하는등 적극적으로 대 이라크 공세에 참여하고 있다. 시리아는 페르시아만에 집결한 다국적군이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한다면 이집트ㆍ사우디와 함께 아랍의 지도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련­사우디아라비아◁ 소련과 사우디아라비아가 17일 반세기여만에 국교를 재개했다. 소련을 방문중인 사우드 알 파이살 사우디 외무장관과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평화공존ㆍ평등ㆍ상대방 국가의 주권ㆍ영토보존ㆍ내정불간섭 존중의 원칙을 바탕으로 외교관계를 회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중동전문가들은 2차대전 이후 일관되게 반공노선을 견지해온 사우디가 소련과 국교를 회복한 것은 페만위기로 안보위협이 높아지자 이라크와 동맹국이며 군사대국인 소련과의 관계 강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우디는 중동평화를 위해 소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소련도 중동진출을 위해 사우디와의 관계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대규모 석유생산국인 소련과 사우디가 국교를 정상화 시킴으로써 석유시장에서의 이들의 영향력도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소련과 사우디 외교관계는 지난 38년 스탈린이 사우디주재 소련 대사관을 폐쇄한 이후 단절돼 왔었다. ▷소련­이스라엘◁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긴밀한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소련의 외교관계가 개선되고 있다.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지난 16일 방소중인 2명의 이스라엘 장관과 회담한 것은 양국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르바초프와 만난 니만 이스라엘 에너지장관은 『이번 회담을 양국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소련과 이스라엘은 지난 67년 중동전쟁때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양국관계는 아직 경제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미국의 맹방인 이스라엘과 소련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특히 미국이 사우디에 최첨단 무기를 수출하고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있어 아랍국가에 비해 무기체계와 군사기술의 질적 우위라는 전통적인 군사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소련과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는 것은 이스라엘 안보와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바레인도 소련과곧 국교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이라크◁ 중동지역의 라이벌 관계이며 8년간이나 전쟁을 치렀던 이란과 이라크가 이번 중동사태를 계기로 가까워 지고 있다. 양국이 언제 공식 외교관계를 재개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공동으로 반미 전선을 형성하는등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라크는 쿠웨이트 침공후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점령 이란 영토로부터의 철수,이란군 포로석방 등 대 이란 화해조치를 취했으며 지난 10일 아지즈 이라크 외무장관이 이란을 전격방문,국교재개를 합의했다. 이란ㆍ이라크의 외교관계 정상화는 이라크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중동정책을 어렵게하고 유엔의 대 이라크 경제봉쇄조치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 남북 총리회담 꼭 성사시키자(사설)

    구체적인 성과가 서울에서의 며칠간 만남으로 크게 나타날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그러나 예정대로라면 오는 9월4일은 남북한 대화와 민족문제 해결에 있어 획기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그동안 몇차례의 실무접촉에서 총리회담의 구체적인 일정은 합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30일의 양쪽 연락관 접촉에서 남북한의 대표단 명단과 신변보장각서가 교환되어 서울의 남북한 대좌가 확정될 것으로 확신하는 것이다. 실로 얼마만의 공식적인 남북대좌인가. 게다가 이번 총리회담이야말로 남북한의 책임있는 당국자간 대화이며 협상이다. 양쪽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방안과 서로가 껄끄럽게 여기고 있는 체제와 이념,상대방의 실체와 상호 묵은 감정등 모든 것을 털어놓고 얘기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이상으로 크게 나타날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전국민의 이목은 물론 전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남북한간 대화와 교류문제는 대단히 답답한 상황에 있었다. 교류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은 번번이 벽에 부딪쳤고 8ㆍ15 광복절을전후한 민족대교류 계획은 장래에 대한 불안과 실망만을 남긴 채 무산되고 말았다. 남북한간 갖가지 제의와 논의는 어지러울 정도로 쏟아져 나왔지만 실상은 한가닥도 손에 잡힌 것이 없이 엉킬 대로 엉켜있는 실정이다. 문제해결의 논리만 찾다보면 실행이 멀어지고 민족의 감성에 호소하다 보면 냉혹한 논리의 벽에 부딪혀 쓴맛 만을 맛보게 된다. 다시 강조하건대 냉엄한 국제관계 속에서 우리 민족이 자주적으로 통일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는 남북이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길밖에 없다. 이산가족의 재회라든가 문화ㆍ학술ㆍ경제교류도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민족대교류나 범민족대화가 실패로 끝난 것도 허심탄회한 대화가 전제되지 않았고 가슴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쪽이 만나서 할말 못할말을 모두 하고 심하면 큰소리도 내면서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바도 아니다. 지금 남북한은 그런 마음의 대화를 오는 9월4일 서울에서 갖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꼭 성사시켜야 한다. 남북한 대화가 다시시작되고 총리회담이 개최되게 된 것을 반기면서도 우리는 대화의 전도에 대해 일말의 불안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얘기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북측의 태도가 불안한 것이다. 지난번 북측이 느닷없이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 남한의 군비 운운하며 트집을 잡을 때만 해도 이번에도 잘 안되는가 해서 우려했던 것이다. 민족문제 해결의 대도를 찾는 일에는 소아를 버리는 대국적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남북문제의 이중성 또한 그러하다. 남북한은 민족문제를 공통의 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한간 모든 현안을 논의하게 되는 회담이지만 정확히 말해 어느 측면에선 정치군사문제가 핵심이 될 수도 있다. 남북문제가 처한 상황의 이중성에 비추어 매우 예민하고 조심스런 대화가 될 수도 있다. 그럴수록 회담은 반드시 성사돼야 하는 것이다.
  • 「통일 독일」의 나토가입(사설)

    소련이 마침내 통일독일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동의했다.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은 콜 서독수상과의 정상회담을 끝내고 16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것은 서독과 서방세계의 통일독일 나토가입 주장에 완강히 거부해온 소련의 중요한 태도변화 내지는 양보를 의미한다. 그것은 또 독일 조기통일작업의 마지막 걸림돌이 제거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며 이로써 이미 통화ㆍ경제ㆍ사회통합을 달성한 동ㆍ서독이 오는 12월2일의 동시자유총선을 통해 정치통합의 완전통일을 이루는 길이 순조롭게 되었다. 동ㆍ서독의 통일은 유럽대륙에 거대한 게르만민족국가가 탄생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2차대전의 악몽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소련에도 불안한 걱정거리를 안겨주는 현상의 변화를 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서유럽은 통일독일을 나토의 테두리속에 묶어둠으로써 거대독일의 탄생이 제기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으며 소련은 거대독일의 나토가입이 소련에제기하는 안보상의 위험을 들어 그것을 반대해 왔다. 이같은 안보상의 위험 외에도 소련은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을 반대해야 할 이유들이 많았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5년간의 개방ㆍ개혁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개선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의 신사고외교는 동유럽의 상실만 초래했다는 보수파의 비판이 이번 공산당대회에서도 제기되었을 정도다. 소련은 2차대전당시 나치스 독일과의 싸움에서 2천7백만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독을 포함하는 동서유럽의 국경선은 그러한 소련의 희생에 대한 보답이란 것이다. 그것을 이렇다할 대가도 없이 상실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설명이 안되는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통일독일의 나토 가입반대로 서독과 미국등 서방으로부터 경제지원등의 양보를 최대한으로 받아내려했던 것이다. 콜 서독수상은 이미 30억달러의 차관제공을 결정했으며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함께 1백50억달러의 대소지원을 서방세계에 촉구하고 있다. 서방선진국 정상회담에서도 대소 경제지원 원칙이 확인되었으며 그에 앞선나토정상회담에선 소련을 적이 아닌 잠재적인 우방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콜총리는 이같은 경제지원 약속과 나토등 서방세계의 대소 인식변화를 기초로 고르바초프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르바초프는 회견에서 나토등 서방의 대소 인식변화에 고무되어 반대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번 독소 정상회담에서 급부상된 통일독일과 소련간 새 조약 내지는 협정구상도 고르바초프의 결심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공산당대회에서 고르바초프의 권력기반이 강화되어 대외문제에 관한 입지가 보다 자유로워진 것도 중요요인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같은 유럽정세의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전개에 안도하면서 그것이 한소수교등 아시아와 한반도 정세의 올바른 전개에도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고르바초프 신사고외교에 있어 독일다음에 해결해야 할 중요문제는 세계유일의 냉전유산이 되어버린 한반도 분단문제라 생각한다.
  • 거여 자존심훼손ㆍ민주 새입지 확인/대구ㆍ진천 보선이 남긴뜻

    ◎합당에 대한 시각반영…“지지절제”/민자,책임싸고 민정ㆍ민주계 갈등예상/비호남권 소야,기대이상의 성공거둬 14대총선의 예비전이라 할 대구서갑및 진천ㆍ음성 보궐선거는 군소야당이었던 가칭 민주당의 가능성을 화려하게 확인시키면서 끝났다. 당초 두지역 모두에서 압승을 거두리라던 민자당은 대구서갑에서 비교적 큰표차로 당선권에 들어섰으나 진천ㆍ음성에서 민주당의 허탁후보와 엎치락 뒤치락 시소게임을 벌임으로써 거대여당의 자존심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이들 두 지역 보궐선거는 아직 태아상태인 가칭 민주당의 화려한 데뷔무대였던 반면 민자당에게는 3당통합의 의미를 재조명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3당통합후 처음 치러진 두 지역의 보궐선거는 정계개편을 보는 유권자들의 시각을 관찰할수 있다는 의미와 소야의 향후입지를 가늠케 할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의 동해나 영등포 을 재선거와는 또다른 관심을 끌었왔다. 특히 정계개편후 비대해진 민자당과 비호남권 야당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민주당의 대결은 2년앞으로 다가온 14대총선때 비호남권에서의 대결양상을 미리 시험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14대총선 전초전 혹은 예비전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파악됐었다. 유권자들의 민자당 후보에 대한 「지지절제」는 3당통합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을 그대로 담았다고 봐야할 것 같다. 「거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가 진천ㆍ음성에서의 예상밖 투표결과를 초래했고 대구서갑 역시 예상보다 적은 표차로 문희갑후보의 당선을 인정한 것이 아닌가 여겨지고 있다. 특히 진천ㆍ음성에서 나타난 읍지역의 여당후보 지지,면단위지역의 야당후보 지지는 새로 나타난 「야촌여도」현상으로 14대총선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같은 「야촌여도」는 6공화국의 농촌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표시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비해 가칭 민주당은 당락의 결과에 관계없이 비호남권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는 데 기대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중앙정치에서의 가칭 민주당 영향력은 의석수 7석을 훨씬넘어 교섭단체에 준하는 영역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칭 민주당이 군소야당에서 정치권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를 잡은 계기가 된 셈이다. 민자당은 전 선거기간을 통해 대구에는 40∼50명선,진천ㆍ음성에는 충청출신 소속의원 대부분을 지원부대로 내려 보내면서까지 사실상 총력전을 전개해온 편이다. 또한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도지사를 각각 후보로 내세워 후보지명도면에서 절대적 우위를 자랑했던 점을 고려할때 두 지역에서의 득표결과는 참담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결과는 중앙정계개편을 통해 의석면에서는 절대다수를 움켜잡았지만 유권자의 지지는 산술적 의석비를 따라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는 민자당이 검토하고 있는 내각제로의 개헌등이 개헌선 의석확보와 상관없이 다른 야당의 협조가 없을경우 국민을 설득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점을 시사하고 있다. 평민당은 두 지역 모두에 후보를 내지 못함으로써 지역정당의 한계를 또 한번 드러낸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가 14대 총선의 예비전내지는 전초전 성격을 지닐수 밖에 없음을 고려할때 평민당의 향후 입지는 오히려 현재보다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고 민주당과의 또한차례 통합시비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거대 민자당과 맞붙어 예상외의 소득을 올린데는 대구서갑의 경우 정호용씨 사퇴가 있었고 진천ㆍ음성의 경우 박찬종의원 폭행사건이 투표에 영향을 주는등 자신들의 능력과 무관한 호재의 작용에도 한 원인이 있다. 특히 대구에서는 정호용씨의 지지자 상당수가 백승홍후보에게 반발 투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항을 고려하더라도 창당등록이 되지 않아 민주당 공천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는 점,민주당측이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없었다는 점등의 열악한 조건을 고려할때 이들 후보의 선전은 놀라운 가능성의 확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선전은 14대 총선에서는 가칭 민주당이 적어도 비호남권에서는 사실상의 제1야당으로서 민자당과 볼만한 게임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을 낳게한다. 가칭 민주당측에서는 대구서갑,진천ㆍ음성의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민주당이 다음 총선에서는 3당통합전의 민주당에 버금가는 세를 만들수 있을것이란 성급한 기대까지 내놓고있다. 민자당의 예상밖 고전,가칭 민주당의 선전은 필연적으로 민자당내에 선거후유증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민주계측은 선거에서의 고전책임을 들어 당운영과 국정운영에 새로운 차원의 개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같은 개혁요구가 지도체제에 대한 당헌개정문제와 결부돼 조기당권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대도시출신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계 의원들은 이번 선거결과를 다음 총선에서의 자신들에 대한 직접적인 적색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어 탈당을 배수진으로 치면서 개혁을 요구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여겨진다. 민자당의 두 후보 모두가 민정계였으며 선거운동 역시 민정계 주관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민주계가 민정계를 선거책임과 관련해 공격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또한 민정계 내부에서도 정호용씨 사퇴와 관련한 도덕성 훼손문제등을 들어 민정계 지도부에 대한 제한적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민정계와 민주계의 갈등,민정계 내부의 진통은 창당전당대회와 함께 또 한번의 당직개편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 동서군축 가속화 여파/암거래 무기값 폭락

    ◎소 신예탱크 1백만불… 첨단장비도 등장/정국불안한 개도국 국지전 자극 우려도 『탱크 야포 소형화기 탄약 군인 기타 전쟁도구들을 싼값에 팔거나 대여합니다』 성능 좋은 이들 무기가 매물로 나오는 이유는 40년간의 전쟁 계획 끝에 유럽에 평화가 왔기 때문이다. 무기 전문가들은 현재 빈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동서 재래식군사력의 대폭 감축과 기타 분야의 군축으로 세계 각지의 국지전에 원치 않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군축으로 남아도는 군사장비들이 암시장,또는 합법적인 길을 통해 개발도상국에 헐값에 팔리거나 불평을 품고 있는 직업군인들이 역시 같은 루트로 제3세계에 침투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지역의 국지전을 가열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바로 지금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기하고 있다. 무기 거래상들은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값이 크게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군사장비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는 웨일스의 무기상 이언 맥그리거의 말이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맥그리거는 지난 1∼2년 사이 이미 무기값이 하향추세를 보여왔고 이제는 보다 현대적인 무기들이 시장에 출하되고 있다고 전한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출고 20년 이하의 물건들은 보여주기 조차 않으려했던 소련인들이 이젠 공장에서 갓 나온 물건들을 팔게 될 것이라고 맥그리거씨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만약 신품T­72 탱크(소련의 주력전차)를 원한다면 1백20만 달러에 3주내에 영국으로 인도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유럽재래식 무기감축조약(CFE)에 따라 수천기의 탱크 장갑차 대포등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확한 폐기의 정의에는 아직 최종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또 관련 정부들이나 무기거래상들이 허점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NATO외교관들은 지적한다. 브뤼셀에 본부를 둔 유럽정책연구소의 무기통제 전문가인 볼프강 하이젠베르크씨도 이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브뤼셀 NATO 본부의 한 외교관은 탱크를 예로 들면서 만약 포좌로서의 탱크를 폐기하기로 합의됐을 경우 폐기에 앞서 우선 탱크에 실려 있는 탄약,통신장비등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부대장비들을 분리제거해가지 못하도록 하는 명문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설사 탱크 항공기 야포를 완전폐기하는데 합의한다 해도 이들이 폐기되기에 앞서 손을 뻗치는 파렴치한 무기상들이 있을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동서 양진영중 어느쪽도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조약이행을 1백%검증할 수는 없다고 NATO외교관은 우려한다. 금년중 조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CFE조약은 또 미소양국의 중부유럽 주둔군을 각각 19만5천명으로 감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소련은 이미 군대와 군장비를 일방적으로 감축하기 시작했는데 이중 대부분이 유럽배치 군사력이다. 중장비는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기관총 박격포 대전차무기 등이 얼마든지 있다고 무기통제협상에 깊이 개입하고 있는 NATO관계자는 말한다. 미군비통제군축국장 로널드 레먼도 남아도는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군의 군사장비들이 특히동구국가들의 절실한 외화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장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이같은 레먼의 견해를 불필요한 파당적 시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으나 어느 정도로 완벽한 검증방안이 마련되느냐,그리고 관계국 정부들이 어느정도의 결의를 갖고 불법 무기거래를 차단하느냐에 문제는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 “무기력 주가”… 3일째 뒷걸음/주말 3포인트 빠져 「8백74」

    ◎거래량도 격감/이달들어 21포인트 하락 증시가 계절과는 반대로 한층 냉랭해지고 있다. 이달 첫 주말인 3일 주식시장은 연 3일째 마이너스를 기록,전날보다 3.23포인트 떨어진 종합지수 8백74.92로 마감했다. 주가는 이달들어 한번도 상승세를 타지 못한 채 잇따라 21포인트 이상이 떨어져 올 최저치(1월19일)보다는 겨우 6.72포인트가 높은 수준이다. 거기다 거래량이 올 최저수준인 6백34만주로서 지난달 중순부터 증시에 불어닥친 약세기조의 한파가 누구러지기는 커녕 냉기가 더 강해지고 있다. 연초 상승세의 헛바람이 빠지면서 곧 종합지수 8백대로 굴러떨어진 주가는 기관들이 지난달 하순부터 적극 개입하고 3당통합이라는 정치대변혁의 호재에도 불구,약세를 면치 못했다. 증권사가 8천여억원을 쏟아부었지만 9백선에 올라선때는 단 이틀(24.25일)에 지나지 않았고 3당통합의 호재약효는 22일 하루 뿐이었다. 지난달 13일이후 8백68의 바닥에 내려앉으며 8백70∼8백80대에 발목이 붙잡힌 최근 주가수준은 지난해 두번의 대폭락(7월1일ㆍ12월11일) 발생전 20여일간의 추이를 닮았다고도 볼 수 있다. 3년 활황이 끝나고 침체장세가 시작된 지난해의 경우 종합지수가 88년 3월 이전 수준인 8백대로 퇴보,장기간 무력증에 빠진 때가 세번 있었는데 침체양상이 뚜렷이 드러난 4월이후의 두차례는 대폭락현상이 나타났었다. 최근 증시분위기로는 9백선을 회복하는 일이 지난해 어느 기간보다 어려워지고 있는데 풍부한 시중자금,기관들의 적극개입을 염두에 두면 이러한 약세기로는 구조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7조원이 넘는 통화가 새로 공급됐으나 이중 증시로 유입된 양은 기대에 못미칠 정도인데다 지난해 10월부터 기관들이 5조원 가까이 주식을 매입했지만 고객예탁금등 증시주변자금은 반대로 감소,투자자들의 증시이탈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약 2조원 이상의 자금이 증시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관들의 주가떠받치기 매수공세에도 「팔자」 물량만 쏟아지고 주식을 매각,증시를 떠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는 것은 실물경기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또 지난 1년동안 큰 악재로 작용했던 공급과다 문제도 당국의 공급억제 방침이 효력을 나타내기까지는 그동안 누적된 물량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도 미해결의 과제이며 금융실명제 강력추진ㆍ단기적인 증시부양책 지양 등의 정부방침은 투자심리 위축을 가속시켰다. 그러나 신용장 내도액이 증가하고 원화절하가 계속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상승국면으로의 본격진입은 어렵다 하더라도 향후강세를 낙관하는 견해도 적지않다. 낙관론자들은 그동안 기관들의 개입이 약세 분위기를 전환시키지는 못했으나 대거물량을 사들임에 따라 웬만한 악성매물은 어느 정도 소화되었다는 점과 이달의 물량공급이 지난달보다 대폭 축소되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또 지난달의 바닥지수가 지난 연말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지금의 장세를 조정국면의 마무리단계로 판단하는 관계자들도 많다. 거기에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해도 신규기관투자가의 추가지정에 따라 3조원 가량의 주식매입 여력이 생긴다는 사실도 큰 호재로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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