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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O 신상우 총재 “새달 그만 두겠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장원삼 현금 트레이드’ 승인을 거부하며 임기 전 사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신상우 총재는 21일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삼성이 히어로즈와 현금 30억원에 투수 박성훈(26)을 내주고 상대 에이스 장원삼(25)을 받기로 한 트레이드를 최종적으로 승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또 신 총재는 “이 사항과 별개지만 베이징올림픽과 한국시리즈가 끝나면서 내 소임을 다 이뤘다. 유능한 총재가 와서 할 때다. 마지막 행사인 골든글러브 시상식(12월11일)이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강조했다.2006년 1월 취임한 신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이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벌써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가 거론될 정도다. 신 총재는 “히어로즈 창단 때 약속한 ‘5년간 구단 매각 금지 및 현금트레이드 사전승인’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 자유계약선수(FA)를 제외하고는 돈으로 선수를 사가는 것은 야구균형 발전을 저해한다.”며 거부 이유를 들었다. 총재가 구단간 공식 트레이드 요청을 거부한 것은 출범 27년 만에 처음이다. 시간을 끈 것과 관련, 신 총재는 “KBO 사무총장과 본부장이 아시아시리즈 참석차 일본에 가 있을 때라 다음날 보고를 받았다. 상황을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각 구단의 입장을 명확히 청취하기 위해 이사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장석 히어로즈 사장은 한화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현금트레이드를 요청해 해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어려운 구단의 경제 사정도 있다고 했다. 반면 6개 구단은 트레이드 승인을 보류해야 하며 만약 승인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직무정지 가처분을 하겠다는 말도 했다.”며 그 동안의 과정도 설명했다. 아울러 “히어로즈가 또 납입금 입금을 지연하면 규약대로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과 히어로즈는 “KBO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나머지 6개 구단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신 총재는 구단의 이기주의도 꼬집었다. 그는 “구단이 일을 저질러 놓고 판단이 어려우면 KBO에 물어본다. 한화를 뺀 각 구단이 히어로즈에 현금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구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날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구단의 이기주의로, 장원삼과 박성훈만 피해를 입게 됐다. 팀에 작별인사까지 하고 새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지 1주일 만에 원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하는 어색한 처지가 됐다. 경영 상태가 불안한 히어로즈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북핵 불능화 ‘불안한 재개’

    |워싱턴 김균미특파원·서울 박홍환기자|북한과 미국이 검증의정서에 합의하고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함에 따라 파국으로 치닫던 북핵 6자회담도 정상궤도에 복귀하게 됐다.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이 추구했던 모든 요소가 핵검증의정서에 포함됐다.”며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즉시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중단했던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재개하고 한국과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은 북핵의 불능화를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중유 95만t 상당을 지원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가 합의한 검증의정서를 추인하기 위한 6자회담은 미국의 대선이 11월4일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이달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2일 “6자회담을 통해 2단계 비핵화 마무리 및 3단계 진입을 위한 논의를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조만간 검증의정서를 확정짓기 위한 6자회담이 개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6자회담의 주 의제는 검증의정서 채택이 되겠지만 북핵의 불능화와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마무리하는 문제도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이날 “앞으로 10·3합의 이행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것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조치가 실제적 효력을 발생하며,(6자회담 참여) 5자가 경제보상을 완료하는 데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6자회담에서 검증의정서가 채택되기는 하겠지만, 실제 검증활동은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구체적인 이행계획서를 마련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6자회담이 2단계 마무리를 향해 전진하겠지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난제는 미뤄놓았을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플루토늄 검증에 필요한 핵심시설인 고준위 폐기물저장소를 사찰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신고 시설인 고준위 폐기물저장소를 사찰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동안에도 그랬듯 북한이 군사시설이라며 검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mkim@seoul.co.kr
  • 환율 장중 1200원 ‘제2 환란’ 비상

    환율 장중 1200원 ‘제2 환란’ 비상

    원·달러 환율이 장 중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0원을 돌파했다. 외환시장에서는 ‘1200원 시대’ 개막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물가상승 압력과 중소기업의 부도 우려 등 우리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은 환율 급등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환율변동이 지나치다고 판단될 때 언제든지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장 중 1200원까지 치솟은 뒤 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으로 상승폭을 일부 줄이면서 지난주 말보다 달러당 28.30원 급등한 1188.8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2004년 1월5일 이후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또한 6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49.10원이 올랐다. ●증시 환율 폭등으로 하락 반전 주식시장은 환율 폭등으로 개장은 상승으로 시작해 하락 반전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97포인트(1.35%) 내린 1456.36으로 마감됐다. 코스닥시장도 2.29포인트(0.51%) 떨어진 446.05로 마감됐다. 외국인투자자과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각각 4688억원과 377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기관투자자는 7572억원 순매도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이날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기본적 요인에 키코(KIKO)와 관련한 기업과 은행의 달러 매수세, 수출보험공사의 월말 달러 매수세 등이 겹치면서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지나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환율 안정을 위해 지난 26일 밝힌 최소 100억달러의 자금공급 계획을 신속히 집행하고 그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의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달러화 유동성 문제를 지적한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개월간 증시(코스닥 포함)에서 외국인들이 주식을 순매도한 규모는 29일 현재 29조 7528억원에 이른다.7월 말 경상수지 누적적자가 78억달러이고, 자본수지 누적적자는 110억 1000만달러에 이른다. ●美 구제금융 통과로 달러 강세 여기에 미국의 구제금융 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구제금융안 합의로 환율 상승이 둔화될 것으로 봤는데 오히려 달러 강세 등의 영향으로 환율이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분위기라면 1200원 돌파까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화유동성 경색도 가속화하고 있다.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지난주 말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7.92%로 장을 마감했다.2001년 4월30일 8.05%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문소영 김태균 이두걸기자 symun@seoul.co.kr
  • “美·日·유럽, 달러 방어 비밀합의”

    |도쿄 박홍기특파원|미국과 일본, 유럽 통화당국이 지난 3월 달러화의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협조 개입’을 골자로 한 달러 방어 대책에 비밀리에 합의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복수의 국제 금융소식통을 인용, 이같이 전하면서 “이들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 공동성명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미·일·유럽 당국은 금융 시스템의 동요가 진정되지 않고 달러 약세와 주가 하락이 세계적으로 계속되자 3월15∼16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철야 긴급 전화회의를 거쳐 달러화 매입과 함께 달러 방어에 개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특정 방어라인과 개입 금액은 설정하지 않고 투매의 우려가 있을 경우 기동적으로 달러화를 매입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또 시장 동향을 지켜 보면서 각 중앙은행이 뉴욕과 도쿄, 런던 등 주요 시장에서 엔과 유로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달러화가 불안한 상태여서 각 금융당국이 다시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hkpark@seoul.co.kr
  • 그루지야 철군 두고도 공방

    그루지야에서 불안한 휴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방은 러시아의 지체없는 철군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러시아는 정부해산을 선언하고 비상사태를 선언한 남오세티야가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혀 그루지야 사태에서 발을 뺄 의사가 없음을 다시한번 내비쳤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및 북대서양이사회(NAC) 회의에 참석하고자 벨기에 브뤼셀로 가는 비행기에서 “러시아는 군사력을 이용해 힘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의 전략 목표를 부인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우리는 러시아가 전략적 비행으로 미국의 국경조차 도발하는 행위를 본 적이 있다.”면서 “이것은 위험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이번 회의에서 “나토는 회원국인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재확인하고, 러시아가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와 같은 주변국들이 동맹에 참여하는 것을 막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우리는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그루지야에서 러시아군의 의미있는 이동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휴전협정에 조인했음에도 그루지야에서 철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영국 일간 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날 러시아군이 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40㎞ 떨어진 검문소와 방어진지에 계속 병력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또 그루지야 최대 전략 요충지 고리에서는 러시아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으며, 폭발음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아나톨리 노고비친 러시아군 부참모장은 이날 “평화합의안에 따라 러시아 장갑차가 그루지야에서 빠져나와 러시아 영토인 북오세티야로 향하고 있다.”며 철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철군 여부로 신경전이 펼쳐졌던 고리에서도 러시아군이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이제는 로컬리티시대]지역공동체 운동 현황·진단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이제는 로컬리티시대]지역공동체 운동 현황·진단

    1990년대 중반 이후 공동육아, 대안학교 등 다양한 지역공동체 운동이 확산되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공동체 운동은 여전히 실험 단계다. 성공적으로 정착한 지역공동체도 많지만 온전한 모양새를 갖추기도 전에 문을 닫은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역공동체가 각종 지역 의제 해결과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공동체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생활정치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 세상’ 만드는 풀뿌리 민주주의 시발점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 차원에서 만든 ‘관주도형 지역공동체’를 제외한 순수 주민주도형 지역 공동체는 전국적으로 200곳이 넘는다. 대표적인 곳은 성미산공동체(서울 마포)와 변산생활공동체(전북 부안)등 마을 공동체, 한밭레츠(대전)와 과천품앗이(경기 과천) 등 지역화폐 공동체, 부안 등용마을(전북 부안)등 생태공동체, 풀무학교(충남 홍성)와 간디학교(경남 산청)같은 교육공동체 등이 있다. ●시민대표 뽑아 지방선거 후보 내고 정책 제안 지역공동체는 회원들에게 생활속에서 정치를 체험하는 민주주의 학습장이나 다름없다. 서울 마포지역 풀뿌리생활정치 공동체인 ‘마포연대’ 상임이사 이경란씨는 “과거 공동체 운동에는 ‘내’가 없었고 사회나 소수자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행복한 세상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라면서 “사회문제와 생활 문제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지역공동체 운동을 통해 지역을 바꾸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일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역공동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좋은 시발점으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성미산 후보를 내기도 했고,2004년에는 후보들에게 정책 제안도 했다.”면서 “생협 대리인을 도의원에 당선시킨 일본 가나가와현 생협처럼 우리도 시민대표를 뽑아 구의원과 시의원을 낼 수 있도록 고민 중”이라고 했다. ●품앗이 모임·지역화폐 활용도 제고 노력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안시민발전소장 이현민씨는 “무한 경쟁시대로 치닫는 도시적 삶은 다음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면서 “현대 사회에서 지역공동체의 의미는 조금 불편하고 가난해도 이웃과 나누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한밭레츠’ 두루지기 이수정씨는 “지역화폐 운동은 먹거리 생협과 의료 생협, 공동육아 등 복합적인 품앗이 공동체”라고 소개한 뒤,“공동체를 활성화하고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품앗이 만찬’ 등 주기적인 회원 모임과 지역화폐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동육아로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의 교사 정현영씨는 “1996년 공동 육아를 위해 공동체에 가입했는데 핵가족 사회에서 내 아이가 어른을 공경하고 신뢰하며, 예의 바르게 크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대안 학교가 한국 사회의 주류 교육이 아니라 불안한 점이 없지 않지만 올바른 교육이 있고, 좋은 이웃과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공동체 생활의 장·단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동체는 누가 ‘로드맵’을 그려 주는 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가 그리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현석 김민희기자 hyun68@seoul.co.kr ■외국 유명 공동체 3곳 노동자생협 뭉쳐 스페인 매출 7위 대기업으로 외국의 공동체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본주의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생긴 물질문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활발해졌다. 외국 공동체의 다양한 사례와 현황은 국제생태공동체 네트워크(http:///gen.ecovillage.org)나 계획공동체 종합웹사이트(www.ic.org)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비교적 잘 알려진 외국의 공동체 세 곳을 소개한다. ●스페인 몬드라곤 프랑스와 스페인을 가로지르는 피레네산맥 끝자락에 있는 몬드라곤은 한때 쇠락한 광산촌이었다. 그러나 2006년 현재 몬드라곤은 스페인내 연간 매출 7위, 일자리 창출규모로는 3위를 차지하는 대기업이다. 몬드라곤 그룹(Mondragon Corporation Cooperative·MCC)의 시작은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 신부와 마을 주민 수십명이 MCC의 모태가 된 ‘울고르(ULGOR)’라는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지역주민들이 모은 1100만세타(약 36만달러)를 자본금으로 설립했다. 곧 스페인내 100대 기업으로 떠오른 울고르의 성공을 기반으로 아라사테, 코프레시, 에델란 등 다른 생산협동조합이 속속 생겨났고 이들은 모두 MCC란 이름 아래 모이기 시작했다. 이제 MCC는 해외 23개 공장을 포함해 모두 123개 공장에서 6만여명을 고용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MCC의 성공 이유는 기업이 주민들의 삶과 일체화된 데 있다. 몬드라곤 인구 2만 5000여명 중 노동가능 인구는 1만 3000여명 정도인데, 이 중 3분의2가량인 8300여명이 MCC의 조합원이다. 이들은 몬드라곤 그룹 산하의 금융기관인 ‘카하 라보랄(노동인민금고)’에서 대출받고 산하 소비협동조합인 ‘에로스키’에서 각종 생활용품을 산다. 또 이들 자녀의 상당수는 MCC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몬드라곤 기술대학을 졸업한 뒤 MCC에 취직한다. ●밴쿠버의 ‘100마일 먹거리 사회’ 자기 지역의 먹거리를 소비하자는 ‘로컬 푸드’운동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노력의 하나다. 그러나 캐나다 밴쿠버에서는 이 운동이 지역사회 경제를 촉진시키고, 저소득층을 돕는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공공텃밭(Community Garden)을 통해서다. 공공텃밭은 버려진 조각땅에 텃밭을 일구는 운동이다. 나만의 뒤뜰, 줄여서 ‘모비(MOBY·My Own Back Yard)’라고도 한다. 누구든지 1년에 20달러만 내면 땅을 얻을 수 있다.2006년 기준으로 밴쿠버에는 총 18곳에 950개의 공공텃밭이 조성돼 있다. 조사에 따르면 밴쿠버 시민의 44%가 자신의 입으로 들어갈 먹거리를 텃밭에서 직접 가꿔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밴쿠버식량정책협의회는 밴쿠버 올림픽이 열리는 2010년 1월1일까지 총 3000개의 텃밭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2006년 밴쿠버 시의회는 이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해 시 소유의 공원, 공터 등을 공공텃밭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공공텃밭 운동을 통해 밴쿠버식량정책협의회는 ‘뒤뜰 나누기(Sharing Backyard)’운동처럼 직접 기른 먹을거리를 저소득층에 기부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독일 뮌헨의 여성주거공동체 공동체의 본질은 ‘모여살기’다. 독립은 좋지만 고립은 싫은 사람들이 연대의식을 혈연삼아 사는 것이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독일 뮌헨의 옛 공항부지에는 49가구가 살 수 있는 공동주택이 있다.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과정도 다른 다양한 여성들이 그곳에 모여 살고 있다. 독신 한 가구의 방은 45∼60㎡(14∼18평), 공동 공간인 부엌 딸린 회의실과 마당, 창고 등이 따로 있다. 출발은 불가능한 공상 같았다. 집 없는 설움 없이, 연령과 국적을 떠나 서로를 존중하면서 살아가기.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2000년부터 240명의 여성이 각각 150만원씩 갹출해 조합을 꾸리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7년만에 집이 완성됐다. 출자금 3000만∼5000만원, 월세 40만∼60만원 정도를 내면 누구나 살 수 있다. 집은 조합의 공동 재산이므로 소유권은 없고, 이사갈 때는 조합원 권리를 반납하고 출자금을 돌려받게 된다. 이곳에 사는 50여명의 여성들은 현대사회가 채워주지 못하는 결핍을 메우려고 계속 노력 중이다. 공동육아 프로그램이나 실업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 취업·창업 돕기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이들은 지난해 바이에른주가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주거단지’상을 받기도 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온난화·북핵등 난제… 성과 불투명

    온난화·북핵등 난제… 성과 불투명

    |도쿄 박홍기특파원|7일부터 9일까지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리는 제34회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성과는 불투명하다. 워낙 만만찮은 난제가 많아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합의 내용에 대한 신흥 경제국과 개발 도상국들의 협력도 장담할 수 없다.G8의 한계와 함께 다른 국가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천혜의 자연을 지닌 도야코와는 달리 G8 정상회의의 ‘시계’는 밝지 않다는 관측이 적잖다. 더욱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비정부기구(NGO) 회원들이 G8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 긴장감이 돌고 있다. ●개도국 구체적 목표치 설정에 거부감 G8 정상회의에는 G8 회원국 이외에 14개국이 참석한다.22개국으로 역대 최대다. 주요 의제는 지구온난화, 원유 및 식량, 아프리카 개발, 핵 문제 등 다양하다. 지구온난화의 초점은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50% 삭감하는 데 합의하느냐에 맞춰졌다.G8을 비롯,16개국의 배출량은 세계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경제가 성장 궤도를 달리는 신흥 경제국은 구체적인 목표치의 설정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G8만의 합의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 신중한 입장이다. 식량과 원유값 폭등에 대한 국제적 대처도 현안이다. 신흥 경제국의 성장에 따른 수요 증대와 투기자금의 유입, 바이오 연료의 확산 등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G8은 식량가격의 안정을 위해 “생산국의 수출 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특별문서에 넣을 방침이다.‘국제식량기구’의 창설을 합의할 가능성도 크다. 원유 값의 급등과 관련, 산유국에 증산을 촉구하고 투기자금의 감시도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전망이다. ●NGO 회원 회의장 주변서 경찰과 충돌 또 식량과 원유값 등에 따른 불안한 세계 경제의 안정화도 논의된다. 인플레가 우려되는 현 시점을 ‘중대한 시련’으로 규정, 국제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강한 달러화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 같다. 북한의 핵폐기뿐만 아니라 납치문제도 의제 가운데 하나다. 이란의 핵개발도 대상이다. 한편 G8 회의장 인근인 삿포로시에는 각국에서 모인 NGO 회원들이 자체 행사를 갖고 있다.NGO 회원 5000여명은 5일 오후 삿포로의 한 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뒤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충돌,4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6일 G8 정상회의를 위해 방일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납치문제와 관련,“결코 잊지 않았다. 긴밀히 연대해 나갈 것”이라면서 협력할 뜻을 분명히 했다. 후쿠다 총리는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도 회담했다. hkpark@seoul.co.kr
  • [2008 美 대선] 오바마 “이민개혁 후퇴” 맹공 매케인 “이민법 재검토” 맞불

    |워싱턴 김균미특파원|히스패닉의 표심을 잡아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가 라틴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히스패닉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수계로 전체 선거인수 가운데 9%를 차지한다. 게다가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플로리다와 네바다, 콜로라도, 뉴멕시코 등 격전주들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부동층으로 꼽히고 있다. 두 후보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시내에서 열린 ‘라틴계 선출·임명직공직자 전국연합(NALEO)’ 연례회의에 별도로 참석해 이들의 관심사인 이민정책 개혁을 대통령에 취임하면 최우선 현안으로 다루겠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하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미국에는 1200만명의 불법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살고 있고,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오바마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민정책 개혁 방안에 대해 매케인이 공화당내 보수층의 압력에 밀려 후퇴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매케인은 당초 이같은 내용의 이민 개혁정책을 지지했으나 이 정책은 공화당의 반발로 의회에서 무산됐다. 매케인은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의 신분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미국 국경의 안전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꿨었다. 이를 의식한 듯 매케인은 이날 미국 이민법들을 폭넓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로저스 매케인측 대변인은 성명에서 “지난해 상원 양당의 이민개혁 합의를 폐기하는 데 나섰던 인물이 바로 오바마”라며 오바마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최근 AP와 야후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들 사이의 지지율은 오바마가 47%로 22%인 매케인을 두 배 이상 앞서 있다.26%는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오바마의 우세는 다소 불안한 감이 있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지지했기 때문이다.지난 2004년 대선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히스패닉 표의 40%를 획득, 공화당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승리했다. 한편 오바마 후보는 올여름 중동과 유럽을 순방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선거일을 수개월 남겨놓고 이례적인 일로 오바마는 외교 안보정책에서 취약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해외 순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kmkim@seoul.co.kr
  • “자원외교는 치밀한 전략 세워 조용하게”

    “자원외교는 치밀한 전략 세워 조용하게”

    “자원 확보가 목표라면 리스크(위험)가 있다고 해서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23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2008년도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에 앞서 22일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만난 하찬호(55) 주 이라크 대사는 최근 떠오르고 있는 에너지·자원외교에 대한 소신을 이렇게 밝혔다. 이라크 북부 아르빌에는 지난 2004년 9월 자이툰부대가 파병돼 활동 중이다. 이라크는 또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가 서로 유전 개발에 외국기업을 끌어들이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 대사는 “최근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가스전 개발에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하게 된 것은 파병과 직접 관련은 없다고 본다.”며 “그러나 자이툰부대에 대한 평이 좋고, 치안이 불안한 바그다드에 한국대사관이 유지되는 것에 이라크 정부가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월 쿠드르 자치정부의 유전 개발에 참여,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각에서 ‘소탐대실’ 우려도 있었으나 최근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정부가 외국업체 계약에 대해 서로 인정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며 “석유공사가 당시 쿠르드 정부의 유전 개발 사업에 입찰하지 않았더라면 기회를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대사는 당시 정부 및 기업들이 쿠르드 정부 유전 사업 참여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하며 주저했으나 쿠르드 유전 개발 시장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설득했으며, 그 결과는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와 석유공사 컨소시엄을 지역별로 나눠 접근함으로써 양측 모두 참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너무 조심하기보다 남들이 하지 않을 때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며 “그러나 에너지·자원외교가 뜬다고 해서 청와대와 총리실, 외교부, 지식경제부 등 모두가 나선다면 오히려 단가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조용히 실익 위주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원외교의 목표를 치밀하고 내실 있게 이루려면 행사성으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대사는 이라크 대사로 재임 중이던 지난해 말 귀국,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투자·에너지 태스크포스(TF)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뒤 최근 다시 이라크 대사로 발령을 받는 해프닝을 겪었다. 그는 “다른 지역으로 나갈 수도 있었으나 이라크 내에 쌓아놓은 인맥을 활용, 자원외교를 위해 할 일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라크 유전 및 건설 사업이 이제 시작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미경기자 사진 정연호기자 chaplin7@seoul.co.kr
  • [인터뷰] 새정부 출범 앞둔 ‘남북·북미 관계 ’박재규 전 통일장관에 듣는다

    [인터뷰] 새정부 출범 앞둔 ‘남북·북미 관계 ’박재규 전 통일장관에 듣는다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자타가 인정하는 대북, 한·미 관계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대북정책을 주도했으며 역사적인 6·15선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세차례나 독대할 정도로 북한 최고위층에 대해서도 밝은 편이다.▲1944년 마산 출생 ▲67년 미국 페어레이디킨슨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69년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 석사) ▲74년 경희대학교 정치학박사 ▲99.12∼2001.3월 통일부장관 ▲03∼현 동북아대학총장협의회 의장, 경남대 총장 ▲05∼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저서:북한군사정책론(1983), 북한정치론(1984), 북한의 신외교와 생존전략(1997), 북한이해의 길라잡이(1997), 새로운 북한읽기를 위하여(2004) 등.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26일 평양에서 열리는 뉴욕필하모닉 공연이 전 세계에 중계될 예정이다. 당초 미국측이 ‘10·3합의’ 이행조치가 완료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북핵문제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지만 미·중 수교를 앞두고 닉슨 대통령이 중국에 탁구팀을 보낸 것과 흡사한 분위기여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올 8월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얘기가 뉴욕 등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도 올 초 연하장을 반 총장에게 보냈다. 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미국이 대선레이스에 접어들었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지, 공화당이 집권할지 변수가 있다. 또 한국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상호주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통일부 폐지안과 관련,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북한이 남북관계 전면 중단 등의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박재규(63) 전 통일부 장관은 “뉴욕필하모닉의 평양공연은 약속인 만큼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며 반 총장의 방북설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9일부터 28일까지 미국을 방문,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와 하와이 등에서 현지 한반도 전문가 및 교포들과 대북, 대미관계에 대한 간담회를 여러차례 가졌다. 박 전 장관을 만나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현지 교포들이 이명박 정부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미국에 다녀온 성과를 든다면요?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언론인, 기업인, 교민대표들과 간담회를 통해 한·미동맹문제를 비롯한 북핵문제,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 우리와 관련된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토론한 것이 나름대로 성과였습니다.” ▶새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재협상론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및 미 정부 조야의 입장은 어떠했는지요? -“미국 정부의 기본입장은 국가간 합의는 존중되어야 하며, 전작권은 예정대로 2012년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핵문제의 진전 정도와 남북관계 상황 등을 봐가면서 전작권 전환시기를 검토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지요. 만약 한반도 안보상황이 악화된다면 2012년 전작권 합의 내용을 재연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대북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지요?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확고한 한·미동맹 유지, 한반도 비핵화, 대화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등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의 기본원칙에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다만, 북한 핵문제 해결의 구체적 방법론, 한·미동맹의 발전방향 등에서 후보별로 부분적인 입장 차이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공화당 후보는 6자회담을, 민주당후보는 북·미 양자대화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지요. 그러나 민주당 정부가 들어서면 공화당 정부보다 더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설득력있게 들렸습니다.” ▶26일 예정인 뉴욕 필하모닉 공연에 대한 미국측 반응은 어떤가요? -“어쨌든 비록 음악정치와 광폭정치를 하는 북한이지만, 성조기를 앞세운 세계적 공연이 적대국인 평양에서 개최된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양공연은 북핵 불능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지만,26일까지 핵불능화 완결은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준비팀은 핵불능화 완결없이 양국 국기를 게양하고 평양연주를 전 세계로 방송하게 되면 미국내 네오콘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걱정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더군요.” ▶북핵문제 해결이 교착국면입니다. 혹시 미국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없었는지요? -“불능화 조치는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으나,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는 농축우라늄계획(UEP) 및 시리아와 핵협력 의혹 등에 대한 북·미간 입장차이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중 인사의 방북을 통해 북측에 대한 설득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은 플루토늄(Pu),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시리아와 핵협력 의혹 등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북측이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UEP, 시리아 핵협력설 등에 대해 부인하면서 테러지원국 해제 등 관련 조치 이행을 요구하고 있지요. 북한과 미국 모두 현재의 북핵상황을 과거로 회귀시키는 데에 부담을 갖고 있으므로, 결국 양자가 협상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반 총장의 ‘방북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외교장관시절부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온 분입니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막중한 임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유엔총회가 개최되기 전 8월 ‘방북설’은 나름대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 듣고 있습니다. 반 총장의 방북이 달성된다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의 평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미의 전문가와 언론들은 대량살상무기확산 방지구상(PSI) 및 미사일방어시스템(MD)의 한국 참여 가능성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십니까? -“PSI 및 MD 참여는 한국의 국력에 맞는 국제적 역할 확대는 물론, 한·미 동맹의 강화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반발과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태도 여하에 따라 동북아 긴장 고조 가능성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MD의 경우 일본을 보더라도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국가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요. 이러한 측면에서 PSI나 MD 참여문제는 남북관계 상황, 주변국들의 이해관계, 재원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새 정부의 ‘한·미동맹’ 복원 및 강화 의지에 어떤 입장인가요? -“그들은 새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나친 낙관주의는 경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북한문제, 지역 안보현안 등에서 한·미간에 더욱 긴밀한 정책공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양국의 국익에 따라 협력과 갈등의 향방이 교차되어 온 만큼, 새 정부의 성향 등에 따라 당장 강화될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특히 지나친 한·미동맹 강조로 한·미·일 공조로까지 이어진다면 북한·중국·러시아의 공조를 야기시켜 동북아에서 ‘신냉전’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미국 교포들이 이명박 새 정부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던가요? -“국내외의 매우 어려운 경제적 환경 속에서 ‘경제성장’이 쉽지 않겠지만,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하기를 기대하고, 교민들도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의지를 보였습니다. 한·미관계가 강화되는 것뿐 아니라 북·미, 남북관계도 잘 유지되도록 노력할 것을 주문했지요.” ▶북한 전문가로서 새 정부의 실용주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전망한다면? -“현재 북측은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관망과 내부 입장 정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조만간 자신들의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봅니다. 새 정부가 기존의 대북정책과 다른 정책을 내놓은 데 대해 북측은 정치적 간접 경고→남북대화 연기·불참 통보→남북관계 전면 중단 등의 초강경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최근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관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남북관계마저 악화시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김 위원장에게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 텐데요. -“만날 때마다 북한경제 개발과 인민생활 향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또 경제발전을 위해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발전이 중요하다는 점도 김위원장은 알고 있었습니다. 북한 경제문제 해결에 걸림돌인 핵문제를 부시정부가 끝나기 전에 해결하는 것이 북한의 이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김정일 위원장이 잘 이해했으면 합니다.” 박 전 장관은 ‘통일부 폐지안’과 관련,“통일부는 우리의 소원인 ‘평화통일의 꿈’을 태우고 달리는 통일호이며, 이 ‘통일호’의 필요성·중요성은 대통령 당선인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문 전문기자 km@seoul.co.kr
  • [불안한 FTA 경제걸림돌 되나](하) 한·EU 지재권 부문 타결 이후…

    [불안한 FTA 경제걸림돌 되나](하) 한·EU 지재권 부문 타결 이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등 비핵심 쟁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FTA 체결 가능성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자동차 기술표준, 상품양허(개방), 원산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측이 이렇다 할 양허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4월로 예정된 3대 핵심 쟁점 협상 결과는 불투명하다. 한·EU FTA는 쇠고기 등 농산물의 비중이 높은 한·미 FTA와 달리 공산품의 비중이 높다. ●작은 걸림돌부터 먼저 해소 지난 28일 시작해 1일 끝난 한·EU FTA 협상은 비핵심 쟁점의 상당 부분을 마무리했다는 점에 의미가 적지 않다. 핵심 쟁점을 둘러싼 본격 협상에 앞서 정리 작업을 끝냈다는 얘기다.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는 “많은 분야에서 합의점을 찾고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고, 가르시아 베르세로 EU측 수석대표는 “전체 협상의 70% 정도가 타결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떤 성과를 거뒀나 이번 협상에서 분쟁해결, 투명성, 무역구제(반덤핑 등), 전자상거래 등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으며, 지적재산권도 지리적 표시(생산지 등)를 빼고는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 특히 지재권분야에서 EU측이 공공 장소에서 음악을 틀면 저작인접권자에게 보상권을 주는 공연보상청구권과 의약품 자료독점권 10년 보장 요구를 철회시킨 것은 큰 성과다. 대신 우리측은 지재권 위반기업에 대한 통관 행정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샴페인, 코냑 등 농산물, 포도주, 증류주에 대한 지리적 표시가 남아 있지만 큰 이견이 없고, 미술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원작자나 상속자 등이 일정 몫을 받을 수 있는 추급권은 협정 발효 후 2년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무역구제 분야에서 특정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할 경우 국내 산업의 보호를 위해 긴급하게 수입제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농산물 세이프가드 도입에 합의했다. 자동차 기술표준을 제외한 전기·전자, 포도주, 증류주, 화학물질 등 나머지 품목의 비관세장벽에서도 합의 단계는 아니지만 해결의 가닥을 잡았으며, 위생검역에서는 작업장 사전 승인 문제 등 일부 쟁점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원산지 분야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문제를 EU측이 내부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혀 이전보다는 진전됐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 선임연구원은 “비핵심쟁점의 타결이긴 하지만 다음 협상에 탄력이 붙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4월께 핵심 쟁점 본격 협상 양측은 4월쯤 상품양허, 자동차 기술표준, 원산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본격 협상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 분야에 대해 서로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양허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 기술 표준의 경우 EU측이 한·미 FTA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베르세로 수석대표가 “핵심 쟁점 협상에 따라 전체 협상 타결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박근혜측근 “일단 따를 수밖에…”

    박근혜측근 “일단 따를 수밖에…”

    “일단 따를 수밖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의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안을 전격 수용한 것에 대한 측근들의 반응이다. 박 전 대표가 결단을 내린 만큼 따를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도 공심위 수용 이후 측근들에게 “잘 할 것이다. 믿고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25일 “박 전 대표가 결정했으니 그대로 가야 하지 않느냐.”면서도 “하지만 내부적으로 온도차가 있는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도 “박 전 대표가 당 지도부와 이 당선인측으로부터 우리와 관련해서 문제가 있으면 상의를 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우리쪽 대리인을 넣어주지 않은 상황이 오히려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고, 우리쪽에서도 아예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대로 괜찮을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친박근혜(친박) 인사들 사이에서 “그 약속을 어떻게 믿느냐.”,“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한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지역구 의원은 “말로야 무슨 약속이든 할 수 있지만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 당장 주변에서 다들 불안 초조해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 공심위 구성안에 전격 합의한 후 친박 진영의 대표 자격으로 협상에 임했던 김무성 최고위원에게는 “정말 괜찮은 거냐.”,“내 지역구는 안심해도 되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김 최고위원은 “걱정하지 마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다독였다. 하지만 박 전 대표측이 분당까지 각오하며 협상에 임한 점에 비춰, 박 전 대표가 전격 양보한 것을 두고 “이 당선인측으로부터 약속받은 게 있는 거 아니냐.”는 ‘이면합의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핵심 측근은 “애초 우리가 협상을 시작할 때에는 탈당을 각오했다. 보수적으로 따져도 동참 인원이 31명 정도 됐고, 의석은 60∼70석 정도 확보가 가능하더라. 이 당선인쪽도 비슷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박근혜 파워’를 부각시켰다. 그는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이 당선인이 직접 나서 ‘밀실공천 호텔팀’들을 다 정리했고, 이것이 박 전 대표 마음을 돌리는 데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사모아의 청소년/ 마거릿 미드 지음

    사모아의 청소년/ 마거릿 미드 지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이념은 사실 학문 보편의 이상과도 같다. 단군의 얼굴에서 백성을 향한 너른 자비심과 민족통합의 강고한 국가논리가 교차하듯, 인간 삶을 개선하려는 학문적 열정은 언제나 두 얼굴의 야누스였다. 인류학만큼 상이한 표정을 지닌 학문도 드물다. 다층적·복합적 인간 이해에 귀중한 단서를 제공해온 반면, 제국의 목적에 복무하는 정치적 도구가 되기도 했다. 문명의 시선으로 비문명을 재단하거나, 비문명을 도구삼아 문명을 비판하는 역할을 모두 인류학이 감당해 왔다. 때론 뜨거운 인류애의 전진캠프가, 때론 침략 전쟁의 이론적 첨병이 됐다. 어느 쪽이건 인류학은 늘 첨예한 논쟁을 몰고 다녔다. ●사모아 섬서 청소년들의 삶 관찰 기록 인류학적 열정으로 인간 삶을 개선코자 했던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의 마거릿 미드(1901∼78)다. 미드는 “인간에 관한 지식이 세계에 생명력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것, 거기에 희망이 있음을 안다.”고 설파하며 논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드의 신념을 대변한 ‘사모아의 청소년’(박자영 옮김, 한길사 펴냄)이 번역돼 나왔다.1928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인류학사에 큰 획을 그었던 책인 만큼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모아의 청소년’은 미국 문화인류학의 한 흐름인 문화와 인성간의 관계 연구에서 중요한 초기저술로 꼽힌다. 미국인들의 육아 및 아동교육 방식을 바꾸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위상에 걸맞게 미드의 책은 무수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출간 직후는 물론 그의 사후까지 논쟁은 이어졌다. 책은 미드가 미국령인 남태평양 사모아 섬에서 청소년기 소녀들의 성장과정을 관찰해 미국 소녀들의 성장과정과 비교 연구한 내용이다. 논쟁은 인간을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차에서 빚어졌다. 당시는 우생학적 사회진화론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19세기와 20세기 초 인류학의 주요 관점이기도 했던 사회진화론은 지역 및 대륙간 문화의 차이를 인종집단 간 생물학적 차이에서 찾았다. 나치가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전쟁으로 입증하려 한 것이나, 일본이 ‘내선일체’란 이름으로 한국인의 상대적 열등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시각에 뿌리를 뒀다. 행동주의 이론의 대표 논자였던 프란츠 보아스는 이를 맹렬히 반박했고, 보아스의 23살 제자 미드는 반박의 근거를 찾아 사모아로 떠났다. ●美서 본성 vs 양육 논쟁 불러일으켜 현지 조사를 마친 미드는 사모아 청소년들이 미국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미국과 대비되는 사모아의 목가적이고 자유로운 거주양식, 느긋한 육아관습 및 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 갈등과 질투 및 폭력이 없는 관계 등에 원인이 있다고 봤다. 미국 청소년들의 정서적 방황과 반항적 태도는 청소년기란 시기 자체가 아닌 청소년들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조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미드의 결론은 유명한 ‘본성(nature) 대 양육(nurture)’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미드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미드 자신은 세계 인류학계의 스타가 됐다. 미드 사후, 책의 연구자료 및 결론의 엄밀성을 놓고 또다시 검증 논쟁이 벌어졌고, 논쟁을 제기한 뉴질랜드 인류학자(데릭 프리먼)의 주장에 대한 재검증 논란이 일면서 미드의 인류학은 논쟁이란 형식을 빌려 거듭 호명됐다. 미드는 인류학이 소수 엘리트들의 학문이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그는 끊임 없이 인류학의 대중화를 고민했고, 대중에게 유익한 연구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후 미드가 여성권익과 육아, 성도덕, 인종관계, 약물남용, 인구조절, 환경오염, 기아문제 등에 적극 개입한 것도 이 같은 신념에서 비롯됐다. 2차 대전 막바지, 미드는 패전국 독일의 재교육 미밀 프로젝트 입안에 참여했다.‘전쟁과 인류학의 불안한 동거’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에 투입한 인류학자 조직 ‘인간 분야 시스템’(Human Terrain System. 미군의 현지문화 이해 전략의 일환으로 고안)으로 현재화되고 있다. 미드의 신념까지 포획했던 인류학의 굴곡된 역사는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는 셈이다.2만 3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KT, 현대구단 인수 백지화

    ‘18년 전으로 돌아가나.‘ 프로야구가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KT가 현대 구단을 인수해 재창단하려던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KT는 1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그동안 검토해 왔던 프로야구단 창단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KT는 인터넷(IP)TV, 와이브로 등 신성장사업에 역량을 모아야 하지만 프로구단 운영으로 경영의 초점이 흐려지고 고객과 주주의 가치 제고에도 부정적이라는 회사 안팎의 반대의견에 부딪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일관성 없는 자세와 일부 구단의 반발, 추측성 보도 등으로 인한 잡음과 갈등이 기업 이미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KT “기업 이미지 도움 안돼” 서울에 입성하며 가입금 60억원만 내기로 KBO와 합의한 KT는 ‘헐값 인수’ 논란에 휩싸인 데다 지난 10일 한 스포츠 전문지가 ‘KT가 현대의 부채 131억원, 서울 입성금 54억원을 모두 떠안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KT 관계자는 “구단 창단을 검토한 것은 어려움에 직면한 한국 야구계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함께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자 했었다.”면서 “여러 가지 잡음으로 오히려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백지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번복 가능성은 없으며 앞으로 KBO가 다른 조건을 제시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08시즌은 1990년 쌍방울 창단 이후 18년 만에 7개 구단으로 줄어들 위기를 맞았다.KT도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감동 제공 등의 거창한 수사로 창단 추진 이유를 발표한 지 15일 만에 전격 취소, 대기업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초부터 운영난에 빠진 현대 구단 매각에 나섰던 KBO는 농협중앙회,STX그룹에 이어 KT와의 협상마저 어설프게 진행한 끝에 결국 좌초, 인책 논란이 일 전망이다.세 차례 모두 성사되기도 전에 협상 내용이 흘러나오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신상우 KBO 총재는 지난 8일 이사회 모두발언에서 이를 의식,“책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해 귀추가 주목된다.●협상력 부재 드러낸 KBO 辛총재 책임론 야구계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7개 구단으로 시즌을 출발한다면 정규리그 경기수 축소는 물론 각종 개인타이틀과 포스트시즌 경기방식에 이르기까지 파급돼 연간 관중도 줄어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다음주 초 긴급 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시간이 너무 촉박해 현재로선 7개 구단으로 출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경기 고양 원당구장에서 훈련 중인 현대 선수단은 이 소식을 듣고 불안한 미래에 침통해했다. 베테랑 투수 정민태는 “선수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선수단이 해체되면 프런트 등 100여명 가운데 60여명은 갈 곳이 없는 끔찍한 상황이 온다.”고 말했다.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랜든턴으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소설집 ‘라일락 향기’ 출간 앞둔 김영현

    소설집 ‘라일락 향기’ 출간 앞둔 김영현

    “문학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박제화되면 끝입니다. 고정되고 낡은 것은 바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죠.” 민중문학, 긴급조치 위반, 구속, 고문…. 늘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소설가 김영현(53·실천문학사 대표)이 독특한 형식의 창작소설집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3월 출간 예정인 ‘라일락 향기´(가제)가 그것이다. 작품집 ‘라일락 향기´에는 ‘개구리’‘여름에서 겨울까지’‘나는 몽유하리라’‘일영에서 나날들’‘낯선 사내와 술한잔’등 지난 5년 동안 발표된 단편 8편이 묶여진다.“21세기를 맞아 한 시대가 지나가고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지식인들의 고독한 내면의 독백을 통해 우리 시대의 성격, 우리가 처한 상황, 지식인의 불안한 미래 등에 대해 짚어 보는 실존적인 소설이 될 것입니다.” ●“내 후반기 문학의 새 출발점” 작가가 구상하는 소설은 철학적이고 시적인 내용이 적잖이 녹아 있는, 과거의 리얼리즘 성격과 실험적 소설이 뒤섞여 있는 사뭇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그런 만큼 내용이 철학적이고 일정 부분 난해할 수도 있다는 작가는 “내 후반기 문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평한다. 창작소설집 출간과 함께 작가는 또 다른 ‘외도’도 꿈꾼다. 지난해 펴낸 그의 소설 ‘낯선 사람들’이 영화화된다.‘낯선 사람들’은 수도원 신학생 성연이 부친인 마을금고 이사장 최문술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 형식의 작품. 작가는 “아직 기획단계에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가 어렵다.”면서 “보다 계획이 진전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낭만주의적 책 득세 안타까워 “요즘은 너무 낭만주의적 색채가 짙은 책들이 득세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유·민주·통일·상호존중 등의 단어가 어느샌가 퇴색돼 버려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미시적 관점을 넘어 통시적으로 꿰뚫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가치가 병렬체계를 이뤄야 합니다.” 지금은 ‘글 기술자’‘엔터테인먼트 작가’만 횡행하다 보니 거시적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얽히고설켜 혼란스러운 시대인 만큼 중심을 바로잡는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수·진보의 내용이 큰 차가 없는데도 우리 속에는 대립과 증오심이 가득 차 있습니다. 지식인들이 나서서 이렇게 파인 골을 하루빨리 메워야 합니다.” 좌우를 대표하는 황석영씨와 이문열씨도 한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누면 다 통하게 돼 있는데, 우리 사회에 대립과 증오심이 가득한 것은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어투도 한몫한다고 작가는 지적한다.“나이가 들면 자기 확신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진리가 불변인 것은 아니죠. 변하지 않는 도그마는 있을 수 없습니다.” ●플라톤의 ‘조화´ 절실한 시점 1990년대 낭만적 색채가 짙은 작가의 리얼리즘이 민중문학의 발전이냐 퇴보냐를 놓고 ‘김영현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그였던 만큼 작가는 현 정치적 판도 변화에 마냥 ‘아웃사이더’일 수만은 없다.“플라톤의 ‘조화’가 가장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현 정부의 좋은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해 일단 안심이 됩니다.” 연륜만큼이나 세상을 더 넓게 관조하고 있는 작가는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대립, 즉 ‘좌’에서 ‘우’로 확 돌아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며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신을 강조한다.386세대의 경우 패배의식에 젖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목소리도 담아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北, 경협 지속 메시지

    1일 발표된 북한의 신년사 격인 노동신문 등 3개 신문의 공동사설 내용을 보면 북한은 그동안 활발히 전개됐던 남북관계의 시계를 되돌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남한의 새 정부에 대한 비난도 하지 않았다. 새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남북, 경협에 다른 목소리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 군보, 청년보를 통해 신년사 격인 공동사설을 발표하면서 남북 간에는 경제협력을, 북한 내부적으로는 경제건설을 우선 과제로 각각 나누어 제시했다. 북한은 특히 “북남 경제협력을 공리공영,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다방면으로 추진해 나가자.”고 밝혔다. 공동사설은 대선 이후 나온 북측의 첫 공식 반응으로 남북 경협의 지속적인 추진을 제의하는 등 남측의 새 정부를 향한 메시지로 분석된다. 그러나 인수위는 현재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안의 이행 여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보여 향후 남북 경협은 상당기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회 외교통일안보분과위 자문위원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정상회담의 경협 합의사안은 예산 등을 따져 이행 가능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분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교수는 “개성관광 등과 같은 민간 차원에서 추진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시행되겠지만 수천억원의 예산이 드는 경의선 개보수 문제 등은 북핵문제와 연계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은 또 이 당선인의 ‘한·미동맹 강화’ 방침을 의식한 듯 “친미사대와 매국배족 행위를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核문제·李당선인 언급 없어 공동사설에서는 핵이나 대미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현재 북핵문제가 핵프로그램 신고 지연으로 다소 불안한 상태이지만 북·미관계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희망하는 북한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의 대화 국면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당선인에 대해서도 비난 등의 언급이 없이 차분한 입장을 취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북한 신년사에 단골로 등장했던 반한나라당, 반보수 대연합과 같은 비판이 사라진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북한이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현실로 공식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 대변인은 “북측의 유연한 반응에 대해 적극적인 공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북한이 핵 불능화와 성실한 신고를 조속히 이행해 새 정부에서는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최광숙 김상연기자 bori@seoul.co.kr
  • [부토 테러 사망] 총선 앞두고 참사… 파키스탄 정국 대혼란

    [부토 테러 사망] 총선 앞두고 참사… 파키스탄 정국 대혼란

    내년 1월8일로 예정된 파키스탄 총선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야당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피살되면서 파키스탄 정국이 극도의 혼란에 빠져들게 됐다.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한 범인이 누구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파키스탄내 이슬람 과격세력이 유력한 용의자 그룹으로 지목된다. 파키스탄에서 활동 중인 알 카에다와 탈레반 무장단체들은 그동안 부토 전 총리의 암살을 공언해 왔다. 부토 전 총리가 탈레반을 탄압해온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의 권력분점 합의를 통해 지난 10월 런던 망명을 끝내고 귀국한 데다 그녀 역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대척점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친미 세력인 부토 전 총리와 무샤라프 대통령을 제거하는 동시에 정국불안을 야기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려 지속적으로 테러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을 테러와의 전쟁의 동맹국으로 여기는 미국은 무샤라프 대통령과 부토 전 총리를 단결시켜 파키스탄내에 온건 세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부토 전 총리의 사망은 지난 15일 6주간의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총선 실시만을 기다리던 무샤라프 대통령을 궁지에 빠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붉은 사원’을 유혈 진압한 이후 비상사태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불안한 정국을 애써 제압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샤라프 정권에 반감을 가진 파키스탄 국민들이 대대적인 반 정부 시위에 나설 경우 무샤라프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비상사태 해제 이후에도 주요 반체제 인사들을 가택 연금조치하고 언론의 자유가 봉쇄된 상태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총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의혹의 눈길이 쏠리던 터였기 때문이다.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에 의한 폭력사태에 위협을 느낀 무샤라프 대통령이 또다시 비상사태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부토 전 총리뿐만 아니라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도 이날 선거유세 도중 폭탄테러의 공격을 당하는 등 정국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총선 연기는 불가피하며 정국은 더욱 불안해질 전망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버지니아공대 참사… 서브프라임 신용위기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0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정정 불안과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담보대출) 위기, 미얀마 민주화 시위, 해리포터 완간 등 올해 10대 뉴스를 선정, 발표했다. 타임은 탈레반 등 이슬람 극단세력의 세력 확대와 민주세력의 자유로운 선거 요구 등으로 장기집권에 제동이 걸린 페르베즈 무샤라프 등 파키스탄의 불안한 정정을 10대 뉴스로 뽑았다. 이어 지난 여름 불거져 국제금융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자리한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을 두 번째 뉴스로 올렸다. 이어 승려들이 주도한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낸 미얀마 시위와 전세계적인 초특급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 완간도 타임 선정 10대 뉴스에 들었다. 미국의 이라크 증파 논란과 인체에 유해한 납성분이 대량 검출된 중국산 장난감에 대한 리콜 파문, 한국계 조승희의 무차별 총기난사로 33명의 희생자를 낸 버지니아공대 참사도 포함됐다. 이 밖에 인간의 피부세포로 줄기세포를만들어냄으로써 윤리적 논란을 잠재운 미국과 일본의 줄기세포 연구 진전, 홈런 756개로 홈런왕에 오른 베리 본즈의 스테로이드 복용 논란, 애플의 아이폰 대박 등도 가장 주목받은 뉴스로 선정했다. 한편 올해 2·13합의를 기점으로 6자회담을 통해 급진전한 북한 핵 협상은 세계 10대 뉴스에는 들지 못했지만 아시아 10대 뉴스 3위에 올랐다. 중국의 부동산 거품과 탈레반의 세력 확대 등도 아시아 주요 뉴스에 뽑혔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중동 평화협상 불안한 재출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60년 분쟁을 종식시켜 보려는 ‘힘겨운’ 외교 협상이 7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열린 ‘아나폴리스 중동 평화회의’에서 2008년 말까지 평화협정 타결을 목표로 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와 안보 속에 공존하는 2개 국가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또 내년 말까지 2003년 4월30일 중동평화 4자회담이 제시한 이-팔 분쟁 해결을 위한 2개 독립국가 ‘로드맵’에 따른 각각의 의무를 즉각 실행할 것을 약속하며,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제 3자가 참여하는 로드맵 이행 점검 기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다음달 12일부터 본격 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올메르트 총리와 아바스 수반은 협상 진전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격주마다 만나기로 했다. 아나폴리스 회의에 참석한 44개국은 다음달 17일 파리에서 만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지원을 논의한다. 부시 대통령은 아나폴리스 회의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2개국가로 자리잡도록 한다는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창설하고, 이스라엘은 ‘유대인 국가’로 존속할 것”이라며 미국의 지지를 다짐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성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측의 입장을 몇주간 절충한 것이다. 그러나 점령지 반환과 난민 처리 등 핵심 쟁점은 모두 빠질 정도로 양측의 입장 차이는 크다. 중동 문제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 문제가 1년간의 외교 협상으로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아바스 수반은 “우리는 수도로 동예루살렘을 필요로 한다.”며 이스라엘이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동예루살렘을 수복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대 이스라엘 협상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정파와 중동에서 유일하게 이번 회의에 빠진 이란은 이번 회의가 부시 대통령의 임기 말 외교적 업적을 만들기 위한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dawn@seoul.co.kr
  • [단독]기독교단체 ‘아프간 선교’ 재개

    2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부 급진적인 국내 선교단체가 비밀리에 아프간 선교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11일 서울신문이 기독교 내부 관계자의 제보를 받아 아프간 현지 관계자, 기독교 선교단체, 외교통상부 등을 취재한 결과, 일부 선교단체들이 지난 8월 정부의 여행금지국 지정에도 불구하고 편법으로 아프간에 소속 선교사를 파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탈레반과의 인질석방 협상에서 아프간에서의 기독교 선교 활동 중단을 합의한 바 있다. 서울신문이 서울·수도권 일대의 중동지역 등지에 선교사를 파견하는 선교원을 취재한 결과, 일부 선교단체들로부터 “현재도 아프간 입국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들 단체는 선교사를 아프간 현지 업체에 취업을 하거나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주변 국가에서 비자를 받아 아프간에 들어가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경기도에 있는 A선교원은 “우리 선교원과 연계된 아프간 내 모 업체에 취업을 하는 형식으로 아프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에 확인한 결과 이 업체는 아프간에 3명 정도의 한국인을 상시 파견하고 있는 기업이다. 서울의 B선교원은 “일단 교육 프로그램을 받은 뒤 상의하자. 내년쯤에는 아프간에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선교 재개 정보 입수” 외교부 관계자는 “일부 급진적인 선교단체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한국인을 전원 철수시킨 뒤에도 제3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 선교사들로 그 일을 대신해 사실상 선교를 재개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전직 선교사 1명을 포함해 한국인 몇 명이 사업이나 건강상 이유로 아프간 출국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선교 목적 때문일 수도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아프간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다 지난달 철수한 한국인 선교사 A씨는 “현재 아프간 칸다하르 지역에서 한국 국적 선교사들은 전원 철수했지만 국내의 한 선교단체 소속의 미국과 독일 국적 한국인 선교사 5∼6명 정도가 남아 선교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불서 한국인 쉽게 볼수있다” 아프간 현지 신문 ‘카불타임스’의 하피즈 라흐세파 기자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피랍자 석방 뒤 한국인들이 전원 철수한 것으로 알았지만 지금도 카불 등에서는 한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면서 “그렇지만 선교 목적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고 아프간에 남아 있는 한국인은 한국 기업체 직원 등 90여명이다. 그러나 제3국을 통해 입국한 한국인 숫자는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제3국에서 비자를 받아 아프간에 입국하는 한국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은 하지만 아프간 당국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 내부에서는 급진적인 선교단체의 열성 신도들이 추진하는 아프간 선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선교훈련원 관계자는 “일부 급진적인 선교단체가 선교사를 파견해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오히려 탈레반에게 또다시 한국인 테러를 재개할 명분을 줘 기독교계 전체를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대다수 교회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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