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주택 경지·산지에도 신축 허용/노동부의 「복지대책」 내용
◎「장학기금」 93년까지 1백억으로/노동은행 설립,내년에 영업착수
노동부가 29일 발표한 「근로자복지대책」은 임금인상보다는 근로자들의 복지를 증진시킴으로써 노사관계의 안정을 통한 산업평화를 다져나가기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제조업체에 오래 근무한 근로자들의 주택장만 길을 터준 것은 장기근속을 장려,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생산직 근로자의 인력난을 덜려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새 「근로자복지대책」을 내놓으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이 바로 생산직에서 10년 이상 장기근속한 근로자들이다.
근로자복지대책은 ▲근로자의 주거환경 ▲근로자의 자주복지사업 지원 ▲기업내 복지기반의 구축 ▲공공복지시책의 강화 ▲능력개발과 직장정착성의 제고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역시 산지나 농경지의 용도를 변경,택지난을 덜어주고 지속적인 근로자주택건설사업을 벌여나감으로써 근로자들의 주택장만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근로자주택 공급물량의 확대는 부동산가격 폭등에 따른 국민들의 주택불안심리를 잠재우지 않고는 근로자들이 임금교섭에서 계속 임금인상을 요구,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산업현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게 된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주거안정대책◁
10년 이상 장기근속한 무주택 생산직 근로자의 주택건설을 위해 93년부터 주택공사 지방자치단체 및 소속기업 또는 기업연합이 경지 및 산지에 이들을 위한 집을 지을 경우 군사시설보호구역,문화재보호구역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시·도지사가 택지로 용도를 변경해줄 수 있도록 했다.
또 도시계획구역안에 있는 녹지 또한 도시기본계획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공개발택지로 조성,일부를 해당지역 10년 이상 장기근속근로자들에게 분양토록 한다.
제조업 10년 장기근속근로자용 주택의 규모는 전용면적 18평으로 3년 이상 무주택자만 분양받을 수 있으며 3년 동안 전매·전대행위가 금지된다.
이와는 별도로 93년부터 5년 동안 50만호의 근로자주택을 지어 공급한다.
노동부는 10년 이상 전산업근로자 가운데 11만여 명이 무주택자이며 이 가운데 생산직 근로자인 무주택자는 6만1천여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근로자자주복지사업◁
다음달까지 노·공익 대표 및 관계부처 실무자로 노동은행추진위원회를 구성,내년 하반기부터 여·수신업무 등 영업을 시작하도록 했다.
자본금규모는 1천억원으로 예상되며 수익금은 근로자들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또 근로자장학기금을 93년까지 1백억원으로 늘리고 혼수품센터와 구판장을 확대토록 했다.
▷기업내 복지기반구축◁
사내복지기금제도는 지난 84년 행정권장사항으로 실시되기 시작해 지난해말 현재 5백32개 업체에서 2천4백92억원의 기금을 조성,운영하고 있으나 기금출연에 대한 세제혜택이 미흡하여 기금확대조성이 부진한 실정이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국회에 계류중인 사내근로자복지기금법을 조속히 법제화,사업주 출연금의 전액을 손비로 인정,증여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줄 방침이며 근로자들이 회사경영과 이익분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기 위해 성과배분의 일부를 주식전환사채로 지급하도록 유도키로 했다.
▷공공복지시책강화◁
기존의 노동복지회관과 근로청소년회관사업을 흡수,일원화하고 주요공단지역에 교양기능 휴식 탁아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복지시설을 지을 경우 건축비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운영비만 이용자 부담으로 할 방침이다.
▷능력개발과 직장정착성 제고◁
사내대학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료자에 대해서는 임금·승진 등에 있어서 일반대학 졸업자와 똑같이 하도록 행정지도하고 야간공과대학을 늘려나가 근로자들의 학업욕구를 충족시켜주도록 했다.
▷문제점◁
자연녹지·산지 등을 택지로 전환할 경우 환경보전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수도권·울산 등 주요공단지역에 과연 택지로 개발 가능한 경지·산지가 얼마나 남아 있으며 상·하수도 도로 학교 등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지 않을 경우 근로자들이 입주를 꺼릴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사내복지기금출연 등에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복지 측면에 있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들간의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자금동원능력,기금출연액수 등에 있어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사내대학을 졸업한 근로자들에게 승진·임금 등에 있어서 정규대학 졸업자와 동일하게 한다는 것도 현행 학력간 임금격차가 두드러진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과연 기업측에서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대학학력을 인정해주면 자연스레 임금인상이란 결과가 돼 기업측으로서는 반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