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단행한은 특별대출(눈높이 경제교실)
◎경영난 제일·서울·한미은 감량 ‘도화선’
은행들의 자구노력이 강도높게 추진되고 있다.인원정리나 자회사 매각,점포 폐쇄로 대표되는 경영난 극복을 위한 감량경영과 외화자금난 해소를 위한 해외자산 매각 등이 그것이다.
은행들은 특히 경비절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 하반기 신입행원을 채용하지 않거나 채용규모를 대폭 줄일 태세다.당국 역시 해외자산 규모의 축소 여부를 가려 한은보유의 외화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1조원의 한은특융을 지원받은 제일은행은 5개년(97∼2001년)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1천800명의 인원을 감축키로 한데 따라 지금껏 올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제일은행 관계자는 “지난 해에는 143명을 뽑았으나 올해에는 연말까지 인력수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미정이지만 향후 채용계획을 세우더라도 그 규모는 최소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제일은행은 갖고 있는 골프회원권도 매각하고 현재 1백10억달러인 해외자산 규모를 올 하반기에 1백억달러로 줄일 방침이다.
서울은행도 기존 5개년(94∼98년) 자구계획을 수정,새로운 3개년(97∼99년) 자구계획을 마련 중이다.서울은행 관계자는 “94년부터 지금까지 1천981명의 인력을 줄였기 때문에 일선점포에서는 인력증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버틸 때까지는 버텨보고 그래도 안되면 신규인력을 충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자회사인 서울리스(자산규모 1조원대)와 서은투자자문의 매각을 추진 중이며 94억달러 수준인 해외자산 가운데 올 하반기에 7억달러를 감축,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해외차입 규모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한미은행은 지난해에는 신규인력을 82명 뽑았으나 올해에는 그 규모를 60명선으로 줄일 계획이다.또 해외점포의 자산 매각과 부실이 우려되는 외화채권 회수로 5천만달러(4백50억원)의 외화자금을 조달했다.이 자금은 전액 우량 중소업체에 연리 7∼8%로 지원해 주기로 했다.〈오승호 기자〉
◎무엇인가/일명 ‘특융’… 사안따라 별도조건 적용
한국은행은 이른바 ‘은행의 은행’으로서 상업은행들이 일반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의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예치받는 한편 미리정한 조건에 따라 모든 은행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대출해주고 있다.이같은 한국은행의 일상적인 대출로는 현재 두 종류가 있다.이중 근간이 되는 것은 각 은행이 상업어음할인 등을 통해 취급한 중소기업대출 실적에 따라 연 5%의 이율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총액한도대출이다.또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하게 된 은행에 콜금리보다 2%포인트 높은 금리로 대출해 주는 일시대출이 있다.
이에 비해 특별대출은 일상적인 대출과 달리 그때 그때 대출대상 은행과 금액,이율 및 기간 등 대출조건을 별도로 정하여 실시하는 것으로 흔히 한국은행 특별융자(‘특융’으로 약칭)로 불린다.
◎어떨때 이뤄지나/개별은행 부실의 파급력 클때 단행
예컨대 어느 한 은행이 부실채권의 누증 등으로 경영난에 직면할 경우 예금자들이 경쟁적으로 예금을 인출함으로써 예금뇌취현상(bank run)이 일어나게 된다.이 때 당해 은행은 예금지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즉시 대출을 회수하거나 보유유가증권을 매각하여야 하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결과적으로 그 은행은 지불능력부족 상태에 빠지고 결국 파산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은행 상호간에는 지급결제망 등을 통해 각종 거래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때문에 일반기업의 경우와는 달리 한 은행의 지불능력 부족이나 도산은 그 영향이 연쇄적으로 여타은행으로 파급되어 전체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는 위기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처럼 개별은행의 부실이 금융위기로 진전될 우려가 있을 경우 중앙은행은 최종대출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발권력을 동원하여 특별대출 등의 방식으로 문제은행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효과/금융위기 예방… 불안심리 진정시켜/대상은행에 강도높은 자구계획 요구
한국은행의 특별대출은 직접적으로는 관련 은행의 자금난 해소와 수지개선을 통해 정상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금융위기를 방지한다.간접적으로는 문제은행의 도산과 그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동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중앙은행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된다.이에 따라 에금자 및 금융시장 참가자의 불안심리를진정시켜 예금인출사태를 예방하게 된다.아울러 금융시장 불안으로 위축되었던 은행들의 대출자세를 완화시킴으로써 실물경제 활동의 침체를 막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
그러나 특별대출에는 부작용도 뒤따른다.무엇보다도 문제가 발생할 경우 특별대출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하여 은행들이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거나 경영을 방만하게 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따라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특별대출을 해야 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에게 개별은행의 경영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규제와 감독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또한 실제 특별대출 시에는 대상은행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동시에 관련은행에 대해 인원 및 조직감축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이행토록 하는 등의 부대조건을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리고 특별대출로 인한 통화 증발압력은 물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흡수하게 된다.
◎사례/72년 긴급경제조치 일환으로 첫 시행/투신 부실 확산… 92년 2조9000억 지원
우리나라에서는 이번 조치에 앞서 과거 3차례 한국은행의 특별대출이 있었다.
최초의 특별대출은 1972년 8월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관한 긴급명령’에 의한 8·3긴급경제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다.동 조치에 따라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 촉진을 위해 은행들로 하여금 기업에 대한 단기대출금의 일부를 장기저리대출금으로 전환토록 하였다.그에 따른 은행의 경영난을 완화해주기 위해 72년 9월부터 82년 1월에 걸쳐 연 3.5∼7.0%의 이율로 총 1천2백99억원의 특별대출을 지원하고 이를 89년 2월까지 단계적으로 전액 회수하였다.
두번째는 80년대의 산업구조 조정과정에서 중화학공업 해운산업 및 해외건설업체 등에 대한 대출원리금의 감면 또는 상환유예 등으로 은행의 자금 및 수지부담이 가중되게 되었다.이에따라 ‘통화가치의 안정’과 함께 ‘은행 신용제도의 건전화’책무를 규정한 한국은행법에 의거,85년 12월부터 87년 5월에 걸쳐 연리 3%로 1조7천2백21억원의 특별대출을 실시하고 96년 2월까지 전액 회수하였다.세번째는 92년 8월 대한,한국,국민 등 3대 투자신탁회사가 지속적인 주가하락 등으로 부실화되어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이 우려되었다.이에 대처하여 7개 대형 시중은행을 통해 3대 투자신탁회사에 연 3%로 2조9천억원의 특별대출을 지원하였으며 95년 2월까지 모두 회수하였다.
◎외국의 경우/미 콘티넨탈 일리노이은 지원 대표적/일도 증권시장 파동때 등 두차례 실시
주요 선진국에 있어서도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크게 위협받는 경우 공적안전망(official safety net)으로서 중앙은행이 긴급구제자금을 지원하였다.
미국의 경우 1984년 부실채권의 누증으로 파산위기에 몰린 콘티넨탈 일리노이은행에 대하여 연방준비은행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긴급대출을 실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일본은행도 1965년 증권시장 파동으로 일부 증권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하자 우리나라의 시중은행에 해당되는 도시은행을 통해 긴급자금을 지원하였다.이어 95년에는 지급불능상태에 빠진 코스모 및 키즈신용조합과 효고은행에 대하여도 특별대출을 실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