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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70弗 가능성도”…3차 오일쇼크 우려

    “유가 70弗 가능성도”…3차 오일쇼크 우려

    잇따른 악재로 원유공급 불안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깨고 있다.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가격은 12일 배럴당 54달러를 돌파했고,북해산 브렌트유는 사상 처음 51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 원유 수요를 상향 조정하고 나이지리아의 송유관에서 화재가 발생,원유 수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WTI 11월물은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54.45달러까지 치솟으며 6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WTI 11월물은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 개장 직후 소폭 떨어져 54달러선을 오르내리며 거래되고 있다. 영국 런던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도 11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중 사상최고치인 51.50달러까지 올랐다가 소폭 내려 전날보다 37센트 오른 51.03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한국 원유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11일 전날보다 62센트 오른 38.85달러에 거래됐다. 유가가 앞으로도 계속 올라 70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왔다.영국 로이터통신은 차트 분석을 통해 시장 동향을 예측하는 분석가들의 견해를 인용,유가가 떨어질 징조가 없고 오히려 지금보다 20달러 가량 오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버클레이 캐피털의 릴 로버트는 “NYMEX의 유가는 배럴당 47달러를 오랫동안 웃돌 것이며 상한선은 75달러”라고 예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유가상승 요인은 나이지리아의 파업이 시작됐고 멕시코만 원유생산 회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11일 진단했다.총파업 이틀째인 세계 7위의 원유수출국 나이지리아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2일 남부 유전지대의 로열 더치 셸 송유관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생산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허리케인 때문에 타격을 입은 멕시코만의 원유생산은 회복이 더뎌 여전히 정상적일 때보다 원유생산이 28% 줄어든 상태다.FT는 정상화되기까지 최장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다 러시아 법무부가 이날 체납세금 변제를 위해 유코스의 자산 중 노른자위인 유간스크네프테가즈를 매각키로 결정,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중국의 원유소비도 유가에 악영향을 미친다.모건 스탠리는 전세계 원유수요 증가분에서 실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전세계적으로 추가 생산할 수 있는 원유의 양은 하루 생산량 8200만배럴의 1% 정도밖에 안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듯 상황이 심각해지자 또한번 ‘오일 쇼크’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경제전문 사이트 CNN머니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이 느려진 데 이어 경기후퇴를 겪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81년 오일 쇼크 당시 유가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배럴당 약 79달러로 아직 차이가 크지만,전문가들은 경제 위축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토막소식]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4일 올해 상반기 수출성과가 우수한 도내 4개 중소기업에 ‘2004년 상반기 수출중소기업인상’을 수여했다.선정된 업체는 수출증가율과 신규수출,수출실적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새롬전자㈜,㈜옵토마인,쓰리에스디지털,㈜인커맥스 등 4곳이다.경기중기청은 수출경쟁력 우수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정책자금·수출금융 지원시 우대하는 등 수출핵심기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는 고령 구직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7∼8일 수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노인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한다.55세 이상 구직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박람회 행사장에는 기업체 취업관,시·군 취업관,취업정보관,노인 인력은행,우수 제품전시관 등이 마련된다. 기업체 취업관에서는 구인·구직자가 현장에서 즉석 면접을 실시하고 취업상담도 진행한다.또 시·군 취업관에서는 해당 시·군 주민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취업정보관에서는 다양한 취업정보를 제공한다. 노인 인력은행에서는 노인 취업에 필요한 이력서 작성,사진 촬영 등을 도와준다.이밖에 우수제품 전시관에서는 노인들이 생산한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된다.도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2000여명의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참가 희망 구직자들은 신분증 등을 지참,당일 행사장을 방문하면 된다.(031)249-2569.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는 올 4·4분기 경기지역 수출경기가 3·4분기의 호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냉각될 것으로 전망했다.도내 수출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2004년 4·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은 104.9로 3·4분기(137)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올해 1·4분기(153.2)를 정점으로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원자재 가격상승과 수출경쟁력의 약화에 따른 수출채산성의 지속적인 악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항목별로는 수출대상국 경기의 호전에 따라 수출상담·계약은 비교적 양호한 EBSI를 꾸준하게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지만 수출경쟁력의 약화와 수출가격하락 및 수출 채산성의 악화가 수출기업의 체감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또 유동성 압박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설비투자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기업들의 애로요인으로는 원재료의 가격상승(46.1%)이 가장 높게 꼽혔으며 다음으로 중국 등 개도국의 시장잠식(22.7%),원화환율 변동성 확대(8.6%),수출대상국의 경기부진(6.2%)으로 나타났다.무역협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는 앞으로 호조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수출기업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이라며 “수출호조세 유지를 위해서는 원자재 수급과 환율안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용보증기금 경기지역본부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경리실무 능력 향상을 위해 4일부터 4주간 무료 사이버 연수를 실시한다.이번에 실시하는 ‘초보자를 위한 경리실무’ 과정은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교육으로 세무·회계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초급사원들이 회계원리와 세무조정 등 경리업무 전반에 관한 기본적인 실무를 향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연수인원은 선착순 100명으로 연수비는 무료이며 연수신청은 신보 사이버아카데미에서 회원에 가입후 수강신청하면 된다.(02)710-4375.
  • 여야 “국보법 민심 잡자” 추석연휴 홍보전

    국가보안법 개폐를 놓고 가파른 대치전선을 형성하던 정치권이 주말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맞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다.여야는 그러나 연휴 기간 여론의 향배가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쥐는 데 결정적 변수가 된다는 판단 아래 의원들의 귀성활동을 통해 추석 민심잡기에 총력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與,민심 달래기로 반전 시도 열린우리당은 ‘불안심리 해소’를 귀성활동의 목표로 설정했다.특히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한 안보불안 심리를 다독이는 데 당력을 집중할 방침이다.한나라당에 뒤져 있는 당 지지도를 역전시켜 11월 주요 법안 처리의 안정적 지형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형법 보완이 됐든,별도의 특별법을 마련하든 추석 전에 당의 방침을 확정해 이를 집중 홍보할 계획이었다.그러나 당내 논의가 아직 정리되지 않아 여의치 않다. 당 지도부도 연휴를 앞두고 외교활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부득이 당론 확정을 연휴 이후로 늦춰야 할 처지다.이에 따라 국보법을 폐지한 뒤 어떤 형태로 보완을 하든 안보공백 만큼은 추호도 차질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위해 원내대표실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할 홍보활동 지침을 마련,각 의원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민병두 기획위원장은 19일 “국보법이 폐지되면 어떤 것이 바뀌는지 소상히 알리고,어떤 경우에도 안보공백은 없도록 하겠다는 점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野,국보법 폐지불가 쐐기박기 한나라당 역시 귀향활동 프로그램을 추진한다.우선 오는 22일 정책의총을 소집,국보법 개폐 논란과 친일진상규명법 대처방안,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에 대한 당의 입장을 최종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의원들이 각자 지역구나 고향으로 흩어져 일사분란하게 당의 입장을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지원군은 “국민의 80%가 국보법 폐지에는 반대한다.”는 시중 여론이다.이를 토대로 다시 한번 국보법 폐지 반대 여론을 확실히 하는 등 실속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은 e메일 홍보전을 통해 추석 민심을 끌어당기는 전략도 세웠다.대표 최고위원 경선 등을 거치며 축적한 당원 및 일반 네티즌을 거점으로 e메일을 발송하고 이를 ‘피라미드 방식’으로 주변에 확산시키도록 할 계획이다.본격적인 귀향이 시작될 23일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서울 시내에서 ‘깜짝 이벤트’ 형식으로 오프라인 당보도 나눠줄 계획이다. 박지연 김준석기자 anne02@seoul.co.kr
  • “종합부동산세 도입 1년 연기를”

    주택시장이 ‘경착륙과 연착륙’의 기로에 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분양 아파트 증가와 부동산세 중과,아파트 공급 축소 등으로 이어지는 집값 급락 징후와 각종 개발계획,저금리,과잉 유동성 증가 등은 집값을 다시 부채질할 수 있는 호재인 만큼 정부는 적절한 규제와 세금 완화 정책으로 집값의 하향 안정세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15일 ‘최근 주택경기 진단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향후 집값을 ‘급상승’과 ‘하향 안정’,‘급락’ 등의 3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연구원은 집값 연착륙(하향 안정)을 위해서는 ▲재건축 규제 통폐합 ▲신규주택 분양가 규제 최소화 ▲주택거래신고제 운용 개선 ▲종합부동산세 도입 1년 연기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재건축 규제 통폐합에서 소형평형 의무비율제와 조합원 전매제한은 개발이익 환수제로 대체할 것을 주장했다.또 후분양제 적용은 시범 운영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양가 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보완을 촉구하고 시세차익은 정부가 환수를 통해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주택거래신고제도 거래세율을 조기에 인하해 불안심리를 해소하고,재산세 파동과 같은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내년에서 2006년으로 연기할 것을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이같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집값은 급락이나 급상승으로 돌변,경착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 급상승에 대한 잠재 요인으로는 행정수도 이전 등 각종 개발계획 추진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부동산 선호 경향 증대,금융기관 총수신의 49.1%(388조 8000억원)에 달하는 단기 수신 예금 증가,시장안정 정책에서 다소 후퇴하는 정부의 모습,추가 부양 조치에 대한 기대심리 등을 꼽았다.또 잠재 급락 요인으로는 원가 연동제와 지난해 말 대비 미분양 주택의 30% 증가,부동산세 인상 등을 지적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국보법 TV토론 현실화 될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국가보안법 관련 TV토론이 성사될 전망이다.한나라당의 제안을 열린우리당이 수용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하지만 세부 조건 등 방법론에서 이견이 적지 않아 정작 토론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 같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12일 “이미 여러차례 원내대표간 TV토론을 원했지만 한나라당측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면서 “시간과 장소 등을 가리지 않고 국가보안법을 놓고 한나라당과 토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앞서 지난 11일 한나라당 김형오 사무총장은 “양당이 지정한 대표로 ‘3대3’ 토론을 갖고,토론 직후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기관에 국보법 개폐 찬·반을 물어 그 결과를 수용하는 형식의 ‘끝장 토론’을 열자.”고 제의했었다. 열린우리당은 국보법 개정 여론이 우세하다고 믿고 있는 한나라당의 생각과 달리 토론을 통해 폐지의 역사적 의미와 당위성,폐지 이후 안보불안심리 해소 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천 대표는 “이왕 만난다면 국보법뿐만 아니라 시급한 민생현안인 재래시장육성특별법,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경제문제도 함께 다루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면서 토론 주제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천 대표는 아울러 입법 최고책임자인 양당의 원내대표가 토론에 나오는 것이 맞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그러나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방식에는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은 토론 방식과 시간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대처한다는 입장이지만,토론 후 여론조사 실시나 토론 전까지 국가보안법 관련 공영방송 등의 편파적 방송과 기획물 방영 중단 등 전제조건에 대한 원칙은 단호하다.또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만이 아니라 재래시장육성특별법 등 현안도 논의하자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토론을 위한 토론이 되지 않게 TV토론 뒤 공신력 있는 3개 여론조사기관에 국보법 개폐 찬반을 물어 그 결과를 수용하는 형식의 ‘끝장 토론’을 하자는 것이다.전여옥 대변인은 “여론조사 등 큰 원칙에 동의하지 않으면 TV토론 자체가 불발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종수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사설] ‘목요일 괴담’ 시민은 불안하다

    지난 19일 새벽 서울 미아동에서 귀가하던 젊은 여성 2명이 잇따라 괴한의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목격자는 범인이 20대 후반의 남자라고 말했다.이날은 비가 내린 데다 목요일이어서 서울 서남부의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을 연상케 했다.올해 초 고척동 등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사건들이 있었다.이 가운데 4건이 비가 내리는 목요일에 일어났다고 해서 ‘비 오는 목요일 괴담’으로 불리며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번져 나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서남부 지역 사건과 일단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동일범으로 볼 증거가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목요일 괴담’을 모방한 범죄일 가능성이 높아진다.조건이 같은 날에 맞춘 ‘묻지마’식 범행일 수 있다.괴담이 퍼지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온갖 근거없는 소문들이 나돌았다.이번 사건으로 민심은 더욱 흉흉해 지고 있다.새벽에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시민들은 몹시 불안해 하고 있다.경찰이 할 일은 범인을 빨리 검거하고 순찰 활동을 열심히 해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다.그래서 안심하고 밤거리를 나 다닐 수 있게 치안을 회복해야 한다. 모방범죄를 막으려면 괴담을 부풀리고 퍼뜨리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괴담은 또 다른 괴담을 낳고 그것을 흉내낸 제2,제3의 범죄를 부른다.그래서 불안심리는 더욱 확산되는 것이다.유영철의 연쇄살인 행각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이유없는 범죄가 늘고 있다.이번 사건에는 목격자가 있다.경찰은 수사력을 집중해서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시민들도 냉정한 자세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 휘발유값 새달 50원 더 올라

    휘발유값 새달 50원 더 올라

    국내 도입원유의 78%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시세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이 1980년 2차 오일쇼크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40달러를 돌파하는 등 유가가 브레이크 없는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휘발유·경유 등 관련 제품 가격상승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가뜩이나 불황에 지친 서민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다.특히 휘발유는 ‘ℓ당 1400원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텍사스유 48달러 장중 돌파 두바이 유가의 40달러 돌파는 심리적 저지선의 붕괴로 인식되고 있다.가파른 추가상승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두바이유는 18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전일보다 0.63달러 상승한 배럴당 40.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1차 석유파동 때의 최고가(1973년 10월6일 2.94달러)에 비하면 30년 만에 14배로 뛴 셈이다.2차 석유파동 때인 80년 11월24일에는 42.25달러까지 치솟은 적이 있었다.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9월 인도분은 19일 오전 11시 현재 전날보다 93센트 오른 배럴당 48.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런던시장에서도 10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가 오후 장에 배럴당 73센트 오른 43.07달러에 거래됐다.국제유가는 이라크의 시아파 강경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추종세력들이 정부의 최후통첩을 거절하고 남부 유정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는 등 정정불안이 고조되면서 석유수출 차질이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불안심리 때문에 오름세로 출발했다. ●1달러 오를 때 휘발유 10원씩 올라 계속된 유가상승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19일 현재 전국 평균 ℓ당 1381.42원,경유는 ℓ당 953.44원으로 치솟았다.지난주보다 휘발유는 8.01원,경유는 10.46원이 올랐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가격이 배럴당 35달러 수준이던 지난달 이맘때의 두바이 유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것이란 점이다.원유 수송과 정제에 시간이 걸려 국제유가가 국내 유류가격에 반영되는 데 약 한 달이 걸린다.이 때문에 현재 배럴당 40달러에 접어들면서 생긴 5달러가량의 인상분은 앞으로 한 달 뒤 국내가격에 반영된다.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뛸 때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10원가량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한 달 뒤 50원의 인상요인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정부 “승용차 10부제 계획 없다” 유가급등이 이어지면서 정부대책 수립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20일 평균가격’은 이날 37.09달러에 달해 이미 비상대책 시행의 기준선(35달러)을 넘어섰다.정부는 그러나 휘발유가격의 40%를 차지하는 교통세를 내리거나 승용차 강제 10부제 등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서울시내 주유소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크게는 400원까지 격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세 인하에 따른 혜택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아직 ‘3차 오일쇼크’를 논할 시점은 아니라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1,2차 오일쇼크가 갑작스러운 수급상황 악화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산유국의 지정학적 위험 등 돌발악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주요 판단근거다.한국석유공사 구자권 정보분석팀장은 “당분간 유가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더 이상의 추가악재도 없어 연말쯤에는 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대한석유협회 주정빈 협력부장은 “석유에 부과되는 세금은 전체 국세의 17.8%로,국방 예산에 버금가는 21조원에 이른다.”면서 “휘발유의 가격인하를 위해선 국제유가의 하락과 함께 정부의 세금인하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유가 또 폭등] 유가쇼크 휩싸인 한국경제

    [유가 또 폭등] 유가쇼크 휩싸인 한국경제

    기름값이 어디까지 치솟을 것인가?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세계의 석유수급 위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유가의 영향으로 수입단가가 급상승해 교역 상황도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이달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가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고 있는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잉여생산능력이 감소한 데 따른 공급 불안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석유 수요는 늘어나는데 재고수준은 낮고 잉여생산능력도 현저히 떨어져 전세계적인 석유수급 위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10일 ‘석유위기 없을 것인가’라는 내부보고서를 통해 상업석유 재고에 전략비축유를 합한 전세계 석유 재고의 소비지속일수는 88일 정도라고 분석했다.수송기간 등을 뺀 잉여재고수준은 60일에 못미치는 것으로 내다봤다.보고서는 현재 OPEC의 잉여생산능력이 하루 150만∼200만배럴에 불과한 상황에서 사우디나 기타 주요 산유국의 유전이나 중요 생산시설이 파괴되거나 테러 등으로 생산이 중단돼 60일 이상 복구되지 못할 경우 세계는 ‘석유 절대부족’이라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보고서를 작성한 김병일 해외개발본부 과장은 “세계 석유수요의 2.5%에 불과한 150만∼200만 배럴보다 적은 물량이 60일보다 짧은 기간 차질을 빚더라도 유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석유 위기가 절대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유가 행진은 수입단가를 상승시켜 수출 호황 속에서도 교역을 통한 실질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지난해 12월 88.5에서 올 2월 86.2,3월 85.8,4월 84.8로 4개월째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의미하며,이 지수가 하락하면 똑같은 양을 수출해도 구입할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이 줄어들어 실질구매력도 떨어진다.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계속 하락하는 것은 수출단가지수는 제자리걸음인데 유가 급등으로 수입단가지수가 지난해 12월 99.5에서 올 4월 106.9로 올랐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2달러 오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2.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유가 쇼크에 시달리면서도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자주원유개발 공급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유가에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단기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에너지소비 절약 등을 실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서울광장] 시장이 믿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시장이 믿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화가가 전시회를 가졌다.화가는 분명히 호랑이를 그렸는데 관람객들은 모두 고양이라고 한다.그러면 그 그림은 호랑이일까,고양이일까.화가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지만 고양이가 정답이다. 지금의 경제 상황도 마찬가지다.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나 정부내 기류와 언론을 통해 바깥으로 비치는 풍경은 전혀 딴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건강한 자본주의,즉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봉자임에도 오해와 불신이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림의 사례처럼 노 대통령과 여권은 억울하더라도 시장의 시각을 수용해야 한다.그래야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각종 실물지표가 곤두박질치고 고유가 등 대내외 악재가 쏟아진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처한 국면이 위기라는 뜻은 아니다.위기의 징후가 뚜렷한 만큼 경각심을 갖고 타개책을 강구해야 할 상황이라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그런 맥락에서 볼 때 경제 위기냐 아니냐,스태그플레이션이냐 아니냐는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그럼에도 논쟁이 논쟁을 낳고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시장과 당국 사이에 인식의 간극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실례로 지난달 31일 전경련 주최로 제주에서 열린 포럼에서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과 기업인들의 설전을 든다.문민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 의장은 “정부 정책의 혼선 내용이 무엇이냐.구체적으로 적시해달라.”고 되물었다.그러자 기업인들은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을 거명하며 분배 우선 시각을 질타했다.기업과 가진 자들은 성장 우선이라는 홍 의장이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말보다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 정착이라는 이 위원장의 말에 촉각을 더 곤두세운다. 말하자면 자신들의 몫을 빼앗아 나눠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자본과 인력의 해외 이탈이고 투자와 소비 유보다.이러한 기류는 3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소비 심리에서도 확인된다.시장 심리가 이렇다면 ‘불확실성을 구체적으로 밝혀라.’라는 다그침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어떻게 하면 막연한 불안심리를 해소하느냐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일부 민간경제연구소와 야당은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통해 소비 여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금리와 환율 등 전통적인 거시정책이 경기조절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마당에 남은 것이라곤 재정과 세제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극도로 위축된 시장 심리를 그대로 둔 채 경기진작책을 동원해봐야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올 상반기에 20여차례에 걸친 경기진작책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그렇다면 심리치료책이 선행돼야 한다.시장경제를 사수하겠다는 이벤트성 선포식이어도 좋고,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처럼 시장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친시장,친자본 정책 추진이어도 좋다.선봉에는 노 대통령이 서야 한다.그래서 돈 가진 사람에게 마음대로 써도 된다,경영권은 절대 침해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동북아 구상’ 등과 같은 장밋빛 구호보다는 시장 심리를 치유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대책을 담아야 한다.정치권과 우리 사회의 각종 갈등 현안에 대한 분명한 방향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노 대통령은 여권에서 시장경제와 역행하는 불협화음이 날 때 시장경제 쪽으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우리 경제가 지금 난치병을 앓고 있다지만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아직도 희망은 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기름값 50弗시대 오나”

    “기름값 50弗시대 오나”

    3차 오일쇼크가 가시화되나? 고(高)유가가 우리 경제를 또다시 강타할 조짐이다.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44달러선을 넘어서는 등 국제유가의 전 유종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배럴당 50달러 시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책마저 없어 국내 금융시장과 업계 전반에도 강한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유가 급등은 공급부족에 따라 가격이 폭등한 1973년(1차·3달러→6∼7달러대)과 79년(2차·17달러→27달러대) 두차례의 오일쇼크 때와는 원인이 사뭇 다르다.향후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심리의 영향이 커 수급 차질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하지만 유가를 하락시킬 요인이 없어 당분간 고공행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상당수 석유 전문가들이 50달러대 폭등 가능성을 내다본다.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물가상승→소비위축→설비투자 부진→수입물가 상승,수출물량 감소→국내총생산(GDP) 하락 등으로 이어지면서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도 우려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부처간 협의를 통해 유가관련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6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는 교통세 등 내국세와 석유수입부과금 인하 등을 포함하는 특단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업계도 자발적 에너지대책을 수립,시행키로 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시장에서 WTI 9월 인도분이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44달러를 돌파했던 전날 종가보다 15센트 오른 44.30달러에 거래돼 최고치를 기록했다.WTI 9월물은 그러나 개장과 함께 내림세로 돌아서 오전 10시25분 현재 전날보다 15센트 떨어진 배럴당 44달러를 기록했다.런던 국제석유거래소에서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전날보다 35센트 오른 배럴당 40.99달러로 1988년 이후 사상 최고까지 치솟았다 소폭 떨어졌지만 오름세가 이어졌다. 3일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는 전날보다 0.45달러 상승한 배럴당 37.51달러를 기록,이틀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김경운 전경하기자 kkwoon@seoul.co.kr
  • 유가 급등 44弗 돌파

    |뉴욕 연합|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능력에 대한 회의와 러시아 유코스 사태의 악화 등으로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원유 선물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44달러를 돌파하는 등 국제유가 급등세가 계속되고 있다. 3일 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시간외 거래에서 44.24달러까지 치솟았고 장중에는 최고 44.20달러를 기록했다. 원유 선물가격이 장중 배럴당 44달러를 넘은 것은 1983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10시54분 현재 WTI 선물 가격은 전날 종가에 비해 2센트 내린 43.80달러를 기록중이다. 석유시장 분석가들은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OPEC 의장이 OPEC의 증산 능력에 대해 회의적 발언을 한데다 유코스에 대한 당국의 세무조사가 시작됨으로써 이 업체의 생산중단에 대한 우려가 다시 대두,시장 관계자들 사이에 불안심리가 확산됐다고 밝혔다.
  • [사설] 치솟는 물가 속수무책인가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지난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6개월 만에 4%대를 기록했고,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 지수도 3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특히 60%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한 열무,상추,무,배추 등의 농산물과 시내버스·전철 등 공공서비스요금이 물가 상승을 주도해 서민 생활을 짓누르고 있다. 걱정되는 것은 8월 이후에도 물가 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해마다 8∼9월에는 한반도가 태풍의 영향권에 든다.여기에다 8월 폭염까지 감안하면 채소류를 포함한 향후 농산물의 수급 불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런 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내버스와 상·하수도료,쓰레기 봉투 등 공공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국제유가의 고공 행진도 쉽게 멈출 것 같지는 않아 물가 불안심리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국제 유가는 배럴당 1달러 오르면 공산품 가격 등 소비자 물가가 0.17%포인트 오를 정도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치솟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소비 심리는 위축돼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끼친다.그렇다고 물가 안정이나 경기 회복을 꾀하기 위해 금리정책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위축된다.반대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면 물가를 부추기게 되는 속성 때문이다.따라서 정부는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긴 하나 상반기에 마련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에 의해 유류에 붙는 교통세와 특별소비세 등 내국세 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농산물과 유류의 수급 동향을 정밀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 경제살리기 주체 ‘실종’…‘심리적 위기론’ 커진다

    경제가 실종됐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군(軍) 갈등설,파업,경제팀 흔들기,불안한 국제유가 등 나라 안팎의 잇단 돌출 악재로 개인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청와대도,정치권도,정부도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경제는 뒷전인 양상이다.일본식 불황·386음모론 등을 둘러싼 경제수장들의 신중치 못한 ‘입’도 이같은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진다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 4·4분기(10∼12월) 성장률을 4.2%로 전망했다.분기별로 5%대를 이어가던 성장률 추정치가 4분기 들어 뚝 떨어진다는 분석이다.경기회복의 핵심열쇠인 민간소비는 올해 간신히 마이너스(0.7% 증가)를 벗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한술 더 떠 한국의 성장률이 내년에 3%대로 급강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잠재성장률(물가상승 등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성장률,현재 5%안팎)을 한참 밑도는 비관적 수치다. 이런 가운데 각종 악재들이 잇따라 불거져 불안심리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고,물가 상승률은 4%대를 넘본다.얼마전 끝난 백화점과 할인점의 대대적인 여름세일 실적도 신통찮다.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노동계의 하투(夏鬪)도 LG칼텍스정유·서울지하철 파업 등을 시작으로 본격화돼 기업들의 일할 의욕마저 잃게 한다.여기다 온갖 음모론과 청와대와 군사이의 갈등설 등이 경제흔들기에 가세했다.KDI 우천식 지식경제팀장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5.2%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총투자 증가율이 지금보다 두배가량(3.9%→6.5%) 늘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잠재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제수장들의 가벼운 입·꼬리무는 공방 통화정책 수장인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우리나라가 일본식 불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며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듯 발언을 했다.항간의 우려를 옮긴 것이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청와대와 경제부처 장관들이 한목소리로 “일본식 불황은 없다.”고 단언해 왔기에,혼란만 부채질한 꼴이 됐다. 그런가 하면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국민은행 자문료’ 정보유출의 주체가 “여의도(금융감독원)쪽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삼고초려해서 경제를 맡길 때는 언제고,왜 자꾸 뒷다리를 잡느냐.’라는 항변의 산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수그러들던 음모설만 다시 자극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음모설의 주체로 사실상 지목된 여권 386세대들은 21일 “부총리를 바꾸려 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불쾌한 반응이었다.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공무원 주식신탁제도 등에 대한 이 부총리의 비판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측의 반박이 이어졌다.정세균(丁世均) 의원은 “오히려 이 부총리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범여권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대통령·경제팀·386 신뢰회복돼야”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경제부총리가 여당 경제정책을 비판할 수도 있고,386세대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아내 치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1년도 안 돼 꺾이고 있는 경기지표들을 다시 살리자면 경제문제가 전면에 부상해야 하는데 정부와 국회가 다른 사안에 매달려 소모전만 벌이고 있다.”고 꼬집었다.그 시간에 각종 경제관련 법안들을 처리하라는 주문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은 “대통령과 경제팀,집권여당이 서로 딴소리를 하는데 경제주체들이 소비나 투자할 마음이 생기겠느냐.”면서 “경제팀 거취,정책방향 등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이헌재 경제팀이 정책의 기본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면서 “대통령과 경제팀의 상호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미현 김미경기자 hyun@seoul.co.kr
  • “뒷다리 잡아서야 시장경제 되겠나”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한 대기업체 사장은 20일 기자와 만나 “도대체 이 나라의 지도층들이 경제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성토했다.이 사장은 “위기냐,아니냐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경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정치권은 무슨 예산결산위원회를 상임위로 만드네 마네로 싸우질 않나,경제부총리 사임설 소동이 벌어지지 않나,기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조마조마해서 볼 수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옆자리에 있던 전직 은행장도 “온 나라가 힘을 합쳐 추락하는 경제를 잡아끌어도 모자랄 판에 온갖 음모설이 횡행하는 등 소모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당장 하반기 더블딥(짧은 회복뒤의 경기 재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내년도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임에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한때 사임설에 휩싸였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 점차 회의가 든다.”고 털어놓았다. ●이 부총리,“일단 앞만 보고 가겠다” 20일 국무회의를 마치고 과천청사 집무실로 돌아온 이 부총리는 은연중에 자신의 심기를 살피는 재경부 간부들에게 “앞만 보고 일하라.”고 힘주어 말했다.각종 현안들도 여느 때보다 더 의욕적이고 강도높게 챙겼다.“예상보다 경제회복 속도가 더디다.”며 “이런 때일수록 조급해하지 말고 기왕에 마련한 정책을 차질없이 실행해 나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던 이 부총리는 요즘 상황이 영 마뜩지 않은 표정이었다.사임설이 제기됐던 지난 19일밤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같은 속내를 내보였다.이 부총리는 “요즘은 진짜 시장경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이런 식으로 뒷다리를 잡아서야 시장경제가 되겠는가.”라고 한탄했다.이어진 그의 얘기.“3만달러짜리 보석을 프랑스 파리에서 사면 죽일 사람이 된다.그런데 같은 것을 4만달러에 서울에서 사면 더 죽일 사람이 된다.원석 값 6000달러만 나가고 나머지 3만 4000달러는 고스란히 우리나라에 남는데 이런 것을 거부하면 계속 가난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평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난다며 반대해 왔던 그는 “너무나 명료한 문제에 온 나라가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며 “해프닝”이라고 단언했다.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주식 백지신탁제도에 대해서도 “이 제도가 시행되면 멀쩡한 사람들이 (사유재산권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공직을 떠나야 한다.”며 미래 지향적 정책이 못된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공직에서 물러나 20년 가까이)노는 동안 내공이 쌓였다.”던 그는 “이헌재는 ‘파이팅’이 강한 사람이다.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싸우면서 여기까지 왔다.그만둘 때가 되면 그만둔다.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사임설을 재차 강하게 부인했다.“정책이나 현실을 보는 눈은 서로 다를 수 있다.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존중하지만 내 나름의 방식도 중요하다.”는 말도 했다.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얘기다. ●“386세대에 쓴소리는 분발하라는 뜻” 부총리 취임 초기부터 나돌았던 ‘386세대와의 경제철학(코드) 차이설’을 의식했음인지,이 부총리는 최근 집권여당 보좌관 출신의 ‘386’을 정책보좌관으로 영입키로 했다.관계 개선의 시도가 엿보인다.그러면서도 이 부총리는 386세대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인간은 30∼40대에 생산성이 급속도로 올라간다.얼마전 386세대가 경제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얘기한 것도 국가를 짊어질 주축세력이 분발해야 한다는 뜻에서였다.그 정도의 얘기도 솔직하게 못하는가.앞으로도 이런 점은 계속 지적할 생각이다.이라크 파병 문제만 하더라도 우리는 돈을 벌어오기 위해 베트남전쟁에 자원했다.그런데 지금은 이라크 파병이 (386세대에 의해)매도당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386세대에게 전할 메시지를 밤새도록 고심하다가 ‘경제하는 법,경제하는 마음’으로 정리했다는 후문이다.그러나 사임설의 단초를 제공했던 ‘국민은행 자문료 파문’과 관련,“정보를 흘린 주체가 금융감독원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혀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230개 골프장 조기 허가 추진 재경부는 안팎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정책을 일관성있게 밀고 나간다는 입장이다.다음달 16일께 임시국회가 열리면 각종 개정법안들을 신속히 상정해 시행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의지다.당장 골프장 인허가를 앞당겨 서비스업부터 활성화시킬 방침이다.이 부총리는 “골프장 하나를 인허가하는데 평균 5년이 걸린다.”면서 “현재 접수된 230건의 골프장 건설 신청건을 4개월 안에 동시에 심사해 허가해주는 방안을 국무조정실과 협의,추진중”이라고 밝혔다.이와 연계해 목포 남쪽에 수십개 골프코스가 들어서는 ‘리조트 경제특구’ 조성도 추진중이라고 덧붙였다.한국개발연구원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경기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서울시 교육감후보 8인의 정책 비교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서울시 교육 정책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고,논란이 일던 자립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등의 설립도 활성화될 전망이다.오는 26일 학교운영위원들의 직접투표로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방법은 다르지만 학교 자율권과 학교 선택권을 대폭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이번 선거에는 현 서울시 교육위원인 공정택·박명기·이순세·정재량·임동권씨를 비롯해 김수형 경기여고 교장,김진성 명지대 객원교수,조창섭 서울대 교수 등 8명이 입후보했다.앞으로 4년 동안 서울 교육을 책임지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각 후보들에게 서울 교육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1. 공교육정상화 학교 자율권을 실질적으로 늘려야 한다는데 후보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그동안 ‘한 줄 세우기’ 비판 때문에 고교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력평가를 초등학교와와 중학교로 확대,학력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세 후보는 ‘학력평가에 따른 차등지원제’를 내놓았다.일선 학교에 대한 지도·장학·진단·평가를 통해 교육 품질을 체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차등지원하는 방안이다.또 교육청 산하에 ‘학교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학교장이 수업의 질과 학력을 높이는 데만 전념토록 할 방침이다. 김진성 후보는 ‘학력평가에 따른 교장책임제’를 주장했다.그는 “학교에 많은 권한을 주는 대신 2∼3년에 한 차례씩 초·중학교의 학력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하고,교장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재량 후보는 ‘담임책임제’를 제시했다.학교운영위원의 자율적인 심의를 거쳐 정기적으로 학력평가를 하되 담임교사가 아이들의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도록 책임지고 관리하자는 것이다.그는 이를 위해 “담임수당을 대폭 올려 담임이 학력은 물론 인성과 생활지도까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창섭 후보는 “학교 경영은 학교에 맡기고 대신 학력평가를 실시한다면 자연스럽게 공교육이 살아날 것”이라며 “교사들이 열심히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수형 후보는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교과목 전문 장학사를 육성하는 등 장학사 제도를 개편하겠다.”면서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학력평가도 한 해 1∼2차례로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후보들이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일괄적인 장학지도는 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단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하더라도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실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박명기 후보는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해 학교자율과 관계없이 0교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2.사교육비 절감 공교육을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주장이나 사교육으로 공교육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은 모든 후보가 한결같았다.현재 밤 10시 이후 학원 심야교습을 물리적으로 단속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모두가 회의적이었다.대신 교습시간을 학원자율에 맡기거나 교육청-학원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공교육과 사교육간 상호보완 관계를 만들겠다는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공정택 후보는 “교육청과 학원연합회간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고 교습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서울시 조례의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학원자율에 맡길 뜻을 밝혔다.김수형·박명기·임동권 후보도 학원이 자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도록 학원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김진성 후보는 “사교육의 원인인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사교육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 등 관련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순세 후보는 이른바 ‘학원품질인증제’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학원의 품질을 평가해 인증해주고,학교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맞춤식 개별교육을 교육청 부담으로 인증받은 학원에서 배우게 하자는 것이다.이 후보는 “교사가 학생에게 인증받은 학원을 ‘처방’하면,학교에서 이뤄지지 못한 맞춤교육을 학원에서 해결하는 공교육과 사교육 연계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재량 후보는 지역 도서관을 활용한 방안을 내놓았다.그는 “서울 시내 각 구청 관내 도서관에 교사들을 배치,학생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가 해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조창섭 후보는 집에서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학내 전산망을 활용한 ‘사이버 학습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3.학교급식 대부분의 후보들이 학교급식 직영화에 찬성했다.하지만 획일적으로 결정하거나 일괄적인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신 직영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지금보다 확대하겠다고 했다. 공정택·박명기·임동권·조창섭 후보는 직영이든 위탁이든 학교 사정에 따라 학교장이 자율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임동권 후보는 “학교와 지역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직영과 위탁 가운데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직영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예산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조창섭 후보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위탁급식의 경우 위생관리를 위해 교사들로 구성된 급식감사위원을 구성,정기적으로 각 학교의 위생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형 후보는 “일선 학교에서 무리하게 직영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학교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학교별로 학부모 감시단을 구성,급식관리에 참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정재량 후보는 “점진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되 교장이 질을 관리하는 교장책임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성 후보는 “급식을 한 끼 해결하는 차원이 아닌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해결할 계획”이라면서 “먼저 급식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급식연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순세 후보는 “직영 여부는 연구·시범실시 이후 결정하되 현재 급식업체에 고용돼 있는 영양사를 교육감이 임명토록 해 급식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4. 고교평준화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 설립 등을 둘러싸고 서울시청과 마찰을 빚어오던 논란이 ‘도입’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누가 교육감에 선출되든 학교간 경쟁체제도 일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택·김수형·임동권·조창섭·김진성 후보는 현재 서울 시내 4대문 이내 지역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선(先)지원 후(後)추첨’ 배정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서울을 권역별로 나눠 그 지역 안에서 학생들이 고교를 골라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순세·조창섭 후보는 특정 분야별로 고교를 특성화하는 가칭 ‘학교별 품질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이 후보는 “평준화를 유지하되 여건이 허락하는 사립고교부터 평준화를 풀어 학교 자율경영에 맡기고 학력평가를 통해 평가받도록 하겠다.”면서 “이들 학교들을 테마별로 특성화해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공약도 등장했다.공 후보는 “현재 고교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학력평가를 초·중학교로 확대 실시,아이들의 실력을 학부모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단순화돼 있는 현행 학교체계를 다양화해 자립형사립고와 특성화고,대안학교,국제학교 등을 세워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그는 특히 외국인 및 해외교포 자녀,외국인 유학생,국내 학생 등이 함께 공부하는 국제고를 세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조창섭 후보는 물리나 수학,작문 등 특수과목으로 특화한 특성화고를 자립형사립고 형태로 세우고,이들 특성화고와 일반계고의 비율을 50대50으로 만들어 일반계고는 ‘선지원 후추첨제’를 통해,특성화고는 자율경쟁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할 방침이다. 평준화 제도 보완 방안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는 자립형사립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적극 또는 점진적으로 도입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명기 후보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특성화학교나 과학영재 학교 등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반영한 다양한 학교를 많이 세워야 하지만 뉴타운 안에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를 세우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 “내년 전국 6개 자립형사립고의 시범운영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5. 교원평가제 8명 가운데 김수형 후보를 제외한 7명이 도입에 찬성했다. 하지만 도입에 찬성한 후보들도 교사평가제가 교원들을 서열화하거나 서로 경쟁시키는 제도적 장치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교원들이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아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평가주체와 대상에 대해서는 서로 견해가 달랐다. 조창섭 후보는 가장 적극적인 도입 방안을 주장했다.그는 “교원은 물론 학교장의 관리능력까지 평가해 이를 교사 승진과 상여금 지급에 반영하고 무능한 교사는 교단에서 퇴출해야 한다.”면서 “학생과 학부모도 평가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공정택·정재량·임동권 후보는 학부모를 평가에 참여시키되 단순히 의견을 반영하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후보는 “교사들의 반성과 방향제시를 위해 학부모들도 평가에 부분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명기 후보는 “교사를 서열화·경쟁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특히 교육자치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후보도 “학부모가 정확하게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회의적이었다. 교원평가에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항목을 넣는 것은 조 후보를 제외한 7명이 반대했다. 평가대상에 교장이나 교감 등 학교 관리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정택·조창섭·김진성 후보가 찬성했다. 공정택 후보는 “교직단체와 학부모단체,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동료 교사까지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평가대상에는 교감과 교장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세 후보는 “교육의 질 관리 차원에서 교사평가가 불가피하지만 자칫 정년단축 사태처럼 교원의 자긍심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수형 후보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서둘러서 평가제를 도입할 때가 아니라 교원들의 사기진작에 신경써야 할 때”라면서 ‘시기상조론’을 주장했다. 김재천 이효연기자 patrick@seoul.co.kr
  • 서울시 교육감후보 8인의 정책 비교

    서울시 교육감후보 8인의 정책 비교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서울시 교육 정책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고,논란이 일던 자립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 등의 설립도 활성화될 전망이다.오는 26일 학교운영위원들의 직접투표로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후보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방법은 다르지만 학교 자율권과 학교 선택권을 대폭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이번 선거에는 현 서울시 교육위원인 공정택·박명기·이순세·정재량·임동권씨를 비롯해 김수형 경기여고 교장,김진성 명지대 객원교수,조창섭 서울대 교수 등 8명이 입후보했다.앞으로 4년 동안 서울 교육을 책임지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각 후보들에게 서울 교육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1. 공교육정상화 학교 자율권을 실질적으로 늘려야 한다는데 후보들의 의견이 일치했다.그동안 ‘한 줄 세우기’ 비판 때문에 고교에서만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력평가를 초등학교와와 중학교로 확대,학력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세 후보는 ‘학력평가에 따른 차등지원제’를 내놓았다.일선 학교에 대한 지도·장학·진단·평가를 통해 교육 품질을 체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차등지원하는 방안이다.또 교육청 산하에 ‘학교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학교장이 수업의 질과 학력을 높이는 데만 전념토록 할 방침이다. 김진성 후보는 ‘학력평가에 따른 교장책임제’를 주장했다.그는 “학교에 많은 권한을 주는 대신 2∼3년에 한 차례씩 초·중학교의 학력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하고,교장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재량 후보는 ‘담임책임제’를 제시했다.학교운영위원의 자율적인 심의를 거쳐 정기적으로 학력평가를 하되 담임교사가 아이들의 성적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도록 책임지고 관리하자는 것이다.그는 이를 위해 “담임수당을 대폭 올려 담임이 학력은 물론 인성과 생활지도까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창섭 후보는 “학교 경영은 학교에 맡기고 대신 학력평가를 실시한다면 자연스럽게 공교육이 살아날 것”이라며 “교사들이 열심히 가르칠 수 있도록 교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수형 후보는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교과목 전문 장학사를 육성하는 등 장학사 제도를 개편하겠다.”면서 “성취도를 평가하기 위해 학력평가도 한 해 1∼2차례로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야간자율학습과 ‘0교시’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후보들이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일괄적인 장학지도는 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다.단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장이 결정하더라도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실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박명기 후보는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해 학교자율과 관계없이 0교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2.사교육비 절감 공교육을 활성화해 장기적으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주장이나 사교육으로 공교육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은 모든 후보가 한결같았다.현재 밤 10시 이후 학원 심야교습을 물리적으로 단속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모두가 회의적이었다.대신 교습시간을 학원자율에 맡기거나 교육청-학원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공교육과 사교육간 상호보완 관계를 만들겠다는 의견은 대체로 일치했다. 공정택 후보는 “교육청과 학원연합회간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고 교습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서울시 조례의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학원자율에 맡길 뜻을 밝혔다.김수형·박명기·임동권 후보도 학원이 자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도록 학원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다.김진성 후보는 “사교육의 원인인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사교육의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 등 관련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순세 후보는 이른바 ‘학원품질인증제’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학원의 품질을 평가해 인증해주고,학교에서 이뤄지기 어려운 맞춤식 개별교육을 교육청 부담으로 인증받은 학원에서 배우게 하자는 것이다.이 후보는 “교사가 학생에게 인증받은 학원을 ‘처방’하면,학교에서 이뤄지지 못한 맞춤교육을 학원에서 해결하는 공교육과 사교육 연계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재량 후보는 지역 도서관을 활용한 방안을 내놓았다.그는 “서울 시내 각 구청 관내 도서관에 교사들을 배치,학생들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가 해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조창섭 후보는 집에서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학내 전산망을 활용한 ‘사이버 학습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3.학교급식 대부분의 후보들이 학교급식 직영화에 찬성했다.하지만 획일적으로 결정하거나 일괄적인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신 직영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지금보다 확대하겠다고 했다. 공정택·박명기·임동권·조창섭 후보는 직영이든 위탁이든 학교 사정에 따라 학교장이 자율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임동권 후보는 “학교와 지역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현재로선 직영과 위탁 가운데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면서 “하지만 직영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예산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조창섭 후보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되 위탁급식의 경우 위생관리를 위해 교사들로 구성된 급식감사위원을 구성,정기적으로 각 학교의 위생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형 후보는 “일선 학교에서 무리하게 직영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학교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학교별로 학부모 감시단을 구성,급식관리에 참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정재량 후보는 “점진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되 교장이 질을 관리하는 교장책임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성 후보는 “급식을 한 끼 해결하는 차원이 아닌 교육의 연장선상에서 해결할 계획”이라면서 “먼저 급식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급식연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순세 후보는 “직영 여부는 연구·시범실시 이후 결정하되 현재 급식업체에 고용돼 있는 영양사를 교육감이 임명토록 해 급식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먼저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4. 고교평준화 현행 고교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 설립 등을 둘러싸고 서울시청과 마찰을 빚어오던 논란이 ‘도입’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누가 교육감에 선출되든 학교간 경쟁체제도 일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택·김수형·임동권·조창섭·김진성 후보는 현재 서울 시내 4대문 이내 지역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선(先)지원 후(後)추첨’ 배정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서울을 권역별로 나눠 그 지역 안에서 학생들이 고교를 골라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순세·조창섭 후보는 특정 분야별로 고교를 특성화하는 가칭 ‘학교별 품질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이 후보는 “평준화를 유지하되 여건이 허락하는 사립고교부터 평준화를 풀어 학교 자율경영에 맡기고 학력평가를 통해 평가받도록 하겠다.”면서 “이들 학교들을 테마별로 특성화해 학군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공약도 등장했다.공 후보는 “현재 고교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학력평가를 초·중학교로 확대 실시,아이들의 실력을 학부모에게 알리겠다.”고 말했다. 임 후보는 “단순화돼 있는 현행 학교체계를 다양화해 자립형사립고와 특성화고,대안학교,국제학교 등을 세워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그는 특히 외국인 및 해외교포 자녀,외국인 유학생,국내 학생 등이 함께 공부하는 국제고를 세우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조창섭 후보는 물리나 수학,작문 등 특수과목으로 특화한 특성화고를 자립형사립고 형태로 세우고,이들 특성화고와 일반계고의 비율을 50대50으로 만들어 일반계고는 ‘선지원 후추첨제’를 통해,특성화고는 자율경쟁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도록 할 방침이다. 평준화 제도 보완 방안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는 자립형사립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적극 또는 점진적으로 도입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박명기 후보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특성화학교나 과학영재 학교 등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반영한 다양한 학교를 많이 세워야 하지만 뉴타운 안에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를 세우는 것은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 “내년 전국 6개 자립형사립고의 시범운영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5. 교원평가제 8명 가운데 김수형 후보를 제외한 7명이 도입에 찬성했다. 하지만 도입에 찬성한 후보들도 교사평가제가 교원들을 서열화하거나 서로 경쟁시키는 제도적 장치로 변질되어서는 안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교원들이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아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평가주체와 대상에 대해서는 서로 견해가 달랐다. 조창섭 후보는 가장 적극적인 도입 방안을 주장했다.그는 “교원은 물론 학교장의 관리능력까지 평가해 이를 교사 승진과 상여금 지급에 반영하고 무능한 교사는 교단에서 퇴출해야 한다.”면서 “학생과 학부모도 평가에 참여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공정택·정재량·임동권 후보는 학부모를 평가에 참여시키되 단순히 의견을 반영하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후보는 “교사들의 반성과 방향제시를 위해 학부모들도 평가에 부분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명기 후보는 “교사를 서열화·경쟁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특히 교육자치가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성 후보도 “학부모가 정확하게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회의적이었다. 교원평가에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항목을 넣는 것은 조 후보를 제외한 7명이 반대했다. 평가대상에 교장이나 교감 등 학교 관리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정택·조창섭·김진성 후보가 찬성했다. 공정택 후보는 “교직단체와 학부모단체,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동료 교사까지 참여하는 다면평가제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평가대상에는 교감과 교장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세 후보는 “교육의 질 관리 차원에서 교사평가가 불가피하지만 자칫 정년단축 사태처럼 교원의 자긍심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수형 후보는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서둘러서 평가제를 도입할 때가 아니라 교원들의 사기진작에 신경써야 할 때”라면서 ‘시기상조론’을 주장했다. 김재천 이효연기자 patrick@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1) 차이나 쇼크는 없다

    |베이징·상하이 염주영특파원|중국정부가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면서 한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경제가 긴축으로 불황에 빠지면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에다 수출 길마저 막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심리가 팽배하다.과연 그럴까.취재팀은 먼저 중국의 밑바닥 경제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베이징의 실리콘 밸리로 일컬어지는 중관촌.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의 전자상가는 발 들여 놓기가 힘들 만큼 초만원이다.진열대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노트북 컴퓨터와 LCD,MP3 등 첨단 제품들이 즐비하다.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나 도쿄 아키하바라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손님들로 바글대는 모습만 다를 뿐이다. 2년전 진열대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던 한국산 제품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에 중국산 제품들이 당당히 올라와 있다.한참을 기웃거린 끝에 겨우 찾아낸 것이 삼성 애니콜 정도다. 중국기업들의 빠른 기술진보가 피부에 와 닿았다. 베이징의 왕푸징가.도로 폭이 서울 명동의 3배 정도 되는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평일 낮인데도 쇼핑객들로 넘쳐난다.길 양편으로 늘어선 백화점과 상가들도 들고 나는 손님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 그 중 한 곳을 들어가 보았다.건물 장식은 그다지 화려해 보이지 않았지만 진열된 제품들의 값은 장난이 아니다. 남성·여성의류 매장의 마네킹들 거의가 한벌에 100만원이 넘는 고급 수입의류를 걸치고 있다.‘만원짜리 넥타이도 많겠지.중국이니까.’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베이징 중산층의 소비 수준은 서울 강남을 능가하지 않을까 여겨졌다.출퇴근 시간대에 2환도로(톈안먼 광장을 중심축으로 한 4개의 순환도로 가운데 두번째 도로)에서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나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중국은 지금 졸업 시즌이다.상하이 지역의 올해 대학 졸업자 평균 취업률은 이미 70%를 넘었다. 상하이 명문 푸단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손 케지 교수(푸단대 역사학과)는 “푸단대의 경우 기업 선호도가 높아 유학과 대학원 진학자를 제외하고 전공에 관계 없이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은 10여곳의 기업들 가운데 한 곳을 골라 가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한다.대졸자 취업난이 극심한 한국과는 사정이 정 반대다. 대졸자 초임은 국내기업이 30만∼45만원 선이며,외국기업이나 합작기업의 경우 120만원까지 받는다. 손 교수는 “집값이 급등한 것만 제외하면 젊은 층들은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디에도 긴축의 어두운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긴축 속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취재팀은 중국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 보기 위해 한국의 재정경제부에 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했다. ●젊은층 경제적으로 어려움 못느껴 왕 유에핑(王岳平) 산업발전연구소 주임은 ‘온건한 긴축’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긴축은 필요합니다.그러나 과거 계획경제 시절의 강제적인 방법이나 정책수단을 동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급격한 긴축은 피할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리 진펑 부처장은 “지금의 상황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상적인 경기변동의 과정이며,오는 2006∼2008년 사이에 수급 불균형 현상이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자동차·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지방정부들간의 경쟁으로 심각한 과잉·중복 투자를 빚고 있다.전력난을 해소하고 원자재값을 안정시키려면 지방정부에 대한 투자조정이 필요한데 지방정부들이 말을 듣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왕 주임은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강제 조정 등의 조치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그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설득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과학원 지속가능발전연구중심의 판지아화 부주임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꺼냈다. 판 부주임은 “중국은 1980년 개혁개방 이후 20년간 연평균 9.5%의 속도로 성장했다.오는 2020년까지는 연평균 7.2%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물과 에너지,환경 등 세가지를 제약 요인으로 꼽으면서 “중국에서는 7%를 높은 성장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요컨대 중국정부가 긴축을 말할 때 그것은 최소한 7%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중국 지도부가 그 밑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상하이 푸둥신구의 야경은 휘황찬란하다.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중국인들은 양쯔강 하구에다 ‘동방의 맨해튼’을 건설하고 있다. ●상하이 30층이상 빌딩 4000여개 상하이 시에는 현재 30층 이상 고층 빌딩이 4000여개에 이른다.중국정부는 이같은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했다.그러나 여전히 하루 1.5개 꼴로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있다.백화점이나 상가,대형 할인매장 등도 베이징보다 더욱 붐비는 모습이다. 중국정부는 연일 긴축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에서 긴축의 영향을 느낄 만한 구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5월 원자바오 총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에도 중국경제는 여전히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반면에 한국에서는 한때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이종일 코트라 베이징지사장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말했다.“중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과민반응입니다.한국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긴축을 해도 중국경제가 급격히 후퇴해 불황으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yeomjs@seoul.co.kr ˝
  • [차이나 리포트 2004] (1) 차이나 쇼크는 없다

    [차이나 리포트 2004] (1) 차이나 쇼크는 없다

    |베이징·상하이 염주영특파원|중국정부가 긴축정책으로 선회하면서 한국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경제가 긴축으로 불황에 빠지면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에다 수출 길마저 막히지 않을까 하는 불안심리가 팽배하다.과연 그럴까.취재팀은 먼저 중국의 밑바닥 경제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베이징의 실리콘 밸리로 일컬어지는 중관촌.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일대의 전자상가는 발 들여 놓기가 힘들 만큼 초만원이다.진열대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전화,노트북 컴퓨터와 LCD,MP3 등 첨단 제품들이 즐비하다. 서울 용산의 전자상가나 도쿄 아키하바라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손님들로 바글대는 모습만 다를 뿐이다. 2년전 진열대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던 한국산 제품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에 중국산 제품들이 당당히 올라와 있다.한참을 기웃거린 끝에 겨우 찾아낸 것이 삼성 애니콜 정도다. 중국기업들의 빠른 기술진보가 피부에 와 닿았다. 베이징의 왕푸징가.도로 폭이 서울 명동의 3배 정도 되는 보행자 전용도로에는 평일 낮인데도 쇼핑객들로 넘쳐난다.길 양편으로 늘어선 백화점과 상가들도 들고 나는 손님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 그 중 한 곳을 들어가 보았다.건물 장식은 그다지 화려해 보이지 않았지만 진열된 제품들의 값은 장난이 아니다. 남성·여성의류 매장의 마네킹들 거의가 한벌에 100만원이 넘는 고급 수입의류를 걸치고 있다.‘만원짜리 넥타이도 많겠지.중국이니까.’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베이징 중산층의 소비 수준은 서울 강남을 능가하지 않을까 여겨졌다.출퇴근 시간대에 2환도로(톈안먼 광장을 중심축으로 한 4개의 순환도로 가운데 두번째 도로)에서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나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중국은 지금 졸업 시즌이다.상하이 지역의 올해 대학 졸업자 평균 취업률은 이미 70%를 넘었다. 상하이 명문 푸단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는 손 케지 교수(푸단대 역사학과)는 “푸단대의 경우 기업 선호도가 높아 유학과 대학원 진학자를 제외하고 전공에 관계 없이 취업률 100%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 학생들은 10여곳의 기업들 가운데 한 곳을 골라 가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한다.대졸자 취업난이 극심한 한국과는 사정이 정 반대다. 대졸자 초임은 국내기업이 30만∼45만원 선이며,외국기업이나 합작기업의 경우 120만원까지 받는다. 손 교수는 “집값이 급등한 것만 제외하면 젊은 층들은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어디에도 긴축의 어두운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긴축 속의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취재팀은 중국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어 보기 위해 한국의 재정경제부에 해당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를 방문했다. ●젊은층 경제적으로 어려움 못느껴 왕 유에핑(王岳平) 산업발전연구소 주임은 ‘온건한 긴축’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긴축은 필요합니다.그러나 과거 계획경제 시절의 강제적인 방법이나 정책수단을 동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급격한 긴축은 피할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리 진펑 부처장은 “지금의 상황이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상적인 경기변동의 과정이며,오는 2006∼2008년 사이에 수급 불균형 현상이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심각하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중국은 현재 부동산·자동차·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지방정부들간의 경쟁으로 심각한 과잉·중복 투자를 빚고 있다.전력난을 해소하고 원자재값을 안정시키려면 지방정부에 대한 투자조정이 필요한데 지방정부들이 말을 듣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왕 주임은 “그럼에도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강제 조정 등의 조치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그대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친화적’인 방식으로 설득하고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과학원 지속가능발전연구중심의 판지아화 부주임은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꺼냈다. 판 부주임은 “중국은 1980년 개혁개방 이후 20년간 연평균 9.5%의 속도로 성장했다.오는 2020년까지는 연평균 7.2%의 속도로 성장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물과 에너지,환경 등 세가지를 제약 요인으로 꼽으면서 “중국에서는 7%를 높은 성장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요컨대 중국정부가 긴축을 말할 때 그것은 최소한 7%의 성장률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중국 지도부가 그 밑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상하이 푸둥신구의 야경은 휘황찬란하다.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중국인들은 양쯔강 하구에다 ‘동방의 맨해튼’을 건설하고 있다. ●상하이 30층이상 빌딩 4000여개 상하이 시에는 현재 30층 이상 고층 빌딩이 4000여개에 이른다.중국정부는 이같은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했다.그러나 여전히 하루 1.5개 꼴로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있다.백화점이나 상가,대형 할인매장 등도 베이징보다 더욱 붐비는 모습이다. 중국정부는 연일 긴축정책을 강화해 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에서 긴축의 영향을 느낄 만한 구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5월 원자바오 총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후에도 중국경제는 여전히 호황을 지속하고 있다.반면에 한국에서는 한때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이종일 코트라 베이징지사장은 한마디로 ‘난센스’라고 말했다.“중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온 과민반응입니다.한국언론들의 보도를 보고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긴축을 해도 중국경제가 급격히 후퇴해 불황으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yeomjs@seoul.co.kr ■ 긴축정책후의 중국경제 |베이징·상하이 염주영특파원| 중국은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에 비유할 수 있다.짧은 시간내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이점이 있는 반면,자칫하면 엔진 과열로 대형참사를 부를 수 있다. 대형참사가 일어나면 중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그런 대형참사를 예방하려면 성능 좋은 브레이크가 있어야 한다.다행히도 중국은 잘 듣는 브레이크를 갖고 있다. 중국은 지난 1·4분기에 성장률이 10.2%까지 치솟아 오르면서 여기저기서 엔진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이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등 과열 부문의 대출을 제한하는 등 긴축정책의 강도를 한 단계 높였다. 이후 과열이 급속도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6월 16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긴축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긴축정책으로 경제적 불안요소가 많이 해소됐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그 예로 지난 1∼2월에 53% 증가율을 보였던 고정자산투자가 5월 누계기준으로 34.8%로 줄어들었고,5월중 원부자재 가격 증가율도 14.3%에 그쳐 7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다.그중 철강 가격은 5월중 전월대비 7.6% 하락했다.4월까지 적자를 나타냈던 무역수지도 5월에는 흑자로 다시 전환되었다.그런 가운데도 1∼5월의 공업생산증가율은 18.1%를 나타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10%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지나치게 높은 성장률이어서 과열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경제가 고도성장 과정에서 안고 있는 문제는 세가지.첫째는 금융팽창으로 인한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하는 것이고,둘째는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셋째는 환경오염 문제이다.이 가운데 이번 긴축정책으로 인플레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가급적이면 금리인상 없이 과열 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이번 결과는 중국지도부의 그같은 기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주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과제는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제약하는 장기적인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다.사막화가 베이징 근방까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공업화가 진행된 연해 지역의 물과 대기오염은 심각한 상황이다.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을 일으키는 주범인 지방정부간 중복 과잉투자의 조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yeomjs@seoul.co.kr
  • 이란억류 英해군 석방될 듯

    중동에 새로운 긴장 요인이 추가됐다.이라크와 이란의 국경을 이루는 샤트 알 아랍 수로에서 영국 해군 함정 3척과 승무원 8명이 이란에 나포되고 이란이 이들에 대한 기소 방침을 시사한 것.이란은 국경 침범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최근 이란의 핵사찰 비협조와 인권 탄압 등을 둘러싸고 영국이 이란을 맹렬히 비난한 데 따른 이란측 불만이 표출된,계산된 행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영국이 미국의 하수인 노릇 한다” 이란은 “영해를 침범한 외국 선박을 나포하는 것은 이란 해군의 법적 의무”라며 이들 8명 모두 이란 법에 따라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알 아람 TV가 이란 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2일 보도했다.이란은 지난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사찰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영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결의안 채택과 대이란 비난에 앞장섰다고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그러나 카말 카라지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억류중인 수병들에 대한 조치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경위를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알리 샴카니 이란 국방장관도 “이번 문제가 해결가능한 사안”이라면서 “이란과 영국이 서로 적대시할 필요는 없다.”고 협상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군 고위관계자는 “조사결과 불순한 의도가 없다면 이들을 곧 석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경제제재 등 들어 이란에 압박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를 맞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그러나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이란의 원자력은 에너지 생산 등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될 뿐이라면서도 서방측 압력에는 결코 굴복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양측이 한치도 양보없이 대립하는 한 파탄은 시간 문제다. 이라크의 치안 불안 확산,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최근 테러의 새 온상으로 떠오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란의 핵사찰을 둘러싼 마찰이 중동의 또 다른 긴장 유발 요인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제 석유시장도 불안 국제석유시장은 21일 이라크의 석유수출 재개로 일단 하락세를 보였다.그러나 이란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특히 이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 제2의 산유국이란 점에서 이란의 불안은 석유시장을 다시 요동치게 만들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이란의 영국 함정 나포 소식에 국제 금 시세가 크게 뛴 것도 이같은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기로의 한국경제] ③ 건설경기 경착륙을 막아라

    “내수 경기가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건설·부동산 경기를 살려주세요.” 국내 내로라하는 굴지의 건설업체 사장들이 강동석 건설교통부장관과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잇따라 만나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건설업은 어느 업종보다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크다.아파트를 짓는데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업종이 180∼200여개에 이른다.고용효과도 엄청나다.공공건설 공사에 1조원을 투자하면 무려 2만 1000여명의 일자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니 건설시장이 가라앉으면 연관 산업은 자연적으로 주눅들고 실업자도 늘어난다.돈이 돌지 않으니 내수가 가라앉고 경기는 깊은 침체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건설경기 연착륙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투자 확대가 한계에 다다랐고,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건설 경기를 다시 풀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눈에 드러나는 액션을 선뜻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일감 줄고,경매는 늘고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4월 민간건설수주액은 19조 6000억원에 이르렀다,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 수주액은 17조 1000억원으로 13%정도 줄었다.주택건설실적도 눈에 띄게 줄었다.지난해 1·4분기에는 13만 7000가구에 이른 물량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8만 7000가구로 오그라들었다.물량이 40% 이상 줄면서 업체의 매출도 크게 떨어졌다. 내수 시장을 살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건교부 SOC예산(15조 3000억원)의 4분의 3이 이미 집행돼 하반기 일감부족 현상은 불 보듯 뻔하다. 부동산 거래 중단도 경착륙을 부채질한다.부동산 거래 중단은 자금 흐름을 막고 결국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어져 부도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특히 중소기업에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최악의 사태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많다. 서울 구로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성철 사장은 일감이 달리면서 매출이 줄고 은행 융자를 제때 갚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했다.김사장은 “급한 대로 부도라도 막아보고자 강남 32평형(시세 6억원)아파트를 내놓았지만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이달 중으로 팔리지 않으면 2억여원을 마련하지 못해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된다.부동산 거래가 끊기면서 공장도 잃고 신용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시중 경제 상황을 읽는 지표로 흔히 경매 물건 증가 추이를 든다.경기 불황에는 경매 물건이 급증한다.전통적으로 부자 동네인 서울 강남지역에 경매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사업가와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 아파트 경매가 많지 않던 곳이다.지난해 1∼6월 강남구에서 경매에 부쳐진 아파트는 63건에 불과했다.송파구도 42건에 그쳤다.하지만 올해 초부터 이 지역 아파트 경매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같은 기간 강남구에서는 97건,송파구에서는 84건이 경매로 나왔다.경매 물건이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서울 강남 아파트가 대거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침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담보대출 만기는 돌아오는데 올해 만기가 돌아왔거나 돌아올 예정인 가계대출은 총 105조원.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42조 3000억원이다.금융연구원 최공필(崔公弼) 연구위원은 “정부의 강경한 부동산정책으로 거래가 거의 끊기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린 대출자들이 담보자산(주택)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면서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가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국민은행이 부동산값 하락에 대비해 전국 80여개 지점건물을 매각키로 한 것은 한 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나 금융기관들이 집값의 60∼70%만 담보가치로 인정(LTV비율)했기 때문에 집값이 30∼40% 급락하지 않는 한,일본식 버블붕괴로 치달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꼬집었다.급매물이 쌓이면 불안심리를 자극해 순식간에 집값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대응책 부심 건설경기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건설업체에 굵직한 일감을 많이 안겨주면 된다.일감이 늘면 현장 고용 인구가 늘 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도 덩달아 달아오른다.건설업계는 2조원의 추경예산(공공건설투자)을 편성하면 4조원에 이르는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와 4만 2000명에게 일자리를 새로 마련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140조원의 국민연기금을 SOC에 적극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달라는 건의도 빼놓지 않는다.재건축사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과열시기에 나온 극단의 조치들을 이제 거둬들일 때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며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일축해온 정부는 최근 들어 경계하고 대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급기야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마련에까지 착수했다.재정경제부 김광수 금융정책과장은 “버블 붕괴 가능성이 없다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정부가 마련중인 연착륙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버블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만희 건교부 건설경제심의관은 “건설업체들이 일감 부족으로 애를 태우는 것은 안타깝지만 무작정 공공공사 물량을 늘리거나 모처럼 잡힌 주택시장을 다시 풀어놓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다만 “시장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토지 규제 완화,입찰제도의 개선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해 정부가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다. 류찬희 안미현기자 chan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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