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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빈총장 취임식… “감찰·인사권 일선 이양”

    김종빈총장 취임식… “감찰·인사권 일선 이양”

    김종빈 신임 검찰총장은 4일 수사관행을 개선하고 감찰을 강화해 ‘인권존중의 선진검찰’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감찰권과 인사제청권도 일선 검찰에 과감히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 총장은 “검찰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지원하고, 국민의 아픔과 불편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며 인권존중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불구속 수사의 확대, 자백 위주의 수사방식 지양, 과학적 증거확보, 형벌권 행사에 앞선 설득과 중재, 사회적 약자 보호제도 구축 등 새로운 수사제도·관행을 확립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검사에 대한 자체 감찰은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공표했다.“인사 혜택을 받고자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검사는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을 해치는 무서운 내부의 적”이라면서 “우리 스스로를 깨끗이 하기 위해 자체 감찰 활동을 더욱 엄정하게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선 고검에서도 감찰을 하도록 총장 고유 권한인 감찰권을 일부 이양할 것이라고 밝혔다.“국가인권위원회, 법원, 검찰이 인권보호를 중복해서 담당하듯 감찰 업무도 여러 기관이 함께 맡아야 사각지대가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공직부패수사처와 상설 특검제 등 검찰 견제 움직임에 대해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파생된 문제인데 누구를 원망하겠느냐.”면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유지·확대해 검찰이 제 기능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종빈호(號)는 공수처 설립, 검·경 수사권 조정,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출항한다. 검찰의 반대에도 공수처 설립은 활발히 진행되고, 검·경 수사권 조정도 팽팽한 대립 속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사설] 檢·警의 경쟁적 인권보호 다짐

    검찰과 경찰 등 최근 수장이 바뀐 두 권력기관이 잇따라 인권보호를 다짐하는 약속을 내놓았다. 국민의 공복 신분에도 불구하고 국민위에 군림하여 국민을 한없이 왜소하게 만들었던 두 기관이 인권존중의 시대적 요구에 맞춰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수사권 독립을 놓고 두 기관이 힘겨루기를 하고있는 상황에서 경쟁적 선언에 대한 의구심 또한 고개를 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두 기관은 다짐을 제대로 실천해야 하겠지만 국민이 왜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지도 헤아려야 한다. 추호라도 다른 속내가 있다면 반성할 일이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인권 존중의 선진검찰 구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불구속 수사의 최대한 확대, 자백위주의 수사방식 지양, 과학적 증거확보, 형벌에 앞선 설득과 중재의 중요성 등 새 검찰 총수가 역설한 것은 국민이 새시대 검찰상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바다. 제도화를 통한 정착을 기대한다.‘인권검찰’선언이 권력으로부터의 검찰독립 명제를 흐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부 있지만 두 가치가 양립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인권 없는 정의 없고 정의 없는 인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어제 발표한 인권보호 종합추진계획 역시 획기적 경찰활동 개선책을 담았다. 밤샘조사 금지, 범죄피해자 정신피해 치료서비스 제공, 피해자와 가해자의 직접대면을 막기 위한 화상대질조사실 설치 등은 그동안 경찰수사에 쏟아졌던 불만을 일거에 풀어줄 수 있는 내용들로 평가된다. 인권침해로 얼룩졌던 유치장 환경도 개선될 모양이다. 그러나 제도들이 실효를 거두려면 일선경찰의 의식부터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의식 업그레이드 대책이 없는 것은 아쉽다.‘인권검찰’‘인권경찰’이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수사상의 인권보호는 선진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두 기관의 인권보호 다짐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 지휘자 무티 단원과 ‘불협화음’ 밀라노 라스칼라 음악감독 사임

    금세기 가장 위대한 지휘자 중 한명인 리카르도 무티(64)가 오케스트라 단원과 극장 직원들의 퇴진 압력에 결국 무릎을 꿇고 지난 1986년 이후 몸담아온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오페라좌 음악감독에서 2일 물러났다. 무티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라스칼라 이사회가 나를 지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20년 가까이 해온 이들이 보여준 극단적인 적대감 탓에 우리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무티와 단원들의 불협화음은 지난 2월 무티가 90년 이후 극장 대표를 맡아온 카를로 폰타나를 해임하고 마우로 멜리를 후임에 임명하면서 불거졌다. 지난달 16일에는 단원과 직원 등 800여명이 무티의 불신임안을 놓고 투표했는데 단 2명만이 그를 옹호했다. 이런 갈등 때문에 이번주 초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던 단막 오페라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다. 단원 등은 무티가 독단적이었으며 극장 운영의 혁신을 외면했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신부와 편견(KBS2 오후 10시5분) 제인 오스틴 원작 ‘오만과 편견’을 인도의 발리우드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편견을 뚫고 축구를 배우는 인도계 소녀의 성장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영국의 거린더 차다 감독이 고전적인 로맨스로 돌아왔다.2004년작. 인도 암릿차르의 박시가에는 아름답고 총명하기로 소문난 네 딸이 있다. 박시가의 어머니에게는 결혼 적령기를 맞은 두 딸 찬드라와 라리타(아이슈와리아 라이)를 결혼시키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 마침 부유한 독신남 발라지와 달시(마틴 핸더슨)가 나타나면서 이들을 사위로 맞이할 궁리를 한다. 첫눈에 서로에게 반한 발라지와 찬드라와는 달리, 조건이 아닌 오직 사랑으로만 결혼하겠다는 라리타는 부유하지만 오만한 미국인 달시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영화가 원작과 달라진 것은 공간 배경이 영국에서 인도로 옮겨졌으며, 남자주인공이 영국인 사업가가 아니라 호텔 재벌인 미국인이라는 점 정도. 줄거리가 200여년 전 소설인 원작과 유사한 까닭에 새로울 건 없지만, 발리우드 특유의 역동성은 잘 살려냈다. 영국 개봉 당시 8주간 1000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바 있다. 극장 개봉과 TV 상영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KBS 프리미어’의 첫 작품으로, 이 작품의 극장 상영은 단성사에서 8일까지 진행된다.110분. ●의식(EBS 오후 11시45분) 내성적인 성격의 소피(상드린 보네르)는 상류층인 릴리브르 가족을 위해 일하는 가정부다. 무능력한 부부와 버릇없는 두 아이를 위해 매일 ‘의식’을 치르듯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를 하는 소피는, 자신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 소피는 세상 물정에 밝은 우체국 직원 잔(이자벨 위페르)과 친구가 된다. 잔이 자신의 우편물을 훔쳐 본다고 의심해 오던 릴리브르는, 소피에게 잔이 살인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서로의 불신이 쌓여갈 무렵 소피가 글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 발각되고, 이 부르주아 가족으로부터 무시당하며 살아온 소피와 잔의 분노가 폭발한다. 부르주아의 자유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결국은 계급체계를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파시즘에 불과하다는 것을 폭로하는 프랑스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1995년 작품. 영국 작가 루스 렌델의 원작 소설 ‘스톤가의 심판’을 각색했다. 두 여주인공은 이례적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공동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111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법조 일원화] ‘소년 판사’ 줄여 사법부 신뢰회복 기대

    [법조 일원화] ‘소년 판사’ 줄여 사법부 신뢰회복 기대

    ‘소년 판사’라는 말이 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20대의 나이에 곧장 임용되는 법관들을 일컫는 말이다. 재판 당사자들은 사회 경험도 없고 나이도 어린 판사들의 판결에 승복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이는 결국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판사·검사·변호사간 직역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법조일원화이다. 변호사 출신 판사들을 만나 법조 일원화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 사례 1 40대 부부가 이혼소송 때문에 가정법원을 찾았다.30대 초반 미혼의 여판사가 이들을 심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판 도중 부인이 판사를 그만 ‘언니’라고 부르고 말았다. 단순한 말 실수일 수도 있지만 소송 당사자들이 젊은 여성 재판장을 대하는 속마음을 비친 것이었고 결국 그날 재판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 사례 2 스님끼리 맞소송을 했다. 한 스님이 땅을 파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구치소에 열달 가까이 구금됐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감옥에 있었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상대편도 형사적으로는 무죄지만 민사상으로는 사기가 성립한다면서 땅값을 전액 돌려달라는 맞소송을 냈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판사로 임용된 재판장은 재판에서 피고 스님에게 반야심경을 외워달라고 부탁했다. 신도들도 많이 참석한 법정에 반야심경이 퍼졌다. 낭송이 끝난 뒤 재판장은 스님들에게 “출가하신 사람들이 속세의 인연에 연연하지 말고 상대방이 서로 자신의 수행에 도움이 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느냐.”며 조정을 권고했다. 결국 양측은 조정에 합의했다. ■ ’소년판사’ 줄여 사법부 신뢰회복 기대 두 사례는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한 법관과 그렇지 못한 법관의 재판이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대법원은 내년부터 오는 2012년까지 변호사·검사 등으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을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를 단계적으로 실시, 전체 법관의 50%까지 확대키로 했다. 경험 많은 변호사나 검사중에서 판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에는 전체 1964명의 판사 중에 변호사·검사 출신 판사들이 118명이 있지만 전체 연령은 낮은 편이다. ●법관의 연소화(年少化)와 경험부족 보완 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던 A 판사는 “법조 일원화가 시행되면 가장 크게 달라질 것은 재판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A 판사는 “소송 당사자들도 아무래도 어린 재판관보다는 경험많고 나이도 많은 법관을 신뢰한다.”면서 “변호사 경험을 오래 쌓은 법관들은 당사자들의 사정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펌 출신의 B 판사는 “변호사 출신의 판사들은 사실 관계 파악이 빠르다.”고 했다. 변호사 때의 경험으로 변호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금방 파악하고 재판을 매끄럽게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관계를 잘 파악하기 때문에 변호사 출신 판사들은 당사자간의 조정도 수월하게 유도한다.”고 말했다. 판사가 갈수록 연소화되고 사회 경험이 부족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대법원도 인식하고 있다.2003년 12월 현재 판사의 평균 연령은 38.8세.27∼40세의 판사가 전체의 68%나 된다.30세 이하만 108명이다. 대부분의 법관들은 수년간 사법고시 공부만 한 뒤 연수원을 수료하고 바로 판사로 임용된다. 사회 경험이 없어 ‘탁상 재판’,‘조문 재판’을 하게 된다. 또한 성적순으로 임용된 판사들은 엘리트 의식에 빠져 서민들의 실생활을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재판 공정성 시비 일 수도 하지만 법조 일원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변호사의 경력이 오히려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고객이나 동료 변호사, 출신 로펌, 변호사 때 알게된 대기업 등이 관련된 재판을 맡는다면 공정성에 시비가 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여년간 변호사로 활약한 C 판사는 “변호사 출신 판사라 하더라도 법과 양심이 아닌 다른 것에 영향을 받아 재판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로펌출신의 D 판사는 “변호사가 판사로 임용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의 평판부터 맡았던 사건의 수와 내용, 납세 실적까지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변호사는 판사로 임용되기 전에 걸러진다는 것이다. 그는 초임 판사 시절 부장판사가 말해 준 예를 들었다. 선고 당일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같은 날 피고인의 가족이 갈비를 사들고 집으로 찾아와 선처를 호소했다. 이미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때 어떻게 선고할 것인가. 만약 다른 사람에게 괜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한다면 그것은 평균인의 판결이다. 그러나 판사는 설령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도 집행유예를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바로 임용된 판사들이라도 장점은 있다.C 판사는 “사회 경험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때가 덜 묻었다는 것”이라면서 “연수원을 마치고 바로 임용된 판사들은 그만큼 순수한 법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A 판사는 법조 일원화를 점진적으로 실시하고 그 상한선을 정한 것은 연수원 수료자와 변호사 경력자의 장점을 함께 살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판사 선발 외국선 어떻게 대법원은 내년에 5년 이상 변호사·검사 가운데 20명을 판사로 임용하는 등 법조일원화를 본격 도입한다. 해마다 변호사·검사 출신 판사를 늘려 오는 2012년부터는 한 해 충원하는 전체 법관의 절반인 75명을 경력자로 채운다. 법조일원화와 경력법관제의 혼합형인 셈이다. 임용심사는 판사 5명과 변호사·교수·언론인 등 외부인사 4명으로 구성된 법관임용심사위원회가 맡는다. 사법시험이나 사법연수원 성적보다 변호사 활동에서 드러난 실무능력을 중점 평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한변호사협회나 소속 변호사회, 법무부 등에 임용에 관한 의견도 조회한다. 법조일원화는 미국·영국·캐나다 등 영미법계 국가에서 일반적이다. 반면 독일·프랑스·일본 등의 대륙법계 국가는 경력법관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40∼50대 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선발한다. 대통령이 변호사 활동과 변호사단체의 의견을 듣고 선발한다. 시험은 없다. 판사의 정치견해가 선발의 결정적 기준이 된다. 임기는 종신제. 영국은 경력 15년 이상의 변호사를 대법원장이 면담, 판사로 임용한다. 대부분 50대 초반으로 경력 25년 이상이 뽑힌다. 항소법원 판사나 대법관은 일반 판사 중에서 선발한다. 여왕이 임명하지만, 대법원장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친다. 경력법관제를 채택한 독일은 두차례 국가시험을 통과한 법률가 중 성적상위자 10%를 판사로 임용한다. 처음 임용은 성적순이지만, 승진은 전문분야, 지역, 정당에 따라 결정된다. 프랑스의 경우 국립사법관학교 입학시험에 합격,31개월간 연수를 받으면 판사로 임용된다. 법학교수나 변호사 등도 서류심사를 통과하면 사법관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나 90%는 대학졸업 후 바로 입학시험에 합격한 경우.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다. 사법시험 합격 후 1년 6개월간 사법연수소에서 교육을 받고, 연수원 성적에 따라 성적상위자가 판사보로 선발된다. 판사보로 10년간 활동하면 판사로 임용된다. 2001년 12월 일본변협은 일부 변호사를 판사로 추천하기도 했지만,2003년 판사 7명, 판사보 3명만 변호사 출신이었다. 판사들은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변협에 파견, 변호사 업무를 맡기도 한다. ■ 법조 3륜 경험 최윤희 교수 “검사·변호사·판사를 거치며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뒷모습까지 읽어내는 지혜를 배웠습니다.” 건국대 최윤희(41·사시 30회) 교수는 검사로 8년, 변호사로 6년, 판사로 1년을 일했다. 법조 3륜을 모두 경험한 특이한 이력이다. 최 교수는 1998년 검찰을 떠날 때만해도 이처럼 다양한 삶을 경험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검찰을 떠나며 많이 아쉬워했어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구나 싶어서요.”신임 판사를 경험많은 변호사·검사에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최 교수가 법무법인 김&장에서 일하던 2003년, 사법연수원에서 민법실무를 강의할 부장판사를 변호사 중에서 모집한 것이다. 최 교수는 “교단에 서고 싶은 마음이 앞서 어렵지 않게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입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남편인 오정돈(45·사시 30회) 부장검사의 전폭적인 지원도 힘이 됐다. 사법연수원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최 교수에게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사법개혁위원회가 로스쿨을 도입하기로 합의하면서, 각 대학이 법조인을 앞다퉈 초빙한 것이다. 지난해말 최 교수는 세 대학에서 연락을 받았다.“판사로 재판을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교단이 너무 매력적이라 다시 도전했지요.” 검사와 변호사, 판사를 거치며 최 교수는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을 분석하는 힘을 얻었다고 했다. “권력 앞에선 누구나 움츠러 듭니다. 속마음까지 털어놓고 얘기하지 않지요. 피의자는 검사와 변호사, 판사 앞에서 다른 모습과 말을 합니다. 경험이 다양한 법조인은 그 모습 뒤에 숨겨진 진실을 파악하지요.” 검사·변호사로 피의자를 경험한 판사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입버릇처럼 ‘다시 수사를 하면 정말 잘할 텐데….’라고 말합니다. 사건의 한 쪽면만 보다 다른 쪽을 경험하니까, 이런 탄식이 나오지요.”그의 다양한 경험은 가르치는데도 큰 도움을 줬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日, 盧대통령 담화 싸고 “특사-제소” 두기류

    |도쿄 이춘규특파원|노무현 대통령의 대일비판 담화에 대한 일본내 여론이 갈리고 있다. 정계에서는 한국에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는가 하면 독도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강행 요구 등으로 갈린다. 일본 정부는 기본적으로 노 대통령 담화를 역사문제의 사과와 반성을 요구한 지난 17일의 신대일독트린의 연장으로 보고 “새로운 대응은 안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내 반일기류가 악화되고, 국제사회에 일본의 비도덕성을 알리는 움직임도 강화되자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집권 자민당내에서는 “한국내 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시간벌기론에서 “특사를 파견해 문제를 푸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언론들도 확연히 나뉜다. 아사히·마이니치신문은 노 대통령의 표현에 거친 부분이 있지만 담화가 나오게 된 배경을 주목해야 한다며 일정 부분 이해를 표했다. 반면 우익성향의 요미우리·산케이신문은 내정간섭, 선동 등의 어휘를 써가며 비판으로 일관했다. 아사히는 노 대통령의 격한 표현이 이례적이지만 이렇게 된 배경을 생각할 때 일본 정부가 사태를 경시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문부과학성 정무관이 교과서검정과 관련, 근린제국 조항을 부정하려는 발언을 했을 때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을 안심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제정을 놓고 양국관계가 뒤틀리고 있는데도 방관자 노릇만 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특히 켜켜이 쌓인 불신감이 과격한 표현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며 고이즈미 총리는 과거를 어떻게 생각하고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한국에 정중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은 또 정치대화 통로가 막힌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요미우리는 기사를 통해 노 대통령 담화를 ‘국내 지지 획득용’이라고 폄하하고, 사설에선 역사교과서 검정 문제를 ‘내정간섭’ 운운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산케이는 노 대통령의 담화는 미래지향적 한ㆍ일관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taein@seoul.co.kr
  • “이번엔 반드시 뿌리 뽑을 것”

    “이번엔 반드시 뿌리 뽑을 것”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최근 한·일관계에 대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또다시 패권주의를 관철하려는 의도를 이상 더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됐다.”면서 “이제는 정부도 단호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에 실은 ‘최근 한·일 관계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일본의 각종 도발행위가)이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겨날 수 있지만, 우리도 어지간한 어려움은 충분히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반드시 뿌리를 뽑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선포,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해 “이것은 일본이 지금까지 한 반성과 사과를 모두 백지화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이런 일들이 일본 집권세력과 중앙정부의 방조아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일본의 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이전에 일본 지도자들이 한 반성과 사과의 진실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100년전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영토로 편입한 바로 그 날을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로 선포한 것은 지난날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대한민국의 광복을 부인하는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며 외교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면서 국제여론 및 일본국민에 대한 설득작업을 병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일본 국민 전체를 불신하고 적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냉정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멀리 내다 보고 전략적으로 대응해 나아가야 한다.”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이어 정치권과 학계 일부의 독도 해병대 주둔과 한·일어업협정 파기 주장 등 대일 강경론을 의식한듯 “그동안 너무 많은 말과 행동이 쏟아져 나온 것은 아닌가 하는 불만이 없지 않다.”며 자제를 주문했다. 여야는 노 대통령이 일본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일본의 행태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열린우리당 오영식 대변인)이라는 등 “적절한 입장표명”이라며 환영했다.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의 언급 내용을 국회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대내용’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日 안보리진출 외교공세] 엔화로 阿 ‘포섭’…亞선 과거사 ‘곤혹’

    [日 안보리진출 외교공세] 엔화로 阿 ‘포섭’…亞선 과거사 ‘곤혹’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안전보장이사회 개편을 골자로 한 ‘유엔개혁보고서’를 통해 오는 9월까지 유엔 창설 이래 최대의 개혁을 권고하자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국제사회의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영토 및 과거사 분쟁을 진행중인 일본이 국제사회 공헌 의무 조항을 어떻게 돌파해갈지 주목된다. ■ 日 외교전 어디까지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고 언론들이 22일 일제히 전했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상임이사국 진출 의지를 천명했었다. 일본 정부는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유엔 개혁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환영입장을 밝혔다.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국제적인 환경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獨·印·브라질 공동외교전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22일 아난 사무총장의 발표에 대해 “환영하고 지지한다.”면서 “(이후)외교적 노력을 더욱 경주하고 싶다.”고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일본·독일·인도·브라질 등 4개국이 협력, 상임이사국 확대와 새로운 상임이사국의 투표에 의한 선출 등을 규정한 결의안을 6월 공동 제출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다음주부터는 4개국이 유엔 회원국들에 공동외교전도 펼친다.4개국은 결의안을 통해 새로운 상임이사국 후보의 국명은 적지 않되 유엔 회원국의 투표방식으로 선출한다는 것을 명시하기로 했다. 또 투표를 실시한 뒤 새로운 상임이사국 후보의 국명을 넣어 연내 유엔헌장 개정결의안을 제출한다는 2단계 전략이다. 현재 유엔헌장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191개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5개 상임이사국을 포함, 회원국 3분의 2의 비준을 얻어야 한다. 상임이사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개국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회원국의 3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53개국과 14개 카리브해공동체 회원국 등 ‘표밭’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다음달 아시아·아프리카회의에 출석, 아프리카지역에 대한 지원강화를 밝힐 예정이다. 25일 개막될 아이치 만국박람회 때는 카리브해공동체 회원국 지도자들을 비용 일부를 부담하면서 초청, 일본측의 입장을 설명하는 ‘만국박람회 외교’를 펼칠 방침이라고 언론들이 전했다. ●영유권 갈등… ‘분쟁국’ 이미지 불거져 아난 사무총장이 선진국들에 2015년까지 정부개발원조(ODA)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0.7%가 되도록 요구한 것이 일본 정부에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재정악화 등의 이유로 6년 연속 ODA 규모를 줄여왔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이 전날 ODA 확대입장을 표명했으나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언론들이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외교갈등도 ‘자격시비’를 야기할 전망이다. 동중국해 가스전 분쟁 및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따른 중국과의 외교 갈등, 러시아와의 영유권 분쟁에 이어 독도 문제로 한국과의 관계가 최악이다. 국제사회의 지도국가는커녕 분쟁국가의 이미지만 부각돼 있는 형국이다. 근본적으로는 거부권을 갖고 있는 상임이사국 5개국의 이해관계가 문제다. 일본에 대해서는 미·영·프 등 3개국은 지지하지만 중국은 부정적이고 러시아는 어정쩡하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1992년부터 5년간이나 논의됐다가 좌절된 유엔개혁이 ‘총론-찬성, 각론-이견’ 때문에 다시 표류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taein@seoul.co.kr ■ ‘상임이사국 日’ 가능할까 일본이 갈망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의 열쇠는 현 상임이사국인 5개국의 손에 있다.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 가운데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서다. 특히 중국의 입장이 관건이다. 미·영·프 등 3개국이 일본의 진출에 적극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고, 러시아도 대세를 따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문턱인 셈이다. 그러나 현재 중·일 관계는 유례없이 긴장돼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과거사 문제, 동중국해 주변의 영토 분쟁 등 껄끄러운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이 일본을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적극 밀고 있는 것을 ‘중국봉쇄’ 전략의 일환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이 동북아시아와 유엔이란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안보리 확대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 등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을 보여주고 주변국들의 불신을 씻어줘야 한다는 자세다. 그렇다고 중국이 절대 반대는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대일 교섭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탓이다. 미국 등 다른 상임이사국은 물론 유엔 회원국들의 움직임과 흐름을 주시하겠다는 측면이 엿보인다.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유엔개혁, 우리 뜻과 반대로 간다 유엔 안보리가 재편된다면, 그 방향은 정부가 원하는 것과는 다른 쪽이 될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 유엔 내의 중견 국가 모임인 ‘커피클럽(Coffee Club)’을 통해 사실상 상임이사국 확대 반대편에 섰으나 유엔에서는 비주류 의견이다. 현재까지는 일본·독일 등이 원하는 거부권 없는 상임이사국의 확대가 대세인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95년 유엔에서의 결의에 따라 유엔헌장 53조,107조 등에 거론된 ‘적국(敵國) 조항’도 올 가을 총회에 삭제될 여지가 많다. 일본과 독일에 채워졌던 전범 국가의 족쇄가 공식적으로 풀리는 것이다. 당시 표결에서 삭제 찬성 122개국, 기권 6개국으로 반대표는 하나도 없었다. 또한 상임이사국이 늘어나면 아프리카에도 새로 2석이 배정되는 등 제3세계의 이해에 부합되는 측면도 많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선출직 이사국’ 증설을 지지한 것은, 이렇게 돼야 우리도 이사국 그룹에 진출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상임이사국은 ‘유엔에서의 높은 재정·군사·외교적 기여도’ 조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우리의 진입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예로 일본의 유엔 재정 기여도가 전체 예산의 19.5%, 독일은 8.7%인 반면 우리는 1.8%에 불과하다. 설령 일본·독일·인도·브라질 등 상임이사국 신규 진출 희망국들의 2단계 전략대로 1차적으로 상임이사국이 확대되더라도 막상 2단계인 유엔헌장 개정은, 또 다른 이해관계로 그리 쉽지만은 않다. 독일의 진출은 이탈리아나 스페인이 못마땅하고 브라질은 멕시코와 아르헨티나가, 인도는 파키스탄과 중국이, 일본에는 중국과 한국 등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일본이 국제적 지도국이 되려면 최근린 이웃으로부터 신뢰받는 게 필수조건”이라면서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평화 애호국인지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지운 구혜영기자 jj@seoul.co.kr ■ 아난총장 유엔개혁안 21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유엔 개혁안을 보고했다. 이번 개혁안은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 안건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안전보장이사회 확대 등을 뼈대로 한 개혁안은 ‘사안별 이해 관계를 떠나 한 묶음으로 통과시켜 달라.’는 아난 총장의 요청에도 불구, 회원국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안보리 확대와 관련, 아난 총장은 지난해 11월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에 포함된 두가지 방안 중에서 선택해 달라며 9월 총회까지는 결론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5개국과 비상임이사국 10개국 등 현재 15개국인 안보리 이사국을 24개국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거부권이 없는 상임이사국 6개국과 비상임이사국 3개국을 추가하는 안과,4년 임기에 거부권이 없는 준상임이사국 8개국을 새로 추가하고 비상임이사국 1개국을 늘리는 방안이 맞서고 있다. 일본 등은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지만 준상임이사국 확대를 지지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인권이사회 신설은 53개국으로 구성된 기존 인권위를 없애고 회원국 3분의 2 찬성으로 소수 국가들을 선출해 인권 업무를 전담하게 한다는 취지다. 기존 인권위가 지역별로 회원국을 선출하는 바람에 쿠바, 리비아, 수단 등 ‘인권탄압 국가’들이 회원이 되는 경우를 막겠다는 뜻도 있다. 예방적 차원의 선제공격 기준을 규정한 부분에 대해선 미국이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예방적 선제공격은 주권국가의 고유한 권리”라며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클릭 이슈] 한쪽은 놀고 한쪽은 바쁘고 ‘이상한 현대차’

    [클릭 이슈] 한쪽은 놀고 한쪽은 바쁘고 ‘이상한 현대차’

    울산 현대자동차 4공장은 지난 9일부터 낮에는 쉬고 밤에만 8시간 돌아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로 내수용 차를 생산하는 4공장은 계속된 내수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자 할 수 없이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공장 가동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1300여명씩 나누어 1주일씩 주·야간 교대로 일을 하는 4공장 근로자들은 주간조 때 1주일 휴가를 가고 있다. 반면 주로 수출용 차량을 생산하는 1공장 등 다른 공장들은 주문이 밀려 쉴 틈이 없다. 주·야간 2시간씩 잔업을 해도 모자라 휴일 특근까지 하고 있다. 현대차의 이같은 공장끼리 생산물량 불균형은 최근 몇년 사이 자주 나타난 현상으로 노사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일부 공장은 일손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일손이 모자라는 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을 신규 채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사간의 견해차가 커 ‘솔로몬의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 밤일 선택… 낮근무 않고 월급 100% 다받아 회사측은 4공장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주·야간 작업 중 하나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하고 노동조합과 협의, 주간작업을 쉬기로 결정했다. 노조가 임금손실이 적은 야간작업을 원했기 때문이다. 야간 작업은 임금이 할증돼 주간보다 70%쯤 더 받는다. 근로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올빼미 작업이 불가피한 것이다. 현대차는 사측 사정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정상임금의 70%만 주도록 돼 있으나 이번에는 노조측이 전액 지급해줄 것을 요구,100% 다 주기로 했다.1주일 휴가를 가지만 주간근무분 임금을 다 받는 것이다. 그렇지만 근로자들은 주·야간 2시간씩 잔업과 한달 평균 2∼3회의 휴일 특근을 할 수 없어 보통때 보다 120만∼150만원 적게 받는다고 불만이다. ●노조 반대로 근로자 전환배치 못해 같은 회사 안에서 한쪽은 일이 없어 휴가를 가는데 다른 쪽은 주문이 밀려 쉴새 없이 일하는 현상이 공장밖 사람들에겐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에 대해 노사가 내세우는 이유는 서로 다르다. 회사측은 자동차시장 수출과 내수경기 흐름은 수시로 바뀌어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줄이고 늘리는 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장끼리 근로자를 전환배치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협약에 전환배치는 노조와 합의사항이어서 노조 동의가 없으면 남는 인력은 놀릴 수밖에 없다. 회사측은 전환배치를 할 수 있으면 회사도 근로자도 다 좋을 텐데 아쉽다고 했다. ●전환배치 근본 해결책 아니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최근의 인력불균형은 회사가 생산물량을 해외공장이나 기아차 공장으로 빼 가는 바람에 생겼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새로운 물량을 가져오겠다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기적인 경영 판단을 잘못해 생긴 현상으로, 전환배치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설령 전환배치가 일시적으로 인력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조합원들이 회사에 갖고 있는 불신이 커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노조는 전환배치가 실시돼 결국 회사를 나가야 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이 공장, 저 공장 돌아다닌 떠돌이가 나가게 돼 조합원들이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로서도 공장간의 생산물량불균형 문제는 조합원들의 임금 격차와 직결되기 때문에 고민거리다. 따라서 노조는 회사가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고 설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면 전환배치는 아니지만 공장간의 생산물량이 균형있게 분배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불신의 벽 깨야 한·중·일 FTA 실현”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한국과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협상 추진의 사전 단계로 민간 차원의 공동연구에 20일 합의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DRC)는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한-중 FTA 타당성 및 정책대안에 대한 민간 공동연구에 합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MOU에 서명한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번 MOU는 한ㆍ중 양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FTA 체결을 위한 하나의 프로세스가 본격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며 이번 공동연구가 학술적인 논의를 넘어 FTA 추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향후 공동연구 방향과 관련해 “양국간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들도 연구 주제에 포함시켜 FTA 추진 과정에서의 장애요인을 사전에 확인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 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oilman@seoul.co.kr
  • [Doctor & Disease] 미즈유외과 유수영 박사

    [Doctor & Disease] 미즈유외과 유수영 박사

    “유방은 생명의 젖줄이자 여성성의 상징입니다. 그런 유방 잘 지켜야지요. 이렇게 말해야 할 만큼 요즘 유방질환이 심각하거든요.” 연세대가 배출한 여성 외과의사 1호로 의료계에서 ‘유방 박사’로 불리는 미즈유외과 유수영(54) 박사. 그는 ‘유방의 위기’라는 경고가 결코 구두선이 아니라며 이렇게 강조했다.“여성암 가운데 유방암의 유병률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92년 11.5%,97년 14.1%,2002년 16.8% 등으로 해마다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걸 방치해서는 안되죠.” ●유방암 발병률 해마다 20%씩 늘어 ▶유방질환이란 어떤 병증이며, 대표적인 질환은 무엇인가. -유방의 정상 조직을 침범하거나 조직변형으로 발생하는 병변, 다시 말해 유방에 생기는 모든 이상 징후를 유방질환이라고 말한다. 대표적 질환으로는 양성 및 악성 종양과 섬유낭성 질환, 염증성 질환과 지방괴사, 함몰유두, 부유방과 부유두 등을 들 수 있다. 양성 종양은 섬유선종과 유두종, 엽상종양, 지방종을, 악성 종양은 암을 비롯해 악성 엽상종양, 육종 등을 말한다. 섬유낭성 질환은 노화에 따른 변화인 비증식성과 상피 증식을 수반하는 증식성이 있는데, 특히 비정형 증식성은 암의 전 단계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각 질환의 특성, 특히 증상의 특이성을 설명해 달라. -유방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유방이나 겨드랑이의 멍울, 유방통, 유두 분비물, 유두 함몰과 유방 피부의 변화 등이다.10∼40대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섬유선종은 무통성 멍울,30대 후반에서 폐경기에 주로 나타나는 섬유낭성 질환은 통증성 멍울이 특징이다. 암은 초경이 이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 또 불임치료나 갱년기 호르몬 치료를 받는 등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노출량 및 노출 기간과 관계가 있다. 가족력도 작용하며 비만인 사람이 확실히 발병 빈도가 높다.30∼40대에 잦은 염증성 질환은 수유시나 당뇨병, 함몰 유두에서 잘 나타난다. 유방질환의 발병 추세는 어떤가. -이게 걱정이다. 암을 예로 들면 매년 20%씩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발병 연령도 젊어지고 있다. 다른 양성 질환도 마찬가지다. 건강검진의 일상화도 이유겠지만 갈수록 호르몬 노출량이 느는 등 외부 요인도 많다. ●건강보조식품이 유방질환 주요원인 ▶이런 추세의 원인은 무엇인가. -빨라진 초경과 비만, 늦은 결혼과 늦은 출산, 출산 및 모유수유 기피, 지나친 건강보조식품 이용 등을 들 수 있다. 역으로 이런 점을 개선하면 발병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유 박사는 이런 추세 변화의 배경에 건강보조식품이 있다고 지적했다.“그게 말처럼 건강 보조만 하면 좋은데, 그렇지 않고 암 등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게 문제입니다. 거기에 포함된 호르몬이 암 등 유방질환의 중요한 발병원이 되므로 뭐든 먹으면 좋다는 ‘막무가내식’ 건강식품 지상주의는 경계해야 합니다.” 진단 방법도 소개해 달라. -촉진과 초음파·조직검사만으로도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판정은 초음파검사 등 영상검사를 근거로 1∼5카테고리로 나누는데,1∼2단계는 암이 아닌 양성질환,4∼5단계는 암일 가능성이 큰 단계이고 3단계는 추가검사가 필요한 단계로 보면 된다. 유방질환 자가검진은 유효한가. -자가검진으로 멍울을 발견해 우리 병원을 찾은 987명 중 76.3%인 753명에게서 병변이 나타났으며, 이 중 조직 및 세포검사를 시행한 525명을 질환별로 보면 섬유선종 및 기타 양성 종양 46.9%, 섬유낭성 질환 39.3%, 유방암 9.7%, 염증성 종양 6.1% 등이었다. ●섬유선종은 ‘맘모톰’으로 흉터없이 제거 ▶치료는 어떻게 하나. -질환에 따라 치료법은 다양하다. 형태나 크기가 변하는 섬유선종이나 섬유낭성 질환 등은 들어내는 게 좋은데, 이 경우 맘모톰이라는 첨단 기기로 흉터없이 간단하게 수술할 수 있다. 재발이 잦은 염증성 질환도 약물 반응이 미흡하면 종괴를 제거하는 것이 편하다. 알다시피 암은 수술과 약물 및 방사선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세브란스 교수로 재직하면서 1만건 이상의 수술 경험을 축적한 유 박사는 유방질환을 제대로 치료하려면 지금의 왜곡된 진료시스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유방에 문제가 생기면 엉뚱한 병원이나 대학병원부터 찾습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질환을 제때 치료하지 못하거나 불편과 비용 손실은 물론 의료불신까지 낳습니다. 유방질환을 전문 외과에서 치료해야 한다는 건 의료계의 상식입니다.” 유방질환도 조기발견이 중요할 텐데…. -우리 병원의 경우 전체 유방질환자의 1.9%,20∼30대의 19.6%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유병률이 높을 뿐 아니라 병기별 5년 생존율도 0기와 1기는 각각 100%와 92%인데 비해 3기와 4기가 되면 각각 54%와 23%로 낮아진다. 또 0∼1기는 80∼90%가 유방을 보존할 수 있지만 4기가 되면 100% 유방을 제거해야 한다. 유방암도 조기발견이 곧 새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유방질환이 갖는 사회적 의미도 클 텐데…. -유방암의 경우 40대 이전의 발생률이 전체의 60%나 돼 다른 암보다 발병시기가 훨씬 빠르다. 다시 말해 사회적, 가정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 발병한다는 건데, 이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의 붕괴 등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유방질환 전도사’를 자임하며 인터넷(www.msyoo.com)을 통해 전국의 환자들과 나누는 대화를 중요한 일과로 여긴다는 유 박사는 정책상의 문제도 짚었다.“외과 등 질환 중심의 진료 분야에 대한 보험수가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젊은 의학도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그 때문에 병원에서는 검진만 선호해 치료는 뒷전입니다. 이러고도 우리 의학이 발전하리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지요.” ■ 유수영 박사는 ▲연세대의대 및 대학원(의학박사)▲연세대의대 및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대한외과학회·대한유방암학회·대한미용외과학회 정회원▲국제외과학회 정회원▲여성외과전문의협회 회장▲미국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MD엠더슨 암센터·알버트 아인슈타인병원 연수▲영국 앨더헤이병원 연수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라이스 美국무 방한] ‘北 주권국가’ 발언 성의표시용 립 서비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서울 이지운기자|“‘주권 국가’는 심사숙고 끝에 발표한 내용이었다.”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주권 국가라는 표현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다.6자회담의 성사를 위해 나름대로 북한에 ‘전향적’ 메시지를 보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라이스 장관은 최근 북한이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사과·철회를 요구한 데 대해, 분위기 개선을 위해 일정 정도의 성의를 표한 셈이다. 그는 방한 이전에는 “진실을 말했다는 데는 추호의 의심도 없으며,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사과한 사례를 알지 못한다.”고 일축, 분위기를 냉각시켰다. ●6자회담 성사위한 메시지 전달 반 장관도 “우회적으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한 얘기”라면서 “6자회담 재개 분위기 조성에 좋은 발언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고위 당국자는 “이같은 표현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면서 “북한의 국제적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고 동등한 협상 상대자로서 공개적으로 미국 최고위 당국자가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해석했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북에 대한 안전 보장과 함께 연료 공급도 언급했다. 또한 “회담장 밖에서는 북한 주민을 위해 식량지원도 해왔다.”며 ‘생색’을 냈다. ●‘北불신’ 기존 입장은 불변 그러나 이번 동북아 방문에서 북한에 대해 유화 일변도의 태도만 보인 것은 아니다. 전날 일본 조치대학 연설에서는 “북한 주민의 참상과 이웃나라의 죄없는 시민을 납치하는 북한 정권의 본성에까지 침묵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지역 전체에 위협이 되고 있는 핵 위협’도 거론했다. 이를 종합해볼 때 미국이 기존의 위치에서 크게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북·미간 양자회담은 여전히 분명하게 거부했다. 기자회견에서 “협상테이블에서 대화할 때 6자회담 틀 내에서”라고 못박았다. 일본 조치대에서의 연설을 보면 양자회담에 대한 라이스의 인식은 더욱 분명해진다. 그는 “우리는 지난 94년 양자대화를 시도한 적이 있으나, 북한은 회담장 밖에서 핵무기를 추구했고, 우리는 교훈을 배웠다. 과거로 되돌아가려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이 주변국들을 서로 떼어내는 상황도 언급, 북한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對중국 압박 성격도 한편으로 라이스의 발언은 ‘유연성’을 요구하는 중재국 중국을 거들어준 측면도 없지 않다.‘미국이 보여준 만큼의 유연성을 북한에 요구해달라.’는 대(對) 중국 압박의 성격도 짙다. 이날 중국으로 떠난 라이스 장관은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니 중국에 가서 좀더 많은 설득과 노력을 경주해달라고 하겠다.”고 했다. 라이스 장관의 북한 주권인정 발언이 전체적인 대북 메시지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회견 말미에 라이스 장관이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한 대목에서 읽혀진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는 ‘시한은 6월까지’라는 말도 흘러나온다. 북한이 라이스 장관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jj@seoul.co.kr
  • 線넘은 사설정보지

    최근 유망 벤처기업 사장이 사무실에 밀실을 만들어 여직원과 불륜을 저지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루머의 대상이 된 기업의 주가는 폭락했고, 당사자는 밤잠을 설치며 두문불출했다. 루머의 진원지는 ‘사설정보지(일명 지라시)’였다. 헛소문으로 밝혀졌지만 이미 그 회사는 되돌리기 힘든 피해를 봤다. 정부가 이처럼 허위정보를 생산·유통하는 사설정보지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특별단속을 통해 악성루머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 악의적으로 허위정보를 생산·유통하는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키로 했다. 김승규 법무부장관과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허준영 경찰청장은 15일 공동 명의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했다. 특별단속은 이달 말 계도기간이 끝난 뒤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시작돼 석달간 이뤄진다. 전국 18개 검찰청과 248개 경찰서에 ‘허위정보신고센터’가 설치되고, 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도 접수를 한다. 근거없는 소문을 유포한 증권사 임직원들에게는 증권거래법을 적용하고,‘연예인 X파일’ 등의 명예훼손 사안은 우선 수사한 후 피해자들의 처벌의지를 확인해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정부는 범국민적 인터넷 자정캠페인을 전개하고, 사이버 윤리교육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사설정보지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은 이들이 유통하는 허위정보가 주로 정치인·공직자·기업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와 관련된 내용들이어서 불신풍조 조장, 국론분열 등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이번 특별단속은 정부의 한 고위직 인사의 사생활 관련 헛소문이 최근 사설정보지에서 집중 거론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증권가가 사설 정보지의 생산지 사설 정보지의 온상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다. 기업, 정부 정책 등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는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지의 생산은 각 증권사 투자정보팀 소속의 ‘정보맨’들이다. 시중에 떠도는 소문들을 쓸어모아 ‘지라시(전단을 뜻하는 일본어)’라는 정보지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통되고 있는 정보지가 10∼15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주일 단위로 만들어지는 정보지 한 묶음은 A4용지 30∼40쪽 분량이다. 정보지에는 거물 정치인의 말 한마디부터 유명 탤런트의 이혼설까지 정치, 재계, 검찰, 언론계, 연예계 등의 그럴듯한 동향과 소문들이 뒤죽박죽 나열돼 있다. 대부분 공개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뒷얘기이거나 원색적인 내용도 섞여 있어 수요와 공급이 끊이지 않는 속성을 지녔다. 내용 가운데 나중에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정보맨들은 정기적으로 소모임을 갖고 정보를 공유한다. 그 자리에서 정보지를 만든다. 정보수집과 유통은 불법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은밀하게 진행된다. 정보지는 한달에 30만∼50만원을 받고 고정 회원에게 배포되기도 한다. 정보맨들의 접촉 대상에는 대기업 정보팀이나 경찰의 정보과 형사, 언론사 기자 등도 포함된다. 경찰도 전국에서 수집된 정보를 하루 10장 분량으로 압축해 수사에 참고한다.S그룹 정보팀은 황장엽씨 망명소식을 공식 발표 이전에 포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경운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토공 “민원처리도 AS”

    민원처리도 사후보상(AS)해준다. 한국토지공사가 14일 획기적인 민원처리 시스템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민원을 제대로 처리했는지를 확인, 점검하는 ‘민원불만처리위원회 심의제’가 그것이다. 토공은 현행 관련 법령·지침 상으로 어쩔 수 없이 들어주지 못하는 민원에 대해서도 법규 개정을 건의하거나 개선 조치 등을 취하는 등 민원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민원 귀책사유가 토공에 있지 않을 경우 법·제도를 핑계로 적당히 깔아뭉갰던 소극적인 민원 처리 방침을 바꿔 민원을 민원인 편에서 비춰보기로 한 것이다. 토공은 또 이미 처리된 민원에 대해 당사자가 만족도, 친절도, 제안사항 등을 평가하는 ‘민원 만족도 사후평가제’를 실시키로 했다. 잘못 처리됐거나 미흡한 민원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섣불리 처리된 민원을 바로잡고자 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민원접수 7일 이내 처리토록 하고 있는 획일적인 현행 민원처리 규정에서 벗어나 민원 내용을 사전에 조사하는 ‘민원인 사전 대화제’도 도입키로 했다. 새 민원처리 시스템 도입으로 각종 개발사업 과정에서 나오는 민원을 줄이는 동시에 민원인들의 불만과 불신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토공은 “본사에서 우선 실시한 뒤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배심·참심제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배심·참심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지난 7일 제1회 ‘국민의 사법참여 연구회’를 개최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배심제도와 참심제도에 대한 의견 수렴과 연구 활동에 들어갔다. 배심제와 참심제는 한마디로 국민이 재판에 참여해서 유·무죄를 결정하거나 법관과 함께 판결을 내리는 제도다. 사법개혁위원회는 2007년부터 국민 5∼9명이 법관 3명과 함께 재판에 참여하는 사법참여제를 도입한 뒤 5년간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 완성된 형태의 한국형 사법참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었다. 7일 회의에서 논의된 핵심 쟁점은 ▲참여시민의 적극적인 재판 참가 방안 ▲참여시민의 수와 참여사건의 범위 ▲참여시민들의 결론 도출방법이었다. 또 “전문성이 아닌 합리성을 기준으로 참여시민을 평가해야 사법참여제의 정신을 살릴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극대화하고 합리성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지지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국민의 재판참여 의미와 장단점 ●배심제, 참심제란 배심제란 법률전문가가 아닌 국민 중에서 선출된 일정 수의 배심원으로 구성된 배심이 법관으로부터 독립해 기소하거나 심판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문제를 인정하고 심판을 하는 것을 소배심(심리배심·공판배심)이라 하고, 기소를 하는 것을 대배심(기소배심)이라 한다. 배심재판이 처음 시행된 것은 13세기 영국에서였다. 당시에는 국왕의 권리를 둘러싼 분쟁에서 배심은 증인의 역할만을 하다가 15세기 말 심판자의 기능까지 하게 됐고, 1670년의 부셸 사건에 이르러 독자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게 됐다. 미국도 이를 이어받아 연방헌법과 주헌법에 배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배심제는 모든 재판에서 이용되는 것은 아니고 극히 일부의 중요한 형사사건에서만 활용되고 있다. 배심원은 사건의 사실에 대한 판단만 하고 소송의 지휘, 증거조사, 법률의 해석 및 적용은 법관이 한다. 배심원은 가령 살인 사건의 경우 누구를 죽였다, 그래서 유죄다는 식의 판단만 내린다. 미국의 배심원은 12명이며 전원일치가 원칙이다. 기소배심제(대배심)는 1933년에 영국에서도 폐지되었지만 미국에서는 헌법상 중죄에 관한 기소배심제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1923년에 도입해 1943년 폐지했으며 대신 참심제 도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방 유권자의 명단에서 배심원을 선발하고, 영국은 지방 당국이 비치해둔 명단에서 뽑는다. 독일식 참심제는 국민 중에서 선거나 추첨에 의해 선출된 참심원이 직업적인 법관과 합의체를 구성하여 재판하는 제도로 배심제와 구별된다. 참심제는 사실문제나 법률문제도 참심원과 법관이 합의하여 다수결로 재판한다. 참심은 배심에 비하여 인원이 적어도 되는 점에서 경제적이기는 하나, 그만큼 법관의 의견에 끌려가기 쉬워 국민 참여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도입하려는 이유 국민의 사법 참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다. 법관의 판결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뢰도를 높이고 재판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검토됐다. 전관예우나 학연·지연에 의한 불공정 재판 시비를 차단하고 재판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배심제가 도입되면 검사와 변호인이 법정에서 증인과 증거를 내세우고 공방을 벌이는 공판중심주의가 자연스럽게 정착된다. 우리가 도입키로 한 제도는 배심제와 참심제의 혼합 형태다. 국민 5∼9명이 가칭 ‘사법참여인단’으로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판단 및 형량 결정에 참여하되 결정의 구속력은 인정하지 않는다. ●배심제의 장단점 배심제는 직업이 다른 10여명 내외의 국민들이 합의해서 유·무죄를 따지므로 단독 판사나 합의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보다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일반인이 참여하므로 법률 규정보다는 국민 감정이나 도덕적 감정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돼 법률에 얽매인 불합리한 판결을 피할 수 있다. 다수가 합의해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판사 개인이 피의자의 유죄를 선고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배심제는 또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검사가, 판사가 아니라 일반 국민인 배심원들을 상대해서 인신 구속을 결정하거나 공소를 유지하려면 높은 수준의 증거나 자료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법률에 따르면 위법 사항인데도 범죄 요건이 다소 모호해서 유죄인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배심제는 법관에 의한 재판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법률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민들이 재판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여론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 또 법정공방과 결론을 내리기까지 배심원들의 협의 과정이 복잡하다. 보석이 보편화된다는 점도 단점으로 들 수 있다. ●우리 현실에 맞나&위헌 논란 배심·참심제는 현재 시행 중인 국가에서도 논란이 많다. 영국에서는 대배심을 폐지했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맞는, 문제점이 적은 제도를 어떻게 고안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미국에서도 배심제는 OJ 심슨 사건처럼 유능한 변호인을 선임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배심·참심원이 지연과 혈연을 재판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 국민의 전문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현실에서 쉽게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편 헌법 2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국민이 재판에 관여하는 제도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즉, 재판은 ‘직업 법관’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은 헌법에서 규정한 법관은 반드시 직업 법관으로 해석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합헌이라고 주장한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정치자금법 어떻게] “돈 줄 죄면 편법 활개” “소액·다수 후원으로”

    [정치자금법 어떻게] “돈 줄 죄면 편법 활개” “소액·다수 후원으로”

    ■ 현실맞게 바꾸자 국회의원들의 ‘돈줄’을 눌러 놓은 이른바 ‘오세훈법’에 대한 개정논의가 정치권 물밑에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연초부터 본격 공론화될 조짐을 보이다가 요즈음엔 일단 수면하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형국이다. 최근 공개된 국회의원들의 재산이 평균 1억원 정도 증가하고, 의원들이 불법 정치자금 수뢰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등의 보도들이 뒤따르면서 국민여론이 악화된 탓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아줬으면 정치개혁협의회 김광웅 위원장은 지난 2일 “정치자금은 눌러 놓으면 편법이 활개치는 등 음성화된다.”며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와 후원금 모금행사를 허용하는 등 너무 구속적인 면은 해결해야 한다.”며 개정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앞서 여당인 열린우리당 소속의 국회 정치개혁특위 이강래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관련 공청회에서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며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렇게 돈줄을 막아 놓으면 생계형 의원들이 돼서 4년 후에는 신용불량자가 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또 불법 정치자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개정이 필요한 구체적 이유를 제시했다. 개정론자들은 ▲모금방식 ▲모금한도 ▲법인 등 기부대상의 허용 등을 요구하는 ‘전면개정론자’와 후원회 행사만이라도 허용해야 한다는 ‘부분개정론자’로 나뉜다. ●수입·지출 투명성 강화 필요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도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을 보장해 정치인들이 불법정치자금의 ‘우회로’를 찾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개정론을 주장하고 있다. 최 의원은 “현행 1년 1억 5000만원을 모금해서는 중진들이 당내 경선으로 인한 지방순회유세 등에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수 없다.”면서 “쓸 곳이 있는 상황에서 돈줄을 막아 놓으면 그것이 부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모든 정치인을 일괄적으로 1억 5000만원에 묶어 놓아서는 안 되고, 열심히 일한 정치인이 더 많이 걷어서 쓸 수 있도록 한도를 늘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가 끝난 뒤로 후원금으로 3000만원을 걷었을 뿐이라는 그는 모자라는 만큼을 자신 소유의 법률회사 월급에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요즘 국회의원들이 각종 모임에 가서 밥을 얻어 먹고 다니는데, 만약 그 모임이 로비를 위한 자리였다면 극단적으로 N분의1만큼 뇌물을 받은 것이 된다.”면서 “후원금 한도를 풀어서 의원들이 로비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원금 한도 묶고 법인기부 허용을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후원금 한도는 묶어 두되 법인의 기부를 허용”하는 ‘부분개정’을 희망하고 있다. 정 의원은 “후원금 모집을 위한 집회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한도 1억 5000만원도 채우기 힘들다.”면서 “모임을 허용하고 현재 막고 있는 법인의 기부를 개인들의 기부와 마찬가지로 1인 500만원 연간 2000만원으로 한정해서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는 지난해 후원금으로 “6000만원을 모았다.”면서 “현행 한도를 유지해야 정치활동의 ‘거품’이 제거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기홍 의원은 “의원들이 10만원짜리에서 모금으로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중앙당은 후원회를 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도 후원회 행사를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부분개정을 요구했다. 지난해 6000만원을 모금한 이인영 의원은 “지난해 한도를 절반도 채우지 못해 올해 한도를 채우는 것이 목표지만, 현재의 모집방식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목표를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완곡하게 후원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현행대로 해보자 “정치인 후원은 주식 투자와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욕도 하는 식이죠.”(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 “변화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금단현상이 괴롭다고 아편을 다시 가까이 해서는 안 됩니다.”(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올 초 정치권에서 정치자금법 개정론이 솔솔 흘러나왔지만, 국회의원 재산공개 이후에는 여론이 심상치 않아서인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시행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무슨 개정이냐.’라며 오히려 정자법 취지를 더욱 분명히 하자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 기준 속에서도 소액 다수의 후원을 통해 투명하게 후원금을 집행하는 등 모범적인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후원회 통해 정치참여·관심 유도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지난 2001년부터 ‘천원 후원회’를 시작해 왔다. 매달 꾸준히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이 3000여명에 이른다. 후원금은 한달 평균 300여만원. 후원금 자체보다는 후원회를 통해 참여와 관심, 지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한 결과다. 최 의원측은 “지구당이 폐지되면서 과거처럼 지구당 운영에 들어가는 돈이 사실상 없어졌다.”면서 “후원회는 돈을 조달하는 기능과 함께 정치인 활동 감시하고, 자원봉사·정책봉사 등 다양한 참여를 보장하는 쪽으로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강력한 ‘정자법 개악 반대론자’다. 그는 “금연을 했으면 체질을 바꿔야 담배 생각도 안 나고 건강해지듯이 저비용 고효율 정치구조를 다짐했으면 정치 행태도 바꿔야 한다.”면서 “정치문화를 바꾸는 흐름에 동참할지, 아니면 구태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한다.”고 정자법 개정론을 비판했다. 값비싼 식사와 대형 차량운용 등 활동 관행을 바꾸고, 활동방식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세비·후원금으로 활동비 충당 ‘전북의 GT(김근태)’로 불리며 80∼90년대 전북지역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온 열린우리당 이광철 의원은 ‘청빈 의정 활동’이 소신이다. 최근 국회의원 재산 신고액은 빚만 1100만원.294명 국회의원 중 뒤에서 아홉번째다. 지역구(전주 완산을)와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느라 교통비를 포함해 매달 1300만∼1500만원 남짓씩 ‘깨지는’ 것이 예사다. 그래서 어지간한 식사 약속은 대부분 국회 구내 식당에서 해결한다. 세비 600만원도 노모와 딸·아내 등을 위한 가족 생활비 200만원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사무실 운영경비, 정책활동 지원비 등 활동비로 지출했다. 지난해 모집한 후원금이 1억여원이 될 정도로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지역구민의 경·조사에 부조를 할 수 없도록 선거법에 돼 있는 만큼 돈 쓸 데가 없다.”면서 “적게 걷어 적게 쓰는 이대로의 방식이 좋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신선한 정치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살림 빠듯하지만 떳떳해서 좋아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공언한 대로 후원회 없이 세비만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강원도 원주)에는 연락사무소만을 둬 운용경비를 최소화했다. 약속은 구내식당 또는 설렁탕 등 간단한 식사로 대신한다. 공청회, 의정보고서 등은 국회의 지원으로 간소화한다. 이 의원측은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장점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들은 “살림은 빠듯하지만 시대정신에 맞으니 오히려 떳떳하고 좋다.”면서 정자법 현행 유지론에 힘을 실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시민단체·학계 시각 ‘정치자금법? 당연히 바꿔야지. 더욱 엄격하게.’ 정치권에서 현행 정치자금법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에 대해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비판적이다 못해 아예 냉소적이다. 엄격하게 적용해도 부족할 판에 흥청망청하던 옛날을 못 잊고 과거로 회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은 “정치권은 자신들의 과거 관행을 반성하고 이를 극복, 변화하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할 것”이라면서 “법을 바꾼 지 1년도 되지 않았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아직 씻기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하 처장은 “입법 활동에 필요한 의정보고서 제작비, 공청회·토론회 개최비 등 비용은 물론 올해부터 입법활동비 3000만원을 추가로 국회에서 이미 지원하고 있고, 선거법·정당법 등이 바뀌어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다.”면서 “정자법 개정 논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정치권의 개정 시도를 차단했다. ‘참여연대’ 김민영 시민감시국장은 “100만원 이상 고액 정치후원자의 신원이 인터넷 공간에서 상시적으로 공개되도록 해 국민들의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쪽으로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나머지 부분은 손댈 필요가 없다.”고 정자법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연 120만원 이상 기부자의 신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람과 복사가 가능하도록 돼 있다. 반면 일부 학계에서는 지난해 개정한 정자법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현실화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성공회대 정치학과 정해구 교수는 “정자법 덕분에 정치권 부패 청산이 많이 된 것 같다.”면서도 “정치인들이 돈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금기시한다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정치 본래의 기능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정자법 개정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박록삼 김준석기자 youngtan@seoul.co.kr
  • “부동산개발 ‘한탕’ 아니다 선진기법 국내도입 앞장”

    국내에 부동산디벨로퍼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춘보 ㈜신영 사장이 건전한 부동산 개발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발벗고 나섰다. 국내 부동산개발업자 60여명으로 구성된 한국디벨로퍼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정 회장은 최근 사무실을 낸 뒤 업계의 공동 발전을 위한 협력체제를 만들어가는 데 몰두하고 있다. 협회는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장(場)으로 선진 부동산 개발문화 정립에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 회장은 “부동산업계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회장직을 수락했다.”면서 “국민들에게 디벨로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업계를 자체 정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디벨로퍼라고 하면 마치 한탕주의에 빠진 반 사기꾼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는 동시에 업계 스스로 당당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정 회장의 바람이다. 적어도 한국디벨로퍼협회 회원사는 믿을 수 있는 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협회의 목표다. 정 회장은 “부동산 개발이라는 이름을 붙인 업체가 700개가 넘을 정도로 난립했다.”면서 “디벨로퍼들이 불신받는 데는 업계의 책임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디벨로퍼의 긍정적인 활동을 널리 알리고 체계적인 전문교육과 자격제도 도입, 과당 경쟁 자제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굵직굵직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외국 개발업체의 배만 불리는 잔치로 흐르는 것이 아쉽다.”면서 “국내 디벨로퍼들이 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선진 개발 기법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내 디벨로퍼들이 해외에 노하우를 수출하고 대규모 개발사업에 진출, 외화벌이에 한몫하는 시대를 앞당기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최태원회장 경영권 방어 성공…왕따당한 소버린

    최태원회장 경영권 방어 성공…왕따당한 소버린

    게임은 싱겁게 끝났다. 2년째 온갖 마음고생을 해왔던 최태원 회장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소버린자산운용은 결국 ‘왕따’를 당한 꼴이 됐다. 외국인 투자가 300곳 가운데 295곳이 모두 최태원 SK㈜ 회장의 이사 재신임을 반대했다고 큰소리쳤던 소버린자산운용이 10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43차 SK㈜ 정기주총에서 스타일을 구겼다. SK㈜는 최 회장의 이사 재신임 안건을 놓고 소버린측과 표 대결을 벌인 결과, 표결 참가 총 주식(1억 1500만여주)의 60.63%(7030만여주)의 찬성을 얻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반면 소버린측은 38%(4420만여주)의 반대표를 모으는 데 그쳤다. 올해 SK㈜의 외국인 지분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지난해 42%)은 더 떨어진 셈이다. ●외국인 지분 17% ‘소버린이 싫어’ 이번 표결을 분석하면 소버린은 국내 소액주주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의 지지도 제대로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에 대한 반대 38%는 소버린측 지분 14.96%와 웰링턴(6.28%), 유로퍼시픽(4.02%) 등 일부 외국인 투자가만이 동조한 것으로 분석된다.SK㈜의 전체 외국인 지분 54% 가운데 17%가량은 소버린을 외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의 표 대결 격차는 22.47%로 지난해(사외이사 선임건·격차 13.99%)보다 8.48%포인트 더 벌어졌다. 소버린측의 이같은 참패 원인은 잦은 말 바꾸기와 불투명한 조직, 독불장군식 밀어붙이기 등이 외국인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SK㈜가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을 뿐 아니라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의 뚜렷한 기업 성과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최 회장 몰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던 소버린측의 행보가 주주들의 등을 돌리게 했다는 평이다. 주총에 참여한 한 소액주주는 “최고의 경영실적을 거둔 경영진을 쫓아내는 일은 선진국에서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대목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버린측은 “최 회장의 재선임으로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인 SK㈜의 가치는 엄청나게 저평가되고, 불신임을 받는 지도력 아래 기업이 고사돼 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주는 배당이나 받아라” 지난 8일 470여명으로 구성된 SK㈜ 소액주주연합회가 소버린을 지지한다고 보도자료까지 냈던 소버린측은 이날 소액주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소액주주인 최경자씨는 “소버린은 SK㈜의 경영권에 관심을 끊고 주는 배당이나 받아라.”면서 “앞으로는 소액주주에게 안내장도 보내지 말라.”고 힐난했다. 이재석 소액주주는 “이사진의 70%인 사외이사가 추천한 최 회장을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돈만 있으면 최고냐.”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또 다른 소액주주는 “최 회장은 유죄 판결을 받지 않은 만큼 유죄라고 생각하는 소버린의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SK㈜의 핵심 역할을 하는 최 회장의 이사 재신임은 전체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운신의 폭 넓어진 최태원 회장 최 회장이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음에 따라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 자제했던 대외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 비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외국인 주주를 포함한 대다수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최 회장 이사 재신임 안건이 통과됐다.”면서 “이는 지금까지 최 회장을 중심으로 SK㈜가 추진해온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성과를 주주들이 높게 평가하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는 신뢰의 결과”라고 밝혔다. ●소버린, LG 경영권 참여도 난항 반면 소버린측은 주총에서 완패함에 따라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1조여원을 투자, 대주주로 올라섰던 ㈜LG와 LG전자에 대한 경영권 참여에도 상당한 부담을 가질 전망이다. 그러나 소버린측의 패배에도 불구,SK㈜와의 경영권 다툼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소버린측은 “법원에 낸 임시주총 소집 허가신청 관련 항고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SK㈜-소버린간 경영권 다툼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16. HP “직원교육이 경쟁력”

    [이젠 사람입국이다] 16. HP “직원교육이 경쟁력”

    정확한 평가를 통한 올바른 인사가 사람중시 기업경영의 핵심이다… 직무능력 평가의 시작은 문화적 충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도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 |팔로알토(미 캘리포니아주) 전경하특파원|휼렛패커드(HP)는 지난 2002년 직원들의 학습기록과 업무평가기록을 통합했다.15만명에 이르는 전 직원이 어떤 교육을 받았고, 직무능력은 어떠했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사내 인터넷의 직원 사진을 클릭하면 된다. 이 작업을 총괄한 데이지 잉 HP 인력개발담당 부사장은 “통합작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HP가 정보기술(IT) 업체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다. 학습평가기록과 업무기록이 통합됨에 따라 적재적소의 인사가 가능해졌다. 잉 부사장은 “정확한 평가를 통한 올바른 인사가 사람중시 기업경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평가는 위부터” 직무능력 평가와 관련, 잉 부사장은 “직무능력 평가의 시작은 문화적 충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도자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P의 경우 5단계로 이뤄진 평가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는 가장 높은 0단계에 해당된다.CEO는 1단계에 속하는 임원 및 부회장이나 사장급을 평가하고 1단계 임원 등은 2단계 임원들을 평가한다. 잉 부사장은 2단계 평가 대상이다.2단계 임원들은 다시 하위직을 평가하게 된다. 지도자의 솔선수범은 교육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난다.CEO는 지도자 교육프로그램의 첫날과 마지막날을 포함해 1년에 6차례에 걸쳐 의무적으로 직원 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HP의 교육프로그램은 4단계로 구성된다.1단계에서는 모든 직원들이 참여하며, 직원당 40시간이 투자된다. 전체 직원의 30∼40%가 참여하는 2단계에서는 교육 시작 전과 교육이 끝난 뒤 교육 내용 등을 평가한다. 전 세계 150개 지역에 있는 평가센터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평가 방식으로 이뤄진다. 3단계는 관리자급,4단계는 미래와 현재의 지도자를 위한 과정이다. 잉 부사장은 “3·4단계는 프로그램의 속성상 개발과 운영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행동 변화를 다루기 때문에 정확한 평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4단계 교육을 받는 직원은 전체 직원의 15% 안팎이다. 직원들의 특정 프로그램 학습이 끝나면 인력개발부에서 일괄적으로 직원의 교육기록을 수정하게 된다. HP의 교육담당 직원은 전문가 200여명을 포함해 800명이며, 연간 3억달러가 직원교육에 투자된다. ●세계 150개 센터서 온라인 평가 교육프로그램 개발은 철저한 수요 조사에 의해 이뤄진다. 잉 부사장은 “기존 교육프로그램이 이뤄낸 성과와 앞으로 필요한 교육프로그램 등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좋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의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에 앞서 해당분야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상품에 대한 특징 및 판매기술 등에 대해 묻는다.HP 직원들은 모두 컴퓨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두번째는 관리자 면접을 통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찾아낸다. 세번째는 HP에 충실한 고객들을 만나 그들이 HP로부터 무엇을 더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고객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어떤 직원교육이 필요한가를 평가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개발된 신상품에 대해 7개의 언어로 번역된 360개 문항에 대해 1만 1000명의 판매직원에게 이해 여부를 물었다. 또 고객들에게는 판매직원이 어떤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기를 원하는지를 문의했다. 이를 토대로 각각 8∼10명의 판매원을 책임지는 판매관리자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작성했다. 프로그램의 큰 틀은 본사에서 정하고 이를 전 세계에 적용한다. 또 컴퓨터를 통한 교육에 100% 의존할 수 없을 때에는 현지의 교육기관과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본사의 경우 스탠퍼드대학이 주요 파트너다. ●개인의 성장 가능성을 열어줘야 잉 부사장은 “HP의 장점 중 하나는 직원을 교육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재배치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소속감을 불러일으켜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출신의 잉 부사장도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에서 10년 근무한 뒤 캐나다에서 10년 근무했다. 이어 2년전부터는 미 텍사스주의 휴스턴에 근무하면서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의 근무 경험을 통해 국제감각을 키웠고, 인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lark3@seoul.co.kr ■ HP의 기업문화 |팔로알토(미 캘리포니아주) 정재삼 이화여대 교수·전경하 특파원|지난 2월 칼리 피오리나 휼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가 퇴임한 것에 대해 일부 외신은 ‘HP 가치관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지난 2001년 컴팩을 인수한 이후 실적 부진에 허덕이던 HP가 지난해 컴퓨터 판매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자 피오리나는 최고경영진 3명을 과감하게 해고했다. 전통적으로 인화(人和)를 중시하는 HP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었다. 미국은 고용시장의 유연화로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정보통신(IT)이 중심인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의 이직률은 유난히 높다. 하지만 HP는 이직률이 낮다. 동종업종인 IBM이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비해 경영학석사(MBA)가 많으며 미국 시민들의 높은 존경을 받고 있는 편이다. 이는 HP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다. ●지도력과 인간존중이 이끈 성장 HP는 1939년 스탠퍼드대 출신의 공학도인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한 주택의 차고에서 523달러로 시작한 회사다.66년이 지난 지금 연매출 810억달러,178개국에 15만명의 직원들이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성장 원동력은 창업자들이 보여준 탁월한 지도력과 인간존중의 기업문화였다. 창업자들은 1940년대에 MBWA(Management By Walking Around)를 도입했다. 상급자가 부하직원을 찾아다니며 고충을 듣고 결재도 하는 내용이다.‘목마른 사람’인 상급자가 부하직원을 찾아다니게 해 여러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도록 했다. 철저한 개방정책을 고수한 것도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HP는 자재창고도 개방돼 있다. 이로 인해 물품 낭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개방정책은 종업원들은 물론, 종업원과 경영자 사이에 생기는 오해와 불신을 없애는 효과를 봤다. 문제가 생기면 서로 솔직한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기업문화가 발전했다. 회사의 수익 일부를 사회로 환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IT가 큰 자산 HP의 인적자원개발 기초는 평생학습 지원이다.HP는 모든 구성원이 유연하며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IT같이 빨리 변하는 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직원 모두가 자신을 개발시키려고 노력해야만 HP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HP가 IT업체라는 사실은 평생학습을 실행하는 데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HP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학습 도구를 갖고 있다. 인터넷상에 구현된 가상교실이나 학습자 프로그램 등을 통해 모든 직원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다. 2004년 한해 동안 57개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인터넷상의 교육시스템을 방문한 건수는 100만건을 웃돌았을 정도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소비자와의 접촉이 많은 소매업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행해진다. 현재 HP는 소매업자 관리팀에 상담기술과 주요 영업이슈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 중이다.HP는 교육이 끝난 개별 팀이 3년 안에 각각 3배의 이익신장을 이끌어낼 것이라 보고 있다.HP 회사 전체로는 3억 7500만달러에 달한다. HP는 또 모든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경력개발 계획을 만들어 상급자와 의논하도록 권유한다. 직원들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해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하는 ‘Learning on Demand’도 가동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는 지난 2002년 학습관리시스템(LMS)과 업무평가관리시스템(PMS)을 통합한 것이 큰 자산이 됐다. 두 시스템의 통합은 인적자원과 정보기술 부문의 협력을 통해 가능했다. 개인은 학습프로그램을 이용해 직무능력 향상과 연계시킬 수 있다.HP는 이 시스템의 통합으로 모든 정보가 인터넷상으로 공급됨에 따라 2700만달러를 절약했다고 밝혔다. chungjaesam@korea.com
  • [이도운 특파원 워싱턴 저널] ‘北核’ 왜 안풀리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왕자루이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북핵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이후 보름이 지났지만 6자회담 재개문제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이처럼 북핵 문제가 풀리지 않는 1차적 원인은 북한과 미국간의 불신과 경멸에서 비롯된 대립 때문이다. 하지만 대외적인 상황을 거론하기에 앞서 북핵 문제를 다루는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보수, 진보간의 갈등 여전 현재 정부 내에는 대북 정책과 관련해 3가지 괴리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보수와 진보간의 해묵은 갈등이다. 지난달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딕 체니 부통령을 면담했다. 그날 밤 뉴욕타임스에 “체니 부통령이 반 장관에게 북한에 비료를 주지 말도록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흘 뒤 반 장관이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을 만난 뒤에도 언론을 통해 울포위츠가 비료 지원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사실이 공개됐다. 백악관의 체니 부통령실로 전화를 걸어 비료 지원에 반대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체니 부통령의 보좌관은 “여러가지 현안을 논의했고, 일부 사안은 제법 깊이 있게 들어갔다.”고 전하고 “그러나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므로 대화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통화 말미에 “아무튼 뉴욕타임스 보도는 우리와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고 두번 강조했다. 펜타곤에도 전화를 했지만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부통령실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그렇다면 누가 발설한 것일까? 정부는 어떤 경로를 통해 관련 보도가 나갔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문제의 보도는 미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상황에서도 북한에 비료를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는 정부내 인사가 흘렸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의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이같은 이견은 수렴,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간 이견 둘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간의 인식차다. 얼마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했을 때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에 하는 말인지, 정부에 하는 말인지….”라며 난감해 했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1차 정상회담의 후속조치가 계속 이어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실효성 없는 정상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의 불합리한 행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용도 중요하지만,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상호주의’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대외정책 담당자 가운데는 국민의 정부에서 발탁된 인사들이 많아 여전히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큰 편이다. ●정책과 정치의 괴리 셋째는 정책과 정치간의 괴리이다. 과거처럼 북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정략화하는 사례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정치적인 고려로 남북관계의 현실이 왜곡되는 현상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 고위관료의 경우 재임중에 업적을 남기기 위해 남북관계의 현실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가려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미정책 부서는 미국과의 이견과 갈등을 애써 감추며 한·미관계가 좋고,6자회담은 곧 재개된다고 되뇐다. 또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남북회담을 계속하기 위해 때로는 정부의 훈령과 어긋난 협상을 이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치된 모습과 일치된 목소리(One Look,One Voice)’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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