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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모아’선 희망 못찾는다?

    ‘희망모아’선 희망 못찾는다?

    “‘희망모아’에는 희망이 없었습니다.” 14개 금융기관에 진 빚 4400만원 때문에 밤낮없이 빚독촉에 시달려 온 이모(33·여)씨는 최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차 배드뱅크인 ‘희망모아’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씨가 빚을 진 금융기관의 일부만이 희망모아에 참여하고 있어 모든 채무를 조정받을 수 없는 데다 원금의 3%를 선납금으로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1차 배드뱅크였던 한마음금융과 ‘월 38만 9000원씩 8년 동안 상환한다.’는 내용의 채무조정 협약을 맺고 꾸준히 이행하다 지난 2월 탈락하고 말았다. 한마음금융에 참여하지 않은 금융사들의 빚도 계속 갚아나가야 했기 때문에 월 수입 100만원으로는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결국 이씨에게 1,2차 배드뱅크는 모두 그림의 떡이었다. ●희망 못주는 희망모아 지난달 16일부터 채무조정 신청을 받고 있는 ‘희망모아’가 신용불량자들에게 절망만 안겨준다는 지적이 높다. 자산관리공사(KAMCO)가 자산을 관리하고 22개 신용정보회사가 추심을 맡는 형식으로 설립된 희망모아는 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4∼5%의 싼 가격으로 사들인 뒤 채무자들의 상환액을 금융기관에 배당한다. 이자가 면제돼 원금만 상환하면 되지만 3개월 이상 연체할 경우 면제된 이자까지 추심한다. 그러나 6일 현재까지 대상자 126만명 가운데 1%도 안 되는 1만여명만이 채무조정을 신청했다. 하루 5만여건에 이르던 문의전화도 뜸해졌다. 특히 신청자 가운데 상당수가 중도포기할 의사를 갖고 있고, 전화 상담도 대부분 “신청하지 않으면 어떤 추심을 받게 되느냐.”는 내용이다. 지난달 30일 채무조정을 신청한 김모(41)씨는 “열흘 안에 선납금을 내야하고,7년 동안 계속 연체하지 않을 자신도 없어 채무조정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불자들의 ‘불신’이 심해지면서 희망모아가 한마음금융보다 훨씬 못한 ‘실패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620개 금융기관이 참여했던 한마음금융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180만명을 대상으로 채무조정 신청을 받았지만 겨우 18만명이 접수했고, 이중 2만여명이 탈락했다. ●금융기관 장삿속 가장 큰 문제는 금융기관들의 저조한 참여다. 희망모아에 참가한 금융기관은 31개에 불과하다. 특히 신불자들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카드사(6곳)와 할부금융사(4곳)의 참여가 부진하다. 참여 금융기관들도 조금이라도 회수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부실채권은 직접 추심에 나서거나, 좀더 비싼 가격에 제2금융권으로 팔아넘기고 있다.8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제2금융권에 판 A은행의 관계자는 “어차피 회수가 불투명한 채권을 좀더 비싸게 쳐주는 곳에 파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참여 금융기관에 빚을 진 신불자라도 해당 기관이 채권을 넘기지 않으면 채무조정을 받을 수 없다. 현재 신불자가 된 다중채무자는 365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불과 55만명이 신용회복위원회 워크아웃이나 1,2차 배드뱅크 등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고 있으며, 이들 중에서는 탈락자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이선근 본부장은 “금융기관 협약체 형태의 배드뱅크가 신불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채무 면책이 가능한 개인 파산과 같은 공적회생제도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염동연 “李총리 경거망동 말라”

    염동연 “李총리 경거망동 말라”

    국정운영 위기의 진단과 해법을 둘러싼 당정간 이견이 정면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여권 전반의 자중지란 양상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특히 이해찬 총리의 ‘측근 발호’ 발언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발끈하고 나서는 등 현 정부 실세그룹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청와대가 감사원의 유전 의혹 감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것도 심상찮은 기류다. 이런 가운데 당·정·청은 3일 워크숍을 갖고 봉합을 시도했지만, 정부 정책에 대한 당 중진들의 강한 질타와 비난이 쏟아지면서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盧최측근의 반격 염 위원은 이 총리가 전날 대통령 측근과 사조직의 부패 가능성을 언급한데 대해 “이 총리가 경거망동하고, 총리로서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염 위원은 “이 총리야말로 참여정부의 영광과 권력을 다 누린 실세 중의 실세이고, 측근 중의 측근”이라면서 “도대체 대통령의 측근들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총리야 말로 실세 중의 실세” 그는 “총리가 지목한 측근들이 참여정부 들어 한 일이라곤 악역을 자처하고 집중적인 견제와 비판의 대상이 돼 온 일 밖에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염 위원은 “권력을 남용한 사례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면서 “만약 실세들이 국정에 개입하고 권력을 농단할 수 있었다면 역사상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가진 총리의 책임 아닌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 대통령의 당선에 공헌한 호남지역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염 위원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에 대해서도 “구두닦이도 허가를 내야 하느냐.”라고 꼬집은 뒤 “민생에 결정적 타격을 준 총리는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총리는 정권의 레임덕을 부채질하려는 불순한 기도에 흔들리지 말라.”고 꼬집었다. ●당정갈등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도 앞서 이 총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조찬강연에서 “지금이 (대통령)측근이나 사조직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면서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건 해야겠다는 세력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 당정청 워크숍 이날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가비전 당·정·청 워크숍’에선 당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홍재형·강봉균 의원 등 ‘경제통’들이 정부 공격의 선봉에 섰다. 재경부장관 출신인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주택경기 위축시키면 내수경기 회복은 제 경험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부의장은 청와대를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청와대가 인위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지 않겠다고 했던 시각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경제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재형 의원은 “철도공사가 유전사업을 하고 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을 하는 것은 너무 아마추어리즘 아니냐.”면서 정부 정책을 폄하했다. 자영업자 대책에 대해서도 ‘한심한 정책’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정 관계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참석한 청와대측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이 지침으로 인식되는 것은 오해”라면서 “크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참석자들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했지만 토론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불신의 골이 깊어 여권내 진통은 조기수습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석 박지연기자 pjs@seoul.co.kr 2. 당정청 워크숍 이날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가비전 당·정·청 워크숍’에선 당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특히 홍재형·강봉균 의원 등 ‘경제통’들이 정부 공격의 선봉에 섰다. 재경부장관 출신인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주택경기 위축시키면 내수경기 회복은 제 경험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 수석부의장은 청와대를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청와대가 인위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지 않겠다고 했던 시각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경제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재형 의원은 “철도공사가 유전사업을 하고 도로공사가 행담도 개발을 하는 것은 너무 아마추어리즘 아니냐.”면서 정부 정책을 폄하했다. 자영업자 대책에 대해서도 ‘한심한 정책’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당정 관계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참석한 청와대측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이 지침으로 인식되는 것은 오해”라면서 “크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참석자들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했지만 토론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불신의 골이 깊어 여권내 진통은 조기수습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석 박지연기자 pjs@seoul.co.kr
  • [데스크시각] 한국문화의 화려함,그 속사정은…/김성호 문화부장

    한국의 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은 이제 더이상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대중문화든 순수예술이든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에 회자되는 한국문화와 문화예술인들은 일일이 예를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우선 한류로 대변되는 대중음악과 드라마의 강세가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인들의 관심을 높여가고 있고, 국제영화계에 돌풍을 일으킨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인들의 눈길과 발길을 속속 한국으로 돌리게 만들고 있다. 세계 정상의 해외무용단에서 한국 출신의 무용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일본 대중음악계를 놀라게 만든 스타 보아만 하더라도 지난 2월 일본에서 발매를 시작한 첫 베스트앨범 ‘BEST OF SOUL’이 마침내 100만장 판매를 돌파했다. 올해 일본에서 발매된 여성가수의 작품으로 100만장 돌파는 보아가 처음인 만큼 일본인들이 호들갑을 떨 만하다. 일본 열도와 홍콩 등 아시아권을 휩쓸고 있는 ‘욘사마’‘뵨사마’ 열기는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한국의 젊은 작가 13명의 작품 17점 가운데 14점이 호가로 낙찰되어 주목을 끌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1일 폐막된 제58회 칸영화제에서 비록 한국영화는 이렇다 할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에 쏟아진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영화인들은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해외에서 한국문화에 쏟아지는 찬사나 외형상의 성세와는 달리 최근 들려오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상황은 썩 좋아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한국이 주관하는 영화제며 도서전을 비롯한 각종 국제 규모의 행사가 삐걱거려 눈총을 받고 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영화감독의 작품이 관객에게 외면당한다는 비보도 들린다. 당장 다음달 14∼23일로 예정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파행진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집행부에 대한 불신으로 영화인들간 내홍이 불거진 이 영화제는 현상태로 봐선 조직위원장과 이사진은 물론, 실질적인 집행위원장도 없는 상태에서 양분된 채 비상체제로 진행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영화제 사무국 프로그래머팀이 출품 섭외를 위해 지난 칸 국제영화제를 분주하게 뛰었지만 국내 영화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적지 않은 영화감독과 배우들이 작품 출품이나 참가 거부를 선언했고 영화인회의와 영화감독협회 등 단체들도 ‘보이콧’에 나서 자칫 국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상태다. 부천영화제의 파행과 함께 3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2005 서울국제도서전’에 쏠리는 문화계 안팎의 시선도 곱지 않다. 명색이 국제도서전인데도 사실상 국내외 출판사간 저작권 거래가 거의 없어 국내 출판사끼리의 동네잔치로 치러질 전망이다. 독일에서 10월 열릴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본 행사에 앞서 진행된 한국 주빈국 행사도 현지에서 부실하게 진행돼 빈축을 샀다. 해외도서전 주빈국에 열을 올리기에 앞서 국내 출판산업 살리기에 우선 신경을 써야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결국 바깥의 화려함보다는 안으로부터의 실속을 챙기고 기초를 먼저 다져야 한다는 충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할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Ⅲ-시스의 복수’가 개봉 첫 주말 전국 63만명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는 사실에 얹혀 ‘단관개봉’을 선언하며 실험에 나섰던 김기덕 감독의 신작 ‘활’ 참패 소식이 씁쓸함을 더한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흥행이 다반사이고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란 점에서 스타워즈의 국내 흥행성공은 썩 대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영화 개봉때 일단 스크린부터 확보하고 봐야 한다.’는 영화판의 관행에 딴죽을 걸고 고집을 밀어붙였던 한 감독의 자부심이 꺾인 것 같아 아쉬움에 앞서 걱정이 더한다.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문화가 뻗어나가고 인정받음은 기분좋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의 화려함 이면에 쌓여있는 국내 문화예술계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언제까지나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의 ‘단관개봉’ 참패를 보는 시선이 더 무거운 것이다. 김성호 문화부장 kimus@seoul.co.kr
  • [클릭이슈] 사실상 물건너간 ‘내년 1월 개청’

    [클릭이슈] 사실상 물건너간 ‘내년 1월 개청’

    참여정부가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강도 높게 추진중인 방위사업청 신설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방사청 신설의 근거가 될 입법(立法) 작업은 물론 군무원의 일반직 신분 전환문제 등 어느 것 하나도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업을 진두 지휘해 온 이용철(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국방 획득제도 개선단장마저 사의를 표명, 책임자 궐석 상태가 보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내년 1월 개청은커녕 신설 자체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정치권 일각선 불법 정치자금 조성 관여 우려 연간 10조원 대에 이르는 무기·군수품 도입을 전담할 방사청을 국방부 외청으로 둔다는 방안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현재 국방부와 각 군 등 몇 곳으로 분산돼 있는 획득업무를 한 곳으로 묶을 경우 권한 집중에 따른 폐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순기능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역기능이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방위사업청은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차관급을 청장으로 하는 외청 신설은 참여정부의 ‘작은 정부’ 취지에도 안 맞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당의 방사청 신설 반대 논리의 바닥에는 과거 대형 무기도입 사업 과정에 간혹 불거졌던 부정부패를 의식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 즉 국방장관의 통제도 받지 않는 외청이 신설돼 획득업무를 전담할 경우, 대형 무기도입 등의 사업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조성에 관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의 한 국방위원은 “의사 결정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외청의 경우 권력을 쥔 특정세력의 지시에 따라 정치자금 조성에 관여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라고 말해 이같은 우려 섞인 시각을 반영했다. ●내년 초 출범 어려울 듯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방사청 설립을 반대하고 민주당 등 일부 야권이 지금처럼 이에 계속 가세한다면, 방사청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정부로서는 국방개혁의 핵심 요체로 선언한 방사청 설립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그동안 방사청 설립을 주도해 온 국방 획득제도 개선단의 이 단장이 지난달 중순 사의를 표명한 뒤 출근도 하지 않고 있어, 개선단은 ‘기형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단장이 무기체계 비(非)전문가였던 점을 감안해 후임자는 획득업무에 경험이 있는 예비역 장성이 임명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단장 공석이 계속되면서 방사청 설립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악성 소문까지 나돌자, 개선단측은 최근 정부측에 단장 후속인사를 가급적 빨리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장은 방사청 신설에 자신이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 주변에서는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방사청의 내년 1월 출범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초 출범을 위해서는 지난 4월이나 늦어도 6월 임시국회에서는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국회 통과가 난망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윤광웅 장관이 금명간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통해 각종 대형 무기도입 사업 등 방사청 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계속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나, 야당이 얼마나 협조해 줄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국방부 주변에서는 최악의 경우 외청은 아니더라도 획득업무를 총괄하는 본부(본부장 차관급)체제로 변환시켜, 이를 국방부 편제 내로 두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국방부와 조달본부, 국방품질관리소, 합참, 국방과학연구소, 육·해·공군의 획득 업무 관련 부서를 통합은 하되, 국방부 편제내로 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획득제도개선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외청을 포기할 경우 투명성 등이 담보되지 않아 사업관리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투명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기 곤란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방위사업청 통합대상 기관에 근무중인 군무원 600여명의 일반직 신분전환을 둘러싸고 2직급 하향 조정안이 거론되자,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집단행동 움직임마저 나타나 역시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정부 신설추진 방위사업청은 차관급 청장에 사업관리본부와 정책기획본부 등 2개 본부 체제로 출범할 예정이며, 전체 직원은 2200∼23000명선으로 예상된다. 현재 방위 사업 담당부서의 민간인 대 현역 비율은 대략 반반씩이지만, 방사청은 6대4로 민간인 비율이 높다. 늘어난 민간인들은 정책기획본부의 정책 결정 부서에 투입될 예정이며, 핵심부서인 8개 팀의 사업부는 전문성과 무기체계 운영 경험이 풍부한 현역 군인들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무기 도입을 맡게 될 핵심 부서는 사업관리본부 산하의 사업부로 지휘·통제·통신·전자와 기동전력, 함정, 항공기, 방공, 정찰, 정보 등 모든 무기체계를 8개 분야로 나눠 통합·관리하게 된다.
  • [열린세상] 北·美 각각 설득해 북핵 해결하자/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북핵문제가 파국과 해결의 갈림길에 접근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 선언, 미사일 발사에 이어 5㎿핵발전소의 폐연료봉 인출로 긴장을 고조시켜 가고, 미국은 북한체제 전환 모색, 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 및 종합적 제재방안 강구로 대북 강경책을 구체화함으로써 북·미 갈등이 고조되는 한편 희망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먼저 북·미 실무회담이 열리는 뉴욕채널이 재개되었다. 남북실무회담을 통해 10개월간 중단되었던 남북대화가 복원되어 핵문제를 논할 수 있는 장관급 회담도 2회이상 열리게 되었다. 정상회담 개최로 한·미 공조도 최고 수준에서 조율될 수 있게 되었다. 북한은 핵포기-미국의 체제보장 교환, 또는 핵보유를 통한 대미억지력 확보라는 이중 포석을 두어왔다. 특히 핵보유 선언에 미국이 무대응과 압박 강화로 대응하자 긴장을 점진적으로 고조시켜 왔으나 이제 궁지에 처하게 되었다.5㎿핵발전소에서 인출한 폐연료봉의 재처리가 마지막 긴장고조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실험 강행은 자승자박을 의미하므로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그 경우 한국·중국·러시아는 미국의 대북제재를 더이상 막기 어려울 것이고 무엇보다 북한에 50%이상의 에너지와 식량을 제공해 온 중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비판 여론을 업고 중국·한국·러시아·일본을 동원하여 전면적인 압박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몸값불리기 작업을 거의 종료한 북한은 이제 협상 개시 명분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위험성을 부각시켜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 여론을 확보하면서, 동북아에서 군사안보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미군의 지위를 강화하고 일본·중국·대만·남북한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모색하는 한편 미사일 방어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를 정지시킨 반면 부시 행정부는 결과적으로 이를 용인하였으며 이제 또다시 북한이 6개 이상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자 대내외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한국의 견제로 대북제재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자신의 대북정책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북·미 양측은 협상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사담 후세인의 운명을 교훈삼아 일방적으로 굴복하거나 대충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역시 북한이 핵실험 등으로 한계선을 넘어서면 북한을 쉽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양측은 상대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갖고 있다. 정부는 직접 또는 중국 및 러시아의 중재로 북·미간 부족한 신뢰를 보강해 주려는 그간의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양측에 상대를 불신하더라도 타협이 유리함을 납득시켜야 한다. 북한에는 초강대국인 미국의 양보를 얻는 것은 사실상 무모할 뿐 아니라 자기가 믿지 않는 미국 단독의 체제보장을 받는 것보다는 미국을 포함한 한·중·러·일 5개국 공동 보장이 더욱 유리하며, 부산물로 상당한 경제협력을 얻을 것이므로 후세인처럼 실기하지 말고 조속히 현명한 판단을 내리라고 촉구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에는 북한의 핵보유가 일본·한국의 핵보유로 이어지면 동북아 평화뿐 아니라 미국의 위상도 결정적으로 저해받을 것이라는 점에 의거, 북핵의 평화적 저지가 절실함을 강조한 뒤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승리하는 정책을 제안하여야 한다. 즉 미국 국력의 100분의1도 안 되는 북한에 한번의 관용을 베풀어, 평화공존 의지나 협상기간 중 적대행위 중지를 선언함으로써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도록 한 뒤, 핵포기와 체제보장 교환에 합의하면서 북한이 이를 어길 경우 5개국 공동 제재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존경심을 회복하고 국익도 지키는 정책을 채택하도록 권해야 한다. 현재 북핵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뿐 아니라 남북 협력과 한·미동맹마저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여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사설] 헷갈리는 균형자론 언급 자제하라

    동북아균형자론이 갈수록 그 해석이 복잡해져 가고 있다. 한마디로 헷갈릴 지경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동북아균형자론을 언급했을 때는 동북아 질서가 미·일 대 중·북·러 등의 구도로 발전되면 한국이 그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미동맹의 균열까지 거론됐고, 실제 미국은 균형자론 등장 이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동북아균형자론은 한국의 균형자 역할은커녕 오히려 미국과 일본과의 불신만 증폭시킨 꼴이 됐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동맹을 새삼 강조하고 균형자론을 해명하는데 공연한 헛고생만 한 셈이 됐다. 외교는 말과 구호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리 어떤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할 일도 못 된다. 그런 점에서 균형자론은 아무리 우리에게 유리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내놓고 피아를 가릴 사안이 아닌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게야 동북아의 균형자가 되겠다면 시원할지 모르지만 주변강국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일본과 중국과도 실리외교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또 균형자론을 언급했다. 일본이 군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준비한 것이라며 우리의 역사에 대한 반성과 일본에 대한 우려가 균형자론의 양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윤태영 제1부속실장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동북아 미래정세의 변수를 중국이나 일본으로 보고 있다고 균형자론의 배경을 설명했다. 무엇을 겨냥한 설명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심지어 외교통상부의 천영우 외교정책홍보실장은 ‘동북아 역내의 최후의 균형자는 미국’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외교정책을 말하는 것인지 어설픈 이론을 내놓은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다. 솔직히 동북아균형자론이 실익도 없이 괜한 평지풍파만 일으켰다면 더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옳다. 이런 식으로 희망사항도 아니고 변명도 설득도 아닌 모호한 수사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 [민선 지방자치 10년] ②전문가들이 본 10년 명암

    [민선 지방자치 10년] ②전문가들이 본 10년 명암

    민선 지방자치 10년을 평가하는 심포지엄이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주민이 체감하는 민선자치 10년’이란 주제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주최한 심포지엄의 사회는 김익식(경실련 상임집행위원) 경기대 교수가 맡았고, 임승빈(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명지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토론에는 심재덕 열린우리당 의원,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실장, 이목희 서울신문 논설위원, 이기우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김재석 지역경실련협의회 사무처장,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 정재근 행자부 자치제도팀장 등이 나섰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소개한다. 국가의 발전단계에서 현대화는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척도다.1951년부터 10년간 잠시 시행했다.95년 부활됐지만 현대적 지방자치 형태를 완성했다고 볼 수 없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논리 가운데 하나가 권력집중과 수도권 과밀화, 지방침체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자치 실시 후에도 권력의 중앙집중과 인적·물적 수도권 집중은 지속됐다. 이는 지방자치가 외형적으로 실시됐고 내실있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주민이 선출하는 데 그친 외형적인 지방자치제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지방자치제가 이뤄지도록 분권화가 돼야 한다. 10년 동안 제도개선에 중점을 뒀지 주민의 삶과 관련된 정책은 매우 미흡했다. 지역격차는 더욱더 발생했다. 지방의 공동화는 가속되고 있다.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권한은 강화됐지만 주민의 권한과 책임은 강조되지 않았다. 분권과 자치는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시민이 수혜자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의견을 반영해 터전을 가꿔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참여할 수 있는 통로 확충이 필요하다. 또 지역사회의 공론을 모으는 지역정치가 필요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주민의사를 과잉대표하고, 일반 주민들은 지역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정리가 필요하다. 이들 기관은 종적으로는 연계성이 강하나 횡적으로는 연계성이 없다. 그 결과 유사한 정책을 중복 집행해 행정낭비를 초래한다든가 혹은 기관간의 비협조로 정책 능력을 저하시킨다. 과감한 지방이양을 통해 각 주체의 책임성과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 더불어 시·도-시·군·구 자치기능의 중복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의 구역은 자치단체의 통치권 또는 자치권이 미치는 범위를 의미한다. 도시화·정보화의 진전은 행정구역 개편에 관한 필요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구역은 국가가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지방에 정한 행정구역과는 다르다. 지방자치는 지역사회 주민과 가까운 데서 주민의 일상생활에 관련된 공공업무를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히 소규모·기초적인 자치단체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더 큰 문제를 내포한다. 전국을 50∼60개 정도의 광역으로 나누고 도시부는 1층제로, 농촌부는 2층제로 하자는 것은 행정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극심한 인구변화를 간과했다. 행정구역 개편을 단지 인구기준과 재정력 규모로 삼으면 안 된다. 또한 지나치게 큰 지방정부는 주민참여의 한계로 비민주적 정책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갈등해소를 위한 수단이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주민의 유기적인 생활기반 마련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행정구역 개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적정한 사무배분 기준을 만들고 도의 기능을 축소해 주민들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자치행정구역 개편으로 유도해야 한다.
  • 유럽헌법 네덜란드도 부결 가능성

    |파리 함혜리특파원|네덜란드에서 유럽헌법 비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1일 치러진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여론조사 결과 반대 여론이 과반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가 큰 표차로 유럽헌법을 부결시킨 터여서 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반대 비율은 56%,52%,51%로 찬성 비율을 따돌리고 있다. 프랑스에 이어 네덜란드까지 유럽헌법을 거부할 경우 헌법 비준 절차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헌법안 재협상 압력과 통합 속도 조절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중도 우파 정부를 이끄는 얀 페터 발케넨데 총리는 30일 프랑스의 투표 결과에 좌우되지 말고 스스로의 결정을 내려달라며 찬성을 호소했다. 그러나 다수의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헌법 거부보다는 국내 정치에 대한 불만을 대신 표출할 것으로 보여 정부의 막판 비준 노력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중도 우파로 구성된 찬성 진영은 지난주 헌법 지지율이 다소 높아진 현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 모리스 데 혼트의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인의 80%가 EU를 지지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EU 통합이 너무 급속하게 진행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또 터키의 EU 가입 추진을 꺼리고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지속된 물가 상승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다. 이번 투표는 1160만여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된다. lotus@seoul.co.kr
  • [월드이슈] 보유 vs 비보유 갈등못풀면 NPT ‘유명무실’

    [월드이슈] 보유 vs 비보유 갈등못풀면 NPT ‘유명무실’

    27일(현지시간) 폐막되는 핵확산 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최종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될 것이 확실시된다.1970년 발효 이후 35년 동안 갖가지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핵 확산을 억제하는 데 기여해온 NPT 체제가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한층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핵 없는 미래’를 위한 국제적인 합의 틀을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간 다양한 이견 조율 실패 이번 평가회의는 188개 회원국이 참가한 가운데 핵보유국의 군축, 비보유국의 확산 억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쟁점을 3개 위원회 별로 논의해 26일과 27일 열리는 본회의에 회부, 채택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개막 열흘이 지난 11일에야 의제 선정을 마무리짓고 또 절차 논의에 일주일을 허비하느라 정작 각국의 다양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교도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이들 3개 위원회 모두 합의문 초안 마련에 실패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세르지오 데 퀘이로즈 두아르테 의장 직권의 성명 채택으로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합의문 채택을 어렵게 만든 핵심적인 이견은 역시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문제였다. 원자력 개발을 빌미로 민감한 핵시설에 접근하는 이란을 막기 위해 미국은 IAEA에 독자 사찰권 등을 부여하자고 주장했지만 이집트 등 비동맹 국가들은 미국이 2000년 평가회의 합의부터 이행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북한 핵에 대해서도 합의문 초안에 6자회담 당사국들의 합의 내용을 명기하자고 미국은 종용했지만 중국은 6자회담에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안된다고 버텼다.NPT를 탈퇴한 북한에 핵관련 물자를 반환하도록 요구하는 합의문 초안이 추진됐지만 이 역시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핵 비보유국들은 보유국이 핵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조약 등으로 확약할 것을 요구했으나, 미국 등은 문서 보장을 거부하며 “NPT 의무를 준수하는 국가만이 안전보장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맞섰다. ●태생적인 한계 드러났을 뿐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NPT체제에 내재된 불평등에 있다고 많은 군축 전문가나 시민단체들은 판단한다. 미국의 카네기재단과 같은 곳도 이런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우선 보유국의 군축은 강제 조항이 아니며 사찰 의무도 없는 반면, 비보유국은 핵무기 제조와 보유를 금지당하고 사찰까지 받아야 하는 점이 꼽힌다. 또 프랑스·중국 등이 부분 핵실험을 지속하는데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으며 인도·파키스탄처럼 NPT 체제 밖의 핵무장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라는 점이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핵무장을 포기한 비보유국들에 대해 보유국의 핵공격 위협을 과연 막아줄 수 있느냐는 원천적인 의심도 자리하고 있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에다 미국과 러시아 등 핵 강국의 리더십 부재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5년전 평가회의와 달리 이번엔 보유국의 공동선언이 나오지 못했다. 당시 보유국은 핵실험 금지조약 준수를 선언하고 13단계 군축 이행을 약속함으로써 비보유국들의 불만을 달랠 수 있었고 그 결과 합의문 채택이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는 보유국의 입장 통일도 없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외교 지도력 결핍이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인도의 PTI통신이 지적한 것처럼 미국이 소형 핵폭탄이나 벙커 버스터 무기 등을 꾸준히 개발하는 한편, 이미 20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도 이를 부인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듯한 미국의 태도가 회원국들의 불신을 부채질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가 회의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브로슈어에 96년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과 2000년 한해 동안의 핵 관련 논의를 통째로 누락한 것을 주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각국 대표도 많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무기감축 전문가인 조제프 시린치온은 “미국 정부가 국제적 합의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모습은 놀라운 것”이라고 말했다.‘있으나마나’ 한 조약으로 NPT를 전락시킨 것은 미국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킨 셈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이총리 “사설정보지 구독 엄단”

    이해찬 국무총리는 불법 사설정보지 구독을 금지하고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절대 누설하지 말 것을 전 공무원에게 특별지시했다. 이 총리는 26일 특별지시문을 통해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유언비어, 흑색선전 등의 유포를 초래해 명예훼손, 정부불신, 기업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불법 사설정보지의 생산·유통은 개인의 인격을 침해할 뿐 아니라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불법 사설정보지를 구독하거나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에 따라 징계하는 등 엄중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도 감사과정에서 유출돼서는 안되는 내부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보고 감찰반을 동원해 내부 감찰을 강화하고 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조기유학 말리고 싶어요”

    “조기유학 말리고 싶어요”

    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요즘 고교 2학년인 아들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아이의 장래를 망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돌이키면 그때 조기유학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현재 아들 정모(17)군의 성적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정군이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난 것은 지난 2001년. 영어도 익히고, 경험을 넓혀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박씨의 판단이었다. 다시 돌아올 경우에 대비해 국내 학교 진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참고서를 별도로 사서 보냈고, 현지에서 보습학원까지 보냈다. 그러나 언어가 통하지 않은 정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고, 부모와 떨어져 있는 외로움에 술과 담배를 배웠다.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려 대마초에도 손을 댔다. 박씨는 결국 정군을 1년만에 억지로 데려왔다. 학부모 김모(여)씨도 요즘 나아질 줄 모르는 고3 아들의 성적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001년 중학교 2학년 당시 아들을 호주 멜버른으로 조기유학을 보냈지만 1년만에 효과도 없이 되돌아와야 했다. 원래 소심한 성격에 사춘기까지 온데다 부모와 떨어져 혼자 지내면서 공부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년의 공백은 컸다. 학교 환경도 달라지고 공부도 따라잡기 힘들만큼 뒤처져 있다. 자녀를 조기유학 보낸 학부모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영어에 익숙해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큰 효과를 봤다는 부모는 찾기 어렵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조사해서 성적이 가기 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를 24일 내놓았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홍원 학교교육연구본부장이 공개한 ‘조기유학에 관한 국민의식과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를 조기유학시킨 학부모 316명과 학생 34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자녀의 학업성취도가 ‘상위 10% 이내’라고 답한 학부모는 유학 가기 전 50.4%에서 31.4%로 크게 줄었다. 반면 ‘하위 50%’라고 밝힌 학부모는 4.3%에서 14.7%로 크게 늘었다. ‘친지나 친구에게 자녀의 조기유학을 권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적극 권유하겠다.’는 응답이 15.4%에 불과한 반면 ‘말리거나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응답은 84.6%였다. 한편 학부모 3633명, 교사 555명, 조기유학 업무 담당자 196명 등 4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기유학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는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학부모의 55.7%, 교사의 59.4%가 조기유학에 반대했으며, 그 이유로는 ‘성공보다 실패 가능성이 크다.’‘가족 별거에 따른 문제가 많다.’‘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이 가중된다.’ 등을 꼽았다. 학부모들은 또 조기유학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불안하고(67.9%), 매년 증가하는 조기 유학자와 비용을 보면 걱정스럽다(90.7%)고 답했다. 그러나 여건만 되면 조기유학을 보내고 싶다는 응답도 34.4%에 이르러 조기유학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中, 北에 핵포기 설득을” “6자회담 당분간 힘들것”

    “中, 北에 핵포기 설득을” “6자회담 당분간 힘들것”

    |베이징 이종수특파원|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24일 “북·미 사이에 오랫동안 대결구도와 불신이 쌓여 당분간 6자회담이 재개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후 주석은 이날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고 대화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은 중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전제한 뒤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앞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중국이 노력해준 데 감사드린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중국과 같은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야 하고 핵을 갖고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앞으로도 잘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후 주석은 “지난 2년 동안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설득했다.”며 “침체상태에 빠진 6자회담에 최근 새 움직임이 나타나 주목하고 있는데 한 가닥 희망이 있는 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후 주석은 이어 “최근 며칠 동안 북·미가 서로 적극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이는 쌍방이 대화와 협상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중국은 당분간 경제 건설에 모든 힘을 쏟아부을 것인데 이를 위해서도 훌륭한 주변 환경과 평화로운 국제 환경이 절실하다.”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그동안 신뢰를 바탕으로 21세기 동북아시아 연대를 통한 공동 발전을 추구했듯이 앞으로도 동반자로서 공동 번영을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vielee@seoul.co.kr
  • 왕자루이 “北 핵실험 여부 中이 결정 가능”

    왕자루이 “北 핵실험 여부 中이 결정 가능”

    |베이징 이종수특파원| 왕자루이 (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23일 북한의 핵실험설과 관련,“북한의 핵실험 여부는 중국이 북한을 대신해서 결정할 수 있다.”며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부터 5일간의 방중(訪中) 일정에 들어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면담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왕 부장을 만나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유능한 중재자가 필요한데 바로 중국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왕 부장은 “지난 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한 비핵화·북핵 폐기·한반도 안정’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전달한 뒤 6자회담 복귀를 권유했다.”면서도 “북·미간 불신이 장기화돼 단기간에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소신이자 한나라당의 입장인 ‘당근과 채찍’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날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탕자쉬앤(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 등 고위 인사들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vielee@seoul.co.kr
  • [클릭 이슈] 항만 노무공급 상용화 진통

    [클릭 이슈] 항만 노무공급 상용화 진통

    지난 19일 인천항운노조 집행부가 정부측에 항만 노무공급 상용화(하역회사별 상시고용) 추진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공식요청한 것은 상용화의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6일 전국항운노조연맹, 한국항만물류협회, 해양수산부 등 항만 분야 노·사·정 3자가 내년부터 인천항과 부산항 노무공급권을 노조 독점에서 상용화로 전환한다는 협약을 체결한 지 불과 13일 만의 일이다. 사용자격인 하역회사들 또한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등 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상용화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는 당위와 큰 틀에서 합의됐지만 ‘끝나는 지점’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일반 노조원들의 반발 인천항운노조의 태도 ‘돌변’은 일반 조합원들의 반발이 촉매가 됐다. 이들은 집행부가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노사정 협약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자 “일반 조합원들의 의견은 묵살된 채 대의원들만의 찬반투표로 결정됐다.”며 ‘상용화 저지를 위한 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집행부에 반기를 들었다. 일반 조합원 상당수는 이번 상용화가 각종 비리를 저지른 노조 간부들이 면죄부를 받기 위해 추진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급속히 세를 모아 전체 조합원 1909명 가운데 1242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나아가 투쟁위 소속 조합원들은 지난 19일 치러진 대의원선거(정원 55명)에 28명이 출마,26명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25일 열리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 협약안 무효선언과 함께 현 집행부 불신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부산항운노조의 상용화 반대모임인 ‘항운노조민주화쟁취본부’와 연대한다는 계획이다. 항운노조 집행부는 아직까지는 ‘판을 깰’ 의향은 없는 것 같다. 협약안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공식적으로 파기를 선언할 경우 또 다른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천항운노조 최정범 위원장은 “추진일정 연기 요구는 협약을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좀더 시간을 갖고 해결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집행부는 일반조합원들을 달래가면서 일정을 계속 늦추거나 해양부 및 하역회사가 제시하는 세부안에 물타기를 시도하는, 어정쩡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당국이다. 해양부는 다음달부터 오는 9월까지 세부협상을 한 뒤 고용보장 기간, 퇴직자 처리, 조기퇴직 대상 및 수당 등을 규정한 특별법을 정기국회에 상정할 방침이었으나 노조측의 태도변화로 일정을 소화하기 힘들게 됐다. 해양부는 항만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해 재정경제부·법무부·노동부·경찰청 등과 함께 ‘항만노무공급체제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대처한다는 방침이나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세부협상 걸림돌 상용화는 항만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지적된 노무공급 ‘과비용’과 ‘비효율’에 칼을 대기 위해 추진됐지만 세부협상에 들어가면 각종 ‘암초’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은 “조합원에 대한 고용이 승계될 뿐 아니라 상용화 이후 현행 임금수준이 보장되고 정년 60세도 보장된다.”고 큰 맥락에서 합의했지만 각론은 그리 간단치 않다. 당국은 상용화 과정에서 부산항과 인천항 하역인원의 20%가량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같은 강압적 방식이 아닌, 정년 등 자연감소분 및 고령자에 대해 희망퇴직 등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 직장을 ‘썩 괜찮은 곳’으로 인식하는 노조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얼마나 희망퇴직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설령 목표대로 감축을 했더라도 남은 노조원 전원을 고용승계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 문제는 기계화가 상대적으로 더 진전돼 유휴인력이 많은 부산항이 인천항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40만TEU의 화물을 처리하는 부산의 한 하역업체는 현재 270명의 노조원이 일을 하고 있지만 정규 채용할 경우 3분의1 수준인 60∼70명 정도가 적정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천항에는 30여개의 하역회사가 있지만 상용화에 부응해 자체적으로 노조원을 채용할 여건이 되는 회사는 13∼14개에 불과하다. 해양부는 하역회사 단독 또는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부두운영회사(TOC)가 도입된 부두는 원칙적으로 TOC가 항운노조원을 정규 직원으로 채용하고,TOC가 없는 공용부두 등은 하역회사들이 공동출자, 인력관리회사를 만들어 노조원을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항만작업 특성상 인력 변화가 심한 것도 불확실성을 부추기고 있다. 인천항 관계자는 “하역작업은 제조공정과는 달리 물동량에 따라 투입 인원이 날마다 30∼40%씩 달라지는데 어느 기준에 맞춰 고용할지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세 하역업체에는 상시고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임금과 정년은 ‘뜨거운 감자’ 현재 인천항 노조원의 월 평균 임금은 316만원. 그러나 하역회사 직원들의 임금은 대략 이것의 80% 수준이다. 정년도 노조원과는 달리 55∼57세다. 더구나 이들은 그동안 노조원들의 하역작업을 관리감독해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하역회사가 노조원을 고용할 경우 형평성을 맞추려면 직원들의 봉급 등을 노조원 수준으로 올려주거나, 반대로 노조원들의 대우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후자는 노사정 협약 위반이고, 전자를 따르자니 허리가 휜다. 인천항만물류협회 황치영 이사장은 “회사에 따라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상용화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에 노사정 합의정신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생각나눔] 닮은 꼴 인생 ‘다른 길’ 개혁

    [생각나눔] 닮은 꼴 인생 ‘다른 길’ 개혁

    펠레나 호나우두 같은 축구선수를 빼면 그 다음으로 ‘유명한’ 브라질 사람이 23일 한국을 찾았다. 노동 운동가 출신의 룰라 대통령이다. 그런 그의 방한에 앞서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이 “룰라 대통령을 벤치마킹하자.”고 주장해 주목된다. 정 의원은 이런 내용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당내 중도파 ‘안개모’ 소속인 그는 최근 브라질을 방문해 현지 외교관과 교민의 평가를 듣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이 눈길을 끄는 까닭은 룰라가 인권 변호사였던 노무현 대통령과 인생역정이나 집권 과정 등에서 여러모로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당을 세워 ‘3수’ 끝에 대권을 거머쥔 룰라 대통령은 집권 후 노 대통령과는 다소 다른 궤적을 그려가고 있다. 정 의원은 “룰라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학력, 나이, 소외 계층을 위해 일했다는 점 등 유사점이 많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부정부패와 소외 계층의 절대빈곤 등으로 우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었던 브라질 정부가 지금은 국민 지지도와 국제 신뢰도가 (참여정부에 비해)높다.”고 평가했다. 이는 “참여정부 들어서 계층 갈등은 심화됐고, 중산층은 정부를 불신하며, 외국의 신뢰도도 좋지 않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둘다 ‘개혁’에서 출발했는데 그 성과는 왜 이렇게 다를까. 정 의원은 룰라 대통령의 ‘현실주의’에서 답을 찾았다. 정 의원은 “룰라는 경제는 ‘현실주의’로, 정치는 ‘개혁’이라는 양면 대응으로 기득권층, 소외 계층 모두에게 지지를 받는다.”고 해석했다. 가령 “경제 발전에 최우선 과제를 두되, 군부 독재 시절의 인권침해 사건은 보상하지만, 그 기록 공개는 아직 시기 상조라는 식으로 ‘안정 속의 개혁’을 실현했다.”고 룰라 정부를 치켜세웠다. 중앙은행과 상공·농업장관 등에 야당 인사를 기용했고, 노동자 출신으로 완전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해 수출주도형 국가로 이끈 점도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정 의원은 참여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보탰다. 그는 “과거 문제의 해결은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글로벌 시대의 정책 빈곤으로 비쳐지고 있다.”면서 “민족우선과 자주외교는 주변국과의 신뢰에 영향을 줬고, 우리 내부의 갈등으로도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데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국방·교육·행정·경제·사법 등 국가 전방위적 개혁작업은 국가 개조사업 수준”이라면서 “(이런 일이)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차분하게 이뤄지고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참여정부와 브라질의 룰라 정부를 단순 비교한 것은 아니다.”면서 “처음 우려에 비해 성과가 큰 룰라를 배우자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공무원 정책부작용 책임” 盧대통령 보좌관회의 질책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했다. 매주 월요일 정례적으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던 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도 참석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18일 밤에 보도된 KBS의 ‘추적 60분’ 프로그램을 함께 시청했다. 국민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지어진 공공임대아파트의 민간사업자가 부도가 나면 입주한 서민들이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도 못하고 거리로 나앉는다는 점을 고발한 프로그램이다.72세의 한 할머니가 유리공장에서 20년 동안 일해서 모은 2400만원을 보증금으로 임대아파트에 입주했으나, 건설업자가 부도나면서 보증금 한푼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이었다. 노 대통령은 프로그램을 보고난 뒤 “공무원들이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정책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도높게 질책했다. 노 대통령은 “무리한 정책수행 방식은 국민들로부터 끊임없는 불신을 낳게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공직자들이 정책을 대하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이 국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신뢰를 무너트리는 경우는 없는지를 철저히 점검해 달라.”면서 “대책을 만들어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하역사별 상시고용 연말 도입 불가능”

    사상 최초로 항운노조의 독점적 노무공급권을 포기한 인천항운노조가 상용화(하역사별 상시고용) 추진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정부측에 요구, 올해 말까지 상용화를 도입키로 한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인천항운노조(위원장 최정범)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말까지 상용화 도입 완료 계획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해양수산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상용화에 대한 일반조합원들의 불신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 협약에 대한 후속조치로 세부협상에 임할 경우 노조의 내부 갈등이 증폭돼 파국으로 치달을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어 “체제 개편이 국정과제로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협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월드이슈-유럽헌법 비준] ‘佛心’ 흔들리니 단일유럽 꿈도 흔들

    [월드이슈-유럽헌법 비준] ‘佛心’ 흔들리니 단일유럽 꿈도 흔들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 통합의 역사에 전기를 마련할 유럽연합(EU) 헌법의 비준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등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 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탓이다. 특히 독일과 함께 유럽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프랑스에서 오는 29일 국민투표를 열흘 정도 앞두고 여론이 ‘반대’ 우위로 반전되면서 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유럽헌법 거부는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에 6월1일 국민투표를 앞둔 네덜란드를 비롯, 이후 비준 절차를 밟는 다른 회원국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유럽통합 작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데 EU의 고민이 있다. ●높은 실업률등 국내정치 불만이 원인 2007년 발효를 목표로 하는 유럽헌법은 지난 2월 스페인이 국민투표에서 76.7%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키면서 순조롭게 비준 절차가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프랑스에서 반대여론이 급등하면서 부결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위기의식을 느낀 집권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과 제1야당인 사회당이 적극적인 캠페인을 전개한 결과 4월 말을 기점으로 여론이 ‘찬성’쪽으로 반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성신강림축일 공휴일을 휴일에서 제외한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다시 ‘반대’분위기로 돌아섰다. 17일 르몽드에 보도된 TNS-소프레스의 조사결과 응답자의 53%가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응답했으며 앞서 16일 발표된 이폽(Ifop)의 조사,CSA와 입소스(Ipsos)의 조사에서도 반대가 각각 54%,51%를 기록했다. 유럽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은 프랑스에서 반대 여론이 강한 이유로 10.2%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과 구매력 저하, 중도우파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 등 국내 정치에 대한 불만을 꼽았다.EU의 양적 팽창이 계속되면서 동유럽 지역과 터키 등 이슬람국에까지 EU가 확대되면 프랑스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지는 반면 영향력은 약화되고, 일자리를 빼앗겨 통합의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 통합 유럽의 앵글로 색슨식 시장경제 체제가 프랑스가 소중히 여겨온 복지사회 모델을 침해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깔려 있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은 불을 뿜는 논쟁을 벌이면서 막판 세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찬성’측은 “국내 정치문제와 국제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유럽헌법은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강한 유럽, 안정된 프랑스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반대표를 던지는 사람은 유럽인이 아니다.”고 역설했고,3년만에 텔레비전 인터뷰에 응한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사회당)는 “유럽헌법 비준에 반대하는 것은 프랑스와 유럽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프랑스 공산당, 녹색당을 축으로 하는 유럽헌법 반대파는 “유럽헌법은 프랑스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비난했다. 반대진영의 선봉에 선 사회당 서열 2위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는 “지금까지의 유럽통합 방식은 프랑스는 물론 유럽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유럽헌법안은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등 투표에 영향 ‘불보듯’ EU와 각국 지도자들이 프랑스의 국민투표 결과를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EU의 전신인 유럽공동체(EEC) 창설의 주역으로서 유럽 통합을 주도해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반대는 향후 진행될 다른 나라의 비준 작업에 영향을 주는 ‘부결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EU 통합 자체가 좌초될 수도 있다. 프랑스의 국민투표가 실시된 지 사흘 뒤 국민투표를 하는 네덜란드의 경우 지난달 말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52∼58%로 우세한 상태이다. 프랑스의 부결 소식은 반대표를 몰아줄 것이 당연하다. 내년 봄 국민투표가 예정된 영국에서는 EU에 거부감이 강한 데다 비준 캠페인을 주도할 토니 블레어 총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비준 전망은 불투명하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은 18일 유럽1 라디오방송과 회견에서 “유럽과 전세계는 프랑스 국민의 현명한 가치판단 능력을 믿는다. 프랑스와 유럽의 미래를 위해 ‘찬성’표를 던져달라.”고 호소했다. ●비준 실패는 유럽 위기와 직결 EU의 25개 회원국과 그 구성원 4억 5000만명에 적용될 최고의 법적 가치규범인 유럽헌법이 2007년 발효되려면 2006년 10월29일까지 회원국 모두가 예외없이 비준해야 한다. 비준이 실패로 끝날 경우 2000년 12월 EU 15개 회원국들이 합의한 니스조약이 계속 적용되기 때문에 제도적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준 실패는 미국·중국 등 거대 강국과 대적할 수 있는 ‘유럽 합중국’을 만들겠다는 꿈이 사실상 좌절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유럽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로마노 프로디 전 EU집행위원장은 “헌법의 비준 실패는 유럽의 분열과 추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만델슨 EU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유럽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의 대다수 투자가들은 유럽헌법이 부결될 경우 유럽통합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25개 회원국 중 유럽헌법을 승인한 나라는 리투아니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그리스 등 7개국이다. 독일 하원은 지난 12일 유럽헌법을 비준했으며,27일 상원에서도 무난히 비준이 예상된다. 앞서 오스트리아 하원도 지난 11일 유럽헌법을 비준했고, 오는 25일 상원 비준을 앞두고 있다. lotus@seoul.co.kr ■ 동유럽 “EU 가입하니 잘 나갑니다”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에 새로 가입한 8개국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BBC방송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8개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5%.EU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한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및 발틱 3개국 등 ‘A8’로 불리는 이들 나라 중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의 성장률은 6∼8%나 된다. 체코, 헝가리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들어섰다. 전통적인 기계산업 강국 슬로바키아는 자동차 제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BBC방송 등 유럽 언론들은 “이미 생산을 시작한 폴크스바겐과 함께 포드, 푸조-시트로엥, 현대 등도 슬로바키아에서 차를 생산하게 됐다.”며 “다국적기업의 잇따른 진출로 슬로바키아는 2년 내 세계에서 인구당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옛 소련의 위성국가시절 탱크, 장갑차를 만들던 기술이 상업용 차량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전자산업과 정보통신(IT)부문에서도 다국적기업들의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소니(슬로바키아), 마쓰시타(체코), 필립스(헝가리·폴란드),LG전자(폴란드), 삼성전자(헝가리·슬로바키아)가 각각 디지털TV 공장을 설립하고 판매법인들을 운영중이다. 동·서유럽을 잇는 요충지 폴란드는 삼성전자의 디지털연구소를 유치하는 등 IT 연구·개발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의 IT시장은 해마다 10% 이상씩 성장 중이다. 지난해 폴란드에 대한 해외기업의 투자액은 65억유로(약 8조 2485억원). 수출도 전년에 비해 25%나 늘었다. 올해 슬로바키아는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22억유로(약 2조 7918억원)의 외국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2001·2002년 1%대이던 폴란드의 성장률은 지난해 5.3%, 슬로바키아도 5.5%였다. 제조업뿐 아니라 EU 전체 수준의 40%에 불과한 싼 인건비와 높은 교육수준 등에 힘입어 애프터서비스(AS)·콜센터 등 서비스업체들도 동유럽으로 몰려오고 있다. 지난 2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전문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는 “동유럽, 특히 체코와 폴란드가 인도의 아웃소싱 산업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규제완화, 유럽에 위치하는 지리적 근접성, 문화적 유대 등이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동유럽의 활력과 약진은 관세·세금 인하, 외국기업의 해고 및 고용자율권 확대 등 노동법 개정을 통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외국투자 유치를 위한 제도적 투명성 강화 등 EU 가입을 위한 철저한 준비에 힘입었다. 저개발의 동유럽이 옛소련에서 벗어나 15년 동안의 자본주의 실험 끝에 고실업·저성장 등 노령화사회에 접어든 기존 EU국가들에 활력을 불어넣는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의회]내홍 관악구의회 장기 공전 치닫나

    [의회]내홍 관악구의회 장기 공전 치닫나

    관악구의회가 의장 불신임안 문제로 내홍에 빠져 의정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관악구의회 이만의 부의장과 김종길의원 등은 18일 김형복 관악구의회 의장의 불신임을 알리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의원들은 자료를 통해 “의장 불신임안 의결은 법적·절차적으로 정당한 과정이었으며 지방의회의 위상을 바로 잡는데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관악구의회 의원 19명은 지난 13일 제128회 관악구의회 임시회 마지막날 ‘의장 불신임안’을 의결했다. 의장 불신임안은 전체의원 27명 가운데 19명이 투표에 참석해 18명의 의원이 찬성, 통과시켰다. 의장 불신임안은 이날 밤 11시 30분쯤 본회의장이 아닌 제1회의실에서 가결됐다. ●반대급부 조건 경쟁자에 양보 권유 소문 이 과정에서 현 김형복의장과 김 의장과 뜻을 같이 하는 동료의원 4∼5명이 심하게 반대하자 19명의 의원들이 장소를 이동, 표결처리하게 된 것이다. 관악구의회의 의장불신임안은 지난 1월 13일에도 한차례 상정됐다. 당시는 ‘집행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기능 상실’이 이유였다. 하지만 표결 처리결과 1표차로 부결됐다. 하지만 이번의 의장 불신임안이 전격 가결된 것은 ‘결산검사위원’ 선정과정에서의 잡음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관악구의회는 집행부의 예산집행상황을 조사·점검하는 결산검사위원회에 참여하게 될 대표의원 1명을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현 김의장이 이모 의원을 선정하고 경쟁에 나선 또다른 동료의원에게 ‘양보’를 권유했다. 특히 김의장은 양보를 권유한 의원에게 “대신 활동비에 걸맞은 돈(용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 의장 사퇴를 불사하는 의원들의 주장이다. ●당사자는 “어려운 심경 피력했을 뿐” 결산검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의원에게는 하루 7만원씩 한달 동안 약 210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된다. 김 의장이 언급한 용돈은 이 금액을 의미한다는 게 동료 의원들의 주장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료 의원 19명이 의장 불신임안을 전격 의결했다. 이에 대해 김 의장은 “돈을 주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양측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심경을 피력했을 뿐이다.”며 일부 의원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의장불신임 의결에 대해 김형복 의장과 몇몇 의원들은 “효력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김 의장측은 이번 의장불신임안을 행자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유권해석이 내려지는 데는 약 2주정도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봉·표결 장소 들어 무효 주장 특히 김 의장측은 “당시 탄핵안 표결은 의사봉을 넘기지 않은 상태에서 본회의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진행된 것이라 무효”라며 탄핵 자체의 법률적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김 의장도 “불신임 사유 자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의회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에는 구의회 의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의장이 없는 상태에서 표결하도록 돼 있는데다 다른 모든 절차상 요건도 충족돼 법률적으로는 유효한 상태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불신임 사유 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향후 법원 등으로 문제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법정 비화되면 의정 차질 불가피 의장 불신임안을 둘러싼 관악구의회의 내홍은 자칫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약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할 경우 예상외의 장기 표류가 우려된다. 이 경우 의정 운영뿐 아니라 집행부의 업무 집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9일부터 13일로 예정된 제128회 임시회’에서 처리돼야 할 일부 조례안들이 보류되거나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총무보사위원회의 ‘서울특별시관악구자원봉사활동지원조례안’과 재무건설위원회의 ‘서울특별시관악구세조례중개정조례안’등이 보류됐다. 또 ‘서울특별시관악구세감면조례중개정조례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관악구의회 장재근 의원(봉천5동)은 “보류 또는 상정되지 않은 안건 처리를 위해 하루 빨리 임시회가 소집돼야 되지만 의원들간의 갈등이 깊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며 의정 표류를 우려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남북대화 불씨 살려나가자

    남북한이 어제 개성에서 속개된 차관급회담에서 새달 장관급회담 개최 등 3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내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지금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해 구체적 언급이 없음은 유감이다. 그러나 북한이 10개월 만에 남북대화의 장에 나오고 새달 두 차례의 고위당국자접촉이 약속된 만큼 그를 통해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리고,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남측은 이번 차관급회담과정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결심의 일단을 표시하든지, 적어도 비핵화를 공식적으로 다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북측은 핵문제는 회담의 의제가 아니라면서 남측과의 핵 논의를 기피했다. 핵에 있어서 북측은 미국과의 대화를 고집하고 있으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남측이 ‘중대한 제안’을 할 수 있음을 밝혔듯이, 핵이 타결되면 북한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는 남한이다. 남한과도 대화하고, 미국과도 얘기를 나누는 유연한 자세를 갖기를 바란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에서 “한반도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원칙론을 천명했다. 새달 장관급회담 등을 통해 북핵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여야 한다. 마침 조지프 디트러니 미 국무부 대북(對北) 협상대사가 최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방문해 박길연 대사 등과 회담하면서 북한이 주권국가임을 확인하고 공격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남북과 북·미가 다각적인 연쇄접촉을 갖고 상호불신을 푼다면 북한이 조만간 6자회담에 복귀할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남북은 새달 장관급회담 개최와 함께 평양에서 열리는 6·15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도 장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당국 대표단을 파견키로 의견을 모았다. 남측은 또 비료 20만t을 북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핵은 제쳐두고 비료만 주느냐.”는 비난도 나오지만 길게 봐야 한다. 남북공동행사와 인도적 지원을 통해 쌓인 신뢰는 핵을 비롯해 군사·안보분야의 현안까지 해결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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