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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법을 지켜야 할 이유/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독일 유학 중에 보았던 TV방송의 ‘몰래카메라’ 얘기다. 조그마한 글씨로 당부사항을 적은 쪽지를 슈퍼마켓 출입문 한 구석에 붙여 놓고 손님들의 반응을 엿보는 것이었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고객 여러분께! 카트 사용 중에 충돌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방향을 전환하는 경우에는 자동차 깜빡이를 켜는 식으로 손을 흔들어서 수신호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인 백.” 카메라에 잡힌 장면은 필자의 예상과는 크게 다른 것이었다. 노인들을 포함해서 손님들 거의 대부분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이 유심히 쪽지를 읽고, 카트를 밀고 가면서 곧이곧대로 손을 흔들어서 좌회전, 우회전 신호를 하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은 박장대소했다. 제작자는 대충 이런 결과를 예상하면서 가벼운 흥밋거리로 만든 것이었겠지만, 필자에게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사점이 적지 않은 화두로 남아 있다. 아마도 다른 나라가 아닌 독일의 방송프로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성냥 한 개비를 쓸 때도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담뱃불을 붙인다는 ‘절약’의 범례와 함께,‘준법!’ 하면 연상될 정도로 자주 들었던 ‘도로에 보행자가 전혀 없는 한밤중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면 철저하게 정지한다’는 얘기의 무대가 독일이었다. 실제로 5년 남짓 살면서 가끔 목격한 바, 적막한 새벽녘의 외곽도로 교차로에서도 묵묵히 신호등에 따라 준법운행을 하는 모습은 전혀 특별한 경우가 아니었다. 또 한편, 나치 체제를 뒷받침하고, 결과적으로 유대인 학살의 만행과 ‘유색인종과 성교나 유사성교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따위의 ‘총통명령’을 합법화하였던 이른바 ‘수권법’(授權法)의 현장도 대략 반세기 남짓 전의 독일땅이었다. 아우슈비츠의 홀로코스트를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재연한 ‘쉰들러 리스트’(스티븐 스필버그 감독,1993)를 본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 온 다음에도 한참이나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눈물을 훔척대는 모습을 보았던 곳도 당시 독일 수도인 본이었다. 비판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의 정신자산에 관한 한 둘째라면 서러워 할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야만과 폭력을 용인하였던 것인지, 필자 역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상념에 빠졌던 것도 기억난다. 2005년도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법을 지키지 않는 이유’로 20.8%가 ‘손해 볼 것 같아서’,26.6%가 ‘다른 사람도 지키지 않아서’,‘기타’가 4.5%, 나머지 48.1%는 ‘귀찮아서’라고 답하였다. 최근에 적발된 목불인견의 법조비리작태들이 잘 보여주듯이, 그 이유들은 주로 법집행의 엄정성과 공평성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법문화의 후진성, 특히 냉소적이고 무비판적인 법의식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항목을 비슷하게 구성하여 설문을 반대로 바꿔서 ‘자기 자신이 법을 지키는 이유’를 물으면 답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 민주법치국가에서 기대되는 준법의 제일의 이유는 시민 개개인의 건실한 비판력과 사회의 자정력에 의해서 확인되고 담보되는 법의 타당성에 대한 믿음과 수긍이다. 말하자면 ‘따를 준’(遵)자 그대로 존경할 만한 받침, 즉 법을 따르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명분과 합리적인 실익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대신 의논하여 결정’하는 대의(代議)입법자에 대한 신뢰와 입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필수조건임은 물론이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 후에 폐기 또는 존치된 규정들을 선별하여 정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누더기가 되어 버린 ‘신문법’도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킨 법률이었다. 장중한 대법전 속에 ‘슈퍼마켓교통법’은 없는지, 물건 잔뜩 실은 카트 밀랴, 깜빡이 수신호 하랴,‘꼭두각시준법’에 여념이 없는 것은 아닌지 가끔 돌아 볼 일이다. 이덕연 연세대 헌법학 교수
  • [사설] 법조계 자정 노력 이제 시작이다

    대법원이 최근 평판사 993명의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재산내역에 대해 실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본인의 재산등록 내역과 관련부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비교한 결과 10%에 해당하는 99명이 등록내용에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추가 소명을 받은 뒤 검증결과를 인사자료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사안에 따라서는 과태료를 물리거나 경고조치하는 등 징계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대한변협은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를 받은 변호사 9명에 대해 법무부에 업무정지 요청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잇따른 법조비리로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한 상황에서 자구를 위한 몸부림으로 이해된다. 사실 법조계는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 남은 성역인 양 치부돼 왔다. 법조비리 사건이 불거지면 윤리규범을 강화한다는 등 요란을 떨었지만 구두선에 그치기 일쑤였다. 최근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사례에서 보듯 현직 판사가 브로커와 유착돼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재판부와 연줄이 닿는 변호사의 수임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전관예우’가 공공연하게 통용돼 왔다. 고법 부장판사 부인의 계좌추적 영장 기각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간의 갈등도 무감각과 특권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대법원과 변협의 자정노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국민들은 이보다 훨씬 엄격한 도덕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법’과 ‘양심’만이 유일한 사법 잣대여야 한다. 그래야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법부에 대한 누적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다. 법조 3륜인 법원과 검찰·변호사업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도덕률 바로 세우기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 “터진둑 모래로 막으면 뭐해… 물줄기 잡듯 정계개편 해야”

    “터진둑 모래로 막으면 뭐해… 물줄기 잡듯 정계개편 해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9일로 ‘민심 대장정 100일’ 한 달을 맞았다. 지난달 30일 이임식에서 “‘국민의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뒤 배낭 하나 메고 전남 장성을 향했다. 강진·보성에서 ‘농심(農心)’을 만난 뒤 경남 진주, 충북 단양 등 수해 복구 작업현장을 찾았다.28일엔 삼척 도계 경동탄광 막장으로 내려갔고 29일엔 정선 남면 고랭지 채소밭 등 ‘모바일 정치’ 행보를 진행 중이다.‘낮은 자세’로 민심을 만나고, 보고 듣고 있는 그를 29일부터 30일 새벽 2시30분까지 동행했다. #1 농민 “진심이 느껴지더래요” “비가 와서 작황이 안 좋아 걱정이래요.”“대북 비료지원도 좋지만 우리 농민도 생각해야죠. 비료값이 4900원에서 8700으로 올랐는데 고스란히 농민 부담이래요.” 29일 오후 4시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2리 사회복지관. 이기석 이장과 전영석 4H회장 등 주민들의 탄식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들의 시선이 쏠린 곳은 덥수룩한 수염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의 손 전 지사. 간간이 질문을 던지며 농민들의 사연을 경청한 그의 ‘대장정 수첩’에 농협에 대한 불신, 올해 실시된 ‘망’ 포장에 따른 배추농가 수익감소 등의 애환이 추가됐다. 이어 6시쯤 고랭지 배추밭으로 향했다. 그의 노동 강도도 체감할 겸 기자도 작업에 동참했다. “내 손이 낫보다 낫다.”는 손 전 지사는 늘 기자를 앞서갔다.60대인 그보다 40대인 기자가 허리를 펴는 횟수도 더 많았다. 작업 도중 이 이장이 “지사님, 배추밭 많이 매보셨나봐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멀게만 느껴지던 밭의 반대편에 닿았다.‘이 정도 일하고 가겠지?’라는 기자의 바람은 “저쪽으로 가야겠네.”라는 손 전 지사의 한마디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땅거미가 질 무렵 500평의 배추밭이 말끔히 정리됐다. 손 전 지사는 “이제 사람 흔적이 생겼군.”이라며 땀을 훔쳤다. 장화를 씻으며 “새참값 했죠?”라고 말하자 폭소가 터져 나왔다. #2 “지금은 ‘펜의 정치’가 필요한 게 아니다” 공식 일정이 끝난 밤 11시쯤 숙소로 찾아갔다.‘민심의 바다’에서 바라본 ‘기존 정치판’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서다. 예상대로 “시골이라 신문을 잘 못봐.”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술잔이 이어지면서 말문을 열었다. 먼저 정계 개편과 관련,“지금 논의하는 것은 웃기는 것”이라며 “정권 잡겠다는 것밖에 더 있냐?”고 꼬집었다. 이어 “보궐선거에서 1석 바뀌었다고 정계개편 운운하는 것은 ‘냄비 정치’ 아냐?”라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쏘아붙였다. 이틀 전 인제군 기린면 수해복구공사 경험에 빗댄 설명도 곁들였다.“터진 둑을 막으려고 모래로 막으면 다 떠내려가요. 최소한 모래 담은 마대나 콘크리트로 막아야지. 정계 개편도 물줄기를 잡듯 큰 공사가 필요한 거야.” 또 “한 가지 사건에 얽매일 게 아니라 탄핵 정국, 전대,5·31재보선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에 대한 기본적 인식의 변화를 위해 한바탕 큰 씨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뜻을 묻자 “액자에 갇힌 실사구시 같은 표어나 구호가 아닌 국리민복 원칙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최근 논란이 된 한나라당 대권주자 경선 룰과 관련,“방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민심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보수 회귀’라는 비판을 받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변화·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비판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반성과 미래의 비전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개혁 성향 의원 연대인 ‘당의 미래를 지향하는 모임’의 지도부 진입 실패에 대해서도 “숫자 불리기보다는 어떤 비전을 갖고 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훈수했다. 정선·사북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열린세상] 판·검사들,쓴소리 경청해야/강지원 변호사

    세상에 쓴소리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쓴소리라면 너 나 없이 듣기 싫어하겠지만 그 중에도 유독 이 나라 판·검사 집단은 극심하다.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가 들리면 발끈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왜 그럴까. 대체로 공직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쓴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대통령이 대표적인 존재다. 미국의 한 대통령은 오죽하면 신문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했을까. 그런데 이 나라 판·검사들은 자신은 절대불가침의 권위집단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누가 감히 대드느냐라는 듯한 태도다. 판·검사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그들 역시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 먹고 일자리를 얻어 일하는 심부름꾼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그야말로 ‘감히’, 그렇게 오만불손할 수 있는가. 아마도 그 지독한 선민의식 때문일 것이다. 알량한 고시에 합격하자마자 느닷없이 신분이 돌변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런 의식이 생겨났을 것이다. 지금은 옛날 ‘사또’ 시대가 아니다. 이 시대에 그 따위 태도는 결코 공복(公僕)의 자세일 수 없다. 어디 이 나라 판·검사들이 쓴소리를 들을 구석이 한 두 군데인가. 지금 세간을 시끌시끌하게 하는 브로커 사건에 전·현직 판사 검사 경찰관이 줄줄이 코 꿰였지 않은가. 과거 대전비리·의정부비리 등 아직도 뇌리에 쟁쟁한 사건들, 전직 법무장관·검찰총장·검찰차장 등 고위직이 거꾸로 재판받는 신세가 된 사건들, 어디 크고 작은 사건이 한둘이었는가.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들통난 비리는 극소수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비리가 있으리라고 믿는 우리 국민의 의식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난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판·검사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왜 국민은 그토록 불신할까. 그 불신의 원인을 찾는 일에 법원·검찰은 오히려 발끈하여 눈을 밝히지 않으면 안된다. 남의 탓에서 찾으려 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내부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판·검사가 술자리에 퍼질러 앉아 분별없이 어울리고 골프나 치고 다니지 않았는가. 변호사 개업할 때 사건이나 가져다 줄까 싶어 이사람 저사람 사귀고 다니진 않았는가. 유력자들과 교제해 한 자리 올라가고자 기웃기웃한 적은 없는가. 여기저기 청탁전화한 사실은 없는가.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에서는 법원·검찰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들이 나온다. 여성단체,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보수·진보단체 등등은 물론 각종 이익단체들까지 제 입맛에 따라 걸림돌이니 디딤돌이니 하며 찬성·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그것은 민주사회에서 당연한 일이고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그런데도 판·검사들은 자신들을 압박했다고 목청을 높인다. 부당하게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당신 판·검사들이 하는 일에는 찍소리하지 말고 입다물고 있으란 말인가. 판례 비평은 왜 있는가. 수사에 관해선 아무 소리도 못하게 되어 있는가. 판·검사가 무엇이기에 국민에게 함부로 입 다물고 있으라고 압박할 수 있는가. 오히려 판·검사는 국민의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것도 한가지 소리만이 아니라 여러 소리를, 또 존중하는 자세로 경청하여야 한다. 어디 여성운동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이 나라 정부와 국회가 호주제를 폐지하고 이 나라 대법원이 여성 종중회원을 인정하려 꿈이나 꾸었겠는가. 오히려 새로운 문명의 시각을 열어준 데 대해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름지기 공복이라면 고개부터 숙여야 한다. 겸손하라. 그리고 감사하게 경청하라. 또 잘못이 드러나거든 가차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라.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 그런 자기 고백의 모습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장래의 모습을 기대하게 할 것이다. 강지원 변호사
  • [Zoom in서울] 건교부-서울시, 용산 美기지개발 ‘충돌’

    [Zoom in서울] 건교부-서울시, 용산 美기지개발 ‘충돌’

    민선 4기 오세훈 시장 출범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서울시와 건설교통부가 용산 미군기지 개발 문제를 놓고 격돌했다. 건설교통부가 입법예고한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 및 주변지역 정비에 관한 특별법’(이하 용산특별법)에 대해 서울시가 28일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덕수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날 “특별법이 공원 계획 구역까지 정부가 임의로 용도지역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등 민족공원 본래의 취지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면서 “주변지역 도시관리계획을 새로 수립토록 하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근본 취지를 위협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원 vs 개발’ 예견된 충돌 환경을 중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러차례 용산 미군기지 전체의 공원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5조∼6조원으로 추정되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 마련이 절실한 정부로서는 개발을 통해 이 비용을 뽑아야 하는 입장이다. 특별법이 이전부지를 ‘공원 조성지구’‘복합개발지구’‘주변지역’으로 나누고, 복합개발지구를 아파트, 주상복합 등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복합개발지구는 용산 미군기지 주변의 캠프킴(1만 4000평), 정보대(2000평), 수송부(2만 3000평),8군 휴양소(6000평), 을지로 극동공병단(1만 4000평) 등 주변 시설이 될 전망이다. ●특별법 쟁점은? 지난 20일 총리실에서는 특별법 입법예고를 앞두고 서울시 김흥권 행정1부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용산공원건립추진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서울시는 ▲공원구역의 용도지역 변경 허용 ▲주변지역의 정비구역 지정 ▲도시관리계획 수립시 건교부 장관 사전승인 등의 규정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공원구역의 용도지역 변경에 대해서는 정부가 미군기지 이전 비용이 부족하면 복합개발구역 외에도 공원구역까지도 개발할 수 있는 여지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서울시의 불신이 깔려 있다. 서울시 반발의 또 다른 이유는 시 관할인 공원 주변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새로 도시관리계획을 수립하라는 조항 때문이다.20일 협의에서는 없었던 조항이 삽입됐다. 내용을 개악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시는 지난해 8월부터 이 일대의 토지이용계획을 수립 중인데 이 경우 백지화가 불가피하다. 또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한남뉴타운 사업의 차질로 주민들의 민원도 우려된다. 하지만 건교부는 “국토계획법에도 국가 계획 개발사업은 건교부 장관이 계획 수립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주변지역의 난개발 등을 막기 위해 관련 규정을 둔 것뿐인데 서울시가 오해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시론] 인도적 문제는 협상카드 아니다/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시론] 인도적 문제는 협상카드 아니다/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의 후폭풍이 결국 남북관계에까지 밀어닥쳤다. 잘 나가던 남북관계가 손상되고, 우리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도 타격을 받게 생겼다.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남한이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자,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 미사일사태로 애꿎게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남북한의 백성들이다. 식량난으로 굶주려온 북한 주민들은 더 배곯게 생겼다. 이제나 저제나 가족상봉을 눈빠지게 기다려온 남쪽의 이산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치·군사적 문제의 불똥이 인도적 문제에 가장 먼저 튄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우리 정부의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 중단은 너무 성급한 조치였다. 섣부른 대북 식량지원 중단은 남북관계를 크게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지렛대와 발언권의 상실로 이어져 스스로 손발을 묶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남북간에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는 대신, 남한이 비료와 쌀을 지원한다는 묵시적인 ‘상호주의’가 적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할 경우, 북한의 대응조치가 충분히 예견됐었다. 대북지원을 중단한다고 해서,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미사일문제가 해결되나. 대북 지원금이 미사일 개발에 이용된다는 주장도 논리적 비약이긴 마찬가지다. 남한이 지원을 하지 않더라도, 또 설령 북한주민 수백만명이 굶어 죽더라도, 북한은 체제 생존이 걸린 미사일 개발에 모든 역량과 경제력을 최우선적으로 쏟아 부을 것이다. 결국 식량지원 중단으로 고통당하는 것은 북한주민들뿐이다. 게다가 대북제재를 반대한다던 우리 정부는 결과적으로 미국과 일본보다도 앞서 가장 큰 대북제재를 한 셈이 되었다. 이산가족 상봉사업의 전면적인 중단으로 즉각 맞대응하고 나선 북한의 옹졸함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북한의 이런 돌출행동은 남한 내에서 북한에 대한 감정과 여론을 악화시키고,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사업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우리 입장에서는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도적 문제이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매우 민감한 정치적 문제다. 외부의 개방물결이 스며들게 하고 사상통제의 이완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봉 대상자들을 찾아내 사상교육을 시키고, 상봉 후에 이들을 사후관리하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보통일이 아니다.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사업은 북한에는 큰 정치적 부담이고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게 드는 사업이다. 따라서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음을 국민들에게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쌀과 비료지원 재개의 조건으로 못박은 것도 자충수를 둔 꼴이다. 남한은 대북 쌀과 비료 지원을 재개하고, 북한도 이산가족상봉 사업의 중단을 취소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접촉이 당장 어렵다면, 우선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북한에 보내 인도적 사업의 재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광복절에 즈음해 이산가족 상봉 재개를 실현시키고,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도 재개해야 한다. 인도적 사안을 정치군사적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남북 모두 인도적 문제를 조건화하고 협상카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는 남북 주민들 서로 간에 증오심을 심어주고 불신감만을 키울 뿐이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 [사설] 7·26 재·보선 최대 패배자는 정치다

    어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이 3명, 민주당이 1명의 당선자를 냈다. 우리는 이번 선거의 최대 패배자가 정치 자체라고 본다. 역대 최저 투표율은 정치에 등돌린 민심을 반영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또 전패의 쓴맛을 봤다. 한나라당은 민심을 거스르는 행태를 거듭하다가 재·보선 불패 신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민주당 조순형 전 대표의 당선은 제1,2당의 무능과 오만 때문이지, 스스로 잘해서 얻은 승리가 아닐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득표율은 지방선거 때의 저조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들은 여당의 반성이 아직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민경제 회복을 다짐했지만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여당의 외교안보 정책도 불안해 보였다. 그런데도 대권후보 선출을 둘러싼 내부 논란을 벌임으로써 다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이후 당내 갈등과 수해 골프파문으로 여론의 질타를 자초했다.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패배하는 곳이 급속히 늘어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민주당 조 전 대표의 당선은 2004년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 앞으로 정계개편과 관련해 주목된다. 그러나 한 지역의 선거결과를 갖고 당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이 옳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비약이다. 이를 빌미로 정계개편을 주도하겠다는 과욕을 자제하고, 민생을 우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 역대 최저를 기록한 투표율은 여야 정치권의 맹성을 촉구하고 있다. 유권자 4명 중 1명밖에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대의민주정치의 앞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전체 유권자의 10% 안팎의 지지로 당선되어서야 의정활동에 힘이 붙을 수가 없고, 대표성의 문제까지 제기된다. 중앙선관위는 투표 인센티브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 일반에 널리 퍼진 정치 불신과 혐오가 해소되지 않으면 투표율 제고가 쉽지 않을 것이다.
  • 투표율 24.8% 사상 최저

    7·26 재·보선의 투표율이 사상 최저치인 24.8%를 기록했다.5·31 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은데다 휴가철에 장맛비까지 내리는 등 악조건이 겹친 까닭이다. 유권자의 정치불신도 큰 이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 서울 성북을 등 전국 4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의 투표율이 24.8%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역대 국회의원 재·보선의 최저 투표율이던 2003년 4·24 재·보선 때의 26.0%보다 1.2% 포인트 밑도는 수치다. 지방선거까지 포함하면 2000년 6·8 재·보선 때의 투표율 21.0%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선거구별로는 한나라당 최수영·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서울 성북을 투표율이 28.9%로 가장 높았고, 경남 마산갑이 28.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청와대와 경기도 대변인 출신의 열린우리당 김만수, 한나라당 차명진 후보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 부천소사 투표율은 22.6%였다. 서울시장 후보를 가리는 당내 경선에 출마하려고 의원직을 버렸던 한나라당 맹형규 후보가 ‘부활’에 나선 서울 송파갑의 투표율이 18.1%로 가장 낮았다. 선관위는 이처럼 저조한 투표율을 제고하기 위해 ‘투표참여 인센티브제’를 입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표한 유권자에게는 국·공립공원이나 박물관 등 문화유적지 입장료와 고속도로 통행료 같은 공공시설 이용료를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또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을 채용할 때는 과거에 투표한 경험이 있는지의 여부를 면접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투표 기권자에게 과태료 등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美 ‘北미사일’ 대응 실패”

    “美 ‘北미사일’ 대응 실패”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23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가장 위협하고자 한 나라가 미국이라면 실패로 따지면 논리적으로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 간에는 한·미동맹이라는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기에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없지만 차이가 나는 것은 북한 문제”라면서 “(우리가)미국에 맞춰 달라고 하지만 미국도 최근에는 자기 입장이 있는 만큼 일치되는 것도 있지만 몇가지 북한 문제에 의견이 다른 게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SBS TV ‘한수진의 선데이클릭’에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역할이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중국도 실패했고 우리도 실패를 인정하지만 국제사회의 다른 나라도 북한 설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북 미사일 사태 이후 정부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대북 정책 실패’와 한·미 이견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장관은 이날 TV에서 노동·스커드 미사일의 위험성을 들어 안보불감증을 꼬집은 듯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과 관련,“직접 못 들어 모르겠다.”면서 “(실제)그렇다면 흔쾌히 동의 못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참여정부가 3년간 매년 9% 안팎의 국방비를 증액한 것은 자위적 국방능력이나 대북 억지력이 없이는 국가가 설 수 없다는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며 “국방비를 늘려가며 무기체계를 현대화하고 국방력을 강화한 정부를 보고 안보불감증이라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6자회담의 수명이 다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상호 불신하는 양자대화보다는 다자가 보증하는 양자가 유용할 수 있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면 여러가지 틀이 있는 만큼 거기에 나와서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정부에 비해 대북 채널이 약화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남북 간에 굉장히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착시현상”이라며 “남북 간에는 미사일이건, 핵이건 제대로 대화해서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민단 하병옥 단장 결국 사의

    |도쿄 이춘규특파원|반세기만에 조총련과의 화해선언을 한 뒤 강력한 내부반발에 직면했던 하병옥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단장이 21일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하 단장은 이날 도쿄시내 민단중앙본부에서 열린 임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사의를 밝혔다. 오는 9월15일 물러나기로 했다. 하 단장 반대파는 그동안 하 단장의 불신임(탄핵)안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하 단장은 중도하차를 하게 됐다. 지난 3월 초 취임했던 하 단장은 6개월여만에 물러나게 됐다. 하 단장의 사퇴에 따라 오는 10월21일 창립60주년을 맞는 민단에는 적지 않은 후유증도 예상된다. 민단은 10월24일 임시 중앙대회를 열어 새 단장을 선출한다. 이번 사태는 민단개혁에 대한 민단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상징, 앞으로 민단은 재정자립이나 기구축소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도쿄 고위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근본적으로는 연간 1만명 안팎인 동포의 민단 이탈 가속 현상을 멈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 단장은 5월17일 도쿄도내의 조총련 본부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화해성명을 발표했으나, 다음날부터 나가노현 등 지방조직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 퇴진위기에 몰렸다.민단 지방조직들의 반발로 5·17성명에서 약속했던 6·15행사 참석과 조총련과의 공동 8·15행사는 이미 무산됐다. 지난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을 계기로 조총련과 화해를 철회했지만 하 단장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않아 중도하차하게 됐다.taein@seoul.co.kr
  • [이경형칼럼] 한나라당, 추락중인가

    [이경형칼럼] 한나라당, 추락중인가

    7·11전당대회 이후 ‘대리전’ ‘색깔론’ 후유증으로 삐걱거리던 한나라당은 1주일 만에 겉으로나마 정상 가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누구도 한나라당이 민심을 끌어안으며 내년 대선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대권후보 경선을 싸고 ‘친박(근혜)’이니 ‘친이(명박)’니 하며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벌써부터 표(票)계산에 혈안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5·31지방선거 이후 3가지의 큰 착각 속에 빠져있다. 첫째,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기기만 하면, 차기 대통령 자리는 따 놓은 당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지방선거의 완승에 도취하여 좀처럼 이런 착시 현상이 교정되지 않는다. 선출직 최고위원 면면에서도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오만과 독선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심(黨心) 따로, 민심 따로 노는 마당에 당이 대권 후보를 정한들 국민들이 그대로 손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둘째,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근 50%에 육박하자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알고 보면,2004년 총선때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충청권과 대구·경북지역,30대와 50대 이상 중장년층들이 대거 이탈하여 한나라당을 지지한 것이고, 노무현정부에 대한 거부감이 한나라당에 반사적 호감으로 전이된 것에 불과하다. 유권자들은 여차하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다. 시정에는 전당대회 이후의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면서 탄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셋째, 한나라당 사람들은 내년의 대권 경쟁 구도가 기존 정당들의 대선 후보간 경쟁으로 펼쳐지리라는 가정법에 매몰되어 있다. 그러나 기성 정치인은 물론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도 엄청나다. 세계적인 추세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대의민주주의 제도로서 정당은 인터넷 등 전자민주주의의 확산, 각종 이익단체와 NGO의 활성화 등으로 이미 퇴조의 길을 걷고 있다. 유권자들은 기성 정당 후보보다 때묻지 않은 신선한 리더십을 갈망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러한 착시 현상에서 깨어나려면 몸을 완전히 낮춰 다시 바닥 민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수해 현장에서 이재민과 함께 땀을 흘려야 하고, 주부의 시장바구니를 헤쳐 보아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강재섭체제를 수렴청정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면 그것은 바로 그녀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대선 후보 경선 게임룰을 두고 왈가왈부가 많다고 한다면 현행 국민 참여 비율 고수의 끈도 놓아야 한다. 비록 작년에 당 혁신위가 6개월동안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끝에 간신히 만든 경선 선거인단 구성 방안이라고 하더라도 버릴 때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대의원과 책임당원,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기 2:3:3:2로 반영하는 안이 황금률 구성비라고 하더라도 큰 안목으로 보면 대수가 아니다. 9년전인 1997년 7월 열린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전당대회는 여론 지지율 50%를 웃돌던 이회창씨를 대선 후보로 선출했지만 결국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지 않았는가. 불과 2개월 뒤 그의 인기는 급전직하했고, 이인제씨는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불복하고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지금 한나라당 지도자는 절벽 끝에 매달려 스스로 자일을 끊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내가 죽더라도 다른 등반 대원들이 기어코 정권의 고지를 정복할 수 있도록 하는 담대함이 필요하다. 조금 유리하다고 미련을 가지고 매달리면 더 큰 것을 잃는 법이다. 본사 고문 khlee@seoul.co.kr
  • [문화마당] 인디언 보호구역/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사진작가

    최근 피터 페이스 미 합참의장이 의회 청문회 도중 “미국은 이민자에게 가장 좋은 지상낙원”이라는 말을 하며 갑자기 울먹여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철의 남자’라고 불리는 페이스 합참의장은 이민법 개정 문제의 증인으로 나왔다가,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으로 어려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그만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것. 본인도 미국에서 10여년을 지내면서 미국은 기회균등의 나라라는 것을 실제로 체험했다. 그런 미국이지만, 미국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인종차별 문제는 여전히 어두운 숙제로 남아 있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국가로 행세를 하며 다른 나라의 인권을 간섭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국내의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상상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다. 본인은 수년전 인디언의 초상을 기록하고 싶어 뉴멕시코주 인디언 보호구역을 찾은 적이 있다. 갤럽시 근처 파인 힐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나바호 인디언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곳에서 인디언 소년 스테이시를 만났다. 소년은 사진을 찍자는 내 부탁에 불신의 눈으로 왜 자기를 촬영하려고 하느냐며 불쾌해했다. 나는 소년을 설득하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내 얼굴을 바라보아라, 네 얼굴과 내 얼굴이 비슷하지 않으냐, 우리 몸속에는 같은 몽골리안의 피가 흐르고 있다. 수만년전 우리는 같은 조상으로부터 태어났다는 등. 소년은 그제서야 경계를 풀고 편안하게 자세를 취해줬다. 순간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나 자신이 아메리칸 인디언을 우리와는 다른 별종으로 생각하며, 기록사진을 찍으러 왔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촬영을 하면서 바라본 소년의 눈은 이상하게도 초점이 흐렸다. 촬영을 끝내고 소년의 집을 방문했다. 소년의 집은 아스라한 벌판에 철조망을 울타리처럼 두르고 있는 임시가옥 이었다. 자식들의 옷을 다리고 있던 소년의 어머니는 이방인의 반가운 인사를 받아도 무표정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이방인은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인 것 같았다. 소년의 어린 동생은 우리나라 지리산 청학동의 어린이들처럼 머리를 댕기머리로 길게 길렀다. 그림이 그려진 여름용 면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꼭 우리나라에 있는 내 조카아이와 흡사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얼마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허허벌판인 인디언 보호구역에서는 가로등과 표지판을 찾기 어려워, 특히 밤에는 운전하기가 무척 위험하고 힘들었다. 보호지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는 주로 밤에 일어나며, 사고 원인은 대부분 음주 때문이라고 한다. 인디언 보호구역 가운데 하나인 갤럽시의 교통사고율은 놀랍게도 미국 전체 사고평균치의 100배가 넘는다고 한다. 소년은 나를 자신의 방으로 초대해, 자신이 잡지 등의 그림을 보고 묘사한 그림들을 보여주었다. 소년은 아직 대도시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곳에서 태어나 근처의 직업학교에 다니다가 그만뒀단다. 공부를 해도 근처에는 취직할 직장도 없다고 했다. 그래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잡지에 있는 백인여자의 누드사진을 똑같이 그려본다고 했다. 나는 소년의 집을 떠나며 내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 줬다. 혹시 뉴욕에 오게 되면 내 아파트에 머물러도 좋다고 말해줬다. 그러자 소년은 자기집에 전화가 없으니 편지를 하라고 주소를 가르쳐 주며, 파인힐에 있는 우체국 박스 번호를 일러 줬다. 그러면서 소년은 자신도 알코올중독에 걸려 매주 두 번씩 파인힐의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전화조차 할 수 없는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 인디언들은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오직 술로 달래며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억압적인 인종차별 정책으로 인디언들은 점차 지구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지상낙원이라는 나라에서 말이다. 임영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사진작가
  • 중동위기 장기화… 다국적군 파병론 ‘부상’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으로 고조된 중동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반대로 유엔의 개입이 늦어지는 가운데 일부에선 레바논 남부에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파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레바논에선 이스라엘의 공격이 1주일째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215명으로 늘었다. 헤즈볼라도 수백발의 로켓 공격을 퍼부어 지금까지 24명의 이스라엘인이 숨졌다.●블레어·아난, 다국적군 파견 요청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7일(현지시간) 회동을 갖고 레바논 남부에 다국적군 파견을 요청했다. 이 지역에 거점을 둔 헤즈볼라 민병대와 이스라엘의 충돌을 막기 위해서다. 블레어 총리는 “다국적군은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종식시킴으로써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 총장은 평화유지군 추가 배치 규모와 관련, “현재 레바논에 파견된 2000명보다 훨씬 많고 무장도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다국적군은)실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한을 부여받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트지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다국적군은)과거 이스라엘인이 납치될 때 단지 구경만 했을 뿐”이라며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라이스 국무 중동 방문 추진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방조하고 있다는 아랍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가중되자 미국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중동 지역에 보내기로 했다. 구체적인 방문 시기는 유동적이다. 러시아도 알렉산드르 살타노프 외무차관을 특사로 보내 이스라엘, 레바논,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분쟁 종식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측이 그동안 레바논에 대한 공격 중단의 3대 조건으로 제시했던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 중지 ▲레바논 남부 국경에 대한 레바논 정부군 통제 ▲헤즈볼라의 무장해제 가운데 일부 조건을 양보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쳐 주목된다. 올메르트 총리는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철수하고 지난주 납치한 병사 2명을 석방하면 전투를 중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헤즈볼라가 요구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레바논 사망자 215명으로 늘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이날 베이루트 남부 르베일레에서는 이스라엘 전투기가 미니버스를 공격, 민간인 12명이 숨지는 등 하루 사이 4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레바논에 진입, 헤즈볼라 기지를 공격한 뒤 신속하게 귀환했다.”고 밝힌 뒤 “그러나 이것이 전면적인 침공의 시작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도 이어진 가운데 유엔이 비필수요원을 철수시키기 시작했다.AP통신은 미군 구축함의 호위를 받는 크루즈 선박 오리엔트퀸 호가 2만 5000명의 미국인들을 인근 키프로스로 대피시키는 작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여기도 소통이 필요하다] 교사 & 학부모

    “세상에 저런 교사가 다 있나.”“학부모가 도대체 교사를 저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나.”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학부모와 교사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사건들을 접하며 이같은 한숨을 토해낸다. 교직에 몸 담은 지 27년째인 조남혁(50) 교사와 아이 셋을 둔 학부모 김영순(45)씨는 “서로 간의 신뢰가 무너진 탓”이라고 했다. 왜 믿지 못하는지, 깨진 믿음을 이어 붙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얘기들을 솔직하게 나눠봤다. 조남혁 교사 학교가 과도기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 정(情)적인 부분은 배제되고 합리성만이 강조되고 있죠. 그래서 앞뒤 맥락 없이 작은 사건도 부풀려지는 측면이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의 매라는 건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랑과 폭력은 양립할 수 없으니까요. 김영순씨 학교에서 스쿨폴리스 자원봉사를 하는데 학교를 다니다 보면 ‘저건 좀 심하다.’ 싶은 적이 종종 있어요. 진짜 사랑의 매도 있겠지만 교사 개인 감정을 실어 아이들을 때리는 경우가 있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체벌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 교사 아이가 잘못을 느낄 수 있게 아이 가슴이 뛰게, 아이가 수긍하는 체벌이 아니면 그건 폭력입니다. 김씨 선생님을 믿는다면 체벌이 문제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신뢰가 없어요. 선생님이 제2의 부모인데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지식을 넣어주는 역할만 하고 계시죠. 저도 인성교육을 하고 싶어도 아이 성적에 따라 엄마 신분이 달라지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네요. 조 교사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 학교가 일류대 몇명 보냈느냐로 평가되니 말입니다. 인성교육 차원에서 상담 좀 하려고 하면 애들이 귀찮아해요. 하지만 상담이 정말 중요합니다. 부모님, 아이, 저 이렇게 3명이 한자리에 있으면 문제 해결도 쉽고 아이 앞이니 촌지에 대한 오해도 없죠. 김씨 학교에 가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잘 되지 않아요. 특히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싶을 때 아이를 맡겨놓은 입장에서는 쉽지 않죠. 학생은 볼모 아닌가요. 조 교사 볼모라고 얘기하시니 안타깝네요. 요즘은 오히려 선생님들이 학부모님 민원 때문에 긴장하는 걸요.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역시 서로 불신이 많은 것 같습니다. 김씨 하지만 주변에 선생님께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가 1년 내내 불이익을 받았다는 경우가 있는 걸요. 조 교사 전례가 있군요. 그래도 오해가 있으면 바로 풀어야지 자꾸 ‘누구는 이랬다더라.’는 얘기만 공유하다 보면 선입견이 생기고 정말 소통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 같은 경우는 CJ푸드 급식을 하다가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문제제기를 하셔서 작년에 다른 업체로 바꿨는 걸요. 학교에 계속 얘기해 주세요. 김씨 말이 나왔으니 이번에 급식 사건 잘 터진 것 같습니다. 아이들 먹을거리는 정말 걱정이에요. 저도 학부모 대표로 식자재 검수도 해봤지만 여전히 못 믿겠어요. 조 교사 급식은 못 믿어도 교사들은 좀 믿어주세요(웃음). 김씨 불신을 없애려면 무엇보다 교사들이 권위주의부터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한번은 어떤 선생님이 잘못을 하셨는데 ‘교사는 자존심을 먹고 산다.’며 절대 사과를 안 하시더라고요. 조 교사 그간 교사들이 권위적 입장에서 학부모가 한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학부모님들이 얘기하실 통로나 제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답답하시죠. 김씨 대부분 학교에서 봄이면 학부모 총회를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1년에 한번 하는 건데 왜 안 오느냐, 성의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왜 한번 밖에 안 하느냐고 말하고 싶어요. 조 교사 횟수도 중요하지만 부모님께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더군요. 아이들이 대개 부모님이 학교 오는 걸 싫어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가정통신문 대신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김씨 선생님은 그런 노력을 하시지만 홈페이지도 제대로 활용 못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학교가 “애 맡겨 놓았으니 성의를 보여라.”는 식이 아니라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다양하게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문자든 학부모 총회든 소통의 장을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 그게 시작일 것 같습니다. 정리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신문 102년-여기도 소통이 필요하다] “네몫 양보? NO 근로자 권익 함께 찾죠”

    [’서울신문 102년-여기도 소통이 필요하다] “네몫 양보? NO 근로자 권익 함께 찾죠”

    국가 경쟁력의 잣대가 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경쟁력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38위를 차지했다. 노사관계 분야(노사관계가 생산적인 정도)는 조사대상국 가운데 꼴찌인 6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02년 이후 줄곧 60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임은 노·사·정이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합의의 취약성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야 양노총이 사회적 협의체인 노사정위원회의 주요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지만 노사정은 무려 2년 가까이 대화조차 없었다. 이 같은 노동계의 소통부재는 노동운동이 시작된 지난 20년간 줄곧 계속돼 왔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관계 본부장은 “노사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것은 단기적인 이해관계에 치중하면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소통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올 들어서도 비정규직보호법안을 놓고 노사정간 첨예한 이견차를 보였다. 한쪽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은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이라 맞서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한 노사정 지도자들간에 진정성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이를 비웃듯 정·비정규직 근로자간에 상생의 관계를 찾아내는 곳이 생겨나고 있어 대조적이다. ●상생의 길 찾은 양보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지난 5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통합 대의원대회를 가졌다. 지난달 13일 통합을 선언한 이후 첫 공식행사였다. 임명배(40) 노조위원장은 “노조원 모두의 양보와 이해로 상생의 길을 찾는 데 성공했다.”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이 회사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조간의 통합은 노동계에 큰 의미를 던져준다. 우리 노동계의 가장 큰 난제인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차별시정에 노조원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수범사례로 꼽힌다. 400여명의 정규직원으로 운영되던 이 회사는 외환위기(IMF)를 거치면서 1700여명까지 직원이 늘어났다. 줄도산으로 부실채권 업무가 폭주하면서 1300여명이 충원된 것이다. 주로 이 당시 퇴출된 5개 시중은행 출신으로 이 가운데 1000여명은 비정규직이었다. 이들 비정규직 사원의 문제는 외환위기가 진정돼 부실채권 업무가 줄었던 2001년말부터 노출되기 시작했다. 회사는 적정인력 유지 문제를 거론,2007년 말까지 400여명 선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었다. 자연히 직원들 사이에 고용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정·비정규직간에는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다. 비정규직은 “처우도 열악했던 우리만 왜 잘려야 하나”, 정규직은 “모르는 일이다.”는 식의 벽이 생겼다. 신입사원들에게 간단한 업무조차 전수가 안될 정도로 정·비정규직간의 불신은 깊어만 갔다. 2002년초 취임한 임 위원장은 정·비정규직의 문제를 공동의 과제로 선언했다. 비정규직이 보호받지 못하면 정규직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논리로 노조원들을 설득했다. 예상대로 정규직은 “내 몫을 나눠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노조가 적정인력을 1000여명 수준까지 유지하는 데 노력키로 하고 비정규직의 복지수준을 연차적으로 높여 나가면서 불신의 벽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에는 비정규직원 370명이 노조에 가입하고 비정규직의 복지수준을 정규직의 65%에서 85% 수준으로 높여갔다. 임 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내 것을 나누는 것에서 출발한다.”면서 “노사 또는 노노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때만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녹색공간] 환경사업 불신비용을 줄이자/노수홍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필자가 환경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과목 중에는 ‘환경양론’이란 게 있다. 환경오염물이 발생원에서 퍼져나가 주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면 그 오염물의 물질수지와 에너지수지를 알아야 한다. 환경양론은 오염물이 어떤 경로로 얼마만큼 이동해서 농도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배우는 과목이다. 환경양론을 가르치며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예제가 있다. 미국의 어느 도시에 A와 B라는 공장이 나란히 있었다. 어느 겨울에 지역 환경단체가 갑 공장을 오염물질 배출 위반 혐의로 해당 지자체에 고발하였다. 그리고 증거로 A공장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는 사진을 찍어 제출하였다. 사진에 같이 나온 B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보이지 않았다.A공장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을 찍은 날의 공장 운영일지를 검사하고 혹시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조사하였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B공장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보이지 않고 A공장에서만 하얀 연기가 보이는 이유를 조사하였다.A공장은 보일러 연료로 비싸지만 친환경적인 천연가스를 사용하고,B공장은 석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A공장이 B공장보다 더 깨끗한 연기가 굴뚝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나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수소성분이 상대적으로 많아 수증기를 많이 발생시킨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수증기가 응결되어 하얀 연기로 보이는 것이다. 갑 공장의 기술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인근주민, 환경단체, 담당공무원, 기자들에게 과학적인 자료를 제시하여 문제를 해결하였다. 과학적인 사실을 이해 당사자들이 이해하고 서로 신뢰하였기 때문이다. 도시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소각로에서 나오는 연소가스의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시설에는 상당한 투자비가 들어간다. 또한 주민들의 민원을 줄이기 위하여 굴뚝에서 무해한 수증기가 응결되어 나오는 하얀 연기를 보이지 않게 하기위하여 백연처리장치를 상당한 추가 예산을 들여 설치하는 곳도 있다. 주민들에게 하얀 연기가 무해한 수증기라는 설명을 해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사업을 신뢰하지 않아서 낭비하는 예산을 불신비용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국책사업에 천문학적인 불신비용이 들어간다. 민간기업도 상당한 불신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공장에서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보다 환경민원을 처리하는 데 더 많이 신경쓰는 공장장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불신비용이 우리 정부와 기업의 경쟁력을 낮추고 있다.1990년 초 원주가 광역쓰레기매립장 건설사업의 시범사업지역으로 선정되었다. 여러 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한 지역에 매립장을 설치하여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취지다. 원주권 광역쓰레기매립장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에 정부가 어떻게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형식적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후보지를 선정하는지를 필자는 경험하였다. 또한 청계천복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시행처가 제시한 설계자료를 독립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 주민공청회에서 흔히 보는 주민들의 실력행사는 정부의 조사결과에 신뢰를 갖지 못하는 배신감과 좌절감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받은 용역기관이 정부의 의도대로 작성한 전문적인 조사내용을 주민들이 짧은 공청회 기간에 토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주민들이 선정한 전문가가 참여해도 조사내용을 검토하고 검증할 충분한 시간과 경비를 주지 않아서 정부 측 전문가의 논리를 반박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민들이나 시민단체들이 공청회에서 무력시위를 행사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다. 선진국의 경우 정부는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과 NGO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위원회에 충분한 예산을 제공한다. 따라서 위원회는 정부의 용역기관이 수행하는 조사결과를 병행하여 독립적으로 검증한다. 또한 그 진행과정을 수시로 주민들에게 보고하고 공청회에 참여하여 정부측 전문가와 토론한다. 이런 방법이 정부사업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사업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환경 불신비용을 줄여야 국가경쟁력이 살아난다. 노수홍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 “한·중 기술격차 2015년엔 1~2년”

    오는 2015년에는 한국과 중국의 기술력 격차가 거의 사라져 현재 3.8년에서 1∼2년 이내로 좁혀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정부의 인·허가 등 각종 진입 규제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경우 잠재성장률은 0.5%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경제현황과 참여정부 후반기 과제’를 보고했다. 현 원장은 “올해 우리 경제는 5%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하겠지만 유가 불안과 세계경기 둔화로 경기하방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면서 “특히 중국의 부상은 대외적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 경제는 IT산업의 비중이 늘고 노동집약적 제품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줄어드는 등 산업구조 개편이 한국과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지만 그 속도가 훨씬 급진적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중국을 제외한 주요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약진 중이며 세계 시장점유율 상위 5위권에 드는 수출 품목도 305개로 62개인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중간 전반적인 기술력 격차는 지난 2004년 4.4년에서 지난해 3.8년으로 감소한데 이어 2015년에는 1∼2년 이내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자동차·기계·소재 등의 제조업에서는 한·중간 기술 격차가 크지만 이동통신이나 이차전지 등의 신(新)산업 분야에서는 격차가 적다고 덧붙였다. 또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총요소 생산성의 증가율이 둔화하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한 뒤 기존의 진입 규제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 잠재성장률을 0.5% 포인트 증가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7월 현재 진입 규제의 유형은 허가 473건, 인가 205건, 면허 66건, 승인 329건, 지정 258건 등이다. 아울러 박사급 등 고급 두뇌의 해외 유출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최첨단 부문에서의 국내 인력이 전무하기 때문에 산학연 협력체제로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 원장은 사회적 안정성 제고를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국민연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국민 불신의 심화”라고 밝혔다. 공무원 연금도 정부가 보전해 주는 부채 규모가 올해 1조 1000억원에서 2010년 2조 5000억원,1020년 16조원,2030년 40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백문일 기자 mip@seoul.co.kr
  • ‘새출범’ 이용훈 체제 흠집 우려

    사상 처음으로 현직 고위법관이 네 차례나 검찰에 소환돼 조사까지 받게 되자 사법부가 술렁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군산지원 판사 3명이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여러 차례 골프접대와 향응을 받아 사표를 낸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으로 사법불신은 물론, 지난 11일 대법관 5명이 새로 임명되면서 본격적으로 출범한 ‘이용훈 체제’에 흠집이 날까 우려하고 있다. 대법원은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보 조치했다. 또 사건과 관련된 소문이 돌기 전부터 거론된 법관들을 자체 감찰했다. ‘칼자루’를 쥔 검찰을 향한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감찰 결과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검찰이 그것보다 더한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은 증거에 의해 수사를 진행되고 있는데 법원이 오해한다며 자칫 법원과의 감정대립이 체포·구속영장 발부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미사일 발사 후 對北·日 대응 기준 盧의 선택 ‘안정’

    ‘북한에는 유연하게, 일본에는 강경하게.’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일 이래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견지해 온, 북한과 일본에 대한 차별화된 대응 방식이다. 북 미사일 사태에 줄곧 침묵을 지키던 노 대통령의 말문은 11일 다름아닌 일본 각료들의 ‘대북 선제공격론’에 의해 열렸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 미사일 발사를 ‘도발적 행위’로 규정하면서도 전면에 나서기를 꺼렸다. 지난 5일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피하는 쪽으로 대응 방향의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서 정리된 ‘정부의 대응 방향’에는 대통령의 발언을 일절 넣지 않도록 지시했다. 대신 ‘대화의 틀 속에서 강력하게 항의하되, 행동은 신중하고 유연하게’,‘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잘 관리해 나가야’,‘대화를 중단하는 것이 적절한지 심사숙고해야’라는 등의 분명한 입장을 담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대화 해결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11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면서도 “남북관계는 대화로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간에 대화가 계속 이어져야 국민이 불안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사태에도 불구, 남북장관급 회담 역시 노 대통령의 이같은 대응 기조에 따라 예정대로 개최된 셈이다. 일본에 대한 접근은 사뭇 달랐다. 노 대통령은 11일 만찬에서 “물러설래야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접 나서 일본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청와대가 지난 5일 밝힌 ‘동북아에서 군비증강의 빌미를 제공하는 등 미래 안보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행위’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본 탓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에 군사적 조치까지 담은 유엔헌장 7조를 끼워 넣어 ‘대북 선제공격론’을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움직임에 급제동을 거는 형식을 택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안전을 위기로 몰아 넣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강경 대응에는 깊은 불신도 작용한 듯싶다. 노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에 대해 “보통국가, 세계의 지도적 국가가 되기 위해 법을 바꾸고 군비를 강화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 왔던 터였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해 앞으로도 북한과 일본에 대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시론] 북한의 폭풍 오는가/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시론] 북한의 폭풍 오는가/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절대폭풍’은 3개의 기상전선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상상을 초월한 폭풍을 뜻한다.2003년 5월 한반도 정세를 묘사하던 말이기도 하다. 핵무기 개발의 북한전선과, 선제공격 불사의 미국전선, 이같은 상황에 무관심한 남한전선의 충돌로 한반도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었다. 다행히 2005년 9·19 공동성명으로 절대폭풍은 일단 진정되었다. 그런데 북한의 미사일 7기 발사로 다시 태풍이 오고 있다. 적어도 절대폭풍으로 비화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의 외교전략을 정확히 읽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분단 이후 북한이 대미관계에서 보여준 외교전략은 4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균형·편승·돌파·버티기 전략이 그것이다. 균형과 편승 전략은 약소국이 강대국 앞에서 일반적으로 취하는 정책이고, 돌파와 버티기 전략은 북한이 특별히 구사하는 정책이다. 냉전기 북한은 소련·중국과 북방삼각동맹을 맺어 한·미·일 남방삼각관계에 대항하는 균형전략을 구사하면서 체제를 유지하였다.1990년 한·소수교와 92년 한·중수교로 동맹이 흔들리고 한·미·일의 압박에 처하게 되자, 교착상황 타개 차원에서 핵무기개발과 NPT(핵확산방지조약)탈퇴(93년)라는 모험을 강행하였다. 이른바 돌파 전략이다.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자,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94년)에 동의함으로써 핵무기 포기와 경수로 지원을 주고받는 유화적 편승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압박이 다시 강화되자, 김정일정권 공식출범(98년)전까지 대외관계를 전면동결하고 내부결속을 통해 체제유지에 주력하는 버티기전략으로 나왔다.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북한은 4개 전략을 선택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6자회담 교착과 미국의 금융제재 및 인권문제 제기에 따른 경제난과 위신 훼손으로 정권안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길 원한다. 그러나 미국이 응하지 않자, 다시 돌파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 6월 미사일 시위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의 주목을 이미 끌어냈었다. 미국이 힐 차관보의 방북 거부 등 양자대화에 응하지 않고, 일본도 납치문제로 강경정책을 지속하자,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북한의 의도는 다목적적이다. 그러나 핵심은 북·미 협상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김정일정권의 생존 보장이다. 방식이 북·미 직접협상이든,6자회담 틀내 양자협상이든 상관없을 것이다. 과거를 보면, 앞으로 전망은 낙관도 가능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미국 지도부의 불신이 지속되며 한·미 정책협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북한 흔들기 전략이 강화될 때, 북한이 제2미사일 발사나 고폭실험 재개와 같이 더욱 강도 높은 돌파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미사일 발사에 대해 분명하게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해야 한다. 우선 국민의 안보불안감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 둘째, 북한 미사일문제와 북핵문제를 구분된 사안으로 접근하자. 하나로 섞어 위기를 증폭시키거나, 완전 분리해서 무관심하게 대응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모두 다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자. 북한에게는 대화를 통해 김정일정권 붕괴가 목적이 아니란 것과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함을 명확하게 전달하자. 다만 일본 열도의 안보우려는 내부 요인으로 과장된 측면이 크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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