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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지방선거법 손질 한시가 급하다/ 김장중 정보와컨설팅 대표ㆍ행정학박사

    4·25 재·보궐선거 직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여론이 드높았다. 정부도 ‘기초단체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국회에 건의했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부터 기초단체 선거에 정당공천제가 도입된 이후 공천비리 등 숱한 선거부정이 발생하고 그 폐해가 심대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230개 기초단체장 전원의 정당공천제 폐지촉구 성명과 관련, 학회 토론회에서 폐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정당공천제 폐지를 포함한 지방선거제도 개선 논의는 더 이상 진전이 없다. 하루하루 살기에 바쁜 시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있고,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대통령선거에만 깊이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에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고만 한다. 정당공천제가 제대로 되면 책임정치 실현, 인재 발굴 및 훈련, 여성 진출 확대, 지방자치 발전 등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하지만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실제 선거에서는 많은 문제가 드러났다. 공천에 돈이 오가고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었으며, 지방정치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종속되어 유능한 지역인재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정당공천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거론된 ‘책임정치론’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일소에 부쳐졌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선거 포기와 한나라당의 참패에 비해, 탄탄한 지역기반을 쌓은 비(非)정당 후보들의 대거 당선이 그 방증이다. 정치적 과점주주로 행세하는 기존 정당의 무능과 횡포에 유권자가 외면했고, 함량미달 후보 사천(私薦)에 주민들이 반기를 들었다. 지방선거제의 폐해를 그대로 방치하면, 국민들은 매년 두번씩 분노와 후회를 되풀이해야 한다. 재·보선이 매년 4월과 10월에 실시되도록 선거법에 정해졌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강한 정치 불신과 낮은 정당 참여, 취약한 풀뿌리정치 등의 현실과 정치문화를 고려한 제도가 필요하다. 행정의 논리가 중시되는 지방자치의 특성상,‘정당에만’ 충성하는 정치꾼보다는 지역을 살찌울 진정한 일꾼이 뽑히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물들이 ‘정당공천’이라는 진입장벽에 막히지 않아야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주민들의 손에 지역정치를 돌려주어 민의의 왜곡을 막고 풀뿌리민주주의가 튼실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쥐고 흔드는 공천권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정당공천제로 무소속 후보에게 가해지는 차별도 시정돼야 한다.‘무소속’은 어감도 좋지 않고,‘갈 데 없는 사람’이나 ‘떠돌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배어 있다. 말 그대로 ‘독립 주자’이기에 ‘비정당 후보’나 ‘독립 후보’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를 써야 한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정당의 고삐에서 자유롭게 풀어줘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달 발효된 주민소환제다. 정당공천제를 그대로 두고서 주민소환제를 시행하면, 자칫 정당간 투쟁이나 대리전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이럴 경우 지역사회의 분열과 지방행정의 혼란은 심각해진다. 비례대표를 제외한 기초단체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자. 대신, 원하는 후보는 자신의 지지 정당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정당 표방제’를 도입하자. 특정 정당의 인기가 높은 지역은 여러 후보가 그 정당을 표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정당을 내세우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면 정당과 국회의원의 간택에 주민이 억지로 끌려가지 않고 주민과 후보가 선거의 진짜 주인이 된다. 정당은 민의로 선택된 유능한 인물을 영입해 훌륭한 인재로 육성해서 정치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선거제도 개선을 위해 6월 임시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꼭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김장중 정보와컨설팅 대표ㆍ행정학박사
  • “검정색? 빨간색?” 컬러플휴지 日서 대인기

    “검정색? 빨간색?” 컬러플휴지 日서 대인기

    “‘검정색 두루마리 휴지’ 보신 적 있나요?” 최근 일본에서 검정색 두루마리 휴지와 검은 면봉과 같은 상식을 깨는 생활용품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화제의 검정색 휴지는 포르투갈의 한 제지회사가 만든 것으로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 대히트를 쳤으며 검정색 외에는 빨간색, 녹색등 다양하다. 이 휴지는 신체에 무해한 친환경 제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버진펄프로 만들어졌으며 젖어도 색이 번지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ISO14001(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환경에 관한 규격표준)을 취득해 품질과 기능면에서 우수성을 인증 받았다.이 휴지는 1개당 330엔으로(한화 2500원) 일반 화장지보다 10배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 첫날 모두 품절돼 판매업체측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휴지 판매회사의 타케무라 토모유키(武村友之)씨는 “일부 손님들이 휴지의 탈색과 피부에 해가 될지 자주 문의하나 염려할 필요가 전혀없다.”며 상품에 대한 불신을 일축했다. 이 휴지를 사용해본 한 소비자는 “티슈라기보다는 마치 손수건 같다. 탈색도 되지 않고 부드럽다.”고 평가했다. 사진= 후지 TV FNN 뉴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美 ‘바지 소송’ 다음 주말쯤 판결

    한인 이민 세탁업자 정진남씨 부부를 상대로 한 워싱턴 행정법원 로이 피어슨 판사의 ‘5400만달러(약 500억원) 바지 소송’ 첫 재판 과정에서 피어슨 판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고 미 언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판결은 다음 주말까지 나올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피어슨 판사가 바지를 잃어버렸을 때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지만 담당 판사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고 전했다. 피어슨 판사는 재판에서 “상인은 소비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된다고 할지라도 보상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보상해야 한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또 자신은 잘못된 관행에 맞서고 있는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면서 5400만달러 중 자신은 200만달러만 갖고 재판비용 50만달러를 제외한 나머지는 소비자보호를 위한 교육기금으로 쓰겠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맡은 주디스 바트노프 판사는 이에 대해 “당신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 개인일 뿐”이라면서 “당신 자신을 위해 손해배상을 받기 원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피어슨은 세탁소가 내건 ‘당일 서비스’와 ‘소비자 만족 보장’이라는 표지판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피어슨은 정씨가 ‘소비자 만족 보장’이라는 표지판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했지만 자신을 비롯해 몇몇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사기를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 변호인인 크리스 매닝 변호사는 피어슨이 최근 이혼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자 자신의 분노를 정씨 가족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피어슨은 심문 과정에서 2005년 바지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 1000∼2000달러밖에 갖고 있지 않았고, 일자리가 없어 실업수당으로 연명해 왔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피어슨의 판사 재임명 탈락과 변호사협회 제명을 요구하는 행정법원판사 출신 멜빈 웰스의 기고문을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이 사회 각계로부터 과도한 소송권 남용으로 사법부에 대한 일반인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중계석] “BDA해결후 쟁점들 많다”/김연철 고려대 아세아硏 연구교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의 이행 국면에 진입하면 더욱 어려운 쟁점들이 남아 있습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14일 대진대 통일대학원(원장 양무목) 주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과거·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학술 발표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한반도 평화와 북·미관계’라는 주제발표에서 “6자회담의 걸림돌인 BDA가 해결되면 북한은 핵 시설의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데 가장 큰 쟁점은 바로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고, 북한은 실체를 부정하고 있는 만큼 의혹과 해명사이의 불신을 극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불능화의 개념과 방법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난제로 꼽았다.“그 다음 국면은 핵무기와 북한이 보유하는 핵물질, 즉 풀루토늄의 폐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핵 무기의 폐기 과정은 북·미 관계의 정상화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미국이 관계 정상화의 과정을 얼마나 압축적으로 진행하는가. 혹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진행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 점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의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북·미관계 진전없이는 한반도 평화체제의 질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에너지 경제지원 워킹 그룹의 최대 쟁점은 경수로 문제”라면서 “북한은 초기 이행 국면 직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소한 논의 시점과 제공 방법 등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없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사설] 대입 내신평가 대학에 맡겨라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들이 대입 정시모집에서 내신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세대와 성균관대, 이화여대는 내신 3∼4등급까지 만점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내신 상위 40%에 해당하는 학생들은 만점을 받게 돼 사실상 내신에 의한 평가는 무의미해진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이들 대학에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다. 대입 전형에 내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학생을 뽑는 주체인 대학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교육부가 끼어들 일이 아니다. 대학들이 내신 실질반영률을 줄이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학교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학력차를 내신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내신 평가 과정을 대학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어서다. 학력은 높은데도 학교간 격차로 인해 내신 등급이 낮아져 선발에서 탈락하는 해괴한 일들이 그래서 벌어진다. 내신보다는 상대적으로 변별력이 높은 수능과 논술 등으로 우수한 학생을 뽑겠다는 판단은 대학으로선 당연하다. 상위권 학생들에 대해서는 내신에서 차이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 대학은 지난해까지 내신 성적을 ‘수우미양가’의 5등급으로 반영했던 만큼 이번 방안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교육부가 내신을 무력화하는 대학에 초강수로 대응할 뜻을 비췄다. 그러나 말 안듣는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끊겠다는 식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신뢰할 수 없는 잣대를 사용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내신 반영을 요구하기에 앞서 내신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내신 불신의 요인은 놔둔 채 제재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바뀌었다. 대학들도 내신 평가방식을 조속히 결정해 교실의 혼란을 줄여야 할 것이다.
  • 美 외교협회, 대선후보 對北정책 분석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외교협회(CFR)는 12일(현지시간) 민주당 및 공화당 대통령 예비후보들의 대북정책을 소개했다.CFR에 따르면 민주당 후보들은 대부분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북·미 양자협상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선호했다. 반면 공화당 후보들은 북한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CFR가 소개한 주요 후보들의 대북정책은 다음과 같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6자회담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대북 직접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대북 직접대화 실패가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를 불러왔다고 비판했으며 지난해 6월 공동명의로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도 6자회담이 북한 핵 프로그램 통제라는 목표를 실현하는 데 효과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열린 CFR 모임에서는 유엔의 대북제재가 “내가 원했던 것만큼 강력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6자회담을 ‘임시방편’으로 평가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다루기 위한 ‘국제연대’를 만들어야 하며 지속적이고 직접적이면서 공세적인 외교활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군사적인 해결방식을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이보다 앞서 지속적이고 직접적이며 공세적인 외교가 첫번째 조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 빌 클린턴 행정부가 만들어낸 제네바 합의에 대해 지극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올해 2월 시애틀 연설에서는 북한을 ‘아시아 최대의 안보위협’으로 규정했다. 또 6자회담의 ‘2·13 합의’가 담고 있는 비핵화 요구를 북한이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했다. 지난해 7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에는 중국이 대북압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대북 압박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4월 뉴햄프셔에서 “부시 행정부의 전략이 지금까지 충분한 성과를 나타냈기 때문에 이를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2·13 합의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이 속임수를 쓰지 못하도록 하고 성공적인 합의 이행을 위해서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국제사찰단의 완전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dawn@seoul.co.kr
  • [문화마당] 말의 향기/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욕설과 비속어, 외래어와 성적표현으로 가득 채워진 우리말을 생각하면 절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쓰는 사람이야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들을 사용하겠지만, 저속한 표현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을 만나면 그 천박성이 감각으로도 전해지는 것 같아 몸부터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대중적 언사(言辭)이든 현대인의 욕망을 관습화한 표현이든 그런 말투로 상대와 마주서는 사람이라면 인품부터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쇼 오락프로그램처럼 즐기기 위한 경우라 하더라도 저급한 언술의 바이러스는 그 오염의 폐해를 지겹도록 겪고 난 뒤에야 심각성을 깨닫게 만든다. 그때 말의 사회성은 돌이킬 수 없도록 피폐해져 있을 것이다. 우리가 쓰는 ‘말’은 사람의 경험이나 느낌,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 이상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말은 소리이면서 글자이자 색깔이면서 의미이기도 하지만, 존재가 포섭하는 세계의 울림이기도 하다. 말을 로고스(Logos)로 표현했던 옛 그리스 사람들의 생각 속에는 오성(悟性)이나 이성뿐 아니라, 진리와 신성까지 함께 자각하려는 예지가 자리잡고 있다. 말은 소리의 연쇄나 문자 기호의 단순한 조합만으로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일정한 ‘의미의 실질’이 따라야 한다. 의미의 실질이란 표현에 상응하는 경험적, 사상적, 현실적 ‘근거’와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말의 쓰임새나 방편도 다양해진다. 인간의 사유와 경험이 시대의 변화와 굴곡을 끌어안는 까닭이다. 그러나 변화가 개입한다고 해서 우리가 쓰는 말을 세태의 급류 속으로 그냥 내몰 수는 없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말이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게 치장되는 세상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신뢰가 늘 싱싱하게 유지되고 진실이 대접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말에 담긴 참뜻이 상록수처럼 가꾸어져야 사람 사이의 믿음 또한 넉넉하고 아름다워진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너무나도 또렷하게, 말이 오용되거나 변질되어 나날이 제 가치를 잃어버리는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국어의 피폐는 절박한 순간에까지 이르렀다. 기계적 편의성을 앞세워 말의 규범을 제멋대로 파괴하기 예사이고, 탈락과 축약, 은어와 특수기호로 괴상하게 변형시킨 표현들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여 우리말을 혼돈의 나락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오염된 말이 횡행하는 이면에는 “거짓말도 잘하면 논 닷 마지기보다 낫다”는 식의 진실을 경시하는 우리 특유의 무의식이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말은 때로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장 혐오스러운 도구로써, 비열하고 가련한 ‘죄악의 연장’으로 쓰이기도 한다. 말로 비롯되는 투쟁과 분열로 인격의 존엄성은 심각하게 침해받는 지경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말이 미덥지 못한 사회일수록 궤변과 수사적 허위가 횡행하며, 결국은 사람이 살아 갈 수 없는 위기의 세상으로 변하고 만다. 나쁜 말은 인간의 무의식 깊은 곳에 웅크린 저열한 방어심리들을 활성화시켜 속임수, 시기, 질투, 과장, 욕설, 분노 등을 동원하도록 자극하며, 나아가 인간 정신의 황폐화를 부추기는 것이다. 말을 가볍게 생각하고 참과 진실의 구분이 모호하게 된 세태라 해서 말의 순수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말의 가치가 무시당하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는 자연의 황폐는 심각하게 받아들여 그 보호에 열정을 쏟지만, 말의 오염에는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하고도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은 거짓과 과장에 물든 불신의 말들을 함께 반성하고 몰아내려는 의식화된 운동일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대중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쪽 팔린다.’라는 비속어를 남발하는 나라에서 국어정화운동이 또 무슨 소용이리. 우리 아이들의 세대가 더욱 극심하게 오염된 언어의 노골적인 폭력 앞에 그대로 노출되어버릴까 두려울 따름이다. 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병자호란 다시 읽기] (23) 심하전역과 인조반정 Ⅴ

    [병자호란 다시 읽기] (23) 심하전역과 인조반정 Ⅴ

    1623년(광해군 15) 3월13일 새벽, 광해군은 다급하게 창덕궁의 담을 넘었다. 내시의 등에 업힌 채 궁인 한 사람만을 대동한 초라한 몰골이었다. 자신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반정군(反正軍)의 함성 소리를 뒤로하고 그는 안국방(安國坊)의 여염으로 숨어들었다. 궁궐 담을 넘는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왕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광해군’이 되었고,‘폐주(廢主)’,‘혼군(昏君)’으로 불리기 시작했다.‘쫓겨난 임금’,‘어리석은 임금’이란 뜻이다. ‘폐주’는 몸을 숨긴 지 하루도 못되어 체포되었다. 이윽고 강화도를 거쳐 제주도로 옮겨졌다. 유배지 제주에서 삶을 마감할 때까지 19년. 광해군이 ‘인생무상’,‘권력무상‘을 곱씹어야 했던 그 시간, 조선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역사도 요동쳤다. ●인조반정, 성공하다 광해군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1623년의 쿠데타를 보통 인조반정(仁祖反正)이라 부른다.‘반정’이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올바른 곳으로 돌아간다(發亂世反諸正)’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광해군을 몰아내려는 모의는 1620년경부터 시작되었다. 이서(李曙), 신경진(申景 ), 구굉(具宏) 등 무신들이 먼저 발의하고 김류(金 ), 이귀(李貴), 최명길(崔鳴吉) 등 문신들을 끌어들이면서 급진전되었다. 신경진과 구굉은 모두 능양군(綾陽君·인조)의 인척들이고 김류와 이귀, 최명길 등은 광해군대 조정에서 쫓겨났던 서인(西人)의 명망가들이었다. 그들은 왜 정변을 기도했을까? ‘인조실록(仁祖實錄)’은 ‘윤리와 기강이 무너져 종묘사직이 망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정의 명분을 기록하고 있다.1613년 ‘은상(銀商) 살해 사건’에서 비화된 계축옥사(癸丑獄事)를 통해 영창대군(永昌大君)이 살해되고, 곧 ‘폐모논의(廢母論議)’가 일어났던 것이 결정적이었다.‘폐모논의’는, 그것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불효(不孝)의 극치’이자 패륜으로 인식되어 광해군 정권에 치명타가 되었고, 반정 주도 세력에는 ‘거사’를 정당화하는 절호의 명분이 되었다. 하지만 인조반정 주도세력들이 거사를 성공시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고변(告變) 때문에 거사 계획이 몇 차례나 누설되었지만 용케도 토벌을 피했다.1622년 가을, 평산부사(平山府使)로 임명된 이귀는 신경진과 함께 거사를 도모하려 했는데 기밀이 누설되었다. 체포되기 직전의 상황에서 김자점(金自點)과 심기원(沈器遠) 등이 광해군의 후궁에게 청탁을 넣어 겨우 무마되었다. 1623년 3월의 거사 계획도 마찬가지였다. 거사 하루 전날인 3월12일, 북인(北人) 김신국(金藎國)은 자신이 입수한 서인들의 거사 계획을 정승 박승종(朴承宗)에게 알렸다. 곧바로 역모 관련자들을 심문하기 위한 추국청(推鞫廳)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관련자들을 잡아들이라는 왕명이 떨어지지 않았다. 추국청이 설치될 무렵, 광해군은 후궁들과 연회를 벌이려던 참이라 재가를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반정 주도 세력들에게는 그야말로 천운(天運)이었다. 이윽고 홍제원(弘濟院)에 집결했던 반정군은 3경 무렵 창의문(彰義門)을 깨부수고 창덕궁으로 들이닥쳤다. ●광해군, 폐위되다 인조반정의 거사를 이끌었던 반정군의 전력(戰力)은 사실 보잘것없었다. 병력은 1000여명에 불과했다. 그 가운데 장단부사(長湍府使) 이서가 이끄는 700명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오합지졸이었다. 홍제원에 집결했던 군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유생들과 어중이떠중이들이었다. 무기를 잡아보거나 전투를 치른 적이 없는 그들이 기율이 있을 리 만무했다.‘일사기문(逸史記聞)’의 저자는,“웃고 떠들고 소란을 피워 제대로 통솔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적었다. 반정군이 그나마 대오를 갖추고 기율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장 이괄(李适) 덕분이었다. 그는 당시 광해군에 의해 북병사(北兵使)에 임명되어 임지로 부임하려던 직전에 반란군에 가담했다. 이귀가 그의 장재(將才)를 알아보고 대장을 맡긴 것이었다. 이서 등 몇몇을 빼면 백면서생(白面書生)에 불과했던 반정군 지휘부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조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정군이, 광해군에 대한 경호를 책임지고 있던 훈련도감(訓鍊都監)의 정예병과 대적하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반정군은 창덕궁으로 거의 무혈입성(無血入城)했고, 광해군은 반역세력에 대한 진압 한번 시도하지 못한 채 궁궐의 담을 넘어야 했다. 왜 그랬을까? 문제는 항상 내부로부터 불거져 나오기 마련이다. 즉위 말년의 광해군이나 그의 측근이었던 대북파(大北派)는 정치적으로 모두 문제가 있었다. 대북파의 핵심인 이이첨은 정치적 반대파인 서인과 남인(南人)을 모두 축출한 이후 권력이 극도로 비대해졌다. 그는 대외정책에서 광해군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광해군 또한 권간(權奸)이 되어버린 그를 불신하고 견제했다. 광해군은 폐위되기 전 6년 동안 자신의 경호 책임자인 훈련대장을 11차례나 교체했다. 평균 1년에 두 차례나 바꾼 것이다. 제대로 믿을 만한 신료가 없는 상황에서 비롯된 불신감의 표출이었다. 그 같은 상황에서 거사가 일어날 당시 훈련대장이었던 이흥립(李興立)은 반정군에게 포섭되었다. 광해군을 배신한 이흥립은 반정군이 창덕궁으로 난입하는 것을 방관했다. 광해군은 또한 말년에 김개똥(金介屎)이란 상궁을 총애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귀, 김자점 등 반정 주도세력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이귀가 역모를 꾀한다.’는 투서가 수차례나 들어왔음에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비호 때문이었다. 말년의 광해군은 정치적 판단력에서 분명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폐위의 명분이 된 외교정책 인조반정의 성공과 함께 인목대비(仁穆大妃)는 부활했다. 인조는 반정 성공 직후 덕수궁에 유폐되어 있던 그녀를 찾아뵙고 반정 사실을 알렸다. 그녀는 대왕대비의 자격으로 인조에게 옥새를 넘기고 그의 즉위를 선언했다. 그로써 인조는 선조(宣祖)의 왕통을 잇는 계승자로 자리매김되었다. 이윽고 광해군이 끌려와 인목대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광해군에 대한 그녀의 원한은 처절했다. 인목대비는 “10여년 동안 유폐되어 지금까지 죽지 않은 것은 오직 오늘을 기다린 것”이라며 광해군의 목을 베려고 시도했다. 인조와 신하들은 ‘폐출된 임금이지만 신하들이 그에게 형륙(刑戮)을 가할 수는 없다.’고 결사적으로 방어했다.3월14일, 인목대비는 ‘광해군의 죄악’ 10가지를 제시하고 그를 폐위한다는 교서를 공식적으로 반포했다. 당연히 ‘폐모살제(廢母殺弟)’가 먼저 언급되었다.‘궁궐 공사를 대대적으로 일으켜 백성들에게 고통을 준 것’,‘선왕조의 구신(舊臣)들을 모두 쫓아낸 것’,‘뇌물로 인사를 단행하여 혼암(昏暗)한 자들이 조정에 넘치게 한 것’ 등의 ‘악행’들이 차례로 거론되었다. 인목대비는 이어 ‘외교 문제’를 언급했다.‘선조는 임진년의 재조지은(再造之恩)을 잊지 못하여 죽을 때까지 명나라가 위치한 서쪽을 등지고 앉지 않았다. 광해는 배은망덕하여 천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랑캐에게 성의를 베풀었으며, 심하전역 때는 전군을 오랑캐에게 투항시켰고, 황제가 칙서를 내려도 구원병을 파견하지 않아 예의의 나라인 조선을 오랑캐와 금수가 되게 만들었다.’고 성토했다. 한마디로 ‘재조지은을 배신했기 때문에’ 폐위한다는 내용이었다. 곧이어 광해군 시절의 대북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시작되었다. 이이첨, 정인홍 등 핵심 인물들은 대부분 처형되거나 조정으로부터 영구히 축출되었다. 주목되는 것은 거사가 성공한 당일, 인조가 도원수(都元帥) 한준겸(韓浚謙)에게 평안감사 박엽(朴燁)과 의주부윤(義州府尹) 정준(鄭遵)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점이다. 박엽과 정준은 서쪽 관방(關防)인 의주와 평양에 머물면서, 광해군의 지시대로 명 및 후금과의 외교 교섭을 전담하고 있던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을 처형한 것은, 향후 인조정권의 대외정책이 바뀔 것임을 암시하는 조처였다. 바야흐로 인조반정의 성공과 함께 조선과 명, 조선과 후금의 관계 또한 격렬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사설] 정부가 국민연금 이탈 부추겨서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국민연금에서 사립학교교직원연금(사학연금)으로 말을 갈아탔다고 한다.‘대학원을 설치, 운영하는 연구기관은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사학연금법 조항에 의거해 교육부장관이 사학연금 가입을 허용했다는 것이다.KDI는 그동안 국제정책대학원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사학연금 가입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사학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재정도 안정적이고 연금 수급률도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한국학중앙연구원(옛 정신문화연구원)도 2005년 5월 국민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갈아탔다. 우리는 KDI 본원의 경우 교육기능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학연금 전환을 거부했던 교육부가 갑자기 입장을 선회하게 된 배경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본다.‘교육부장관의 권한’이라는 해명으로는 부족하다. 교육부의 이러한 행태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뿐이다.KDI가 ‘사립’이나 ‘학교’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세대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KDI의 ‘제 잇속 차리기’ 행태가 가증스럽다. 정부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를 공동으로 만든 24개 정부출연기관이나 법인화를 추진하려는 국립대학들이 사학연금 가입을 요구한다면 무슨 핑계로 거부할 것인가. 국민연금 못지않게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특수직연금도 과다 혜택이 주어지는 형태로 잘못 설계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구나 군인과 공무원연금은 혈세로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 우리가 국민연금 개혁에 앞서 특수직연금 개혁을 요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의 자의적인 잣대에 따라 연금 가입대상이 오락가락하는 일을 방지하려면 모든 연금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 [구 의정 초점] 서대문구의회 ‘교육경비보조특별위’

    [구 의정 초점] 서대문구의회 ‘교육경비보조특별위’

    특수목적고, 자립형사립고, 영어마을 등을 유치하기 위한 자치구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목표의 끝은 ‘교육 특구 강남보다 나은 교육환경’이다. 서대문구의회도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예산의 효율적인 활용, 친환경 급식 지향 등 현실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구세의 3% 범위에서 지원되는 서대문구의 교육경비지원금 규모는 올해 15억원선이다. 추가경정예산까지 포함하면 20억원쯤 된다.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에는 중위권 수준이다. 한 학교에 최고 6000만원까지 지원되지만 대부분 학교 시설 보수공사 등 단순 사업에 쓰인다. 특수사업이나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쓰이는 돈은 전무하다. 서대문구의회는 교육경비지원금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교육경비보조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박운기 의원을 특위 위원장으로, 서정순·변녹진·유정오·김정철·이기돈·문군자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당초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기한으로 만들어 활동을 시작했지만 학교, 학부모의 요구는 생각 이상으로 다양했다. 결국 오는 7월까지 특위 활동 기간을 연장했다. 2002∼2006년 교육경비지원현황을 파악하고, 초·중·고교 교장단, 초·중·고교 학부모운영위원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교육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교육경비지원금을 신청할 때 학부모운영위의 회의록을 추가하도록 했다. 박 위원장은 “한 학교는 교육경비지원금을 저소득층 아이들의 학습준비물 지원사업에 써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면서 “교육청, 교장단, 학교운영위 등 다양한 계층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면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급식을 향한 의지도 남다르다. 곳곳에서 터지는 허술한 급식 문제를 보며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뒷북을 칠 것이 아니라 더 앞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지향점이다. 지난해 6월 주민 6959명의 서명을 받아 친환경 급식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급식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의했지만 보류 상태다. 특위 활동이 완료된 시점에는 이 조례를 통과시킬 수 있도록 친환경 급식의 장점을 알리는 데 팔을 걷어붙였다. 매달 한 차례 꼴로 학교, 시민단체, 업체 등의 관계자들을 만나 친환경 급식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3월에는 친환경 급식 우수 자치단체로 꼽히는 전남 나주시를 방문해 시청, 시의회, 어린이집과 학교, 산포농협사업소 등을 두루 돌아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지역내 15개 초등학교의 학교운영위원, 급식모니터 등 26명과 문래초등학교를 돌아 봤다. 학부모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시범학교로 지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14일에는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교육경비지원 및 학교 급식에 대한 심포지엄’을 연다. 지역내 36개 초·중·고 학부모 300여명이 참가하는 이 심포지엄에서 학교 예산 운용 방법과 학교 급식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박운기 특위위원장 “친환경 급식하면 아이·농민 다 살려” “친환경 급식을 하게 되면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습니다.” 특위활동기한을 연장해 가면서 친환경 급식 부분의 비중을 높인 박운기(41)위원장은 ▲비용 상승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불신 ▲필요성 부족을 친환경 급식 도입의 3대 장애물로 꼽았다. 김치를 제외하고 모두 친환경 재료로 바꾼 뒤 한 끼 300원, 한 달 6000원이 오른 경우를 예로 들며 “비용 상승분의 일부는 자치단체가 지원하고, 농어촌과 자매결연을 가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구의 교육경비지원금 일부를 시범학교에 지원해 친환경 급식을 시도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오르는 금액에 대해 구청이 일부 지원하고 농어촌과 자매결연을 가져 친환경 급식을 추진하면 이같은 잘못된 인식도 불식시킬 수 있다.”면서 “친환경 급식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는 허술한 급식문제를 해결하고, 농민도 살리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10) 대안정당 가능성] “정치변화 노력부족”vs“생활정치 정당 필요”

    ■ ‘386 정치인’ 우상호 의원 민주화가 낳은 정치세력의 한가운데에는 ‘386’이라는 이름이 있다. 제도정치권의 변신 과정에서 ‘젊은 피’ 수혈로 일컬어지던 이들. 제도정치의 이념적 분화를 넓혔다는 평가도 받지만 기존 정치 권력의 틀에 안주해 정치 불신만 가중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386 대표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6월 항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던 우상호(8일 열린우리당 탈당 선언) 의원을 통해 이들의 자화상을 들여다봤다. ▶386정치인의 공과를 평한다면. -“반대만 했지 사회적 책임을 져본 적 있냐.” 정치 시작하며 많이 들은 비판이다. 그래서 정치 활동보다 상임위 활동에 주력했다. 실제 386 정치인들은 해당 상임위에서 우수 의원으로 인정받았다. 대안 제시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정치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개혁성과 도덕성만으로 정당체제를 바꿔내기엔 한계가 있었을 텐데. -국가보안법 문제만 해도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는 노력했지만 정당끼리의 경쟁 국면이 됐을 때 우리는 ‘여럿 중 하나’에 불과했다. 정치적 실천의 계기에 섰을 때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한 책임도 크다. 노선과 정책보다 친소 관계나 정치 입문 계기 등이 잣대가 된 점도 마찬가지다. ▶대안 세력으로서 386의 역할은. -386은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됐다. 아직도 주어진 시대적 과제가 많이 남았다. 실질적 민주화를 완성하고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와 같은 개혁 의제도 쌓여 있다. 구혜영 박창규기자 koohy@seoul.co.kr ■ ‘정치세력화 앞장’ 정대화 교수 6월 항쟁은 ‘시민사회’의 탄생을 가져왔다.9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민사회는 16대 총선 낙천·낙선운동과 17대 총선에서 물갈이연대를 통해 의회를 감시하는 정치 활동에 주력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을 정치 의제로 쟁점화한 주역이기도 했다. 시민사회의 ‘수혈 정치’를 뛰어넘어 주도적인 정치세력화에 앞장서고 있는 정대화 상지대 교수를 만나 민주화가 남긴 정치의 과제와 대안을 들어봤다. ▶민주화 이후 정치상을 평한다면. -보스정치와 지역주의, 패거리정치 등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를 민주화 이전엔 따질 겨를이 없었지만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게 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다. 민주화 이전엔 부패정치가, 이후에는 무능정치가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인사 영입과 진보정당 원내 진입을 민주화의 정치적 성과로 꼽는데. -정치민주화의 공과다. 영입된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 토대를 닦아야 하는데 ‘초대받은 정치’에 머물렀다. 준비없는 상태에서 편입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대안적 정치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했고 보스·패거리정치에 휘말려 우왕좌왕했다. 우리 정치가 민주노동당을 갖게 된 것은 근본적 발전이다. ▶바람직한 대안정치의 방향은. -좋은 정당과 좋은 정치시스템이 함께 나와야 한다. 사회의 흐름을 대변하는 정당이 나오고, 국민 의식을 대변하는 사회적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다양화된 각 분야의 계층적 이익을 대변하는 ‘생활정치’가 완성될 때 6월 항쟁은 소임을 다하게 될 것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지방공사 ‘특수채권’ 인정 논란

    지방공사 ‘특수채권’ 인정 논란

    지방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의 인정 범위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재정경제부 등이 맞붙었다. 행자부와 16개 광역자치단체, 국회는 최근 개정된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지방공사 채권의 ‘특수채’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국가공기업과 달리 지방공사의 채권에 대해선 신뢰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1일 재경부가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비롯됐다. 이 개정안은 불과 4일전인 17일 공포된 지방공기업법의 개정 취지를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의원입법안 4일만에 원위치 법률 개정안은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 등이 발의해 국회에서 반대없이 통과됐다. 지방공기업법은 도시개발공사와 지하철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에 대해 증권거래법상에서 국가공기업의 채권과 동일한 특수채의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증권거래법 시행령은 특수채에서 제외되는 채권에 ‘지방공사가 발행하는 채권’을 새로 추가했다. 즉 지방공기업은 발행채권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다가 4일만에 불신을 받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공기업의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국회가 법률 개정안을 압도적인 찬성(202표·기권 2표)으로 통과시켰는데 재경부가 하위법령을 바꿔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주장했다.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 15명은 지난 3일 재경부 장관에게 질의서를 발송했다. SH공사 노동조합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방공사 채권의 신인도 추락, 서민을 위한 공공사업의 재원조달 비용 상승, 부동산 시장의 혼란 등이 우려된다.”면서 특수채 지위의 회복을 촉구했다. 노조는 지방공기업 노조원들의 연명부를 작성, 항의 방문과 거리집회를 갖기로 했다. ●“채권 규모 너무 커 투자자 보호 필요” SH공사, 대구지하철공사 등 23개 지방공기업은 법률 개정에 따라 주택·지하철 건설사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박명재 행자부 장관도 “지방재정 역량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를 주도할 지평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특수채는 공사채와 비교해 ▲공시의무가 없으면서 ▲채권 수익률(금리)이 최고 1.06%p 낮고 ▲유가증권발행 분담금(발행액의 0.09%)도 물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공기업은 3년동안 발행할 채권의 규모가 7조 2039억원이라고 밝혔다. 금리인하 등의 효과로 1656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특수채의 신용등급은 국가등급과 같은 ‘AAA’로 3년물 금리가 7일 기준으로 연 5.44%에 그친다. 반면 지방공사채나 회사채로 발행한다면 5.60(AA+)∼6.50%(BBB)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방공사가 발행할 7조여원의 규모가 너무 커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상당수 지방공기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보증을 선 지방자치단체도 파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택사업 차질 불가피” 지방공기업 채권은 과거부터 특수채로 인정받다가 2005년 재경부의 문제 제기로 특수채 지위를 잃었다. 이 때문에 경기지방공사가 광교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토지소유주들에게 지급하려던 8000억원대 보상채권의 발행이 연기되고 있다.SH공사가 추진중인 우면동, 세곡동, 마천지구 주택개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송태경 정책실장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원가공개를 거부하는 대한주택공사 채권은 인정받고 ‘절반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서울시 SH공사 채권은 불량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책꽂이]

    ●몽골 대서사시 게세르 칸(유원수 옮김, 사계절 펴냄)티베트, 몽골 지역에서 전승되어온 몽골의 대표적 전통 문학 게세르 서사시를 처음으로 번역했다. 게세르 서사시는 ‘장가르’ ‘마나스’와 함께 중앙아시아 3대 서사시로 꼽힌다. 혼란한 인간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하늘에서 현신한 시방세계의 지배자 게세르 칸의 호쾌하고 엉뚱한 영웅담을 담고 있다. 다른 영웅들과는 달리 게세르는 강력한 힘을 과시하는 지배자이면서도 심술궂고 적을 조롱하고,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동의 모습으로도 등장한다.2만 9500원.●기억 전달자(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비룡소 펴냄)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어린이·청소년 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두번이나 받은 작가의 청소년 소설.1994년 뉴베리상 수상작이다. 갈등을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두가 똑같은 형태의 가족과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는 미래사회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삼았다.‘기억 보유자’는 마을에서 과거의 모든 기억을 갖고 있는 단 한명의 사람으로 주인공인 열두살 소년 조너스가 생일날 그 직위를 부여받는다.9000원.●알함브라(전2권, 워싱턴 어빙 지음, 정지인 옮김, 생각의 나무 펴냄)19세기 미국 낭만주의의 대표적 작가이자 전기 작가인 워싱턴 어빙이 에스파냐의 그라나다 지방에 머물면서 수집한 알람브라(`Alhambra´의 바른 표기) 궁전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를 다룬 기담(奇談) 작품. 알람브라 궁전은 이베리아 반도의 마지막 무슬림 거점이었던 나스리드 왕조의 심장부로 작가는 무어인들의 기이한 전설과 스러져간 역사를 생생히 부활시켰다. 국내 최초 번역본으로 19세기 삽화가 구스타브 도레 등이 그린 알람브라의 이국적인 모습도 함께 수록했다. 각권 9800원.●백치·타락론 외(사카구치 안고 지음, 최정아 옮김, 책세상 펴냄)다자이 오사무, 이시카와 준 등과 함께 ‘무뢰파’로 불리며 전후 일본사회의 혼란과 퇴폐를 작품화한 작가의 단편 선집.침략전쟁 시대의 도덕과 정신을 불신했던 작가는 인간 본연의 영혼에 이르는 통로가 육체와 감정이라고 확신했으며 이같은 그의 사상이 담긴 7편의 단편과 두 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단편은 자전적 소설, 우화 소설, 설화 소설 등으로 다양하다.6900원.
  • ‘보복폭행’ 수사 본청간부들도 외압

    경찰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과 관련해서는 경찰 수뇌부가 검찰에 소환될 처지에 놓였고, 내부적으로는 상위직과 하위직간의 불신으로 폭행 사건이 터지고 있다. 그동안 안으로 곪은 현안들이 겉으로 터져나오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경찰로서는 ‘잔인한 6월’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남대문경찰서 수사팀이 수사 당시 서울경찰청뿐만 아니라 경찰청(본청)의 일부 간부들로부터도 수사 외압을 받았다는 일부 정황이 수사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이 본청 간부 등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전화를 받았거나 ‘잘 봐주라.’는 등의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사 지휘는 장희곤 전 서장이 맡았고, 강대원 전 수사과장과 이진영 강력2팀장이 수사실무를 담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같은 정황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단서 등을 찾고 있다.”고 밝혀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택순 경찰청장이 외압 수사에 해당하는 전화를 했는지도 수사 대상에서 빠질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도 “수사팀이 서울경찰청 외에 다른 곳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등에 매우 힘들어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과 본청 간부들이 외압에 해당하는 전화를 하거나 우회적으로 내용을 전달한 사실이 확인되면 이들에 대한 통화내역 조회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한화그룹 유시왕 고문과 통화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유 고문이 전화를 건 사실이 있다고 말하자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을 바꾼 적이 있다. 이와 함께 경찰청이 이 사건의 감찰결과 발표(5월25일)를 앞두고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이 사건을 경찰 수뇌부가 아닌 남대문서 수사팀의 비리 등으로 덮으려 했다는 의혹이 경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이 당초에는 강 전 수사과장 등이 캐나다로 도피중인 맘보파 두목 오모씨 등을 부적절하게 접촉했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는 식으로 언론에 흘려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사실을 수사팀이 알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감찰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홍영기 전 서울청장 등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내게 된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8일 한화리조트 김모 감사가 오씨 외에 또 다른 조직폭력배 A씨와 함께 만나 사태를 논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A씨는 본청 간부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경찰 수뇌부와 한화그룹 관계자들과의 접촉 의혹과 관련, 검찰 관계자는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거나,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인정되면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특히 경찰이 한화그룹 관계자나 조직폭력배 등을 부적절하게 접촉해 수사중인 사실을 알려줬다면 기밀누설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병철 홍성규기자 bcjoo@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8) 당시 외신기자가 본 6월 항쟁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8) 당시 외신기자가 본 6월 항쟁

    시위대와 전투 경찰의 벼랑끝 대치, 호헌철폐 구호와 최루탄으로 뒤덮였던 1987년 6월의 거리에는 언제나 푸른 눈의 기록자들이 있었다. 독재 정권에 재갈이 물렸던 국내 언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현장을 누비며 민주화에 대한 한국 민중의 목마름을 전세계로 타전했던 외신 기자들이 그들이다.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다시 찾은 스펜서 애덤 셔먼(51) 전 UPI통신 한국지국장과 로렌스 슈크 맥도널드(53) 전 AFP통신 기자를 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나 87년의 뜨거웠던 여름에 대해 들어봤다. 두 전직 저널리스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가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8∼9일 개최하는 ‘국제언론인 세미나’의 토론자로 초대됐다.87년 봄 나란히 종로구 안국동 사무실에 부임하면서 20년 지기의 정을 이어온 이들은 “인터뷰는 많이 해봤지만 인터뷰 당하기는 처음이라 떨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87년 6월은 내 생애 가장 극적인 기억” 87년 6월은 이방인들의 뇌리 속에 어떤 잔상으로 남아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셔먼은 “6월23일쯤부터 이상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제2의 광주 사태가 될 것이라는 등 갖가지 소문에 뒤숭숭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하지만 29일 노태우씨가 6·29선언을 했고 군사 독재는 종식됐다. 한국인의 바람이 실현되고 자유를 얻은 그날이, 한국인뿐 아니라 내 인생에서도 가장 극적이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회고했다. 맥도널드는 울산 등에서 파업 현장을 취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경찰이 최루탄을 쏘아대며 각종 진압 장비로 압박하면 노동자들도 중장비를 동원해 맞섰다. 마치 전투를 앞두고 두 나라의 군대가 대치한 것 같았다. 중간에서 숨가쁘게 취재를 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느끼곤 했다.”고 회상했다. 군부독재가 막바지로 치닫던 당시 한국의 상황은 외신기자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셔먼과 맥도널드는 “정보요원(당시 국가안전기획부)이 한 달에 한 번씩 사무실에 들러 동정을 살피곤 했다. 그들은 늘 우리를 의심했고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소속사의 한국인 동료들과 기자들이 시위 현장으로 안내하곤 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학생·가정주부 등 민중의 힘 크게 작용” 6월 항쟁의 성과에 대해 두 사람은 의견을 같이했다.“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피플파워로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본다. 학생들은 물론 회사원, 가정주부, 상인 등 민중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아시아의 독재정권들이 꿋꿋하게 버틴 것과 달리 한국에서 어느 정도 민주화 운동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으로 88서울올림픽을 꼽았다. 맥도널드는 “전두환(전 대통령)은 서울올림픽 유치가 자신에게 ‘왕관’을 씌워줄 거라고 생각했다(장기 집권의 든든한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의미). 하지만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을 앞두고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군사 정권이 어쩔 수 없이 수용한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수출지상주의 경제정책도 본의 아니게(?) 민주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셔먼은 “내수 위주의 폐쇄적인 경제정책을 유지한 필리핀 등과 달리 수출에 목숨을 건 한국의 독재자들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美 언론의 잘못된 길을 답습하지 않길…” 두 사람이 90년대초 항공편 환승을 위해 하루 정도 머물렀던 것을 제외하면 20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4일밤 입국해 서울 곳곳을 누비며 옛 기억을 더듬었던 셔먼과 맥도널드가 가장 놀란 점은 일본 식민지배의 잔재인 건축물들이 철거되고 도심이 ‘리빌딩’됐다는 점이다. 반면 80년대 후반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강남이 역설적으로 일본 도쿄의 긴자처럼 변한 것 같다고 이들은 밝혔다. 기자실 통폐합 논란에 대해서는 일본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셔먼이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기자실 시스템이 비슷하다고 알고 있다. 일본의 기자단은 경쟁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며 정부와 유착돼 있는 끔찍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맥도널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해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인터넷 매체의 발달 등에 따라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와 언론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셔먼은 “미국의 미디어는 거대 자본에 잠식되면서 독립성을 잃어가고 있다. 자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면서 “역동적인 민주 사회인 한국은 미국 언론이 저지른 과오를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맥도널드도 “저널리스트는 일체의 외부 간섭으로부터 독립된 영혼을 가져야 하며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글 사진 임일영 류지영기자 argus@seoul.co.kr ■‘6·10항쟁’ 통한 언론 반성과 역할 “6월 항쟁은 ‘정부는 언론을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하려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의 6·29선언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제 언론은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새기고 그 부채를 갚아야 할 시점입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7일 언론재단·기자협회·언론정보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10항쟁 20주년, 언론의 반성과 역할’ 토론회에서 한국 언론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김 교수는 ‘6·10항쟁의 정신과 한국언론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글에서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 언론이 진실을 찾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5공 보도지침에 대한 작은 반란이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언론은 정의 구현과 진실 추구, 인권 수호, 민주주의로 요약되는 6월 항쟁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자협회가 지난해 8월 전국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신뢰하는 언론사가 없다.’는 답변이 무려 45%에 달하는 등 일선 기자들조차 언론을 불신한다면 누가 언론을 신뢰하겠느냐.”면서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언론인을 위한 윤리강령과 보도강령 준수를 고용의 전제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6·10항쟁 정신 계승을 위한 5가지 제언’을 통해 언론의 자기 반성과 다짐을 요구했다. 그는 “세월이 바뀌었지만 권력 기관이나 출입처 보도자료에만 충실하며 영웅 만들기와 신화 창조에 앞장서는 관행은 여전하다.”면서 “그런 보도 태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민족의 위대한 영도자’ ‘육사의 혼이 빚은 지도자’로 홍보했던 5공 시대 언론이 떠올라 참담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실 추구는 게을리하면서 호들갑만 떠는 것은 한순간 눈길을 잡을 수는 있지만 6월 항쟁 정신에는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지난해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된 장민호씨나 2003년 송두율 교수 구속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간첩’이라고 단정짓는 보도를 내보냈다고 지적하면서 “정치적 편향이나 이념 문제로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혀 여론 재판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언론은 어떤 경우에도 인권 수호의 보루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방송이 상업주의에 물드는 것 아니냐는 뼈아픈 충고도 있었다. 그는 “5공화국 당시 공영방송은 ‘땡전뉴스’로 시청자를 기만했고 이런 권언유착의 폐해는 국민이 떠안아야 했다.”면서 “이제는 권언유착 문제가 해소된 대신 일부 상업주의 폐해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부감시 시스템 구축과 조직내 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언론사는 홍보기관이 아니고 진실 추구를 생명으로 한다.”면서 “6월 항쟁의 이면에는 언론으로부터 진실에 목말라했던 시대적 배경이 있었던 만큼 진정한 민의의 대변자, 주장보다 사실에 충실하고 과장보다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美공화 대선주자들 “北 못믿겠다”

    |맨체스터(미국 뉴 햄프셔주) 이도운특파원|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은 북한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며 강경한 대응까지 주장했다. 미국 보수층의 전반적인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내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 재집권할 경우 북·미관계의 경색마저 우려된다. 5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의 세인트 안셀름 대학에서 열린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북한인권법을 주도했던 샘 브라운백 상원의원(캔자스)은 “지난 10년 동안 북한 주민의 5∼10%가 굶어 죽거나 정치범 수용소에서 사망했다.”면서 “김정일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미 톰슨 전 위스콘신 주지사도 “북한은 핵 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그럴 의사도 없는 것 같다.”면서 “북한과 더 협상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두를 달리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캠프에 참가한 로버트 에를리치 메릴랜드 주지사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직접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북한 정권은 주민들이 제대로 삶을 영위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한 불신감을 표시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캠프의 짐 탤런트 상원의원(미주리)은 외교적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물리적인 방법 등을 포함한 다른 선택도 가능함을 시사했다.그는 “북한 문제를 관심 갖고 다룰 것이지만 밀고 당기는 게임식의 해법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외교가 통하지 않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물론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후보 정책토론회에서도 민주당때와 마찬가지로 한반도 관련 문제는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다.그래서 토론이 끝난 뒤 후보들과 후보 캠프의 주요인사들을 만나 북핵이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을 직접 물어 답변을 들었다.dawn@seoul.co.kr
  • [중계석] “北, 美차기정부와 핵협상 쉽지 않아”/ 웬디 셔먼 美 전 대북조정관

    북핵 6자회담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만약 차기 미국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벌이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 판단하는 것이라고 전임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이 5일 주장했다. 셔먼 전 조정관은 이날 주미대사관 홍보원이 주최한 특강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은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먼저 조치를 취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2·13합의를 이행함으로써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타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2500만달러 송금 지연을 이유로 ‘2·13 합의’ 초기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이 2009년 미국에서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다음 정권 출범까지) 기다리기로 했다면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며 그렇게 되면 다음에 민주당이 재집권하더라도 더 힘든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기다리는 것은 북한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사람들이 BDA문제를 어떻게 풀까 이해하려고 애쓰는데 결국 이 문제는 풀리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북한측에 BDA자금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믿고 2·13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 미 행정부 고위 인사의 방북 가능성과 관련,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핵화 협상에 더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에서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철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철군은) 미국에도 좋지 않고, 한국에도 좋지 않으며,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웬디 셔먼 美 전 대북조정관
  • 기자 90% “취재지원 선진화방안 반대”

    기자의 90%가 정부의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의 현직기자 3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0.7%(‘반대하는 편’ 42.5%,‘절대 반대’ 48.2%)가 반대했다고 5일 밝혔다. 반면 찬성 의견은 8.0%(‘전적으로 찬성’ 2.0%,‘찬성하는 편’ 6.0%)에 불과했다. 노무현 정부가 ‘선진화 방안’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기자들의 68.6%는 ‘정부의 언론에 대한 불신’을 가장 많이 꼽았고,‘대선 등 향후 일정을 고려한 정치적 고려’라는 대답도 23.3%에 달했다. 정부 부처의 정보공개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91.3%(아주 안됨 48.8%, 다소 안됨 42.5%)가 ‘잘 안되는 편’이라고 평가했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브리핑제에 대해서도 88.4%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공기관 주무부처가 관장해야”47.6%

    “공기관 주무부처가 관장해야”47.6%

    공공기관(공기업)들은 관장부처가 기획예산처로 일원화된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기획예산처와 주무부처의 이중통제에 대한 우려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신문사가 공공기관 운영 법이 시행된 이후 49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한전, 수자원공사 등 42개 공기업의 경영기획실장, 경영혁신팀장이 응답했다. 이에 따르면 공기업 관장 적합부서에 대해서는 47.6%인 20개 공기업이 종전처럼 주무부처가 맡는 것이 좋다고 답해 관장부처 변경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누가 하든 별 차이 없다는 응답도 23.8%(10개)나 됐으며 잘 모르겠다는 16.7%(7개)였다. 현행대로 기획예산처가 맡는 것이 좋다는 공기업은 5개(11.9%)로 가장 적었다. ● 기획예산처로 관장부처 일원화 부정적 기획예산처가 공기업을 관장할 때 우려되는 부작용으로는 주무부처도 관여해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응답이 73.8%(31개)로 가장 많았다. 개별기업 사정에 어두워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답은 19%(8개)였으며 기획예산처의 독주에 따른 전횡, 인원 부족으로 효율적 정책을 펴기 어려울 것이라는 답도 있었다. 주무부처가 기획예산처로 이관된 이후 경영 및 운영상태가 좋아졌느냐는 설문에는 별 차이 없다가 52.4%(22개)로 가장 많았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33.3%(14개)가 됐다. 더 나아졌다와 더 나빠졌다는 응답은 각각 7.1%(3개)로 같았다. 기획예산처가 공기업을 관장할 때 기대되는 장점으로는 부처 이기주의를 막을 수 있다는 응답이 38.1%(16)로 가장 많았다. 정책 일원화로 혼선이 방지될 것이라는 응답도 31%(13개)나 됐으며 예산과 인사권을 갖고 있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답은 16.7%(7개)였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마련한 사원채용 혁신방안에는 호응이 높았다. 사원 채용시 직무능력을 반영하겠냐는 설문에는 28개 공기업(66.7%)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21.4%(9개), 잘 모르겠다는 11.9%(5개)였다. 사원채용시 소외계층을 배려하겠냐는 설문에는 그렇게 하겠다는 기업이 24개로 57.1%였으며 35.7%인 15개 기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사원채용시 직무능력을 반영하지 않고 소외계층을 배려하지 않겠다는 기업은 하나도 없어 올 공기업 입사시험에서는 직무능력이 도입되고 소외계층에 대한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해 인사와 경영을 투명화하겠다는 방침에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사외이사 권한강화로 낙하산인사를 없앨 수 있느냐는 설문에는 19개 공기업이 잘 모르겠다(45.2%)고 했으며 13개 공기업은 가능하지 않다(31.0%)고 답했다. 가능하다는 23.8%(10개)였다. ●사원채용 혁신방안에는 큰 ‘호응´ 그러나 사외이사의 힘으로 과도한 임금인상 등 방만경영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설문에는 가능하다가 47.6%(20)로 가능하지 않다(19.0%)의 2배를 웃돌았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3.3%인 14개였다. 공기업 정책수립시 우선 고려사항으로는 절반인 21개 기업이 공공성을 꼽았으며 자율성(42.9%), 기타(4.8%), 수익성(2.4%)의 순이었다. 공기업 경영시 애로사항을 복수로 꼽으라는 설문에는 정부의 간섭에 따른 자율성 부족(29개), 공공성 추구에 따른 수익성 제고의 어려움(21개), 신속한 의사결정의 어려움(16개), 잦은 경영진 교체에 따른 일관성 부족(14개)의 순이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비용 절감·인력 감축 등 강조… 통제 지나쳐 공기업들은 현 정부의 통제가 지나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성과 지상주의식’ 평가 시스템에 따라 공공서비스 확대라는 본래의 역할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뜻이다. 공기업 혁신팀장들은 설문조사에서 공기업 정책이나 언론보도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이같은 불만을 쏟아냈다. 한 공기업 경영혁신팀장은 “공기업은 정부를 대신해 수익사업구조를 기반으로 공공서비스를 늘리는 역할을 하지만 새로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기업의 지나친 통제와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공기업들은 특성에 맞는 대국민 서비스 확대보다 비용 절감, 인력 감축 등 성과 창출에 매몰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도 “방만 경영 통제, 경영혁신 유도 등 체질개선에 대한 관리는 강화돼야 하지만 예산 운용 등 경영자의 의사 결정 자율권은 확대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에 대한 판단을 다변화해 줄 것도 주문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도 각각 역할과 성격이 다른 만큼, 일률적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의 잣대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또한 ‘신이 내린 직장’이 아니라 저임금과 격무에 시달리는 곳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 경제분야 공기업 관계자도 “수익성에만 치중해서 공공기관을 판단하는 대신 공익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부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공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을 조장하지 말아 줄 것을 주문했다. 한 공기업 경영기획실장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이나 비윤리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질책해야 하겠지만 우수 경영사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보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기업에 대한 일관된 보도 태도를 유지해 줄 것도 기대했다. 또 다른 경제분야 공기업 관계자는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공공성을 부각할 때 기업의 수익성을 무시하고, 수익성을 부각할 때는 ‘부채가 늘었다.’는 식으로 자료를 인용한다.”면서 “공기업은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한 쪽만을 부각해서 비판하는 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수긍하면 입 다물고 불리하면 침소봉대

    수긍하면 입 다물고 불리하면 침소봉대

    국정홍보처가 그동안 정부에서 언론보도의 잘못에 대응했던 내용을 공개하고, 앞으로 정부의 대응 원인을 보다 세분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수용한 기사는 공개하지 않고 불리한 기사에 대해 대응한 내용만 공개하기로 한 것도 문제인 데 여기에 대응기사의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일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 공보담당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설명회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6개의 대분류로 나뉘어져 있는 대응기사의 보도 유형을 앞으로는 21개로 세분화한다. 유형별로 보면 정정·반론·손해배상 등 3개 유형이다. 또 유형별로 부정확한 보도, 왜곡·편향보도, 인격권 침해보도로 대응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이어 각각의 이유에 대해 21가지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보처가 제시한 대응 원인 21개 가운데 의혹제기·개인비리와 기관연계·초상권침해 등은 자의적이고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을 무시한 내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박천일 교수는 “근본적으로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이미 나온 일반적 판례”라면서 “확실한 근거가 없는 한 악의적 보도라고 판단하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직자 개인비리를 기관과 연계 보도한 사례에 대해 반론과 해명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광고홍보학과 조삼섭 교수는 “상식적으로 공직자의 개인비리와 기관이 무관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보처 관계자는 “그동안 담당 공보관들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달라고 해서 마련한 것일 뿐 대분류는 예전보다 줄었다.”면서 “관련 교수들의 자문을 구해 새 기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홍보처는 지난달 31일 그동안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만 공유했던 ‘정책기사 점검시스템’을 국정브리핑을 통해 4일부터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무부처가 국무조정실인 언론보도의 수용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홍보처에서 취합하고 있는 대응 기사만 공개하기로해 ‘언론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창용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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