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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의 창·郭의 방패’ 대면만 남았다

    ‘檢의 창·郭의 방패’ 대면만 남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그를 재판에 세우려는 검찰의 창과 곽 교육감의 방패가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곽 교육감 측은 2억원이 ‘선의’였으며, 실무자끼리 대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그물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든 ‘각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검찰과 곽 교육감 측이 대립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곽 교육감과 박명기(구속) 서울교대 교수 간에 후보 단일화를 위한 대가가 약속되었는지와 2억원의 대가성 여부다. ●후보매수 직접 지시 했나 검찰은 사전에 확보한 자료를 통해 선거 전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박 교수 측에 곽 교육감 측이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곽 교육감도 깊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 교육감 측은 박 교수 측에서 선거운동비용 보전금 10억여원을 요구했지만 곽 교육감과 선거대책본부가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또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이모씨도 곽 교육감은 돈거래 약속을 모르고 있었으며, 실무자 선에서 합의한 내용이라고만 밝혔다. 박 교수 측에 돈을 전달해 검찰 조사를 받은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도 2억원의 대가성을 부인하는 등 곽 교육감 측의 ‘선의’를 강조하면서 곽 교육감을 방어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곽 교육감에 대한 검찰 조사는 ‘후보 매수’를 둘러싸고 직접적 의사를 표명했는지, 아니면 이 같은 의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검찰이 확보한 박 교수의 녹취록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2억 대가성 알고 있었나 두번째는 ‘2억원’의 대가성 문제다. 검찰은 돈의 액수와 출처는 그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조각일 뿐 “(후보 사퇴 대가로 2억원의 돈을 줬다는) 본질은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곽 교육감의 부인 정모씨와 정씨의 언니, 관련자들을 잇달아 조사하고 2일에는 박 교수 측의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양모씨를 소환조사했다. 곽 교육감의 자택도 압수수색하며 탄력을 붙이고 있다. ●자금 어디서 흘러들었나 검찰은 “2억원의 출처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며 곽 교육감 측의 말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2억원에 성격이 다른 돈이 섞여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검찰은 박 교수의 노골적인 금품 요구에 당황한 곽 교육감이 아무 돈이나 썼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않다. 오이석·최재헌기자 hot@seoul.co.kr
  • “안철수 무소속 출마 90% 이상…SNS 등 사이버 의병으로 전투”

    “안철수 무소속 출마 90% 이상…SNS 등 사이버 의병으로 전투”

    “안철수 원장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거나, 자신이 잘 해낼 것 같지 않은 일에는 절대 고민하지 않는다.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90% 이상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3의 길’을 모색해온 윤여준(72) 전 환경부 장관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봤다. 보수의 핵심 브레인으로 통했던 그는 안 원장과 함께 전국을 돌며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시골의사’로 유명한 안동신세계연합병원 박경철 원장도 함께한다. 윤 전 장관은 2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안 원장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안 원장은 정치를 보는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는 국민이 불신하는 기존 정치는 이미 심판을 받았고, 국민이 대안 세력을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특히 “집권을 했느냐 못 했느냐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 현재의 여당이나 야당에 들어가서는 본질적인 변화를 꾀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성 정당에 편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 중도층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에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은 한국 사회를 이념이나 계층으로 나눠 보지 않는다.”면서 “젊은 세대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세대나 계층·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면 안철수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장관에 따르면 안 원장은 세상을 ‘상식’과 ‘비상식’으로 곧잘 구분한다고 한다. 안 원장이 막상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서면 현실 정치의 높은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에 대해 윤 전 장관은 “한나라당이 조직이 없어서 무상급식 투표율이 25.7%에 머물렀느냐.”고 반문한 뒤 “정규군이 아닌 의병이 싸우는 방식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부단히 이슈와 메시지를 던지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與 2명중 1명 MB 국정운영 ‘불신’

    국회의원 절반 정도가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못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여당인 한나라당에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에 부정적인 의원들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31일 서울신문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의원의 46%(56명)가 ‘이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에서도 ‘아주 못한다’(41명)가 ‘못한다’(15명)는 의견을 앞섰다. ‘아주 못한다’고 평가한 의원 중 16명이 민주당 소속이었고, 한나라당 소속도 14명이나 됐다. ‘잘한다’(아주 잘한다 포함)는 의견은 39명(31.9%)이었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의원의 48.6%(35명)가 이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을 신뢰하지 못했다. 이는 ‘잘못한다’(10명)와 ‘그저 그렇다’(25명)를 합한 수치다. 반면 민주당 의원은 84%(32명)가 ‘아주 잘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전체 의원(50명) 가운데 92%(46명)이 ‘잘못한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지역별로 구분해 보면 호남(광주·전남·전북) 의원들은 전원이 ‘잘못한다’(아주 잘못한다 포함)고 답한 반면, 영남(대구·경북) 의원들은 ‘잘한다’(아주 잘한다 포함)는 의견이 75%를 차지했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못한다는 평가는 62%인 반면, 잘한다는 평가는 38%에 그쳤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제주해군기지 반대세력 법원결정 따르라

    법원이 엊그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와 해군 측이 제기한 ‘공사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강동균 회장 등 반대 주민 37명과 5개 단체는 공사장 출입구를 점거하거나 공사차량·장비를 가로막거나 올라타서는 안 된다.”면서 “주민들이 명령을 위반할 경우 매번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강정마을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지난 5월부터 중단됐던 해군기지 건설공사는 재개할 수 있게 됐다.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방해해온 반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법원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온당치 못한 처사다. 법의 결정조차 불신하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안정성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질서유지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적 판단을 존중,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법원은 건설사업을 방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포괄적으로 반대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군기지 반대 세력들은 이 범위 내에서 자신들의 주장과 의사를 펼치면 될 것이다. 우리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시공사, 해군 측과 반대 주민, 시민단체들은 대타협 정신을 발휘해 불법·탈법적인 행동을 자제하고, 단순히 감정적인 고소·고발은 서로 취하해야 한다. 또 제주도 및 도의회, 국회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주민의견 수렴 등 사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공사현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해군 등 정부 측과 반대 주민들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는 등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 [Weekend inside] 변호사 1만명 시대의 ‘슬픈 자화상’

    [Weekend inside] 변호사 1만명 시대의 ‘슬픈 자화상’

    ‘가정도, 직장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게 감쪽같이 성매매 사건을 처리해 드립니다.’ 예전에 경찰서를 돌며 형사사건을 수임해 변호사에게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챙기던 이른바 ‘외근 변호사 사무장’의 은밀한 홍보문구가 아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매매 남성 피의자들을 겨냥한 문구다. 성매매 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하겠다며 노골적으로 홍보에 나선 변호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아 생존·생계를 위해 뛰는 젊은 변호사들의 새로운 트렌드다. 26일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대형포털 사이트들을 검색해 확인한 성매수 사건 전문 변호사와 법률사무소들은 홈페이지나 상담 카페를 만들어 ‘성매매 적발 시 대응 요령’이나 ‘사건 무마 요령’ 등을 알려 주는 방식으로 자신들을 알리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주요 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정보까지 띄워 놓았다. 자칫 경찰의 수사방해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의 조언도 서슴지 않았다. 갈수록 과열되는 양상이다. 해당 변호사들은 카페나 홈페이지를 통한 상담이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는 만큼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성매매 사건 처리를 홍보하는 변호사들은 대략 40~50명이다. 사법연수원을 수료, 개업한 지 5년 안팎 되는 신입 변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병원에 들어온 구급차에서 내린 환자 가족을 찾아 사건을 맡는 생계형 변호사인 이른바 ‘앰뷸런스 로이어’ 격이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에 ‘성범죄 전문 변호’, ‘성매수’ 등의 문구를 등록, 성매매 피의자들이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홈페이지를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경찰 조사에 당황한 성매수 초범이나 가정과 직장에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길 꺼리는 피의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벌금형만 돼도 평생 전과가 남는다. 기소유예로 사건을 종결시켜 기록이 남지 않도록 손을 써 주겠다.”, “수사 결과 통지문을 변호사가 빼돌려 집이나 직장에서 모르게 해 주겠다.”는 변호사 측의 설득에 계약을 맺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경찰서 동행 조사, 검찰 소환에 따른 진술 보조 등과 같은 일을 해 주는 대가로 대략 330만원 정도를 착수금으로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기소유예나 벌금형이 확정되면 성공 보수로 200만~300만원을 더 챙기고 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일반 사건에 비해 수임 단가는 낮지만 처리가 간단해 여러 건을 동시에 맡으면 수입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성매매 업소나 여성을 단속하면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천명까지 매수자가 적발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입이 쏠쏠하다.”면서 “요즘 같은 불황에서는 하나의 틈새시장”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변호사들의 성매매 사건에 대한 홍보전략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동정론과 함께 비판론도 적잖다.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행위라는 주장과 변호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직업 윤리마저 외면한 불행한 단면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물론 단순 형사사건을 두고 불안감을 조성, 돈벌이에 나서는 부도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법원 관계자는 “성매수 초범은 존스쿨(John School·초범 남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듣는 조건으로 대체로 기소유예되기 때문에 재판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드물게 정식 재판이 넘겨져도 약식기소 사건이어서 변호사가 법정에 나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와 관련,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협회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노영희 변협 대변인은 “변호사 윤리규정에도 어긋나며 국민들에게 불신을 안겨 주는 부정적 요인이 강하다.”면서 “다음 주 열리는 상임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재헌·이민영기자 goseoul@seoul.co.kr
  • [생명의 窓] 이런 지도자/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생명의 窓] 이런 지도자/오강남 캐나다 리자이나대 명예교수

    기원전 6세기에 중국의 노자가 썼다는 ‘도덕경’ 제17장에 보면 지도자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 그 다음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 가장 좋지 못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받는 지도자.” “내성외왕(內聖外王)”, 곧 속으로 성인 같은 자질을 갖추어야 그것이 밖으로 표출되어 훌륭한 왕이 된다는 도가 특유의 정치철학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밑에서부터 한번 생각해 보자. 최하질의 지도자, 즉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는 지도자는 스스로 도덕성을 상실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 정의니 인도주의니 하고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부산하게 조석으로 법령·훈령을 내려도 사람들이 콧방귀를 뀔 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불신 사회, 혼동과 혼란의 사회가 있을 뿐이다. 그 다음 유형의 지도자,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지도자는 법치주의(法治主義) 지도자이다. 법과 형벌로 다스려 백성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지도자들, 진시황제나 히틀러, 비록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자주 보는 독재형 정치 지도자들이다. “데려 가서 맛을 좀 보여주라.”는 식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유형이다. 그 다음이 사람들이 친근감을 갖고 찬양하는 지도자들이다. 이른바 덕치주의(德治主義) 지도자다. 동양에서 전통적으로 왕들이 지향하던 지도자 형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도덕경’에 의하면 이런 덕치주의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지도자도 최상의 지도자는 못 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칭송하고 좋아한다는 자체가 벌써 그 지도자를 의식하고 산다는 뜻이다. 사람이 공기의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든지, 자식이 어머니의 사랑을 의식하지 않고 지낸다든지, 무엇이나 너무 크고 자연스러운 것은 우리의 일상적 감지 대상 밖이다. 그뿐 아니라 신발이나 안경이 꼭 맞으면 내 몸의 일부처럼 되어 별도로 의식되지 않는다. 의식된다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완전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최상의 지도자는 있는지 없는지 그 존재마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지도자, 백성들의 필요에 따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이슬처럼 다스리는 이른바 ‘무위자연’의 다스림, ‘가만둠’의 다스림을 실천하는 지도자, 그래서 뭐든지 잘되면 사람들은 그것이 자기들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하게 하는 지도자라는 것이다. ‘장자’라는 책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노자에게 “명왕(明王)의 다스림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한다. 요즘 우리가 쓰는 말로 바꾸어,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떠받드는 강력한 지도자, 민첩하고, 박력있고, 두뇌 회전이 잘되고, 사물의 앞뒤를 훤히 뚫어 보고, 때에 따라 정의니 평화니 하는 말도 섞어 쓸 줄 알고, 적절히 자기 선전에도 신경을 쓰는 그런 지도자가 훌륭한 지도자냐 하는 질문에 노자는 이런 지도자는 잔재주를 부리면서 부산하게 설치느라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정치 기술자나 정치꾼일 뿐이지 결코 참된 지도자, 명왕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런 지도자는 제 꾀에 넘어지고, 자기 방귀에 자기가 놀라는 사람, 자승자박(自繩自縛)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도가사상에 의하면, 결국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춘 사람은 한마디로 이름에 연연하지 않는 ‘무명’(無名),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난 ‘무기’(無己), 자기의 공로를 의식하지 않는 ‘무공’(無功)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의 다스림을 ‘영적 정치’(spiritual politics)라 하고 이런 지도자적 자질을 ‘변화형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라 하는 서양 학자도 있기는 하지만, 오늘 같은 각박한 정치 현실에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모두 잠꼬대 같은 일이 아닌가? 도대체 지금 이런 지도자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러기에 더욱 생각해보게 되고 그리워지는 지도자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성매수男 도와드립니다…온라인 호객 나선 변호사들

    ‘가정도, 직장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게 감쪽같이 성매매 사건을 처리해 드립니다.’ 예전에 경찰서를 돌며 형사사건을 수임해 변호사에게 연결해 주고 수수료를 챙기던 이른바 ‘외근 변호사 사무장’의 은밀한 홍보문구가 아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법률사무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매매 남성 피의자들을 겨냥한 문구다. 성매매 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하겠다며 노골적으로 홍보에 나선 변호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변호사 1만명 시대’에 맞아 생존·생계를 위해 뛰는 젊은 변호사들의 새로운 트렌드다. 26일 네이버나 다음 등 국내 대형포털 사이트들을 검색해 확인한 성매수 사건 전문 변호사와 법률사무소들은 홈페이지나 상담 카페를 만들어 ‘성매매 적발 시 대응 요령’이나 ‘사건 무마 요령’ 등을 알려 주는 방식으로 자신들을 알리고 있다. 일부 사이트는 주요 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정보까지 띄워 놓았다. 자칫 경찰의 수사방해로 보일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의 조언도 서슴지 않았다. 갈수록 과열되는 양상이다. 해당 변호사들은 카페나 홈페이지를 통한 상담이 사건 수임으로 이어지는 만큼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성매매 사건 처리를 홍보하는 변호사들은 대략 40~50명이다. 사법연수원을 수료, 개업한 지 5년 안팎 되는 신입 변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병원에 들어온 구급차에서 내린 환자 가족을 찾아 사건을 맡는 생계형 변호사인 이른바 ‘앰뷸런스 로이어’ 격이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에 ‘성범죄 전문 변호’, ‘성매수’ 등의 문구를 등록, 성매매 피의자들이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홈페이지를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경찰 조사에 당황한 성매수 초범이나 가정과 직장에 성매매 사실이 알려지길 꺼리는 피의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벌금형만 돼도 평생 전과가 남는다. 기소유예로 사건을 종결시켜 기록이 남지 않도록 손을 써 주겠다.”, “수사 결과 통지문을 변호사가 빼돌려 집이나 직장에서 모르게 해 주겠다.”는 변호사 측의 설득에 계약을 맺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경찰서 동행 조사, 검찰 소환에 따른 진술 보조 등과 같은 일을 해 주는 대가로 대략 330만원 정도를 착수금으로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기소유예나 벌금형이 확정되면 성공 보수로 200만~300만원을 더 챙기고 있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일반 사건에 비해 수임 단가는 낮지만 처리가 간단해 여러 건을 동시에 맡으면 수입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성매매 업소나 여성을 단속하면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천명까지 매수자가 적발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입이 쏠쏠하다.”면서 “요즘 같은 불황에서는 하나의 틈새시장”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변호사들의 성매매 사건에 대한 홍보전략과 관련, 법조계에서는 동정론과 함께 비판론도 적잖다.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행위라는 주장과 변호사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직업 윤리마저 외면한 불행한 단면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물론 단순 형사사건을 두고 불안감을 조성, 돈벌이에 나서는 부도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법원 관계자는 “성매수 초범은 존스쿨(John School·초범 남성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듣는 조건으로 대체로 기소유예되기 때문에 재판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드물게 정식 재판이 넘겨져도 약식기소 사건이어서 변호사가 법정에 나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와 관련,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협회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노영희 변협 대변인은 “사건 수임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변호사 윤리규정에도 어긋나며 국민들에게 불신을 안겨 주는 부정적 요인이 강하다.”면서 “다음 주 열리는 상임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재헌·이민영기자 goseoul@seoul.co.kr
  • “올 수능 ‘예비마킹’ 하지 마세요”

    오는 11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24일부터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2012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는 예년과 달리 예비마킹 흔적을 꼼꼼히 지우지 않으면 중복답안으로 오답 처리될 수 있어 수험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부터는 수능 시험 결과를 이미지스캐너를 사용해 채점한다고 23일 밝혔다. 기존 OMR 판독기의 경우 빨간펜 등으로 예비마킹을 한 뒤 지우지 않아도 됐지만 이미지스캐너는 펜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필기 흔적을 읽어내기 때문에 수험생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별 생각 없이 연필 등으로 답 표시를 했다가 지우지 않으면 중복답안으로 채점돼 오답 처리될 수 있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수험생들은 컴퓨터용 사인펜 이외의 필기구 흔적을 수정테이프 등을 사용해 깨끗이 지워야 한다.”면서 “수정테이프는 수험생이 개별적으로 휴대할 수도 있고, 시험감독관에게 요청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올 수능시험 예비응시자를 대상으로 24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고3 수험생은 재학 중인 고교에서 일괄 접수하며, 재수생은 출신고교에, 검정고시 출신자 등은 주소지 관할 교육청에서 접수한다. 접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토요일과 공휴일은 원서를 접수할 수 없다. 또 제주도 지역 고교 졸업자나 제주도에 주민등록이 있는 수험생은 다음 달 1∼8일 서울 성동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교부 및 접수창구를 이용하면 된다. 응시원서를 제출한 뒤에도 9월 6∼8일 사흘 동안 응시과목을 바꾸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응시수수료는 3개 영역 이하 3만 7000원, 4개 영역 4만 2000원, 5개 영역 4만 7000원 등으로 지난해와 같다. 한편 올해부터는 천재지변이나 질병, 수시모집 최종합격 등으로 불가피하게 응시하지 못하거나 응시할 필요가 없는 수험생은 11월 14~18일 환불신청을 하면 수수료의 60%를 환불받을 수 있다. 원서 접수기간인 9월 6∼8일에 환불을 신청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타인의 종교 소중히 여기자” 조계종, 자정·종교평화 선언

    “타인의 종교 소중히 여기자” 조계종, 자정·종교평화 선언

    ‘각 종교마다 기본 교리는 다를 수 있으며, 자신의 종교를 선전하느라 남의 종교를 비난하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이건 자신의 종교에 오히려 더 큰 해악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가르침에 귀 기울이고 존경해야 합니다.’(인도 아소카왕·기원전 268~기원전 232년 재위) 불교계가 종교 갈등을 없애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앞장설 것을 선언하고 나섰다. 조계종 자정과 쇄신 결사추진본부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평화 실현을 위한 불교인 선언’ 초안을 발표했다. 종단 차원에서 종교평화 선언문을 내기는 처음이다. ‘21세기 아소카 선언’으로 이름 붙여진 이 선언은 조계종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정과 쇄신운동의 사실상 첫 작품으로 불교계 안팎의 큰 반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아소카 선언’은 불교계 스스로의 반성을 토대로 평화를 실현하자는 선언과 실천 다짐으로 요약된다. “우리 불교인들은 이웃 종교를 진정한 이웃으로 생각하는 데 충분하지 못했으며 이웃 종교인의 허물을 내 허물로 여기고 그들의 기쁨을 나의 기쁨으로 여기는 데 충분하지 못했음을 반성합니다.”(총론) 여기에 덧붙여 실천강령으로 ‘진리는 모두에게, 모든 믿음에 다 열려있다.’는 열린 진리관과 ‘내 종교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종교도 소중히 여기자.’는 종교 다양성의 존중을 세웠다. 전법과 전교의 원칙에선 ‘실천적 활동을 통해 내 믿음의 참됨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불교와 다른 종교 모두에 대한 주문도 들어 있다. ‘신앙이 공적 영역에 작용해 종교적 편향성을 낳는 것은 모든 종교의 비극으로 이어진다.’‘종교 간 평화를 가로막는 갈등상황이 오더라도 우리 불교인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평화를 이뤄가야 한다.’ 화쟁위는 당초 선언에 담을 내용으로 종교 평화와 보수·진보 갈등을 두고 고민한 끝에 종교 평화에 낙점했다고 한다. 박경준(동국대)·성태용(건국대)·조성택(고려대) 교수와 조계종 명법 스님이 초안 작성에 참여해 8개월간의 작업 끝에 세상에 내놓은 사회평화의 선언이다. 화쟁위는 우선 중앙종단과 종회, 교구 본말사, 신자 등 4부대중의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10월쯤 종단 차원의 최종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든 종교계와 종단협의회가 참여하는 세미나와 시민 토론회를 열어 국민들의 공감과 참여를 확산시키는 한편 선언문을 영문으로 번역해 세계종교학회에도 발표할 계획이다. 특히 7대 종단을 중심으로 이웃 종교의 동참도 적극 유도할 예정이어서 종교계에 비슷한 선언과 실천운동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화쟁위 위원장 도법 스님은 “종교 때문에 국민들이 걱정하는 상황에 대해 불교 최대 종단에 속한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죄송함을 느낀다.”면서 “종교 문제로 인한 불신과 갈등이 종식돼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불교, 조계종이 먼저 나서게 됐다.”고 선언문의 취지를 밝혔다. 글 사진 김성호 편집위원 kimus@seoul.co.kr
  • 정장선 “현역 공천 기득권 없다”

    정장선 “현역 공천 기득권 없다”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은 19일 “정치 불신이 높아진 만큼 공천부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며 대폭적인 공천 물갈이를 예고했다. 정 총장은 “국회의원 후보자를 국민이 선출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특히 “현역 의원에 대해서도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특히 예비심사를 강화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현역 의원에게 기득권을 주지 않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 경선 절차와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일반 국민을 공천 심사에 참여시킬 방침이다.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마련된다. 지난달 당 개혁특위가 마련한 최종안에는 ▲총선에 출마하는 지역위원장의 총선 120일 전 사퇴 ▲배심원제 도입(내부 경쟁이 치열한 지역) ▲여성 후보자에게 가산점 부여(15~20%)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겸손과 헌신이 사람을 움직인다

    [김병일 사람과 향기] 겸손과 헌신이 사람을 움직인다

    요즘 우리들은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모두 자기와 관련된 일을 하느라고 바쁘다. 자신과 가족, 회사 그리고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일을 위해 바쁘다. 물질적, 금전적으로 이득이 있을 때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남을 돌볼 겨를이 적어지고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의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심지어는 짓밟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당연히 이러한 곳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 어렵고 사회도 불신과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세계가 경탄하는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우리 한국의 행복지수와 투명성지수는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개인이 더 행복해지고 서로 신뢰하는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낮추고 남을 공경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이미 그런 삶을 사는 분들의 향기가 널리 퍼지도록 하여야 하지 않을까? 현재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 가운데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의 16대 종손 이근필 옹과 이육사 선생의 유일한 혈육인 이옥비 여사이다. 안동에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과 한국국학진흥원의 연수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이 두 분과의 대화 시간이다. 이근필 옹은 현재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하얀 두루마기 차림으로 꿇어앉은 채 수련생을 맞이하는 자세는 어느 강사보다 진지하다. 선조인 퇴계 선생의 행적을 직접 입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이 자기의 복을 짓는다는 뜻의 ‘예인조복’(譽人造福) 글귀를 강조하면서 다른 집안 선현들의 미담을 곁들인다. 재작년 101세로 작고한 부친 이동은 옹이 100세 때 쓰셨다는 ‘수신십훈’(修身十訓)을 나눠주면서, 이는 복사된 인쇄물이기 때문에 멀리서 오신 손님에게 이것만 드릴 수 없다며 정성스레 손수 쓴 ‘譽人造福’ 글귀를 같이 선물한다. “시원찮은 글씨를 드려서 죄송하다.”는 말과 더불어 “나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십시오. 누구나 성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라는 당부도 함께 한다. 작년에 2만장을 썼는데도 할 일이 있어 행복하다고 한다. 퇴계종택을 나와 인근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을 방문하면 단정한 한복 차림의 이옥비 여사를 만날 수 있다. 그녀는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갓 시집 온 새색시가 시어른께 여쭙듯 겸손하게 아버지 육사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고 있다. 그녀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비옥할 옥(沃)자에 아닐 비(非)자를 쓰지요. 제 이름이 왜 옥비(沃非)인 줄 아세요? 욕심을 부리지 말고 소박하게 살라는 뜻으로 아버지가 지어주신 평생의 선물이에요. 그런데 저는 아버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어 부끄럽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어렸을 때엔 독립운동가로서 시인으로서 아버지가 제게 안겨준 무게가 힘겹기도 했지만, 문학관을 찾는 분들이 저를 아껴주시기 때문에 요즘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가까이 느낀 적이 없다.”고 덧붙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의 후손답지 않은 모습으로 살고 있는 그들을 볼 때마다 겸손과 헌신이라는 두 단어를 떠올린다. 이근필 옹은 남의 말을 들을 수 없고, 이옥비 여사는 얼마 전 큰 수술을 받았다. 온전한 몸도 아닌 상태에서도 항상 바르고 겸손한 자세로 상대를 배려하고 도움을 주려는 그런 모습들을 보고 이곳을 찾는 수련생들은 자신도 이렇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짐들을 한다. 겸손과 헌신이 사람을 움직인 것이다. 퇴계 선생과 이육사 선생은 분명 역사적으로 훌륭한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이 훌륭한 것은 학문적으로 뛰어났거나 역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평생 동안 추구한 겸손, 배려, 헌신 등의 가치들이 오랫동안 향기를 피우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이러한 향기가 그대로 후손들에 이어져 이 시대를 아름답게 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겸손과 헌신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 아닐까 싶다. 그럴 때 대한민국은 국격이 올라가고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 英 15세 소년, 13세 소녀에 ‘몹쓸짓’

    英 15세 소년, 13세 소녀에 ‘몹쓸짓’

    일주일 넘게 계속되는 영국 폭동의 현장에서 10대들의 범죄행각이 막장까지 치닫고 있다. 10대 소년이 광란의 폭동 속에서 2살 아래의 소녀를 성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청소년들은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질문에는 정작 제대로 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폭동이 불붙은 런던 동부 울리치 지역에서는 15세 소년이 폭동 현장에서 13살 된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15일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이 용의자는 방화와 절도 등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틈을 타 유리파편으로 소녀를 위협한 뒤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소년은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하며 엄격한 윤리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인 소년의 어머니는 “결손가정에서 어렵게 자란 것도 아니고 종교적 가치를 배우며 컸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피의자 상당수 평범한 청소년 영국 언론들은 폭동 현장에서 폭력과 절도 등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을 찾는 건 매우 쉬운 일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폭동현장에서 약탈과 방화, 폭력 등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2800여명이고 이 가운데 1300명이 기소됐다. 피의자 중 상당수는 청소년이다. 더 큰 문제는 붙잡힌 청소년들이 자신의 범행 이유에 대해 적절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율 없는 학교 vs 빈부차… 원인 분분 이에 대해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내놓는 해석은 천양지차다. 보수당 소속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무책임과 이기심, 엄격한 규율이 없는 학교, 처벌받지 않는 범죄 등이 폭동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당 등 야권은 저소득층의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과 소득 불균형을 사태의 원인으로 꼽는다. 클리포드 스콧 리버풀대 교수는 “다른 폭도들과 함께 있으면 (군중심리 탓에) 이성을 잃게 된다는 식의 해석은 이번 사태의 근원을 밝혀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원유가격 원가연동제 추진

    정부가 되풀이되는 낙농농가와 우유업체 간의 원유(原乳) 가격 인상 갈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원유 가격 원가연동제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유 가격 생산비 조사 기준을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할 방침이다. 농림수산식품부 당국자는 14일 “원유 가격 인상을 둘러싼 갈등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원유 가격 원가연동제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가연동제는 사료가격과 인건비 등의 원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그 변동분을 그대로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원가연동제는 지난 2008년에도 원칙적으로 합의됐지만, 세부 원칙에서 낙농농가와 우유업체 간의 이견으로 무산됐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현재 원유 가격은 5% 이상의 변동 요인이 있을 때 생산자나 수요자 측의 요청으로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낙농농가는 통계청 생산비 조사를 불신해 자체적으로 인상폭을 산정해 제시하고, 우유업체도 통계청 생산비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계산해 인상안을 만들었다. 낙농농가와 우유업체 간 갈등은 매번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에 정부는 원가연동제를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됐던 우유생산비 조사 기준을 정해 매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유 생산비 조사 기준을 만들기 위해 학계와 생산자(낙농농가), 수요자(우유업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며 “협의체에서는 자체적으로 목장 경영실태 조사를 통해 기준을 새로 산정해 가격 협상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자와 수요자가 모두 납득할 만한 기준을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낙농진흥회는 16일 오후 2시에 전체 이사회를 열어 원유가격 인상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원유가격 인상 시기에 대한 이견이 최종 조율되지 않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유 시장은 급속도로 정상화됐지만, 원유가격이 3년 만에 오르면서 앞으로 우유와 유제품 등의 소비자 가격이 10% 정도 인상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1ℓ에 2100~2300원인 흰 우유 가격이 앞으로 300~500원 정도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검찰 최우선 과제는 국민신뢰 회복이다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취임 일성으로 부정부패,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오만·무책임 등 검찰 내부의 적과도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 총장한테 임명장을 주면서 권력비리, 교육비리, 토착비리 등 3대 비리 척결에 나서줄 것을 당부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부정부패 등 비리 척결은 물론 종북좌익세력의 실체가 있다면 검찰이 이를 발본색원해야 함은 마땅하다. 문제는 지금의 검찰로서는 이런 악(惡)을 소탕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현재 국민은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검찰은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그래서 검찰의 최우선 과제를 국민신뢰 회복에 두어야 한다. 검찰은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지거나 내부 비리 등이 불거질 때마다 신뢰받는 검찰을 증명하겠다고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기대이하였다. 최근의 사태만 해도 그렇다. 대검 중수부 폐지론을 놓고 국회와 힘겨루기를 하느라 진을 뺐고,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두고는 경찰과 날만 새면 다투었다. 중수부 폐지를 막기 위해 검찰이 전력투구했던 저축은행 사태도 불거진 의혹들을 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저축은행 사태는 애당초 중수부가 맡을 사안이 아니라 부산지검 특수부가 수사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정치적인 판단으로 중수부가 끼어들어 창피만 당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과 무책임의 극치다. 이런 점에서 한 총장은 우선 조만간 있을 간부급 인사에서 자신의 다짐을 입증해야 한다. 철저한 능력위주 인사로 내부 불신을 씻어내야 한다. 권재진 법무장관이 국회에서 언급한 ‘탕평인사’에 한 총장이 원칙 없이 동의한다면 검찰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또 올해 말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대통령령 제정과 관련해서는 검찰이기주의를 버리고 국민의 편에 서서 매듭지어야 한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제기되는 공안정국 부활 우려에 대해서도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 옳고 바른 길을 가면서 진정성을 보여줄 때 국민은 검찰을 믿고, 검찰의 수사는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 끝이 안 보인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유럽의 위기 끝이 안 보인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 개발청 자문위원

    유럽 통합의 중심축은 파리-베를린이다. 2차 대전 후 유럽 통합의 초기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재화합이 통합을 위한 절대 전제조건이었다. 이후 불·독 커플은 오랜 기간 유럽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드골-아데나워, 지스카르 데스탱-슈미트, 미테랑-콜이 환상의 커플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같은 오랜 전통은 사르코지-메르켈 커플에 이르러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 통합호도 출렁거리고 있다. 사르코지-메르켈 커플이 늘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지만, 그리스 재정 위기에 대처하는 방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기 전까진 표면상으로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그리스 위기와 더불어 파리와 베를린이 동상이몽의 커플임이 드러나면서, 그리스의 위기가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로 파급되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경제 대국, 정치 소국’이란 EU의 근원적 문제가 재발한 것이다. EU 위원장을 10년이나 역임한 자크 들로르조차도 EU를 가리켜 ‘정치적 UFO’라고 비꼬았다. 현재 유럽 통합호엔 선장이 없다. 불꽃은 이탈리아로 튀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비율이 120%에 달하는 이탈리아의 사정은, 경제기조가 튼튼하다고 주장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암울하기만 하다. 경제성장률은 0%에 가까우며, 현 정부가 내세운 긴축재정은 2013~2014년 실행되는 것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를 현 정부 임기 이후의 문제로 남겨놓은 것이다. 게다가 잦은 스캔들에 연루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정치적 불신이 이탈리아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는 국가의 위기보다 자신이 연루된 재판의 향방에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의회에서 여전히 다수를 이루고 있지만 명목상의 다수에 지나지 않는다. ‘독불장군’이 된 베를루스코니는 홀로 금융시장에 맞서 외로운 전투를 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연 6%를 상회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이자의 추가부담도 커졌다. 7%에 이르면 국가부도 위기가 도래하기에, 이탈리아는 현재 매우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자파테로의 스페인 정부로 언제 불꽃이 튈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두 국가가 그리스처럼 경제적 소국이 아니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3450억 유로인 데 비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1조 9160억 유로와 6930억 유로라는 점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마누엘 바호주 EU 위원장은 유로존 17개국 지도자들에게 지난달 21일 브뤼셀에서 그리스의 위기가 다른 국가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해진 결정들을 ‘즉각’ 실행에 옮기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문제는 위기에 처한 국가들의 국채를 유럽재정안전기금(EFSF)으로 구매한다는 데 합의를 보았지만, 9월 말 전에는 실행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유로존 17개 회원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 불이 났는데, 소방관은 진화 절차만 따지는 격이다. 이 같은 유럽의 거버넌스 부재는 상황을 더욱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가, 유로존의 약한 고리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국제금융시장의 공격에 더욱 노출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거듭 불거지는 재정 위기에도 불구하고 EU는 이름에 값하는 공동의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독일이 EFSF 증액은 물론, 과도한 채무를 진 국가들에 돈을 대주는 소위 ‘송금 연합’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EU 차원의 수단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자생적으로 위기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유로존의 해체냐 하는 기로(岐路)에 서 있다. 불·독 커플의 불협화음에다, 미국의 재정난으로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EU의 앞날은 산 넘어 산이다.
  • [新 골드러시] 위태위태할 땐 역시

    [新 골드러시] 위태위태할 땐 역시

    유럽 재정 위기,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세계 금융시장에 악재 중의 악재다.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 때문에 유가도 하락했다. 하지만 금은 달랐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온스당 1500달러는 이미 지난 4월 깨졌고 최근에는 1700달러대에 진입했다. ‘금=안전자산’, ‘위기에는 역시 금’이라는 세간의 투자 공식이 어김없이 적용된 것이다. 여기서 위기란 화폐와 금융자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시기를 의미한다. ▲정치 소요 ▲낮은 금리 ▲인플레이션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 등이 원인이다. 1971년 이후 최근 40년간 금값 상승은 그 이전 70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00년 이후 금값을 2010년 화폐 가치로 환산해 보면 1971년 전까지는 매년 전체 평균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금본위제에 이어 브레턴우즈 체제까지 끝난 1971년부터 금은 말 그대로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움직였다. 충격이 클수록 금값 상승폭은 더욱 커졌고 1971년 이후 평균 가격은 650달러로, 1900년 이후 110년간 평균가 475달러를 크게 웃도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위기가 닥쳤다고 금값이 늘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 대한 전망이 극도로 악화되면 오히려 당장 쓰기 쉬운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2002년 8월 미국과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금값은 400달러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정작 미군이 바그다드를 폭격하기 직전인 2003년 4월에는 금값이 325달러로 내려앉았다. 금은 위기 상황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바꿔 말하면 안정적인 시기에는 가격 변동이 거의 없다. 주식 등 다른 투자와 달리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너도나도 금 투자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국가 입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세계금위원회(WGC)가 8월에 발표한 금 보유 현황에 따르면 8133.5t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세계 1위의 금 보유국이다. 2위인 독일(3401.0t)에 이어 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은 국제통화기금(IMF·2814.0t)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Weekend inside] 권혁세 금감원장 뿔난 까닭은

    [Weekend inside] 권혁세 금감원장 뿔난 까닭은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자의적 기준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의 대외 상환 능력이 가장 취약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한국 경제 실상과 다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외국금융사 간담회에서 객관적 기준으로 보고서를 발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자리에는 해당 보고서를 낸 노무라증권과 모건스탠리를 포함해 20개 외국계 금융사 대표가 있었다. 권 원장은 “우리나라는 대외 채무가 적고 외환보유액이 많아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며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채무 관리, 외환보유고 확충, 외환건전성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해 한국 경제의 리스크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최근 한국 증시가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낙폭이 큰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나 펀더멘털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시장 안정 시 가장 먼저 외국 자금이 돌아올 곳도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아시아신용전략 보고서’에서 글로벌 유동성 경색이 올 경우 8개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의 대응력이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외환 보유액에 비해 외채 규모가 가장 크고, 국내 예금이 아닌 외국에서 돈을 빌려온 비율이 가장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노무라 증권도 지난 9일 ‘아시아경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2.5%로 하향조정할 것임을 경고했다. 인도를 제외한 여타 국가들의 경제전망 하락폭이 0.5% 포인트 미만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전망치의 하락폭 1% 포인트는 이해하기 힘든 수치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시장은 악의적인 한국경제 폄하가 아니냐는 불편한 심경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노무라 증권은 조금만 수치가 안 좋아도 한국만 유달리 전망치를 크게 바꾸곤 한다.”면서 “사실 보고서는 애널리스트 자유지만 국내 애널리스트의 판단 기준으로 볼때 극단에 치우쳐 있다.”고 평가했다. 동양종금증권 이재만 연구위원은 “대외경기가 나빠지면 수출국인 우리나라는 위험할 것이란 취지인데 이 정도는 누구나 알아 우리 애널리스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항상 있었던 문제를 노무라가 지적했다면 초등학생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노무라 증권의 2.5% 경제성장률 전망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 GDP 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높은 수출경쟁력 ▲금융시스템의 위기방어 능력 제고 ▲충분한 재정적 경기부양 여력 ▲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인플레 압력 완화 등을 한국 경제의 강점으로 꼽았다. 한달 만에 자신들의 견해를 정반대로 바꾼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금감원장이 외국계 금융사에 당당하게 시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격세지감이라고 평가한다. 박형중 메리츠 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스위스의 UBS를 필두로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 등의 비판이 쏟아졌던 것에 비하면 지금은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외국계 금융사들은 ▲금융위기 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 비중을 높일 것 ▲현재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은 공매도 금지의 예외로 해줄 것 등을 건의했다. 이경주·임주형기자 kdlrudwn@seoul.co.kr
  • 검찰 ‘한상대號’ 출항… 넘어야 할 3대 암초

    검찰 ‘한상대號’ 출항… 넘어야 할 3대 암초

    ‘한상대호’의 검찰이 11일 출범했다. 한상대(52·사법연수원 13기) 검찰총장은 이날 행정안전부로부터 정부인사 발령을 받고 임기 2년의 업무를 시작했다. 한 총장은 오전 대검찰청으로 출근, 간부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했다. 한 총장은 12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오후에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제38대 검찰총장 지휘봉을 잡은 한상대호에는 간단찮은 개혁과제들이 남아 있다. 일단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재가동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한 대응 마련이 선결 과제다. 또 중수부가 진행 중인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깔끔한 마무리를 통해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회복도 숙제로 남아 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검찰과 정치권, 국민 간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검찰이 대형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반복된 부실수사 논란이 재연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캐나다로 도피한 로비스트 박태규(72)씨를 거명하며 수사 불신을 나타냈고, 수사팀은 국정조사 증인출석을 놓고 국회와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검찰은 “저축은행 수사에 성과가 있다.”며 정치권의 평가절하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의 금융비리 수사는 3~5년씩 걸리는데 중수부였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저축은행 수사에서 ‘포토 라인’에 세울 거물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저축은행 수사 2라운드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개특위 재구성 논의에 따라 중앙수사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신설 압박도 한상대호의 난제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과정에서 전임 김준규 총장이 중도하차하고, 대검 간부들이 사의를 표하는 등 검찰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올 연말을 시한으로 형사소송법의 대통령령 마련을 위해 검찰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달 초 이미 수사구조개혁팀을 수사구조개혁전략기획단으로 정비하면서 총경급인 팀장을 경무관급인 기획단장으로 격상시켜 검찰 및 다른 행정부처와의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맡았던 홍만표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이 사표를 내는 등 협상 대비가 소홀해 검찰의 출발이 늦은 편이다. 신임 한 총장이 검찰조직을 가다듬고 내부를 재정비하기 위해서는 ‘빅4’를 포함한 인사를 통해 정면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인사논의를 직간접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임 검찰총장은 일단 인사 등 조직 재정비부터 손을 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사장 승진을 비롯한 검찰 인사는 오는 22일쯤 단행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MB 정부 임기 후반기에 몰아칠 각종 수사에서 중립성 확보도 난제다. 한상대호의 국민 신뢰회복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인종차별·긴축재정 직격탄… ‘니트족’ 뿔났다

    인종차별·긴축재정 직격탄… ‘니트족’ 뿔났다

    ‘경제난으로 깊어진 사회적 갈등과 인종차별이 영국을 불타게 하고 있다.’ 영국이 4반세기 만에 최악의 폭동 사태에 빠졌다. 6일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시작된 소요 사태가 9일 런던에서 160~280㎞가량 떨어진 리버풀, 버밍엄, 노팅엄, 브리스틀 등 전역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전날 런던 서부 클로이던에서는 차 안에서 폭동을 보고 있던 한 26세 남성이 머리에 총상을 입은 뒤 사망하면서 이번 폭동의 첫 희생자가 나왔다.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플라스틱 탄환’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 유혈사태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나흘간 525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전날 밤 휴가를 보내던 이탈리아에서 급히 귀국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오전 비상각료회의를 열어 “11일 임시 의회를 소집해 폭력 사태를 논의하고 성명을 내겠다.”고 밝혔다. 8일에는 한국인 관광객 2명이 런던 하이드파크 인근에서 복면한 청년들에게 200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기는 피해를 입었다. 무엇이 ‘런더너’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이번 런던 폭동의 원인은 분명하지 않지만 외신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집권 보수당이 추진 중인 재정긴축과 경기침체로 깊어진 사회적 분열과 26년 전 토트넘에서 발생한 경찰과 흑인 지역사회 간의 오랜 갈등과 불신, 즉 인종차별이다. 1985년 토트넘에서는 아프리카 카리브해 출신의 흑인 여성 플로이드 자렛이 위조된 자동차세 납부증명서를 가지고 운전한 혐의로 경찰에 제지당했다. 수시간 뒤 경찰이 자렛의 자택에 난입해 그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어머니가 숨지면서 분노한 흑인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지난 6일 토트넘 시위는 표면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525명 체포… 캐머런 총리 의회 소집 하지만 런던정경대(LSE)의 지방정부 전문가 토니 트래버스는 “현재의 국면은 26년 전 폭동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면서 “그때 이후 토트넘에서는 지역사회와 경찰 간에 폭넓은 대화가 이뤄졌고 주택과 근린시설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됐다.”고 지적했다. 폭력 사태가 8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 런던을 넘어 100㎞ 이상 떨어진 다른 도시로까지 확산된 데다 뚜렷한 목적 없는 청년 범죄가 폭발한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야당 세력은 집권 보수당이 추진한 재정 긴축안으로 정부 지출이 대폭 삭감되며 초래된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과 양극화 심화를 주범으로 지목한다. 토트넘 주민 스콧 앨런은 “정부의 지출 축소로 청년을 대상으로 한 복지 서비스가 사라졌고 공공 부문 근로자들도 해고됐다.”고 성토했다. ●폭동가담자 대부분이 20대 이하 유럽 전체의 고질병인 ‘잃어버린 세대’의 환멸과 분노도 이번 사태에 투영됐다. 폭동에 가담한 대부분이 20대이거나 그보다도 어리다. 이번 주말 경찰에 체포된 최연소자가 11살일 정도다.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고 직업도 없는 청년 무직자, 이른바 ‘니트족’은 영국 청년 전체의 17%에 이른다. 정부가 내년 올림픽에는 수십억 파운드를 쏟아부으면서 빈곤 지역은 방치하고 있다고 시위대가 비난하는 것처럼 저소득층 역시 부당하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좌절감에 빠져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수재·주가폭락 보도/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수재·주가폭락 보도/조항제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또 일이 터진 후에 이런저런 진단과 대책, 책임 논쟁이 무성하다. 최근에 있었던 물난리, 태풍과 주가 폭락을 두고 하는 말이다. 물난리는 100년 만에 처음 있는 순간 강수량이라 하니 아무리 외침을 허용하지 않는 서울이고, 부와 지식이 집중된 강남이라 해도 사실 불가항력이었을 것이다. 그간의 우리 사정으로 보아 극히 적은 확률의 일까지 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지방민의 입장은 울기도 웃기도 어려운 처지다. 피해자 중 한 명이 재벌의 사모님이라는 점이 더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이런 피해로 언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우리나라에 같이는 살지만 정체를 알 필요가 없는, 더 정확하게 말해 그저 ‘큰 무리 중의 하나’에 불과했던 무지렁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언론에 등장할 일은 이렇게 피해를 봐 하소연할 때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꼴을 최고의 강남민이 보여주게 되었으니 이번 사태는 어쩌면 하나의 경종이 될지도 모른다. 언론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어디 먼 시골의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이웃 중의 하나라고. 그래서 이들을 돕는 것이 나 자신을 돕는 것과 같다고. 물난리가 천재라면 주식은 인재다. 아니 이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 또한 예측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천재에 더 가깝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금융위기가 웅변해주듯 한국의 주식시장이 이렇게 혼돈된 이유는 우리 시장이 외부의 입김에 너무 취약하고 이 우려를 그간 너무 쉽게 무시해 왔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우리의 펀더멘털은 든든하다는 상투적 위안이 나오는 것은 이의 방증이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외부에서 흔든다는 얘긴데, 한마디로 경제주권이 없다는 말과 같다. 이쯤 되면 주식시장의 위기는 외침의 일종으로 봐야 하고, 우리는 이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있어야 하는데 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방금 읽은 서울신문의 ‘블랙먼데이’ 기사는 거의 5개 면을 할애한 대특집이다. 1면의 주요 증시의 낙폭 열거 기사부터 3면의 코스피 폭락장 재구성, 5면의 전문가 좌담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위기를 총체적으로 조명했다. 한두 번 닥친 일도 아니고 지금의 폭락을 예측한 사람도 적지 않다 하니 정보를 먹고사는 신문으로서도 어느 정도는 준비한 대응일 것이다. 실제 좌담에 참석한 한 토론자는 “충격적이지만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또한 지나가는 일의 하나로 치부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금융위기처럼 수많은 투자자의 좌절을 뒤로한 채로 말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앞날에 못지않게 당장 내 주식, 내 펀드를 걱정하는 일반 독자라면 ‘이 위기가 언제 끝날 것 같으냐.’, ‘내가 가진 주식이나 펀드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를 물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좌담에는 이런 물음에 대한 직접적인 답은 빠져 있어 읽을 가치가 떨어진다. ‘코스피 과잉반응’으로 뽑은 좌담의 제목은 곧 위기가 진정될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러나 옆의 면에는 위기의 가장 확실한 대처방안 중 하나인 국제공조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기사(“G20 국제공조 말로만…”)가 실려 있다. 이 기사는 아시아 증시의 동향을 무시한 채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공동성명의 여러 한계를 꼬집는다. 진행 속도나 열의 면에서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아무리 ‘개미’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주식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각오하는 초고도위험 투자다. 위기 역시 이번만이 아니며 미증유였다는 금융위기가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부작용은 있겠지만, 투자자들을 섣불리 안정시킬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지난 저축은행 사태가 반면교사가 되면, 그런 성급한 시도가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다. 한국 언론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삼아 지난 시기 알면서도 취약성을 키워왔던 한국경제와 주식시장을 더는 낙관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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