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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어느 노병의 ‘위대한 용서’/기옥 금호건설 사장

    [CEO 칼럼] 어느 노병의 ‘위대한 용서’/기옥 금호건설 사장

    얼마 전 한 방송국의 6·25 특집다큐멘터리를 볼 때다. 이 프로그램에 한 영국군 노병(兵)의 인터뷰가 나왔다. 이름은 샘 머서. 그는 21세의 나이에 영국군 글로스터셔 부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경기 파주의 설마리 계곡 전투. 10배가 넘는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영국군 대부분이 사망하고, 나머지는 포로와 인질로 붙잡혔다. 그런데 한 중공군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의 다리에 총을 쐈다. 그는 당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한쪽 다리를 완전히 잃었고 평생 의족에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 속 그는 참 건강해 보였다. 덤덤하게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80대 백발노인의 얼굴에선 평온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그에게 “(다리에 총을 쏜) 그 중공군을 다시 만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를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누추한 집이지만 우리 집으로 초대해 대접할 것입니다. 그를 절대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미 용서했습니다. 미움을 안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이 노병이 그동안 겪었을 고통과 슬픔, 증오의 감정을 이겨 낼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용서’라는 단어에서 해답을 찾았다. 분, 초 단위로 나뉜 빡빡한 일상을 살아가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 즉 CEO들에게 건강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은 끊임없는 열정과 에너지의 원천이며, 내가 건강해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필자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한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며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 건강관리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스트레스 때문이다. 최근 스파, 명상, 예술치료 등을 포함한 국내의 스트레스 해소 산업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는 현대인들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가 됐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우리가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스트레스는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한 삶’을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가 명상과 복식호흡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든 행위가 종국에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진심을 보고, 내 안의 답을 찾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길, 그 마지막엔 ‘용서’가 있다.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했던 첫마디다. 수십 세기가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예수가 몸소 실천한 위대한 용서의 정신을 본받으려고 노력한다. 용서는 결코 멀리 있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용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 먼저 받아들인다. 심장은 뇌와 함께 기억을 하고 판단하며 스트레스, 면역시스템, 정서를 조절하는데 사람들은 심장박동에 따라 때론 자제력을 잃기도 하고, 안정을 찾기도 한다. 인생은 긴 항해다. 늘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가 없다. 그 속에서 우리는 길을 찾아야 하고,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삶. 어쩌면 이것이 용서가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화두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미워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며 아름다운 용서를 선택한 영국군 6·25 참전 용사 샘 머서는 슬픔과 고통, 증오의 감정들로부터 다시금 자유를 찾아 마음의 평온함을 되찾았고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신과 과욕, 증오의 감정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서로를 신뢰하고 포용할 줄 아는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는’ 마음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비워야만 채워지는 인생의 지혜, 그것이 용서가 가진 위대한 진리다.
  • 부실대 퇴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부실대 퇴출?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부실 사립대 퇴출과 국공립대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주도할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1일 발족했으나 위원들이 대부분 대학 관계자들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 “전문가적 관점서 검토” 교육계 안팎에서는 “아무래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의중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위원회가 이런 형태라면 이는 대학 구조개혁을 물 타기하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벌써부터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교과부는 각계 대표 20명으로 구성된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고 1일 밝혔다. 위원장은 홍승용(영산대 명예총장) 녹색성장해양포럼 회장이 맡았다. 5일 오후 첫 회의를 열 예정인 위원회는 사립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부실대학 판정 기준, 판정 절차, 인수·합병 및 퇴출 등을 심사하고 국립대학 선진화와 통폐합 등을 논의하게 된다. 교과부는 “부실 사립대의 경영진단과 실태조사, 구조개선 계획과 합병·해산, 국립대 선진화와 통폐합 등을 전문가적 관점에서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들의 면면은 이 같은 교과부의 설명과 어울리지 않는다. 우선,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교육단체 수장들이 대거 위원으로 위촉됐다. 대학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법인협의회 회장 등이 모두 포함됐다. 각 단체의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지만 각 대학 형편에 따라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 외에도 대학교수 7명이 따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뒤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교육 분야를 담당하기도 했다. 법률분야 대표로 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이 임명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사분위는 비리 등으로 물러난 대학 재단 등의 복귀를 잇따라 승인하는 등 분쟁조정이 아니라 사학분쟁을 증폭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대표적 기구다. 산업·경제계 인사로는 직접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관변단체 인사도 구색 맞추기에 동원됐다. 경제계 몫으로 참여한 한 위원은 현 교육과학강국실천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이 단체는 17대 대선 때 당시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자문 등을 맡았던 전직 장관과 대학 총장 등이 참여해 결성한 단체로, 현 이사장도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맡고 있다. ●시민들 “구조조정 의지 없어” 시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대학구조 개혁을 주도할 텐데, 이런 인사들로 얼마나 공정하고 근원적인 구조개혁이 이뤄질지 실망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운(22)씨도 “등록금 사태로 시작된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결국 무산시키려는 저의가 엿보이는 인선”이라며 “국민의 뜻을 대변할 수 없는 이들로는 결코 이해관계가 얽힌 대학 구조조정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CEO 칼럼] 기옥 금호건설 사장/어느 노병(老兵)의‘ 위대한 용서’

    CEO 칼럼] 기옥 금호건설 사장/어느 노병(老兵)의‘ 위대한 용서’

     얼마 전 한 방송국의 6·25 특집다큐멘터리를 볼 때다. 이 프로그램에 한 영국군 노병(老兵)의 인터뷰가 나왔다. 이름은 샘 머서. 그는 21세의 나이에 영국군 글로스터셔 부대 소속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경기 파주의 설마리 계곡 전투. 10배가 넘는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영국군 대부분이 사망하고, 나머지는 포로와 인질로 붙잡혔다. 그런데 한 중공군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의 다리에 총을 쐈다. 그는 당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한쪽 다리를 완전히 잃었고 평생 의족에 의지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화면 속 그는 참 건강해 보였다. 덤덤하게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80대 백발노인의 얼굴에선 평온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그에게 “(다리에 총을 쏜) 그 중공군을 다시 만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를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누추한 집이지만 우리 집으로 초대해 대접할 것입니다. 그를 절대 원망하지 않습니다. 이미 용서했습니다. 미움을 안고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라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이 노병이 그동안 겪었을 고통과 슬픔, 증오의 감정을 이겨 낼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용서’라는 단어에서 해답을 찾았다.  분, 초 단위로 나뉜 빡빡한 일상을 살아가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 즉 CEO들에게 건강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은 끊임없는 열정과 에너지의 원천이며, 내가 건강해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필자 역시 바쁜 일상 속에서도 꾸준한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며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 건강관리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스트레스 때문이다.  최근 스파, 명상, 예술치료 등을 포함한 국내의 스트레스 해소 산업 규모가 1조원을 넘었다는 통계가 있다. 그만큼 스트레스는 현대인들과 떨어져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가 됐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우리가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스트레스는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한 삶’을 위해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가 명상과 복식호흡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모든 행위가 종국에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진심을 보고, 내 안의 답을 찾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길, 그 마지막엔 ‘용서’가 있다.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했던 첫마디다. 수십 세기가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예수님이 몸소 실천한 위대한 용서의 정신을 본받으려고 노력한다.  용서는 결코 멀리 있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용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 먼저 받아들인다. 심장은 뇌와 함께 기억을 하고 판단하며 스트레스, 면역시스템, 정서를 조절하는데 사람들은 심장박동에 따라 때론 자제력을 잃기도 하고, 안정을 찾기도 한다.  인생은 긴 항해다. 늘 불안정하고 예측할 수가 없다. 그 속에서 우리는 길을 찾아야 하고,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삶. 어쩌면 이것이 용서가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화두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미워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며 아름다운 용서를 선택한 영국군 6·25 참전 용사 샘 머서는 슬픔과 고통, 증오의 감정들로부터 다시금 자유를 찾아 마음이 평온함을 되찾았고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더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신과 과욕, 증오의 감정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서로를 신뢰하고 포용할 줄 아는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만들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서로 ‘용서하고 용서받는’ 마음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비워야만 채워지는 인생의 지혜, 그것이 용서가 가진 위대한 진리다. 
  • 이런 사람들로 대학구조조정 할 수 있나?

     부실 사립대 퇴출과 국공립대 통폐합 등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주도할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1일 발족했으나 위원들이 대부분 대학 관계자들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나 학생·학부모 대표 등은 아예 배제됐으며, 산업·경제계 인사들도 대학을 경영 중인 대기업 관계자들이 많았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아무래도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의중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위원회가 이런 형태라면 이는 대학 구조개혁을 물타기하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벌써부터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각계 대표 20명으로 구성된 대학구조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고 1일 밝혔다. 위원장은 홍승용(영산대 명예총장) 녹색성장해양포럼 회장이 맡았다. 5일 오후 첫 회의를 열 예정인 위원회는 사립대학 구조조정과 관련해 부실대학 판정기준, 판정 절차, 인수·합병 및 퇴출 등을 심사하고 국립대학 선진화와 통폐합 등을 논의하게 된다. 위원회 산하에 사립대분과위원회와 국립대분과위원회를 설치해 분야별 구조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교과부는 “부실 사립대의 경영진단과 실태조사, 구조개선 계획과 합병·해산, 국립대 선진화와 통폐합 등을 전문가적 관점에서 검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들의 면면은 이같은 교과부의 설명과 어울리지 않는다.  우선,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교육단체 수장들이 대거 위원으로 위촉됐다. 대학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법인협의회 회장 등이 모두 포함됐다. 각 단체의 의견을 듣는다는 취지지만 각 대학 형편에 따라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들 외에도 대학교수 7명이 따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명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뒤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교육 분야를 담당하기도 했다. 법률분야 대표로 현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이 임명된 것도 논란이다. 사분위는 비리 등으로 물러난 대학 재단 등의 복귀를 잇따라 승인하는 등 분쟁조정이 아니라 사학분쟁을 증폭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대표적 기구다. 산업·경제계 인사로는 직접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관변단체 인사도 구색맞추기에 동원됐다. 경제계 몫으로 참여한 한 위원은 현 교육과학강국실천연합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이 단체는 17대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 자문 등을 맡았던 전직 장관과 대학 총장 등이 참여해 결성한 단체로, 현 이사장도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맡고 있다.  시민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대학구조 개혁을 주도할텐데, 이런 인사들로 얼마나 공정하고 근원적인 구조개혁이 이뤄질지 실망감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운(22)씨도 “등록금 사태로 시작된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결국 무산시키려는 저의가 엿보이는 인선”이라며 “국민의 뜻을 대변할 수 없는 이들로는 결코 이해관계가 얽힌 대학 구조조정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개혁 없이 사회변혁 될까/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열린세상] 정치개혁 없이 사회변혁 될까/임성호 경희대 비교정치 교수

    비판과 반성은 같이 가야 한다. 남에 대한 비판은 자신에 대한 반성이 전제될 때 진정성을 띠게 된다. 자신은 절대 옳고 남은 절대 그르다는 식의 비판이 신뢰를 자아낼 수 있겠는가. 다양한 의견과 입장이 복잡하게 얽히고 부딪쳐 선악 구분이 쉽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일방적 비판이 공감과 설득력을 얻을 수는 없다. 최근 들어 정치인들이 남에 대해 비판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여야 간, 계파 간, 자기들끼리 비난을 주고받는 해묵은 모습은 차치해도 정치권 밖의 사회집단들에 대해 비난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반값 등록금 논란을 기화로 대학을 거세게 비판하더니 이제는 대기업과 금융권을 신랄한 비판의 대상으로 몰고 있다. 공무원 집단도 정치인들의 비판 리스트에 단골로 이름을 올린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 곳곳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개혁가처럼 거창한 수사(修辭)로 여러 집단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이쪽저쪽에 대한 정치권의 날 선 비판엔 수긍할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 워낙 대학이 많다 보니 문제투성이 대학도 나올 것이고, 생존 경쟁이 치열한 외부에서 볼 때는 대학운영상 허술하거나 불합리한 대목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대기업, 특히 재벌의 행태도 불경기 속에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보기에 따라 공분을 자아낼 여지가 충분하다. 금융권은 부실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부정부패의 온상이라고 비판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전·현직 공직자의 부당한 이권 개입, 이익 취득, 수뢰사건을 볼 때 공직자 집단도 당연히 비판의 도마에 오를 만하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에 진정한 힘이 실릴 수 있을까? 메신저가 누구냐에 따라 메시지의 설득력이 달라진다. 메신저 자신이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반성의 태도 없이 남을 야단치는 메시지를 던질 때 큰 공감을 자아낼 순 없다. 정치권이 신뢰도 조사에서 항상 꼴찌를 차지할 만큼 불신을 받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반성 없이 다른 집단을 맹비난한다면 사회적 공명을 자아낼 수 있겠는가. 더욱이 여러 정치인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이 정치권 전체로 퍼져 나가려는 시점에 정치권이 대외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면 그 동기의 순수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정치인들은 남 비난에 앞서 우선 자정(自淨)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적·윤리적 문제를 범한 의원에 대해선 제재 규정을 엄정히 적용하고 의정활동상 막말, 위법적 방해행위, 물리적 충돌, 아울러 태만을 삼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입법에 있어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면이 있는지 신경 써야 한다. 정당운영상의 온갖 병폐와 선거과정상의 고질적 구태를 어떻게 없앨지도 고민해야 한다. 물론 말이 쉽지, 이러한 당위적 주문이 척척 이루어질리 없고 단기에 실제 효과를 내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적어도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아니, 최소한 각종 문제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라도 보여야 한다. 정치개혁이란 꼭 제도 차원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으로는 의식과 태도 차원의 문제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적 의식과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정치개혁일 수 있다. 태도상의 정치개혁은 다른 집단들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에 진정성을 부여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게 해줄 것이다. 대중은 과정상 성찰적 진지함을 보이는 정치인들에게서 일반적 신뢰감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은 일부분씩 이루어지기 힘들다. 모든 부분이 연결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한 부분이 변한다면 파급적으로 다른 부분의 변화를 견인하기 용이하지만 한 부분은 가만있으면서 다른 부분만 변하길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개혁이 총체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이유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유행어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변화, 자기반성 없는 남 비판은 오히려 조롱과 공허함만 남긴다. 광범위한 사회 변혁을 이루려면 정치지도자들이 먼저 변하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내년 두 차례의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발(發) 집단 매도와 비난전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익히 예상되어 해본 생각이다.
  • [최종찬 따뜻한 사회] 가진 사람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

    [최종찬 따뜻한 사회] 가진 사람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

     작년에 초등∙중학교의 무상급식부터 시작하여 최근 대학교 반값 등록금, 하청기업과의 이익공유제, 전·월세 가격상한제 등 국민 부담을 줄이고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의 각종 대책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기업계나 경제전문가들은 이들 대책이 시장경제를 무시한 대중 인기영합적인 것이라고 비판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정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무상급식, 반값 대학등록금 등을 인기영합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상급식 공약은 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최근 왜 이렇게 재원 대책도 불명확한 복지 정책들이 많이 나오는가? 대다수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미래에 대해 희망이 없어지는 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작년에 경제 성장이 6% 되었다고 하나, 많은 국민들은 성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수출 대기업들은 유례 없는 고성장을 누리고 있으나 대다수 중소기업, 내수기업들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 근로자는 막대한 보너스를 즐기지만 하청기업 근로자는 실질소득 감소를 겪고 있다. 명품 매출은 크게 늘어난다는데, 서민들은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식비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급속한 저출산 원인은 취직도 안 되고, 높은 육아∙교육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각 분야에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의 부담을 덜어준다는데 누가 마다할 것인가? 현재와 미래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체제에 대해 애착을 가질 리가 없다. 이대로 가면 점점 많은 사람이 시장경제체제에 대하여 불신하게 될 것이다. 양극화가 완화되고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시장경제체제가 유지될 것이다.  그러면 누가 현재의 시장경제체제 유지에 앞장서야 할 것인가? 최근 세계화와 규제 완화로 가장 혜택을 보는 계층들은 수출기업, 대기업 등일 것이다. 이들 계층이 잘나가는 것은 물론 열심히 하여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이겠으나 국가가 이를 뒷받침한 것도 큰 요인이다. 그런데 빈부 차이가 커지고 사회 불만세력이 늘어 기업 활동을 규제하고 사유재산을 제한하는 입법들이 성행한다면, 과연 기업들이 자기만 잘한다고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예컨대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권같이 사기업을 국유화하고 기업 활동을 통제하는 상태가 되면 경쟁력 있는 대기업인들 제대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우리 사회가 그렇게 극단적인 사태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득의 양극화, 높은 청년실업, 저출산이 지속된다면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장기적으로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대중 인기영합적인 정책이 남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 체제에서 혜택받는, 가진 사람들이 체제 수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양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작은 것을 더 가지려다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미국의 경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 부자들이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거나 재산을 기부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부유층,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절실하다. 기부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회사 이름으로 기부하면서 기업주가 생색내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은 대부분 개인 재산에서 기부한다. 하청기업에 대한 지나친 가격 인하 요구, 계열사에 대한 몰아주기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행위도 자제되어야 한다. 상속∙증여세를 제대로 내 부의 정당성을 보여야 한다. 게이츠와 버핏은 미국 400대 억만장자들에게 개인 재산의 절반을 기부토록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와 같은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 과거 경주 최부자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주변 100리에 굶는 사람이 없게 하라.”, “흉년들 때 땅 사지 말라.”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 따뜻한 사회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 [中 공산당 90주년] 中 청년들이 본 ‘90세’ 공산당

    [中 공산당 90주년] 中 청년들이 본 ‘90세’ 공산당

     1921년 창당 당시 57명에 불과했던 중국 공산당원은 지난해 말 현재 8029만 9000명으로 90년 만에 140만배 이상 늘었다. 전체 중국인 17명당 1명꼴로 공산당원인 셈이다. 35세 이하 당원 비율이 아직 24.3%에 불과하지만 매년 300만명 이상씩 늘어나는 신규 당원의 81.8%가 35세 미만이고, 40%가 대학생이라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은 오히려 점점 젊어지고, 고학력화되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최근 베이징, 상하이 등 전국 15개 성·시, 140개 대학, 2만 5000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80%가 공산당 입당을 희망했다고 밝혔다. 90회 생일을 맞은 중국 공산당은 이런 조사 결과에 고무돼 있다.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들은 신세대들이 개혁·개방 이후 공산당의 주도로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감동하고 있으며, 이것이 청년학생들을 공산당으로 끌어들이는 흡인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 89%가 넘는 대학생들은 공산당의 집정 능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것을 낙관했다.  중국인민대 대학원생 천레이(陳雷)는 “유사 이래 전체 중국 인구를 먹여 살린 정권은 공산당뿐”이라면서 “공산당은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 등의 과오도 저질렀지만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시켰다.”고 공산당의 국가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정식 입당을 기다리고 있는 예비당원인 가오젠(高健)은 “중국 공산당은 중국에서 가장 수준 높은 조직”이라고 평가한 뒤 “많은 당원들이 입당 전에는 열심히 당과 국가의 개혁 문제에 대해 공부하지만 일단 입당하면 나태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당원들의 학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애정을 담아 충고했다. 상당수 젊은이들은 ‘공산당이 없었다면, 신중국도 없었다’(沒有共産黨, 沒有新中國)는 공산당의 구호처럼 현재 중국에 공산당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젊은이들은 체제 내 점진적 개혁이 빈부격차 등 현재의 모순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원생 팡자웨이(房佳僞)는 “중국의 많은 문제는 성장 과도기의 불가피한 진통이지 공산당 집권에 따른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젊은이들은 체제를 비판만 하기보다 체제 안에 들어가 중국의 발전을 도모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방자웨이의 친구인 천위레이(陈聿雷)도 “농민공 등의 문제는 빨리 해결돼야 한다.”면서도 “중국의 발전은 공산당의 영도하에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에 대한 쓴소리도 흘러나온다. 베이징 지역의 한 명문대생은 중국 공산당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해 ‘대충 생각해서 결정한 뒤, 가슴을 탕탕 쳐 가며 보장하지만, 결국 다리를 탁 친 뒤 후회하고, 엉덩이를 때리며 집으로 돌아간다.’며 ‘중국 특색의 의사결정시스템’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법치나 민주주의 의사결정이 아니라 후진적인 인치(人治)시스템에서 모순이 돌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사범대 4학년생인 류젠궈(劉建國)도 “중국 공산당은 권력과 돈이 특정계급에 집중되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기득권층이 아닌 새로운 개혁주도 세력이 나와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이후 출생자) 세대 가운데 상당수는 공산당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베이징 시내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허스원(何世文)은 “지금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돈”이라면서 “정치나 공산당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글로벌 한극금융 해외서 길 찾다] 러시아서 금융업 어려운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와 풍부한 석유 등 자원, 발전된 과학기술로 러시아는 세계 최고의 성장 잠재국으로 손꼽혔다. 2000년 이후 국제유가 상승 덕에 성장세를 이어가며 기업과 은행이 러시아에 눈독을 들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까지 러시아 은행업 총자산은 내리 3년 동안 연 평균 40% 이상씩 증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러시아 은행업계에서 국유은행인 스베르방크 등 빅 3를 제외한 곳은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 비중이 17.7%, 대출 비중이 27.0%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는 사회주의 시절 유산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대한 신뢰 부족이 예금을 주저하게 했다면, 사회주의 시절 복지가 대출 비중을 줄였다. 과거 소비에트 시절 집 한 채와 개인 별장(다차) 한 채씩은 주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처럼 주택담보 대출이 늘어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주택을 소유했다는 점과 사회주의 문화는 직원들의 업무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모스크바 법인의 윤영선 차장은 “초기에는 직원들이 주말에 다차에 가기 위해 금요일 오후 근무를 할 수 없다는 건의도 했다.”면서 “한국에서처럼 성과급을 걸고 실적 향상을 독려해도 별로 성과가 없었다.”며 웃었다. 포상을 걸고 러시아 현지법인 고객 유치를 독려했지만, 반 년이 지나도록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 현지 문화를 알고 이들을 직접 이해하는 데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효율성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특성을 사회주의의 유산으로 보는 해석도 나왔다. 우리은행은 창구마다 ‘법인고객 현금 인출 시 해당 분기 예상 인출액 신청서를 제출해 달라.’는 안내문을 붙였는데, 법인이 돈을 예금한 뒤에도 수시로 찾을 수 없고, 분기별 예상 인출액 등을 첨부할 때에만 은행에서 돈을 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원관 차장은 “처음에 한국 기업들은 ‘왜 내 돈을 왜 못 빼게 하느냐’고 항의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외국계 은행이 대거 진출한 탓에 모스크바 법인은 금리 인하 경쟁에도 맨살이 노출된다. 최기성 부장은 “미국이나 유럽계 은행의 경우 글로벌 소싱을 통해 도저히 우리가 맞출 수 없을 정도의 저금리를 기업에 제안한다.”면서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한 은행 간 경쟁이 러시아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상혁 과장은 “어려울 때에는 신뢰를 쌓고, 호황기에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게 해외법인이라면 러시아는 도전하기 좋은 나라”라고 평가했다. 모스크바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몇몇 이기심이 조직 좌우해선 안 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8일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조정 절충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경찰 수뇌부와 일선의 반응은 엇갈렸다. 경찰청은 “바람직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일선 경찰관들이 서울과 대전에서 토론회를 여는 등 불만을 터트렸다. 특히 조현오 경찰청장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만과 독선,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몇몇이 조직의 분위기를 좌우해선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수도권 경찰 50여명은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수사·형사 실무자회의를 갖는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였다. 회의 참가자들은 “수사 개시·진행권을 명문화하면서 수사 ‘라이선스’를 얻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법과 수사 현실은 여전히 괴리돼 있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수뇌부에 대한 압력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꿈 같은 수사권에 대한 마음이 있었는데 아쉽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경찰청은 이들의 집단 움직임을 경계했다. 조 청장은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국회 최종 결정도 안 난 상태에서 집단 의견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성과 합리성이 지배하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극단적인 몇 사람 때문에 기관끼리 불신이 증폭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체회의에서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대다수 위원들이 ‘모든 수사’에서 내사가 제외된다는 데 동의했다.”며 “이제 두 기관이 협의해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위 관계자는 “성명서 발표 등 항명 수준은 아직 아니지만, 기강을 흐트리는 단체행동을 한다면 엄정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김동현·김진아기자 moses@seoul.co.kr
  • [서울광장] 진보의 적은 ‘진보’다/김종면 논설위원

    [서울광장] 진보의 적은 ‘진보’다/김종면 논설위원

    한국의 좌파를 진짜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 좌파정당이라고 하면 곧 진보정당인가. 흔쾌한 답이 안 나온다. 종북좌파처럼 도무지 진보하지 않는 세력까지 진보라는 이름의 월계관을 쓰고 활개치고 있으니 말이다. 진보, 그것은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이냐. 그 속엔 이미 변화를 모색하고 발전을 추구한다는 긍정적인 뜻이 담겨 있다. 진보의 특권이요 한편으론 부담이다. 그런데 진보 가치를 지향한다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요즘 통합작업을 보면 그들이 과연 특권을 누릴 줄 아는 만큼 부담도 질 줄 아는 집단인가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진보신당이 엊그제 당대회에서 민노당과의 통합을 위한 최종합의문 승인을 유보했다. 북한의 3대세습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어온 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다. 민노당이 지난주 합의문을 채택하면서 가시권에 들었던 진보 통합작업은 다시 안개에 휩싸였다. 알다시피 진보신당은 2008년 종북주의 논란 끝에 민노당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후 ‘북한 핵개발·3대세습 반대’를 당 노선으로 택했다. 당대회 당일에도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북에 대해 국민이 보기에 합리적이지 못한 것은 비판해야 한다.”며 민노당과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 한때 무늬로나마 한몸이었던 두 당으로서는 숙명과도 같은 분열의 멍에를 하루빨리 내던져 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분당의 원인은 제쳐두고 엉거주춤 다시 하나가 되겠다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다. 3년이 아니라 10년이 걸리더라도 결별 원인부터 다스려야 한다. 병통을 감춘 채 겉으로 꿰매어 붙여봤자 또 다른 균열의 예고편이다. 내년에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무조건 합치고 보자는 심사라면 정치불신만 키운다. 가치를 떠난 이익담합형 통합은 진보가 할 짓이 아니다. 두 당의 합의문은 ‘둥근 네모’ 같다. 모순의 극치다.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북한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권력승계 비판 입장도 존중하겠다니 말장난도 지나치면 언어폭력이 된다. 통합을 하겠다면 적어도 대북문제만큼은 성역 없는 공개 논의가 필요하다. 권력과 사람의 문제가 걸린 통합작업에 곡절이 없을 수 없다. 그 지난한 과정은 때론 희망만큼이나 큰 절망을 안겨준다. 그래도 국민의 기대수준이라는 게 있다. 더구나 지난 과오를 딛고 새 정치를 하겠다는 마당이면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진보란 범박하게 말해 자유를 사랑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약자를 끔찍이 여긴다. 그런데 우리의 진보 현실은 그런 소중한 가치를 동경하는 자생적인 진보세력마저 떠나게 만든다. 자유와 평등을 소리 높이 외치면서 북한의 폭압적 3대 세습체제에 대해선 애써 입을 다무는 이상한 진보가 존재한다면 환멸을 느낄 만도 하다. 진보를 참칭하는 사이비 진보, 반(反)진보가 판치고 있다. 진보통합 작업의 중심은 단연 민노당이다. 지지율 3% 안팎의 군소정당이지만 조직력을 갖춘 민노당은 선거연합은 물론 야권 전체의 정책과 노선에도 무시 못할 영향력을 미친다. 이 당을 책임진 이가 이정희 대표다. 그는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것이 진정 침묵으로 답할 사안인가. 지난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엔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결과를 정부는 똑똑히 봐야 한다.”고 퍼부어댔다.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그 자체가 악”이라고 했지만, 이쯤 되면 차라리 악의 편에 섰다고 해야 옳다. 불퇴전의 종북정신만으로 진보 대통합은 가능하지 않다. 가능해서도 안 된다. 진보의 적은 ‘진보’임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세상과 담 쌓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외곬으로 진화한 희귀종을 닮아가는 자칭 진보의 모습이 안쓰럽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시장에 간여할 도리는 없다. 다만 권고할 뿐이다. 이제라도 진보는 종북에게, 종북은 진보에게 이별을 고하라. jm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저축은행 수사, 검찰에는 기회다/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저축은행 수사, 검찰에는 기회다/이기철 사회부 차장

    #1. 수사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를 한창 파헤치던 어느 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1층 조사실. 검사= “누구에게 (돈을) 줬어. 빨리 말해.”, 피의자=“준 사람 없어.” 검사=(책상을 꽝 치며) “빨리 불어.”, 피의자= “없다니깐.” 온종일 피의자를 다그치던 검사=(한 옥타브 높여) “빨리 불라니깐….”, 피의자= “불긴 뭘 불어, 없다니깐.” 오히려 피의자의 고성이 조사실 밖의 복도로 흘러나왔다. 120여일을 달려온 검찰 수사는 계속된다. #2. 학연과 지연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는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얽히는 ‘우리끼리’ 관행의 대표적 병폐 사례다. 구속 기소된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 및 대주주 6명이 호남의 명문 광주일고 동문이었다. 또 경영진은 아니지만, 비리에 얽혀 구속됐거나 수사 언저리에 있는 이들 몇몇도 이 학교 출신이다. 임원회의 등에서 합리적이고 건전한 비판이 통할 수 없었다. 수사를 맡았던 한 검찰 관계자의 “SPC 대출은 임원회의에서 결정됐고, 실무진은 대출심사 없이 윗선의 지시만 따를 뿐”이라고 말한 데서 부적절한, 그러면서도 끈끈한 동문애를 읽을 수 있다.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SCP 대출에 직접 관여한 아랫도리들도 대부분 특정지역 출신”이라고 말한다. #3. 전관과 엽관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1차 감시 책임을 진 금융감독원의 전·현직 관련자 8명이 구속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금감원을 전격 방문, 저축은행 비리를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질타했다. 검사 부실과 함께 감독기관들의 전관예우가 직격탄을 맞았다. 감독기관뿐 아니라 공직 출신이 민간기업의 감사나 임원으로 가는 관행에 제동을 거는 여론까지 형성됐다. 그러면 감사는 내부나 동종업계 출신밖에 갈 사람이 없어 보인다. 이럴 경우 ‘제 식구 감싸기와 봐주기’가 더 성행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소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잡는 격이다. 이와 관련,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윗물 아랫물론’을 제기한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감사는 지엽적 문제”라고 말한다. 정권 창출에 공이 크거나 권력 측근의 실세들이 공기업의 회장, 사장, 이사장으로 가 있다. 행정부 관계자는 “정권의 전리품인 양 높은 자리를 꿰찬 엽관은 문제가 없는 듯 그냥 넘어가고, 그 아래 작은 자리를 차지한 감사, 임원 등 전관을 부패의 근원인 양 몰아치는 것이 문제”라고 불만스러워했다. 모든 정부 부처의 감독과 감시자의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논공행상으로서 측근을 공기업 등에 보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4. 그래도 수사 파죽지세로 몰아치던 부산저축은행그룹 수사가 최근 다소 주춤하다. 일각에선 검찰 안팎의 여러 국제 행사와 차기 검찰총장 인선 문제로 수사 동력이 사그라질 것이란 의견을 내놓는다. 하지만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미 “수사로 말하겠다.”고 밝혔고, 수사팀에는 “남은 갱도(땅굴)를 끝까지 계속 파라.”고 주문했다. 때마침 저축은행 수사에서 정권 실세들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검찰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기회를 맞았고, 중수부는 거악 척결 기관으로서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킬 호기를 잡았다.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불거진 불신을 고스란히 날려보낼 수 있는 찬스다. 죽은 권력에만 칼을 들이대면 중수부 간판을 내려도, 수사권이 떨어져 나가도 아쉬워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검찰이 권력에 기대면 잠깐 반짝 살 수는 있겠지만, 국민과 정의에 기대면 조직도 명예도 지킬 수 있다. 저축은행 사건은 몇 년 뒤면 불거질 여러 권력형 게이트의 ‘데자뷔’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특정 학교와 지역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한 형태가 마치 특정고교 출신이 부산저축은행을 점령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세간의 인식이다. 권력형 비리 예방효과 차원에서라도 엄정한 검찰 수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chuli@seoul.co.kr
  • “소비자 불편·혼란 가중… 물가만 올라”

    “소비자 불편·혼란 가중… 물가만 올라”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라면, 과자, 아이스크림, 의류 등으로 확대 시행된 지 새달 1일 1년을 맞는다. 이 제도는 유통업체들 간 자율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춰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소비자의 불편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물가상승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주말 한 대형마트에 들렀던 주부 김정혜(38)씨. 진열대 앞에 ‘과자 세일 무조건 500원’이라는 문구만 보고 이것저것 집어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와 보니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든 과자가 1000원이 넘었다. 포장지를 봐도 가격을 알 수 없었고 직원들에게 일일이 가격을 묻자니 귀찮아서 그냥 집어들었는데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씨는 “항상 사기 전 계산한 가격과 나올 때 가격이 다르다.”면서 “그냥 포장지에 적어 놓고 깎아주면 될 것을 왜 더 헷갈리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오픈 프라이스 시행의 최대 목적은 경쟁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지만 가격이 내린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는 이마트에서 6월 현재 4개짜리 한 묶음에 3600원으로 지난해 6월보다 300원(9.1%) 올랐고, 편의점 GS25에서는 1개에 1100원으로 10% 올랐다. 롯데제과의 월드콘은 기업형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에서 1050원에서 1400원으로 33.3%, GS25에서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됐다. 농심 신라면은 이마트와 롯데슈퍼에서 각각 5개짜리 한묶음이 2920원으로 1년 새 변동이 없었다. 가격이 내려간 제품으로는 롯데슈퍼에서 파는 삼다수가 지난해 880원에서 850원으로 3.5% 인하됐으며, 이마트에서는 월드콘 5개 묶음을 지난해 5600원에서 4700원으로 20%가량 내린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과자값 격차 오히려 더욱 심해져 권장소비자 가격이 없어져 가격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태별로 품목에 따라 가격 차이가 두배 이상 벌어지는 경우가 예사가 됐다. 천차만별인 과자값이 오히려 오픈프라이스 시행 이후 더 심해진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가전제품과는 달리 과자, 빙과류 등 가공식품의 가격 차이가 많아 봐야 1000원 미만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격 차이에 둔감한 영향도 있다. 어느 제품이 어디가 싼지에 대한 정보를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티프라이스(price.tgat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지만 제한된 품목에 대해서만 서비스하고 있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격에 대한 불신만 조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 블로거는 “일부 유통점들이 가격을 예전보다 부담 없이 올리는 구실을 제공해줬다.”고 비아양 대기도 했다. ●소비자들 “예전보다 부담 없이 올려”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처럼 큰 이유는 오픈 프라이스 확대 시행의 가장 큰 목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전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이 밝힌 판매량 상위 제품들의 가격 변동폭을 보면 1년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제조사에서 판매가를 정할 수 없더라도 납품가 또는 출고가는 조절 가능하기 때문으로, 판매가가 오른 제품은 출고가가 오른 것들이다. 제조업체는 원가 상승 등이 이유로 올 들어 출고가를 일제히 올렸으며 유통업체는 출고가 인상을 이유로 판매가를 올리는 관행으로 양쪽 모두 오픈 프라이스 확대 시행 이후 바뀐 것은 없다. 이처럼 물가 상승만 부추겼다는 신통찮은 성적표가 나온 것에 대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서로 “네 탓”으로 돌리기에 바쁘다. 제조업체는 출고가보다 더 큰 폭으로 판매가를 올리는 유통업체의 눈덩이 효과를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유통업체는 제조업체가 일부 품목에 대해 판매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은밀하게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부 대형 제조업체에서는 판매가에 대해 지침을 내려보내기도 한다.”며 “그보다 더 싸게 팔 때 제품 납품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 관계자는 “가격 결정권이 제조업체에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공정위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지침을 내리거나 납품을 거부하는 행위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에도 오픈 프라이스가 대다수 유통 선진국에서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보완책을 마련해 제도를 계속 유지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소비자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가 뒷받침돼야 하며 가격 선택권을 유통업체에 넘겨주는 만큼 각 업체가 가격을 매기는 방식에 대한 정책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부모에 대한 유명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부모에 대한 유명인사들의 회상기

    “어머니께서 불을 끄고 떡을 썰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미숙함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눈물을 감추고 나를 다시 암자로 돌려보낼 때 어머니는 분명 피눈물을 흘리셨을 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석봉 한호(1543~1605)에게 그의 어머니 백씨 부인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율곡 이이(1536~1584)가 조선의 대유학자가 된 배경에는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어머니 사임당 신씨(1504~1551)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하다. 흔히 역사에 천재로 이름을 남긴 위인들의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다고들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은 어머니와 ‘홈스쿨링’을 통해 창의력을 키웠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은 자기 업적보다 벚나무를 벤 실수를 고백하자 용서하고 격려한 아버지와의 일화(실제로는 꾸며낸 일이라는 설이 유력)로 더 유명하다. 부모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한국축구의 대들보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 피겨여왕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의 교육법과 열정은 제2의 박지성·김연아를 키우려는 부모들의 롤모델이자 벤치마킹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여기 자녀들에게 재능만 물려줬을 뿐 사랑이나 진정한 교육은 주지 않았던 부모들이 있다.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주의 주인공은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삐뚤어진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불행한 천재들이다.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았던 우울한 그들의 내면을 가상의 일기장을 통해 들여다봤다. 어린 시절의 불행이 이들이 남긴 업적의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인성과 성공,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모든 부모의 꿈, ‘완벽한 교육법’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프로이센 계몽군주 프리드리히 2세 “내 친구도 죽인 매정한 부왕 왕실생활이 동냥보다 비참” ●왕자 시절인 18세(17 32년) 때의 일기 왕가의 숙명을 거부하고 도망치려다 결국 내 손으로 친구를 죽인 꼴이 됐구나. 궁궐 탈출을 끝까지 말렸던 한스(한스 헤르만 폰 카테 소위)는 결국 내 고집 때문에 오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버지(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스를 황제의 직권으로 사형시킨 것은 결국 나를 겨냥한 것일 테지. 자식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18년은 나에게 혼란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날 프로이센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고, 어머니(조피 도로테아·하노버 왕조를 창시한 조지 1세의 딸)는 프랑스 왕족이 최고라고 하니 난 규율과 자유 어느 쪽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예 내 수업을 감시하는 대령을 뒀고, 내 스승은 문학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당한 후 쫓겨났다. 아버지는 플루트 연주도, 시도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예술인데 말이다. 왕실에서 사느니 차라리 동냥을 해서 빌어먹고 싶을 정도로 비참하다. 난 결심했다. 다시는 내 속내를 아버지에게 드러내지 않을 테다. 아버지보다는 내가 오래 살 테니 그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이중인격으로 ‘탈주사건’으로 친구 카테 소위가 처형당한 후 프리드리히 2세는 다시는 반항하지 않았다. 철저히 자신을 숨겼고, 아버지에게 복종하는 모습만 보여 신임을 얻었다. 1740년 왕좌에 오른 프리드리히 2세는 금욕적이고 냉철한 정치를 했던 아버지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정치적·종교적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폈고 노예제 폐지에 앞장섰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이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폭력과 강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기와 뜻이 다른 사람을 잔인하게 처단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했다. 역사학자들은 그를 ‘어떤 왕보다 더 차가운 내면을 지닌 야누스적인 왕’으로 평가한다. ■美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불륜 즐기고 떳떳한 아버지 어엿한 보스턴상류층 일원” ●하버드대에 다니던 2 0세(1937년) 때 이젠 언제 어디서나 여자들과 즐길 수 있게 됐다. 병원에서도 간호사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으니. 아버지가 옳았던 것 같다. 여자는 어디까지나 남자들의 성공에 대한 자만심을 충족시켜 주는 트로피에 불과하다. 위대한 남자라면 두 개의 삶 정도는 가져도 무방한 것 같다. 아버지는 출신(케네디 가문은 본인들이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길 꺼렸다)을 완벽하게 바꿔놓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결국 보스턴 상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었다. 어머니(로즈 케네디)는 지나치게 엄격하지만, 뭐 내가 미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 가려면 예의범절과 자기규율은 엄하게 배울수록 좋겠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포장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최근 들어 상인 출신인 아버지와 나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배우와 불륜을 즐기면서도 떳떳한 아버지처럼 행동했다간 분명 내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길 것 같다. 언제나 포장은 필요한 법이지. 나처럼 외견상으로는 완벽한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내 생활은 최대한 조용히 만끽하면 된다. 우리 부모님들조차 5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가문은 존경받는 신흥 명문가이지 않은가. ●바람기는 대를 이었다. 케네디의 아버지 조지프는 영화계에 투자하면서 여배우 글로리아 스완슨이라는 여배우와 염문을 뿌렸고 케네디가는 겉모습과는 달리 완벽하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추후 메릴린 먼로와 케네디의 스캔들로 대를 이었다. 누구에게나 선망받던 케네디와 재클린 오나시스의 결혼생활 역시 남편의 바람과 아내의 낭비벽으로 점철됐다. 케네디는 아버지처럼 여성에 집착했고 수많은 여성과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재클린은 자기 시어머니처럼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격했던 어머니 로즈 때문에 케네디는 평생 압박감에 시달렸고, 각성제 암페타민과 진통제에 의존했다. ■佛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 “사창가서 자란 내 어린시절 어머니가 여덟명이나 생겨” ●집을 떠나던 15세(19 34년) 때 내 인생을 철저히 다시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서커스단의 난쟁이 곡예사와 사탕을 팔던 여인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진실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을 가질까. 그래 차라리 빈민촌의 가로등 아래에 버려진 것으로 하자. 경찰관들이 나를 발견했다고 얘기하면 더 극적이겠지. 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락방에서 어린 내 음식에 술을 타던 외할머니. 쥐떼가 우글거려서 면역력을 키우려 그랬다지. 어머니를 버렸던 아버지는 날 그곳에서 구한답시고 친할머니에게 버렸고, 난 사창가에서 자라야만 했다. 무려 여덟명의 어머니가 생긴 그 시절은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남자가 날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여자는 무조건 남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내가 커온 사창가의 법칙이 그랬으니까. 그러나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따귀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다. 내 부모는 나에게 목소리를 줬다. 그 덕분에 난 이제 집을 나가도 살 수 있을 테지. 언젠가 성공한다면 난 엄마보다 훌륭한 어머니가 될 것이고, 아버지보다 훌륭한 남편을 만날 것이다. 어쨌든 난 평범한 여자처럼 살고 싶다.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집을 나간 피아프는 독특한 목소리를 무기로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샹송 가수가 됐다. 하지만 사창가에서 자란 피아프는 평생 남자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을 지배하거나 때리는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실제로 “사랑이란 커다란 소동이나 엄청난 거짓말, 번갈아가며 양쪽 뺨에 따귀를 맞는 것과 같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따귀를 맞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공연에 오르는 일도 흔했다. 암흑 같은 과거의 그림자는 피아프를 평생 괴롭혔다.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어릴적부터 맘대로 하던 나 ‘최고’ 소리 안들으면 못참아” ●산 페르난도대 신입생 시절인 18세(1922년) 때 예술이 생계수단이 될 수 없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식인종 같으니라고. 아버지(돈 살바도르)에게 굽히는 건 오로지 내가 학업을 이어갈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술교사의 길을 걷도록 하려는 아버지의 계획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다. 난 장학금을 받아 로마에 갈 것이고, 거기에서 돌아오면 난 천재가 되어 세상이 우러러볼 것이다. 입학식에 무슨 옷을 입을까. 망토? 금박 지팡이? 너무나 파격적인 내 옷차림에 교수들은 당황하겠지. 난 여섯살에는 요리사가, 일곱살에는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고, 그 이후 점점 더 내 야망은 뻗어갔다. 여동생의 머리를 축구공처럼 차버리든, 친구가 타고 있는 자전거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든 부모는 내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그렇다. 난 천재다. 1등이었던 형을 대신하는 2등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뭐든 내 맘대로 해 왔는데, 이제 와서 꿈을 포기하라니 꼭 후회하게 해 줄 것이다. ●과보호 속에 커버린 최고의 이기주의자로 달리의 형을 잃은 부모는 어린 달리를 완벽한 독재자로 키웠다. 무한한 인내심과 자유방임이 유일한 교육철학이었다. 어떤 끔찍한 행동을 하고 버릇없이 굴어도 결코 야단치지 않았다. 부모가 자신을 형의 대신으로 여긴다고 생각한 달리는 오로지 유명해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달리는 그림으로 인정받은 후에도 기행을 멈추지 않았다. 1940년부터 1965년까지 달리의 이름은 거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 라디오, TV에 언급됐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참 고 서 적 <<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외르크 치틀라우·강희진/ 미래의 창) ▲살바도르 달리(살바도르 달리·이은진/ 이마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로마 신성로마제국(기쿠치 요시오·이경덕/ 다른세상) ▲죽기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역사 1001 DAYS(마이클 우드·박누리/ 마로니에북스) ▲에디트 피아프(실뱅 레네·신이현/ 이마고) ▲케네디 평전(로버트 댈럭·정초능/ 푸른숲) ▲케네디가의 형제들(에드워드 케네디·구계원/ 현암사)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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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사회는 지금] 인사철마다 급증하는 음해성 투서

    [공직사회는 지금] 인사철마다 급증하는 음해성 투서

    투서(投書)는 남을 헐뜯거나 직위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익명으로 잘못이나 약점을 고발하는 글을 말한다. 현 정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공직사회에 줄서기와 함께 갖가지 투서가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중앙부처와 대전청사·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부처나 기관에 한달 평균 20~30건의 투서가 접수된다. 투서를 조직을 와해시키는 행위로 비난하면서도 사정반이나 정보부서에서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공직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투서의 유형과 근절되지 않는 이유, 대안 등을 알아본다. 최근 잇따른 중앙부처의 연찬회 향응제공 비리가 밝혀진 것은, 일부 투서 내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외교 공관장의 비리가 드러난 ‘상하이 스캔들’도 현지 교민의 투서에서 비롯됐다. 투서는 인사철이면 극성을 부린다. 경쟁자를 떨어뜨리고 본인이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평소 잘 따르는 부하 직원을 시키기도 하고, 외부 사람을 이용하기도 한다. 투서는 대부분 음해성으로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감사팀 “무기명 투서도 검토할 수밖에…” 청와대 민정라인의 핵심 관계자는 “투서가 거의 매일 들어오지만 인사철이 되면 건수도 많아진다.”면서 “익명 투서는 무시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경우는 참고 자료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나 기관의 감사 담당자들은 ‘투서’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음해성의 악의적 내용으로 확인도 어려운 데다 자칫 본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익명 투서는 참고용으로, 실명은 조사 후 회신하는 방식으로 내부 방침이 정해져 있다. 내부적으로 무기명 투서에 대해서는 답변해 줄 필요도, 전달할 방법도 없지만 업무상 읽어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구체적으로 심증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은밀히 감사를 벌이기도 한다. 투서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하거나, 공직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노름과 관련된 투서는 지금도 흔하다. 과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 퇴근 후 별 부담 없이 음식점에서 밥값 내기 고스톱을 쳤는데 느닷없이 조사를 받았다. 근무 시간이 아니고 밥값 내기로 판돈이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돼 징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노름꾼이라는 소문이 퍼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전청사 내 어느 청에서는 고위 간부인 B씨가 노래방에 자주 다닌다는 투서가 있었다. 승진 인사를 앞두고 B씨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었다. 신빙성이 없어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사자는 마음의 상처를 입고 한동안 고생을 했다. 투서로 인해 공직을 그만둔 기관장도 있다. 올해 4월 김구섭 한국국방연구원(KIDA) 원장은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겨 놓지 않은 상태에서 해임됐다. 김 원장은 2009년 10월 직원인 조모 육군 대령으로부터 인사청탁과 함께 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감사원 감사에 적발돼 해임을 요구하는 감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당시 김 원장은 “감사원 조사 내용이 표절한 연구 결과물을 제출해 면직처분을 받은 전직 KIDA 연구원 2명이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출한 투서에서 모함한 내용과 동일하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주위 사람들은 “직원의 투서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말한다. 투서는 각종 선거에서 무차별적으로 양산된다. 지난해 지방선거 후 한 자치단체 군수 부인이 기능직 공무원을 특별채용하는 과정에서 1000만원을 받았다는 투서가 수사기관에 접수됐다. 내용에는 돈을 건넨 사람의 이름과 돈을 받은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투서는 선거과정에서 대립했던 상대 후보의 측근이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특수수사대는 내용과 정황이 그럴듯해 지난해 10월부터 수사에 착수, 최근까지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다. 문제는 해당 군이 주관하는 각종 공사입찰 등에 대해 전방위 수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군청 직원들은 “행정업무에 차질은 물론이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최근엔 강원도 강릉시의 간부들이 뇌물수수 혐의로 잇따라 구속되는 상황에서 해당 시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투서가 잇따라 검찰과 언론사에 접수돼 망신을 샀다. 춘천지검 강릉지청은 인사 청탁 대가로 부하 직원으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승용차를 뇌물로 받은 김모(59) 전 행정지원국장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했다. 또 부하 직원 A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엔 시장과 국장급 간부의 비리를 고발하는 A4용지 3장 분량의 투서가 우편으로 배달됐다. 투서는 ‘강릉시 공무원 노동조합’ 명의로 돼 있지만 해당 노동조합에서는 투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혀, 누가 단체 이름까지 도용해 보낸 것인지를 두고 추측만이 난무한다. 조달청이나 한국철도시설공단처럼 계약이 많은 기관에는 ‘…카더라, …한다더라’와 같이 팩트가 분명하지 않은 의혹 제기가 많다. 담당 부서는 조사나 입증이 힘든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라져야 할 관행 vs 비리색출 필요악 투서는 행정력 낭비뿐 아니라 불신을 조장하는 근원이라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관행이고, 잘못된 행위로 치부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필요 악’이란 주장도 나온다. 총리실이나 감사원 등에서 공직 비리 행위를 적발할 수 있는 것도 투서나 제보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리지식연구소 조은경 소장은 “최근 음해성 투서는 전문 브로커들까지 개입해 치밀하게 작성되기 때문에 사정반이나 수사기관이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든다.”면서 “결국 이런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오고,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 행정력이 낭비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관마다 무기명 투서에 대해 참고만 하거나 아예 무시한다고 말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확인에 들어가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다.”며 “내부 고발자에 대한 보호법 등에 따라 제보·고발자의 이름을 떳떳하게 밝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처종합·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기행과 악행, 그가 25년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에 이름 올린 이유…

    기행과 악행, 그가 25년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에 이름 올린 이유…

    “어머니께서 불을 끄고 떡을 썰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미숙함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눈물을 감추고 나를 다시 암자로 돌려보낼 때 어머니는 분명 피눈물을 흘리셨을 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석봉 한호(1543~1605)에게 그의 어머니 백씨 부인에 대해 묻는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율곡 이이(1536~1584)가 조선의 대유학자가 된 배경에는 현모양처의 대명사인 어머니 사임당 신씨(1504~1551)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 분명하다. 흔히 역사에 천재로 이름을 남긴 위인들의 뒤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다고들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은 어머니와 ‘홈스쿨링’을 통해 창의력을 키웠고,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은 자기 업적보다 벚나무를 벤 실수를 고백하자 용서하고 격려한 아버지와의 일화(실제로는 꾸며낸 일이라는 설이 유력)로 더 유명하다. 부모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한국축구의 대들보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 피겨여왕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의 교육법과 열정은 제2의 박지성·김연아를 키우려는 부모들의 롤모델이자 벤치마킹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여기 자녀들에게 재능만 물려줬을 뿐 사랑이나 진정한 교육은 주지 않았던 부모들이 있다.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주의 주인공은 올리버 트위스트처럼 삐뚤어진 어린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불행한 천재들이다.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았던 우울한 그들의 내면을 가상의 일기장을 통해 들여다봤다. 어린시절의 불행이 이들이 남긴 업적의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인성과 성공,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모든 부모의 꿈, ‘완벽한 교육법’을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프리드리히 2세 (1712~1786/ 프로이센의 계몽전제군주) 왕자 시절인 18세(1732년) 때의 일기 왕가의 숙명을 거부하고 도망치려다 결국 내 손으로 친구를 죽인 꼴이 됐구나. 궁궐 탈출을 끝까지 말렸던 한스(한스 헤르만 폰 카테 소위)는 결국 내 고집 때문에 오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아버지(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스를 황제의 직권으로 사형시킨 것은 결국 나를 겨냥한 것일 테지. 자식에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18년은 나에게 혼란의 연속이었다. 아버지는 날 프로이센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고, 어머니(조피 도로테아·하노버 왕조를 창시한 조지 1세의 딸)는 프랑스 왕족이 최고라고 하니 난 규율과 자유 어느 쪽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예 내 수업을 감시하는 대령을 뒀고, 내 스승은 문학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당한 후 쫓겨났다. 아버지는 플룻 연주도, 시도 허용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니라 예술인데 말이다. 왕실에서 사느니 차라리 동냥을 해서 빌어먹고 싶을 정도로 비참하다. 난 결심했다. 다시는 내 속내를 아버지에게 드러내지 않을 테다. 아버지보다는 내가 오래 살 테니 그때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 후]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이중인격 왕을 낳았다 ‘탈주사건’으로 친구 카테 소위가 처형당한 후 프리드리히 2세는 다시는 반항하지 않았다. 철저히 자신을 숨겼고, 아버지에게 복종하는 모습만 보여 신임을 얻었다. 1740년 왕좌에 오른 프리드리히 2세는 금욕적이고 냉철한 정치를 했던 아버지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정치적, 종교적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폈고 노예제 폐지에 앞장섰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이는 어린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폭력과 강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기와 뜻이 다른 사람을 잔인하게 처단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철저하게 무시했다. 역사학자들은 그를 ‘어떤 왕보다 더 차가운 내면을 지닌 야누스적인 왕’으로 평가한다.   ●존 F. 케네디 (1917~163/ 미국의 35대 대통령) 하버드대에 다니던 20세(1937년) 때의 일기 이젠 언제 어디서나 여자들과 즐길 수 있게 됐다. 병원에서도 간호사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으니. 아버지가 옳았던 것 같다. 여자는 어디까지나 남자들의 성공에 대한 자만심을 충족시켜 주는 트로피에 불과하다. 위대한 남자라면 두 개의 삶 정도는 가져도 무방한 것 같다. 아버지는 출신(케네디 가문은 본인들이 아일랜드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길 꺼려했다.)을 완벽하게 바꿔놓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고, 결국 보스턴 상류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어머니(로즈 케네디)는 지나치게 엄격하지만, 뭐 내가 미래에 이 나라를 이끌어가려면 예의범절과 자기규율은 엄하게 배울수록 좋겠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포장에 불과한 것 아니겠는가. 다만 최근 들어 상인 출신인 아버지와 나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배우와 불륜을 즐기면서도 떳떳한 아버지처럼 했다간 분명 내 발목을 잡는 일이 생길 것 같다. 언제나 포장은 필요한 법이지. 나처럼 외양상으로는 완벽한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내 생활은 최대한 조용히 만끽하면 된다. 우리 부모님들조차 5년 전부터 각방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가문은 존경받는 신흥 명문가이지 않은가. [그 후] 바람기는 대를 물렸다 케네디의 아버지 조셉은 영화계에 투자하면서 여배우 글로리아 스완슨이라는 여배우와 염문을 뿌렸고 케네디가는 겉모습과는 달리 완벽하게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추후 마릴린 먼로와 케네디의 스캔들로 대를 이었다. 누구에게나 선망받던 케네디와 재클린 오나시스의 결혼생활 역시 남편의 바람과 아내의 낭비벽으로 점철됐다. 케네디는 아버지처럼 여성에 집착했고 수많은 여성과 스캔들을 일으켰지만 재클린은 자기 시어머니처럼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엄격했던 어머니 로즈 때문에 케네디는 평생 압박감에 시달렸고, 각성제 암페타민과 진통제에 의존했다.   ●에디트 피아프(1915~1963/ 프랑스의 국민가수) 집을 떠나던 15세(1934년) 때의 일기 내 인생을 철저히 다시 써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서커스의 난쟁이 곡예사와 사탕을 팔던 여인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진실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을 가질까. 그래 차라리 빈민촌의 가로등 아래에 버려진 것으로 하자. 경찰관들이 나를 발견했다고 얘기하면 더 극적이겠지. 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다락방에서 어린 내 음식에 술을 타던 외할머니. 쥐떼가 우글거려서 면역력을 키우려 그랬다지. 어머니를 버렸던 아버지는 날 그곳에서 구한답시고, 친할머니에게 버렸고, 난 사창가에서 자라야만 했다. 무려 여덟명의 어머니가 생긴 그 시절은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남자가 날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여자는 무조건 남자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내가 커온 사창가의 법칙이 그랬으니까. 그러나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따귀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다. 내 부모는 나에게 목소리를 줬다. 그 덕분에 난 이제 집을 나가도 살 수 있을 테지. 언젠가 성공한다면 난 엄마보다 훌륭한 어머니가 될 것이고, 아버지보다 훌륭한 남편을 만날 것이다. 어쨌든 난 평범한 여자처럼 살고 싶다. [그 후]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집을 나간 피아프는 독특한 목소리를 무기로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전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샹송 가수가 됐다. 성공한 피아프는 늙고 병든 아버지를 다시 찾아 죽을 때까지 생활비를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창가에서 자란 피아프는 평생 남자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신을 지배하거나 때리는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꼈고, 실제로 “사랑이란 커다란 소동이나 엄청난 거짓말, 번갈아가며 양쪽 뺨에 따귀를 맞는 것과 같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남자친구에게 따귀를 맞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공연에 오르는 일도 흔했다. 암흑 같은 과거의 그림자는 피아프를 평생 괴롭혔고, 1933년 낳은 딸은 어린시절 피아프가 그랬듯 순회공연에 데리고 다녔다. 딸 마르셀은 2살도 되기전 뇌막염으로 숨졌다. ●살바도르 달리(1904~1989/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산 페르난도대 신입생 시절인 18세(1922년) 때의 일기 예술이 생계수단이 될 수 없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식인종 같으니라고. 아버지(돈 살바도르)에게 굽히는 건 오로지 내가 학업을 이어갈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미술교사의 길을 걷도록 하려는 아버지의 계획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다. 난 장학금을 받아 로마에 갈 것이고, 거기에서 돌아오면 난 천재가 되어 세상이 우러러볼 것이다. 입학식에 무슨 옷을 입을까. 망토? 금박 지팡이? 너무나 파격적인 내 옷차림에 교수들은 당황하겠지. 난 여섯살에는 요리사가, 일곱살에는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고, 그 이후 점점 더 내 야망은 뻗어갔다. 여동생의 머리를 축구공처럼 차버리든, 친구가 타고 있는 자전거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리든 부모는 내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그렇다. 난 천재다. 1등이었던 형을 대신하는 2등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뭐든 내 맘대로 해 왔는데, 이제 와서 꿈을 포기하라니 꼭 후회하게 해 줄 것이다. [그 후] 과보호 속에 커버린 최고의 이기주의자가 되다 달리의 형을 잃은 부모는 어린 달리를 완벽한 독재자로 키웠다. 무한한 인내심과 자유방임이 유일한 교육철학었다. 어떤 끔찍한 행동을 하고 버릇 없이 굴어도 결코 야단치지 않았다. 부모가 자신을 형의 대신으로 여긴다고 생각한 달리는 오로지 유명해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달리는 그림으로 인정받은 후에도 기행을 멈추지 않았다. 1940년부터 1965년까지 달리의 이름은 거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 라디오, TV에 언급됐다. [참고문헌]  18인의 천재와 끔찍한 부모들(외르크 치틀라우·강희진/ 미래의 창)  살바도르 달리(살바도르 달리·이은진/ 이마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 로마 신성로마제국(기쿠치 요시오·이경덕/ 다른세상)  죽기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역사 1001 DAYS(마이클 우드·박누리/ 마로니에북스)  에디트 피아프(실뱅 레네·신이현/ 이마고)  케네디 평전(로버트 댈럭·정초능/ 푸른숲)  케네디가의 형제들(에드워드 케네디·구계원/ 현암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사설] 대학 등록금 여·야·정 합의안 내놔라

    지난달 한나라당이 대학생 반값 등록금 문제를 불쑥 들고나온 뒤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당·정 간, 당·청 간, 여당 내 신·구주류 간, 여야 간 혼선과 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 반값 등록금 기대감은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야의 주장만 있고 재원 조달 등 현실은 무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 군살을 빼야 할 대학은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방관하다시피 한다. 어이없는 현실이다. 한나라당은 2014년까지 등록금을 30% 인하하겠다는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다.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하다. 오는 27일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 앞서 등록금 의제를 선점하기 위해 서둘렀다는 느낌이 짙다. 큰 틀은 공감할 만하지만 추진 과정은 집권당답지 못하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합의했다지만 기획재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한다. 청와대도 불만이다. 실현 방안도 분명치 않다. 특히 한나라당의 방안은 3년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안 보인다. 대학들에 매년 5000억원씩 부담을 지우겠다지만 대학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총선 득표를 위해 내지르고 보자는 식이다. 민주당도 등록금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등 마찬가지다. 수조원의 혈세로 생색을 내 표 좀 얻어 보겠다는 눈가림을 국민들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런 식이면 여야와 정부 모두 국민의 불신을 받을 것이다. 등록금 인하 문제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어제 대학등록금과 물가, 고용 등 민생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 첫 회의를 가져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협의체는 실타래처럼 얽힌 등록금 갈등을 차분히 풀어야 할 것이다. 여당과 정부, 여당과 야당이 제각각 딴소리를 내면 곤란하다. 정책 혼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야당도 이 문제만큼은 대국적으로 임해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이제 여도, 야도 아닌 국민 전체의 문제가 됐다. 여·야·정이 지혜를 모아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 줄 구체적인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 3년 뒤에도 지속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 [기고] 구속과 양형의 잣대 마련해야/송광섭 원광대 법학 대학원 교수

    [기고] 구속과 양형의 잣대 마련해야/송광섭 원광대 법학 대학원 교수

    얼마 전 사업을 하는 오랜 지인이 형사사건 때문에 겪고 있는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이 문제 때문에 변호사에게 상담을 했는데, 변호사로부터 구속 여부, 유죄라면 징역형일지 집행유예일지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결국 그는 얼마 전 갓 개업한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고액의 선임료를 주고 사건을 맡겼단다. 그는 일명 ‘전관예우’ 변호사라서 승소율이 높다는 평판이 자자하고, 아무래도 판사 출신인 만큼 구속은 면하게 해줄 것이며, 담당 재판부와도 잘 알고 지낼 터이니 구속 여부 및 형량 등에서도 최대한 선처 받을 수 있다는 간절함 때문에 그를 선임했다고 했다. 그후 실제로 그는 불구속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사건을 끝냈다. 물론 필자는 이 사건의 내용도 상세히 모를뿐더러 변호사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지인이 말한 대로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례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우리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승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판사의 개인적 능력이나 법 지식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법을 공평무사하게 적용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믿음에 반하는 사례도 접한 경험이 있다.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 보면, 대부분이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한 사람들은 가벼운 처벌만 받는 반면 힘없는 자신은 가혹한 형량을 선고받았다면서 억울하다고들 하소연한다. 동일한 범죄에 대한 형량이 비슷해야 함에도 실제로는 판결이 들쭉날쭉해 법 불신과 법 무용론 등 국민적 사법 불신을 낳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구속과 양형에 관한 기준이 확고하고, 따라서 주어질 형량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태여 거물급 변호사를 찾지 않는다. 따라서 유능한 변호사와 무능한 변호사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전관예우’라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전관예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런 말들이 빈번하게 거론되는 현실에서는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이 전관예우를 받는 거물급 변호사만 찾을 것이고, 거액의 수임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서민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돈 있는 사람들과 달리 대다수 서민들이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불공평한 후진성을 벗어날 길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속과 양형’에 관한 최소한의 객관적 기준을 만들고, 모든 국민들이 차별 없이 그 ‘구속과 양형’에 관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되면 굳이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찾지 않아도 되고, 사법 불신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구속 및 양형기준 등 사법제도 개혁안을 논의하고 있다. 차제에 ‘구속과 양형’에 관한 기준도 입법화한다면 사법 불신의 해소와 공평한 법 집행의 큰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개혁을 위해 ‘구속과 양형’에 관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길 기대한다.
  • 해킹 아니라도… “못믿겠다” HTS 불신

    해킹 아니라도… “못믿겠다” HTS 불신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관련한 사고가 잇달아 투자자들의 불안이 늘고 있다. 투자금액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의 80% 이상이 사용하는 HTS에서의 장애는 금전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현대증권은 20일 자사 HTS ‘에이스’에 전산 장애가 발생해 장 초반 접속이 지연되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농협 계열 NH투자증권 HTS에서 투자자들의 매매 내역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나흘 만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장 시작 직후 40분가량 일부 고객들의 HTS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오전 9시 40분쯤 모두 정상화됐다.”면서 “로그인 과정에서 비밀번호 등을 인증하는 회사 쪽 서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부서에서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증권은 해킹 사고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대증권도 전산장애… “손실 우려” 개장 전 미리 접속한 2만 6000명은 아무 문제 없이 주식을 거래했고, 개장 뒤 접속하려는 일부 고객에게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루 평균 HTS 이용자가 4만명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최대 1만 4000명 정도가 불편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접속 장애와 관련한 재산 피해에 대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비상 주문전화 등 비상 주문 접속 시스템을 꾸리고 있어서 주문을 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었을 것”이라면서 “아직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9년 HTS 전산장애가 발생한 줄 모르고 장 마감 직전 요청한 27억원 규모의 옵션 계약이 무산된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500만원을 배상받은 경우도 있어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접속 장애가 발생했으나 복구했고, 현재 원인 파악 중이라고 보고를 받았다.”면서 “일단 원인이 나와야 기기의 문제인지 제도적인 문제인지 파악한 뒤 필요하다면 전체적인 점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어벽 시스템 구축 투자하라” HTS 장애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도 키움증권 HTS ‘영웅문’과 SK증권 HTS ‘세이’에서 접속 장애가 일어났다. 지난 2월에도 HTS 접속 장애와 동양종합증권 홈페이지 오류가 발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농협 전산망 장애와 현대캐피탈 해킹 등 큰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사소한 사고도 부풀려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시스템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전산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 비해 증권사의 HTS 방어벽 시스템 보안이 취약하다.”면서 “HTS와 함께 최근 늘어나는 모바일 주식거래서비스가 해커의 표적이 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관련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감독기관 역시 전산시스템과 보안시스템이 잘 갖춰진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 공개를 유도하는 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지민·홍희경기자 icarus@seoul.co.kr
  • [수사권 조정 합의] 경찰, 겉으로 웃지만…

    [수사권 조정 합의] 경찰, 겉으로 웃지만…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나온 20일, 경찰 상·하층부의 기류는 크게 달랐다. 경찰 수뇌부에선 “정부의 합의 조정안을 수용하고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하층부에선 “법조문이 서로 충돌하는 이율배반적 결정”이라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수사권 독립에 평소 관심이 높았던 총경급 간부들 역시 “합의안 무산이 더 낫다.”며 경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을 에둘러 표현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로 바꾸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서는 검사에게 모든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부여하면서 2항에서 동시에 경찰의 자체 수사 개시 및 진행권을 준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조문”이라고 말했다. 법조항이 1항에서 2항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석하면 “검사의 수사 지휘하에 경찰이 수사를 개시,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 개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나름대로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이 때문에 검찰엔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총경급 간부도 “현행 체계와 바뀐 내용이 없는데도 타협이 이뤄진 것”이라면서 “이 법체계가 수십 년은 지속될 텐데, 지금이라도 합의안을 무산시키는 편이 낫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한편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이번 합의안이 수사 현실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국가기관 간의 갈등으로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정부의 합의 조정안을 수용하고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박 차장은 “세부 합의 내용 가운데 개정 조문에 들어가는 ‘수사’의 의미에 ‘내사’는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모든 회의 참석자들이 양해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를 두고 “내사 단계에서는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영준·윤샘이나기자 apple@seoul.co.kr
  • 개포동 판자촌 화재 1주일… 주민들이 못 떠나는 까닭은

    화마가 서울 개포동 자활근로대마을을 덮친 지 1주일, 주민들은 여전히 잿더미 가득한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강남구는 이재민들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주민들은 이마저도 거절했다. 9년동안의 투쟁으로도 강제이주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의 구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은 탓이다. ●강제철거 우려 임대주택 이주 거부 강남구는 지난 16일 마을 이재민들에게 SH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의 임대주택을 우선 확보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17일 구의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주민들은 구가 구룡초등학교에 마련한 임시 대피처도 거절한 채 마을회관과 마을 내에 마련한 천막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주민들이 임대주택으로의 이주를 거부한 것은 과거의 ‘강제이주’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9년 정부는 도시의 넝마주이와 빈민들을 모아 ‘자활근로대’라는 이름으로 집단 거주하도록 했다. 주민들은 ‘자활 의지를 키워주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기술교육까지 받았다. 그러다 1981년, 정부는 이들을 전국 각지에 강제이주하도록 했다. 주민들은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강제이주 사실을 인정받는 문제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난 2003년부터 강제이주 사실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시와 구를 상대로 투쟁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구는임대주택 이주와 강제이주 인정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구 관계자는 “임대주택으로 이주한다고 해서 강제이주 사실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권익위에서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전향적인 결과가 나오면 최대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보금자리 합법적 점유권 달라” 임대주택으로 이주한다 해도 주민들의 걱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민들은 임대주택으로 이주할 경우 더이상 재활용품을 주워 파는 일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야적장을 지금의 마을이 아니면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이 온전한 일부 주민들만 마을에 남을 경우 마을공동체가 ‘해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주민들은 강제이주 사실을 인정받아, 30년 동안 이 마을에 살아온 만큼 합법적 점유권을 인정받겠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땅은 시 소유지이기 때문에 점유권을 인정해주는 것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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