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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측근비리’ 서둘러 뿌리뽑아라/김성수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측근비리’ 서둘러 뿌리뽑아라/김성수 정치부 차장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몰아친 ‘안철수 바람’에 대해 한마디로 이렇게 평가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8일 밤 가진 TV 간담회에서다. “스마트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지 않으냐.”고도 했다. 평소 지녔던 ‘여의도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즉각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직설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들이 정치를 극도로 불신하게 된 원인은 주로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데, 한가하게 “네 탓이오”만 외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이런 비난과는 무관하게 이 대통령은 평소에도 정치보다는 국정운영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자주 밝히고 있다.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다가 떠나겠다는 것이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은 없다.”, “친인척 비리, 권력비리는 없다.”는 발언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인 신념과 함께 자신감도 묻어난다. 하지만 올 초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권력 주변 인사들의 비리가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둘씩 불거지면서 이미 적잖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지난 1월엔 함바비리 연루 의혹으로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이 물러났다. 2월에는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이 줄줄이 구속됐다. 5월에는 2007년 대선 때 ‘BBK대책반장’을 맡았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급기야 지난 21일엔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찰에 불려갔다. 이런 와중에 현 정권의 또다른 실세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차관으로 일하던 시절을 포함해 지난 9년여 동안 한 기업인으로부터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신 전 차관은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사실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져 낙마했다. 입각에 실패한 이후에도 인사철마다 청와대 정무수석, 민정수석 후보에 꾸준히 거론됐을 만큼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결국 검찰수사로 밝혀지겠지만, 이런 비리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집권 4년차이지만 우리는 다른 정권처럼 무슨무슨 게이트는 없지 않으냐.”는 청와대의 자신감도 급속히 무너지면서 빠르게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는 ‘레임 덕’(절름발이오리)이 아니라 ‘다리가 없는’(legless) 오리가 된 지 오래됐다는 자조 섞인 한탄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주변의 측근 인사들이 연루된 비리가 속속 드러난다면 현 정권의 국정운영 기조인 ‘공정사회’, ‘공생발전’을 아무리 외쳐봐야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썼던 사람만 다시 돌려쓰고, 자기사람만 챙기는 인사를 반복하다 보니 몇몇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됐고, 이런 인물들을 청와대가 사전에 인사검증 시스템 등을 통해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15개월여가 남아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비롯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측근 비리를 이참에 서둘러 뿌리 뽑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했고,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유치하면서 국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공적들도 측근 비리에 묻힐 수도 있다. 지금부터라도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서 흐트러진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기왕에 드러난 비리는 명명백백하게 진위를 밝혀서 국민들의 의혹을 말끔히 불식시켜야 한다. 그것이 사태의 재발을 막는 지름길이면서 동시에 정권의 부담도 더는 일이다. 책임을 진 정권이 잘못한 일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좌고우면만 한다면 결국엔 올 것이 올 수밖에 없다. sskim@seoul.co.kr
  • [사설] ‘양승태 사법부’ 개혁의 관건은 다양성 확보

    ‘양승태 사법부’의 막이 올랐다. 야당으로부터도 뜻밖의 축복을 받고 임기 6년을 시작하지만 신임 양승태 대법원장 앞에는 미완의 개혁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그가 해야 할 일은 땅에 떨어진 ‘사법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를 고민하고, 해법을 내놓는 일이다. 국민이 법원을 신뢰해야 통치가 법에 의해 이뤄지고 법치주의가 가능해진다. 지금처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국가의 장래가 밝을 리 없다. 때문에 사법부에 대한 변화의 요구는 필연이며, 이런 엄중한 시기에 ‘양승태 사법부’가 서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와 내년 사법권력의 대변화는 불가피하다. 11월에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이, 내년 7월에는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이 각각 퇴임한다. 대법관 14명이 모두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한 대법관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사법부가 보수 일변도로 흐를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 대법원장 자신도 이런 걱정과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다양한 견해가 반영될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법원 안팎에서 해석이 분분하다고 한다. 양승태식 개혁에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양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로 누구를 임명 제청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지금 양 대법원장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조화로운 통합’의 리더십이다. 사법부가 더 이상 진보·보수로 쫙 갈려 이념 대결의 장처럼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특정학교 및 남성 중심, 순혈주의도 과감히 타파해야 한다. 현재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여성은 1명뿐이다. 인생경로가 비슷한 까닭인지는 몰라도 판결이 대동소이하다.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기 어려운 구성이다. ‘그들만의 리그’니 ‘서울법대 동창회’니 하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당위다. 그래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판사들이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 양 대법원장은 청문회에서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투명한 법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시험대는 11월이 될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 나경원 “어려운 선거 黨 힘모아야 서울시민의 뜻 헤아릴 것”

    나경원 “어려운 선거 黨 힘모아야 서울시민의 뜻 헤아릴 것”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23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나 최고위원은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출마 결정 입장을 밝힌 뒤 “굉장히 어려운 선거라고 본다. 당에서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나 최고위원의 말대로 이번 보궐선거가 한나라당엔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여권에선 나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단연 선두지만 야권 단일후보로 거론되는 박원순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보수단체들이 ‘시민후보’로 추대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의 단일화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 전 처장을 떠받치고 있는 박세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 등 보수 인사들이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막아내지 못한 ‘가짜 보수’”라고 압박하며 보수 선명성 경쟁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기류는 이미 ‘친서민 중도’로 바뀌었다. 후보 단일화가 힘든 것은 물론 보수 내부의 이념 논쟁까지 우려된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보수의 분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석연 후보를 추대한 보수단체는 한나라당에 대한 불신과 당 밖의 정계 개편을 총선·대선을 겨냥해 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당이 총력 지원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는 것이 나 최고위원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이 전 처장 등 외부 인사 영입에 힘을 쏟았던 홍준표 대표는 이날 “(나 최고위원의 출마가)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일이다. 당에서 한목소리로 도와주면 좋겠다.”며 나 최고위원에게 힘을 실어 줬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복지 당론’이 자신의 복지 강화 구상과 맞게 정해지면 선거를 지원할 뜻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상황이다. 이에 호응하기 위해 무상급식을 반대하던 나 최고위원은 “서울시민의 뜻을 잘 헤아리겠다.”며 입장 변화를 예고했다. 친박계 핵심 중진의원은 “선거 결과를 떠나 당과 후보가 어떤 가치의 ‘깃발’을 드느냐에 따라 박 전 대표의 행동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 최고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함께 유세장을 찾는 등 적극적으로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며 지원을 부탁했다. 그는 이 전 처장과의 단일화에 대해선 “뜻이 다르지 않은 만큼 조율이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두 차례 표결 무산’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전격통과 배경은

    ‘두 차례 표결 무산’ 양승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전격통과 배경은

    두 번씩이나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됐던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결국 통과됐다. 여야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임명동의안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쳤고, 재석의원 245명 중 찬성 227명, 반대 17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이용훈 대법원장이 오는 24일 임기가 만료되는 데 따른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찬성 227명·반대 17명·기권 1명 ‘벼랑 끝’에서 맞서던 여야가 동의안을 표결처리한 것은 ‘공멸’의 위기감 때문이다. 최근 강하게 몰아쳤던 ‘안철수 바람’은 정당정치를 일순간에 위기로 몰아넣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이 제각각 ‘시민후보’를 낸 것은 정당의 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와중에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를 초래하면 정치불신은 극에 달할 게 뻔하다. 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결정적이었다. 민주당은 그동안 양 대법원장 임명동의안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의 동시 처리를 요구하면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단독 상정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여론의 부담이 컸고,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협조하지 않으면 한나당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비토 기류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반영됐다. 손학규 대표가 ‘총대’를 멨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시간을 오전 10시에서 11시, 11시 30분으로 미뤄달라고 요청하면서까지 격론을 벌였으나, 토론자 16명 가운데 찬성 8명, 반대 8명으로 팽팽했다. 결국 손 대표가 “대승적으로 결단하자.”며 본회의 참여로 결론을 냈다. 본회의장에 들어선 손 대표는 이례적으로 의사진행발언을 자처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를 제자리에 올려놓아야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운을 뗐다.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사법부 수장을 축복 속에 임명해 주자.”고 호소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는 “헌법재판관에 야당 추천 몫을 배정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중요한 골간이다.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해 달라.”고 읍소했다. 민주당의 결단에도 쟁점이 돼 온 조 후보자 선출안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대다수 의원은 여전히 조 후보자의 이념성향을 이유로 선출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조용환 재판관 후보 선출 불투명 극적 돌파구가 없는 한 지난 7월 8일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의 퇴임 후 75일째를 맞은 공석사태는 장기화할 수 있다. 다만 한나라당 의원 중 일부는 이날 민주당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등 기류 변화를 예고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대법원장 동의안 처리에 뜻을 같이해 준 민주당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도 조 후보자에 대해 다시 한번 토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창구·강주리기자 window2@seoul.co.kr
  • [사건 Inside](1)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사건 Inside](1) 밀폐공간에세 발견된 3구의 시신, 메모장에는…

     아파트 단지 지하실에서 남자 3명이 죽은 채 발견됐다. 2명은 날카로운 흉기에 찔리고, 다른 1명은 목을 맨 상태였다. 단지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한달 전 일어난 ‘울산 아파트 지하실 살인사건’은 폐쇄된 근무환경과 동료간 불신이 만들어낸 허무한 참사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나온 3구의 시신, 이들의 관계는?  지난달 20일 오전 8시 40분. 울산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 비상발전실에 이곳 설비기사 A(46)씨가 출근했다. 3인 3교대로 24시간씩 돌아가는 순환근무에서 이날은 A씨의 근무 차례였다. 그러나 A씨는 이날 일을 하러 나온 게 아니었다. 앞서 근무를 마치고 맞교대자인 A씨를 기다리고 있던 B(65)씨를 보자 그는 다짜고짜 칼을 꺼내들었다. 이어 B씨의 목과 배 등을 무참히 찔러 살해했다. 범행 후 A씨는 B씨의 시신이 있는 비상발전실 문을 걸어잠근 뒤 태연히 근무를 했다.  A씨는 다음날 아침에도 전날과 같은 방법으로 출근한 C(56)씨를 살해했다. 이틀에 걸쳐 동료 2명의 목숨을 빼앗은 A씨는 발전실 천장 배관에 목을 매 자살했다.  3명의 시신은 22일 아침조회에 C씨가 안 나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일단 겉으로만 보면 누가 누구를 살해하고 자살을 했는지가 분명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살인의 흔적들. 하지만 제3자 개입에 의한 살인의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 또한 그들끼리의 칼부림이었다고 해도 왜 그랬는지 원인은 캐내야 할 터.  숨진 3명이 근무한 아파트는 700여 세대가 사는 중급 규모의 단지였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21~22일은 주말이어서 이들 외에 다른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았다. 또 아파트 관리실 직원들도 이들과는 다른 업체여서 서로 관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3명이 같이 일을 한 기간이 거의 4년이나 되는데도 그들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다툼이 있었는지 등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특히 범행장소인 비상발전실은 단지 안에서도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지하실이었다. 경찰은 “지하 계단이 상당히 높은 데다 구석진 곳에 있기 때문에 평소에도 사망자 3명 외에 다른 사람은 드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탐문수사도 난항을 겪었다. 2명을 살해한 A씨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가족이래야 1년에 1, 2차례 만나는 정도였다. 그의 형은 동생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B씨와 C씨의 가족들 역시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결정적인 증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피살자들이 갖고 있던 수첩이었다.    ●책상에서 발견된 2개의 수첩…“나한테 감정 있나?”  숨진 3명은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는 자기가 다른 2명으로부터 심하게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B씨와 C씨는 그런 상황들을 꼼꼼하게 수첩에 기록해 놓고 있었다. 정황을 정리하면 A씨와 C씨는 심각한 갈등관계에 있었다. 3명 가운데 가장 직급이 높은 C씨에 대한 불만을 A씨는 B씨에게 털어 놓았고, 마찬가지로 C씨도 나이가 가장 어린 A씨에 대한 비난을 B씨에게 얘기했다.  다음은 B씨의 수첩에 적힌 내용.  “C가 토요일 당직근무 때 내가 잠을 자는지 확인하러 온다고 하더라.”(A씨)/ “나는 기억이 안나는데.”(B씨) / “A는 자기가 부소장인 것처럼 굴어. 지난번에 소화전 점검하고서 과장한테 고자질한 것 같더라. 나한테 감정 있나봐.” (A씨)  또 다른 메모에는 A씨에 대한 C씨의 불만이 적혀 있었다. “(A는)관리소장과 상담하면서 자기한테 불리한 얘기는 안하고 남들 험담만 한다.”, “근무 교대시간이 너무 늦는다.”, “(젊은 사람이)예의가 없다.” 등 내용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 분석에서도 다른 외부인의 침입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B씨와 C씨의 사망시점도 그들의 아침 출근시간과 거의 일치했다. 경찰은 A씨가 두 사람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계획된 범죄?  혼자 생활하던 A씨는 모든 것을 계획했던 듯 자기집을 깨끗이 정리한 상태였다. 사건을 담당한 울산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을 받을 수 없지만 A씨가 범행 전 살의를 가졌을 수 있다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세 사람의 갈등은 3구의 시신과 1개의 흉기, 2개의 수첩만을 남긴 비극으로 마무리됐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C씨를 살해하고 자살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사설] 아직도 국감을 권력과시 場으로 삼는가

    대한민국 국회의 국감 풍경은 시대가 변해도 변함이 없다. 그제 우리는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또 한편의 부끄러운, 아니 서글픈 코미디를 목도했다. 대권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린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중인환시리에 진행되는 신성한 국감 현장에서 그런 반말짓거리를 서슴없이 해댔을까. 정 의원은 이날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시기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쥐잡듯 몰아세웠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2∼3배 되는 회의를 총선 직전에 하겠다는 거야? 이 자리에서 무슨 궤변을 늘어놓는 거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봉건시대 주인도 머슴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는다. 정 의원은 5년 전 국감에서도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에게 “너” 운운한 전비(前非)가 있다.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선 국감의 주객이 전도되는 ‘드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력 예비율 조작은 지경부와 전력거래소가 모두 알고 있는 불법적 관행”이라는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지적에 대해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발끈하면서 정회 소동을 빚은 것이다. 최 장관으로서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령 지나친 추궁이라도 ‘정전대란’에 총체적 책임이 있는 장관이 국감장에서 그렇게 따지듯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안철수 현상’의 여진이 왜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참회록을 써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군림하고, 호통치고, 유세 떠는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국감문화는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국감장은 국정을 감시·비판하는 곳이지, 누구 힘이 더 센가 자랑하는 권력의 경연장이 아니다. 자신이 존경받으려면 남부터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이든 국무위원이든 좀 더 진지하게 국감에 임하기 바란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 [서울광장] 이젠 청춘들을 보듬을 때다/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이젠 청춘들을 보듬을 때다/최광숙 논설위원

    누구나 한번쯤 깜깜한 긴 터널의 한복판에 갇힌 적이 있을 거다. 차가 앞뒤로 꽉 막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답답함. 언제 뚫릴지 기약없음이 더 힘들기만 하다. 언제 햇빛을 볼 수 있으려나…. 지금 우리 젊은 청춘(靑春)들이 처한 상황이 딱 그래 보인다. “청춘!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렌다.”는 ‘청춘예찬’이 무색하기만 한 그들이다. 생활고에, 비싼 등록금에,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다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해도 기다리는 것은 취업난. 그걸 뚫고 나가도 비정규직 인생일 뿐. 88만원짜리 비정규직 일자리도 못 구해 결혼도 못하고, 결혼해도 출산하기 겁난다는 가여운 청춘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그런가. 유독 이 시대에 ‘청춘’이 난무한다. ‘청춘 콘서트’에 열광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책이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간다. ‘힘내라 청춘’ ‘열혈청춘’ ‘청춘불패’ ‘청춘 문학기행’…. 출판계만 하더라도 청춘이 대세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이나 연애, 뭐하나 되는 일이 없는 29세 백수인 철수. 전자제품처럼 성능을 따져 값을 매기는 이 사회, 낙오자들의 삶을 그린 소설 ‘철수 사용설명서’와 같은 ‘루저 문학’까지 등장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등장 닷새만에 대권후보로 훌쩍 떠오른 것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책이 8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한 것도, 아름다운 청춘을 잃어버린 청춘들의 성원에서 비롯됐다. 젊은이들의 응원에 나섰던 두 교수가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들 덕에 스타가 된 이 세상. ‘청춘의 멘토’로 불리는 안 교수가 일으킨 안풍(安風)을 놓고 한창 정치공학적인 분석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 바람의 정체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강남좌파냐 아니냐.”는 등 순전히 여의도 시각으로만 이를 바라본다면 이 시대 허덕이는 청춘들의 문제를 또다시 외면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춘 콘서트’는 청년들을 향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였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짓눌려 어깨를 펴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돕고 용기를 불어넣고 싶었다.”는 안 교수의 말이 ‘청춘 콘서트’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그 알맹이가 빠진 채 ‘안철수 현상’을 논하고, 그의 거취를 좇아 정치권의 지형만을 그리는 세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김 교수 역시 불투명한 미래를 품고 힘들게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꿈과 도전을 외쳤다. “책이 예상외로 많이 팔리는 것을 보면서 짠하고 안타깝다.”는 김 교수의 소회에 우리 청춘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두 교수가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혹자는 “과거 세대들도 어렵고 힘든 ‘맨발의 청춘’ 시절을 보냈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고 할지 모르겠다. 틀린 말이 아니다. 현대사를 되돌아보면 배고픔의 가난을 이기고자, 민주화 운동의 물결 속에 젊음을 다 빼앗긴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고난을 뚫고 나오면 기회는 있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했고, 월세방에서 시작한 결혼 생활이지만 방 한칸 내 집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낳아 힘겹지만 학교 보내고, 어렵사리 할 것은 다했다.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들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이미 치워진, 출구가 없어진 세상에 놓여졌다. 더 이상 정부가 청년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희망과 도전을 꿈꿀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청년 문제를 떠들었지 그들의 현실에 진정 가슴 아파한 적이 있던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2011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전체 고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가고 있으나 올 1분기 청년 고용은 3년 전보다 5.4%나 감소했다. 청년층이 무너지면 우리의 미래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허약한 청년층으로 이 나라가 강한 체력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청년 세대들을 보듬는 실질적인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할 때다. bori@seoul.co.kr
  • 국민 70% “지방의회 못믿겠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지방의회를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유정복(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지방의회의 공과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회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69.1%,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30.9%였다. 지방의회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평균 4.67점에 불과했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72.4%로 지방의회를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거주지 권역별로는 수도권과 호남권이 각각 72.4%, 73.1%로 높게 나타났다. 또 지방의회의 지역주민 의견 대변 정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거의 대변하지 못한다’를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44.7%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약간 대변한다’ 40.2%, ‘전혀 대변하지 못한다’ 13.4%의 순이었다. ‘매우 잘 대변한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어느 정도 견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에서는 ‘약간 견제한다’ 46.9%, ‘거의 견제하지 못한다’ 38.0%, ‘전혀 견제하지 못한다’ 11.4%, ‘매우 잘 견제한다’ 3.7%였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高금리로 현혹할때 당국 모른척했다

    高금리로 현혹할때 당국 모른척했다

    직장인 이모(30·여)씨는 지난달 26일 프라임저축은행에서 고금리 적금을 판매한다는 소식에 6개월 만기 적금(연 5.8%)을 들었지만 해당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면서 낭패를 봤다. 19일 영업정지 저축은행 지점에서 만난 예금 피해자 중 대부분이 “금리를 높게 주는 게 어쩐지 이상하더라.”라고 말했다. 실제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은 지난 2개월 반 동안 다른 저축은행들보다 크게는 7배나 금리를 올렸다. 피해자들은 저축은행이 예금을 끌어모아 자본금을 확충하려고 개인들의 피해는 모른 척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고객들의 불신은 이날 토마토2저축은행의 뱅크런(예금인출 사태)으로 이어졌다. 금융당국 수장이 나서 직접 예금하는 등 사태 진정에 안간힘을 썼지만 뱅크런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토마토2저축은행은 영업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과 별개로 경영되는데도 저축은행 퇴출의 여파로 20일 하루 동안 416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갔다. 총수신액이 1조 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2.8%가 인출된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인출액이 1%가 넘으면 뱅크런으로 통용된다.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이용자가 하루 100명도 안 되는 저축은행에서 기업대출을 해도 인출액이 100억원을 넘기기 힘든데 수천명의 고객이 몰리고 몇배의 예금이 인출된 것은 뱅크런”이라면서 “7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으니 며칠간은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다른 대다수 저축은행에서는 큰 폭의 예금인출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토마토2저축은행 서울 명동 지점에서 2000만원을 예금하고, 이승우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부산 본점에 2000만원을 예금하면서 예금자들의 불안감 확산을 막기 위해 나섰다. 김 위원장은 “어제 영업정지된 곳 중 토마토저축은행과 여러분이 계신 토마토2저축은행은 전혀 별개로 경영되고 있다.”면서 “금융감독원의 경영진단 결과 아무 문제가 없는 정상적이고 우량한 저축은행”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유모(54)씨는 “정부는 이곳이 수익이 높고 안전한 저축은행이라는데 영업정지 저축은행들의 이자율도 높지 않았느냐.”면서 “많이 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김모(40·여)씨도 “인터넷뱅킹으로 정기적금을 해약하려는데 불통이어서 나왔다.”면서 “금리가 높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다른 대형 저축은행이 무너지는 것을 보니 정부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경영진단을 시작하기 직전인 6월 30일부터 영업정지 전 거래일인 지난 16일까지 최대 0.7% 포인트(정기예금 1년 만기 기준)의 이자율을 높였다. 같은 기간 동안 이들을 포함해 85개 저축은행 평균 이자율은 단 0.11% 포인트만 상승했을 뿐이다. 영업정지가 되지 않은 저축은행들은 뱅크런 확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량 저축은행 관계자는 “평소보다 인출액이 다소 늘었고 인출을 묻는 상담건수도 크게 늘었기 때문에 며칠 추이를 봐야 뱅크런 확산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오달란기자 kdlrudwn@seoul.co.kr
  • 박근혜 새 화두 ‘국민의 행복’

    박근혜 새 화두 ‘국민의 행복’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민의 행복’이라는 화두를 꺼내 들었다. 현 정부의 국정기조와 차별화된 ‘박근혜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등장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견제하려는 뜻도 엿보인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와 스마트폰용 앱에 자신의 얼굴 사진 등과 함께 ‘국민이 행복한 나라’라는 문구를 각각 머리 부분에 배치했다. 공식 홈페이지는 올해 초 개편 때에도 메인 메뉴에 같은 문구가 나오긴 했지만 이를 머리 부분으로 올린 의미가 적잖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중론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홍보용 프레젠테이션의 마무리 발언으로도 “절망 위에 또다시 희망을 꽃 피우기 위해 오늘도 나는 다짐한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은 “‘국민의 행복’은 박 전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로, 대표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라면서 “소외된 국민을 꼼꼼히 챙겨 정부 정책에 공감하도록 하면서 국민을 두루 행복하게 하는 게 박근혜 정치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측근도 “‘국민의 행복’이 향후 박 전 대표 대권 행보의 슬로건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를 상징하는 단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 정부 들어 빈부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안풍’에서 드러난 것처럼 기성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증폭된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국민의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나름의 해결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안풍’ 한켠으로 그의 국가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만큼 친서민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이를 불식하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Weekend inside] 추석 차례상에 오를 정치 메뉴

    정치는 명절 밥상에 오르는 단골 메뉴다. 집집마다 꽃을 피우는 정담(政談)이 모이면 민심이 된다. 올해 추석 민심의 재료가 될 정치 메뉴는 단연 ‘안풍’(安風·안철수 돌풍)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달 초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 불과 엿새 만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위협하는 대선 후보로까지 이름을 올렸다.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는 아직 없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빅마우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안 원장 스스로는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한다. 그러나 추석 민심은 안 원장의 대선 도전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안 원장에 대한 기대 심리가 상승할 경우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물갈이론’도 안풍 못지않은 폭발력을 지닌 추석상 재료다. 특히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추석 연휴 기간에 안풍과 물갈이론이 만나 어떤 맛을 만들어 낼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안풍과 물갈이론의 진앙지인 탓이다. 지난달 31일 한나라당 김형오(5선·부산 영도) 의원이 PK 지역 여권 중진 의원 중 처음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다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앞지르는 이변도 낳았다. 정기국회 기간임에도 지난 8일 오전 본회의 직후 지역구에 내려갔다가 다시 밤 비행기로 귀경한 PK 지역 의원만 10여명에 이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0·26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가 PK 지역의 민심 변화를 확인할 첫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역주의에 편승해 상대적으로 느긋했던 영·호남 의원들도 물갈이 바람의 사정권에 들어 있다. 민주당에서도 이미 4선의 정세균(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 최고위원과 3선인 김효석(전남 담양·곡성·구례) 의원 등이 총선에서 호남이 아닌 수도권에서 출마하기로 했다. 충청 지역 의원들도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지역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번 추석 민심은 지난 8일 출범한 ‘통합 자유선진당’(자유선진당+국민중심연합)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향후 충청권 정치 세력을 재편해 나가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의 움직임이 최대 관심사다. 여야 모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원장의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안풍에 힘입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이번 추석 민심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깊이와 폭을 키워 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향후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제3 정치세력’이 등장하는 데도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安風에 휘청이는 정치권] “바람 불어도 원칙·신뢰 흔들리지 않아”

    [安風에 휘청이는 정치권] “바람 불어도 원칙·신뢰 흔들리지 않아”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유승민(53) 최고위원은 8일 ‘안풍(安風·안철수 바람)’과 관련, “안철수 신드롬을 이념적으로 폄하하고 부정하는 것은 그에게 지지를 보내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날 몇몇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박 전 대표를 앞선 것으로 나타난 직후 이뤄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유 최고위원은 “안 원장의 지지율을 현재는 있는 그대로 읽으면서 박 전 대표는 나름대로 자기의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 나가면 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의 강점으로 유 최고위원은 ‘참신함과 헌신성’을 꼽고 “안 원장의 이런 긍정적 이미지에다 기존 정치인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안풍’을 평가했다. 이어 “박 전 대표가 기존 정치인과는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다만 그동안 오래 노출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정치인은 자기 스타일을 잃으면 끝”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흔들림 없이 ‘원칙과 신뢰’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정책 행보를 강화해 나가야 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는 계속해서 복지와 민생을 챙기는 정책행보를 강화할 것이고, 아직 전혀 드러나지 않았지만 앞으로 안 원장 쪽에서 내놓을 정책 내용들도 박 전 대표와 상당 부분 맥락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유 최고위원은 앞서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안철수 신드롬’을 언급하며 “새로운 보수정당으로서 가야 할 길을 빨리 정립하는 게 굉장히 시급한 문제”라면서 “당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상황에 왔기 때문에 변화에 대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공감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페리 공격적인 데뷔… “레이건보다 더 강력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환생했다고 하더라도 오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받은 만큼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의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주자 TV 토론회를 두고 이렇게 보도했다. 대선 출마 선언 한 달도 안 돼 공화당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페리에 대한 미국민의 관심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동안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는 여러 차례 열렸지만 페리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미국민은 과연 페리가 내공을 갖춘 인물인지 아니면 거품이 낀 ‘맹탕’인지를 분간하기 위해 이날 토론회를 기다려 왔다. 토론회를 연 NBC방송은 후보자 8명 가운데 페리를 중앙에 세우며 선두주자 예우를 했다. 그리고 1년 남짓 대세론을 구가하다 페리에게 추월당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그 옆에 세웠다. 토론회는 선두주자인 페리에게 공격이 집중되면서 페리가 수세에 처할 것으로 예견됐으나, 실제로는 정반대로 페리가 ‘선두주자답지 않게’ 공격적으로 나왔다. 일자리 창출 능력을 가장 큰 장점으로 인정받고 있는 페리는 롬니를 향해 “(1988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됐던) 마이클 듀카키스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당신보다 3배 더 빠르게 일자리를 늘렸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롬니는 바로 “(텍사스 주지사를 역임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당신보다 3배 더 빠르게 일자리를 늘렸다.”고 맞받았다. 이에 방청석에서 폭소가 터졌고, 페리는 웃으면서 “사실이 아니다.”며 고개를 저었다. 페리는 자신이 강경 공화당 노선을 추구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역대 미국 주지사 가운데 가장 많이 사형을 집행한 것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페리는 “누구든 텍사스에 와서 사람을 죽이거나 범죄를 저지르면 최고의 정의, 즉 사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또 노후 사회보장제도를 ‘피라미드식 사기’라는 자극적 용어로 표현하며 불신을 드러냈다. 기후변화 이론에 대해서도 자신을 천동설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비교하며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토론회가 끝난 뒤 정치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페리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에드 슐츠는 “페리가 공격적이었고, 큰 실수 없이 하고 싶은 말을 잘했다.”고 호평했지만, 앨 셰프트는 “사회보장제도에 회의를 드러냄으로써 노년층의 지지를 잃게 됐다.”고 혹평했다. 크리스 매튜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페리가 기후변화에 반(反)과학적 입장을 드러낸 것은 심각한 사태”라고 지적했다. 페리가 이날 토론회를 통해 지지세를 더욱 확장하며 대세론을 굳힐지, 아니면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오며 추락할지는 여론조사를 통해 곧 확인될 전망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李대통령 추석맞이 대화] “서울시장 행정경험자 바람직” 놓고 정치권 논란

    [李대통령 추석맞이 대화] “서울시장 행정경험자 바람직” 놓고 정치권 논란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추석맞이 특별대담에서 작심한 듯 여의도 정치에 직격탄을 날렸다. 평소 정치권에 대해 깊은 불신을 보여왔던 이 대통령은 이날 ‘안철수 신드롬’과 관련해,“이제는 스마트(Smart) 시대가 왔다.그런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정치권의 한계에 대해 직설적으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현재 ‘여의도 정치’는 과거 아날로그 적 사고를 탈피하지 못해 국민의 불신과 외면을 자초했으며,결국 이같은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안철수현상’이 불거졌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실제로 안철수 교수에 열광하는 여론에 대해서 “정치권에 대해 (국민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생각하고 있고, (일부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있지만,오히려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권 말기로 가면서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여야 가릴 것 없이 복지문제를 놓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치닫는 정치권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치권을 ‘아날로그’로 폄하한 것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포함한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안철수’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한 상황에서 여야 구분없이 정치권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그러나 “너무 많이 나간 해석”이라면서 “대통령은 평소 정치권의 비효율성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선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일을 해 본 사람이 하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혀 정치권보다는 행정경험이 있는 인사가 적격자라는 속내를 드러냈다.때문에 이 대통령이 김황식 국무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한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정치권을 비난했다. “보편적 복지를 하겠다는 사람도 정권을 잡으면 선별적 복지를 할 것”이라면서 “다음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허황된,오늘 당장 인기를 끌기 위해서 내일 당장 나라를 어렵게 얻는 것은 표를 얻기 어려우며,한나라당에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것은 멀리 하는 것이 아니고 여의도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것”이라면서 “광주가면 민주당 의원밖에 없다. 여당을 대표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대구 행사가면 전부 한나라당 사람 밖에 없다.그래서 국회에서 충돌이 되면 영남과 호남 충돌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나는 정치가 좀 바뀌어야 한다.어떤 제도를 쓰든지 국회가,호남에서도 여당 사람이 나오고 영남에서도 야당이 좀 나와야 원활한 대화채널이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설] 여야 언제까지 ‘안풍’에 우왕좌왕할 건가

    여야가 10·26 재·보선을 앞두고 ‘안철수 바람’에 휘청대며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의 돌풍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 이어지고 있다. 그 돌풍이 워낙 거센 탓에 한나라당은 대항마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민주당은 아예 존재감 없는 식물정당으로 전락했다. 이처럼 여야 할 것 없이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는데도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다. 정치권 불신에 대한 민심의 경고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로만 외칠 뿐 자성의 실천이 없다. 더 이상 우왕좌왕하지 말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최고위원·중진의원들 간에 고성까지 주고받으며 한심한 설전을 벌였다.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은커녕 당 대표와 대변인이 좌파 타령을 해댄다. 낡은 이념의 잣대로 내 편, 네 편을 갈라서 위기 상황을 모면하려는 구시대적이고 단세포적인 발상일 뿐이다. 더구나 일부 ‘486 의원’은 또다시 집안식구에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며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현직 총리까지 서울시장 후보로 차출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빈약한 인재풀을 드러냈다. 서울시장은 기본적으로 행정가다. 집권당답게 더 이상 갈팡질팡하지 말고 선거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정치적 색채를 빼고 경륜과 덕식을 갖춘 후보를 내서 당당히 승부하면 될 것이다. 민주당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서 아예 변방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던 후보들은 닭 쫓던 개와 다름없는 처지가 됐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자처하던 손학규 대표는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류와 비주류 간에 험한 설전은 그칠 줄 모른다. 민주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에만 급급해하며 반사이득만 챙기려는 행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외부 세력에 의존하지 말고 자립심부터 키울 일이다. 양당 내부에서는 환골탈태하자, 깊은 자기 성찰을 하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은 공허하다. 이른바 ‘안풍’은 정당 정치에 대한 불신임 선고나 다름없다. 사망선고로 이어질 것이냐, 재생의 기회를 얻을 것이냐는 양당의 몫이다. 진정성을 내보일 때 새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탈정쟁, 탈이념, 탈기득권 등 ‘3탈(脫) 선언’을 하고 실천하길 바란다.
  • [기고] 사회적 자본의 버팀목은 신뢰와 배려/김경중 한국윤리전략연구원장

    [기고] 사회적 자본의 버팀목은 신뢰와 배려/김경중 한국윤리전략연구원장

    얼마 전 법무부의 위탁을 받아 교도소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소속 지방관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청렴교육’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교육을 통해 알게 된 K교도관의 말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는 “수용시설에 있는 분 중에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보호와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고, 냉대와 질시의 대상으로만 살다가 수용시설에 오는 경우가 많다.”는 어느 사형수의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국가와 사회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내가 일부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봉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교육 전에 가지고 있던 해당 공직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편협된 생각임을 느꼈다. 한 가지 사실에 대해 잘못 판단하거나 왜곡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에서 오는 편협된 사고가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남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독선과 불신 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배려·유연성·신뢰 등이 필요하며, 이 중 신뢰는 사회적 자본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력과 사회적 거래를 촉진시키는 일체의 신뢰, 사회규범, 네트워크 사회구조 등을 의미하며 경제발전을 위한 중요한 원동력으로서 이익이 공유되는 특성이 있다. 사회적 신뢰는 개인이나 집단 그리고 국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존립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으로서 성장을 이끄는 엔진으로 작용하며, 신뢰를 토대로 하고 있는 사회적 자본이 현대사회의 기본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무형의 사회적 자원으로서의 신뢰는 21세기 선진사회의 필수 조건이며 사회·정치적 발전과 안정은 물론 경제 발전의 절대적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적 자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2위이며 그중 신뢰지수는 5.21로 24위라고 한다. 이러한 저신뢰의 심화는 사회 균열로 이어져 국가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경제 성장 못지않게 사회제도와 구성원들의 의식 및 태도의 선진화가 절실히 요구되는데, 개인별 소득수준이 아무리 높아져도 구성원들의 행태·사고 등이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 공자는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서’(恕)라고 하였다. 서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남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일을 처리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서의 정신은 사회에서 인간의 도리를 세우는 기본원칙이며 보편 윤리에 가장 가까운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사회적 자본의 핵심적 요소 중에 신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배려’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모순과 갈등도 이러한 서 정신 결핍에서 초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신이나 조직이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면 우선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더불어 사회적 자본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배려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국가차원의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안철수 불출마 이후] “제2 안철수 계속 나올 것… 정당들 통렬히 반성해야”

    [안철수 불출마 이후] “제2 안철수 계속 나올 것… 정당들 통렬히 반성해야”

    7일 낮에 만난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침울했다. “‘안철수 바람’이 휩쓸고 간 국회가 황량해 보인다.”고 했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등 자신이 발의한 법안 3개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저력을 뽐낸 초선의원이었지만, 밀려오는 자괴감에 고개를 떨궜다. 같은 당 유정복 의원은 얼마 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는 ‘기현상’을 경험했다. 연예인 김구라씨가 발단이었다. 유 의원의 지역구(경기 김포)에 사는 김씨가 방송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유정복’을 꼽았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유정복? 대체 누구야?’하면서 이름을 검색하는 바람에 졸지에 1위에 오른 것이다. 대중은 김구라는 알아도 지난해 구제역 위기 속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 유정복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엿새 나라를 뒤흔든 ‘안철수 바람’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확인시켜 준 것은 물론 우리 사회가 대중민주주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대중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던 정치권력이 다시 대중에게 권력을 내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얼마전 ‘오늘 있지만 내일 없어질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40년이면 사라질 것 가운데 정당을 집어넣었다. 유엔 미래보고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직업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똑똑한 대중, 즉 ‘스마트 몹’이 스스로의 법과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소수민주주의가 부상한다고 예언했다. 미래학자이자 의사인 정지훈(융합의학) 관동의대 교수는 “자신만을 위하는 권력의지와 정파이익에 매몰된 기성 정치인은 대중과 소통할 능력을 잃었다.”면서 “비단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중과 직거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새로운 리더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사회가 다원화되고, 대중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이분법적인 기존 정당정치는 더 이상 민주주의의 꽃으로 추앙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진(미국학)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수 있었던 원인과 ‘안철수 바람’의 원인은 그들이 권력에 대한 의지보다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이들의 진정성을 대중이 인정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정치는 보수와 진보, 여와 야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지형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행정연구원 서용석(정치학) 박사는 “대중은 기존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지 못하면 새로운 정치주체를 세울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면서 “미래정치가 성큼 다가왔는데도 정치체제와 절차가 변하지 않아 혼란스럽지만, 직접민주주의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당정치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할지언정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호기(사회학) 연세대 교수는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의 성숙을 통해서 구현된다.”면서 “우리의 정당정치가 얼마나 허약한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정당들은 통렬한 반성을 통해 민의를 수렴하는 절차와 방법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부자감세’ 철회… 稅收 3.5조 효과

    ‘부자감세’ 철회… 稅收 3.5조 효과

    부자 개인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세 방침이 사실상 철회됐다. 당·정·청은 7일 국회에서 협의를 갖고 전격적으로 부자 감세 철회를 결정했다. MB노믹스의 핵심인 감세 정책을 철회한 것은 균형재정을 달성하지 않으면 남유럽과 미국처럼 재정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세계경제는 금융불안을 맞아 긴축과 증세바람을 맞고 있으며, 당·정·청의 감세 철회 결정은 이 같은 세계경제의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정·청은 이날 소득세 과표 최고 구간(8800만원 초과)의 세율은 현행대로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들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2% 포인트 낮은 33%의 세율을 적용받아 총 6000억원의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었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된 세수를 복지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제44차 세제발전심의위에서 “글로벌 재정위기에 대응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서민과 중산층의 복지재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며 감세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현행대로 22%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대상인 ‘2억원 초과’ 구간에는 중견기업이 포함돼 있어 당과 정부는 이날 중간 구간 상한선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국회 입법과정에서 정부의 안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중간 구간을 ‘2억원 초과~500억원 이하’로 설정해 이 구간의 세율을 20%로 낮추는 안을 마련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은 중간 구간을 ‘2억원 초과~100억원 이하’로 한 뒤 이 부분의 세율을 낮추는 것이다. 정부는 중견기업까지 법인세를 낮춰주자는 입장이며, 한나라당은 감세 혜택을 중소기업에 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감세 철회로 2조 4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되는 등 이날 세법개정안으로 4조 4000억원의 세수가 당초보다 더 걷힐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근로장려세제(EITC) 2000억원 등 9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3조 5000억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08년부터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 왔다. 같은 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무산됐고, 2009년에는 부자 감세 철회 논란을 벌였다. 결국 지난해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 구간 세율을 2012년부터 각각 2% 포인트 낮추는 내용의 소득·법인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이번에 감세 추진 3년 만에 철회되는 셈이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감세가 철회되면 정책 일관성이 저하돼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침에도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 간 거래에 과세하고 특수관계가 아닌 기업에는 과세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냈다. 이두걸·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정몽준 “정치적 기반 없는 인기는 신기루”

    정몽준 “정치적 기반 없는 인기는 신기루”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6일 “정치적, 제도적 기반이 없는 대중적 인기는 신기루”라며 정치권에 불어닥친 ‘안철수 신드롬’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 전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나의 도전, 나의 열정’ 출판기념회에서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제가 누린 대중적 인기도 ‘신드롬 현상’에 가까운 것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요즘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안 교수가 무엇을 느끼고 있고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감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2002년의 성공과 좌절 후 인고의 시간을 거쳐 2007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민주주의란 곧 정당정치란 사실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민주정치란 특출한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영웅에 의존하는 정치는 곧 독재이며 권위주의 정치인 반면 민주주의는 제도이며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제도권 정치가 때로는 민의를 받들지 못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하고 등을 돌리게도 한다.”면서 “안철수 신드롬이 생기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기존 정당들이 어려움에 처한 것도 바로 국민들의 분노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축사를 통해 “‘안철수 바람’이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거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치적 내공과 상상력 없이 갑자기 뛰어들어서 벼락 같은 인기로 (정치를) 할 때는 자기 밑천이 다 드러난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 등 여야 국회의원 70여명이 참석했다. 조순·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를 포함해 전체 참석인원은 1000여명에 달했다. 한편 친박(친박근혜)계 이성헌 의원은 정몽준 전 대표가 최근 잇따라 박 전 대표를 비판한 데 대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박 전 대표를 비난하니 한심스럽다.”면서 “그러니 백신개발 전문가(안철수)가 나서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좀 수준 높은 일로 비판하면 잘 새겨들을 텐데 고작 ‘대필’을 했느니, 남북 축구시합 때 태극기를 드는 것에 (박 전 대표가) 화를 냈다느니, 이러니 국민들이 정치를 불신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中에 대한 불신?… ‘중국어 하는 외계인’ 영화 화제

    中에 대한 불신?… ‘중국어 하는 외계인’ 영화 화제

    지난달 말부터 열리고 있는 베니스영화제에 독특한 이탈리아 SF영화 한편이 화제로 떠올랐다. 이 영화의 제목은 ‘더 어라이벌 오브 왕’(The Arrival of Wang). 영화에는 눈을 가린 한 중국어 통역 여성이 이탈리아 비밀경찰에 의해 로마의 모처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이 여성이 발견한 것은 의자에 묶여있는 오징어 같은 모습의 외계인. 놀랍게도 이 외계인은 중국어를 한다. 비밀경찰은 통역을 통해 이 외계인이 지구를 찾은 목적을 알기위해 심문한다. 통역은 외계인과 대화를 통해 외계인이 지구인과의 우호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것을 알게된다. 그러나 비밀경찰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으로 단정한다. 황당한 스토리를 담고있는 영화지만 해외언론들은 영화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화가 중국에 대한 구미의 불신감을 상징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의 슈퍼파워로 등장하는 중국에 대한 서구의 불안감 이라는 것. 이 영화의 감독인 마르코와 안토니오 매네티 형제는 “영화의 전제는 ‘중국어를 하는 외계인과 대화할 수 있겠는가?’” 라며 “경제적·정치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과 곤경에 처한 서구사회를 풍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혹성에서 온 외계인 보다 우리 지구인끼리 더 다르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있었다.” 며 “얼마나 우리들이 이웃들을 서로 믿고 있는지, 편견은 없는 지를 물어보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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