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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한국호 해법 전문가에 묻다] (4) 정치불신

    [위기의 한국호 해법 전문가에 묻다] (4) 정치불신

    우리나라 국민의 정치인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는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국민의 정치불신은 극에 달했고 급기야 기성 정치권에서 정치쇄신을 부르짖으며 믿어 달라고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은 유력 후보들이 기성 정치권과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진정으로 대변해 줄 수 있는 정치인, 삶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욕구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생활 정치 영역이 펼쳐지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과 해법을 들어봤다. ‘정당 간의 정책 차이를 뚜렷하게 하라. 국회의 역할과 기능을 축소하지 말고 오히려 강화하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으로 상징되는 정치불신의 벽은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을 강타하며 정치쇄신 화두를 던진 ‘안철수 현상’은 정치불신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정당정치가 위기라고 해서 정당정치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치의 축소가 아닌 정치의 활성화가 오히려 정치불신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신뢰 비율, 日의 절반도 안돼 정치에 대한 불신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일까. 전문가들은 “정치 불신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현상으로 신생국일수록 정치불신이 극에 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치불신은 유독 그 정도가 심한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아시아권에서 우리나라의 정치불신은 다른 나라보다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종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최근 타이완의 한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2개 아시아권 나라를 대상으로 대의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조사 대상 1212명 가운데 ‘국회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7%, ‘정당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9%, ‘둘 다 신뢰한다’는 응답이 4%에 불과했다. 이는 12개 나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였다. 반면 이웃인 일본은 17%가 국회, 16%가 정당, 11%가 둘 다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사회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중국은 응답자의 83%가 국회, 88%가 정당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여야 집단주의에 조정·합의 실종 우리나라 정치불신의 근본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높은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데 따른 실망감, 정당 간의 유의미한 정책적 차별성의 부재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5일 “국민이 새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졌다가도 현실에서 차이를 발견할 때 불신으로 연결된다.”면서 “대통령 측근 비리나 국회의원의 공천비리, 부정부패 등이 반복되면서 정치현실에 대한 실망이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정당 간의 차이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어떤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이 달라진다면 투표하겠지만, 지금처럼 정당 간의 정책 차이가 별로 없는 경우에는 굳이 선거를 통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치체제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그릇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른바 대표성의 위기다. 지역주의와 이념에 갇혀 정당의 의사결정 구조와 체제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당은 지나치게 ‘집단주의적인 경직성’을 띠고 있어 중간 지대나 중간조정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때문에 여야 간 조정이나 합의도 안 되고, 정치인과 국민 간의 소통도 힘들어지면서 자연히 국민의 정치불신이 깊어진다.”고 진단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거대 정당이 지역 중심으로 의회를 장악하다 보니 국민이 원하는 다양한 계층이나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역정치 체제가 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신의 결과는 결국 투표율 저하로 연결된다. ‘나는 정치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투표에 무관심해지는 현상으로 귀결된다. 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에 대한 설득이 통하지 않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로도 이어진다. 임성학 교수는 “국민의 관심은 많은데, 정치에 그 뜻이 잘 반영되지 않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불신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소장은 “정치가 자기 몫을 못한다고 욕을 먹는 이유는 제한된 재원을 못 받는 계층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식 예비경선제 검토를” 뿌리 깊은 정치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문가들은 우선 권력 분산을 주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이 정치를 신뢰하기보다는 이용하려고 해야 한다.”면서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철저하게 권력을 봉쇄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지역구 예산 따오기에 집중하는 지역구보다는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제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치 활성화를 위해 국회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가 교수는 “국회가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회의원의 세비 삭감 등은 오히려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학 교수도 “국회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며, 정당의 역할을 오히려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임성호 교수는 “여야 동시 당내 경선을 위해 미국식 예비경선제를 도입한다거나, 원내 정당화를 위한 중앙당 축소 등을 통해 국정운영을 조정하고 합의할 수 있는 틀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제주 해군기지 시뮬레이션 재실시

    정부가 제주도의 끈질긴 요구를 전격 수용해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제주 민·군 복합항의 입·출항 조건에 대한 검증을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15일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제주 민·군 복합항에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의 동시 입·출항 등 접안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모의 검증 실험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4일 관계장관 차관회의를 열어 제주도의 시뮬레이션 재실시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에 나온다. 그동안 제주자치도 측은 지난 2월 말 나온 정부 주도의 입·출항 조건에 대해 불신을 표시하면서 제주도 측이 추천하는 전문가와 관계자가 참여하는 모의 실험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정부는 “공신력 있는 기관과 전문가들의 적법한 모의 검증 실험이었다.”며 거부해 왔다. 제주자치도 측은 또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민·군 복합항의 내항 크기를 더 확대할 것도 요구해 왔다. 여러 단계의 건설 공사에 대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주체인 제주자치도 측은 이를 근거로 중앙정부 민·군 복합항 건설에 대해 제동을 걸어 왔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 2월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신하지만 국민 통합적 차원과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제주도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증을 다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 측은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컴퓨터 그래픽 등으로 실시되는 시뮬레이션 시현팀의 책임연구원은 한국항해항만학회 이동섭 회장이 맡기로 했다. 또 정부와 제주도가 각각 추천한 전문가 2명, 도선사 4명이 직접 시현에 참여한다. 국방부와 제주도 공무원과 전문가 20명도 참관해 공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모의 검증은 표준조선법에 따라 동일한 조건 아래 정부가 추천한 도선사와 제주도가 추천한 도선사가 서로 번갈아 가며 주야간의 조건을 상정해 검증을 실시한 뒤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시뮬레이션 조건은 풍속 27노트의 강풍이 부는 한계상황에서 2대의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민·군 복합항에 들어오고 나가는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민·군 복합항에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들고 나는 입·출항의 안전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시뮬레이션을 전문가들을 동원해 실시하고 그에 따른 계획을 진행해 왔다. 기존 정부 주도 시뮬레이션의 잘못이 확인돼 새로운 설계가 이뤄질 경우 복합항의 내항 규모가 커져 건설비는 현재 9700억원 수준에서 3000억~4000억원가량 더 들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내곡동 특검 수사결과] 靑 “특검 결론 받아들일 수 없다” 반박

    [내곡동 특검 수사결과] 靑 “특검 결론 받아들일 수 없다” 반박

    청와대가 14일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사건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나온 경호처 직원 등의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내곡동 특검’의 정치적인 편향성을 문제 삼아 왔던 청와대는 마지막으로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순간까지 특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특정 정당에 의해 특검이 추천되는 위헌적인 특검법이 더 이상 제정되지 말아야 하며,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도 마무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특검이 수사를 통해 밝혀 낸 혐의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수사 기간 내내 계속됐던 ‘기싸움’도 이어 갔다. 관련 혐의 사실에 대해서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다투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검이 오전 10시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3시간 30분 뒤인 오후 1시 30분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춘추관(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반박 브리핑을 갖고 특검 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최 수석은 브리핑에서 ‘오해’, ‘유감’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했고,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특검의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일방적인 법률 적용’이라는 직설적인 표현도 썼다. 청와대가 이처럼 특검의 수사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은 앞으로 이어질 법적 공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 정권에서도 사저 터 매입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사저가 건립되고 경호시설이 건축되고 난 뒤 경호 부지값이 취득 시점에 비해 크게 올라 취득 당시의 감정평가 금액으로 부담 비율을 나누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사저 부지와 경호 부지를 동시에 구입해 가격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들어 문제점을 고치려 했는데 오히려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권은 특검의 수사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힌 반면 야권은 청와대의 비협조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측의 박광온 대변인은 “내곡동 특검은 ‘이명박근혜 산성’에 막히고 말았으며, 박근혜 후보는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하도록 청와대에 요청해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국민은 이 대통령 부부의 개입 정황이 줄줄이 드러나 몸통이 누군지 알고 있다.”고 비난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도 “청와대의 거부와 수사기간 연장 불허로 모든 진상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안형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특검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평가하며 그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이제 법원의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사설] 여야 정치쇄신 대선 전 공통분모부터 입법하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이 경쟁적으로 정치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세 후보가 제시하는 정치쇄신안들은 대부분 그동안 정치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 방안이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점들이 많다. 대통령의 권한 분산이나 정당 및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원 특권 포기 등이 그렇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한다거나 장관의 부처 및 산하기관장 인사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세 후보 모두의 공통된 약속이다. 또 국회의원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의 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이나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 폐지도 세 후보 측의 의견이 일치하는 공약이다. 물론 세세한 내용으로 들어가면 세 후보의 공약 간에 차이점도 있고, 일부 공약은 현실적으로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통령 인사권 대폭 축소, 국회의원 수 감축, 의원 겸직 금지, 중앙당과 국고보조금의 축소나 폐지 등에 대해서는 각 후보 캠프 간에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그런 공약들도 정치 발전을 위해 한번쯤 장단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진정한 정치 쇄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약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실현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금 쏟아져 나오는 정치 쇄신 방안들이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홍보용에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음 선거에서도 똑같은 내용의 공약이 반복될 것이다. 박근혜 후보 측은 문재인·안철수 후보 측에 정치 쇄신 실천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정치쇄신안 가운데 국회의원 특권 제한,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기구화 등 입법이 필요한 사안들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문·안 후보 측에서도 이미 ‘새정치공동선언’을 위한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반대하지는 않았다. 세 후보 측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으로 볼 때 협의기구의 구성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세 후보가 공통으로 제시한 공약에 대해서는 협의기구를 통하지 않더라도 국회에서 법을 만들거나 고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대선 전에 여야 합의로 일부 정치쇄신안에 대한 입법이라도 마친다면, ‘정치적인 쇼’라는 비판을 넘어 정치 불신 해소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다.
  • [뉴스&분석] “특임검사 법적 문제 없지만 권한남용 소지”

    [뉴스&분석] “특임검사 법적 문제 없지만 권한남용 소지”

    현직 검찰 간부의 금품 수수 의혹을 두고 촉발된 검찰과 경찰의 ‘이중 수사’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겉으로는 서울고검 김모(51) 부장검사 수사에 대한 검경 간 갈등이지만 이면에는 지난해 어설프게 봉합된 검경 수사권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국정 혼란을 바로잡아야 할 청와대는 “두 기관이 알아서 조정할 일”이라며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학 교수 등 형법 전문가들은 “사건 수사와 지휘를 둘러싼 검경의 역할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지 않는 한 이 같은 다툼은 무한 반복될 것”이라고 두 기관 간 역할 재정립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중 수사 논란을 가져온 검찰에 비판적이다. “현직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검찰이 급한 나머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통 사건은 경찰이 어느 정도 수사를 진행할 때까지 검찰이 간섭하지 않고 나중에 송치받는다. 그런데 이번 건은 검사가 피의자인데 초기부터 ‘검찰이 나서서 수사하겠다’고 하니 어떤 수사 결과가 나와도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상 특임검사 수사는 문제없다.”면서도 “하지만 경찰이 먼저 수사한 것이 명백한데 검찰이 수사에 뛰어들면 위기의식으로 자기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송치지휘권’ 행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령 제78조상 송치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는 사항은 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사건에 한정되는데 이번 사건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검찰이 송치지휘권을 행사할 경우 논란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했다. 송치지휘권 조항은 지난해 검경의 수사권 갈등 과정에서 총리실이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신설한 것으로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해 주되 검찰이 갖는 지휘 권한을 분명히 해 공존하게 하자’는 차원에서 넣은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탁종연 한남대 교수는 “검찰이 이번 사건에 송치지휘권을 발동하면 입법 취지는 무시한 채 법 조항만 악용한 것이 된다.”면서 “경찰에 수사 개시권만 주고 종결권을 주지 않은 형법상의 모순을 하위법인 대통령령으로 바로잡으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찰이 만약 지휘권을 이용해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특임검사팀으로 이첩해 온다면 사건 빼앗기 논란이 불붙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이 수사권 독립이라는 목적을 위해 검찰 수사를 무리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수사해도 현행법상 결국 (중앙지검의) 검사의 지휘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특임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면서 “검찰이 수사를 방해한다는 관점으로만 접근하면 경찰이 수사권 독립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광민 성균관대 교수(법학)는 “총리실 등의 조정 과정을 통해서도 결국 검경 수사권 대치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만 확인했다.”면서 “국민에게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위기의 한국호 해법-전문가에게 묻다] 소선거구제 폐지해 지역 정치독점 깨야

    [위기의 한국호 해법-전문가에게 묻다] 소선거구제 폐지해 지역 정치독점 깨야

    ‘2012년 한국’은 각 부문에서 난국에 빠져 있다. 국내적으로는 지역과 이념에 찢긴 갈등 구조가 세대 간, 계층 간 분열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한국 경제는 초유의 2%대 성장에 직면한 가운데 미래를 열 동력 자체가 시들어 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아시아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주요 2개국(G2) 대결이 격화되면서 우리의 대외 전략이 뚜렷한 방향 없이 표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가 상징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쉽사리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 달 19일 치르는 18대 대통령 선거는 이런 위기의 ‘한국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이정표가 돼야 하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대안이나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거전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분야별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차기 정부가 풀어 나가야 할 위기 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처방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12일 “우리 사회를 이분법으로 가르는 산업화, 민주화 세대의 갈등 구조를 뛰어넘고 21세기 한국호를 이끌어 갈 통합과 다원화라는 시대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차기 대통령과 그 정부에는 현재 우리 사회의 위기 상황을 해결해 나갈 덕목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우리 사회가 당면한 세대 갈등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 안전망 구축과 분배 기능의 효율적 작동, 공공정책 수준의 자영업자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망국병인 지역 갈등 해법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지역 균형 개발 발전 전략이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정치적 해법으로는 소선거구제·정당추천제 폐지를 통한 특정 정치 집단의 지역 독점 차단을 꼽았고 권역별·거점별 명문대 설립, 지역 자원 활용과 지역별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을 비롯해 저성장과 글로벌 위기라는 복합 경제 불황 속에서의 한국의 생존 전략,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양극화 문제, 1987년 헌법 체제 속에서 진영 논리에 갇힌 한국의 정치 불신 구조, 미국과 중국의 권력 교체 속에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 등을 차기 정부와 대통령이 풀어 나가야 할 주요 과제로 지적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사설] 꼴사나운 검·경 이중수사 靑 조정력 발휘하라

    검찰 간부의 금품수수 의혹사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각각 수사에 나서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경찰이 서울고검 김모 부장검사 수사와 관련, 연루된 검사가 더 있다며 수사 확대 방침을 밝히자 검찰은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특임검사로 임명하는 등 별도 수사에 나섰다. 검사 10명 등 매머드 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어제 김 부장검사의 사무실과 집, 유진그룹 사무실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찰도 김기용 경찰청장이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김 부장검사에게 소환을 통보하고 주변 인물 출석을 요구하는 등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동일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이중 수사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한 연고권, 기득권은 경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찰은 김 부장검사의 것으로 보이는 차명계좌에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의 측근이 모두 8억여원을 입금한 사실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데다 김 부장검사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는 CCTV 자료를 확보할 정도로 수사가 상당부분 진척된 상황이다. 그러나 수사권한은 법리적으로는 검찰에 있다. 수사지휘 및 수사준칙을 규정한 대통령령 78조 1항은 동일사건을 2개 기관이 수사해 사건 관계인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현저할 때에는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지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법리적 타당성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부담은 만만치 않다. 내곡동 사저부지 구입 의혹사건에 대한 부실수사로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그랜저 검사’ 사건 등 과거 특임검사의 수사 또한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검찰과 경찰의 이중 수사는 수사력 낭비다. 사건 당사자들로서는 여기저기 불려 다닐 수밖에 없는 만큼 인권침해 소지 또한 없지 않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검사 비리다. 청와대는 수사권 조정 등을 둘러싼 검경의 구원(舊怨)과 불신을 걷어내고 수사 주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수사기관 간의 갈등과 대립은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 검찰에도 경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 [글로벌 시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기대/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중국의 기대/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됐다. 선거 결과가 지구상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는 중국과 미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선과정에서 민주·공화 양당 후보들의 태도와 발언은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될 수 있겠다. 중국 문제는 미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경선 과정 중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와 같은 의식형태 및 이념보다 경제무역관계와 국가경쟁에 강조점을 둔 것이었다. 중국의 인민폐 환율조정, 불공정 무역, 시장 진입 장벽, 지식재산권 침해 등이 초점을 이뤘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여러 측면에서 차별성을 보였지만 미국의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난관의 책임을 중국에 덮어씌웠고, 중국을 속죄양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오바마나 밋 롬니나 중국문제를 대외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내문제로 봤다. 롬니는 오바마의 대중국 정책이 지나치게 온건하다면서 압박했다. 그는 더 나아가 “중국은 문제를 일으키는 자”라며 중국에 대해 강경하고 전면적인 억제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공화당의 공세에 대해 오바마 역시 중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외교정책 방향 연설에서 오바마는 21차례 중국에 대해 언급했지만 단 한 차례도 긍정적인 입장을 말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처음으로 중국을 적이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잠재적인 적에서 현실의 적이 됐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이 국제 규칙을 따른다면 협력 파트너도 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다. 집권 초기 오바마는 중·미관계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를 취했지만 좋은 시절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2011년 11월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으로의 귀환, 아·태 중시 정책’을 추진하면서 중국을 억제하려는 의도는 명확해졌다. 오바마 정부는 대중 억제정책을 추진하면서도 공식적으로 중국을 적으로 여긴다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 오바마는 중국에 대해 견제와 접촉이라는 정책을 유지해 왔다. 중국에 ‘환율 조작국’이라는 모자를 씌우려는 여론과 의회의 압력을 버텨냈다. 이번 미 대선 경선에서 중국 문제가 별도 의제로 독립될 정도로 중국의 위상과 중요성은 상승했다. 미국 선거 중에 중국 문제는 대중들의 표를 얻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필요에 따라 중국 때리기의 패를 들었다 놨다 한다. 미국의 전략중심이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 지역에서의 균형 복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동맹관계를 강화하면서 중국 억제정책을 확대하고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패권국가로서의 지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발전과 팽창에 따라 패권국의 지위 유지에 더 많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미국의 경제적 상황과 사회 문제가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 국내정치에서 속죄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국제 질서와 규칙에 도전하려는 국가는 아니다. 국내적 취약성과 불균등한 경제발전 상황을 볼 때 진정한 강대국이라고 할 수조차 없다. 중국 국내에서 이런 사실을 쉽게 망각할 수도 있다. 자기 힘을 과대평가하는 모험주의적 태도는 우리 모두를 어려움과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의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바뀐다고 두 나라 관계의 틀과 입장, 지향점과 구조가 한순간에 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의 대중국 정책의 주 기조는 경쟁과 협력이며, 중국의 발전을 가능한 한 억제하는 것이다. 의식형태와 제도의 차이는 두 나라 갈등과 불신의 주요한 원인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자신의 사고방식과 제도를 한꺼번에 버리고 전면적인 미국화로 나갈 수 있겠는가. 상대방의 이해와 관심에 대한 보다 진지한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각 분야에서 이해관계와 입장의 조율·조정이 이뤄져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새로운 대국관계의 가능성을 열어 나갈 것이다.
  • [시론] G2 지도부 교체,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시론] G2 지도부 교체,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12년 동북아 정치에 있어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영향력이 큰 사건은 역내 국가들의 지도부 교체일 것이다. 2012년 11월 미국과 중국, 소위 ‘G2’의 연이은 동반 지도부 교체는 아시아 차원을 넘어 21세기 국제정치에 새로운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한국 대선은 동북아 지도부 교체의 종지부를 찍는 이벤트이다. 오늘날 지구촌 사회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본격적인 긴축재정 시기를 맞이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미·중의 상호협력 필요성은 단순히 양국의 국가이익 도모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국제적 차원에 걸쳐 산적해 있는 주요 현안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화와 함께 다양한 행위자로의 권력 분산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세계 지도자급 국가들 간 협력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극복과 국제사회의 안녕에도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의 양대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중은 정치전통, 가치체계 그리고 정치문화의 근본적 차이로 인해 구조적 불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다가오는 위협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도 미국이 중국을 돕기 위해 아니면 해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 미·중 간 서로의 의도에 대한 이러한 불확실성은 양국 간에 나타나고 있는 권력의 불균등한 변화로 인해 그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켜 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세계 전략은 제1기 때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특히 긴축재정 시기를 맞이해 ‘현명한 축소 전략’과 ‘선택적 개입 전략’ 사이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그 핵심은 대중(對中) 전략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제2기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은 위험 분산화를 의미하는 대중 헤징 전략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균형 요소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우방국 및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의 안정을 확보하면서 대중 견제와 동맹국 안전을 재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안보 전략은 구체적으로 소위 ‘3+3 체제’ 구축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은 가능하다면 대중 균형과 동아시아 안보 차원에서 ‘미국-일본-한국’, ‘미국-일본-호주’, ‘미국-일본-인도’로 이어지는 3각 안보체제를 구축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새로 출범하는 미·중 양국의 지도부가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모두 수렴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양국의 새로운 지도부 출범 이후 단기적으로는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의 정신으로 양자적, 지역적 그리고 지구적 수준에서 공동의 이익창출을 위해 협력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부상과 쇠퇴·축소라는 양국의 권력 변화에 따라 미·중 관계의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는 수렴보다는 상충되는 상황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의 출범과 더불어 2013년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미·중 간 전략적 관계 양상은 양국의 안보전략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기존 안보전략의 검토와 새로운 대안적 안보전략의 모색을 강하게 추동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 관계의 한반도 정치는 미·중의 전략적 관계 변화로부터 구조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 차원에서 전개되는 미·중 강대국 정치의 다양한 형태와 성격은 남북한의 한반도 정치에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미·중 강대국 정치의 적폐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적으로 남북한의 한반도 정치에서 서로에 대한 정책 방향 및 접근 방법에서 최소한의 공통적 입장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 美 봉쇄 vs 中 굴기… 남중국해·센카쿠 분쟁 ‘잠재 화약고’

    美 봉쇄 vs 中 굴기… 남중국해·센카쿠 분쟁 ‘잠재 화약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으로 주요 2개국(G2)의 새 권력이 사실상 확정됐다. 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전대) 이후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뒤를 이어 총서기에 오르고, 내년 3월 국가주석직까지 넘겨받는다. 새 진용을 갖춘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따라 세계정세는 요동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2위 대국으로 우뚝 서면서 G2 시대를 열었다. 중국의 부상을 간파한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미 국방력의 최우선 순위를 아시아에 둔다는 ‘오바마 독트린’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부인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을 ‘중국 봉쇄정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지도자가 바뀐다고 해서 대외정책에 큰 변화가 뒤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도 오바마의 재선으로 향후 4년간 큰 틀의 정책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힘은 갈수록 커질 게 뻔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4년은 지난 4년에 비해 미·중 갈등이 더 첨예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라크전쟁 종전에 이어 재선 임기 중 아프가니스탄전쟁까지 마무리하면 미군 전력을 더욱 아시아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미·중 대결의 화약고는 남중국해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중국과 이웃나라 간 영토 분쟁 지역이다. 지금까지는 충돌이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가까스로 봉합되곤 했지만 일촉즉발의 긴장은 상존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국내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 하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정책을 강화하고 나설 경우 G2 간 충돌은 언제든 ‘가상’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 중국 내 인권 문제는 물론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등 경제문제도 양국 관계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물론 중국의 덩치가 커진다고 해서 미·중 관계가 파국으로까지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중국 입장에서 미국과의 정면대결은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 등 경제력 면에서 아직 미국에 한참 뒤처져 있고 최첨단 기술과 국방력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난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공식 국방비는 지난해 899억 달러로 10년 전에 비해 4배가 늘었지만 올해 6700억 달러를 쓴 미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중국은 살살 길들여서 함께 가야 하는 거인이다. 수출시장으로서의 중국의 중요성은 물론 글로벌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의 해법을 위해서도 미·중의 협력은 절실하다. 미국은 북한의 ‘후견인’인 중국의 협조가 없는 한 대북 제재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게다가 ‘시진핑 체제’가 출범했다고 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비호 정책에 당장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오바마·시진핑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북한의 비이성적 도발에 대한 중국의 채찍 강도가 세질 것이라는 기대는 할 만하다. 지난 4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2·29 북·미 합의’가 파기된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의 진정한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4년 미·중이 서둘러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북한 급변사태 시나리오’를 합의하는 것이다. 준비 없이 급변사태를 맞을 경우 두 강국 간에 한반도에서 뜻하지 않은 충돌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文 “조기 룰 협상” 安 “새정치선언 우선”… 시기·방식 기싸움

    文 “조기 룰 협상” 安 “새정치선언 우선”… 시기·방식 기싸움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단일화 전격 합의가 대선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문·안 후보는 최종 승부를 앞두고 피 말리는 수싸움, 기싸움에 돌입했다. 단일화 방법과 시기 결정 등 험난한 과제가 태산처럼 버티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은 “야합일 뿐”이라고 깎아내리면서도 대선 쟁점이 온통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는 상황을 경계한다. 단일화 프레임을 깰 반격 카드를 꺼낼지가 큰 변수다. 단일화 협상에는 문 후보 측이 적극적이다. 문 후보 측은 이번 주 공동선언문 작업과 함께 규칙 협상을 병행하거나 조기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단일화 방식으로는 여론조사, 국민경선에 담판론까지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정치혁신 논의가 우선이라며 단일화 방식 논의는 뒷전으로 느긋하게 밀어 놓았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7일 “새 정치 공동선언 발표를 이른 시간 내에 완료하고 단일화 규칙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새 정치 선언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혹은 지체 없이 단일화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새 정치 공동선언을 우선하고 그런 과정에 따라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 방식도 접점을 모색해 가고 있다. 문 후보 측 신계륜 특보단장은 이날 “물리적으로 여론조사 외 다른 방식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적으로 안 후보 측 태도에 달려 있다.”면서도 경선 기대를 놓지 않았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방식 논란이 효과를 반감시킬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담판 방식이 싫지 않은 기류다. 새 정치 공동선언문 내용에 대해 안 후보 측 유 대변인은 “정치혁신의 개념과 방안, 정당 혁신에 대한 설명이 들어갈 것이고, 이를 위해 국민 연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국민연대 결성 합의가 사실상 범야권 신당 창당 공감대라는 해석이 나오며 파장이 복잡하다. 신당론이 가지는 파괴력 때문이다. 신당론은 안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는 정당 조직이 없기 때문에 “무소속 대통령은 불가”라며 단일화 과정 전후에 다방면의 공격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대선 기간에는 국민 연대를 통해 국민의 불신을 받는 정당의 지지가 아닌 국민 지지를 호소하고, 대통령 당선 시에는 신당을 창당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줄 수 있는 의미가 있다. 안 후보에게 신당론 자체가 유권자들을 안심시키며 불안감 해소제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안 후보는 이날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모든 방법론적인 것들을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이 동의하면 여러 다양한 방법론이 논의될 텐데, (그때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신당론이 정치공학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 같다. 안 후보 측 유 대변인과 윤태곤 상황부실장도 현 상황의 신당론을 부인했다.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도 “신당론이 나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순서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문 후보로 단일화되면 민주당이 있기 때문에 신당론은 불필요해질 수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신당론을, 단일화 시 지지층 이탈을 사전에 방지하는 방어막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속내에는 신당론이 양측 지지자들의 화학적 결합 촉매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문 후보나 민주당 측도 문 후보로 단일화될 때 국민 불신을 받아 온 민주당을 과감히 버리고 신당을 창당할 수 있으니 ‘이탈하지 말고 지지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물론 양측 모두 신당론 제기가 단일화 효과를 반감시키려는 정략적 흠집 내기로 보는 기류도 없지 않다. 문·안 후보 중 누구로 단일화돼야 효과가 극대화될지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리지만 단일화 과정 자체가 대선 정국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는 데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동의한다. 누구로, 어떻게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흥행 효과는 달라질 것 같다. 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는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Weekend inside] 멕시코 마약전쟁 그 불편한 진실

    [Weekend inside] 멕시코 마약전쟁 그 불편한 진실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카르텔)인 로스 세타스의 두목 에리베르토 라스카노가 지난 10월 7일 멕시코 해군과 교전 중 사살됐다는 소식은 멕시코 국내뿐 아니라 세계 외신의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마약조직을 단속하던 특수부대 출신으로 ‘사형집행인’이란 별명이 붙은 라스카노는 멕시코와 미국이 각각 260만 달러(약 29억원)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 정도로 악명 높은 거물이었다. 현상금 규모로는 또 다른 거대 마약조직인 시날로아의 재벌급 두목 호아킨 구스만에 이어 두 번째다. 어이없게도 하루 만에 라스카노의 시신이 로스 세타스 조직원들에 의해 감쪽같이 탈취되면서 ‘가짜 죽음’ 등 음모론이 불거지긴 했지만,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이 2006년 취임 직후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 중 최대 업적으로 꼽을 만한 성과였다. ●마약조직 두목 사살 후 시신탈취로 음모론도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2009년 3월 멕시코 8대 마약조직의 우두머리급 37명을 공개 현상수배했는데 3년 반 만에 이 중 16명을 검거했고, 7명을 사살했다. 다른 라이벌 조직원들에게 암살된 2명을 제외하면 남은 수배범은 호아킨 구스만을 포함해 12명이다. 특히 지난 9월 가장 오래되고, 막강했던 걸프 카르텔의 두목 2명을 잇달아 검거하면서 사실상 이 조직을 와해시켰다. 현재 멕시코 마약사업을 양분하고 있는 로스 세타스와 시날로아도 올 들어 핵심 고위급 인사들이 체포되면서 세력이 약화된 상태다. 칼데론 대통령이 지난 9월 임기 마지막 의회교서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년간 정부가 마약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과 불법 무기, 현금 규모는 총 145억 달러(약 15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통계로만 보면 칼데론 대통령의 마약범죄 소탕 작전은 꽤 성공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집권당은 지난 7월 대선에서 야당인 제도혁명당에 패했다. 45세의 젊고 잘생긴 외모로, ‘이미지형 정치인’으로 여겨지던 엔리케 페냐 니에토가 승리한 것은 집권당의 강력한 마약범죄 정책이 오히려 폭력의 일상화를 야기하면서 국민들의 치안 불안과 공포심 등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멕시코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이 성과 못지않게 상당한 희생과 부작용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마약조직과 연관된 범죄는 웬만해선 뉴스가 안 될 정도로 다반사로 일어난다. 범죄 수법도 끔찍하고 잔혹하기 그지없다. 지난 9월 서부 지역 미초아칸주에선 목이 잘리고, 몸통이 토막 난 채 불에 탄 시신 7구가 발견됐다. 앞서 5월에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머리와 사지가 절단된 50여구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대선을 며칠 앞두고 멕시코의 국제공항에서 마약 갱단이 경찰 3명을 사살한 사건도 벌어졌다. 멕시코 마약전쟁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알려면 시간을 거슬러 마약조직의 탄생 배경과 성장 과정 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콜롬비아 등 중남미 마약 생산지와 미국이라는 거대 마약 시장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멕시코는 1960년대부터 마약 중개수입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멕시코에 마약조직이 처음 생긴 것은 1980년대 ‘마약왕’으로 불렸던 펠릭스 갈라르도로가 조직한 과달라하라 카르텔이 시초다. 그는 콜롬비아 마약 조직과의 연계를 발판으로 1989년 4월 체포될 때까지 멕시코 마약시장을 장악했다. 그는 조직을 여러 분파로 나눴는데, 이 분파들이 훗날 지역적 기반을 둔 마약조직으로 성장했다. ●불법마약거래 규모 年 최대 500억 달러 멕시코는 미국 내 마약 유통량의 90%를 차지하는 마약 수출대국으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불법 마약거래 규모가 연간 13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마약이 멕시코의 주력 산업인 셈이다. 멕시코의 마약조직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미국이 1990년대 콜롬비아를 부추겨 콜롬비아 내 최대 마약조직이 붕괴된 데도 원인이 있다. 멕시코의 주요 마약 카르텔은 시날로아, 걸프, 후아레스, 나이츠 템플라, 티후아나, 라 파밀리아, 로스 세타스, 벨트란 레이바 등 8개 조직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트랫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이 조직들은 서부 지역의 시날로아 연합조직과 동부 지역의 로스 세타스로 크게 양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시날로아 연합조직은 경찰, 공무원, 정치인 등을 대상으로 한 뇌물 상납과 조직원 포섭 등을 영향력 확장의 주요 전략으로 삼는 데 반해 멕시코 군인들이 탈영해 만든 단체인 로스 세타스는 폭력적인 수단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걸프 카르텔의 행동대 역할을 하다 2010년 독립해 북서부 지역을 근거지로 세를 넓혀온 로스 세타스는 지난해 8월 대낮에 카지노에 불을 질러 52명을 숨지게 했고, 지난 2월 몬테레이 교도소에 수감된 조직원들이 라이벌 걸프 카르텔 조직원 44명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할 만큼 잔인하다. 이들 조직은 끊임없이 영역다툼을 벌여 왔다. 특히 정부의 마약조직 소탕 작전으로 우두머리가 체포되거나 사망할 경우 권력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유혈충돌이 잇따랐고, 보복의 악순환도 계속됐다. 이들은 또 지역 정치인, 경찰과 결탁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언론기관에 대한 협박도 일삼고 있다. 심지어 ‘마약’(narco)을 브랜드화해 음악, 텔레비전쇼, 문학, 음식, 등 각종 분야에서 멕시코 문화의 일환으로 전파시키는 ‘현대적인’ 전략도 쓰고 있다. ●‘정권교체’ 새 정부, 소탕작전 부작용 줄일지 주목 2000년대 초반까지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칼데론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06년 12월 11일 미초아칸주에 병력 6500명을 파견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군대를 마약작전에 투입했지만 마약조직들이 미국에서 불법으로 밀수하거나 경찰과 군대로부터 훔친 유탄 발사기, 자동화기, 수류탄 등 중장비 무기들로 무장하면서 사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올 초 멕시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사망자 수는 4만 7515명이지만 전문가들은 5만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에는 교전 중 사망한 군경과 마약조직원 외에 무고한 민간인들도 포함돼 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됨에 따라 멕시코의 마약전쟁은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됐다. 2000년 대선전까지 집권당으로서 마약범죄 대처에 소극적이었던 제도혁명당 소속인 그는 당선 연설에서 “조직 범죄와의 협상과 휴전은 없을 것”이라며 마약조직과의 타협설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오는 12월 취임하는 그가 칼데론 정부 아래서 행해진 핏빛으로 물든 마약전쟁의 부작용을 피하면서 마약범죄를 소탕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검·경, ‘주폭’ 前부장판사 봐주기 수사 논란

    경찰이 ‘주폭’ 단속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부장판사 재직 당시 만취해 폭력을 휘두른 변호사가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약식 기소됐다. 경찰과 검찰이 권력 눈치를 보며 봐주기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지검은 1일 술집에서 옆자리 손님과 말다툼을 하던 과정에서 행패를 부려 불구속 입건된 전직 부장판사 A(47)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A씨는 대전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던 지난 7월 20일 오후 11시 50분쯤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의 한 막걸리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칸막이가 넘어지면서 시비가 붙자 옆자리에 있던 손님을 폭행하고 의자 등 술집 기물을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술집 앞에 주차된 차량 보닛에 올라가 옷을 벗는 등 10여분간 난동을 부리기까지 했다. A씨는 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며 차에 태우려고 하자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욕설도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경찰관의 얼굴을 들이받아 코피까지 나게 했다. 그러나 당시 조사를 맡은 청남경찰서는 A씨에게 재물 손괴, 상해, 폭행, 업무 방해 등 4가지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택시를 타고 사건 현장을 떠나려는 A씨를 택시에서 끌어내리다 우연히 들이받아 코피를 나게 한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사안이 경미한 데다 A씨가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함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해 약식 기소했다는 게 검경의 입장이지만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강태재 대표는 “일반 시민이라면 경찰이 구속까지 했을 것”이라면서 “경찰과 검찰의 이런 행태들이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일반인이었다면 구속되고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에 세웠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현재의 권력 구조를 감안할 때 검찰과 경찰이 부장판사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부장판사라 가중처벌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A씨는 술 먹고 저지른 실수 때문에 20년간 몸담았던 판사까지 그만두고 명예퇴직금도 못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음주 난동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사흘 뒤 대법원에 사표를 제출하고 최근 청주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무자비한 신, 없는 편이 낫다…지성인 50명이 밝히는 무신론자 된 이유

    “인류 역사의 이 시점에서 이성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종교적 광신주의는 인문적 이데올로기 및 그와 대립하는 종교적 이데올로기 각각의 장단점을 논하는 것을 막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를 비판하는 책의 저자와 삽화가들은 걸핏하면 종교적 광신자들에게 살해위협을 받는다.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이성의 촛불을 켜 두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중략) 어떤 종류의 종교적 관념도 특별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러셀 블랙퍼드 ‘진화와 기술 저널’ 편집장과 우도 슈클렝크 퀸스대 철학 교수는 세계 지성 50명에게 왜 무신론자가 됐는지 집필해 달라고 요청하고, 글들을 엮어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무신예찬’(피터 싱어·마이클 셔머·그렉 이건 외 지음, 김병화 옮김, 현암사 펴냄)이 발간된 배경이기도 하다. 50개의 짧은 글들은 접점 하나를 향해 간다. 신이라는 절대자에 의지하지 않아도 삶은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저자로 그렉 이건과 데일 맥고완 같은 유명 작가,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생명윤리학 석좌교수나 필립 키처 컬럼비아대 철학 교수 등 철학자, 그레고리 벤퍼드 캘리포니아대 물리학 교수와 빅터 스텐저 하와이대 천문학 석좌교수 등 과학자, 인권운동가 피터 태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성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절대자의 존재를 의심하는 계기는 다소 평범하다. 자신의 신을 강요하며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폭력을 가하는 행태, 착한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는 모습에서 질문을 던진다. ‘그토록 인간을 가련하게 여기며 구원과 영생을 약속한 신이 왜 저리 가혹하고 폭력적인가.’ 애타는 기도에 응답을 듣지 못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도대체 어떤 선한 목자가 자기 양 떼 중에서도 제일 어린 양의 간청을 무시하는가. 불공정한 신에 만족하기보다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더라도 신은 없다고 결론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크리스틴 오버롤 퀸스대 철학 교수)는 가벼운 수다 같은 글부터, 영국 TV시리즈 ‘닥터 후’를 빌려 선과 악의 존재를 우주 만물과 연결 지은 재담(베스트셀러 작가 숀 윌리엄스), “선한 신은 왜 그토록 많은 악이 자신의 세계에 들어가도록 허용했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스티븐 로 런던대 철학 교수)는 학술적인 성격의 글까지, ‘불신(不神) 목소리’의 스펙트럼은 넓고 흥미롭다. 2만 5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울광장] 기준치에 관한 불편한 진실/노주석 논설위원

    [서울광장] 기준치에 관한 불편한 진실/노주석 논설위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농심 너구리 라면을 전량 회수토록 명령했다고 한다. 식약청은 지난 6월 문제가 된 제품의 수프에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기준치 넘게 들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도 쉬쉬하고 넘어갔다가 폭로와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 이번에도 식약청은 “검출량이 인체에 해로운 수준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먹였다. 일만 터지면 어김없이 이 말을 되새김질한다. 이때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것이 기준치이다. 기준치 미만이어서 유해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식이다. 여기서 우리는 유해물질이 나와도 기준치 이하면 안전한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또 기준치의 근거는 무엇이며, 제대로 정해졌는지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된다. 국가 기준치에 대한 불신 풍조는 오래됐다. 이번 ‘벤조피렌 라면’처럼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불신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사실 기준치와 관련된 세간의 핫이슈는 세슘(Cs)이다. 기준치를 둘러싼 시시비비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세슘으로 옮아붙은 지 오래다. 요 며칠 사이 후쿠시마 주변지역에서 생산된 쌀과 소고기, 메밀, 버섯 등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세슘이 속속 검출되면서 ‘세슘의 먹구름’이 현해탄을 건너 한반도 상공에 드리우기 시작한 느낌이다. 식품위생법의 식품공전상 세슘의 허용기준치는 1㎏당 370베크렐(㏃)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이 기준치가 1993년 이전 허용기준에 따라 만들어졌으므로 최소 5배 이상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장대로라면 74㏃이 된다. 여기에 안전계수 10을 부여해 7.4㏃이 적절한 취급기준이며, 어린이와 영유아는 절반을 적용해 3.5㏃을 적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실제 먹거리에 깐깐한 30만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국내 최대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연합이 국가기준보다 최대 92배 낮은 세슘 기준치를 마련한 것은 기준치에 관한 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생협단체는 세슘에 관한 독자기준치를 어른 8㏃, 영유아 4㏃로 정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독일의 권고기준과 같은 수준이다. 다른 소비자 단체들도 자체적인 독자 기준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치를 ‘무조건’ 따르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소비자가 공감하지 않는 국가 기준치는 기준치로서의 효력을 사실상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의 기준치 잣대를 곧이곧대로 들이대다간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시대에 뒤처진 기준치는 소비자뿐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업체나 법을 집행하는 정부기관까지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서울시는 국내 시판 분유의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면서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식품공전과 식약청장의 지침을 어겼다. 고의로 어겼다기보다 ‘미비한’ 기준치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일동후디스 분유에서 0.6㏃의 세슘이 검출되자 ‘방사능 기준에 적합할 경우에는 적합판정만 한다.’라는 규정과 달리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는 과실을 범한 것이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검사요청 요건을 준수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냈다. 기준치 강화를 모색해 소비자의 먹거리 불안증을 해소하기보다 불안감에 편승해 한 건 올리려다 홍역을 치르게 된 셈이다. 법 집행기관이 앞장서서 불안감을 조장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방사성물질은 물론 식품과 관련된 모든 유해물질의 기준치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재정비할 때가 됐다. 국가 기준치가 느슨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만큼 시대변화에 따라야 한다. ‘국가 기준’과 ‘소비자 심리기준’이 다르면 국론이 분열되고, 국력을 소진시킨다. 대다수가 공감하는 ‘안심 기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완벽한 기준을 제시하거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소비자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기준치 포퓰리즘’은 사라져야 한다. joo@seoul.co.kr
  • ‘사색의 도서관’ 교도소… 책에서 새 길 찾는 수감자들

    ‘사색의 도서관’ 교도소… 책에서 새 길 찾는 수감자들

    소문난 독서광이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바쁜 일정 탓에 책 읽을 시간이 없자 “감옥에 한 번 더 가야겠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재야 정치인 시절, 사형선고를 받는 등 두 차례나 투옥돼 수감생활을 하면서 수백권의 책을 두루 섭렵했다. 국내 1세대 환경운동가로 꼽히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미래의 밥벌이’를 찾은 곳도 교도소였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1975년 명동성당사건으로 투옥된 뒤 일본어를 독학하고 환경서적을 250권이나 읽은 뒤 비로소 공해문제에 눈을 떴다. 소설가 장정일은 폭력사건으로 열아홉 살에 소년원에서 1년 6개월을 지내며 독서에 눈을 떠 출소 후 25세에 최연소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교도소를 새로운 범행 수법을 익히는 ‘범죄 대학’이 아니라 ‘사색의 도서관’으로 선용하는 것은 이들뿐이 아니다. 지금도 많은 수감자들이 책 속에서 새 길을 찾고 있다. 교정의 날(28일)을 맞아 수감자들의 독서 실태를 살펴봤다. “교도소에는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모여 있다는데…. 우리 교육생들은 그렇지 않다.” 강원도 강릉교도소에서 ‘독서치료교육’을 진행하는 정연수 강릉원주대 평생교육원 교수는 “수감자들은 삶에 대한 성찰이 빠르고 깊다.”며 이렇게 말했다. 2년째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정 교수는 해마다 두 달간 8회씩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7~8세 자녀를 둔 수감자 10명을 모아 ‘아버지 독서교실’로 운영했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함께 읽고, 애틋한 모정을 그린 동화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낭독했다. 동화 구연을 하면서 흐느끼는 한 수감자의 음성은 고스란히 CD에 담겨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교도소 관계자는 “면회 온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수감자들도 뿌듯해한다.”고 전했다. 최근 들어 재범에 의한 강력사건이 잇따르면서 교도소 교화정책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한 베테랑 프로파일러는 “재범자를 보면 교도소에서 교화는커녕 악만 키워 오더라.”라고 말했다. 형식적인 교화는 교정정책에 대한 불신만 쌓을 뿐이다. 독서를 통해 수감자들의 심성을 바꾸려는 노력이 주목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서는 사색으로 이어져 교정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서를 통한 교정프로그램은 일선 교도소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강릉교도소처럼 독서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전국 50개 교도소·구치소 중 44곳이나 된다. 일부 신간은 교도소가 구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관련 단체가 기증한 책들이다. 더러는 출소자가 책을 두고 가기도 한다. 전국 44개 교도소·구치소 도서관에는 이렇게 쌓인 장서가 35만 2000권에 이른다. 특히 독서는 초범 재소자들의 교화에 효과적이다. 초범 중에도 살인 등 중죄를 저지른 수감자들도 있지만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많다. 처음에는 피해자나 그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다가도 독서를 시작하면서 다른 수감자들과 진지하게 대화하거나 소설 습작까지 쓰는 등 자발적으로 과오를 뉘우치는 사례가 흔하다. 이런 수감자들의 고민과 관심사는 인기 대출서적의 목록에서 잘 드러난다. 성인들이 수감된 강릉교도소의 경우 최근 들어 ▲죽기 전에 답해야 할 101가지 질문 ▲엄마를 부탁해 ▲나에게도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등을 가장 선호했다. 삶을 돌아보거나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이다. 소년범들이 생활하는 김천소년교도소의 인기 도서는 이와는 또 다르다. 배움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 교육방송(EBS)이 간행한 교양도서 ‘지식e 시리즈’가 단연 인기다. 또래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불량가족레시피 ▲완득이 등이 뒤를 이었다. 청주여자교도소에서는 ▲김남주의 집 ▲남자의 향기 ▲성균관 유생의 나날 등 에세이나 로맨스 소설 등이 잘 나간다. 어학을 배우며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수감자들도 많다. 교정시설 중 영어와 일본어 교육을 맡는 의정부교도소에서는 최근 3년간 81명의 수감자가 토익시험에 응시, 이 중 35명이 800점 이상의 고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독서 관련 교정프로그램은 만족도가 80~90%에 이를 만큼 호응도가 높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장서를 늘리는 등 양과 질을 개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대법원장 사과하게 만든 ‘부장판사 막말’

    40대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 도중 증인으로 출석한 고령의 피해자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전해져 물의를 빚고 있다.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사과까지 했다. 25일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A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오후 3시에 열린 사기 및 사문서 위조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인 B(66·여)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당시 재판의 쟁점은 B씨가 피의자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피고의 신용을 믿은 것인지, 피고가 내세운 다른 명의자의 신용을 믿은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B씨의 진술은 모호했고 중간에 여러 차례 바뀌기도 했다. A판사는 직권으로 모호한 진술 부분을 정리하기 위해 직접 심문에 나섰지만 B씨의 진술은 여전히 엇갈렸다. 이에 A판사가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지법 관계자는 “판사 앞의 마이크가 켜져 있었고 다소 격앙된 상태라 작은 목소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판사는 논란이 커지자 동부지법 관계자들에게 “혼잣말을 한 것이었으며 부적절한 언행으로 증인에게 상처를 줘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판사는 24일 법원장으로부터 구두 경고를 받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공간에서는 ‘막말 판사’에 대한 비난이 줄을 이었다. 트위터 아이디 ‘pkunh***’는 “이 사람은 영원히 청춘으로 사는가 봐. 착각은 자유지만 세상 만물은 다 쇠퇴하기 마련”이라고 썼다. ‘chois***’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법관 재임용에서 탈락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글을 남겼다. 이 외에 “경고에 그칠 게 아니라 징계조치 해야”, “이런 사람들의 판결을 법의 판결이라고 믿고 따라야 하는가.”는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는 글들도 올라왔다. 막말 판사 파문에 계속되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며 “이 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증인에게도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사건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라고 지시하고 해당 사건을 다른 판사에게 재배당하도록 했다. 법관윤리강령 4조 3항은 “법관은 당사자와 대리인 등 소송관계인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정언행연구소위원회가 2010년 7월에 발표한 바람직한 재판 운영 방안에도 피고인에게 적절한 호칭을 사용하고 판사가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수차례 검증시험… 발사 15분전 카운트다운 돌입

    수차례 검증시험… 발사 15분전 카운트다운 돌입

    26일은 ‘나로호’(KSLV-I)의 10년 여정이 마무리되는 날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과 러시아의 기술진은 초조함 속에 발사 카운트다운을 기다리고 있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세 차례 연속 실패할 경우 러시아 로켓 기술에 대한 국제적 불신이 생길 수 있어 러시아 기술진이 오히려 더 신경이 날카롭다.”고 전했다. ●연구진 비장한 각오… 주민 기대감 최종 리허설이 진행된 25일 오전부터 나로1대교(고흥군~내나로도)와 나로2대교(내나로도~외나로도)는 일반 차량의 통행이 일절 금지됐다. 우주센터 반경 10㎞에는 경찰 인력 600여명과 소방 인력 240여명이 각종 장비와 함께 배치돼 긴장감을 더했다. 나로호가 서 있는 발사대 주변은 경계가 한층 삼엄했다. 통제 해역인 반경 3㎞ 앞바다에 30여척의 해경 경비정이 나와 경계를 섰다. 발사 당일에는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7시 10분까지 발사기지 남쪽 해역에 대한 선박 진입이 통제된다. 부산~제주 간 직선 항공로도 일시 폐쇄된다. 식당과 상점이 몰려 있는 봉래면 초입에는 ‘나로호의 3차 발사 성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주민 김춘애(53·여)씨는 “연구원들이 밤낮으로 고생했으니 이번에는 성공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성공 여부 9분 안에 결정 항우연은 1·2차 발사 때의 문제점을 대폭 보완했다며 성공에 자신감을 보였다. 2009년 8월 25일 1차 발사 때는 인공위성을 감싸는 덮개인 ‘페어링’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실패했다. 1차 발사조사위원회는 페어링 비정상 작동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찾아내 보완 조치를 했다. 방전 방지 처리와 전기회로 개선이 진행됐고 지상 검증시험을 여러 차례 했다. 2010년 6월 10일 2차 때에는 발사 137.3초 뒤 공중 폭발했다. 한·러 공동조사단은 여러 차례 조사를 했지만 실패 원인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대신 양국 연구진은 실패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보완하는 방식을 택했다. 페어링 분리 전압 시스템을 고전압에서 저전압으로 바꾸고, 비정상적인 궤도 이탈 시 자체 폭발시키기 위한 비행종단시스템도 제거했다. 나로호의 성공 여부는 발사 후 9분 동안 진행되는 7단계의 과정에 달려 있다. 15분간의 카운트다운을 거쳐 이륙하게 되면 나로호는 고도 7㎞ 부근에서 음속(초속 333㎞)에 도달한다. 이후 177㎞ 상공(이륙 215초 후)에 도달하면 1차 발사 때 문제가 됐던 ‘페어링 분리’가 이뤄진다. 조 단장은 “페어링 분리 성공이 이번 발사에서도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사 12시간후 교신되면 성공 페어링이 분리되면 고도 193㎞(232초) 지점에서 1단 엔진이 정지되고 분리돼 바다로 떨어진다. 위성을 태운 2단 로켓은 163초 동안 더 하늘을 날다가 고도 303㎞ 지점에서 엔진을 점화, 58초 동안 궤도 진입을 위한 추진력을 낸다. 2단과 나로과학위성의 분리는 이륙 후 정확히 9분 뒤 고도 302㎞에서 이뤄진다. 위성은 시속 8㎞의 속도로 궤도에 진입한다. 마지막으로 나로과학위성이 발사 12시간 뒤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 신호를 보내오면 완벽한 성공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고흥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기고]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기고]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근 한 대기업 총수의 구속은 종전의 집행유예 선고 석방이라는 면죄부 부여의 관행과는 달라 크게 주목을 끈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일부 재벌대기업의 모럴 해저드 현상의 만연과 심각성은 조속히 치유해야 될 병폐다. 한국은 세계 7번째 ‘20-50클럽’에 올라 국제사회에서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20K)와 인구 5000만명(50M) 이상을 달성한 국가는 지금까지 단 6개국에 불과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서울대 석좌교수는 “기적의 한국 경제를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세계 유례 없는 초고속성장을 이룩한 저변에는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과 같은 탁월하고 선견적인 경영자들과 이들의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발전의 초석이었다. 근자에 재계에서 연이어 터진 대기업 및 그룹 오너들의 비리와 작태는 더 이상 선대의 모습이 아니다. 형제간 유산상속 분쟁, 자금 유용과 거액 해외 은닉, 저축은행의 고객예금 횡령과 유용 등은 대기업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초래하는 단초다. 프랑스 기업인들이 ‘부자세’ 신설로 증세를 주장하고, 미국에는 ‘워런 버핏세’로 기업인들이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모습들과 비교해 볼 때 사뭇 대조적이다. 양(洋)의 동서를 막론하고 자본주의사회의 기업은 그 역할이 매우 크다. 경영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가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은 가장 대표적·지배적인 기구”라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기업과 경제발전의 주역인 공인으로서의 CEO가 본업으로부터 일탈된 행태를 보일 때 대다수 국민들에게 기업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촉발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 재벌 대기업들은 최대의 지원자이자 최대의 고객인 국민을 존중하며 어렵게 대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재벌 대기업은 권위주의나 비민주적 요소를 청산하고 의식개혁, 도덕성 회복을 통해 기업, 사회 및 국가에 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기업의 경영권은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며, 기업이 매출을 많이 올리고 영업이익을 많이 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과 CEO가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다.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해서는 기업의 미래는 없다. 미국의 경우, 사랑받는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평균수익률은 미국 500대 기업 평균 수익률의 9배에 달했다고 하니 사랑받는 기업이 돈도 많이 버는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의 주요 투자기관들이 세계기업들의 매출, 경영관리, 사회공헌도 등을 평가한 바에 따르면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 삼성전자는 36위에 올랐다. 한국의 재벌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창의와 혁신만으로 오늘의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의 오늘은 기업주의 노력, 정부의 지원, 국민의 희생, 임직원의 헌신이라는 4자의 공동작품임을 명심하고, 기업과 CEO들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존재로 거듭나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랑받는 기업, 존경받는 CEO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이때 비로소 한국경제는 세계 속에서 지속 성장과 발전을 이루고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 [뉴스&분석] 안철수 ‘정치혁신 프레임’ 강화 의도는

    [뉴스&분석] 안철수 ‘정치혁신 프레임’ 강화 의도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국회의원 정수 및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등 세 가지 정치 혁신안을 제시하며 여야 정치권을 압박하자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안 후보는 ‘낡은 정치 세력과 새로운 정치 세력’이란 구도 아래 정치 혁신 프레임을 강화시키며 정국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24일 상황도 안 후보의 의중대로 되는 것처럼 비쳤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안 후보의 정치 혁신안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에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하자 안 후보는 즉각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반박하는 등 문 후보마저 낡은 틀에 가두려는 의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여야 정당들은 수시로 정치 개혁을 외쳤지만 실행에 있어서는 ‘현실’을 들며 미적거렸다. 이를 잘 아는 안 후보가 국민들의 정치 쇄신 요구를 내세워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에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 단일화 논의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단일화 무산 시에도 민주당이 혁신을 외면한 결과라고 몰아붙일 수 있다. 안 후보의 혁신 요구에 민주당은 곤혹스러워한다. 문 후보도 이날 국고보조금 축소와 중앙당 폐지는 비현실적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안 후보가 정당 정치인이 아니라서 비현실적인 공약을 내놔 정치 불신만 야기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도 보였다. 자연스레 안 후보의 정치 혁신 프레임이 작동해 민주당이 쇄신을 꺼리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반대로 안 후보는 낡은 정치 관행을 깨부수기 위해 상당한 저항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모습이 부각되는 ‘노이즈 마케팅’ 효과도 노리는 것 같다. 이에 따라 안 후보 측은 의연하고 당당하게 정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민영 대변인은 정치권의 반발에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했던 일”이라고 일축했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모든 후보가 출마해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시작은 아무도 하지 않고 있다. 개혁의 출발은 기득권의 포기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여야를 압박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정치 혁신안은 자칫 내부 분란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안 후보 측 한 인사에 따르면 전날 발표한 정치 혁신안을 두고 캠프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당장 실천하기 어려운 포퓰리즘적 공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앞서 안 후보가 제시한 청와대 이전 공약도 관심을 끌기 위해 급조됐다는 내부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안 후보가 효율성을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 기질이 강해 자꾸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혁신안을 제시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문·안 후보 측이 기초의원 공천 폐지나 기득권 내려놓기 등 정치 혁신안에 공감하는 부분도 적지 않아 시나브로 단일화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송수연기자songs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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