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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파키스탄은 동반자” 오바마, 反美 샤리프에 구애

    “미국과 파키스탄은 동반자” 오바마, 反美 샤리프에 구애

    파키스탄 제1야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가 지난 11일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일각에선 PML을 이끄는 나와즈 샤리프(왼쪽) 총재가 선거 운동 기간 반미 성향의 발언을 한 점을 들어 부정적인 변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미국은 총선 결과를 축하하면서 새 정부와의 협력을 기대했다. 버락 오바마(오른쪽)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축하 메시지를 통해 “미국은 새로 탄생할 파키스탄 정부와 동등한 파트너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친이슬람 성향의 샤리프 총재는 지난 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할 경우)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에서 빠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탈레반과의 협상 가능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샤리프 총재가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어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미국과 파키스탄 관계가 때때로 격랑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샤리프 총재의 공언과는 달리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완전히 끊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전력 부족, 실업 등 시급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모색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샤리프 총재의 총선 승리로 파키스탄과 인도의 ‘앙숙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다. 샤리프 총재는 13일 라호르에서 양국 간 오해와 불신을 불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곧 열릴 자신의 총리 취임식에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초청했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샤리프 총재는 “서로 간의 오해는 해소해야 한다”면서 자신과 싱 총리가 오랫동안 이 문제로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싱 총리는 “인도는 양국 관계의 새로운 길을 그리는 과정에서 파키스탄의 새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화답했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1947년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각각 분리독립한 이후 히말라야 지역인 카슈미르의 영유권 문제 등으로 세 차례 전쟁을 치렀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일로 자주 충돌을 빚고 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국공립대 교수 “성과급적 연봉 폐지” 집단 운동

    국공립대 교수들이 이명박 정부의 주요 대학 정책이었던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핵심인 ‘성과급적 연봉제’ 폐지를 요구했다. 서로 연봉을 뺏고 빼앗기는 격이라고 할 연봉제 탓에 교수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는 데다 단기 성과 위주의 연구에 집착하는 근시안적인 풍토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격렬한 교수사회의 반발에 교육부도 전면적인 검토를 약속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성과급적 연봉제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며, 성과평가에 필요한 자료 제출도 거부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총장 직선제 폐지, 학과 구조조정 등과 함께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핵심으로 2011년부터 단계별 도입됐다. 연구·교육·봉사 등 교수의 업적을 매년 평가해 연간 보수 총액을 결정한다. 기존의 보수체계는 성과평가에 따라 다음해 성과급을 책정하는 연간 방식이었다면, 성과급적 연봉제는 성과에 대한 보상의 일부가 기본 연봉에 가산·누적되면서 교수 간 보수의 격차가 해가 갈수록 급격히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성과급적 연봉제는 지난해까지는 신임 교수들에게만 적용됐지만, 올해부터 정년 보장 교수를 제외한 교수 전원으로 확대됐다. 대상 교수 숫자도 지난해 460명에 그쳤지만 올해 5000여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2015년에는 모든 교수에게 적용된다. 국교련은 당초 정부가 성과급적 연봉제 도입 근거로 내세운 ‘자발적인 동기 유발’과 ‘발전적 경쟁풍토 조성’ 효과는 전혀 없고 오히려 교수사회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입장이다. 국교련 측은 “매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단기적인 연구에만 교수들이 집착하고, 한정된 성과급을 놓고 상대평가가 이뤄지면서 교수사회에 갈등과 상호불신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교련은 앞으로 기자회견과 정책 토론회 등을 잇따라 개최하며 성과급적 연봉제 폐지의 정당성을 알려 나갈 계획이다. 교수들의 반발에 대해 교육부는 일단 제도의 문제점부터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서남수 장관은 지난달 18일 대전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연구를 진행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제도 전반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지난 정부와 같은 형태로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생각나눔] 국민연금 ‘국가가 지급보장’ 명문화 찬반 논란

    [생각나눔] 국민연금 ‘국가가 지급보장’ 명문화 찬반 논란

    “연기금이 곧 고갈된다는데, 매달 꼬박꼬박 내는 국민연금을 못 받으면 어쩌지.”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국민은 없을 듯하다. 정부가 1998년 이후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하면서 국민연금 고갈을 우려해 매번 급여율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국민연금 폐지운동’도 활발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국민들의 불신 해소 차원에서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법안은 지난 6일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6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졌다. 법안이 표류한 까닭은 기획재정부와 정치권의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는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라고 주장한다. 국민연금은 금융권에서 운영하는 개인연금 등과 달리 국가가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 지급 보장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국가가 지급을 명문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근거가 된다. 보복위 소속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연금 제도가 성숙한 독일과 일본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문구를 관련 법에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연금 제도가 나라마다 다르므로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국민연금 제도가 기초연금과 소득비례연금의 이중구조로 돼 있고, 국가 지급 보장은 기초연금에 한한다. 독일에는 연기금 부족 시 유동성 보조 조항이 있고, 정산 뒤 남는 금액은 반납하도록 돼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의 기초연금은 우리나라의 기초노령연금과 같은 것이므로 단순 비교가 힘들고, 독일은 현 세대가 낸 금액을 노인 세대가 받는 부과 방식으로 우리나라와 체계가 다르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또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하면 국가부채로 계상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사학연금과 국민연금은 기재부의 ‘연금회계준칙’에서 부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의 지급보장 명문화 시 국가부채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경우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연금제도 개혁에도 역풍이 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자 집단이 다양해 변수추정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커 부채로 인식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정부재정통계편람에도 사회보장급여를 정부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 등 외국에서는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하더라도 국가부채로 계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 신용도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금을 국가부채에 편입해 국가부채가 2배 늘었지만, 3대 세계 신용평가기관은 오히려 신용등급을 상향시킨 바 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국민연금과 달리 나머지 연금들은 법률로 국가 지급보장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130년 만의 조선책략 개정판/민병원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열린세상] 130년 만의 조선책략 개정판/민병원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1880년 김홍집이 일본에 수신사로 다녀와 고종에게 보고한 것이 일본 주재 청나라 공서참찬(公署參贊) 황준센의 ‘사의조선책략’(私擬朝鮮策略)이었다. ‘조선책략’으로 잘 알려진 이 책에 대한 당시 조선의 반응을 보면 눈에 띄는 점이 발견된다. 중국의 일개 외교관이 쓴 조선정세 분석이었음에도 고종과 대신들은 상당히 공감했고, 수신사를 접대한 일본의 후의와 외교정책 방안을 한 수 가르쳐준 중국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었다. 반면 무조건적으로 외세를 배격하려는 국내의 척화 여론에 대해서는 불신했다. 기울어 가는 나라의 운명을 되살려 보려는 조선 말기 지도층의 시세 인식이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책략’의 내용은 자못 논리적이었다. 강대국 러시아가 동아시아로 영토를 확장하려 하니, 가장 위기에 처해 있는 조선의 살 길은 중국과 친하고 일본과 맺고 미국과 연결하는 것이라는 것이 책략의 핵심이다. 추운 지방에 위치한 러시아는 항상 따뜻한 남쪽으로 팽창해 왔는데, 유럽에서는 터키를 노렸으나 열강들의 공동대응으로 뜻을 이루지 못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연해주로 야욕의 대상을 넓혀 왔다는 점이 강조됐다. 사할린과 만주를 취한 러시아의 다음 먹잇감은 조선반도임에 틀림없으므로 중국, 일본, 미국이라는 주변 국가들과 힘을 합해 견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중 일본을 평가한 부분도 독특하다. 조선과 일본은 늘 운명을 함께하는 지정학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보완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 나라가 망하면 다른 나라도 무사할 수 없다는 순망치한의 논리였다. 또한 과거 진(秦)의 확장을 주변 국가들이 힘을 합해 막아냈던 것처럼, 중국과 일본·조선이 러시아의 팽창을 막기 위한 세력균형 연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보았다. 유럽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약소한 자를 돕고 공의를 유지하려는 미국 역시 조선이 받아들여야 할 훌륭한 외교 파트너로 간주됐다. 그런데 이런 핵심적인 제안과는 별도로 글 속에 숨어 있는 중국의 조선관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당시 황준센은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중국의 힘뿐만 아니라 중국이 주변 국가를 침략하지 않는 평화지향적 국가라고 주장하면서 ‘온화한 제국’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베트남·미얀마와 같이 중국과의 관계를 등한시해 환란에 빠지지 말고 ‘한집안’이라는 인식으로 중국을 섬기면 외세의 야욕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과시가 깔려 있다. 당시 서양의 침탈로 청나라가 기울어져 가던 와중에도 조선을 여전히 속국으로 간주하던 중화질서관이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중국 인민일보는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둘러싸고 관련 국가들에 대하여 엄중한 훈계를 던졌다. 한반도 정세가 북한에 의해 좌우되어서는 안 되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위반하지 말라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동시에 미국에 대해서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제재만 해서는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고, 일본이 한반도 위기를 기회 삼아 군사적 팽창을 노려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도 덧붙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전쟁이 일어날 경우 최대의 피해자가 될 터인즉, 대화로써 중재를 취하라는 점잖은 조언도 잊지 않았다. 러시아 팽창의 위협에 직면했던 130여년 전 위기상황에 비해 환란의 원인은 달라졌지만, 중화질서관을 바탕으로 한 정세 인식은 그리 바뀌지 않은 ‘조선책략’ 개정판이라고 보아 무리가 없을 듯하다. 21세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중국의 조언과 인식은 중요하다. 이웃 강대국이 한반도 상황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책략’의 의미가 그 방략의 정확함보다는 주변정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점에 있음을 감안할 때, 오늘날의 ‘조선책략’ 개정판 이면에 깔려 있는 은근한 메시지도 필히 주목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조선책략’이 기울어져 가는 중국의 맥없는 자문이었다면, 지금의 ‘조선책략’은 커가는 중국의 힘이 잔뜩 실린 경고인 듯하여 자못 찜찜하다.
  • [저자와의 차 한잔]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펴낸 ‘史記’ 전문가 김영수

    [저자와의 차 한잔]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 펴낸 ‘史記’ 전문가 김영수

    26년째다. 1987년 석사 과정에서 ‘사기’의 ‘조선열전’으로 만나 지금까지 사마천(기원전 145~90?)의 ‘사기’에만 매달렸다. 120여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전역을 돌아 사마천의 발자국을 따르며 ‘사기’의 시공간을 확인했다. 하도 자주 들락거리니 한때 중국 공안에서 요주의 인물로 보고 입국심사를 따로 하기도 했다. 3년 전에는 사마천의 고향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넘어져 어깨뼈가 산산조각났다. 10시간 넘는 대수술 끝에 어깨를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위기를 몇 번 거쳐도 여전히 ‘사기’를 꼭 붙들고 있다. 이제 그의 이름과 사마천의 ‘사기’는 늘 나란히 간다. 명실공히 ‘사기’ 전문가로 불리는 김영수(54) 작가는 틈틈이 메모해 놓은 ‘사기’의 명문을 고르고 골라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생각연구소 펴냄)을 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정호텔에서 만난 그는 “‘사기’의 고사성어와 명구는 고상한 도덕적 잠언이나 얄팍한 처세서가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제왕과 지식인들이 등장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함축적이고 압축적인 언어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고 설명했다. “사마천은 열세 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현장을 누비면서 역사학자로서 철저한 교육을 받았어요. 바른말을 했다가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형벌을 받게 됐는데 죽음 대신 궁형(성기를 자르는 벌)을 택했죠. ‘사기’를 마무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그 치욕스러운 분노와 사무치는 원한보다 컸던 거죠. 그 위대한 업적을 지금 ‘사기’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겁니다.” ‘사기’는 무려 52만 6500자로 이루어져 있다. 사자성어는 600개에 이른다. 명언이나 격언을 합치면 1200개 문장을 훌쩍 넘을 것이라 했다. 이 중에서 작가는 190개 문장을 뽑아냈고, 그중 131개 문장이 이 책에 담겼다. 보기 쉽게 생사, 관조, 활용, 언어, 사로(思路), 유인, 승부 등 7개 장으로 나누었다. 각 고사성어마다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작가의 해석을 덧붙여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사기’의 정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작가는 자신을 “압축된 언어 속에 중국인의 심리와 문화가 다 숨어있는 것이 ‘사기’이고, 나는 그 압축파일을 풀어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참 적확하다 싶다. 책은 리더십과 인재 활용, 개혁 등에서도 들춰볼 것이 많다. 초나라의 혁신을 도운 ‘구조조정 전문가’ 오기가 있고, 시스템개혁에는 혁신적이었지만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진시황을 볼 수 있다. 중국사상 최고 개혁가로서 이론과 실천력을 동시에 갖춘 상앙도 있다.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도 돕는다. “우리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참 위험한 말이죠. 천하를 얻은 유방이 자신을 도운 장수 중 하나인 한신을 내친 토사구팽(兎死狗烹)의 근거가 바로 이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많을수록 좋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함부로 할 말이 아니죠.” 물론 중국 사람들 모두가 ‘사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닐 터. 현재 중국에서 ‘사기’는 바이블과 동급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중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역사와 문장 교육이 필수다. 지도급 인사가 되기 위해서는 중국 역사와 세계사, 철학을 공부해야 한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의 고향이 사마천이 태어난 산시성이라는 점, 시진핑이 연설 때마다 역사를 강조하는 것 등은 ‘사기’의 중요도를 높인다. 작가는 “사마천 당대에 한 무제가 펼친 공정은 지금 중국의 공정과 똑같다”고 했다. “한 무제 시절 고조선을 비롯해 많은 주변국가를 흡수했어요. 중화문명의 유구함을 강화하면서 서북으로는 실크로드를, 서남 티베트와 운남성 일대를 개척했죠. 동북으로 고조선을 친 겁니다. 이런 과정을 ‘사기’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국이 ‘사기’를 떠받드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때는 무력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와 문화, 민족기원의 문제로 파고들면서 공정을 이루고 있다고 봅니다. 이게 중국의 무시무시한 ‘소프트파워’죠.” 작가는 “중국에 비하면 우리나라 역사 공부는 초라할 정도”라면서 “이런 식으로 동북공정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작게는 삶의 방향을 찾고, 크게는 중국을 제대로 인식하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면 ‘사기’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 역할을 그 과정에 조금 보탬을 주는 것이고요.”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美는 北정권 붕괴 원치 않아… 평양의 대화신호 기다리는 중”

    “美는 北정권 붕괴 원치 않아… 평양의 대화신호 기다리는 중”

    “이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차례다. 그가 상호 불신과 적대적 구도를 전환하고 싶다는 분명한 제스처를 보여야 한다. 워싱턴은 평양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주최 국제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미국 하원 외교자문위원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는 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어린 지도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꾸 적대적 방향으로 국면을 끌고 가려고 하는데 이런 의도를 포기하도록 한·미·중 3국이 다자 체제로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쿱찬 교수는 ‘미국 시대의 종말’과 ‘적이 친구가 되는 법’이라는 저서를 펴낸 정치학자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을 지내는 등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인사로 평가된다. 다음은 쿱찬 교수와의 일문일답. →북한 비핵화를 위한 묘수는. -당장 효과가 없다고 해도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은 항시 열어둬야 한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도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대화로 해결됐다. 하지만 북한에 대해 냉정한 시각도 유지해야 한다. 북한과 실효성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은 제재 조치와 압박을 통해 북한 스스로 도발 비용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이란과 비슷하다. 역설적으로 북한 상황이 더 악화되어야 도발보다는 협상이 더 낫다고 북한 정권이 판단할 수 있다. →미 행정부 내 북한 정권 붕괴를 목표로 한 논의가 있다고 보는가. -미 행정부가 북한 정권의 붕괴를 계획하지도, 원하지도 않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대량 난민 사태뿐 아니라 북한군과 북한 내 핵물질에 대한 통제 상실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미국이 북한 정권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그 정권이 기능하는 상황이, 붕괴보다는 리스크가 더 적다는 판단이 있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문제 정권을 무너뜨리고 교체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가 대표적 사례다. 미국의 인식이 새롭게 바뀌었다. →워싱턴의 대북 대화파의 입지가 좁다는 지적이 있다. -북한이 도발을 통해 보상을 얻어내는 방식을 더 이상 작동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워싱턴 컨센서스’가 강하다. 그럼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적대국과의 대화 정책을 견지하는 진보적 성향의 지도자다. 시리아, 미얀마, 쿠바와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추진하는 만큼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 →북한과의 대화 전략은. -가장 중요한 단기적 목표는 방향 전환이다. 한·미 양국과 6자회담 틀을 볼 때 우리 쪽 진영은 방향 전환의 준비가 돼 있다. 결국 북한이 화답하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북한은 과거 여러 차례 합의 내용을 파기하며 대화를 후퇴시켰다. 김정은이 어린 지도자 이미지를 벗기 위해 더욱 적대적 방향으로 끌고 가는 건 유효하지 않다는 걸 한·미·중 3국이 확인시켜야 한다. 한국과 중국의 공조 강화는 양국에도 이익이지만 동북아 안정에도 꼭 필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라고 본다. 문제는 신뢰는 말로 구축하는 게 아니라 액션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뢰는 수많은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 ‘프로세스의 결과물’이다. 남북 간 접촉 기회의 확대뿐 아니라 동맹국 간에도 북한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 한·미 양국은 대북 경제 지원과 불가침 약속 등의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현재 없다. 우선 한반도의 뜨거워진 온도를 낮춰야 한다. →개성공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평가한다면. -남북한을 연결하던 하나의 끈이 양쪽에서 당기는 바람에 끊어진 상황은 매우 안타깝다. 최근 수주일 동안 긴박한 상황 속에서 긴장이 고조됐던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의 조치는 현명했다. 미국 정부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공장이 그 자리에 있는 만큼 공단이 재개돼야 한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성폭행 혐의’ 박시후, ‘A양 신상 유출’ 혐의로 또 피소

    ‘성폭행 혐의’ 박시후, ‘A양 신상 유출’ 혐의로 또 피소

    연예인 지망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배우 박시후(36·본명 박평호)씨가 시민단체에 의해 또 고발당했다. 시민단체 바른기획연구소는 2일 “박씨측이 수사과정에서 고소인 A(22·여)씨의 신상을 계획적으로 노출했다”면서 박씨와 후배 김모(24)씨, 박씨측 변호인 3명 등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서울 서부경찰서에 고발했다. 바른기획연구소는 지난해 11월 평등원칙 실현, 사회적 약자의 권익보호 등을 표방하며 설립된 단체다. 최근에는 사법시험 존치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박씨 등은 편집된 카카오톡 메시지를 치밀하게 준비해 언론 플레이를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 등을 노출한 사실은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객관적인 증거 없이 마치 경찰이 편파수사를 하는 것 처럼 언론 플레이를 해 경찰 신뢰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내는 등 불신 풍조를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박씨와 지난 2월 후배 김씨의 소개로 알게 된 A씨와 술자리를 가진 뒤 자신의 집에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김씨 역시 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됐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준강간·강간치상 혐의를, 김씨는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태안, 올해도 해수욕장 자릿세 다툼 여전하겠네

    “해수욕장 번영회장이 올해 또 자릿세 때문에 피서객들에게 고발을 당하라는 말이냐.” 전국 시·군 중 가장 많은 32개 해수욕장이 있는 충남 태안군 주민들이 텐트 설치비 등을 정한 조례안이 부결되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태안군에 따르면 관내 32개 해수욕장 주민들은 2일 군의회로 몰려가 항의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는 군이 상정한 ‘해수욕장 운영관리 조례안’을 최근 군의회가 “해수욕장별, 시설별로 요금을 차등화해야 한다. 더 보완하라”며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조례안은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번영회나 주민들이 사용료 징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샤워장 3000원, 텐트장 1만(소형 당일)~2만 5000원(대형 체류), 주차장 2000(소형 당일)~1만원(대형 체류) 등의 기준을 담고 있다. 하지만 조례안 부결로 올 피서철 또다시 텐트장 등의 사용료 징수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해졌고, 불법 운영이라는 불신을 씻기 어렵게 됐다. 이동의 군 주무관은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다시 입법예고, 주민의견 수렴, 법제심사 등 절차를 거쳐 군의회에 상정하려면 4~5개월이 걸려 올 피서철 조례 적용은 물 건너갔다”고 밝혔다. 이에 해수욕장 번영회에서 들고일어난 것이다. 피서철이면 태안 해수욕장 곳곳에서 텐트 설치비 등을 놓고 “무슨 근거로 돈을 받느냐”는 피서객과 주민 간 시비가 붙었고, 주민 한두 명은 고발을 당해 벌금을 수백만원씩 물었다. 지난해 안면도 한 해수욕장에서는 평상을 펴놓고 하루 2만원씩 받아 형사사건으로 번졌다. 한 피서객이 인터넷에 “주민들이 ‘우리는 자릿세를 받지 않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는데, 평상 사용료는 자릿세가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파문이 일자 평상을 설치한 주민이 피서객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태안군은 기름유출 사고 이후 급감한 관광객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해수욕장 사용료 근거를 마련해 신뢰를 회복해 보자고 이 조례안을 처음 만들었다. 해수욕장마다 들쭉날쭉한 사용료 징수 문제로 피서객들의 비난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조례안이 제정되면 피서철 음식점과 숙박시설 등의 ‘바가지요금’까지 덩달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윤현돈(54) 안면도 백사장해수욕장 번영회장은 “뒤늦게 이 같은 조례안을 만든 군이나 이 조례안마저 부결시킨 군의회 모두 행정을 잘못해 주민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로 밝혀낸 가스공사 태만경영/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탐사보도로 밝혀낸 가스공사 태만경영/심영섭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종이신문은 속보에서도 뒤지고, ‘원인을 얘기하기보다는 결과만 보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래서 사라질 위기라고 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속보 전달이 늘어나면서 종이신문이 결과만 나열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반영한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면 탐사보도를 꼽을 수 있다. 탐사보도는 감춰진 진실을 캐묻고, 우리 사회의 썩은 상처를 터뜨려 새살을 돋게 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가 되는 현실이 항상 보도거리인 셈이다.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신문이 보도한 ‘주먹구구 가스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탐사보도 시리즈는 오랜만에 종이신문에서 만난 알곡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우리나라 산업용 액화천연가스(LNG)값이 2009년 t당 409.5달러에서 2012년 3분기에 617.3달러로 50.7%가 뛰었다고 밝혔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산업용 LNG값은 2009년 t당 354.5달러에서 2012년 2분기에 315달러로 11.1%나 내렸다. 특히 산업경쟁력을 나타내는 산업용 LNG값과 가정용 LNG값의 차이가 우리나라는 93%였지만, 일본과 미국은 40~50%였다. 가정용 LNG값이 조금 오르더라도 산업용 LNG값이 내리면 전력생산과 공장에서 사용하는 LNG가격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낮은 전력값과 상품값을 지불해도 된다는 것이다. 낮은 산업용 LNG값은 소비자 후생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제 LNG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가스공사는 외국의 가스공급업체와 향후 20년간 267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20조원의 국부 손실을 낳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가스공사가 가스 수입과 공급을 독점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독점하다 보니 가격협상력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인 태만경영을 하는데, 최근 국회에서 가스 수입과 공급에 대한 민영화 입법을 시도하자 이를 막기 위해 장기계약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국부 낭비를 시도했다고 비판한다. 기사에서는 우리나라와 에너지 사정이 비슷한 일본과 비교해 가스공사의 독점적 경영의 문제점을 잘 짚어줬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개발 중인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 가스수입원은 더 다양해질 것이다(4월 2일자). 취재진은 최소한 산업용 LNG라도 민간업체가 직수입할 수 있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좋은 지적이다. 아쉬움도 있다. 탐사보도의 묘미는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실마리를 제시하는 데 있다. 그런데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 있는 가스장기도입계약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단순히 가스공사가 ‘수상한 거래’를 했고, 해외에서 ‘슈퍼 갑’으로 접대받는다는 의혹만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수상한 점’이 무엇인지, 감사원 감사나 국정조사가 필요한지에 대한 실마리조차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가스공사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는 비정상적인 가격문제만 반복적으로 보여준 한계가 있다. 또한 국회에서 추진하는 민영화 입법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산업계에 후생효과가 있는지도 좀 더 꼼꼼히 살펴봤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더 파고들어 후속보도가 있기를 기대한다. 탐사보도는 양날의 칼과 같다. 한번 빼들면 썩은 부위를 도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사회적 불신과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 멕시코 男경찰 퇴출?…女경찰만 교통위반 단속

    멕시코 男경찰 퇴출?…女경찰만 교통위반 단속

    멕시코에서 교통단속이 전면 마비된 지역이 등장하게 됐다. 불법 주정차, 과속 등 중대한 교통위반이 단속되지 않아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아져도 경찰은 속수무책 지켜만 보게 됐다.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멕시코 중부 멕시코 주의 18개 자치구역. 교통단속이 전면 마비된 건 차별 아닌 성차별 조치 때문이다. 멕시코 주는 지난해 8월 지방행정법을 개정, 여자경찰만 교통단속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남자경찰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멕시코 정부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찰은 부패했다.”는 응답이 90%에 이를 정도로 경찰에 대한 멕시코 국민의 불신은 높은 편이다. 멕시코 주는 불신을 타개하기 위한 개혁의 일환으로 교통경찰을 전원 여성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관련법을 개정했다. 교통단속을 하는 여자경찰은 오렌지색 라인이 들어간 검정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 하지만 멕시코 주 자치구역 중에는 아직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곳이 많다. 125개 자치구역 중 18개 구역이 남녀가 섞여 있는 혼성 교통경찰을 운영하고 있다. 여자교통경찰에게 입힐 유니폼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새 규정이 지켜지지 않게 되자 멕시코 주 당국은 “주내에서 새 규정을 어기고 교통단속을 하는 남자경찰이 발견되면 즉시 해고하겠다.”고 경고했다. 현지 언론은 “새 규정이 나온 뒤에도 늑장을 피운 18개 자치구역에서 교통질서에 큰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입주업체만 애꿎게 새우등 터지네요”

    “입주업체만 애꿎게 새우등 터지네요”

    “애꿎게 우리들만 새우등 터지네요. 대부분 업체들이 거기서 철수하면 안 되는 상황인데 참….” 지난 27일 경기 파주의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 앞. 북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나 이들을 맞는 사람들이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오랜만에 가족, 동료를 만나니 우선은 반가웠지만 얼굴의 웃음기가 오래가진 못했다. 전날 있었던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잔류인원 176명 전원 귀환’ 발표에 따라 이날 근로자 126명이 남쪽으로 돌아왔다. 이날 못 온 전기·통신 인력 50명은 29일 오후 5시에 내려온다. 오후 2시 30분쯤 첫 번째 귀환자 5명이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했다.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하던 이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꾸도 없다가 “정부의 결정에 서운함이 많다”고 짧게 불만을 표시했다. 곧이어 도착한 한국전력 김태성(53)씨는 “지난 3일 북한의 일방적인 출경금지 발표 이후 식자재 공급이 끊겨 라면을 주로 먹었다”면서 “언제 돌아갈지 기약이 없어 입주 업체 4곳의 짐을 우리 차에 나눠싣고 왔다”고 말했다. 의류업체 S&G의 현지 법인장 장민창씨는 “오늘 아침 10시까지만 해도 법인장 20~30명은 개성공단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면서 “하지만 정부 방침이 확고하니 결국엔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날 북한 측은 귀환자들에 대해 매우 까다롭게 굴었다. 한 제조업체 직원은 “북한 세관에서 일일이 짐을 열어보고 따져묻는 바람에 5분이면 끝나던 검색이 30분가량 걸렸고 신고분을 초과하는 짐에 대해서는 벌금도 철저하게 받아냈다”고 전했다. 마중 나온 사람들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했다. 플라스틱 조립업체 박남서(66) 대표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거래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개성공단에서 물건을 생산한다는 사실에 대해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고 했다. 둘째아들을 기다리고 있던 신정옥(77·여)씨는 “요즘 아들 걱정에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다”면서 “개성공단이 대체 뭘 잘못했다고 툭하면 물고 넘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日언론, 아베정권 비판 잇따라

    일본 언론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옹호 발언, 무라야마 담화 수정론 등을 들고 나온 아베 신조 내각에 대해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각료들의 역사인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총리 관저 출입기자들이 26일 이례적으로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몰아 붙이는 등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도 연출됐다. 총리 관저 출입기자들은 오전 스가 관방장관이 브리핑을 시작하자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벌였다. 스가 관방장관은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을 놓고 한국과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외교문제가 됐다고는 보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자 기자들이 나서 “현실은 한국에서 총리의 발언이 침략전쟁의 부정으로 크게 보도돼 외교문제가 되고 있다”며 “무라야마 담화중 어느 부분을 계승하고 어떤 점은 계승하지 않는지를 지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다그쳤다. 당황한 스가 관방 장관은 “저는 외교 문제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우겼고, 이에 기자들은 “지금 한국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외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그쪽(내각)의 희망에 지나지 않는다”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스가 장관은 “아니 그러니까...”“(초조해하며) 저기, 손을 들고 얘기하세요”라며 말을 더듬는 등 쩔쩔맸다. 주요 신문들도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마이니치 신문은 ‘총리의 역사인식을 의심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본이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야스쿠니 참배와 관련한 주변국 등의)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는 총리의 발언은 냉정함을 결여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사히 신문도 ‘조용한 참배를 위해’라는 사설에서 “침략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하면 이웃 국가뿐 아니라 유럽국과 미국의 불신도 강해지게 된다”며 “1978년 야스쿠니에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이후 쇼와 일왕도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평소 아베의 경제정책에 대해 호의적인 논조를 유지하던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역사문제를 과열시키지 말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이웃을 두루 살피는 판단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서울광장] 여의도 안철수는 달라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서울광장] 여의도 안철수는 달라야 한다/김종면 수석논설위원

    이제 여의도의 안철수다. 정치권 안팎을 오가며 정치인 아닌 정치인 행보를 이어온 안철수가 국회의원이 돼 현실정치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안철수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서 새 정치를 싹 틔워 전역에 우거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새 정치’다. 안철수식 새 정치가 무성하게 가지를 뻗어 숲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그동안 보여준 새 정치라는 이름의 ‘헌 정치’는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안철수는 자신의 존재 이유인 새 정치의 미래를 위해서도 지난 대선 과정의 일들을 아프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구호로서의 새 정치, 제스처로서의 새 정치가 적지 않았다. 하나하나 복기하며 반성의 재료로 삼아야 한다. 상대방이 엄연히 존재하는 단일화 협상을 벌이다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느닷없이 후보직을 사퇴하며 정치판을 조롱거리로 만든 무책임이 새 정치인가. 하지만 그것도 원모심려의 정치행위라고 치자. 그런데 대선 당일 투표만 마치고 독재자 망명하듯 부랴부랴 미국으로 가버린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스스로를 ‘상식파’로 규정하는 이가 취할 행동이 아니었다. 이 꼴 저 꼴 보기 싫다면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면 될 일이다. 정치지도자는 일거수일투족이 진중해야 한다.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기쁨이든 슬픔이든 함께하리라고 믿었던 ‘48% 국민’, 아니 그 나머지 국민도 한 편의 허무극을 보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진실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새 정치도 마찬가지다. 남이야 뭐라고 하든 내 일만 보겠다는 오불관언식 이기적 행태가 새 정치일 수는 없다. 낡은 제도를 혁파하는 것만이 새 정치가 아니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 전제되지 않는 새 정치는 공허하다.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야말로 새 정치의 본령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국민의 가슴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역대 대선 후보들이 그랬듯이 안철수도 좀 더 고난의 세월을 견디며 국민의 부름을 기다리는 게 나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안철수는 두 달 남짓 짧디짧은 ‘숙고의 기간’을 보낸 뒤 명분은 약하지만 만만한 지역구를 골라 국회의원에 출마했다. 그 와중에 ‘안(安)하무인’이라는 험한 말도 들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새 정치의 대의가 아무리 고귀한 것이라 해도 그 실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박수를 받기 어렵다. 정치상의 권도(權道)는 새 정치와 어울리지 않는다. 힘이 정의가 되는 세상을 바꾸자는 게 새 정치 아닌가. 아무튼 국민은 안철수의 정치복귀 시기와 방식에 선뜻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에게 다시 한번 새 정치의 멍석을 깔아줬다.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안철수는 이제 문제가 아니라 답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이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는 새 정치인지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식상할 대로 식상한 모호한 화법부터 바꿔라. 국민은 더 이상 레토릭 정치에 끌리지 않는다. 윌리엄 깁슨을 인용하고 조동화의 시구를 읊조리기 전에 조병화 시인의 ‘공존의 이유’ 한 대목을 먼저 가슴에 새겼어야 했다.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정치인에게 언어는 생명이다. 당장 초미의 관심사인 안철수 신당 문제부터 분명한 어조로 쉽게 말해야 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확인했듯 민주통합당 체질에 좀처럼 녹아들지 못하는 안철수다. 무소속의 한계는 스스로 절감했을 터이니, 그렇다면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제3의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사색의 정원에서 한가로이 노닐 때가 아니다. 결국 안철수 대 안철수의 싸움이다. 우유부단하다는 세간의 평이 무색하게 자신의 피에 결단의 DNA가 흐르고 있음을 만천하에 보여줬으면 좋겠다. 위대한 ‘고등사기꾼’ 백남준은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꿔놓았다. 영리한 ‘성’(聖) 안철수는 과연 새 정치로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jmkim@seoul.co.kr
  • [지금&여기] 김지선의 낙선 인사/김효섭 정치부 기자

    [지금&여기] 김지선의 낙선 인사/김효섭 정치부 기자

    정치와 스포츠 경기는 비슷한 점이 많다. 정치의 꽃이라는 선거는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선거와 스포츠 경기는 철저하게 승자 우선이다. 축구에서 한 골이라도 더 넣은 팀은 웃으며 경기장을 떠날 수 있는 것처럼, 선거에서도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자가 신문 지면에 꽃다발을 목에 걸고 웃는 사진을 실을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선거 뒤 지면에서 낙선자들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제나 승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낙선자도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다. 지난 24일 재·보선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던 오후 10시를 조금 넘겨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당선되신 안철수 후보께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국민을 위한 새 정치를 펼쳐 가시길 바랍니다”라고 시작하는 김지선 진보정의당 후보의 낙선인사였다. 그는 기자에게 따로 보낸 이메일에서 “노회찬의 아내라는 것이 물론 좋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40년간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사회운동을 해 왔는데, 사람들이 노회찬만 이야기할 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 노회찬의 아내가 아닌 정치인 김지선으로 기억되도록 더 노력하겠다”며 패자의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당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선에서 김 후보는 5.7%, 정태흥 통합진보당 후보는 0.8%의 득표율을 얻었다. 부산 영도의 민병렬 통진당 후보는 12%, 충남 부여·청양의 같은 당 천성인 후보는 5.7%를 득표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4·11 총선에서는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 역사상 최다 의석인 13석을 얻으며 원내 제3당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이후 당내 분란과 종북(從北) 논란으로 국민은 진보정당에 등을 돌렸다. 위기를 맞은 건 분명하다. 그렇다고 진보정당의 수명이 벌써 다했다고 쏘아붙이는 건 과하다. 정치와 정당도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결국 소비자의 불만족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도 없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을 강요받는 것에 대한 결과인 것이다. 다양한 제품이 경쟁하면서 소비자의 만족이 늘어나는 것처럼 정치에서도 다양한 이념과 지향점을 가진 정당이 더 많이 등장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선택폭이 늘어나고 조금이라도 더 정치라는 상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newworld@seoul.co.kr
  • “동북아협력구상은 한·중·일·러 정치갈등 줄이기 위한 첫걸음”

    “동북아협력구상은 한·중·일·러 정치갈등 줄이기 위한 첫걸음”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내 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다음 달 미국 방문때, 미국을 포함해 동북아 국가들과 비정치적 분야부터 신뢰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제안하겠다고 처음으로 밝혀 관심을 끌었다. 박 대통령은 “한·중·일·러 등 아시아 역내 국가 간에 경제적 상호 의존도는 높아지는 반면, 정치·안보 면에서는 불신과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갈수록 우경화 노선을 달리고 있는 일본과 고착화되고 있는 개성공단 사태의 해법으로는 신뢰를 기반한 원칙론을 제시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전문성을 중시해 사실상 공무원의 보직을 자주 교체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원자력협정을 연기한 배경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꼬여만 가는 한·일 관계와 관련해 “협력적 관계이고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가해자인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상처가 덧나게 되면 미래 지향적으로 가기 어려우니 (일본이) 그 부분에 대해 지혜롭고 신중하게 해 나가기를 바란다”면서 “우리 세대의 아픔과 걸림돌이 후세에 이어지지 않도록 기성 세대가 정리하고 끊고 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바른 역사적 성찰을 바탕으로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 바란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남북한 신뢰가능한 관계의 시금석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조속한 해결을 바라지만 과거처럼 무원칙한 퍼주기나 적당한 타협을 통한 해결은 새 정부에선 결코 있을 수 없다”면서 “자칫 잘못된 대처로 큰 위기를 초래하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경제민주화 논란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위한 창조경제는 같이 가야 한다”면서 “특정 상대를 정해 놓고 견제와 제재를 가하는 게 경제민주화가 아니며 각 경제주체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고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힘들게 선정했기 때문에 자주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정무직은 바뀔 수 있으나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순환 보직이 아닌, 자리를 지키도록 하는 그런 투트랙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기업 인사에 대해서는 “산은금융지주는 정부가 임명하고 정부가 인사를 잘할 책임도 있다”면서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은 국제금융, 거시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고 정책금융에 대해서도 잘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새 정부가 꼭 해내야 할 일 중 하나로 꼽았다. 박 대통령은 “2015년까지 정부부터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에 대해서는 전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서 “ 근본적인 노력으로는 학벌과 관계없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능력 여부를 재는 직무능력표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朴대통령 “美 포함한 동북아 협력체 구상”

    朴대통령 “美 포함한 동북아 협력체 구상”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 간 다자 협력 협의체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서울신문을 비롯한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4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아시아 역내 국가들 간에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는 중에도 정치·안보 면에서는 불신과 갈등이 증폭되는 이른바 ‘아시아 패러독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꼭 정치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기후변화, 원전안전, 환경, 대테러 등의 문제를 두고 협력과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며 다른 나라에서도 공감할 것”이라며 “북한이 포함돼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서울 프로세스’로 명명한 박 대통령은 다음 달 방미 기간에 미국에 공식 제안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일본의 극우화 움직임에 대해 “역사 인식을 바르게 하는 것을 전제하지 않은 채 미래지향적 관계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며 “이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경화로 가면 동북아와 아시아 여러 국가들 간 관계가 어려워질 것이고, 일본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깊이 신중하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대검 중앙수사부 역사속으로] 박영수 “불신의 멍에 짊어져 아쉬워… 공백 없어야” 심재륜 “대체기구 성공 관건은 정치적 독립성 확보”

    “검찰에 대한 불신의 멍에를 특수수사의 상징인 중수부가 짊어지게 된 것 같다. 아쉽지만 (중수부의) 공백은 없어야 한다.” 23일 대검 중수부가 3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전직 중수부장들은 섭섭한 심경과 함께 앞으로 대기업과 권력형 비리사건 수사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중수부장이었던 박영수(61) 변호사는 “섭섭하고 걱정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재직기간 동안 현대차그룹 비리 수사를 담당하면서 권력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예전 중수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등 권력에 굴하지 않는 수사로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에게는 국민검사라는 별명도 붙은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지만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부터 지난해 검란사태까지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고, 국민은 검찰을 불신하게 됐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중수부가 짊어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수사의 효율성이나 정치적 독립성 부분만 보면 중수부만 한 기구가 없다”면서 “(중수부의) 공백을 메우고자 대안으로 언급된 상설특검도 기구특검이나 제도특검 등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비리 사건과 한보그룹 수사 등으로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던 심재륜(69) 변호사도 “거대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들을 수사하는 데 있어 중수부를 따라올 곳이 없다. 조직화됐고 노하우가 있는 곳인데 폐지한다니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어 “중수부의 순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기구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독립성 확보가 앞으로 중수부를 대체할 기구가 성공하는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재직 시절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담당했던 이인규(55) 변호사도 “중수부가 존재함으로써 눈치를 보고 불편해야 할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렇게 간판을 내리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대검 중앙수사부 역사속으로] 영욕의 32년… ‘거악척결 본산’서 ‘정치검사 소굴’로

    [대검 중앙수사부 역사속으로] 영욕의 32년… ‘거악척결 본산’서 ‘정치검사 소굴’로

    대검 중수부는 ‘거악 척결의 본산’으로서 검찰의 자존심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러한 자부심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국민의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사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국민에게는 ‘정치검사의 소굴’로 비쳤다. 이동열(대검 특별수사체계 개편 추진 TF팀장) 서울고검 검사는 23일 중수부 현판 하강식에서 이런 국민감정을 의식한 듯 “우리의 드높은 자부심의 반대편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자라고 있었음을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면서 “국민의 칼이 되었어야 할 중수부가 국민의 불신을 받아 더 이상 막중한 사정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뒤늦은 자각이 이 자리에 선 우리를 더없이 아프게 한다”고 말했다. 중수부는 지난 32년간 한국을 뒤흔든 거대 권력형 비리 수사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1980년대 대통령의 친인척과 금융권 핵심인사가 연루된 이철희·장영자 어음 사기사건, 명성사건, 수서사건, 율곡비리,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한보사건,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 사건, 불법 대선자금 수사,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이 중수부를 거쳤다. 이철희·장영자 사건에서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 광업진흥공사 사장이 구속됐고 이 사건은 이후 금융실명제 도입의 계기가 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중수부가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사정의 칼날을 들이댔다. 중수부는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임 중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해 노 전 대통령 등 22명을 입건하고 3명을 구속기소했다. 1997년에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의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해 현철씨 등 6명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중수부는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데다 수사 대상의 대부분이 정치권력이었던 만큼 정치 중립성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 논란은 2009년 중수부의 칼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격화됐다. 중수부는 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유착 의혹을 수사했지만 수사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전직 대통령이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정리됐다. 이 사건으로 중수부를 향한 사회적 시각은 크게 악화됐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과 최재경 당시 중수부장이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자체 개혁안을 놓고 대립하면서 한 총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검란’(檢亂)까지 일어났다. 이는 검찰 내부적으로는 개혁 방향성에 대한 대립이지만 국민들에게는 검찰의 라인별 이권 다툼으로 비쳐졌고 당시 유력 대권 후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검은 중수부가 폐지됨에 따라 중수부에 파견됐던 검사 15명과 수사관 18명을 일선 청에 재배치했고, 남은 중수부 수사인력 10여명은 증권범죄 합동수사단 등 일선 부서에 추가 배치할 방침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中 쓰촨성 강진] 中, 사회단체 방문 불허… 정보통제 의혹

    중국 당국이 쓰촨(四川)성 야안(雅安)시 등 지진피해 지역에서 사회단체 등이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구조 및 복구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22일 신경보 등에 따르면 국무원 판공청은 전날 오후 각 사회단체 등에 통지문을 보내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지진피해 지역에 자원봉사자 등을 파견하지 못하도록 했다. 당국은 일단 ‘원활한 구조활동’을 이유로 제시했다. 여진이 계속되는 등 위험이 큰 데다 산사태 등으로 도로 곳곳이 끊긴 상황에서 너무 많은 차량이 몰릴 경우 부상자 이송 및 구호 물품 수송 등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년 전 쓰촨대지진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지진으로 5000여명의 학생이 희생됐는데 그 원인이 학교 건물의 부실시공 때문이라는 사실이 현장에 접근한 학부모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의해 잇따라 폭로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된 바 있다. 결국 중국 당국이 이번에도 5년 전과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상황을 우려해 일반인과 사회단체 등의 현장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중국 공안(경찰) 당국이 “혼란을 가중한다”는 이유로 민간단체와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쓰촨성 성도 청두(成都)의 티베트족 승려들도 구호 활동을 위해 야안으로 가던 도중 저지당했다. 앞서 쓰촨성은 지난 20일부터 일반 차량이 재해 발생지역으로 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으며 기업이나 개인이 자체적으로 재해지역에 구호물자 등을 보내는 것도 금지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왜 환경청에 물이용부담금 ‘물’ 먹였나… 서울·인천의 항변

    인천시가 서울시와 함께 물이용부담금 납부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한강수계관리위원회의 물이용부담금 운영 체계에 대한 불신이 쌓인 결과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물이용부담금이 당초 취지대로 활용되지 않는 데다 부담액 조정 과정마저 거치지 않았다며 4월분 42억원을 내지 않았다. 서울시도 150억원 납부를 거부했다. 두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말 수계관리위 실무위에서 2013~2014년 부담액 조정안이 부결, 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음에도 종전 부과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물이용부담금은 상수원지역의 수질 개선과 주민 지원사업을 위해 서울, 인천, 경기도 등 한강 팔당상수원 하류 수도권 시민들이 내는 환경세다. 인천·서울시는 t당 140원 하는 물값보다 비싼 t당 170원의 물이용부담금을 내고 있음에도 상류지역 수질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도요금에 포함되는 물이용부담금은 1999년 도입 당시 t당 80원이었으나 2년마다 빠짐없이 올랐다. 이들 지자체는 상수원 상류 주민 수가 점점 줄어 지원 대상이 감소했고, 상류지역 수질개선을 위한 기반시설이 포화상태에 달해 부담금 인하 요인이 발생했다고 강조한다. 또 수계관리위가 수질개선 사업을 위한 올해 토지매수 비용을 900억원으로 의결했음에도 한강유역환경청이 1500억원으로 증액하는 등 물이용부담금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원안대로 900억원을 적용한다면 물이용부담금을 t당 20원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도 납부자와 수혜자 외에 기금과 관련 없는 제3자 개입으로 기금이 운용되는 불합리한 구조에서는 더 이상 물이용부담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금 관리 및 협의·조정 기구인 한강수계관리위(9명)에는 부담금을 내는 서울, 인천, 경기(3명) 외에 기금 조성과 관계없는 6명이 포함돼 부담액과 지원사업 등을 결정함으로써 기금 납입자의 의견이 차단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물이용부담금은 한해 4000여억원이 걷히며 경기 40%, 서울 46%, 인천 12% 등의 비율로 부담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물이용부담금 부과 대상을 상수원 수혜를 받고 있는 한강수계 전 지역(강원, 충청 포함)으로 확대하고, 국가 및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수질개선비용(토지매수, 환경기초조사 등)으로 활용할 수 없도록 용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제도 시행 당시 팔당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5에서 1.1으로 내려가는 등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면서 “부담률 조정은 한강수계 5개 시·도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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