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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 180도 바뀐 ‘朴心’… 당·정·청 협조체계 ‘흔들’

    [세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 180도 바뀐 ‘朴心’… 당·정·청 협조체계 ‘흔들’

    청와대가 12일 세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불과 나흘 만에 180도 바꿨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가 마련한 세법 개정안에 사실상 ‘비토권’을 행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책 수립 및 조율 단계에서 당·정·청 간의 협조체계와 정무적 판단 문제를 드러낸 채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청와대는 주말인 지난 10~11일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론 흐름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데도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때만 해도 세법 개정안이 정부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야 하는 데다, 국회로 넘어가면 수정·보완될 여지도 있는 만큼 당장은 여론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됐다. 이 같은 입장은 또 정부 발표 다음 날인 지난 9일 조원동 경제수석의 ‘해명성’ 브리핑의 연장선으로도 간주됐다. 조 수석이 브리핑 당시 언급한 “증세가 아니다”, “봉급생활자들이 다른 분들보다 여건이 낫다” 등 문제성 발언에 대한 청와대 내부 비판론도 별문제가 안 되는 듯했다. 같은 맥락에서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서는 이날 박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직전까지도 세법 개정안에 대한 ‘원안 고수’ 입장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런 관측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정책 불신은 물론 정부 신뢰도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상황에서 ‘원점 재검토’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신뢰와 원칙을 중시하는 박 대통령이 불과 나흘 만에 입장을 변경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추측만 난무한다. 우선 박 대통령에 대한 사전 보고가 충실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고 누락 등이 있었다면 책임자 문책도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세법 개정안에 대한 세부 내용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황우여 대표는 논란이 확산되던 지난 10일에야 구체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판 여론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조기 진화’에 초점을 맞췄을 가능성도 있다. ‘세금 논란’은 정치 쟁점이 아닌 민생 이슈라는 점에서 안이한 대처로 수습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사설] 日 방사능 바다 유출 두고만 볼 일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하루 300t씩 인근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마침내 시인했다.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참사가 발생한 것이 2011년 3월이니 무려 2년 5개월이나 방사성물질에 오염돼 바다가 병들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은 이 같은 끔찍한 사실을 지금까지 숨겨오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오염수의 바다 유출을 인정했다. 그리고 뒤늦게 오염수 차단 처리비용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원전사고 이후 ‘거짓’과 ‘은폐’로 일관해 온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은 이미 임계점에 달했다. 인류 공동의 운명이 걸린 환경문제에조차 ‘자폐적’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양심불량 국가’로 불려도 할 말이 궁할 듯하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동토(凍土) 차수벽’을 만들어 원전 오염수를 막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오염수의 해양 유출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최인접국인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비상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는 일본 측에 오염수 유출 실태와 피해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요구해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 조사단도 파견해 방사능 오염의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방사능 관련 루머를 단지 ‘괴담’으로 치부하며 처벌만을 강조하기에는 국민의 불안이 너무 크다. 그런 안이한 발상으로는 괴담이 또 다른 괴담을 낳는 괴담의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근본대책이 있어야 한다. 일본산은 물론 다른 외국산, 심지어 국내산 수산물까지 믿을 수 없어 하는 형편이다. 모든 수산물에 대한 검사를 더욱 강화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검역 당국은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수산물에 대해 ‘적합’, ‘부적합’ 식으로만 표시하지 말고 세세한 정보를 제공해 먹거리의 안전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원산지가 다른 동종 수산물이 섞여 있을 수도 있는 샘플조사 대신 전수조사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금도 적잖은 일본산 수산물이 들어오는 데 시중에선 일본산 팻말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원산지 표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일본산이 별 어려움 없이 러시아산이나 국내산으로 둔갑해 팔리는 데 대한 대책은 뭔가.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수입을 전면 금지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대응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 [시론] 부정청탁 금지법, 이젠 국회가 나설 때/최진욱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부정청탁 금지법, 이젠 국회가 나설 때/최진욱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한국은 세계 15위권의 경제력을 보이고 있다. 1960년대 초반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채 되지 않은 최빈국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경제 성장을 한 것은 가히 기적과도 같다. 반면 2012년 정부의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45위에 그쳤다. 최근 전·현직, 직위, 부처를 막론하고 연일 쏟아져 나오는 공직 사회의 부패 사건은 청렴에 관한 우리나라의 현 주소이다. 부패에는 거의 필연적으로 공직자가 개입되어 있다. 공직 사회의 부패를 척결하지 않는 한 부패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부패가 발생하는 복잡성만큼이나 그 해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패에 가담한 공직자에 대한 예외 없는 처벌과 함께 부패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부패 인식에 관해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받는 홍콩과 싱가포르도 과거 극심한 부패를 그렇게 해결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 방지를 위한 중요한 법 제정을 추진하였다. 공직자가 알선·청탁이나 사적인 이익에 매몰되어 공직을 개인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부정청탁 금지법)이 그것이다. 그렇게 추진되었던 이 법이 입법예고 이후 1년 동안 논의를 거쳐 드디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국회에 제출되었다. 입법예고 기간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에 비해 과잉처벌을 우려하는 정부 부처와 협의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이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는 등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공직자가 금품을 수수할 때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다. 원안에서는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수수한 경우에는 형사 처벌, 1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였다. 이번에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에서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직위나 직책 등에서 유래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금품을 수수한 경우는 형사 처벌하는 것으로 조정되었다. 그 외에 직무와 관련 없는 금품은 기부, 후원 등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과태료로 제재한다. 정부안은 무조건 공직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보다, 엄하게 처벌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기준점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지를 고민한 결과물이다. 직무관련자가 제공하는 금품은 향후 청탁을 위한 일종의 ‘보험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100만원보다 적은 금액이라고 해도 엄격한 잣대로 처벌해야 하는 것이 옳다. 이번 정부안은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원안에 비해 약화된 것만은 아니다. 후퇴, 반쪽짜리 논쟁보다는 우리 사회의 청탁 관행과 공직부패 근절을 위해 향후 국회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고 국민의 기대를 담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때이다. 실제 이 법은 대가성 없는 금품수수 금지만이 아니라 부정청탁의 금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라는 의미 있는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부정청탁 금지는 일반 공직자보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조항이다. 최근에도 한 국회의원이 지역구 교육감에게 인사 청탁하는 문자를 보낸 것이 문제된 적이 있다. 이제 이 법의 통과는 국회에 달려 있다. 우리 사회의 불신 중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장 무겁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고 이 법의 통과에 나서야 할 때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 제출된 부정청탁금지법이 국회의원의 손에서 온전히 그 초심을 지켜갈 수 있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희망해 본다.
  • [사설] 근무시간 경마장 출입 공직자 엄중 문책하길

    평일 근무 시간에 경마장을 드나든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 국립대 교수 등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구제역 현장에서 일하다 이탈해 경마를 한 공무원이나 수업을 빼먹고 경마장을 출입한 교수와 교사도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이러니 공직자들이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욕을 먹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대다수 공무원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봉급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일부 공무원들의 비리나 일탈 행동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업무 관계인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일은 하도 잦아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교묘한 방법으로 거액의 공금을 빼돌려 탕진하는 사건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 처벌을 받았다. 또 엊그제 내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경찰관처럼 사생활 관리를 잘못한 공직자들의 사례도 자주 드러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무원도 사람이니 도덕군자처럼 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생 안정된 신분을 보장해 주고 일반기업보다 긴 정년과 공무원 연금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한눈 팔지 말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공무원은 좀 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도록 요구받는다. 그런 뜻에서 “하는 일에 비해 수당을 너무 많이 받는다”며 스스로 자신의 수당을 대폭 줄여서 받은 조무제 부산법원조정센터 상임조정위원장의 태도는 공무원들이 귀감으로 삼아 본받아야 한다. 정권 교체기를 전후해 해이해진 공직 기강을 바로잡으려면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들은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감사원은 적발된 공무원들을 징계 처분하도록 각 기관에 통보했다고 한다. 제 식구 감싸기로 해당 기관들이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가볍게 다스렸다가는 이런 일들은 또 일어나기 마련이다. 규정 내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징계 처분을 해 일벌백계하기 바란다. 우리 사회는 지속되는 경제불황 등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바짝 긴장해서 밤낮 없이 일을 해도 어려운 때다.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이 중심이 되어 자세를 다잡고 앞장서야 하지 않겠는가. 새 정부는 난국을 타개하려고 지혜를 짜내고 있고 국민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인내하며 좀 더 나은 미래를 맞고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런 판에 일탈 행위로 기강을 흩트리거나 나 혼자 편하면 그만이라며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씨줄날줄] 일본산 생선과 식탁/서동철 논설위원

    일본에서 들여오는 수산물이란 명태와 횟감 정도라고 생각했다. 동태가 아닌 생태는 일본산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원산지 표시가 일본으로 된 돌돔, 참돔, 벵에돔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수입 수산물 목록을 보니 아니었다. 명태는 물론 고등어와 갈치, 낙지, 장어, 홍어, 꼴뚜기, 마른새우, 왕게, 가리비까지 다양했다. 횟감으로도 다랑어, 눈다랑어, 남방참다랑어, 황새치, 돛새치 같은 다양한 참치 종류가 더해졌다. 영남 지역에서는 제사상에도 오르는 상어까지 수입하고 있으니 일본 수산물은 어느새 식탁을 휩쓸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방사능 괴담(怪談)이 수그러들줄 모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나서 걱정했을 정도이니 악영향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괴담은 ‘일본 국토의 절반이 고농도 방사능에 오염됐다’거나 ‘한국이 수입하는 명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생각해 보면 일본은 지리적으로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이웃이다. 게다가 먹거리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일본의 환경문제에 초연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괴담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도쿄전력이 2011년 방사성물질 유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지속적으로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고 고백한 이후의 일이다. 일본 정부의 사고 수습이 신뢰를 주지 못하니 괴담이 떠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세력이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근절해야 한다. 하지만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국민의 원초적 욕구가 괴담의 형태로 나타났다면 그 원인을 해소시켜 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일대 8개현에서 잡힌 수산물은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도 정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의 방사성물질 허용 기준치는 일본을 따르고 있다. 나아가 독성이 강한 플루토늄은 아예 기준치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원전 관련 먹거리 대책은 이제라도 수용자인 국민 중심으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일본에서도 다국적 자원봉사자들이 각 지역의 방사선량을 측정해 공개하는 세이프캐스트(Safecast) 같은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을 어느 정도 신뢰한다면, 우리가 일본 방사능 오염에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부는 국민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도록 보다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열린세상]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열린세상] 금융 감독과 소비자 보호/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금융소비자 보호를 전담하게 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독립하는 형태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가닥이 잡힌 것 같다. 금융감독체계 선진화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안은 현재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안에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결론이었다. 이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최종적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금융위원회 안에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과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금소원이 병렬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쌍봉형 모형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둘러싼 행정체계는 변화를 겪으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지만 아직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 국내금융정책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찬반이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국제금융정책과 국내금융정책이 분리될 수 있는가는 생각해봐야 할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정책기능과 금감원을 통한 감독기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금융위원회가 정부행정조직인 반면에 금감원은 민간조직이면서 정부조직의 기능을 하는 복잡한 조직이다. 이렇게 다소 기형적인 체제에 대한 장기적 관점의 접근 대신에 금감원에서 소비자담당 기구를 독립시키느냐 마느냐의 논쟁으로 결론이 나게 된 것이다. 어떤 행정조직도 완벽할 수 없어서 기존의 조직을 없애거나 새 조직을 신설한다고 해서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고와 관행이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은 같은 상황에 봉착하게 될 뿐이다. 금소원을 신설하는 것이 개악이 되지 않기 위해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금소원이 독립해야 한다는 논리의 근저에는 기존의 금감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금감원은 본연의 업무를 망각하고 사회적 큰 파문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금소원이 생기면 이러한 사태가 자동으로 근절될 것인가. 감독기구라는 막강한 갑이 하나 더 생기면 사회구조가 약자 편으로 움직일 것인가. 이것은 정치가 개입하지 않고, 관치가 결탁하지 않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원리를 이해하는 금융소비자가 전제되지 않고는 어렵다. 둘째, 금소원은 마치 소비자를 대변하고 금감원은 업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몰고 가는 이분법의 논리는 옳지 않다. 금감원이 금융업계를 위해서 일한다고 느끼는지 금융기관에 물어볼 일이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을 감독하는 이유는 크게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도 포함된다. 금융기관이 건실하게 성장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금융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셋째, 금소원은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아마도 출발은 금감원의 금융소비보호처가 그대로 분리 확장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기구란 팽창 지향적 속성이 매우 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감독기구가 갖는 막강한 권력을 앞세우고 업계를 볼모로 기구를 확장하려 할 것이다. 처음부터 예산의 재원부터 소속 직원들의 신분까지 철저하게 준비해서 시작해야 한다. 넷째, 금소원의 신설이 성공적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용의 묘이다. 자산건전성을 감독하는 금감원과 시장행위를 감독하는 금소원은 같은 사안으로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 조정과 협력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밀리면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처 간 조정이 안 되는 것으로 유명한 우리의 현실에서 과연 발전적 조정이 가능할 것인가. 업계는 공동검사라는 허울 좋은 이중검사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없다면 또 다른 관치가 추가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금융서비스의 공급자조차 이해하기 어렵게 진화해 가는 복잡한 금융상품들에 대해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리스크는 생각지 않고 무모하게 고수익에 투자했다가 입은 손실을 국가가 해결해 주는 것이 소비자 보호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정부기구가 신설된다 해도 공급자와 소비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제주 4·3사건 비극 65년 만에 등 돌렸던 경찰·유족 손 잡다

    제주 4·3사건 비극 65년 만에 등 돌렸던 경찰·유족 손 잡다

    1948년 제주4·3으로 인해 65년 동안이나 서로 등을 돌렸던 경찰과 유족들이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제주4·3유족회와 제주도재향경우회는 2일 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화해와 상생을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두 단체는 편향된 시각에서 불신하고 냉대하며 오직 자기들의 주장만 옳다며 등지고 살아왔다”면서 “공동의 노력을 통해 화해와 상생으로 제주 발전에 동참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제주4·3은 1948년 4월~1954년 9월 제주도에서 일어난 민중 항쟁을 가리킨다. 일본이 패망한 뒤 한반도를 통치한 미 군정에 의해 친일 세력이 재등장하고 남한 단독 정부 수립에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과정에서 도민이 떼죽음한 사건이다. 유족들은 유·무죄와 별도로 군경 토벌대에 처형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른바 ‘빨갱이’ 딱지가 붙어 피해를 대물림했다. 2003년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진상조사위원회 의견에 따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 충돌 및 진압 과정에서 국가 권력에 의한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유족과 도민에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5월 4·3유족회 제주시, 서귀포시지부회 창립 기념 행사에 경우회 회원들이 참석하고 6월 6일 제58회 현충일 추념식 때 4·3 유족들이 충혼묘지에 참석하는 등 최근 들어 두 단체가 서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현창하 경우회장은 “4·3 당시 당사자들은 숨졌거나 고령인데 언제까지 대립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4·3은 시대가 낳은 비극으로, 도민 모두가 피해자라는 입장에서 서로 아픔을 치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문현 4·3유족회장은 “서로 이해하고 도우면서 본보기가 되면 다른 4·3 관련 단체들도 화해와 상생의 분위기에 동참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김종면 칼럼] ‘史草 트라우마’를 어쩔 건가

    [김종면 칼럼] ‘史草 트라우마’를 어쩔 건가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언젠가 남의 손에 들어가 공격의 수단으로 역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수중에 있을 때보다 남에게 넘어갔을 때 더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면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나을까, 그래도 끝까지 갖고 있는 게 현명한 일일까. 미국의 사회학자 제임스 재스퍼가 말하는 이른바 ‘초토화의 딜레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없어졌다고 난리인 마당에 이런 상황을 떠올리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이 같은 일이 결코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초토 전술은 모름지기 적(敵)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적지가 아니다. 대통령은 적군이 아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의연히 ‘노무현 전 대통령 파기설’을 제기한다. 민주당 유력인사는 회의록 원본 폐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짜고짜 이명박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의혹 단계부터 일단 피아(彼我)로 나눠 상대를 의심하고 물어뜯고 보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이 있는 정치인이라면 개인이나 정파의 이해보다 나라의 모양, 곧 국격과 국익을 우선해야 함에도 그 반대로만 내닫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여야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정쟁 중단을 선언했지만 회의록 실종 문제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회의록 정국을 이끌다시피 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책임이 크다.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도 굳이 사초(史草)라 불리는 회의록 ‘원본 열람’을 주도하며 정쟁을 키웠다. 이로 인해 국가정보원 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는 동력을 잃었다. 국정원 개혁마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2가 찬성해 회의록을 열람했는데 특정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물론 없다. 이때가 기회다 하고 정계은퇴 운운하며 총질을 해대는 것 또한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총괄한 당사자로서 회의록 감수까지 했다면 사초 실종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처해 누구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있다고 거듭 말한 경위에 대한 설명도, 유감 표명도 없이 덮어놓고 NLL 논란을 끝내자고 해 스스로 ‘오독’(誤讀)의 여지를 남겨 놓은 이가 누구인가. 귀책사유를 따지며 말을 보탤 계제가 아니다. 정치 불신과 냉소만 더할 뿐이다. 정치의 난장에서 벗어나 피정(避靜)의 세월이라도 보내며 국민이 다시 부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정치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NLL 논란이 ‘사초 게이트’로 이어진 것은 국가적 수치다. 사초가 사라진 것도 모자라 정쟁의 도구까지 됐으니 유구한 기록문화의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국민의 자존심은 만신창이가 됐다. ‘역사 무뇌아’ 신세다. 사초의 재앙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생산적인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NLL 논쟁은 진작 끝냈어야 했다. 이제 와서 ‘보여주기식’ NLL 사수 합창을 한들 무슨 소용인가. 헌법을 지켜야 한다고 선언하는 것만큼이나 싱거운 일이다. 그럴 여력이 있으면 사초 실종의 전말을 밝히는 데 보태야 한다. 회의록 작성과 보관에 관계한 인물들이 건재하다. 무슨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는 게 아니라면 본 대로 들은 대로 증언하면 된다. 문재인 의원은 며칠 전에도 “대화록 왜 없나. 수사로 엄정 규명해야죠”라는 트위터 글을 남겼다. 여전히 회의록이 존재한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검찰 수사에 기대를 걸지만, 그것만으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리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사초의 진실을 알 만한 이들의 양심선언이 필요하다. 끝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치리라. 여야 공히 NLL 공방을 접는다고 했으니 이제 ‘본질’로 돌아와야 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 근절과 개혁이 본질이다. 전혀 새로운 모습의 국정원을 볼 수 있다면 ‘사초 트라우마’에 빠진 국민도 적잖이 위안을 얻을 것이다. 국정원 개혁, 그리고 사초의 진실 규명은 그야말로 국민통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국가 중대사다. 수석논설위원 jmkim@seoul.co.kr
  • 檢, 최태원 회장 항소심 6년 구형…1심보다 이례적으로 2년 높여

    檢, 최태원 회장 항소심 6년 구형…1심보다 이례적으로 2년 높여

    검찰이 계열사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SK그룹 총수 형제의 항소심에서 최태원(53) 회장에게 1심 구형량보다 2년 늘어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1심 구형량보다 항소심 구형량을 높인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은 최종 결정권자로서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횡령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SK그룹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면서 “사법 방해 행위를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양형기준에 대해서도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와 ‘범행 후 증거은폐’를 가중요소로 인정할 수 있다”면서 “‘피해 회복’ 등 다른 감경요소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높은 구형을 한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1심때 대법원 양형기준 최소 형량을 구형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권유에 의해 최 회장이 펀드 출자를 지시한 것은 맞지만 선지급된 451억원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 것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잘못된 판단에 따라 벌어진 일로 시비를 가리는 데 2년 넘는 시간을 보내 자책과 회한이 앞선다”면서 “SK 임직원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점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을 알아온 김 전 고문을 믿었는데 이 사람이 배신해 원망도 들고 화도 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걸 잃었지만 내 잘못이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지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다시는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 회장 진술에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문용선 부장판사는 “항소심 종국에 변호인 바꾸고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해 가벼운 처벌을 받으려 하는 것 아니냐”며 불신을 드러냈다. 한편 법원은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다음 달 9일 오후 2시에 할 예정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글로벌 시대] 대학 평가, 언론사가 아닌 공적 전문기관서 제대로 해야/황상재 한양대 사회과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대학 평가, 언론사가 아닌 공적 전문기관서 제대로 해야/황상재 한양대 사회과학부 교수

    미국과 영국의 상업적인 평가기관들이 매년 자국 대학이 상위를 점하고 있는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하면 변방 국가 언론사들은 이를 보도하느라 바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좋은 학과인 줄 몰랐어.” 아침 밥상머리에서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표정으로 아내가 한마디 툭 던진다. 아침신문에 실린 2013년 세계대학평가에 관한 기사에서 필자가 나온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분야가 세계 2위로 평가받았다는 내용을 본 모양이다. 많은 독자들이 그 기사를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뿐. 아내가 미리 알은체를 하지 않았다면 아내에게조차도 나 스스로 그 기사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겸손해서?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로서 내가 공부한 대학은 물론이고 미국 주요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평가의 신뢰성은 물론이고 그러한 순위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동일한 커뮤니케이션 학문이라 할지라도 대학에 따라 특성이 다름에도 전 세계 수많은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과를 동일한 평가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시순으로 평가해 뉴욕시를 파리나 로마에 비해 더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47개국 850개 대학과 총장들 모임인 유럽대학협회(EUA)는 국제대학 순위 평가에 관한 보고서에서 세계 대학 순위 평가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종래의 대학 평가 전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 평가를 하는 기관들이 나름대로 전문성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들 기관에 의한 대학 평가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진단한 EUA는 앞으로 자체의 평가 기준을 만들어 대학을 평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기관이 대학 평가를 해서 순위를 매기는 미국·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언론사에 의한 대학 평가가 유행이다. 대학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에 따른 가시적인 이익은 많지 않을 성싶다. 그럼에도 대학 평가가 남는 장사라는 소문이라도 난 것일까. 나날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언론사들이 무슨 역량이 있는지 처음에는 한 곳에서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하더니 해가 갈수록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을 평가하는 언론사들이 늘어날수록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늘어나 얼마 전에는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언론사의 대학 평가에 대한 대학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평가기관인 언론사의 전문성 및 타당성 부족, 대학의 획일화 및 서열화 조장, 대학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교육적 낭비 초래, 결과의 상업성 활용”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대학 교육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려면 한국학술재단과 같은 공적인 전문기관에서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 사회로부터 평가 결과를 신뢰받을 수 있으며 그런 평가를 통해 국내 대학의 세계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체육단체장 비리 실태조사] 공금횡령·인사전횡 밥 먹듯… 특정종교 홍보 수단으로 삼기도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열린 A체육회의 임시대의원 총회. 산하 연맹 중 하나가 강력히 요구해 소집됐다. 소집을 요구한 연맹은 이 협회의 회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데다 멋대로 사무총장을 직위 해제한 점, 그리고 직원의 공금횡령 등 체육회의 파행 운영을 들어 “회장뿐 아니라 전체 임원을 신뢰할 수 없다”며 회장을 포함한 전체 임원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했다. 이 회장은 투표가 진행되기 전 “임원 해임안은 우리 체육회를 공중분해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 직원을 폭행하고,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과 관련한 주민투표법을 위반한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를 당한 뒤 한 달 만에 회장직에 복귀했다. 직후에는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사무총장을 적법한 절차 없이 해임해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이날 해임안은 부결됐고, 회장은 자신의 임기인 오는 11월까지 다시 A체육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사실 A체육회는 그동안 바람 잘 날 없는 곳이었다. 회장은 2011년 “협회에 써 달라”며 기부받은 8000여만원 상당의 건강보조기구를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에 빼돌려 형사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불리한 기사를 막지 못했다”며 협회의 ‘창설 멤버’나 다름없는 홍보팀 직원을 외지로 발령하는 인사 전횡을 휘둘렀다. 올 초에는 성추행 혐의가 있는 이를 슬그머니 국가대표 감독으로 복직시키려다 반발이 거세지자 인사를 철회하는 등 갖가지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체육단체라는 ‘본업’은 제쳐 놓고 해당 종목을 자신의 특정 종교 활동에 대한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올림픽선수단장을 맡았던 모 회장. 그가 맡고 있는 종목의 기자들은 해당 종목과는 전혀 무관한 ‘보도자료’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 모 사찰의 신도회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의 ‘불교 사랑’은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그는 올해 초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올림픽 당시 ‘괘씸죄’에 걸린 은메달 2관왕의 포상금 5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해 비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체육단체장들이 흔들린다. A체육회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단체장 자신을 포함한 비리와 협회 파행 운영이 문제가 됐지만, 이는 연쇄적으로 하부 조직으로까지 비리를 부추겨 해당 종목 자체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태권도가 지난 2월 2020년 하계올림픽 25개 ‘핵심종목’을 선정할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퇴출 종목 1순위’로 주목받은 것도 사라지지 않는 판정 시비 탓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남았지만 한 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는 웬만해선 힘든 법. 지난 5월에는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전모씨가 전국체전 서울 고등부 선발전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자신의 아들이 졌다며 차량 안에서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남북 신뢰회복 속 평화체제 장기전략 필요”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올해 평화협정 체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올 초부터 정전협정 백지화를 공언했고, 노동신문도 최근까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자고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반도 정세의 핵심 구조에 불안정한 정전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만큼 평화협정 논의가 활발해질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평화협정 담론 자체는 새롭지 않다. 박정희 정부 때 남북 불가침협정 체결이 제안됐고, 북한은 반복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강조해 왔다. 1996년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남·북·미·중)을 제안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예비회담과 본회담이 반복됐지만 성과 없이 결렬됐다. 2005년 6자회담국이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포함됐지만 북한의 핵개발 가속화로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의제화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종전선언 논의가 포함되기도 했다. 닭(북한 비핵화)이 먼저냐, 달걀(평화협정)이 먼저냐는 식의 논의 구조도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은 정전체제의 평화협정 전환을 비핵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고, 한·미는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가 평화 논의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평화협정 담론이 겉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로 남북관계 진전이 향후 평화 논의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정전체제의 안정적 변화→종전선언 등 과도적 조치→교차 불가침 조약 체결→평화협정 체결이라는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남북 모두 상호 불신이 깊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등 평화 논의를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당사자인 남북 간 신뢰 형성이 일차적 과제이지만 적대적인 분단 체제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평화체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화체제로 가는 중간 단계로, 전쟁의 완전 중단인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정전 관리체제를 종전 관리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玄부총리 주도 경제정책 힘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잇달아 교체설이 제기돼온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신임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현오석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정치권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 경제부총리 주도의 경제 정책이 힘을 받고, 경제팀 교체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일할 시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해오셨다”면서 “하반기에는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새 정부의 최고 목표”라면서 “각 부처에서는 추진되는 일자리 정책과 그 성과를 경제부총리에게 보고하고 경제부총리는 그 결과를 모니터링해 저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부정에 연루된 국제중학교에 대해 ‘퇴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주 한 국제중의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수사 발표가 있었다”면서 “이런 일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교육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국제중은 철저히 설립 목적에 따라 운영돼야 하고,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국제중은 언제든지 그 지위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이날 서울 영훈국제중학교부터 지정취소가 가능하도록 국제중 관련 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훈중은 지난 16일 검찰조사 발표에서 대규모 성적 조작 등 입학비리가 드러나 지정취소 여론이 일었다. 이에 대해 지정 취소 권한을 가진 서울시교육청은 법이 개정되면 그때 가서(영훈중 지정 취소 문제를)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文 구하고 주도권 되찾기… 유리한 김한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예상 밖으로 ‘회의록 실종’으로 결론 나면서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단은 정국의 핵심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의 진실 규명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대화록 공개를 주도했던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들고 나오면서 이를 뒷수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한길 대표는 23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상황 보고만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 측 관계자는 “공식 일정이 잡히면 김 대표가 직접 회의록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현재는 발언을 자제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대신 24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국정조사를 위한 기관보고가 시작되는 만큼 자연스레 국민적 관심이 국정원 국정조사에 쏠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도부는 NLL 논란을 키운 것은 친노(친노무현) 측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고는 친노가 치고 뒷수습은 우리가 해야 한다”면서 “문 의원이 NLL을 계기로 주도권을 쥐려다 일을 그르쳤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우선 궁지에 몰려 있는 문 의원을 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이 상처를 입을 경우 당이 문 의원과 함께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문 의원도 저자세로 바뀌었다. 과거 문 의원이 NLL 관련 성명을 발표할 때 지도부 측에 통보식으로 알리고 사실상 독단적으로 결정했던 것에 비해 이날 성명을 발표하기 전에는 김 대표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내 친노-지도부 관계에 있어서는 다시 지도부로 공이 넘어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회의록 실종으로 여야 관계에서 민주당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지만, 문 의원이 고립되는 상황에 몰리면서 당내 힘의 균형에 있어서는 지도부에게 오히려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가 친노 측에 끌려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던 만큼 김 대표와 문 의원이 화합하는 모습을 통해 지도부에 대한 친노 세력의 불신을 종식시키고 지도부가 다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반영하듯 친노 인사인 윤호중 의원은 정문헌·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 발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이날 오전에 하려다가 원내대표 측과 상의 후 시간을 조절해 오후에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윤 의원이 독단적으로 공동어로구역 지도 공개 기자 회견을 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史草 실종’ 檢 즉각 수사하고 여야 공방 접어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여야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에서 어제까지 나흘간 재검색 작업을 벌였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이른바 ‘사초(史草) 실종’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국민은 갑갑하다. 물론 회의록이 없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짓기는 어렵다. 검색기간을 연장하자는 주장과 함께 참여정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을 재구동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 반전이 없는 한 실종된 회의록을 찾는 것은 무망해 보인다. 정치권은 회의록을 찾기 위해 가능한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정치권의 확인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회의록 증발이 현실화되고 있는 마당에 정치 공방을 거듭하며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검찰에 수사를 맡겨 국가기록원에 과연 회의록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없다면 왜 어떻게 없어졌는지 그 경위를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야는 검찰 수사를 정치적 우위 확보를 위한 주도권 잡기나 정치적 곤경을 모면하기 위한 출구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선 결코 안 된다. 검찰 또한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켜 이번만큼은 특검 수사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여전한데 ‘사초 파기 논란’까지 불거져 정국 혼란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회의록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정보원에 보관 중인 정상회담 녹음 파일을 공개해 NLL 논쟁을 끝내야 한다는 공세적인 목소리가 나와 걱정스럽다. 새로운 분란의 시작일 뿐이다. 사초 실종 논란으로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가 일반의 관심에서 멀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안이하게 여길 때가 아니다. 그럴수록 국정원 개혁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NLL 논란에서 비롯된 ‘사초 게이트’가 과거 정권 간의 끝없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객관적인 진상 규명으로 소모적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렇다고 ‘여야 NLL 수호 의지 표명’ 수준에서 엉거주춤 정치적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초 증발은 역사의 기록을 단절시킨 중대한 국기 문란 사태다. 국민의 정치불신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찰 수사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국가기록원의 부실 문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통령 기록을 비롯해 정부부처 기록물 등을 수집하고 보존해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곳이 국가기록원이다. 그런데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참여정부의 전자문서를 복호화(復號化)해 검색을 해보지도 않고 회의록은 없다고 단정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법률 개정 등 대대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 [공직사회 골프 해금 ‘뜨거운 감자’] 운동·취미보다 접대·로비 수단 변질…잘못 걸리면 ‘약’도 없다

    공직자들에 대한 ‘골프 금지령’이 조만간 풀릴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청와대 한 회의에서 참모진이 소비 진작과 골프업계 일자리 창출 등의 이유로 골프 허용을 건의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알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공직자도 “이번 여름휴가에 골프나 실컷 즐기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로 골프 해금(解禁)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는 듯하다. 이번 여름 휴가철이 공직자 골프 허용 여부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사회는 유독 골프 문제에서만큼은 움츠러들곤 했다. 윤리적 고삐가 강하게 채워져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이러한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계기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 “특별히 주의를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군인들이 골프를 친 것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전군에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군 골프 금지령은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된 지난 6월 1일 해제됐지만 여진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골프 금지령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처음 내려졌다. 김 전 대통령이 골프를 잘 못 친 이유도 있지만 골프를 즐겼던 과거 군 출신 대통령들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공무원들의 기강을 잡겠다며 종종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적도 있지만 접대 골프가 아니라 내 돈 내고 치는 거라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가끔 골프를 즐겼고, 이 전 대통령도 직접 골프를 쳐 해금을 공론화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직접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다. 그럼에도 공직사회 내부적으로는 골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불문율에 가깝다. 실제 골프를 즐기는 일부 청와대 참모진 역시 야외 정규 골프장이 아닌 실내 스크린 골프장만 가끔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주요 언론사 논설실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골프 허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고 지난 6월 11일 국무회의 때도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의 골프 허용 요청에 박 대통령은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사회에서 골프가 단순한 운동이나 취미가 아니라 접대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골프를 해도 된다’는 메시지가 ‘접대를 눈감아 주겠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와도 배치된다. 접대 골프라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 골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타이밍’이다. 국가 위기나 비상 상황하에서의 공직자 골프는 국민 불신을 자초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실세였던 이해찬 총리 역시 ‘3·1절 골프 파동’에 휘말려 공직에서 물러났다. 공직자들의 골프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부적절한 처신과 맞물려 있다. 과거에도 정권이 새롭게 들어설 때마다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해 골프장 출입 금지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골프 금지의 실효성을 떠나 대국민 홍보 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도 깔려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시론]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으며/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론]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으며/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7월 27일 우리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여섯 번이나 바뀐 60년 세월, 정전협정 당시 갓 태어났던 아이가 회갑을 맞기까지 하루도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 보지 못하고 살아온 허망하고 억울한 세월 60년, 그 세월을 뒤로하고 또다시 60년의 ‘생의 주기’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아직도 이 땅에서 전쟁을 끝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60년간 우리가 겪은 수많은 사건들과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최근에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겪었고, 지난 3~4월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기간에는 최근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고 실질적인 전쟁 위기를 경험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정전체제하의 삶에 익숙한 탓으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못된 짓을 하는 북한을 처벌하는 정책’에 국민들이 길들여져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정치적으로 손쉬운’ 정책인 ‘압력과 제재’를 선택한 탓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됨으로써 우리는 아직도 이 땅을 서성이는 전쟁의 유령과 함께 살고 있다.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한반도 문제’라는 ‘병’ 때문이고, 이 병의 연원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분단시킨 데 있다. 이 병의 ‘근원’은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구조, 즉 전쟁의 구조, 불신의 구조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 미사일 문제, 로켓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싸고 생겨나는 남북한 충돌, 연례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인한 전쟁 위협 문제, 심지어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 등은 모두 병의 ‘증후’일 뿐이다. 따라서 모든 병의 치료가 그렇듯이, ‘한반도 문제’라는 병도 완치를 위해서는 대증요법만으로는 안 되며, 반드시 근치요법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군사안보적 성격 등 여러 성격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인 성격의 문제가 압도적이다.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것보다 더 정치적인 성격이 어디에 있겠는가. 따라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국들의 최고지도자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그렇게 되지 못했다. 고도로 정치적인 성격의 문제가 테크노크라트의 손에 맡겨짐으로써 전혀 문제 해결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는 이 땅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 정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정부차원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걸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북한 길들이기’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시동조차 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들과는 달리 ‘6·25 종전’과 ‘평화체제 수립’을 공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초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모 재단이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설명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보면, ‘우선 추진과제’와 ‘중장기 추진과제’ 그 어디에도 평화체제 수립은 들어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평화체제 비전이 결여된 정책이 남북 간 신뢰 구축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동에 큰 공헌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우리가 박근혜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평화 정착과 관련하여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구나 정부가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민주정치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차기 정부들이 모두 평화체제 수립에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민사회와 정치사회가 일종의 사회협약을 맺어 차기 대선에서는 여야 후보들이 모두 ‘평화체제 수립’을 공약하도록 할 수 있다면, 이는 이 땅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하나의 구체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 [여론조사] 현 정당 지지도와 신당 창당 때 변화

    [여론조사] 현 정당 지지도와 신당 창당 때 변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를 앞서 2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의원 신당의 지역적 바탕은 호남이 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등으로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지만 안 의원의 신당이 가시화되면 야권의 중심축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0.5%, 민주당 18.3%, 통합진보당 1.0%, 기타 정당 0.7%, 진보정의당 0.1%의 순으로 조사됐다. 무당층은 37.2%에 달했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때는 새누리당 36.7%, 안철수 신당 19.2%, 민주당 13.6%의 순으로 바뀌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안 의원의 신당 지지도가 32.2%로 민주당 지지도 28.9%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민주당을 앞섰다. 수도권에서 신당은 21.5%의 지지도를, 민주당은 12.7%의 지지도를 얻었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시 지지층의 유입은 기존 정당을 불신하는 무당층에서 11.4% 포인트로 가장 많았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서는 4.7% 포인트,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서는 3.8% 포인트가 이동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 가운데서는 9.9%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지지자 가운데서는 38.1%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창간 특별기획] 한반도는 美·中 새판짜기 핵심… 전략적 외교로 주도권 펼쳐야

    [창간 특별기획] 한반도는 美·中 새판짜기 핵심… 전략적 외교로 주도권 펼쳐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의 축으로 ‘신형(新型) 대국관계’ 정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신형 대국관계는 향후 박근혜정부의 외교적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17일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와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고 우리 외교 전략을 모색했다. 두 교수는 한반도가 미·중 간 전략적 이익이 교차되는 주요 지역으로 부상하고, 미·중이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반도 주도권을 전개하는 한국의 전략적 공간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미·중 신형 대국관계 현실화될까. -김흥규 교수(이하 김흥규) 중국은 후진타오 체제까지는 발전도상국으로 인식했지만, 시진핑 시기부터 스스로를 강대국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 맥락에서 신형 대국관계 수립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현실적인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호혜 평등의 입장에서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하자고 주장한다. 신형 대국관계는 향후 세력전이의 판도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중국은 2020년 이전에 경제적 총량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겠지만,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나 중국 내부 평가를 보면 미국과의 군사적 대등 시기는 2030년 이후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략적 기회의 시기로 보고, 미국이 이끄는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경쟁할 것이다. 세력전이가 본격화될 향후 10~20년 사이가 신형 대국관계가 크게 시험받는 시기가 될 것이다. 미·중이 핵을 사용하는 전면적 대결은 불가능한 시대다. 중국의 핵전략은 미·소 간 냉전을 가능하게 했던 ‘상호확증 파괴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중국의 탄도핵은 50기 이하다. 신형 대국관계의 요체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군사적 도전을 하지 않는 대신 중국의 핵심 이익은 챙기겠다는 의도다. -김현욱 교수(이하 김현욱) 신형대국관계가 미·중 간 협력하는 관계로 나가자는 것이지만, 양국의 속내는 다르다. 2010년 미·중 갈등기를 겪고 난 후 미국이 적극적인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신형 대국관계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좀 더 균등한 패권국으로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크다. 즉,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대국관계를 제시했다. 향후 5년, 길게 보면 10년까지 신형 대국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주도의 국제 체제에 중국을 편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신형 대국관계는 오랜 기간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 외교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김흥규 시진핑 체제의 핵심 외교 기조는 ‘신형 대국관계’와 ‘균형’이란 개념으로 요약된다. ‘신형 대국관계’는 미국과의 협력에 방점이 있고, ‘균형’은 경쟁에 방점이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국가를 보면 러시아, 아프리카, 남미였고, 리커창 총리는 인도, 파키스탄, 독일, 동유럽을 방문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동남아시아를 먼저 찾았다. 그림을 그려보면 미국이 재균형 정책으로 집중하고 있는 아시아를 역으로 포위하는 구도다. 시진핑 외교는 미국과의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경쟁에 나서는 기조다. -김현욱 신형 대국관계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소위 G2(주요 2개국) 관계가 신형 대국관계이다. 미·중은 이미 상호 경쟁과 협력 속에서 국제 사회를 이끌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위주의 국력, 인프라, 소프트 파워 개발을 통해 미국 중심 체제에 실질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목표일 것이다. 이를 위해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해 나갈 수 있다. -김흥규 과거 미국은 중국을 지역적 차원의 ‘이해상관자’로 대우하면서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글로벌 차원의 ‘이해상관자’ 지위로 격상했다. ‘신형 대국관계’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태도는 대중국 전략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형 대국관계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김흥규 신형 대국관계에서 한반도는 미·중의 전략적 이익이 교차되는 지역이고, 양국 간 협의·조정·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회피하면서 주변국 외교를 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고, 한국이 그 대상이다. 중국 내 전략사고에서 과거 완충 지대가 북한뿐이었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한반도 전체를 완충 지대로 보고 있다. 중국이 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중시했고,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제스처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해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한·중 관계는 중국의 남북한 균형정책 속에서 북·중관계와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 -김현욱 신형 대국 체제에서 미·중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갈등 상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겼던 건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정책에 대한 대응이었다. 신형 대국관계로 미·중 간 적대관계를 어느 정도 청산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북한에 대해 채찍도 쓸 수 있다. 즉,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미·중관계 변화로 인한 것이다. 한국이 한·미·중 3자 공조의 공간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북·중 관계를 전망하면. -김흥규 북·중관계에 혁명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체제에서 일어난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중국은 북한과의 정상 국가관계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북핵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까지는 대미 카드로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자체가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만한 객관적, 구조적 조건들이 변한 건 없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태도는 물론이고 한·중, 미·중관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의 고민은 김정은이 김정일만큼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불신 속에서, 김정은 정권이 중국에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김현욱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가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국은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우선 순위로 격상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가 시진핑 시대의 근본적인 대북정책의 변화인지는 미지수다. →우리의 외교 전략을 조언해달라. -김흥규 국제 관계에서 우리(한국) 위상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정권 초에는 늘 원대한 목표와 이상을 제시하고도 정권 말이 되면 전형적인 ‘약소국 외교’로 돌아섰다. 현재의 국제 관계를 이상이나 당위성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중견국이고, 그렇다고 강대국의 게임에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약소국도 아니다. 분명한 한계는 있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외교가 쉬운 답만 찾는 근시안적 처방을 추구하면 안 된다. 약소국이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초강대국과의 동맹 외교다. 그러나 미·중 간 세력전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생존 전략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복잡하고 불가측한 국제 정치를 읽어내고 전략적 사고를 하면서 유연하게 미·중과의 공통 이익을 찾아 나가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외교의 인적·조직적 자원을 확충하며 전략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김현욱 우리가 중국에 밀착해도 한·미동맹은 중시해야 한다. 중국이 왜 한국에 대해 칙사 대접을 할까 생각하면 결과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한·중 관계가 중국의 대미 정책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축으로 중국과 북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계속 상기시키는 이유가 된다. 중국과의 신뢰를 확장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해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중요한 건 한·미동맹이다. 미·중이 한반도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가 그 갈등의 희생양이 되거나 휩쓸릴 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궁극적 목표는 남북통일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통일로 가기 위한 프로세스다. 결국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중요하다. 남북관계는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한반도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 궁극적인 해답이 아닐까 싶다. 정리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흥규 교수는 -현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및 민주평통 상임위원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및 석사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前 청와대 정책자문위원 및 국가정보원 중국 정책자문위원 ■ 김현욱 교수는 -현 국립외교원 교수 및 미주연구부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브라운대학교 정치학 석박사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뉴스 분석] ‘정권 vs 친노’ 싸움판 어떻게 멈추나

    막말에 선거불복 시비, 정통성 논란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는 정치권의 싸움은 언제 그칠 것인가. 현 정권과 이전 정권세력 간의 대결 양상까지 보이면서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려스럽게 만들고 있는 요즘이다. 싸움의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통성’을 되뇌어온 친노무현(친노)계는 장외투쟁을 꺼내들었다.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은 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것(장외투쟁도)도 불사해야 한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는 절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트위터에도 “초강경투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적었다. 당장 민주당 국정원개혁 운동본부 산하 국민홍보단은 지난 15일 서울 청계천에 이어 18일에는 전남 여수에서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여는 등 실제 장외투쟁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친박근혜계의 핵심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정통성과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친노 세력 중심의 일부 세력이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국정원을 비호하면 당선무효 주장세력이 늘 것”이라고 말한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 등 친노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65번째 제헌절을 하루 앞둔 이날 현 상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비관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여야 각당의 파벌 대결이 지금의 현상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원호 서울대교수는 “양당에 순탄한 국정조사를 원치 않는 강경한 세력들이 정치적인 동기와 목적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여야가 협상에 나서 타협을 이룰 가능성도 낮다는 얘기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당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면 정쟁도 일사분란하게 정리될 수 있지만 이번 여야 대립은 이와는 달라 계속 갈등이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경제민주화 등 민생문제를 서로 챙기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를 통한 정치적 차별화는 쉽지 않다보니, 정당의 정략적인 이해타산이 결부돼 극한 정쟁으로 이어진 것”(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탓에 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윤성이 경희대교수는 “게다가 시민단체마저도 진영논리로 갈라져 목소리를 낼 공간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우선 여야는 대선 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이렇게 가다간 정치권 전체가 다시 한번 불신당하는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데에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소장은 일단 민생 관련 법안 등 정책 어젠다를 통해 국회와 여야 관계를 억지로라도 운용해나가면서 관계 개선을 도모할 것을 조언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헌 65주년 기념학술대회에서 “우리 사회의 규모와 내용, 특히 미래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의회민주주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된다”고 한 것은 그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정치권의 현 주소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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