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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원처리 다시 배우는 공무원들

    “민원카드를 작성해 끝까지 해결하라. 민원 피드백으로 수요자 중심의 맞춤행정을 펴 달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 중심 행정을 강조하며 민원의 적극적 해결을 주문하자 공무원들이 민원 처리 방법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지난 20~22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5급 이하 공무원 40여명이 처음 만들어진 ‘국민행복 현장서비스과정’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류춘열 팀장은 불만 민원에 대처한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해 강의했다. 류 팀장은 “고질 민원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3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27%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사회현상의 다양화와 권리의식의 강화로 민원 발생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민원인을 단순과격형(생계형), 트집잡기형(싸움닭형), 전문가형(독불장군형), 옹고집형(막무가내형), 지능형(용의주도형), 물량공세형(한풀이형), 저격수형(어둠 속 스나이퍼형) 등 7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먼저 고령에 저학력인 경우가 많은 ‘생계형’ 민원인은 실직, 생계곤란 등으로 인한 민원으로 공공기관에서 무시당한 상처가 있다. 생계형 민원에는 공감을 먼저 하고 안부를 묻는 등 친밀감을 형성해 생계, 복지, 일자리 지원 등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40~50대에 이기적인 성격의 ‘싸움닭형’ 민원인은 섣부른 선입견을 자제하고, 얕잡아 보이지 않도록 사실과 법률관계를 충분히 파악해서 대응해야 한다. 법 테두리 안에서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현장조사 등을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한다. 중산층이 많은 독불장군형은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단호한 어조에 논리적 대응을 하는 것이 좋다. 오랜 민원으로 생활이 피폐해진 ‘막무가내형’은 신뢰를 형성하고 섬세하게 배려하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 공직에서 일한 경력이 많은 ‘용의주도형’은 공무원의 약점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기본에 충실한 민원처리를 하면서 정보공개청구 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풀이형’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하루에 100건씩 무차별로 민원을 복사해댄다. 이런 민원인은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는 경청이 중요하며, 직접면담이나 현장방문 등으로 정서적 접근을 먼저 하는 것이 낫다. ‘저격수형’은 음지에서 민원을 제출하며 끊임없이 불신을 표현하기 때문에 흥분하지 말고, 도움을 주려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류 팀장은 “신뢰를 쌓는 것은 민원 처리의 처음이자 끝이며 만병통치약”이라며 “‘법과 제도 때문에 안 된다’ ‘예산과 권한이 없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中, 러 전투기 구입 합의한 바 없다”

    중국이 러시아산 최첨단 전투기와 잠수함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러시아 무기수출 당국자가 밝혔다. 앞서 중국 중앙(CC)TV,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은 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2~24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동안 러시아와 최첨단 수호이(Su) 35S 전투기 24대와 아무르급 잠수함 4척을 도입하는 내용의 협정서를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전투기 24대를 도입하는 데 최소 15억 달러를 지급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러시아 소식통은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하는 기간 중에 무기수출 문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면서 중국이 최첨단 전투기와 잠수함을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기로 했다는 중국 측 보도를 부인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전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까지 러시아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수입한 러시아 무기를 복제해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갈등이 일기 시작했고, 양국의 대형 무기 거래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국방 분야에 대한 불신 분위기를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시 주석의 방러 기간 중에 전투기와 잠수함 거래 합의와 관련한 어떤 보도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상호 전폭 지원” 중·러 新밀월관계 구축

    “상호 전폭 지원” 중·러 新밀월관계 구축

    중국과 러시아가 상대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신밀월관계를 구축했다. 주석 취임 후 첫 방문 국가로 러시아를 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박3일간의 체류 기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양국 간 긴밀한 공조를 내외에 과시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방문 첫날인 지난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현재 양국 관계가 최고 수준에 달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주권과 영토의 보존 및 안전 등 상대방의 핵심 이익에 대해 상호 강력히 지원하기로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두 정상은 이 같은 합의를 중·러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강화 성명으로 문서화했다. 이는 미·일 동맹에 맞서 중·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각각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놓고 일본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일본을 상대로 공동 대응하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두 정상은 또 이번 회담에서 2006년부터 7년을 끌어온 시베리아 천연가스의 중국 수출도 성사시켰다. 양국은 가스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 오다 이번에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중 원유 수출 규모 및 양국 간 교역량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가스·석유 등 에너지 분야 협력에서 획기적 진전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정치 협력 중심이던 기존의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푸틴 대통령과 무려 일곱 시간을 함께 보내는 등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며 양국 간 우의가 한층 강화됐다는 점도 부각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시 주석이 러시아를 첫 번째 방문국으로 택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며, 양국 관계 발전에 강력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우리는 좋은 친구”라면서 “오늘날 중·러 관계는 역사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고 화답했다. 특히 시 주석은 외국 지도자 가운데 처음으로 23일 러시아 국방부의 심장 격인 작전통제센터를 방문했다. 시 주석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 양국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러 간 불신의 뿌리가 깊어 이번 회동이 오월동주(吳越同舟)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인민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원장은 “러시아가 중·일간 댜오위다오 영토 갈등과 관련해 중국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 주석은 23일 모스크바국립국제관계대 강연에서 일명 ‘신발론’에 빗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경고했다. 그는 “신발이 발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신발을 신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한 나라가 어떤 발전 모델을 택할지는 그 나라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인권 문제나 소수민족 정책, 주변국과의 영토분쟁 등에 간섭하는 미국 등 서방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상·하원 의장 등을 면담하고, 중국 관광의 해 개막식 참여 등 20여개 행사에 참석한 뒤 24일 다음 방문국인 탄자니아로 떠났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누더기 미래부 아닌가 생각… 47일 협상 합의처리는 다행”

    “누더기 미래부 아닌가 생각… 47일 협상 합의처리는 다행”

    정부조직법의 여야 협상 타결 직후 새누리당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40일 넘게 끌어온 협상을 매듭지어 새 정부 초기 국회 경색국면이 해소된 것은 반기고 있다. 그러나 협상 장기화로 불거진 지도부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당 전반에 퍼져 있다. 국회에서 18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전날 최종 타결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내용을 설명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그러나 의총이라기보다는 협상 결과 설명회에 가까운 자리였다.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의 모두 발언, 비공개 설명을 끝으로 의총은 3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당 의원들의 자유발언 신청도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협상 과정, 최종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을 법한데 의원들은 침묵을 지켰다. 이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 누더기를 잔뜩 갖춘 미래창조기획부가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덤 근처에서 밤새도록 열심히 달렸는데 날이 밝아 보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고 비유하면서 “이것 하려고 47일간 소요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어쨌든 합의처리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미 결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사후 설명인 데다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큰 탓이다. 한 재선 의원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부문을 미래창조과학부로 갖고 오는 데 주력한 나머지 다른 것들은 너무 크게 민주당에 내준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해 그다지 관심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평소 의총 때 같았으면 앞다퉈 발언에 나섰을 의원들이 침묵을 지킨 것만 봐도 분위기를 알지 않겠느나”고 반문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용산에 발목’ 롯데관광개발 법정관리 신청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 개발사업에 1700억원의 거액을 투자했다가 발목이 잡힌 롯데관광개발이 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롯데관광개발은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하고 회사재산보전처분신청서와 포괄적 금지명령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은 이달 중 255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256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각각 도래한다. 오는 5월에 180억원, 내년 말까지 392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돌아온다. 1971년 5월 24일 설립된 롯데관광개발은 자본금 55억원으로 관광개발, 국내외 여행알선업, 항공권 판매대행업 등을 하고 있다. 2006년 6월 8일 상장했고 김기병 회장 일가가 52.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용산역세권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드림허브)와 계열사로 편입한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을 각각 15.1%, 70.1%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용산개발이 지연된 데다가 지난 12일 드림허브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이 발생하면서 시장의 불신이 커졌다. 롯데관광개발은 2012년 연결 회계기준으로 3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총부채와 자본금 총액(자본총계)이 각각 1314억원과 50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58.7%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아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인 김기병(74) 회장 보유 주식 중 상당수가 은행 대출을 위한 담보로 잡혀 있어 경영권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롯데관광개발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김 회장과 부인인 신정희(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막내동생) 롯데관광 이사, 두 아들 등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롯데관광은 김 회장(38.6%)과 부인 신씨 및 두 아들 등이 52.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화투자개발, 롯데관광, 동화면세점 등 계열사 및 특수 관계사 일부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관계사인 동화투자개발은 롯데관광개발 차입금에 대한 담보나 연대 지급보증 등을 제공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여야 불신 깊어… 각료 임명·국조·청문회 개선 등 ‘지뢰밭’ 즐비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 갈등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치 쟁점이 산적해 있어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당장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앞두고 있어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이어 ‘국정조사 정국’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과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던 만큼 당분간 국정조사 시기와 방식 등을 놓고 여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의 경우 지난 대선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여야 갈등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민주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접 지난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방송의 공정성 확보 방안도 ‘꺼진 불’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야는 당장 국회에 ‘방송 공정성 특위’를 설치한다는 ‘형식’에만 합의했을 뿐 특위가 다룰 ‘내용’에서는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가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할 때 방송통신위원회 재적 위원 3분의2의 찬성으로 의결하자고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은 “야당이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문제에서도 여야의 ‘노림수’가 다르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를 방지하기 위해 도덕성 검증과 자질 검증으로 이원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할 때 입법부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 개혁이나 경제민주화, 부동산 대책 등 정책 현안을 놓고도 견해 차가 적지 않다. 사실상 곳곳이 ‘지뢰밭’인 셈이다. 여·야·청이 정부조직 개편 협상 과정에서 이른바 ‘정치 밑천’을 드러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가이드라인 정치’, 새누리당은 ‘리더십 부재’, 민주당은 ‘발목 잡기’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각각 단 것이다. 이는 향후 협상에서 ‘정치적 트라우마’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부조직 개편 협상에서) 여야 합의문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불신의 골이 깊다는 뜻이자 여야 지도부의 입지도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면서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4·24 재·보궐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데다 여야 모두 지도부 교체기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5월 초에는 새누리당의 경우 원내대표 경선, 민주당은 전당대회가 각각 예정돼 있다. 서로 타협점을 찾아가는 ‘상생의 정치’보다 주도권을 쥐려는 ‘대결의 정치’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절반의 교훈

    절반의 교훈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거둬들인 후원금이 1인당 평균 1억 507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모금 한도인 3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총선과 대선이라는 ‘선거 특수’를 누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치 불신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4일 공개한 ‘2012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 현황에 따르면 제19대 의원 298명의 모금 총액은 449억 1466만원이었다. 2011년 모금액 310억 3900만원에서 44.7% 늘었다. 의원들의 연간 모금 한도는 1억 5000만원이지만 지난해처럼 총선이나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해에는 2배인 3억원(재선 이상은 4억 5000만원)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대 총선이 있었던 2008년 모금액 634억 429만원에 비해서는 29.2% 감소했다. 정당이나 의원에 따른 ‘쏠림 현상’도 두드러졌다. 새누리당 의원 153명의 모금액은 1인당 평균 1억 6334만원(총 249억 9158만원)으로, 민주통합당 의원 126명의 평균 모금액 1억 4595만원(총 183억 9058만원)보다 1739만원(11.9%) 많았다. 진보정의당 의원 7명과 통합진보당 의원 6명의 평균 모금액은 각각 1억 148만원(총 7억 1040만원), 6997만원(총 4억 1985만원)으로 집계됐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지난해 불거진 ‘종북 논란’이 후원금 모집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모금 한도인 3억원을 채운 의원은 전체의 7.7%인 23명이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3억 1773만원으로 1위에 올랐다. 모금액 상위 20위에는 새누리당 13명, 민주당 7명으로 ‘여대야소’ 형국을 보였다. 앞서 2011년에는 민주당 11명, 새누리당 7명으로 ‘여소야대’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모금액이 1억원을 밑도는 의원도 전체의 43.3%인 129명에 달했다. 실적이 저조한 하위 20위에는 재력가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1693만원),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민주당 이해찬 의원(500만원)과 한명숙 의원(2390만원) 등도 포함됐다. 무소속 현영희 의원의 후원금은 유일하게 ‘0원’이었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놓은 박근혜 대통령은 1억 7554만원(상위 112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1억 7479만원(상위 116위)으로 ‘평균 이상’의 실적을 거뒀다. 국회 상임위원회나 지역구 활동과 관련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이나 기업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도 상당수다. 새누리당 김영우·김도읍·김근태·정수성 의원, 민주당 신계륜·추미애·이인영 의원,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은 같은 당 소속 지역구 지방 의원들로부터 300만원 이상 고액 후원을 받았다. 새누리당 류지영·강석호 의원은 각각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500만원),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500만원)에게서 후원금을 받았다. 민주당 김성곤·원혜영 의원도 각각 홍석조 보광훼미리마트 회장, 이규석 풀무원생활건강 사장에게 500만원씩 받았다. ‘묻지 마 기부’ 관행도 여전했다.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의 경우 인적 사항을 기재해야 하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도 상당했다. 300만원 초과 기부 총 3296건 중 5.5%인 182건은 직업이나 생년월일, 주소 등을 기재하지 않았다. 회사원이나 자영업 등 구체적인 직업을 알 수 없도록 기재한 경우도 1617건(49.1%)에 이르렀다. 한편 전체 의원 300명 중 새누리당과 민주당 비례대표인 김영주, 최민희 의원은 별도 후원회를 두지 않아 명단에서 빠졌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보조금 받는 고객은 좋은데… 소외된 소비자 불신 ‘눈덩이’

    보조금 받는 고객은 좋은데… 소외된 소비자 불신 ‘눈덩이’

    ‘17만원(2012년 9월)→13만원(2013년 2월)→1000원(2013년 3월)’ 지난해 9월 삼성전자의 갤럭시S3 ‘17만원 사태’로 촉발된 이동통신사 영업정지는 되레 1000원짜리 갤럭시S3를 만들어 냈다. 17만원 잡으려다 1000원짜리를 부른 셈이다. 갤럭시S3 롱텀에볼루션(LTE) 출고 가격은 99만 4000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만원 수준인 스마트폰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싫지 않다. 반대로 한 달 또는 며칠 차이로 제값을 다 주고 산 소비자는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휴대전화 보조금 과다 지급 논란은 여기서 비롯된다. 14일 이동통신 3사가 모두 정상영업에 들어갔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과도한 휴대전화 보조금 경쟁으로 이통 3사에 내린 영업정지 제재는 오히려 영업정지 기간에 보조금 경쟁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태 해결은커녕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만 커졌다. 방통위는 보조금을 허용하지만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보조금은 금지한다. 현행법상 보조금은 불법이 아니다. 2003년 보조금 금지를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 생겼다. 그러나 2006년 소비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18개월 이상 가입자를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허용하되 2008년 3월까지 규제 철폐를 유예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 2008년 이후에는 사실상 보조금 규제를 직접 명시한 법 규정이 사라졌다. 다만 방통위는 2010년 마케팅비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조금 상한선을 27만원으로 정하고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이를 준수할 것을 권고하는 실정이다.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을 넘으면 보조금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과 적게 받는 사람 간 차별이 일어난다고 보고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같은 제품을 남보다 비싼 가격에 샀다며 손해를 봤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고 지나치게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바람에 매월 다 쓰지 못한 음성·데이터·문자 요금을 지불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따져 보면 싸게 산 소비자도 통신요금을 통해 낼 돈은 다 내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원짜리 갤럭시S3 사례 등으로 소비자들 사이에는 이미 “스마트폰을 제값 주고 구입하면 호갱”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호갱’은 ‘호구’와 ‘고객’을 합친 말로 어수룩해서 속이기 쉬운 손님을 뜻한다. 일부 오프라인 매장은 스마트폰 가격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약정 할인금이 기기 할인 금액에 포함된 것으로 속여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판매하기도 한다. 결국 보조금 과다 지급 경쟁으로 골탕먹는 쪽은 소비자들이다. 이통사도 보조금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과잉 보조금이 소비자 차별이라는 폐해도 낳지만 이통사도 수익 악화라는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보조금만 잡으려고 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는 보조금 경쟁과 관련해 강력한 제재 방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김재우 불쑥 사의 김재철 거취 주목

    김재우 불쑥 사의 김재철 거취 주목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버텨 온 김재우(왼쪽)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12일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김 이사장의 사의 표명으로 방문진이 대주주로서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MBC의 앞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문진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김 이사장이 스스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13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의 거취 표명에 대해 여당 측 이사들은 당황하는 분위기다. 김 이사장이 사임하면 방문진 이사회는 여권과 야권 성향 위원의 비율이 6대3에서 5대3으로 바뀐다. 또 호선으로 최고 연장자를 이사장으로 선출해, 여권 성향인 김용철(64) 이사가 차기 이사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방문진을 실질적으로 컨트롤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여당의 추천을 받아 새로운 이사를 임명해야 하지만 당분간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방통위원장이 사임해 공석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업무 이관 문제로 발목까지 잡혀 있다. MBC 지분의 30%를 가진 정수장학회 이사장도 얼마 전 사임했다. 관심은 김재철(오른쪽) MBC 사장의 거취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사장 임명권을 쥔 방문진 이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한 여당 측 이사는 “지난해 11월 불신임안이 부결된 이후 달라진 게 없다”면서 “새 정권 출범이 사장 임기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야당 측 선동규 이사도 “두고봐야겠지만 김 이사장 사임이 김 사장 거취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지역주의 타파·중산층 복원”…돌아온 安 ‘새 정치 핵심’ 제시

    “지역주의 타파·중산층 복원”…돌아온 安 ‘새 정치 핵심’ 제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11일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주의 타파와 중산층 복원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앞으로 자신이 추구하겠다고 밝힌 ‘새 정치’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인 셈이다. 서울 노원병 지역에 출마하려는 것도 수도권에서 새 정치의 씨앗을 뿌리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부산 영도 출마가 오히려 지역주의에 매달리는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아울러 노원은 수도권인 동시에 중산층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교수는 “노원은 노후·주거·교육문제 등 현안이 농축된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역설해온 ‘낮은 정치’라는 것도 결국 중산층의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민생정치라는 점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노원병에서 선택받아 국회에 입성해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대중 정치인으로서 인정받고 아울러 수도권을 기반으로 전국적인 정치세력 형성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후보 사퇴로 미완에 그친 새 정치 실험을 자신의 정치활동 재개를 통해 완성해나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안 전 교수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편을 갈라 대립하는 ‘높은 정치’ 대신에 국민의 삶과 국민의 마음을 중하게 여기는 ‘낮은 정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쇄신안도 화두로 꺼낼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교수는 지난해 대선 때 국회의원 정수감축 등 정치쇄신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안 전 교수는 이날 “여야가 공히 공감대를 형성했던 여러 가지 정치쇄신안이 있었는데 진행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민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많은 분의 의견을 수렴해서 계속 잘 다듬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안 전 교수는 대선 때 정치쇄신안에 대해 “많이 부족했다”면서 수정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소통과 통합의 정치, 문제해결의 정치도 강조했다. 이는 안 전 교수의 재등장이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대치 등 ‘정치 실종’을 이유로 삼은 것과도 연결된다. 정치실종을 강조해 우회적으로 청와대와 여야 등 기존정치권을 비판하면서 또 정치재개의 명분도 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수로 볼 수 있다. 안 전 교수가 “당면한 선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며 후순위로 밀렸지만 이른바 ‘안철수 신당’도 안 전 교수의 숙제다. 안 전 교수가 4월 재·보선에서 승리해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신당 창당이 가시화되면 ‘안철수발(發) 정계 재편’은 본격적인 추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교수의 재등장에 여야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관망하는 분위기를, 민주당은 안 전 교수가 대화하겠다고 밝힌 점에 방점을 찍었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은 “이번엔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새 정치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안 전 교수가 같은 뜻을 가진 분들과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는 점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진보정의당은 이미 안 전 교수가 강조한 노원 서민들과 땀의 정치를 실현해 왔다”면서 “안철수 전 교수뿐만 아니라 어느 후보와도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길섶에서] 병과 오진/정기홍 논설위원

    #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수주일째 계속된 선배의 쉰 목소리에 “병원에 가보라”고 했더니 “의사가 목이 조금 부은 정도라 한다”며 쓸데없는 걱정이란 말투다. 그의 자존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지상파방송의 목건강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기분이 언짢아 채널을 돌렸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은 내가…”라며 뻐기던 그 선배는 요즘 병원에 자주 들러 진단을 받는다. # 병원을 다녀온 아내가 시무룩하다. “지방 병원의 오진으로 갑상선암 수술을 한 게 후회된다”는 한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서 “내 수술도 오진이었을까”하는 생각에 의사의 얼굴 보기가 싫었단다. 요즘에도 “수술 전에 몇 군데 더 다녀볼걸 그랬나”라며 낙심이 크다. 수술한 의사에 대한 불신이다. 50대의 두 건강 자화상이다. 의사가 들으면 초풍하겠지만 오진 사례는 심심찮게 들리고, 그 연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가 있다. 의사도 사람일진대 오진(誤珍)과 과진(過珍)은 있지 않겠는가. 병원에 자주 가든, 주치의를 믿든 그게 건강하고 길게 사는 방편이라면 옳은 것이다. 그런데 왜 이게 잘 안 될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CEO 칼럼] 상생이 뭔데…/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CEO 칼럼] 상생이 뭔데…/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요즘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상생’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상생의 정치를 말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도 경제민주화라는 화두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이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각 부문에서 상생이 말해지는 것은 상생이 그만큼 중요하고, 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과연 상생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상생이 뭔데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상생을 말하고, 그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상생의 본질은 배려와 소통에 있다. 먼저 배려(配慮)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를 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말한다. 아주 예전부터 개와 고양이는 만나기만 하면 싸웠다. 오랜 다툼에 지친 개와 고양이는 어느 날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서는 기분 좋게 헤어졌다. 다음 날 개와 고양이는 길에서 다시 만났다. 어제 했던 약속이 생각난 개는 꼬리를 흔들며 반가움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이날 개와 고양이는 다시 싸움을 시작하였다. 개가 꼬리를 치켜든 것이 고양이에게는 도전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후로 개와 고양이는 천적으로 남아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생각이 오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 것이다. 상생에는 소통(疏通)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소통을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는 잘못된 모습들을 흔히 보고 있다. 상대방이 양보하면 소통이고,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통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일들을 보곤 한다. 소통은 ‘뜻이 통하여 서로 오해가 없는 것’을 말한다. 소통이 없으면 사람들 사이에는 오해가 생기고, 이는 곧 상대방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전국책’(戰國策)에 조개와 황새의 이야기가 있다. 강가에 나와 있던 조개를 발견한 황새는 조개를 잡아먹기 위해 재빨리 조개의 살에 부리를 찔러 넣는다. 갑작스러운 황새의 공격에 놀란 조개가 황급히 껍질을 오므리자, 조개와 황새는 서로의 입을 물고 있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당황한 조개와 황새는 상대방에게 서로 먼저 풀어줄 것을 요구했지만, 상대를 믿지 못한 황새와 조개는 결국 고집을 부리고 버티다가 마침 이곳을 지나던 어부에게 함께 잡혀버리고 말았다. 유명한 ‘방휼지쟁’(蚌鷸之爭)과 ‘어부지리’(漁夫之利)의 이야기이다. 불통이 불신으로 그리고 공멸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많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 간의 갈등이 있다. 동과 서, 남과 북에 따른 지역적인 갈등도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 간의 세대차가 있고,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인 갈등도 존재한다. 갈등이 심한 사회나 기업은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최고경영자에게 요구되는 자질 중의 하나가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능력이다. 최근 ‘내 딸 서영이’라는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아버지와 딸 사이의 갈등과 그 갈등을 푸는 과정 그리고 갈등의 해소가 가져다주는 가족 전체의 화해를 극적으로 보여줘 꽤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갈등을 잘 이겨낼 때 기업이나 사회는 상생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 회사도 ‘직원도 가족도 행복해야 합니다’라는 목표를 걸고 상생의 노사문화를 이끌어 가려 한다.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동력원이 상생이다. 갈등의 요소를 제거할 때 상생이 이뤄지고,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상생은 서로 상생을 내세우고 주장하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 상생은 말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우선하고, 이를 실천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지금 우리 시대에 상생이 주는 의미이자, 상생이 필요한 이유이다.
  • “방송의 공정성 절대로 포기 못해 직권상정은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방송의 공정성 절대로 포기 못해 직권상정은 국회선진화법 무력화”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과 관련, “방송의 공정성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게 그것 하나라는 점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우 수석부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인허가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두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SO 인허가권자가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장관이라면 권력의 입김을 바로 받게 되기 때문에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에 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SO의 법률 제·개정권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 제·개정권에 근거하지 않는 인허가권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미래부에 법률 제·개정권을 두면 인허가권 역시 미래부로 옮겨올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도채널만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겨두면 방송의 공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비보도채널인 TVN의 ‘여의도 텔레토비’라는 프로그램은 오락프로그램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을 빗대 만든 텔레토비 발언 때문에 새누리당이 엄청나게 비판받지 않았느냐”면서 “SO의 인허가권을 미래부가 장악하면 이런 프로가 생길 수가 없게 되고, 보도채널인 YTN도 150번대로 밀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박기춘 원내대표가 SO를 미래부로 이관하고 방송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3가지 선결조건을 제시한 데 대해서는 “박 원내대표의 조건 제시가 전술적으로 적합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새누리당이 SO 인허가권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부분을 절대 양보 못한다고 하니,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SO 인허가권을 놓고 양측에서 당기니까, 솔로몬왕이 재판에서 자식의 손을 놓은 부모의 심정으로 SO를 놓는 대신에 방송 장악 의도가 없다면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라도 만들자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직권상정 제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하면 직권상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직권상정 얘기는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회선진화법은 18대 국회가 주먹질하고 싸우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정치불신을 심어준 것을 각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대적 산물”이라면서 “원안을 통과시키지 못한다고 해서 개정해야 한다는 것은 독재시대로 회귀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시론] 국민연금 논란의 해법/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시론] 국민연금 논란의 해법/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는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을 넘어서고 적립기금도 4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세계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공적연금 시스템의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신정부의 인수위에서 제기된 기초연금 관련 논란의 불똥이 국민연금으로 옮겨붙는 과정에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첫째,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면 현재의 젊은 가입자는 연금 수급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둘째, 이를 이유로 연금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연금 수급연령을 늦추지는 않을까, 셋째, 월 20만원 정도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면 연금보험료를 성실히 납입한 국민연금 가입자만 불리하지 않을까, 넷째, 40조원 상당의 기초연금 재원은 과연 조달이 가능할까 등으로 요약된다. 국민연금과 관련한 오해 중 하나는 적립기금이 없으면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된다는 생각이다. 국민연금이 성숙된 대부분 유럽국가에서는 가계에서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듯, 적립기금 없이 매년 노년계층에 지급해야 할 필요 연금액을 그 당시의 근로계층이 보험료나 세금을 걷어서 조달한다. 선진국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보험료를 미리 적립하는 제도를 초기부터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진적이다. 다만, 우리나라도 연금급여에 상응한 만큼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기금 고갈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서는 연금 급여수준을 낮추거나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연금 수급 연령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1999년에 이어 2007년에 이러한 조정 작업을 국민 합의 하에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향후에도 조정요인은 있지만 국민의 노후 대비 정도와 가계의 부담능력 등에 대한 고려가 선행될 것이고, 적어도 사적연금에 비해 유리한 구조는 유지될 것이다. 민간 금융기관에서 운영되는 사적연금은 가입하면서 국가가 책임지는 국민연금을 못 믿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보험료 납입 없이 수급되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왜곡된 측면이 있다. 기초연금의 도입 취지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과소하게 받는 어르신에 대한 노후 소득보장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등 직역 연금을 받고 있거나 국민연금을 일정액 이상 받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국민 누구나 노인이 되면 최소한 월 20만원 이상의 국가 보장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한편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국민연금에 왜 가입하느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국민연금 수급자는 본인이 납입한 보험료에 상응한 소득비례 연금 외에 세대 간·세대 내 재분배적 성격을 가진 기초연금 상당액을 이미 받고 있음을 간과한 것에 기인한다. 국민연금이 늦게 도입되어 가입할 수 없었거나 혹은 소득이 없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했던 사람은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서 역차별을 받아온 측면이 있고, 기초연금 도입은 이를 시정하는 성격이 강하다. 더욱이 기초연금은 월 20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보통사람이 노후에 필요한 생계비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에 더 오래 가입해서 더 많은 연금을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노후소득 설계전략임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40조원 내외가 필요한 기초연금 재원 조달이 걱정되지만,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을 기초연금 재원으로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일단 안심할 수 있고, 기존의 정부지출 중 낭비 요소를 절감하고 세금 누수가 의심되는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하여 공약이행을 위한 135조원의 조달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므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사설] 새 정부 초 잇단 공직 비리 싹부터 잘라내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공직 비리에 대한 수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공직사회 부정부패 척결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조직법 처리가 늦어져 국정이 마비될 지경인데, 공직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나라가 어려운 때일수록 공직자들이 중심을 잡고 민생을 챙기는 데 앞장서기 바란다. 새 정부 들어 수사 선상에 오른 공직 비리는 세무 비리와 지방자치단체의 토착 비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경찰은 엊그제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고 세무공무원들이 세무조사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의혹을 캐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첨병 역할을 해야 할 세무공무원들이 세무조사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면 막대한 복지 재원을 조달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파헤치기를 당부한다. 세무공무원들의 자정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비리는 지방자치제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현재 사정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안양, 연천, 의정부, 평택, 화성 등 경기도 내 시·군 일부 공무원들의 혐의는 관급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전형적인 지자체 토착 비리에 속한다. 최남희 한국교통대학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6년 동안 발생한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는 3만 6210건에 이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공무원들이 재량권이 커진 만큼 이를 악용해 비리를 저지를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업무처리 과정과 관련한 정보공개제도 활성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직 비리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정책 집행의 효율을 떨어뜨려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 30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99%의 공무원이 깨끗해도 1%가 부정부패를 저지르면 국민들은 공직사회 전반을 불신한다”면서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새 정부는 역대 정부가 공직 부패 척결을 추진했지만 획기적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한 뒤 처방전을 내놓았으면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비리 근절을 위해 외부 감사보다는 내부 감사,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감사원의 공직 특별 감찰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 충북 ‘갈등관리조례’ 있으나마나

    신규사업 유치 등을 둘러싼 시·군 간 충돌로 행정력 낭비 등이 초래되고 있지만 충북도가 제정한 갈등 조례는 수년째 낮잠을 자고 있다. 6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도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가 2007년 11월에 제정됐다. 이 조례에는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을 맡고, 도 실·국장, 도의원, 대학교수, 변호사, 언론인 등 20명으로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원회 기능은 시·군, 주민 상호 간 갈등사항 심의 및 권고 등 갈등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 수립과 추진이다. 이 조례에는 갈등관리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갈등관리 활동 촉진을 위해 유관 기관과 단체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조례는 제정된 지 5년이 넘도록 유명무실한 상태다. 조례의 가장 핵심인 갈등관리심의위조차 구성되지 않은 데다, 갈등관리 업무를 놓고 부서 간 ‘핑퐁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치행정과에서 이 업무를 넘겨받은 감사관실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면서 자치행정과로 다시 업무를 돌려보내겠다는 방침이다. 도 김창현 감사관은 “시·군을 감사하는 부서에서 갈등을 조정하면 우월적 지위를 갖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시·군 간 갈등이 발생해도 할 수 있는 일이 뾰족하게 없다. 지금도 충북 경제자유구역청 청사와 통합청주시 청사 위치, 진천·음성 간 혁신도시 군 경계 조정 등 곳곳에서 갈등이 속출하고 있지만 도는 눈치를 보면서 자제를 호소하는 게 전부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도의 책임 방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충북대 행정학과 이재은 교수는 “시·군 간 갈등은 행정력 낭비, 효율성 저하, 공동체 의식 파괴, 도정의 불신 등 부작용이 매우 커 조정기구 구성이 시급한 실정이다”면서 “갈등 조정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일단 구성한 뒤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재봉 충북비정부기구(NGO) 센터장은 “이럴 경우 담당자들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서대문구 고충민원처리 우수기관 선정

    서대문구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관한 ‘제5회 국민신문고대상’ 옴부즈맨 분야 고충민원처리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5일 밝혔다. 고충민원처리 개인분야에서는 박우석 감사담당관실 팀장이 우수상을 받았다. 구는 내년 11월 22일까지 우수기관 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다. 구는 민선 5기 공약사항으로 행정 목표를 투명행정, 책임행정 구현으로 정하고 주민신뢰 회복과 청렴행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또 2010년 10월 고충민원 총괄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부구청장 직속의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매월 초 민원 처리기간, 분야별 원인 및 사례를 분석해 행정에 반영해왔다. 이에 따라 매월 선정한 10여건의 사례를 전 부서에 전파하고 제도 개선 건의사항을 모아 심층 분석한 뒤 이를 반복민원, 기피·불신민원에 적용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2011년 6월부터 시민감사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모두 외부인사로 위촉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고충민원을 직접 조사 처리하도록 하는 등 내실 있는 활동을 벌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쉬운 정치 택한 안철수씨 서울 노원병 출마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24 재·보궐 선거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당초 10월 재·보선에 출마한 뒤 내년 6월 지방선거 참여를 목표로 신당을 만들 것으로 본 정가의 예상을 깬 발 빠른 행보다. 그의 ‘조기 등판’ 결심은 무엇보다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누빌 정치적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대선이 끝난 지 석 달이 다 되어 가건만 여전히 계파 대립의 늪에서 허덕이며 쇄신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을 보면서 ‘안철수당’의 향배에 대한 자신감도 얻었을 법하다. 안 전 교수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의 몫이다. 18대 대선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한 축으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나눠 져야 할 그가 석 달도 안 돼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것이 온당한가, 대선 개표상황도 지켜보지 않고 출국한 처사가 올바른가 등에 대해 시시비비의 여지가 있으나 이는 관점의 문제로, 그의 재·보선 출마를 구속할 사유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굳이 다른 지역구를 제쳐 두고 서울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지기로 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곳은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한 혐의로 국회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아 재·보선이 치러지게 된 곳이다. 현행법상 법원의 판단이 불가피했다지만 정치적으로 과연 노 대표의 의원직 상실이 사회의 보편적 정의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을 남겨 놓은 곳이다. 야권 단일 후보가 될 수도 있었을 인사라면, 나아가 여전히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해나갈 인사라면 최소한 이런 정치적 함의는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라 당선이 수월할 것으로 판단한 결과라면, 이는 기회주의적 행태일 뿐이다. 노 대표로부터 “가난한 집 가장이 밖에 나가 돈 벌 생각을 해야지, 왜 집 안에 있는 식구들 음식을 나눠 먹으려 하느냐”는 힐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 나라 정치는 물론 안 전 교수 자신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 기왕 정치를 하겠다면 좀 큰 정치를 하기 바란다.
  • [커버스토리-전관예우 공화국] ‘로비스트 합법화’ 걸림돌은

    로펌(법률회사)이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고위 공직자 출신을 거액에 영입하는 이유가 뭘까. 로펌은 이들의 전문지식을 높이 산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들이 오히려 출신 부처에 각종 로비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로비를 합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미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양성화해야 부적용이 최소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비스트를 합법화하고 일반인들도 공개적으로 이용하면 궁극적으로 국민의 청원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론자들은 로비 제도가 합법화된다고 해도 헌법이 보장한 청원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비싼’ 또는 ‘힘 있는’ 로비스트를 살 수 있는 대기업이나 힘 있는 이익단체가 합법적으로 입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로비 활동내역과 로비자금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해도 이러한 로비의 ‘부익부’ 현상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에는 행정부나 국회의 고위 관료들이 퇴임 후 대형 로펌에 고문이나 자문위원으로 가는 모습을 광의의 ‘로비 행위’로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은 관료 시절의 인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번 정부 내각 인선에서처럼 이들 전직 관료들이 부처 수장으로까지 오는 경우도 생겼다. 무기중개업체에 고문으로 재직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이러한 국민 정서를 기반으로 한다. 로비가 합법화되더라도 학연과 경력 등 인맥을 바탕으로 하는 음성적 로비를 끊어낼 수 없다는 의심도 나온다. 로비 활동과 자금 등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함께 비리가 적발된 경우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으면 입법에서 정책입안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로비가 합법화돼도 로비 비용으로 최소 수천만원이 든다는 얘기가 나오면 국민들은 괴리감을 느낄 것”이라며 “아무리 투명해도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홍인기 기자 ikki@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개천의 용은 교육 꼼수를 이길 수 있을까/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개천의 용은 교육 꼼수를 이길 수 있을까/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된다. 서울신문에서 연초부터 8주에 걸쳐 교육특집 기획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사라졌어요’로 시작해 ‘교육 격차 해소, 우리가 나선다’까지 5회분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실제로 교육 나눔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2월에도 3주 연속 구체적 사례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인상적이다. 흔히 메이저 일간지라 불리는 신문들의 교육 섹션은 거의 학원 홍보에 가까운 퍼블리시티(publicity)로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아, 얼핏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듯하면서 실제로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느낌을 받았던 터다. 이에 비해 이번 교육기획 시리즈는 2부에 약간의 기업 홍보성 내용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실제 기업들의 교육나눔 활동이 소외계층에게 어떤 실질적 효과를 주고 있는지 잘 다루고 있어 값진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2부 기획이 시작되던 날 1면에 ‘여전한 공교육 불신, 중·고교 사교육비 증가’라는 기사가 나란히 실린 점은 우리 교육의 이중적 측면을 잘 보여 줬다. 요즘은 미국에서도 평범한 아동이 영재판별검사를 미리 준비하고 와서 영재로 둔갑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어 이들 ‘만들어진’ 가짜 영재를 구분해 내느라 궁리 중이라 하니, 한국의 선행학습이 수출되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누구나 남보다 뛰어나고 싶은 욕망은 있다. 지나치면 행복을 해친다. 사과나무로 태어난 아이는 사과나무로 자랄 때 가장 행복하다. 그런데 ‘너는 포도가 되어야 한다’고 부모가 미리 재단해 포도에 좋은 비료만 잔뜩 준다면 사과나무는 포도가 되지도 못할뿐더러 사과나무로 잘 자랄 수 있었던 잠재력마저 상실한다. 사과나무에게 포도가 되라고 요구하는 부모 욕망의 저변에는 명문대를 향한 입시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입시제도는 수능과 특기 두 트랙으로 나눌 수 있다. 수능은 국·영·수·과/사 ‘모두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제도다. 그래서 학생들은 어느 하나를 잘하면 그것을 더 발전시키기보다 아무리 해도 잘 안 되는 것에 집중하느라 잘할 수 있는 능력까지 사장하고 만다. 또한 수학과 과학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학생을 원하는 과학고나 명문대 이과에서는 어릴 때부터 수학과 과학만 잘하려고 그쪽의 선행학습에만 치우쳐 다른 인문학적 소양은 갖출 시간도 여력도 없었던 ‘기형적인’ 인재를 뽑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영재가 아닌 아동들도 어렸을 때부터 미리 정해진 기형적인 사교육을 통해 ‘가짜 영재’의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 극소수의 영재를 발굴하기 위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받아야 할 정상적인 교육의 변형을 방치하는 것은 빈대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다. 요즘은 문·이과 통합 얘기도 나오고 융합학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자유전공 학부를 운영하기도 한다. 그런데 말만 자유전공이지 실제 절반 이상이 획일적으로 상경계열로 진학한다는 기사(2월 14일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한국의 교육 텃밭에서는 변형돼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한 여행자가 중국을 여행할 때 들었다는 ‘정부에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겐 대책이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오직 하나, 특목고나 명문대 입학을 위한 꼼수와 편법으로 또 다른 대책을 마련하는 우리의 교육 분위기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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