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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천복지타운 민관합심타운

    금천복지타운 민관합심타운

    2007년 보건복지부와 금천구는 흉물스럽게 방치된 시흥2동 탑동시장 거리에 중풍이나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실버센터를 짓는 계획을 세웠다.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이 들끓었다. 감사원, 서울시, 국무총리실, 국민권익위원회까지 집단 민원이 빗발쳤다. 주민들은 상여를 메고 구청 청사로 몰려오기도 했다. 민관이 그리는 평행선은 끝없이 이어졌다. 불신이 극에 달해 대화가 끊어졌다. 변화의 조짐이 생긴 것은 2009년 말. 열혈 담당 직원이 어느 날 밤늦게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요청한 것. 그렇게 다시 대화의 물꼬가 텄다. 회의는 꼬박 1년이 진행됐다. 주민들은 도서관, 동 주민센터, 어린이집, 체육시설 등을 추가로 지어 달라고 요구했다. 구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요양시설은 점점 종합복지타운으로 밑그림이 바뀌어 갔다. 2010년 6월 차성수 구청장이 취임했다. 불신을 극복하고 민관이 힘을 모으고 있는 사업이 눈에 확 들어왔다. 시간과 사업 비용이 문제였다. 원래 2010년 완공이 목표였다. 주민 설득과 논의 과정을 거치며 지연을 거듭했다. 여러 시설이 추가되며 사업 비용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보건복지부에서 요양시설 건립을 위해 지원한 39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차 구청장은 서울시의 문을 두드리고 두드렸다. 시는 일종의 기피시설로 취급되는 시설이 서울 도심 지역에 처음 들어선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시비 18억원과 특별교부금 71억원을 쾌척했다. 그래도 부족했다. 이리저리 고민하던 차 구청장은 청와대 근무 시절 인연을 떠올리며 기획재정부를 찾아갔다.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을 요량이었다. 기재부는 난색을 드러냈다.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을 위해 쓰이는 기금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차 구청장을 비롯해 구 직원들이 기재부와 국회 등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55억 80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300억원 규모 사업에서 61%에 달하는 183억원을 지원받은 셈이다. 구가 나머지 117억원을 책임져야 했지만 부지 비용 1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투입된 구비는 17억원에 불과했다. 그렇게 금천종합복지타운이 우뚝 섰다. 지난 21일 개관식을 가졌다. 3959㎡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8983㎡ 건물이 들어섰다. 노인 72명이 이용할 수 있는 구립사랑채요양원이 둥지를 틀었다. 구립 탑골어린이집과 시흥2동 주민센터가 이사를 왔다. 주민들을 위한 민원실, 다목적강당, 체력단련실, 주민자치실 등도 설치됐다. 200석 이상 규모의 구립시흥정보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차 구청장은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심각한 갈등을 긍정적 결과로 전환한 좋은 사례”라며 “주민들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고 기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시론]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한 이유/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시론] 한·일 정상회담이 필요한 이유/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다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웃이었다. 현재의 한·일 관계 악화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의 필요에 의해 다시 관계를 회복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 국민은 이번 기회에 아베식의 역사퇴행적인 사고와 행동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한국 정부가 확실히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아베 신조 수상이 과거사를 직시하지 않는 한 한·일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도 이러한 국민 정서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의 폭을 가지고 일본을 설득하는 자세와 용기가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일 관계는 항상 갈등과 협력의 사이클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대체로 한·일 관계가 경색된 시기에 원칙을 고수한 대일 강경 일변도 정책은 일본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에 별로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 예로 김영삼 대통령은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하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전쟁’까지 불사하겠다”며 대일 강경정책을 고수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오히려 한·일 관계가 우호적인 시기에 한국의 설득과 요구를 통해 일본 정부를 움직일 수 있었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이명박 대통령 시절 일본은 ’칸 담화‘를 발표하고, 한국에 문화재를 반환했던 것이다. 대일 강경 일변도 정책보다는 대일 소통과 설득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역사가 알려주고 있다. 한국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우선 정부 간 대화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의 경색이 지속되는 이유 중에는 한·일 양국 정부 간 신뢰 부재가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일 양국이 대립되더라도 외교 당국 간은 서로 긴밀한 소통을 하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외교 당국자들은 한·일 관계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서로 지혜를 짜내는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일 양국은 상대방에 대한 상호 오해와 불신으로 인해 외교 당국이 만나기를 꺼리고 공식적인 회의 이외에는 서로 소통하는 기회가 적은 것이 현실이다. 그로 인해 상대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오해하는 상황마저 나타나 불신은 더욱더 쌓이고 있다. 이를 두고 한·일 전문가들은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에까지 가보면 상대방과 타협할 것이라는 체념마저 존재한다. 한·일 양국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정상이 만나 갈등의 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일 정상이 만나 하루아침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아니다.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이루어질 때 한·일 외교 당국도 좀 더 진지하게 한·일 쟁점을 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것이고, 그 결과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한·일 정상이 해야 할 일이다. 지금의 한·일 관계는 새로운 질서 변동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일본은 미국의 안보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현재 일본이 시도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 변경은 미국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하지만, 그 속내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다. 미국으로서도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통하여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인 부담을 줄이면서 재균형(리밸런스) 정책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본 것이다. 이 점에서 한국이 과거사 문제로 일본의 군사적인 역할에 반대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이제 역사 문제 외에 안보 문제에 대해 한·일 정상이 전략적인 대화를 시작할 때이다.
  • [사설] 공무원연금 개혁 안 해 국민연금 불신 커진다

    공무원 연금 적자를 메우는 예산이 내년에 2조 5000억원에 육박하고 군인연금까지 더하면 4조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연금의 경우 올해보다 무려 31%가 늘어난 금액이다. 2001년에 국민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하도록 공무원연금법을 고친 뒤 쏟아 부은 혈세가 무려 14조원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온 국민이 주머니를 털어 공무원들의 노후를 보살피는 꼴이다. 앞으로 보전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0년간 수십 조원을 투입해야 한다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하루바삐 공무원 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공무원 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1990년대 초반부터 재정 고갈 문제가 대두했지만 2009년에야 1차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반쪽 짜리 개혁이 되고 말았다. 연금 수령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받는 돈을 줄였지만 신규 공무원부터 적용했다. 기존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공무원 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여러 면에서 혜택이 월등하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평균 1.7배를 받지만 공무원 연금은 2.5배를 받는다. 정부가 부담하는 사업주의 부담률은 7%로 국민연금의 4.5%보다 훨씬 높다. 연금 수령 연령도 평균 10년 정도 이르다. 두 연금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공무원 연금 개혁은 국민연금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안이 발표되어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몇 달 동안 탈퇴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국민으로서 다른 연금에 가입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차별과 불이익을 받는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다. 국민연금 또한 2044년쯤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돼 개혁 압박을 받고 있다. 더 내고 적게 받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공무원 연금도 언제까지나 예산에 기댈 수는 없다. 기존 공무원들도 한 발짝씩 양보해서 보험료율은 조금 더 올리고 받는 돈은 줄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국가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갈 폭탄 같은 존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초연금 차등 지급안에 따라 노인들도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기초연금은 수령액이 공무원연금의 10분의1도 되지 않으면서도 노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돈이다. 그런 돈을 줄이려고 온 나라가 난리 치는 판에 공무원들만 온실 안에 있을 수는 없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금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공무원뿐만이 아니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권 말이 되면 표 때문에 개혁은 또 미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 연금 개혁 추진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지금부터 범국민적인 개혁기구를 만들어 4대 연금의 개혁안을 다시금 짜기 시작해야 한다. 하루가 급하다.
  • [사설] 전셋값 60주째 오름세, 법안 처리는 언제하나

    서울의 지난주 아파트 전셋값이 0.22% 오르며 60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 상승 기록(2009년 1월 30일~2010년 3월 19일)을 따라잡았다. 지난달 거래된 전국의 전·월세 아파트 중 월세 비중은 34.2%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안정대책이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8·28 대책’의 핵심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었다. 주택 매매 수요를 위해 연 1~2%의 금리로 집값의 40~70%를 대출해 주는 공유형 모기지를 도입하고, 주택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기로 했다.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 파격적인 조치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계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해 위험 수위인데다,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수입원인 취득세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전셋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고,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물건은 늘고 있다. 반면 주택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은 뜨뜻미지근하다. 정책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취득세율을 2~4%에서 1~3%로 낮추는 지방세법 개정안은 시행일이나 기존 거래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안전행정부는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지만, 둘 다 국회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야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개정안을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소급 적용 문제와 관련해 소모적 논쟁을 벌일 경우 취득세율 인하 시행 시기가 내년 1월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는 아직 4·1부동산 대책 관련 법안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을 위한 주택법이나 다주택자 중과제도를 없애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주택시장의 회복은 단지 부동산 문제에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다.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속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전·월세 시장이 안정돼야 가계 소비가 살아나고 고용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국회는 주택시장 정상화는 경제 회복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관련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김일수 樂山樂水] 무엇이 참된 국민행복일까

    낙엽 떨어지는 오솔길이 아니라도 좋다. 이 무렵 맑은 하늘과 마주하는 어느 곳에서나 일상인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삶이란 무엇이며, 개인과 공동체의 삶은 또 뭔가. 행복한 삶, 행복한 죽음에서처럼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개인 또는 가족의 행복을 넘어 사회공동체의 행복은 무엇이며, 우리 시대의 목소리가 된 국민행복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국정감사장은 행복한지 모르겠다. 또 기업들은 추수하는 들녘처럼 행복한가. 학생과 교사들은 학교에서, 근로자들은 일터에서, 군경은 그들의 임무에서 행복한가. 한때 갈등이 고조됐던 지역들은 지금 행복한가. 보통사람들이라면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긴 힘들어도 그 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행복을 꿈꾸며 살아 온 일상에서 누적된 경험들을 통해서일 것이다. 간혹 천신만고 끝에 바라던 꿈이 이뤄졌을 때 행복을 얘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첫아이를 가슴에 품은 한 부부가 큰 행복에 겨워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류의 행복은 갈증을 추겨 주는 한 모금의 물과 같아서,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목마름이 찾아온다. 인생의 행복은 흔히 부귀영화, 건강, 성취욕에 연계된 것들이지만 어느 하나 장구한 것 없으니 그것을 잡으려는 치열한 생존경쟁이란 실로 바람을 잡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추구는 포기할 수 없는 인권의 핵심이요, 기본권 중 기본권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국가나 사회공동체라면 그 구성원들의 행복한 꿈 실현에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옳다. 문제는 무엇이 참된 행복이며, 그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오늘날 국민행복과 관련된 정책들은 주로 의식주와 건강 등 삶의 외부적 조건과 연관된 것들이다. 그것은 기껏 삶의 부피와 양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행복은 삶의 질과 직결된 것들이다. 물론 물질문명과 소비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은 이 삶의 질조차 양적 크기로만 저울질하는 데 길들여 있다. 그러나 참된 삶의 질은 삶의 뿌리와 내면, 인간 심성의 속살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눈먼 소비주의는 알지 못한다. 근원적으로 인격의 정신적 즐거움은 선을 사모하는 마음, 진리를 기뻐하는 정신,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열정, 거룩함을 닮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삶의 공동체가 죄악으로 무너지고, 불의 때문에 파괴되며, 추함으로 갈등하고 더러움으로 타락할 때 실로 우리는 행복의 문 저밖에 버려진 셈이다. 물론 사회구조는 상당한 자생력과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과 윤리, 법제도와 보이지 않는 질서들까지도 우리네 삶을 고비마다 추슬러 주기 때문이다. 국가나 사회공동체의 틀은 어느 정도의 불법이나 일탈을 견딜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행복을 갉아 먹는 불의나 갈등이 범람하면 비록 우리네 국가적·사회적 삶 자체가 해체되는 건 아닐지라도 그 삶의 질은 형편없이 피폐해 버린다는 점이다. 만약 선과 진리, 미와 성결에 대한 각자의 의지와 상호 간의 신뢰가 약화하면 사회적 갈등과 불신은 깊어지고, 공동체적 삶은 온전함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행복은 표면적으로 공표되는 통계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공동체 구성원 각자의 삶의 질과 그에 대한 현실적인 체감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라’처럼 우리네 삶의 긍정적 미래전망에 대한 기대와 신뢰, 그리고 사랑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구체적인 신뢰와 사랑이 없다면 국민행복은 정치적인 신기루에 불과하다. 광야 같은 세상을 지나는 백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 가능한 시공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오아시스이지, 결코 바람을 잡는 것 같은 추상적 유토피아가 아니다.
  • ‘끊임없는 갈등’ 흔들리는 검찰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이어지면서 검찰이 흔들리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국정원 수사로 조직이 무너져버렸다”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 검찰-법무부-청와대로 이어지는 공안통 보고라인에 대한 불신과 사건 처리에 소극적인 수뇌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독단적인 영장 집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기소 당시 불거졌던 특수-공안라인, 수사팀-수뇌부 간의 갈등이 다시 표출된 것이다. 실제로 윤 지청장은 지난 17일 영장 집행에 앞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찾아가 수사기밀 유출을 이유로 상부보고 없이 중앙지검장 결재로만 영장을 집행할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조금만 기다려 보라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고, 윤 지청장은 지휘부에 보고 없이 영장을 집행한 뒤 경질됐다. 검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는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릴 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존립기반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데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연루돼 있어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지난 4월 30여명의 검사·수사관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특별수사팀을 꾸린 뒤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원세훈 전 원장 등을 소환 조사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원 전 원장 등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 내부 갈등설이 불거졌다. 청와대가 황교안 법무장관을 통해 부당한 수사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결국 원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수사팀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퇴했다. 당시 청와대 배후설이 제기되면서 채 전 총장이 국정원 수사에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는 ‘괘씸죄’가 작용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특수-공안 라인 등 내부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성추문·금품수수·폭언… 막장 드라마 찍는 지방의원들

    지방의회 의원들과 관련해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동료 의원 성추행 의혹 등 막장 폭로전을 벌였던 대구 달서구의회가 이번에는 의장을 불신임했다. 달서구의회는 김철규 의장의 불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17일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 8월 27일 “서모 의원이 지난해 7월 당시 의회사무국 여직원을 외곽의 한 식당으로 데려가 저녁 식사를 한 뒤 껴안는 등 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식사한 것은 맞지만 성추행은 없었다”며 김 의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달서구 의원들은 각종 현안에서 의장파와 반의장파로 나뉘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왔다. 대구 동구의회는 의정 운영 공통경비와 업무추진비를 마구잡이로 써 오다 대구시 감사에 적발됐다. 동구의회는 심야시간대(밤 11시 이후) 클린카드로 137회에 걸쳐 의정비 1000여만원을 집행했다. 주점에서도 30차례 클린카드로 결제했다. 클린카드는 심야시간대와 유흥업소에서는 쓸 수 없다. 클린카드로 등산복 등 스포츠용품 구매에 85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신반포 1차 재건축 과정에서 철거 업체로부터 사업 편의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날 구속 기소됐다. 김 의장 외에도 다원그룹 로비와 관련해 전 경기도의원 이모(48)씨와 전 인천시의원 강모(45)씨 등이 구속 기소됐다. 인천 연수구의회는 사안을 가리지 않고 구청장을 걸고넘어져 집행부 견제가 아닌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의회는 지난 8월 인천지방경찰청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 촉구 결의문’을 보냈다. 결의문에서는 고남석 구청장이 전입한 주민에게 축하 전화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경찰 조사 결과 선거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연수구의회는 편법이란 지적을 받으면서도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지난해 2월부터 지난 7월까지 500일 동안 운영한 행정사무조사 특위가 종료되자마자 또다시 연말까지 150일간 행정사무조사를 벌인다. 경북 김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소속 정당 행사에 참석하면서 시의회 공용 차량을 이용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국민권익위에 제소당했다. 김천지역사랑연구회 등에 따르면 시의원 17명 중 15명은 지난 8월 새누리당 경북도당에서 열린 도당위원장 이·취임식에 참석하면서 공용 21인승 리무진 버스와 카니발 차량을 이용했다. 충북 증평군의회에서는 A 의원이 동료 여성 의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어 시끄럽다. A 의원은 지난달 12일 예결위원회 계수조정회의 과정에서 예산안 삭감을 놓고 논쟁하다 동료 여성 의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 여성단체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피해 여성 의원은 지난달 24일 A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전남 나주시의회는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지난 5월 나주 미래산업단지의 새 사업자 선정 동의안 표결 처리에 반대하며 사퇴서를 제출한 3명의 의원직 사퇴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 처리했다. 지방의회 개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방의원들의 이 같은 일탈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자발적인 정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덮어 버리니까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주민들도 문제를 일으키는 의원들을 반드시 기억해 선거 과정에서 걸러내는 유권자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성추문·금품수수·폭언… 막장 드라마 찍는 지방의원들

    지방의회 의원들과 관련해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동료 의원 성추행 의혹 등 막장 폭로전을 벌였던 대구 달서구의회가 이번에는 의장을 불신임했다. 달서구의회는 김철규 의장의 불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17일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 8월 27일 “서모 의원이 지난해 7월 당시 의회사무국 여직원을 외곽의 한 식당으로 데려가 저녁 식사를 한 뒤 껴안는 등 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식사한 것은 맞지만 성추행은 없었다”며 김 의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달서구 의원들은 각종 현안에서 의장파와 반의장파로 나뉘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 왔다. 대구 동구의회는 의정 운영 공통경비와 업무추진비를 마구잡이로 써 오다 대구시 감사에 적발됐다. 동구의회는 심야시간대(밤 11시 이후) 클린카드로 137회에 걸쳐 의정비 1000여만원을 집행했다. 주점에서도 30차례 클린카드로 결제했다. 클린카드는 심야시간대와 유흥업소에서는 쓸 수 없다. 클린카드로 등산복 등 스포츠용품 구매에 850만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신반포 1차 재건축 과정에서 철거 업체로부터 사업 편의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날 구속 기소됐다. 김 의장 외에도 다원그룹 로비와 관련해 전 경기도의원 이모(48)씨와 전 인천시의원 강모(45)씨 등이 구속 기소됐다. 인천 연수구의회는 사안을 가리지 않고 구청장을 걸고넘어져 집행부 견제가 아닌 감정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구의회는 지난 8월 인천지방경찰청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 촉구 결의문’을 보냈다. 결의문에서는 고남석 구청장이 전입한 주민에게 축하 전화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경찰 조사 결과 선거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연수구의회는 편법이란 지적을 받으면서도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지난해 2월부터 지난 7월까지 500일 동안 운영한 행정사무조사 특위가 종료되자마자 또다시 연말까지 150일간 행정사무조사를 벌인다. 경북 김천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소속 정당 행사에 참석하면서 시의회 공용 차량을 이용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국민권익위에 제소당했다. 김천지역사랑연구회 등에 따르면 시의원 17명 중 15명은 지난 8월 새누리당 경북도당에서 열린 도당위원장 이·취임식에 참석하면서 공용 21인승 리무진 버스와 카니발 차량을 이용했다. 충북 증평군의회는 A 의원이 동료 여성 의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어 시끄럽다. A 의원은 지난달 12일 예결위원회 계수조정회의 과정에서 예산안 삭감을 놓고 논쟁하다 동료 여성 의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 여성단체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피해 여성 의원은 지난달 24일 A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전남 나주시의회는 지난 10일 본회의를 열고 지난 5월 나주 미래산업단지의 새 사업자 선정 동의안 표결 처리에 반대하며 사퇴서를 제출한 3명의 의원직 사퇴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 처리했다. 지방의회 개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방의원들의 이 같은 일탈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자발적인 정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덮어 버리니까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주민들도 문제를 일으키는 의원들을 반드시 기억해 선거 과정에서 걸러내는 유권자 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인천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사설] 국민연금 탈퇴 도미노 진정방안 찾아야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겠다는 정부 발표 이후 국민연금 임의 가입자의 탈퇴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조짐이어서 예삿일이 아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국민연금의 토대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상 조짐이 생겨난 것은 올 2월부터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 방안을 발표하자 2월 한 달 동안에만 1만여명의 가입자가 이탈했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며 부랴부랴 진화하면서 주춤하는 듯했지만, 지난달 25일 최종안이 나오면서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국민연금을 오래 부을수록 상대적으로 기초연금은 덜 받게 돼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1~24일 국민연금 탈퇴자는 하루 평균 257명이었던 데 반해 정부 발표가 있던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는 365명으로 늘었다. 이탈자가 하루 100명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신규 가입자를 뺀 순감 인원만 따져도 올 1~9월 2만명이 넘는다. 기금 고갈 우려로 한때 국민연금은 심각한 불신에 몰렸다. 하지만 2007년 대대적인 개혁안과 국민연금만 한 수익상품은 없다는 공단 측의 집요한 구전 마케팅, 강남 주부들의 열띤 호응 등이 가세하면서 ‘국민연금은 일단 가입하고 볼 일’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렇게 어렵사리 구축된 토대가 다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국민연금 탈퇴 방법을 묻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국민연금 폐지 운동에는 벌써 1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탈퇴와 납부 기피 풍조가 더 확산되기 전에 청와대와 정부는 대응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국민을 제대로 설득할 진정성 있는 논리를 내놓든가, 그럴 자신이 없으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주무 부처 장관이 자리를 내던지고 나간 마당에 ‘국민연금 가입자가 손해라는 주장은 오해’라는, 말장난에 가까운 수사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풀려 불신 풍조가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신뢰는 쌓기 힘들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국민연금 기반이 약해지면 이를 메우는 데 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든다.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 주는 공무원·군인연금 등의 개혁 방안도 내놓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시비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이 가입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설계된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가입자들도 스스로 노후보험을 걷어차는 일에 신중해야 한다.
  •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김종면 칼럼] 이 시대에 ‘양심’으로 산다는 것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심의 화신인가. 모두가 선망하는 장관 벼슬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간청을 했다니 색다른 양심의 소유자 같다. 그런데 찜찜하다. 장관 자리를 초개처럼 버린 그 양심의 정체가 수상하다. 그에게 양심은 필경 옳고 그름을 깨달아 바르게 행하려는 의식, 곧 양심(良心)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마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면, 그는 다만 방황하는 양심(兩心)의 주인공에 불과하다.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대선공약집만 훑어 봐도 어렵잖게 확인할 수 있다. 대선 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을 지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한 사람이,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소신이고 공약임을 몰랐을 리 없다. 박 대통령 아래서 장관 노릇까지 할 것 다 하고 이제 와서 공약이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다가 봉창을 두드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그는 애당초 골치 아픈 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인원’을 꽉 쥐고 있는 안전행정부 장관 같은 느긋한 자리를 원했는지 모른다. 어쨌든, 그는 장관 한번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에 ‘국회의원 장관 겸직 금지‘ 소신도 접고 복지부 수장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기초연금 정부안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게다가 국정감사라는 결전의 장을 코앞에 두고 “양심의 문제” 운운하며 발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장관쯤 됐으면 양심의 다른 이름이 책임감인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국정철학도 다른데 괜히 ‘휘핑 보이’(whipping boy)가 돼 남의 죄를 떠맡고 대신 벌을 받을 수는 없다는 심산인지 모르지만 결코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장관 자리가 아니다.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날 때 물러나야 한다. 공직의 엄중함을 한껏 조롱한 가벼운 처신이 공직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두렵다. 물의를 빚고 장관을 그만둬도 국회의원으로 또 버젓이 행세하는 세상이다. 엊그제 신문엔 여당 지도부 인사들이 국회에 온 진 전 장관을 ‘개선장군’이라도 되는 양 환한 빛으로 맞는 사진이 실렸다. 험한 말을 퍼붓던 모습은 간데없다. 정치꾼의 본색인가. 도대체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은 헷갈린다. 그러니 정치가 불신받는 것이다. ‘정치인 장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의 불씨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 ‘진영 사태’는 박 대통령이 인사에 관한 한 정말 솜씨가 없고 불운하기까지 함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국정철학 공유라는 박근혜 정부 인사 대원칙에 어긋나는 인물을 중용한 꼴이 됐으니 할 말이 없게 됐다. 문제는 다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이다. 아무리 소통 부재 현실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국정쇄신을 주문해도 대통령의 ‘나홀로 통치’는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항명파동을 겪으며 배신의 트라우마까지 더쳤을 테니 더욱더 문을 안으로 걸어 잠글지 모른다. 홀로 가는 길은 위험하다. 그래도 믿을 건 친박 원로들밖에 없다는 듯 전비(前非)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新)386’ 연로층을 대거 불러내 호위병풍을 둘렀다.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원칙의 실종이요 상식의 배반이다. 그들이 과연 ‘윗분’을 모시고 파트너십의 지혜를 발휘하며 진정한 소통의 해법을 찾아갈 수 있을까. 경륜 있는 원로그룹도 물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근육질의 정치력과 신축자재한 사고를 지닌 청장층과의 조화가 없는 원로들만의 행진은 공허하다. 섞여야 힘이 나온다. 창조경제가 시대정신이라면 창조정치 또한 시대정신이다. 명령일하의 리더십은 창조의 적이다. 권위는 지키되 권위주의는 버려야 한다. 정권출범 8개월, 귀가 아프도록 듣고 또 듣는 불통 소리에 우리는 모두 지쳤다. 지금 국민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뭐 거창한 것이 아니다. 그저 ‘소통하는 양심’이 좀 돼 달라는 것이다. 나만의 원칙보다 중요한 게 만인의 상식이다. 대통령의 서늘한 각성이 필요하다. jmkim@seoul.co.kr
  • 동양그룹 ‘두 개의 조직’ 끝없는 갈등에 자멸

    동양그룹 ‘두 개의 조직’ 끝없는 갈등에 자멸

    현재현(64) 동양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해지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동양의 환부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동양의 파산은 현 회장 중심의 공조직인 전략기획본부와 이혜경(60·현 회장 부인) 부회장의 친위세력인 김철(39) 동양네트웍스 대표 간의 갈등과 불신이 곪아 터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 및 동양그룹 측에 따르면 동양에는 두 개의 조직이 있었으며 조직 간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승자는 ‘실세’인 창업주의 딸(이 부회장) 쪽이었다. 현 회장과 이 부회장은 성격 자체가 달랐다. 현 회장은 화를 내거나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기보다는 경청하는 스타일이었고, 이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괄괄한 성격으로 그룹의 크고 작은 일에 관여했다. 김철 대표는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사실상 ‘왕(王)사장’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이 힘을 실어줬던 그룹의 컨트롤타워 전략기획본부도 김 대표의 위세에 눌려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전략기획본부는 부사장급 본부장 밑에 인사·재무·기획·홍보파트가 집결된 동양그룹의 심장부다. 김 대표가 오기 전 4~5년씩 자리를 지켰던 전략기획본부의 임원들은 김 대표 라인과 번번이 부딪쳐 축출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동양 측은 “전략기획본부는 백전백패였다”고 밝혔다. 한 직원은 “김 대표 쪽은 공조직의 일이 미진하다는 점을 부각시킨 뒤 인사권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부회장이 디자인 관련 자문을 받으면서 같이 일하자고 자연스럽게 제의해 동양에 입성했다. 처음에는 외곽조직에서 일하다가 2010년 5월쯤 정식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현재 이번 사태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현 회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의 한 임원은 “김 대표가 전횡을 저지르면서 사익 편취 행동을 한 게 적지 않다”며 “그렇지만 에비던스(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현 회장과 이 부회장 등에 칼을 꽂는 것이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못하지만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억울함을 강변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의혹이 쏠리자 보도자료를 내고 “2008년 입사 때 이미 그룹 전반에 기업어음(CP) 문제가 나온 상태여서 CP 발행 개입이나 인사 개입·경영권 간섭 등은 말이 안 되고, 골프장 매각에 반대한 것은 현금 창출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양네트웍스 법정관리에 대해서는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60%인 상태에서 자금난에 몰린 그룹으로부터 받지 못하게 될 채권이 1000억원에 이르렀다”며 필연성을 강조했다. 한편 현 회장은 동양시멘트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검찰 소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관계자는 “성북동 자택과 제3의 장소에서 일부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사설] 道公, 국민주머니 털기 앞서 자구노력 보여라

    한국도로공사가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송파∼강일나들목, 남양주~퇴계원나들목 등 5개 구간 64㎞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외곽순환도로 전(全) 구간을 유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어떤 곳은 공짜이고, 어떤 곳은 통행료를 물다 보니 이용자 간 형평성 문제가 있고 무료 구간에 차량이 몰려 정체가 발생한다”는 게 도공 측이 내세우는 유료화 추진 배경이다. 언뜻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국민주머니 털기’라는 손쉬운 방법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메우려는 속셈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공약 재원 마련을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정부는 내년부터 도공의 도로공사비에 대한 국고지원 비율을 50%에서 40%로 줄이기로 했다.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라 부채비율도 2017년까지 94.1%로 묶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들어올 돈은 줄고 빚은 더 낼 형편이 못되다 보니 통행료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도공이 지난해 걷어들인 외곽순환도로 통행료 수입은 약 2000억원이다. 5개 구간의 유료화로 확보되는 추가 수입은 1827억원으로 추산된다. 통행료 수입이 갑절로 늘어나니 도공이야 수지맞는 장사겠지만 이용객들은 졸지에 지갑을 더 열어야 한다. 외곽도로 이용차량은 하루 77만대에 육박한다. 이 중에는 무료 구간만 넘나드는 차량도 있지만 유료 구간 통과 뒤 무료 구간으로 나가는 차량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들쭉날쭉한 산정 기준 등으로 통행료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은 실정이다. 민자고속도로 증가 등으로 요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확한 효과 검증과 자구노력도 없이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시켰다가는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도공이 휴게소 등 부대사업을 통해 1000억원대의 이익을 올리고도 통행료 산출에 이를 반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국민만 손해를 봤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도공 사장의 연봉은 지난해 2억 6276만원으로 공공기관장 평균 연봉 1억 60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많다. 통행료 인상에 앞서 요금체계 전반을 합리적으로 손보는 것이 마땅하다. 비용 절감 등 도공 측의 자발적인 고강도 쇄신 노력이 병행돼야 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 [굿모닝 닥터] 풍문은 척추디스크 치료의 걸림돌

    외래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하나의 뚜렷한 패턴이 보인다. 대개는 수술을 두려워해 비수술적 치료로 낫고 싶어한다. 그러나 수술이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수술을 불신하는 환자들은 “수술하면 허리를 못쓴다는데…”라거나 “재발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쏟아내지만 이는 전혀 근거 없는 걱정이다. 단, 검증된 의료기관의 전문의가 합리적 근거에 따라 치료했을 때 그렇다. 특히 최근의 내시경을 이용한 미세침습적 치료는 환자의 안전을 전제로 설계된 치료법이다. 물론 확률적으로 소수에서 재발이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다른 의료분야의 치료에도 존재하는 확률일 뿐이다. 비수술요법에 대한 막연한 기대도 문제다. 같은 디스크나 협착증이라도 꼼꼼히 살펴보면 제각각이다. 간단한 시술로 치료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고난이도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학적·방사선검사를 통해 확인된 자신의 상태에 걸맞은 치료를 받겠다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운동에 대한 오해도 많다. ‘많이 걸으면 허리가 좋아진다’거나 ‘터진 디스크도 운동을 많이 하면 낫는다’는 등의 환상을 가진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허리 근력과 유연성이 척추 건강에 필수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급성 디스크나 신경 압박이 있는 척추 불안정증에는 운동이 독(毒)인 것도 사실이다. 지나친 운동이 오히려 디스크를 악화시켜 수술을 재촉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운동은 당연히 환자 상태에 따라 강도와 종류가 최적화되어야 한다. 이처럼 척추 치료를 둘러싼 수많은 오해와 편견의 이면에는 상식적 치료보다 환자에 영합해 상업적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일부 의사들의 책임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권한다. ‘너무 최신의 치료나 지나치게 간단해 보이는 방법보다 근거로 검증된 치료법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안용 서울우리들병원장
  • 13억 큰손의 쇼핑… ‘백’을 엿보다

    13억 큰손의 쇼핑… ‘백’을 엿보다

    [트렌드 차이나] 김난도·전미영·김서영 지음/오우아/388쪽/1만 6000원 일본인 관광객으로 넘쳐나던 서울 명동은 어느새 중국인 관광객의 천국으로 변했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큰손도 이제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 속에서도 중국은 연평균 10%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세계의 생산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려면 중국 소비자를 먼저 사로잡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007년 명품 소비자의 소비 동기를 분석한 ‘럭셔리 코리아’를 시작으로 매년 한국의 소비 흐름과 소비자 특성을 연구한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해온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번엔 13억 5000만 중국인들의 소비 DNA와 트렌드를 집중 분석했다. ‘트렌드 차이나’는 김 교수와 서울대 소비트렌트분석센터의 전미영 수석연구원, 김서영 책임연구원이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기업들의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한 전문 연구서의 성격을 띠지만 중국의 변화된 사회상과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운 안내서 역할을 한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출간된 이 책은 중국의 소비자가 무엇에 열광하고, 어떻게 소비를 하며, 앞으로 소비시장이 어디로 향할 것인지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를 다룬다. 책은 먼저 중국 소비자를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소득 수준과 소비에서 자기 만족감과 타인의 시선 중 어느 쪽에 더 좌우되는지를 따지는 자기·타인 지향성의 두 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VIP형 소비자 ▲자기만족형 소비자 ▲트렌디형 소비자 ▲실속형 소비자 ▲열망형 소비자 ▲검약형 소비자로 구분한다. 소비자학을 전공한 중국인 전문가와 한국인 석·박사들이 짝을 이뤄 심층면접과 가정방문을 통한 관찰조사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체계화한 각각의 소비자 유형 분석은 매우 현실적이다. 가령 VIP형 소비자 유형은 34세 기혼 여성 변호사인 리샹(李湘)의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손에 잡힐 듯 자세하게 제시된다. 최상위 소득계층인 그녀는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고, 남편과 따로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으며, 유기농 제품을 즐겨 구입한다. 해외 브랜드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고, 일상에서 묻어나오는 자연스러운 과시를 선호하는 등 생활 자체의 프리미엄을 추구한다. 자기만족형 소비자는 유행이나 브랜드보다는 자기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트렌디형 소비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실속형 소비자는 합리적 구매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열망형 소비자는 만사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더 많이 갖지 못한 현실에 슬퍼하는 특징을 보인다. 검약형 소비자는 절약하는 삶 자체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이기 때문에 삶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것이 특징이다. 책은 이 같은 소비자 유형의 특징에 따른 기업들의 맞춤형 전략을 자세히 소개한다. 저자들은 이와 함께 중국인의 남다른 소비 DNA를 7가지로 요약한다.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삶, 체면을 중시하면서도 실속을 차리는 문화, 저신뢰 사회가 야기한 소비자들의 불신, 집단의식 속의 개인주의, 중국식 가족소비, 중국 전통과 글로벌 기준의 공존 등을 중국 소비자의 소비행태에 녹아 있는 공통의 성향으로 꼽았다. 또한 중국 소비시장의 최신 3대 트렌드로 삶의 질 향상과 니치(틈새)시장의 주류화, 중국식 신실용주의의 대두를 제시했다. 중국 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이지만 동시에 무모한 도전의 늪이 될 수도 있다. 실패의 이면에는 잘못된 고정관념과 안이한 전제가 있다. 중국은 하나의 시장이라는 ‘단일 시장의 신화’, 같은 연령과 성별이라면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는 ‘보편가치의 신화’, 유행은 반드시 번져 나간다고 보는 ‘트리클다운의 신화’가 그것이다. 또한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한국이라는 ‘후진 시장의 신화’, 중국인은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여기는 ‘프리미엄의 신화’, 그리고 한류 열풍이 한국 제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진다는 ‘한류의 신화’ 등이 기업의 실패를 이끄는 대표적인 오해라고 책은 지적했다. 꼭 기업이 아니라도 곰곰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19대 초선 의원 정치와 도전] 민주 박홍근

    [19대 초선 의원 정치와 도전] 민주 박홍근

    “정치가 불신받는 상황이 서글픕니다. 지역구에 가 보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여전합니다. 기존 선배 정치인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이 불신을 없애고 싶습니다.” 박홍근(44·서울 중랑을) 민주당 국회의원은 4일 1년여의 의정 활동에 대한 소회의 첫마디를 정치불신에 대한 얘기로 시작했다. 박 의원은 자신을 ‘486세대의 막내’라고 표현한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 의원은 1992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권한대행을 맡았었다. 이후 한국청년연합(KYC) 대표, 중랑희망연대 등 시민운동을 하다 2007년 정치권에 입문했다. 박 의원은 “시민운동을 하면서 먼저 정치권에 진입한 486선배들이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것밖에 못하는지 안타까웠는데, 막상 국회에 들어와 보니 현실의 벽을 절감할 때가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법안 하나 예산 하나도 초선의원의 뜻대로 되기는 힘들었고 그럴 때마다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박 의원은 오히려 선배들의 때와는 다른 정치 현실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선배들은 여당으로 정치를 시작해서 정부를 엄호하고 보호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저는 야당으로 시작해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시민운동을 했던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민운동을 했던 19대 동료의원들과 함께 당내 문제와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월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비대위원을 맡은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대선 패배 뒤 당이 혼란스럽고 침체된 시기, 지도부에 속해 있으면서 압축적으로 정치현안과 정당정치에 대해 깊게 들여다볼 수 있던 시기”였다고 평했다. 그는 정치불신을 깨려면 현장성과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작지만 국민에게는 절박한 문제를 풀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트위터로 민원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자녀가 로스쿨에 합격했는데 부모가 수급자격을 유지하려면 그 학생이 일을 해야만 해서 대학원에 못 갈 것 같다는 것이었다”면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불합리한 규정이라고 지적해 그 문제를 해결한 것이 보람이었다”고 했다. 또 전기요금 폭탄으로 인한 ‘찜통교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내 교실 100개의 온도를 측정하고 교육용 전기요금을 낮추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세 가지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권력욕이 아닌 공익을 우선하는 가치정치, 한 명의 리더가 아닌 모두가 함께하는 집단정치, 반대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이 신뢰할 만한 실력정치였다”면서 “이 초심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고 남은 기간에도 이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은행 못믿어 매트리스에 거액 숨겼는데 불이...

    은행 못믿어 매트리스에 거액 숨겼는데 불이...

    거액을 받은 남자가 고민하다 돈을 숨긴 곳은 침대에 놓여 있는 메트리스였다. 하지만 남자는 메트리스를 금고처럼 사용하기로 한 걸 두고두고 후회하게 됐다. 메트리스에 불이 붙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베라라는 성을 가진 남자다. 아르헨티나 지방 라리오하에 살고 있는 이 남자는 최근 재판에서 승소했다. 일자리를 잃으면서 고용주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기면서 남자는 해고보상금 6만9000페소(약 1270만원)를 받았다. 은행에 대한 불신이 큰 그는 돈을 숨겨놓을 곳을 찾다가 침대에 깔려 있는 메트리스 안에 돈을 숨겼다. 그러나 예상치 않은 사고가 나고 말았다. 촛불을 갖고 놀던 손자가 하필이면 ‘금고 메트리스’가 있는 방에서 불을 내고 만 것. |소방대가 출동해 불을 잡았지만 메트리스는 일부 불에 타고 말았다. 검게 그을린 방에 들어가 남자가 확인해 보니 현찰 6만9000페소의 60%가 이미 잿더미로 변한 뒤였다. 남자는 “며칠 전에 받은 보상금인데 써보지도 못하고 재가 되고 말았다”고 허탈해했다. 사진=자료사진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오판+잘못된 사업설계… 국방부·방사청의 ‘자충수’

    2011년 7월 차기전투기(FX) 3차 사업 추진이 결정된 지 2년여가 흐른 지금 재추진이 결정된 배경에는 당국의 오판과 잘못된 사업 설계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1월 사업 공고를 내기 이전부터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노대래 방위사업청장, 박종헌 공군참모총장 등은 스텔스 관련 군 요구성능(ROC)을 ‘스텔스기’에서 ‘스텔스 기능 보유’로 완화했다. 공군이 원하는 스텔스 성능을 고수할 경우 록히드마틴의 F35A만 유일하게 ROC를 충족시킬수 있었다. 군 당국은 보잉(F15SE)과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유로파이터)의 참여 유도를 명분으로 ‘문턱’을 낮췄다. 애초 국방중기계획에 9조 7000억원으로 편성한 총사업비도 8조 3000억원으로 삭감했다. F35A의 대당 가격을 1억 달러 미만으로 제시한 국방연구원의 잘못된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F35A는 개발이 지연되면서 대당 가격이 40% 이상 치솟았다. 이후에도 방사청과 국방부는 무원칙적으로 FX 사업을 진행했다. 당초 지난해 10월 기종을 결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해 놓고는 4차례나 미뤘다. 국책사업을 불가피하게 연기해야 한다면 6개월이든 1년이든 미뤄놓고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게 옳지만 찔끔찔끔 미룬 탓에 불신을 자초했다. 종합평가 방식이라고 공언해 놓고도 결국에는 ROC를 충족한 기종 가운데 최저가를 제시한 F15SE를 단독 후보로 올린 것 또한 두고두고 논란이 될 뻔했다. 국방부가 이용대 전력자원관리실장을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임명해 사업 재추진의 진두지휘를 맡긴 것도 방사청의 사업 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케이블 하이라이트]

    ■더 헌트(캐치온 밤 1시 10분) 이혼한 뒤 고향으로 내려온 유치원 교사 루커스는 새로운 여자 친구를 사귀며 아들 마커스와 함께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루커스를 둘러싼 한 소녀의 사소한 거짓말이 전염병처럼 마을로 퍼지고,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루커스는 마을 사람들의 불신과 집단적 폭력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크리미널 인텐트 4(AXN 밤 11시) 여성 시청자와 전화를 연결해 야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방송을 진행하는 레이. 그의 방송을 좋아하는 팬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실종된다. 예전에 자살을 시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아내는 그 사실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임스와 고렌 형사는 누군가 레이의 우울증 약을 바꿔치기 한 사실을 알게 된다. ■제41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바둑TV 오후 1시) 이번 명인전에서는 이세돌 9단과 이지현 3단의 8강전이 생중계된다. 이세돌 9단은 지난 40기 우승자로 이 대회에서만 3차례 우승을 거뒀다. 이지현 3단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 대회 본선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던 신예로, 지난 대회에서는 준우승자 백홍석에게 막히기 전까지 7연승을 하며 4강에 이름을 올렸다. ■크로싱 아이스, 남극 대장정(내셔널지오그래픽 밤 7시) 많은 탐험대들이 남극에 도달해 비행기나 개썰매, 연을 이용하지 않고 되돌아오는 도전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호주의 아마추어 모험가들인 존스와 캐스트리시온은 자력만으로 이 여정을 완수하고자 첫 도전에 임하던 중 노르웨이 출신의 극지 탐험 전문가인 알렉스 감므와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녀와 야수(CGV 밤 11시) 한 남자가 자신의 약혼자가 갑자기 사라졌다며 실종 신고를 한다. 형사 캐서린은 약혼자의 집을 조사하던 중 그녀의 흔적이 지나칠 정도로 말끔히 지워져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며 수사를 진행한다. 한편 한 예술가가 자신의 갤러리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다. 그를 죽인 범인을 찾던 캐서린은 빈센트와 함께 그의 작업실을 방문한다. ■프리티 리듬(애니맥스 오후 4시 30분) 아이라는 프리즘 스타로서 매일 열심히 춤 연습을 하지만 운동신경이 둔한 탓에 여전히 댄스가 서투르다. 그런 아이라는 리듬이를 본보기로 삼아 춤을 따라 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리듬이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우상인 미온에 대해 비판하자 둘 사이에 한바탕 큰 싸움이 벌어지고 만다.
  • [기고] 법인택시기사 처우 개선과 서비스 향상/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기고] 법인택시기사 처우 개선과 서비스 향상/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법인 택시기사의 처우는 버스 등 같은 운수업 종사자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따라서 시민들이 바라는 수준의 택시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택시기사의 처우개선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 택시기사의 임금체계는 택시 운송수입금 전체를 회사에 납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공식 수입의 인정 없이 적정수준의 월급을 지급 받는 것이 서울시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과거 불법도급제로 운영되던 시절의 임금형태인 사납금제의 잔재가 지금도 남아 있다.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희망하는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기반으로 한 완전월급제 전환에는 퇴직금의 증가분 확보문제와 5대 보험금 증가에 따른 택시기사의 실소득 감소 등 많은 장애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택시요금 조정 전에 서비스 개선과 함께 택시기사의 처우도 개선될 수 있도록 임금협약을 위한 노사 간의 협상에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서울법인택시 노사는 기존 임금체계의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임금협상과정에서 운송수입금의 전액 확인을 기반으로 정액급여를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결국에는 완전월급제로 발전하는 단계적인 개선안을 채택했다. 지난달 22일 타결된 노사 협상결과에 따르면 월 정액급여가 기존 126만원에서 27만원이 증가된 153만원이고 여기에 비공식 수입 78만원이 더해지면 임금은 231만원 수준이 되지만 5대 보험료와 근로소득세 부담액이 20만원 정도이므로 실수령액은 월 211만원 수준이 돼 기존의 187만원보다 23만원(12%)이 증가하게 된다. 과거에는 택시요금 인상 후 임단협을 체결하는 모양새를 가지면서 노사 양측이 요금인상분 과실 나누기 협상을 지루하게 하다가 종국에는 납입기준금만 대폭 인상하고 월 정액급여는 소폭 조정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요금 조정은 사업자의 배만 불린다는 불신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울시가 요금 인상 전에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을 전제로 임단협을 체결하도록 권고하여 과거와 같은 사례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번 임금 타결에서 1일 납입기준금이 10만 5000원에서 13만원으로 2만 5000원이 증가해 월 납입기준금 65만원이 늘었다. 월 납입액 증가분 중 택시 기사의 급여 증가분 23만원과 유류비 실사용량 추가지원금 23만원 등 54만 6000원(84%)이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으로 돌아가도록 정리됐다. 유류비는 1일 25ℓ까지 사용자가 부담하던 것을 평균 실사용량인 35ℓ까지 부담하도록 개선해 유류비 상승에 따른 택시기사의 추가부담을 최소화했다. 이와 같이 개선된 결과는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므로 11월부터 임금인상액이 지급되면 현장의 택시기사들이 처우 개선 내용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택시기사들은 과거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요금 인상에 따른 시민 부담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택시 서비스 개선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시민들이 택시요금 인상에 수긍할 수 있는 것은 친절하고 안전한 서비스뿐이기 때문이다.
  • 北김계관 “조건없이 대화하자”

    北김계관 “조건없이 대화하자”

    북한의 핵 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한국, 미국, 일본이 요구하는 비핵화 사전 조치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김 부상은 18일 “전제 조건 없이 대화를 하자”고 밝혔다. 그는 이날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개최한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화에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은 불신을 야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화가 재개되기도 전에 우리보고 먼저 움직이라는 것은 9.19 공동성명 합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부당한 요구”라며 “우리는 누차 천명한 대로 대화 재개를 지지하고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지만 절대로 구걸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상의 이런 언급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이 6자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북한이 먼저 ‘2.29합의+알파(α)’ 수준의 높은 비핵화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다만 김 부상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고자 한다는 뜻을 비교적 강한 어조로 드러냈다. 그는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의 정책적 목표”라며 “우리는 6자회담을 지지하고 있고 6자회담이든 그 틀 안에서의 보다 작은 규모의 대화이든 현실에 구애되지 않고 대화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김 부상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려면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등의 다른 문제도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도 6자회담 조기 재개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북한과 보조를 맞췄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개막사에서 “조기에 6자회담을 재개, 반도의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관련국들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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