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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최태원 회장 항소심 6년 구형…1심보다 이례적으로 2년 높여

    檢, 최태원 회장 항소심 6년 구형…1심보다 이례적으로 2년 높여

    검찰이 계열사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SK그룹 총수 형제의 항소심에서 최태원(53) 회장에게 1심 구형량보다 2년 늘어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1심 구형량보다 항소심 구형량을 높인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은 최종 결정권자로서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횡령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SK그룹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면서 “사법 방해 행위를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양형기준에 대해서도 “‘피지휘자에 대한 교사’와 ‘범행 후 증거은폐’를 가중요소로 인정할 수 있다”면서 “‘피해 회복’ 등 다른 감경요소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높은 구형을 한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1심때 대법원 양형기준 최소 형량을 구형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던 것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권유에 의해 최 회장이 펀드 출자를 지시한 것은 맞지만 선지급된 451억원이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 것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이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잘못된 판단에 따라 벌어진 일로 시비를 가리는 데 2년 넘는 시간을 보내 자책과 회한이 앞선다”면서 “SK 임직원의 명예에 상처를 입힌 점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년을 알아온 김 전 고문을 믿었는데 이 사람이 배신해 원망도 들고 화도 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걸 잃었지만 내 잘못이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지 깨달음을 얻었다”면서 “다시는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 회장 진술에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문용선 부장판사는 “항소심 종국에 변호인 바꾸고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해 가벼운 처벌을 받으려 하는 것 아니냐”며 불신을 드러냈다. 한편 법원은 최 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다음 달 9일 오후 2시에 할 예정이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체육단체장 비리 실태조사] 공금횡령·인사전횡 밥 먹듯… 특정종교 홍보 수단으로 삼기도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열린 A체육회의 임시대의원 총회. 산하 연맹 중 하나가 강력히 요구해 소집됐다. 소집을 요구한 연맹은 이 협회의 회장이 각종 비리에 연루된 데다 멋대로 사무총장을 직위 해제한 점, 그리고 직원의 공금횡령 등 체육회의 파행 운영을 들어 “회장뿐 아니라 전체 임원을 신뢰할 수 없다”며 회장을 포함한 전체 임원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했다. 이 회장은 투표가 진행되기 전 “임원 해임안은 우리 체육회를 공중분해하겠다는 의도”라면서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 직원을 폭행하고,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과 관련한 주민투표법을 위반한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를 당한 뒤 한 달 만에 회장직에 복귀했다. 직후에는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사무총장을 적법한 절차 없이 해임해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이날 해임안은 부결됐고, 회장은 자신의 임기인 오는 11월까지 다시 A체육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사실 A체육회는 그동안 바람 잘 날 없는 곳이었다. 회장은 2011년 “협회에 써 달라”며 기부받은 8000여만원 상당의 건강보조기구를 자신의 국회의원 지역구에 빼돌려 형사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불리한 기사를 막지 못했다”며 협회의 ‘창설 멤버’나 다름없는 홍보팀 직원을 외지로 발령하는 인사 전횡을 휘둘렀다. 올 초에는 성추행 혐의가 있는 이를 슬그머니 국가대표 감독으로 복직시키려다 반발이 거세지자 인사를 철회하는 등 갖가지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체육단체라는 ‘본업’은 제쳐 놓고 해당 종목을 자신의 특정 종교 활동에 대한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올림픽선수단장을 맡았던 모 회장. 그가 맡고 있는 종목의 기자들은 해당 종목과는 전혀 무관한 ‘보도자료’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 모 사찰의 신도회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의 ‘불교 사랑’은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그는 올해 초 이사회를 통해 지난해 올림픽 당시 ‘괘씸죄’에 걸린 은메달 2관왕의 포상금 5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해 비난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체육단체장들이 흔들린다. A체육회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단체장 자신을 포함한 비리와 협회 파행 운영이 문제가 됐지만, 이는 연쇄적으로 하부 조직으로까지 비리를 부추겨 해당 종목 자체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태권도가 지난 2월 2020년 하계올림픽 25개 ‘핵심종목’을 선정할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퇴출 종목 1순위’로 주목받은 것도 사라지지 않는 판정 시비 탓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남았지만 한 번 잃은 신뢰를 되찾기는 웬만해선 힘든 법. 지난 5월에는 태권도 체육관을 운영하는 전모씨가 전국체전 서울 고등부 선발전에서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자신의 아들이 졌다며 차량 안에서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글로벌 시대] 대학 평가, 언론사가 아닌 공적 전문기관서 제대로 해야/황상재 한양대 사회과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대학 평가, 언론사가 아닌 공적 전문기관서 제대로 해야/황상재 한양대 사회과학부 교수

    미국과 영국의 상업적인 평가기관들이 매년 자국 대학이 상위를 점하고 있는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하면 변방 국가 언론사들은 이를 보도하느라 바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좋은 학과인 줄 몰랐어.” 아침 밥상머리에서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 표정으로 아내가 한마디 툭 던진다. 아침신문에 실린 2013년 세계대학평가에 관한 기사에서 필자가 나온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분야가 세계 2위로 평가받았다는 내용을 본 모양이다. 많은 독자들이 그 기사를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뿐. 아내가 미리 알은체를 하지 않았다면 아내에게조차도 나 스스로 그 기사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가 겸손해서?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로서 내가 공부한 대학은 물론이고 미국 주요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평가의 신뢰성은 물론이고 그러한 순위 자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동일한 커뮤니케이션 학문이라 할지라도 대학에 따라 특성이 다름에도 전 세계 수많은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과를 동일한 평가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은 고층 빌딩이 많은 도시순으로 평가해 뉴욕시를 파리나 로마에 비해 더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47개국 850개 대학과 총장들 모임인 유럽대학협회(EUA)는 국제대학 순위 평가에 관한 보고서에서 세계 대학 순위 평가가 장점보다는 단점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종래의 대학 평가 전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 평가를 하는 기관들이 나름대로 전문성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음에도 이들 기관에 의한 대학 평가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진단한 EUA는 앞으로 자체의 평가 기준을 만들어 대학을 평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문기관이 대학 평가를 해서 순위를 매기는 미국·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언론사에 의한 대학 평가가 유행이다. 대학들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에 따른 가시적인 이익은 많지 않을 성싶다. 그럼에도 대학 평가가 남는 장사라는 소문이라도 난 것일까. 나날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언론사들이 무슨 역량이 있는지 처음에는 한 곳에서 대학을 평가하기 시작하더니 해가 갈수록 대학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겠다고 팔을 걷어붙이는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을 평가하는 언론사들이 늘어날수록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늘어나 얼마 전에는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언론사의 대학 평가에 대한 대학의 입장’이라는 발표문을 통해 ”평가기관인 언론사의 전문성 및 타당성 부족, 대학의 획일화 및 서열화 조장, 대학 간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교육적 낭비 초래, 결과의 상업성 활용”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언론사들의 대학 평가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이고 대학 교육의 질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 평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려면 한국학술재단과 같은 공적인 전문기관에서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학 사회로부터 평가 결과를 신뢰받을 수 있으며 그런 평가를 통해 국내 대학의 세계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전협정 60년] “남북 신뢰회복 속 평화체제 장기전략 필요”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인 올해 평화협정 체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은 올 초부터 정전협정 백지화를 공언했고, 노동신문도 최근까지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자고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한반도 정세의 핵심 구조에 불안정한 정전체제가 작동하고 있는 만큼 평화협정 논의가 활발해질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평화협정 담론 자체는 새롭지 않다. 박정희 정부 때 남북 불가침협정 체결이 제안됐고, 북한은 반복적으로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강조해 왔다. 1996년에는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남·북·미·중)을 제안해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예비회담과 본회담이 반복됐지만 성과 없이 결렬됐다. 2005년 6자회담국이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포함됐지만 북한의 핵개발 가속화로 휴지조각이 돼 버렸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의제화했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종전선언 논의가 포함되기도 했다. 닭(북한 비핵화)이 먼저냐, 달걀(평화협정)이 먼저냐는 식의 논의 구조도 되풀이되고 있다. 북한은 정전체제의 평화협정 전환을 비핵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고, 한·미는 북한의 선(先)비핵화 조치가 평화 논의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평화협정 담론이 겉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로 남북관계 진전이 향후 평화 논의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정전체제의 안정적 변화→종전선언 등 과도적 조치→교차 불가침 조약 체결→평화협정 체결이라는 4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서 교수는 “남북 모두 상호 불신이 깊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등 평화 논의를 위한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며 “당사자인 남북 간 신뢰 형성이 일차적 과제이지만 적대적인 분단 체제를 유지하면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평화체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화체제로 가는 중간 단계로, 전쟁의 완전 중단인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정전 관리체제를 종전 관리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玄부총리 주도 경제정책 힘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정치권을 중심으로 잇달아 교체설이 제기돼온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신임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현오석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정치권 요구에 대한 박 대통령의 답변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현 경제부총리 주도의 경제 정책이 힘을 받고, 경제팀 교체설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면서 경제부총리가 제대로 일할 시간이 4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해오셨다”면서 “하반기에는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열심히 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새 정부의 최고 목표”라면서 “각 부처에서는 추진되는 일자리 정책과 그 성과를 경제부총리에게 보고하고 경제부총리는 그 결과를 모니터링해 저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부정에 연루된 국제중학교에 대해 ‘퇴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주 한 국제중의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수사 발표가 있었다”면서 “이런 일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교육에 대한 불신을 갖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국제중은 철저히 설립 목적에 따라 운영돼야 하고,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국제중은 언제든지 그 지위에서 배제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이날 서울 영훈국제중학교부터 지정취소가 가능하도록 국제중 관련 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훈중은 지난 16일 검찰조사 발표에서 대규모 성적 조작 등 입학비리가 드러나 지정취소 여론이 일었다. 이에 대해 지정 취소 권한을 가진 서울시교육청은 법이 개정되면 그때 가서(영훈중 지정 취소 문제를) 검토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文 구하고 주도권 되찾기… 유리한 김한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예상 밖으로 ‘회의록 실종’으로 결론 나면서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단은 정국의 핵심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발언’의 진실 규명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대화록 공개를 주도했던 문재인 의원의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들고 나오면서 이를 뒷수습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한길 대표는 23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상황 보고만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 측 관계자는 “공식 일정이 잡히면 김 대표가 직접 회의록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현재는 발언을 자제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대신 24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국정조사를 위한 기관보고가 시작되는 만큼 자연스레 국민적 관심이 국정원 국정조사에 쏠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도부는 NLL 논란을 키운 것은 친노(친노무현) 측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사고는 친노가 치고 뒷수습은 우리가 해야 한다”면서 “문 의원이 NLL을 계기로 주도권을 쥐려다 일을 그르쳤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우선 궁지에 몰려 있는 문 의원을 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이 상처를 입을 경우 당이 문 의원과 함께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문 의원도 저자세로 바뀌었다. 과거 문 의원이 NLL 관련 성명을 발표할 때 지도부 측에 통보식으로 알리고 사실상 독단적으로 결정했던 것에 비해 이날 성명을 발표하기 전에는 김 대표와 수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내 친노-지도부 관계에 있어서는 다시 지도부로 공이 넘어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회의록 실종으로 여야 관계에서 민주당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지만, 문 의원이 고립되는 상황에 몰리면서 당내 힘의 균형에 있어서는 지도부에게 오히려 유리한 국면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가 친노 측에 끌려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던 만큼 김 대표와 문 의원이 화합하는 모습을 통해 지도부에 대한 친노 세력의 불신을 종식시키고 지도부가 다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반영하듯 친노 인사인 윤호중 의원은 정문헌·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징계안 발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이날 오전에 하려다가 원내대표 측과 상의 후 시간을 조절해 오후에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윤 의원이 독단적으로 공동어로구역 지도 공개 기자 회견을 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史草 실종’ 檢 즉각 수사하고 여야 공방 접어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여야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에서 어제까지 나흘간 재검색 작업을 벌였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이른바 ‘사초(史草) 실종’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국민은 갑갑하다. 물론 회의록이 없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짓기는 어렵다. 검색기간을 연장하자는 주장과 함께 참여정부 문서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을 재구동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극적인 상황 반전이 없는 한 실종된 회의록을 찾는 것은 무망해 보인다. 정치권은 회의록을 찾기 위해 가능한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정치권의 확인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된 셈이다. 회의록 증발이 현실화되고 있는 마당에 정치 공방을 거듭하며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검찰에 수사를 맡겨 국가기록원에 과연 회의록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없다면 왜 어떻게 없어졌는지 그 경위를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야는 검찰 수사를 정치적 우위 확보를 위한 주도권 잡기나 정치적 곤경을 모면하기 위한 출구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선 결코 안 된다. 검찰 또한 정치적 중립을 철저히 지켜 이번만큼은 특검 수사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여전한데 ‘사초 파기 논란’까지 불거져 정국 혼란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회의록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정보원에 보관 중인 정상회담 녹음 파일을 공개해 NLL 논쟁을 끝내야 한다는 공세적인 목소리가 나와 걱정스럽다. 새로운 분란의 시작일 뿐이다. 사초 실종 논란으로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국정조사가 일반의 관심에서 멀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안이하게 여길 때가 아니다. 그럴수록 국정원 개혁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NLL 논란에서 비롯된 ‘사초 게이트’가 과거 정권 간의 끝없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객관적인 진상 규명으로 소모적 논쟁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그렇다고 ‘여야 NLL 수호 의지 표명’ 수준에서 엉거주춤 정치적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초 증발은 역사의 기록을 단절시킨 중대한 국기 문란 사태다. 국민의 정치불신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찰 수사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국가기록원의 부실 문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통령 기록을 비롯해 정부부처 기록물 등을 수집하고 보존해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곳이 국가기록원이다. 그런데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참여정부의 전자문서를 복호화(復號化)해 검색을 해보지도 않고 회의록은 없다고 단정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했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법률 개정 등 대대적인 제도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 [공직사회 골프 해금 ‘뜨거운 감자’] 운동·취미보다 접대·로비 수단 변질…잘못 걸리면 ‘약’도 없다

    공직자들에 대한 ‘골프 금지령’이 조만간 풀릴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청와대 한 회의에서 참모진이 소비 진작과 골프업계 일자리 창출 등의 이유로 골프 허용을 건의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알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공직자도 “이번 여름휴가에 골프나 실컷 즐기겠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정도로 골프 해금(解禁)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는 듯하다. 이번 여름 휴가철이 공직자 골프 허용 여부를 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사회는 유독 골프 문제에서만큼은 움츠러들곤 했다. 윤리적 고삐가 강하게 채워져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이러한 고삐를 죌 수밖에 없는 계기도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서 “특별히 주의를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군인들이 골프를 친 것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전군에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군 골프 금지령은 남북 간 긴장이 완화된 지난 6월 1일 해제됐지만 여진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공직사회에서 골프 금지령은 김영삼 정부 시절 처음 내려졌다. 김 전 대통령이 골프를 잘 못 친 이유도 있지만 골프를 즐겼던 과거 군 출신 대통령들과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공무원들의 기강을 잡겠다며 종종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적도 있지만 접대 골프가 아니라 내 돈 내고 치는 거라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은 가끔 골프를 즐겼고, 이 전 대통령도 직접 골프를 쳐 해금을 공론화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직접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다. 그럼에도 공직사회 내부적으로는 골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불문율에 가깝다. 실제 골프를 즐기는 일부 청와대 참모진 역시 야외 정규 골프장이 아닌 실내 스크린 골프장만 가끔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주요 언론사 논설실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골프 허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지금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즉답을 피했고 지난 6월 11일 국무회의 때도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의 골프 허용 요청에 박 대통령은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사회에서 골프가 단순한 운동이나 취미가 아니라 접대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골프를 해도 된다’는 메시지가 ‘접대를 눈감아 주겠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와도 배치된다. 접대 골프라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합리화하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 골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타이밍’이다. 국가 위기나 비상 상황하에서의 공직자 골프는 국민 불신을 자초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실세였던 이해찬 총리 역시 ‘3·1절 골프 파동’에 휘말려 공직에서 물러났다. 공직자들의 골프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부적절한 처신과 맞물려 있다. 과거에도 정권이 새롭게 들어설 때마다 공직 기강을 다잡기 위해 골프장 출입 금지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골프 금지의 실효성을 떠나 대국민 홍보 효과가 적지 않다는 점도 깔려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여론조사] 현 정당 지지도와 신당 창당 때 변화

    [여론조사] 현 정당 지지도와 신당 창당 때 변화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이 만들어지면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를 앞서 2위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 의원 신당의 지역적 바탕은 호남이 될 전망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논란 등으로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지만 안 의원의 신당이 가시화되면 야권의 중심축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0.5%, 민주당 18.3%, 통합진보당 1.0%, 기타 정당 0.7%, 진보정의당 0.1%의 순으로 조사됐다. 무당층은 37.2%에 달했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때는 새누리당 36.7%, 안철수 신당 19.2%, 민주당 13.6%의 순으로 바뀌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안 의원의 신당 지지도가 32.2%로 민주당 지지도 28.9%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민주당을 앞섰다. 수도권에서 신당은 21.5%의 지지도를, 민주당은 12.7%의 지지도를 얻었다. 안 의원의 신당 창당 시 지지층의 유입은 기존 정당을 불신하는 무당층에서 11.4% 포인트로 가장 많았다.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서는 4.7% 포인트,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서는 3.8% 포인트가 이동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 가운데서는 9.9%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 지지자 가운데서는 38.1%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시론]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으며/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론]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으며/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7월 27일 우리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는다. 강산이 여섯 번이나 바뀐 60년 세월, 정전협정 당시 갓 태어났던 아이가 회갑을 맞기까지 하루도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 보지 못하고 살아온 허망하고 억울한 세월 60년, 그 세월을 뒤로하고 또다시 60년의 ‘생의 주기’를 시작하는 지금, 우리는 아직도 이 땅에서 전쟁을 끝내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60년간 우리가 겪은 수많은 사건들과 고통은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최근에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겪었고, 지난 3~4월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 기간에는 최근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고 실질적인 전쟁 위기를 경험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정전체제하의 삶에 익숙한 탓으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못된 짓을 하는 북한을 처벌하는 정책’에 국민들이 길들여져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정치적으로 손쉬운’ 정책인 ‘압력과 제재’를 선택한 탓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됨으로써 우리는 아직도 이 땅을 서성이는 전쟁의 유령과 함께 살고 있다.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은 ‘한반도 문제’라는 ‘병’ 때문이고, 이 병의 연원은 강대국들이 한반도를 분단시킨 데 있다. 이 병의 ‘근원’은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구조, 즉 전쟁의 구조, 불신의 구조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핵 문제, 미사일 문제, 로켓 문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싸고 생겨나는 남북한 충돌, 연례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로 인한 전쟁 위협 문제, 심지어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문제 등은 모두 병의 ‘증후’일 뿐이다. 따라서 모든 병의 치료가 그렇듯이, ‘한반도 문제’라는 병도 완치를 위해서는 대증요법만으로는 안 되며, 반드시 근치요법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군사안보적 성격 등 여러 성격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인 성격의 문제가 압도적이다. ‘아직도 전쟁 중’이라는 것보다 더 정치적인 성격이 어디에 있겠는가. 따라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련국들의 최고지도자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그렇게 되지 못했다. 고도로 정치적인 성격의 문제가 테크노크라트의 손에 맡겨짐으로써 전혀 문제 해결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주인인 우리는 이 땅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 정착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정부차원에서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걸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북한 길들이기’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시동조차 걸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들과는 달리 ‘6·25 종전’과 ‘평화체제 수립’을 공약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초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모 재단이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설명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보면, ‘우선 추진과제’와 ‘중장기 추진과제’ 그 어디에도 평화체제 수립은 들어 있지 않다. 기본적으로, 평화체제 비전이 결여된 정책이 남북 간 신뢰 구축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동에 큰 공헌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우리가 박근혜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평화 정착과 관련하여 많은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구나 정부가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민주정치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차기 정부들이 모두 평화체제 수립에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민사회와 정치사회가 일종의 사회협약을 맺어 차기 대선에서는 여야 후보들이 모두 ‘평화체제 수립’을 공약하도록 할 수 있다면, 이는 이 땅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하나의 구체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 [창간 특별기획] 한반도는 美·中 새판짜기 핵심… 전략적 외교로 주도권 펼쳐야

    [창간 특별기획] 한반도는 美·中 새판짜기 핵심… 전략적 외교로 주도권 펼쳐야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의 축으로 ‘신형(新型) 대국관계’ 정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신형 대국관계는 향후 박근혜정부의 외교적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17일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와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고 우리 외교 전략을 모색했다. 두 교수는 한반도가 미·중 간 전략적 이익이 교차되는 주요 지역으로 부상하고, 미·중이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반도 주도권을 전개하는 한국의 전략적 공간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미·중 신형 대국관계 현실화될까. -김흥규 교수(이하 김흥규) 중국은 후진타오 체제까지는 발전도상국으로 인식했지만, 시진핑 시기부터 스스로를 강대국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 맥락에서 신형 대국관계 수립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 현실적인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호혜 평등의 입장에서 상호 핵심 이익을 존중하자고 주장한다. 신형 대국관계는 향후 세력전이의 판도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중국은 2020년 이전에 경제적 총량 규모에서 미국을 추월하겠지만,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나 중국 내부 평가를 보면 미국과의 군사적 대등 시기는 2030년 이후다. 중국은 2020년까지 전략적 기회의 시기로 보고, 미국이 이끄는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경쟁할 것이다. 세력전이가 본격화될 향후 10~20년 사이가 신형 대국관계가 크게 시험받는 시기가 될 것이다. 미·중이 핵을 사용하는 전면적 대결은 불가능한 시대다. 중국의 핵전략은 미·소 간 냉전을 가능하게 했던 ‘상호확증 파괴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중국의 탄도핵은 50기 이하다. 신형 대국관계의 요체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군사적 도전을 하지 않는 대신 중국의 핵심 이익은 챙기겠다는 의도다. -김현욱 교수(이하 김현욱) 신형대국관계가 미·중 간 협력하는 관계로 나가자는 것이지만, 양국의 속내는 다르다. 2010년 미·중 갈등기를 겪고 난 후 미국이 적극적인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신형 대국관계는 중국이 미국에 대해 좀 더 균등한 패권국으로 성장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크다. 즉,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무디게 만들기 위해 대국관계를 제시했다. 향후 5년, 길게 보면 10년까지 신형 대국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 주도의 국제 체제에 중국을 편입하려고 하기 때문에 신형 대국관계는 오랜 기간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 외교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김흥규 시진핑 체제의 핵심 외교 기조는 ‘신형 대국관계’와 ‘균형’이란 개념으로 요약된다. ‘신형 대국관계’는 미국과의 협력에 방점이 있고, ‘균형’은 경쟁에 방점이 있다.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국가를 보면 러시아, 아프리카, 남미였고, 리커창 총리는 인도, 파키스탄, 독일, 동유럽을 방문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동남아시아를 먼저 찾았다. 그림을 그려보면 미국이 재균형 정책으로 집중하고 있는 아시아를 역으로 포위하는 구도다. 시진핑 외교는 미국과의 조정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경쟁에 나서는 기조다. -김현욱 신형 대국관계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소위 G2(주요 2개국) 관계가 신형 대국관계이다. 미·중은 이미 상호 경쟁과 협력 속에서 국제 사회를 이끌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위주의 국력, 인프라, 소프트 파워 개발을 통해 미국 중심 체제에 실질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목표일 것이다. 이를 위해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해 나갈 수 있다. -김흥규 과거 미국은 중국을 지역적 차원의 ‘이해상관자’로 대우하면서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했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을 글로벌 차원의 ‘이해상관자’ 지위로 격상했다. ‘신형 대국관계’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태도는 대중국 전략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형 대국관계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김흥규 신형 대국관계에서 한반도는 미·중의 전략적 이익이 교차되는 지역이고, 양국 간 협의·조정·타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을 회피하면서 주변국 외교를 강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고, 한국이 그 대상이다. 중국 내 전략사고에서 과거 완충 지대가 북한뿐이었다는 생각이 강했다면, 이제는 한반도 전체를 완충 지대로 보고 있다. 중국이 왜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중시했고,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제스처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은 물론이고 한국에 대한 영향력도 확대해 한반도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한·중 관계는 중국의 남북한 균형정책 속에서 북·중관계와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 -김현욱 신형 대국 체제에서 미·중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갈등 상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겼던 건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정책에 대한 대응이었다. 신형 대국관계로 미·중 간 적대관계를 어느 정도 청산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을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북한에 대해 채찍도 쓸 수 있다. 즉,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미·중관계 변화로 인한 것이다. 한국이 한·미·중 3자 공조의 공간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북·중 관계를 전망하면. -김흥규 북·중관계에 혁명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진핑 체제에서 일어난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중국은 북한과의 정상 국가관계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북한이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면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북핵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까지는 대미 카드로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자체가 상실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아직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만한 객관적, 구조적 조건들이 변한 건 없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태도는 물론이고 한·중, 미·중관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의 고민은 김정은이 김정일만큼 전략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불신 속에서, 김정은 정권이 중국에 전략적 부담이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김현욱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가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국은 비핵화를 대북정책의 우선 순위로 격상했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가 시진핑 시대의 근본적인 대북정책의 변화인지는 미지수다. →우리의 외교 전략을 조언해달라. -김흥규 국제 관계에서 우리(한국) 위상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정권 초에는 늘 원대한 목표와 이상을 제시하고도 정권 말이 되면 전형적인 ‘약소국 외교’로 돌아섰다. 현재의 국제 관계를 이상이나 당위성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중견국이고, 그렇다고 강대국의 게임에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약소국도 아니다. 분명한 한계는 있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공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 외교가 쉬운 답만 찾는 근시안적 처방을 추구하면 안 된다. 약소국이 가장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초강대국과의 동맹 외교다. 그러나 미·중 간 세력전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생존 전략일 뿐 중·장기적으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복잡하고 불가측한 국제 정치를 읽어내고 전략적 사고를 하면서 유연하게 미·중과의 공통 이익을 찾아 나가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외교의 인적·조직적 자원을 확충하며 전략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 -김현욱 우리가 중국에 밀착해도 한·미동맹은 중시해야 한다. 중국이 왜 한국에 대해 칙사 대접을 할까 생각하면 결과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한·중 관계가 중국의 대미 정책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축으로 중국과 북한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계속 상기시키는 이유가 된다. 중국과의 신뢰를 확장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해야 하지만 우선적으로 중요한 건 한·미동맹이다. 미·중이 한반도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미·중관계가 악화되면 한반도가 그 갈등의 희생양이 되거나 휩쓸릴 수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궁극적 목표는 남북통일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남북통일로 가기 위한 프로세스다. 결국 남북관계의 정상화가 중요하다. 남북관계는 미·중 사이에서 우리가 한반도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 궁극적인 해답이 아닐까 싶다. 정리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흥규 교수는 -현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및 민주평통 상임위원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및 석사 -미국 미시간대 정치학 박사 -前 청와대 정책자문위원 및 국가정보원 중국 정책자문위원 ■ 김현욱 교수는 -현 국립외교원 교수 및 미주연구부장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브라운대학교 정치학 석박사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뉴스 분석] ‘정권 vs 친노’ 싸움판 어떻게 멈추나

    막말에 선거불복 시비, 정통성 논란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는 정치권의 싸움은 언제 그칠 것인가. 현 정권과 이전 정권세력 간의 대결 양상까지 보이면서 지켜보는 국민들을 우려스럽게 만들고 있는 요즘이다. 싸움의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통성’을 되뇌어온 친노무현(친노)계는 장외투쟁을 꺼내들었다. 정세균 민주당 상임고문은 1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것(장외투쟁도)도 불사해야 한다. 국정원의 국기문란 행위는 절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트위터에도 “초강경투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적었다. 당장 민주당 국정원개혁 운동본부 산하 국민홍보단은 지난 15일 서울 청계천에 이어 18일에는 전남 여수에서 ‘정치공작 규탄 및 국정원 개혁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을 여는 등 실제 장외투쟁을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친박근혜계의 핵심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정통성과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친노 세력 중심의 일부 세력이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국정원을 비호하면 당선무효 주장세력이 늘 것”이라고 말한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 등 친노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65번째 제헌절을 하루 앞둔 이날 현 상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비관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여야 각당의 파벌 대결이 지금의 현상을 초래한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원호 서울대교수는 “양당에 순탄한 국정조사를 원치 않는 강경한 세력들이 정치적인 동기와 목적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여야가 협상에 나서 타협을 이룰 가능성도 낮다는 얘기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당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면 정쟁도 일사분란하게 정리될 수 있지만 이번 여야 대립은 이와는 달라 계속 갈등이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으로는 “경제민주화 등 민생문제를 서로 챙기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를 통한 정치적 차별화는 쉽지 않다보니, 정당의 정략적인 이해타산이 결부돼 극한 정쟁으로 이어진 것”(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탓에 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윤성이 경희대교수는 “게다가 시민단체마저도 진영논리로 갈라져 목소리를 낼 공간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우선 여야는 대선 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이렇게 가다간 정치권 전체가 다시 한번 불신당하는 사태에 이를 수 있다는 데에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소장은 일단 민생 관련 법안 등 정책 어젠다를 통해 국회와 여야 관계를 억지로라도 운용해나가면서 관계 개선을 도모할 것을 조언했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헌 65주년 기념학술대회에서 “우리 사회의 규모와 내용, 특히 미래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의회민주주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된다”고 한 것은 그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우리 정치권의 현 주소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귀태’ 파문 봉합되는가 싶더니… 여야 막말 논란 2R] 새누리 “野의원 저주성 폭언 중단을” 당 소속 초선 76명도 지도부 거들어

    새누리당이 ‘귀태’(鬼胎) 발언 파문과 관련, 대선 불복은 아니라면서도 계속 ‘정통성’ 문제를 거론하는 민주당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막말 논란 2라운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도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국회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막말, 저주성 폭언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민주당 발언을 보면 심정적으로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최근 사태의 해법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노무현계는 막말 DNA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홍문종 사무총장 역시 “귀태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욕을 넘어 국가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망언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정치공세를 중단하고 민생 살리기에 동참하라”고 비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 원내대변인으로도 부족해 전임 야당 대표까지 나서 막말 정치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막말 대변가들의 놀이터가 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 소속 초선의원 76명도 지도부를 거들었다. ‘초정회’(초선의원 정책연구모임)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해 당선 무효를 운운하며 국민을 분열시키고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민주당 이해찬 상임고문은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박대출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포털사이트 뉴스에서 ‘민주당 막말’을 찾으니 1만 1050건의 뉴스가 뜬다. ‘막말 전문당’답다. ‘이해찬 막말’은 1492건이다. 당 대표 출신답게 ‘막말 대표급’”이라면서 “막말이야말로 정치권에서 사라져야 할 귀태다. 제2의 홍익표, 제2의 이해찬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농·수협 지역조합도 채용비리 의혹] “개천에서 용 절대 안나와” “아버지 잘 만난 게 최고의 스펙인 한국”

    ‘토호들의 일자리 빼앗기’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고 각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춘진 의원은 “채용 특혜는 농·수·축협에 대한 농어민들의 불신을 가중시킨다”면서 “단호한 조치와 재발 방지책을 통해 농·수·축협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은 중앙보다 정치, 경제, 문화, 학교가 하나로 연결되는 유착관계가 심해 토호들의 일자리 빼앗기가 더 잦다”면서 “이는 지속적으로 소득분배와 부의 분배에 악영향을 미쳐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사회 불신이 커지고, 특히 지방대생들이 (취업을) 포기하게 만든다”고 걱정했다. 이광진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부정채용이 공공기관 등 하위직에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공채를 가장한 부정채용은 크나큰 범죄”라며 “발각되면 강하게 책임을 물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도 “엄격하게 처리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부정취업자들이 ‘망신 한번 당하면 그만’이라거나 해당 기관이 ‘지난 일인데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생각을 버린다”고 지적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채용의 기본은 공정성인데 취업이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실력을 다지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부정취업이 적발되면 강제퇴사 등 징계는 물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까지 다 따져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정취업은 지방의회 등 감시자들이 제 역할을 못해 빚어지는 것”이라며 “채용 관련 법규를 보완하고, 자체 감사에 그치지 말고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진 사무처장도 “감사원이 외부에서 제기한 것에 소홀한 면이 있다”고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정취업 의혹만 있고 증거 잡기가 힘들면 성과관리 등으로 자질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올 하반기부터 중앙회가 일반관리직 채용을 대신해 대내외적 공정성 시비를 없애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채용 관련 규정을 모범안과 다르게 변경한 지역 농·축협에 대해서는 모범안을 준수하도록 지도하고 신규 채용의 제규정 준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달 서울신문 보도 이후 긴급 실태조사에서 2005년 이후 고양·김포·부천·파주연천 축협의 5~6급 채용인원 243명을 대상으로 전·현직 임원 자녀 직원 수를 조사한 결과 인원 면에서 다소 차이를 보였다”고 해명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기고] 정부의 전문대 육성 정책에 대해/고재경 배화여대 영문과 교수

    [기고] 정부의 전문대 육성 정책에 대해/고재경 배화여대 영문과 교수

    최근 교육부가 전문대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 실현을 위해 전문대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육성 방안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특성화 전문대 100개 육성을 통한 산업 핵심인력 양성체제 구축이다. 둘째, 수업연한 다양화를 통한 전문대 기능 다변화다. 셋째, 산업기술명장대학원 설치를 통한 산업 분야별 명장 육성이다. 넷째, 직업교육대학 육성을 통한 평생학습기능 강화다. 마지막으로 세계 프로젝트 촉진을 통한 전문대생의 해외 진출 촉진이다. 전문대는 1950년대 초급대로 출발해 1979년 전문대로 승격 개편된 이래 520여만명의 산업인력 양성의 산실이었다. 이렇게 국가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전문대는 일반대의 아류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 전문대 집중육성 정책을 발표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환영한다. 지식기반산업 및 창조경제 실현에 이바지할 전문대 육성은 시대적 요청이다. 전문대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취업의 질 관리와 평가이다. 교육부는 전문대 특성화 사업을 통해 2017년까지 취업률 8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취업률의 양적 확대를 통해 국가고용률 70% 달성 목표에 전문대학이 앞장서 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취업의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 개인의 경우도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이 중요하듯 취업률 80% 이상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취업률 지표에만 매달리기보다 졸업생의 산업체 적응 노력을 돕고 그 회사의 우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 예산도 단순 취업률보다 취업유지율과 취업 후 사후 관리 등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 지원해야 한다. 둘째, 선택과 집중 원칙 기반의 특성화 전문대 선정이다. 현재 139개 전문대 중 100개를 특성화 전문대학으로 선정해 지원한다면 일반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무늬만 특성화일 뿐 나눠 먹기식 또는 생색내기식 지원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향후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경쟁력 없는 대학은 자연도태된다. 각 전문대는 자생할 수 있도록 특성화 대학으로 변신해야 한다. 과감한 구조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만 구조개혁은 물리적 원칙과 화학적 융합을 통한 조정이어야 한다.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구조개혁은 상호 불신만 조장할 뿐이다. 셋째, 수업연한 다양화를 통한 창조경제 실현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이 주체가 되면서 새로운 지식산업 육성 패러다임의 출현이 요구된다. 과거 1970~80년대 제조업 중심의 숙련노동자 양성이 수출 진흥에 기여했다면 2010~20년대에는 지식산업 중심의 지식창조 인력 양성을 통한 융합·지식 창조산업이 주류를 형성하리라 예상된다. 창조경제 생태계 구축을 통해 새로운 인력양성 패러다임 구축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문대의 수업연한 다양화는 당연한 시대적 귀결이다. 수업연한을 1~4년제로 다변화시킴으로써 전문대는 기술 및 지식 창조 융복합형 인력 양성을 통해 창조경제 실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고등직업교육 중심 기관으로의 전문대 집중 육성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직업세계가 융복합적 지식과 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전문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사설] 4대강·대운하사업 연계설 규명해 책임 묻길

    감사원이 그제 발표한 4대강 사업 감사의 핵심 내용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의 본래 사업 목적이 홍수 예방과 깨끗한 수질·수량 확보에 있다면 수심 2~4m면 충분한데 굳이 화물선이 다닐 정도의 6m까지 깊게 파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던 감사원이 뒤늦게 이런 감사 결과를 내놓자 그 정치적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차제에 필요하다면 검찰수사를 포함한 보다 전문적·실체적 진실 규명에 나서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는 누구에게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대선 공약이던 대운하 사업에 대해 여론이 좋지 않자 2008년 6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다음 해 6월에도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했었다. 당시 총리·장관 등도 대운하 얘기만 나오면 펄쩍 뛰며 아니라고 손사래를 쳐왔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번 지적에 따르면 이 모두가 ‘거짓말’이고 ‘쇼’였다는 말이 아닌가. 만일 감사 결과가 맞다면 ‘국민을 상대로 한 대사기극이었다’는 야당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수심이 5~6m가 되도록 하라”, “추후 운하 재추진 가능성에 대비하라”, “4대강의 물그릇을 더 늘려라”고 주문한 것도 다 청와대라는 감사원의 발표는 주목할 만하다. 4대강 사업은 시작 전부터 찬반 논란이 많았기에 일부 강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한 뒤 단계적으로 해도 됐을 텐데 무슨 연유인지 강하게 밀어붙였다. 더구나 그렇게 대운하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국민들을 더 설득했어야 했다. 이번 감사 결과처럼 운하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하고 4대강 사업 설계를 하는 바람에 사업비가 13조 9000억원에서 18조 3000억원대로 늘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억울해한다지만 실제로 뒤로 딴짓을 했다면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감사원이 보인 행태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감사원은 4대강과 관련해 3차례의 감사를 벌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감사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총체적 부실’, ‘대운하 사업’ 운운하며 4대강 사업에 대한 단죄를 내리는 듯한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은 권력 눈치보기에서 나온 ‘코드 감사’의 전형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권력이 살아 있을 때는 입 다물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자 전직 대통령의 말씀 자료까지 들춰내며 4대강 사업 죽이기에 나서는 감사원을 보면 과연 이 나라의 공직사회에 희망이 있나 하는 회의마저 든다. 정치권에서조차 감사원 감사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되는 것도 다 감사원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 [씨줄날줄] 걸음걸이 분석수사/정기홍 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러(profiler·범죄심리분석가)라는 말이 일반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영화 ‘양들의 침묵’(1991년)을 통해서다. 범죄를 두고 미 연방수사국(FBI) 신참 요원 클라리스 스탈링과 연쇄살인범 한니발 렉터가 벌이는 심리전은 프로파일러 세계의 스릴을 만끽하게 한다. 국내에서 프로파일러를 소재로 한 첫 영화는 ‘가면’(2007년)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파일러는 일반 수사기법으론 한계가 분명할 때 투입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단순한 심리전만으로 범법자와 대면하는 것 같지만 성격, 행동 등에 대한 치밀한 통계와 과학 기법이 동원된다. 물론 설득과 협상이 뒤따른다. 2000년 이런 수사기법이 국내에서 활용된 이후 현재 활동중인 프로파일러는 40여명에 이른다.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강호순과 정남규, 안양 초등생 살해사건의 정성현 등 희대의 강력사건에는 언제나 이들이 투입됐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상당수의 범법자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불신이 깊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며 프로파일러 세계의 애로를 전한다. 프로파일러 세계에서 가장 흔히 활용되는 것은 눈이다. 동공의 수축과 팽창 등 눈동자의 움직임은 즉각적이고 자동적으로 반응한다고 한다. 눈은 정직해 사실을 속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의 뉴캐슬대 구내식당 자율계산대에 꽃 그림과 눈동자 사진을 교대로 붙여 놓았더니 눈동자 사진을 붙였을 때가 3배 정도 돈이 더 걷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역정보도 종종 이용한다. 심리적으로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범법자의 속성을 이용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 “범인은 소심하고 대단한 놈은 아니다”라고 밝히면 이들은 십중팔구 언론사에 전화해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내가 한 것”이라며 발끈한다는 것. 표 전 교수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일수록 자기가 전지전능한 것처럼 느끼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진단한다. 거짓 정보도 흘린다. 공범에게 “그 친구가 말하던데”라는 식으로 슬쩍 말해 배신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걸음걸이 분석’(gait analysis) 기법을 활용한 경찰의 폐쇄회로(CC)TV 분석 자료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돼 피의자가 구속된 첫 사례가 나왔다. 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집에 화염병을 던진 혐의를 받고 있는 회사원 임 모씨의 걸음걸이 분석자료를 증거로 인정한 것이다. 사람이 걷는 품새도 수사의 중요한 단초가 되는 세상이다. 범죄수사 기술의 무한진보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사설] 반부패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 불식시키길

    국제투명성기구가 우리나라 등 세계 107개 국가의 국민이 가진 부패에 대한 인식과 경험을 조사한 ‘2013 세계부패 바로미터(Global Corruption Barometer, GCB)’를 어제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의 반부패 정책에 대해 면접조사에 응한 국민 1500명이 보인 인식이다. 조사대상자의 56%는 정부의 반부패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대답했다. 직전 조사인 2010년 조사 당시 54%보다 2% 포인트 높다. 뇌물 제공 경험도 3%로 나타나 2010년도 조사 때의 2%보다 늘어났다. 부패한 분야로는 정당과 국회가 1, 2위로 꼽혀 2010년과 비슷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이명박 정부의 반부패 정책에 대해 실패로 평가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의 인식도 비슷했다. 공공영역과 정치부문의 부패 정보를 가진 전문가들의 인식을 반영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45위로 전년도보다 두 단계 추락했었다. 이번 조사는 또한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시스템과 반부패 시스템이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혈연·지연·학연으로 뒤엉킨 부패친화적 문화에서 벗어나 공정한 인사, 투명한 행정정보 공개, 엄격한 법집행을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정부 3.0’으로 상징되는 행정정보 공개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행정정보가 민간에 공유되면 그만큼 공직사회의 비효율성도 드러나고 행정효율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나머지 부분에선 개선의 기미가 미약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화합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에 대한 밀봉·불통 인사 논란에 휘말려 인사 쇄신을 해야 할 정권 초기를 허비하고 말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공직사회 부정부패를 근절하라는 여론도 외면하고 있다. 공무원이 대가성 없는 금품이라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 형사처벌하자는 이른바 ‘김영란법’은 과잉금지 사유를 내세워 대가성이 없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공무원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금품을 건네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투명한 행정정보 공개 못지않게 도덕성을 확립할 수 있는 제도 보완과 법 집행이 중요한 국정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사설] 국민연금 손대려면 연금제도 근본개혁해야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그제 회의를 열어 보험료 인상안을 다수 의견으로 채택했다. 위원회는 인상 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14%로 올려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던 모양이다. 기왕 국민연금에 손대기로 했다면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제도개선안에는 요율 인상뿐만 아니라 연금제도에 대한 근본적 개혁 방안을 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는 기금을 쌓아가는 ‘적립식’이다. 전 세계에서 적립식을 택한 나라는 미국, 일본, 스웨덴, 캐나다 등 다섯 나라뿐이다. 5년에 한번씩 국민연금 재정상태를 진단하는 최근 추계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4년 적자로 돌아서 2060년이면 고갈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그해 걷어서 그해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어찌됐든 국민연금은 소득없는 노후를 대비할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고, 곳간에 돈은 채워 넣어야 하니 말이다. 보험료율이 3%에서 9%로 올랐다고는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과 비교하면 아직은 부담이 덜한 편이다. 문제는 그 돈이 가입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데 있다. 돈 낼 사람이 동의하고 공감하지 않는다면 아직은 미미한 ‘국민연금 폐지운동’이 국민적 저항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지금도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우리만 봉’이라고 성토하고 있지 않은가. 내는 돈은 3배 늘어났는데 받을 돈은 지금 버는 소득의 70%(소득대체율)에서 40%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만성적자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2.7%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지난해까지 들어간 세금만 10조 2283억원이다. 군인연금도 해마다 1조원씩 적자다. 이런 마당에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만 돈을 더 내라고 하면 거세게 반발할 게 자명하다. 표를 의식하는 국회의원들이 동의해줄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최소한 형평성 시비를 줄이거나 연금 제도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 우선 특수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연금)과 국민연금 통합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특수연금에는 사기업의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는 반박 논리는 해당 연금에서 퇴직수당을 떼어낸 뒤 남은 노령연금 부분만 합치는 방법으로 설득할 수도 있다. 연금 제도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곱씹어 공무원·교사·군인 사회도 덮어놓고 반발해선 안 될 것이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합치자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더 지난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5년마다 ‘고갈’ 운운하면서 땜질 처방만 할 게 아니라 근본적 수술로 국민의 공감대를 확보해야 한다. 국회가 머뭇거리고 있는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 불신을 덜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처방이다.
  • [열린세상] 인간의 얼굴을 한 공동체/김정기 한양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장

    [열린세상] 인간의 얼굴을 한 공동체/김정기 한양대 교수·언론정보대학원장

    고향의 후배가 전화를 걸어 왔다. 친구 아들이 수강한 과목에서 받은 낮은 학점 때문이었다. 담당 교수에게 점수에 대해 문의했는데 시원한 설명 대신 핀잔을 받은 모양이다. 실망한 새내기 신입생인 아이가 교수에 대한 불신감을 토로했고,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민감한 자식 아이가 교육 무용론에라도 빠질까봐 친구의 걱정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대학은 학점에 대한 문의와 정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니 근거 자료를 가지고 담당 교수에게 겸손하게 설명하고 필요하면 적극 주장해도 된다고 일러주었다. 그러나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여러 추정이 가능하지만 그냥 감수하기로 판단한 모양이다. 근래 갑(甲)과 을(乙), 강자(强者)와 약자(弱者)의 문제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로 대리점이 파산에 이르렀고, 목숨을 던지며 부당함을 알린 가장의 비극이 사회를 울렸다. 빠듯하더라도 자녀를 공부시키고 늙은 부모와 함께 살 수 있게 만든 골목 상권의 붕괴로 단란한 가정이 해체되는 것을 보며 야만의 얼굴을 한 시장에 분노감이 커졌다. 약자의 수난이 시장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암수술로 죽게 된 남편을 병원으로 보내서 치료 한번만 받게 해달라는 아내의 애간장 끊는 울부짖음에 꿈쩍도 않는 교도소 관계자는 “형집행 정지가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꿈 많은 청춘의 여대생을 살인 교사한 무기징역수 윤모 여인은 2007년부터 병원 특실 생활과 외출로 도합 4년을 교도소 밖에서 지냈다. 돈이 많다는 이유로 강자가 된 그 여인이 애용한, 그 어렵다는 형집행 정지는 또 다른 강자인 의사·검사·변호사의 방조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다(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3년 5월 25일). 약자를 보호하려는 이른바 을을 위한 입법이 본격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건 다행이다. 지난 2일 임시국회에서 ‘금융기관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우선 면제한 후 임대인으로부터 상환’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방지’ ‘가맹점에 대한 매장 리뉴얼 강요 등 불합리한 계약 방지’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이 통과되었다. 입법의 폭과 깊이를 넓히는 일과 함께 이미 시행 중인 조치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2006년에 도입된 여성고용 우대 조치의 경우 2010년의 조사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의 51%인 335개 회사, 500~999명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의 55.9%인 513개 회사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성고용인과 여성관리자의 비율도 모두 10%대로 여전히 매우 낮다. 약자에 대한 법적 보호조치의 전형인 미국의 소수인종보호조치(affirmative action)는 고용, 교육, 비즈니스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차별을 받아 온 소수 인종과 여성을 우대하는 적극적인 선택성을 포함한다. 이 조치가 순탄하게 탄생하고 성장해온 건 아니다. 유색인종을 백인과 분리하고 권리를 제한하는 짐 크로 법에 대항하여 남북전쟁, 흑인노예해방, 흑인인권운동, 시민권운동 등 오랜 세월 동안 피와 땀, 논쟁과 소송의 혹독한 과정을 겪어야 했다. 상원에서 54일간의 필러버스터를 거쳐 1964년 6월 19일 존슨 대통령의 사인으로 소수인종의 평등권을 보장하는 시민권 법안(Civil Rights Act)이 효력을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조치에 대한 찬반 논쟁과 실제 적용을 둘러싼 법적 다툼은 현재진행형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강자 독식에 희생되는 을의 수난은 멈추어져야 한다. 강자의 편법으로 인한 을의 눈물과 분노를 어루만지는 인간의 얼굴을 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강자의 탐욕에 의한 약자의 파산을 경쟁과 효율의 시장논리로 강변하지 말자. 사람의 본질과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공동체의식, 이념의 도그마에 물들지 않은 균형잡힌 역사의식, 물신(物神)주의에 함몰되지 않는 인간애에 토대하는 대한민국 표 약자 보호 공동체철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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