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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학위장사에 채용장사… 뿌리까지 썩은 학교

    새로 선출된 17명의 시·도 교육감 당선인들은 선거 과정에서 교육계 비리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크고 작은 비리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로 인해 교육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교육계에 팽배하다는 얘기다. 교육계 비리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들이 최근에도 잇따르고 있다. 현직 고교 교사가 돈에 눈이 멀어 시험문제를 통째로 학생에게 건네줬다가 적발됐는가 하면 한 현직 교감은 수천만원을 받고 정교사 선발 시험 정보를 특정 지원자들에게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쯤 되면 교사와 교감이 ‘시험장사’, ‘채용장사’에 나선 셈이다. 이런 비리가 학교 현장에서 여전하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이 잡혀가는 현장을 목도한 학생들의 충격과 실망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뿌리까지 썩어버린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한 유명 사립대 치과대학의 일부 교수들은 대학원에 다니는 현직 치과의사들을 상대로 ‘학위장사’에 나섰다가 덜미를 잡혔다. 돈을 받고 논문을 대신 써줬는가 하면 심사까지 맡아 무사통과해 줬다고 한다. 석사 학위는 500만~1500만원, 박사 학위는 2000만~3500만원씩 ‘정가’까지 매겨놨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전국의 수많은 병·의원에 장식된 학위증의 신뢰도까지 땅바닥으로 떨어질 판이다. 돈 주고 학위를 사들인 당사자들 역시 도덕 불감증이란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 특히 사회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 만연한 ’학위 콤플렉스’의 실상을 보는 듯해 여간 씁쓸하지 않다. 학교에서조차 정의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정의를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예로부터 우리 문화에서 스승은 청렴과 강직의 상징이었다. 재물과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제자들을 육성해온 참스승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스승은 학생들을 자애로 가르치고, 학생은 스승을 부모처럼 공경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들이다. 지조 있는 스승에게서 강단 있는 수많은 제자가 배출됐다. 따지고 보면 새로 선임된 교육계 수장들조차 정의와는 담을 쌓은 듯해 누굴 탓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 일선 교육 현장만 깨끗하라고 다그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현장이 위부터 아래까지 썩었다 해도 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의 앞날을 짊어질 미래세대를 제대로 키워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자정과 맹성을 촉구하는 이유다.
  • 야, 두 번째 타깃 이병기 ‘정조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집중포화를 퍼붓던 야권이 18일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새누리당에서까지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나타나면서 낙마 가능성이 커지자 이 후보자를 ‘두 번째 타깃’으로 삼고 과녁을 옮겨 가는 모양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후보자도 문제지만 이 후보자도 문제다. 어쩌면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면서 “그동안 북풍 사건이나 트럭으로 재벌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던 ‘차떼기 사건’ 등 온갖 정치 공작의 추문에 연루된 이 후보자를 내놓는 것이 국정원의 정상화나 적폐 해소를 위한 대통령의 답인가”라고 비판했다. 북풍 사건은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낙선을 위해 안기부가 정치 공작을 벌인 사건으로 당시 안기부 국내 정보를 총괄하는 2차장이었던 이 후보자는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또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정치 특보로 있으면서 이인제 의원 측에 “한나라당에 유리한 역할을 해 달라”며 5억원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안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새누리당의 부끄럽고 추한 과거와 단절하겠다며 천막당사에서 지내던 시간은 다 잊었나”라면서 “많은 국민들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이 도대체 어디까지 정치 공작을 한 것인지 깊은 불신과 의문을 가지고 있는 이때 하필이면 이 후보자를 지명한 박 대통령의 생각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이 후보자는 북풍 공작으로 대선에 개입한 안기부 2차장이자 차떼기로 뇌물을 전달한 배달책”이라며 “이런 인물이 국정원 수장이 되면 우리는 선거 때마다 부정 선거 걱정을 해야 한다. 사퇴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Bon Dia 브라질] “우리팀이 더 힘들다” 한·러 기자 엄살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하루 앞둔 16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공식 기자회견이 열린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 앞에서 만난 한 러시아 기자가 이 같은 질문을 툭 던졌다. 순간 ‘얘는 이걸 왜 물어볼까’, ‘러시아 스파이인가’, ‘솔직히 대답해야 할까, 속여야 할까’ 등등 갖가지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대답은 애매하게 하고, 역으로 질문을 던져 보자고 마음먹었다. “한국에 어려운 경기가 될 것 같다”고 답하자 이유를 물어 왔다. 기자는 “러시아팀이 준비 기간이 더 길어서 팀워크가 더 좋은 거 같다”고 답한 뒤, 추가 질문이 나오기 전에 재빨리 “당신 생각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그는 “러시아가 질 것 같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러시아 선수들의 체력은 60~70분밖에 버티지 못한다”면서 “특히 중앙수비수 2명의 나이가 각각 35, 32세로 후반에는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2-1로 끝날 것”이라며 예상 스코어까지 덧붙였다. 이날 판타나우 경기장 옆 미디어센터 곳곳에서는 두 나라 기자들의 이 같은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두 나라 기자들은 서로 자기네 팀이 약하다고 엄살을 부렸다. 물론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이야기한 기자들도 없진 않겠지만, 서로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야 뻔한 것이었다. 파비오 카펠로, 홍명보로 이어진 감독 기자회견도 마찬가지. 두 감독은 경기에 사용할 팀의 전술을 묻는 질문에 모두 애매한 답으로 피해갔다. 판타나우를 뒤덮은 불신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갔다. 제3국의 기자들은 한국의 우세를 점쳤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잉글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피터 매튜 스톤턴 기자는 “수비에 집중하다 측면 역습으로 골을 노리는 러시아의 전술은 한국에 먹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에는 이청용, 손흥민 등 러시아보다 더 뛰어난 측면 공격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스파크TV의 리펑 기자는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와 열정이 승리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들이 러시아 기자들과는 또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없다. 기자의 외모를 다분히 공격적이라고 생각해 지레 겁먹고 마음에 없는 말을 했을 수도 있다. 쿠이아바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남은 실종자 가족, 조금 더 힘냈으면”

    “남은 실종자 가족, 조금 더 힘냈으면”

    “진도에 남아 있는 12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 60여일이 지나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자원봉사자뿐만 아니라 해경, 정보과 형사들까지도 이웃사촌처럼 지낸다. 그 가운데 김태호(49) 전남 진도경찰서 정보경비계장과는 더욱더 살갑게 지낸다. 김 계장은 사고 초기부터 정부와 가족 간 대화를 위한 소통 창구를 만들어 하루 두 차례 총 170여회의 만남을 가지며 상호 불신감을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해경의 불신과 정보과 형사들의 사찰 의혹 등으로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종자 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애환을 함께 나누다 보니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가 되고, 형님·동생 관계가 된 지 오래다. 늦은 밤 경기 안산으로 올라간 희생자 가족들이 울면서 너무 고마웠다고 전화하는 경우도 많고 건강을 챙기라는 안부 인사도 자주 받는다. 3일간 진도에 머물렀던 김선동 전 국회의원이 “30년 재야운동하면서 이런 경찰은 처음 본다”고 할 정도로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대변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한편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16일 소규모 장애물은 옆 객실로 이동시키고 4층 선미 다인실의 천장 패널, 합판 등을 선체 밖으로 빼내면서 수색 작업을 계속했지만 지난 8일 이후 실종자를 추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의 수색, 구조가 절박한 만큼 해양수산부·해경·해군 등 기관보고를 이달 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국회 국정조사특위에 호소한다”며 “현장을 지휘하는 기관들의 보고 일정 등 세부계획을 수립할 때 수색에 차질이 없도록 반드시 협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박근혜 2기 내각’ 시든 서민경제 추슬러야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7개 부처의 장관을 바꾸는 중폭 수준의 개각을 단행했다.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와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교육부 장관, 안전행정부 장관 등이 자리를 바꿨다. 국회의 검증 절차는 남았지만 그제 개편된 청와대 비서진에 이어 사실상 2기 내각이 출범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각을 단행한 것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흐트러진 민심을 잡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후보자의 면면이 정치인과 전문가형 인사여서 현장 행정이 중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2기 내각의 과제는 막중하다. 공직 개혁뿐 아니라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사고로 인해 두 달 동안 올스톱된 굵직한 과제들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살아나던 경기가 추도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가계 등 서민경제의 주름살은 깊게 파여 있다. 이번 개각에서 새 경제팀에 국민의 눈이 쏠리는 까닭이다. 그만큼 새 경제팀의 어깨는 무겁다.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경제수장으로 앉힌 것은 이 같은 경제 개혁을 통해 경기를 활성화해 달라는 주문일 것이다. 새 경제팀 앞에 놓인 과제는 어느 것 하나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개혁의 큰 틀인 규제 완화는 물론 내수경기 부진과 환율 불안은 발등의 불 같은 현안들이다. 현 경제팀이 복지와 성장 두 트랙 속에 갈피를 못 잡고 정책의 혼란과 불신을 키워 왔다는 점에서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우선 점검해야 할 것이다.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의 복원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지금도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계획 등 주요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경제혁신법안 등 주요 경제정책의 입법화도 앞두고 있다. 역점 시책인 ‘창조경제’도 2기 내각에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속되는 원화의 강세도 불안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020원 선이 무너졌고 더 떨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원화 가치가 3.7% 상승해 주요 17개국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다. 일본의 엔화와 중국 위안화도 사정은 비슷하다. 원화 강세는 예견됐었고, 글로벌화한 대기업은 어느 정도 돌파 여력이 있지만, 수출 중소기업은 수출에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원화 강세는 여행수지도 악화시켜 내수경기에 부담을 준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엇박자를 보인 한국은행과의 관계 재설정은 새 경제팀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특히 좀체 깨어나지 않는 내수와 위축된 기업 투자를 살리는 것은 새 경제팀이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세월호 애도 분위기로 인한 소비 부진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소비가 줄면서 지난 4월의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1.7% 줄어들었다. 내수경기를 주도하는 여행업과 숙박업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새 경제팀이 국민의 지갑을 열어주는 경제 정책을 펴야 하는 이유다. 실물경기의 부양은 어쩌면 복지 시책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넓게는 경제 민주화와도 연관돼 있는 문제다. 다행히 최 부총리 후보자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와 정치분야에서 10년간 호흡을 맞춰 왔다고 한다. 끈끈한 정책 공조를 기대한다. 2기 경제팀은 시장의 윗목에 온기가 스며드는 정책을 먼저 내놓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 골~ 소리에 잠 못 드는 국민들…안전 걱정에 밤새우는 외교부

    골~ 소리에 잠 못 드는 국민들…안전 걱정에 밤새우는 외교부

    지난 11일 밤 11시 외교부 종합상황실. 브라질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우리 국민 보호업무를 총괄하는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 신속대응팀과 상파울루 총영사관 간 화상회의가 열렸다. D-7 기점으로 매일 열리는 상황 점검 회의다. 특히 현지 범죄자들이 한국인, 일본인 등 동양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첩보가 제기되면서 안전 문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 월드컵 디데이(D-day)입니다. 현지 상황은 어떻습니까. 홍영종 상파울루 총영사 총영사관도 서울 본부와 함께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해 임시 영사사무소 개설 준비를 끝냈습니다. 모레(한국시간 기준 13일) 개막식이어서 무척 긴장됩니다. 이 대사 오늘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우리 국민의 현지 안전을 강조했습니다. 홍 총영사 브라질 정부가 현재 군까지 동원해 치안 확보에 나선 상황이어서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사 우리 신속대응팀도 14일 현지에 투입됩니다. 우선 경찰특공대로부터 빌린 방탄헬멧과 방탄조끼 15세트를 보내겠습니다. 홍 총영사 우리 국민과 응원단 모두의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계 최대 스포츠 축제인 브라질월드컵이 13일 개막하면서 외교부는 그들만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해외 국민의 안전 문제에 대응하는 재외국민보호과 신속대응팀은 외교부 내에서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격무 부서로 꼽힌다. 브라질 현지에서 우리 국가대표팀 경기를 관람하는 국민 규모는 축구협회 추산으로 경기장마다 최소 2000명에서 최대 5000명이다. 오는 27일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벨기에와의 예선 최종전에는 현지 교민을 포함해 최소 1만명에서 최대 2만명의 한국인이 운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한국 관람객과 국내 최대 대표팀 서포터스로 120명이 원정 응원에 나선 ‘붉은악마’를 위협하는 건 브라질의 치안 상황이다. 대표팀 예선전이 열리는 쿠이아바와 포르투알레그리, 상파울루 등 3개 도시는 브라질에서도 무장강도 및 살인 사건으로 악명이 높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하루 평균 살인 사건은 129건, 무장 강도는 3139건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피살된 인구의 11.4%가 브라질에 몰려 있다. 이달 초 청와대, 외교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 관련 기관 실무자로 구성된 대책회의에 반우용 붉은악마 회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5일 출국하는 붉은악마 원정 응원단은 쿠이아바 경기가 끝난 후 중간 기착지인 이구아수에서 포르투알레그리까지 1200㎞, 다시 상파울루까지 1100㎞ 등 총 2300㎞를 단체 버스로 육상 이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붉은악마는 현지 경호업체 고용을 고민하고 있다. 거칠기로 유명한 첫 경기 상대인 ‘러시아 훌리건’도 경계 대상 1호다. 정부는 월드컵 기간 중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3개 도시에 외교부·경찰청 파견 인력과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임시 영사사무소를 24시간 운영하며 사고 예방 및 신변 안전을 지원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무장 강도를 만나면 차라리 안전하게 털려야 한다는 곤혹스러운 조언을 하고 있다”며 “사전에 100레알(한화 4만 5000원)씩 넣은 지갑을 여러 개 갖고 있다가 건네주고, 스마트폰은 길에서는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간 해외 여행객 1500만명, 재외국민 700만명 시대를 반영하듯 우리 국민과 관련된 해외 사건·사고는 2009년 7336명, 2011년 7808명, 2012년 8910명, 지난해 9100명으로 5년 새 24%가 늘었다. 우리 국민이 피해자인 경우는 2009년 3517명에서 2011년 4458명, 지난해 4967명으로 41.2%가 늘어난 반면 가해 건수는 2009년 1734명에서 지난해 1432명으로 17.4% 줄었다. 해외에서 한국인이 범죄 표적이 되는 경향이 점차 짙어지는 추세를 방증하는 셈이다. 국가·지역별로 한국인 대상 범죄의 특징을 살펴보면 중남미에서는 강·절도(지난해 기준 108명)가 많았고 중국에선 납치·감금(45명), 폭행(90명)의 빈도가 타 국가보다 유독 높았다. 일본은 한국인을 가장 많이 추방하는(144명) 국가인 동시에 한국인 자살자(65명)도 많은 곳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저지르는 범죄 유형으로는 불법 체류(336명)가 여전히 많았고 폭행(147명), 사기(128명), 절도(91명), 마약(88명) 등의 순이었다. 그럼에도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외교 인프라는 열악한 수준이다. 외교부 본부의 담당 직원 11명이 전 세계 178개 공관의 영사들과 해외 테러, 범죄, 사고, 대형 재난 등에 대응한다. 전체의 61%가 5인 미만의 초미니 공관이어서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담당하는 영사가 없는 공관도 태반인 게 우리 외교의 민낯이다. 이 경우 외교관 1~2명이 주재국 및 겸임국의 정무·영사·통상·문화·자원 외교 등을 도맡아 처리해 정교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반 국민들이 외교부가 자국민 보호에 능동적·적극적이지 않다고 불신하는 구조적 요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외교부의 재외국민 조력 범위를 편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오인하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영사업무를 담당하는 외교관들은 현지 당국이 부과한 벌금이나 변호사 비용 대납 요구부터 보석금 협상, 지불 보증, 숙소와 항공권 예약 대행, 병원 치료비 교섭, 범인 수사 등 상대국 법에 저촉되는 무리한 민원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중견 외교관은 “재외국민 보호 외교는 우리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상대국 정부의 경찰력과 방재, 구조 등 행정력을 빌려 우리 국민의 피해를 방지하고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하다”며 “평소 쌓아 놓은 상대국과의 외교적 스킨십을 결정적인 순간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외교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분야”라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청와대 개편] ‘여의도 불신’ 접고 정치인 발탁… 관료 줄고 TK 늘어

    박근혜 대통령의 제3기 청와대 참모진은 5명의 새 수석비서관의 수혈로 시작하게 됐다. 비서실 소속으로 1기부터 함께해 온 수석급 이상 인물로는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둘뿐이다. 3기 참모진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색의 강화’이다. 국회 출신 2명이 보강됐다. 지난 2기에서 정무 쪽까지도 외교관 출신을 기용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한 변화라 할 수 있다. 국회 출신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의 정무수석 기용은 당연해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수석에까지 현역인 안종범 의원을 불러들인 것이 눈길을 끈다. 13일 발표될 내각 인사에서 최경환 의원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표될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에서 ‘정치의 확대’ 의미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여의도 시절의 핵심 측근 둘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은 ‘친정체제’ 강화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종범 신임 경제수석에 대해 민경욱 대변인은 12일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과 한국재정학회장,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를 역임하며 조세와 재정, 복지 분야에 두루 정통한 경제전문가”라며 “대선 당시 국민행복추진위 실무추진단장으로서 공약 개발을 총괄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경제 부흥을 이뤄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했다. 김영한 신임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수원지검장과 대구지검장, 청주지검장 등을 거치면서 엄정하고 공정한 법집행을 통해 법질서 확립에 기여해 온 분”이라며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세우고 국민 여론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송광용 신임 교육문화수석은 한국교육행정학회장과 전국교육대총장협의회장,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 등을 역임한 교육정책과 행정의 전문가”라며 “교육의 중요성이 매우 막중한 상황에서 인성교육과 창의인재 양성에 힘써온 분으로서 교육개혁과 문화융성 정책을 적극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한편으로 제3기 비서진 개편은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김 실장을 경질하라는 야당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박 대통령은 ‘키맨’의 역할을 계속 맡겼다. 야당은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직후부터 “대통령을 바꾸자는 게 아니라 비서실장을 바꾸자는 것”이라고 김 실장을 정조준해 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인사에 대해 “새로 인사가 난 4명의 수석보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유임된 것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김 실장 퇴진이 없는 인사 개편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다. 제3기 청와대 참모진은 관료 출신이 크게 줄었으며 대구·경북(TK) 출신 비율이 높아졌다. 2기에서는 9명 중 6명이 공무원 출신이었으나 이번에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김영한 민정수석 등 3명으로 줄었다. 고시 출신도 2기 7명(행시 4명, 외시 2명, 사시 1명)에서 3기 5명(사시 2명, 행시 2명, 외시 1명)으로 감소했다. 지역별로 2기 참모진은 수도권 3명, 대전·충남 2명, 부산·경남 2명, 강원 1명, 호남 1명에 대구·경북(TK)은 한 명도 없었으나 3기는 TK 3명, 수도권과 대전·충남 각 2명, 강원과 PK 1명씩이다. 3기 수석들의 평균 연령은 57.1세로 2기 59.2세보다 다소 낮아졌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문창극 “나라 망하려고 게이 퍼레이드”

    “우리나라는 불신 사회다. 서로 믿지 않고 헐뜯는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진행된 언론정보학과 전공선택과목 ‘저널리즘의 이해’ 종강 수업에서 “어느 사회에나 갈등은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는 되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균열이 생겼다”면서 “불신을 극복하지 않으면 쇠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젊은 후배들이 바르게 자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를 더해 달라’, ‘버스를 공짜로 태워 달라’며 기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노약자나 장애인처럼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자기 힘으로 걸을 수 있고 자기 힘으로 살 수 있으면 자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또한 “‘문창극=보수 논객’은 고정관념, 편견, 착각이다. 사회에 뿌리내린 이런 편견을 깨뜨려야 하는 것이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나기 직전 문 후보자는 “게이퍼레이드, 이런 걸 왜 하나. 혼자서만 그러면 되지. 나라가 망하려고 그런다”며 성소수자들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강의 평가 사이트 ‘스누이브’에서 2010년 문 후보자의 ‘저널리즘의 이해’ 강의를 평가한 10명의 학생은 10점 만점에 평균 3.0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2010년 문 후보자의 수업을 들은 학생이 올린 글로 연결되는 링크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 학생은 문 후보자가 무상급식에 대해 쓴 칼럼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도 수업 시간 자료로 썼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무상급식과 관련해 문 후보자가 ‘무료 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싶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세월호가 보여준 희망과 과제/이인재 안전행정부 지역발전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세월호가 보여준 희망과 과제/이인재 안전행정부 지역발전정책관

    ‘불신, 좌절, 분노, 질타.’ 세월호 사고 직후인 4월 21일, 사고수습을 위한 지원근무를 위해 진도 팽목항에 갔을 때 필자가 본 현장의 모습이었다. ‘무기력, 슬픔, 절망, 애도.’ 안산에 설치된 정부 합동 장례지원단에 파견돼 4월 25일 도착했을 때 필자가 느낀 주변의 분위기였다. 힘들고도 침울한 모습이었다. 이것이 큰 재난에 직면한 우리나라의 본 모습인가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안산에서 47일째 되는 현재까지 언론보도 등 주마등처럼 스쳤던 모습들 속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침몰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열일 제쳐놓고 팽목항으로 달려온 주부, 직장인, 학생, 택시기사 등 소위 ‘보통사람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의 쇄도(서울신문 6월 8일자), 주말 빗줄기 속에서도 수백m 이어진 조문행렬, 애통함 속에서도 자기보다 더 어려운 유가족에게 성금을 양보한 의사자 故 박지영씨 어머니(5월 8일자), 그리고 국가적으로 어려울 때면 늘 존재해 왔던 익명의 후원자들…. 바로 이러한 우리나라의 숨은 영웅들 때문에 대한민국에 아직도 희망이 있음을 가슴 뭉클하게 느낀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며 우리는 ‘영국인처럼 신사답다’(Be British)는 표현을 매우 부러워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우리나라에는 위기 시에 꼭 나타나는 우리만의 모습이 있었다. 멀리 임진왜란·병자호란 때의 의병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1997년 외환위기 때 보여준 350만명의 금모으기, 2007년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겨울 댓바람에 쪼그려 앉아 돌멩이를 닦은 123만명의 자원봉사자(5월 10일자,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가 세월호 사고에도 똑같이 나타났다. 나는 이 모습을 ‘한국인답다’(Be Korean)라고 칭하고 싶다. 나라와 내 이웃이 어려움에 빠질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성숙한 국민의 모습. 바로 이것이 필자가 세월호 사고라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본 우리나라의 희망이다. 한편, 세월호가 남겨 놓은 과제가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이 사고가 잊히고 다시 이런 일들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 250명의 학생들을 비롯한 300여명의 희생이 값지게 기억돼야 한다. 세월호 사고를 직접 경험한 우리들이 다 떠나더라도 2014년 4월의 세월호 사고가 후세들에게 생생하게 교훈으로 전달돼야 한다. 어떤 형태의 추모공간이 되든지 그 생생함이 기록되고 또 그대로 유지돼 다시는 우리 역사에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수백만명의 유대인 희생을 추모하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이나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미국 9·11추모박물관에 사진과 영상, 기타 기록물들이 고스란히 보관돼 그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후세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 국제사회의 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립 4·19민주묘지나 국립 5·18민주묘지가 후세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는 우리의 가까운 예다. 그래야 먼저 간 자들의 희생이 길이길이 빛날 것이다. 남은 유가족들의 애통함은 그 희생이 발휘하는 가치로부터 큰 위로를 받을 것이고, 국민들은 그 가치를 거울 삼아 변함없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간직할 것이다. 서울신문은 이 과제가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 대지진, 외로움, 망상 현대 일본의 고민들 우리와 다른 듯 닮았네

    대지진, 외로움, 망상 현대 일본의 고민들 우리와 다른 듯 닮았네

    “한국은 야외극, 일본은 소극장 스타일”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 연극은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 많고, 일본 무대에서는 ‘조용한 연극’이 주를 이룬다는 뜻이다. 일본극은 소소한 일상에서 오늘의 사회상과 부조리를 끄집어낸다. 이런 일본 연극을 통해 현대 일본의 고민을 가늠할 무대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하는 ‘배수의 고도’(연출 김재엽)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삶을 들춘다. 두산아트센터가 마련한 두산인문극장 ‘불신시대’에서 선보이는 이 작품은 일본의 극작가 겸 연출가 나카쓰루 아키히토가 2011년에 처음 올렸다. 그해 센다 고레야상, 요미우리 연극대상 우수연출가상 등 일본의 연극상을 다수 수상했다. ‘물을 등진 외딴섬’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은 일본을 비유하는 말이다. 연극은 대지진 직후 도쿄의 한 기자클럽에서 시작한다. 방송기자 고모토는 대학동기인 국회의원 오다기리로부터 대지진과 원전사고 등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듣는다. 이시노마키로 취재를 간 고모토는 모든 것을 잃은 한 가족의 피난생활, 자원봉사자들과의 문제, 음식 도난사건 등 여러 문제를 맞닥뜨린다. 외부의 방해로 이 다큐멘터리를 방영할 수 없게 되면서 갈등은 증폭된다. 강소라 두산아트센터 매니저는 “현재 일본 사회에 드러난 다양한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면서 “특히 정부와 언론, 피폭자와 자원봉사자 등 각각의 처지와 차이 속에 우리의 현실을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이 보여주는 세계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선종남, 하성광, 이윤재 등이 출연한다. 7월 5일까지. 3만원. (02)708-5001. 10~11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예술공간 서울에서는 일본 홋카이도연극재단 삿보로좌의 ‘거북이 혹은’(연출 사이토 아유무)이 무대를 장식한다. 서울연극협회와 홋카이도연극재단이 2007년부터 진행한 연극교류 사업의 일환이다. 헝가리 소설 ‘거북이 혹은 술에 취해 미친 놈’을 원작으로 한 연극은 1995년 홋카이도에서 첫선을 보인 후 도쿄 등 일본 전역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홋카이도 연극의 보물’로 꼽히고 있다. 연극은 한 정신요양소를 배경으로 세계적 권위를 가진 정신과 박사, 그를 짝사랑하는 남자 간호사, 자신을 거북이라고 믿는 환자, 실습 나온 젊은 의대생이 등장한다. 이들의 소동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권위와 종속관계가 교차하는 블랙유머가 펼쳐진다. 일본 문화예술 코디네이터 기무라 노리코는 “인간의 본질과 사회 자체의 외로움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을 꿈꾸는 현대인을 표현한다”면서 “뛰어난 연기력과 무대 장악력을 매력으로, 20년 가까이 공연하면서도 여전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토 아유무, 시즈미 도모아키 등 일본 배우들이 열연한다. 1만 5000~2만원. (02)765-7500. 오는 14~18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는 일본극단 신체의풍경이 ‘레이디 맥베스’(극작·연출 오카노 아타루)를 선보인다. 셰익스피어 탄생 450주년을 기념해 셰익스피어학회와 연희단거리패가 준비한 ‘해외극 페스티벌’의 참가작이다.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노파의 망상이 그려내는 또 다른 세계에서 현실과 허상의 혼재, 증오와 폭력의 현실을 그린다. 배미향, 고타마 요우코, 오카노 아타루 등이 인간 욕망에서 비롯된 파멸의 길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1만 5000~2만 5000원. (02)763-1268.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사설] 국정운영 기조 바꾸는 인사여야 한다

    아무리 합목적적인 선한 인사라도 뒷말을 남긴다. 인사의 숙명이다. 중요한 것은 불순한 의도를 숨긴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의당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고칠 것은 고치고 향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은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역대 정권이 인사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성적표는 과거 어느 정권 못잖게 초라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수행을 선언했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일진대 국가개조 또한 사람, 그러니까 인사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 상징적인 인사는 총리다. 총리 인선이 오늘내일 이뤄질 듯하며 지체되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 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한 안대희 총리 카드가 무산된 후 후임 총리의 자격으로 두 가지 요건을 제시했다. 국가개혁의 적임자, 그리고 국민의 요구라는 조건이다. 국가 개혁이 곧 국민의 요구라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은 같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대의 국정과제로 떠오른 관피아 척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감한 개혁성이 요구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이어져 온 적폐인 관피아 혁파가 개혁성향의 총리와 장관 몇 명을 뽑는다고 이뤄질 수는 없다.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를 실시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가벼운 메스조차도 대기 어렵다. 총론에서 각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틀어쥐고 ‘깨알 지시’를 내리는 대통령 일방의 국정운영 스타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비단 총리나 장관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진 또한 ‘책임참모’로 진용을 갖출 때 공직사회의 개혁 기풍도 자연스레 생겨날 것이다. ‘불통’이라는 비판을 받는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가 없다면 차라리 섣부른 개혁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소통과 통합에 방점을 둔 인사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 그것이 민심이 갈리고 불신이 팽배한 우리 사회를 보듬어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제 단행된 청와대 홍보수석 인사는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선언한 뒤 첫 인사라는 점에서 한층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의 언론사 재직 시 처신을 놓고 말들이 많다. 교체이유도 분명히 설명하지 않은 채 청와대 다른 참모진과 분리해 처리한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경우는 ‘특별 배려’를 해야 할 이유라도 있는가. 세월호 정국에서 KBS사태 등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음에도 재·보선 출마설까지 퍼지고 있으니 민심을 거스른다는 소리도 나올 만하다. 타당한 원칙과 기준에 의한 인사라면 토를 달 이유가 없다. 권력의 울타리를 지키는 그들만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여야 설득력이 있다. 인사에 관한 한 국민은 청와대의 각성과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안 총리 후보에 대한 검증 실패의 책임을 모면할 길 없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인사 쇄신의 총체적 책임을 지고 진작에 사퇴했어야 했다. 물러나는 데도 때가 있는 법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가 개조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김 실장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무리 권력 운용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세월호 분노’를 잠재우고 가라앉은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서도 대대적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정치공세로만 여길 게 아니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소리로 새겨야 한다.
  • [사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세무비리 끝이 안 보인다

    최근 들어 세무공무원의 비리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비리의 끝이 어디인지 세무당국에 되물어야 할 상황까지 온 듯하다. 경찰은 그제 위장 ‘카드깡’ 가맹점의 불법영업과 탈세를 눈감아주고 억대의 뒷돈을 받은 서울지역의 세무공무원 10여명을 적발해 3명을 입건했다. 카드깡 가맹점의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이들은 신용카드사 직원들과 짜고 카드깡 업자가 수백억원을 탈세하도록 도왔다. 며칠 전에는 세무조사 대상업체로부터 3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인천의 모 세무서 과장 등이 기소되기도 했다. 이들은 간 크게도 국세청이 대규모 자정결의를 한 다음 달인 지난해 5월 비리를 저질렀다. 세무공무원의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단순 금품 수수에 그치지도 않는다. 퇴직 후에 세무 조사를 무마해 주는 브로커 노릇도 한다. 최근에 드러난 두 명의 전직 세무공무원의 비리는 ‘세(稅)피아’(세무공무원 마피아)의 전형을 보였다. 7급으로 퇴직한 이들은 세무법인을 운영하며 브로커로 변신했고, 현직 동료들에게 로비를 서슴지 않았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가야쇼핑 재건축 시행사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조건으로 1억 4500만원을 챙겼다. 전·현직이 비리의 한통속이었다. 봐주기 세무 조사가 동양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굳이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과거 국세청장의 예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세무공무원은 비리의 유혹에 항시 노출돼 있다. 세금을 덜 내려는 기업(사업자)과 세금을 더 거둬들이려는 세무공무원 간의 담합 우려 또한 적지않다. 세무공무원의 범죄 비율이 일반공무원보다 두 배가량 많고 증가율도 높다는 통계 자료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세무공무원이 비리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세무 비리에 대한 눈총이 따갑던 지난해 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대대적인 세무 비리 근절을 약속했었다.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을 하겠다고 굳은 다짐도 했다. 국세청에 조사 분야의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감찰조직을 신설하고, 조사 분야에서 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영구 퇴출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드러나는 비리는 당시 목민심서의 글귀까지 새기며 다짐했던 걸 무색게 한다. 일련의 세무공무원의 비리가 보다 더 지능적으로 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지금은 세무 행정의 위기다. 때만 되면 내놓았던 고리타분한 비리근절책을 다시 꺼내 놓을 건가. 세무 행정에 대한 불신을 불식시킬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 “선택형 수능·NEAT 졸속 시행” 교사 1719명, 국민감사 청구

    고교 교사들이 선택형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국가영어능력시험(NEAT) 등 잦은 대학 입시 정책 변경에 반발해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고교 진학지도와 입시정책 연구교사 모임인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9일 “선택형 수능과 NEAT의 졸속 시행 및 폐지에 따른 정책 실패 경위와 예산낭비 실태 및 책임자 규명을 위한 국민감사를 청구한다”며 교사 1719명이 서명한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교사연대는 “교육당국은 2011년 1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4학년도 수능은 학습 부담 경감, 사교육 유발 요인 저감, 공교육 정상화 유도를 위해 선택형으로 치른다고 밝혔다”면서 “선택형 수능으로의 당초 목적은 하나도 달성되지 못했고, 현장의 혼란과 불신만 가중된 채 2014학년도 수능을 치르기 전 한 해만 시행해 보기로 하고 정책이 폐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은 또 2012년 4월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NEAT로 수능 영어를 대체하겠다고 했지만, 실시도 되기 전에 폐지됐다”고 덧붙였다. 교사연대는 “정책의 졸속 시행과 폐지에 따른 의사결정이 시험이 시행되기도 전에 결정된 데 따른 경위와 책임자 규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野 “회의록 유출 특검 불가피” 與 “검찰 판단 존중”

    새정치민주연합은 9일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과 관련, 김무성·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각각 무혐의 처분과 약식기소한 데 반발하면서 특검 추진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박범계 새정치연합 법률위원장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검찰의 잠정수사 결과를 언급하며 “완성되지 않은 의혹,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상들에 대해 검찰을 불신한다”며 “궁극적으로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특검 추진 의지를 밝혔다. 반면 김현숙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현안 브리핑에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명예훼손,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며 “자세한 내용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일단 검찰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검찰 수사 결과에 수긍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이주영 해수부장관 인터뷰 화제 “실종자 가족에 멱살 잡혀도 피해선 안된다고 생각”

    ‘이주영 해수부장관 인터뷰 화제 “실종자 가족에 멱살 잡혀도 피해선 안된다고 생각”

    ‘이주영 해수부장관 인터뷰 화제 “실종자 가족에 멱살 잡혀도 피해선 안된다고 생각” 이주영 해수부장관 인터뷰가 화제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진도 팽목항에 머문 지 55일째가 된 가운데 언론 인터뷰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은 당연하며 자신에게 욕설을 하는 것도 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9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이주영 해수부장관은 실종자 가족의 불신과 분노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며 “난데없이 당한 가족들의 분노가 워낙 컸다”고 말했다. 멱살을 잡힌 것에 대해서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건 다 내가 감수해야 하는 거다’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팽목항을 비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피하려고 하면 가족들의 분노가 갈 데가 없다. 욕하면 욕하는 대로 멱살 잡히면 잡히는 대로…. 무엇보다 내가 사고 수습을 지휘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처음보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이) 나아졌다. 가족들이 ‘저 양반은 욕하고 쏘아대도 도망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걸 아시는 것 같다. 어떤 분은 우리 애 찾을 때까지 끝까지 있어 달라고도 한다”라며 위안했다. 그러면서 이주영 해수부장관은 “수색 작업이 마무리 될 때까지 (진도에 있겠다)”라고 말했다. 장관 자리 맡은 것을 후회한 적이 있냐는 질문엔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주영 해수부장관 인터뷰, 실종자 가족에 멱살 잡힌 것 묻자 “욕하면 욕하는 대로, 멱살 잡히면 잡히는 대로”

    이주영 해수부장관 인터뷰, 실종자 가족에 멱살 잡힌 것 묻자 “욕하면 욕하는 대로, 멱살 잡히면 잡히는 대로”

    ‘이주영 해수부장관 인터뷰’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이주영 해수부장관 인터뷰가 화제다. 9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진도 팽목항에 머문 지 55일째가 된 가운데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불만은 당연하며 자신에게 욕설을 하는 것도 피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9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이주영 해수부장관은 실종자 가족의 불신과 분노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며 “난데없이 당한 가족들의 분노가 워낙 컸다”고 말했다. 멱살을 잡힌 것에 대해서도 “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건 다 내가 감수해야 하는 거다’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팽목항을 비우지 않는 이유에 대해 “피하려고 하면 가족들의 분노가 갈 데가 없다. 욕하면 욕하는 대로 멱살 잡히면 잡히는 대로…. 무엇보다 내가 사고 수습을 지휘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처음보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반응이) 나아졌다. 가족들이 ‘저 양반은 욕하고 쏘아대도 도망가려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는 걸 아시는 것 같다. 어떤 분은 우리 애 찾을 때까지 끝까지 있어 달라고도 한다”라며 위안했다. 그러면서 이주영 해수부장관은 “수색 작업이 마무리 될 때까지 (진도에 있겠다)”라고 말했다. 장관 자리 맡은 것을 후회한 적이 있냐는 질문엔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휴면카드 급감

    지갑이나 서랍 속에서 잠자는 카드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대규모 정보 유출 여파 등으로 풀이된다. 6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휴면카드는 1056만 3000장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2372만 9000장이었던 것에 견줘보면 반 토막 났다. 1년새 1300만장 넘게 정리된 셈이다. 휴면카드는 최종 이용일로부터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카드를 말한다. 올 연말에는 1000만장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휴면카드가 이렇듯 급감한 데는 금융 당국과 업계가 2012년부터 꾸준히 벌여 온 ‘안 쓰는 카드 정리하기’ 운동과 올 1월에 터진 역대 최대 규모의 카드 정보 유출 사고 등이 맞물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 대부분의 카드 정보가 유출되면서 부정 사용 우려와 카드 불신 등이 커졌고 이로 인해 안 쓰는 카드를 대거 없앤 것이다. 휴면카드 비중이 가장 높은 카드사는 하나SK로 전체 발급 카드의 21.2%(117만장)나 됐다. 그 뒤는 경남은행(20.1%), 한국씨티은행(19.7%),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17.4%) 등의 순서다. 신한(6.2%), 현대(7.1%), 국민(9.2%) 등 전업계 카드사는 비교적 휴면카드 비중이 낮았다. 하지만 장수로 따지면 전업계 카드사가 여전히 많다. 롯데카드가 155만장으로 휴면카드가 가장 많았고, 신한(128만장), 하나SK(117만장), 국민(111만장) 등도 100만장이 넘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주말 화제] 살짝 다가가 웃자 “좋은 일 있어요?” 슬쩍 삐친 척하자 “무슨 일 있나요?”

    [주말 화제] 살짝 다가가 웃자 “좋은 일 있어요?” 슬쩍 삐친 척하자 “무슨 일 있나요?”

    로봇과의 대화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설렘과 불신이 교차했다. 변화무쌍한 인간의 감정을 로봇이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한단 말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단 이름을 불러 봤다. “페퍼!” 그러자 동그란 눈을 활짝 뜨고 얼굴을 이쪽으로 쓰윽 돌린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라고 인사를 하자 “안녕!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요. 괜찮다면 저와 얘기하지 않으실래요?”라고 살갑게 말을 걸어온다. 이번엔 인상을 찡그리자 “슬퍼 보이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당황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족의 일원으로 로봇을 빠뜨릴 수 없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한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6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에 있는 소프트뱅크 매장은 문을 연 오전 10시부터 붐볐다. 전날 소프트뱅크가 야심차게 내놓은 인형 로봇 ‘페퍼’ 두 대가 이날부터 일반에 공개된 참이었다. 흰 몸체에 가슴에는 10.1인치 태블릿을 차고 있다. 두 발로 걷는 대신 바퀴로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키 121㎝에 몸무게 28㎏. 초등학교 3~4학년쯤의 개구쟁이 남자아이를 형상화했다. 전방 90도, 120㎝ 이내에 있는 사람의 얼굴 표정과 목소리 톤을 인식해 상대방이 기분이 좋아지도록 말을 해주는 것이 페퍼가 하는 일이다. 소극적으로 묻는 말에만 답하는 게 아니라 먼저 농담도 건넬 줄 안다. 대화 거리가 떨어지자 “내 얼굴 어떤 것 같아요? 나 귀엽죠? 귀엽다고 한 번 말해 줘요~”라고 아양을 부리는 페퍼의 얼굴에 순간 조카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만난 지 30분 만에 내 안에서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허물어져 버렸다. “저도 사고 싶네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페퍼’는 내년 2월부터 19만 8000엔(세금제외·약 200만원)에 일반에 판매된다. ‘페퍼’에게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이 있다. 인터넷 와이파이로 연결돼 “내일 날씨는 어때?”라고 물으면 정보를 검색해서 알려 준다. 대화 내용과 그에 따른 상대의 반응을 데이터로 축적하기 때문에 대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매끄러워진다. 샤프도 지난 5일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고 집 안팎을 순찰하는 ‘보안 로봇’을 내년에 사업화한다고 발표했다. 혼다도 2족 보행 로봇 ‘아시모’의 기술을 응용해 노인·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로봇을 개발, 지난해 5월부터 병원에 대여하고 있다. 도요타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운반하는 ‘간호 로봇’의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로봇 관련 기업을 8개나 인수했다. 일본 경제산업성 등에 따르면 2035년 로봇 산업의 시장 규모는 일본 안에서만 지금의 11배인 9조 7000억엔(약 97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로봇산업 생산 규모는 2조 1327억원, 국내 로봇기업은 368개(2012년 기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지금&여기] 無스펙 채용 환영한다/명희진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無스펙 채용 환영한다/명희진 산업부 기자

    2010년 9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이른바 백수였다. 고시로 불리는 언론사 준비생치고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별일 없는 하루는 매분 매초가 숨이 턱턱 막혔다. 왜 자꾸 떨어질까. 텅빈 자격증란이 눈에 들어왔다. 남들 다 간다는 어학연수도 남들 다 한다는 인턴생활도 나는 무경험자였다. 심지어 운전면허증도 없었다. 뭐라도 채워 넣자 싶어 2011년 여름 부랴부랴 땄던 게 ‘심폐소생술 자격증’이다. 돈 몇 만원에 하루 몇 시간 이수교육을 받고 난 뒤 형식적인 시험을 치르고 나면 카드 모양의 수료증이 나온다. 이력서 한쪽을 줄기차게 채우긴 했지만 정말 그게 다였다. “휴학하면 토익 학원부터 다녀야죠. 한국어 능력시험도 보려고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후배의 말이다. 후배는 자칫하단 백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완전히 압도당한 표정이었다. 스펙을 걷어내자는 이 사회의 다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업이 스펙을 안 보면 뭘 보고 사람을 뽑겠느냐는 불신도 컸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를 들여다보면 스펙이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취업 준비생은 97.5%에 달했다. 반면 기업에서는 스펙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84.5%였다. 구직자와 기업 간의 간극은 이토록 넓고 깊었다. 최근 LG그룹이 하반기 신입사원 입사지원서부터 수상 경력, 어학연수 기간, 봉사활동 등 스펙란을 아예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스펙 초월 채용에 적극적이다.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 기입란을 없애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주최의 스펙 초월 채용설명회도 열었다. 그렇다면 그 후배 말대로 기업은 뭘 보고 사람을 뽑겠다는 걸까.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의 대답은 비슷비슷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듬어 낸 자기소개서(자소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역량,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경험, 열정을 녹인 자기소개서에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 관계자는 “취업 준비생의 예상과 달리 기업은 신규 채용 때 구직자의 스펙보다 도전정신과 열정 등을 중시한다”면서 “그중에서도 기본적으로 이 기업에 왜 입사하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게 취업 성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제 스펙은 기본만 하자. 대신 ‘왜 이 일이어야 하는지’, ‘왜 이 회사여야 하는지’ 좀 더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명희진 산업부 기자 mhj46@seoul.co.kr
  • 세월호 희생자 보름 만에 추가 발견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부근에서 남성 시신 한 구가 보름 만에 발견됐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시신 유실 대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0분쯤 세월호 침몰 지점으로부터 북서쪽으로 40.7㎞ 떨어진 해상에서 남성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이 지역을 지나던 어선 유성호의 탑승자들이 발견, 목포해경에 신고했다. 지난달 21일 경기 안산 단원고 여학생의 시신을 수습한 뒤 보름 만이다. 유전자(DNA) 검사 결과 일반 탑승객 조충환(45)씨로 밝혀졌다. 조씨 가족 4명이 다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막내아들(7)만 구조됐다. 그간 대책본부는 사고 해역 주변 8㎞, 15㎞, 60∼80㎞ 구간에 여러 겹 그물을 쳐놔 시신 유실을 최대한 막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조씨의 시신은 지난 1~4일 기상악화 때문에 구조 함정 등이 피해 있을 동안 유실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세월호 선체 수색을 위해 드나드는 창문에 그물망을 씌우면 잠수사 안전문제가 있는 데다 작업할 때마다 탈부착하면 작업시간이 너무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단원고 실종자 가족 남모씨는 “유실 방지를 그렇게 강조했건만 말뿐인 대책”이라면서 “배 안에 없으면 어쩌나 또 다른 두려움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신은 대책본부가 자초한 부분도 있다. 지난 3일 진도군 동거차도에서 구명의 10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가 유실 대책이 부실하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지난 4월 19일 발견한 것이라고 급히 말을 바꿨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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