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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꼴불견 국감부터 접고 국회의원 노릇 하라

    국회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올해 국감에서도 부실과 비효율, 일회성 감사 등 한계와 문제점이 노출됐다. 이번 국회는 역대 가장 낮은 법안 처리율로 식물국회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감에서까지 고압적인 행태와 맹탕식 질문, 일회성 폭로 같은 꼴불견을 벗어나지 못하면 불신 국회의 오명을 씻기 힘들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번 국감은 큰 파행 없이 일부 정책국감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부작용과 관피아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사이버 검열 문제를 부각시키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의 중간평가에서도 C+로 낙제점은 면했다. 하지만 세금을 집행하는 행정부 등 국가 기관을 감시하는 국감 본연의 취지를 제대로 살렸는지는 의문이다. 국감 때마다 피감기관을 상대로 똑같은 시정처리 요구 사항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 예로 공기업과 국책연구기관 등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 도덕적 해이는 수년째 등장하는 단골메뉴다. 부정과 악습의 고리는 끊지 못한 채 쳇바퀴 국감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무더기 증인채택이나 여야 간 힘겨루기도 반복됐다. 불과 10여초의 답변을 하기 위해 온종일 대기한 증인들도 있었다. 해외 국감이 뮤지컬 관람 등 외유성으로 변질되는가 하면 국회의원 10여명이 피감기관 주재원 2~3명을 상대로 과잉 감사를 벌였다는 논란도 일었다. 인터넷·모바일 시대에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의 인쇄비용에만 42억여원을 들이고 피감기관이 회의장과 마이크 시설을 빌리는 데 수천만원을 쓰고 있는 현실은 입법부가 예산 낭비를 부추기는 꼴이나 다름없다. 국회가 제 노릇을 충분히 하지 못하니 감사 대상 기관이나 증인들이 자료제출 요구를 무시하거나 출석을 기피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한다. 국감은 정기국회의 꽃이다. 입법부가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장(場)이다. 국감이 구시대 폐습을 반복한다면 국회의 권능과 위상도 제대로 살아날 수 없다. 이번 국감이 마무리되는 대로 여야는 국감 개선을 위한 실질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연중 상시 또는 기관별 순차 국감제를 도입해 내실과 효율을 기하고 국감 지적 사안은 정책 반영과 처리 과정을 검증하는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국회에 계류된 연중 두 차례 분리국감법부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 바란다.
  • [비즈 in 비즈] 불신 키운 카톡의 위기대응

    [비즈 in 비즈] 불신 키운 카톡의 위기대응

    “그래도 뒤로 몰래 주겠지.”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감청 불응’에 대한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어쩌다 카카오톡은 여기까지 왔을까요. 위기관리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 샐러드 대표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고, 전례와 전조가 있었음에도 카카오 측이 준비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카톡 논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을 발칵 뒤집었던 ‘스노든 사건’과 닮았습니다. 미국 국가안보국 소속 컴퓨터 기술자였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을 통해 미국 내 통화감찰 기록과 프리즘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했습니다. 당시 논란이 됐던 기업 중 하나가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은 “사실무근”이라고 잡아뗐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적법한 절차에 따랐던 것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신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습니다. 빠르게 카톡을 대신하고 있는 독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뜨기 시작한 때도 이쯤입니다. 불신은 논란의 중심이 됐던 페이스북이 ‘북미의 국민 메신저’인 와츠앱을 인수한 올 초에도 폭발했습니다. 와츠앱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믿을 수 없다며 텔레그램으로 갈아타기 시작한 겁니다. 인수 발표 5일 만에 텔레그램이 와츠앱을 누르고 애플 앱 스토어 판매순위 1위에 오른 것도 이 같은 불신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사실 따져보면 전 세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국가의 감시 사이에서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이 같은 발생 가능한 위기 이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논리도 명확하게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정 대표는 “예견할 수 있는 위기 이슈에 대한 충분한 논리와 입장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카카오는) 부질없이 13일을 허비하면서 자사에 대한 비판을 키웠다”고 진단했습니다. “감청에 응하지 않겠다”라는 이 대표의 메시지는 사태를 잡아보겠다고 머리를 숙였던 지난 13일이 아닌 지난 1일 다음카카오 합병 기자회견에서 정확하게 전달했어야 했습니다. ‘예상되면 무조건 최악에 대비하고 준비하라.’ 이 말은 위기 관리 교과서마다 실려 있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사설] 반발 무마 수준으론 사이버망명 못 막는다

    ‘사이버 검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필요하면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까지 검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권에서는 정치적 반사이익을 위한 정치공세를 그만두라며 논란 확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의 가치가 한갓 정치권의 창과 방패 싸움으로 전락하는 것인가.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국민의 개인정보와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 사이버 검열 논란이 촉발된 것은 최근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인터넷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상시 적발 방침을 세우면서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하자 곧바로 사이버 명예훼손을 단죄하겠다고 설익은 수사강화 방침을 내놓아 분란을 자초했으니 ‘대통령 호위무사’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궁할 듯하다. 검찰은 기술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실시간 감청할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정치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관련,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청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제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도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 영장에 불응할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검열 논란 이후 이용자가 밀물처럼 빠져나가는 등 급박한 사정을 감안한다 해도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모바일 기업이 법치에 대한 저항을 공공연히 밝힌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기술적으로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면서 감청 영장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감청영장 불응이라는 다분히 ‘선언적’인 폭탄발언을 하기 전에 고객의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고 저장기간을 줄이는 등 보다 실효적인 조처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묻고 싶다. 사이버 검열은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카카오톡 위법 또한 안 된다는 게 여론이다. 온라인상에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이로 인해 개인의 명예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을 입는 악순환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이버 유언비어는 우리 사회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사이버 공간을 악용하는 어둠의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나 사이버 사찰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기술적·법적 한계를 뛰어넘는 포괄적인 집행수단을 강구한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정당한 의지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실시간 키워드 검색’ 등 강경한 내용에서 한발 물러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감청은 살인이나 인신매매, 내란 등 특정 중대 범죄만을 대상으로 영장을 받아 실시하게 돼 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른 최소한 범위에서 실행해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법원 또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사이버 수사와 관련, 영장 발부 기준을 분명히 세우고 심사를 철저히 해 감청이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이버 검열 의혹이 증폭되면서 국내 메신저 이용자 150만명이 보안성이 좋은 독일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급작스러운 ‘사이버 난민’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해외 메신저로 떠난 이들이 다시 신뢰를 되찾아 돌아올 수 있도록 특단의 프라이버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김무성 개헌론 파장] “대선 가까워질수록 개헌 곤란… 의원들 이원집정부제 선호”

    [김무성 개헌론 파장] “대선 가까워질수록 개헌 곤란… 의원들 이원집정부제 선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박 4일간의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16일 상하이의 훙차오(紅橋) 영빈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개헌 추진에 대해 강한 의지를 거침없이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개헌은 계속 추진할 생각인가. -그렇다.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다.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논의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2016년 총선 이후에 하자는 의견도 있다. -다음(2017년)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더 어려워진다. →의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정부통령제로 개헌하자는 건가. -전에 어떤 조사에서는 4년 중임제 선호가 3분의2 정도 됐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에 대한 선호가 많아진 것 같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외교·국방 등 외치를 맡고 국회가 선출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것을 국민이 찬성할까. -내각제는 계파정치다. 세계에서 가장 썩은 정치가 일본이다. 계보는 용돈으로 만드는 것이다. 나도 내각제로 가면 망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그게 기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아주 빠르게 맑아지고 있다. 유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길다. 의회가 뽑은 사람이 잘하면 된다. →유력 대선 주자로서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나. -우리 사회는 철저한 진영 논리에 빠져 지금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식 권력 쟁취전이 됐다. 권력을 분점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사회의 성숙도가 중립지대를 허용하는 수준이 됐다고 본다. 예전 정치에서는 타협하면 다 사쿠라로 몰렸다. 이제는 중립지대를 허용해 연정으로 가면 사회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 선진국은 다 연정이다. 미국만 빼고. →연정은 내각제적 성격으로 정부통령제와는 다른데. -나도 내각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정부통령제를 선호했는데, 점점 진영 대립이 심해지는 만큼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해 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바로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인가. -여야 합의가 돼야 한다. 개헌을 원하는 의원 숫자가 얼마나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중대선거구제도 도입할 의향이 있나. -중대선거구로 가느냐, 석패율제로 가느냐는 생각해 볼 부분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는 여야가 같이해야 성공할 수 있는데, 야당 상황을 보면 어렵지 않겠나. -사실 세월호 협상이 안 될 때 야당 중진들과 많은 물밑 대화를 했다. 그때 보니 그들 모두가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입장이더라. 야당도 사실 그 부분(공천)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돌파구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계보정치에서 빠져나왔다. 내가 계보를 안 만드니까. 내가 남기고 싶은 족적은 완전한 정당 민주주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내 나이가 63세인데 70세 전에는 다 마무리해야 된다. →천하의 영웅호걸을 영입하겠다고 했는데 인재의 기준은 무엇인가.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최고 중의 최고)를 찍는 것이 인선이다. 세컨드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문수가 1등이라고 해서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과거 중국에 왔던 여당 대표는 모두 대선에 출마했는데. -이번에는 대권 행보가 아니다. 대권 행보라면 내가 (대권 주자인) 김문수 위원장을 데리고 왔겠나.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가 선두를 달리는 비결은 스스로 뭐라고 생각하나. -당 대표로서 언론 노출 빈도가 높으니까 그런 것일 뿐이다. 나는 사심 없다. ‘나만 돼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중에 누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나보다 나은 놈이 있으면 돼야 한다. 딴죽이나 걸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인상은. -시 주석의 얼굴에 심적 고통이 심해 보이더라. 3년 안에 부패를 뿌리 뽑지 않으면 자신도, 공산당도 망한다고 하더라. 상하이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제2 롯데월드타워의 명과 암/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제2 롯데월드타워의 명과 암/한준규 사회2부 차장

    몇 년 만에 찾은 고향집 주변에 작은 아파트가 들어섰다. 먼 친척 몇 명이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리곤 언제나 뜨거운 물이 나오는 욕실과 깨끗한 화장실 등에 대한 자랑이 마르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모습이 변했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언제부터 서양식으로 살았다고 저리 호들갑들이야. 그래도 땅 밟으면서 사는 우리 초가집이 최고여~”라며 아파트를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본다. 그렇다. 80여 가구 아파트를 두고 명(明)과 암(暗)이 분명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함께 존재한다. 밝은 것만 있는 일은 절대 없다. 반대로 어두운 면만 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과연 명과 암 중 어떤 것이 우리 삶에 더욱 많은 영향을 미칠지 판단해야 한다. 명이 많다면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암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은 필수다. 우여곡절 끝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제2롯데월드타워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타워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롯데월드몰 오픈 후 연간 매출은 1조 5000여억원, 생산유발 효과 2조 6000억원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 7800억원을 더한 경제적 파급 효과는 3조 4000억원으로 분석했다. 2016년 롯데월드타워까지 완공되면 앞으로 생산유발 효과 및 경제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7조여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로 건물 하나의 가치가 엄청나다. 화려한 실내 장식과 수많은 명품업체 등으로 벌써 유커들이 몰려오고 있다.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제2롯데월드타워의 긍정적 효과다. 하지만 암도 존재한다. 때문에 각종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송파구 학부모 모임 등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아이들의 학교도로까지 백화점 통로로 만드는 이런 사회를 규탄한다”며 “제2롯데월드의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잠실지역 주민들은 출퇴근 시간에 상습정체구역인 잠실대로가 밀려드는 쇼핑객들로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롯데 측은 교통대책으로 올림픽도로 하부 미연결구간 지하화와 탄천 동측도로 확장, 송파대로 지하 버스환승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10대 교통개선 대책’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제2롯데월드 주차예약제를 실시한다는 것 이외에는 없다. 동물보호단체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벨루가(흰고래) 전시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벨루가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근접종(Near Threatened)이기 때문이다. 안전문제도 100% 면죄부를 얻지 못했다. 내년 3월에나 석촌호수 수위 저하에 대한 정밀 조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또 막대한 경제적 이득도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 189억원에 산 지금의 제2롯데월드 부지가 현 시세로 2조 7000억원이다. 실제 가치는 1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롯데그룹은 귀를 더욱 크게 열어야 한다. 그동안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각종 사고의 무대응 등 시민의 우려에 귀를 막고 있었다는 비판이 컸다. ‘우리는 잘못이 없는데, 우리 건물은 안전한데… 여러 가지 트집을 잡는다’는 식이었다. 이제 명을 설명하기보다 암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시민의 우려와 불신을 어떻게 씻을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hihi@seoul.co.kr
  • 김무성發 개헌론… 권력다툼 불댕겼다

    김무성發 개헌론… 권력다툼 불댕겼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개헌 논의와 관련해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력 집중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개헌 추진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개헌에 대해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거듭 밝힌 이후 열흘 만에 집권당 대표가 대통령의 의견과는 반대로 개헌 논의의 불가피성을 거론한 것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개헌론은 여당 내 대권 경쟁을 조기에 과열시킬 수 있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권력투쟁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당 내 개헌 세력과 얽히면 정계 개편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실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해 “올해 안에 국회 차원의 개헌특별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 중 개헌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적극 화답했다. 김 대표는 “개헌론이 시작되면 경제활성화가 방해받는다는 지적은 맞는 것”이라면서도 “다음 대선에 가까이 가면 (개헌은) 안 되는 것”이라고 친박(친박근혜)계의 ‘시기상조’론을 반박했다. 그는 특히 국민이 뽑는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고 국회에서 뽑힌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최근 의원들의 선호도가 정부통령제에서 이원집정부제로 바뀌고 있다. 나도 내각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정부통령제를 선호했었는데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짧고 무능한 대통령에게 5년은 길다”며 듣기에 따라선 현 정권을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미묘한 발언을 덧붙였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선 “중대선거구제냐 석패율제로 가느냐의 선택”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홍문종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친박 측에서 당무감사를 두고 ‘친박 죽이기’라고 반발하는 데 대해 “당무감사와 조직강화특위는 매년 있어 왔다”며 “불안해하지 말고 자신의 지역에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대권 도전 여부와 관련해 “나만 돼야 한다는 생각은 없고 우리 중 누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교통 신호등과 행정편의주의/김주혁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교통 신호등과 행정편의주의/김주혁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엄마, 신호등이 빨간 불인데 저 사람들은 왜 건너가는 거예요?” “바빠서 그러신 것 같구나.” “바쁘면 빨간 불일 때 건너가도 되는 거예요?” “….” 아파트단지 내 왕복 2차선 도로에 설치된 교통 신호등 앞에서 어린이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다. 차량은 드물고 행인들은 많은데도 보행신호는 파란 불보다 빨간 불인 시간이 더 길다. 그러다 보니 행인들은 신호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을 느끼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신호가 바뀔 때까지 짜증을 억누르며 시간 낭비를 감수한다. 기다림에 지친 상당수 행인들은 죄책감을 느끼며 신호를 무시한 채 건넌다. 이를 본 어린이들이 궁금한 나머지 질문을 던지는데 엄마가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단지 내 초등학교 앞에는 학생을 비롯한 행인이 거의 없는 밤이나 주말이나 방학 때나 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빨간 불과 파란 불이 번갈아 들어온다. 차량 운전자들이 고민하다가 일부는 신호등을 지키고, 일부는 무시한 채 지나간다. 단지 내 삼거리에서는 차량이나 행인이나 모두 별로 없어도 파란 불, 빨간 불, 죄회전 신호가 어김없이 들어온다. 차가 없는데 행인이 기다리기도 하고, 사람이 없는데 차가 기다리기도 한다. 물론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내 동네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행정 관청은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해 전국 대형 아파트단지 내 도로 등에 교통 신호등을 마구잡이로 달아 놓음으로써 예산을 들여가면서도 많은 해악을 끼치는 셈이다. 시간 낭비를 강요하고, 불쾌지수를 높이며, 법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어릴 때부터 심어주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며, 설치비와 전기료 등 예산을 낭비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높이며 …. 광화문의 청계천 출발지점도 차량보다 행인들이 훨씬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차량 통행 신호를 훨씬 더 길게 작동시켜 행인들의 불만을 샀다가 몇 년 전에 신호등을 켜지 않는 것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이곳을 제외하고는 차량보다 사람이 많은 청계천의 대다수 보행신호 앞에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신호를 지키며 시간을 낭비하거나 신호를 무시한 채 건너가는 불필요한 일을 반복한다. 이런 모습은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명령쟁이’ 왕을 연상시킨다. 어린 왕자가 소행성 근처를 여행하면서 들른 첫 번째 별에 홀로 살던 왕은 어린 왕자에게 매사에 시시콜콜 명령을 한다. “하품을 금하노라” “ 네게 명하노니 하품을 하도록 하라” “네게 명하노니 어떤 때는 하품을 하고 어떤 때는 …” 식이다. 그런 그마저도 “권위는 올바른 이치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 하느니라. 만약 네가 네 백성들에게 바다에 뛰어들라고 명령한다면 그들은 반란을 일으킬 것이니라”라고 말한다. 그렇다. 신호등 하나를 설치하더라도 사리에 맞아야 한다. 유럽에는 복잡한 교차로에서도 신호등 없이 차량과 행인들이 잘 오가는 자율문화가 정착돼 있다. 창조경제를 꽃피우기 위해서라도 선량한 우리 국민을 과도하게 타율에 길들이려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happyhome@seoul.co.kr
  • [열린세상] 루머가 뉴스를 압도하는 사회/김춘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열린세상] 루머가 뉴스를 압도하는 사회/김춘식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올가을 어머니 생신 때 18년 동안 쓴 낡은 가스레인지를 교체해 주기로 했다. 어머니와 가까이 사는 둘째에게서 문자가 왔다. ‘카톡’으로 새로운 모델 사진을 보냈다고 한다.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다 했더니 검열 때문에 그러냐며 텔레그램으로 다시 보낸다 했다. 텔레그램 앱을 다운로드받아 보니 이미 많은 지인들이 대화상대 명단에 등록돼 있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말하고 이틀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허위사실 유포 사범 실태 및 대응 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포털사이트, 메신저, SNS상에서 근거 없는 의혹과 루머 유포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에 적극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같은 날 첨단범죄2부장은 ‘사이버 유언비어·명예훼손 상시점검 방안’이라는 문건을 통해 포털사와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모니터링하겠다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밝혔다.(정의당 서기호 의원 보도자료 첨부 문건) 지난 9월 25일 서울중앙지검이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사이버 공간 모니터링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카카오톡 이용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독일에 서버를 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이용자는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식자층들이 검열에 저항하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외국의 메신저 서비스에 가입한다고 나름 짐작했다. 그런데 10월 중순에 접어든 오늘에도 텔레그램 신규 가입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것을 보면 검열 공포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니컬러스 디폰조는 그의 저서 ‘루머 심리학’에서 루머는 모호함과 위험 혹은 잠재적 위협의 맥락에서 발생하는데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하도록 돕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정의했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때 루머는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해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나 언론이 모호하고 불안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때 공동체 구성원들은 집합적 문제해결 과정에 참여해 정보를 공유하고 평가하게 된다. 즉 루머는 단순한 사적 의견이 아니며, 마치 복잡한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교환되는 상품과 같다고 한다. 종국적으로 루머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처럼 선택의 과정을 통해 살아남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러한 속성을 고려한다면 사이버 공간에 횡행하는 루머가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검찰의 명분은 일방적 주장에 가깝다. 뉴스나 정부 발표보다 루머가 현실 인식에 더 유용하다고 말하는 이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어째서 사람들은 입증 가능성이 낮은 루머를 제도적 기관이 생산한 정보보다 더 유용하다고 인식하는 것일까. 아마도 정부의 공식 발표와 이를 토대로 생산된 뉴스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높은 탓일 게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초기 대응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체계적이어서 신뢰할 수 없었고 ‘기레기’라는 표현에 나타나듯 저널리즘은 질적 수준이 낮고 전문성이 부족해 시민들로부터 배척당했다. 언론은 시민들이 정치를 만나는 가장 중요한 경로다. 권력 집단의 활동을 감시해 시민을 보호하고, 공공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사실과 의견을 제공해 식견을 갖춘 시민을 양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영향력이 큰 신문들, 그리고 그들이 대주주인 종합편성채널은 ‘감시견’의 역할을 포기한 채 특정 정치 세력을 편드는 ‘보호견’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 정보를 탐색하고 특정 정치적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마저 권력에 의해 감시받게 된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사회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권력을 편드는 방향으로 더욱 심하게 왜곡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루머가 뉴스를 압도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왜곡된 사회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 그런데 정상화를 위한 방법론은 온라인 공간 검열이 아닌 투명한 정보 공개와 신뢰할 만한 뉴스 생산이어야만 한다.
  • [정기홍의 시시콜콜] 다음카카오의 선택과 파장

    [정기홍의 시시콜콜] 다음카카오의 선택과 파장

    수사기관의 모바일 메신저 감청 논란으로 ‘사이버 망명’을 촉발시킨 다음카카오의 이석우 공동대표가 그제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영장 거부가 실정법을 위반한다면 직접 책임질 것”이라고 배수진까지 쳐 여진이 만만찮다. 그가 초강수를 둔 데는 검찰의 카카오톡 대화 감청 사실이 밝혀진 이후 이용자 이탈 등 파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거부는 자충수가 될까. 거부의 배경은 두어 가지로 요약된다.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주기적으로 당국에 건넨 사실이 드러나 서비스 불신 등으로 경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인 셈이다. 이를 정면 돌파하지 못하면 수사당국의 관행은 지속될 것이고 시간이 갈수록 치명적인 부담으로 다가선다. 아직도 부당한 감청 영장을 거부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식지 않고 오히려 드세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원조인 싸이월드가 10년 전 개인정보 유출(3500만명)로 타격을 입고 그저 그런 매체로 밀려난 것이 데자뷔로 떠올랐을 법도 하다. 당장 법조계는 “법치주의를 무시한 상식에서 벗어난 발언”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의 거부 근거로 내세운 대법원 판례(2012년 10월)는 감청의 개념을 밝혀 그에 응하라는 것이지 감청 영장을 거부하라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병헌 의원도 “다음카카오 측이 대화 내용을 저장한 것이 잘못인데 감청 거부로 대응하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거들었다. 송·수신이 완료된 정보 제공은 감청 대상이 아니고 대화 내용을 저장한 자체가 법률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수사·정보기관의 관행적인 수사 자료 요구 행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의 영장과 달리 온라인 대화 수사 자료는 포괄적으로 적시해 주고받아 왔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수사·정보 당국에 건네진 것이다. 온라인 상시접속 사회는 개인정보가 쉽게 노출돼 ‘은둔의 장소’가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불법 행위에 대한 개인의 대처도 쉽지 않다. 카카오톡 사태는 기업이 내부규정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당국은 이 틈을 비집고 자료를 건네받아 수사에 활용한 데서 비롯됐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당국의 범죄수사가 충돌한 경우다. 양측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머리를 맞대 드러난 문제점을 찾아 통합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소모적인 대응으로 관련 산업까지 악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논설위원 hong@seoul.co.kr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이기영 ‘고향’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이기영 ‘고향’

    문학 작품은 어디에서 시작하는가. 오로지 작품 그 자체인가, 아니면 작품이 탄생한 시대나 작가의 환경인가. 이런 물음에 농민소설의 대표작이자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표본이라고 평가받는 민촌(民村) 이기영의 ‘고향’은 오롯이 후자라 할 수 있다. 문학은 작가의 삶과 작품을 연결지어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생겨난 작품은 작가의 창작 의도가 동기, 체험 등에서 나온 것이므로 작가의 사상이나 감정을 알아야 작품을 명확히 해석할 수 있다. ‘고향’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에 가담하면서 계급문학을 추구했던 이기영의 사상과 체험이 잘 응집된 소설이다. 갈수록 왜곡되는 현실에 어쩌지 못하고 체념하고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는 성장을 통해 변화의 바람이 불던 당시 농촌 사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사회주의적 해결책이긴 하지만) 뚜렷하게 제시한 작품이다. ‘고향’은 충청도 원터 마을을 배경으로 하루 살기에 바쁜 농민들과 이들을 갈취하는 새로운 지배계층 간의 대립을 축으로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 이 마을에도 전등과 전화가 가설되고 실을 만드는 제사 공장이 들어선다. 빠르게 근대화가 이뤄졌지만 농민들이 살기는 예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자작농에서 소작농으로 몰락한 이가 한둘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한숨만 쉴 뿐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도록 돕는 사람이 김희준이란 인물이다. 그는 부모에 의해 14살에 조혼하지만 일본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다. 대단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당연한데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소작농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가 고향 땅으로 돌아온 것은 고향 사람들을 ‘진리의 경종으로 깨우치려’는 것이다. 여기서 김희준은 식민지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함께 깨우쳐 나가는 데 필요한 촉매 역할을 한다. 농민 스스로 어렵게 문제점을 깨닫거나 기독교적 사상을 가진 계몽자가 등장해 문제를 해결한 당시 농민 문학들과는 달리 이기영은 고향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이 바라보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며 농민들 스스로 문제를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인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방적인 계몽 문학을 벗어난 것이다. 실제 이기영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지식인이었지만 ‘농촌 사람’, ‘평민’이라는 뜻을 가진 ‘민촌’을 자신의 호로 삼을 만큼 농촌 사회에 귀 기울이고 사회주의적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던 사람이었다. ‘고향’이 발표된 1930년대는 ‘브나로드 운동’이 확산돼 지식인이라면 농촌계몽에 일조하고자 노력하던 시기였다. 이광수의 ‘흙’, 심훈의 ‘상록수’ 같은 농촌을 배경으로 한 계몽 소설이 잇따라 발표된 것도 이때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이기영의 작품과는 사상적 거리가 뚜렷하다. 민족주의적 색채를 띤 이들의 작품과는 달리 의식적으로 사회주의적 성향을 강조한 작품을 발표했던 이기영은 문학이 현실적 계급 문제를 등한시할 수는 없으며 더 나아가 계급적 투쟁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고향’에서 새롭게 등장한 지배계층과 그 속에서 억눌려 지내던 피지배계층 간의 첨예한 갈등이 축을 이루고 이것을 무산 계급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희준의 진두지휘하에 계급투쟁이 이뤄지고 한 인물의 영웅적 헌신과 노력으로 승리를 이끌어 갔다면 아마도 그저 그런 프로 문학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스스로 계급의식을 깨쳐 가는 다른 등장인물의 노력과 문제의 해결점을 전통적 풍습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프로 문학의 관념성이나 도덕성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의식을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은 물론 김희준이었지만 이 작품에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 있다. 제사 공장에 다니면서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신념을 갖게 되는 두 여성, 인숙과 갑숙이다. 이들은 봉건적 여성상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진취적 인물로 성장하는데, 죽도록 일만 해도 남편과 자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당시 여성들에게 제시하는 새로운 역할 모델이다. 인숙의 오빠 인동 또한 오십이 넘은 그의 아버지 원칠의 삶을 이어받는다면 결국 열심히 땅을 일궈도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활로를 모색한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따져 보는 것이다. 그리고 원칠이나 김선달, 길동아버지 같은 기성세대도 함께 힘을 모은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점을 희준의 솔선수범을 통해 깨달아 간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민촌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두레’다. 희준은 오랫동안 내려온 두레에서 새로운 공동노동체의 가능성을 만들어 간다.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던 여인들이, 아전인수에 골몰한 남성들이 두레를 통해 점차 공동의 힘을 느끼며 뿌듯해한다. 격이 다르다고만 느꼈던 희준을 자신들과 다르지 않은 농군임을 받아들이게 된 것도 두레 안에서다. 식민지 자본 논리 때문에 풍년이 와도 배불리 먹을 수 없는 ‘풍년 공황’의 자구책이 자기 것에 연연하지 않고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는 공산(共産)에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고향’에 등장하는 지배계급은 철저히 자본을 맹신하는 사람들이다. 일제에 의해 이루어진 근대화를 누구보다 먼저 받아들이며 신분 상승을 꾀했고 돈만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생각하는 안승학과 권상철이 바로 그들이다. 이기영은 이들의 모습에서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 주고자 했다. 지주보다 더 지독한 마름으로, 딸의 앞날까지 돈으로 흥정하려는 안승학이나 돈을 꿔 주지 않아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든 말든 자기 부만 키우면 그만인 고리대금업자 권상철은 식민지 자본주의가 낳은 신흥 자본가들의 모습 그 자체다. 결국 돈만 아는 그들은 그 욕심 때문에 자멸하고 마는데 자본가에 대한 저자의 불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권선징악적 통쾌함을 전해 준다. 마름집 딸 갑숙이나 부잣집 도련님인 경호가 의식을 전환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흐르지 못하고 다소 작위적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현실에 부딪치고 성장해 가는 과정은 지금 봐도 매끄럽고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곳곳에 드러난 농촌 현실의 예리한 관찰과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기영의 문학적 솜씨는 카프 문학의 대표자로 손꼽기에 모자람이 없다. 1946년 김일성의 권유로 월북 후 1984년 9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그가 북한 문학의 중심에 존재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이런 문학적 역량이 뒷받침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오늘도 논으로 밭으로 헤어졌다.” 그리고 희준이 인동과 갑숙을 ‘앞세우고’ 자기는 ‘뒤따라오다가’ ‘조금 높은 곳에서’ 발을 멈추고는 ‘먼동이 트는 새벽하늘’ 밑으로 흩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양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이것이 이 소설의 모티브이자 구조다. 이기영은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린 고향이 동트는 새벽하늘처럼 새로운 미래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 안에 모두 담아낸 것이다. 신언수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책임연구원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사설] 수사기관의 사이버 검열 최소한에 그쳐야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수사기관의 사이버상 검열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들어 통신제한조치(감청)와 통신자료 열람, 압수수색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검열이 증가한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과도한 공권력 행사가 국민의 사생활을 도 넘게 엿보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수사기관의 사이버상 검열은 표현의 자유와 통신비밀보호 측면에서 기준이 엄격해야 할 것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메신저와 이메일 등을 압수수색한 건수는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681건에서 올해는 8월까지 두배 수준인 1240건으로 증가했다. 경찰의 국가보안법 수사와 관련한 올해(8월 기준) 감청 건수도 전 정부 시절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미래창조과학부의 인가를 거쳐야 하는 이메일·메신저의 패킷감청 설비도 지난해에 비해 급증했다고 한다. 최근 불거진 검찰의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서 보듯 국민 사생활을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게 아닌가. 사이버상에서의 무분별한 의혹 제기와 음해는 사회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양산한다. 최근엔 이념과 정파적 갈등에 따른 근거없는 폭로와 사실을 왜곡한 정책 비판, 악성 루머 등의 글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가적인 대형 사안이 불거졌을 땐 이러한 행위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사이버상에서 유언비어를 확산시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의 심리전이 작용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수사기관이 이를 방기한채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또한 수사당국이 국민 개개인의 일상을 샅샅이 검열하고 감시하는 ‘빅 브라더’로 과장하고 호도해서도 안될 일이다. 최근 카카오톡의 검열 사태로 불거진 개인 대화의 보존 기간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우리보다 더 오랜 기간 서버에 보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이버 검열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지난 달 18일 검찰이 주관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한 정부기관 대책회의에서 검찰과 인터넷 업체가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 모니터링하겠다는 것은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특정 논제와 관련한 단어를 입력한다고 해도 이 같은 우려는 상존한다. 수사당국이 어떤 해명을 내놓아도 국민은 그동안 자의적이고 관행적인 수사기관의 검열 행위를 경험하면서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현 정부 들어 대폭 증가한 감청과 압수수색은 이같은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국민이 불안해지는 정책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보다 엄격한 감청 기준을 마련하고 그 집행도 최소화 해야 한다.
  •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 대남 삐라 보내면서… 北 “살포 중지 조치 서둘러라” 압박

    [北 대북전단 총격 이후] 대남 삐라 보내면서… 北 “살포 중지 조치 서둘러라” 압박

    북한이 지난 10일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로 남북 간 총격전이 벌어진 뒤 연일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3일 ‘불신과 대립을 격화시키는 무분별한 망동’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남조선 당국은 내외의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인간쓰레기들이 삐라 살포 광란을 중지시키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앞서 12일 ‘고위급 접촉 북측 대표단 대변인 담화’에서 “삐라 살포가 계속되는 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대응은 보다 강도 높은 섬멸적 물리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압박하면서도 “제2차 북남 고위급 접촉도 일정에 올라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북한은 11일에는 남북 장성급군사회담 북측단장 명의로 전단을 살포할 풍선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기구 소멸작전’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군 당국에 보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 민간단체가 띄운 풍선에 대한 공중요격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우리 정부가 민간인의 대북전단 살포를 일일이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알지만 체제에 위협이 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명확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민간단체들도 전단 살포 방식을 사전 공개가 아닌 비공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이 이를 계속 문제 삼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군사적으로 통제 가능한 인접지역에서 단체들이 전단을 날리는 것만이라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모양새를 보여 줄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중앙vs지방, 재정 갈등 출구 없나] 재정위기 탈출 해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재정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2011년 12월 30일 본회의 하루 전에 정부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제출한 영유아 보육료와 양육수당 지원, 이른바 무상보육이 계기가 됐다. 기본적인 수요예측도 엉터리였고 국고보조율을 서울 20%, 나머지 지자체 50%로 하는 바람에 영유아 인구가 많은 서울지역 자치구에서 아우성이 터졌다. 올해는 기초연금 문제까지 추가됐다. 제대로 해결이 안 되면서 중앙·지방 사이에 갈등과 불신만 쌓여간 것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나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서울시구청장협의회 등에서 재정 문제를 두고 나오는 성명서나 기자회견문에는 일관된 흐름이 되풀이된다. 이에 대한 정부 측 해명 혹은 반박 자료에도 역시 공통된 ‘프레임’이 등장한다. 지자체에선 ‘정부가 여건도 고려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정부는 ‘지자체 재정 여건은 괜찮은데 방만한 재정운용이 문제이고 지자체가 문제 삼는 사업은 중앙·지방 공동책임’이라고 답하는 과정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지방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방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위기는 아니고 재정압박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면서도 “이런 추세라면 총체적인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회복지예산 팽창에 따른 세출 증가와 세입감소가 맞물린 결과”라면서 “국고보조율과 분권교부세가 수요보다 낮게 책정된 데다 단기간에 규모가 급증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자체 입장에선 의견수렴 한 번 없이 정부가 발표함으로써, 생색은 다 내면서 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점을 가장 불만스러워한다. 이 문제를 논의하도록 돼 있는 지방재정부담심의위원회는 제 구실을 못한다. 정부에선 ‘중앙·지방 공동책임’이라고 말하지만 애초에 그런 결정을 할 때 지자체 의견수렴도 없었다. 윤영진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새로운 재정운용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속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국민까지 머리를 맞대고 중지를 모아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자체가 무상보육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무상급식은 애초에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시작했고 필요한 예산도 지방재정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무상보육은 정부가 시작한 사업인 데다 명백한 국가사무이기 때문에 국가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대선공약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교육감들이 문제를 제기한 누리과정 역시 동일한 갈등 진행을 보여 준다. 유아교육(유치원)과 달리 영유아보육(어린이집)은 법적으로 교육청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교육청 예산에 쓰도록 돼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누리과정 재원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애초에 법적 근거가 약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을 시작하면 교육청으로선 무상급식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제대로 못할 수 있다는 말을 정부 관계자한테서 들었다”고 말했다. 지방재정 전문가들의 진단과 처방은 전반적으로 갈등 해결의 열쇠는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그러면서도 지방재정운용에서 비판받을 부분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복지비만 하더라도 자치구 사회복지비 평균예산은 44%(2012년도 기준)인 반면 전국 평균은 20.5%였고 시 단위는 20.7%, 군 단위는 15.6%에 불과했다. 도로건설을 위한 지방채 발행액이 7조원 가까이 되는 것에서 보듯 여전히 복지보다는 토건에 돈을 쏟아붓는 게 현실인 것이다. 정 소장은 “한 지자체에서 몇 십년간 적자가 나는 직원연수원을 세 곳이나 운영하면서도 직원들을 위한 콘도회원권 구입 예산을 책정하는 걸 본 적도 있다”고 꼬집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기고] 지자체 조직구성에 대한 규제 개혁을 기대하며/최우용 동아대 법학부 교수

    [기고] 지자체 조직구성에 대한 규제 개혁을 기대하며/최우용 동아대 법학부 교수

    규제개혁이 초미의 관심사다. 규제의 거대한 암반은 경제 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현실에도 존재한다. 지자체가 규제개혁국(局)이나 규제개혁본부(本部)를 두고 규제개혁에 전력 질주하려고 해도, 현재는 국이나 본부를 자율적으로 만들 수 없다. 안전행정부와 상의한 뒤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돼야 꾸릴 수 있다. 바로 지방자치법과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위 법령’이라 한다)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인력에 관한 사항을 깨알같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법은 제110조에서 광역지자체의 부단체장 수가 2~3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기초지자체의 부단체장은 1명으로 못박고 있다. 또한 위 법령은 각 지자체의 실·국·본부 수를 인구수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신규 행정수요 등 지자체별 특수한 행정여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서울시와 300만명 수준인 광역시(12개)는 인구 수가 3배 이상 차이가 남에도 부단체장의 수는 1명, 실·국·본부 수는 2개 차이에 불과하다. 지자체의 행정기구 설치기준에 각 자치단체의 특성과 재정규모 등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헌법은 자치조직권의 보장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음에도(헌법 제118조 2항), 현실은 도리어 위 법령에 의해 자치조직권이 침해되고 있다. 자치조직권이 보장되지 못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자치조직권의 침해는 헌법이 보장한 자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결국 위 법령은 위헌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또 지방자치 발전이란 명분으로 최근 많은 국가 사무가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인원 충원 없이 지방공무원의 일만 늘고 있다. 지방자치 선진국에는 우리처럼 지자체의 조직·인적 구성을 중앙정부가 간섭하지 않는다. 일본도 과거엔 우리처럼 엄격하게 자치조직권을 규제했으나, 현재는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시켜 조직구성을 지자체에 맡기고 있다. 지자체의 조직 구성에 대한 규제는 주민과 지방의회에 의한 자율적 통제가 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위헌적인 위 법령은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방을 불신하고 지방정부의 무능력을 탓하기 전에 제도적으로 묶어 놓은 끈을 풀어주고, 지방자치가 쌓아 온 자치능력을 신장해 갈 수 있도록 후원해 줘야 한다. 그 시작이 자치조직권의 보장이고 그것이 넓은 의미의 규제개혁이다.
  • 조작 판치는 대입 자기소개서, 어찌할꼬

    “프로 작가들이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봐 드리죠. 누가 봐도 학생이 잘 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우리 강점이에요. 작년에도 우리 서비스를 받은 학생이 93%나 합격했다니까요. 일단 방문해서 상담부터 받으시죠.” 10일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검색하자 수십개 업체가 검색됐다. 그중 한 곳에 전화를 걸자 ‘노하우’와 ‘전문가’를 반복해서 강조했다. “특별히 내세울 게 없다”고 하자 “그거야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일이고 학생은 그 내용만 달달 외면 된다”면서 ‘조작’까지 가능하다는 투로 설명을 이어갔다. ‘가짜 스펙’을 만들어 유명 대학에 합격시킨 학부모와 교사들이 적발되면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 현장과 학원가에서는 특히 입학사정관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대필과 조작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입시업체와 학원은 ‘자기소개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연결해 주고 있다. 자기소개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도 성업 중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H업체 측은 “대학별, 학과별, 문항별로 맞춤 서비스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컨설팅 비용은 업체별로 다르지만 수백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유명 업체의 경우 여름부터 시간을 배정받아야 할 정도다. 문제는 단순히 자기소개서를 ‘컨설팅’하는 수준을 넘어 ‘조작’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단 입학사정관의 눈에 띄어야 하는 만큼 검증할 수 없는 수준에서 다양한 얘기를 넣고 다듬는다”고 강조했다. 고3 수험생 어머니 한모(47)씨는 “아무래도 프로가 쓰면 다르지 않겠냐”면서 “솔직히 조작해서라도 합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마땅치 않아 보인다. 서울지역 사립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9월에 원서를 접수해 12월 이전에 검증을 끝내야 하는데 수천명의 수험생 스펙을 일일이 확인하는 게 가능하겠냐”면서 “각 대학과 대학교육협의회가 표절검색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오히려 컨설팅을 받아야 표절에 안 걸린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는 이미 학교에서 검증을 끝냈다고 믿고 넘어가는 구조인데 그 부분에도 맹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중·고교 시절부터 입학사정관들이 꾸준히 학생을 관찰하는데 우리의 입학사정관제는 전적으로 서류에 의지하는 것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女軍 부사관 성추행 혐의…창군 이래 처음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女軍 부사관 성추행 혐의…창군 이래 처음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창군 이래 처음 육군은 9일 수도권 모부대의 A모 사단장(소장)을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A 사단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여군(부사관)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역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A 사단장은 8월과 9월 다섯 차례에 걸쳐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군은 최근 같은 부대 병영생활 상담관에게 이런 사실을 제보했고, 육군본부가 전날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A 사단장을 긴급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는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정신적인 피해 등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등에 이어 고위 장성의 성추행 파문까지 터지면서 군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이 과도한 음주 추태 행위로 전역 조치된 데 이어 고위장성의 성추행 혐의가 적발되는 등 군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도 10일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긴급 전군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군 기강을 바로 세우는 대책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가 국감이 진행되는 기간에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를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개최한 것은 잇따른 군내 각종 사건 사고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며 “한 장관이 일선 지휘관들에 대해 엄정한 군 기강 확립 등 부대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강하게 주문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은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언제 근절되나”,“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정말 심각한 문제”,“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엄벌해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女軍 집무실 성추행 “도대체 무슨 일?”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女軍 집무실 성추행 “도대체 무슨 일?”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女軍 집무실 성추행 “도대체 무슨 일?” 육군은 9일 수도권 모부대의 A모 사단장(소장)을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A 사단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여군(부사관)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역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A 사단장은 8월과 9월 다섯 차례에 걸쳐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군은 최근 같은 부대 병영생활 상담관에게 이런 사실을 제보했고, 육군본부가 전날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A 사단장을 긴급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는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정신적인 피해 등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등에 이어 고위 장성의 성추행 파문까지 터지면서 군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이 과도한 음주 추태 행위로 전역 조치된 데 이어 고위장성의 성추행 혐의가 적발되는 등 군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도 10일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긴급 전군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군 기강을 바로 세우는 대책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가 국감이 진행되는 기간에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를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개최한 것은 잇따른 군내 각종 사건 사고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며 “한 장관이 일선 지휘관들에 대해 엄정한 군 기강 확립 등 부대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강하게 주문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심각하네”,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황당하다”,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대단하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단장, 女軍 부사관 성추행 혐의 긴급체포…창군 이래 처음

    사단장, 女軍 부사관 성추행 혐의 긴급체포…창군 이래 처음

    사단장, 女軍 부사관 성추행 긴급체포…창군 이래 처음 육군은 9일 수도권 모부대의 A모 사단장(소장)을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A 사단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여군(부사관)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역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A 사단장은 8월과 9월 다섯 차례에 걸쳐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군은 최근 같은 부대 병영생활 상담관에게 이런 사실을 제보했고, 육군본부가 전날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A 사단장을 긴급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는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정신적인 피해 등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등에 이어 고위 장성의 성추행 파문까지 터지면서 군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이 과도한 음주 추태 행위로 전역 조치된 데 이어 고위장성의 성추행 혐의가 적발되는 등 군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도 10일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긴급 전군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군 기강을 바로 세우는 대책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가 국감이 진행되는 기간에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를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개최한 것은 잇따른 군내 각종 사건 사고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며 “한 장관이 일선 지휘관들에 대해 엄정한 군 기강 확립 등 부대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강하게 주문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여군 부사관 집무실에서 다섯차례 성추행 “어떻게 적발?”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여군 부사관 집무실에서 다섯차례 성추행 “어떻게 적발?”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여군 부사관 집무실에서 다섯차례 성추행 “어떻게 적발?” 육군은 9일 수도권 모부대의 A모 사단장(소장)을 성추행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이날 “A 사단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하 여군(부사관)을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역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A 사단장은 8월과 9월 다섯 차례에 걸쳐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여군은 최근 같은 부대 병영생활 상담관에게 이런 사실을 제보했고, 육군본부가 전날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A 사단장을 긴급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는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정신적인 피해 등 추가적인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22사단 총기 난사 사건 등에 이어 고위 장성의 성추행 파문까지 터지면서 군에 대한 불신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이 과도한 음주 추태 행위로 전역 조치된 데 이어 고위장성의 성추행 혐의가 적발되는 등 군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도 10일 오전 한민구 국방부 장관 주재로 긴급 전군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군 기강을 바로 세우는 대책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가 국감이 진행되는 기간에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를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개최한 것은 잇따른 군내 각종 사건 사고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며 “한 장관이 일선 지휘관들에 대해 엄정한 군 기강 확립 등 부대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강하게 주문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여군 부사관을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군 간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육군 현역 사단장 긴급체포, 성추행 문제는 엄중하게 처벌해야”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1부)신흥기업 미래에셋] 벤처캐피탈 20년 만에 147조 운용 ‘금융 대기업’ 변신

    [재계 인맥 대해부 (1부)신흥기업 미래에셋] 벤처캐피탈 20년 만에 147조 운용 ‘금융 대기업’ 변신

    1997년 7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7명의 금융투자 전문가와 사무직 여직원 3명 등 10명이 모여 자본금 100억원으로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설립했다. 다음달인 8월 10억원 규모의 ‘미래에셋투자자문’이 문을 열었다. 처음부터 자산운용사로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자산운용사는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없었고 아직 주식시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문사는 인지도가 약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벤처 열풍에 따라 인지도가 있는 벤처캐피탈로 시작했다. 이렇게 자본금 100억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약 20년 만에 자산운용사, 증권, 보험사 3개 축을 중심으로 26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운용 자산만 147조 510억원에 이르는 재계 순위 33위의 ‘미래에셋그룹’으로 커졌다. 직원 13명으로 시작했던 회사에는 현재 4000명 가까운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국내에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특히 부침이 심한 금융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샐러리맨 신화의 상징으로 박현주(56)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있다. 박 회장의 일생이 곧 미래에셋그룹의 성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2학년 때 ‘자본시장의 발전 없이 자본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는 내용의 강의를 듣고 투자에 호기심을 느껴 어머니 고 김유례씨가 보내준 생활비로 증권투자를 시작하면서 투자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1985년 27살의 나이로 중구 회현동 코리아헤럴드빌딩의 33㎡ 넓이 사무실에 투자자문사인 내외증권연구소를 세웠다. 하지만 곧 그는 개인투자자로서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는 데 한계를 느껴 문을 닫은 후 본격적으로 증권업에 뛰어들기 위해 1986년 동양증권에 입사한다. 이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박 회장은 영업 실력을 인정받아 1991년 33세의 나이에 동원증권 을지로 중앙지점장이 됐다. 국내 증권사 최연소 지점장의 탄생이었다. 이후에도 박 회장은 승승장구했다. 박 회장이 이끄는 동원증권 을지로 중앙지점은 전국 1등 지점이 되는 쾌거를 이뤘다. 1994년 압구정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여기서도 전국 증권사 지점 가운데 약정고 1위 등의 기록을 세웠다. 1995년 이사급인 강남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외국계 증권사으로부터 연봉 1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박 회장은 돈 욕심 때문에 회사를 옮기기보다는 스스로 회사를 만들어 경영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 1997년 6월 당시 회사에서 이름을 날리던 구재상 압구정지점장(50·현 케이클라비스 투자자문 대표,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최현만 서초지점장(53·현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등을 주축으로 회사를 나와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만들었다. 시기는 좋지 않았다. 박 회장이 창업할 때인 1997년 말에는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금리는 연 30%를 치솟고 코스피는 300대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박 회장에게는 시장을 읽는 본능적인 눈이 있었고, 위기는 곧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운용 자금의 95%를 고금리 채권에, 5%를 선물에 투자했다. 채권과 선물로 수익을 거둔 후 주식에 투자했다. 비관론이 만연했던 시대였지만 한국 시장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믿음이 더 컸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박 회장은 자신의 이름을 따 국내 최초로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출시했다. 주변에서는 만기 기간이 있는 폐쇄형 구조인 뮤추얼펀드가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예상과 달리 500억원 규모로 출범한 ‘박현주 1호’는 발매 2시간 30분도 안 돼 마감됐다. 수익률은 100%를 넘었다. 외환위기로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지만 투명한 구조에다 장기 투자의 필요성, 무엇보다도 운용사 대표의 이름을 건 상품에 대한 신뢰가 작용한 결과였다. 이때의 성공을 바탕으로 박 회장은 2005년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하는 등 증권과 보험업을 같이 하는 금융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박 회장이 보험업에 진출한 것은 자산운용을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상품 특성을 띤 보험업을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업은 고려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자산운용업으로 출발한 미래에셋이기 때문에 회사의 출발점이자 최대의 경쟁력인 자산운용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의 성공에 이어 2000년 박현주펀드 2호를 선보였지만 정보기술(IT) 열풍에 지나치게 주가가 올랐던 라이코스 등 IT 관련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에 투자했던 미래에셋은 30~40% 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더욱 뼈저린 아픔은 2007년 10월 출시돼 국내에 펀드 붐을 일으킨 ‘인사이트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일으킨 일이다. 여러 나라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을 강조한 이 펀드는 출시 보름 만에 4조원어치가 팔려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의 원금은 반토막이 됐다. 이때의 실패는 자산운용의 대명사로 알려진 미래에셋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계기가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의 이런 실수가 해외 투자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손실의 주요 원인이었던 중국 투자 비율을 대폭 낮추고 미국 투자 비율을 70%대로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 전략을 수정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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