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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트럼프 현상’이 말하는 것/이기철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트럼프 현상’이 말하는 것/이기철 국제부장

    “(도널드) 트럼프의 말은 처음엔 즐거웠어요. 이젠 그가 하는 모든 말은 나에게 직접 하는 것 같아요.”(미국 테네시주에서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61세 남성) “트럼프씨, 대통령이 되면 임기 첫해에 부채를 얼마나 줄일 수 있어요?”(조지아주 발도스타의 유세장에 나온 66세 여성) 그녀는 20대이던 1975년 필리핀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단다. “폭스뉴스조자 트럼프가 어리석다고 합니다. 숨은 의도가 있지요.”(테네시주 매디슨에 사는 61세 남성) “주류 미디어인 MSNBC, CNN, CBS가 그를 탈락시키려 애씁니다. 왜냐면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지요.” “헛짓만 하는 워싱턴 정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입니다.”(텍사스주 오스틴에 사는 55세 부동산 중개업자). 그녀는 그동안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을 지지했지만 변한 게 없는 것을 보고 직업 정치인에게 신물이 났단다. 열광적 지지를 받는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의 진솔한 고백과 인터뷰를 현지 언론들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당의 주류가 1위 후보인 그를 낙마시키기 위해 ‘반(反)트럼프 광고’를 내보내는 웃지 못할 상황에서 지지자들이 털어놓은 속내에 트럼프 인기 이유가 조금씩 드러난다. 그는 지난 6일까지 경선이 실시된 20개 지역 가운데 12개 주에서 승리를 낚아챘다.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르게 승리했다. 트럼프 지지는 엘리트가 독점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과 분노에서 비롯된다. 트럼프는 주류 정치인이라면 겁내는 인종차별주의자, 성차별주의자, 외국인 혐오주의자라는 비난을 듣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주류 정치인과 미디어, 심지어 교황까지 서슴없이 공격한다. 주류와 날을 세울수록 그가 기득권층의 허수아비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인상을 지지자들에게 각인시킨다. 주류는 전당대회에서 말 잘 듣는 꼭두각시를 당 후보로 내세우려 한다는 것도 지지자들을 분노케 한다. 막말을 일삼는 그에겐 반대층만큼이나 두꺼운 지지층이 생겨났다. ‘트럼프 현상’이다. 지지층이 그를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할 수 있을 정도로 깊고 탄탄함을 보여 준다. 어쩌면 그가 대통령이 될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11월 실직하자 아내와 딸이 건강보험에서 바로 제외됐어요.”(오클라호마주에 사는 한 예비역) 그는 해군에 23년간 복무하면서 입은 수많은 부상 리스트를 보여 줬다. “건강보험과 세금으로 돈이 너무 많이 빠져나가요. 트럼프도 나처럼 냈겠지요.”(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 동부에서 전기 기사일을 하는 45세 남성) 트럼프 지지자의 배경과 이유는 이처럼 다양하다. 경선이 실시된 지역에서의 출구조사 결과 그의 지지층은 대개가 백인이었지만 연봉, 교육 수준, 종교적 신념, 보수화 정도가 다양했다, 소득 수준이 낮고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일 것이라는 편견은 오래전에 깨졌다. 트럼프에게서 “강간범”이나 “마약쟁이”라는 비난을 받은 히스패닉 지지자도 적잖았다. 이들의 최고 관심사는 테러와 국가 안보, 경제와 국가 부채였다. 다시 말해 이들은 자신과 미국의 미래에 불안을 느낀다는 방증이다. 트럼프의 당락을 떠나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미국 유권자의 이런 관심사는 세계 정세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안보와 경제 등에서 미국과 두텁게 연결된 한국엔 더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외교 문외한’ 트럼프와 적잖은 그의 지지 세력들을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chuli@seoul.co.kr
  • 가짜는 또다른 가짜를 낳고…中, ‘우유 불신’의 악순환

    가짜는 또다른 가짜를 낳고…中, ‘우유 불신’의 악순환

    #"신랑이 한 달 후 베이징으로 주재원 파견을 나갑니다. 한국산 멸균 우유 1박스를 가져가야 할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 베이징에서의 거주 기간이 길어지면서 북경 소식을 전하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곳을 통해 종종 베이징에서의 ‘먹거리’ 생활과 관련한 조언을 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남편이 베이징 주재원으로 파견 나온다는 20대 아내로부터 중국산 식음료에 대한 불신이 가득 담긴 이 같은 내용의 문의를 받았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 '가짜 저질 분유' 사건이 발생해, 수십 명의 영유아가 사망하고 수 백명의 대두증 피해자를 양산한 바 있다. 또 2004년에는 약 3만명의 피해자를 낳은 멜라닌 파문으로 중국 자국민들 조차 중국산 유제품에 대한 큰 불신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곧 외국산 수입 유제품 선호라는 상황을 초래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외국산 선호 현상은 또다시 정체불명의 수입 분유에 유통기한이 지난 분유를 혼합해 판매하는 '가짜 분유' 사건을 발생케 한다. 그래서인지 중국 내 크고 작은 시장에서는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신선 우유' 대신 모든 미생물을 멸균 처리해 상온에서 1개월 이상 저장이 가능하게 한 멸균우유가 더 큰 비중으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 중국 해서신보(海西晨報)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유통되고 있는 유제품의 88%가 멸균처리 가공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유통되는 신선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나쁜 기억' 탓에 비교적 유통기한이 긴 '멸균우유'가 널리 판매되고 있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중국 유제품 브랜드로 '이리(伊利)'와 '멍니우(蒙牛)'의 상품이 큰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부분 200ml 소포장 돼 팔려나가고 있다. 반면, 1L 이상 대용량 단위로 판매되는 제품으로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 수입된 수입 멸균 우유의 판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리(伊利)'와 '멍니우(蒙牛)' 등 일부 자국산 브랜드 유제품의 경우에도 각각 뉴질랜드와 덴마크 등 외국계 기업과의 협력 생산 제품만을 판매해오며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가진 자국산 유제품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불과 집 앞 마트에서 조차 피부로 쉽게 느낄 수 있는 자국산 유제품에 대한 불신의 분위기를 체험하며, 언젠가는 중국에 거주하는 이들에게도 신선한 유제품에 대한 신뢰가 구축될 '그 날'을 하루 빨리 기대해본다. 글·사진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전남 낙농농협, 2015년 상호금융대상 최우수상 받아

    전남 낙농농협, 2015년 상호금융대상 최우수상 받아

    전남 낙농업협동조합이 지난 4일 2015년 상호금융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상호금융대상평가는 전국 농·축협의 금융사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평가제로 재무·경영·고객관리 등을 종합 평가해 시상한다. 전남 낙농농협은 중앙회장 표창과 함께 시상금, 4급 특별승진의 포상이 주어졌다. 특히 5선의 강동준 조합장은 이번 포상으로 주어진 특별 승진자 임명을 직접 하지 않고 전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조합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을 내려놓고 직원들이 스스로 평가해 결정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 조합장은 지난달 26일 작년 사업을 결산하는 정기총회에 전 직원을 소집하는 비상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 조합장은 “인사권은 조합장의 고유 권한이지만 직원 인사에 있어 발생하는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4급 특별승진 인사를 전 직원 투표로써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후 직원 70여명이 특별승진 4급 임용대상자 3명을 선정해 공정한 투표를 거쳐 1명을 최종 결정했다. 강 조합장은 “인사 불신을 해소하는 등 이번 인사를 계기로 직원들이 더욱 화합하고 자신의 업무능력 향상에 매진하는 직장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낙농협은 2003년, 2005년, 2013년 등 3회에 걸쳐 전국 유수의 낙농조합을 제치고 농협중앙회 종합업적평가 품목축협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총화상과 축산육성대상 수상, 4년 연속 경영평가 1등급과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클린뱅크 인증을 받는 등 경영혁신을 통해 건전한 조합으로 성장 발전하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사설] 수행평가 확대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게 된다. 중간·기말고사로 나눠 한 학기에 두 번 보는 지필고사 대신 논술형 평가나 수행평가 등의 방식으로 교과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을 개정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의 지침을 각급 학교에 내려보냈다. 적용 여부나 시점은 학교 자율에 맡겼다. 학교장이 마음만 먹으면 이번 학기부터 사실상 모든 과목에서 수행평가로 성적을 평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교육부의 의도는 분명하다. 지식과 결과 위주의 평가가 아닌 학습과정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수행평가를 강화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충분히 읽힌다. 문제는 현실이다. 현행 성적 평가 방식은 지필고사를 위주로 하되 수행평가를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불만과 불신이 여간 높았던 게 아니다. 수행평가의 내용과 수준을 신뢰하기가 어려워 “평가를 위한 평가일 뿐”이라고 성토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이런 사실을 교육부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한 교육업체가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4.7%가 자녀의 수행평가를 도와준다고 답했다. 분량이 너무 많고 어려워 자녀 스스로 해결하기 불가능하다는 이유가 압도적이었다. 그런데도 성적에 반영되니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고 부모들은 토로한다. ‘엄마 수행평가’로 전락해 불평등 교육을 심화시킨다는 불만이 높다. 교육부만 못 들은 척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교육 현장을 더 교란시킨다. 학령을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난이도가 큰 문제거니와 평가의 객관성은 또 무엇으로 담보할 텐가. 담당 교사의 주관적 평가에 편파 시비가 끊일 새 없을 것이다. 평가의 질적 수준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 급하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장 새 학기부터 수행평가를 최소한 45% 이상 반영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예컨대 영어 과목은 듣기, 말하기, 쓰기 비중을 50% 이상 늘리게 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생활영어로 성적을 줄 세우겠다는 얘기다. 딱할 뿐이다. 입으로는 공교육을 살리자면서 손가락으로는 사교육을 받으라고 신호를 보내는 꼴이다. 공교육 정상화와는 완전히 엇박자의 발상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백번 더 들어 보는 게 우선이다.
  • [뉴스 분석] ‘제재’ 10시간도 안 돼 발사체 발사한 北…저강도 도발→당대회 후 반전 시도할 듯

    [뉴스 분석] ‘제재’ 10시간도 안 돼 발사체 발사한 北…저강도 도발→당대회 후 반전 시도할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일(현지시간) 전례 없이 강한 수준의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통과시켰지만 북한은 10시간도 지나지 않아 단거리발사체를 발사하는 도발로 맞대응했다. 국제사회의 ‘북한 옥죄기’에 이어 한·미 군 당국이 오는 7일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키리졸브’ 군사연습과 독수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고 북한이 새로운 형태의 추가 도발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3일 “북한군이 오전 10시쯤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발사체 6발을 발사했다”면서 “비행거리는 100~150㎞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발사체의 실체가 확실치 않으나 KN01, KN02 단거리미사일이나 사거리 200㎞의 300㎜ 신형방사포(다연장로켓)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정부는 북한 정권이 무모한 핵개발을 포기하고 북녘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폭정을 중지하도록 전 세계와 협력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불신과 분열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통합의 큰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에 대해 ‘폭정’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처음으로 북한에 대해 전방위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유엔 제재에 따른 외화난 속 내부 동요를 막고 결속력을 다지는 차원에서 저강도 및 고강도로 수위를 바꿔 가며 도발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 때까지 대북 제재가 강해지면 대남 도발을 재차 감행해 위기를 고조시키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고의 침범하거나 해안포 사격,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사이버 테러 등 저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개인적 의지에 따라 5차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추가 발사 등 극단적인 고강도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서 비핵화 이야기가 안 나올 정도로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추가로 강행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 북한에 있어 중국의 경제적 존재감과 영향력이 커졌고 북한이 당분간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에서 고강도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고 난 후인 5월 7차 당대회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단거리발사체 발사는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면서 “북한이 일단 숨 고르기를 한 다음 5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평화협정 체결 제의 등으로 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직선제? 염화미소법? 총무원장 선출제도 논의 뜨거운 조계종

    직선제? 염화미소법? 총무원장 선출제도 논의 뜨거운 조계종

    한국 불교의 맏형 격인 대한불교 조계종이 총무원장 선출제도를 둘러싼 논의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출·재가자들의 연중 회의체인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100인 대중공사)가 첫 의제로 총무원장 선출제도를 확정한 데 이어 25개 교구본사 주지들이 선출제를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그런 가운데 최고 입법기관인 중앙종회도 총무원장 선출제 변경을 위한 원포인트 종회를 열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이 가운데 100인 대중공사가 올해 첫 의제를 총무원장 선출 건으로 정한 건 조계종의 총무원장 선출제가 초미의 관심사임을 보여 준다. 100인 대중공사는 오는 31일 서울 불광사에서 출범식을 겸한 1차 대중공사를 열어 총무원장 선출제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4~5월 지역 대중공사에서 여론을 수렴한 뒤 5월 18일 2차 대중공사에서 최종 결론을 도출할 계획이다. 지난해와 달리 1차 주제를 논의한 뒤 지역 대중공사를 통해 지방의 의견을 모아 대중이 종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5월 18일 2차 대중공사에서 추가 논의를 거쳐 도출한 결과를 중앙종회 특위에 제안하면 중앙종회는 6월 중 총무원장 선출제와 관련한 원포인트 중앙종회를 열어 입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교구본사주지회의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도 총무원장 선출제 변경을 주요 의제로 다룰 태세다. 조계종에서는 현행 총무원장 선출제도와 직선제, 염화미소법, 종단쇄신위원회안 등이 집중 거론된다. 현행 방식은 중앙종회 의원 81명과 24개 교구본사 240명 등 321명의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간선제다. 여기에 선거인단 규모를 4000명 규모로 크게 늘리는 준직선제안과 조계종 1만여명의 모든 비구, 비구니가 직접 투표하는 완전직선제가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법등 스님 등은 복수의 후보 추천 후 종정 스님의 추첨으로 최종 결정하는 염화미소법을 제안해 놓고 있고 종단쇄신위원회도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대중의 입장을 조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인 대중공사는 이 안들의 장단점을 비교 제시하면서 선출제도 논의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달 19일 총무원장선출제도혁신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해 “총무원장 임기를 5년에서 6년으로, 단임제로 했으면 좋겠다”며 “6월 중앙종회에서 단일 안건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인 대중공사 집행위원회는 “총무원장 선거제는 참종권 확대라는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금권 과열 혼탁 선거, 위계질서 쇠퇴 등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아 제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향후 선출제는 과거 폐단을 극복하고 종단 내 만연한 불신과 패배감을 걷어 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는 올해 대중공사를 총 5차례에 걸쳐 서울에서 여는 것과 별도로 지역 및 본사에서 지역별 대중공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차(8월 25일·‘종단화합과 개혁방안’)와 4차(10월 20일) 대중공사의 의제도 총무원장 선출제 못지않게 눈길을 모은다. 특히 4차 공사에선 교육원장 현응 스님의 발제로, 현재 논란 중인 ‘깨달음’ 주제의 토론이 열릴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불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살생부’로 갈라진 새누리… 친박 vs 비박 ‘공천 大戰’ 비화 조짐

    새누리당이 29일 ‘현역 의원 40명 물갈이 리스트’ 파문의 당사자인 김무성 대표와 정두언 의원 사이 진실 공방으로 온종일 들끓었다. 정 의원은 이날 “‘청와대 수석이 구두로 (리스트에 있는 의원들의 낙천을) 요구했다’는 김 대표의 얘기도 전해 들었다”고 주장한 반면 김 대표는 만난 사실 일체를 부인하며 친·비박계 간 ‘공천 대전’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였다. 비박(비박근혜)계가 주로 담겼다는 이른바 ‘찌라시’의 실체 여부, 작성 주체를 놓고 친·비박계는 각각 ‘자작극’ ‘음모론’으로 몰아가며 맞섰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지도부의 티타임이 길어지며 10여분 늦어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당내 혼란이 빚어진 데 대해 일단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고위에서 김 대표는 “누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지 공천 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없고, 말을 전해 들은 바도 없다”며 “내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문건이나 살생부 얘기를 한 바 없다”고 의혹 일체를 부인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파동의 중심에 서 있는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문건을 받은 일이 없다’고 해 놓고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안 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26일 불러 ‘(리스트에) 정 의원이 포함돼 있다. 겁나지 않느냐’고 말했고 ‘물갈이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공천장에는 절대로 대표 직인을 찍지 않겠다. 버티겠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또 “리스트 얘기는 김 대표를 만나기 전 K 교수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전해 들었다”며 “나는 그게(출처가) (친박 핵심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정도로만 추측했다”고 덧붙였다. 일촉즉발의 분위기는 김 대표와 정 의원의 대질신문 요구로까지 번졌다. 오후에 정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고성도 터져 나왔다. 당사자인 정 의원의 설명 이후 김을동 최고위원, 이재오 의원,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 등 비박계가 연이어 발언대에 올라 “찌라시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대표 리더십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옛 친이명박계인 이 의원은 “(비·친박계가) 18·19대 공천에서 한 번씩 (서로) 칼질했으니 그만하자”고 거들었다고 한다. 반면 친박계 이장우·김태흠 의원 등은 앉은 자리에서 “책임자를 찾아서 처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우현 의원은 발언대에 올라 “사실관계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으면 당이 수도권에서 표를 잃을 수 있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곧이어 정 의원이 출석한 가운데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비공개 최고회의가 다시 열렸다. 당사자인 김 대표가 빠진 가운데 정 의원의 해명을 들은 끝에 최고위는 ‘살생부 실체는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선거를 앞두고 당 내분이 불거진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는 지점에선 지도부 이해가 일치했다. 결국 이날 오후 6시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를 정 의원에게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문건을 받은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정 의원도 확인했다”고 공식 사과했다. 격앙됐던 친박계는 ‘대표 사퇴 요구’ 등의 강경 카드는 일단 접었지만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당 대표가 ‘공정 공천’을 약속했으니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 본인의 책임 있는 해명을 촉구했던 최경환 의원 측도 “더 진상조사해 봤자 대안이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결국 공천 헤게모니 때문에 벌어진 자작극”이라면서 “미흡하지만 최고위 결정은 일단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김 대표가 당내 공천 갈등에 끌어들인 데 대해 불쾌함과 불만이 교차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단합해도 모자랄 판에 당 내분이 생기면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고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당에서 얘기가 나오는 180석은 고사하고 150석도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찌라시’ 파문으로 김 대표는 당분간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갈이 리스트의 ‘청와대·친박계 개입설’이 실체가 없었음을 김 대표 스스로 인정하고 리더십에 흠집이 나면서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하는 공천 심사에서 김 대표의 영향력이 상당 부분 축소될 수도 있다. 반면 김 대표가 오히려 친박계의 전략공천·물갈이 시도를 차단하며 이 위원장을 견제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 위원장이 친박계·청와대 의중대로 공천 칼날을 휘두르는 데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이번 논란으로 친·비박계 간 불신은 한층 깊어졌고, 양측의 재충돌은 시한폭탄으로 남게 됐다. 공천 발표, 김 대표의 장악력 복원 시도 등이 다음번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이슈&이슈] 당진 “철탑 공화국에 또?… 안 된다” vs 한전 “국가 기간산업”

    [이슈&이슈] 당진 “철탑 공화국에 또?… 안 된다” vs 한전 “국가 기간산업”

    “변환소 건축허가는 재량권이 인정되지 않는 기속행위다. 또 변환소와 철탑은 별개의 문제다.”(한전) “별개가 아니다. 변환소가 들어서면 철탑이 세워진다. 공익성을 침해하는 사업은 거부할 재량권이 있다.”(충남 당진시) 당진시가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를 반려하자 이에 반발한 한전이 행정소송을 냈고 그 1차 변론이 진행된 지난달 21일 대전지법에서 양쪽은 이렇게 팽팽히 맞섰다. 당진지역 송전탑 설치 문제가 ‘제2의 밀양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둘의 갈등은 한전이 2018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제출한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를 당진시가 지난해 8월 반려하면서 본격화됐다. 전압을 낮추는 것이 변전소라면 변환소는 전기손실과 고장 방지 등을 위해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시설이다. 북당진변환소는 송악읍 부곡리에 들어선다. 시의 건축허가 반려는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전은 북당진변환소 건설과 함께 당진화력발전소에서 변환소까지 철탑 27㎞를 신설한다. 송악읍, 송산·석문면 등 3개 읍·면을 거치면서 철탑 80여개가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산만을 거쳐 경기 평택까지 가는 송전선로로 기존에 깔려 있는 당진화력~신안성변전소 송전선의 고장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최진호 한전 중부건설처 차장은 “경남 밀양은 시의 허가가 난 상태에서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에 막혔는데 당진은 자치단체의 허가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북당진변환소 건축허가 반려 취소 행정소송과 함께 김홍장 시장 등 당진시 공직자 5명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송전철탑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8일 시에 따르면 변환소 건축허가를 반려할 수밖에 없는 지역 현실을 법원에 적극 호소하고 있다. 충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화력발전소가 몰려 있고, 당진이 그 중심에 있다. 당진화력 9, 10호가 시험가동에 들어가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전기생산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진화력 외에도 현대그린파워, GS복합화력 등 발전 시설이 널려 있다. 이런 탓에 15개 노선에 모두 189㎞의 송전선로와 526개의 철탑이 군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시민들은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전기를 제공하려고 당진이 ‘철탑 공화국’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철탑이 지나는 마을에서 예전에 없던 문제들이 터졌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석문면 교로2리는 1999년 철탑이 세워진 뒤 선로 300m 이내 주민 13명이 암으로 숨지고 11명이 투병 중이다. 정미면 사관리에서는 주민 6명이 암에 걸렸다. 74가구 170명이 사는 마을에서 철탑 200m 안에 있는 17가구에 암 발병이 집중됐다. 인접 신시리까지 합하면 42명이 암 등 중병에 걸려 숨지거나 앓고 있다. 사관리에는 거대한 철탑이 줄지어 있고 공중에 고압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 마을에는 1997년 신당진변전소가 들어섰고 면 전역에 전기를 보내는 철탑 107개가 세워졌다. 이원석(57) 정미면 개발위원장은 “철탑이 들어선 뒤 주민들의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면서 “바람이 불거나 날씨가 흐리면 고압전선에서 ‘우~웅’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아 주민들이 소음과 함께 공포에 시달리며 산다”고 전했다. 서울대 안준복 교수팀은 1999~2003년 전국 154㎸ 및 345㎸ 송전선로 주변을 역학조사해 일반 지역보다 위암은 1.2~1.3배, 간암은 1.3~1.6배 발병률이 높았다는 결과를 2004년 안팎에 발표했다. 당진시는 경기 양주시 장흥 등에서도 암 환자 발생이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당진화력~북당진변환소 철탑이 추가로 들어서면 345㎸의 전기가 더 흐른다. 재산상 피해도 적지 않다. 이원석 개발위원장은 “당진 땅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도 송전철탑 아래 땅값은 평당 2만~3만원에도 안 팔려 고향을 떠나기도 어렵다”고 혀를 찼다. 철탑이 세워지면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로 지역 이미지가 훼손된다고 당진시는 말한다. 김 시장은 “변환소와 철탑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당진시민의 건강과 재산권 피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 또한 필요하다. 지역의 생존권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면서 “시장이 시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 정책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진시민과 시민단체는 북당진변환소 건설 얘기가 나오던 2014년 4월 송전선로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책위 집행위원인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당진화력에서 경기 안성까지 이미 송전선이 깔려 있고 고장에 대비해 두 가닥을 설치했는데 ‘고장’을 명분으로 신설을 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 경기지역을 통과하는 선로는 해저 및 지중화로 하고 당진만 철탑을 세우도록 한 대목은 명백한 지역차별”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송전선 신설이 불가피하다면 충남 구간도 지중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화력발전과 관련해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유 사무국장은 “정부와 한전이 처음엔 6호기까지 짓겠다고 했는데 그 발전소가 벌써 10호기까지 왔다”며 “이번 변환소와 철탑도 당진화력 회(灰)처리장에 발전소를 더 증설하려는 꼼수”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백지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충남도의회도 최근 결의안을 채택해 국회와 정부에 보냈다. 작은 힘을 보탠 것이다. 한전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변환소 등은 기존 선로가 고장 나 전기가 끊기면 수도권에 대혼란을 불러올 것에 대비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당진시가 사업계획서를 반려한 행위는 명백한 업무방해라고 한전은 주장했다. 최 차장은 “선로가 두 가닥이라고 해도 철탑 자체가 무너지면 수도권에 정전 사태가 오기 때문에 별도의 철탑이 필요하다. 감사원의 정전 대비책 요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지역 전선 지중화는 직류라 적합한 것이지 철탑을 세우는 당진과 지역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계속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전측은 또 “전자파와 관련해서는 아직 인체 피해와 관련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北, 핵실험·미사일 ‘뒤통수’… 항일·항미 혈맹서 제재대상 급변

    北, 핵실험·미사일 ‘뒤통수’… 항일·항미 혈맹서 제재대상 급변

    북한의 혈맹이자 가장 큰 교역국이기도 한 중국이 결국 강력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양국 관계의 변화가 주목된다. 중국은 그동안 전통적인 우방인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이었으나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입장이 점차 변하고 있다. 이를 두고 ‘피로써 맺어진 동맹’이란 뜻에서 불리던 ‘혈맹’에서 보통의 외교 관계를 설정하는 ‘국가 대 국가’로 퇴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대 당… 장성택 이후 쇠락 최룡해가 가늘어진 끈 역할 북·중 관계는 공산주의 완성을 공동의 목표로 하는 ‘당’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일반적인 국가에서는 정부가 우선하지만 북·중은 당이 군, 관, 민보다 우선한다. 특히 북·중은 일본의 영토 야욕에 저항했던 ‘항일’이라는 공통분모와 한국전쟁 참전을 매개로 ‘항미’라는 일체감으로 서로의 체제 존속에 협력해 왔다. 양국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인 당 사이의 교류는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이후 실종되다시피 했다. 장성택 조선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행정부장은 북한의 대표적 친중파로 통했던 인물로 2012년 8월 중국을 방문해 당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면담까지 한 인물이다. 시진핑 지도부는 장성택의 처형을 중국에 대한 북한의 ‘도전’으로 간주했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양국 관계는 지난해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에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하기 이전까지 냉랭한 관계가 지속됐다. 하지만 류윈산의 방북으로 소원하던 북·중 관계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기대도 잠시였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두 나라 관계는 다시 멀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기념식에 참가하면서 끊어진 양국 관계의 복원자 역할을 맡고 있지만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군 대 군… ‘동맹’ 유지 ‘혈맹’ 약해져 당 대 당의 관계가 악화되자 군사 분야에서도 냉랭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양측은 표면적으로 군사 동맹을 유지하고 있지만 혈맹 인식은 약해졌다. 양국이 1961년에 체결한 ‘우호협력 상호원조 조약’에 중국은 한반도에 전쟁 발생 시 ‘자동 참전’하는 조항이 있지만 최근에는 이 조항이 사문화된 것이라는 주장이 중국 측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고위급 군사대표단의 방북도 2011년 11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명령 불복을 이유로 처형된 북한 변인선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도 북·중 간 군사 ‘핫라인’을 끊으라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의견을 제시했다가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긴밀해지는 것에 화가 난 김정은이 중국이 더이상 필요없다며 군사 분야를 포함한 모든 관계를 단절하라고 지시했다”며 “이에 변인선이 한·미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북·중 간 핫라인만은 꼭 남겨 놔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가 처형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변인선 처형 후 북·중 간 핫라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 파견된 외교무관들 전부가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대 정부… 교류 줄어들어 정부 대 정부 관계도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이 가시화되면서 악화되고 있다. 특히 북·중 무역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한 광물자원의 수출 금지가 북한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중 간 교역 규모는 2013년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3년 약 65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한 뒤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전년도보다 3%와 15% 가까이 줄어들었다. 북·중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가 매년 개최되고 있지만 이는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그 규모가 매우 작다. 과학·기술 분야도 중국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1990년대부터 북한 국가과학원과 중국 과학원 간의 교류가 활발했지만 2011년 이후로는 중단됐다. 북한은 중국으로 유학생들을 많이 파견하지만 중국은 반대로 감소되는 추세다. 문화 교류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해 김 제1위원장의 ‘기쁨조’인 모란봉악단이 중국 공연에 나섰지만 돌연 귀국해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스포츠 교류는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중국의 홀대로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지도자 대 지도자… 시진핑 vs 김정은 관계는 역대 최악 무엇보다도 북·중 관계 악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국 지도자 간의 불신이다. 역대 북·중 지도자들과 비교해도 현재처럼 골이 깊고 앙금이 쌓인 적이 없을 정도다. 시 주석은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취임 이후 북한을 방문하던 관례도 무시할 정도로 북한에 대한 분노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국가주석 취임 해인 2013년 북한이 전격적으로 3차 핵실험을 한 것은 시 주석 입장에서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사건이다. 물론 김 제1위원장 입장에서도 시 주석이 북한이 아닌 한국을 방문한 것과 중국이 유엔의 대북 제재를 승인한 것에 대한 배신감이 결코 작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까지 김 제1위원장은 중국을 공식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김 제1위원장을 북한의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밖에도 중국이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을 보호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북한이 중국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현재와 대조적으로 과거 중국 최고 지도층은 틈날 때마다 북한과의 우의를 강조해 왔다. 특히 북·중 혈맹 1세대인 김일성과 마오쩌둥은 각별했다. 마오는 김일성에게 “우리 두 집안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들이 돕고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도와야 하는 그런 사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의 5성홍기에는 조선열사들의 선혈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일과 장쩌민, 후진타오도 선대들의 우의를 지켜 가고자 노력했다. 김정일은 실제로 북한을 통치한 1980년대부터 사망 전인 2011년까지 총 9차례의 중국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우애를 다져 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인기 폭발 독일맥주 검사해보니 ‘헉’

    인기 폭발 독일맥주 검사해보니 ‘헉’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독일 인기 맥주 14가지에서 제초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최근 수입맥주 열풍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독일산 맥주의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독일 환경단체가 발표한 제초제 성분 검출 제품이 국내에 들어온 제품과 일치하는지 등을 수입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에 발표된 14가지 맥주 가운데 크롬바커·웨팅어·비트버거·벡스·바르슈타이너·에딩거·프란치스카너 등 7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이들 제품 매출은 지난해 이마트 수입맥주 전체 매출의 3%에 불과하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에 논란이 된 글리포세이트 성분과 관련해 “국내외에 기준이 없는 물질이므로 해외 제조사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식약처의 식품통관 시료검사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된 바 없어 아직 정상 판매하고 있다”며 “식약처에서 판매 지침이 내려온다면 이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는 벡스·에딩거·프란치스카너·파울라너 등 4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유통하는 제품이 문제가 된 제품이 맞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같은 제품인지 먼저 확인한 뒤 철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통업계는 일본·벨기에·아일랜드 등과 함께 맥주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데 대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내에서 몇년간 승승장구하고 있는 수입맥주의 인기가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맥주는 모두 17만919t(톤)으로 2014년(11만9501t)보다 43.0% 늘었다.  특히 지난해 수입량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독일에서 들어온 맥주가 2만4874t으로 한해 수입량의 14.6%를 차지하며 일본(4만6244t) 맥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공육 발암물질 논란이 있었을 때처럼 유해성 여부가 확실치 않은데다 통상적으로 마시는 양만으로는 인체에 해롭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수입맥주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 환경단체 뮌헨환경연구소(UIM)는 현지에서 많이 팔리는 10개 업체 맥주 14종에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리터당 0.46~29.74㎍(마이크로 그램)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글리포세이트는 세계 최대 농업생물공학업체 몬산토가 인체에 해롭지 않은 제초제(상품명 라운드업)라며 내놨지만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성분이다.  UIM은 글리포세이트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암유발 가능 물질로 분류된 성분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맥주업계는 연방위해평가연구원(BfR)의 보고서를 인용해 “UIM이 발표한 잔류량 정도라면 성인이 하루 맥주 1000리터를 마셔야 인체에 해롭다”고 반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현역 의원 물갈이 없는 與 공천개혁 공허하다

    여야의 공천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수도권 공천 후보자 면접 심사를 마친 새누리당은 어제부터 부적격자 선별 작업에 착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살생부나 다름없는 현역 20% 컷오프(탈락) 명단을 개별 통보했다. 수도권 후보자 면접을 마친 여당은 어제부터 자격 심사에 들어가 도덕성과 개인 신상, 경쟁력에 문제가 있거나 해당 행위를 한 전력의 공천 신청자들을 우선적으로 배제하기로 했다. 여야의 이런 움직임은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연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의회 경쟁력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본회의 표결 참여 의원 비율도 64.8%에 그쳤고 ‘의회 효과성’이란 측면에서 27개국 가운데 26위를 기록할 정도다. 여론조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비율이 80%를 넘나든다. 여야 모두 현역 의원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되는 만큼 국민적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의 경우 내일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지역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한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결되는 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벌써 물갈이 대상을 둘러싸고 잡음이 커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간에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친박과 비박 간의 공천 전쟁으로 비유될 정도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더민주는 컷오프를 통과한 3선 이상 중진의원 50%, 재선 이하 의원 30%를 추가 물갈이 대상자로 삼기로 했지만 당내 반발이 거세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어제 선거대책위를 출범시킨 국민의당 역시 무기득권·무계파·무패권을 원칙으로 정했지만 인물난 때문에 구조적 물갈이가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4·13 총선은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 정세를 둘러싸고 슬기롭게 국난을 헤쳐 가야 하고 세계적인 경제불황 속에서 우리의 활로를 찾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 권력 실세나 당내 지도부와의 인연, 사회적 인지도로만 후보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가슴에 금배지나 달고 갑질에 이골이 난 의원들은 공천에서부터 배제해야 한다. 그동안 정치권은 총선 때마다 ‘공천학살’이나 ‘보복공천’을 통해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물 위주로 당을 꾸려 온 측면도 적지 않다. 이런 의원들은 당선 후 당 지도부 방침에 따라 거수기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년간 의정 활동을 꼼꼼히 평가해 국민의 눈높이에 미달하는 의원들부터 퇴출해야 한다. 현역 의원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백안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기준을 토대로 옥석을 제대로 가려 공천을 해야 한다. 공천이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면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온갖 갑질로 지탄을 받아 온 함량 미달의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이번 기회에 솎아 내라는 것이 국민의 지상명령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안산 단원고…교장실 컨테이너로 이전

    신입생 입학을 앞둔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교실 부족을 임시로 해결하려고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23일 단원고에 따르면 오는 3월 2일 신입생(12학급 304명) 입학을 앞두고 부족한 교실을 확보하고자 공간을 재배치하는 내부공사를 지난 20일부터 시작했다. 단원고는 지난달 초부터 기존 교실과 체육관 등에 대해 심리치유형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단원고의 총 교실 수는 40개다.오는 3월 기준으로 1학년과 2학년이 각각 12개 학급이고 3학년이 14개 학급이어서 총 38개 교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 사용하던 10개 교실이 존치되고 있어 8개 교실이 부족한 상태다.  학교 측은 본교무실 2개,음악실 1개,컴퓨터실 1개,고사본부실 2개,특수교실 1개,교장실 1개 등 8개 공간을 1·2학년 교실 8개로 바꾸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교무실은 도서관과 학년교무실로 이전하고 교장실과 스쿨닥터실은 건물 옆 컨테이너로 옮길 예정이다.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이 희생 학생 교실을 존치하려고 공사를 하는 게 아니냐고 항의한 데 대해 학교 측은 “교실 문제가 지금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신입생 입학일이 촉박하다”며 “당장 사용할 수업 공간이 필요해 임시로 교실을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오후 단원고에서 유가족과 신입생 학부모 측과 만나 ‘존치교실’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교육감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교실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이나 “‘세월호 참사 2년이 다 되도록 단원고에 무슨 변화가 있었느냐’는 유가족 측의 문제 제기와 불신에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노동신문, 한 면 통째로 朴대통령 비난 “특등 재앙거리” 이유 뭔가 보니?

    北노동신문, 한 면 통째로 朴대통령 비난 “특등 재앙거리” 이유 뭔가 보니?

    北노동신문, 한 면 통째로 朴대통령 비난 “특등 재앙거리” 이유 뭔가 보니?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21일 한 면을 할애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저질 막말을 쏟아냈다.노동신문은 ‘한시 바삐 역사의 오물통에 쳐넣어야 할 특등재앙거리’라는 제목으로 1만 3000여자 분량의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이날자 6면 전체에 배치했다. 이 기사는 시종일관 박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채워졌다. 신문은 “무섭게 격노하고 있는 이 나라의 민심을 전한다”면서 박 대통령에 대해 ‘망령 든 노파’, ‘치마 두른 역적’, ‘패륜악녀’ 등 차마 입에 담긴 힘든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신문은 ‘수소탄 폭음에 덴겁한(놀라서 허둥지둥하는) 개짖는 소리’라는 소제목을 뽑으면서 “박근혜를 가리켜 동서남북도 가려볼줄 모르는 청와대 미친 암개(암캐)라고 호칭하는 것은 백번천번 타당하다”고 주장했다.신문은 또 ‘제 애비 뺨치는 치마 두른 역적’이라는 부제가 붙은 대목에서는 “박근혜는 강토를 양단시킨 애비를 능가하여 순수 영토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 자체를 영원히 둘로 갈라놓으려는 극악한 분열 야욕으로부터 불신과 적대를 조장하고 대결과 전쟁을 고취하는 대북확성기방송과 삐라 살포 등을 재개하였다”고 비난했다.이처럼 노동신문이 한 면을 털어 우리 대통령에 대해 욕설을 내뱉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체제 붕괴까지 거론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야, 선거구 획정안 29일 처리 합의

    여야, 선거구 획정안 29일 처리 합의

    이병기 실장 등 靑 참모진 국회 방문 “답답해서 왔다… 테러방지법 처리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오는 29일 본회의를 추가로 열어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키로 19일 공감대를 이뤘다. 이날 오후 국회 김종인 대표실에서 약 30분간 단독 회동을 가진 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양당이 안심번호 휴대전화 여론조사 경선을 하려면 최소한 필요한 시간이 있다”면서 “29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협상을 끝을 내자는 데 대해 서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도 “김종인 대표가 김무성 대표의 설명을 들은 뒤 ‘현재 상황에서 (23일 획정안을 선거구획정위에 넘기면) 물리적으로 29일밖에 안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선거구획정 지연 사태와 관련해 “의장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부탁드린다”며 직권상정을 요청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주말 동안 쟁점법안 타결을 위한 당내 논의 후 22일쯤 회동할 예정이어서 선거구 획정안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테러방지법과 함께 29일 통과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정무수석은 국회를 찾아 정 의장, 여야 대표들과 연쇄 회동하며 사실상 테러방지법을 공개 압박했다. 법안 통과 촉구를 위한 청와대 참모진의 국회 방문은 지난해 12월 15일 현 정무수석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비서실장까지 직접 나서 팔을 걷어붙인 것도 이례적이다.이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답답해서 왔어요. 답답해서…”라며 “테러방지법과 계류 법안을 잘 처리해 달라는 희망을 전하러 왔다”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국가안보실에서 테러와 관련한 모든 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국가정보원은 당정협의에서 북한의 대남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 실장 일행은 먼저 정 의장을 찾아 국내 안보·경제 상황의 엄중함을 설명하면서도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요청하러 온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23일 (본회의에서) 선거법을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박흥신 국회대변인이 전했다. 이어진 김종인 대표와의 15분여 회동에서 김 대표는 “어떻게든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국가정보원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결국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실장은 “테러방지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국제공조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며 “이 정부 들어 정치인 뒷조사를 하거나 정치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 나도 국정원장을 했지만 ‘정치관여’ 네 글자는 머릿속에서 지워라 지시했다”고 설득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전했다. 이 실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와도 약 30분간 만났고 현기환 수석은 따로 남아 여당 ‘투톱’과 10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가 김종인 대표를 찾아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연차 낮다고 인사평가 점수 낮대요… 이러다 잘리는 거 아닌지”

    “연차 낮다고 인사평가 점수 낮대요… 이러다 잘리는 거 아닌지”

    “인사평가 기간인데 당연히 평소 출근시간보다 1시간 전에 나와 있어야죠. 부장님께 얼굴도장 찍으려면 없는 보고거리도 좀더 만들고…. 회식은 필참, 주말 근무도 자진했죠.” 회사원 김모(33)씨는 얼마 전 인사평가 기간의 회사 분위기가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고 전했다. 지난달 정부가 저성과자 일반해고 지침을 공표하면서 그간 승진이나 성과급의 도구로 쓰였던 ‘인사평가’가 앞으로는 해고의 근거자료가 될 수도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직장인 사이에는 ‘인사평가 살생부가 작성됐다’는 소문부터 ‘인사평가는 공정한가’ 등의 불만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작년에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에 입사한 김모(33)씨는 지난달말에 진행한 인사평가에서 5점 만점에 2점을 받았다. 팀장 평가 점수, 자기 평가 점수, 팀 성과 점수를 합산해 총점이 나오는데 팀장의 배점이 가장 높다. 김씨는 “팀장이 인사평가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 부르더니 연차가 어리면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고 설득을 하려 했다”며 “지난해 점수도 같은 이유로 2점이었는데 이러다가 대리 진급은커녕 나중에 혹시라도 일반해고 대상자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사평가 점수에 민감해지면서 전 같으면 대충 수긍하고 넘어갔을 일까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진급을 목전에 둔 직원에게 더 높은 점수를 몰아주는 관행이 대표적이다. 2011년 대기업에 입사한 정모(34)씨는 올 1월 인사평가에서 S·A·B·C·D 등급 중 하위권인 C를 받았다. 그는 “부장을 포함해 부서원이 6명인데 부장 승진 대상자, 차장 승진 대상자, 대리 승진 대상자가 각각 1명씩 있어 중간에 낀 나 같은 사람들이 손해를 봤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저성과자 해고 지침에 따라 앞으로는 인사평가가 객관적으로 바뀌겠지만, 그렇게 되면 나중에 나 같은 사람은 ‘본전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특히 업무실적을 객관적 수치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부서의 평가자는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금융회사 총무부장 박모(53)씨는 “인사, 홍보 등 부서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처럼 뚜렷하게 성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며 “요즘 직원들은 대체로 업무 능력도 비슷해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부장 이모(49)씨는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자부하지만, 요즘 부하 직원들은 문제를 너무 많이 제기한다”며 “나중에 불만이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 객관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지각한 횟수까지 수치화해서 자료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7~9월 501개 기업(직원 300인 이상)의 인사평가를 분석한 ‘인사평가제도 현황과 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인사평가 신뢰도 부문에서 ‘높다’는 의견은 22.2%로 전체의 5분의1 수준이었다. ‘보통’이 67.4%로 가장 많았고 ‘낮다’는 의견은 10.4%였다. 인사평가를 활용하는 분야(복수응답)로는 ‘승진’이 94.4%로 가장 많았고, 기본급 조정 56.3%, 성과급 조정 54.7%, 자리 이동 35.5% 순이었다. 평가 과정에서 어려운 점으로 ‘평가자의 주관적 오류 방지 미흡’이 62.1%로 가장 높았고, 이어 평가의 공정성 확보 미흡(14.6%), 피평가자의 평가 불신 해소 어려움(13.6%) 등이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인사평가에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선진국처럼 자유로운 이의 제기와 평가 점수에 대한 공론화가 가능해져야 한다”며 “통상 2년마다 부서를 옮기기 때문에 업무평가에 혼란스러워하는 부서장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인사평가의 초점을 단기적인 성과에 맞추기보다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평가 항목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들은 연봉에 비해 충분히 일을 하지 못하는 저성과자를 인사평가를 근거로 선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올해 안에 객관적인 인사평가 모델을 만들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법의학의 대명사 강신몽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법의학의 대명사 강신몽 교수

    명함에 적힌 휴대전화 번호가 ‘011’로 시작한다. “이거 아니에요. 얼마 전에 스마트폰으로 바꿔서 010 됐는데 아직 명함을 못 고쳤어요. 제자들이 하도 바꾸라고 성화를 하는 통에….” 강신몽 교수는 ‘세상을 한 박자 늦게 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업무에 관련된 것 아니면 관심도 없고 시간을 내지도 않는다. 골프나 술자리와도 거리가 멀다. 저녁 8~9시면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에 일어난다. 차를 몰고 경기 일산 집을 나서 서울 반포의 연구실에 도착하면 아직 세상은 깜깜하다. 이런 자세가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던 법의학의 길을 30년 넘게 걸어올 수 있었던 원천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한 의학 분야 중에 왜 하필 이쪽을 택했느냐”고 묻는다. 사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외과 의사였다. 그 목표가 갑자기 법의학으로 바뀐 것은 1980년 강원도 철원의 그 뜨겁던 여름을 보내고서였다. -1979년 10·26사태 이후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이듬해 8월 군부대에 ‘삼청교육대’를 설치했다. 당시 나는 철원 육군 6사단에서 군의관 3년차를 보내고 있었다. 정보가 극도로 통제됐던 그때, 우리 부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는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삼청교육대가 우리 부대에도 있었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삼청교육대 희생자들은 우리 의무대로 보내졌다. 의학적 사인은 분명했지만 그들이 어디에서 뭘 하다가 어떤 상황에서 죽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누구에게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었고 누군가 먼저 나서 말해 줄 상황도 아니었다. 전국에 내려진 삼엄한 비상계엄령 속에 그들의 가족들에게는 사망했다는 사실만 통보됐다. ‘저들 한명 한명이 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고 형이고 아버지 아닌가.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가족들은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 학교에서 배웠던 ‘신원’(伸冤)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능력을 그쪽에서 발휘해 볼 방도는 없을까. -1981년 제대와 동시에 법의학교실 문국진(90) 교수님의 제자로 들어갔다. ‘법의학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문 교수님은 1970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을 마치고 고려대로 옮겨 법의학을 가르치고 계셨다. 법의학을 하겠다고 하니까 사방에서 말렸다. 지금도 법의학을 배우거나 연구하는 사람이 전국에 통틀어 4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이고 보면 당시 세간의 싸늘한 시선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가족이 밀어줬다. 아버님께서 허락하셨고, 갓 결혼한 아내(순천향대 의과대학 이혜경 교수)가 적극적으로 응원해 줬다. 법의학 석·박사 학위를 따낸 8년의 세월은 법의학의 바다에서 맘껏 헤엄칠 수 있었던 ‘내 청춘의 황금기’였다. -1989년 국과수에 의무기좌(5급 기술직) 신분으로 들어가 1999년 가톨릭대학으로 옮기기까지 10여년을 근무했다. 국과수 근무의 전반부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격변기였다. 집회와 시위 등 시국 관련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숨 막힐 정도로 무거운 주목을 사방에서 받았다. 밖에서는 우리가 정권에 유리한 결론을 낼 거란 의혹의 시선을 보냈고, 안에서는 이런저런(능히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의) 압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평생 순수한 법의학적 소견 외에는 어떠한 것도 결론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팎의 불신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1991년 5월 시위 도중 사망한 성균관대 김귀정씨 사건 때는 부검을 하러 가다가 중간에 되돌아오기도 했다. “정부 측인 국과수는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 거세지면서 대학병원에서 부검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 측에서 냉랭한 시선을 보낸 적도 여러 번 있었다. 1993년 6월 발생한 ‘김춘도 순경 사망 사건’ 때였다. 서울 연신내에서 한총련 대학생 시위를 진압하던 중 사망한 김 순경의 부검을 국과수 법의학과장으로서 내가 담당했다. ‘학생들이 발로 차고 각목으로 때렸다’는 동료 경찰들의 진술과 ‘김 순경에 대한 폭력은 없었다’는 학생 측 진술이 엇갈리면서 부검 결과가 정국의 판도를 가를 만큼 중대한 변수가 됐다. 부검을 마친 뒤 나는 직접 기자들 앞에 섰다. “돌이나 각목에 맞은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에 따른 후폭풍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요즘은 법의학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만큼 법의학에 대한 오해도 늘었다. 범죄에 얽힌 미스터리를 모두 밝혀 줄 것이란 생각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의 TV시리즈 ‘CSI’나 우리나라 드라마 ‘싸인’처럼 과학수사와 법의학을 주제로 한 방송물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나는 법의학자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몇 번 관심 갖고 보다가 금세 포기했다. 이해가 어렵기도 했고, 극적 재미 때문에 현실과 거리가 먼 스토리들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드라마에서처럼 술술 풀리고 결론이 명확한 경우는 법의학 현장에서는 좀체 찾기 어렵다. 결국 우리는 부검과 다양한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가능성이 높다’ 또는 ‘가능성이 낮다’ 정도만을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지은 책(‘타살의 흔적’ ‘죽음의 해석’ 등)을 읽은 친구들은 한결같이 “왜 네 책에는 결론이 없냐.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만 해서야 무슨 재미로 책을 읽겠냐”고 말한다. -나는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랐다. 위로 형 셋이랑 누나 둘을 둔 6남매 중 막내였는데 내가 세 살 때 아버지께서 서울농업대(현 서울시립대) 축산학과 교수로 부임하시면서 서울 사람이 됐다. 내가 중1 때 아버지께서 고려대 농대 축산학과로 자리를 옮기셨다. 그런데 얼마 후 집안에 경제적으로 큰 문제가 생겨 안암동 그 큰 집을 떠나 제기동, 수유리, 삼양동 등으로 수도 없이 전·월세를 전전했다. 학창 시절 자신감 없고 의기소침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학교 성적은 그저 그랬다. 초등학교 때는 꽤 똑똑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중학교 때는 중하위권, 고등학교 때는 중상위권 정도였다. 성격과 환경이 안 맞아서 그런 측면이 강했다. 휘경초등학교 졸업 동기 중에 시험 봐서 경기중학교에 간 사람이 나 혼자였다. 아는 애들이 아무도 없다 보니 초기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게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중3 초에 담임 선생님께서 “네 성적으로 경기고는 안 되고 경복고 정도면 다행이겠다”고 하셨다. 그 얘기는 참 충격적이었다. 경기고는 무난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기로 공부를 했다. 결과는 괜찮았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나는 또다시 마음의 활력을 잃었다. 목표를 이룬 후의 허탈감 같은 것이었다. 고2 때까지도 나중에 커서 뭐가 돼야지 하는 꿈이 없었다. 친구들은 의사, 과학자, 공무원 등 꿈을 말하는데 나는 모든 게 다 시들했다. 한 친구가 한심해 보였는지 “그렇게 생각 없이 살아서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했다. 또래한테 그런 얘기를 들으니 자존심이 상했다. 밤새 고민을 해서 ‘꿈’이란 걸 억지로 짜냈다. 군인이 되기로 했다. 하지만 나 같은 고도근시는 육사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얼마 후 알게 됐다. 그러던 중에 어머니께서 심장병을 얻으셨다. 그 일은 나에게 인생의 목표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의사가 돼서 어머니를 치료해 드려야겠다.’ 목표가 생기자 공부에 신바람이 붙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서울대 의대에 낙방을 하고 말았다. -재수를 하던 1971년 10월 고려대가 우석대와 합병하면서 의과대학이 생겼다. 고려대 교수셨던 아버지께서 “우리 학교 의대로 오면 1회 입학생이라는 의미도 있고, 교직원 자식이니까 너는 등록금을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된다. 서울대 의대 말고 고대 의대를 지원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어 오셨다. 재수를 하면서도 목표는 여전히 서울대 의대였지만 확실히 붙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사실 없었다. 그렇게 혼자 고민하고 있을 때 전해진 아버지의 제안은 나에게 단비와 같았다. 당시만 해도 경기고 나와서 서울대 못 가면 바보란 소리를 들을 때였지만 난 그런 데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6년을 공짜로 배울 수 있다니. -고대 의대에 진학해서 얻은 최고의 선물은 평생의 반려자를 만난 일이다. 아내를 처음 본 순간은 지금도 정지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멎어 있다. 1972년 입학식을 하는데 1학년 100명 중 나는 63번, 아내는 48번이었다. 아내 바로 앞에 서 있던 47번이 덩치가 엄청 큰 친구였는데 그 친구 뒤에 서 있는 아내를 보는 순간 ‘필’이 느껴졌다. 50명씩 A반, B반으로 나뉘었는데 아내와 반이 갈렸을 때의 안타까움은 잊을 수 없다. 결국 ‘스터디 클럽’을 만든다고 법석을 떨고 과감하게 고백도 해서 결국 아내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어머님을 고치겠다고 의대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한낱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공부는 뒷전이고 놀러 다니는 데만 열중했다. 그러는 중에 어머니의 병환은 점점 심해졌다. 마음 한편에서는 ‘대학을 계속 다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본과 2학년 때까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심장내과 전공의가 되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나마 있던 목표까지 사라졌다. 어영부영 살다가는 돌아가신 어머님께도 부끄러울 것 같아 본과 3~4학년 때는 미친 듯이 공부했다. 특히 외과에 큰 재미를 느꼈다. 지금이야 외과가 의대 내에서도 기피 분야가 돼 버렸지만 당시만 해도 외과는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들만 지원할 수 있었다. 외과를 전공하면 ‘최고의 의사’라는 사람들의 선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큰 이유였다. -은퇴한 뒤에는 ‘이태원 살인 사건’이나 ‘치과 의사 모녀 살인 사건’ 등 법의학적으로 크게 논란이 됐던 사건들에 대해 책을 집필할 생각이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법의학자나 법과학자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에 대해 법의학자들 간에 진지한 논의를 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법의학을 나름대로 꽤 한다고 했지만 우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보조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신문 스크랩을 가리키며) 그래서 저렇게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강신몽(63) 교수는 우리나라 법의학의 대명사로 통한다. 30년 넘는 부검의로서의 경력과 그동안 입증해 온 실력이 어우러져 나온 평가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거나 결론을 내기 어려운 사건이 나면 사람들은 항상 그를 불렀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체 발견, 가수 신해철씨 사망 때 사람들은 최종적으로 강 교수의 입을 바라봤다. 1989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입사해 연구소장을 거쳐 1999년 가톨릭대로 옮긴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시신은 얼추 4000구에 이른다. 지금도 1년에 200건가량을 직접 집도한다. 자신을 좀체 부각시키지 않는 은자(隱者)의 풍모로 유명한 그는 매일 새벽 5시면 서울 반포의 가톨릭대 의과학연구원 별관 2층 연구실에 도착한다. ▲고려대 의과대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 과장·부장·소장(1989~1999) ▲가톨릭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1999~) ▲경찰청 과학수사 대상 수상(2008).
  • 여수·순천·광양시 ‘협력은 하되 통합은 아니오’

    “괜히 벌집 쑤시지 마세요.”(주철현 여수시장) “도시연합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실적으로 도시연합이나 도시통합은 시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합니다.”(정현복 광양시장) 지난 17일 순천시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광양만권 상생발전을 위한 여수·순천·광양시 행정협의회 임시회의장. 조충훈 순천시장이 “올해 추진하는 연계·협력사업 발굴을 위한 용역에 연구과제로 도시연합의 실현 가능성과 방안을 포함하자”고 제안하자 발끈하고 나선 주철현 여수시장과 정현복 광양시장이 이렇게 반응했다. 3개 시의 ‘도시연합’은 2007년 이후부터 제기되던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하고, 지역 간 갈등과 불신이 잠재된 상황에서 지역 상공인들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명칭이다. 최근 여수상공회의소 등 3개 시 경제단체들은 광양만권의 경제통합을 위한 기반 조성을 위해 도시 통합이 아닌 도시 연합체를 만들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개 시장이 만나 지역 간 발전을 논의하면서 도시연합이란 말이 공식적으로 처음 제기됐지만 이처럼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냉랭한 분위기를 보이면서도 이날 시장들은 우선 3개 시 광역관광과 유람선관광 활성화, 여수공항 활성화 공동 지원, 생활체육 교류, 광역교통망 체계 구축 등 현재 추진 중인 6개 지역 현안을 국가사업에 반영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도시연합은 도시통합과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기존 행정구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각 도시만의 특색있는 장점을 살려 분야별로 연합체를 구성한다는 방법이다. 지난달 여수·순천·광양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강연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광양만권 통합을 위해 도움을 요청하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3개 도시를 합치면 면적은 1880㎢로 서울의 3배다. 인구는 72만여명으로 전남 22개 시·군 인구 180여만명의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 16일에는 전남 남해안의 득량만을 낀 장흥·보성·고흥군이 지역의 공동발전을 위해 지역 이름의 첫 자를 따서 ‘장보고’라는 이름으로 손을 잡아 관심을 끌고 있다. 김성 장흥군수, 이용부 보성군수, 박병종 고흥군수 등 3개 지역 군수는 지역의 공동 번영과 우호교류 확대를 위해 가칭 ‘득량만권 장보고 행정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체육단체 통합 파행 왜? ] 문체부·체육회 너무 높은 ‘불신의 벽’… 끝없는 대립 불러

    [체육단체 통합 파행 왜? ] 문체부·체육회 너무 높은 ‘불신의 벽’… 끝없는 대립 불러

    문체부 “법적 시한 3월 27일 지켜야” 체육회 “문체부, 회장 퇴진 노려” 의구심 입장차 커 이달 말 발기인 대회 불투명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2일 “(통합체육회 정관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을 미리 꼭 받아야 하는 거라면 왜 이제 와서 제기하는 거냐. 다음에는 또 뭘로 시비를 걸 것인가”라고 대한체육회를 공박했다. 김정행 대한체육회 회장을 앞에 두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라 체육회 관계자들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분개했지만 경위를 살펴보면 아주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통합준비위원회 8차 회의부터 지난 1일 15차 회의까지 참여했던 체육회 통준위 위원들이 지난 4일에야 이의 제기와 함께 문체부 장관 승인 사항이 과다하다며 8개항의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새로 회장을 뽑을 때까지 공동 회장을 두기로 한 만큼 현직 사무총장들이 제각각 직무를 수행하게 하자는 요구도 더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통준위 산하 정관 전문위원회는 문체부 체육국장의 체육회 당연직 이사 항목을 삭제하고 몇몇 단어를 수정했다. 이의를 제기한 대한체육회 위원은 정작 전문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양쪽이 극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이달 말 발기인대회를 원만하게 치르긴 쉽지 않을 것 같다. IOC의 정관 검토에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IOC의 정관 사전 승인(prior approval) 없이 통합체육회 출범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체부는 ‘검토’(review)만 받으면 된다고 보고 있다. 이성호 정관 전문위원장은 “발기인 총회에서 정관 초안이 나오고 문체부 장관이 승인하면 된다. 국내법이 IOC보다 위다. 다음달 27일 통합체육회를 설립한 뒤 IOC 검토 결과가 도착한 뒤 정관을 수정하면 된다”고 했다. 통준위 간사를 맡아온 심동섭 문체부 체육정책관도 일단 창립 절차를 마친 뒤 정관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달 안에 발기인대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왜 이토록 첨예하게 대립하는 걸까? 분명 ‘밥그릇 싸움’도 작용하고 빗나간 ‘맏형 콤플렉스’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이 너무 높다. 애초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는 김정행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7년 2월 통합 절차를 마치기로 했다. 하지만 오는 3월 27일까지 통합 절차를 완료하기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2014년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시간에 쫓기게 됐다. 체육회는 문체부가 김 회장의 임기를 1년 가까이 단축하겠다는 의도를 숨겼다고 의심했다. 문체부는 연간 3000억원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는 체육회가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고 눈을 홀겼다. 최근에는 국가대표 훈련비 지원 등을 체육단체 통합에 호응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차별하려 한다며 감정적으로 대립했다. 결국 정부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체육계의 열악한 풍토가 체육인들의 이기주의, 정부의 섣부르고 무모한 리더십과 어우러져 참담한 균열을 일으켰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왜 서점에 가면 변의를 느끼는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문화마당] 왜 서점에 가면 변의를 느끼는가/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이 글을 볼지도 모를 가족과 친지들에게 우선 양해를 구해 두고 싶은데 나는 딱 한번 설 연휴를 나라 밖에서 보낸 적이 있다. 작가와의 미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출장이라고 말은 했지만 아니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빈둥빈둥 혼자 살 거냐”는 폭언의 연타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 도망친 거였다. 그때 열두 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곳이 샌프란시스코다. 버클리대학에 다니는 지인이 사는 곳이라서 선택했지만 켕기는 게 있는 만큼 어떻게든 멀리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어쨌거나 이왕 거기까지 갔으니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시티 라이츠 북’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비트 세대를 돕기 위해 시인 로런스 페링게티가 차린 이 서점에서 히피 문화가 싹텄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토록 유서 깊은 장소에서 내가 느낀 것은 보헤미안적 자유분방함이나 영혼을 달래 줄 해방감 같은 게 아니었다. 그것은 변의, 이 글을 쓰는 지금 돌이켜 봐도 식은땀이 줄줄 흐를 만큼 강력한 변의였다. 평소에도 그런 건지 서점 안은 혼잡했다. 게다가 좁은 통로에는 책이 꽉 들어차 있었다. 나는 백설공주가 먹다 버린 사과를 집어삼킨 심정으로 배를 부여잡고 가파른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내린 끝에 겨우 화장실을 찾을 수 있었다. 하마터면 난감한 상황과 맞닥뜨릴 뻔했다.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변기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침에 뭘 먹었던가. 아메리카식 모닝 식사를 만끽한답시고 팬케이크를 잔뜩 먹지 않았던가. 아마도 그래서인 모양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뒤로 나는 여간해선 팬케이크를 먹지 않는다. 어쩌면 팬케이크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심증을 가지게 된 건 인터넷에서 본 기사 덕분이다. 일본에선 한때 ‘왜 서점에 가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지나?’라는 문제가 전국구적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서점에 가면 변의를 느끼는 것’을 아오키 마리코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1985년 4월 발행된 ‘책의 잡지’(本の雑誌)에 실린 어느 독자의 엽서에서 유래했다. 내용은 “서점에 가면 왠지 변의를 느낍니다. 이유가 뭔가요?”(아오키 마리코·회사원)라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두고 여러 전문가와 매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공방을 벌인 끝에 (1)책을 인쇄할 때 사용하는 잉크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인간의 뇌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설 (2)대량의 책에 둘러싸여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은 무엇인가? 이렇게 많은데 과연 찾을 수 있을까?’라는 초조함 때문이라는 설 (3)과거에 한 번이라도 서점에서 화장실에 간 적이 있으면 서점에 들어선 순간 조건반사적으로 가고 싶어진다는 설이 제시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1)+(2)+(3)에 더해 영어 활자로 뒤덮인 서점이라는 압박 때문에 더욱 강력한 그것을 느꼈던 게 아닐까. 며칠 전 위의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하며 격하게 공감을 표시해 주었다. 그중에는 “서가에서 책을 찾느라 쪼그려 앉기도 하는 자세가 장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닐지”라는 유산균 캡슐과도 같은 영양가 만점의 댓글도 있었다. 그야말로 천지명찰적 통찰력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팬케이크에 대한 불신을 조금쯤 떨쳐 낼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아울러 서가의 책들을 정리하느라 오늘도 묵묵히 쪼그려 앉아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계실 서점(과 도서관)의 담당자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출구 못 찾는 남북… “5월 北 노동당대회 후 대화 문 열릴 것”

    대화 채널 다 끊겨 국지 도발 우려 김정은 체제 강화 위해 긴장 조성 외교·협상 강온 양면책으로 가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따른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등으로 남북이 브레이크 없는 ‘강 대 강’ 대결을 이어 가면서 한반도는 다시 격랑에 휩쓸리고 있다. 이미 최소한의 의사 전달 수단마저 끊겨 남북 관계의 시계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5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후, 또는 군사적 충돌이 있은 후에야 역설적으로 대화의 길이 열릴 것으로 분석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일 “한·미 군사훈련, 노동당 대회 등 남북 일정상으로는 5월까지는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며 “당장 남북은 해답이 없다. 있었다면 이렇게 부딪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강 대 강 대결 구도는 남북 지도부 간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정상은 상대방을 압박시켜 굴복시키려고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남았는데 지금은 변수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센터 소장은 “지금은 (정상 간) 일종의 의지의 싸움”이라며 “한쪽에서는 비핵화 의지가 있는데 저쪽에서는 사활을 걸고 이를 지키려 하니 다양한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긴장 고조를 택한 건 체제 강화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내부적으로 자신이 생존을 보장해 주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해야 체제가 공고화된다고 생각한다”며 “군사 분야에서는 특히 최강대국 미국과 대립을 김정은이 잘 이끌어 승리한다는 식으로 업적을 선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군사적 충돌을 우려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분간 대화 채널 자체가 다 끊어진 상황이라 후발 조치는 국지 도발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당대회를 전후해 축적된 핵·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군축을 이야기하며 협상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국지전까지 갈 수 있다는 각오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외교 노력을 병행하는 동시에 협상 여지도 남겨 두는 ‘강온 양면책’으로 가야 한다”며 “추후 연평도 포격 같은 군사적 충돌이 잦아지고 남북이 모두 전면전에 대한 부담을 느낄 때 비로소 대화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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