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불신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웹툰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내신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오산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인출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4,889
  •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 경제 산다] “환경 운동이 마케팅 활동”… 소비자가 키운 착한 기업

    [기업 보는 눈 바꿔야 국가 경제 산다] “환경 운동이 마케팅 활동”… 소비자가 키운 착한 기업

    “기업의 윤리적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에게 잘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믿는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돼야 합니다. 매력적인 제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소비 행위에 자긍심을 부여하면 고객은 스스로 찾아오게 돼 있지요.” 지난 4월 26일 영국 남부 도싯주의 항구도시 풀에 있는 ‘러쉬’ 1호점에서 만난 공동창업자 로웨나 버드(59·여)와 윤리 담당자 사이먼 콘스탄틴(37)은 입을 모아 “투명성과 일관성이 소비자의 마음을 얻는 열쇠”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국의 화장품 전문 브랜드 러쉬는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 광고나 과대 포장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각각의 제품마다 제작한 담당자의 이름과 얼굴 그림이 부착된 ‘상품 제작 실명제’로도 유명하다. 1995년 풀 지방의 작은 화장품 회사로 출발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50여개국에 932개 매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다.러쉬는 여느 기업과 달리 마케팅 전담 부서가 없다. 대신 윤리 캠페인팀이 환경 보호, 동물실험 반대, 각종 인권운동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이들 분야와 관련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비슷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이다.일례로 러쉬는 최근 국제적인 환경 비영리단체 SOS(Sumatran Orangutan Society)와 손잡고 오랑우탄의 주요 서식지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열대우림 복원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수마트라는 음식, 화장품 등 다양한 상품에 원료로 들어가는 팜유의 주된 생산지다. 그러나 대규모 팜 농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훼손돼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게 러쉬 측의 설명이다. 러쉬는 팜오일을 사용하지 않은 샴푸 바 ‘SOS 수마트라’를 선보이고, 판매금 전액을 기금으로 마련해 약 50㏊(약 15만평)의 농장 부지를 구입, 삼림을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고객들이 일상적인 구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도 시행하고 있다. ‘블랙팟 재활용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러쉬의 검은색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인 블랙팟 5개를 모아서 매장에 가져온 고객에게는 마스크팩 정품 1개를 증정해 자연스럽게 ‘착한 소비’를 유도하는 활동이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모아진 화장품 용기는 100% 재활용돼 새로운 블랙팟으로 재탄생한다. 러쉬의 제품 용기가 검은색인 이유도 검은색 플라스틱이 유일하게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러쉬의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고 홍보도 이뤄진다. 특히 과거와 같은 기업의 일방향적 홍보보다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비자의 자발적인 입소문이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최근에는 러쉬의 이러한 활동이 단순히 윤리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경제적 효용의 측면에서도 유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효과적으로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됐다. 지난해 회계연도(2016년 7월~2017년 6월) 기준 러쉬의 글로벌 매출은 9억 4143만 파운드(약 1조 3463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3% 성장했다. 2016년에도 7억 2812만 파운드(약 1조 412억원)로 전년 대비 25.5% 성장하는 등 꾸준히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이어 오고 있다. 그러나 로웨나와 사이먼은 러쉬의 사회적 활동이 브랜드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마케팅 수단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러쉬 창립 초기부터 마케팅에 예산을 쏟는 대신 품질 개발과 윤리 활동에 더 많은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고, 이 같은 지향점이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객 확보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러쉬는 자사의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지칭할 때 일반적인 기업 용어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대신 ‘윤리적 실행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사이먼은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기업이 하는 CSR 활동이 CSR 전담 부서에서의 업무일 뿐 기업의 경영활동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윤리적 실행력은 기업의 전 부서에서 공통적으로 작동하는 원리라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러쉬가 진행하는 캠페인 등 대외적 활동뿐 아니라 원료를 수급하고 상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모든 과정이 ‘윤리적 실행력’에 포함된다는 것이다.그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이윤 추구 과정에서 다소 비윤리적인 부분이 있어도 더욱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부로 그걸 상쇄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CSR 활동과 이윤추구 활동이 단절되면 사람들은 기업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이 거금을 들여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데도 사람들이 ‘보여주기식 요식 행위’라고 불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먼은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에는 돈을 쏟아부으면서 윤리적 활동을 하는 데에는 인색하다”면서 “윤리적 활동을 ‘부수적인 숙제’로 인식하는 순간 비용만 지출할 뿐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비경제적 활동이 되고 만다. 반면 자기가 진정 옳다고 믿는 가치에 투자하면 소비자들 스스로가 진심을 알아봐 주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러쉬는 몇 년 전 자신들의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화장품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국 시장 진출을 포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입 화장품이 현지에서 판매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 실험을 거쳐야 한다는 중국의 규정을 따를 수 없었던 까닭이다.로웨나는 “화장품업계 종사자의 입장에서 중국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맞지만, 동물 실험과 관련한 중국의 정책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그동안 고수해 온 철학을 포기하면, 러쉬의 가치관에 공감해 상품을 구매해 온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아 장기적으로는 타격을 입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의 목표는 이윤 창출이 맞지만, 모든 행위를 비용절감과 이익 극대화의 기준에서만 판단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윤을 낼 수 있어도 결국에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는 순간이 온다”고 힘주어 말했다. 풀(영국) 글 사진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檢수사 부작용 커 신중해야” vs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규명”

    “檢수사 부작용 커 신중해야” vs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규명”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둘러싸고 법원 안팎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법원 내부에서도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대법원장 차원의 수사 의뢰나 형사 고발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국민 여론은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원회, 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의견을 수렴해 후속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의견 수렴 기구조차 의견이 다를 정도로 검찰 수사를 둘러싼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김종민 변호사와 오지원 변호사가 10일 서울신문에서 토론을 벌였다. 두 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판사 사찰과 재판 거래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해결 방안에 대해선 생각이 달랐다. 판사 출신인 오 변호사는 재판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제 수사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고,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통한 강제 수사에 부작용이 큰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의혹 해소를 위해 검찰 수사가 필요한가. 오지원 변호사(이하 오 변호사) 검찰의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 이미 검찰에 고발 사건이 접수됐고 수사를 위해 대법원장의 고발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검찰 입장에서 조심스럽다는 점은 이해한다. 특별조사단 보고서를 보면 사법행정권이 남용됐다고 인정된 부분이 상당히 많다. 판사 시절 배석판사라고 해도 부장판사가 재판의 방향성을 정해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록을 보지도 않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재판 관련 별개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판에 영향을 실제로 미쳤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문건이 대법원 연구관에게 전달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전달 여부는 압수수색을 통한 강제수사가 없다면 밝혀내기 어렵다. 김종민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 수사에 신중해야 한다. 검찰에 수많은 고발장이 들어오지만 다 수사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고발은 수사의 단서에 불과하다. 시민단체 등에 의해 이미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의 경우에는 수사를 하려면 반드시 대법원장의 고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김 대법원장이고, 최고 법률전문가로서 혐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은 물론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악영향이 매우 크다. 특별조사단 문건에서 밝혀진 판사 사찰이나 재판 거래 의혹은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현재 검찰 수사보다 중요한 것은 사법부, 법관, 재판 독립이다.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을 수호하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다. 강제 수사를 벌이면 행정처 컴퓨터, 판사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기본이고 대법관 집무실까지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로 범죄 혐의가 명백하냐는 의문이 있다. 오 변호사 사법시스템을 수호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특조단은 인사 불이익도 없고 재판 거래도 없다고 했지만 의심할 만한 문건들이 수두룩하다.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 후 서울고법 재판 당시 행정처 심의관이 재판장, 주심판사와 직접 연락해서 작성한 문건도 있다. 사법 불신이 증폭된 상황에서 수사하지 않는다면 제도 개선을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참지 않을 것 같다. 사법부는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 김 변호사 검찰이 수사하게 됐을 때 행정처나 대법관 PC에서 필요한 자료만 갖고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요 문건은 다 삭제했을 텐데 복구하면 관련 없는 자료도 보게 된다. 사법부에 관한 모든 비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그 점을 염려하는 것이다. 검찰이 판사, 행정처, 대법원에 대해 언제든지 압수수색할 수 있고 수사할 수 있다는 선례가 남는다. 대한민국 사법부 독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유사한 고소, 고발 사건이 있으면 어떤 사건은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당사자들이 고소할 것이다. 검찰 수사가 절대 안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부작용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판사가 영장을 불허할 경우 재판에서 무죄가 날 경우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이 혐의가 성립할 수 있나. 김 변호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직무 범위 내에 속하는 위법 행위가 있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직권남용에 대한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수범은 처벌이 안 된다는 의미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장이 부적절한 영향력을 대법관들에게 행사했는지 여부다. 그런데 대법관들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다. 두 번째는 박병대 전 행정처 처장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부적절한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다. 이 부분은 권한에 속하는지 아닌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판사 사찰과 관련해서는 행정처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일종의 인사관리 차원에서 가능하다는 논리도 나올 수 있다. 오 변호사 특조단 보고서를 보면 국제인권법연구회 산하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 조치 관련 내용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사실관계가 밝혀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과거 판례는 직권남용 행위의 결과가 발생했는지가 초점이지만 최근 판례는 보고서만 작성했어도, 그것이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직권남용이 성립된다고 인정한다. 결과적으로 박 전 처장과 임 전 차장 모두 직권남용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 문건을 작성한 심의관들은 법관 탄핵이 가능하다. 김 변호사 눈여겨봐야 할 점은 특조단이 인사모 와해 조치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의견 일치를 봤다는 것이다. 모든 문건을 다 본 특조단이 이런 결론을 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법관들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후에 무죄가 나온다면 회복할 수 없는 사법 시스템의 피해를 초래한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행정처는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 오 변호사 김 대법원장이 이미 검찰에 고발된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한다고 밝혀야 한다. 판사 사찰도 문제지만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재판 당사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최소한 판결 선고 전에 문건이 작성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통상임금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건은 사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국회에서 특검과 특별법 제정을 논의해야 한다. 특검 수사 이후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뒤 재판 당사자들이 재심청구권을 요구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의혹이 큰 상태에서 수사 말고 어떤 방법을 쓸 수 있겠나. 정책 개선 한다고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그러려면 아프지만 과감한 청산이 있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이 용기를 내면 좋겠다. 김 변호사 대법원장이 재발방지 대책을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문제가 됐던 행정처 판사들은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차라리 국회 청문회가 낫겠다는 생각도 있다. 국정조사는 실효성도 없고 정치적이라 반대다. 양 전 대법원장도 기자회견을 할 것이 아니라 청문회에 나와서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오 변호사 판사들이 행정처에 들어가면 안 된다. 판사들이 행정처에 있기 때문에 재판 결과를 예측해서 영향을 주려는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기획조정실은 말 그대로 사법행정을 하는 곳인데 재판을 통해 청와대에 협조하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김 변호사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에서는 2차 대전 이후 최고사법평의회라는 헌법기구를 만들어 판사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프랑스 판사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전보되지 않는다. 판사의 무한 자유가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 시민이 판사 징계 관련 사법평의회에 제소할 수 있게 돼 있다. 국회, 대통령, 법관회의 등에서 선출·지명하는 사법평의회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했지만 행정처가 반대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와 유사한 일본과 비교해도 행정처가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인사권 문제 외에도 등기, 공탁 등의 업무를 행정처가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참여정부 당시 사법개혁위원회처럼 시민단체를 포함한 범정부적 기구가 마련돼 대법원장의 인사권과 사법행정권 범위를 논의하는 개혁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정리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서울광장] 싱가포르는 시작일 뿐이다/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싱가포르는 시작일 뿐이다/황성기 논설위원

    20세기 발명품 정상회담이 성공을 보장하는 해결사는 아니다. 강대국 주도, 미국에 의한 정상회담도 원샷 성공은 많지 않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은 조시 W 부시 전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 불렀던 것처럼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며 증오했다. 그러다 브레즈네프가 죽고 등장한 54세의 젊은 미하일 고르바초프(고르비)에 주목했다. 고르비도 서기장 지명 하루 전 부인 라이자에게 “우리(소련)는 계속 이렇게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란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군비경쟁을 뜻했다. 그러나 레이건과 고르비가 만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들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1985년 11월에야 첫 회담을 한 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워싱턴, 모스크바로 옮겨 다니며 4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끝에 냉전 해체의 기틀을 만들었다. 2년 반 걸렸다.레이건과 고르비 외에 조지 슐츠 전 미 국무장관과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몇 차례고 만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영철 부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 워싱턴에서 교차회담을 가진 것처럼. 미국의 ‘별들의 전쟁’(SDI) 계획과 핵 군축으로 대립하던 레이건과 고르비에게는 신뢰라곤 털끝만큼도 없었다. 보좌진이 만류했지만, 첫 대좌는 상호 공격이었다. “우리는 무기가 있기 때문에 서로 불신하는 게 아니라, 서로 불신하기 때문에 무기를 갖고 있다”는 명언은 첫 회담에서 나왔다. 2박3일 회담으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워싱턴·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는 선에서 끝냈다.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따랐지만, 두 정상과 절친이 된 슐츠, 셰바르드나제가 있었기에 미·소는 냉전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위업을 이룬다. 북·미 정상회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외교 교과서는 정상회담의 성공 요건으로 대등한 군사력, 신뢰를 꼽는다. 북·미는 70년간 축적된 불신에 국내총생산(GDP)으로만 볼 때 800배 이상의 국력 차가 있다. 핵탄두로도 7200개 대 20개다. 비대칭의 극치다. 생존을 건 북한, 체면을 건 미국의 임전 태세가 같을 수 없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단 하루에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고차방정식을 풀 수 있을까.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지만 꿈에 가깝다. 정상들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트럼프는 몇 차례 예고도 했다. 1978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이집트 안와르 사다트 전 대통령, 이스라엘 메나헴 베긴 전 총리의 열사흘간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은 중동 평화를 이뤘지만, 사다트가 회담을 못 하겠다며 귀국 짐을 꾸린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인권문제로 일격을 날릴 가능성, 없지 않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미국의 흑인 문제로 반격할 것이다. 두 정상이 격한 말을 주고받으면서 불신이 증폭될 수 있다. 그래도 상대를 믿어 보자며 냉정을 되찾으려 냉·온탕을 오간다면 하루로는 턱도 없다. 세기의 북·미 정상회담은 1박2일 또는 2박3일이 되거나 레이건·고르비처럼 제3국에서 한 번 더 만난 뒤 위싱턴과 평양을 번갈아 방문하는 긴 여정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두 정상의 ‘네 개의 눈’이 만나는 일 대 일 회담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레이건·고르비의 성공이 두 사람의 케미에 뿌리를 두고 있고, 그 케미의 출발점이 1차 제네바회담에서 총 15시간의 회담 중 보좌진을 물리친 단독회담 5시간에 있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트럼프, 김정은이라고 단독회담을 못 할 이유가 없다. 레이건·고르비의 부인 낸시·라이자처럼 세계의 이목을 끌 멜라니·리설주 여사 만남이 성사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점, 북·미에 주지의 사실이다. 2000년 시작한 남북 정상회담이 좋은 예다. 2007년, 4·27을 거쳐 합의를 재확인하고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 가는 남북이다. 하나하나의 남북 정상회담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지만 어떤 의미에선 미완인 채로 더 큰 완성을 향해 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대단한 합의가 나오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을 각오를 전 세계는 지금부터 하는 게 좋을지 모른다. 북·미는 이제 시작했다. marry04@seoul.co.kr
  • 林 ‘군사공항 이전’ 재원 의문… 權 ‘민자로 신공항’ 실현 의문

    林 ‘군사공항 이전’ 재원 의문… 權 ‘민자로 신공항’ 실현 의문

    두 후보 모두 3대 현안 인식 같아 청년일자리 공약 개혁성 높은 편군사공항 이전과 취수원 이전,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는 청년 등 6·13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임대윤, 자유한국당 권영진 후보가 생각하는 지역 현안은 대부분 같았다. 그러나 세부 계획과 실현 가능성에서 차이가 컸다. 서울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7일 대구시장 후보의 3대 핵심공약을 구체성·개혁성·적실성 등 3개 분야로 나눠 평가한 결과 임 후보와 권 후보 모두 청년 일자리 공약에서는 높은 개혁성을 보였다. 그렇지만 군사공항 이전 문제 등의 공약은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못했다. 임 후보는 ‘대구공항을 국제화하고 군사공항은 이전’, ‘대구시민의 생명수인 취수원 이전’, ‘청년도시 대구 만들기’를 3대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핵심공약인 군사공항 이전 등은 군사공항 이전 터에 중·소형 항공기 제작 관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공약평가단은 군사공항 이전이 막대한 국비가 소요되는 사업임에도 소요 재원 및 예산 배분 계획만 제시했을 뿐 재원 조달 방안도 제시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대구공항과 군사공항의 통합 이전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군사공항만 이전하겠다는 것은 경북 등 지방자치단체와 국방부 등 이해당사자에게 대구시에 대한 불신을 일으켜 공항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평가단은 분석했다. 임 후보의 두 번째 핵심공약인 취수원 이전은 이미 대구시가 2009년부터 구미공단 상류 지역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낙동강 상류지역 특히 구미 지역의 반발로 진전되지 않는 사업이다. 임 후보는 물 갈등 조정특별법 제정 등을 제시했지만 시장의 권한을 벗어나는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평가됐다. 임 후보의 세 번째 핵심공약인 청년도시 대구 만들기는 청년벤처투자기금을 조성하고 경북도청 이전 부지에 청년기업 타운 조성 및 청년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평가단은 세부 계획 중 청년수당은 누구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건지 전혀 제시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후보의 3대 핵심공약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및 동촌 스마트시티 건설’, ‘취수원 이전 및 대구시민 물 복지 확대’, ‘대구형 청년보장제 실시’다. 평가단은 통합 신공항과 등촌 스마트시티 건설 등은 전형적인 표심을 위한 개발 공약이라고 봤다. 등촌 스마트시티 건설 공약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었다. 또 공항 건설에 막대한 재정투입을 민자로 해결하겠다고 제시한 것이 책임 있는 공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단은 밝혔다. 권 후보의 두 번째 핵심공약인 취수원 이전 공약은 임 후보의 공약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지역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공약으로 평가됐다. 또 노후 상수도관 개량 등은 긍정적이지만 노후도 현황과 개량 목표치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기대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권 후보의 세 번째 핵심공약인 대구형 청년보장제 실시는 일·주거·문화 3개 분야로 나눠 대구형 청년수당과 행복주택 등을 제공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평가단은 4년간 예산 배분 계획이 사업별이 아닌 총액으로 산정돼 있어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 대책과 계획에 대해 임 후보는 노숙인 및 쪽방 거주자에 대한 예산을 증액하고 2022년까지 대구 전역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평가단은 복지 사각지대의 폭을 아주 좁게 봤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는 4년 임기 동안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역점적으로 추진해 우수한 실적을 거뒀고 이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평가단은 정책을 내실화하겠다는 수준의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언급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형기 바른미래당 후보는 ‘민생경제 살리기’, ‘시민참여행정 실현’, ‘디지털 도시 조성’ 등의 3대 핵심공약을 제시했다. 평가단은 개발사업 중심의 임 후보, 권 후보와 차별화됐지만 공약 모두가 내용이 모호하고 원론적 제안에 머물러 있어 계획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미·일·중 전문가 전망] “北 핵포기 대단한 결단… 군사 위협 땐 종전선언 의미 없다”

    [미·일·중 전문가 전망] “北 핵포기 대단한 결단… 군사 위협 땐 종전선언 의미 없다”

    “북한의 비핵화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군사적 위협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의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미국 워싱턴DC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6일(현지시간)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6·12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지난 20여년간 북·미가 벌인 핵협상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해야 하며, 섣부른 제재 해제는 독(毒)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미 대통령과 북한 최고지도자 간 최초의 만남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은 역사적으로 더 의미 있는 사건(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수십년간 노력을 투자해 개발한 핵능력의 자발적인 포기는 북한의 대단한 결단이며 이 역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70여년간 이어졌던 한반도의 긴장감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은. -북·미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북· 미 양국이 현재 간극이 벌어져 있는 비핵화 방식의 이견을 어떻게 좁히느냐에 따라 공동(평화)협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나.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전제 조건으로 비핵화 추진 의지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회담의 모든 단계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효과적으로 ‘딜’(거래)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최대 압박이라는 용어를 쓰고 싶지 않다’ 등 유연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이런 발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대북 제재가 끝났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 대가를 얻고 있다’ 등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따른 대가만 줘야 한다. →미 조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앞두고 대북 접근법이 변했다고 우려하는데. -이번 회담은 실무 수준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시작된 만큼 앞으로 달라질 부분이 나올 수 있다.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 →북한은 어떤 방식의 비핵화에 나설 것으로 보는가. -북한은 줄곧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방식의 비핵화 방식을 주장할지 많은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것이 실현될지 지켜봐야 한다. →남·북·미 종전선언 가능성은. -세계 역사를 보면 합의와 검증이 오가는 매우 장기간의 군축 과정을 통해 공식적인 종전선언이 이뤄졌다. 재래식무기뿐 아니라 생화학무기 등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군사적 위협이 실질적으로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은 의미가 없다. 비무장지대의 진정한 ‘비무장화’를 위해 실제로 병력이 감축·재배치됐는지에 관한 확인이 이뤄져야만 종전선언이 실질적인 효과를 갖게 될 것이다. →회담 이후 북·미 관계 전망은. -북·미 양국이 (회담 성과에 따라) 70여년간의 적대감과 불신 등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교류와 지원 등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이며 필수적 행동이라는 점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누구 미국외교협회(CFR)에서 한반도를 연구하는 선임연구원이자 한·미 정책 프로그램 디렉터다. 아시아재단 국제관계 프로그램 분야 선임연구원을 맡아 한·미 정책센터 설립을 총괄했다. 또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선임연구원과 미 평화연구소 조사·연구 프로그램 아시아 전문가, 아시아 소사이어티 현대사회문제 프로그램 디렉터도 역임했다.
  • 몰래 차선 위반한 당신, 뒤차 블랙박스가 본다

    몰래 차선 위반한 당신, 뒤차 블랙박스가 본다

    방향지시등 위반 20.6% 최다 택시기사 “카메라보다 무서워” 택시기사 김모(57)씨는 최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신호 위반을 했다가 과태료 7만원을 냈다. 뒤차 운전자가 신호 위반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덜미를 잡힌 것이다. 김씨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친 건데 뒤차가 신고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예전에는 무인 단속 카메라만 신경 썼는데 이제는 뒤따라오는 차가 있는지도 살핀다”고 말했다.택시기사 이모(59)씨도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 사거리에서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지 않고 좌회전 구간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하면서 버스전용차로를 살짝 지나쳤다가 뒤차 운전자의 신고로 하루 일당보다 많은 8만원을 토해 냈다. 버스전용차로 통행 위반(과태료 5만원), 방향지시등 미점등(3만원) 등 두 건의 교통법규 위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김씨와 이씨처럼 무인 단속 카메라가 없는 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가 뒤차 운전자의 신고로 적발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도심 곳곳의 단속 카메라 위치를 꿰뚫고 있는 택시기사들도 “뒤차가 단속 카메라보다 더 무섭다”며 혀를 내두른다. 택시기사들은 기사식당에 모여 ‘상습 신고 구역’을 공유하기도 한다. 정체가 심해 ‘끼어들기’와 ‘꼬리물기’를 하는 지역에서 주로 신고가 이뤄진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 접수 건수는 2015년 61만 3067건에서 지난해 116만 4096건으로 2년 만에 89.9%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29만 8604건이 접수됐다. 올해 공익신고 위반 유형을 살펴보면 방향지시등 위반이 6만 1401건(20.6%)으로 가장 많았다. 5건 중 1건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했다가 뒤차 운전자로부터 신고를 당한 셈이다. 이어 신호 위반 5만 9194건, 중앙선 침범 2만 3285건, 진로변경방법 위반 9954건, 오토바이 보도 침범 3114건 순이다. 공익신고는 경찰청의 ‘스마트 국민제보’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이뤄진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일부 위반 행위에 대해 건당 3000원의 보상금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불신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보상금 제도가 사라졌다. 보상금이 없는데도 뒤차의 신고가 폭증한 것은 공익신고 자체가 간편한 측면도 있지만, 위협적인 끼어들기나 짜증 나는 꼬리물기 등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또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뒤차에게 적발된 운전자가 다른 운전자를 고발하는 경우도 많다. 신고가 접수됐다고 경찰이 모두 과태료 또는 범칙금 처분을 내리지는 않는다. 위반이 경미하거나 주변 교통에 방해가 없다고 판단되면 단순 경고로 끝난다. 올해 신고 접수 건수 중 경고 처분은 9만 4147건(31.5%)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단속카메라보다 뒤차 블랙박스가 더 무서워

    단속카메라보다 뒤차 블랙박스가 더 무서워

    “끼어들기 꼬리물기 보고만 있지 않겠다” 시민들 신고 폭증 택시기사 김모(57)씨는 최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신호 위반을 했다가 과태료 7만원을 냈다. 뒤차 운전자가 신호 위반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제보하면서 덜미를 잡힌 것이다. 김씨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어 그냥 지나친 건데 뒤차가 신고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예전에는 무인단속카메라만 신경 썼는데 이제는 뒤따라오는 차가 있는지도 살핀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59)씨도 얼마 전 서울 종로구 서대문역사거리에서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지 않고 좌회전 구간으로 차선 변경을 시도하면서 버스전용차로를 살짝 지나쳤다가 뒤차 운전자의 신고로 하루 일당보다 많은 8만원을 토해냈다. 버스전용차로 통행 위반(과태료 5만원), 방향지시등 미점등(3만원) 등 두 건의 교통법규 위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김씨와 이씨처럼 무인 단속카메라가 없는 도로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했다가 뒤차 운전자의 신고로 적발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도심 곳곳의 단속카메라 위치를 꿰뚫고 있는 택시 기사들도 “뒤차가 단속카메라보다 더 무섭다”며 혀를 내두른다. 택시 기사들은 기사식당에 모여 ‘상습 신고 구역’을 공유하기도 한다. 정체가 심해 ‘끼어들기’와 ‘꼬리물기’를 하는 지역에서 주로 신고가 이뤄진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 접수건수는 2015년 61만 3067건에서 지난해 116만 4096건으로 2년 만에 89.9%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4월까지 29만 8604건이 접수됐다. 올해 공익신고 위반 유형을 살펴보면 방향지시등 위반이 6만 1401건(20.6%)으로 가장 많았다. 5건 중 1건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변경했다가 뒤차 운전자로부터 신고를 당한 셈이다. 이어 신호 위반 5만 9194건, 중앙선 침범 2만 3285건, 진로변경방법 위반 9954건, 오토바이 보도침범 3114건 순이다. 공익신고는 경찰청의 ‘스마트 국민제보’ 웹사이트 또는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이뤄진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일부 위반 행위에 대해 건당 3000원의 보상금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불신감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보상금 제도가 사라졌다. 보상금이 없는데도 뒤차의 신고가 폭증한 것은 공익신고 자체가 간편한 측면도 있지만, 위협적인 끼어들기나 짜증 나는 꼬리물기 등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탓이다. 또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뒤차에게 적발된 운전자가 다른 운전자를 고발하는 경우도 많다. 신고가 접수됐다고 경찰이 모두 과태료 또는 범칙금 처분을 내리지는 않는다. 위반이 경미하거나 주변 교통에 방해가 없다고 판단되면 단순 경고로 끝난다. 올해 신고 접수 건수 중 경고 처분은 9만 4147건(34.6%)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사설] 국민 64% 재판 불신, 사법부 신뢰회복 절박하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사법부 판결을 불신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법부 판결의 신뢰도를 100점으로 환산했더니 모든 연령층과 진보ㆍ보수 모두 30점대를 준 것으로 집계됐다. 낙제 점수로, 사실상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일 성인 500명을 상대로 사법부의 판결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 포인트) ‘불신한다’는 응답이 63.9%로 나타났다. 매우 신뢰, 상당히 신뢰, 다소 신뢰를 다 합한 신뢰 응답 27.6%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잘 모름’은 8.5%였다. 구체적으로는 사법부 판결의 신뢰도에서 보수층(33.3점), 진보층(35.1점), 중도층(38.9점) 모두 30점대였다. 연령별로도 모두 30점대이고, 광주·전라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도 신뢰도가 30점대였다. 사법 불신은 사법부 소속의 판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적 권리를 가진 국민 모두의 문제다. 사법부는 보수정권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1년 2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친 조사를 했지만, ‘셀프 조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특별조사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판 결과를 왜곡해 청와대와 거래한 사실도 없고,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판사들을 분석 평가하는 등 사실상 ‘사찰’을 했지만, 인사상 불이익을 준 적이 없는 만큼 ‘판사 블랙리스트’가 없다며 의혹을 모두 부인해 ‘면죄부’를 주었다. 사법부 불신은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이 각각 근거가 다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 보수 정부의 적폐청산 과정에 내려진 판결에 대한 불만과 재벌·국회의원 등 우리 사회 기득권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 불만이다. 여기에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우유부단한 태도가 불신을 확산시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 형사 조치 등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5일로 예정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와 7일 열리는 ‘전국법원장 간담회’,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 재판 거래 의혹’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김 대법원장이 ‘결단’에 앞서 명분을 쌓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장 등이 명확한 증거도 없는데 재판 거래 의혹을 고발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사법행정 쇄신 등에 무게중심을 두라며 갈등을 봉합하라고 요구하는 탓이다. 김 대법원장은 그러나 ‘사법개혁’을 고려한다면 어제 서울중앙지법 및 가정법원의 단독판사들이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한 문서 공개와 검찰 수사를 촉구한 목소리에 더 주목해야 한다. 사법부는 국민 불신 해소를 더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 전체가 불신받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신뢰회복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판결을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이 64%인데 무엇을 더 망설인단 말인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에 대한 강제 수사 의뢰 등 형사 조치를 결단해야 한다.
  • 세기의 담판만큼 흥미롭다… 3인3색 ‘밀당의 기술’

    세기의 담판만큼 흥미롭다… 3인3색 ‘밀당의 기술’

    ■더이상 샌드위치 아니다… 문재인 ‘중재의 기술’ ‘불신’ 북·미에 조언… “양국 지도자 이처럼 한국에 의존한 적 없어” 19대 대선을 목전에 둔 지난해 5월 초, 미국 타임지는 표지 모델로 ‘문재인 후보’를 선택하고 ‘니고시에이터’(협상가)란 제목을 달았다.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한반도 운전자론’을 처음 꺼내들 때도 ‘한반도의 봄’은 막연했다. 북한의 무력시위가 점증하면서 북·미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던 시절이다. 서로 ‘늙다리 미치광이’, ‘로켓맨 미치광이’라며 저주를 교환했던 북·미 정상의 오는 12일 정상회담이 확정되기까지 문 대통령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데 외교가에서 큰 이견은 없다. 분단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북·미 지도자가 남한 지도자에게 이처럼 의존한 적은 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재자로서 문 대통령의 강점은 ‘일이 풀리도록’ 끊임없이 상대를 치켜세우고, 신뢰를 얻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복원 국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비핵화)그 로드맵은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앞질러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이 북한 체제 보장의 아이디어로 제안했던 종전선언 논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언급했던 지난 2일 청와대는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간 북·미 대화에서 쓴맛을 맛봤던 미국은 북한을 믿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북한도 못내 불안하다. 대화의 판이 요동쳤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역설적으로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는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 간 기싸움 수위가 높아가던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려 했다. 곧이어 정상회담(22일)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평화적 방법에 의한 비핵화 확신을 심는 데 ‘올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취소를 선언한 이튿날에는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를 제안했다. ‘도보다리 독대’로 정점을 찍은 남북 정상의 신뢰는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이 북·미 담판을 되살리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SOS’를 친 데서 입증됐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미 특사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의 조언에 충실히 따른 셈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예측불허 사업가적 협상…트럼프 ‘거래의 기술’ 회담 취소 편지로 판 흔들되, 정중한 표현으로 재협상 여지 남겨 北 ‘벼랑끝 전술’ 역으로 이용… 미국내 강경 보수파까지 흔들어 온갖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12일 예정대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술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를 통해 돌연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더니 북한이 유화적으로 나오자 다시 회담 취소를 취소했다. 말 몇 마디로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한 것이다. 이 같은 협상술은 전통적인 외교협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파격이다. 마치 남녀의 변덕스러운 ‘밀당’ 연애를 보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 편지를 자세히 살펴 보면 매우 정교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담았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거친 언사를 회담 취소 이유로 제시하면서도 김 위원장을 ‘각하’로 부르는 등 정중한 표현을 썼고, 편지 말미에는 ‘마음이 바뀌면 전화나 편지를 해 달라’며 재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거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서도 계약 체결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는 사업가적 협상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6·12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공식화하면서 “내가 언제 (지난달 24일의) 편지에 회담 취소라는 말을 썼느냐”고 눙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 밀당을 한 결과 원색적인 비난 레토릭을 공격술로 즐겨 구사했던 북한의 자세는 매우 유화적으로 변했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북한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구사해 온 ‘벼랑 끝 전술’을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해 효과를 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미국 내 강경 보수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환호했다가 다시 실망감을 표출하는 등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국내외적으로 1석 2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파리기후협약,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란 핵협정 등을 탈퇴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잡는 협상술을 구사해 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행정부와 달리 독트린을 발표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로 이론이나 전략으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미 CNN 방송은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보다 약한 핵 협정을 북한과 체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은둔의 지도자 잊어라…김정은 ‘통치의 기술’ 남북 2차회담·김영철 특사 등 과감…강대국들과 ‘밀당’ 자신감 스위스 유학파 실용적 리더십…선대와 다른 ‘현대적 군주’ 추구 북·미 정상회담을 일주일가량 남긴 지금 김정은(34) 북한 국무위원장을 ‘은둔의 지도자’로 여기는 국제적 시각은 거의 없다. ‘통제 불능의 폭군’이라는 이미지도 상당 부분 지워졌다.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의 숙청, 지난해 이복형 김정남의 죽음 등이 불러온 끔찍한 인상마저 희석된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7년 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을 때만 해도 과연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받았지만, 지금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북한 내부를 휘어잡고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완숙한 통치력’을 보여 주고 있다. 지난달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일방 통보’하는 공개 편지를 보냈을 때 ‘한반도의 봄’은 다시 겨울로 되돌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했다. 과거의 예를 보면, 이런 경우 북한은 강경한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이튿날 북한 태도는 과거와 180도 달랐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을 위해 노력한 데 대해 내심 높이 평가해 왔다”는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 것이다. 이 담화는 김 위원장의 협상술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날 김 위원장은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며 남쪽의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고, 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 위원장은 29일에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대미 특사로 보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흔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두고 “드라마틱한 외교적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것도 그의 과감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북한 지도자가 사전에 공개된 일정으로 평양을 비우는 것은 처음이다.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선대(先代)에 비하면 확실히 유연하고 실용적 리더십”이라면서 “스위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영향 등으로 국내외의 여론을 신경 쓰는 ‘현대적 군주’를 지향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김 위원장의 내부 리더십은 확고하며, 독재적이긴 하지만 제3세계 지도자들의 일반적인 독재라기보다는 북한 체제의 엘리트들이 부응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사설] ‘종전 선언’ 이끌 비핵화·체제보장 대타협하라

    북한과 미국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여드레 남았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을 예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공식 확인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로 반전을 거듭한 북·미 정상회담은 천재지변급 이변이 없는 한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만난 직후 북·미 정상회담을 전망할 만한 여러 암시도 던졌다. 북·미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나는 세기적 이벤트를 해도 ‘빅딜’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는 예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서명하지 않을 것이며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거나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갈 수도, 빨리 갈 수도 있다”, “한 번에 (합의가) 성사된다고 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미·소의 냉전 해체를 가져온 로널드 레이건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정상회담은 2년여간 4차례 정상회담 끝에 겨우 결실을 맺었다. 그렇지만 북·미의 협상은 미·소 강대국 간의 협상처럼 시간이 걸려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 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2차례 평양 회담,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의 4차례 판문점 실무협의,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뉴욕 고위급회담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내용, 방법, 일정과 체제보장의 수순 등 디테일에서 이견을 시사한 것이다. 전 세계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와 함께, 협상의 귀재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기 전 추가적 양보를 받아내려는 ‘기술’로도 보이는 대목이다. 체제의 명운을 걸고 개발한 핵·미사일 폐기와, 70년 가까운 적대정책의 청산이 하루아침에 착착 이뤄진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 초 김 위원장의 신년사로부터 시작된 북·미의 해빙 5개월은 서로 신뢰하기엔 너무 짧다. 특히 북한으로선 ‘모든 것’을 내주기에는 미국에 대한 불신을 쉽게 걷어내기 어렵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 말처럼 ‘일생일대의 기회’가 다시 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상적인 것은 북·미 두 정상이 더 손댈 수 없는 최상급의 합의를 12일 이뤄 내는 것이다. 빅딜을 결심한 이상,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방식’과 미국의 ‘빅뱅식 일괄타결’에 대한 결단, 대타협이 불가피하다. 합의를 속전속결로 이행하는 것이야말로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담보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종전 선언 가능성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대북 공격이 더는 없다는 종전 선언이 남ㆍ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진다면 비핵화 프로세스 이행의 든든한 보증서가 될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와 한국, 중국, 일본 중심의 대북 경제협력도 언급했다. 경협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 얘기를 해놓았다고까지 밝혔다. 세계 평화의 길을 여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한다.
  • 스페인 ‘親EU’ 새 총리… 총선 없이 첫 취임

    스페인 ‘親EU’ 새 총리… 총선 없이 첫 취임

    카탈루냐 수반 “독립 논의” 제안‘미남’이라는 별명을 가진 페드로 산체스(46) 신임 스페인 총리가 정부 수반으로 공식 취임했다. 산체스 총리는 유럽연합(EU)과 유로존 수호를 지지해 온 대표적인 친(親)EU 인사다. 당분간 스페인은 EU와 안정적인 정치적 유대를 이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도좌파 사회노동당(사회당)의 대표인 산체스 총리는 2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사르수엘라 왕궁에서 필리페 6세 국왕에게 취임 선서를 했다. 산체스 총리는 “부패를 척결하고, 긴축 정책으로 고통받았던 국민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의회는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우파 국민당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전날 하원 전체 회의 표결에서 가결했다.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63) 총리는 실각했다. 스페인 헌법에 따라 내각 불신임안 제출을 주도한 사회당의 산체스 대표가 총리직을 자동 승계했다. 산체스 총리는 차기 총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한다. 총선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총리 자리에 오른 것은 스페인 역사상 산체스 총리가 처음이다. 산체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아직 단단하지 않다. 사회당이 의회 350석 가운데 84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당은 국민당 불신임 투표에 힘을 모았던 급진 좌파 정당 포데모스(67석), 카탈루냐 분리독립 정당(24석), 바스크국민당(5석) 등과의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킴 토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총리 취임선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에게 대화를 제의한다”면서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정부 대 정부로서 협상할 필요가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北 초기 핵탄두 반출·美 보상 조치… CVID 접점 찾은 듯

    北 초기 핵탄두 반출·美 보상 조치… CVID 접점 찾은 듯

    트럼프 “빅딜은 12일에 있을 것…우린 어떠한 서명도 하지 않아”지난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오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됨에 따라 보름 이상 반목하던 양측이 큰 산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에 무리하게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도 가능하다며 선제적 체제 안전 보장 조치도 언급했다. 기존에 고수하던 ‘일괄타결’ 및 ‘선 비핵화, 후 보상’에서 벗어나 북·미가 서서히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부위원장을 만난 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동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큰 협상(빅딜)은 12일에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12일에 어떤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정(프로세스)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들(북한)에게 ‘서두를 필요 없다(take your time). 우리는 빨리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간 ‘일괄타결’ 등 단번에 해결하는 방식을 강조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비핵화 ‘과정’(프로세스)이라고 표현한 데 이목이 쏠린다. 북한의 경우 이미 핵무기 완성을 선언한 단계로 핵탄두, 탄도미사일, 핵시설, 핵설비, 핵전문인력 등을 모두 다뤄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번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일부 수용하면서 북·미 간에 접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그간 너무 성급하게 비핵화 속도를 내면서 북한과 갈등을 빚었을 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핵 문제를 다룬다는 비판을 받은 점을 고려한 발언인 것 같다”고 말했다.비핵화 로드맵상 북·미 간 접점은 ‘프론트 로딩’(선 비핵화 중대 조치) 방식으로 보인다. 첫 조치부터 북한은 핵탄두 반출과 같은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고 미국은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총 2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방식은 맞지만 미국이 원하는 속전속결 비핵화이기도 하다. 이상적으로 전개되면 9~10월까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를 반출한 뒤 연말까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무역대표부 설치 등 체제 안전 보장 및 경제제재 완화 조치를 할 수 있다. 또 내년부터 2020년까지 2단계에서는 북핵 검증·사찰, 핵시설·핵설비 폐기, 핵인력 관리와 같은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은 북·미 수교, 평화협정, 경제협력 등의 보상 조치를 해 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종전 선언’ 카드를 꺼냈다. 그간 북한이 먼저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하도록 압박했다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외려 선제적으로 종전 선언을 통해 체제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북측의 불신을 줄이기 위해 종전 선언으로 구속력을 담보하는 동시에, 북으로부터 보다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수준에서 걸림돌은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오는 12일에 꺼낼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럴 수 있다. 아마도 무척 자세하게”라고 답했다. 북한이 반출할 핵무기의 범위나 개수 등을 정해야 하고 반출 기간도 확정해야 한다. 북의 중대한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이 줄 구체적인 보상 조치 및 시점도 논의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종전 논의”… 무르익는 한반도 평화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비핵화 넘어 ‘항구적 평화’ 담판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주목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조인 이후 65년간 ‘일시적 전쟁 멈춤’ 상태였던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무르익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알리면서 “북·미 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종전선언 가능성을 공개 언급하기는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정상이 모여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은 양측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마지막 과정으로 보이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과정에서 처음으로 종전 논의를 언급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남·북·미 정상의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서는 “종전선언은 북·미 비핵화 사전협의가 완료된 이후의 프로세스인 만큼 좀더 신중하게 기다려 봐야 한다”면서 “의전·경호 등 최소한의 준비를 위해서는 늦어도 7일쯤까지 북·미의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이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원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행위 종식 및 체제보장의 일환인 동시에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의 시동을 건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발걸음이라는 평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상응하는 신뢰를 줘야 하는데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기 전에 북·미 적대 관계가 끝났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선언”이라며 “당초 비핵화가 진전된 이후 종전선언을 고려했는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끌어내기 위해 시점을 북·미 회담으로 앞당기는걸 고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2일 정상회담은) 시작이 될 것이다. 회담 한 번으로 다 해결될 순 없다. 우리는 이번에(12일)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추가적인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수년에 걸쳐 거듭된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무기 감축협상을 타결했던 전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비핵화에 따른 대북지원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북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많은 돈을 쓰지 않을 것이며 한국, 중국, 일본이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대북 원조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국내여론을 의식한 한편, 재정 부담을 한·중·일에 떠맡기겠다는 특유의 ‘사업가 마인드’로도 보인다. 다만 북·미 회담 성공 시 남한의 대북 경협을 ‘승인’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응인 5·24 조치에 따라 금지된 남북 경협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연동돼 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북한 악마화’ 프레임에 대한 단상/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북한 악마화’ 프레임에 대한 단상/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사람이 살고 있었네’ 작가 황석영이 1989년 북한 체험기를 기술한 책이다. 엄혹한 분단체제, 군사·보수정권이 자행한 ‘북한 악마화’ 작업에 대한 울분의 항변이었다. 북한을 악마로 만들어야 그 대칭점에서 권력을 유지했던 당시 정권은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외침조차 틀어막았다. 이 책은 금서가 됐고, 그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7년형을 선고받는다. 최근 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 속에서도 북한에 대한 불신감도 여전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런 불신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냉전체제를 지탱해 온 ‘북한 악마화 프레임’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과거 정권 차원에서 끊임없이 생산했던 왜곡·가짜 정보가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이다. 보수 언론이 지배하는 거대한 카르텔이 북한 악마화 작업의 플랫폼이다. 북한 특유의 폐쇄성으로 확인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최대한 악용한 흔적이 많다. 거짓 기사는 수천 개에 달하는 신문·인터넷 매체와 각종 방송들을 통해 여과 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이를 접한 국민들이 사실로 믿게 되는 구조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는 전형적인 삼인성호(三人成虎)의 수법이다. 2015년 6월 인민군 서열 2위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수백 명이 보는 가운데 고사총에 처형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현안 보고였다. 보수 언론들은 처형 이유로 ‘회의장에서 졸았고 이것이 불경죄가 됐다’며 친절한 해석까지 달았다. 김정은 체제의 정신착란적 무자비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대서특필됐다. 하지만 다음날 현 부장은 조선중앙TV에 모습을 드러냈다. 떠도는 소문을 일부 탈북자의 입을 빌려 특종으로 둔갑시키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 정보기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수 현송월 총살’이다. “현송월 등 북한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로 공개 총살됐다”는 보도가 2013년 8월 29일부터 대대적으로 유포됐다. 2년 후인 2015년 12월 현송월이 중국 베이징에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거짓으로 밝혀졌다. 올 1월 21일 현송월이 서울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당시 단독 보도했던 언론은 정정 기사 한 줄 내지 않았다. 최근엔 일부 보수 언론이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1만 달러 요구”,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연막탄 피운 흔적 발견”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났다. 1994년 제네바 협정과 2000년 9·19 합의 파기도 비슷한 사례다. 제네바 합의 당사자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이 기본 합의를 안 지킨 것은 없다’고 했지만 부시 정권은 북한에 파기 책임을 돌렸다. 2000년 9·19 공동성명 파기와 관련,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축구 경기 도중 (미국이 불리해지자) 골대를 옮긴 것이나 같다”는 고백을 남겼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우리 언론들은 미국이 약속을 깬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악마화 프레임은 국민들에게 북한을 상종 못할 상대로 인식시키면서 남북 대립 구도를 고착화시켰다. 화해 협력을 주장하는 중도 보수세력들마저 친북, 종복의 딱지를 붙였다. 이런 북한의 악마화 작업이 보수 우익화로 치달았던 박근혜 정권에서 절정에 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서울시공무원(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이 터진 것도 이 무렵이었다. 우리는 이제 한반도 화해협력과 평화체제를 향한 새로운 시대에 직면했다. 6·12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남북 공존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북한 악마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보통 국가로서 북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북 간 체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공존의 장을 넓혀 가는 지혜가 절실하다. 비핵화에 나서는 북한 지도부를 향해 ‘위장 평화쇼’로 폄하하는, 그런 시대착오적 인식으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oilman@seoul.co.kr
  • [오늘의 눈] 재판 개입·법관 사찰 의혹 청문회로 풀자/김동현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재판 개입·법관 사찰 의혹 청문회로 풀자/김동현 사회부 기자

    지난달 31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담화문을 내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활동 과정에서 드러난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담화문에는 국민에 대한 사과와 함께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담겼다. 하지만 의혹 관련 검찰 고발에 대해선 전국법관회의 등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옛말이 또 틀리지 않았다. 김 대법원장의 담화문에서 “조사 수단이나 권한 등의 제약으로 그 조사 결과에 일정한 한계가 있었고, 모든 의혹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고 한 것을 보면 사법부 스스로도 의혹 해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는 것 같다. 보통 제 머리를 못 깎으면 이발소나 미용실을 이용한다. 국민들은 그곳이 검찰이라고 보는 것 같다. 재판 흥정의 피해자로 추정되는 KTX 해고 승무원들이 요구한 것도 검찰 고발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사법부는 검찰 고발만은 피하고 싶은 표정이다.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가 공식 입장이지만, ‘어떻게 법원이 검찰 수사를 받느냐’는 정서적 거부감도 큰 이유다. 그래서일까 ‘어찌 됐든 법원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판사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검찰도 직권남용 혐의 적용에 대한 법리 논란이 있는 수사를 하겠다고 먼저 나서기를 꺼려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법 불신’이란 머리카락은 더욱 자라 사법부의 존립 근거를 뒤흔들 수도 있다. 결국 머리는 깎아야 한다. 검찰이라는 이발소가 싫다면 국회라는 미용실도 있다. 아니 오히려 국민들의 의혹 해소 측면에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불러 공개적으로 묻고 답하는 청문회가 내밀하게 진행되는 검찰 수사보다 나을 수 있다. 법원과 검찰이 걱정하는 법리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점은 보너스다. 사법부 독립 측면에서도 그렇다. 사법부의 독립이 국민들의 민주적 통제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출된 권력인 국회가 국민들을 대신해 사법부와 의혹 관련자들에게 질문을 한다고 해서 사법부 독립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김 대법원장은 취임하면서 ‘좋은 재판’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판을 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이제 재판을 어떻게 하느냐”는 현장 판사들의 푸념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선택할 때다. moses@seoul.co.kr
  • 김정은 ‘친서 외교’…백악관, 18년 만에 北최고위급 맞았다

    김정은 ‘친서 외교’…백악관, 18년 만에 北최고위급 맞았다

    트럼프, 제재 대상 김영철과 극적 회동 CVID·CVIG 맞교환 구체적으로 언급 워싱턴 정가, 6·12 회담 청신호 주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내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얼마나 구체적이고 성의 있는 ‘비핵화’ 방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지난달 24일 일방적으로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2일 예정대로 정상회담을 재개한다고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친서에 공감을 표시한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라면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친서 전달에 이은 북·미 양국 정상의 결단이라는 최종 관문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정가의 이목은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트럼프 정부가 갖고 있는 불신을 없애고, 미측의 눈높이에 맞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원칙 의지를 밝혔는지에 쏠려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친서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지난달 30~31일 북·미 뉴욕 고위급(김영철·폼페이오) 회담 등에서 구두로 밝힌 비핵화 의지를 보다 구체적인 ‘직접화법’으로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김 위원장에게 보낸 정상회담 취소 서한에서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내게 전화나 편지를 해 달라”고 했던 만큼, 김 위원장은 이번 친서에서 어떤 식으로든 ‘바뀐 마음’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 친서의 화답으로, 북한의 체제 보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CVID와 이에 맞교환 격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CVIG)에 대한 양측의 ‘사전 보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텍사스로 떠나는 길에 기자들에게 북·미 고위급회담을 언급하면서 “나는 그들이 금요일(1일) 워싱턴DC로 내려와 김 위원장이 보낸 편지를 전달할 것으로 안다”면서 “그것(편지)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편지 전달을 위해 아마도 워싱턴DC로 내려오게 될 것”이라며 김 부위원장의 전격 백악관 방문과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그동안 북·미 간 진행해 온 판문점·싱가포르 실무회담이 성과를 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미 기정사실로 된 북·미 정상회담이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 최고위급으로서는 18년 만인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은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종일 텍사스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오전이 돼서야 백악관으로 복귀한 데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전날 기자들에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한 ‘간접 배달’ 방식에 무게를 두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직접 대면이 이뤄질지를 둘러싸고 관측이 분분했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두 차례 방북 때 모두 김 위원장과 면담했던 만큼, 그에 상응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난다는 정치적 부담에도 전격 만남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엄청난 북·미 관계의 발전을 의미할 뿐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청신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스페인 라호이 총리, 부패로 실각... 새 총리에 ‘미남’ 산체스

    스페인 라호이 총리, 부패로 실각... 새 총리에 ‘미남’ 산체스

    스페인 하원이 1일(현지시간)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마리아노 라호이(63) 총리의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에따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46) 대표가 신임 총리를 맡게 됐다.AFP통신에 따르면 총 350석으로 이뤄진 스페인 하원은 이날 중도 우파 국민당의 라호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찬성 180표로 통과시켰다. 반대는 169표, 기권은 1표가 나왔다. 라호이 총리가 실각함에 따라 제1야당인 사회노동당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가 총리 자리를 이어받게 됐다. 스페인 헌법은 총리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결의안을 제출한 정당이 집권하도록 하고 있다. 1977년 스페인에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 후 총리가 불신임 투표를 통해 퇴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라호이는 지난해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 독립 움직임에 대해 유혈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헌법 조항을 동원해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직접통치라는 초강수를 두는 등 정치적 수완이 뛰어난 인물이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지만, 라호이의 강경책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같은 정치력을 지닌 라호이도 부패 스캔들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스페인 법원은 국민당이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모았다면서 29명의 전직 국민당 소속 각료 등 핵심당원들에게 최근 무더기 유죄판결을 내렸다. 국민당 인사들이 기업인 프란치스코 코레아에게 각종 공공계약 관련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불법자금과 뇌물을 받아 줄줄이 감옥에 간 이 사건은 스페인 역사상 최대 부패 스캔들로 꼽힌다. 라호이는 스페인 현직 총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 7월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라호이는 의회의 불신임 표결 전 자진 사퇴를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날 불신임이 가결되자 라호이는 새 총리 산체스에게 악수를 청한 뒤 6년간 재임한 스페인 총리직을 내려놓고 의원들의 박수 속에 의사당을 떠났다.국민당 정부의 실각을 주도해 성공한 산체스 신임 총리는 미남으로 유명하다. 정계에서의 별명도 ‘잘 생긴 페드로’다. 산체스는 이날 투표에 앞서 의원들을 대상으로 “오늘 우리는 스페인 민주주의 역사의 새로운 장에 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의 임명과 취임 허락 절차를 거친 뒤 정식으로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18년 전 처럼 ‘트럼프-김영철’ 북·미 공동코뮤니케 낼까?

    18년 전 처럼 ‘트럼프-김영철’ 북·미 공동코뮤니케 낼까?

    1일(현지시간)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회동에서 18년 전인 2000년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때처럼 ‘북·미 공동코뮤니케’와 같은 의미 있는 성과물이 나올지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한 군부 실력자 조명록은 2000년 10월 워싱턴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빌 클린턴 대통령을 예방하고 북·미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는 ‘북·미 공동 코뮤니케’를 발표했다. 공동발표문에는 “북·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취하고,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4자회담 등 여러 방도를 인정한다’는 획기적 합의가 담겼다. 이와 함께 적대관계 청산, 상호 불신 해소와 신뢰 구축, 자주권에 대한 상호 존중과 내정불간섭 원칙, 경제교류 협력, 미사일 문제 해결 등이 포함됐다. 이 합의는 이후 북·미 관계 개선의 이정표가 됐다. 조명록의 방미 일정이 끝난 지 불과 열흘 만에 올브라이트 장관은 평양을 방문해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성사됐다면 북·미 정상의 첫 만남으로 기록됐을 회담이었다. 북·미 정상회담을 시작하기도 전에 조명록이 클린턴과 이런 합의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북·미 간 사전 협의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비롯해 양국관계를 가로막았던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뒤였기 때문이다. 1994년 북·미는 북핵 시설 동결과 대북 경수로 지원을 맞바꾸는 제네바 합의를 체결했다. 1999년에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유사한 미국의 대북정책 로드맵 ‘페리 프로세스’가 나왔다. 그해 9월 베를린에서 열린 북·미 미사일 협상에선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와 ‘대북 경제제재 해제’에 합의했다. 북·미간 최대 현안인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가닥이 잡히면서 북·미 관계 개선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관계개선의 피날레를 장식할 북·미 정상회담을 열려면 이미 공감을 이룬 문제에도 확실한 도장을 찍어둘 필요가 있었다. 북·미 공동 코뮤니케는 북·미 정상회담의 확실한 성공을 위해 양측이 만들어낸 일종의 ‘징검다리’였다. 그러나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만남에선 북·미 공동코뮤니케와 같은 합의문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18년 전 북·미 공동코뮤니케가 발표될 당시는 북·미 정상회담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대북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뒤에야 북·미는 정상회담에 전격 합의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김영철이 들고 갔고, 북·미 정상회담이 조만간 이뤄지는 상황에서 굳이 코뮤니케를 발표할 필요는 없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때 합의문을 내면서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간적 여유도 없다. 미국의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뒤늦게 실무협의가 진행돼 공동코뮤니케를 발표할 만큼 완벽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김영철 부위원장과 회담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제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언급했다. 뉴욕 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핵심 사안에 대한 논의는 미처 매듭짓지 못해 이에 대한 김 위원장의 결심을 요구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합의문을 내기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의견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북·미 정상회담이 얼마 안 남았는데, 코뮤니케를 발표해버리면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가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길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북·미 합의 내용의 윤곽을 먼저 밝혀 김빠지는 상황을 만들진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北 리선권이 손석희 jtbc 사장 칭찬한 이유

    北 리선권이 손석희 jtbc 사장 칭찬한 이유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측 단장을 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달 16일 남북고위급 회담을 연기한 조치에 대해 국내 취재진이 질문하자 불쾌감을 드러냈다. 리 위원장은 질문을 한 기자가 jtbc 소속이라고 밝히자 “손석희 선생은 잘하는 거 같은데…”라고 손석희 jtbc 사장을 언급하며 국내 언론 동향을 주시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리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북측 대표단과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향하다 남측 취재진을 만났다. 리 위원장은 북측이 고위급회담 연기 이유로 내세웠던 ‘엄중한 사태’가 해결이 됐다고 보느냐는 남측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잠시 침묵하던 리 위원장은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질문이 진행되(어야 하)고 뭔가 불신을 조장시키고 오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하면 되지 않겠다고”라며 질문한 기자에게 불쑥 소속을 물었다. “jtbc”라는 답변에 리 위원장은 “손석희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라며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 위원장은 또 “엄중한 사태가 어디서 조성된 걸 뻔히 알면서 나한테 해소됐냐 물어보면 되느냐”라며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게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북남수뇌 상봉도 열리고 판문점 선언도 채택된 이 마당에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이 예정된 지난달 16일 새벽 일방적으로 회담을 연기한 바 있다. 이어 다음날인 17일 리 위원장이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 위원장은 이날 고위급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남측 취재진 질문에는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서 회담을 하려고 왔는데 어떻게 될 것인지 뻔하지 않나”라며 “아주 잘 될 게 분명하다. 기자 선생들은 잘 안되길 바라오?”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판문점 통일각에서 진행돼온 북미 간 실무회담에 대해서는 “저하고 상관없는 일”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싱가포르에 날아가서 질문하소. 여긴 판문점이라고”라고만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뉴욕 북·미 고위급회담, 세부사항 최대 합의하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과 판문점, 싱가포르 등에서 사전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돼 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측 실무회담 협상팀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북한측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어제 판문점에서 4시간 넘게 비핵화와 체제보장 방안 등을 집중 조율했다. 또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오늘 뉴욕에 도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는다. 여기에다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의 싱가포르 협상이 밀도 높게 전개돼 어느 때보다 6·12 북·미 회담의 전망이 핑크빛이다. 이런 기대를 뒷받침하듯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중인 북·미 간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으며, 확실한 진전 신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뒤 “북·미 정상회담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같은 날 “폼페이오 장관이 내일(30일) 뉴욕으로 떠나며, 목요일(31일)에 돌아올 것으로 안다”며 브리핑 중에 ‘회담들’(meetings)이라는 복수형을 사용, 이틀간 연쇄 회담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 며칠 사이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흐름을 종합하면 북미는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풀지 못하는 민감한 쟁점들을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회담에서 최종적으로 이견을 좁힐 것으로 보인다.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폼페이오 장관이 30일 김 부위원장을 만난 뒤 워싱턴으로 복귀하는 오늘 오전에 한 차례 더 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 이 고위급 회담의 성과에 따라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면 김 부위원장은 2000년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 부위원장 이후 18년 만에 백악관을 방문하는 북한 고위급 인사가 된다. 다만 북한이 난데없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하는 행태가 간신히 살려 놓은 6·12 북ㆍ미 정상회담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된다. 이 같은 발언은 북의 어깃장으로 비핵화 진정성만 의심받게 된다. 어느 때보다도 북한의 진중함이 필요할 때다. 실제 미국의 소리(VOA) 방송 설문조사에서 응답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0명 모두가 북ㆍ미 협상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으리라고 내다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 정계의 불신은 싱가포르 회담이 성사되는 그 순간까지 위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미는 고위급 회담과 실무회담 등에서 현재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최대한의 세부적 방안까지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북·미 두 정상이 만나 핵 폐기와 체제보장의 구체적 단계와 이행 시간표, 최소한의 검증 원칙 등 핵심 쟁점에 대한 ‘빅딜’을 이룰 수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