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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남북 정상회담, 核 성의 있는 조치가 먼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예상대로 ‘3차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내밀었다. 성사되면 11년 만의 회담이고 남북 관계 개선의 발판이 마련된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비핵화 입구가 될 수 있다. 환영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남북 대화에 부정적이던 북한은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를 계기로 대남 평화공세로 돌아섰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공언하고 대규모 예술단, 응원단을 파견했다. 김정은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행정 수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특사와 대표로 파견됐다. 김정은 제안의 배경은 여러 갈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시각각 조여 오는 대북 제재를 완화해 숨통을 트겠다는 측면이다. 대북 제재는 응원단을 태운 만경봉 92호의 남한 입경, 최휘 국가체육위원장의 방남 등에서 완화의 싹을 보였다. 남한을 고리로 국제사회의 제재 균열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굳센 공조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계산처럼 남북 대화 진전이 제재 완화를 보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속셈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또한 북한 예술단, 응원단을 보는 남쪽 국민들의 냉정한 태도를 잘 봤을 것이다. 제재 완화 술책을 부리거나 평창 참가 청구서를 들이밀다가는 남한 국민의 동의조차 얻기 어렵다. 2000년, 2007년 1, 2차 남북 정상회담 때와는 다르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에 핵·미사일의 고도화란 잘못된 길을 걸어온 북한이다. 미국의 대북 불신처럼 남한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불신감이 퍼져 있다. 무조건적인 ‘우리 민족끼리’가 통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4월이면 한·미 군사훈련이 재개된다. 북한은 대북 공격 연습이라며 중단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지 않는 한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긴 어렵다. 북한이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는 길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문 대통령이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는 언급도 북한이 만들 ‘여건’을 뜻한다. 우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목표는 비핵화다.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 없다고 공언하는 김정은이지만 핵을 가지려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구체화돼 있다.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과 동석할 예정이었던 8일의 리셉션장에서 악수조차 하지 않고 조기 퇴장한 것은 미국의 강경한 대북 입장을 드러낸 행동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운전자론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려다 미국과의 공조에 균열을 일으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한다. 거듭 촉구하지만 북한은 최소한 핵·미사일 발사 동결에 버금가는 조치를 국제사회에 선언하지 않고서는 남북 정상회담에 이르는 길을 열기 어렵다는 점, 되새기기 바란다.
  • ‘학종 선발 ’ 지역차 증가세… 비율 제한론 불붙나

    학생 적성이나 독서·동아리 활동 등 비교과 능력 중심으로 뽑는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 증폭된 가운데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학종 선발 비율 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주요 대학의 학종 선발 비율을 제한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오는 8월까지 대입제도 개선안을 내놔야 하는 교육당국과 대학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교육부가 대학정보공시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7학년도 입학전형 당시 수도권 대학은 전체 모집인원(13만 6505명) 중 26.5%를 학종 전형으로 뽑았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모집인원(22만 7083명)의 17.7%만 같은 전형으로 선발해 수도권 대학과 8.8% 포인트 차이가 났다.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학종 모집 비율 격차가 각각 7.6% 포인트, 8.2% 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년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수도권 대학의 학종 선호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고3이 치르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는 격차가 10% 포인트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주요 15개 대학은 2018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신입생의 43.3%를 학종으로 뽑았는데 올해는 그 비율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대학이 학종 선발 비중을 높이는 건 대학이 비교적 자유롭게 학생을 평가·선발할 수 있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교육부가 정시보다 수시 전형으로 선발하도록 유도했다”면서 “대학 입장에서 보면 수시 중 교과 전형은 (내신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한)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하고, 논술은 문제 출제 등에 제재가 많아 학종 비율을 높여온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입학처장은 “학종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취업률, 학과에 대한 충성도 등에서 다른 전형 입학생보다 못할 게 없었다”면서 “모든 대학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종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학종은 수능이나 내신 성적표로는 확인할 수 없는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해 대학들이 다양한 재능을 가진 신입생을 선발하고, 고교 수업도 정상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대입 합격과 불합격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 사교육 도움을 받는 부유층 자녀에게 유리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 왔다. 임 대표는 “정시의 문이 너무 좁기 때문에 학종에 탈락하면 재수를 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면서 “정시모집 비율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학생부 간소화” “전형 줄여라”… 여전한 학종 갈등

    “학생부 간소화” “전형 줄여라”… 여전한 학종 갈등

    ‘슬림해지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입시 불신의 중심에 선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구할 수 있을까.’교육당국이 간소화를 추진해 온 새로운 학생부가 틀을 드러냈다. 내년 고교 신입생부터 적용될 이 학생부는 현재보다 기재 항목이 30% 정도 줄어든다. 사교육 도움을 받는 ‘금수저’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비판을 받아 온 일부 항목이 빠진다. 교육부가 고심해서 만든 안이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8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현재 10개인 학생부 기재 항목 중 3개가 빠지거나 합쳐지고 일부 소항목도 제외된다. 제외 검토 중인 항목은 진로 희망과 수상 경력이다. 인적과 학적 사항을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진로 희망 항목에는 학생이 바라는 직업이나 분야를 쓴다. 희망 진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데 학생부에 한 번 기록하면 정정하기 어렵고, 가정 형편에 따라 희망 직업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수상 경력 항목에는 교내 입상 실적을 쓰는데 학교별로 경시대회 수가 크게 차이나고, 일부 학생에게만 상을 몰아준다는 비판이 있었다. 다만 수상 경력을 학생부에 적지 못하게 하면 학생들의 학습 동기 부여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항목 삭제 여부는 확정하지 못했다. 창의적 체험 활동의 세부 항목인 ‘자율 동아리 활동’과 ‘소논문 작성 활동’은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직 입학사정관 얘기를 들어보면 소논문과 자율 동아리 활동은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교과 학습 발달 사항을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학원 등이 그 효용을 부풀려 고액 컨설팅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생부 간소화만으로는 학종의 불신을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최근 “서울 15개 주요 대학이 학종으로 뽑는 학생 비율을 전체 신입생의 3분의1로 막자”고 교육부에 의견을 낸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다. 교육부가 이날 서울교대에서 개최한 ‘제3차 대입정책포럼’에서도 “학종 신뢰도를 끌어올릴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제안이 나왔다. 올해 학종 전형으로 교원대에 합격한 대전성모여고 박혜린양은 “각 대학이 공개한 학종 서류평가 기준은 추상적이어서 구체적 기준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2 자녀를 둔 박귀옥씨는 “(중간·기말고사에서) 한 번 실수가 학생부에 영향을 미치므로 1학년의 결과가 아이의 목표를 결정해 버리는 것 같다”며 “학종 전형과 정시 전형의 비율을 적절하게 개선하고, 학교에서 다양한 학종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창영 휘문고 교사는 “학종은 준비된 학생만 좋은 평가를 받는 전형이기에 학교도 전 영역이 우수한 학생 만들기에 매진한다”면서 “대학별 고사를 통해 (내신) 2.5등급 이하 학생들도 재평가받을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행사는 단출했지만… 北 ICBM급 화성 14ㆍ15형 실물 공개

    행사는 단출했지만… 北 ICBM급 화성 14ㆍ15형 실물 공개

    북한이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실시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은 내부용으로 지난해 대비 규모가 크게 축소됐지만, 보여 줄 건 다 보여 준 행사였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과 화성15형 실물을 공개했다. 지난해 4월 15일 실시된 김일성 105주년 생일(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는 두 ICBM의 발사관만 공개했지만 이후 두 차례씩의 시험발사로 성능을 검증하자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열병식에서는 이 밖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과 군사분계선(MDL)에서 쏘면 계룡대까지 사정권인 300㎜ 방사포 등 대미 전략자산과 대남 위협무기 등을 모두 보여 줬다.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로키’(low-key)로 평가된다. 우선 행사 시간이 대폭 줄었다. 열병식은 이날 오전 11시 30분(북한시간 11시)부터 1시간 40분여 진행됐다. 2시간 50여분간 진행된 지난해 열병식보다 1시간 이상 줄어든 것이다. 2월 열병식은 북한으로서도 처음이라 강추위를 의식한 시간 단축으로도 볼 수 있다. 동원 장병 및 주민들 입에서는 쉴 새 없이 짙은 입김이 나왔고, 주석단에 자리잡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열병식을 관람했다.김정은 연설도 ‘내부’에 집중했다. ‘핵단추’ 등 미국을 자극할 만한 표현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김정은은 대신 “세계적인 군사강국으로 발전된 강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상을 과시하게 됐다”는 등 건군절 의미 등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외신과 외빈들을 대거 초청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문을 걸어잠근 채 내부 행사로만 치른 점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또 이례적으로 생중계가 아닌 편집녹화분을 6시간 만에 방영했다. 북한이 이처럼 로키로 방향을 잡은 것은 김정은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평창동계올림픽 고위급 대표로 파견하는 등 북한이 취하는 대대적인 평화 공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전 세계 이목이 열병식에 쏠리면 자신들의 평화 제스처라든가 진정성 자체가 불신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등을 통해 북·미 관계 개선, 나아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까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북한으로서는 대대적인 열병식으로 미국을 자극하는 것에 부담을 가졌을 수도 있다.군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미 전략폭격기가 원산 인근까지 비행했을 때 북한 지도층 내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면서 “북한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 가시화되는 것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부인인 리설주가 열병식에 처음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조선중앙TV 아나운서는 ‘리설주 여사’라고 호칭했다. 주석단의 변화도 눈에 띈다. 최근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김정각이 김정은 오른쪽 옆자리를 차지한 채 사회를 봤다. 원래 황병서가 지켰던 자리다. 황병서는 현재 사상교육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리설주와 9일 방남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은 별도로 마련된 특별석에 자리잡았다. 김여정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석단 뒤에서 긴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또다시 포착됐다. 최근 6년간 실시된 북한의 열병식은 2012년 4월 15일 태양절 100주년, 2013년 7월 27일 전승절 60주년과 같은 해 9월 9일 정권수립 65주년,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그리고 지난해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에 이어 이번 건군절 70주년까지 6차례나 된다. 주요 기념일이 많아 5년, 10년 등 이른바 ‘꺾어지는 해’가 매년 돌아오고 있어 열병식 또한 거의 매년 하고 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신을 불신하는 남자와 그를 구원하려는 수녀…‘원죄’ 예고편

    신을 불신하는 남자와 그를 구원하려는 수녀…‘원죄’ 예고편

    종교 드라마 ‘원죄’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40년 전 정결과 순명, 청빈의 삶을 살기로 종신서원(일생을 마칠 때까지 하느님에게 자신을 바치기로 서원하는 일)을 한 ‘에스더’는 첫 부임지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선천성 소아마비 ‘상문’과 마주한다. 미군에게 몸을 팔던 상문의 아내는 간질병까지 앓는 어린 딸을 버리고 흑인과 살기 위해 집을 떠난다. 세상을 비관하며 자학하던 상문은 어느 날, 종신수녀 에스더를 보는 순간 묘한 감정을 느낀다. 이후 그는 에스더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하나님을 원망하는 그의 뒤틀린 감정이 하나님을 섬기는 수녀를 저주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예고편에는 수녀 에스더와 상문, 그의 중학생 딸 혜정의 만남과 갈등이 담겨 있다. 특히 수녀 에스더의 방에 몰래 숨어들어 간 상문의 모습은 종교적 화두와 논란을 일으킬 결말을 예고한다. 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온 김산옥, 백승철, 이현주 등이 출연한 영화 ‘원죄’는 오는 3월 개봉 예정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102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사설] ‘학종’ 축소 제언, 교육부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어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불신의 벽이 높은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대수술하자고 교육부에 제안했다. 서울대를 비롯해 주요 15개 대학의 수시 학종 비율을 학교별 모집 정원의 3분의1로 제한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학종을 ‘금수저 깜깜이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다수 여론은 조 교육감의 제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동시에 어리둥절한 것도 사실이다. 진보 교육 진영에서 학종 축소를 공식 거론한 일은 처음이다. 그것도 진보 교육 정책의 선봉인 조 교육감이 직접 나섰다. 학종은 내신과 비교과 활동을 두루 반영해 학생을 선발하는 대입의 수시 전형이다. 서울의 주요 15개 대학은 올해 이 전형으로 입학생의 43.3%를 뽑았다. 서울대는 80% 가까이 학종으로 선발하며, 대학들의 학종 반영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학종의 불공정 논란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동아리·봉사·독서 활동 등 비교과 활동은 학교장의 의욕과 교사의 자질에 따라 성패가 크게 좌우된다. 학생부 관리 전반에 부모의 관심과 경제력이 적잖이 영향을 미치는 것도 현실이다. 불공정 시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입 제도는 어떻게든 개선돼야 한다. 조 교육감이 제시한 방안에 주목할 대목은 적지 않다. 말썽 많은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를 폐지하거나 개선하고, 자율동아리 반영 비율을 축소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자는 발상은 환영할 만하다. 취지만 훌륭할 뿐 온갖 눈속임과 편법이 무성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 평가 장치라면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누가 무슨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는지 대학마다 오리무중인 현행 입학사정관제도 또한 개선돼야 한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공입학사정관’을 각 대학에 파견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입학사정관의 자질은 반드시 점검해야 할 작업이다. 지난해 어느 야당 의원의 조사에서는 학부모의 77.6%가 학종을 불신한다고 답했다. 75%는 상류층에 유리한 입시 전형이라고 봤다. 조 교육감의 전격적인 제언에 “교육감 선거를 앞둔 인기몰이용”이라는 의심이 없지 않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한창 고민 중이다. 조 교육감의 진짜 의중이 무엇이었든 교육부는 귀를 열어야 한다. 학종 축소 요구가 교육 현장의 대세라는 사실을 무겁게 돌아보길 바란다.
  • ‘불사조 ’ 주마 남아공 대통령 9번째 퇴진 위기도 넘길까

    ‘불사조 ’ 주마 남아공 대통령 9번째 퇴진 위기도 넘길까

    8차례 의회 불신임 투표서 살아남으며 ‘불사조’로 불린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또 한 번 퇴진 위기를 맞았다.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남아공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5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고 오는 7일 전국 집행위원회에서 주마 대통령의 조기사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전국집행위는 86명으로 구성된 당내 최고위 기구다. 대통령을 포함한 당원을 강제로 국가 직책에서 퇴진하게 할 권한이 있다. 앞서 ANC의 최고위 인사 6명은 전날 주마 대통령을 만나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부통령이자 신임 ANC 대표인 시릴 라마포사를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주마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고, 예정대로 오는 8일 국정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무기 사업권을 둘러싼 금품수수 정황, 친구의 딸 성폭행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인도계 유력 재벌가 굽타 일가와 연루된 부패 추문이 터져 ANC 대표에서 밀려났다. 이제 와서 ANC가 주마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노린 포석으로 풀이된다. 남아공의 실업, 주택·교육난,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가 심화하면서 ANC의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만약 ANC가 주마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까지 떠안으면 총선에서 승리할 확률은 더 희박해진다. 가디언은 현재 주마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당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전국집행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주마 대통령은 2009년 집권해 한 차례 연임했다. 임기는 내년 6월까지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자치법규 10만건… 매년 5% 이상 는다

    자치법규 10만건… 매년 5% 이상 는다

    1995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20여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가 연평균 5% 이상 증가했다. 또 최근에는 주민이 직접 발의한 조례 청구건수도 급증했다. 이 추세가 지방의 자체 역량강화와 맞물려 지방분권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행정안전부는 5일 각 지자체의 자치법규가 지난해 말 기준 9만 9795건이라고 밝혔다. 조례가 7만 5708건, 규칙 2만 4087건이다. 민선 자치가 시작된 1995년 4만 9701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아졌다. 전국 17개 시·도 자치법규 평균은 653건이었고 시·군·구 평균은 391건이었다. 시·도 가운데 조례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735건)였고 규칙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220건)이었다. 시·군·구 중에선 조례는 경남 창원시(483건)가, 규칙은 경기 성남시(162건)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제정된 자치법규는 6027건이었다. 개정(2만 1631건)과 폐지(1220건)까지 합쳐 제정·정비된 자치법규가 총 2만 8878건으로 전체 법규의 28.9%다. 이는 중앙·지자체가 합동으로 부적합한 자치법규 손질을 추진한 결과다. 부적합한 법규로는 상위법령 개정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 법령상 근거가 없는 규제, 유명무실한 조례 등이다. 지난해 시·군·구에선 제·개정 및 폐지된 조례의 79.3%를 자치단체장이 발의했다. 시·도에선 지방의회 의원 발의가 59.8%로 더 많았던 것과 대비된다. 시·도와 시·군·구 모두 전년대비 의원 발의 비율이 다소 높아졌다. 지난해 주민 발의 조례 청구건수가 16건이다. 이전 5년간 연평균 5.6건으로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지난해 지자체 현안 중심으로 주민조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청년 월세, 교육, 안전, 학교급식비 지원 등 실생활과 관련된 부분에서 주민 조례 청구가 많았다. 윤종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자치법규의 품질 향상을 위해 불합리한 법규를 발굴·정비, 행정 불신을 없애겠다”며 “지자체 공무원의 자치입법 역량을 높이는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교육부, 과잉경쟁 부르는 자율 동아리 학생부서 제외 검토

    대입 수시 전형 때 핵심자료로 활용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활동하는 자율 동아리 관련 내용을 적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부모가 개입해 이력을 만들어준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생부 신뢰도 제고를 위해 자율 동아리 활동을 기재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학생부를 자료 삼아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입시 불신을 낳는 핵심 전형으로 지목받자 교육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생부 기재 항목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현재 학생부의 10개 기재항목 중 2~3개를 없애 7~8개로 줄이는 안을 추진 중이다. 현행 학생부 항목 중 하나인 ‘창의적 체험활동’에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을 기록한다. 이 중 동아리활동에는 창의적 체험활동 동아리(학교가 교육과정의 하나로 운영)와 자율 동아리(학생들이 직접 꾸려서 운영) 활동을 기록한다. 자율 동아리는 학생들이 계획서를 직접 쓰고, 회원을 모은 뒤 지도교사까지 섭외해 운영한다. 이때 학생 간 과잉 경쟁이 벌어지고, 학부모나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실제 동아리 지도교사 섭외를 두고 학생·학부모들이 과도하게 신경쓰거나 학원가에서 동아리 계획서 작성 특강이나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또 학생부 인적사항에 부모 성명과 생년월일, 가족 변동사항을 기재하지 않는 방안과 학생부 항목별 글자 수를 제한하는 안 등도 검토 중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공무원 대나무 숲] ‘패싱’할 용기

    미국 철학자 랠프 에머슨은 ‘불신은 대단히 비싼 대가를 치른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사람을 신뢰할 때 그들도 나를 진심으로 대해 주고, 상대방을 최고로 생각하면 그들도 나에게 최고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신뢰는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다. 효율적 업무수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며 그것은 높은 업무성과로 직결된다. 서로 간 신뢰도가 낮은 조직에서 업무에 대한 최고 노력과 구성원 간 협력에 힘 쏟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조직에서 구성원 간 신뢰는 소통이 잘 이뤄지는 건강한 조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 국정과제 수행이 업무라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새 정부와 ‘늘공’(‘늘 공무원’의 약자. 공무원시험을 거친 직업 공무원을 지칭)들 사이의 신뢰도는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 늘공들을 신뢰하지 않으면 국정철학의 공유나 정책 추진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에게 국정과제 추진은 조직의 미션과 전략 수행이며 업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추진은 공무원들에게 불가피한 일(업무)이었다. 누구든 상사의 바람직하지 않은 지시를 거부할 용기(?) 또한 쉽지 않다. 지난 정권의 일부 정책과 관련된 공무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국가를 위기에 빠트릴 만한 비위를 가진 간 큰 공무원들이 얼마나 있을까. 최근 늘공들 사이에선 불편한 업무지시가 떨어지면 휴직을 내는 것이 상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오간다. # 소통과 소신만이 신뢰 회복의 길 이런 것들이 점점 공무원들을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행정적 절차상 문제점이 없다면 늘공들을 조사하고 불신할 이유도 없다. 공무원이라는 단어에 깔린 불신이 늘공 개개인이 가진 능력과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 새 정부에 갖는 국민의 기대와 대통령의 국정운영 취지가 변색되지 않도록 부패와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 새로운 미래와 역사를 창조해 나가길 바란다. 이제는 공무원들도 움츠리지 말고 직언과 소신을 가져야 한다. 잘못된 관행으로 굽은 곳은 스스로 펴 다시 굽혀지지 않게 하고, 막힌 곳은 뚫어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갈 때이다. 서로 불필요한 불신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국정과제 추진에 매진했으면 좋겠다. 공무원 스스로가 본인을 곧게 만들어 청와대, 장관의 옳지 않은 지시도 패싱할 용기가 필요하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
  • [특파원 칼럼] 한·중·일 삼각관계 속의 한국/이석우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중·일 삼각관계 속의 한국/이석우 도쿄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바람대로 올봄 도쿄에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가능하게 될 분위기다. 2012년 이후 냉랭했던 중·일 관계가 해빙 기조 속으로 들어서면서 2015년 이후 열리지 않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고리도 풀리는 형국이다.일본의 고노 다로 외무상은 지난달 28일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나 양국 관계 개선 및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기 개최를 요청하고 그 자리에서 화답을 들었다. 일본 외무상의 중국 방문은 1년 9개월 만이었다. 해마다 열기로 했던 3국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았던 것은 중·일 관계 악화 속에 이에 응하지 않았던 중국 탓이 컸던 만큼 회의 개최는 시기 선정만 남은 셈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등의 와중에 중국은 일본을 외면하며 “벌이라도 주겠다”는 듯 불편한 관계를 지속시켜 왔다. 그러던 두 나라가 정상들의 상호 수시 방문을 언급할 정도까지 됐다. 한·일보다 중·일 간 셔틀 외교가 먼저 복원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경색됐던 한·일 관계도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참석 및 오는 9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전기를 앞두고 있기는 하다. 때맞춰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지난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월 후쿠오카나 야마구치로 가서 아베 총리와 새로운 선언(한·일 신공동선언)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운을 떼었다. 올가을 일본에서 양자 정상회담 개최 및 ‘신공동선언’ 구상과 추진 의사를 풀어놓은 셈이다. 그의 제안처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일자리 교류부터 제4차 산업혁명까지 일본과의 협력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인구 1억 2600만명의 세계 세 번째 경제대국과의 전략적 관계 구축은 성장동력이 약화된 우리에게 새로운 추동력 발굴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양자협력 관계를 넘어 인도 및 동남아·서남아 국가들과의 전략관계 구축 등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갈 수 있는 교두보이자 ‘히든카드’로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다. 한·중·일 삼각관계의 구도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도 커졌지만, 역사 문제를 둘러싼 티격태격은 일본의 친한파들조차 한국을 외면하게 하는 등 거리를 더 벌리고 있다. ‘한·일 신공동선언’ 등 김 보좌관의 제안에 대한 일본 반응이 시큰둥한 것도 최근 더 심해진 한국 불신과 무관치 않다. 평창에 가는 아베 총리는 ‘빚 받으러 가는 빚쟁이’의 모습으로 일본 내에서 부각되고 있다. “위안부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 놓은 듯한 느낌까지 든다. 한·일 관계가 과거에 발목이 잡혀 수렁으로 빠져든 사이 지난 20여년 동안 경제적·외교적 활력이 돼 왔던 대중 관계는 우리를 정치·경제적 리스크의 지뢰밭으로 내몰고 있다. 물살을 타는 중·일 관계 정상화 움직임은 한·일 및 한·중 관계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조바심마저 들게 한다. 두 나라의 접근이 자칫 우리의 활동 영역을 제약하고, ‘한국 제쳐 놓기’ 등 외교적 배제 현상을 부채질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은 감정과 오기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다가오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양자 및 다자 관계의 숨가쁜 줄타기 속에서 생존 영역을 확보해 가야만 하는 우리 처지를 돌아보게 한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 것인가. 보고 싶지 않은 현실도 직시하는, 균형적 사고와 전략적 대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jun88@seoul.co.kr
  • 홍준표 “배신자 집단”…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미래당’ 견제

    홍준표 “배신자 집단”…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미래당’ 견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배신자 집단”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신당인 미래당을 비난했다.자유한국당은 4일 양당 통합에 공식 논평을 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배신자 집단’이라는 거친 표현을 쏟아내며 미래당 출범을 평가절하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에서 내부 총질을 하다가 떨어져 나간 사람이 자유한국당에서 내부 총질만 하다가 떨어져 나간 사람과 합쳐 본들 그 당은 ‘내부 총질 전문당’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배신자 집단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홍준표 대표는 “우리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배신자다. 한번 배신은 두번 배신을 불러오고, 종국에 가서는 정치 불신의 근원이 된다”면서 “더 이상 이 땅에 ‘배신의 정치’가 ‘개혁’으로 포장돼 국민을 현혹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에 있었다가 자유한국당에 복당한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바른정당 합당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표현하면서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장제원 대변인은 “왜 정체성도 모호하고 이념도 모호한 국민의당과 함께 하려고 하는가”라면서 “왜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정당 인수합병(M&A)만 하고 다니는 안철수 대표와 함께하려고 하는가”라고 평했다. 이어 “지지고 볶더라도 한국당과 함께 채우고 바꾸며 우리가 꾸던 보수의 꿈을 실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정병국·오신환·정운천·지상욱 등 의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국민은 ‘주홍글씨’의 대상이 아니다/장세훈 경제정책부 차장

    [데스크 시각] 국민은 ‘주홍글씨’의 대상이 아니다/장세훈 경제정책부 차장

    ‘성장통이 될까, 관절염이 될까.’ 경제 정책을 바라보는 가장 큰 궁금증이다. 정부가 내세운 정책 취지대로라면 성장통을 겪는 과정일 텐데 정작 경제주체들이 내놓는 반응을 살피면 관절염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복기해 보자. 문재인 정부의 취임 일성은 일자리 창출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 내놓은 ‘업무지시 1호’가 일자리위원회 구성이다. 뒤이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 돈이 시장에 채 풀리기도 전에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부자 증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극화 해소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그러나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추경과 증세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 적용할 최저임금을 지난해보다 16.4% 올리기로 결정했다.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증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우리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책임지는 중소기업, 전체 취업자의 25%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부가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의 명단 공개를 추진하면서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리는 상황에서도 일자리안정자금에 대한 신청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6개월여의 사전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정부가 ‘을(乙)의 보이콧’과 같은 부작용에 대해 대비가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가상화폐 문제도 정부 정책이 시장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에 육박하고 거래소 서버가 다운돼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질 때까지 가상화폐는 사실상 ‘제도권 밖 세상’에 머물렀다. 손 놓고 있던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대책은 거래소 폐쇄라는 설익은 카드였다. 정부의 말 한마디는 투자자 전체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시켰다. 이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갈지(之)자’ 규제 행보는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 정책 불신만 키우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8·2 대책을 필두로 지금까지 7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집값은 시쳇말로 자고 일어나면 치솟고 있다. 정부는 대출 강화부터 보유세 인상에 이르기까지 ‘두더지 잡기’ 식으로 규제를 쏟아내고 있다. 실수요자와 투기세력, 강남권과 비강남권 중 누가, 어느 지역이 더 큰 부담을 느낄지에 대한 고민은 뒤로 밀린 모양새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 못지않게 자산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것도 좋지 않은 신호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경제 전반에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좋은 일자리(정규직)와 나쁜 일자리(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등의 편 가르기에 기반한 정책이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이분법 경제’다. 물론 취지가 좋거나 명분이 큰 정책을 추진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정책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특정 국민이나 기업에 ‘주홍글씨’부터 씌워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은 효과와 부작용, 수혜층과 소외층이 있기 마련이다. 편부터 가르는 게 정치 속성이라면 편을 가르면 퇴보하는 게 경제의 원리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부작용과 소외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명실상부한 일류 정부가 된다. 이를 제대로 못하면 삼류 정부에 불과하다. ‘통쾌한’ 정책보다 ‘보듬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고민돼야 하는 이유다. shjang@seoul.co.kr
  • 민간위원·성범죄 전문 여검사 등 조사단 꾸려

    민간위원·성범죄 전문 여검사 등 조사단 꾸려

    “수사 단계별 외부서 점검 시스템” 전·현직 장차관 소환 가능성 고려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 단장인 조희진(56·사법연수원 19기) 서울동부지검장은 1일 “진상조사단 출범을 통해 검찰 조직 문화가 남녀 할 것 없이 평등하게 일할 수 있게 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서지현(45·33기)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지난달 31일 꾸려졌다.조 단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 검사가 마음속으로 품어 오며 힘들었을 것이다. 고통이 있는 상태에서 일해 온 것”이라면서 “검찰 조직에 남성이 많고 업무도 오픈돼 있지 않고 서로 개인적인 얘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남녀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녀가) 서로 불신의 시선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면서 “사실을 근거로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도 자신의 피해에 대해 확실히 입증됐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단장은 조사가 검찰의 봐주기식 ‘셀프 조사’로 흐를 것이란 우려에 대해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조언을 듣는 방식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건의했다”면서 “국민이 의혹을 품지 않도록 수사 단계마다 외부에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단장은 자신이 과거 ‘안태근 전 검사는 못 건드린다’고 발언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해당 언론 기자에게 아니라고 했는데도 그렇게 보도하니 할 말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조사단은 조사 과정에서 조사자의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기소까지 도맡아 하기로 했다. 진상조사단은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 여성 검사 위주로 꾸려졌다. 조 단장을 비롯해 여성 검사가 5명, 남자 검사가 1명 참여한다. 수사관까지 포함하면 조사단 규모는 10명 안팎이 될 예정이다. 부단장은 박현주(47·31기) 수원지검 부장검사가, 공보업무는 장소영(49·33기) 부산지검 검사가 맡는다. 조 단장은 검찰 내에서 각종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을 꿰찬 여성 검사들의 ‘멘토’로 꼽힌다. 박 부단장은 성폭력 사건 분야 첫 1급 공인전문검사(블랙벨트) 인증을 받은 베테랑 검사다. 공보 담당인 장 검사는 제일기획 광고기획자 출신으로 학교폭력 사건에서 많은 실적을 쌓았다. 진상조사단은 2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활동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김균미 칼럼] 공무원을 춤추게 하라

    [김균미 칼럼] 공무원을 춤추게 하라

    요즘처럼 공무원 하기 힘든 때도 없었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뀔 때면 어김없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지만, 이번에는 심지어 적폐 대상으로까지 몰려 어디 가서 공무원 명함 내밀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부모님이 공무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아이들이 쭈뼛거리기라도 하면 큰 죄인이 된 것 같다는 이도 있다.소신도 철학도 없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판이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근래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남 탓하기 앞서 먼저 자성이 필요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연일 고위 공직자들을 질타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으면, 오죽 공직사회가 움직이지 않았으면 저럴까 싶어 공감이 간다. 지난해 8월 취임 후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 6개월 만에 공무원의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을 정색하고 비판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청했을 만큼 일자리 문제 해결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았는데도 청년실업률을 비롯해 고용지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정부 각 부처에 그런 (청년일자리 해결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그런 의지를 공유하는지 의문”이라고 장관들을 질타했다. 이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공무원이 혁신 주체가 되지 못하면 혁신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공직사회에 직접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장·차관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문 대통령의 각료들에 대한 발언 수위가 강경해진 것은 구상대로 국정이 운영되지 않고 있어 직접 공직사회 기장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에 대한 대통령의 불신은 공무원들이 자초한 측면이 많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내놓는 정책마다 엇박자에,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대충 꼽아도 가상화폐와 유치원 영어교육 폐지, 재건축 연한 연장 등을 둘러싼 부처 혼선 등 수두룩하다. 앞서 수능 등 대입제도 종합 개선대책을 발표하려다 반대 여론에 결국 발표를 1년 늦춰 학생들 부담만 커진 것도 아직 생생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안정기금 문제도 그렇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확정된 게 지난해 7월이고, 9월에 정부의 지원 대책이 발표됐다. 소상공인과 영세한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확정하기 전에 지원 대상자들을 상대로 제대로 된 설문조사라도 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장관들이 띠를 두르고 길거리 전단 홍보에 나서거나 공무원들에게 신청서를 들고 길거리로 나가라는 촌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들이 국·실장과 장·차관 선에서 걸러지지 않고 확정되는 현 시스템이 더 이해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는 보수 정부 10년 동안 공직사회가 많이 ‘망가졌다’는,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 보인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실제로 적폐가 확인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공직사회 전체를 도매금으로 적폐·개혁 대상, 부역자로 낙인찍는 것은 문제이다. 갑갑하다고 대통령이 모든 일을 일일이 챙길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럴 거면 총리와 부총리, 장관들은 왜 뒀나. 경제·사회관계장관회의는 왜 하나. 장·차관은 으스대라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들을 입안하고 책임지고 시행하라는 자리다. 대외 소통 못지않게 부처 내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장관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뛴다고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건 인턴사원도 다 안다. ‘책임 행정’과 ‘신상필벌’만 제대로 지켜져도 공직사회는 달라질 수 있다. 무턱대고 드라이브만 거는 게 리더십은 아니다. 공무원들이 먼저 바뀌어야겠지만 청산해야 할 적폐 대상으로 보는데 무슨 의욕이 생겨 일을 하겠나. 공무원들이 춤추게 하라. kmkim@seoul.co.kr
  • 우리銀 신입 선발 때 행장 결정권 배제 추진

    면접관도 임원 1명·전문가 2명 타 은행들 채용 혁신안 내놓을 듯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은행권 채용 비리의 실태가 드러나면서 신입 행원 채용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미 채용 비리 폭탄을 맞은 우리은행은 신입 선발 과정에서 행장의 결정권을 배제하고 공채 과정을 ‘아웃소싱’(외주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방식의 투명성 강화 조치를 취할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 비리 의혹으로 이광구 전 행장이 사퇴하는 등 홍역을 겪은 우리은행은 채용 혁신을 위해 절차의 상당 부분을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1차 서류전형에서 최종 면접까지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거칠 계획이다. 통상 최종 면접에 3명의 임원이 들어갔지만 앞으로는 2명의 외부 전문가와 1명의 임원이 면접을 보는 등의 형태로 개선한다. 특히 우리은행은 채용 과정에서 은행장의 결정권을 아예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고위 임원은 “채용을 진행할 때 은행장 결재권을 없애고 채용 절차에 외부 전문가를 적절히 이용해 인사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번 채용 비리 후폭풍으로 다른 은행들도 100% 블라인드 도입, 필기전형 강화 등 채용 혁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감독원 현장검사에서 KB국민, 신한, KEB하나 등 국내 주요 은행들에서도 대거 채용 비리가 저질러진 사실이 적발됐다. 채용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점수 조작, 임원이 자녀의 면접위원으로 직접 참여하는 면접 불공정 사례 등이 드러난 만큼 공정한 채용 시스템 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신한과 우리는 필기전형 없이 서류, 인·적성, 면접만으로 신입 행원을 뽑고 있다. 여기에 국민, NH농협, IBK기업은행은 논술과 객관식 시험 등을 추가로 보고 하나은행은 시사상식 시험 등을 본다. 채용 과정 전체를 외부업체에 맡기는 데 대한 반론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입 채용은 금융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작업”이라면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과정을 외부에만 맡기면 자칫 적절한 인재를 뽑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공공기관 대상 채용 비리 조사 결과에 맞춰 전 금융권에서도 채용 비리가 근절되도록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친러 제만 체코 대통령 결선투표서 연임 성공

    친러 제만 체코 대통령 결선투표서 연임 성공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체코의 친러시아·친중국, 반(反)유럽연합(EU)·반난민 행보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AP통신 등은 27일(현지시간) 제만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51.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친서방 성향의 이르지 드라호슈 후보는 48.2%의 표를 얻었다. 제만 대통령은 지난 12∼13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38%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 득표에 실패, 2위 드라호슈 후보와 결선투표를 치렀다.2013년 첫 직선제 대선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된 제만 대통령은 이번 승리로 두 번째 5년의 임기를 이어 가게 됐다. 제만 대통령은 승리가 확정된 후 “나의 마지막 정치적 승리”라며 “어떤 정치적인 손실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호슈 후보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면서 정치 활동을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제만 대통령은 그동안 친러 성향을 보였고, 중국과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EU와는 대립했다. 제만 대통령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했고, EU의 난민 강제할당제에도 불만의 뜻을 밝혔다. 제만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의 내각 재구성 작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바비시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반EU·반난민 성향의 긍정당(ANO)을 승리로 이끌고 소수정부를 구성했다. 그러나 최근 EU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와 관련, 의회에서 불신임을 당해 내각이 총사퇴했다. 앞서 제만 대통령은 바비시 총리에게 다시 내각 구성권을 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안현수 “약물복용 선수로 알려지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안현수 “약물복용 선수로 알려지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33·안현수)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허용 러시아 선수 명단에서 빠진 이유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불가 처분을 받으며 도핑(금지약물) 파문에 휘말린 러시아 귀화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결백을 주장하고 나섰다. AP,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안현수는 27일(한국시간) 그동안 도핑 규정을 철저히 준수했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자신이 평창 올림픽 출전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를 알려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안현수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나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하면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아 내가 금지약물을 복용한 선수로 알려지는 것에 분노를 느낀다”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그는 “쇼트트랙 선수로서 타이틀 획득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어떤 구실도 만들지 않았다”라며 “IOC가 지금까지 도핑 관련 결정을 내리면서 적용한 기준들을 연구했으며, 나의 잘못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책임지고 말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안현수는 “나의 명예와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IOC가 출전 불가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혀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판결은 IOC와 스포츠계가 나를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제1부위원장 스타니슬라프 포즈드냐코프는 이날 “쇼트트랙의 빅토르 안, 바이애슬론의 안톤 쉬풀린, 크로스컨트리의 세르게이 우스튜고프 등의 선수가 IOC의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독립 위원회가 작성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허용 러시아 선수 명단은 선수들의 모든 도핑(금지 약물 복용) 이력을 검토한 것으로 확실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약물 검사를 문제없이 통과한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 일원으로 개인전과 단체전 경기에 참가한다. 러시아 국가명과 국기가 부착된 유니폼 대신 ‘OAR’와 올림픽 오륜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제천 한 달 만에 밀양… 37명 병원 화재 대참사

    제천 한 달 만에 밀양… 37명 병원 화재 대참사

    거동 불편한 고령환자 연기에 질식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3명도 숨져 스프링클러 설치 안돼 피해 더 키워 文대통령 “범정부 지원책 마련하라”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최악의 대형 화재로 환자와 의료진 등 37명이 목숨을 잃는 등 18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9명이 숨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대형 재난이 반복됨에 따라 국민의 불안과 불신이 가중돼 지난 23일 업무보고에서 밝힌 ‘안전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정부의 대책이 무색하게 됐다. 요양병원을 함께 운영 중인 세종병원에는 70대 이상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이 많이 입원해 피해가 컸다. 경남지방경찰청과 밀양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5분쯤 밀양시 가곡동에 있는 5층짜리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나 김모(77·여)씨 등 37명이 사망하고 143명(중상 7명, 경상 136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망자 중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명이 포함됐다. 사망자는 남자가 3명, 여자가 34명이었고,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이 30명이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인근 밀양병원 등 14개 의료기관으로 이송됐다. 이날 화재는 세종병원 1층 응급실 옆 간호사 탈의실에서 발생했으며, 큰 불길은 2시간 뒤인 오전 9시 30분쯤 잡혔다.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은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25명이 사망해 있었다”면서 “병원에 중환자실 환자와 70대 거동 불편 어르신 환자들이 너무 많아 이들이 호흡장애 등 화재 사고에 취약해 사망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화상 환자는 별로 없고 사망자 대부분이 질식사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세종병원은 뇌혈관 질환과 중풍 등을 중점 치료하는 일반 병원과 치매나 뇌졸중과 같은 노인성 질환자를 치료하는 요양병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화재 당시 세종병원과 세종병원 뒤편에 위치한 세종요양병원에는 총 177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환자는 세종병원 83명, 요양병원 94명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병원에는 의사 2명과 간호사 9명이 근무 중이었다. 사망자는 세종병원 2층 병실 입원환자 18명과 3층 중환자실 입원환자 8명이 숨졌고, 5층에서도 입원환자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어르신 중 일부는 대피 과정 혹은 대피 이후 치료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불이 난 직후 병원과 맞붙은 별관동인 요양병원부터 먼저 진입해 혼자 거동이 힘든 환자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별다른 부상 없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경찰과 소방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이 현장 감식을 벌였다. 경찰은 “갑자기 1층 응급실 안쪽에 있는 간호사 탈의실 쪽에서 불이 났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화재 발생 직후 긴급 수석보좌관회의를 소집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조기 수습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결집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밀양시는 27일 밀양 문화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밀양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밀양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밀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국민생명 지키기 프로젝트] 재난문자 수신기능 꺼놔도 중대재난 땐 강제로 수신된다

    [국민생명 지키기 프로젝트] 재난문자 수신기능 꺼놔도 중대재난 땐 강제로 수신된다

    재난문자에 행동요령 함께 안내접근 어려운 현장에는 로봇 투입행정안전부는 새해 정부 업무보고에서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대응체계 확립’을 목표로 4대 개선과제를 발표했다. 대형 재난과 사고를 분석한 결과, 재난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응역량 강화’라고 판단해 이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이 행안부의 설명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그간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고도성장을 통해 경제적으로는 많이 발전했지만 재난인프라가 취약하고 안전경시 관행도 만연해 ‘안전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근 대형 사고가 반복되면서 사회 불안과 불신이 커지고 있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재난상황을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알리고자 시스템을 정비한다. 중앙과 지자체의 재난안전정보(NDMS)를 공유해 2019년까지 17개 광역지자체가 모두 정보를 연계할 수 있게 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포항 지진에서 위력을 발휘한 긴급재난문자(CBS)도 단순히 재난상황만 알리는 것이 아니라 주요 행동요령도 함께 안내해 주민을 보호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재난문자 수신기능을 꺼 놓아도 중대 재난이 발생하면 강제로 문자가 수신되게 할 계획이다. 또 ‘재난에 차별 없다’는 구호 아래 현장중심 교육·훈련을 강화한다. 소방청 현장지휘관 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소방 관련 훈련에 지자체와 관계부처가 적극 참여할 수 있게 유도한다. 지자체 단체장을 상대로 재난안전교육 이수를 추진하고, 부지사나 부시장 등 부단체장에게는 교육 이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재난 피해를 입은 이재민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늘린다. 포항 지진 대응 당시 처음 운영한 ‘중앙수습지원단’을 확대·발전시키고 산불과 감염병, 방사능, 철도사고 등 재난유형별 정책협의체를 상시 운영한다. 재난 시에는 이들 정책협의체가 곧바로 긴급현장대응지원단이 돼 지자체를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재난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제설차와 살수차 등 재난 대응 필수장비를 지자체가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재난자원 공동활용시스템’을 개선한다. 지리정보(GIS)를 이용해 재난발생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장비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게 한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가미한 실전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재난현장에는 무인로봇을 투입해 조사할 계획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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