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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저귀 갈면서 엉덩이 때리고 밥 먹이며 입술 때린 보육교사 벌금형

    기저귀 갈면서 엉덩이 때리고 밥 먹이며 입술 때린 보육교사 벌금형

    영아들의 기저귀를 갈면서 엉덩이를 때리거나, 밥을 잘 먹지 않는다며 입술을 때린 보육교사에 벌금형이 선고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석준)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 A씨에게 최근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8월 1세 남짓한 영아들이 잠을 자지 않으려고 몸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아이 머리와 몸을 손바닥으로 내리누르거나, 기저귀를 갈며 엉덩이와 발바닥을 때리는 등 8차례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아이들의 신체 일부를 ‘토닥이는 정도’로 접촉하긴 했지만,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를 한 것은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A씨의 행위를 아동학대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피해 아동들은 만 1세 전후의 영아들”이라면서 “인간에 대한 영아의 신뢰감은 외부 세계를 탐색할 기회로 이어지고, 외부 세계의 인식은 자신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안정적인 양육을 받지 못한 영아들은 불신감을 경험하고, 고통, 근심, 분노 및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가 발달할 수 있다”면서 “영아들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가 학대 행위인지를 판단하려면 이와 같은 영아들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같은 영아들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A씨의 행동은 아이들의 신체 건강이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학대 행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의 행위로 인해 아이들의 신체 완전성이나 정상적인 발달이 저해되는 현실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1심의 벌금 500만원보다 낮은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법서라] 국민 앞세운 수사권 조정...“검경 믿을 수 있나요”

    [법서라] 국민 앞세운 수사권 조정...“검경 믿을 수 있나요”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참 이상한 일이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검경 수사권 조정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면서 검경간 갈등은 어느 때보다 심화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 기본권이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경찰은 수사권 조정이 되면 국민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검찰도 경찰도 국민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 사태를 지켜보는 국민은 헷갈립니다. 검찰과 경찰 모두 믿을 수 있나요. 지난 6일 검찰 내부망에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Q&A 형식으로 올라온 글이 검찰 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의정부지검의 10년차 검사가 쓴 글이라고 하는데요. 대검찰청은 이 글을 카드 뉴스로 가공해 지난 8일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2020년 2월 어느 날 대박다방에서 당신은 친구 김선달의 ‘보물선 발굴에 투자하라’는 거짓말에 속아 2000만원을 건네줍니다. 그러나 이내 당신은 뉴스에서 ‘보물선 발굴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접했습니다. 분노한 당신은 김선달을 찾아가 내 돈 내놓으라고 항의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김선달의 강력한 러시안훅에 맞아 안와골절상을 당했습니다. 분노한 당신은 김선달을 고소하려고 합니다.” 검찰 내부망에 쓴 검사 글에 경찰 발끈 이렇게 시작되는 이 글은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후 앞으로 달라질 형사 사건 절차에 대해 비교적 쉽게 질문과 답 형식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실제 사건 당사자라면 꼭 알아야 될 내용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접한 경찰들은 발끈했습니다. 검사의 답변 속에 ‘정의로운 검사, 부패한 경찰’의 선민의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사가 수사권 조정이 고소·고발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못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수사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경찰관은 지난 9일 경찰청 내부게시판에 검사가 쓴 Q&A를 경찰 입장에서 재작성한 글을 올렸습니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그런 것일까요. “당신은 지역 공무원과 유착된 김선달에 대한 수사가 불공정해질 것이 두려워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이 경우 어떻게 진행되나요.” 검사가 던진 첫 번째 질문입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가장 큰 변화이기도 합니다. 검사는 이렇게 답합니다. “검찰에서 직접 수사하기 어렵고 경찰에 이첩해야 합니다. 당신같은 서민들의 사기·폭행 피해 사건은 검사에서 수사할 수 없습니다.” 이번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검찰청법 개정안(백혜련 의원 발의)에 따르면 맞는 내용입니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되묻습니다. “현재도 검사는 대형 비리 사건 같이 폼 나는(?) 사건들만 수사하고, 서민 사건들은 다 경찰한테 보내서 처리했잖아요. 왜 이제 와서 서민들 신경쓰는 척이에요.” 경찰 주장도 틀린 주장은 아닌 듯 합니다. 경찰 수사 신속성 vs 검찰 수사 필요성 검사는 이어 두 번째 질문을 던집니다. “경찰은 별다른 조사도 없이 김선달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합니다. 돈을 받은 증거가 없고, 김선달이 당신을 때렸다는 증거도 없다고 합니다. 그럼 이 사건은 어떻게 되나요?” 이에 대한 답변은 “경찰에서 그대로 종결된다.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주어지면 앞으로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은 관여할 수 없습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고민이 됩니다. 내가 만약 사건 당사자라면 경찰 수사로 신속하게 끝내는 게 좋을까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찰 수사를 한 번 더 받는 게 좋을까. 판단의 영역이긴 한데, 경찰은 어떻게 설명할까요. “만약 범죄 혐의가 명백히 없는 경우에도 검찰청에 또 불려나가서 조사받는 게 더 불편한 게 아닌가요.” 검찰은 경찰에 수사권종결권을 넘겨 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수사의 개시와 종결은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채이배 의원 발의)에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되,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60일 동안 검토할 수 있게 장치를 마련해 뒀습니다. “그래도 검찰에 사건 기록을 보내 60일간 검사가 검토한다는데요?” 검사는 이에 대해 “잘못을 밝힐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설명합니다. 해마다 불기소 되는 사건이 약 70만건(글에는 80만건)에 달하는데 전국 형사부 검사 700여명이 기소 사건을 챙기고 공소 유지도 하면서 사건번호도 붙지 않는 경찰이 넘긴 사건을 제대로 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경찰에서는 “완성된 사건 기록 검토에 2개월이면 합리적 기간”이라면서 “앞으로 책임감 갖고 더 열심히 검토하면 될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만은 검찰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60일 동안 불기소 사건을 한 건만 보는 게 아니고 매일 새로운 사건이 쏟아지는데 정성들여 볼 검사가 얼마나 될까요.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오는 게 아닐까요.불송치→재수사요청 무한반복? “극단적” “그래도 60일 동안 검토 기간 중에 검사가 기록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나요.” 검사는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설명합니다. “경찰에 재수사요청을 할 수 있지만 효과를 장담 못한다”면서 “경찰에 재수사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실효성 있는 보완, 통제 수단은 전혀 없다”고 답을 달았습니다. “재수사 요청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검찰이 발견하고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느냐”는 후속 질문에도 “검사는 또 다시 문제점을 발견하면 다시 재재수사요청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재재재수사요청→경찰 종결→재재재재수사요청→경찰 종결이 무한 반복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법안에 따르면 검사의 재수사 요청에 경찰은 이행하도록 돼 있다. 이행하지 않으면 경찰은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불송치→재재수사요청의 무한반복이라는 예상은 참으로 극단적인 경우일 뿐”이라고 반박하면서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으면 검사는 즉시 시정조치요구를 할 수 있고 사건 송치 요구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의제기 할 수 있지만 국민 부담 커질 듯 검사의 질문 중 이의제기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더라도 당사자가 이의제기하고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면, 이의제기로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충분히 통제하는 것 아닌가요?” 형소법 개정안에는 고소인이 경찰에서 무혐의된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면 검사에게 지체없이 송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억울한 고소인을 없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일텐데요. 검사는 “뇌물, 도박, 마약, 환경범죄 등 국민이 피해자들인 사건은 누가 이의제기를 하느냐”며 “통제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한 예로 “내가 뇌물을 받았는데 수사기관이 사건을 은닉했습니다”라고 이의제기를 할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그래서 당사자가 이의제기를 하지 않더라도 공정성에 문제가 없도록 경찰에 수사심의위원회를 두고 모든 불송치 사건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검사도 경찰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국민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사건 당사자라면 새롭게 생긴 이의제기 때문에 불편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의제기를 하려면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사실상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으면 경찰 수사 결과에 조목조목 반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번 수사권 조정으로 변호사들이 ‘어부지리’ 효과를 누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호한 법 규정에 애꿎은 국민만 피해볼 수도 마지막으로 보완수사요구권의 효용성입니다. 형소법 개정안에는 공소 제기 여부, 영장 청구 여부 결정 등에 대해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검사는 이렇게 답합니다. “정당한 이유라는 것을 들면 언제든지 보완수사 요구를 거부할 수 있고, 그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조항은 검찰 측에서 문제 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합리적인 범위의 보완수사요구는 당연히 가능하다. 애초부터 부당한 요구가 문제 아닌가”라고 항변합니다. 경찰은 이어 “전체적으로 검사는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는 주장을 극단적 사례를 들며 이야기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도 이 글 중 일부가 지나치게 도식화돼 있다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형사법은 사법 불신에서 출발하고, 수사권 조정 후에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제도적 허점을 지적한 것 뿐이라고 말합니다. 수사권 조정은 검경의 자존심과 직결되고, 조직의 운명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수사권은 국민의 기본권과도 긴밀히 맞닿아 있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나중에 사건 당사자가 됐을 때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의 문제점을 찾아내 수정한다면 좋겠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때입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2000자 인터뷰 11] 진징이 “미국 비핵화 바라는지 의문, 중국 견제에만 몰두”

    [2000자 인터뷰 11] 진징이 “미국 비핵화 바라는지 의문, 중국 견제에만 몰두”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하지만 미국도 비핵화 이후 평화체제 등 프로세스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심지어 미국이 진정 비핵화를 바라는지도 의문이다. 그들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 적어도 한국이 바라는 비핵화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 대학 교수는 9일 우석대학교 동아시아평화연구소(서승 소장)가 서울시청 바스락홀에서 개최한 ‘한반도 평화의 시대와 동아시아의 변모’ 국제심포지엄에 참석, `중국은 한반도 평화시대를 함께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하기에 앞서 서울신문과 만나 “비핵화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재중국 동포 출신 학자로 중국 학계는 물론, 국내 학계에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가장 깊이있게 성찰하고 고민하는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Q. 현재의 국면을 어떻게 보는지. A. 매우 어렵다. 남북미의 시각도 크게 다르고 접근법도 크게 다르다.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북한의 대응은 점점 더 강경해질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는 상황까지 더해져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는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 같다. 중국에서도 많은 학자들은 김정은의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 중국이 그가 핵을 포기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 북핵 정국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Q. 북미 관계가 좋지 않으면 남북 관계를 돈독히 해 풀어가는 해법이 좋을 것 같은데. A. 미국과 북한의 상호 불신이 상당한데 북한은 남쪽의 대화 제의에 옳다구나 하고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식량을 인도적 지원한다고 하는데 김 위원장이 바라는 건 큰 그림이다.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 위원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북한을 만들자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는 북한을 완전히 다른, 보통국가로 탈바꿈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신년사에서 밝힌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를, 그것도 조건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마저 미국 눈치 보느라 문재인 정부가 해결 못한다고 보고 있다. 개성공단 기업주들이 공장을 살펴보려고 가는 것조차 거듭 거절하는 것을 보면서 무척 실망한 것 같다. 식량 지원 같은 수단을 통해 남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긴 힘들 것이다. 그러기에 사즉생의 결단 없이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참 어렵다. Q. 미국은 어떤 생각인가. A.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 뿐인 것 같다. 아마도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불만도 중국을 견제하는 자신들의 편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일 것이다. 미국은 제재 프레임을 고수하면서 북핵 문제를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면이 있고 북한은 자력갱생과 강경대응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시 말해 북미 양국 모두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새로운 프레임을 짜지 않으면 정세는 냉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Q. 중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국내에 있다. A. 솔직히 대북제재를 전면 해제한다고 하면 북한은 오히려 받아들이기 벅찰 수 있다. 주변 여건만 좋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발현할 만큼 북한은 크게 변해 있다. 제재가 북핵 해결의 일환이라면 제재 완화도 북핵 해결의 일환이 돼야 할 것이다. 제재와 압박으로만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에는 미국의 전략적 접근도 한몫하는 것이다. Q. 한국 정부에 조언한다면. A. 지정학적으로 한국만큼 복잡한 구조적 갈등과 딜레마를 안고 외교를 펼치는 나라는 드물다. 그 모든 구조적 갈등과 딜레마의 뿌리는 남북 분단에 있다.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정전체제, 냉전체제를 극복할 수 없다. 여러가지 복합적 요소에서 한국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이 흔들리면 북핵 정세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한국은 중재자 역에서 미국과 북한에 할 말은 다하는 당사자역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2030 세대] 무언가 서글픈, 러시아의 ‘승리의날’/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2030 세대] 무언가 서글픈, 러시아의 ‘승리의날’/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러시아에서 5월 9일은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르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이다. 이 날은 현대 러시아에서 가장 성대하게 치러지는 기념일로, 러시아 각지에서 각종 군사 퍼레이드와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 이런 축제에서 러시아인들은 과거 부모와 조부모가 치렀던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전쟁의 기억을 되새긴다. 먼저 규모만 봐도 이 전쟁은 특별했다. 소련 전역에서 2700만명이 죽었고, 가족을 잃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거기에 멸망 직전까지 몰린 나라가 의지를 다잡아 침략자를 격퇴한다는 서사도 신화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전쟁은 종전 후 70년 동안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였다. 올해 2월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따라 러시아를 둘러보며 현대 러시아에서 전쟁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는지 좀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 먼저 전쟁의 기억은 이 사람들에게 단순히 신화 수준을 넘어서 일상의 영역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방문한 모든 주요 도시에는 전몰자를 기리며 늘 타오르는 ‘꺼지지 않는 불’이 있는 추모 공원을 볼 수 있다. 도시 중심가에는 참전용사를 기린 동상들과 전쟁 때 활약한 T-34 전차가 전시되어 있다. 시베리아의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를 방문한 2월 23일은 마침 러시아의 국군의날인 ‘조국 수호의날’이었는데, 이 날 전몰자 추모 공원에 가서 본 풍경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자아냈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전시된 전차와 대포 위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고,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꼬마 아이들도 나뭇가지를 총 대신 붙잡고 러시아 군인들의 칼같이 각잡힌 행군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외부자의 무례한 시선일 수도 있겠지만, 이쯤 되니 무언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러시아에서 이제 전쟁을 직접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승리의날은 막상 전쟁을 치렀던 소련 시절보다 오늘날에 더 성대하게 기념된다. 아마 승리의 기억이 현대 러시아인들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채워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러시아에 남은 것은 해체된 제국과 파괴된 사회, 불신이지만 전쟁의 영웅적 기억은 한때 러시아가 베를린에서 평양까지 이르는 지역을 해방했다는 사실과 전 인민이 일치단결해 침략자를 몰아내는 단결과 사회적 유대를 떠올리게 해준다. 문제는 이것이 아무리 영광된 기억일지라도, 기억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인구, 천연자원 의존 경제, 미래 리더십 부재를 생각했을 때 러시아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조상의 승리를 추억하며 자신들 국가에 산적한 문제를 잠시간 잊는 것만 같았다. 마치 잠깐 고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처럼. 그런 점에서 나는 승리의날에 기묘한 애석함을 느낀다. 지구의 반을 돌아 추축국(Axis-Powers)을 물리치고 우주에 사람을 최초로 쏘아올렸던 이 위대한 국가는 어째서 패전국보다 못 살게 된 것일까.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 “하루살이 삶… 달라질 게 없다” 남아공 청년 600만명 투표 거부

    높은 실업률·각종 부패에 정치 환멸 與, 지지율 하락에도 재집권 가능성 5년 만에 치러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총선에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 아프리카 민족회의(ANC)가 큰 이변 없이 재집권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인권운동가인 넬슨 만델라가 이끈 ANC가 지난 25년간 정권을 잡아 뇌물과 부패, 높은 실업률 등 경제난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의 투표율이 낮아 재집권에 바짝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는 8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 투표의 45.15%를 9일 오전 개표한 결과 ANC의 득표율이 56.5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도 성향의 제1야당 민주동맹(DA)이 23.58%, 좌파 성향의 경제자유전사(EFF)가 9.28%를 각각 득표했다. 뉴스24는 ANC의 최종 득표율이 56~59%일 것으로 내다보며 사상 처음으로 60%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남아공은 완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한 정당 대표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그러나 젊은층의 대거 이탈로 인해 다음 선거 때까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P통신은 이날 유권자들이 광범위한 부패와 실업률에 환멸을 느끼고 있지만 이전보다 낮은 투표율을 보인 탓에 집권당 승리가 점쳐진다고 전했다. 특히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경험하지 않은 ‘자유세대’인 남아공의 청년 사이에는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러키 구메다(23)는 투표장을 찾지 않은 이유에 대해 “뚜렷한 직업 없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상황에서 투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정치인들은 약속을 깨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15~24세 젊은층 중 절반이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 남아공에 사는 백인의 실업률은 7%로 전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인 데 반해 전체 실업률은 27%나 된다. 가디언은 “투표를 할 수 있는 3650만여명 중 실제 선거인 명부에 등록한 이들은 2680만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IEC는 투표를 포기한 청년층이 600만명에 달해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이 첫 선거인 18~19세의 등록률은 5년 전보다 47% 포인트나 떨어졌다. 지난해 2월 무기거래 관련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으로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이 사퇴한 후 ANC의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지지율이 49.5%를 기록하며 지난 총선 때 지지율(62%)에 한참 못 미쳤다. 응답자 중 79%는 남아공의 부패가 증가하고 있다고 봤으며, 22%만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DA와 EFF 등은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을 내세우며 이전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어냈다. 백인 정당으로 평가받던 DA는 최초의 흑인 대표를 내세워 흑인 중산층 포섭에 나섰고, ANC에서 분화된 EFF는 1994년 이후 태어난 포스트 아파르트헤이트 세대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왜 배웁니까?… 당신에게 돌직구 던진다

    왜 배웁니까?… 당신에게 돌직구 던진다

    40년간 학습개혁 이끈 교육 전문가 美 선도 학교 200곳 40주동안 탐방 주입식 대체할 혁신교육 사례 수집 학교의 변화 방향으로 ‘PEAK’ 제시 목적·필수역량·주체성·지식 키워야미국 상위권 고등학교 가운데 하나인 아이젠하워고교. 교내 24개 AP(대학 과정을 고교에서 미리 듣는 제도) 과목을 개설했고, 방과후 활동도 다양하다. 수업 참여도를 성적에 반영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업 도중 “이 부분이 시험에 나오나요?”라고 자주 묻는다. 학생들은 매년 20시간의 봉사활동도 해야 한다. 대입 시험인 SAT나 ACT를 더 잘 보려 개인과외를 받기도 한다. 약에 의존하며 공부하는 학생도 상당수다. 학생들에게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느냐’고 질문하면 마치 외국어라도 들은 것처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다. 대신 “우리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째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도 인문계 고교 학생 대부분이 내신 준비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는 과목을 억지로 공부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느라 동아리 활동, 독서활동, 봉사활동은 물론 교내 경진대회 참석에 여념이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를 위해 기출문제, 예상문제 풀이에 매진한다.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 역시 아이젠하워고교 학생과 마찬가지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다. 신간 ‘최고의 학교’는 이런 문제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40년 동안 공공정책과 교육 자선사업 등에서 학습개혁을 이끌어온 교육혁신 전문가다. 그는 아이젠하워고교처럼 학생들이 사회에서 잘 써먹지도 않는 과목을 그저 대학에 가려고 억지로 배우고, 객관식 시험문제를 좀더 잘 맞히려고 암기 위주로 공부하는 지금 상황이 과연 옳으냐고 묻는다. 그리고 해답을 찾아 나섰다. 너도나도 교육혁신을 외치고 그럴듯한 이론을 들이대지만, 저자는 좀더 과격하게 접근했다. 미국 50개 주의 선도적 학교 200곳을 40주 동안 탐방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혁신교육 사례를 직접 수집했다. 책에는 유치원생에게 만들기를 통해 수학을 가르치는 사례를 비롯해 블록 게임의 일종인 마인크래프트로 글쓰기와 역사연구, 수학과 과학 수업을 접목한 초등학교 사례, 학생들이 정원을 가꾸면서 실생활 기술을 배우는 고교, 각 상급생이 팀장을 맡아 12명의 하급생 팀원을 이끌며 학교 운영을 하는 고교 사례가 담겼다. 아울러 지역 기업 40곳과 협력해 산업계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를 파트너 교사들과 학생이 프로젝트로 풀어 나가며 역량을 기르는 수업 사례 등도 눈여겨보자.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창의적 도전 과제를 수행하며 삶과 연계된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여러 학교의 사례가 생생하다. 던바 인터미디엇스쿨, 찰스턴 칼리지에이트스쿨, 올림픽 고교, 액턴아카데미 등 혁신적인 수업을 하는 학교를 비롯해 빅픽처러닝, 칸 아카데미, 노블임팩트, 센트럴시티컨선(CCC)과 같은 비영리단체와 기업들의 성공 사례까지 제시한다. 저자는 이런 우수 사례의 핵심을 네 글자로 요약한다. ‘목적의식’(Purpose), ‘필수역량’(Essentials), ‘주체성’(Agency), ‘지식’(Knowledge)의 머리글자를 딴 ‘PEAK’(피크)다. 사실 이런 혁신교육 사례는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다. 혁신학교를 비롯해 중학교 자유학기제, 일부 지역에서 시작한 IB(국제바칼로레아) 등이다. 하지만 혁신교육은 ‘대학 입학’이라는 큰 벽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사회가 대학 내실보다 간판을 더 따지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이름 있는 대학에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 이후 불거진 내신 불신, 점수가 아닌 잣대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 관한 불신 때문에 학교를 믿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도 높다. 암기 위주 수업을 강조하고 시험을 통해 산출한 점수로 학생을 줄 세우는 일을 반복한다. 이렇게 혁신교육은 또다시 한 발짝 물러선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우려하듯 “기존의 현실과 싸우는 식으로는 절대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뭔가를 변화시키려면 기존 모델을 쓸모없게 만드는 모델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혁신교육에 부정적인 이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배움의 목적은 대학 입학인지, 아니면 삶의 준비인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2000자 인터뷰 10]이종원 “ICBM으로 북미 절충 가능”

    [2000자 인터뷰 10]이종원 “ICBM으로 북미 절충 가능”

    2019년 5월 한반도 상황은 북한과 미국,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정체된 상황이라는 ‘정(靜)’과 그럼에도 남한과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한 메시지를 계속 북한에 보내고,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강화를 꾀하는 ‘동(動)’이 겹쳐진 상태에 있다. 국제정치 연구의 원로인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를 9일 서울에서 만나 북미, 남북, 북일, 한일관계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지난 4월부터 중국의 베이징대학에 3개월 예정으로 체류하고 있으며, 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우석대 주최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잠시 한국을 방문 중이다. 北 외교버팀목 강화, 버티되 판 깨지 않으면서 미국 압박 Q: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교착이 3개월가량 이어지고 있고, 남한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도 물밑 접촉조차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A: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교섭을 진전시킬 의향이 있다고 본다. 미국 내 전통적인 관료, 군부, 전문가 쪽에서 대북 신중론이 많아 하노이에서 잘 안 됐다고 여긴다. 북한의 경제상황을 보면 빨리 비핵화 협상을 하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을 끌면서 대미 압박을 가하는 중이다. 연말이란 시한을 둔 것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도 있지만, 미국 대선이 하반기에 본격화하니까 거기에 맞춘다는 의도도 분명하다. 북한이 가진 수단은 군사적 압박이다.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인데, 이는 판을 깰 수 있으니 단거리 발사체라는 저강도 무력시위를 한 것이다. ICBM 시험은 최후에 남겨두고, 우선은 버티면서 외교적 발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를 다짐으로써 미국을 견제하고 흔들 수도 있고,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해제도 논의할 수 있다. 특히 북·러시아 정상회담은 하노이에서 상처받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신을 만회하는 이벤트적 성격도 있었다. 중러와의 외교를 강화하고 버티되, 판을 깨지 않으면서 미국을 압박한다는 게 지금의 북한이다. 남한은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받기 어렵고 대미 영향력도 약하다고 보기 때문에 현재 북한이 남북관계에 소극적이다. Q: 인도적 지원이 남북 및 북미 대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 A: 직결되기는 어렵다. 식량은 북한에 필요한 것이니, 대화재개의 원동력이 될 수는 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 달래기를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절제된 발언을 보면 그렇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상황 악화는 막겠다는 게 미국 생각이다. 따라서 쌀 지원 같은 낮은 차원의 인센티브를 주면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토대를 만든다는 의도는 분명히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남북이 단절돼 있기 때문에 식량지원이 당국자 회담의 명분을 만들 수는 있다. 북한이 ICBM 내려놓으면 미국과 협상할 수 있어 Q: 미국이 비핵화 일괄타결 방식을 바꿀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북미 절충은 가능한가. A: 폼페이오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발언을 보면 미국은 빅딜을 원하지만 그에 앞서 빅피처를 보기를 바란다. 핵폐기가 중요하지만 로드맵, 즉 비핵화의 전체적인 모습을 보이라는 게 미국의 요구인 것이다. 하노이에서 북한이 영변만 말하고 있으니 미국 입장에선 안 되는 것이다. 폼페이오가 4월 1일 중요한 얘기를 했다. 3차 북미회담이 있다고 본다고 전제하면서 3차회담에서는 의미있는 첫 발을 내딛기를 원한다고 했는데 거기에 키워드가 있다고 본다. 미국도 일괄타결을 얘기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단계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전체상을 보이고 단계적으로 가는 것, 그게 미국 입장이다. 미국이 딜에 응할 가능성은 있다. 미국 관심은 ICBM이다. 영변만 갖고는 안 된다. 북한이 빅피처를 보이거나 ICBM 폐기의 첫발을 내디디면 미국도 움직일 것이다. 내가 볼 때 북한도 ICBM 딜을 할 가능성이 있다. 작년에 동창리를 꺼내 ICBM을 어젠다로 올리겠다는 마음을 비쳤다. 완성돼 실전배치된 노동 미사일보다 미완성의 화성15형 ICBM을 버리기 쉽다고 본다. 시진핑 방북이 북미 정상회담에 우선할 것 Q: 북미협상이 상반기에 있을 수 있나. A: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가능성을 봐야 한다. 북한으로선 시 주석의 방북 이벤트에 중점을 둘 것이다. 시 주석이 방북하면 빈 손으로는 가지 않을 테니까. 중국도 북미, 미중관계 등으로 장고를 하고 있다. 상반기는 시 주석의 방북이 걸려 있어 북미가 재개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실무접촉은 할 수 있겠지만. 하노이 실패는 일본에겐 찬스 Q: 북일 정상회담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A: 하노이 결렬은 일본에겐 찬스이다. 그동안 소외감도 있고 해서 북미가 잘 안 됐기 때문에 기회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북한에게도 일본에 접근하는 메리트가 있다. 일본의 강경론과 미국의 강경파가 맞닿아 있고, 한국보다는 일본이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 일본으로선 카드가 된다.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해 하노이 결렬 이후 매일같이 대북 방침 전환을 표명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 진전이 북일 교섭의 최소한 조건이었으나 지금은 무조건 정상회담하자고 한다. 이런 발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때 한 것이다. 납치를 입구에 두는 게 아니고, 최종적인 해결은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완결을 짓는 방식이다. 입구론이 아니고 과정론, 출구론이다. 아베 총리가 무조건 평양에 가겠다는 건데 괄목할 만한 노선전환이다. Q: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일 정상회담이 가능한가. A: 일본이 서두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돼 있었다. 납치해결을 정권의 핵심과제로 삼았는데 십수년간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납치피해자 가족으로부터도 분출하고 있다. 개헌도 진척이 안되고 대 러시아 외교에서도 러시아 페이스에 말리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 생각해서 정권의 추진력으로 북일관계를 이용한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아베 총리에 대한 불신이 있다. 2014년 스톡홀름 교섭 때도 그랬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아베 총리의 진정성, 진의를 생각할 것이고 아베를 만나 북미 교섭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도음이 된다면 이벤트성이라도 정상회담 할 것이다. 북한으로선 밑질 게 없다. 미국 강경론의 억제에 활용될 수 있다면 응할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에겐 빈손 귀국이 되면 힘들어진다. 북일 정상회담은 실현가능한 측면도 있지만, 시니컬하게 보면 아베 총리의 ‘외교 왕따’ 속에서 그래도 뭔가 하고 있다,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차원일 수 있다. 한일 정상 얼굴 붉히더라도 만나야 Q: 한일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한일 정상 간 골은 상당히 깊다. 문제가 구조적이다. 당분간은 관리해야 한다. 지정학적 구조 변동기이기 때문에 한일관계를 내버려 둘 상황은 아니다. 두 지도자 간 개성의 충돌이 있고, 원칙의 충돌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과 신념을 중시하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이라는 지향성이 있다. 아베 총리도 전략 마인드가 있긴 하지만 우파적 이념을 내세운 정치가이기 때문에 유연성이 없다. 역사문제, 외교문제로 부딪힌다. 개성, 구조, 정치상황, 정권의 성격 등에서 한일 충돌의 요인이 있다. 그렇다고 두 정상이 만나는 것을 회피해선 안된다. 6월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야 한다. 양국의 외교 관료들은 결과를 생각해 소극론을 얘기할 지 모르지만 두 정상이 얼굴 붉히더라도 만나야 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내분에 물러난 김관영 원내대표… 바른미래 세력다툼 ‘살얼음 휴전’

    내분에 물러난 김관영 원내대표… 바른미래 세력다툼 ‘살얼음 휴전’

    후임 원내대표 선거 김성식·오신환 경쟁 손대표 “합당 없이 자강”… 사퇴엔 말아껴 유승민 “다음 원내대표 사보임 철회 결정”당내 일각의 사퇴 요구를 거부해 온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8일 전격 사퇴했다. 이로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이후 정점으로 치닫던 당의 내홍이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오는 15일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당내 세력다툼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김 원내대표는 양 계파 간 격론으로 3시간 가까이 걸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에게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여러 의원들께 드린 마음의 상처와 당의 어려움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다음주 수요일(15일)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만 임기를 진행하겠다”고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김 원내대표의 임기는 다음달 24일까지였다. 김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전체는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한 당내 갈등을 오늘부로 마무리하고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결의했다”며 “바른미래당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등과 통합 또는 선거 연대를 추진하지 않고 당당하게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출마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서로에게 가졌던 오해와 불신을 다 해소하고 오늘의 결의문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며 “창당 정신에 입각해 당의 화합과 자강, 개혁의 길에 매진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대표도 “당대당 합당, 특히 연대 없이 자강으로 간다는 걸 확인한 것이 소득”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도부 사퇴와 관련해서는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당시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이었던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보임해 내부 반발을 초래했다. 이날 의총에서 격화됐던 내분을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은 바른미래당을 바라보는 안팎의 피로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의 권위가 추락하고 당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당 지지율은 박스권을 맴돌고, 당의 주축들인 당직자와 당원들도 양측으로 갈려 서로를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양측의 내분에 대해 모두가 우려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렇게라도 봉합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전했다. 당장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분당 위기로 치닫던 바른미래당의 내분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일시적인 휴전일 뿐 당권을 찾아오려는 유승민·안철수계와 수성하려는 손 대표 측 간 혈투를 앞두고 있다. 1차 관문은 15일 개최되는 새 원내대표 선거가 될 전망이다. 유승민·안철수계에서는 오신환 당 사무총장을 후보로 내려 하고, 손 대표 측에서는 김성식 의원을 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안철수계가 원내사령탑을 거머쥘 경우 패스트트랙에 대한 당의 입장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유 의원은 “사보임 철회 문제는 다음 원내대표가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내부에선 사보임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많았고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이런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잠시 휴전? 김관영 바른미래 원내대표 사퇴…15일 새 원내대표 선출

    잠시 휴전? 김관영 바른미래 원내대표 사퇴…15일 새 원내대표 선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8일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오는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로 했다. 또 내년 4월 총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과 통합이나 선거연대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렇게 결정했다. 김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만 임기를 진행하겠다”면서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여러 의원에게 드린 마음의 상처와 당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제가) 모두 책임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5일 오후 2시에 의원총회를 열어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임기는 다음달 24일까지로, 잔여임기 40일을 앞두고 중도 퇴진하게 됐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원내대표로 활동해왔다. 김 원내대표는 또 “바른미래당은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한국당, 평화당과 어떤 형태로든 통합이나 선거연대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바른미래당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출마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당 정신에 입각해 향후 당 화합과 자강, 개혁의 길에 매진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드리며, 의원 전원이 오늘 동의했다”고 전했다.앞서 김 원내대표는 전날 유승민 의원이 이끄는 바른정당계를 향해 “다음 총선에서 기호 3번을 달겠다면 저는 원내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고, 바른정당계는 이날 오전 ‘다른 당과의 합당 불가’ 방침을 정했다. 현재의 의석분포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바른미래당은 ‘기호 3번’을, 한국당은 ‘기호 2번’을 받는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보수를 빙자한 반개혁세력이 여론조사에서 수치를 더 받는다고 해서 그쪽으로 눈을 돌리는 건 창당 정신을 망각하는 기회주의적인 해당 행위”라며 바른정당계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정점으로 치달았던 바른미래당의 내홍은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손학규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노력했다”면서 “반대자들의 숲속을 헤쳐 나가면서 패스트트랙을 올려놓은 김 원내대표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손 대표는 추가 지도부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앞서 바른정당계·국민의당계 의원 15명은 김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묻기 위해 이날 의총 소집을 요구했으며, 의총장에서 대다수 의원이 김 원내대표의 퇴진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는 당원권 정지 중인 의원(박주현·이상돈·장정숙)과 당 활동을 하지 않는 박선숙 의원을 제외한 바른미래당 의원 24명 가운데 21명이 참석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물관리 분야 조직개편… 물통합정책국 신설

    환경부는 통합물관리 성과 창출을 위해 ‘물통합정책국’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하는 물관리 분야 조직개편안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6월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통합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지 11개월 만이다. 기존 ‘2국 1관 10과’를 ‘3국 10과’로 개편하고 업무 총괄기능 강화와 유사 중복업무 통합, 하·폐수 통합관리 등을 통해 기능 간 연계성을 제고했다. 물통합정책국은 물관리 정책을 수립·총괄하고 물관련 계획·예산 및 유역 관리, 낙동강 물분쟁 해소 등에 선제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개별 부서로 분산된 상수도와 지하수 관리, 물산업 육성 기능을 전담 부서로 일원화했다. 광역 상수도 업무는 지방 상수도를 담당하는 물이용기획과로 이관해 통합 관리된다. 지하수의 수량·수질, 토양 업무는 토양지하수과가 전담한다. 물산업 육성 기능은 신설되는 물산업협력과가 맡는다. 수질·수생태계 개선과 하수관리 연계를 위해 생활하수과를 물환경정책국에 배치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환경부가 지난 1월 공개한 내부 검토안 그대로여서 논란이 우려된다. 상하수도학회 등은 물의 효율적 이용을 총괄하는 상하수도정책관 폐지에 따른 정책 퇴보와 상·하수 분리에 따른 물순환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환경부는 정부 불신과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환경 갈등의 예방·조정 업무를 전담하는 ‘갈등조정팀’을 기획조정실에 신설했다. 또 국립환경인력개발원과 새만금개발청을 국립환경인재개발원, 전북지방환경청으로 각각 기관 명칭을 변경했다. 국립환경과학원 2차 소속기관이던 국립습지센터는 국립생태원으로 이관됐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위기의 檢… 공수처 기소권 내려놓고 수사지휘권 사수 나서나

    위기의 檢… 공수처 기소권 내려놓고 수사지휘권 사수 나서나

    “수사권 조정은 자치경찰제와 병행 추진” 문무일 “기본권 보호 빈틈 생기면 안돼” 일각 “檢, 모두 쥘 순 없어… 국회와 논의를”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전 조기 귀국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강조하며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재차 반발하면서도 검찰의 기소 독점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수용하되, 수사권 조정은 막겠다는 검찰의 전략이 잘 드러난다.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모두 달갑지 않지만, 수사지휘권이 사실상 무력화되는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조직의 명운을 걸 수밖에 없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을 담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지만, 문 총장은 그간 공수처에 대해서는 반대 뜻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바람직한 공수처 도입 방안을 마련해 준다면 이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공항에서 “검찰의 기소 독점에 관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이해득실을 따져본 결과 공수처 검사가 수십명에 불과하고, 소규모 조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소권 일부는 내려놓더라도 수사권을 끝까지 지키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무원 비리에 대한 국민 반감이 거센 만큼 공수처를 거부할 명분도 별로 없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인 검사가 반대한다면 국민들은 조직 이기주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대만 하지는 않았다.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자치경찰제와 병행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가 패스트트랙에서 제외되자 반대 입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경찰에 대한 불신 역시 큰 만큼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명분이 먹혀들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문 총장이 지난 1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한 데 이어 4일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면 안 된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권, 수사지휘권, 기소권을 모두 고집할 게 아니라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범죄 등은 앞으로도 검찰이 수사한다. 사실상 특수수사는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검사 출신 오선희 변호사는 “검찰이 일부 수사를 포기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필수적인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을 갖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형사부 검사는 “(수사권을 계속 갖게 될) 특수부 검사들은 관심조차 없다”며 “검찰 업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형사부 검사의 업무가 사라지면 검찰은 기소청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바른미래당 캐스팅보트 쥔 권은희 “김관영 원내대표 물러나라”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권은희 의원이 6일 “김관영 원내대표와 여러번 만나 사퇴결단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와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바른정당계,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권 의원까지 지도부 사퇴로 기운 셈이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원내지도부로서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비롯된 의원들 간의 불신과 분열의 양상을 그대로 놓아서는 안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사퇴 결단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와 제가 패스트트랙 이전의 불신과 분열의 상황을 떠안고 물러나고, 바른미래당이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구성해 패스트트랙 이후에 국회를 새롭게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힘으로 패스트트랙을 가결시켰는데, 정작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이후를 새롭게 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됐다”고 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인 저의 결단의 시기에 대한 다른 생각이 또 논란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압박했다. 권 의원은 지난 3일 국민의당계 김삼화, 김수민, 신용현 의원과 함께 김 원내대표를 만나 조기사퇴를 촉구했다. 특히 권 의원은 지도부 사퇴에 대해 논의하는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주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 측은 조기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
  • [서울광장] 국민청원과 참여민주주의/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국민청원과 참여민주주의/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최근 한국 정치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행태는 우리 정치의 낯뜨거운 자화상이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 중심의 우리의 정치는 대화와 타협이란 공존의 정치문화를 상실한 지 오래다. 오랜 군사독재와 그 뒤를 이은 3김 정치는 지역 할거와 보스 중심의 권위적 정치 문화를 유산으로 남겼다.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쳐 문재인 정권 3년차를 맞이하면서도 ‘적대적 공생정치’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4류 정치’로 지탄받는 우리의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은 고장이 난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정치권에 일대 충격을 준 것이 바로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패스트트랙 대치가 격화된 지난달 27일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는 청원이 10만명을 넘더니 불과 며칠 새 160만명을 돌파해 200만명에 육박해 가고 있다. 국민청원 사상 최대 기록이다.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국회법까지 위반하며 ‘동물국회’로 변질시킨 제1야당을 향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한 것이다. 이번 국민청원이 우리 한국 정치에 던지는 여파는 자못 엄중하다. 우선 4류 정치에 대한 분노를 더이상 술자리 안줏거리로 삭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출이다. 과거처럼 ‘선거 때 보자’는 식의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정치권력을 감시하려는 시민의식이 한 단계 성숙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눈에 띄는 것은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던 중립지대의 국민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두순 신상 공개’나 ‘강서 PC방 살인사건 강력처벌’ 등 사회 이슈 중심의 국민청원방이 정치 분야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SNS나 인터넷 기사 댓글 등으로 표출되던 민심이 이제 새로운 플랫폼으로 결집되는 양상인 것이다. 더욱이 이번 청원이 ‘북한 지령을 받는 세력에 의해 기획되고 진행되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다’(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원장)는 발언은 민심을 더욱 격앙시켰다. 선량한 시민들마저 친북·종북주의자로 몰아가는 저급한 색깔론 정치가 이제 국민에게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참담한 심정이다. 물론 이번 청와대 청원이 대중 영합적인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도 제기된다. 개연성 있는 지적이지만 참여와 견제라는 민주주의 핵심 대의에 비춰 기우에 가깝다. 오히려 시민들의 현실 정치 참여 폭을 넓히기 위해서 국회의원 소환제 등 다양한 법과 제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무관심과 냉소주의다. ‘참여와 연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것이 오늘날 민주주의에 요구되는 정치덕목’이라는 사회학자 파커 J 마머의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 참여는 민주주의 핵심 원칙이라는 측면에서 2017년의 촛불·광장민주주의가 진화된, ‘디지털 촛불’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정치권력이 일방적 공급해 온 정치적 어젠다를 국민 스스로 능동적으로 극복한 사례다. 국민청원의 도화선이 됐던 선거제·정치개혁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 중 253명은 지역구, 47명은 비례대표로 뽑는다. 1등만이 당선되는 소선거구 특성상 지역구 2~3등 후보 표는 휴지 조각이 된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전체 표의 50.3%가 반영되지 않았다. 표의 등가성을 살리고 민의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비례연동제가 이번 개혁의 핵심이다. 법안 통과에 따른 정파 간의 유불리는 있을 수 있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 군소정당에 유리하고 민주당·한국당 등 거대 정당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당의 경우 최대 20석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제1야당의 극한 투쟁을 합리화하지 못한다. 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기소 독점권을 거머쥔 검찰 권력의 전횡을 막겠다는 취지다.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한다’는 검찰과 일부 검찰 출신 의원들의 반발도 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조직 이기주의이자 ‘밥그릇 지키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경제를 기업의 이윤 동기에만 맡겨 두면 천민자본주의로 전락하고 정치를 국민들의 대리인인 정당·정치인의 권력의지에 위임하면 4류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가 생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국민들이 부릅뜬 눈으로 현실 정치를 감시하고 참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oilma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역주행 인사청문회/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역주행 인사청문회/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고위 법관 A씨는 요즘 30여년간의 공직 생활을 후회하고 있다. 판사들의 로망인 대법관의 꿈을 키웠던 그는 그동안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면서 살았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등 재산을 불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껏 집 한 채를 고수했다.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 전입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 주식 내부거래 의혹, 위장 전입 등을 밥 먹듯이 했던 장관이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나만 바보같이 살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최근 7명의 장관 후보자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파동 이후 공직사회에선 A씨처럼 허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국가의 녹을 먹으며 나랏일을 살필 이들의 후안무치를 보면서 ‘국민 보기가 민망하다’는 것이다. 2000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됐으니 올해로 20년 가까이 됐다. 인사청문회는 그동안 고위공직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등 문제도 많았다. 하지만 과거 대통령을 비롯한 소수 권력자들이 밀실에서 하던 인사가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의 검증을 받게 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흠결 있는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하는 것을 보면서 공직사회뿐 아니라 미래의 고위 공직자를 꿈꾸는 이들도 주위 유혹에 한눈을 팔지 않고 자신을 단속했다. 아들은 군대에 보내고, 이중 국적 자녀들의 국적을 정리하고, 부동산 투기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명예’를 가지려면 ‘돈’과 ‘특혜’는 포기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고위 공직자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공덕’(公德)을 갖춰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덕분이다. 그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가치이자 자산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사회적 자본이 잘 구축돼 구성원 간 신뢰가 높고 법제도가 잘 정비돼야 선진국이다. 노무현 정부가 ‘참여정부 정책보고서’(2008년)를 통해 “인사청문회가 도덕성과 신뢰를 갖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필수적인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한 것도 그래서다. 진보, 보수 정권과 관계없이 20년 가까이 아홉 차례나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면서 이 제도를 발전시켜 온 것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공감대 아래 우리 사회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점에서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인사권에 국한되지 않고, 나라의 기본 틀과 국민 의식에 영향을 주는 고도의 정치 행위다. 과거 정부 때도 흠결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고위 공직자 임명이 강행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국민의 지탄을 많이 받은 이들이 무더기로 임명된 적은 없었다. 부정과 편법, 탈법으로 살아온 공직자들이 대통령과 함께 정부를 이끌면 그들의 개인적 신뢰 추락에 그치지 않고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제 막 살아도 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20년 공든 탑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bori@seoul.co.kr
  • 檢 인사평가 ‘조직헌신’ 삭제… 보복성 인사 사라지나

    꺼리는 사건 지원하면 ‘헌신’ 좋은 평가 “지나치게 주관적 인사” 8년 만에 없애 ‘검사동일체’ 원칙에 변화 생길지 주목 “바뀐 항목이 객관적 기준 될지 의문” 검사 인사 평가 기준의 하나인 ‘조직헌신’ 항목이 8년 만에 사라진다. 검찰총장을 필두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1일 검사복무평정규칙 일부개정령 입법예고를 통해 검사 복무평정 항목에서 ‘조직헌신’과 ‘자기계발’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인권옹호’와 ‘균형감’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2011년 스폰서 검사 사건, 그랜저 검사 사건 등으로 검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 제정된 검사복무평정규칙은 첫 번째 평가 항목으로 ‘청렴성, 조직헌신 및 인권보호에 대한 기여도’를 내세웠다. 치밀성, 기획력, 보고·의사소통능력, 조직관리능력, 자기계발 등도 주요 평가 항목이었다. 다른 검사들이 맡기 싫어하는 일명 ‘깡치사건’(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먼저 나서서 지원하면 ‘조직헌신’ 항목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식이었다. 그러나 조직헌신을 인사 평가 기준으로 두는 것에 대해 비판도 있었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나라에 대한 충성도 아니고 조직에 대한 헌신을 검사의 복무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세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서지현 검사에 대해 보복성 인사를 감행한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현행 검사 인사는 지나치게 주관적”이라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은 검찰국장의 업무를 남용해 인사 담당 검사에게 압력을 가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도록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안팎에서 비판이 커지자 법무부는 조직헌신을 평가 항목에서 빼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청렴성, 조직헌신 및 인권보호’는 ‘인권옹호·청렴성’으로, ‘치밀성·성실성’은 ‘적시성·추진력’으로, ‘추진력·적극성’은 ‘합리성·균형감·성실성’으로, ‘판단력·기획력’은 ‘친절·소통·인화·자기절제’로, ‘보고·의사소통 능력’은 ‘리더십·조직운영’으로 바뀐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대의 흐름과 현실에 맞게 평정규칙을 개선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은 조직이기주의를 개선하고 반복되는 검찰 비위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선 검사들 중에는 평가 항목을 바꾸는 것만으로 조직 문화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지 않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조직헌신을 없애는 대신 인권옹호와 균형감을 강조한다고 해도, 그것이 객관적인 인사 기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日아베 “北김정은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지지율 올리기’ 목적

    日아베 “北김정은과 조건 없이 만나겠다”…‘지지율 올리기’ 목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없는 만남’을 언급하며 북일 정상회담의 조기성사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산케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그동안에 비해 한층 강한 발언 수위로, 오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정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도 큰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산케이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북일 정상회담과 관련,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솔직하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산케이는 “납치문제 해결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강한 메시지를 보내 상황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우리나라가 주체적으로 북한에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상호불신의 껍질을 깨기 위해서는 내가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어 김 위원장에 대해 “국가에 무엇이 최선인지를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띄워주기식 표현을 구사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납치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우선 북일 평양선언에 따라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2002년 당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서명한 ‘북일 평양선언’을 협상의 기초로 삼겠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후 북한은 5명을 일시귀환 형태로 돌려보냈다. 당시 관방부장관이었던 아베 총리는 강경대응을 주장하며 납치 피해자들의 영구귀국을 성사시켜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것이 현재의 총리 자리까지 오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베 총리는 산케이에 “5명의 납치피해자가 귀국한 이후 (추가로) 1명의 귀국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17년 전 성과를 내세운 뒤 “문제 해결을 위해 처음부터 대응해 온 정치가로서 매우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최근 들어 북한에 부쩍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핵, 미사일 그리고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하겠다.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정상화를 지향한다”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확정한 외교청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는 기존 문장을 삭제했다. 또 해마다 참여해 온 유엔 인권결의안 제출도 올해에는 하지 않았다. ‘조건없는 만남’ 등 아베 총리의 적극적인 북일 정상회담 성사 노력에 대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사 중 하나인 납치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임기 명운을 결정지을 이번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경기도 1일부터 6개 의료원 산하 모든병원서 ‘수술실CCTV’ 운영

    경기도 1일부터 6개 의료원 산하 모든병원서 ‘수술실CCTV’ 운영

    경기도가 1일부터 도립의료원 산하 6개 모든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갔다. 도는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수술실 CCTV’를 도입해 운영 중인 도립 안성병원에 이어 나머지 5개 도립병원(수원·의정부·포천·파주·이천) 수술실에도 CCTV를 확대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보건복지부에 국공립병원 수술실 CCTV 우선 설치 운영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이날 정책브리핑을 통해 “이번 전면 확대 운영 조치는 대리수술 등 고의적 위법행위 예방 및 환자 인권보호 등을 위한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 여론과 의료사고 및 분쟁 예방과 의사와 환자 간 대등한 관계 구현을 위한 수술실 CCTV의 실질적 효과를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수술실 CCTV는 심각한 의료사고나 무자격자 대리수술과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도민 불안감을 해소할 해결책이자 환자와 보호자에게 안전한 수술환경을 선사하고 의료인의 신뢰도를 높이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핵심 보건정책 중 하나다. 도립 안성병원 도입 초기 진료권 위축, 소극적 의료행위 유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게 도의 판단이다. 실제로 안성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지난해 10월에는 전체 수술 건수 144건 중 76명의 환자가 CCTV 촬영에 동의해 53%의 찬성률을 보였는데 지난 4월 누계조사를 보면 66%까지 오르는 등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특히 도내 분당차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낙상사고 은폐 사건’이 경찰 수사로 3년 만에 밝혀져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한 달간 안성병원에서는 전체 수술 건수 190건 중 161건이 CCTV 촬영에 동의, 동의율이 84%까지 급증했다. 도는 수술실 CCTV가 설치될 경우 의료사고와 수술실 내 성희롱 등 인권침해, 무자격자 대리수술과 같은 각종 불법과 부조리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불신 해소를 통해 의료인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전날 ‘수술실 CCTV 의무화 필요한가‘를 주제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 찬성 측 패널로 출연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진의 명백하고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예방해 분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의사들 자존감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 측 패널들은 “의료인의 작업수행 자유를 침해해 진료가 위축될 뿐 아니라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가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되고 CCTV 녹화자료 유출 등의 우려가 있다”고 맞섰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옆 아파트 전기료 우리보다 왜 적지? 아껴 쓴 게 아니라 계약방식 때문이죠

    옆 아파트 전기료 우리보다 왜 적지? 아껴 쓴 게 아니라 계약방식 때문이죠

    서울 용산구 A단지 B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37)씨는 다달이 관리비 요금청구서에 나오는 전기요금에 대해 불만이 많다. 분명히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고자 콘센트를 뽑아 놓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해도 요금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한 이웃 주민 고지서를 슬쩍 보니 같은 평수인데도 훨씬 적은 돈을 내고 있었다. 관리사무소에 물었지만 “복잡한 요금제를 적용해서 그렇다”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김씨는 “이웃 얘기를 들어보면 용량이 큰 냉장고와 전열기구를 훨씬 많이 쓰는데도 나보다 전기요금이 적게 나오는데, 전기요금을 계산하지 못하니 도무지 무슨 차이인지 알 길이 없다”고 억울해했다. ●공동주택 공용 부분 산정방식·변압 여부 따라 전기요금 달라져 공동주택(아파트)의 전기요금 체계가 복잡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거나 지적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3월 20일 전남 여수시청에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 주최로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전기요금체계 개선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입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복잡한 요금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조사주택 1669만 2000호(2016년 기준) 가운데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등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은 1252만 3000호로 75%다. 수도권에서는 총주택 760만 4000호 중 공동주택이 6106호로 80.3%를 차지한다. 이처럼 공동주택은 우리나라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된 지 오래다. 한국주택관리연구원에 따르면 총 주택 가운데 공동주택의 에너지 사용 비중은 약 57%인데 그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공동주택이 단독주택에 비해 에너지 효율은 높다. 하지만 공동주택의 전기요금 체계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너무 복잡해 ‘깜깜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단독주택은 한국전력과 전기공급계약을 직접 체결해 특정 가구가 쓴 전기에 해당하는 요금을 직접 한전에 내는 방식이다. 이 경우 쓴 만큼 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 반면 공동주택은 사용한 전기요금 외에 공용 부분이 있어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생긴다. 공동주택 가운데 한전에서 220V 또는 380V의 ‘주택용 저압’ 전력을 공급받는 아파트는 가구별 요금은 직접 한전에 내고, 공용 부분은 입주자대표회의 등 관리 주체가 한전과 직접 계약을 맺어 요금을 대신 내고 비용은 정해진 규약에 따라 가구별로 나눈다. 문제는 2만 2900V의 고압 전력을 공급받는 아파트다. 고압 아파트의 전기요금 계약방식은 크게 종합계약 방식과 단일계약 방식으로 나뉜다. 두 가지 방식 모두 관리사무소가 요금을 대납하고 가구별로 요금을 다시 청구하는 방식이다. 1975년 1월에 가장 먼저 도입된 종합계약 방식은 가구별 전기 사용량은 ‘주택용 저압’을, 엘리베이터 등 공용사용분은 ‘일반용 고압’을 적용받는다. 여기서 공용 사용분은 가구별 면적에 따라 배분한다. 그런데 고압 전력을 일반 가정에서 쓰기 위해서는 수전설비(변압기)를 통해 2만 2900V를 220V로 바꿔 줘야 한다. 한전에서 고압을 저압으로 바꿔 보내면 비용이 들기 때문에 주택용 저압이 주택용 고압보다 단가가 높다. 이에 1989년 4월 한전은 다양한 요금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단일계약 방식을 만들었다. 이 방식은 고압아파트를 한 단위로 보고 가구·공용 사용분에 관계없이 단가가 주택용 저압보다 싼 주택용 고압을 적용한 뒤 관리사무소가 전기요금을 한전에 대납하고, 요금을 전체 가구수로 나눠 부과하는 방식이다. 단일계약과 종합계약의 유불리는 공용 부분의 비중(25~30%)에 따라 다르지만, 그 판단과 결정은 관리사무소의 몫이다. ●전기요금 미납·계량기 손실분도 입주민들이 나눠서 부담해야 고압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요금을 한전에 직접 내는 것이 아니라 관리사무소가 대행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미납 가구의 요금을 다른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나길수 서일대 자산법률학과 교수는 “계량기가 고장 날 경우 그 손실을 아파트 입주민들이 나눠 부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을 사용량보다 더 부담하는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관리사무소에서 알아도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다. 안아림 주택관리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납 가구가 발생해도 관리사무소에서는 단전 권리가 없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체납 가구 정보에 대한 입주민의 동의를 얻어 한전에 보내야 하는데 그 가구에서 동의를 안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단일계약 방식에서 발생한다. 아파트를 하나의 단위로 보고 단순히 전체 요금을 가구수로 쪼개다 보니 전기를 많이 쓰는데도 상대적으로 요금이 더 적게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 오주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전기태스크포스(TF) 팀장은 “주택용 저압을 쓰는 한 가구의 월 전기요금이 10만원이라면, 주택용 고압을 쓰면 8만원으로 내려간다”면서 “그런데 단일계약 방식에서는 공용 부분의 요금이 비싸져 9만원을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기를 덜 쓰는 가구가 요금을 더 내야 하는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고압아파트 전기료 형평성 문제 제기에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 보급 이처럼 고압아파트 단일계약의 경우 공용 부분이 가구별 요금과 섞여 청구되지만 각 가구가 직접 전기요금을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가구별 요금과 공용 요금이 분리되는 종합계약 방식에서도 마찬가지다. 가구별 전기요금은 한전이 책정한 기본요금과 1~3단계로 나뉘는 누진제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전력량요금을 합한 뒤 부가가치세(10%)와 전력산업기반기금(3.7%)을 더한 금액이다. 공용 부분은 아파트 전체 가구의 전력 사용량과 공용 사용량을 모두 파악한 뒤 계산식에 적용해야 한다. 공용 부분에는 주택용이 아닌 ‘일반용 고압’의 전력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계산식이 복잡해진다. 최타관 한국주택관리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종합계약과 단일계약 등에 따라 요금 계산이 다르고 복잡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어렵다”면서 “전기 절약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면 요금이 덜 나오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고압아파트의 ‘깜깜이’ 전기요금과 배분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간의 분쟁이 늘어나면서 한전은 지난해 1월 새로운 요금제도인 변압기 공동이용 계약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원격검침을 위한 지능형 전력계량시스템(AMI)을 보급해 실시간 사용량과 요금 정보 등을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가구별 요금의 경우 한전이 직접 부과해 체납요금을 떠안을 가능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택용 고압이 아닌 주택용 저압을 적용하기 때문에 단일 계약보다 요금이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변압기 유지관리 비용이 그대로 입주민에게 부과되는 것도 여전히 문제다. ●아파트 변압기 설치비·유지비 모두 부담 아파트 전기요금체계와 단독주택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고압아파트는 보통 단지 내에 고압 전력을 저압으로 바꾸기 위한 변압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설치비와 유지비용을 모두 주민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단독 주택의 경우 한전에서 전주에 달린 변압 설비를 설치·유지하고 있다. 김기철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정책기획국 과장은 “아파트 내 변압기를 통한 변압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소비되는 전환비용이 5%인데 이것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소비자가 부담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깜깜이’ 아파트 전기요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진제 구간 개편, 계절별 요금 단가 통일 등 요금체계를 단순화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총족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희 에너지연대 대표는 “복잡한 전기요금 때문에 요금 절감이 안 된다면 앞으로도 관리사무소와 입주민 간의 요금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전기를 절약하는 만큼 요금을 줄일 수 있는 요금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파트 전기요금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던 이 의원은 “아파트 전기요금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논의를 통해 입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개선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여전히 ‘징후’를 무시하는 나라/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여전히 ‘징후’를 무시하는 나라/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대형 참사에는 어김없이 그것을 암시한 ‘징후’들이 있다. 큰 사고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앞서 비슷한 원인과 성격의 작은 사고들이 반복해 나타난다. 1930년대 초 미국 보험회사 직원인 하인리히는 수천 건의 보험 상담을 통해 산업 현장에서 중대한 재해가 1건 일어나려면 그전에 동일한 원인의 경미한 사고가 29건, 그런 위험에 대한 기미가 300번은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산업 현장만이 아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 자연에서도 나타난다. 흔히 징후는 무시되기 쉽다. 사람들은 나쁜 일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리거나 축소한다. 아니면 ‘아전인수’로 받아들이거나. 심지어 징후가 명백하게 나타나도 불감증과 편향성,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거나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예외법칙으로 스스로 비극을 불러들인다. 사람들에게 닥친 재앙의 대부분이 ‘인재’(人災)인 이유다. 정부까지 그러면 안 된다. 정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부터 지켜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믿음으로 대통령으로 뽑아 주고, 세금을 낸다. 정부까지 징후를 무시할 때 얼마나 끔찍한 비극이 일어나는지는 ‘세월호 참사’가 말해 주고 있다. 정권을 무너뜨린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도 부정부패의 숱한 징후들을 스스로 외면한 탓이다. 지금은 어떤가. 수없이 반복된 경험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여전히 ‘징후’를 무시하는 나라다. 무려 20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의 아파트 방화·흉기난동 사건은 치안에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막을 수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이 범인 안인득의 위협적 행동에 대해 수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 동사무소와 LH임대주택 본사도 민원을 묵살했으니, 유가족의 말대로 “사실상 국가기관이 방치한 인재”였다. 포항지진도 마찬가지다. 지열발전 현장의 징후(미소지진과 규모 3.1의 경고지진)를 사업자측이 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연구기관에 알렸지만,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소지진이 발생했을 때 무시하지 말고 숨겨진 단층대의 존재를 파악했다면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재난은 막을 수 있었으니 역시 ‘정부가 방치한 인재’로 드러났다. 징후를 무시하다 참사가 일어나면 현장에 달려가 사과하고, 수습에 매달리고, 전형적인 뒷북치기와 형식주의인 재발방지 대책을 위한 TF팀이나 만들고, 아니면 남 탓이나 하는 여전히 말로만 ‘안전한 대한민국’이다. ‘사랑의 안전일기 범국민운동’을 시작한 인간성회복운동협의회의 고진광 이사장은 “안전이야말로 1%가 부족해도 100%를 잃게 되기 때문에 생명존중의 출발”이라면서 “안전을 방치한 적폐청산은 국민의 불신만 크게 할 뿐”이라고 했다. 정부가 외치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무너뜨리는, 나아가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나만의 정의, 나만의 공정’의 도덕 불감증과 아집과 오만의 징후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사가 그렇고, 정책이 그렇고, 집권층의 의식이 그렇고,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그럴 때마다 한 정치인(박지원 의원)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으로 경고를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다. 책임을 전가하거나, 징후를 뒤집어서 ‘길조’(吉兆)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미국 소설가인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그 착각이 징후를 무시하고, 그 무시가 재앙을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아 들판 전체가 물에 잠긴다. 그리고 그 대가는 대부분 힘없는 국민이 고스란히 치러야만 한다. 개인도 국가도 작은 징후를 무시하지 말라. 징후는 우연히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내부에서 조금씩 축적된 것이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징후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신호이며, 더이상 늦으면 안 된다는 경고다. 그것을 외면하는 곳에서는 안전도, 정의도, 공정도 없다. 우리는 여전히 내일은 어떤 재앙이 나에게 닥칠지 몰라 불안한 곳에서 살고 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든다면서 별로 바뀐 것 없는 정부를 점점 믿지 못하면서.
  • 유승민 “사보임 철회 안 하면 행동할 것” 최후통첩

    유승민 “사보임 철회 안 하면 행동할 것” 최후통첩

    캐스팅보트 쥔 바른미래 ‘부글부글’… 지도부는 ‘침묵’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 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치 국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쪽은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지도부와 관련 의원들은 주말 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정당계 수장인 유승민 의원이 당 지도부가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보임(사임과 보임의 준말)시킨 것을 취소하라고 28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불법 사보임(사임과 보임의 준말)을 당장 취소하고 원위치로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보임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당내 갈등은 물론 국회 갈등이 계속돼 저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며, 오늘이 굉장히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선거법에 대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문제”라며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선거법만큼은 여와 야가 합의로 개정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여야 합의 없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수처법에 대해선 “대통령의 친인척과 고위공직자의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법으로서, 그 핵심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적폐청산의 미명 하에 검찰을 동원해 지난 2년간 정치보복을 해오는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실종됐다”며 “검찰조차 개혁할 의지가 없는 이 정권이 공수처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공수처로 검찰을 지배하고 공수처를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쓰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앞서 지난 25일 ‘강제 사보임 사태’ 이후 유 전 대표를 비롯해 오·권 의원의 사보임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김 원내대표의 사보임 결정 철회와 원내대표 불신임을 주장해온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셈이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사보임 조치에 송구하며, 성찰·숙고 시간을 갖겠다”고 한 뒤 사보임 결정 철회도, 거취 관련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패스트트랙 정국과 당내 갈등을 논의하기 위해 같은 날 오후 소집된 원총회에는 정작 김 원내대표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성토대회’로만 그쳤을 뿐이다. 당 일각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사보임 결정 철회 없이 ‘버티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당 내홍이 깊어지면서 패스트트랙 지정에 열쇠를 쥐고 있는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에 선뜻 나서지 못해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대치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26일 선거법 개정안을 담당하는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는 바른미래당 김동철·김성식 의원이 불참하면서 패스트트랙 상정에 필요한 정족수(11명)을 채우지 못해 결국 불발됐다.한국당이 정개특위가 열린 본청 445호를 봉쇄하기도 했지만,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이 결국 재개의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바른미래당 소속 두 의원이 불참해 실효성이 없었던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심 위원장은 28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오늘은 정개특위 회의를 열지 않겠다”며 “바른미래당이 사개특위 강제 사보임 논란으로 내부정리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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