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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D-9 총선, 냉철한 판단으로 정치권 심판하자

    4·15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갈팡질팡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총선에 대한 관심이 희박한 데다 출마자들의 선거운동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유권자들은 자기 동네 출마자마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거대 양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에, 듣도 보도 못한 비례정당들이 난립한 형국이라 각 당의 공약조차 알기 어렵다. 역대 최대급 ‘캄캄이 선거’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이러니 부동층의 향배가 역대 어느 총선보다 막판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여론조사에서 정치 무관심을 동반한 ‘부동층’이 대략 30~40%로 나온다. 총선 직전까지 20% 이상의 부동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치 혐오증을 동반한 무당층이 많다는 것은 거대 여야의 극단적인 정쟁의 결과다. ‘조국 사태’와 ‘패스트트랙 정국’ 등을 거치면서 진영이 갈라지고 정치 불신이 심화됐다. 정치개혁이란 명패를 달고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되레 국민의 정치 이반을 부추겼다. 비례정당이 함량 미달의 공천 탈락자들로 채워져 기득권의 정치생명을 연장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무당·부동층을 양산한 것이 바로 기존 정치 세력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무당층은 부동층이 되고, 투표를 포기하는 기권층으로 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 감염증이 만연된 상황에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끌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어 기권표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감염을 우려하는 유권자나 정치혐오자가 된 유권자들의 기권표가 적지 않아 역대 총선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표 참여 여부가 강제할 수 없는 국민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유권자들이 선거를 외면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무능한 정당과 함량 미달의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동안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악용해 많은 정치꾼들이 활개쳤고 그들만의 리그에서 권력을 누려 왔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비극적인 사태가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수호해야 한다. 선거는 바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날이다.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꼼수·퇴행 정치를 바로잡기 위해서 유권자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냉철한 유권자 혁명을 기대한다.
  • 中 허난성 재유행 우려에 봉쇄

    中 허난성 재유행 우려에 봉쇄

    우한 파견 자셴시 의료진 감염 늘자 차단 美정보당국 “中 확진자 숫자 믿기 어려워”코로나19 종식 선언을 앞둔 것으로 알려진 중국에서 일부 지역에 주민 외출을 금지하고 매장을 폐쇄하는 ‘봉쇄 조치’를 재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본토에서 더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다’던 중국 당국의 발표를 믿어도 되느냐는 세간의 의혹에 불을 붙인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보당국이 중국 통계가 가짜라고 결론 내린 기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중부 허난성 정부는 이틀 전 핑딩산시 자셴에 주민 통행금지와 기업 활동 중단 등 전면 봉쇄 조치를 내렸다. 지역 주민 60만명에게도 “집에만 있으라”고 통보했다. 모든 가구는 이틀에 한 번씩 가구당 1명만 외출해 생필품을 살 수 있다. 지역 내 기업들은 활동을 중단했고 슈퍼마켓과 병원, 약국을 제외한 모든 상점도 문을 닫았다. 우한에서 봉사를 마치고 자셴으로 돌아온 의사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고 그의 동료들도 잇따라 감염되자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전격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중국의 확진환자 수는 8만 3189명, 사망자는 3312명이지만 최근에는 신규 환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마스크 없이 현장 시찰에 나섰다. 코로나19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상징적 행보였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이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고의로 축소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주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이 무증상자 환자 수를 제외하는 등 감염자 집계 방식을 수차례 바꾸는 ‘통계 마사지’를 여러 차례 했기 때문에 불신은 더하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美 정보당국, 중국 코로나19 통계 축소·은폐로 결론”

    “美 정보당국, 중국 코로나19 통계 축소·은폐로 결론”

    블룸버그통신이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건수와 사망자 수를 축소 발표해 상황을 은폐한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3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정보당국이 이런 내용이 담긴 기밀 보고서를 작성해 지난주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당국자들은 보고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발병 건수와 사망자에 관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은 불완전하고 이는 고의적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두 명의 관리는 해당 보고서에서 중국이 제시한 수치가 가짜라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은 이날 오후 기준 약 8만2000명의 환자와 약 3300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돼 있지만 중국 안팎에서 수치의 정확성을 둘러싼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감염 건수 산정 방식을 반복적으로 변경했다고 지적하며, 미 당국자들도 중국 통계에 불신을 꾸준히 드러냈다고 전했다. 전날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의료계는 중국의 자료를 ‘실제 예상보다 더 작은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또한 중국이 문제의 정도를 숨기고 정보공유를 늦추고 있다면서 투명한 정보 공개를 누차 촉구해 중국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日정부 정보 불신이 집단 외출·사재기 불렀다”

    “日정부 정보 불신이 집단 외출·사재기 불렀다”

    지난달 31일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지금까지 하루 최다인 242명에 이르는 등 폭발적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데에는 정부 당국이 현실을 제대로 안 알린 탓이 크다는 비판이 여당 및 지지층에서까지 나오고 있다. 친정권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1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당국의 외출 자제 요청에도 젊은이들의 번화가 진출은 반복되고 슈퍼마켓에서는 생활필수품 사재기가 일어났다”며 “이는 정부의 국내외 정보발신 능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산케이는 “정부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대응지침을 정리한 ‘기본적 대처방침’을 마련하면서 ‘정보 제공·공유의 강화’를 역점 사항의 첫머리에 두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민 간 소통 부재의 사례로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20일 “대규모 이벤트는 주최자가 위험도를 판단,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도 이틀 뒤 사이타마현에서 관중 6500명이 참석한 격투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된 것을 예로 들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달 3일 “화장지 재고가 충분하다”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도 비슷한 사례로 꼽혔다. 지난달 20~22일 수많은 벚꽃놀이 인파가 도쿄의 주요 공원에 밀집한 것과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일본의 대중들은 외출 자제 요청을 현재로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며 당국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집권 자민당 소속 아오야마 시게하루 참의원 의원은 “정부가 전하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횟수도 양도 질도 모두 부족하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특파원 칼럼] 국민의 안전보다 정치적 타산이 앞설 때/김태균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국민의 안전보다 정치적 타산이 앞설 때/김태균 도쿄 특파원

    지난주부터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고 보면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다. 감염 수치의 증가와 함께 일본 정부가 ‘오버슈트’(폭발적 감염 확산), ‘긴급사태 선언’ 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낮은 검사율을 통해 근근이 유지돼 온 일본 국민들의 가공된 평정심은 완전히 무너졌다. 공포감은 정부 당국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동반한다. ‘벚꽃을 보는 모임’, ‘탈법적 측근 검사장 정년 연장’ 등 갖은 의혹과 비리 속에서도 바이러스 위기 극복에 능력을 발휘해 주길 기대하며 참아 왔던 국민들의 인내심은 감염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결국 밑천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당장 일본 국민들은 왜 도쿄올림픽 연기 직후에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전역의 하루 감염자 수는 지난 23일 39명에서 24일 71명으로 뛴 것을 기점으로 25일 96명, 27일 123명, 28일 208명 등 며칠 새 폭증세를 보여 왔다. 24일은 아베 신조 총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의를 통해 ‘도쿄올림픽 2021년 연기’를 결정한 당일이었다.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 검사를 최소화하며 실상을 은폐했던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8일 인터넷판에 ‘올림픽 연기 결정 후에 코로나19 검사가 급증했다는 게 정말인가’라는 제목의 팩트체크 기사를 싣기도 했다. 국가적 재앙이 터지면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들과 아픔을 같이하며 시련을 함께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타산을 더 우선시한다는 인상만을 강하게 풍겨왔을 뿐이다. 지난 5일 자국내 수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중국에 대해 코로나19 관련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것 역시 정치적인 고려를 우선시한 결정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연기가 알려지고 3시간여 만에 아베 총리 자신이 직접 두 나라에 대한 입국 규제를 발표했다. 시 주석의 방일을 국민 안전에 우선하는 최고의 가치에 두고 있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됐다. 정치적 손익을 따지며 주판알을 튕겨 본 후에야 내리는 결정이 많다 보니 정책 대응도 기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일이 많았다. 뜬금없이 국민 수천만명의 생활에 직결되는 ‘초중고 휴교’를 요청하면서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자신의 책임하에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숱한 정책판단 실패나 부정비리 의혹을 거치면서 아베 총리 스스로 책임을 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는 7월 재선을 노리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도 갑자기 지난주부터 부산을 떨고 있다. 1400만 도쿄도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면서도 올림픽에만 정신이 팔려 변변한 기자회견 한번 제대로 하지 않더니 며칠새 연일 TV에 나와 ‘이동자제’를 요구하며 상황이 잘못되면 다 당신들 책임이라는 식으로 도민들에게 엄포를 놓고 있다. 이제 아베 총리에게 남은 가장 중요한 판단은 비상사태를 선언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경제와 사회를 지금보다 더한 마비 상태로 몰고갈 비상사태 선언은 어떤 지도자도 선뜻 집어들기 어려운 선택지다. 무엇보다도 ‘아베노믹스’의 상징으로 그가 애지중지해 온 주가에 비상사태 선언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비상사태를 선언해야만 하는 오버슈트의 시점이 되더라도 아베 총리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아베 총리가 이제부터라도 개인의 이해타산과 성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수반으로서 위기극복의 기본자세로 돌아오게 될 지 궁금하다. windsea@seoul.co.kr
  •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빼앗긴 들에 평온한 일상은 언제 돌아올까

    [유용하의 사이언스 브런치] 빼앗긴 들에 평온한 일상은 언제 돌아올까

    코로나로 빼앗긴 들에도 봄날은 올까. 거리 곳곳에는 개나리, 진달래는 물론 벚꽃까지 봄의 전령사들이 행인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속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다. 이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다.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지역은 물론 아직 감염자가 나오지 않은 곳까지도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있다. 과학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20세기 중반부터 인류는 곧 모든 질병을 정복하고 21세기는 우주 정복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렇지만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예상치 못한 신종 감염병들이 등장하고 이미 사라진 것으로 생각됐던 질병까지 나타나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 지카바이러스, 홍역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로나19는 지금까지 발생한 감염병들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감염병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서 옮을 수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빠르게 확산된다는 특성 때문에 비감염성 질병과 달리 타인에 대한 불신과 배제, 무질서라는 평소 인간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부정적 감정들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진국이라고 알려졌던 나라들에서 인종차별, 생필품 사재기, 의료시스템 붕괴 같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며 감염병이 종식된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생활방식이나 환경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편에서 과학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과학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논문들의 숫자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19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이달 중순까지 코로나19와 관련해 900여 건의 연구논문들이 공개됐다. 특정 질병에 대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연구논문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학진흥회(AAAS)에서 펴내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한 주가 멀다 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한 긴급 논평을 내고 있다.지난 25일에는 세스 버클리 세계백신연합(GAVI) 이사장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맨해튼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논평을 냈다. 버클리 이사장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 단계에 있는 약 44종의 백신 중 최종적으로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몇 개나 될지 미지수인 만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처럼 전 세계 과학자들과 자원을 집중함으로써 백신 개발의 가능성을 높이고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언스 편집장인 홀든 소프 미국 워싱턴대 화학과 교수도 지난 19일부터 28일까지 ‘이제는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 ‘기대치는 낮추고 결과는 더 크게’, ‘이것은 현실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잇따라 발표하고 지금의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과학자와 사회 모든 분야 구성원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차분히 준비하고 따라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과학기술은 시행착오와 앞선 연구의 축적을 통해 발전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일반적 과정을 따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현재 상황을 비행기 골격만 하늘에 띄운 다음 비행하면서 비행기를 완성하고 목적지에 안전하게 착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문제 해결 동력을 잃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바닥에 치닫게 만들 수 있는 정치인들의 무책임하고 비과학적 발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고,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edmondy@seoul.co.kr
  • 나도 언제든 피해자… ‘박사’ 체포는 여성안전 ‘리셋’의 시작

    나도 언제든 피해자… ‘박사’ 체포는 여성안전 ‘리셋’의 시작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의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판매한 ‘n번방’ 사건에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다. 현재 경찰이 파악한 참여자는 6만여 명에 이른다. 여성을 ‘노예’라고 부르며 착취 영상을 만들거나 유포한 이들, 불법행위를 묵인하며 즐긴 단순 소지자까지 포함한 숫자다. 신원이 확인되는 것만 이 정도다. 전국을 뒤흔든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된 데에는 몇 개월 동안 끈질기게 싸워 온 익명의 여성들이 있다. 텔레그램 성 착취 문제를 제일 먼저 세상에 알린 ‘추적단 불꽃’, 텔레그램은 물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불법 영상을 신고하는 ‘프로젝트 리셋’, 사건 공론화에 앞장서고 기자회견을 주최한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팀’이다. 이들은 직접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수사기관에 협조하고, 수십명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적나라한 실태를 알리며 피해자의 손을 잡았다. 성 착취물 단체방 운영자 가운데 가장 악랄하다고 알려진 ‘박사’ 조주빈(25·구속)이 구속된 이후 전화와 서면으로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n번방’ 신고, 공론화 나선 익명의 여성들 대학생 2명으로 구성된 ‘불꽃’은 n번방으로 대표되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을 최초로 알렸다. 기자 지망생이기도 한 이들은 지난해 7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취재를 시작하다 n번방의 존재를 알게 됐다. 한 달 동안 n번방에서 잠입 취재한 내용을 뉴스통신진흥회의 제1회 탐사취재물 공모 시상식에 출품했고, 최고상인 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이들의 기사를 보면 텔레그램 ‘생지옥’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이들이 수집한 자료를 보면 한 대화방에서만 불법 영상 938개, 사진 1898개, 파일 233개가 공유됐다. 주로 아동 강간 촬영물과 화장실 불법 촬영물, 마약류 등에 취해 기절한 피해자를 성폭행하는 영상이다. 불꽃은 “매일 5시간씩 모니터링을 하며 하루에도 대화 내용을 수백장씩 캡처했다”면서 “시도 때도 없이 대화가 삭제되고, 방이 폭파됐다가 다시 생기는 텔레그램 특성상 캡처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향은 작았다. 불꽃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이때를 꼽았다. 이들은 “당장 눈앞에 피해자가 있는 심각한 사건인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현직 기자가 아닌 학생이라 뭘 더 할지 몰라 무력감이 들었다”며 “대화방 속 피해자가 언제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너무 힘들었다”고 전했다. 불꽃은 이후 n번방 외에 지인의 사진에 나체 등을 합성해 올리는 ‘지인능욕방’까지 모니터링하기 시작했고, 기성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보도하면서 변화는 조금씩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꾸려진 ‘리셋’은 불꽃의 뒤를 이었다. 트위터에서 ‘n번방’, ‘박사방’ 등 해시태그를 달고 성 착취 영상을 홍보하며 텔레그램 유입을 유도하는 계정이 마구 돌아다닐 즈음이었다. 이들 역시 매일 성 착취 영상이 공유되는 텔레그램에 잠입해 채널과 계정을 신고하고 있다. 매일 신고하는 계정만 70~80개가 넘는다. 개인들이 시작한 활동이 점점 더 많은 여성의 참여로 현재의 리셋이 됐다.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한 온라인에서 잃어버린 여성의 안전을 다시(Re) 세운다(set)는 뜻이다. 현재 30~40명 정도로 구성된 ‘n번방 시위팀’은 사건 공론화와 언론 제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2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 ●“내 일 같아”… 피해자 손잡는 이유 이들은 활동가이지만,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운 끔찍한 사건의 목격자라는 점에서 또 다른 피해자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수많은 인격이 말살되는 걸 지켜본 이들의 정신적 충격은 절대 작지 않다. 불꽃은 “지금 상태가 멀쩡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착취 영상을 아무렇지 않게 즐기는 가해자들을 보니 주위의 모든 남자를 못 믿게 되더라”며 “당시 남자친구, 같은 수업 남자 동기들은 물론 아빠까지 싫어졌다”고 말했다. 잠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신상이 공개될까 봐 두려움도 컸다. 리셋은 “텔레그램 방에서 가해자들이 쓰는 표현을 최대한 따라 써서 정체가 드러나는 걸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변 보호를 위해 인터뷰도 서면으로만 진행하고, 인원을 충원할 때도 여성 인증을 거친다. 본인의 삶이 위협받을 수 있는데도 이렇게 나선 용기는 어디서 나온 걸까. 이들은 모두 “여성의 피해가 남 일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꽃은 “지인능욕방 모니터링을 하는데 우리 학교 이름이 적힌 파일이 올라오더라. 그걸 열었더니 실제 제가 아는 친구가 있었다”면서 “디지털 성범죄가 멀리 떨어진 피해자의 얘기가 아니라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팀은 “시위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것도 피해자에 대한 특별한 연대라기보다는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우리의 인격을 지키려면 모든 여성이 참여해서 화내고 바꿔야 한다는 연대 의식이 강해졌다”면서 “여성들이 직접 이 ‘강간 문화’를 바꿔 보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조주빈 잡혔지만 이제 시작 최근 조주빈이 붙잡혀 신상까지 공개되며 이들은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간 박사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조씨는 텔레그램 성 착취 가해자 사이에서 ‘신’으로 통했다. 하지만 조씨의 구속은 끝이 아니었다. 외려 시작이었다. 불꽃은 “박사가 검거됐지만, 우리가 계속 텔레그램에 남아 있는 건 사건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박사 한 명 잡힌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다. 뿌리 깊은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들은 수많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시위팀은 “검거도 중요하지만 실제 형량을 얼마나 받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계속 법원과 양형위원회에 민원을 넣고, 운영진이 재판도 방청하면서 사법부에도 압박을 계속 줄 것”이라고 말했다. 리셋은 “우리 목적은 ‘잘 싸웠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양형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자는 청원을 하고, 현재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에서 조씨 등 가해자에 대한 엄벌 탄원도 받고 있다”면서 “다른 분들도 더 많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불꽃은 최근 유튜브 계정을 만들고, 경찰에 신고하는 걸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달라고 알렸다. 불꽃은 “피해자들이 아직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서 쉽사리 신고를 못 하는 것 같다”면서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번방 참여자의 숫자가 몇 명이냐를 놓고 일각에서 성별 갈등이 벌어지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면서 “이건 남녀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고 전했다. 시위팀은 “피해자들에게 감히 ‘제발 살아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이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꼭 말하고 싶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함께 싸우는 사람이 훨씬 많아질 테니 꼭 변화된 사회를 함께 보자고.”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김웅 “조주빈이 손석희 혼외자식 암시했으나 믿지 않아”

    김웅 “조주빈이 손석희 혼외자식 암시했으나 믿지 않아”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을 협박하고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가 조주빈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28일 오후 9시 20분부터 1시간15분 가량 진행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웅기자Live’에서 ‘조주빈이 손석희 혼외자 암시했지만 불신’이라는 제목의 생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에는 약 4400여명이 동시접속해 지켜봤다. 김씨는 손 사장과 마찬가지로 성착취 텔레그램 대화방인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에게 속아 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손 사장이) 조주빈을 이용해 저를 골탕 먹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씨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일부도 공개하며 “조씨가 손 사장 혼외자를 암시했으나 나는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손 사장이 조씨를 이용해 저를 언급했다”며 “인용할 사람의 말을 인용해야지, 자칭 타칭 악마(조씨)의 말을 인용하느냐”며 “조씨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손 사장이 과천에 갔을 때 차에 아기가 있었고, 차 안에 있던 여성은 누구나 아는 사람’이라며 혼외자를 암시했으나 그런 말을 믿지 않았다”고 강조했다.김씨는 또 자신에게는 아무 배후도 없다면서 “어느 기업이라도 배후가 되어달라. 우파 애국시민이 제 배후가 되달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김씨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조주빈의 말을 믿고 조씨에게 돈을 주었다고 JTBC 기자들에게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공개한 조씨와의 텔레그램 대화에는 ‘손(석희 사장) 총선 오더 들어온 거 아시지요. 심각히 고려중이고 앵커도 내놨습니다’란 내용도 있었다. 김씨는 이 대화가 2019년 12월 26일 오후 8시쯤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 측은 손 사장의 ‘삼성이 김웅 기자의 배후’란 주장에 대해 “객관적 사실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손 사장이 JTBC 소속 기자들에게 밝힌 해명은 객관적 사실이나 전후 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전혀 무관한 삼성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브라질 대통령 “코로나19 통계 못 믿어…일터 복귀해야” 논란

    브라질 대통령 “코로나19 통계 못 믿어…일터 복귀해야” 논란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 통계를 믿을 수 없다며 국민들이 일터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반데이란치스 TV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보건부 등에서 발표하는 코로나19 관련 통계를 믿을 수 없다며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통계가 왜 믿을 수 없는지 불신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브라질은 바이러스 때문에 무너질 수 없다”면서 “안타깝지만,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대규모 격리와 주민 이동 제한 조치를 시행한 주지사들을 비난하면서 특히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에게 화살을 돌렸다. 앞서 지난 24일 그는 TV·라디오 연설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대규모 격리와 주민 이동 제한, 영업활동 금지, 학교 폐쇄 등을 결정한 주지사들을 비판하면서 “대규모 감금 상태를 끝내고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엔 주지사와 시장들이 영업활동 금지 조치 때문에 피해를 본 근로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도리아 주지사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격리와 이동 제한 등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것이 잘못됐다는 얘기인가”라면서 “언론도, 심지어 보건부도 격리 조치를 지지하는 현실을 보라”고 말했다. 다른 주지사들도 “격리에 반대하는 보우소나루의 자세는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며 도리아 주지사를 두둔했다. 도리아 주지사는 전날 소셜미디어와 휴대전화 등을 통해 여러 건의 살해 위협을 받았고 자택을 습격하겠다는 메시지도 있었다고 밝히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 세력을 배후로 의심했다. 그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그의 세 아들인 플라비우 상원의원, 카를루스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 에두아르두 하원의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 아들을 배후 세력의 중심 인물들로 지목한 셈이다. 브라질에서는 이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3417명, 사망자는 92명 보고됐다. 치명률은 2.7%다. 상파울루주가 확진자(1223명)와 사망자(68명) 모두 가장 많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과 공공보건 시스템 확대를 촉구하는 냄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미국 방문 당시 수행원들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그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했지만 검사 결과 문건을 공개하지 않아 의혹이 일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광장] ‘윤석열 사퇴’가 필요한 이유/박록삼 논설위원

    [서울광장] ‘윤석열 사퇴’가 필요한 이유/박록삼 논설위원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여름과 가을의 일이다. 오랫동안 진보적 가치를 주장해 온 이조차 강남 부유층으로서 계급·계층적 이해관계 아래에서 살아왔음을 온 국민은 목도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계층적 기반과 상반된 실존적 삶을 살기 어려운 법이다. 이제 개별 행위에 대한 죄와 벌은 법원에서 판가름나게 됐으니 그저 지켜볼 일이다. 지난해 여름 목도했던 것 중 더욱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등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과정 속에서 검찰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언론을 쥐락펴락할 줄 알았다. ‘정의감’에 들끓는 기자의 귀에 누군가의 부정을 침소봉대해 속삭일 줄 알았고, ‘단독’ 기사에 목말라하는 기자에게 적절히 피의사실을 흘릴 줄 알았다. 또한 기소권, 수사권을 양손에 쥔 채 국회의원의 절반 가까이를 일렬종대로 세우는 방법을 알았다. 이뿐 아니다. 법무부의 외청이지만 똘똘 뭉쳐 청와대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결기 또한 보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3~4년 동안 국회 청문회, 국정감사, 취임사 등에서 늘 ‘법과 원칙’을 입에 달고 살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국민들 다수는 검찰의 법과 원칙이 얼마나 자의적인 것인지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 이는 검찰의 모습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됐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9월부터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을 검찰에 10차례 고발했지만 검찰은 묵묵부답이었다. 나 의원이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회장 재임 시절 저지른 15건의 비리 등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로 밝혀졌고, 자녀입시 관련 비리 혐의가 속속 확인되고 있지만 정작 피고발인인 나 의원은 서초동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대신 고발인 조사만 다섯 차례 했을 뿐이다. 법무장관 일가족에게 그랬듯 소환조사도 없는 기소, 먼지털이식 압수수색 70회 이상, 별건의 별건으로 꼬리물기 수사, 광범위한 피의사실 유포 등의 수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검찰의 법과 원칙이 대체 무엇이기에 최소한의 책무조차도 방기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따름이다. 시민단체들이 나 의원에 대한 11번째 고발을 검찰 아닌, 경찰에 한 것은 검찰 불신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BBK 주가 조작 사건’ 수사에는 불기소로 기꺼이 면죄부를 줬다. 헌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계엄령 문건’ 수사도 미온적이었다. 수차례 고소·고발된 ‘김학의 별장 성폭행 사건’은 법원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그 원인으로 검찰의 부실기소를 의심한다. 검찰과거사위에서는 검찰이 국정원의 유우성 간첩 조작 수사를 묵인·방조한 것에 대해 “검찰총장이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은 ‘검찰의 법과 원칙’을 이렇게 스스로 무너뜨렸다. 검찰에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졌다. ‘윤 총장 장모 사건’이다. 윤 총장 장모가 2013년 ‘350억원 잔고증명을 위조했다’는 사건이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가 나흘 남았다고 한다. ‘시간이 없다면 기소 먼저 한 뒤 철저히 수사하라’는 여론이 들끓는다. 별건수사로 공소시효쯤은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이미 증언들은 차고 넘친다는 평가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의지다. 윤 총장의 장모는 그 사이 몇 차례 고발됐지만 검찰은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뒷배를 봐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진다. ‘장모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까지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배경이기도 하다. 윤 총장으로서는 억울할지 모른다. 하지만 검찰총장을 포함한 장모, 부인까지 수사해야 하는 후배 검사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에겐 개인 윤석열의 억울함 이전에 검찰총장으로서 갖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다. ‘자신에게 보고하지 말라’는 발언 한마디에 후배 검사들이 선배인 검찰총장을 수사하는 부담을 떨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가 빠질 테니 마음껏 수사해서 검찰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윤 총장의 입장 표명이다. 가뜩이나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이 높은 때 아닌가. 결국 ‘윤 총장의 결단’만이 바닥에 떨어진 검찰의 신뢰, 법과 원칙을 회복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윤 총장의 용퇴를 권한다. ‘피고발인 윤석열’을 포함한 일가족에 대해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검찰 구성원들의 결기가 그 완성의 필요조건이다. 윤 총장이 검찰의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youngtan@seoul.co.kr
  • 호남 4선vs평양 신인, 누가 이기든 ‘강남 신화’

    호남 4선vs평양 신인, 누가 이기든 ‘강남 신화’

    4·15 총선 서울 강남갑은 호남 4선 후 험지 도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성곤(68) 후보와 평양 출신의 미래통합당 태영호(태구민·56) 후보의 대결이다. 15대 총선 이후 단 한 번도 이곳에서 이겨보지 못한 민주당의 도전과 탈북자 첫 지역구 선거 도전이 맞붙는 ‘도전자들의 싸움’이 됐다.공식 후보 등록 첫날인 26일 김 후보는 학동역 5번 출구 아침인사로 하루를 시작했다. 전남 여수에서 내리 4선을 했던 김 후보는 20대 총선 당시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민주당이 강남갑에 후보를 못내 무투표 패배할 위기에 처하자 험지로 뛰어들었다. 낙선했으나 득표율 45.19%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 후보는 “강남의 문재인 정부 불신을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라면서 “사람을 보지 않고 당을 먼저 보고 판단하는 경향을 확실히 개혁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4년간 강남갑을 다졌으나 김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상상 밖의 상대를 만났다. 김 후보는 “상대 후보(태영호)가 우리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인사여서 새로운 선거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의 ‘1호 전략공천’인 태 후보는 도산초사거리에서 ‘태구민’(태영호)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아침 인사에 나섰다. 탈북 후 정착 과정에서 신변 안전을 위해 쓰던 주민등록상 가명 ‘태구민’으로 출마한다. 태 후보는 “투표장에서 ‘태영호’가 없다고 당황하실까 봐 ‘태구민’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 후보는 헌정 사상 탈북민의 첫 지역구 선거 도전이다. 서류 1장을 떼더라도 국가정보원, 통일부, 경찰청 등 많은 기관을 거쳐야 해 예비후보 등록 때는 최종학력을 기재하지 못했다. 테러 우려가 큰 ‘가’급 신변보호 대상이어서 항상 대여섯 명의 경호인력이 함께한다. 지난 4일부터 강남 주민을 직접 만난 태 후보는 “처음에 출마 결심을 했을 때는 이 정도로 응원 받을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며 “강남구 지역구민들이 품격 있고 깨끗한 정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남갑은 강남 3구 중에서도 ‘테북’(테헤란로의 북쪽)으로 불리는 논현동, 신사동, 압구정동, 청담동, 역삼동으로 구성된 선거구로, 대한민국 최고 부촌답게 ‘부동산과 세금’ 이슈가 중요하다. 김 후보는 “집값 안정화 정책도 필요하지만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 고가 주택의 공시지가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 강남의 현실을 세금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태 후보는 “강남구민이 세금 폭탄을 맞고 있다”며 “가짜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를 이끄는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강남갑은 지난 15대 총선부터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보수정당에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김 후보가 7개 동 중 논현1동, 역삼1동 2곳에서 앞섰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정책·비전·인물 ‘3無’ 꼼수 대결에 묻혔다

    정책·비전·인물 ‘3無’ 꼼수 대결에 묻혔다

    민주·통합 ‘비례정당’이 판세 좌지우지 거대당 싸움에 소수정당 존재감 실종 올드보이 살아남아 신인 설 자리 없어 내로남불 경쟁에 유권자 혼란만 가중4·15 총선 D-20인 26일 여야는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전 채비에 나섰다. 27일 후보 등록이 끝나면 여야는 향후 4년간의 입법 주도권을 쥐기 위한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여야 1, 2당이 앞다퉈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공직선거법 정신을 훼손한 사상 초유의 ‘꼼수 대결’로 치러진다. 이에 ‘다당제 정착’을 기대했던 소수 정당은 빈사 상태로 총선전에 던져졌고, 유권자들은 ‘차악’(次惡)의 선택지조차 고르기 힘든 상황에 몰리게 됐다. 이날 기준으로 총선에 참가한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비롯해 원내 정당만 12곳이다. 그러나 민생당과 정의당을 제외하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친문(문재인)·친조국을 표방한 열린민주당 등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만을 노리고 나온 ‘반쪽 정당’들의 난립이다. 여기서는 정책이나 비전에서 뚜렷한 차별성을 발견하기 힘들다. 대신 유례없는 ‘의원 꿔주기’, ‘꼼수 제명’으로 정당의 형식만 갖춘 채 유권자들에게 표를 강요하고 있다. 정책적 선명성을 갖춘 소수 정당들은 비례위성정당 간 대결 구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녹색당, 미래당 등 대안 정치를 표방한 정당들은 민주당의 연합정당 구성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물러났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비례정당의 등장으로 정당 정치가 파괴되는 퇴행적 정치 현실이 만들어졌고, 유권자를 투표 동원 수단으로 전락시켰다”고 진단했다. 인물의 참신성도 담보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지만 현역 86세대와 친문 인사들은 자리를 지켰다. 통합당은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혁신 공천’을 감행해 40%가 넘는 현역을 교체했지만 황교안 대표의 ‘막판 뒤엎기’로 빛이 바랬다. 각 정당의 비례후보 명단에는 전현직 정치인, 특히 ‘올드보이’들이 이름을 올려 비례대표의 명분도 훼손시켰다. 이날 발표된 민생당, 우리공화당, 친박신당의 비례명단 2번에는 각각 손학규(4선) 전 대표, 서청원(8선) 의원, 홍문종(4선)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치러져 투표율 제고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주이탈리아대사관 등 17개국 23개 재외공관의 재외선거 사무를 중지했다. 이런 중에 여야의 꼼수 경쟁으로 ‘정치 혐오’가 고개를 들면서 투표율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비례정당 논쟁으로 정치권이 유권자들에게 정치 불신을 일으켰다”며 “양극단의 지지층만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국민을 지킵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총선 슬로건을 내놨고, 통합당은 ‘힘내라 대한민국, 바꿔야 산다’는 슬로건으로 맞섰다. 극단의 대결을 조장하는 ‘정권지원론’과 ‘정권심판론’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교회가 감염 온상인가”…‘총리 사과’ 요구한 개신교계

    “교회가 감염 온상인가”…‘총리 사과’ 요구한 개신교계

    “교회의 자발적 협조는 과소평가”“역사상 유례없는 불신·폭력행위”개신교 대표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행정조치를 비판하고 정세균 국무총리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교총은 25일 낸 성명서에서 “정부는 실제 감염위험이 있는 여타 시설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마치 정통 교회가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해 선한 기독교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정치 행위에 집착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교회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과 헌혈 캠페인, 예배형식변경, 자체 방역, 취약계층 지원, 마스크 제작 지원과 대구 경북지역 지원, 작은 교회 후원 등의 자발적 협조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선한 기독교인 명예 훼손하며 정치행위” 이 단체는 “지난 22일 주일에는 몇몇 지역에서 공무원과 경찰까지 동원해 예고 없이 교회를 방문해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는 예배자들을 감시하고 방해했다”며 “이는 역사상 유례 없는 교회에 대한 불신과 폭력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부는 ‘공정’을 표방하면서도 국내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규정을 교회에만 적용함으로써 스스로 공정 정신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앞서 정 총리는 지난 21일 대국민 담화에서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 시설과 실내 체육 시설, 유흥 시설은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고 시설을 운영할 경우 직접 행정명령을 발동해 집회와 집합을 금지하겠다.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시설 폐쇄는 물론 구상권 청구 등 법이 정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전국 6만여곳 교회 중에서 집단 감염을 통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곳은 10여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총리, 공권력 취소하고 사과하라”한교총은 “우리는 정부가 코로나 19 대응에 있어 봉쇄 없이 ‘자발적 참여’와 ‘불편 감내’라는 민주적 방식에서 벗어나 강요와 처벌을 앞세운 독재적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극히 우려한다”며 “총리는 교회에 대한 공권력 행사와 불공정한 행정지도를 사과하고,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한교총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등 30개 개신교단이 가입돼 있다. 전체 개신교계 90% 이상이 한교총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기고] 공수처와 비변사/박지훈 변호사·한국외대 특임교수

    [기고] 공수처와 비변사/박지훈 변호사·한국외대 특임교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올해 7월 설치를 앞두고 있다. 공수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설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통치구조에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공수처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대통령뿐이다. 옥상옥의 전형이다. 또한 이는 국민의 인권과 직접 관련된 형사소송법의 기본 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과거 유신 등을 제외하고 형소법 규정을 소위 ‘패스트트랙’이라는 간단한 절차로 개정한 적이 있었던가. 잠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조선 건국 당시는 수백 년 동안 마녀사냥의 광풍이 서양 전역을 휩쓸며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켜 놓았던 시기다. 중국에서는 환관과 후궁이 황제를 대신해 제멋대로 국정을 농락하고 있던 때다. 조선은 동시대 세계사를 통틀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세련된 문치를 이룩했고 정교한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되는 과학적인 권력분립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으로 구성된 의정부는 오늘날의 행정각부에 해당하는 6조, 즉 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그리고 공조의 업무를 조율하고 총괄했는데, 이 중 국가형벌권의 집행은 형조가 담당했다. 국가권력이 각 관청과 담당 관리들에게 세밀하게 분산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비변사라는 기구가 만들어지게 됐다. 비변사란 외적의 침략 등 변방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비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된 관청이다. 그런데 양란이 끝나고도 비변사는 해체되지 않고 조선 후기에 이르면 사실상 나라의 모든 일을 결정하는 지경에 이른다. 비변사만 장악하면 권력을 송두리째 틀어쥐어 왕권까지 능가할 수 있는 구조가 돼 버린 것이다. 19세기 조선을 망국으로 몰고 간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 역시 재빨리 비변사를 장악함으로써 가능했다. 공수처법의 요체는 검찰기능의 핵심을 추려 ‘공수처’라는 곳으로 모아 놓은 것이다. 그리고 공수처에 대한 통제는 전적으로 청와대의 권한으로 규정해 놓았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공수처법의 탄생 배경이지만 공수처의 업무 수행을 전적으로 신뢰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 공수처법의 통과로 인해 이제 비변사만 장악하면 모든 권력을 틀어쥘 수 있었던 조선 말기와 정확히 동일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대통령께서 진정 안동 김씨의 전례를 따르려는지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
  • 중국 코로나 신규 확진자 ‘0’…해외 역유입 사례만 34건

    중국 코로나 신규 확진자 ‘0’…해외 역유입 사례만 34건

    중국 신화통신은 19일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이후 처음으로 중국에서 자국 내 새로운 감염자가 생기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 34명이 발생했지만 모두 해외에서 온 사례”라며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서는 새로운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망자 숫자는 10명 이하로 떨어져 새로운 사망자 숫자는 8명만 보고됐으며 총 누적 사망자 숫는 3245명을 기록했다. 중국의 현재 확진환자 숫자는 8만 928명으로 7만 420명이 회복됐다. 하지만 중국의 통계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11월 감염병 발생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숫자 감소에도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중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많은 국가에서 중국이 창안한 강력한 개입 절차를 사용하고 있다”며 “통제는 고전적이지만 유효한 방법”이라고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이 중국이 아니라 이탈리아 등 유럽으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중 원사는 “이제 유럽이 바이러스의 초기 발생 단계를 겪고 있는데 확진자 숫자는 계속 증가할것”이라며 “강력한 통제로 확진자와 접촉한 가족들은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선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바이러스 통제방법만이 최고는 아니고 상황은 다 다를 수 있다”며 “중국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비싼 경제적 대가를 치렀고 이제 남은 것은 생산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코로나 두달… 건강염려증 털고 숙면·노래·햇볕쬐기 ‘보약’

    코로나 두달… 건강염려증 털고 숙면·노래·햇볕쬐기 ‘보약’

    외출 삼가다 보니 분노·불안·스트레스 소화 잘 안되고 잠 안오는 게 첫 징후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게 가짜정보 날씨 좋은 날 햇볕 쬐면 스트레스 감소 노래 부르기 저항력 키우고 호흡 개선 요가·뜨개질 등 집안 취미생활 즐겨야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른 지 두 달을 바라본다. 우리가 알던 전쟁은 언제나 눈에 보이는 적을 상대로 무기를 사용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감염병과의 전쟁은 전혀 다르다. 보이지 않는 적은 더욱더 공포스럽다. 내가 확진환자가 되지는 않을까, 접촉자가 되어 자가격리되지 않을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확진환자가 늘어나자 이제는 기침하는 사람만 봐도 ‘혹시 감염자는 아닐까’ 의심하고 경계하게 된다. 대면 접촉을 꺼리고 외출도 삼가다 보니 답답하고 화가 쌓인다. 자가격리 대상이라도 되면 신상털기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과 타인에 대한 불신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건강과 면역력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공포심이다. 공포가 지나치게 조장되거나 불안, 스트레스 등이 심해진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감염 관리, 건강한 대처 등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감염이나 건강 관리가 중요한 상황에서 심리적 불안이 지나치면 오히려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안이 조장돼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공포와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에 건강하게 대처하는 ‘심리 방역’이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거나 잠이 잘 안 오는 등 신체적인 변화를 토로하는 것은 이같은 심리 방역에 문제가 생긴 첫 징후라 할 수 있다. 결국 심리 방역이란 공포와 불안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스트레스에 건강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과도한 걱정으로 두통·소화 장애 증상 요즘 같은 때 가장 손쉽게 생길 수 있는 게 건강염려증이다. 과도한 관심과 걱정 때문에 질병이 없는 데도 두통이나 소화장애 같은 증상이 실제로 생기기도 한다. 낯선 존재, 불확실한 문제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에 지극히 자연스럽다. 불확실을 확실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이것저것 정보를 모으려 한다. 게다가 신문과 방송마다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단톡방이나 페이스북, 트위터에서도 온갖 코로나19 관련 이야기가 넘쳐난다. 정보를 축적하는 것 자체야 나쁠 게 없지만 자칫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 신도들이 코로나19를 막는다며 소금물을 입에 머금는 행동을 한 게 대표적이다. 잘못된 정보가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높이다 보면 자칫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은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현재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때론 지나치게 넘쳐나는 건강 관련 정보가 건강에 대한 염려를 부추기기도 한다. 과도한 정보에 적당히 관심을 끄는 것도 필요하다. 대구·경북처럼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역에선 자칫 정신적인 외상, 이른바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확산에 따른 공포와 불안은 길면 몇 주씩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스트레스 반응이 한 달 이상 사라지지 않아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의심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인해 공포와 슬픔, 무기력, 분노 등이 피로, 수면장애, 면역력 저하, 소화장애, 성욕 감퇴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인지능력이 떨어져 집중력 장애, 의사결정 능력 손상, 기억 장애, 인지 왜곡,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희생자(감염병 확진환자)에게는 지나친 경계심과 배척감,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심리 검역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가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료진 등 현장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감염 위험 속에서 불편한 보호구를 착용한 채 근무 강도와 시간이 증가하는 환경은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많은 연구에서 의료진이 불안과 우울증상 등을 경험한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의료진에게 불신과 비난 대신 지지와 위로를 보내는 자세가 절실하다. 사실 요즘 같은 때 불안감과 스트레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상적인 과정이다. 남자답지 못하다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기 부끄럽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후유증에는 의료진과 상담을 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필수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심리요법과 약물로 치료한다. 또 이완 훈련을 통해 긴장을 풀고 심신이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인지치료에서는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악화시킬 만한 생각을 확인하고, 왜곡된 점이나 부적절한 감정을 교정한다. 노출치료는 안정된 환경에서 트라우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부정적인 느낌과 생각을 점차 조절하게끔 돕는다. 일각에서는 약물치료를 하기도 한다. 글쓰기를 통해 상처를 털어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햇볕, 노래, 글쓰기… 어쨌든 몸을 움직이자 우울한 마음을 밝은 마음으로 돌리는 데는 잠과 햇볕, 노래가 보약이다. 불충분한 수면은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키고,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만으로도 면역력 증진과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20분가량 낮잠을 자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잠깐이라도 햇볕을 쬐면 몸에 활력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 신진대사 활동이 증가하고 뇌 움직임도 빨라지며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햇빛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반대로 흐리거나 비가 올 때 몸이 무겁고 피로하게 느껴지는 게 그 이유다. 감염병 위협 때문에 산책이 어렵다면 햇빛이 많은 낮 시간에 창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잠깐이라도 햇볕을 쬐는 것도 좋다. 많은 연구를 통해 노래 부르기가 신체 저항력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명상이나 걷기 운동처럼 호흡을 개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래를 부르면 표현력이 향상되고 창의력이 발휘되는 등 정신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가격리를 해야 하거나 외출이 어려울 때는 요가나 영화 보기, 뜨개질, 요리 등 뭐든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며 자신을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 재난 상황은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속에서 공동체로서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인류 역사 자체가 바이러스와 끊임없이 전쟁과 휴전을 되풀이했지만 그런 속에서도 인간사회는 계속 발전해왔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근대 들어서는 천연두를 완전 퇴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코로나19 역시 진정 양상을 통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겪었던 개인적, 사회적 트라우마 극복 과정을 떠올리며 비관보다는 낙관과 긍정을 떠올리고 어쨌든 몸을 움직여 보자.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강지인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상민 경희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채정호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지독한 감염병에 빛을 잃은 무대…건강한 공연시장 만드는 게 사명”

    “지독한 감염병에 빛을 잃은 무대…건강한 공연시장 만드는 게 사명”

    중국 우한 지방에서 시작해 한국을 넘어, 세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는 사회 모든 영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관객이 성립과 생존의 필수 요소인 공연계는 말할 것도 없다. 장르를 불문하고 관객은 이미 공연장 발길을 끊었고, 공연 창작진도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한 작품들을 일찌감치 접는 분위기다. 이미 수억원의 돈을 쓰고도 무대에 올리지도 못하는 작품도 속출하고 있다. 모두에게 잔인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한국 무대 공연계의 맏형 격인 신시컴퍼니에는 특히 야속한 2020년의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박명성(57)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에게 조심스럽게 만남을 청했다.●낡고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 그곳에서 꽃핀 명작들 ‘가장 낮은 곳에서 먼 꿈을 꾸는 사람.’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건물 회의실 벽에 걸린 박 대표의 좌우명이다.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제작사에다 서초구에 있다고 해서 통유리가 번쩍이는 으리으리한 건물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구룡산과 맞닿은, 다소 휑하거나 조용한 동네 원룸촌 사이를 걷다 보면 낡고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이 나온다. 뮤지컬 ‘시카고’, ‘맘마미아!’, ‘아이다’ 등을 한국 무대에 올리며 지금의 한국 뮤지컬 시장을 만든 신시컴퍼니 사옥이다. 단출한 회의실을 잠깐 둘러보고 곧 박 대표의 방에서 그를 만났다. “아이고 요즘 같은 분위기에 제가 인터뷰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네요.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니까, 힘들다고 할 수도 없고….” 지난 13일 만난 박 대표의 첫인사에는 신시를 비롯한 공연계 전반의 암울한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 “요즘 뭐 공연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오늘은 손숙 선생님 만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떨다 급히 오는 길입니다.” 애써 너스레를 떨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를 비롯한 요즘 공연 기획·제작사 대표들은 비상대책회의의 반복에 갇혀 지낸다. 배우 손숙 역시 원래 일정대로라면 박 대표와 수다 떨 시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손숙은 박 대표가 제작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출연 중이었지만, 작품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29일 한 달가량 앞당겨 폐막했다. 높은 작품성에 연극계의 역사와도 같은 손숙·신구 주연이었지만 지독한 감염병에 빛을 잃었다.신시와 박 대표에게 알토란 같은 뮤지컬 한 작품도 허망하게 관객과 이별했다. 박 대표는 2004년 위암 투병 사실을 주변에 숨기고 오직 브로드웨이 명작 국내 초연에만 집중했다. 당시 제작비만 148억원에 국내 최장기 8개월 공연을 목표로 2005년 한국 무대에 올렸다. 그렇게 선보인 작품이 지금의 신시를 있게 한 ‘아이다’다. 초연 이후 매 시즌 공연마다 전회차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이어 온 ‘아이다’는 올해 공연으로 전 세계에서 완전히 막을 내린다. 판권을 가진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결정이었다. 신시는 세계 종영을 앞두고 국내 첫 지방공연도 계획했다.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부산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됐고, 이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연이 됐다. 박 대표에게 공연 무산에 따른 피해 규모를 묻자 “아직 계산해 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계산기 두드리는 것보다는 모두가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아이다’는 이번이 세계 마지막 공연이었고, 부산·경남의 관객들도 정말 많이 기다린 작품인데 공유하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해남 깡촌 소년의 인생을 뒤흔든 연극 한 편 박 대표는 1963년 땅끝 전남 해남에서도 외지인 우수영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평생 흙에서 가정을 일군 부모는 자식들만큼은 손에 쟁기 대신 펜을 쥐여 주고자 모두 10대 중반의 나이에 도시 광주로 유학 보냈다. 형과 누나, 동생들은 모두 집안의 기대에 착실히 따랐다. 하지만 고교생 박명성은 도무지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그나마 문학 수업은 즐거웠고, 영화와 연극을 공부하는 선생님에게 이끌리며 문학 감수성을 키워 나갔다. 고교시절 친구들과 남도문화예술관에서 본 연극 한 편은 큰 충격과 함께 박명성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박 대표가 “내 연극 정신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차범석 작가의 ‘산불’이었다. 한국전쟁 후 국가 재건이 진행되고 ‘반공’이 시대정신이던 시절, 전쟁으로 여자들만 남겨진 마을에 숨어든 ‘빨치산’과 마을의 두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해남 깡촌 출신 소년에게 연극배우라는 꿈을 심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식 교육에 열성적이었던 부모님에게 도시 유학까지 보낸 아들이 ‘딴따라’가 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교 3학년 때 꿈과 무관한 상과대에 지원했으나 떨어졌고, 재수생 시절에는 비가 퍼붓던 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언덕 아래로 구르는 사고를 당해 또 대학에 떨어졌다. 삼수 도전이 싫었던 그는 무작정 서울 친구 집으로 상경해 한 극단의 연구 단원(연습생)으로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였다.배우 생활은 길지 않았다. 단역으로 몇 번 무대에 올랐지만, 연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연극판은 떠나기 싫었다. 극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극단 사람들과 너무 정이 들었고, 연극 외엔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연기 대신 연출로 전향했다. 오갈 곳 없던 시절 극단에서 함께 생활한 선배 김갑수의 소개로 당대 연극판을 이끌던 김상열 연출의 조연출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김 연출의 어깨너머로 12년 연극과 연출을 배웠다. 지금의 신시컴퍼니는 1987년 김 연출이 대학로에서 창단한 극단 ‘신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시(神市)는 삼국유사 속 제천의식을 열던 신성한 공간으로, 1983년 창작 뮤지컬 ‘님의 침묵’으로 인연을 맺은 구룡사 주지 정 우 스님이 김 연출과 함께 극단 이름을 지었다.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 스님께서 매일 공연장을 찾으셨죠. 모두 가난하고 어려울 때였는데 스님께서 항상 분장실에 먹을 것을 주시고, 본인은 안 드시지만 극단 식구들 삼겹살 사 먹으라고 돈도 주시고…. 구룡사에 극단을 위한 공간까지 마련해 주셨는데 그곳에서 활동하다 2012년 지금 이곳에 새 터전을 열었죠.” 1999년 김상열 초대 대표에 이어 극단 신시를 물려받은 박 대표는 뮤지컬 전문 제작사를 표방하며 극단 신시를 ‘신시뮤지컬컴퍼니’로 전환했다. 시장 가능성을 연극이 아닌 뮤지컬에서 봤고, 연극 지원과 창작을 위해서라도 우선 뮤지컬 시장을 키우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무엇보다 당시 무대예술 창작자로서, 30~40년 지난 브로드웨이 작품을 무단으로 베껴 와 조악한 수준으로 무대에 올리던 한국 뮤지컬계 관행이 싫었다. 박 대표는 “1990년대 우리나라 뮤지컬은 ‘점방’ 수준이었다”면서 “라이선스 개념도 없이 철 지난 대본과 악보 일부만 구해서 연극배우가 녹음한 테이프에 립싱크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래서 저는 브로드웨이에 저작권료를 내고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작품을 한국 무대에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표를 바라보는 미국 공연 관계자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이미 한국 뮤지컬계의 ‘도둑 공연’으로 불신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브로드웨이의 문전박대에도 반복해 찾아가고 설득했고, 어렵게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이 ‘더 라이프’다. 국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관객으로 가득 찼다. ‘더 라이프’를 시작으로 박 대표와 신시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렌트’, ‘시카고’, ‘아이다’, ‘맘마미아!’,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 등 명작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한국 뮤지컬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물론 일부 실험적인 작품들의 흥행 참패로 빚더미에 앉기도 했지만, 흥행이 보증된 인기 뮤지컬로 다시 만회하면서 그 수익을 다시 연극과 뮤지컬 창작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제 이름 뒤에 대표니 프로듀서니 하는 말들이 붙지만 저는 그저 ‘연극쟁이’일 뿐입니다. 관객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건강한 공연 시장을 만드는 게 저와 신시의 사명이죠.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은 아마 후배들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저류조·수로 없는 정수장, 인도네시아 물 공급 ‘희망’

    저류조·수로 없는 정수장, 인도네시아 물 공급 ‘희망’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서쪽의 반텐주에 있는 현지 기숙학교에 최신 기술을 적용한 ‘건물형 정수처리시설’을 완공했다고 밝혔다. 건물형 정수처리시설에는 미세입자 제거를 위한 막 여과, 오존을 활용한 산화 처리, 활성탄 흡창 등의 정수 과정을 일렬 배치한 후 압력을 이용해 물을 한꺼번에 통과시켜 정수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물을 담아 두기 위한 저류조와 수로가 필요 없어 기존 정수장보다 작은 규모로 정수처리시설을 조성할 수 있다. 현행 도시 외곽의 대규모 정수장에서 상수도관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 인근에서 취수한 물을 정수 후 바로 공급할 수 있어 상수도관 노후화로 인한 수돗물 불신 등의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대규모 상수도 기반시설 없이 외곽에 따로 떨어진 마을이나 독립된 시설 단위에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도국의 물공급 문제에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수처리시설 완공으로 이 학교 기숙 인원 6500명은 따로 생수 구입 없이 하루에 마실 수 있는 물 500㎥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김동진 수자원정책국장은 “마을 단위 정수장이 상수도 기반시설 위주의 물 공급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이 사람이 사는 법] 가장 낮은 곳에서 먼 꿈을 꾸는 사람…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이 사람이 사는 법] 가장 낮은 곳에서 먼 꿈을 꾸는 사람…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

    중국 우한 지방에서 시작해 한국을 넘어, 세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는 사회 모든 영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관객이 성립과 생존의 필수 요소인 공연계는 말할 것도 없다. 장르를 불문하고 관객은 이미 공연장 발길을 끊었고, 공연 창작진도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동참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한 작품들을 일찌감치 접는 분위기다. 이미 수억원의 돈을 쓰고도 무대에 올리지도 못하는 작품도 속출하고 있다. 모두에게 잔인하고 힘든 시기이지만, 한국 무대 공연계의 맏형 격인 신시컴퍼니에는 특히 야속한 2020년의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박명성(57) 신시컴퍼니 대표 프로듀서에게 조심스럽게 만남을 청했다.세계 마지막 작품의 첫 지방공연 불발과 명작의 조기폐막 ‘가장 낮은 곳에서 먼 꿈을 꾸는 사람.’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건물 회의실 벽에 걸린 박 대표의 좌우명이다.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제작사에다 서초구에 있다고 해서 통유리가 번쩍이는 으리으리한 건물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구룡산과 맞닿은, 다소 휑하거나 조용한 동네 원룸촌 사이를 걷다 보면 낡고 오래된 빨간 벽돌 건물이 나온다. 뮤지컬 ‘시카고’, ‘맘마미아!’, ‘아이다’ 등을 한국 무대에 올리며 지금의 한국 뮤지컬 시장을 만든 신시컴퍼니 사옥이다. 단출한 회의실을 잠깐 둘러보고 곧 박 대표의 방에서 그를 만났다.“아이고 요즘 같은 분위기에 제가 인터뷰를 해도 될는지 모르겠네요. 나만 힘든 것도 아니니까, 힘들다고 할 수도 없고….” 지난 13일 만난 박 대표의 첫인사에는 신시를 비롯한 공연계 전반의 암울한 분위기가 녹아 있었다. “요즘 뭐 공연을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고, 오늘은 손숙 선생님 만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수다 떨다 급히 오는 길입니다.” 애써 너스레를 떨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그를 비롯한 요즘 공연 기획·제작사 대표들은 비상대책회의의 반복에 갇혀 지낸다. 배우 손숙 역시 원래 일정대로라면 박 대표와 수다 떨 시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손숙은 박 대표가 제작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 출연 중이었지만, 작품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달 29일 한 달가량 앞당겨 폐막했다. 높은 작품성에 연극계의 역사와도 같은 손숙·신구 주연이었지만 지독한 감염병에 빛을 잃었다. 신시와 박 대표에게 알토란 같은 뮤지컬 한 작품도 허망하게 관객과 이별했다. 박 대표는 2004년 위암 투병 사실을 주변에 숨기고 오직 브로드웨이 명작 국내 초연에만 집중했다. 당시 제작비만 148억원에 국내 최장기 8개월 공연을 목표로 2005년 한국 무대에 올렸다. 그렇게 선보인 작품이 지금의 신시를 있게 한 ‘아이다’다.초연 이후 매 시즌 공연마다 전회차 매진에 가까운 흥행을 이어 온 ‘아이다’는 올해 공연으로 전 세계에서 완전히 막을 내린다. 판권을 가진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결정이었다. 신시는 세계 종영을 앞두고 국내 첫 지방공연도 계획했다. 오는 20일부터 다음달 19일까지 부산에서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취소됐고, 이제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공연이 됐다. 박 대표에게 공연 무산에 따른 피해 규모를 묻자 “아직 계산해 보지도 않았다. 지금은 계산기 두드리는 것보다는 모두가 조금씩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아이다’는 이번이 세계 마지막 공연이었고, 부산·경남의 관객들도 정말 많이 기다린 작품인데 공유하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고 했다. 해남 깡촌 소년의 인생을 흔든 연극 한 편 박 대표는 1963년 땅끝 전남 해남에서도 외지인 우수영에서 7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평생 흙에서 가정을 일군 부모는 자식들만큼은 손에 쟁기 대신 펜을 쥐여 주고자 모두 10대 중반의 나이에 도시 광주로 유학 보냈다. 형과 누나, 동생들은 모두 집안의 기대에 착실히 따랐다. 하지만 고교생 박명성은 도무지 공부에 취미가 없었다. 그나마 문학 수업은 즐거웠고, 영화와 연극을 공부하는 선생님에게 이끌리며 문학 감수성을 키워 나갔다. 고교 시절 친구들과 남도문화예술관에서 본 연극 한 편은 큰 충격과 함께 박명성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박 대표가 “내 연극 정신의 고향”이라고 표현하는 차범석 작가의 ‘산불’이었다. 한국전쟁 후 국가 재건이 진행되고 ‘반공’이 시대정신이던 시절, 전쟁으로 여자들만 남겨진 마을에 숨어든 ‘빨치산’과 마을의 두 여자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는 해남 깡촌 출신 소년에게 연극배우라는 꿈을 심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자식 교육에 열성적이었던 부모님에게 도시 유학까지 보낸 아들이 ‘딴따라’가 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교 3학년 때 꿈과 무관한 상과대에 지원했으나 떨어졌고, 재수생 시절에는 비가 퍼붓던 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언덕 아래로 구르는 사고를 당해 또 대학에 떨어졌다. 삼수 도전이 싫었던 그는 무작정 서울 친구 집으로 상경해 한 극단의 연구 단원(연습생)으로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스무 살이 되던 해였다. 배우 꿈 접고 제작자로…판을 바꾸다 배우 생활은 길지 않았다. 단역으로 몇 번 무대에 올랐지만, 연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연극판은 떠나기 싫었다. 극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극단 사람들과 너무 정이 들었고, 연극 외엔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연기 대신 연출로 전향했다. 오갈 곳 없던 시절 극단에서 함께 생활한 선배 김갑수의 소개로 당대 연극판을 이끌던 김상열 연출의 조연출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김 연출의 어깨너머로 12년 연극과 연출을 배웠다. 지금의 신시컴퍼니는 1987년 김 연출이 대학로에서 창단한 극단 ‘신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신시(神市)는 삼국유사 속 제천의식을 열던 신성한 공간으로, 1983년 창작 뮤지컬 ‘님의 침묵’으로 인연을 맺은 구룡사 주지 정우 스님이 김 연출과 함께 극단 이름을 지었다. “만해 한용운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 스님께서 매일 공연장을 찾으셨죠. 모두 가난하고 어려울 때였는데 스님께서 항상 분장실에 먹을 것을 주시고, 본인은 안 드시지만 극단 식구들 삼겹살 사 먹으라고 돈도 주시고… 구룡사에 극단을 위한 공간까지 마련해주셨는데 그곳에서 활동하다 2012년 지금 이곳에 새 터전을 열었죠.” 1999년 김상열 초대 대표에 이어 극단 신시를 물려받은 박 대표는 뮤지컬 전문 제작사를 표방하며 극단 신시를 ‘신시뮤지컬컴퍼니’로 전환했다. 시장 가능성을 연극이 아닌 뮤지컬에서 봤고, 연극 지원과 창작을 위해서라도 우선 뮤지컬 시장을 키우겠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 무엇보다 당시 무대예술 창작자로서, 30~40년 지난 브로드웨이 작품을 무단으로 베껴 와 조악한 수준으로 무대에 올리던 한국 뮤지컬계 관행이 싫었다. 박 대표는 “1990년대 우리나라 뮤지컬은 ‘점빵’ 수준이었다”면서 “라이선스 개념도 없이 철 지난 대본과 악보 일부만 구해서 연극배우가 녹음한 테이프에 립싱크하는 게 다반사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래서 저는 브로드웨이에 저작권료를 내고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작품을 한국 무대에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표를 바라보는 미국 공연 관계자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이미 한국 뮤지컬계의 ‘도둑 공연’으로 불신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브로드웨이의 문전박대에도 반복해 찾아가고 설득했고, 어렵게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렇게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뮤지컬이 ‘더 라이프’다.국내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관객으로 가득 찼다. ‘더 라이프’를 시작으로 박 대표와 신시는 탄탄대로를 달렸다. ‘렌트’, ‘시카고’, ‘아이다’, ‘맘마미아!’,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 등 명작 계약을 연이어 따내며 한국 뮤지컬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끌었다. 물론 일부 실험적인 작품들의 흥행 참패로 빚더미에 앉기도 했지만, 흥행이 보증된 인기 뮤지컬로 다시 만회하면서 그 수익을 다시 연극과 뮤지컬 창작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제 이름 뒤에 대표니 프로듀서니 하는 말들이 붙지만 저는 그저 ‘연극쟁이’일 뿐입니다. 관객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건강한 공연 시장을 만드는 게 저와 신시의 사명이죠.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은 아마 후배들에게 배턴을 넘겨주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생환 서울시 부의장, ‘공동주택 내 낡은 수도관’ 교체사업 지원금 인상 이끌어

    김생환 서울시 부의장, ‘공동주택 내 낡은 수도관’ 교체사업 지원금 인상 이끌어

    서울특별시의회 김생환 부의장(더불어민주당·노원4)은 ’07년부터 전국 최초로 지원해 온 주택 내 낡은 수도관 교체 공사비 지원금 인상을 이끌어 더 깨끗하고 안전한 서울시 수돗물 공급에 기여했다. 서울특별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부의장은 서울시 수돗물 불신의 원인 중 하나인 ‘주택 내 낡은 수도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보다 깨끗한 서울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지원금 인상을 결정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김생환 부의장은 “공동주택(아파트) 공용급수관의 경우에도 최대 40만원까지 일률 지원하던 것을 온수배관으로 인해 교체비용이 더 큰 지역·중앙난방 아파트의 경우 세대 당 최대 60만원까지 지원 가능하도록 개선했다.”라고 전했다. 김생환 부의장은 “공사비 부담으로 낡은 수도관 교체를 망설였던 가정의 적극적인 신청이 기대되며, 2022년까지 주택 내 낡은 수도관 교체를 희망하는 가구 전부 교체를 목표로 더 깨끗하고 안전한 서울시 수돗물 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노원구는 공동주택(아파트) 단지의 낡은 공용급수관 교체 지원 비용으로 세대별 시비 포함 70만원에서 9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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