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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3)흙사람이 보낸 편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강동동 4848-16,옛 김해평야의 낙동강 기슭 한 언저리에 소담재(小潭齋)라는 작은 전시실을 겸한 찻집.그 곁 창고같이 허름하고 귀신냄새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 같은 어두컴컴한 안쪽에는 뜻밖에도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아프고 서러운 배고픔의 역사가 눈 뜨고 서 있다. ●‘소담재’에서 만난 ‘역사’ 배고픔만이 아니다.여자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받고 부대끼면서도 죽는날까지 참아야만 했던 한국의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서 계신다.모두가 일하는 모습이다.흔히 노동이라고 표현하는,육체를 수고롭게 움직여 식구들과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있는 동작은,멈춘 상태로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과 긴장감이 짙게 느껴진다.얼핏 1900년 무렵 개항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고,외세와의 갈등과 시련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한국인들의 생활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한국인을 인간의 길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껴안고,업고,다독여 오늘까지 데려오신 어머니 모습이다. 이같은 어머니 모습을 빚고 있는 허경혜씨도 여성이다.우연한 기회에 그의 작품전을 알리는 작은 신문기사를 읽고나서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그런지 몇 해를 지나서 또 우연히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퍽 인상적이었다.그는 그의 작품을 토우(土偶)라 불렀는데,나는 토우라는 이름보다 ‘흙사람’이라는 말이 더 좋겠다고 했다.토우와 흙사람은 좀 다른 세계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한국인의 역사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한 미술양식이다.따라서 토우,토용(土俑),명기(名器)라고도 부르는 것들과 다르게 보아야 할 것 같다.중국,한국 역사 속에서 자리매김되어온 토우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세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또한 희랍 로마에서 발달한 테라코타(Terra-cotta)나 일본 문화인 하니와(埴輪)와도 다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토우’와는 다른 ‘흙사람’의 세계 이른바 토우는 사람 모습을 갖춘 것과 여러 가지 동물,생활용구 등 모든 표상물들로서 주술적인 우상,무덤에 껴묻기 위한 부장용(副葬用)으로 만든 것들이다.특히 한국과 중국 고대 사회에서의 토우는 인간이 죽은 뒤의 세계와 영혼의 미래를 상징하는 신앙 체계와 관련되어 있다.또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하여 지배자의 시체와 함께 노비나 하인을 산 채로 파묻던 고대 국가의 습속과 일정한 관련이 있다.이 때 토우에 나타난 인물상들은 여성의 성적 특징을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다산신앙과 풍요를 나타내거나 공예적으로 두드러진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그 시대의 우주관이나 사생관(死生觀)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그런 연유로 토우의 외형이 당시의 생활상·사회상을 짐작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 토우가 주술적 우상성과 주종관계를 위한 제물로서 인간을 희생시키는 몰인간성 이념을 유지한 채 현대사회의 한 미술형식으로 재현,혹은 답습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이런 전통사회에서 있어 온 토우들과는 선명하게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의 ‘흙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움인데 그런 점에서 전통시대의 나한신앙(羅漢信仰)이 지닌 특징들과 일정한 소통관계를 지니고 있다.한국인들이 꿈꾼 자유로움이 나한신앙에 잘 나타나 있는데,이들 나한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엄격한 도상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바위 위에 앉거나 팔을 괴고 쉬는 자세,기분 좋게 서있는 자세 등으로 표현되는데 표정도 가지각색이다.눈을 내리뜨고 참선하는 얼굴,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거나 빙긋이 미소짓는 모습,찡그린 얼굴 등 다양한 인간의 표정을 보여준다.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화된 성격과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적절하게 융화시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그렇게 볼 때 흙사람은 유장한 한국인의 전통신앙체계를 근간으로 삼되 종교적으로 의존하거나 이미지를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전통의 힘과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한국인의 사랑과 믿음,갈등과 불안을 담백하게 형상화시키고 있는 점은 흙사람의 장점이자 미덕이다. 소백산맥 이남의 흙 중에서 산화철 성분이 적고 흙 알갱이가 굵으면서 내화도가 높은 흙을 이용하여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점도 좋아보인다. ●노예노동보다 고통스러웠던 보릿고개 그가 집중하고 있는 20세기 초 중반 무렵의 한국 농촌의 여성상은 수많은 회화와 조각들로 표현되어온 기존의 미술적 혹은 역사적 평가와도 조금은 궤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 문화다.가난과 질곡으로 압축되는 20세기 초중엽 농촌 사회에서 가장 부자유스럽고 무거운 노동과 정신적 중압감을 받으며 자식을 낳고 기르는 일과 가족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도맡아해 낸 것은 어머니였다.양반 사대부 가정과 달리 민중의 삶은 여성들의 희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였다.의료시설과 의약품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 여러 명의 자식을 생기는 대로 낳아 기르는 일은 죽음에 가까운 위험하고도 무모한 생존 그 자체였다. 식량부족은 곧 산모와 여성들에게 영양결핍을 고질적인 일상으로 만들었고 대가족의 빨래와 식단차리기 등은 견디기 힘든 노예노동에 견줄 만했다.그 어떤 어려움보다 고통스러운 것이 보릿고개로 불려온,긴 긴 봄날의 굶주림이었다.토지 부족과 식량 부족이 일상화된 가운데서 해마다 반복되는 보릿고개는 특히 젖먹이를 키우거나 임신중인 어머니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천형과도 같았다. 그런 질곡의 세월은 적어도 보리농사가 시작된 18세기 무렵 이후부터 더욱 극심해진 한국 농촌의 비극이었다.한국 농민들이 하루 세 끼니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 1960년대 이후부터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보릿고개 시절에는 하루 한 끼니조차도 제대로 거치기가 쉽지 않았었다.굶주림과 고난중에도 어머니는 임신을 해야 하고 자식을 낳고 길러야만 집안과 사회가 이루어진다. 똑같이 굶으면서도 임신하고,젖 먹이고,어린 자식 품어 키워내야 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어머니 몫이다.따라서 한국 어머니는 한국 역사의 절반이 아닌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온 몸으로 도맡아왔다.그런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 바깥이나 다름없는 홀대와 차별의 불길 속에 서서 살아왔다.그러다가 현대사회라는 이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까지 와버렸다.전통적 가치와의 충돌로 생기는 늙으신 농촌 어머니의 고독,깊은 상실감,소외와 박탈감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고백록을 쓰듯이 어머니의 수난사를 흙으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강철문명’과 맞서는 흙의 힘 콘크리트와 강철 등 인공적 조형과 냉혈한 금속성,생명의 단절과 괴리를 멈추지 못하는 도시문명 속에서 허경혜씨가 들고나온 것은 흙이다.흙의 부드러움과 온유함,자연성과 생명성을 상징하는 흙 한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한국여성사의 한 단면을 조형해내는 그의 작업은 분명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어머니 마음으로 읽혀진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임을 묵시적으로 보여주는 ‘흙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잠시 우리가 걸어왔고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3)흙사람이 보낸 편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강동동 4848-16,옛 김해평야의 낙동강 기슭 한 언저리에 소담재(小潭齋)라는 작은 전시실을 겸한 찻집.그 곁 창고같이 허름하고 귀신냄새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 같은 어두컴컴한 안쪽에는 뜻밖에도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아프고 서러운 배고픔의 역사가 눈 뜨고 서 있다. ●‘소담재’에서 만난 ‘역사’ 배고픔만이 아니다.여자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받고 부대끼면서도 죽는날까지 참아야만 했던 한국의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서 계신다.모두가 일하는 모습이다.흔히 노동이라고 표현하는,육체를 수고롭게 움직여 식구들과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있는 동작은,멈춘 상태로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과 긴장감이 짙게 느껴진다.얼핏 1900년 무렵 개항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고,외세와의 갈등과 시련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한국인들의 생활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한국인을 인간의 길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껴안고,업고,다독여 오늘까지 데려오신 어머니 모습이다. 이같은 어머니 모습을 빚고 있는 허경혜씨도 여성이다.우연한 기회에 그의 작품전을 알리는 작은 신문기사를 읽고나서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그런지 몇 해를 지나서 또 우연히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퍽 인상적이었다.그는 그의 작품을 토우(土偶)라 불렀는데,나는 토우라는 이름보다 ‘흙사람’이라는 말이 더 좋겠다고 했다.토우와 흙사람은 좀 다른 세계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한국인의 역사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한 미술양식이다.따라서 토우,토용(土俑),명기(名器)라고도 부르는 것들과 다르게 보아야 할 것 같다.중국,한국 역사 속에서 자리매김되어온 토우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세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또한 희랍 로마에서 발달한 테라코타(Terra-cotta)나 일본 문화인 하니와(埴輪)와도 다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토우’와는 다른 ‘흙사람’의 세계 이른바 토우는 사람 모습을 갖춘 것과 여러 가지 동물,생활용구 등 모든 표상물들로서 주술적인 우상,무덤에 껴묻기 위한 부장용(副葬用)으로 만든 것들이다.특히 한국과 중국 고대 사회에서의 토우는 인간이 죽은 뒤의 세계와 영혼의 미래를 상징하는 신앙 체계와 관련되어 있다.또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하여 지배자의 시체와 함께 노비나 하인을 산 채로 파묻던 고대 국가의 습속과 일정한 관련이 있다.이 때 토우에 나타난 인물상들은 여성의 성적 특징을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다산신앙과 풍요를 나타내거나 공예적으로 두드러진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그 시대의 우주관이나 사생관(死生觀)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그런 연유로 토우의 외형이 당시의 생활상·사회상을 짐작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 토우가 주술적 우상성과 주종관계를 위한 제물로서 인간을 희생시키는 몰인간성 이념을 유지한 채 현대사회의 한 미술형식으로 재현,혹은 답습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이런 전통사회에서 있어 온 토우들과는 선명하게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의 ‘흙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움인데 그런 점에서 전통시대의 나한신앙(羅漢信仰)이 지닌 특징들과 일정한 소통관계를 지니고 있다.한국인들이 꿈꾼 자유로움이 나한신앙에 잘 나타나 있는데,이들 나한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엄격한 도상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바위 위에 앉거나 팔을 괴고 쉬는 자세,기분 좋게 서있는 자세 등으로 표현되는데 표정도 가지각색이다.눈을 내리뜨고 참선하는 얼굴,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거나 빙긋이 미소짓는 모습,찡그린 얼굴 등 다양한 인간의 표정을 보여준다.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화된 성격과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적절하게 융화시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그렇게 볼 때 흙사람은 유장한 한국인의 전통신앙체계를 근간으로 삼되 종교적으로 의존하거나 이미지를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전통의 힘과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한국인의 사랑과 믿음,갈등과 불안을 담백하게 형상화시키고 있는 점은 흙사람의 장점이자 미덕이다. 소백산맥 이남의 흙 중에서 산화철 성분이 적고 흙 알갱이가 굵으면서 내화도가 높은 흙을 이용하여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점도 좋아보인다. ●노예노동보다 고통스러웠던 보릿고개 그가 집중하고 있는 20세기 초 중반 무렵의 한국 농촌의 여성상은 수많은 회화와 조각들로 표현되어온 기존의 미술적 혹은 역사적 평가와도 조금은 궤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 문화다.가난과 질곡으로 압축되는 20세기 초중엽 농촌 사회에서 가장 부자유스럽고 무거운 노동과 정신적 중압감을 받으며 자식을 낳고 기르는 일과 가족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도맡아해 낸 것은 어머니였다.양반 사대부 가정과 달리 민중의 삶은 여성들의 희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였다.의료시설과 의약품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 여러 명의 자식을 생기는 대로 낳아 기르는 일은 죽음에 가까운 위험하고도 무모한 생존 그 자체였다. 식량부족은 곧 산모와 여성들에게 영양결핍을 고질적인 일상으로 만들었고 대가족의 빨래와 식단차리기 등은 견디기 힘든 노예노동에 견줄 만했다.그 어떤 어려움보다 고통스러운 것이 보릿고개로 불려온,긴 긴 봄날의 굶주림이었다.토지 부족과 식량 부족이 일상화된 가운데서 해마다 반복되는 보릿고개는 특히 젖먹이를 키우거나 임신중인 어머니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천형과도 같았다. 그런 질곡의 세월은 적어도 보리농사가 시작된 18세기 무렵 이후부터 더욱 극심해진 한국 농촌의 비극이었다.한국 농민들이 하루 세 끼니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 1960년대 이후부터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보릿고개 시절에는 하루 한 끼니조차도 제대로 거치기가 쉽지 않았었다.굶주림과 고난중에도 어머니는 임신을 해야 하고 자식을 낳고 길러야만 집안과 사회가 이루어진다. 똑같이 굶으면서도 임신하고,젖 먹이고,어린 자식 품어 키워내야 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어머니 몫이다.따라서 한국 어머니는 한국 역사의 절반이 아닌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온 몸으로 도맡아왔다.그런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 바깥이나 다름없는 홀대와 차별의 불길 속에 서서 살아왔다.그러다가 현대사회라는 이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까지 와버렸다.전통적 가치와의 충돌로 생기는 늙으신 농촌 어머니의 고독,깊은 상실감,소외와 박탈감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고백록을 쓰듯이 어머니의 수난사를 흙으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강철문명’과 맞서는 흙의 힘 콘크리트와 강철 등 인공적 조형과 냉혈한 금속성,생명의 단절과 괴리를 멈추지 못하는 도시문명 속에서 허경혜씨가 들고나온 것은 흙이다.흙의 부드러움과 온유함,자연성과 생명성을 상징하는 흙 한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한국여성사의 한 단면을 조형해내는 그의 작업은 분명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어머니 마음으로 읽혀진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임을 묵시적으로 보여주는 ‘흙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잠시 우리가 걸어왔고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 안희정, 재판부 질책에 “의리 지키려고…”

    “몇 개월동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더니 왜 갑자기 삼성 돈이라고 주장합니까.말이 자꾸 바뀌는데 어떻게 믿겠습니까.” 불법정치자금 91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안희정 피고인은 27일 공판에서 재판부의 질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지난 결심공판 때 ‘엄한 처벌’을 간청하던 당당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김병운)는 이날 안 피고인에게 선고를 내릴 예정이었다.그러나 검찰이 뒤늦게 37억여원을 추가기소하면서 변론이 재개됐다.안 피고인은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지만,삼성에서 받은 현금 15억원이 중복 계산됐다고 주장했다.‘성명불상자에게 21억 9000만원 받았다.’는 기존 공소사실에 삼성 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지난 공판 때까지 안 피고인은 “21억원은 여러사람에게 나눠받아 누구에게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과 변호인측 신문이 끝나자 재판부가 날카로운 질문을 잇달아 던졌다.“액수를 줄이려고 이제와서 삼성에서 받은 돈을 연결시키는 것 아니냐.”“21억여원 대부분은 수천만원씩 여러차례로 나눠 입금됐지만,삼성은 15억원을 한꺼번에 줬다고 한다.”고 추궁했다.안 피고인은 당황한 모습으로 “죄송하다.진실을 믿어달라.돈을 준 사람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다 보니….”라고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허위진술을 반복하는데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어떤 것이 ‘진짜’ 진실이란 예기냐.”고 다그쳤고,안 피고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선고공판은 다음달 8일 오전10시다. 정은주기자 ejung@˝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9·11이후 달라진 美시위문화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지난달 25일 워싱턴에서는 낙태의 권리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전국에서 수십만명의 시위자가 ‘워싱턴 몰’로 불리는 미 의회와 링컨 기념관 사이의 광장에 운집했다.1960년대의 반전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위가 4시간여 동안 진행됐으나 몰 이외에서 시위를 벌이는 행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집회를 마친 뒤 백악관으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거리시위를 벌였으나 이 역시 정해진 시간과 도로를 따라 차분히 진행됐다.경찰은 일요일을 맞아 관광을 나선 행락객들의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게 간선도로를 차단하지는 않았다. ●교통장애와 소음피해 방지가 집회의 자유보다 앞선다 워싱턴 경찰국에서 17년간 근무한 한국계 경찰 조셉 오는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에 피해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법이 운영된다.”며 “예컨대 출퇴근 시간대에 시위자들의 시위는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처럼 밤에 촛불을 들고 시위할 수도 있으나 낮과 밤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낮부터 밤까지의 마라톤 시위는 불가능하다.시위 때문에 낮에 사무실에 오지 않는 사람들이 밤에 일할 기회를 주도록 해가 떨어지면 시위를 끝내야 한다.반대로 밤에 시위하려면 해가 지기 전에는 어떤 행사도 시작할 수 없다.주택지역이나 주택지역에 피해가 되는 곳에서는 어떠한 시위도 금지된다. ●최장 1년 전부터 시위가 예고된다 4월28일 의회 앞에서 열린 북한 자유의 날 시위는 5개월 전에 통보됐다.주관 단체인 북한자유연합이 지난 연말부터 인터넷과 메일 등으로 언론기관과 유관단체들에 알렸다.긴급한 사안에 맞춰 한국에서처럼 즉석 시위를 벌일 수도 있으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소를 물색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반전(反戰)시위를 계획할 경우 다른 단체들이 비슷한 행사를 준비했다면 동일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같은날의 시위는 허락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워싱턴 경찰당국의 한 관계자는 “비슷한 이슈에 관한 시위는 먼저 신청한 단체나 조직에 우선권을 준다.”며 “자칫 작은 규모로 시작한 여러 시위가 합쳐져 시민생활에 큰 불편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각종 시위는 적어도 1∼2달 전,길게는 1년 전부터 당국에 허가 신청을 한다.지난달 열린 낙태 권리를 위한 시위는 지난해 6월에 허가를 받았다.당국의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시위에 참가하는 총인원,시간,장소,집회가 끝난 뒤 이동하는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고속도로에서의 시위는 100% 불허한다.고속도로를 차단하면 경찰이 무조건 체포한다. ●청소비 등 시위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주관단체가 진다 시위 도중 일어나는 사고나 불상사는 전적으로 주관단체의 책임이다.지정된 장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시위를 벌이면 경찰이 붙잡아 즉결재판에 넘길 수 있다.물론 다소 융통성이 있으며 경찰은 정해진 시위장소에 공권력을 최대한 동원,시위자들을 보호한다.특히 거리시위에는 교통신호 체계를 시위 중심으로 바꿔 시위를 도와야 한다.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시민이 교통이나 소음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제기하면 사법당국은 허가된 장소라도 피해의 정도가 클 경우 주관단체에 책임을 물릴 수가 있다. 미국의 각 주나 카운티의 경찰당국은 이를 위해 소음피해에 대한 규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위가 끝나면 각종 쓰레기들이 나오게 마련이다.미국에서는 시위 주변을 당국이 청소하지만 쓰레기 등의 수거비와 인건비는 관련단체에 추후 청구한다.보통 1만명이 참여할 경우 청소비로 2000달러 안팎이 든다고 한다. ●9·11 이후 까다로워진 시위 현장 지난달 워싱턴 시내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렸다.세계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시위를 벌이는 행사로도 유명하다.그러나 올해에는 시위가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나갔다. 당국이 시위를 허락하면서도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반경 500m를 철저히 통제했다.이를 뚫으려고 돌진하면 경찰이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테러리스트가 끼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으며 강력 대처를 다짐했다.테러의 우려로 시민들이 당국의 방침을 적극 지지하자 결국 시위는 지지부진했다. 관공서 앞의 시위에는 가방의 크기를 제한한다.등에 메는 가방 정도는 허락하지만 여행용 가방은 검색을 받도록 했다.또한 폭탄 등을 투척할 거리 이내에서는 시위가 금지된다.피켓을 들 경우에도 쇠 파이프나 각목은 금지되고 30㎝ 안팎의 작은 막대기만 사용할 수 있다. 이같은 시위규칙을 어기거나 시위장소를 이탈하면 즉결심판에 부쳐 3일간의 구류와 함께 100달러의 벌금을 물린다.대규모 시위가 열릴 때에는 스타디움을 통째로 빌려 불법 시위자 수용에 대비하기도 한다.판사가 스타디움에서 즉결 법정을 연다. mip@seoul.co.kr 미국만큼 집회와 시위가 잘 보장된 나라도 없다.백악관,의회,외국 대사관 앞에서 미리 신청하면 얼마든지 시위를 벌일 수 있다.그러나 미국만큼 시위를 엄격히 통제하는 나라 역시 드물다.시위 관련자들이 ‘통제선(police line)’을 넘으면 즉각 체포하는 게 미국이다.시위로 불편을 받은 사람도 언제든지 시위자를 고발할 수 있다.특히 9·11 이후 테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위를 허용하는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막대기로 피켓을 받치지 못하게 하고 가방의 크기도 제한한다.혹시 가방 안에 폭탄이 들었을까 해서다.시위를 허용하면서 국가안보라는 이유를 내세워 집회장소를 이중삼중으로 에워싸,사실상 원천봉쇄하기도 한다. ˝
  • 경주 남산 새단장 한다 탐방로 13㎞등 신설키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경주 남산(慶州 南山)에 대한 종합정비사업이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23일 경주시에 따르면 올해 4억원을 들여 4개 노선 13㎞의 남산 탐방로와 문화재 위치 및 탐방로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 35곳을 정비 또는 신설키로 했다. 또 관광객이 많이 찾는 삼릉∼상선암 탐방로에 얇은돌 깔기를 비롯해 계곡내 징검다리 설치 등을 완료할 계획이다.이밖에 지난해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은 남산 기슭의 삼릉숲 보호를 위해 950m에 달하는 인도를 조성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남산 정비사업으로 이미 차량 300대를 동시에 주차하는 서남산 주차장과 화장실 등을 조성 중이다.”며 “앞으로 남산에 흩어진 폐탑과 불상을 복원하고,남산 전시관 건립과 유적관리 모니터링 사업 등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갈길 잃은 분당종합터미널

    모란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된 경기 성남 분당종합버스터미널이 개장한 지 한달도 채 되지않아 중병에 걸렸다. 설계 잘못으로 터미널 내부에서만 이미 20여차례 충돌·접촉사고가 발생했고 배기가스가 빠지지 않아 종사원들이 호흡기질환을 호소하는 등 사경을 헤매고 있다. 터미널운영자인 ㈜성일에 따르면 지난 1일 개장 첫날부터 길거리 승차 등 갖가지 문제점으로 아수라장을 연출했던 성남 분당구 야탑동 분당종합버스터미널이 지금껏 비좁은 진입램프와 대기장소 부족으로 크고작은 사고가 발생,버스운전사들이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일에는 차량대기장소로 임시사용되고 있는 지하3층 램프로 내려오던 K고속 소속 직행버스가 10여m 떨어진 기둥을 피하지 못해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차량 앞부분이 크게 파손됐고 14일에도 지하1층 승차장에서 승객을 태우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던 버스가 좁은 진입램프 벽면에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승객들이 장시간 기다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터미널 관계자는 이같은 사고가 반달여만에 20여건이 넘게 발생했다며 성남시에 시설개선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매연 발생도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당초 성남시는 지하에 승차장이 있어 이를 수용하기에 충분한 배기시설을 갖췄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이곳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은 심각한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발생되는 매연에 호흡기질환을 호소하고 있고 대기버스들은 매연발생을 줄이기 위해 버스가 설 때마다 시동을 끄는 답답한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 터미널은 다른 터미널과는 달리 바닥이 우레탄 재질로 깔려있어 비라도 오는 날이면 버스들이 미끄러지는 사고가 잦고,승객들도 승하차때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는 바람에 부상을 당하곤 한다.K고속 사무소장 김모씨는 “버스운전자들은 바닥을 우레탄 소재로 해놓은 버스터미널을 처음 본다.”며 “좁은 진입램프에 바닥까지 미끄러워 곡예운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중완 교통과장은 “별 문제가 없는데도 운전자들이 트집을 잡고 있다.”며 “매연 측정은 개장전 한번 했기 때문에 더이상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
  • 브룸바 15호 “박경완 봤지”

    클리프 브룸바(현대)가 3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시즌 첫 홈런 단독 선두에 나섰다. 브룸바는 14일 수원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SK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2회 2사 1·2루 때 토종 맞수 박경완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대 두번째 투수 신승현을 상대로 통렬한 좌월 3점포(130m)를 뿜어냈다. 전날 기아와의 연속경기에서 홈런 1개씩을 뽑았던 브룸바는 이로써 3경기 연속 홈런을 폭발시키며 시즌 15호 홈런을 기록했다.지난해 14개의 홈런에 그친 브룸바는 개막 이후 줄곧 단독 선두를 지킨 SK 박경완을 1개차로 제치고 올시즌 처음으로 홈런더비 단독 1위에 올랐다. 박경완의 홈런포는 6경기째 침묵.용병이 홈런레이스에서 단독 선두에 오른 것은 2001년 9월14일 펠릭스 호세(롯데) 이후 2년8개월만이다. 브룸바는 또 이날 4타점을 보태 시즌 40타점으로 양준혁(삼성)을 6개차로 따돌리고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지켜 홈런·타점 1위를 독차지했다. 현대는 김수경의 호투와 브룸바(5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 등 장단 12안타로 5연승을 달리던 SK를 8-1로 눌렀다. 선발 김수경은 8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솎아내며 6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아 시즌 6승째를 마크했다.개리 레스(두산)와 시즌 첫 다승 공동 1위.김수경은 또 올시즌 6연승을 포함해 지난해 9월10일 수원 롯데전부터 파죽의 10연승을 질주했다. 롯데는 사직에서 주형광의 호투로 4연승의 한화를 4-1로 물리치고 사직구장 5연패의 사슬을 끊었다.주형광은 7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으로 막아 3승째. 두산은 광주에서 0-1로 뒤진 4회 전상열의 만루포 등 집중 6안타로 6점을 뽑는 응집력으로 기아의 추격을 6-4로 따돌렸다. 삼성-LG의 잠실경기는 올시즌 최장인 4시간33분 동안의 사투 끝에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이날 LG의 두번째 투수 서승화는 8회 김재걸에게 빈볼을 던져 한때 양팀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였고,서승화는 퇴장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다불/정찬주 지음

    김동리의 소설 ‘등신불(等身佛)’은 자신을 불살라 부처님께 바친 스님의 몸에 금물을 입힌 불상에 관한 얘기다.실화가 아닌 상상력에 근거한 작품이다.그런데 소신공양(燒身供養)은 하지 않았지만 입적한 뒤 등신불이 된 스님의 이야기가 장편소설로 나왔다.소설가 정찬주가 펴낸 ‘다불’(茶佛·랜덤하우스중앙 펴냄)이다. 주인공 김교각 스님은 628년 신라의 왕자로 태어나 지장(地藏)이라는 법명으로 오대산으로 출가했다가 당나라의 구화산으로 들어가 구화산을 중국의 4대 불교명산으로 만들었다. 시선 이백이 스님의 공덕을 시로 노래하고 당나라 황제도 지장이성금인(地藏利成金印)을 하사한 스님이 모셔진 구화산은 요즘에도 수많은 중국인과 외국인들이 참배하는 지장신앙의 본산이다.‘지장이 원하는 바는 다 이루게 하라.’는 뜻의 金印(금인)은 현재 중국의 국보급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지장보살은 석가가 입멸한 뒤부터 미륵불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부처 없는 세계에 머물면서 중생을 제도한다는 보살.작가는 지옥이 텅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고 맹세한 지장 신앙이야말로 인류를 구제할 수 있는 희망이라고 본다. 99세에 입적해 지장왕보살로 추앙받은 스님은 율사,법사,선사의 가풍을 고루 갖춘 고승이다.특히 차를 사랑해 신라에서 갖고간 금지차(金地茶)씨를 그곳에서 퍼뜨리며 선다일여(禪茶一如)로 부처를 이룬 다불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이같은 스님의 행적을 과학도 임박사를 내세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실증적이면서도 꼼꼼하게 되살린다.지난해 12월 직접 구화산으로 들어가 스님의 등신불이 안치된 육신보전을 참배한 뒤 일대기를 다뤄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하게 솟구쳤다고 한다.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 ‘산은 산 물은 물’,만해 한용운의 전기소설 ‘만행’ 등으로 잘 알려진 ‘불교작가’의 해박한 불교적 지식과 상상력이 문장마다 배어있어 단숨에 읽히면서도 불교에 대한 지식을 저절로 체득하게 한다.8500원. 황진선기자 jshwang@˝
  • 儒林(7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儒林(7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최수성의 질문은 사실이었다. 며칠 전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조광조는 아침에 일찍 급히 중종의 부르심을 받고 궁 안으로 입시하고 있었다.그런데 앞으로 다른 가마 하나가 먼저 가고 있었다.호조판서인 고형산(高荊山)의 가마였다.직급으로는 조광조가 종2품인 대사헌으로 위였으나 나이로서는 고형산이 19세나 위인 연상이었으므로 차마 앞서가지 못하고 별배꾼을 시켜 큰소리로 벽제(除)케 하였다. “물렀거라.쉬―.물렀거라.” 보통 행차 때 구종별배(驅從別陪)가 잡인의 통행을 막고 길을 열면 서민들은 물론,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관직이 아래인 사람들은 길을 열어주는 것이 법도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고형산의 가마꾼들은 좀체로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었다.오히려 조광조의 가마가 빨리 나아가려 하면 그쪽 길을 막아 일부러 늑장을 부렸던 것이다.물론 고형산의 가마에도 마보사(馬步使)라는 별배가 있었다.길을 터주는 인도자가 마보사였으므로 마보사가 가마를 멈추어 조광조의 일행을 행차시켰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화가 난 조광조는 입궐과 동시에 군졸을 보내어 고형산의 마보사를 잡아다가 볼기를 치게 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 석방하였던 것이다.이 소문은 항간에 널리 퍼져 있었고 그 소문을 들은 최수성이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던 것이다.이에 조광조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사실이네.” 그러자 최수성이 다시 물어 말하였다. “어찌하여 정숙(靜叔:고형산의 자)의 볼기를 치지 아니하고 졸개에 불과한 마보꾼의 볼기를 칠 수 있단 말이오.” 이에 조광조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물론 정숙이 행한 바는 사대부가 길을 양보하는 미풍을 크게 잃은 것이니 정말로 잘못된 일이오.그러나 비록 사헌부가 풍속을 검속하고 다스리기는 하나 정숙이 중신이므로 내가 규찰해서 바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므로 하급관원 한 사람을 대신 다스린 것뿐이네.” 조광조의 말은 사실이었다.비록 사헌부가 풍속을 검속하고 다스리는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대신인 고형산을 직접 검속할 수는 없으므로 대신 수행원 하나를 구속하여 벌을 주었던 것이다.고형산은 조광조의 말처럼 함경도 병마절도사와 강원도 관찰사를 거쳐 형조판서를 역임한 후 호조판서에 올랐던 노대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암.” 조광조의 말을 들은 최수성이 물러서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에 정암 자네의 앞길을 가로막았던 대신이 호조판서가 아니라 이곳에 앉아 있는 노천(老泉)이었다면 그때도 마보꾼의 볼기를 때렸을 것인가.또한 정숙이 자네의 반대파가 아니라 자네와 같은 신진사림파였다면 과연 길을 막았다 하더라도 화를 내었을 것인가.” 노천은 김식의 자로 조광조가 가장 신뢰하는 오른팔이었던 것이다.이 무렵 김식은 대사성(大司成)이었고,조광조에 의해서 실시된 현량과를 통해 벼슬에 오른 신진사림파의 수장이었던 것이다. 꼬치꼬치 캐묻는 최수성의 태도를 보다 못한 김식이 가로막고 나서서 말하였다. “이보슈.만약 내가 가마를 타고 행차하고 있었다면 정암이 탄 가마를 가로막지 않았을 것이니,애초부터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오.” 그 순간 최수성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호통을 치며 말하였다. “어찌하여 자네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단 말인가?”
  • 儒林(77)-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제1부 王道 제3장 至治主義 최수성의 질문은 사실이었다. 며칠 전 실제로 있었던 일이었다.조광조는 아침에 일찍 급히 중종의 부르심을 받고 궁 안으로 입시하고 있었다.그런데 앞으로 다른 가마 하나가 먼저 가고 있었다.호조판서인 고형산(高荊山)의 가마였다.직급으로는 조광조가 종2품인 대사헌으로 위였으나 나이로서는 고형산이 19세나 위인 연상이었으므로 차마 앞서가지 못하고 별배꾼을 시켜 큰소리로 벽제(除)케 하였다. “물렀거라.쉬―.물렀거라.” 보통 행차 때 구종별배(驅從別陪)가 잡인의 통행을 막고 길을 열면 서민들은 물론,지위가 높다고 하더라도 관직이 아래인 사람들은 길을 열어주는 것이 법도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고형산의 가마꾼들은 좀체로 길을 열어주지 않고 있었다.오히려 조광조의 가마가 빨리 나아가려 하면 그쪽 길을 막아 일부러 늑장을 부렸던 것이다.물론 고형산의 가마에도 마보사(馬步使)라는 별배가 있었다.길을 터주는 인도자가 마보사였으므로 마보사가 가마를 멈추어 조광조의 일행을 행차시켰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화가 난 조광조는 입궐과 동시에 군졸을 보내어 고형산의 마보사를 잡아다가 볼기를 치게 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 석방하였던 것이다.이 소문은 항간에 널리 퍼져 있었고 그 소문을 들은 최수성이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던 것이다.이에 조광조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사실이네.” 그러자 최수성이 다시 물어 말하였다. “어찌하여 정숙(靜叔:고형산의 자)의 볼기를 치지 아니하고 졸개에 불과한 마보꾼의 볼기를 칠 수 있단 말이오.” 이에 조광조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물론 정숙이 행한 바는 사대부가 길을 양보하는 미풍을 크게 잃은 것이니 정말로 잘못된 일이오.그러나 비록 사헌부가 풍속을 검속하고 다스리기는 하나 정숙이 중신이므로 내가 규찰해서 바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므로 하급관원 한 사람을 대신 다스린 것뿐이네.” 조광조의 말은 사실이었다.비록 사헌부가 풍속을 검속하고 다스리는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노대신인 고형산을 직접 검속할 수는 없으므로 대신 수행원 하나를 구속하여 벌을 주었던 것이다.고형산은 조광조의 말처럼 함경도 병마절도사와 강원도 관찰사를 거쳐 형조판서를 역임한 후 호조판서에 올랐던 노대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암.” 조광조의 말을 들은 최수성이 물러서지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에 정암 자네의 앞길을 가로막았던 대신이 호조판서가 아니라 이곳에 앉아 있는 노천(老泉)이었다면 그때도 마보꾼의 볼기를 때렸을 것인가.또한 정숙이 자네의 반대파가 아니라 자네와 같은 신진사림파였다면 과연 길을 막았다 하더라도 화를 내었을 것인가.” 노천은 김식의 자로 조광조가 가장 신뢰하는 오른팔이었던 것이다.이 무렵 김식은 대사성(大司成)이었고,조광조에 의해서 실시된 현량과를 통해 벼슬에 오른 신진사림파의 수장이었던 것이다. 꼬치꼬치 캐묻는 최수성의 태도를 보다 못한 김식이 가로막고 나서서 말하였다. “이보슈.만약 내가 가마를 타고 행차하고 있었다면 정암이 탄 가마를 가로막지 않았을 것이니,애초부터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오.” 그 순간 최수성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호통을 치며 말하였다. “어찌하여 자네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단 말인가?”˝
  • [씨줄날줄] 세대교체/이기동 논설위원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386세대들에게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4·19,6·3세대 ‘주역들’을 목도했다.지난 40년간 한국정치의 주인공이었던 3김의 마지막 주자 김종필 총재의 10선꿈은 좌절됐다.월드컵 붉은 악마에서 지난 대선때의 반미 촛불시위,그리고 탄핵촛불….새로운 바람의 위력은 실로 유난했다.한나라당에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이번에도 젊은 표였다.막판 ‘노풍(老風)’ 기대도 젊은 바람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새 바람의 화두는 세대교체,물갈이였다.당선자중 초선 188명,50대 이하가 전체의 83.6%라는 등의 외형적 통계가 이를 웅변한다.어느 세대고 새롭지 않은 때가 있었을까.토크빌의 말처럼 새 정부는 항상 나름대로 새로운 인물들이 시작하는 것.새 촛불세대도 다가올 세대에게 언젠가는 청산 대상일 수밖에 없을 것.미국현대사에서는 세대를 1900년초 출생자부터 시작해 (1)GI세대(몸사리는 정부관료형)(2)침묵세대(2차대전을 겪은 무소신 세대)(3)베이비붐세대 (4)X세대 (5)새천년 (6)미래세대의 6단계로 나눈다. 이중 우리의 386과 기질적으로 가장 가까운 세대는 X세대.사려깊지 못하고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특질을 갖고 있다.그래서 ‘13일의 금요일에 태어난 아이들’로 부르기도 한다.이들은 도리어 부모세대를 무모하게 베트남전에 뛰어들고 스리마일섬 원전사고를 일으키는 무능,무책임한 세대로 매도한다.히피들이 새 문화양식을 표현했듯이 새 세대는 항상 자기 방식대로 커밍아웃을 한다.오죽했으면 버릇없음의 대명사인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후배 X세대들을 파괴자란 뜻의 ‘베이비 버스터(Buster)’라 불렀을까. 지구상에 세대교체를 겪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고 ‘파괴자’가 아닌 새 세대가 어디 있었을까만 진정으로 경계할 것은 폭력의 커밍아웃.문화혁명때의 중국 홍위병,크메르루주 소년병들이 그랬고 고대불상까지 파괴한 극단이슬람 탈레반학생정권의 폭력성이 이를 보여준다.17대 국회의 다수당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의 새 주역들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이념적 순수주의에 집착하기보다는 화합과 나라 살리기에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는 것이다.현재는 모두 과거와 연결돼 있는 것.이 끈을 통해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미래의 지혜를 얻는 세대교체가 됐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주말 진보·보수집회 충돌없이 끝나

    주말인 10일 공무원·교사의 정치참여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와 기독교·보수단체의 부활절 구국기도회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동시에 열렸으나,별다른 충돌이나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공무원노조,민중연대,민주노총 등 68개 단체는 10일 오후 3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5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공무원·교사에 대한 공안탄압 분쇄와 정치활동 자유보장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비슷한 시각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중앙선관위의 중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안보와 경제살리기 국민운동본부 소속 보수단체 회원 등 1300여명이 부활절 구국기도회를 열었다. 양쪽 집회 장소에서는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비디오 카메라로 녹화채증 작업을 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공인중개사 시험 ‘골칫거리’

    ‘응시 준비 추산인원 50만명.실제 응시자 25만명 이상.응시료만 해도 40억원대.’ 최근 급격히 불어난 공인중개사 시험의 덩치다.규모로 보면 각종 자격증 시험 가운데 단연 1위다.여기에다 다른 자격증 시험과 달리 응시생들의 연령 및 학력수준의 폭이 넓다 보니 각종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시험 한번 치르는 것도 큰 일이 아닐 수 없다.이 때문에 부처간에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주관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 자체는 건설교통부 소관이다.따라서 시험 제도나 일정 등은 모두 건교부가 관리한다.그러나 시험장·감독관 선정 등 실제적인 시험관리는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맡고 있다.자격증 시험을 총괄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2002년부터 시험 시행과 관련된 실무는 건교부에서 산업인력공단으로 모두 넘어갔다. 공인중개사 시험 업무는 산업인력공단에는 ‘고역’ 그 자체다.160명 안팎의 인원으로 600여개 자격증을 관리하는 산업인력공단으로서는 25만명 이상 몰리는 단일 시험이 반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불상사도 있었다.25만여명이 몰렸던 2002년도 시험에서는 ‘시험지 부족 사태’가 일어나 담당 국장이 직위해제되는 일을 겪었다.또 26만여명이 응시한 지난해 시험에서는 산업인력공단 지역본부 소속 일부 직원이 돈을 받고 시험지를 유출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올해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전문적으로 위조해온 조직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러다 보니 노동부에서는 “괜히 건교부에서 하던 시험을 가져와서 이 고생을 한다.”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산업인력공단 관계자도 “40억원대 응시료 수입을 부러운 눈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이 돈은 전액 국고로 들어간다.”면서 “‘죽어라고’ 일만 하고 보상도 못 받는 게 시험 관리”라고 잘라말했다. 그렇다고 건교부가 시험 시행업무를 다시 가져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건교부 관계자는 “엄격히 말해 시험 자체는 시·도 주관이지만 출제와 채점 등 시험관리상 편의 차원에서 건교부가 맡았던 것”이라면서 “자격증 전문기관인 산업인력공단이 계속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건교부 산하단체인 한국토지공사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맡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공인중개사 시험과 토공이 잘 어울린다는 판단에서다.물론 토공측은 펄쩍 뛰고 있다.토공 관계자는 “토지공사가 관리 중인 자격증 시험은 아무 것도 없다.”며 거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올해 초 시험주관 문제를 놓고 건교부와 노동부간에 협의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관계자는 “올해는 일단 산업인력공단이 맡기로 결론을 내렸지만,두 부처 모두 시험 주관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시험 관리마저 어렵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 [사설] 개탄스런 이산상봉 일정파행

    제9차 남북 이산상봉 행사가 파행을 겪었다.금강산 치마바위에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이란 문구에 대한 남측 지원요원의 부적절한 발언이 빌미가 됐다.결국 북측의 공식사과 요구로 지난 2일 오후 삼일포 참관상봉이 무산됐다.반세기동안 기다려온 천금 같은 혈육상봉의 기회를 눈앞에서 잃어버린 남북 이산가족들의 기막힌 심사를 헤아려볼 때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우선 이번 사태가 북한체제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통일부 관계자의 말 실수에서 비롯됐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멀게는 지난 1997년 경수로 공사현장에서 김정일 사진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는 이유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 일이 있고,지난해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는 북한 응원단이 김정일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울면서 떼내는 것을 목도하지 않았던가.결국 최근 몇년간 남북간 접촉이 일상화되면서 정부 당국자들의 대북 경계심과 근무기강이 느슨해진 데 따른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게다가 남측 당국이 지난 2일 오후 3시부터 5시20분까지 버스에 탑승해 참관상봉을 기다리던 이산가족들을 아무 설명도 없이 방치했다니 분노마저 치민다.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영문을 모른 채 저마다 “혹시 내 잘못은 아닌가.”하며 애를 태웠다니 정부 당국의 무책임과 무성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통일부 차관이 3일 속초로 귀환한 이산가족들을 찾아가 직접 사과했지만,사후약방문일 뿐이다. 북측의 경직된 대응도 잘못이기는 마찬가지다.남측 관계자의 실수를 침소봉대하며 혈육상봉의 기회를 박탈한 것은 누가 뭐라 해도 지나쳤다.특히 북측은 예기치 않은 해프닝인 이번 일이 남북관계 전반에 더 이상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종하랑 선영이의 배낭메고 60개국](10) 티베트 ‘라싸’

    북경에서 청두(成都)를 경유하여 5시간 남짓,그림 같은 설산들이 이어지는 장엄하고 험준한 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베트 라싸 공항에 도착했다.높고 가파른 설산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분지,티베트 땅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히말라야에서 불어오는 맑은 공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 같다.그러나 곧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가빠온다.고도 3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느끼는 산소부족 현상 때문이다.고산증세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정도가 다르지만 심한 경우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다가 기절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산병에는 약이 따로 없고 심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위험한데 호흡장애를 일으키며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에게 의사들의 처방은 딱 한가지라고 한다.“GO DOWN!”. 라싸의 기념품 가게에서는 각종 엽서,필름 등과 함께 산소를 팔기도 하는데 너무 비싸서 웬만하면 숨을 아끼며 쉬는 게 상책이다.아,산소의 소중함을 이 곳에 와서 깨닫게 되다니…. ‘옴마니 반메훔! 옴마니 반메훔!(연꽃 속의 보석이여 영원하소서!)’ 꿈인 듯 들려오는 낮은 염불 소리,어디에서 들었더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남편과 열심히 보았던 역사극에서 궁예가 불법을 설파하면서 외웠던 말이다.티베트 라싸에서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옴마니 반메훔’을 읊조리며 오체투지(머리와 사지를 모두 땅에 대고 절하는 티베트의 기도방법)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티베트 사람들에게 종교는 곧 삶이고 삶은 곧 오체투지의 연속이다.티베트의 북부나 남부,각 지방에서 가장 신성한 조캉사원이 있는 라싸까지 산과 들을 거쳐 수백,수천㎞ 되는 거리를 오체투지만을 하며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다. 농사를 짓는 사람중에는 농한기인 겨울에 몇달을 기도기간으로 정해 오체투지하며 기도를 하기도 한다.라싸에 있는 조캉사원은 라마승과 신도들에게 가장 큰 성지로 손꼽히는 곳으로,이 사원 앞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와 상관 없이 이른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티베트 전 지역에서 몰려든 신도들이 오체투지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외지인들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티베트의 독특한 문화는 바로 장례의식이다.티베트 사람들은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죽은 후에 독수리가 죽은 육신을 먹게 함으로써 영혼이 더 하늘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일반 서민들의 장례형태로,조장(鳥葬) 혹은 천장(天葬)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조장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으나 요즘에는 ‘사진촬영 금지’ 표시와 함께 개방되고 있다.재미있는 사실은 서양 친구들은 대부분 조장을 보러 가지 않거나 보더라도 멀찌감치 뒤에 서서 보는데 호기심 많고 용감한(?) 한국사람과 일본사람은 바로 앞에 서서 끝까지 지켜본다는 것이다.물론 우리도 선봉에 섰다. 처음엔 나도 모르게 등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너무 충격적인 장면에서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남편 뒤로 숨어 들었지만,대부분의 절차는 손가락 사이로 목격할 수 있었다.산을 내려오면서 내내 묘한 기분이 들었다.영혼이 빠져 나간 육신이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내 몸을 빌려 내가 살아 움직일 때 더 선하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마음.‘옴마니 반메훔’. ■ 라싸 외곽 시골 마을 전통적인 티베트의 가옥양식과 농촌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라싸 외곽의 당슝 마을을 방문했다.관광지구인 라싸를 벗어나 시골마을로 들어서자 낯선 이방인들이 마냥 신기한지 삼삼오오 모여 야크 똥을 말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사람들도,흙을 파며 뛰놀던 어린 아이들도 온통 시선이 우리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인다.무뚝뚝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던 사람들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장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모여들어 서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한다. 티베트의 전통가옥은 빈부의 격차 없이 모든 집이 동일한 양식과 디자인으로 지어진다.벽돌로 사각집을 지은 후에 흰색 회칠을 하고 지붕에는 종교적 의미를 지닌 오색기를 단다.흰색 벽과 대비되는 화려한 원색의 문 위에는 그들이 신성시 여기는 야크의 머리로 장식을 하고 ‘옴마니 반메홈’ 이라는 문구를 적어 놓는다.그리고 겨울에 연료로 쓰는 야크 똥을 빈대떡처럼 빚어 벽에 붙여 건조시킨다. 손자와 함께 구경나온 할머니 한분이 집안을 보여주신다며 우리를 이끌었다.시멘트 바닥에 장과 소파가 있는 응접실,침대가 있는 침실,불상을 모시는 작은 사원 등이 있는 집안은 화려한 티베트 전통문양의 양탄자,깔개,걸개 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집구경을 시켜 주신 후 할머니는 야크의 우유에 소금간을 한 버터차를 만들어주셨다.버터차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맛으로,우리 입맛에는 약간 느끼하다.내색을 하면 서운해하실 것 같아 맛있게 호호 불어 마시는데,할머니는 보온병을 들고 옆에 서 계시다가 한 모금만 마셔도 계속해서 차를 따라 주셨다. 옆집 사는 딸이 우리에게 보여주겠다며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찍은 옛사진 한 장을 가져왔기에 “너무 예뻐요.이런 옷이 다 집에 있으세요?” 하고 물었더니 갑자기 집안 식구들이 각 방으로 흩어져 남녀 전통의상을 가지고 나온다.갑자기 티베트의 전통의상을 입게 된 우리는 서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티베트의 아름다운 시골마을에서 정겹고 따뜻한 사람들 덕분에 참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평생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몰라도 이렇게 만난 건 그들 종교에서 말하는 대로 전생에 억겁의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
  • [사설] 선관위 집회중지 요청 존중돼야

    중앙선관위가 그제 탄핵관련 찬반 집회를 주관해 온 단체들에 공문을 보내 이번 총선 법정 선거운동기간(4월2∼15일) 중 집회중지를 요청하면서 위반시 엄중 조치할 것을 통보했다.이에 따라 정부도 어제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다음달 2일부터 탄핵 관련 집회를 원천 봉쇄키로 했다.‘촛불집회’도 당연히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법정 선거운동 기간중에는 동창회·산악회·계모임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집회도 허용되지 않는 게 선거법 규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주말엔 서울 광화문에서 여전히 탄핵 찬반 단체들의 집회가 열릴 모양이다.보수단체 중 하나인 ‘반핵·반김 국권수호 국민협의회’측은 28일로 집회 날짜를 옮겨 잡았지만 ‘탄핵무효,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행동’과 ‘대한민국을 지키는 바른선택 국민행동’은 27일 광화문에서 나란히 촛불집회와 탄핵지지 집회를 열기로 해 충돌이 우려된다.불상사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진보·보수 양 진영의 자제를 거듭 촉구한 사회원로들의 충고를 귀담아들을 것을 당부한다. 선거운동기간이 코앞에 다가오고 있는 만큼 이제부턴 정부와 선관위도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예외를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최근 공무원 단체들의 집단행동에서 보듯 법의 잣대를 들쭉날쭉 들이대면 영(令)이 서지 않는다.형평성을 유지하면서 일관성 있게 단속하는 것이 필요하다.선관위의 고발이 있을 경우 경찰과 검찰은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탄핵 찬반 관련 단체들의 자제가 요구된다.선관위의 집회 중지 요청을 경청해 주기 바란다.˝
  • 주말도심 탄핵 찬·반 충돌 우려

    160여 보수단체로 구성된 반핵·반김정일 국권수호 국민협의회는 24일 회의를 열어 27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5만여명이 참가하는 ‘나라사랑 문화 한마당’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신혜식 반핵·반김 청년운동본부장은 “광화문 일대를 특정단체가 독점하는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면서 “침묵하는 보수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행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행사를 갖겠다고 한 동화면세점 앞은 앞서 ‘탄핵무효 부패정치청산 범국민행동’이 주말 저녁 탄핵반대 촛불 문화제를 열기로 한 곳이어서 자칫 양측이 충돌하는 불상사가 우려된다. 이에 대해 범국민행동 관계자는 “행사를 여는 건 자유지만 왜 굳이 우리와 같은 장소에서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금의 국면을 ‘국론분열’이란 분위기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
  • 공원서 고기 구워먹을수 있다

    5월부터 ‘용산 가족공원’ 등 서울시내 주요 공원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공원에서 제한적이나마 취사 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19일 “5월1일부터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을 ‘바비큐 데이’로 지정,공원에서 시민들이 직접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인규 공원녹지관리사업소장은 “우선 ‘양재 시민의 숲’과 ‘용산 가족공원’에서 시범 운영한 뒤 시민들의 반응이 좋고 운영상에 문제점이 없으면 점차 서울시내 다른 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원녹지관리사업소는 이를 위해 양재 시민의 숲의 맨발공원·자연학습장 북쪽과 용산 가족공원의 호수 인근에 간이 울타리를 만들어 150평 규모로 ‘바비큐 파티 특별구역’을 조성한다.고기를 굽는 바비큐 시설을 공원당 30세트 정도 만들어 동시에 120명(4인 가족 기준)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용객은 인터넷을 통해 선착순으로 접수하며,동창회 등 일반 친목모임은 배제하고 가족단위 이용객을 원칙으로 한다. 또 한 가족이 2세트 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정해 가급적 이용 가족 수를 늘릴 계획이다. 바비큐 시설 이용에 필요한 숯은 관리소 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시민들은 고기만 가져오면 된다.하지만 찌개를 끓이거나 밥을 짓는 등의 취사 행위는 금지되며,과다한 음주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주류 반입도 철저히 제한된다. 공원녹지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술로 인한 불상사가 빈번하면 바비큐장을 만들려는 순수한 의도가 변질될 수 있다.”면서 “이용객들이 불편하더라도 주류반입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원녹지관리사업소가 운영중인 공원은 월드컵공원·보라매공원·여의도공원·남산공원 등 모두 19곳이다. 이유종기자 bell@˝
  • [세상에 이런일이] 끼지 말란 말이야

    ‘귀는 타이슨만 물어뜯는 것이 아닙니다.조심하세요.’ 지난 2일 0시30분쯤 충남 천안시의 한 연수원.연수를 받고 있던 모 회사 과장대우 서모(44)씨는 동료들과 술을 한잔 기울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 자리에 직장상사인 A(49)차장이 끼어든 것이 불상사의 시작이었다.A씨는 서씨의 말을 끊고 자신이 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 평소 별로 사이가 좋지 않던 A씨가 말을 막자 서씨는 기분이 몹시 상했다.모처럼 외부에서 연수를 받으면서 긴장이 풀린 데다 취기까지 오른 서씨는 ‘A씨가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말았다. 먼저 서씨는 술병으로 A씨의 머리를 때렸다.그래도 분이 덜 풀렸는지 이번에는 A씨의 왼쪽 귀를 이빨로 물어뜯어 전치 5주의 상처를 입혔다. 귀의 3분의1가량이 잘린 A씨는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봉합수술을 받았다.이후에도 A씨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까 두려워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그러나 입원했던 병원 주변에서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의해 결국 이 사건이 드러나게 됐다. 서씨는 경찰에서 “술을 많이 마셔 당시 상황이 전혀 기억에 없다.”고 말했지만 조사 결과 평소 A씨가 업무상 질책을 자주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가 감정이 폭발해 ‘사고’를 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5일 서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장택동기자 taecks@
  • 서정우씨 “대우돈 1억 받아 개인유용”

    한나라당 전 대선후보인 이회창씨 법률고문을 맡았던 서정우 변호사가 대우건설에서 1억원을 받아 당에 전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시인했다.그러나 돈을 전달한 A개발 회장 장모씨가 개인 후원금이라고 밝혀 받을 당시 대우건설 비자금이란 사실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소사실 중 서씨가 직접 받지 않은 나머지 14억원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장씨는 검찰조사에서 하얏트호텔과 남산 순환도로 등에서 10여차례에 걸쳐 서씨가 보낸 성명불상의 한나라당 직원에게 14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정은주기자 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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