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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애리조나서 ‘브이형 UFO’ 포착

    美 애리조나서 ‘브이형 UFO’ 포착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상공에 브이(V)형 미확인비행물체(UFO)가 포착됐다고 7일(현지시각) 미국 ABC 방송이 보도했다. 피닉스 지역 ABC 15 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현지 북부 케이브크리크 인근에서 다양한 형태와 색상으로 빛나는 브이자 형태의 UFO가 목격됐다. 공개된 영상속 UFO는 당시 서로 다른 곳에 있던 두 명의 주민이 각각 촬영한 것으로, 이들 영상은 같은달 26일 미 민간 UFO 연구단체인 ‘뮤츄얼 UFO 네트워크’(뮤폰·MUFON)의 피닉스지부에 제보돼 전문가들이 분석 중이다. 뮤폰 애리조나주 디렉터 짐 만은 “그 UFO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뭔가 일 수도 있기 때문에 조사해봐야 알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그 UFO가 발광다이오드(LED)가 장착된 연이나 무선조종(RC) 모형비행기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최근 야간 비행의 허용으로 LED 조명을 부착하는 사례가 증가해 UFO 목격 제보도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미 애리조나주는 일명 ‘피닉스 라이트 사건’으로 유명하며 국내 방송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97년 3월 13일 피닉스 일대에는 정체불명의 불빛이 브이자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상공에 머무는 기현상이 발생했었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베일에 싸여있으며 지난 2007년에는 이를 소재로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사진=해당 영상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최초’라는 수식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최초’라는 수식어/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지난달 말 시각장애인과 관련한 두 가지 소식을 접했다. 한국 최초로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가 임명됐다는 소식이다. 강 박사는 1944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 1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이듬해 축구공에 눈을 맞아 시력을 잃었다. 같은 해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 10대 시각 장애인 가장으로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갖은 고생 끝에 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1972년 국제로터리 장학생으로 뽑혀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문교부는 장애를 해외유학의 결격 사유로 규정했지만 그의 유학으로 이 조항이 폐지됐고, 강 박사는 한국 장애인 최초의 정규 유학생이 됐다. 일리노이대 교수와 일리노이주 특수교육국장을 거쳐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 차관보로 발탁됐다. 당시 한인 백년 미국 이민사에서 최고위 공직이었다고 한다.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씨는 고 3때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시력이 급속도로 나빠졌지만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지금은 불빛만 희미하게 인식하는 수준인 시각장애인 1급이다.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동료 1030명 중 상위 40위권의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 지난달 27일 법관 임명장을 받았다. 연수원에서도 모든 교재를 컴퓨터 파일로 전환해 스크린 리더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귀로 듣는 방법으로 학업을 수행했으며 시험 시에도 답안지나 메모 등을 타인의 조력 없이 본인이 컴퓨터 자판을 암기해 문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사법연수원은 최 판사가 사시에 합격하자 1억여원을 들여 주요 출입구, 엘리베이터, 화장실 등에 음성안내 인식기 40개를 설치하고 시각장애인용 학습보조기구도 마련했다. 최 판사가 임용된 지방법원에서도 길 안내용 점자유도 블록, 글을 소리로 바꿔주는 음성변환 프로그램 등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참으로 반갑고도 씁쓸한 소식이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출입했을 법원에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가 임용되자 이러한 편의시설들이 이제야 설치된다고 한다. 작년 말 전체 법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2.21%였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고용률 3%에 못 미쳐 장애인 고용 저조 기관으로 분류돼 언론에 공표된 바 있다. 장애인 교사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각 시·도 교육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 영화 ‘도가니’, 그리고 석궁 교수 판결 얘기를 다룬 ‘부러진 화살’ 파문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사법부가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로 다시 명예를 회복할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시각장애인, 아니 더 나아가 장애인의 성취에는 항상 ‘최초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강영우 박사의 행적에는 무엇을 하든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 최초의 장애인 대학 입학, 한국 최초의 장애인 석사, 한국 최초의 장애인 박사, 최초의 장애인 정규 유학생, 한국 최초의 백악관 차관보…. 물론 강 박사의 능력과 노력이 누구보다도 뛰어났으므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살았던 1970~80년대에 장애인의 성취와 입신에 얼마나 많은 장벽이 놓여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장애인 최초 뉴스 앵커, 청각장애인 최초 박사학위 취득, 장애인 최초 e스포츠 심판, 장애인 최초 1급 공무원 승진, 최초의 장애인 영어교사 임용…. 1970~80년대에 있었던 뉴스가 아니다. 바로 작년에 배출된 최초의 장애인 기록들이다. 우리 사회는 ‘최초 신드롬’에 열광한다. 장애인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정부기관의 인사 시즌이면 최초의 여성 팀장, 국장, 기관장 등의 기사가 언론을 장식한다. 우리 사회의 관행과 인식이 얼마나 후진적이었는가를 잘 보여 준다. ‘최초의’라는 장애인의 역사가 더욱 발전하는 것은 참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사회를 놀라게 하는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범한 그 누군가와 마찬가지로 ‘장애’보다는 그의 능력으로 인정받고 평가되는 보다 성숙한 사회를 꿈꾸어 본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무 시인/우진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무 시인/우진용

    나무 시인/우진용 나무는 시인보다 더 시적이라고 상투적인 언사가 아니다. 초록으로 세상을 점령한 위세에 눌려서도 철 늦은 빈 가지 쓸쓸한 뒷모습 때문도 아니다. 밑둥치 남기고 트럭에 실려서 간 뒤, 비로소 그가 남긴 둥근 시구를 보았다. 어느 시인이 온몸으로 제 나이를 그리겠느냐. 나도 나이테를 두를 줄 아는 나이가 되었는가. 담 벽에 기댄 채 묵묵히 깊어가는 그의 그림자. 채머리 흔들며 아니다아니다 이마에 스친 바람도 머리 풀며 취하도록 빗물에 흠뻑 젖었던 날도 돌아보면 한 시절 삭정이처럼 삭이게 되었는가. 겨울 초입,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그를 본다. 마지막 남은 잎새 몇 장 발밑에 내려놓고 한 해 단 한 줄만을 남길 줄 아는 그는 온 몸으로 테를 두른 계관 시인이다.
  • 긴테쓰 레일패스-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긴테쓰 레일패스-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TRAIN PASS 긴테쓰 레일패스 미에三重에서는 코끝이 차갑다, 찡하다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제맛이라 생각했지만 영하로 뚝뚝 떨어지는 서울의 겨울이 밉살스러워질 무렵, 미에에 발을 내디뎠다.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다지만 미에의 겨울도 두툼한 옷매무새를 매만지게 할 만큼 차갑긴 하더라. 그것도 잠시. 밤하늘에 꽃핀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과 일본인들이 일생에 꼭 한 번 걸음해 태양신의 기운을 받는다는 이세신궁 그리고 수많은 눈의 보살핌으로 별이 되어 뭍으로 돌아온다는 해녀들의 이야기 등 미에의 겨울은 마음을 먼저 스르르, 이내 몸도 사르르 녹아들게 했다. 나는 어깨가 맞닿은 낯선 사람들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읊조리기 시작했다. ‘나를 기꺼이 보살펴 주세요.’ 마음을 토닥여 주는 미에의 겨울에 안겨 본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일본 정부 국토교통성 긴키 운수국 하늘의 별이 부럽지 않은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 터널. 반짝이는 불빛 아래서 나지막이 소원을 빌어 본다 #1 반짝반짝, 고운 빛깔 머금은 미에의 품에 안기다 겨울철 일루미네이션만큼 좋은 볼거리가 또 있을까마는 내심 이 인공의 불빛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화려하게 빛을 발할수록 그 사이를 흐르는 전류가 떠올라 머리카락이 더욱 쭈뼛 서고, 낮 동안에 그대로 드러나는 가느다란 전선들 또한 곱게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입이 딱 벌어졌다. 찬란했다. 낮에는 해를 머금은 미에의 산과 들, 그 안에 소복이 들어앉은 꽃과 나뭇잎이, 밤에는 그 위에서 반짝이는 색색의 전구들이 또 다른 빛깔을 자아냈다. 나가라가와 강변의 아름다운 정원 ‘나바나노사토’의 하루는 그렇게 물들어 있었다. 이른 봄, 매화와 벚꽃을 시작으로 수국, 창포, 코스모스가 피고 지는 마을 나바나노사토는 화려함 그 자체다. 1년 내내 1만2,000포기의 베고니아로 가득한 온실은 짐짓 떠름하게 지었던 표정마저 활짝 피게 했다. 땅은 물론 온실 천장에도 주렁주렁 맺힌 꽃송이가 신기했는지 입을 헤벌린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이 허공을 찌른다. 어째 하늘에 꽃이 피었는지 신기한가 보다. 이 순간을 추억하려는 카메라 셔터 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뒤로 핀 꽃처럼 함박웃음 띈 자연스러운 모습이면 좋을 텐데, 어쩐지 기념사진을 찍는 모양새들이 약속이나 한 듯 부동자세. 그렇게 한 번 더 웃는다. 나바나노사토는 아름다운 꽃 가까이에서 여유롭게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곳곳에 레스토랑과 카페, 먹을거리 노점이 있어 노니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요기를 해볼까 하고 가게 마루에 걸터앉았다. 먹기 좋게 구운 찹쌀떡 한 입 그리고 따끈한 차 한 모금. 채플 뒤쪽에 있는 노천족탕에 발을 담그고 산책의 노곤함을 달래는 것은 또 어떤가. 차가운 공기에 부르르 떨리던 몸이 스르르 풀리고 만다. 그러는 동안 짧은 겨울 해가 조금씩 사그라지고 꽃송이 뒤로 새치름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낮 동안 해님을 머금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자 한꺼번에 터뜨리는 것은 아닐까. 엉뚱한 상상.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은 11월 초부터 3월 중순까지 580만개의 불빛으로 연출하는데, 특히 200m 가량의 일루미네이션 터널을 지나 꽃 광장에 펼쳐지는 일루미네이션 쇼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올해는 일본의 사계를 주제로 쇼를 선보였다. 새순이 돋고 꽃잎이 흩날리는 봄과 여름을 지나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과 겨울까지 계절의 흐름을 알알이 맺힌 불빛으로 표현한 것. 탄성을 내뱉는 것도 멈추고 그저 한참을 바라다봤다. 하늘의 별빛마저 흐릿하게 만든 미에의 마법에 걸려들고 말았다. 스즈카산맥의 주봉인 1,212m의 고자이쇼다케로 오르는 길도 덜하지 않았다. 유노야마온센역에서 로프웨이로 연결된 이곳은 최고봉까지 케이블카가 오간다. 1,300년 역사의 온천마을 유노야마온센 뒤로 병풍 두른 스즈카산맥, 그 가운데를 지나는 고자이쇼다케의 빨간색 케이블카. 해발 400m에서 출발해 1,200m고지를 향하는데 마치 산의 품안으로 파고드는 것만 같다. 산기슭을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과 고산 식물의 속살이 이따금씩 드러날 때마다 공중산책의 묘미는 더해 간다. 고자이쇼다케의 수려함에 반한 산악인들은 등산로를 이용해 산의 정기를 담뿍 받기도 한다. 산 정상에는 작은 불상과 사당이 있는데 이는 산사람들을 보살펴 주는 신을 모신 곳이라 했다. 마침내 오른 정상에서 맨 먼저 신에게 인사하는 산사람들. 정상뿐 아니라 산 곳곳에 이처럼 작은 사당이 있다. 모두 고자이쇼다케를 찾는 산사람들의 흔적이다. 멀리 이세만의 바다가, 화창한 날엔 후지산까지 내다보이는 곳. 숨을 길게 들이마셨다 더 길게 내뱉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속 깊은 곳에 맺혔던 응어리들이 도르르 굴러 나온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어둑해지자 새치름한 불빛을 내비추는 나바나노사토. 이 순간을 기억하고픈 이들의 카메라 셔터가 더욱 바빠지기 시작한다 2 꽃잎이 흩날리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나리는 모습이 알알이 맺힌 불빛으로 연출되는 나바나노사토의 일루미네이션 쇼 3 정원 산책의 노곤함을 풀어줄 노천족탕에 두 발을 담가 본다. 발끝이 따뜻해지니 코끝을 스치는 겨울 바람도 반갑다 4 편안할 안安 길 영永 떡 병餠. 길어서 먹기 좋은 떡이 “안녕”하고 부르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다 5 나바나노사토의 베고니아 온실에서는 시선이 어디를 향하든 베고니아가 반겨준다 6 스즈카산맥의 주봉 고자이쇼다케로 이어지는 로프웨이에 빨간 케이블카가 오간다 7 고자이쇼다케 정상에서 마주한 작은 돌상. 산사람들의 흔적이다 나바나노사토 찾아가기 긴테쓰 나고야역 또는 구와나역에서 미에교통 ‘나가시마온센’행 버스로 환승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9시(겨울 밤 10시) 이용요금 1,000~2,000엔(시즌별로 다름) 문의 83-594-41-0787 고자이쇼 로프웨이 찾아가기 긴테쓰 유노야마온센역에서 버스로 산코유노야마온센에서 하차 후 걸어서 10분 거리 이용시간 오전 9시~오후 5시(10~3월은 오후 6시까지) 이용요금 2,100엔 (편도 1,200엔) 문의 83-59-392-2261 #2 일생에 꼭 한 번, 태양신을 만나러 가는 길 헛헛해진 마음을 이세신궁으로 옮긴다. 흔히 이세신궁이라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신궁神宮’. 하나의 신사가 아니라 내궁과 외궁, 별궁으로 구성된 125개의 신사를 모두 아우른다. 일본 신사의 중심이자 절정이다. 예부터 많은 일본사람들이 생애 꼭 한 번은 이곳 신궁에 오길 소망한단다. 신궁에 발걸음 하는 것만으로도 신의 혜택을 받는 것이라 믿는다고. 평일 이른 아침임에도 안내원이 높이 든 깃발 뒤로 순례자들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 참배하기 전에는 반드시 오초즈를 행해야 한다. 오초즈는 참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의식으로 우물가에 엎어놓은 물푸개 ‘히샤쿠’에 물을 퍼 왼손 한 번, 오른손 한 번을 깨끗한 물에 씻는다. 그런 다음 왼손에 물을 받아 입을 가시고 입에 댄 왼손을 다시 물로 씻어낸다. 마지막으로 히샤쿠를 세워 남아 있는 물로 손잡이 부분을 씻는다. 요즘은 이렇게 5번으로 나누어 간소한 예를 갖추지만 옛날엔 신궁 곁으로 흐르는 강에 들어가 심신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우물쭈물하는 이방인과 달리 일본사람들의 몸가짐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2,000여 년 전, 일본 인구가 반으로 줄어들었을 정도의 큰 자연재난이 닥쳤다. 일본인들은 이 대재앙을 계기로 자신들을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태양신이자 황실의 조상신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모셔 왔다. 내궁의 정궁에 모신 이 신은 오직 천황만이 마주할 수 있다. 수상이나 황실 사람들도 문 앞까지만 갈 수 있다고 한다. 이세신궁은 20년을 주기로 원형을 그대로 살려 개축하는 전통이 있다. 현재 정궁 옆에 똑같은 크기의 부지를 두고 새 정궁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개축을 하는 동안에도 참배는 지속되어야 하기에 바로 옆에다 새로 짓는 것이다. 개축이 될 때마다 정궁의 위치가 바뀌는 이유다. 이 전통은 약 1,300년 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신에 대한 정성과 함께 문화유산으로도 가치가 높은 신궁의 건축술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진 성스런 의식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 기술의 전수를 넘어 전통문화가 시공을 초월해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이세신궁 참배 길에 빠지지 않는 곳이 있으니 ‘오하라이마치 오카게요코초’이다. 풀이하면 ‘오하라이 읍내에 있는 오카게 골목’인데 내궁이 위치한 마을 이름이 오하라이, 오카게는 일본어로 ‘신의 보살핌 덕분’이라는 뜻이다. 신궁과 가까운 이스즈가와 강변을 따라 형성된 약 800m의 골목길로 지붕과 담장을 맞대고 나란히 들어선 상점들은 모두 2층집의 구조이나 우리의 한옥과 같이 기와를 사용한 맞배지붕과 합작지붕의 형태이다. 에도시대부터 메이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통가옥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일본 근세문화의 거리. 가옥의 1층은 대부분이 음식점과 기념품가게로 우리의 인사동길이 떠오른다. 이세신궁 순례자들이 오카게요코초에서 꼭 먹고 간다는 아카후쿠는 오늘날의 오카게 골목이 형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카후쿠는 ‘붉은 행복’을 의미하는 찹쌀떡이다. 먹으면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 아닐까. 특이한 것은 보통의 찹쌀떡과 달리 팥앙금이 떡의 표면을 감싸고 있는 것인데 원래는 일반 찹쌀떡과 같은 모양새였지만 이세신궁을 찾는 참배객들이 너무 많아 팥앙금을 찹쌀떡 속에 넣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고 한다. 바쁜 탓에 속성으로 떡 표면에 앙금을 발라 준 것. 300년 역사의 아카후쿠 떡집은 날로 번창했고 이 모든 것이 태양신의 보살핌이라 여긴 떡집 주인이 자본을 내 이 오카게 골목이 조성되었다. 이래저래 복덩어리 아카후쿠가 명물이 되자 요즘엔 이스즈가와 아래의 조약돌 모양을 본뜬 것으로 속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도 덧입혀졌다. 아카후쿠 한 입을 베어 물었다. 태양신의 온기가 아카후쿠에도 스며든 것일까. 빈속에 달콤함이 퍼진다. 떡집 마루에 앉아 이세신궁과 오카게 골목 사이로 잔잔하게 흐르는 이스즈가와를 내다본다. 이보다 더 평온할 수 없다. 떡 한 입에도 그저 행복해할 줄 아는 마음, 그 속에 신의 보살핌이 있다. 결국 내 안에 있는 믿음을 만나는 것.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맞배지붕과 합작지붕 등 전통가옥의 모습이 남아있는 근세문화의 거리 오카게요코초 2 이세신궁 입구. 이제 이스즈가와가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태양신을 모신 사당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3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오초즈를 해야 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4 오카게요코초는 신궁 순례자들이 잠시 쉬어 가던 작은 마을의 작은 골목. 이젠 이곳을 부러 찾는 이들이 생겨날 만큼 명소가 되었다 5 오카게요코초를 거니는 순례자.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은 모습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다 6 강과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오카게 골목에서는 즉석에서 어류를 조리해 주는 가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생선구이 달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7 먹으면 복이 들어와요. 붉은 행복을 뜻하는 찹쌀떡 아카후쿠는 오카게요코초에서 꼭 맛보아야 할 주전부리다 이세신궁 찾아가기 긴테쓰 우지야마다역, 이스즈가와역, 이세시역에서 버스·택시 이용 홈페이지 www.isejingu.or.jp/shosai/korean 오카게요코초 문의 83-596-23-8838 (토산품가게 종합안내소) 홈페이지 www.okageyokocho.co.jp/ #3 그녀, 수많은 눈의 보살핌으로 별이 되어 돌아오다 그녀들을 만난 후 나를 위해 신의 보살핌을 바라는 일이 어쩌면 사치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세의 해녀. 뭍으로 나와 바닷물을 짜내는 그녀들에게 안쓰러움이 배어 나온다. 차가운 물에 살이 에이지만 오늘도 묵묵히 물질하는 여인네들. 이세만에 접한 이세지역에는 지금도 1,300여 명의 해녀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세의 해녀는 생업으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와 관광객들을 위해 해녀의 작업을 재연하는 관광해녀로 구분되는데 이세에서도 오사쓰는 해녀를 생업으로 삼은 여인들이 많아 ‘해녀의 고장’이라 불리는 마을이다. 오사쓰의 아마고야 ‘오사츠가마도’에 들어서자 하얀 해녀 복식으로 단장한 해녀 두 분이 다소곳이 앉아 숯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아마고야는 해녀들이 운영하는 작은 오두막으로 원래 해녀들이 물질하다 추워지면 잠시 뭍으로 나와 쉬던 공간인데 요즘에는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해녀들이 직접 숯불에 구워 주는 관광명소로 개발되어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색색이 고운 조개와 전복, 소라, 이세새우 등의 해산물이 숯불 위에서 익어 간다. 쫄깃하면서도 특유의 짭조름한 맛이 식욕을 북돋운다. 여기에 미소 된장국과 성게로 요리한 밥까지 한 그릇씩 비우고 오두막 너머 바다를 바라볼 때의 기분이란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의 한 기자가 고무재질의 검은 잠수복을 입은 제주 해녀를 보고 무장공비로 착각했다는 일화가 있는데, 일본의 해녀는 전통적으로 흰색 천으로 만든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간다. 상어 등 다소 큰 바다생물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검은색보다 흰색 옷을 입었을 때 몸의 부피가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해녀들과 얼굴을 마주하는데 흰색 복식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두건에 수놓인 2개의 표식, 별과 격자무늬. 별은 한 꼭짓점에서 시작해 반드시 그 꼭짓점으로 돌아오는 도형이고 격자무늬의 네모 칸은 ‘눈’을 상징하는데 여기에 깊은 뜻이 담겨 있다. 12개나 되는 많은 눈이 나를 지켜봐 주고 있어 바다에 나갔다가도 다시 안전하게 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사쓰가마도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마을 깊숙이 걸어 들어가면 오사쓰 해녀의 역사와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는 해녀문화자료관이 있고 그 옆으로 난 골목을 따라 3분여를 더 걸으면 해녀들을 굽어살피는 신메이신사에 다다른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해녀 일. 해녀들은 신메이신사에 모신 ‘이시가미상(돌신)’에게 안녕을 빌어 왔다. 최근에는 이 이시가미상이 특별히 여성의 소원을, 그것도 딱 한 가지만 들어준다고 해 일본 전역에서 부러 찾아오는 여인들이 많다. 이곳을 찾은 여인들은 하나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 신사 앞에 놓인 함에 넣고 정성을 들인다. 세계 최초로 진주 양식에 성공한 미키모토 진주섬에서 재연하는 해녀쇼는 해녀의 일상을 조금 더 직접적으로 느껴 볼 수 있게 한다. 작은 어선의 갑판에 맨발로 디디고 서서 바다를 향해 동그란 나무통을 던지고 이내 자신도 따라 들어간다. 다리를 굴러 바다 속에 들어가기를 몇 차례. 거친 숨을 고르며 물속에서 잡은 무언가를 있는 힘껏 들어 보인다. 그녀의 발끝이 물속으로 사라지고 다시 머리가 보일 때까지 마음속으로 별을 그려 본다. 쇼지만 쇼만은 아닌. 얼마간의 뭉클함이 올라온다. 미에의 겨울은 엄마 품처럼 포근하게 나를 감쌌다. 코끝을 스치는 공기는 차지만 고운 빛깔 뽐내는 미에의 자연, 예를 갖추어 전통을 이어가는 미에의 일상, 스스로를 지켜내는 미에의 사람들은 추위에 언 몸과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자연이든, 신념이든,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소중히 여기는 미에. 미에의 겨울이 투명하게 빛나는 이유다. 1 이세의 해녀를 만나러 가는 길. 오사쓰 마을 해녀들의 작은 오두막은 오사쓰마을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2 오사쓰 마을의 해녀문화자료관 입구. 바다 속 해녀의 모습을 표현한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3 해녀쇼를 위해 배를 타고 등장하는 미키모토 진주섬의 해녀들 4 디딤판 없이 물속에서 발을 구른다. 이내 사라지는 발끝으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별을 그려 본다 5 해녀오두막 너머로 보이는 이세만의 바다 6 해녀오두막에서는 해녀들이 직접 싱싱한 해산물을 숯불에 구워 준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오사쓰가마도 찾아가기 긴테쓰 도바역에서 버스로 약 40분. 오사쓰 정류소에 내리면 도보로 오사쓰가마도, 오사쓰 해녀문화자료관까지 각 5분, 신메이신사까지는 10분 거리. 이용시간 오전 9시~ 오후 5시 이용요금 무료. 티타임 | 하루 2회 오전 10시와 오후 3시, 4명 이상 예약 가능. 1인당 2,000엔. 조개, 떡, 차 제공. 브런치 |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4명 이상 예약 가능. 1인당 3,500엔부터 문의 81-599-33-7453(2일 전 오후 5시까지 예약 가능) 미키모토 진주섬(해녀쇼) 찾아가기 긴테쓰 도바역에서 걸어서 5분 이용시간 오전 8시30분~오후 5시(12월 두 번째 화요일부터 3일간 휴관) 입장요금 성인 1,500엔, 어린이(7~15세) 750엔 해녀쇼 1시간 간격으로 약 10분간 양식 진주를 캐내는 작업을 실연한다(한국어 해설 제공) 문의 81-599-25-2028 Travel to JAPAN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특별한 혜택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 KINTETSU RAIL PASS WIDE 간사이지방 여행자들을 위한 철도 패스. 승차개시일로부터 5일간 간사이지방의 철도와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5,700엔. 철도와 버스 이용 외에도 관광시설 우대권 등 외국인 개인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내국인은 구매할 수 없다. 국내 취급처(여행사)에서 구입한 후 긴테쓰 노선의 역에서 실물 패스로 교환하여 사용하면 된다. 일본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혜택 1) 긴테쓰전철, 이가철도 자유 이용(좌석이 배정되는 긴테쓰 특급 교환권 3장 포함) 혜택 2) 미에교통버스, 도바시 가모메(갈매기)버스 자유 이용 혜택 3) 공항에서 긴테쓰전철을 이용할 수 있는 역까지 무료 이용 -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할 때는 메이테쓰전철 - 간사이국제공항을 이용할 때는 난카이전철 혜택 4) 오사카, 나라, 교토, 미에, 나고야 지역 관광시설 우대권 10매 1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5일간 간사이지방의 철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2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Centrair의 테라스식 전망대 ‘스카이 덱sky deck’ 3 간사이국제공항의 SST Satellite AIRPORTSTORE. 간사이국제공항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팬시류를 전시, 판매하고 있다 4 5종의 사케를 시음해 볼 수 있는 나라의 하루시카 양조장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일본 - 간사이關西지방 - 미에현三重縣 일본 열도의 중앙부. 오사카부를 중심으로 교토시, 나라현, 미에현 등이 속하며 메이지유신때 도쿄로 천도하기까지 일본의 중심이었던 곳. 일본에서는 이 지역을 간사이關西 또는 긴키近畿지방이라 한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 위에 유수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수놓은 지역이다. 한국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과 중부국제공항으로 직항이 운항되고 있으며 오사카-교토-나라-미에-나고야로 이어지는 도시간 이동은 철도를 이용할 경우 소요시간이 1시간 이내며 5일간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더욱 발걸음 가벼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여행의 시작과 끝을 위한 효과적인 공항 이용법 중부국제공항 센트레아 Centrair 2005년 2월 문을 연 중부국제공항은 공항 입구Access Plaza에서 탑승구까지 계단이나 오르막이 없다. 모든 승객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여 설계한 것. 내부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이벤트 플라자를 중심으로 한 쪽은 일본의 전통미를 살린 아케이드, 반대편은 서구적인 디자인의 아케이드로 조성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공항 활주로 방향으로 조성한 테라스식 전망대 스카이 덱sky deck과 이벤트 플라자 내에 위치한 공중목욕탕은 여행의 피로를 덜어 주는 중부국제공항만의 명소.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제시하면 메이테쓰전철을 이용해 나고야까지 이동할 수 있다. 메이테쓰 나고야역까지 약 30분. 간사이국제공항 KIX 오사카만의 바다를 매립한 인공섬에 만든 해상공항. 오사카 도심은 물론 버스, 철도, 페리 등의 교통편을 이용해 교토, 나라, 고베 등 인근 도시로 이동이 용이하다. 공항의 다양한 편의시설도 눈에 띈다. SST 세틀라이트 에어포트스토어 SSTSatellite AIRPORTSTORE는 간사이국제공항을 모티브로 각종 팬시류를 전시·판매하는 상점으로 간사이국제공항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24시간 이용이 가능한 라운지KIX AIRPORT LOUNGE에서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인터넷, 음료, 만화책과 잡지, 영화, 마사지 체어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여럿이 함께 쉴 수 있는 리빙룸, 씨어터 룸, 다다미룸과 비즈니스 지원이 가능한 미팅룸은 물론 흡연실과 샤워부스, 파우더룸까지 갖추고 있어 환승 또는 탑승대기 시간이 다소 긴 이용객들에게 더욱 반가운 공간이다. + 패스로 간사이를 한번에! 중부국제공항을 이용한다면 미에현으로 가는 길에 나고야를, 간사이국제공항을 이용한다면 오사카를 기점으로 교토와 나라를 두루 여행할 수 있다. 일본의 철도요금이 비싸다는 선입견은 금물. 긴테쓰 레일패스 와이드를 이용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간사이 대표 음식, 대표 명물 나고야 스카이 프롬나드SKY PROMENADE 메이테쓰 나고야역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나고야의 새로운 랜드마크 ‘스카이 프롬나드Sky Promenade’가 있다. 미들랜드스퀘어Midland Square 1층에서 전망엘리베이터를 이용해 42층 티켓로비에서 발권하면 44~46층에 조성한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360도 전면 유리창에 천장이 없는 옥외 데크deck의 형태로 건물 가장자리를 걸으며 나고야 시내를 감상할 수 있다. 나고야 최고의 야경 포인트. 이용시간 오전 11시~ 밤 10시(오후 9시30분까지 입장) 이용요금 중학생 이상 700엔, 65세 이상 500엔, 어린이 300엔 교토 게이샤의 기모노를 입고 그 옛날 게이샤의 기모노가 새 주인을 찾았다. 교토의 오랜 목조 타운하우스에 위치한 ‘쿠노치쿠 텐쇼칸’은 기모노를 재활용하여 끼메꼬미 인형을 전시·판매하고 있는 공예상점. 오래되었지만 일본의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지닌 기모노를 재활용하고 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다양한 액세서리로 개발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기모노를 갖추어 입고 고즈넉한 교토의 거리를 거닐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단장을 하고 교토에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기모노 대여 비용은 1일 약 5,000엔. 대여방법 긴테쓰 교토역에서 지하철로 한두 정거장 거리의 고조, 시조역 인근 대여점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오사카 오감이 즐거운 오사카의 밤 오사카의 밤은 유난히 화려하다. 난바 거리에 서서 색색의 불빛을 발하는 거대한 네온사인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이 드는데 더욱 강렬한 일본을 원한다면 우에혼마치역에 위치한 유후라를 추천한다. 유후라 6~8층, 2010년 9월 개관한 ‘오사카 신가부키자’에서 가부키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3,000엔부터 1만5,000엔까지. 가부키는 현대 일본인들도 상당히 어려워해 관람을 망설이기 쉬운데 이곳에서는 외국인들을 위해 특별한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니 과감하게 도전해 보자. 오감이 즐거운 오사카의 밤이 깊어만 간다. 나라 부드러운 사케 한 모금 그리고 나라마치 산책 일본의 고도 나라는 흔히 사케라 불리는 일본 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봄사슴이란 뜻의 양조장 ‘하루시카’에서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사케를 사슴 무늬를 바닥에 넣은 잔으로 시음할 수 있다. 5종의 사케를 한 잔씩 시음하는데 비용은 400엔. 시음 후 잔은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사케 시음 후엔 골목길을 따라 ‘나라마치’ 산책을 나서 보자. 나라마치는 행정지명상엔 없지만 19세기 민가가 나란히 들어선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다. 차분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일본 특유의 마을 분위기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찾아가기 긴테쓰 나라역에서 하차 도보로 10여 분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지방시대] 부산 광안리의 변신/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지방시대] 부산 광안리의 변신/김형균 부산시 창조도시본부장

    광안대교로 유명한 광안리는 한때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서민 취향의 부산 도심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물론 지금도 여름 해수욕철이면 피서객이 하루에 수십만명씩 모여들지만 명성은 예전만 못한 느낌이다. 30~40년 전 광안리는 서민들이 만만하게 이용하던 해수욕장 분위기였고, 해운대는 왠지 관광객과 상류층이 즐겨 찾던 해수욕장 같은 분위기였던 기억이 있다. 그후 광안리는 침체일로를 거듭해 오다가 광안대교가 개통된 최근 10여년간 급속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제는 해수욕장 기능보다도 일상적인 청춘의 문화거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7.6㎞가 넘는 광안대교의 야경 불빛은 단순한 관광자원을 넘어 뭔가 모를 아련함을 불러일으키는 해안형 경관자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바다 건너 대마도에서도 볼 수 있다는 광안대교 불빛이 근처 상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를 넘어 이미 광안대교 야경은 전국적 명성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이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매년 10월에 열리는 세계불꽃축제는 하루 저녁에 100여만명이 몰려 안전사고를 우려할 정도로 집객력이 높은 행사로 정착했다. 이러한 광안리에 최근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시도가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상권 분포에 있어서 횟집과 카페 위주의 단조로운 상권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다. 젊은 마니아층을 상대로 문화예술과 디자인을 표방하는 의미 있는 상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상권의 종다양성은 그 지역발전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 또한 젊은 청년문화 기획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지역잡지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지역 내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일이다. 아직은 3호에 불과하지만 꽤 내실 있게 만들어 5000여부를 배포하고 있다.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도 구상되고 있다. 얼마 전에 시도한 야외 디스크자키 페스티벌에 2000여명의 남녀 노소가 모여 맘껏 음악에 몸을 맡기고 즐긴 바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지역이 창조적으로 재생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공간의 등장, 창조적 인재의 집결, 창조적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창조적 비즈니스의 활성화 등의 요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 창조 도시들에서 확산되고 있는 창조 지역 만들기의 추세는 바로 이러한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선순환적으로 작동하는가 하는 것이 주요 관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삭막하던 광안리 해변가가 문화적 공간의 다양한 등장, 젊은 청년문화를 만끽하려는 잠재적 창조 인재의 집결, 지역잡지 발간을 통한 지역단위 의사소통의 시도, 이에 따른 창조적 사업 기회의 점진적 확산 등 창조적 공간으로 변신하려는 잠재적 역량이 축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역량들이 어떻게 유의미하게 네트워크로 엮이느냐 하는 것이다. 다양한 창조적 잠재 자원도 그 상태로는 말 그대로 잠재적 자원일 뿐이다. 얼마만큼 타이밍 맞게, 공간적으로 문화생태적 의미를 지니면서 네트워킹이 되느냐는 이 지역 창조주체들의 꾸준한 노력에 달려 있다. 이 지역의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주민, 자치단체, 창조적 문화기획자 등 창조주체들의 의미 있는 참여와 노력을 통해 광안리 해변이 창조 지역으로 아름답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美 상공서 ‘푸른 불덩어리’ UFO 포착

    美 상공서 ‘푸른 불덩어리’ UFO 포착

    최근 미국 남동부 일대 상공에 푸른 불덩어리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1시 40분께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북부 일대의 밤하늘을 가로지른 신비한 불덩어리가 지역 내 보안카메라와 수많은 주민들에게 목격됐다고 14일 미국 지역방송 FOX 캐롤라이나 등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또한 이날 오전 2시까지 911에 하늘에서 UFO를 목격했다는 신고 전화만 수십 통이 빗발쳤다고 주내 스파턴버그 지역지 디스패처스가 전했다. 주내 파운틴인에 사는 목격자 신디 스텁스는 FOX 캐롤라이나에 “불빛을 봤고 굉음도 들었으며 인근 숲에 충돌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불빛은 마치 커다란 스포트라이트 조명처럼 생겼으며 4~5초가량 목격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 충돌한 UFO의 영향으로 목격자 집 전체 벽이 흔들렸다고 한다. 이와 함께 다른 목격자들도 하늘로부터 다가오는 불덩어리를 발견했으며 지면에 충돌할 때 폭발음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주내 그린빌에 있는 로퍼마운틴 과학센터의 천문학 디렉터 찰스 세인트 루카스 박사는 주내 목격자들이 본 UFO는 유성일 것이라고 밝혔다. 세인트 루카스 박사는 “하늘에 번쩍이는 불덩어리 형태의 일반 유성보다 더 밝은 ‘전형적인 불덩이유성(폭발 화구)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불덩이유성은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지난해 미국 일대에는 수많은 불덩어리 UFO 제보가 이어졌는데 이번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UFO는 폭발음을 들었다는 제보로 유성일 가능성 높다고 한다. 사진=FOX 캐롤라이나 캡처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 모두의 딸들을 위해/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우리 모두의 딸들을 위해/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이목구비와 사지오관 육체에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사나이가 벌어주는 것만 앉아서 먹고, 평생을 깊은 골방에 갇혀 남의 절제만 받으리오!”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양반집 부인 300여명이 뜻을 모아 만든 최초의 여권선언문인 ‘여권통문’의 첫머리다. 남녀동권의 외침은 한 세기도 더 전에 터져 나왔다. “내가 인형을 가지고 놀 때/기뻐하듯/아버지의 딸인 인형으로/남편의 아내인 인형으로/그들을 기쁘게 하는/위안물이 되도다/남편과 자식들에게 대한/의무같이/내게는 신성한 의무 있네/나를 사람으로 만드는/사명의 길을 밟아서/사람이 되고저.”(나혜석, ‘인형의 家’, 1921) 일제 식민지시대 이 땅의 여성들은 국민이 아니었다. “일등 국민”인 남성들을 낳고 기르고 돌보는 종속적 존재인 비(非)국민이었다. 그때 신여성 나혜석은 현모양처의 족쇄를 풀고 당당히 남성과 동등한 사람임을 선언했다. “지금 저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와 모든 학우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간 것입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 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에 나가 있습니다.”(경향신문 60년 4월 30일자) 1960년 4월 19일 한성여중 2학년 진영숙은 민주주의를 위한 제단에 한 송이 꽃으로 졌다. “강산은 좋은데/이쁜 다리들은/털 난 딸라들이/다 자셔놔서 없다.”(신동엽, ‘발’1966) 196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반외세·민족자주를 꿈꾼 저항시인 신동엽은 “털 난 딸라”들에게 몸을 파는 이 땅의 여성들에게서 민족의 종속을 보았다. “역사의 그늘을 뜨개질하며” 희망의 “그날”이 오길 바란 시인도 한 시대의 지배적 정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민족이란 거대 담론에 함몰된 시인의 눈에 여성은 종속적인 존재로 비칠 뿐이었다. “제국주의 성기가/누이들의 속살 팍팍 헤집는 신음이/황홀한 창으로 나와 호수에 빠지는 불빛 보며/호변 가로등 밑을/다리 이쁜 여자와 서정시로 껌 씹으며 걸어가다/이 여자(장차 내 마누라가 될 여자)를/당당한 중진국 애국 지식인 양심으로서/외화수입을 위해 옷 벗겨 관광기생으로/나라에 바쳐볼까 하지만/글쎄/그럴 때마다 이화여자대학교 총학생회에서/지역 어느 대학 남자 총학생회장에게 보냈다던/썩은 고구마(어떤 놈은 고추 또는 쏘세지라고도 한다)와 면도칼(어떤 놈은 가위라고도 하고)을 생각하며/섬뜩섬뜩 가운데 다리를 움켜쥔다/누이들의 몸값으로/GNP 계산하는 나라에/세 개의 다리로 서 있는/불쌍한 나여/내 나라의 여자도 못 지키는.”(공광규, ‘대학일기4’, 1987) 반독재·반외세 투쟁의 구호가 거리에 울려 퍼지던 1980년대에도 여성들은 국가가 외화 수입을 위해 “제국주의 성기”들의 성 노리개로 팔 수 있는 종속물이었다. 자신의 위축된 남성성을 자조하며 시대의 아픔을 풍자한 시인도 여전히 마초의 시각을 버리지 못했다. 4·19혁명 때도, 신군부의 독재에 맞선 1980년대의 민주화 운동 때도 여성들은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 그러나 최근 “비키니 시위”를 둘러싼 “삼국(쌍화차 코코아·소울드레서·화장∼발)카페”와 “미권스(정봉주와 미래 권력들)”의 공방을 보노라면, 다원화된 풀뿌리 시민사회를 사는 오늘도 남녀동권·양성평등 사회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여전히 소망하는 꿈에 지나지 않는다. “사건의 본질은 ‘비키니’를 통한 시위형식이나 표현의 자유에 관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문제의 본질을 ‘가슴사진 대박, 코피 조심’이라는 말에서 드러난 여성관의 한계라고 판단한다. ‘코피’ 발언은 그들이 남성 위주의 사회적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며, 여성을 성적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한낱 눈요깃거리로 삼고 남성의 정치적 활동의 사기 진작을 위한 대상 정도로 전락시킨 것이다.”(‘삼국카페 공동선언문’ 2012. 2.6) “우리의 딸들이 이런 일들을 또 겪게 할 수 없다.”는 작지만 큰 외침에 귀를 막기 어렵다.
  • ‘불빛이 분열하는’ UFO, 英서 포착 성공

    ‘불빛이 분열하는’ UFO, 英서 포착 성공

    영국의 한 남성이 크기가 변하는 미확인비행물체를 포착했다고 주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9일 보도했다. 아이디 ‘Space999dude’로 알려진 이 남성은 지난 주 런던 인근의 템스 강 인근을 지나던 중 하늘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하고는 곧장 캠코더로 이를 촬영했다. 그가 촬영한 영상은 화질이 다소 떨어지지만, 번쩍이며 빛의 모양이 변하는 희귀한 형태의 물체는 똑똑히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촬영한 ‘Space999dude‘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타원형의 비행체가 빛의 크기가 바뀌면서 상공에 공중정지 해 있었다.”면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보트처럼 큰 움직임은 없었지만 빛의 모양과 크기가 변하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고 설명했다. 53초 분량의 이 동영상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진위여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화질이 너무 좋지 않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유리창에 비친 불빛 같다.” 등 비난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흥미진진한 동영상”, “진짜UFO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등 호기심을 드러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설치작가 이불, 5월27일까지 日모리미술관 개인전

    설치작가 이불, 5월27일까지 日모리미술관 개인전

    소녀 이불(李 )은 방바닥에 드러누워 엄마와 아주머니들이 모여앉아 좁쌀 같은 빨갛고 파란 유리구슬들을 바늘로 꿰어서 뭔가 만드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시국 사건에 휘말려 생계유지를 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폭이 몹시 적었던 그의 부모는 눈이 빠지도록 구슬을 꿰는 가내수공업으로 가난한 살림살이를 지탱해갔다. 어린 이불은 배고픔도 잊은 채 형광 불빛에서 아롱거리는 아름다운 구슬에 그저 매료돼 혼자 몽상의 시간을 오고 갔을 것이다. 강원 영월 출신으로 유리구슬 속에서 몽상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이불(48)이 지난 4일부터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모리타워 53층에 있는 모리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일본 작가를 제외한 아시아 작가로는 중국의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에 이어 두 번째로 이곳에서 열린 대규모 초대전이다. 신작 등 45점이 전시된다. 이불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20년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이불: 나로부터, 오직 그대에게’(From Me, Belongs to You Only) 전을 연 소감을 누에가 비단 실을 쉼 없이 풀어내듯이 시간을 잊고 격정적으로 풀어냈다. 젊은 나이에 회고전을 열게 된 데 대해 이불은 “20년 전에는 내가 뭘 하는지 잘 모르면서 그저 사회적 이슈에 포커스를 맞추며 작품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 왔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20대 젊은이들은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부조리한 세상과 맞부딪쳤을 때 받아들일 수 없어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20대의 나는 세상의 무엇을 바꿔야 할 것인가에 몰두해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20대의 나는 심지어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태도는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면서 “설사 세상이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해도,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계속 이루어져야 하고, 노력이 실패하고 좌절한다면 그 실패와 좌절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생각은 ‘나의 거대한 서사(Mon grand recit)’ 같은 작품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유토피아와 환상풍경’이란 4번 전시 섹션 ‘거울의 방’에서 이런 생각을 반영했다. 유토피아 건설을 주장했으나 붕괴한 소비에트 연방을 상징하는 10개의 첨탑을 이어붙인 작품이나, 대형 얼음에 ‘잘살아 보세’를 약속한 박정희 대통령을 가둬둔 작품, 바이마르 건축가 브루노 타우트가 꿈꾸었던 수정도시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그것이다. 미래를 약속했으나 완성되지 않은 희망을 거두어 모아놓은 것이다. “세상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하는 우리의 인식하는 방식이 사실은 그렇게 선명하게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실”이라고 이불은 덧붙였다. 소재 이야기를 해보자. 어린 시절의 아련한 구슬꿰기는 ‘사이보그’ 시리즈를 제외한 이불 작품 대부분에서 소재로 등장한다. ‘인간을 초월하여’라는 전시부분에서 아름다운 신부는 구슬이 촘촘히 박힌 전등 속에서 더욱 하얗게 번쩍거리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다. 다만, 그 신부는 얼굴은 없고, 팔은 한쪽만 있고, 다리는 아예 없다. 배꼽과 엉덩이, 절단된 어깨에서는 거대한 흰색 촉수와 투명혈관들이 사방으로 뻗어나와 있다. 유리구슬, 크리스털 소재는 전시장 마지막 작품 ‘더 시크릿 셰어러’(The Secret Sharer)에서 절정을 이룬다. 도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53층의 거대한 창문 앞에 유리조각 같은 것이 잔뜩 뭉쳐져 놓여 있다. 자세히 잘 보면 꼬리가 아름다운 크리스털 개가 무지막지한 양의 크리스털을 토하고 있다. “16년 키우던 개가 2년 전에 죽었다. 그림을 그리다 창밖을 내다보면 그 늙은 황구가 아주 초라하게 앉아 있는데, 어느 날부터는 먹은 것을 토하고 조용히 시야에서 사라지곤 했다. 그 뒷모습을 착잡하게 바라봤다. 30~40대 내 젊은 날을 함께한 강아지라서, 나로 겹쳐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작업을 했는데, 굉장히 잘 표현됐다.” 전시는 5월 27일까지. 9월에 아트선재를 시작으로 유럽, 중국, 미국 등으로 순회전시에 나선다. 글 사진 도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관타나모수용소 10년] (3) 장병 막사 체험

    [관타나모수용소 10년] (3) 장병 막사 체험

    겨울 내복에 점퍼까지 껴입고 양말을 신은 채 누워도 어디선가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 머리가 시려 수건으로 둘둘 감싸 보지만 큰 효험은 없다. 지급된 담요 1장은 수건처럼 얇다. 여기에 고막을 찢을 듯한 “윙~” 하는 발전기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쉼 없이 귀를 울린다. 무슨 혹한의 전쟁터 한가운데 누운 것 같다. 바람을 이리저리 막으며 뒤척이다 보니 날이 밝았다. 16, 17일(현지시간) 이틀간 텐트로 된 관타나모 훈련 장병 막사에서의 취침은 20여년 전 모진 군대 생활을 경험한 기자한테도 버거웠다. 텐트에 설치된 히터를 틀면 소리만 요란할 뿐 에어컨처럼 찬바람이 쌩쌩 불어닥쳤다. 겨울이라고는 하지만 한낮에 섭씨 25도를 넘나들 정도로 따뜻한 적도의 기후에서 준비해 간 겨울 의복을 실제 활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텐트 1개당 몸뚱아리 하나 겨우 누일 만한 침대 6개와 서랍장, 소형 냉장고가 가구의 전부였다. 젖은 수건을 걸어 놓을 만한 빨랫줄도 없었다. 일반 사병이 아닌 지휘관급은 텐트 전체를 사용한다. 그래도 별로 부러울 것 없는 황량한 텐트 생활이다. 아침에 눈을 비비며 들어선 화장실용 텐트는 태어나서 처음 본 광경이었다. 앞과 옆 칸막이가 휑하니 얇은 커튼으로 돼 있었다. 옆에서 ‘실례’하는 소리가 다 들리는 구조였다. 다행히 샤워실에서는 더운물이 나왔다. 오전 8시 관타나모 기지 전체에 스피커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다. 이때 3000명이 넘는 기지 내 모든 장병은 부동자세를 취한다. 일몰 때인 오후 5시 30분 팡파르 소리가 나올 때도 예를 표한다. 한 장병은 “매일 아침과 저녁 국기를 올리고 내리는 때에 맞춰 의식이 행해진다.”면서 “하지만 관타나모 기지는 실제 깃발을 움직이지 않고 상징적으로 음악을 울린다.”고 했다. 기지 내 상가에 나가기 힘든 장병을 위해 하루 한 차례 이동식 매점 트럭이 와서 샌드위치, 과자, 과일, 커피 등을 판다.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 상점에 고기, 야채, 소스 종류까지 선택해 샌드위치를 주문하면 맞춤형으로 배달해 주기도 한다. 훈련 장병이 아닌 상주 장병 막사는 건물로 돼 있어 훨씬 쾌적하다. 개인별로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 침대와 옷장, TV,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갖춰져 있다. 화장실 겸 욕실은 2인 1실로 공유하는 구조다. 화장실을 통해 룸메이트끼리 연결되는 셈이다. 앤드루스 하사는 “룸메이트를 만나려면 화장실로 들어가야 한다.”며 웃었다. 장병들마다 근무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취침 전 점호 같은 의식은 없다. 아침에 단체로 구보를 하는 소대도 있지만 각자 자율적으로 운동하는 소대도 있다. 부대 안에는 야구장과 축구장 등 각종 운동시설이 있고 심야에도 환한 불빛 아래서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미국 본토의 코앞에 있는 사실상의 미국 땅이지만 장병들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파병 장병과 같은 처우를 받는다. 한 해에 2주간 휴가를 주는 식이다. 결국 미군 스스로도 관타나모가 미국 땅이 아님을 인정한다는 얘기일까. 글 사진 관타나모(쿠바)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英서 ‘쌍둥이 UFO’ 잇따라 목격 충격

    英서 ‘쌍둥이 UFO’ 잇따라 목격 충격

    미확인비행물체(UFO)가 자주 목격되는 영국의 한 핫스팟 지역에서 최근 연달아 ‘쌍둥이 UFO’가 발견돼 전문가들도 놀라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등 현지 언론이 17일 보도했다. 영국 런던 남동쪽의 채텀 지역에서는 지난 6일 두 개의 불빛이 나란히 빛나는 ‘쌍둥이 UFO‘가 발견돼 눈길을 모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지난 13일, 인근 지역인 엑세스주에서 이와 유사한 불빛이 또 목격돼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두 번째로 쌍둥이 UFO가 목격된 지역은 UFO핫스팟으로 불리는 채텀 지역에서 30마일 떨어진 곳이다. 최초로 목격된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쌍둥이 UFO 뒤에 이와 유사한 형태의 두개의 빛이 또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오후 1시경 채텀에서 최초로 쌍둥이 UFO를 처음 목격한 어네스타스 그릭사스(21)라는 청년은 “두 개의 하얀 불빛이 공중을 맴도는 모습을 본 후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쌍둥이 UFO를 목격하고 이를 카메라에 담은 조쉬 커민스(21)는 “13일 오후 7시경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하늘에서 반구(半球)형태의 빛 4개를 발견했다.”면서 “15초가량 상공에 머문 뒤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다. 영국의 유명 UFO전문가인 닉 포프는 “비슷한 지역에서 유사한 형태의 미확인물체가 포착된 사진들을 보니 매우 흥미롭다.”면서 “영국의 남동쪽이 UFO 핫스팟이 된 이유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철새를 별미로…똑똑한 걸프만 뱀상어

    멕시코 걸프만에 사는 일부 상어 무리는 이 일대를 지나는 철새떼를 별식으로 먹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조류보호협회(ABC)의 발표를 따르면 멕시코만에 서식하는 일부 뱀상어 뱃속에서 조류 사체가 발견됐다. 미 도핀섬 해양연구소(DISL)의 마커스 드라이먼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지난 2006년부터 앨라배마 연안의 어류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드라이먼 박사는 지난 2009년 정기 샘플링 조사에서 전자태그를 붙이기 위해 갑판위로 올린 한마리의 뱀상어가 “깃털을 쏟아 냈다”고 회상했다. 전 세계의 다른 해역에 사는 뱀상어 역시 펭귄 같은 해양 조류를 먹이로 섭취하기도 하기 때문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이먼 박사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조류 사체를 조사한 결과 이는 육상 조류로 판명됐다. 이에 드라이몬 박사는 지난 2년간 앨라배마 해안에서 8~16km 정도 떨어진 멕시코만 일대에서 총 50여마리의 뱀상어를 포획, 그 뱃속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상어 위속에 깃털과 부리 같은 조류 부위가 발견됐고, 이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들 사체는 딱따구리, 풍금조, 들종다리, 캣버드, 킹버드 등 다양한 육상 조류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미조류보호협회의 ‘조류 충돌’ 문제 담당자 크리스틴 셰퍼드는 “석유 시추기지의 불빛이 철새의 방향 감각을 잃게 하여 이들 조류가 시설과 충돌하거나 힘이 다 빠져 바다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추 기지와 충돌해 목숨을 잃는 조류의 수는 지난 2010년 발생한 멕시코만 기름유출 사고 피해보다 많다고 한다. 이어 셰퍼드는 “이들 상어가 쉽게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바다에 빠진 조류를 노렸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드라이먼 박사는 “조류를 먹이로 삼는 상어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 “우연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환경 피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세한 조사 결과는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제주 해경 헬기 추락사고’ 원인 알고보니…

    ‘제주 해경 헬기 추락사고’ 원인 알고보니…

     지난해 2월 제주시 한림읍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경 AW-139 헬기 추락 사고는 조종사에게 나타나는 비행착각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경찰청 사고조사위원회와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2011년 2월 제주해상에서 발생한 해경 헬기추락 사고는 조종사들이 비행착각에 의한 일시적 고도감 상실로 추락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16일 밝혔다.  해경 사고조사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헬기 조종사들이 야간비행을 하면서 비행착각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는 항공 조종사들이 비행할 때 종종 나타나는 현상으로 하늘과 바다를 일시적으로 구별하지 못하는 착각 현상”이라고 말했다.  사고조사위는 사고 당시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야간 비행이었고 조업어선 불빛과 별빛의 착각 등으로 ‘조종사가 기체가 강하하고 있으나 순간적으로 상승하는 착각을 일으켰다.’고 결론내렸다.  해경은 사고가 난 AW-139기종 2대를 포함해 모두 16대의 헬기를 운용 중이며 조종사 비행착각으로 인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가 난 해경 제주항공대 소속 AW-139 헬기는 지난해 2월 23일 오후 8시 20분쯤 복통과 고열로 실신한 응급환자를 이송하다가 제주시 한림읍 인근 해상에서 추락해 기장과 부기장, 정비사, 응급환자 등 4명이 숨졌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외국선 ‘빛공해 규제’ 어떻게 하나

    외국선 ‘빛공해 규제’ 어떻게 하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빛공해를 규제하는 법규나 조례(표 참고)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인공 조명의 폐해를 막기 위해 건물과 광고물의 표면 휘도(빛의 양) 상한값 설정, 상향광속 사용금지, 광원 발산광속 제한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규제한다. ●미국 연방법 규정은 없으나, 1972년부터 애리조나주를 시작으로 100개가 넘는 도시에서 빛공해 대책을 시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4개 지역으로 조명 구역을 설정해 관리하고, 애리조나주는 백열전구 150W, 다른 광원 70W 이상의 경우 빛이 외부로 새어 나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코네티컷주는 1800루멘 이상 가로등의 경우 광원 위쪽으로 불빛이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메인주와 뉴멕시코주 등에서도 법률이 제정돼 운영되고 있다. ●영국 ‘청정근린 환경법’에 위법 인공조명의 제재 조항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불빛에 대해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문제가 된 조명시설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최고 5만 파운드(약 1억원)의 벌금을 물린다. ●프랑스 ‘환경법전’에 빛공해 방지에 대한 원칙적인 내용을 규정했다. ‘빛공해 방지 및 제한에 관한 법률 명령’에 의해 전국을 도심·농촌·자연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기준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별로 ‘빛공해 방지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고, 환경성에서 빛공해 대책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호주 ‘환경보호법’에 빛공해도 환경 불법 행위로 간주해 제재를 하고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도심건축물 조명 70% 기준초과… 수면장애·생태계 교란 심각

    도심건축물 조명 70% 기준초과… 수면장애·생태계 교란 심각

    과도한 야간 불빛은 수면 방해는 물론 교통사고나 생태계를 교란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빛공해(光害) 예방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기상조라는 반발 때문에 미뤘던 ‘빛공해 방지법’안을 만들어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법률에서 1년간 유예 기간을 명시해 본격적인 규제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도심의 무분별한 인공조명 시설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세부 시행령 마련에 들어갔다. 올해 구체적인 규제안을 마련, 내년부터 적용한다. 이에 앞서 환경부와 서울시는 빛공해가 동식물에 미치는 영향과 인공 조명을 규제하기 위한 시범지역 용역 사업도 벌였다. 발표를 앞둔 용역 결과를 비롯해 각종 빛공해 피해 사례와 관련 대책을 알아봤다. ●도심 전광판 조명 87% 기준치 초과 환경부는 지난 1년 동안 수행한 ‘인공조명에 의한 생태계 교란 분석’ 용역 결과 대다수 생물들이 빛에 의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8일 밝혔다. 곤충 집단 서식지의 경우 주거지의 인공조명 가까운 곳에서는 종수나 개체 수가 적게 발견됐다. 하지만 야간의 경우 밝기와 불빛이 강할수록 많은 곤충이 모여들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실내등을 시험한 결과 일반 형광등에 가장 많은 벌레들이 날아들었고, LED등은 상대적으로 적게 모여들었다. 또한 인공조명이 곡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각종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가로등(표본 10m, 250W 나트륨 램프) 아래 1m의 조도는 약 40룩스, 후방 8m 지점은 8룩스 정도로 주변의 대다수 식물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벼의 경우 10룩스 이상 밝기에서는 거의 모든 품종에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조명의 밝기가 6~10룩스일 때 콩은 2~6일, 참깨와 들깨는 각각 3~8일, 21~28일 정도 꽃이 피는 시기가 지연됐다. 식물들은 야간조명 아래서 개화는 지연되지만 길이 생육은 더 빨랐다(웃자라기). 앞서 지난해 환경부가 서울·인천·대구 등 전국 41개 지점에 대해 인공 조명의 밝기를 조사한 결과 41.5%인 17개 지점이 국제 기준치를 넘어섰다. 특히 주거지역은 62.5%가 기준치보다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아파트 귀퉁이나 옥상 등에 설치한 조명이 지나치게 밝기 때문이다. ●외국선 25칸델라 수준 조명 제한 특히 도심의 건축물 조명은 70%가 국제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광판의 경우 87%가 국제 기준치를 넘었고, 자연경관 지역인 목포 유달산과 고하도의 경우도 국제 기준보다 최대 80배를 초과했다. 농촌 지역 역시 도로변 가로등이나 주변 건축물 불빛으로 농산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는 빛공해로 인한 피해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다. 빛공해는 숙면을 방해하는 등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밤이 낮처럼 환하면 생체 리듬이 깨져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돼 불면증과 정서불안, 우울증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이유로 선진 외국은 건축물의 경우 25칸델라(광도의 단위) 수준으로 조명을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빛공해 방지 및 도시 조명관리 조례’를 만들어 시행한 정도다. 이마저 조례이기 때문에 제재 조항이 없어 권고 수준에 그쳐 왔다. 최근에는 예비전력 부족으로 야간에 강제 소등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공동으로 복합 쇼핑건물이 밀집된 서울 동대문 일대 상가의 빛 규제를 위한 용역 사업도 끝냈다.”면서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서울시와 협의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준 설정 등 과제 산적 2013년부터 관련 법이 시행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빛공해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한 기준 설정 작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준이 마련되기까지 진통이 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조명기구의 발광 특성이나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규제 대상이나 종류, 규제 등급 등에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발하는 기류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환경부 양우근 생활환경과 사무관은 “현실적으로 조명의 활성화가 절실한 지역에 대한 의견을 반영해 시·도지사가 필요한지역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되 지역 특성을 고려해 1~4종까지 세분해 지정·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가 관리하려는 대상은 건축물 조명, 발광 광고물(일반광고물, 전광판), 기타 시설의 조명(가로등, 보안등, 문화·체육시설 조명)이다. 양 사무관은 “관리 대상인 건축물의 종류나 규모, 기타 시설물의 종류에 대해서는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다만 한시적인 행사(이벤트) 조명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예외 규정도 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호텔방에 침입한 강도, 하필 ‘핵주먹’ 타이슨 방에…

    지난해 마지막날 강도가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방에 침입했다. 호텔방에 투숙한 손님의 금품을 갈취하고자 했던 것. 그러나 강도는 투숙객의 얼굴을 보자마자 줄행랑을 쳤다. 하필 그 손님이 전 헤비급 세계챔피언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45)이였기 때문. 영화 속에나 등장할 황당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달 31일 타이슨은 스티비 원더의 콘서트를 관람한 후 가족과 함께 하룻밤 180만원 하는 고급 호텔방에 묵었다.  곤히 잠든 타이슨은 그러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고 손전등의 불빛을 보게됐다. 강도가 타이슨에게 손전등을 비춘 것. 단박에 타이슨임을 알아본 강도는 화들짝 놀라며 순식간에 도망쳤다. 타이슨 측 관계자는 “강도가 타이슨이 깨어 있었을 때 마주쳤다면 핵주먹을 맞을 뻔 했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행운의 강도”라고 밝혔다. 호텔측 홍보담당자는 “현재 사건을 보고받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소설 당선작 - 홍루/김가경(본명 김숙희) 녀석이 톱밥 속으로 숨어들었다. 녀석은 밀크셰이크처럼 어감이 달콤한 밀크스네이크 종이다. 먹이 줄 것과 따뜻하게 해 줄 것, 간단한 러시아 단어로 적어 놓은 메모지를 들여다보았다. 이반이 출항하기 전 남긴 글이다. 이반은 녀석의 등을 쓰다듬고 마지막 선물처럼 케이지를 앞에 내려놓았다. 한국 사람과 러시아 사람은 닮은 구석이 많아, 이반은 러시아 사람들도 개나 고양이, 새 같은 애완동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뱀이라니, 나는 검정 바탕에 노랑, 빨강 줄무늬가 있는 이국의 낯선 뱀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러시아에서 뱀은 집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다고 생각해. 녀석을 보고 놀란 나에게 위로라도 하려는지 이반은 한국에도 그런 얘기가 있다는 걸 어디선가 들었다고 했다. 명자, 이반은 내 이름을 부르고 입으로 휘이휘이 휘파람 부는 흉내를 냈다. 그러면 집안이 텅 비게 돼, 녀석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종종 휘파람을 불던 내게 이반은 러시아 속담을 빗대 말했다. 나는 멀찍이 녀석을 내려다보며 이반의 익살에 웃음을 내보였었다. 이반을 만난 것은 클럽 로즈에서였다. 로즈는 P시에서 속칭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외국인 거리에 있었다. 예전에는 주로 미군들이 드나들었는데 미군이 철수하고 러시아 선원과 상인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날도 나는 로즈에서 맥주를 마시며 립스틱이 번지지 않았는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젊은 러시아 청년 하나가 보드카를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담 장 앞에서 한국 얘기를 듣던 선원 중 하나였다. 술을 마실 때 거울을 보면 안 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귓불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그가 속삭였다. 흔한 작업멘트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의 나긋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반이라고 했다. 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처음 출발하는 곳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나는 시베리아 열차가 끝없이 달리는 드넓은 숲과 초원을 떠올렸다. 그에게 러브 오브 시베리아란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양손을 허공에 올려 내 얼굴을 길게 그려보였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왼쪽 손목에 새겨진 푸른색 돛이 펄럭였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내가 여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나는 그가 그린 얼굴이 허공에 그대로 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옮기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러시아 사람과 첫 대면을 할 때 영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면 사람들은 영화 속 여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이국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대개 영화 속 지명이나 주인공의 이름을 들먹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러시아말로도, 한국말로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가 턱을 괴고 조용히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여행지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음악이 흘렀고, 클럽 로즈는 마치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품고 있는 대합실 같았다. 그의 손목에 새겨진 푸른 돛 때문이었을까, 나는 문득 그라면 함께 여행을 떠나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만 아니라면 언제라도 좋아요, 월요일 여행은 불행하거든요, 러시아 속담이에요. 느닷없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나는 벽면에 붙은 러시아 달력을 바라보았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는 마치 오래 전에 만난 사람처럼 손을 잡고 아무 손님도 잡지 못한 나타샤를 지나쳐 거리로 나왔다. 밤하늘에는 만국기가 꽃잎처럼 나풀거렸고 만국기의 행렬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는 입을 맞추었다. 두 블록 떨어진 내 숙소로 걸어올 때까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이반이 러시아 속담을 말하며 내 입술에 입을 맞출 것만 같다. 시계가 밤 아홉시를 넘겼다. 녀석은 원색의 몸을 감춘 채 아직 기척이 없다. 나는 열선을 펴서 케이지 크기만큼 접었다. 그 위에 타월을 깔고 케이지를 얹었다. 사람 옷 입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판매원이 열선 까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겨울철, 스스로 온도 조절을 하지 못하는 녀석에게 열선은 생명줄과 다름없다고 했다. 녀석에게 25도의 체온으로 이국의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쩌면 불행일 수 있었다. 나는 콘센트에 코드를 꽂고 케이지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거실의 불을 낮추고 이반이 남긴 메모지를 냉장고에 붙였다. 주방 창가로 가서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북향으로 나 있는 주방에서 밖을 보면 아래층에 있는 중국집 ‘홍루’의 뒤꼍이 훤히 보였다. 홍루 뒤꼍에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새들었다. 쥐라도 쫓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자락을 타고 지나간다. 지난봄, 가게의 주인이 바뀌면서 홍루(紅樓)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홍루는 붉은 다락방이라는 뜻이지만 이곳에 사는 화교들은 늙은 기생의 방이라는 별칭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변두리 사거리의 허름한 중국집 이름 홍루를 몇 번이고 되뇌었다. 거리는 스산할 정도로 빛이 꺼져 가고 휑하니 바람만 몰아 불었다. 멀리 텍사스 거리의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등 뒤로 손을 넘겨 자주색 민소매 드레스의 지퍼를 올렸다. 목선이 등 뒤로 깊게 파인 드레스였다. 이반을 만났을 때 이 드레스를 입었다. 이반이 긴 허리를 굽히고 마른 등에 입술을 댈 때면 나는 수줍은 소녀처럼 간지러움을 참아내곤 했다. 나는 거울을 보며 빨강 립스틱을 덧바르고 귓불 뒤에 향수를 뿌렸다. 구제를 구입해 수선한 밍크를 꺼내 걸치고 자투리로 만든 밍크 모자를 머리에 비스듬히 얹었다. 진주 귀걸이를 하고 장갑을 꼈다. 은색 스팽글이 촘촘하게 박힌 카우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몹시 차가웠다. 텍사스촌에 접어들자 겨울 내내 공중에 걸려 있던 해진 만국기가 바람에 나풀댔다. 그 아래, 술에 취한 러시아 선원 두 명이 러시아 혁명가 스텐카 라진을 부르며 지나갔다. 나는 시애틀 노래주점을 지나고 캄차카 노래방을 지나 클럽 로즈로 걸음을 옮겼다. 로즈에는 러시아 민요인 백만 송이 장미가 흐르고 있었다. 낮고 고혹적인 중년 여가수의 목소리가 담배 연기와 흐린 불빛에 섞여 들었다. 손님이라고는 한국 선원 두 명과 러시아 선원 두 명이 전부였다. 마담 장이 표정 없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얹었다. 한국 선원과 함께 있던 나타샤가 다가와 서툰 한국어로 언니, 마셔? 라고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러시아 닭 꼬치인 샤실릭을 시켰다. 담배를 피워 물고 천천히 로즈 안을 둘러보았다. 마담 장이 무료하게 하품을 해댔다. 필리핀에서 온 구잘은 러시아 선원과 섞여 백만 송이 장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음악이 끝날 무렵 나타샤가 보드카와 샤실릭을 내왔다. 나는 담배를 끄고 보드카를 한 잔 따랐다. 보드카를 한 모금 마시자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목까지 치닿았다. 이반은 보드카를 마시는 순간이면 고향을 떠났다는 것도, 추운 바다 위를 떠돈다는 것도 모두 잊는다고 했다. 나는 열기가 되뿜어져 나오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샤실릭 꼬치에서 닭 가슴살 한 점을 빼 마요네즈에 찍어 입에 넣었다. 내가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미군이 철수하고 나서였다. 러시아 선원들이 골목을 차지하고 거리의 젊은 여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짐을 꾸려서 떠났다. 고작 러시아 선원의 비위나 맞추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마담 장도 미군을 따라 미국으로 갔던 여자였다. 나는 미군 대신 러시아 선원을, 맥주 대신 보드카를, 영어 대신 러시아어를 몸에 익혔다. 이 거리에 나타샤와 구잘이 찾아들었다. 나타샤는 러시아에서 발레리나였고 구잘은 필리핀에서 가수였다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꿈을 찾아 이곳을 떠났고 또 누군가는 또 다른 꿈을 좇아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텍사스촌으로 되돌아 온 사람들은 좀체 이 거리를 다시 벗어나지 못했다. 마담 장이 러시아 민요 대신 빠른 행진곡으로 음악을 바꾸었다. 선원들이 경쾌한 해군의 노래에 맞춰 무릎과 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드카 병이 순식간에 비어 갔다. 시계는 벌써 열한 시를 넘겼다. 한국 선원이 나타샤의 뺨을 비비며 등줄기를 훑었다. 선원 하나가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는 순간 그녀가 마담 장에게 눈짓을 보냈다. 마담 장이 전화를 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 아가씨가 클럽 안으로 들어왔다.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여자였다. 계산을 마친 그들이 클럽 안을 빠져 나갔다. 손님은 이제 러시아 선원만 남았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살집이 많은 러시아 선원 하나가 보드카를 마시며 계속 나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선원은 보드카 병을 쥐고 일행을 벗어나 내 쪽으로 걸어왔다. 구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틀거리는 선원보다 구잘이 먼저 내 테이블 앞에 와 선다. 러시아 선원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말로 이번에도 손님을 채 가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다.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선원이 멈칫거리는 사이 구잘이 밖으로 나갔다. 선원이 내 앞에 앉는다. 그는 잔에 보드카를 따르며 자신의 고향 이야기로 말을 건넸다. 나는 그에게 이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추켜올리며 자신이 이반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주색 드레스가 마음에 든다며 슬쩍 어깨를 감싸 쥐었다. 해군의 노래가 끝나고 러시아 혁명가가 시작되었다. 구잘이 필리핀 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구잘의 친구가 러시아 선원의 팔을 꿰찼다. 멍청이! 저 언니 나이 많아, 주름 많아, 구잘이 선원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구잘의 말에 선원이 내 앞에 앉은 선원에게 손짓을 보냈다. 동료가 만류하는 손짓을 무시하듯 선원이 지갑을 꺼내 보드카와 샤실릭 값의 두 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지켜보고 있던 구잘이 거칠게 다가왔다. 언니 년 나빠! 그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놀란 선원이 성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테이블의 돈을 챙겨 일행 쪽으로 가버렸다. 망할 년! 어린 년이! 마담 장이 구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언니 년, 나빠! 구잘이 악다구니 끝에 손을 풀었다. 그들이 모두 빠져나갔다. 샤실릭 꼬치가 꾸들꾸들 말라갔다. 러시아 혁명가가 끝나고 경쾌한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새로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유난히 손님이 없는 밤이었다. “이 짓도 이제 지긋지긋해, 러시아 년들을 한국 놈들에게 붙이고 필리핀 년들은 러시아 놈에게 붙이고, 이렇게 갈보 년들 불러대는 것도 신물이 난다구!” 그녀가 보드카를 마시며 넋두리를 해댔다. 쿨럭쿨럭, 천식 때문인지 잔기침이 뒤따랐다. “그래도 옛날에 이 바닥에서 명자, 하면 알아줬는데, 사내들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었지, 그 시절에는 먹물 튄 년이 드문 때였으니…….” 그녀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담배를 피워 물었다. 흐릿한 불빛을 타고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거에 혹해서 사내놈들이 많이 찝쩍댔지…… 그때 한 놈 잡아 떠나지, 무슨 미련이 있다구…….” 그녀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홀로 앉은 재즈가수의 독백처럼 한없이 낮았다. “너나 나나, 진즉에 이 바닥을 떴어야 하는데……, 사나운 팔자는 이래도 저래도 막히니…….” 그녀는 마치 거울을 보듯 나를 보고 있었다. 손님은 더 이상 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코트를 걸쳤다. 카우치 백을 열어 계산을 마치고 조용히 로즈를 나왔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나는 홍루 앞에서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기고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보드카 때문인지 속에서 열이 올랐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2층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아직도 톱밥 속에 파묻혀 있다. 녀석에게 다가가 케이지 밑에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댔다. 따뜻했다. 월요일에 길을 떠나면 여행이 불행하게 된다고 했던 이반은 정작 월요일에 떠났다. 이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히 그가 월요일에 떠났기 때문이리라. 나는 욕실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드레스를 벗었다. 거울에 깡마른 몸이 드러났다. 이반이 명자, 라고 이름을 부른 뒤 커다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그려 보이면 나는 러시아 회화 책을 뒤지듯 그가 허공에 그려낸 그림을 꼼꼼히 살폈다. 이반은 종종 그렇게 자신이 탈 배가 지나갈 곳을 손으로 그려 보여주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의 손목에 새긴 푸른 돛이 허공에서 움직였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깡마른 몸에 샤워기의 물을 뿌렸다. 이른 아침, 잠에서 깬 것은 녀석 때문이었다. 문득 녀석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 나는 가운을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케이지에서 멀찍이 떨어져 톱밥 위를 보았다.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반이 떠나고 녀석은 줄곧 톱밥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일까, 나는 케이지 안을 살폈다. 톱밥의 곡선이 흐트러짐 없이 처음 그대로였다. 나는 냉동실 문을 열고 이반이 사 놓은 먹이를 하나 꺼냈다. 먹이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포장된 먹이를 그대로 담갔다. 재스민 차를 우려내 창가로 간다. 눈이 흩날렸다. 홍루 지붕에는 엘피 가스통 4개와 물탱크, 남자의 것으로 보이는 작업복과 면장갑, 깨진 그릇이 나뒹굴었다. 그 낡은 지붕 아래 자장면과 짬뽕 옆으로 적힌, 익숙하나 한 번도 맛을 본 적 없는 횡서 끝자락의 낯선 메뉴를 떠올린다, 어쩌면 남자가 만들어 본 지 너무 오래되어 이제는 감조차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그 메뉴 밑으로 삐뚤삐뚤하게 적힌 러시아 음식들. 흑빵과 함께 홍루의 남자는 육개장과 비슷한 쌀단까나 빈대떡과 비슷한 블린 같은 러시아 음식도 만들었다. 종종 러시아 사람들이 중국 음식 중에 끼어 있는 러시아 음식을 주문하였다. 눈이 내려앉는 홍루 뒤꼍에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을 보이고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내가 보는 것은 언제나 남자의 등이다. 남자는 마치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사람처럼 묵묵히 앉아 양파를 깠다. 넓은 고무 대야를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물에 붇고 있는 양파 껍질을 벗겨 낸다. 인조털이 달린 두툼한 점퍼에 가려진 남자의 양 옆 어깨가 끊임없이 움직인다. 나는 껍질과 뒤섞인 혼탁한 물에 한 쪽 손을 깊숙이 집어넣고 남은 양파 알을 찾는 남자의 기울어진 어깨를 본다. 언뜻언뜻 삐져나오는 남자의 붉고 물에 불은 손. 남자는 허리를 펴고 위를 올려다보는 법이 좀체 없다. 남자의 등 뒤로 살금살금 나타샤가 다가간다. 그녀는 고양이처럼 허리를 익살스럽게 굽히고 남자의 등 뒤에 몰래 다가섰다. 나타샤가 두 손으로 남자의 눈을 가린다. 남자가 양파 껍질이 묻은 젖은 손을 차마 나타샤 손에 포개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나타샤가 손을 풀었다. 나는 뒤돌아보고 멋쩍어하는 남자의 표정을 바라보며 식어가는 찻잔을 볼에 대고 눌렀다. 나타샤가 남자 앞에 턱을 괴고 앉는다. 분홍색 털 스웨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의 모습이 클럽에서와는 달리 앳돼 보였다. 남자가 양파 껍질을 벗기는 일을 멈추었다. 나타샤가 일어서더니 뒤꿈치를 모으고 양발을 벌려 발레의 폴리에 자세를 취한다. 두 팔을 뻗어 머리 위로 올리고 천천히 발 앞굽을 세워 잔걸음으로 뒤꼍을 옮겨 다녔다. 한눈에 봐도 그녀가 백조의 동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타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총총걸음으로 뒤꼍을 돌아 남자 앞에 섰다. 그녀가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랗게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나는 남자를 향해 웃고 있는 나타샤를 보며 식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개수대에 던져놓은 녀석의 먹이가 녹았다. 먹이를 건져서 접시에 담고 알루미늄 포장지를 벗겨냈다. 손가락 한 마디를 좀 넘긴 연한 핑크색 먹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나는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쥐가 녀석의 먹이라니. 처음 기지촌에 왔을 때처럼, 처음 러시아 선원을 만났을 때처럼 무섭고 낯설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집게로 새끼 쥐를 집어 올려 녀석에게로 갔다. 톱밥 위는 아직도 텅 비어 있었다. 케이지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고 먹이를 내려놓았다. 휘파람을 분다. 녀석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휘파람을 분다. 어릴 적 나는 늘 혼자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아무도 없는 집 마루에 앉아 허공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대곤 했다. 설령 어른들의 말처럼 뱀이 나온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휘파람을 불면 곁에 누가 있는 것처럼 무서움이 가셨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어서 집이 비었는지 집이 비어서 휘파람을 불었는지 지금도 알 수는 없었다. 나는 케이지에서 시선을 거두고 소파에 앉아 여행자를 위한 러시아 회화 책을 폈다. 90쪽 ‘거리’에서부터 120쪽 ‘모자 가게’까지는 이반이 떠나기 전 러시아어로 읽어주었다. 151쪽 기차여행 편을 한글로 따라 읽는다. ‘그제야 마구 쎄스츠 나 보예즈제?’ 어느 기차에 타야 합니까? 홍루 뒤꼍으로 함박눈이 쌓였다. 나는 눈을 밟으며 홍루로 갔다. 홍루에는 나타샤와 한국인 두 명만이 앉아 있었다. 주방 안으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종업원에게 이반이 즐겨 먹었던 쌀단까와 흑빵을 주문했다. 종업원 대신 나타샤가 내 쪽을 힐금거리며 주방 입구로 갔다. 그리고 주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주문을 받아 전해준다. 나는 낮은 선반 위에 펼쳐진 러시아 회화 책을 잠시 쳐다보았다. 남자도 틈틈이 회화 책을 뒤지며 러시아 말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폴리에 자세로 발을 벌리고 서 있는 나타샤의 뒷모습이 왠지 서글퍼서 고개를 돌렸다. 쌀단까와 흑빵이 나왔다. 이반은 홍루의 쌀단까 맛이 고향의 맛과 같다고 했지만 홍루의 쌀단까 맛은 육개장과 별반 다름없는 맛이었다. 천천히 흑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흑빵이 입안에서 거칠게 씹혔다. 나는 반쯤 뜯어 먹은 흑빵을 남기고 홍루를 나왔다. 케이지 안에 먹이가 그대로 있었다. 녀석이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케이지의 뚜껑을 열고 먼지떨이를 거꾸로 찔러 넣어 천천히 톱밥을 휘저었다.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막대기로 커다랗게 원을 그은 뒤 안으로 조금씩 좁혀가며 톱밥을 감아 올렸다. 녀석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반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내가 휘파람을 불어 모든 게 텅 비어버린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녀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눈이 녹고 있었다. 녀석이 사라진 지 일주일째, 부두에 배가 들어왔다. 텍사스 거리는 러시아 선원들과 보따리 상인들로 붐볐다. 나는 클럽 문을 열었다. 로즈도 러시아 선원들로 북적였다. 여전히 러시아 음악 백학이 흘러나왔고 조명은 더 흐려 있었다. 나는 이반을 만났던, 거울이 걸린 자리에 앉았다. 장갑을 벗어 테이블 위에 올리고 카우치 백에서 담배를 꺼냈다. 언니 머? 구잘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보드카와 샤실릭을 주문했다. 마담 장이 새로운 선원들을 앞에 두고 예전 텍사스 거리에 몰려들었던 미군들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선원들이 이야기를 채근하듯 마담 장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시절 마담 장의 사랑을 구하려는 한 미국 병사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백만 송이 장미를 사다가 거리에 뿌렸노라고 말하자 선원들이 속았다는 듯 몸을 털며 허탈한 웃음을 웃었다. 러시아에 전해 내려오는 백만 송이 장미에 얽힌, 가난한 화가의 슬픈 사랑이야기란 것을 이내 알아챈 모양이었다. 마담 장은 배가 들어올 때마다 선원들을 앞에 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곤 했다. 선원들은 이국의 낯선 이야기에 자신들 나라의 이야기가 섞여 든 것을 알아채자 긴장이 풀렸는지 보드카를 연거푸 마셨다. 마담 장이 의자를 돌려 몸을 반쯤 틀고 있는 러시아 선원들을 달래듯 두 손을 들어 허공을 다독였다. 선원들이 다시 마담 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나타샤는 한국인 선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이미 취해 보였다. 한국인 선원이 길고 곧은 나타샤의 등줄기를 더듬어 내려가다 허리를 감싸 안고 일어섰다. 마담 장이 재빠르게 나타샤와 눈길을 주고받았다. 나타샤와 한국인 선원이 계산을 마치고 클럽 밖으로 나갔다. 홍루의 남자가 클럽에 들어선 것은 내가 두 번째 담배에 막 불을 붙일 때였다. 남자는 이곳이 처음인 듯 두리번거리며 자리를 찾아 앉았다. 다소 들뜬 표정으로 구잘에게 주문을 했다. 그의 테이블에 맥주와 마른안주가 올려졌다. 나는 보드카를 한 모금 마셨다. 마담 장이 음악을 바꿨다.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었다. 러시아 선원들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한다. 러시아인들의 춤은 마치 목각 인형이 줄에 매달려 움직이는 것처럼 무릎과 팔이 절도 있게 꺾어졌다. 격렬하면서도 율동 사이사이에 강한 매듭이 있는 러시아 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정신이 맑아졌다. 춤이 격렬하면 할수록 더 그랬다. 나는 선원들이 원무를 이뤄 추는 가팍을 보며 이반을 떠올렸다. 이반도 어디선가 함성을 지르며 저들처럼 가팍을 추고 있을까, 나는 보드카를 마시고 샤실릭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에 앉아서 계속 몸을 흔들고 있던 마담 장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육중한 그녀의 몸이 빠른 리듬에 맞춰 민첩하게 움직였다. 선원들의 함성이 추임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음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춤은 자정까지 계속될 것이다. 구잘이 나타샤가 없는 빈자리를 대신하여 분주히 움직였다. 마담 장은 점점 술에 취하고 흥에 취해갔다. 가끔 이렇게 마담 장이 흥에 취해 선원들과 춤을 추면 그녀가 어김없이 해 오던 일, 러시아 아가씨를 한국 선원에게 붙이고 필리핀 아가씨를 러시아 선원에게 붙이는 일을 잊었다. 더불어 나의 존재도 잊었다. 그녀가 잊는 것은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천식처럼 오래된 이 거리의 모든 것들, 그녀를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익숙한 모든 것들, 그녀의 생 모두를 잊을 것이었다. 이반의 말대로 휘파람을 불면 무언가 텅 비게 되는 것처럼 그녀도 텅 비어가는 것이리라. 원무에 끼어 점점 격렬하게 몸을 흔들 때마다 그녀가 한줌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기라도 할 듯 깡마른 손을 허공에 내밀었다. 홍루의 남자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남자는 무릎 사이에 손을 찔러 넣고 눈은 줄곧 나타샤를 찾았다. 나는 마지막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남자가 취했는지 점점 고개를 떨궜다. 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문득 잊고 있던 녀석을 떠올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가 고개를 든다. 거짓말처럼 녀석을 찾은 것은 소파 밑에서였다. 환전소에 가기 위해 러시아 동전을 지갑에 넣는 중이었다. 소파 밑으로 굴러들어간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누렇게 바랜 벽지에 노랑 빨강 검정 색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녀석은 소파 안쪽 벽 틈에 일자로 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만히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도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 따뜻한 물에 담근 다음 물기를 닦아 소파 입구에 놓았다. 집게를 들고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녀석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숨을 삼켰다. 먹이 앞까지 조심스럽게 다가간 녀석이 고개를 들며 혀를 날름거렸다. 녀석의 여린 혀가 재빠르게 입속을 반복해서 드나들었다. 녀석이 먹이 앞으로 다가가 먹이를 덥석 무는 순간 집게로 녀석을 집어 케이지에 넣었다. 녀석의 입에는 삼키다 만 새끼 쥐의 여린 몸이 반쯤 물려 있었다. 로즈 앞에는 며칠째 클로즈라는 안내판만 달려 있었다. 겨울이면 도지는 마담 장의 천식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다고 했다. 나타샤도 가끔씩 목욕탕이나 환전소에서 마주치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들리는 소문에 한국 선원을 따라 이곳을 떠났다는 말도 있었고 임신을 해서 로즈에서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텍사스 거리는 다 해진 만국기를 걷어내는 상인들로 분주했다. 나는 만국기가 끝나는 곳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이반을 처음 만났던 날, 이반의 달콤한 입술이 나의 입술에 닿던 순간, 나는 내 여행이 이대로 끝이 나길 간절히 바랐었다. 이반은 지금 어느 바다를 지나고 있을까? 나는 만국기가 걷히는 하늘을 바라보며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표 판매소를 지나 환전소로 갔다. 마지막 남은 먹이를 녀석에게 넣어주었다. 녀석이 조심스럽게 먹이에 다가간다. 잠시 목을 추켜세우더니 슬그머니 방향을 틀었다. 또 먹이를 먹지 않을 모양이었다. 온수에 목욕을 시키면 좀 도움이 될 겁니다. 수의사는 전화로 간단하게 처방을 내렸다.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정상적으로 탈피를 하기 힘들어진다고도 했다. 대야에 온수를 받아 케이지 옆에 놓았다. 케이지 뚜껑을 열고 널브러지듯 몸을 길게 풀고 있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집게를 들다가 내려놓았다. 녀석의 외피에 손을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녀석의 차가운 체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천천히 선을 그으며 머리 쪽으로 손가락을 옮겼다. 녀석의 입을 지나 턱쯤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녀석이 감미로운 몸동작으로 손에 감겨든다. 소름인지 전율인지 무언가 몸속으로 울려들었다. 나는 녀석을 안듯 들어올려 온수에 담갔다. 녀석이 천천히 물속으로 스며든다. 나는 물끄러미 녀석을 보다가 물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미끄러지듯 내 손을 비켜나가는 녀석의 꽁무니를 따라가며 손을 저어 작은 물보라를 일으켰다. 녀석이 점점 생기를 찾은 듯 작은 원을 그리며 빠르게 움직였다. 잠시 뒤 작은 수건으로 민첩하게 손아귀를 벗어나는 녀석을 떠내 마른 수건을 깔아놓은 그릇에 옮겨 담았다. 녀석을 재빨리 수건 위에 굴린 뒤 케이지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명자, 아주 잘했어, 이반이 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나는 홍루를 지나고 로즈를 지나 도로 건너편에 있는 수족관으로 갔다. 파충류 먹이 있음. 간판 옆에 적힌 글씨를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점원이 햄스터 케이지를 열다가 내 쪽을 본다. “뭘 드릴까요? 손님.” 점원이 케이지 안에서 햄스터를 꺼내며 물었다. “밀크스네이크 종인데……먹이 좀 사려고요.” 나는 나무토막을 기어오르는 비단뱀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한다. “뱀을 키운 지 오래되셨나 봐요. 처음 키우는 사람은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거든요.” 점원이 손에 쥔 햄스터를 비단뱀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이렇게 한창 클 때는 녀석도 산 먹이를 찾아요, 그래야 탈피를 제대로 할 수 있거든요.” 나무막대를 기어오르던 녀석이 슬그머니 방향을 틀며 혀를 날름거렸다. 케이지에 던져진 햄스터가 꾸물꾸물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녀석도 먹이를 견준 채 꼼짝 하지 않다가 입을 벌리고 먹이를 물어 삼켰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점원에게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말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런 속담이 있었나요?” 점원은 손에 묻은 햄스터 털을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 냉동 쥐로 드릴까요?” 점원이 물었다. 나는 햄스터의 하얀 몸이 비단뱀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점원은 케이지에서 꿈틀거리는 분홍색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꺼냈다. “녀석들이 종종 냉동 먹이를 먹지 않는데…… 그건 아마도 탈피를 하려고 그럴 겁니다. 제대로 크고 있다는 증거죠.” 나는 점원에게서 새끼 햄스터를 받아 골목으로 돌아왔다. 날이 풀리고 있었다. 곧 부두에 배가 들어온다고 했다. 나는 문이 닫힌 로즈를 지나 홍루에 들러 쌀단까와 흑빵을 시켰다. 남자는 여전히 등을 보이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탁자 위에는 너덜너덜해진 러시아 회화 책과 비닐도 뜯지 않은 발레 슈즈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흑빵을 뜯어 쌀단까에 적셔 먹었다. 맞은편 거울에 흑빵을 씹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밥을 먹을 때 거울을 보면 안돼요, 아름다움까지 먹어버리거든요, 이반이 내 귓불 뒤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일 것 같았다. 홍루의 간판이 바람에 흔들거렸다.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시 당선소감

    포레스트 검프처럼 그는 걷습니다. 산호 미용실을 지나 파리바게뜨를 지나 물왕리 저수지를 지나 아스널 FC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지나 메텔의 슬픈 눈이 떠도는 은하철도999를 지나 플라이 투 더 문을 지나…. 저무는 것들이 저무는 사이로 걷습니다. 저무는 것들 사이에서 여러 번 저물며 걷습니다. 어느 저물녘엔 전화를 받습니다. 그 밤에 첫눈이 푹푹 내립니다. 조금씩 눈 속에 묻혀 가는 집과 산과 논과 창문을 봅니다. 집이, 산이, 논이, 창문이 하나씩 저물고 있다는 느낌. 어머니의 둥근 무릎처럼 그 속에서 불빛들이 견디고 있다는 느낌. 그 밤에 그는 저물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짓던 시를 마저 짓습니다…. 견딥니다…. 배고플 때 밥 사주던 금호초등학교 동창들이 생각납니다. 부족한 글 뽑아 주신 서울신문과 심사위원님들을 생각합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노트북 앞에 앉으면 페이지처럼 많은 밤들이 지나갑니다. 시를 읽으며 흐려지던 밤, 은혁이와 민혁이를 낳던 밤, 첫사랑이 있는 골목을 지나며 버스 안에서 아프던 밤, 창조주의 밤이 스르르 지나갑니다. 모든, 혼자였던 밤들. 그리고 나. 나는 아직도 소비하는 사람. 더 많이 소비하고 싶은 사람. 시를, 더 많이 읽겠습니다. ■ 약력 1967년 충남 서천 출생. 안양대 신학과,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201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소설)
  • 2012년 새해 첫 UFO 타이완서 목격

    2012년 새해 첫 UFO 타이완서 목격

    전 세계가 2012년을 맞는 행사로 들썩이던 때, 새해 첫 UFO가 관측됐다는 주장이 나와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인터넷 타블로이드 일간지인 ‘이그재미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월 31일 타이완 타이페이시에서 열린 새해 기념 폭죽행사 중, 2012년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UFO로 추정되는 노란빛의 물체가 관찰됐다. 이 빛은 타이완의 관광명소인 101빌딩 인근에서 목격됐으며, 한 네티즌이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 이를 촬영한 네티즌은 “가족과 함께 폭죽행사를 기다리던 중 노란 불빛을 목격했다.”면서 “이 불빛은 101빌딩 인근을 계속해서 맴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운트다운과 함께 폭죽행사가 시작되자 천천히 빌딩 주변을 선회하던 이 불빛은 갑자기 사라졌다.”면서 “처음에는 폭죽에서 나온 불빛이라고 생각했지만 후에 동영상을 살펴보니 확연히 다른 빛이었다.”고 덧붙였다. 소식을 전한 이그재미너는 “아마도 2012년 첫 UFO의 등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나눔정신’ 실천하는 기업] 현대모비스

    [‘나눔정신’ 실천하는 기업]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가 어린이 교통안전 전도사로 나섰다. 어린이 안전을 위해 투명우산 보급을 시작한 것이다. 대중과의 접점이 크지 않은 B2B(기업 간 거래) 기업은 사회공헌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고, 사회공헌 활동으로 얻어지는 홍보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자동차부품 전문 기업이라는 업종 특성을 살려 ‘어린이 교통안전’과 ‘과학 영재 육성’이라는 특화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비나 눈이 올 때 어린이가 처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상황을 고려해 경량 알루미늄과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가볍고 튼튼한 우산을 만들었다.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는 우산이 불빛을 반사해 운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으며 손잡이엔 비상용 호루라기를 달아 위급 상황을 주변에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산 10만여개와 교통안전 교육용 CD를 전국 223개 초등학교 1~3학년 어린이들에게 보급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조성한 ‘키즈 오토파크’ 역시 ‘어린이 교통안전’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서울시 등이 협력해 2009년 5월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개장한 ‘키즈 오토파크’는 3000㎡ 부지에 오토 가상체험시설, 면허시험장, 오토 부스 등 다양한 교육시설과 각종 부대시설 등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 어린이 교통안전교육 시설이다. 또 제조기업으로서 이공계 기피 현상 개선과 과학 영재 육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기술연구소, 울산공장, 천안공장 등 지방사업장 인근의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주니어공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1사 1촌 운동’뿐 아니라 전국 소재 사회복지시설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위문품과 연탄 등 각종 생필품을 전달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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