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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 찾지 못한 줌머족 고통에 관심을…”

    “평화 찾지 못한 줌머족 고통에 관심을…”

    2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수벌 모니 탄창갸는 아직도 어릴 적 기억을 떨쳐내지 못한다. 방글라데시에서 가족들이 땀흘려 일구던 텃밭이 화염에 휩싸였던 것, 이웃 아저씨가 방글라데시 군인들에게 맞아 피를 뿜고 죽어 가던 모습이 생생하다. 현실은 소년을 투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탄압은 더더욱 거세졌다. 탄창갸는 인도와 태국을 거쳐 26세 되던 해인 2007년 한국으로 망명했다. 과학자를 꿈꾸던 그의 인생이 풍비박산 난 건 순전히 그가 방글라데시 소수 민족인 줌머(Jumma)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12일 ‘보이사비 축제’ 준비 한창 탄창갸는 오는 12일 김포 양촌 다목적체육관 무대에 선다. 한국으로 치면 설날에 해당하는 ‘보이사비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모여 사는 줌머인 50여명은 2002년부터 매년 4월12일이면 전통 춤과 노래를 부르며 타지에서 사는 설움을 달랜다.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재한 줌머인들을 9일 김포에서 만났다. 줌머인은 방글라데시 동남부에 위치한 치타공 산악지역에서 사는 소수민족이다. 인도의 지배를 받을 때는 자치권을 인정받았지만 1947년 파키스탄으로 지배권이 넘어가면서 경작지가 수력발전소 건설로 수몰되고 인구의 40%가 인도로 강제이주됐다. 1971년 방글라데시 치하에 놓였지만 자치권은 요원했다. 약탈과 강간이 난무하고 있다. 줌머인 가운데 처음으로 1994년 한국으로 망명한 산티지반 차크마(41)는 망명한 지 10년이 지난 2004년에서야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차크마는 운 좋게 난민이 된 재한 줌머인 18명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 아니라는 것 외에 다른 점은 없다. 김포의 작은 자동차 납품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2001년 만난 아내와 살고 있다. 차크마는 “망명 올 때 한국이 군부정권에서 문민정부로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고, 독립운동의 경험 등 줌머인과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 한국으로 오게 됐다.”면서 “한국에선 안전을 보장받는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외국인 아닌가. 언젠가는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향 어린이에 매년 200만원씩 보내 차크마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공장, 일용직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줌머인들은 마음속에서 고향을 놓지 못한다. 재한 줌머인들은 2년 전부터 매년 200만원씩 돈을 거둬 고향의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을 보낸다. 지난해 겨울엔 이불과 옷가지도 보냈다. 로넬 차크마 나니 재한 줌머인연대 사무국장은 “아직도 평화를 찾지 못한 고향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 한국인들도 줌머족의 고통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글ㆍ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노조전임 임금 노사자율로” ILO, 한국에 권고

    국제노동기구(ILO)가 우리나라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노사자율에 맡길 것을 권고했다. 이는 “내년부터 사측이 노조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발언과 상충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ILO 이사회는 우리나라에 2가지 분야에서 4가지 노동 제약을 해제하라는 권고가 포함된 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에는 노사관계법상 노조전임자 급여문제뿐 아니라 5급 이상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과 복수노조 허용을 권고하는 내용도 있다. 보고서는 이밖에 불법체류자의 추방이 외국인노동자 노조에 대한 탄압 목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경찰 “日체류 장자연 前대표 체포영장발부 추진”

    경찰 “日체류 장자연 前대표 체포영장발부 추진”

    故장자연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고인의 전 소속사 김대표의 여권 반납을 통지했다. 경기 지방경찰정 이명균 강력계장은 1일 오전 분당경찰서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씨의 여권 반납 명령과 관련해 오는 10일까지 여권을 반납하라고 지난달 31일 통지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고인의 사건과 중요한 관계에 있는 김씨의 귀국을 종용하기 위해 전화통화, 가족을 통한 연락 등 많은 방법을 동원했으나 귀국을 하지 않자 김씨에 대한 여권무효화조치를 진행했다. 여권이 무효화가 되면 김씨는 불법체류 신분이 된다. 휴대전화 국제 로밍을 통한 위치 추적 방안에 대해 이 계장은 “김씨가 국내 휴대전화 로밍을 사용하고 있어 교환국까지 위치추적이 가능하다. 위치추적에 대해서도 영장이 필요해 폭행과 협박, 강요 혐의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얻으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의 통화 내역을 대조해 술자리에 동석한 사람들을 파악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 계장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수사대상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주변인 진술을 통해 문건 외 인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리되는 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신문NTN 이동준기자(분당) juni3416@seoulntn.com / 사진=한윤종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장자연 문건 유력인사 소환 저울질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 ‘문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연예소속사 대표 김모(40)씨의 귀국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전 매니저 유장호(30)씨가 문건의 작성, 유포 등에 관련된 ‘수사용의자’라면 김씨는 문건의 내용, 즉 장씨의 술시중과 성상납 등의 강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다. 그러나 김씨는 “문건은 조작된 것이며, 일본에서 귀국해 조사받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김씨는 현재 잠적한 상태이고 경찰은 그를 강제 소환해야 문건 내용에 대한 본격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부르지 않아서 안 들어간다”김씨는 처음엔 “(경찰이) 부르지 않아서 안 들어간 것이다.”며 당당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귀국을 종용하는 경찰의 전화조차 받지 않은 채 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국내 변호인을 통해 유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변호인과도 착신전화만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30일 오전 김씨의 여권반납명령 의뢰서를 공문으로 만들어 외교통상부에 제출했다. 정부가 반납명령의 사유를 인정하면 이번 주중에 김씨의 여권이 무효화되고 김씨의 제3국행 차단 및 강제추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가 일본 경찰마저 무시한다면 귀국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문건 내용에 대한 수사로 오리무중에 빠질 공산이 크다.경찰은 “우리나라도 기소 중에 불법체류를 하더라도 다 못 잡지 않느냐. 최소한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라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 수배자나 불법체류 신분을 이유로 강제추방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술시중 강요 등에 대해 정황을 포착해도 김씨가 없는 상태에서는 기소 요건을 갖춘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김씨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사 등을 통해 (술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사람들이 장씨 자살 사건과 상관성이 있다면 모두 부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12월2일 일본으로 출국한 뒤 중간에 여권기간을 연장받아 6월1일까지 머물 수 있다. ●카드내역 조회뒤 소환 대상 결정경찰은 장씨의 동료 여배우 등 참고인 20여명의 진술을 통해 술시중 등을 강요한 참석 인사들의 신원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장씨 유족에게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된 유력 신문사 대표 등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등장 인물들에 대한 소환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전화통화 내역 등을 통해 고인과 김씨, 10여명의 수사 대상자들이 여러 술자리에서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김씨의 법인카드 사용내역만 확인되면 고인이 언제 강남지역 유흥업소 9곳(2곳 폐업)에서 누구와 만났는지를 확인해 관련자들을 부르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대상자들의 혐의 입증에 대해 “(대상자들이) 김씨에게 술시중 자리에 신인 여배우를 데려오도록 교사했는지, (김씨가) 여배우를 데려오는 줄 알면서도 방조했는지 등 주로 강요(형법324조) 여부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경찰은 이날 오전 김씨 회사의 세무대행 업체인 D회계법인을 압수수색해 사과상자 반 개 분량의 회계서류 등을 압수했다. 또 문건 유출과 관련된 언론사 기자 3명을 피고소인 등의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윤상돈 이은주기자 yoonsang@seoul.co.kr
  • 언론사대표 빠지고… 언론인 5명 소환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씨의 ‘문건’과 관련된 언론인 5명이 30일부터 경찰에 줄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소환대상은 문건에 대한 첫 보도와 관련된 기자 2명과 문건의 훼손 등과 관련된 유력 신문사 기자 등 3명이다. 그러나 이번 대상에서는 장씨의 유족으로부터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된 유력 신문사의 대표 등이 빠졌다. 경찰이 문건을 둘러싼 주변 언론인만 건드리고, 정작 큰 파문을 일으킨 ‘장자연 리스트’에 등장한 유력 인사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술시중·성접대 의혹 인사에는 침묵 경기 분당경찰서는 “30일부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언론인 2명과 문건을 돌려본 언론인 3명 등 총 5명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면서 “조사는 2~3일이 소요될 예정이며, 이번 조사가 끝나는 대로 전 매니저 유장호씨에 대한 출두조사를 다시 한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장씨의 성상납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모 방송사의 취재기자와 데스크 등 2명, 유씨와 함께 문건의 내용을 살펴본 유력 신문사 기자와 인터넷신문 기자 2명 등 3명이 경찰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경찰은 문건에서 거론된 유력 인사 3명 외에도 장씨가 다른 유력 인사들에게도 술시중 등을 강요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대상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명균 경기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고인 주변의 참고인 20여명의 진술을 종합해 술시중을 강요받았다는 강남의 유흥업소 7곳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르면 30일 영장을 발부받아 이 업소들의 매출 전표와 전 연예기획사 대표 김모씨의 개인 신용카드 및 법인카드의 사용내역 등을 대조할 계획이다. ●일본체류 김前대표 강제추방 가능성 경찰은 아울러 지난 21일 압수한 김씨의 컴퓨터와 스케줄 기록부 등에서도 사업상 로비 대상으로 보이는 인사들의 명단과 직함, 접대 장소와 일정 등을 확보했다. 추가로 드러난 인사들은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수사 대상자 10여명 외에 정계와 언론계, 재계 등의 또 다른 유력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대해 “추가 인사들의 혐의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본래 문건에 나오는 유력 신문사 대표 등 3명과 함께 ‘술시중 자리에서 부적절한 행위’로 혐의가 새로 확인된 인터넷 언론사 대표 등 4명에 대한 수사일정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입증돼야 공개할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찰은 일본에서 귀국을 미루고 있는 전 대표 김씨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며칠간 전화통화가 되던 김씨가 연락두절 상태”라면서 “외교통상부와 협의해 김씨의 여권무효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여권법(12조 1항)에는 ‘장기 2년 이상의 형(刑)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기소되어 있는 사람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하여 기소중지된 사람에 대해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씨가 이 법을 적용 받으면 여권을 즉시 반납해야 하고, 스스로 귀국하지 않아도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강제추방이 가능하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 2월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중지돼 이 법 조항을 적용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윤상돈 이은주기자 yoonsang@seoul.co.kr
  • 경찰 “日체류 김씨 여권 무효화 추진”

    경찰 “日체류 김씨 여권 무효화 추진”

    故장자연의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고인의 전 소속사 대표인 김씨의 여권을 무효화 시켜 귀국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지방 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29일 오전 분당경찰서에서 공식 브리핑을 갖고 “여권법 12조 1항 1호를 보면 ‘장기 3년 이상 기소중인 자나 2년 이상 기소된 범죄자’인 경우는 여권이 안 나가도록 되어 있어 여권반납 명령도 할 수 있다. 김씨의 여권 무효화에 대해 외교부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씨의 여권이 무효화가 추진되면 김씨는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외국으로 출국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경찰은 강남 일대 업소 7곳에서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했으며, 법인카드의 사용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 오는 30일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찰은 고인 문건 내용의 술 상납과 성 상납의 정황을 파악, 술 접대가 성 접대로 이어 졌는지 와 강요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 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할 예정이다. (사진=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이동준 기자 juni3416@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광장] 고용보호주의를 경계한다/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고용보호주의를 경계한다/우득정 논설위원

    글로벌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고용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이주노동자의 취업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호주와 말레이시아 등은 최근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쿼터를 크게 줄였다. 외국인 근로자와 일자리 경쟁관계에 있는 내국인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논리다. 혈세를 쏟아부어 내수를 부양하는 마당에 그 혜택을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나눠 줄 수 없다는 정서도 깔려 있다. 우리나라도 고용보호주의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 쿼터를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인 3만 4000명으로 줄였다. 특히 건설일용직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건설업종의 취업 장벽을 크게 높였다. 합법적인 문호를 좁히고 불황으로 일자리마저 크게 줄어들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판단인 것 같다. 산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조업 21만명, 서비스업 13만명, 건설업 9만명 등 모두 70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체류하고 있다. 취업·방문·산업연수생·고용허가제 등 합법적인 체류자 외에 불법 체류자도 2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매월 3만 2000가구의 표본조사를 통해 고용동향을 집계하지만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상당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경제활동 통계에서 빠져 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떤 업종에서 내국인들과 경쟁관계에 있는지, 쿼터 축소로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무런 판단자료 없이 정서에 편승해 정책결정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11년 전 외환위기 때에도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면 인건비를 지원해 주는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신청 실적이 미미해 얼마 후 폐지됐다. ‘3D’ 업종에서 왜 외국인 근로자를 선호하는지 이유를 따져 보지도 않은 채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아이디어를 낸 까닭이다. 경기도 안산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밀집한 지역의 사업장들은 작업장 환경개선 비용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해 주겠다는데도 기피한다.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에서 최소한의 규제마저 꺼릴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장은 아무리 일손이 부족해도 내국인 근로자들이 가지 않는다. 일자리 이전의 연계성이 단절된 셈이다. 사업장의 업주들이 고용허가 쿼터 축소에 반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산업연수생제도 도입과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공식-비공식, 정규직-비정규직, 괜찮은 일자리-저급한 일자리 등 이중구조로 고착화됐다. 시장의 수급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공식 창구에만 규제를 가하는 평면적인 정책을 채택하면 노동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일종의 ‘풍선효과’다. 자칫하다가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불법체류자만 양산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어떤 형태의 보호주의와도 맞서 싸우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무역보호주의는 배격하지만 고용 장벽은 용인해야 한다는 식으로 고용보호주의에 편승한다면 G20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에 대해 호의적인 시각을 보내온 동남아 국가들의 반한(反韓) 정서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우리가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를 저지하려면 우리 역시 저개발국가들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진정 ‘글로벌 딜’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2010 월드컵 준비 착착… 안전 걱정 없어요”

    “2010 월드컵 준비 착착… 안전 걱정 없어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느냐.’고 물어보며 우려합니다. 그러나 이는 남아공이 2003년 크리켓 월드컵, 2002년 세계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WSSD), 1995년 세계 럭비 월드컵, 1996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등 수많은 스포츠행사와 회의를 개최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서 역량 보여줄 것” 남아공 관광청(South African Tour-ism)의 브래들리 브로워 아시아 총괄 청장은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10년 월드컵은 남아공이 경제, 사회적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모든 분야에서 계획대로 준비를 완벽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아시아 총괄본부에서 일하는 브래들리 청장은 오는 6월초 서울에서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설명회 준비차 2일 한국을 찾았다. 대륙간컵으로 불리는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오는 6월14일부터 28일까지 남아공에서 열린다. 브래들리 청장은 “프레월드컵 성격을 가진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남아공이 가진 역량을 충분히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수십억달러가 다양한 수준의 숙박시설을 짓는 데 투자되고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은 올해 마무리될 것”이라면서 “특히 월드컵이 개최되는 도시에는 5성급 이상의 최고급 호텔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더반,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프리토리아 등에 초대형 컨벤션 센터를 새로 지어 월드컵 이후 세계적인 컨벤션 국가로 발돋움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연간 2만여명 찾아 브래들리 청장은 보다 많은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항공편 증설, 여행상품 개발 등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종차별이 철폐되기 전인 15년 전 남아공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연간 180만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무려 1000만명에 이르고 있다.”면서 “아시아권에서는 중국 관광객의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인 반면 한국인들은 사업차 찾는 사람을 포함해 약 2만명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한국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남아공의 위험한 치안상황에 대해서는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짐바브웨 등에서 들어온 불법체류자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은 어떤 경우에도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꿈 뺏긴 미국의 이민 노숙자

    꿈 뺏긴 미국의 이민 노숙자

    세계 경제위기의 그늘이 짙다.지난 26일 하루 동안에만 미국에서 6만명이 감원돼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불황의 직격탄은 저소득층이나 이주민 노동자 같은 사회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경우 이들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최소한의 인권과 존엄성도 지키기 어려운 무방비 상태에 속절없이 노출되는 것이다. 산울림소극장이 기획한 ‘연극연출가 대행진’의 마지막 작품으로 새달 5일 막 올리는 이성열(극단 백수광부 대표) 연출가의 ‘뉴욕 안티고네’는 신자유주의의 붕괴, 세계화의 위기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이 시점에 다층적인 의미를 던지는 연극이다. 폴란드 대표 작가 야누시 그오바츠키의 1992년작인 ‘뉴욕 안티고네’는 뉴욕의 한 공원에 사는 다국적 노숙자 세 명의 이야기다. 러시아에서 온 알코올 중독자 사샤(김동완),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여성 아니타(정은경), 폴란드에서 온 간질병 환자 벼룩(박완규)은 각기 다른 이유로 미국에 흘러들어와 불법체류자로 거리에서 생활한다. 어느 날 아니타는 자신이 좋아하는 존이 간밤에 얼어죽어 시체안치소에 버려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샤와 벼룩에게 시신을 찾아서 묻어달라고 부탁한다. 돈을 주겠다는 말에 솔깃한 사샤와 벼룩은 몰래 시신을 빼내오지만 뒤늦게 존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언쟁을 벌이다 벼룩이 돈을 들고 도망친다. 사샤는 아니타에게 진실을 말하려 하나 아니타는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둘은 존의 장례를 치르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러나 노숙자 대책으로 일명 ‘공원정화’ 작업에 나선 뉴욕 경찰(정만식)은 공원 주위에 철제 울타리를 세우고, 공원으로 돌아가려던 아니타는 정문에 목을 매 숨진다. 연극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거대 제국의 최하위층으로 흘러들어간 동유럽과 제3세계 이민자들의 삶을 냉철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화가였던 사샤는 전시회를 열려고 뉴욕에 왔다가 공사장 인부로 주저앉았다. 아니타는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봉제 공장에서 일했지만 결국 직장에서 쫓겨나 노숙자 신세가 됐다. 17년 전 뉴욕이 배경이지만 지금 서울을 비롯한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다. 이성열 연출가는 “희랍극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국가권력에 대항해 개인의 자유와 정의를 요구한 안티고네의 싸움이라면, ‘뉴욕 안티고네’는 미국이라는 세계의 중심에서 살 권리를 주장하는 주변부 밀입국자들의 생존 투쟁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종차별과 종교차별도 서슴지 않으며,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던 주인공들이 공권력에 맞서 대항하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회복해가는 대목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1년 폴란드의 계엄령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그오바츠키는 ‘바퀴벌레 사냥’ 등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연극을 주로 발표했다.‘뉴욕 안티고네’는 2002년 전용환 연출로 ‘서울 안티고네’로 번안돼 국내에 처음 소개됐고, 2005년 극단 백수광부가 워크숍으로 무대에 올린 적이 있다. 3월1일까지.(02)764-7462.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변부로 내몰리는 대중

    주변부로 내몰리는 대중

    서울 용산역 재개발 지구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자영업자들은 삶의 터전에서 자신들을 ‘추방’하려던 공권력에 맞섰다.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철거반에 저항했고, 결국 철거민과 경찰 등 6명은 자신의 삶 자체에서 추방당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 중 절반 정도가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 이 ‘불법’은 정부에는 추방의 이유가 되는 동시에, 자본의 부당행위에도 목소리를 높일 수 없게 만드는 착취의 근거가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은 상시화됐다. 특히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언제든 추방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평택 대추리에서는 국가가 사적소유권을 발동하며 소유권 없는 대중을 몰아냈다. 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수십년간 그 땅의 주인이었던 농민들을 추방했다. 이렇듯 추방은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활동하는 고병권 박사는 ‘추방과 탈주’(그린비 펴냄)에서 우리 사회의 대중은 점차 주변부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바탕에는 경제·사회적 신자유주의가 존재한다.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노선을 더욱 노골화했을 뿐. 신자유주의는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구조조정, 공기업 민영화, 시장 전면 개방, 규제 완화 등으로 계속 성장하고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신자유주의 정부 아래 주변부로 내몰린 대중은 국민생존의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희생을 요구받는다. 국민 전체의 이해에 다가갈수록 배제되고, 더 심하게는 제 나라에서조차 정부에 의해 추방돼 비국민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다. 저자는 주변부의 대중은 혼자 내던져지지 않고 무리를 구성하며 국가로부터 추방당하는 만큼이나 적극적으로 탈주를 시도한다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전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집회다. 지난 10년 동안 소득의 상실, 고용의 상실 등 경제 전반의 불안을 맛본 대중은 불안 해소를 기대하며 이명박 정부를 낳았지만 ‘삶의 안정보장’에 대한 상실감까지 목도하면서 촛불집회를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주변부의 대중은 선한 모습의 정부와 좋은 기업을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가 지식인이 되고, 국가와 자본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운 삶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반독재를 향한 자유주의 지식인이 있었던 1960년대, ‘민중’에 주목하던 1970년대, 진보적 지식인이 대규모로 등장한 1980년대를 거치면서 1990년대 들어 대학이 기업화하고, 교수가 정치인화하면서 ‘저항하는 지성인’의 모습은 사라졌다고 지적한다. 지성인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대중지성’으로, 이런 지식은 네트워크 속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대중이 집결한 광장과 인터넷에서 서로 연결된 사람들의 두뇌가 우리 시대의 지식을 생산하여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지식을 선물하는 순간 대중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에는 저자가 “길 위에서 쓰여졌다.”고 표현할 만큼 2006년부터 지금까지, 전라도에서 서울까지 ‘현장’에서 보고 들은 것이 담겨 있다. 내몰리는 대중의 모습에 핏대가 서고 울분이 치솟기도 하지만 감정을 자제한 듯한 서술에 비교적 차분하게 읽힌다. 1만 39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불황에 외국인 노동자도 떠난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우리나라를 떠나는 외국인 노동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19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3층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출국민원실 현장.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재입국허가 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해 분주하다. 이곳은 고용허가제 등으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나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들이 출국하기 전 재입국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5년 안에 방문취업을 할 수 있기에 찾는 곳이다.지난해 상반기에는 외국인 방문객이 하루 70∼80명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150∼160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재입국허가 신청을 하고 한국을 떠난 외국인은 10만 672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인(조선동포 제외)은 3만 4197명으로 2007년 2만 4935명에 비해 37% 늘었다. 베트남인도 6320명으로 전년 5261명보다 20%가 늘었다. 경기불황이 본격화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에만 중국인 6315명이 한국을 떠났다.특히 불법체류자들의 자진출국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떠난 불법체류자는 모두 3만 2894명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만 4360명이 출국해 전년 같은 기간의 2540명보다 72%나 급증했다.중국인들의 왕래가 잦은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역시 경제난의 여파로 실직을 당해 한국을 등지는 외국인 노동자가 점차 늘고 있다.인천국제공항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일자리를 잃고 자신의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이들이 출국 전에 재입국허가 신청을 하는 이유는 한국의 경기가 다시 좋아지면 서둘러 입국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2003년에 입국해 5년 동안 불법체류한 한 우즈베키스탄인(33)은 “경기 수원과 평택의 건설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는데 불경기 탓에 막노동할 곳도 없어 결국 짐을 싸고 말았다.”면서 “경기가 풀리면 다시 한국을 찾아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위조여권 입국자 난민 첫 인정

    위조 여권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하라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05년 1월 입국한 마리아 부소페(28·여·가명)는 인도 여권을 갖고 들어왔지만, 미얀마 소수민족이라며 2006년 8월 법무부에 난민지위인정을 신청했다. 법무부가 불허 결정하자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갇힌 채로 기나긴 법정 싸움을 벌였다. 미얀마 친주의 팔람지역에서 태어난 부소페는 친족으로 기독교인이다. 미얀마 정부군은 불교 개종을 강요하고 친족 언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차별 정책을 편다. 특히 부소페 부모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열성 당원이라 탄압이 더욱 심했다. 아버지가 1999년 정부군에 체포되자 고등학교에 다니던 부소페는 어머니를 따라 인도 미조람주로 탈출했다. 인도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그는 부모처럼 NLD 당원이 됐다. 난민이 늘어나자 인도는 친족 1만명을 미얀마로 강제송환했다. 2003년 어머니도 여기에 포함됐다. 앞서 체포됐던 아버지도 미얀마를 탈출하다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선교회 교사로 일하던 부소페는 한국인 목사를 만났고, 목사는 한국에서 신학교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부소페는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인도 여권을 만들어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목사는 약속과 달리 교회 일만 시키더니 나중에는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4개월 만에 무작정 길거리로 나온 부소페는 고시원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다 2006년 8월 불법체류자 일제단속에 걸렸다. 국제 앰네스티와 공감변호사그룹 ‘공감’ 등의 도움을 받았지만,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용찬)도 지난해 5월 “인도 대사관이 여권 정보를 확인했다.”며 난민 인정을 거부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이성보)는 부소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인도는 신분등록제가 없는 데다 여권을 부정하게 받는 관행이 만연해 있어 인도대사관의 확인만으로 원고를 인도 국적자로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는 미얀마 소수민족으로 기독교인이고 NLD 당원인 데다 부모가 강제송환되거나 사망한 상태라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갖고 있다.”고 난민으로 인정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오바마 경제팀 줄줄이 낙마하나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특정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것과 관련,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상무장관을 사퇴한데 이어 이번에는 재무장관에 내정된 티머시 가이트너가 탈세 및 불법체류 가정부 고용 사실이 드러나 의회 인준에 먹구름이 끼었다. 오바마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가이트너의 탈세를 통상 발생하는 실수라며 뒤늦게 이런 실수를 알고 세금을 전액 납부한 만큼 문제가 될 수 없다며 가이트너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가이트너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상원 재무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결정적인 결격사유’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상무장관과 달리 재무장관 자리는 1930년대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이 이번 경기침체를 헤쳐 나가는데 핵심적이기 때문에 의회 인준에 실패할 경우 오는 20일 출범을 앞둔 오바마 차기 정부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가이트너는 최근 상원 재무위에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하면서 세금을 누락하는 실수를 범한 사실을 털어 놨다고 오바마 정권인수팀 관계자가 이날 밝혔다. kmkim@seoul.co.kr
  • 美 원정출산 시민권 제동 추진

    ‘원정출산’을 통해 미국 시민권을 자동 취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법안이 미국 연방 의회에 제출돼 법안 통과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하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소속 엘턴 갈레글리 의원은 7일(현지시간) 부모가 외국 국적자일 경우 신생아의 시민권 자동취득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하원 법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부모의 체류 신분과 관계 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모든 신생아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 원칙’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갈레글리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법안은 원정출산 금지와 함께 외국인 산모들에게 의료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고, 이들의 미국내 불법체류를 근절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사설] 외국인 노동자 취업 축소 단견이다

    정부가 우리나라에 취업하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를 대폭 줄인다는 방침이다.지난해 13만 2000명에서 10만명 이내로 떨어뜨리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불법 체류자 단속 강화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현재 외국인 노동자 72만명 가운데 20만명 정도가 불법체류자다.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빙하기를 맞아 국내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려는 고육지책이다.내국인들조차 일용직을 찾지 못해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한 대기업의 총수는 경기가 어렵다고 노동자들을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그래야 나중에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외국인도 마찬가지다.우리나라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해야 할 만큼 경제대국이 됐다.우선 급하다고 외국인을 차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더구나 외국인 노동자 1명을 내국인으로 교체하면 1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식의 정부 정책은 외국의 반감을 살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아메리칸 드림을 잃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미국은 어려운 시절에도 외국인들을 심하게 차별하지 않으면서 인종의 용광로에 넣어 미국적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했다.우리나라도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어렵더라도 고통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다.국가 이기주의는 자칫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이제 우리나라도 국제적으로 국가 브랜드와 품위를 지켜야 하는 시대가 됐다.
  • [2009 희망 프리허그](중)서울 다문화촌 사람들의 소망

    [2009 희망 프리허그](중)서울 다문화촌 사람들의 소망

    “더불어 사는 행복한 대한민국 공동체를 가꿀 거예요.” 새해 첫날 서울 곳곳의 ‘외국인 거리’에서는 가깝고도 먼 이웃들의 ‘희망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풍습은 사뭇 달랐지만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소망은 소박하고 알찼다. 1일 0시에 찾은 광장동 몽골거리에 모여 있는 몽골인들의 가정에서는 저마다 파티가 시작됐다.에르뎀툭스(34·여·재한몽골인학교 수학교사)는 기꺼이 취재진을 초대했다.그의 가족과 직장동료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한국 경제 다시 일어서길” 에르뎀툭스의 남편 감야바르(32)는 “경기 남양주시의 자동차카펫 공장에서 일하는데,요즘 일감이 많이 줄었다.”고 걱정했다.산타클로스와 비슷한 차림의 몽골 ‘겨울 할아버지’가 깜짝 등장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줬다.“한국 경제가 좋아야 우리도 행복해진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거리의 중국인 교회에서도 파티가 열렸다.불법체류자 신분으로 9년간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정모(40)씨는 “신분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한국사람들의 편견이 많이 사라져 생활하기가 편해졌다.”면서 “한국이 우리를 사회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맞아주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로돕는 평화로운 세상을” 동대문역 근처 네팔거리에서 만난 부루 조시(28)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고국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겠다.”면서 “5000원이면 네팔에서는 한 달 교육비”라고 말했다.한국생활 6년째에 접어든 그는 ‘네팔 어린이 후원회’를 만들었고,동료 30명이 매월 5000원씩 기부를 약속했다.오는 15일 첫 송금이 이뤄진다. 혜화동 서울대 의대 기숙사에서 만난 인도인 부부 수수르다(34·서울대 의대 연구소 박사)와 스판다나(28·여)는 파야삼(우유와 설탕,햅쌀을 넣어 만든 우유죽)을 준비했다.스판다나는 “인도에서도 1월1일이 큰 명절중 하나이고,주부들의 명절증후군도 한국만큼이나 심각하다.”고 소개했다. 이태원 이슬람사원에서는 많은 무슬림들이 평화를 기도했다. 이슬람력으로는 12월29일이 새해 첫날이지만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에게는 1월1일도 특별한 날이었다. 중고차 수입업을 하는 타지키스탄 출신 바후루르(31)는 “어서 빨리 중동에 평화가 깃들기를 한국 친구들도 기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글 사진 이경주 박창규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뉴스&분석] ‘그들 일자리’에 내국인 갈까

    정부가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국내 취업을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 숫자를 대폭 줄일 방침이다.이를 통해 특히 새벽시장 등 건설업과 서비스업,IT업종에서 외국인 노동자 대신 국내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불법 체류자 송환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업종에 주로 종사해 왔기 때문에 대체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오히려 중소기업 구인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자칫 반(反)외국인 정서를 자극해 사회통합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건설 등 일자리 10만개 대체 가능 1일 노동부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고용허가제에 의한 신규 외국인 노동자 도입 규모를 지난해의 13만 2000명에 비해 대폭 줄일 계획이다.7만 9000명이 들어왔던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명선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우리나라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72만명으로,이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20만명 정도다.노동부 관계자는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오는 2월 말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결정할 올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숫자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최근 중국,옛 소련 등 해외 동포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는 방문취업제가 허용되면서 젊고 교육받은 해외인력들이 유입,국내 인력들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국내 인력이 종사하고 싶어도 외국인들이 선점하고 있는 일자리가 20만개 이상으로 분석되고,이중 10만개만 내국인 고용으로 대체되더라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대로 외국인 노동자 1명을 내국인으로 교체할 때 1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정책 역시 외국인 일자리에 내국인을 앉히기 위한 포석이다. ●反 외국인 정서 자극 우려 외국에서는 이미 ‘노동장벽 쌓기’가 진행 중이다.타이완 정부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를 자국 근로자로 교체하는 기업에 1인당 월 1만 타이완달러(39만원)를 보조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말레이시아와 러시아도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줄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수를 줄이더라도 그 자리가 국내 인력으로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외국인 일자리에 국내 인력이 흔쾌히 들어간다는 게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 인력만 감축했다가는 오히려 3D 업종이나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구인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 강화의 필요성도 정부 내부에서 검토되면서 가뜩이나 극심한 경제난에 고통받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인력난의 짐을 떠안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직후 불법 체류자 숫자를 20만명에서 2만명으로 줄이라는 지침이 떨어졌지만 ‘일손을 뺏어가면 공장 문을 닫으라는 말이냐.’는 중소기업의 항의 때문에 실제로 효과가 없었다.”면서 “매일 야근에 휴일 근무를 밥 먹듯 하고 150만원 남짓 준다고 하면 한 달 이상 버티는 내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태균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개헌 다시 보자] 인권·경제 민주화·소수자 권리 조항 필요

    [개헌 다시 보자] 인권·경제 민주화·소수자 권리 조항 필요

    ‘87년 민주화’는 권위주의 극복과 직접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제를 남겼다. 무엇보다 1948년 정부수립 후 권위주의 정부를 경험해온 국민은 또다시 통치구조에 매몰된 개헌 작업에서 배제됐다.3당합당과 탄핵파동 등이 이어졌고,중대한 정치·사회 문제는 국민적 합의체가 아닌 헌법재판소로 넘겨져 법률적 결정을 통해 해결됐다.국가보안법 개폐,이라크 파병,행정수도 이전,양심적 병역거부,호주제 등 사회 핵심의제들도 마찬가지다.이들은 늘 ‘사법의 정치 대체 현상’으로 귀결됐다.새롭게 등장한 사회양극화,청년 실업,중산층 몰락,이념대결,복지로서의 교육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 이유다. ●“국가 성격·영토·국군 의무 조항 등 손질을” 대부분의 전문가는 인권,평화,경제민주화,소수자 권리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모순된 조항으로 꼽히는 대목은 전문과 4조,8조의 국가 성격에 대한 언급이다.유신 때 삽입된 ‘자유민주’와 건국 때 삽인된 ‘민주적’이 충돌한다는 것이다.3조의 영토조항도 국제법상 한반도라는 범위가 인정된 게 아니어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5조의 국군 의무조항과 60조의 해외파견 허용 조항도 ‘국토방위의무=외국파견’이라는 맹점을 지닌 것으로 지적된다.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헌법 조문에 ‘외국인은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해’라는 구절이 있는데 조약은 국제법에 속하므로 무식한 표현”이라고 꼬집고 “앞으로 논의는 큰 방향에서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민족적 관점과 국제적 시각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정태호 경희대 교수는 “군인,공무원의 국가배상권을 박탈한 28조와 법관에게 재판받을 권리인 27조도 배심제 활성화를 위해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건국 헌법 이래 지켜져 온 경제민주주의 가치 조항(119조)에 대해선 시장주의자와 진보진영간 의견이 엇갈린다.1항에서 시장경제를 보장한 반면,2항에선 균등경제를 강조해 충돌한다는 해석이다.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는 자유시장주의자들의 논리일 뿐”이라면서 “122조의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사장 임명,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찬성으로” 헌법에서 강화해야 할 내용으로는 인권보장 의무(10조),신체의 자유(12조),무죄추정의 원칙(27조) 등이 꼽힌다.새롭게 추가해야 할 내용으로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 대목이 지목된다.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재일동포에게도 속인주의를 적용해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하면서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여성에 대해선 기본권을 인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면서 “독일이나 일본처럼 불법체류자라도 노동기본권은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인권개념을 확장해 ‘국민은’이란 조문을 ‘누구나’로 바꿔야 한다.사회권적 기본권도 구속력 있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승수 제주대 교수는 “20년 전 논의조차 되지 않던 성적(性的) 소수자 문제 등을 헌법적 틀로 받아들일지에 대해선 입장 차이가 있지만,감사원의 독립문제 등 명확한 주제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의 황도수 변호사는 “대법관의 헌재 재판관 3분의1 임명을 재고해야 한다.임명시 국회의원 3분의2의 동의를 얻게 하면 편향된 인사를 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정태호 교수는 “검찰총장을 국민 직선제로 뽑아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조항이나 공영방송 사장을 국회 재적의원 3분의2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32)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홍세안 신부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32)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홍세안 신부

    서울 성북구 보문 전철역 인근의 천주교 서울대교구 보문노동사목회관.이곳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와 노동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남미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발길과 전화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자신들의 피곤한 삶을 이해해주고 막힌 길을 뚫어주는 반가운 사람들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프랑스,몽골,태국,베트남,스페인 출신의 신부와 수녀 10명이 그들.이가운데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인 홍세안(62·본명 미카엘 홍세안·프랑스) 신부는 8년째 이곳에서 변함없이 이주노동자들을 맞아 애환을 들어주고 문제를 풀어주며 남미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해결사’로 통하는 푸른 눈의 사제이다. ●페루 등 남미출신 노동자 4000명 남짓 크리스마스 이튿날 오전 보문 노동사목회관.성탄절 시즌인 만큼 조금은 들뜬 분위기를 머릿속에 담아 찾은 노동사목위원회의 사무실 분위기가 예상과는 판이하게 썰렁하다. 숙소인 합정동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를 떠나 막 도착했다는 홍세안 신부가 내막을 들려준다.“영세 공장에서 변변치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여유롭게 보낼 수 있나요.더구나 이곳을 찾거나 상담을 부탁하는 10명 중 8~9명은 불법체류자들인데….” 신부가 “오는 일요일에나 모여 미사를 겸한 조촐한 행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자에게 커피 잔을 내놓는 순간에도 ‘해결사 신부님’을 찾는 전화 벨이 연방 자지러진다.이런 저런 사연을 담아 걸려오는 전화만 하루 60여통.물론 사연마다 내 일처럼 성의를 다한다. “해결사라니요,당치도 않아요.해결하는 것보다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더 많아요.당연히 받고 살아야 할 것들을 챙겨주는 것 뿐인데….” ‘해결사’라는 그 유명한 별명을 입에 올리자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아침부터 손 전화를 통해 애타게 사제를 찾아대는 사람들의 사연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 “페루,볼리비아,에콰도르,콜롬비아….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 수가 4000명 남짓한데 대부분 불법체류자들입니다.이들은 적법하지 않은 신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려 하지요.당연히 전화를 통해 사연을 전하고 해결방법을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요.” 밀린 임금을 받아주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혜택받기 어려운 의료시설이며 주거환경,항공료까지 챙겨주는 신부.이역 만리의 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프랑스 낭트 출신으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로 이 땅을 밟은 홍 신부의 삶은 철저하게 고달프고 어렵게 살아가는 노동자 돕기에 맞춰졌다. “어릴 적부터 선교사,특히 아시아 지역의 선교사로 살고 싶었어요.사제서품 때 지금처럼 살게 되리란 생각은 전혀 못했지만 후회하지 않아요.다시 인생을 산다고 해도 이 길을 갈 것입니다.” 정동 프란치스코회와 연세대에서 한국어를 2년 배우고 공장지대인 오류동에서 사목하면서 한국 젊은이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게 된 것이 평생을 노동 사목에 매달려온 계기.“밤잠을 못자고 공장에 매여 살아도 손에 쥐는 임금이 쥐꼬리만한 것이었어요.정말 어려운 시절이었어요.착취는 물론 사람대접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태반이었으니까요.” 파리 외곽의 파리외방전교회 신학대에서 2년을 공부하고 군 생활을 마쳐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생활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사제서품을 받아 곧바로 한국에 들어온 게 1974년.열악한 근로 환경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어 넘어가고 분신을 이어갔던 그 무렵이었으니 노동자 출신 눈 푸른 사제의 눈길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류동,상봉동,사당동,대림동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있으면서 가톨릭노동청년회,가톨릭노동장년회를 찾아다니며 생활이 어려운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주며 애환을 달래고 밀린 임금을 받아주기 위해 공장 걸음을 계속하는 생활을 한 게 10년.이어서 7년간 미아동 전셋집에 살면서 철거민과 노동자들을 만나며 부대끼던 중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가톨릭노동장년회 국제지도신부 임명을 받아 벨기에 브뤼셀로 옮겨 살게 됐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지역 등 전 세계 50개국에 퍼져 있는 가톨릭노동장년회 활동을 연결하며 노동자들의 뒷바라지 생활을 8년 한 끝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평소 소신대로 다시 한국행을 결정해 돌아온 게 2001년.한국 땅을 그토록 고집한 이유는 뭘까. “언제나 한국은 제가 살고 있어야 할 곳이란 생각이었어요.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만나 함께 울고 웃던 이들의 모습이 브뤼셀 사목 중에도 늘상 어른거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브뤼셀에서 돌아온 이후 줄곧 지금의 노동사목회관을 지키며 가난하고 억울한 남미 이주 노동자들 챙기기에 매달려 왔다. 브뤼셀 사목 중 남미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스페인어 공부를 힘겹게 했고 그 때 남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사목을 지금까지 한국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노동사목회관은 원래 1992년 명동에서 자그마한 공간으로 시작했는데 2000년 지금의 건물을 마련해 옮겨왔어요.그 때 명동에서 일한 인연으로 지금 이렇게 살고있지요.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1970~80년대 한국의 노동자들이 겪었던 어려운 삶을 지금은 이주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살고 있다.”는 홍 신부.떳떳하지 못한 입장과 신분 탓에 세상의 눈을 피해 숨죽인채 그늘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내가 만나고 곁에서 도와야 할 이들이란다.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해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순간의 화를 이기지 못해 감옥에 갇힌 이들,불법 체류 사실이 들통나 고향의 혈육들과도 연락을 끊고 살아야 하는 이들….특히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환율 탓에 고통받는 이주 노동자들의 숨쉬기가 아주 힘들단다.감원의 최우선 대상도 이들이다. ●공장주와 담판 짓고 노동청에 진정 노동사목회관서 찾아오는 이주 노동자들을 맞고 전화상담을 하는 일 말고도 홍 신부가 할 일은 너무 많다.공장주들을 만나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담판을 짓고 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일은 이제 몸에 밴 일상이다.감옥에 수감된 노동자들을 찾아 위로하고 신앙생활을 돕는 일도 그의 몫이다. 노동자들의 하소연을 듣고 막상 공장을 찾아가면 공장주들이 만나주지 않는 게 다반사.며칠을 끈덕지게 찾아가 공장주들을 만나도 딱부러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하지만 말이 서툰 탓에 불거진 오해를 풀어 이주 노동자들과 공장주의 사이가 좋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단다. “이주 노동자들이 항상 옳다고 보진 않아요.게으르고 일에 태만한 이들이 사실 적지 않아요.하지만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하는 억울함은 누가 해결해줍니까.” 지난해부터는 주한 페루대사관의 요청으로 ‘페루의 날’ 행사도 열어오고 있다.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의 90%는 페루인들.페루로 건너가 살았던 일본인들의 본국 역류가 심해지자 덩달아 일본으로 이주하던 페루 노동자들의 입국이 제한된 까닭에 그 대안 지역으로 페루인들이 홍수처럼 찾아든 게 한국이란다. “‘페루의 날’ 행사라야 그저 함께 모여 얼굴을 맞대고 미사도 보고 식사를 나누고 가슴에 담았던 사연들을 털어놓는 게 고작이지만 이들에겐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절실한 만남의 자리입니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 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루카복음 4장 18~19절) 사목회관을 나서는 기자에게 들려주는 성경 한 마디.“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힘 있을 때까지 언제나 함께 하고 싶다.”는 사제는 세상의 그늘에서 빛을 찾아주려는 자신의 작은 말,작은 몸짓에 함박 웃음을 짓는 이들을 볼 때마다 사제의 길을 새롭게 발견한다며 손을 흔든다. kimus@seoul.co.kr ■ 홍세안 신부는 ▲1946년 프랑스 낭트 출생 ▲1973년 파리외방전교회 신학대 졸업,사제서품 ▲1974년 선교사로 한국 파견 ▲1974~83년 오류동,상봉동,사당동,대림동 본당 보좌신부,가톨릭노동청년회,가톨릭노동장년회와 노동 사목 ▲1983~84년 필리핀 마닐라서 사목 재교육 ▲1985~92년 미아동서 철거민,노동자 사목 ▲1992~200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톨릭노동장년회 국제지도신부로 사목 ▲2001년 한국 재입국 ▲2001년~ 보문노동사목관서 남미 이주민 노동자 대상 사목
  • [주말탐방] 재한 몽골인 학교를 가다

    [주말탐방] 재한 몽골인 학교를 가다

    낮 12시30분.조용하던 지하1층 식당에 갑자기 생기가 돈다. 멀리서 아기종달새의 재잘거림 같은 청명한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금세 남색 조끼에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초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줄을 서기 시작한다.“야호 오늘 육개장이다!아줌마 저 국물 많이 주세요~”라며 1학년 자야(7)가 소리친다.급식을 타갖고 자리에 앉은 아이들은 속닥거리기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하며 밥을 먹는다.그런데 잠깐.저희들끼리 주고받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가만히 들어보니 한국어가 아닌 몽골말이다.한국어와 몽골말을 모두 능숙하게 구사하는 이 친구들은 재한몽골학교에 다니는 몽골 사람이다.한국 땅에 살지만 몽골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한 문화가 다른 문화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공존하는 진정한 다문화를 배우는 아이들이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있는 재한몽골학교는 몽골 노동자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9년 12월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의 도움으로 설립됐다.선교회 건물 구석에서 8명의 학생과 함께 시작한 학교는 2004년 12월30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외국인학교로 인가를 받았다.2005년 7월 1회 졸업생을 시작으로 지난해엔 3회 졸업생을 배출했다.그동안 이곳 재한몽골학교에는 약 350명의 몽골 노동자 자녀들이 거쳐 갔으며 지금도 8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들 편견에 아이들 피해의식도 커져 이곳 재학생의 90%는 이주노동자,주재원 등의 자녀로 오래 머물지 않고 곧 떠나는 아이들이다.고작 10%만 입학식과 졸업식에 모두 참여하게 된다.곧 떠나는 아이들의 절반 정도는 부모가 불법체류자 신분이다.한국에서 쫓겨날까봐 걱정하고 최저임금 받아가며 일하느라 바쁜 부모들은 도저히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없다.게다가 일반 초등학교에서 잘 적응할 리 없는 아이들에게 재한몽골인학교는 단순한 배움의 장을 넘어서서 포근한 쉼터 같은 존재다. 점심시간이 끝난 오후 1시20분.1~3학년이 모여 공부하는 교실에 갔다.16명이 한 방에 모여 몽골어로 책읽기 수업을 하고 있다.저학년은 한국말 수업을 하지 않고 몽골어를 익히는 데 주력한다.아이들은 몽골 현지에서 쓰이는 몽골어 교재를 읽거나 따라 쓰기를 하고 있고 담임인 뭉근체첵 선생님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아이들 하나하나가 틀리지 않고 잘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한다.풍경은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다.교실 벽에는 세계전도와 칭기즈칸의 그림이 나란히 걸려 있고,문에는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붙여져 있다.‘인사를 잘합니다,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냅니다,게임기는 학교에 가져오지 않습니다’ 같은 정겨운 문구가 쓰여 있다. 돌뭉흐(7)와 인드라(9)는 집과 학교가 멀어 학교 근처의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있다.아무리 사감선생님이 엄마처럼 돌봐준다고는 하지만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울 나이다.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지내니 엄마 아빠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고 둘은 입을 모아 말한다.돌뭉흐는 “아침 7시30분에 일어나서 10시40분에 학교에 도착해요.세수하고 책가방 챙기는 건 모두 나 혼자 해요.다 입은 옷은 세탁기에 넣고 빨래도 해요.”라고 말하며 꽤나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인드라는 몽골에서 태어나 3살 때 한국에 왔다.몽골 사람인 엄마가 한국인 아빠와 재혼해 한국에 오게 된 것.늘 바쁘게 일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해볼 일은 없었다.그래도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한국어 학원에 다니는 등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다.요즘 한창 태권도에 맛을 들인 인드라는 “태권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며 태권도 품새를 제법 그럴듯하게 흉내내보였다. ●한국어·영어·IT등 수준별 분반 수업 오후 2시5분에 5교시 수업이 끝나자마자 3학년인 따시까(10)와 2학년인 푸랩수랭(8)은 교실을 박차고 나와 합주 수업에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서둘렀다.따시까는 1~3학년 교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지만 거꾸로 키는 그 반에서 제일 작다.호르몬 계통에 문제가 있어 키가 많이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매일 사탕과 비슷한 약을 먹어야 한다고 따시까는 말했다.지난해부터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따시까는 몽골에서 태어났는데,천호동에서 식당일을 하는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왔다.아직 한국말이 서툰 따시까는 “몽골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어” 학교 오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일반 초등학교에서라면 작은 키 때문에 ‘왕따’가 됐을 법도 한데,친구들이 자기를 놀리는 일은 그다지 없다며 따시까는 배시시 웃는다. 그런 따시까의 옆에서 “전 얘 조금만 놀려요.”라며 장난스럽게 웃는 푸랩수랭은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학급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한국인인 아버지와 몽골인인 어머니를 두고 있는데,아버지는 푸랩수랭이 4살 때 하늘나라에 가셨다.혼자 남은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푸랩수랭을 키운다.몽골에 계신 할머니와는 연락하지 않는다.마냥 밝을 것만 같았던 푸랩수랭은 엄마 얘기를 하자 눈물을 글썽인다.“나중에 크면 꼭 의사가 돼서 우리 엄마 아픈 데 고쳐줄 거예요.”라고 말하는 푸랩수랭에게서 결 고운 마음씨가 느껴진다. 재한몽골학교에서는 한국어와 몽골어 외에 영어,수학,몽골역사와 몽골윤리 등의 필수과목과 음악,미술,과학실험,태권도,IT교육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몽골 두 나라 교육과정상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교과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8명의 몽골인 전담교사와 20여명의 한국인 교사들로 구성된 교사진은 몽골학생들의 학력과 한국어 수준을 감안하며 수준별 학습을 하고 있다.몽골어로 진행되는 몽골어와 수학의 경우 몽골 현지와 동일한 교재를 사용해 학생들을 나이에 맞게 학년별로 나누어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IT 등 한국어를 사용하는 수업은 학생의 수준에 맞춰 분반 수업을 한다. ●한국·몽골 교류 가교역할 기대 매주 수요일에는 특기적성 수업이 있다.사물놀이,태권도,연극 등 각자 좋아하는 수업을 골라 들을 수 있다.학교 근처의 한 빌라에서는 사물놀이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7학년 할리온(12)과 6학년 엥흐차츠랄(11)을 비롯한 6명이 특기적성 강사인 유병례 선생님과 장구를 치며 박자를 맞춰보고 있었다.“덩 쿵따쿵/덩 쿵따쿵/덩 따쿵따/쿵 덩아” 학생들은 선생님과 함께 ‘길군악’ 장단을 맞춰보고 있었는데 3초도 채 되지 않아 장단은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무수한 소음으로 흩어지고 말았다.선생님이 장단을 제대로 치는 학생에게는 초콜릿을 주는 등 유인책을 마련했지만,절묘한 리듬감을 요하는 장구는 학생들에게 어렵기만 하다.장구치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처음 배우게 됐다는 할리온은 “어렵지만 재미있다.앞으로도 계속 장구를 치고 싶다.”고 했다.한국 국적이 없는 부모님 때문에 이번 학기가 끝나면 몽골로 돌아가야 한다는 엥흐차츠랄은 “몽골에 가도 장구를 치고 싶은데…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자문을 구한다. 재한몽골학교는 학생들에게 ‘몽골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이강애 교감은 “몽골어와 한국어,영어 등 최고의 교육을 통해 이 아이들이 몽골로 돌아갔을 때 각 분야의 리더가 되고,또 한국과의 가교를 잇게 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이나 몽골,어느 한 쪽의 문화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몽골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일부 한국인의 편견과 몽골 어린이들의 피해의식이 겹치면서 재한몽골인학교의 이런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재학생들이 몽골인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면서도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하는 것이 재한몽골인학교의 남은 과제다. 글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이강애 교감 인터뷰 “한국 정부 지원 없어… 재정적 어려움 가장 커” 재한몽골인학교가 여느 외국인학교와 다른 점은 몽골이라는 작은 나라의 학생들을 교육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편견은 심하고 재정은 열악하다.재한몽골인학교의 이강애 교감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어도 결국은 돈 문제에서 어려움에 부닥친다.”면서 작은 외국인학교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교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재정인가. -아이들 수업비가 점심값을 포함해 한 달에 6만원이다.기숙사에 사는 아이들은 하루 세 끼를 제공하는데도 한 달에 8만원이다.부모가 노동자이거나 실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인 어려운 아이들에게 수업료를 도저히 많이 받을 수 없다.몽골인 입장에서는 한국에 아무나 오는 것이 아니다.수입은 이렇게 적은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후원자들의 사정도 나빠졌다.2004년 인가를 받은 후 한시적으로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았지만 우리 학교는 서울시에서 지원받는 예산도 없다.지금 아이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교실 삼아 공부하고 있는데,그걸 바라보는 게 너무 안타깝다. →재학생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이다.주변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며 놀리거나 무시하는 일이 잦다.그러다 보니 아이들도 피해의식을 갖게 되고 “나는 왜 몽골에서 태어났을까.”라며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겉보기에는 한국인과 다른 점이 거의 없으니 몽골인임을 감추는 아이들도 더러 있다.그러나 우리는 “너희들이 몽골인임을 항상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몽골에 보탬이 될 사람임을 믿기 때문이다.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당연히 아이들이 잘 자라주는 게 가장 큰 보람이다.졸업한 친구들이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무사히 진학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가장 기쁘다.1990년대까지만 해도 몽골 근로자들은 짐승같은 취급을 받았고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그러나 몽골 근로자들의 상황이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는 것도 보람있는 일이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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