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불만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변신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이모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전남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훼손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664
  •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입시도 교육의 한 장면… 아이들 성장 돕는 대입 전형 필요”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입시도 교육의 한 장면… 아이들 성장 돕는 대입 전형 필요”

    ‘우리 대학 입시는 왜 항상 불신 받는가.’ 한국 사회는 이 난제의 답을 찾기 위해 입시 개편 실험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해법을 모른다. 서울신문이 수능파(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 지지)와 학종파(학생부종합전형 지지) 학부모 8명을 상대로 진행한 심층그룹인터뷰(FGI) 결과는 현행 입시 제도가 불신당하는 이유를 찾는 데 작은 힌트가 된다.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드러난 학부모 의견을 참고 삼아 입시 해법을 찾아보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현장 전문가 방담을 열었다. 심층 인터뷰를 분석한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와 김경숙 건국대 책임입학사정관, 이기정 서울 미양고 교사, 전대원 경기 위례한빛고 교사가 참여했다. 김 사정관과 전 교사는 학종을 지지하며 이 전형의 비율이 현재 수준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교사는 “학종 지지와 반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최근 학종의 본질적 한계 탓에 학종 반대파에 가깝게 이동했다”고 말한다. 이들이 바라본 입시 불신의 원인 등은 조금씩 달랐지만 “입시가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이벤트가 아닌 교육의 흐름 속에 위치한 한 장면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유대근 기자(사회) 심층 인터뷰나 기존 설문조사 결과 등을 보면 학부모들이 학종을 믿지 못한다. 김 대표 심층 인터뷰 때 수능파 부모들은 “현행 입시 체제가 너무 학종 중심으로 짜였다”며 제도를 비판했다. 그런데 얘기하다 보니 그 핵심이 교사에 대한 불만인 것처럼 들렸다. 다만 교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다보니 직접 문제제기 하지 않고, 제도만 비판하는 것 같았다. 이 교사 학종을 비판하는 부모들이 교사를 못 믿는 건 맞다. 하지만 학종 불신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학부모 다수가 학종을 반기지 않는 건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학종이 가진 평가의 주관성을 불신한다. 둘째, 엄청난 준비 부담 때문이다. 이런 불신과 부담을 표현할 때 “교사가 잘못했다”고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학종이 가진 본질적 한계는 교사가 노력한다고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 사정관 내가 분석한 학종 불신의 원인도 두 가지다. 우선 학부모들이 평가자인 대학을 믿지 못한다. 두 번째는 평가자료인 학생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의 비교과 활동 등이 학생부에 잘 기록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대입 평가자료로 학생부를 작성한 경험이 적다 보니 부담스러워한다. 유 기자 수능파 부모들은 ‘학교가 내신 교과 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생에게 경시대회 수상 등 비교과 실적을 몰아줘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전 교사 교사가 전교 1등이라는 이유로 비교과 평가를 막무가내로 잘 주기는 어렵다. 전교 꼴찌라도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 있다면 이 재능을 무시할 수 없다. 학생들의 독서 성과를 평가하려면 독후감을 제출받아 정성 평가하는게 맞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부담을 느껴 이 또한 객관식으로 평가한다. 이미 학교에는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가 너무 많이 들어왔다. 평가 때 교사 재량권이 많지 않다. 이 교사 맞다. 내신 1등급에 비교과 기록을 의도적으로 몰아주는 건 어렵다. 다만 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비교과 기록도 우수한 건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학종은 상위권 학생이 주로 노리는 입시 전형이다. 내신 하위권 학생이 학종을 목표로 수많은 비교과를 힘들게 챙길 이유가 없다. 유 기자 학종 선발 비율을 줄이고 수능을 늘리라는 사회적 압력이 제법 큰데 대학은 어떤 입장인지. 김 사정관 대학들은 각 전형별 합격자들의 특징을 분석해 장단점을 비교해 본다. 분석 결과를 보면 학종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학교 생활 적응도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물론 평균 평점으로만 보면 학생부교과 전형 출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학종 전형이다. 반면, 수능 전형 입학생들은 학점이 양극화돼 있다. 좋은 학생들은 매우 좋지만, 최하위 10%대에도 많이 몰려 있다. 수능 전형 입학생이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기보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려는) 동기 부여가 안 된 경우가 있다. 유 기자 수능파 부모들은 “수능 문제가 내신 문제보다 훨씬 뛰어나 수능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는데.이 교사 나도 수능이 마냥 좋다고 예찬하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내신·수능을 비교하면 둘 다 객관식 프레임인데 학교 시험은 더 악독하게 (문제를 꼬아서) 낼 가능성이 높다. 학교 시험은 수업 시간에 배운 지문에서 출제해야 하기 때문이해서다. 또 교사는 수업도 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내신 문제까지 내야 한다.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서술·논술형 시험을 도입해도 문제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 사정관 수능은 맥락적이지 않은 지식을 묻는 시험이다. 고교 교육을 안 받아도 풀 수 있다. 물론 그 점이 수능의 장점으로 언급되기도 하지만, 고교 교육을 반영한 평가로 보긴 어렵다. 전 교사 사실 내신과 수능 모두 문제가 있다. 수능과 내신 문제의 수준 차이를 논하는 건 탁상공론이다. (수능파) 학부모들의 심리를 잘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 아까 교사 불신이 언급됐는데 교사 관련 데이터를 보면 우리 교사들의 평균적 질은 세계적으로 높다. 정성 평가를 하는 미국, 뉴질랜드 등보다 높은데도 우리는 (교사가 하는) 정성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또 독일은 (교사 평가를 근거로) 초교 6학년 때부터 진학할지, 직업 교육을 받을지 나눠서 분리형 교육을 한다. 독일 교사의 수준이 높아서라기보다는 독일의 높은 사회적 신뢰나 문화 환경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김 대표 부모들이 대입 결과에 크게 몰입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신뢰 수준이 낮다 보니 대입은 과정보다 결과로 평가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공고해진 것 같다. 유 기자 교사 입장에서 학생부를 작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나. 이 교사 교사는 학생의 학교 생활을 공정하게 기록해 입시 자료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내 학생을 돋보이게 해서 대학에 많이 보내야 하는 의무도 있다. 이런 점에서 현행 학종은 위선을 초래하는 제도다. 학종 제도를 간소화하는 등 손보는 게 의미는 있지만 이런 부분은 해결할 수 없다. 유 기자 학부모들에게는 대학 불신도 있었다. “학종 합격자는 결국 교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인데 마치 ‘하나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는 식으로 희망고문을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김 사정관 우리 학교의 학생부 교과 전형의 합격선은 인문·자연 계열 모두 1등급 중반대다. 반면 학종은 교과 성적 1~9등급인 학생이 고루 지원하는데 2~4등급이 가장 많고, 합격자도 이 구간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학종 선발 때 대학이 가장 관심 두는 건 학교 와서 수업받을 능력이 되는지다. 예컨대 공대는 무조건 수학 잘하는 아이를 뽑는다. 단순히 수학 내신 점수가 좋은 학생을 뽑는 게 아니라 수학 독서를 많이 했고, 동아리·진로 활동 등에서 수학을 좋아한다는 점이 드러나면 학습 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유 기자 향후 입시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이 교사 입시는 현실이다. 입시의 한 요소를 건드리면 다른 요소에 영향을 주는 등 복잡하게 반응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는 대선 때 고교 학점제를 약속했는데 이를 위해선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등이 필수다. 내신이 절대평가가 되면 내신으로 줄 세우기는 힘드니 학생부 교과 전형은 유지가 어렵다. 학종에서도 내신 변별력이 떨어지게 되니 다른 요소들을 봐야 하는데 수능 점수를 많이 반영하면 고교 학점제의 애초 취지가 훼손된다. 결국 우리 사회가 고교 학점제 등 교육 과정상의 전략적 목표가 공고하다면 이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거나 강력한 리더십으로 꿋꿋하게 끌고 가야 한다. 지금처럼 학종 대 수능 프레임만 놓고 다퉈서는 어느 쪽이 이겨도 근본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전 교사 학종 같은 정성 평가를 프랑스 등 외국에서 하는데 우리는 못한다는 논리가 모호하다. 개혁은 이상향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 감자에는 독이 있지만 먹는 데 지장 없기에 식품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학종이 교육학적으로 나쁜 제도가 아니라면 버려야할 필요가 있나 싶다. 김 대표 대학입시가 점점 직장에서 사람 뽑는 것과 비슷해져야 한다. 상호 주관성을 인정해야한다. 현행 입시제도라는 필터를 통해 보는 학생들의 능력이 절대적일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을 평가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의 서열화가 사라지고 다양화돼야 한다. 김 사정관 대입 또한 교육의 한 장면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중심이 돼 성장을 돕는 대입 전형이 설계돼야 한다. (2022년부터 전국 고교에 전면 도입될) 고교 학점제를 통해 다양한 과정과 난이도의 수업이 진행될 것이다. 또 학생수가 줄며 교사의 수업 시수도 적어져 다채로운 수업 방식의 도입이 가능해진다. 그러면 학생부에 적을 내용이 많아진다. 학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될 것으로 본다. 정리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탁현민 “이제 정말 나가도 될 때…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

    탁현민 “이제 정말 나가도 될 때…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30일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탁 행정관은 이날 일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애초에 6개월만 약속하고 (청와대에) 들어왔던 터라 예정보다 더 오래 있었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지난 평양 공연 이후”라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부터 평양 공연까지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임종석) 비서실장님이 사표를 반려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저에 대한 인간적인 정리에 (청와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힌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선거법 위반 재판의 1심 결과도 사직을 결심할 수 있는 이유가 됐다”며 “100만원 이하의 벌금은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되겠지만, 제게는 오히려 떠밀려 떠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떠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앞서 탁 행정관은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기소돼 지난 18일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또 “1년 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며 수많은 행사를 치러낸 의전비서관실의 동료들도 이제는 굳이 제가 없어도 충분히 대통령 행사의 기획과 연출을 잘 해내리라는 믿음도 있고, 무엇보다 새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된 김종천 비서관이 있어 더욱 그러한 믿음이 단단해졌다”고 밝혔다. 탁 행정관은 ‘의전비서관으로 발탁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에 사의를 결심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김종천 의전비서관)는 제가 청와대 안에서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이며 가장 적임자”라며 “(해당 보도의) ‘신박’한 해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축했다. 탁 행정관은 전날 청와대 관계자가 ‘탁 행정관의 사표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데 대해 “저의 사직 의사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용히 떠나고 싶었는데 많은 분의 도움으로 인해 지난 1년 내내 화제가 되었고 나가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시끄럽네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러 소회는 언젠가 밝힐 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굳이 이말 저말 안 하고 조용히 지내려 한다”며 “허리디스크와 이명, 갑상선 치료가 먼저라…지나치게 많은 관심에 감사했다”고 밝혔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탁 행정관은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토크 콘서트 등 행사를 기획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근무하며 기념식과 회의 등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를 기획했다. 탁 행정관은 과거 저서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확인되면서 ‘왜곡된 성의식’ 논란에 휩싸였고, 야권 및 여성단체는 그동안 탁 행정관의 사퇴를 요구해 왔다. 앞서 탁 행정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고,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며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고 쓰며 사의를 시사했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탁 행정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헌재에 제동 걸린 교육부의 허술한 자사고 정책

    헌법재판소가 입시 우선선발권을 없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의 가처분 신청을 그제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입시를 일반고와 동시에 치러 내년부터 당장 중복지원하지 못하게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1조 5항이 부당하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일반고와의 동시 선발에 반발한 자사고들은 지난 2월 “학생의 선택권과 학교의 선발권을 가로막는 조치”라며 헌재에 가처분 신청과 함께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헌재는 “내년도 고교 입시가 임박해 헌법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법령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가처분 신청을 일단 받아들였다. 중3 교실은 또 ‘멘붕’에 빠졌다. 교육부가 강력히 밀어붙인 자사·특목고 억제 정책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이니 올해 고등학교 진학원서를 써야 할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피할 수가 없다. 중3 수험생은 몇 달 뒤의 자사고 입시를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지난해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와 같은 날 신입생을 뽑도록 초ㆍ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갑작스럽게 바꿨다. 자사·특목고가 8~11월에 우수 학생들을 선점한 탓에 일반고가 계속 도태된다는 판단이었다. 자사·특목고에 불합격한 학생을 관내 정원 미달 일반고에 들어가게 하는 초강수를 뒀으나 논란은 계속됐다. 경기·전북 지역에서는 관내에 정원 미달 일반고가 있더라도 멀리 떨어진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에 응시하게 하는 극약 처방까지 했다. 자사고를 폐지도 못 하면서 선택의 위험부담을 어린 학생들에게 떠넘겼으니 불만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헌재 결정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법적 논리를 살핀 뒤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올해는 원래 방식대로 자사고가 먼저 선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종잡을 수 없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가처분 신청의 주체가 자사고들이니 외고·국제고가 같은 적용을 받을지부터 학부모들은 가늠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진보교육감 14명은 모두 자사·외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런 현실이니 향후 헌재의 본안 결정이 어떻게 나든 결국 혼돈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감당해야 한다. 김 부총리는 후속 조치만 낼 게 아니라 이런 혼란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자사·외고를 즉각 폐지하지 못하자 동시 선발로 무리하게 고사(枯死) 작전을 폈다가 이 지경이 아닌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유예 기간을 뒀더라면 적어도 이번의 혼선은 피할 수 있었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 등도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 없이 도입하려다가 결국 없던 일로 돌아갔다. 오락가락 혼돈만 거듭하는 김 부총리의 정책실패를 교육현장은 더는 견디기 힘들다.
  • 축사국 “손흥민에 계란 안 던졌다” 강력 부인

    축사국 “손흥민에 계란 안 던졌다” 강력 부인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해단식에 날계란을 던졌다는 의혹을 받은 인터넷 모임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국)’이 계란 투척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포털 네이버의 인터넷 카페인 축사국은 이날 게시판에 긴급공지를 올리고 “축사국은 계란 투척 및 공항집회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카페 운영진으로 보이는 A씨는 공지문에서 “카페에 처음 보는 닉네임들이 500여명 이상 갑자기 몰려들었다. 회원가입은 약 400명 가까이 10분 동안 늘었다. 그러면서 계란 투척 글을 남기며 테러를 범하고 있다”면서 “이는 어느 단체의 조직적 움직임으로 판단되며 축사국 내의 자작극을 꾸며 언론이 저희 카페 게시글을 캡처하여 뿌릴 가능성이 있는 테러로 보인다”고 주장했다.이와 함께 축사국은 카페 신규 가입을 다음달 6일까지 중단시켰다. 앞서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대표팀 해단식에서 단상으로 갑자기 날계란이 날아들어 손흥민 발 앞에 깨졌다. 잇달아 날계란이 투척됐고 유니언잭 문양이 새겨진 쿠션도 날아왔다. 쿠션은 양끝이 묶인 모양새로 ‘엿사탕’을 상징한다. 날계란이 날아오자 경호원들은 우산을 펴서 선수들을 보호했다. 소동 이후 온라인에서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불만이 컸던 축사국이 ‘계란 테러’의 당사자라는 추정이 떠돌았다. 지난 27일 축사국 회원이 신태용 대표팀 감독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계란 던지러 갈 건데 참석하실 분 있나요?”라는 글을 올린 것이 추정의 근거다. 이 게시물에는 “축사국이 공항에 출동한다. 계란 던지기는 개인의 자유고 축사국은 다른 것을 던진다 현장에서 참석 회원들께 나눠드린다”면서 “인천공항 2청사에서 금요일 오후 3시 현장집회가 예정돼 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또 계란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신태용 감독, 장현수에게 집중하면 된다는 댓글도 있었다. A씨도 “다른 조직과 대형 공항집회를 기획 중으로 알고 있다”는 댓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축사국은 7월 11일 서울신문에 내용증명을 보내 이런 보도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축사국은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회원게시판에 자발적으로 ‘대국민·대축사국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신이 계란투척 사건이 발생한 시간에 공항에 가지 않았으며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고 소명했다”면서 “이런 사실은 계란투척 사건의 배후가 축사국이 아님을 확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짜 석유 꼼짝 마”… 즉석에서 판별

    “가짜 석유 꼼짝 마”… 즉석에서 판별

    현대오일뱅크 ‘모바일 랩’이 출동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주유소 현장에서 실시간 석유제품 품질을 검사할 수 있는 ‘모바일 랩’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1t 트럭을 개조한 콤팩트 크기의 ‘모바일 랩’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의 품질과 양을 측정할 수 있는 9가지 최신 실험장비를 갖춘 이동식 품질검사소다. 많은 장비를 탑재해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고, 크기를 소형화해 기동성을 높였다. 현재 경쟁사나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검사 차량은 크기가 크거나 소수의 장비만 실을 수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대오일뱅크는 중부와 남부권역에 모바일 랩을 각각 한 대씩 배치해 전국 주유소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모바일 랩 운영으로 소비자 만족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석유제품은 위험물로 취급돼 품질 불만 업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영업 담당자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샘플을 채취하고 배송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검사 결과를 받아보는데 4~5일의 시간이 걸렸다. 모바일 랩은 이런 대기 시간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관리 전문가가 즉석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바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2~3시간 안에 검사결과를 알게 된다. 원하는 고객은 검사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고 자세한 분석 결과를 전문가에게서 들을 수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사설] 뒤늦은 조양호 탈세 수사, 다른 재벌은 해당 없나

    서울남부지검이 어제 500여억원의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 4월 조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또 조 회장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가로채기’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한편 회삿돈을 빼돌린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와 함께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의 수사를 받고 기소된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신 지불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국세청 등 정부 당국은 조 회장이 부친인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은 2002년 이후로 오랫동안 손놓고 있다가 조씨 일가의 ‘갑질’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자 비로소 움직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의 탈세 등 일탈 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조 회장 일가의 탈법 행위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 국토교통부나 관세청 등 관련 공무원들도 처벌하는 게 바람직하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다른 재벌 그룹의 불법 행태에 대해서도 면밀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일부 재벌 그룹은 아직까지 편법 경영승계,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 황제경영, 협력업체 단가 후려치기 등이 여전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재벌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업 자금을 빼돌린 대기업ㆍ대재산가 50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재벌기업 오너 일가의 편법상속이나 증여 실태 등도 파헤치고 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재벌 오너 일가의 지능적인 탈세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지난해 오너 일가를 상대로 1307건의 세무조사를 통해 모두 2조 8091억원을 추징했다. 이는 2016년 1187건에 2조 8026억원, 2015년 1146건 2조 6543억원에 비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최근 들어 대기업의 지배 구조가 2세·3세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편법·탈법을 통한 경영권 세습과 부의 이전이 이뤄지고 있어 엄정한 대응이 요구된다. 검찰 등은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대기업 사주 일가의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적극적으로 막을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납세야말로 부를 재분배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 [데스크 시각] 사발, 틀니, 그리고 수사권 조정/홍희경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사발, 틀니, 그리고 수사권 조정/홍희경 사회부 차장

    분주한 식당에서 사람 수보다 물컵을 덜 내줄 때 밥을 다 비운 공기에 물을 채워 마시고는 식사를 마칠 때가 있다. 밥그릇이 순식간에 물그릇이 되는 건 우리에게 ‘사발’이라고 부르는 특유의 그릇이 있는 덕이다. 밥이나 국부터 막걸리까지 담는 전천후 그릇인 ‘사발’ 덕분에 그릇의 용도 변경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고체는 접시, 음료는 컵, 유동식은 볼로 분명히 경계 짓는 문화권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어떻게 지칭하는지는 이렇게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ㆍ경은 상호협력 관계가 된다”고 선언했다. 검ㆍ경 관할 부처 장관은 7장 29항에 달하는 항목을 합의했지만, 정작 ‘지휘에서 협력으로’란 울림 큰 주제어가 합의문의 세세한 내용을 전부 대변한 모습이다. 실상 내용을 뜯어 보면 검ㆍ경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변했다는 투의 이 선언적 주제어에 현상을 과장ㆍ왜곡한 측면이 많은데도 말이다. ‘지휘’는 검ㆍ경 간 수직적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단어다. 그런데 프랑스ㆍ독일에서 파생된 이 개념은 ‘지휘’ 대신 ‘위임’이나 ‘요구’란 법률 용어로도 번역된다. 국가가 죄상을 밝히는 일을 수행할 근거를 기소 및 사법 처리에 두는 문명 국가에서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해야 하기에 수사관이 수사 중 법리적 검토를 검사에게 지휘받거나 위임하거나 요구하는 것이 수사 지휘란 얘기다. ‘지휘’라는 수직적 용어를 지우되 기소를 위해 필요한 검사의 법리 검토 기능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합의문을 누더기로 만들었다. ‘검사의 수사 지휘가 폐지되지만, 영장을 청구하거나 사건을 송치할 때 검사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는 경찰에 대해 검사가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합의 내용이다. 분명 검사는 더이상 지휘할 수 없다고 명시됐는데, 기존에 없었던 경찰 징계 요구권까지 검사가 쥐게 됐다. 미래 검·경의 ‘협력’ 관계 예시로 든 경찰의 수사종결권 역시 마찬가지다. 경찰은 검사의 지휘나 허락 없이 불기소 의견을 내고 사건을 검찰청에 송치하지 않을 수 있게 됐지만, 이 같은 경찰 처분에 고소·고발인이 이의를 제기한다면 사건은 즉시 검사에게 송치된다. 수사 단계에서 고소인과 피고소인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사건 고소인 중 자신이 고소한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 짓겠다는 경찰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이는 얼마나 될까. ‘지휘에서 협력으로’란 선언과 합의문의 세부 내용에 균열이 보이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이 합의문이 작성된 과정이 ‘정권의 지휘’라는 하향식으로 이뤄진 데 기인한다. 수사 대상인 피의자의 불만, 수사 일선에서의 비효율과 부조리에 대한 파악 이전에 검·경을 싸잡아 불신하는 국민 감정, 대통령 공약 처리 속도를 더 중요한 요인으로 봤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자 스스로 현장 파악에 자신감이 없어 결국 사건 관계자들을 번거롭게 만들 수 있는 여러 겹의 보완 장치를 만든 모습은 그래서 검ㆍ경 수사권 조정 입법 과정의 난관을 예상하게 만드는 요소다. 2012년 하반기부터 노인 완전 틀니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하고도 실제 현장 수요 조사가 미진해 75세 이상으로 연령을 제한, 3000억원 넘는 예산을 배정하고도 연 500억원밖에 소진하지 못했던 우가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 saloo@seoul.co.kr
  • [기고] 세상유정(稅上有情)/오태환 남대문세무서장

    [기고] 세상유정(稅上有情)/오태환 남대문세무서장

    1980년대 초반 세무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와 초짜를 좀 벗어난 즈음의 일이다. 자잘한 세금이 여러 건 밀려 있던 소규모 자영업자의 사업장에 체납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방문했다. ‘오늘은 빨간(압류) 딱지도 붙이고 좀 모질게 해야지’ 다짐을 해 보지만 노련한 사장님이 곧 죽는 소리를 한다. “요즘 장사가 너무 안돼요. 팔리는 게 있어야 세금을 내지. 나도 일단 먹고살아야는 되는데….” 모질게 먹었던 마음이 금세 약해진다. “사장님, 내가 이거 하나 팔아 드릴 테니 그걸로 세금 먼저 냅시다.” 이렇게 해서 엉뚱한 양복이 한 벌 생기고, 좁아 터진 집안 거실에는 어울리지도 않는 열대어 수족관도 생겨났다. 맞벌이하는 집사람에게는 차마 염치가 없어서 공짜 양복표가 하나 생겼다거나 아는 사람이 선물한 거라 둘러댔다. 세월이 흘러서 운 좋게 세무서장이 되어 지역 소상공인들과의 현장 소통 모임에 가 보면 자주 하는 말씀이 요즘 세무서 직원들은 납세자 사정은 잘 살피지 않고 너무 법대로만 한다는 불만이 많다. 예를 들어 거래처 채권 압류나 대출은행에 대한 예금 추심은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존폐의 문제인데 너무 규정대로만 한다는 불만이다. 백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관련 규정과 절차를 지켜 가며 열심히 자기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부하 직원들에게 딱히 잘못을 지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참 난감하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또 있다. 요즘 납세자들 사이에는 피하고 싶은 세무서 직원으로 이른바 ‘구신녀’가 있다고 한다. ‘9급 신규 여직원’을 지칭하는 말인데, 구신녀에게 걸리면(?) 철저하게 법대로 원칙대로 일을 처리하는 통에 대충 어물쩍 넘어가려다가는 큰코다치게 되고,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언제부턴가 공포의 대명사가 되었단다. 선배 세무공무원도 예외 없다. “나 여기 과장이었는데”라며 은근히 자기를 내세워 봐야 돌아오는 답은 “그래서요?”다. 선배 대접은커녕 거의 봉변 수준이다. 학연, 지연 등 이런저런 연줄을 내세워 편의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차고 어떻게 보면 당돌하기까지 한 구신녀가 사실 난감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이런 구신녀에게 흔히 말하는 전관예우는 언감생심 말도 못 붙일 일이다. 밝고 신선한 새바람, ‘구신녀 파이팅!’ 그럼에도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뭔가 아쉬움이 있다. ‘법대로, 원칙대로 공정한 세금’과 ‘인정 있는 따뜻한 세금’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일까. ‘따뜻한 가슴에도 녹지 않는 냉철한 머리와 냉철한 머리에도 차가워지지 않는 따뜻한 가슴.’ 이것이 가능하다면 정말 신뢰받고 사랑받는 국세청이 될 수 있을 텐데. 나는 그 해법을 찾지 못했다. 똑똑하고 야무진 후배님들이 꼭 찾아내길 바란다. 열심히 응원하고 성원할 테니. 오늘 아침도 여느 날과 같이 버스에 몸을 싣고 남산 1호터널을 지나 사무실에 출근했다. 오전 7시 40분 컴퓨터를 켠다. 어제 퇴근 이후 올라온 결재 문서들을 처리하고, 잠시 오늘 할 일을 머릿속에 챙겨 보고는 늘 가까이 두고 있는 FM 라디오를 켠다. 곧 정년이다. 새삼 이 익숙하고도 평범한 하루의 시작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음을 떠올린다. 평범한 이 일상의 아침을 나는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진상조사 참여 않는 학폭위…자료만 보고 퇴학까지 결정

    학폭 사건을 경험한 학부모들은 십중팔구 학폭위에 불만을 쏟는다. “아이에게는 운명이 걸렸는데, 학폭 위원들은 사건이나 제대로 파악하고 들어오는지 의문”이라고 불신한다.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이유다. ●회의 두 시간 전 ‘대타’ 위원 참석도 학폭법에 따라 학폭위는 5~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과반수는 학부모 대표가 반드시 맡아야 하는 대목부터 문제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점 말고는 학폭위의 자치적 기능을 담보할 전문성은 크게 부족하다. 학폭위는 1호 처분(서면사과)에서부터 9호 처분(퇴학)까지 막강한 심의 권한을 갖는다. 그런데도 위원들은 사건 조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학폭위 전 단계에서 전담 교사가 피해·가해 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학폭 전담교사의 조사가 공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학부모 위원이 갑자기 불참하면 ‘대타’가 긴급 투입되기도 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학폭위 개최 2시간 전에 정족수를 채워 달라는 부탁을 받아 영문도 모르고 앉았다가 의결권을 위임하고 그냥 나왔다”면서 “선처를 호소하며 우는 학생들을 보면서 이렇게 주먹구구로 처벌해도 되는 것인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털어놓았다. 사건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니 대부분 어머니인 학부모 위원들은 감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 변호사나 경찰관이 학폭위원으로 참여하게 돼 있으나 지켜지기는 쉽지 않다. 한 학폭 담당 교사는 “사건을 미리 충분히 숙지해서 학폭위에 꼬박꼬박 시간 맞춰 참석할 변호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생업에 쫓겨… 가해·피해 부모 참석 못 하기도 학생들 사이에는 “학폭위에도 무전유죄”라는 냉소가 나돈다. 경찰관 등 외부 위원들의 일정에 맞춰 열리는 학폭위에 생업이 바쁜 가해자 학부모는 제때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동의서 한 장으로 대신하면 학폭위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고 끝나기도 한다. 10여명의 위원들 앞에서 10대 학생이 자기방어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의도 하기 전에 학생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구분하는 학폭위 진행 방식도 큰 문제다. “일정 기준 없이 학부모 위원들이 학생부에 기록될 징계 수위를 다수결 형식으로 결정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sjh@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단톡방서 ^^ 보냈다고… 학폭 가해자가 됐습니다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단톡방서 ^^ 보냈다고… 학폭 가해자가 됐습니다

    “걸면 걸리는 것은 학교폭력(학폭)”이라는 냉소가 학교에서 유행이다. 2004년에 도입된 학교폭력예방법(학폭법)이 사이버따돌림 등을 추가해 개정된 지 5년째. 사소한 다툼까지도 학폭위에 회부하는 무분별한 신고에 학교가 속병이 들고 있다. “무조건 먼저 신고해야 유리하다”는 ‘학폭 계명’이 나돈다. 제도개선 논란만 거듭한 학폭법을 이제는 정말 손봐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입시제도만큼 공론화가 시급한 사안이 학폭법 개선이다.A여고 3학년 김모양은 일찌감치 대입 재수를 각오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연루돼 지난해 2학기 내신성적이 엉망이기 때문이다. 반 친구들 단톡방의 문자 하나에 고교 생활이 뒤죽박죽 꼬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친구들 단톡방에는 B양이 평소 반 운영에 비협조적인 친구 C양을 험담하는 글이 있었다. 김양은 단톡방에서 다른 친구의 말에 ‘^^’ 이모티콘을 보냈다가 C양을 헐뜯었다는 오해를 받았다. C양의 부모는 단톡방 대화들을 캡처해 다음날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학교 측은 단톡방에서 대화했던 5명을 모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회부했고 김양은 학폭 가해자로 징계를 받았다. 학폭 처벌은 아무리 경미해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다. 김양의 어머니 정모씨는 “가해자로 낙인찍혀 입시를 망치게 된 딸이 억울해하니 교육청에 재심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중재 나섰다가 ‘학폭 은폐’ 몰릴라” 피해 학생에게 학폭이 얼마나 끔찍한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일명 ‘학교폭력예방법’(학폭법)은 2004년 제정돼 여러 차례 개정됐는데, 현행법은 지난 2012년 대구의 중학생 권모군이 친구들의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자 사회적 충격 속에서 추가로 개정된 것이다. 사이버 따돌림을 추가하는 등 늘어나는 학교폭력을 학교 학폭위가 중심이 되어 선제적·자율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근본 취지였다. 학교 폭력을 축소·은폐한 교원과 학교장을 징계할 수 있고, 학폭위의 처분이 불만인 피해 학생에게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새로 부여했다. 한마디로 학폭 가해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처벌을, 피해자에게는 구제 범위를 더 확대한 조치였다. 학폭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로 보완된 현재의 학폭법은 그러나 최근 학교 현장에서 의도치 않게 가해자로 내몰리는 2차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쏠린다. 소소한 갈등조차 덮어놓고 학폭으로 신고하는 풍토가 확산한 탓이다. 경기도 한 중학교의 학폭 담당인 주모 교사는 “요즘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폭 피해에 극도로 예민하다. 사소한 문제도 신고서부터 제출하고 본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학폭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에게 가해 학생 측과의 화해를 섣불리 중재했다가는 학폭 은폐 교사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학폭법(제13조)에 따르면 학교는 학폭 사실을 보고받으면 반드시 학폭위를 열어야 한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학폭을 축소·은폐했다는 사유로 학교 측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학폭 사건에 대한 일선 교사들의 화해나 중재 노력이 소홀해진 근본적인 이유다. 학폭 사건을 겪은 학생과 부모들 대부분이 교사와 학교의 무책임함에 상처를 입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 중3 아들이 학폭 징계처분을 받았다는 학부모 박선주씨는 “아이들의 사소한 싸움이 중재 과정도 없이 일주일 만에 학폭위에 넘어가더니 학급 학생의 절반이 징계됐다”면서 “제자들을 재판에 넘기는 담임을 어느 학부모와 학생이 존경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학교의 행정편의주의적 대응을 꼬집은 것이다. ●학폭 담당은 교사들 기피 직무 1순위 이런 불신 속에서 학폭 담당 교사들의 고충은 상상을 초월한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피 직무 1호가 학폭 전담이다. 새로 부임했거나 기간제 교사에게 학폭을 맡기는 폭탄 돌리기가 암묵적 관행일 정도다. 학부모 항의에다 스승으로서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어느 쪽도 지켜줄 수 없다는 자책감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학폭 처리 결과에 불만인 학생 측에게 소송을 당하는 사례는 흔하다. 학폭 심판관으로 등 떠밀린 교사들은 언제 당할지 모르는 소송에 긴장 상태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학폭 담당 교사들의 배상 책임을 덜어 주는 단체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중학교에서 학폭위를 운영하는 장모 교사는 한 달에 한 번꼴로 교육청 재심에 참석하는데 심각하게 회의한다. 그는 “학폭위의 처분에 불복한 학부모를 상대로 학생을 합당하게 처벌했다고 맞서야 하는데, 과연 스승으로서 할 일인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교사가 재판관이 돼야 하는 학폭법이 논란만 거듭하는 사이에 재심을 부추기는 상술은 기승을 부린다. 인터넷에서는 학폭 전문 행정사와 변호사들의 ‘학폭 상권’이 만들어졌다. 학폭위에 회부된 단계부터는 학교에 맞서야 하는 학생 측에는 행정사와 변호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학부모들은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소명서 작성 등 학폭위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전문가에게 기대지 않을 수 없다”며 공감한다. 서류 작성을 대리해 징계 수위를 낮춘 사례가 많다고 소문난 행정사들은 시간당 상담비를 따져 받을 만큼 인기가 많다. 학폭위 처분에 불복할 경우는 재심 신청 과정에서도 번번이 높은 벽에 부딪힌다. 교육청의 재심 결과가 억울했지만 법적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해 포기한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 학부모 황지연씨는 “최종 단계는 행정법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것인데 도교육청 담당 부서조차 학교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했다”며 “대립각을 세우는 학교에다 그런 문의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를 위해 현실을 감안한 학폭법 손질은 한시가 급한 실정이다. 지금의 학폭법은 신고와 처벌만 있을 뿐 교육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교육적 해결 기능을 학교에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학폭 사건에 대해 학교장이 종결권을 가져야 사소한 다툼은 교사들의 재량으로 중재할 수 있다. 교사들은 “학폭법 시행령 등에서 학교장 권한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과 학폭위에 회부할 사안의 범위를 명확히 해 달라”고 주문한다. ●“공론화 기구 통한 학폭법 개정 필요” 이원화 체계로 학폭을 해결해야 한다는 각계의 제언이 쏟아진다. 학폭위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김경석 변호사는 “교사에게 사안 조사와 행정 절차를 전담시키는 현실에서는 전문성을 의심한 학부모들이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하고 재심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3년 764건이던 재심 건수는 2016년 1299건으로 폭증했다. 학폭 사안의 조사 등은 전담 경찰관이나 조사원에게 맡기고 학교는 학폭 예방 교육에 전념하게 하자는 제안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 학폭위를 개별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 산하에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관련 법안은 국회에 이미 발의돼 있다. 지난해 교육부는 올 초까지 학폭법 일부 개선안 마련을 약속했으나 아직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학폭법 개정이야말로 사회 공론화 기구를 통해 손질할 교육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sjh@seoul.co.kr
  • 문화계 블랙리스트 130명 수사·징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과 단체를 검열하고 지원에서 배제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 직원 130명에게 수사의뢰·징계 권고가 내려졌다. 검찰 수사와 대대적인 내부 감사가 불가피해 문체부 내부에서 한동안 진통이 예상된다. 민관 합동 전문가들로 구성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블랙리스트 연루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징계 및 수사 의뢰 명단을 확정·의결하고 28일 문체부에 통보했다. 진상조사위는 문체부 현직 고위 공무원과 기관장 등 26명에 대한 수사 의뢰 권고를 결정했다. 행위 시점 기준으로 문체부 9명, 청와대 2명, 국가정보원 2명, 해외문화원 2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3명, 영화진흥위원회 3명, 국립극단 1명, 예술경영지원센터 1명, 한국문학번역원 1명, 출판문화진흥원 2명 등이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104명은 징계 권고 명단에 올랐다. 문체부 45명, 지방공무원 3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3명, 한국문학번역원 1명, 예술경영지원센터 4명,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2명,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4명, 한국출판문화진흥원 1명,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명, 국립극단 3명, 영화진흥위원회 14명, 한국영상자료원 2명 등이다. 진상조사위 전날 회의에서는 명단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토론이 있었다. 문체부 측에서 3명이 참석했는데 “대상자가 너무 많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이번 주 내 점검팀을 만들고 조사 계획을 세운다. 이원재 진상조사위 대변인은 “이행협치추진단을 구성해 문체부의 징계가 미흡하다고 생각되면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상조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 치밀하게 조사”

    김상조 “하도급 대금 ‘후려치기’ 치밀하게 조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하도급 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갑질을 막기 위해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부당 감액 행위 등에 대해 끈질기고 치밀하게 조사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8일 부산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서 부산·경남 지역 조선 기자재 중소업체 대표 등과 간담회를 열고 “하도급 위반 사건 처리에 있어 중요한 사건 유형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김 위원장은 하도급 업체 등으로부터 신고가 많이 들어온 업체에 대해서는 지방사무소가 아닌 본부로 사건을 이관해 직권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미 협력업체 수가 27개사나 되는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8월 중 전체회의를 열어 처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공정위가 인력 부족 등으로 신고 사건 처리가 늦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지방사무소에 신고된 사안의 본부 이관을 늘리고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자재 업종과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해양수산부까지 협업해 일감이 메말라 가며 생기는 문제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건강한 집밥의 맛을 추구하는 ‘오레시피’, 소비자 니즈 공략하며 성장세

    건강한 집밥의 맛을 추구하는 ‘오레시피’, 소비자 니즈 공략하며 성장세

    반찬가게창업 오레시피가 최근 급증하는 1인 가구를 중심으로 반찬 소비자들의 핵심 니즈인 집밥 같은 건강함과 맛을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레시피 관계자는 “오레시피는 매일 매일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직접 만든 반찬들을 고객들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누구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집에 먹는 듯한 건강하고 친근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오레시피는 전국에 19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연주의 반찬가게 브랜드로 4년 연속 매일경제 100대 프랜차이즈에 선정된 바 있으며 200여 가지의 다양한 반찬군 및 국류, 홈푸드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오레시피는 본사에서 70% 완제품과 재료를 씻거나 다듬을 필요 없는 30%의 반제품을 제공해 가맹점주의 요리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매장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소규모 매장을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카페형 인테리어로 구성하고, 공격적이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가맹점의 매출 증진을 돕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초보창업자를 위한 지원프로그램으로 월 1회 가맹점 운영 상태에 따라 슈퍼바이저를 파견해 매장 운영을 돕는다. 별도의 가맹점 요청이나 고객 불만족 접수 시에도 슈퍼바이저를 상시 파견하고 있다. 여기에 오레시피는 즉석조리식품의 온라인 쇼핑 고객이 늘어나는 것에 발맞춰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오레시피의 온라인 쇼핑몰은 각 가맹점에서 배송을 실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수익금의 대부분이 가맹점주에게 지급되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레시피는 7월 12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대구경북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번 제16회 대구창업박람회에서 오레시피는 박람회 기간 동안 예비창업자들에게 다양한 창업정보와 함께 오레시피만의 창업시스템과 경쟁력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오레시피는 최근 KBS 일일드라마 ‘내일도 맑음’에 제작 협찬도 진행하고 있다. ‘내일도 맑음’은 매일 저녁 8시 25분에 방영되는 가족드라마로 현실적인 요소들을 통해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단독] ‘제한속도 60’… 체증만 안고 달리는 경인고속道

    단속카메라에 거북 운행… 불만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사업 착공이 아직 멀었음에도 당국이 일반도로와 같은 시속 60㎞의 제한속도를 적용함으로써 이용자들의 불만과 교통 체증을 일으키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경인고속도로 인천기점~서인천나들목 간 10.45㎞가 일반도로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는 관리권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인천시로 이관됐음을 의미할 뿐 일반도로화 공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시는 현재 일반도로화를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 중이며, 시민 의견 수렴 등을 거쳐 하반기에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경인고속도로의 일반도로화는 10곳에 교차로를 만들고 방음벽과 옹벽을 철거한 뒤 2024년까지 도로 주변에 공원, 실개천, 문화시설 등을 만들어 시민들의 소통·만남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장기 사업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경인고속도로 일반도로화 구간의 제한속도를 100㎞에서 60㎞로 낮췄다. 처음에는 갑작스런 변화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해 80~90㎞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제한속도 60㎞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 일반도로화 대상이 아닌 경인고속도로 서인천나들목~신월나들목(13.44㎞) 구간의 제한속도는 100㎞ 그대로여서 운행 리듬이 깨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서인천나들목 인근 800m에 시속 80㎞ 완충 구간을 설치했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한속도가 들쭉날쭉하면 교통사고 위험성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은 동시에 일반도로화 구간 5곳에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했다. 조모(48·인천 송도동)씨는 “무늬만 일반도로인데 속도제한이 성급히 이뤄져 인천부터 서울까지 15분 이상 더 소요된다”면서 “시간이 촉박한 출근 때 고속도로를 60㎞로 달려야 하는 심정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여기는 인도] “음식 맛 없어” 구박한 시댁 가족, 독으로 살해한 女

    [여기는 인도] “음식 맛 없어” 구박한 시댁 가족, 독으로 살해한 女

    “감히 내 요리를 비웃어?” 자신의 요리를 비웃은 손님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음식에 독약을 탄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영국 일간지 메트로 등 해외 언론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인도 칼라푸르에 사는 프래드냐 수르바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자신의 집에 초대한 손님 5명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성은 남편을 포함해 자신의 집에서 직접 만든 요리를 먹은 시어머니와 시누이 2명, 시어머니의 동생 등 총 5명이 먹은 음식에 독약을 타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혼 2년차인 그녀는 평소 남편과 시댁 식구들로부터 음식을 잘 하지 못한다는 구박을 받아왔으며, 평소 이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다가 보복을 저질렀다. 그녀가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뱀독이었다. 당시 그녀는 집들이 명목으로 가족 120명을 집으로 초대했고, 오후부터 늦은 밤까지 뱀독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서빙했다. 이를 먹은 일부 가족은 즉시 뱀독 반응이 나타났고, 일부는 하루가 지난 후에야 메스꺼움과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총 120여 명 중 총 88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5명이 숨졌다.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 중에는 4~13세의 어린이도 있었다. 당시 그녀의 집들이에 갔다가 목숨을 건졌던 13세의 친척은 “그날따라 유독 달(콩을 삶아 수프처럼 만든 것)의 맛이 매우 썼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범행에 쓰인 뱀독을 담은 그릇은 집 인근에서 발견됐으며, 현지 경찰은 그녀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수르바세 역시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함에 따라, 재판에서 사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공항식당서 음식 먹고 식중독으로 여행 접은 母子...업체는 ‘나몰라라’ 中

    공항식당서 음식 먹고 식중독으로 여행 접은 母子...업체는 ‘나몰라라’ 中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에 탑승한 모자(母子)가 식중독 증세를 보이면서 해외 여행을 포기해야 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을 진찰한 인천공항 의료진은 공항에 입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먹은 음식을 식중독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업체는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한 상태다. 주부 이모(38)씨는 아들 이모(12)군과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쯤 인천공항 1여객터미널 내 멕시칸 식당에서 8000원 상당의 타코 세트 메뉴를 먹었다. 이탈리아 베니스로 향하는 터키항공 여객선을 타기 2시간 30분 전이었다. 오후에 점심을 먹은 뒤 다른 음식은 섭취하지 않은 상태였다. 타코 세트를 먹은 지 1시간 후 이씨와 이군은 여러차례 구토를 했다. 10시쯤 비행기에 탑승한 뒤에는 어지러증과 호흡곤란까지 왔다. 이들은 항공사 승무원과 인천국제공항의원 의료진에 의해 공항 응급실로 긴급 호송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탑승 후 하차를 한 터라 공항 상주 대테러기관인 국가정보원까지 나섰다. 비행기에 올랐다가 갑자기 내리는 승객이 생길 경우 테러를 의심해 관련 기관이 조사를 해야한다. 이 때문에 해당 항공기는 이륙이 1시간 가량 지체돼 다른 여행객들까지 발이 묶였다. 결국 이들은 여행을 포기하고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자정이 넘어서야 귀가했다. 그러나 이튿날에도 구토 등이 멈추지 않아 주말에도 자택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오랜 시간 계획했던 유럽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여행을 기대했던 아들의 실망감도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항의원과 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 해당 기업에 치료비와 여행비 변상 등을 문의했다. 진단서에는 “타코를 가족과 함께 먹고 6시간 내 발열과 구토 등이 발생했고, 세균성 식중독이 의심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업체가 “1차 진단서에는 병명으로 ‘상세불명 기원의 위장염 및 결장염’이라고만 적혀 있지 타코가 식중독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변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항의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병명은 식중독이나 장염 등을 나타내는 일반적인 표기”라면서 “진료기록부 상에는 타코가 원인이 됐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해당 기업에서는 피해자의 병원 치료비는 보상해 주겠다고는 했지만, 여행 경비에 대한 보상은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다. 이에 피해자측은 “치료비는 보상해주겠다는 것 또한 자신들의 귀책사유를 인정하는 것인데 여행경비는 보상해주지 않겠다고 발뺌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불만을 쏟아 냈다. 서울신문은 최근 해당 기업 담당자에게 피해보상과 관련해 문의했으나 “피해자가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곳에서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만 들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英, 중앙기관서 공정하게 채점… 핀란드, 석사 교사로 질 높여

    英, 중앙기관서 공정하게 채점… 핀란드, 석사 교사로 질 높여

    영국과 핀란드는 교육 개혁을 앞둔 우리에게 힌트를 던져 주는 국가다. ‘토론할 줄 아는 교양 있는 신사’를 길러 내는 게 목표인 영국은 강의보다는 질문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바탕으로 논술·서술형 시험을 꾸준히 시행해 왔고, 핀란드는 교사의 질을 끌어올려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교육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영국과 핀란드 현지를 찾아 우리가 교육 개혁 과정에서 부딪칠 수 있는 공정성 등의 문제를 넘어서기 위한 해법을 살펴봤다.“영국에선 학생 담당 교사가 시험 채점을 하지 않아요. 중앙기관에서 일괄적으로 하고, 교사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 등을 알려주는 조언자 역할을 합니다.”지난 18일 영국 런던에서 약 90㎞ 떨어진 태참시의 공립학교인 케넷스쿨에서 만난 영어 교사 페퍼 올드는 “채점의 불공정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토론의 나라’답게 영국은 시험을 대부분 서술·논술식으로 본다. 영국의 학교는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하긴 하지만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다. 사실상 내신이 없는 셈이다. 성취도 평가에서도 학생을 1점 단위로 줄세우는 우리와 달리 국가가 정한 성취 기준을 달성하면 누구나 가장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와 논술·서술형 평가 방식 도입을 고민하는 우리나라 교육계에 힌트를 던져 주는 대목이다. 채점의 공정성에 취약한 논술·서술형 문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영국이 도입한 방식은 중앙집권식 시험 관리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평가원과 같은 기관인 ‘이그잼보드’(시험위원회)에서 영국 학생이 공통으로 보는 고교일반자격시험(GCSE)을 채점하는 것이다. 학생이 GCSE를 보면 답안지는 이그잼보드로 보내지고 채점교육 연수를 받은 타 학교 교사가 채점하는 식이다. 어떤 학교 학생이 푼 시험지인지 알 수 없도록 무기명 처리한다. 채점을 맡은 교사들은 시험지당 보통 1.5파운드(약 2200원)의 부가수입을 얻는다. 만약 학생이 채점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약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무분별한 이의 제기를 막기 위해서다. 합당한 불만이었다는 게 인정되면 비용을 돌려받는다. 다만 재채점 이후 점수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제마 파이퍼 케넷스쿨 교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험 결과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면서 “시험 제도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교사 천국’이라고 표현할 만한 나라다. 수도 헬싱키에서 약 20㎞ 떨어진 반타시의 마르틴락소 고등학교에서 지난 20일 만난 살메 슐랜더 교장은 “핀란드에서는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다른 어느 직업보다 높다”고 말했다. 학부모 일부가 교사를 불신해 내신 성적·기록을 토대로 대학에 가는 학생부종합전형 등을 줄이라는 요구가 나오는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영국의 바키재단이 발표한 ‘교사 위상 지수’(2013년 기준)에서 핀란드는 교사 신뢰도(10점 만점)가 7.1점이었던 반면 한국은 5.4점이었다. 우리나라는 브라질(7.2점), 스페인(6.8점)은 물론 중국(6.7점)보다도 신뢰도가 낮았다. 핀란드의 비법은 교사가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 주는 데 있다. 핀란드 교사는 수업 외에 다른 잡무 부담이 거의 없다. 교사 대부분이 “전체 업무의 절반 이상이 행정잡무이며 이 때문에 수업 준비에 지장받은 경험이 있다”고 하소연하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크다. 마르틴락소 고교에서는 학생 475명을 교사 30명이 맡는다. 교사 중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이 4명 있다. 슐랜더 교장은 “각 교사가 수업 준비나 연구 외 행정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은 일주일에 3~4시간 정도”라면서 “학교 내 교사 그룹 리더(우리의 교무부장 역할)는 일주일에 2~3시간 정도 추가 행정업무를 하지만 월 3000유로의 추가 수당을 받는다”고 말했다. 수업 연구와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각 과목마다 지급되는 보수도 다르다. 과목별로 수업시간 외에 교사가 추가로 들여야 하는 준비 시간이 다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령 핀란드어 교사는 주당 15시간 일하면 3800유로를 받는다. 그러나 체육 교사는 주당 23시간을 일해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또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되려면 교육학 석사 학위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태참(영국)·반타(핀란드)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태극전사 비바람 속 훈련, 기성용 공백 어쩌나, 그래도 다시 한번

    태극전사 비바람 속 훈련, 기성용 공백 어쩌나, 그래도 다시 한번

    멕시코전을 마친 뒤 곧바로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축구대표팀이 비바람 속에서 회복훈련을 진행했다. 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진행된 회복 훈련에는 대표팀 선수 가운데 전날 멕시코전에서 선발로 뛴 선수들과 햄스트링을 다친 박주호를 제외한 11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11명의 선발 선수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숙소 체육관과 수영장에서 따로 훈련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오후 기온은 섭씨 15도를 밑돌아 전날 로스토프나도누의 35도에 비교해 무려 20도 이상 뚝 떨어졌다. 종일 굵은 비까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 체감기온은 더 떨어졌다. 앞서 새벽 1시에 베이스캠프에 돌아온 대표팀은 당초 부상 선수를 제외한 전원이 이곳에 나와 회복 훈련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훈련 시간을 오후 5시에서 4시로 한 차례 앞당겼고, 전날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낸 선수들의 훈련을 실내 훈련으로 대체했다. 그만큼 멕시코전 체력 소모가 극심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전면 공개된 한 시간 가량의 훈련에 전날 교체 투입된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정우영(빗셀 고베), 홍철(상주)과 벤치를 지킨 김신욱(전북),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은 쌀쌀한 날씨에도 밝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다. 가볍게 운동장을 돌며 몸을 푼 선수들은 토니 그란데 수석 코치의 주도로 패스 연습과 미니 게임 등을 했다.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이따금 지시하던 신 감독은 “대표팀 분위기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며 “정신적 지주였던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공백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기성용이 주장으로 100% 역할을 해줬고,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까지 해줬다”면서 “다른 선수들이 기성용과 박주호(울산)가 빠진 부분까지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멕시코전 두 번째 실점 장면 때 기성용이 공을 빼앗기는 과정에 멕시코 선수의 반칙이 파울로 선언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그 장면을 다시 돌려 보니 너무 아쉽다. 100% 파울이었다. VAR(비디오 판독) 교육을 분명히 했는데 다시 돌려보지 않은 것은 아쉽다. (기)성용이도 볼이랑 같이 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심이 경기 전에 VAR 액션을 취하지 말라고 해서 강하게 어필하지 못했다. FIFA가 우리 선수단에 교육까지 해놓고 잡아내지 못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는 명백한 오심이라고 판단하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 유감을 표명하는 서류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비수 홍철은 “상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오르기 전 독일이 우리 희망을 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 힘들어 다들 비행기 안에서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선수단 미팅에서 한 번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감독님도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독려해 모두들 다시 해보자는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어려울 때 한국인 특유의 기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망신당할 게 분명하니 더 잘 먹고 잘 쉬면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특파원 칼럼] 한반도 비핵화 열쇠는 북·미 신뢰와 시간/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반도 비핵화 열쇠는 북·미 신뢰와 시간/한준규 워싱턴 특파원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0년 만에 두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은 5시간 동안 웃으며,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북·미 정상의 첫 만남에 따른 결과물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구체적인 북한의 비핵화 이행계획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설 수 없다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도 빠졌다. 그렇다고 북·미 정상의 만남을 ‘일회적 이벤트’라고 폄훼해서는 안 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 의지와 원칙, 한반도 영원한 평화 정착에 합의했으니, 이제 실무급 협상과 합의를 통한 로드맵 구축만 남았다. 북·미 간 후속 실무회담의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과거와는 달리 북·미 정상이 먼저 만나 협상의 종착역이 어딘지 분명히 정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가 ‘레드라인’(한계선)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도 비핵화 협상 타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식’ 비핵화를 주장했다. 북한의 ‘항복 문서’를 받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빠른 단계적 비핵화’라는 트럼프식 해법을 내놨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이에 북한은 억류 미국인 석방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로 ‘화답’했다. 북한과 미국이 처한 상황도 이전과 분명히 다르다. 김 위원장은 ‘경제 개발’이 급하다. 북한 사회도 스마트폰이 300만대 이상 보급되는 등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자본주의 씨앗인 수백 개의 장마당(시장)은 이제 어엿한 북한의 경제 버팀목이 됐다. 1995~98년 300만명이 굶어 죽었던 ‘고난의 행군’을 견디던 그런 북한이 아니다. 김정은 정권도 미국 등 국제사회 제재로 경제의 숨통이 더욱 조여진다면 내부의 불만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020년 재선의 풍향계가 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 해결’은 외교적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그래서 ‘빠른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한반도의 비핵화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북·미가 고위급 실무회담에서 비핵화 초기 조치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협상의 마지막 단계인 ‘핵폐기’의 일부를 선행적 조치로 요구하고 있다. 즉 북한이 일부라도 핵탄두 등의 폐기에 나서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길고 험난한 비핵화 협상에 가속도를 붙이고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고 싶어 한다. 이에 대해 북한의 동의를 받아 내는 것이 실무협상의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르면 이번주 방북, 고위급 실무회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한 것은 수십년 묵은 북핵 문제를 한 방에 시원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정거장’에 이르는 열쇠는 북·미의 ‘신뢰’와 ‘시간’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꼭 가슴에 새겼으면 좋겠다. hihi@seoul.co.kr
  • ‘트럼프發 무역전쟁’ EU도 부글부글

    ‘트럼프發 무역전쟁’ EU도 부글부글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의 먹구름이 중국을 넘어 유럽연합(EU)에도 짙게 드리우며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서 EU가 보복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번에는 EU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를 정조준했고, EU도 이에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EU의 관세장벽에 불만을 토로하며 “EU는 오랜 기간 미국과 미국의 위대한 기업, 노동자에게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장벽을 세웠다”면서 “이를 근거로, 이른 시일 안에 관세무역장벽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국이 수입하는 그들의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여기(미국)서 (자동차를) 제조하라”고 강조했다. 현재 EU는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보다 더 낮은 2.5%를 승용차에, 화물차에는 25% 관세를 각각 매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수입 자동차에 대해 관세 부과 조치를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성명에서 “자동차는 미국 국력에 중요한 산업”이라면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자동차·트럭·관련 부품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에 이은 자동차 무역공세는 다분히 국내 정치용이라는 분석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과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 벨트’(미 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를 달래 지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폭탄 발언이 알려지자 EU도 즉각 보복조치를 예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관세 부과 때 그에 상응하는 벌칙을 가하겠다는 것이 EU 집행위원회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EU는 이미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에 반발, 이날부터 28억 유로(약 3조 6307억원) 상당의 미국산 철강뿐 아니라 버번위스키, 청바지 등 미국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동차 관세 폭탄 전쟁이 현실화된다면 EU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EU의 최대 자동차 수출시장으로, 2016년 자동차 수출액 480억 유로(약 62조 2402억원)의 25%를 차지했다”면서 “만약 EU 자동차에 20% 관세 폭탄이 부과된다면 단 한 대도 수익성을 갖추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독일차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EU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 126만대 중 약 50만대가 독일차다. 특히 독일 포르셰는 3분의1이 북미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공장이 없기 때문에 ‘판매절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