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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구설 몰고 다니는 유홍준 문화재청장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또 구설에 올랐다. 지난 15일 경기도 여주의 세종대왕릉에서 ‘세종대왕 탄신 610돌 숭모제’를 지낸 뒤, 유적관리소 측이 LP가스통·숯불 등을 사용해 현장에서 조리한 음식을 대접 받은 것이다. 목조건물이 있는 사적지 안에서는 불을 피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음식물 반입까지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유 청장은 취사 행위를 저지하기는커녕 문제가 불거진 뒤에조차 외부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유 청장은 취임 넉달만인 2005년 새해부터 고궁·왕릉의 입장료를 대폭 인상한 장본인이다. 성인 입장료는 많게는 3배까지 올렸고, 무료입장하던 청소년에게도 절반 값을 받았다. 점심시간 무료개방 역시 폐지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자유롭게 고궁·왕릉을 드나들면서 문화유산의 향취를 즐기던 기쁨을 빼앗겼다. 그때 유 청장은 입장료 인상의 명분으로 ‘궁궐·왕릉을 고품격 문화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내세웠다. 그런 문화재청장이 제 자신을 위한 식사 자리라면 규정을 어겨도 좋다고 여기는 모양이다.‘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의 발상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 유 청장이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2005년 평양 ‘6·15 통일대축전’에 참가해서는 북한영화 주제가를 불렀고, 산불로 녹아내린 양양 낙산사 동종을 복원하고는 떡하니 제 이름을 새겨넣었다. 또 지난 3월에는 서울시 새 청사 조감도를 통과시켜 달라고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들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았다.‘국보1호 교체’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평지풍파를 일으킨 적도 있다. 본분을 잊고, 문화재청장의 권한을 사적(私的)인 용도에 따라 마구 쓰는 듯한 이 사람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 참으로 답답하다.
  • 약사·간호사협도 수사를”

    의료계 일각에서 “대한약사회와 대한간호사협회의 로비력은 의사협회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서는 등 의협의 정치권 로비 의혹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약사회와 간호사협회는 의협의 ‘의정회’와 마찬가지로 ‘약정회’,‘대한간호정우회’ 등을 운영하며 2000년 이후 치러진 대선과 총선 등에서 정치세력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3일 의협 회원인 구모(정신과 전문의)씨는 “지난해 건강보험 수가협상에서 장동익 전 의협회장과 약사회장 간에 검은 뒷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진정서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구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검은 뒷거래에 연간 5억원대의 예산을 집행하는 약정회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씨는 진정서에서 “지난해 11월 ‘건강보험 수가계약’에서 의협은 당초 ‘유형별 계약’을 하려 했으나 장 전 회장이 약사회의 로비를 받고 독단적으로 ‘단체 계약’으로 돌아섰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2002년 출범한 약정회는 최근 폐지됐지만 그동안 대국회 로비력에 있어 의정회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다.지난해 서울시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A의원은 “의사들은 약사들보다 국회 로비력이 떨어진다.”고 발언했다. 간호사협회의 정치단체인 ‘대한간호정우회’ 활동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모씨 등 의협 회원들은 게시판에 글을 올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냐?”며 간호사협회와 정치권의 밀착 의혹을 제기했다. 이씨 등은 올 1월 간호정우회 17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열린우리당 B의원이 행한 “16대 대선에서 간호사들의 지지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B의원은 “간호사회와 우리당은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했다. 대선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간호정우회를 비롯한 간호사 여러분의 힘이었다고 믿는다.”면서 “간호정우회와 같은 직능단체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현대 정치 구조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장동익 전 의협회장도 지난 3월 열린 충남 정기대의원총회 공식 발언에서 “간호사협회가 지난 20년간 간호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국 대학병원 간호부장들에게 할당을 통해 보건복지위 소속 20여명의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지급하도록 했다.”면서 “G의원이 3억원,K의원은 2억원 등을 후원받았다.”고 주장했다. 간호사협회는 지난해 말 협회 홈페이지에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의 계좌번호를 올려놓고 회원 개인당 10만원 한도에서 후원할 것을 독려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국회에는 간호사의 숙원인 ‘간호사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약사회와 간호사협회측 관계자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로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물타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이용훈대법원장 탈세’ 파문] “남이 하면 탈세, 나는 실수?”

    이용훈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탈루 의혹에 대해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자신의 입으로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옷벗겠다.’고 말한 만큼 사법부 수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착오에 의한 실수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뒤늦게라도 환원한 것은 책임있는 모습”이라며 동정론을 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임태섭’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네티즌은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을 빗대 “이 세상에 탈세하는 사람들이 다 실수라고 하면 면죄가 되느냐.”라면서 “내가 하면 실수, 남이 하면 탈세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 대법원장을 옹호했다.아이디 ‘sshong9’는 “이 대법원장은 우리나라 상류층 또는 지도층 가운데 그나마 나은 편”이라면서 “변호사들의 수입 신고율이 소득의 20∼30%에도 못미치는 상황에서 이 대법원장은 거의 100% 가까이 신고했으며 수십억원씩 세금을 냈고, 단 한 건 누락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이해찬총리 “땅투기 안한다”

    이해찬총리 “땅투기 안한다”

    이해찬 총리가 15일 땅투기 의혹과 관련,“요즘 언론에서 대부도에 땅투기를 한 것처럼 보도하는데, 나는 그런 일(투기) 안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오전 서울 힐튼호텔에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21C 건설포럼’에 특강 강연자로 나와 이같이 밝힌 뒤 “아파트 청약통장도 만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 “서울에서 답답해 농사를 지으려고 포도밭을 샀는데, 요즘 바빠서 못 갔더니 투기해서 숨겨둔 것처럼 그러는데 나는 그런 일 안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해명에 대해 네티즌들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바빠도 골프는 잘 치던데 대부도는 바빠서 못 갔느냐.”면서 “땅투기한 사람치고 ‘투자’했지 ‘투기’했다고 하는 사람 못봤다.”고 꼬집었다. 또다른 네티즌은 “정부는 지금 집 두 채만 있어도 투기꾼으로 몰아 세금을 물리고 있는 중 아니냐.”면서 “하물며 서울사람이 농지를 600평이나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투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이는 “이 총리가 생각하는 땅투기의 기준이 궁금하다.”면서 “불법매입도 땅투기가 아니고, 농사도 안 지으면서 농지를 소유해도 투기가 아니고, 땅값이 2∼3배로 뛰어도 투기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투기인지 듣고 싶다.”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이날 특강에서 “이번 (부동산)정책은 내가 흔들리면 국민에게 혼란을 주기 때문에 확고하게 처리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건설업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부동산정책으로)건설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도 수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부동산을 방치하면 더 큰 사태가 오기 때문에 건설경기가 다소 둔화되는 것은 감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설부문 활성화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지만, 솔직히 건설사업이 잘될 만큼 물량이 넉넉하게 공급될 정도는 아니다.”면서 “건설업체 자체도 시장에 의해 구조조정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서울광장] X파일과 솔로몬 해법/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X파일과 솔로몬 해법/우득정 논설위원

    옛안기부 불법도청사건을 놓고 장내외 공방이 치열하다. 검찰은 도청테이프 유출 관련자를 사법처리하는 등 국가권력기관의 불법도청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장외에서는 도청내용의 수사 여부 및 공개 수위를 둘러싸고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폭로된 삼성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전달 의혹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도청내용 중 공소시효가 남은 사건은 모두 수사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불법으로 취득한 정보는 수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리론을 들어 수사불가를 주장하는 측도 있다. 공개 문제는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을 의식한 탓인지 신중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제한된 범위의 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가칭 ‘진실위원회’라는 형식의 민간기구를 구성해 도청테이프의 공개 여부와 처리방향을 정하자고 제안한 것도 불법성을 타개하려는 우회 접근법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불법도청 ‘X파일’의 안전한 뇌관 제거법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법조인들은 독수독과(毒樹毒果,Fruit Of Poisonous Tree)론을 근거로 도청내용에 담긴 불법성이 아무리 중대하더라도 기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견해다. 우리보다 이러한 종류의 사건에 대한 판례가 많이 축적된 미국 등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법 상식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불법으로 취득된 정보가 형사재판에서는 증거능력이 배제되지만 민사재판에서는 인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불륜현장을 포착한 사진처럼 촬영과정에서의 불법성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불법도청 내용이 다른 합법적인 수단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면 증거능력으로 배척되지 않는다는 판례도 있다. 미국의 이러한 판례를 원용할 때 불법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의 내용은 수사는 말할 것도 없고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하는 것이 옳다.‘검찰 너만 보느냐. 나도 좀 보자.’는 식의 주장은 아무리 국민의 알권리라는 용어로 포장하더라도 명분이 약하다. 독성물질은 자격증 소지자만 다뤄야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 계선상에 있는 검찰 관계자와 일반인 사이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3년 말부터 정국을 뒤흔들었던 대선자금 수사 때에도 ‘판도라상자’ 논란과 특검론이 대두됐지만 정작 수사가 끝나자 아무런 이론도 제기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X파일 건도 미리부터 콩이야 팥이야 하는 식으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독성물질 취급 자격증 소지자인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지켜본 뒤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추가 조치를 강구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도청내용의 수사 및 공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번 편법을 허용하면 또다시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에 참지 못하면 불법도청 유혹에 또다시 빠져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국가기관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범죄행위를 한 것인 만큼 관련자의 철저한 응징과 단죄를 통해 재발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본다. 초법적인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도청내용을 수사하고 공개하자는 주장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적법 절차의 존중이야말로 X파일의 혼란을 수습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4)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中)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4)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中)

    뜻밖에도 ‘정감록’에 경도됐던 사람들 가운데는 부자가 적지 않았다. 영조 때 남원의 부자 김영건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평소 유복해 보였던 김씨 일가가 비결에 쏠리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남원의 벽보 사건을 좀더 밀도 있게 그려보면 그 답이 보일 것 같다. ●남원성에 나붙은 벽보 영조9년 7월 하순. 그믐날이 가까워 달빛조차 희미한 깊은 밤, 김영건의 두 아들은 괴문서를 남원성벽에 붙였다. 장남 원팔이 문서를 내거는 동안 아우 원하가 망을 보았다. 출입이 가장 빈번한 남문 근처에 한 장의 대형 벽보를 붙이는데 실제 소요된 시간은 극히 짧았지만, 그들 형제에게는 견딜 수 없이 긴 시간이었다. 당시 남원은 호남 굴지의 대도회라서 날마다 성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수백 명이 성안을 드나들었다. 그들의 눈에 띈 벽보 내용은 삽시간에 호남 일대로, 그리고 지리산 너머 영남 지방으로도 퍼져나갈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튿날 오전 남원부중은 괴문서 이야기로 들썩였다. 그날따라 몸이 불편해 좀 늦게 출근한 최정도 이방(吏房)은 이미 사령들이 수거해온 벽보를 훑어본 다음 한숨을 길게 내뿜었다. 조정대신을 강도 높게 비난한 구절도 그랬지만 ‘자미진주(紫微眞主)’ 운운한 것이 영락없는 반역자의 소행이었다. 이방이 알기로, 자미성(紫微星)은 자미원(紫微垣)에 속한 큰 별이다. 그것은 북두칠성의 북쪽에 있는데 천제(天帝) 또는 국왕을 상징한다. 그런데 벽보에 ‘진주’라고 했으니 한양성안 구중궁궐에 엄숙하게 앉아계신 상감께선 왕도 아니고, 자미성 정기를 받은 진짜 왕이 곧 나온다는 얘기다. 벽보엔 상감이 무도하다는 둥 동궁(사도세자)이 미쳤다는 둥 흉악한 언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핀 이방은 새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마음을 가다듬은 이방은 도호부사 조호신에게 긴급사태를 보고하는 한편, 많은 정탐꾼을 풀어 성 안팎에 떠도는 온갖 소문을 즉각 수집토록 했다. 평소 성품이 침착하고 판단력이 있는 이방이었다. 그는 엄하기로 이름난 이 형방, 실무경험이 가장 풍부한 박 호장 등과 함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시시각각으로 들어오는 소문들을 비교 종합해 믿을 만한 것을 추려내어 계통별로 분류했다. 범인을 바로 잡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변고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라, 수사는 신속히 진행돼야 했다. 최 이방은 진행중인 수사에 관해 남원부의 우두머리인 조 부사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다. 그러나 서울 명문대가 출신인 부사는 실무에 워낙 어두워 한숨만 내쉴 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많은 정보를 비교분석해 보니 성안에 거주하는 김영건과 세 아들이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이방은 사령들을 급파해 우선 그들을 잡아들이고, 김씨 집안에 소장된 모든 문서(文書)를 철저히 수색했다. 그날 해질 무렵 김씨의 문갑에서 두 장의 수상한 문서가 발견됐다. 큰아들 원팔의 필체가 분명했는데, 놀랍게도 벽보의 초안이었다. 두 장 가운데서도 큰 종이에 적힌 문건은 벽보보다 언사가 훨씬 과격했다. 반역자만이 쓸 수 있는, 대역무도한 ‘불온문서’였다. ●정 노인이 일으킨 해프닝 김영건에 대한 남원 사람들의 평판은 무척 좋았다. 그는 성품이 부드럽고 공손하고 단정한 데다 재산도 많았다. 여느 부자와는 달리 가난한 이웃은 물론, 집 앞을 지나는 거지들에게까지 후했다. 최 이방은 소문으로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섣불리 김영건에게 혐의를 둘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문수사 결과를 무시할 수 없어 망설이다가 사령들을 내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영건의 집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는 바람에 이방은 기가 막혔다. 김영건에게는 김원팔, 김원하, 김원택 등 세 아들이 있었는데 셋 다 글 잘하고 글씨도 잘 쓴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모두 아버지를 닮아 인물도 훤칠했다. 특히 큰아들 원팔은 과거시험에도 여러 차례 응시했을 정도다. 그는 남원은 물론 호남의 수부(首府) 전주를 비롯해 각지의 선비들과 두루 사귀고 있었다. 최 이방은 사실 김영건 일가와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으론 늘 김영건의 유복함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김영건 일가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다. 수사에 동참한 이 형방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김영건의 ‘근본’ 즉, 신분을 둘러싼 의혹이 있다고 했다. 형방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이방은 여러 해 전에 있었던 정 노인 사건을 다시금 뇌리에 떠올렸다. 하루는 남원 성 밖에 사는 가난한 양반 정 노인이 읍내에 시장구경을 나왔다가 만취한 상태에서 김영건을 노비의 자손이라고 비방하는 시비가 벌어졌다. 그러나 문제의 정 노인은 평소 행동거지가 단정하지 못해 세인의 평판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인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그 뒤 정 노인은 다시 그런 ‘망령된’ 말을 꺼내지 않아 사건으로 비화되진 않았다. 기억력이 비상한 최 이방조차 이 사건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때 정 노인이 입을 다문 것은 김영건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그런 것이었다. 영건은 노인과 다투지 않고 도리어 그를 살며시 회유했다. 그는 노인을 정중히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가서 약주를 대접했다. 싫은 노릇이었겠지만 그 뒤에도 길가에서 노인을 마주치면 먼저 반색을 했다. 남원 사람들의 눈엔 마치 도량 있는 김영건이 철없는 주정뱅이 노인을 너그러이 용서한 것으로 보였다. 이 사건은 영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몇 년 뒤에 일어났는데, 적어도 아들인 그만은 진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김영건의 비밀 사실 김영건은 노비나 별 다름 없이 천한 사람이었다. 남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상도 함양에 노씨 성을 가진 한 양반이 살았는데, 그 집에 막산이란 사내종이 있었다. 그 아내는 이름을 분금이라 했다. 본래 가난한 농사꾼의 딸이었다. 그리고 김영건으로 말하면 분금의 아들이 분명했다. 분금은 어릴 적부터 유달리 영리했고 행실도 조심스러웠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그녀의 미색이 너무 뛰어났다는 점이다. 노씨네 행랑것이었던 그녀를 주인양반은 물론 그 집에 드나든 여러 양반들이 다투어 탐을 냈다. 분금은 물론 영건도 이런 집안내력을 꽁꽁 숨기며 살았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건은 어머니가 세상을 뜨기 직전에야 그 내력을 알게 됐다. 종 막산은 영건이 아직 젖먹이였을 때 돌림병에 걸려 갑자기 죽었다. 그러자 양반들은 아예 마음 놓고 분금에게 집적거렸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대체로 취미삼아 그런 불륜을 저질렀다. 분금은 자신이 노리갯감으로 전락하는 것이 너무 원통했다. 엄밀히 말하면, 분금은 본래 노씨 집안의 여종이 아니었으므로 종살이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공공연히 노씨네 종으로 간주되는 실정이었다. 한탄으로 나날을 보내던 분금은 남편을 묻은 지 1년 만에 젖먹이 영건을 등에 업고 몰래 주인집을 빠져나와 지리산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틀 동안 산길을 헤매던 분금은 지리산의 서쪽 자락에 있는 운봉을 지나 대도시 남원성으로 들어갔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옛말도 있지만, 뼈대 있는 양반집에서 수년 동안 종 아닌 종살이를 한 분금은 양반들의 예의범절에 거의 통달한 편이라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녀는 질병으로 온 가족이 몰살한 어느 한미한 시골선비의 청상과부라고 했다. 영건의 성은 김씨가 됐다. 마침 그 얼마 전 역질이 남원성을 강타했던 탓에 성안엔 주인 없이 텅 빈 집이 여럿이었다. 분금은 그 가운데서도 시장 쪽으로 얌전히 앉은 초가집 하나를 골라 거처로 삼고서 오직 삯바느질에만 매달렸다. 분금은 나이 일흔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원체 부지런해 해마다 조금씩 재산이 늘어났다. 과부 허리춤엔 은이 서 말이란 속담 그대로였다. 영건이 스무 살쯤 됐을 때 어머니 분금은 논을 네댓 마지기나 장만했다. 영건은 어려서 서당을 몇 년 다녀 까막눈은 아니었다. 그는 홀로 고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워 일찌감치 공부를 그만두고 농사일에 전념했다. 잘 모르는 것은 이웃의 경험 많은 노인에게 물었고, 가끔 시장에 들러 쌀, 콩, 면화, 무명 등의 가격을 조사해 비망록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만일 콩 한 되라도 팔라치면 반드시 시세가 가장 비쌀 때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살림을 하다 보니 영건은 곧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됐다. 그런 아들인데도 늙은 어머니는 영건에게 늘 하는 말이 있었다.“누구에게든지 공손해라! 가난한 이웃을 잘 보살펴 주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이만큼이나 살게 된 것은 모두 부처님의 크신 원력 덕택이다. 절간에 시주를 게을리 하지 말라!” 영건은 그 가르침을 묵묵히 따랐고, 이웃사람들이 모두 영건을 존경했다. 어머니는 세상을 뜨기 전날 밤, 아들을 머리맡에 불러 앉혀 놓고 나직이 말했다.“지금까지 네 아버님의 기일(忌日)이라 믿어온 것이 실은 함양 양반 노씨네 종 막산의 제삿날이다. 나는 그 아내 분금이다. 네 아버지는 경상도 하동 사는 김 선비인데, 이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더는 모른다. 부디 죄 많은 이 어미를 용서해라. 이제 비밀을 네게 털어놓으니 내 가슴이 후련하구나!” ●김영건과 예언서의 만남 김영건은 아무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가 없어 혼자 그저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랬는데 정 노인 사건까지 터져 마음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천도를 핑계 삼아 절간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평생 동안 뭐든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던 것인데, 갑자기 하늘이 무너진 것도 같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회의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과연 전생에 무슨 큰 죄가 있어 평생 아버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는가. 종 아닌 종이 되어 제 근본을 숨기고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 되는 내 인생은 도대체 얼마나 불쌍한가. 언젠가 이 비밀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자식들의 장래는 또 어찌 될 것인가. 이 놈의 세상이 아주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나같이 천한 사람도 가슴 펴고 떳떳이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와야 된다. 도무지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구나!” 김영건이 제기한 질문들은 누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 노인 사건 이후 영건은 사람이 달라졌다. 그의 왕성했던 식욕은 오간데 없어졌고, 일할 마음도 사실은 거의 사라졌다. 세상이 허무하다는 한 생각만이 온종일 영건의 머리에 가득했다. 영건은 그런 자기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해 더욱 고민이었다. 그나마 큰 다행은 그가 가끔은 절간에 들러 스님들과 문답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건은 태연한 척 여러 가지 사소한 질문을 던졌다. 스님들 가운데는 더러 영건의 깊은 고민을 눈치 채는 경우도 없지 않아 찻잔을 마주한 승방 문답이 해질 때까지 오래 이어지기도 했다. 절간을 오가는 횟수는 점점 많아졌고 영건은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인연설은 물론 장차 미륵부처가 다스릴 용화세계가 지상에 실현된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밖에 승려 태진이 소지했던 것과 같은 ‘남사고비기’라든지 ‘정감록’에 관해서도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그 비결의 내용처럼 세상이 뒤집어져 상놈이 양반도 되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과연 그런 세상이 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당시 조정에선 일체의 ‘위험한’ 비결의 독서, 소장, 유포 및 출판을 엄금했다. 금지가 심할수록 비결은 더욱 유행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알게 됐다. 영건도 절간에서 객승이 소지한 ‘남사고’를 한두 번 구경한 적이 있었다. 영건은 비결을 베껴 곁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그는 점차 비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비결을 직접 소장하지 못했고, 비결대로 세상을 바꾸려는 ‘불온한’ 사람들의 무리에 섞이지도 못했다. 그러기엔 영건의 성격이 너무도 소극적이었고 그는 이미 늙었다. 하지만 큰아들 원팔은 달랐다. 영리한 아들은 아버지의 불안과 고민을 대강 눈치 채고 있었다. 아들에겐 최봉희란 약빠른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이미 ‘남사고’를 소장하고 있었다. 아들은 최의 책을 필사해가지고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들은 위험천만한 ‘비결’ 조직에 점차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남원 양반 이유성의 문제제기 김영건 일가에 정체성의 위기가 다시 찾아온 것은 1733년이었다. 이미 칠순에 접어든 정 노인과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정 노인의 외손녀사위인 이유성과 다툼이 벌어졌다. 어느 날 술 취한 정 노인이 이유성이 듣는 데서 김영건의 비천한 출신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정 노인의 친구 가운데는 젊은 시절 분금을 유독 탐낸 양반이 하나 있었다. 그 양반이 참으로 우연히 남원 읍내 길가에서 이미 노인이 다 된 분금을 마주친 것이 화근이었다. 친구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 노인은 김영건을 노씨네 종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김영건의 비밀을 들은 이유성은 반드시 그것을 폭로하겠다고 별렀다. 스스로 양반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혈기 방장한 양반 이유성에게는 신분이 뒤섞이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근본을 뒤흔드는 범죄행위였다. 그는 가짜 양반 김영건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유성의 적의를 느낀 김영건 일가는 극도로 긴장했다. 양측의 대립은 갈수록 심각해져 마침내 상대방을 관가에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출된 양측의 문건을 검토한 이 형방은 그들의 주장에 애매한 점이 많은 데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다른 사건들이 많은 관계로 그에 대한 심리를 뒤로 미뤄놓고 있었다. 김영건의 큰아들이 남원성벽에 붙인 벽보에는 게시자가 이유성의 아버지 이여매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들은 자기들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이유성 집안에 역모 죄를 뒤집어씌울 계산이었던 모양이다. 정말 그런 단순한 계산에서 김원팔 형제는 위험천만한 벽보를 붙였을까. 아니면 혹시 어떤 비밀집단이 그들의 배후에서 벽보사건을 기획했던 것일까. 도승 자명과 변산 승려 태진, 최봉희, 김원팔 등의 관계는 정확히 무엇인가. 다음 호에서 따져볼 것이다.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되돌아 본 2004 문화] ②방송계

    [되돌아 본 2004 문화] ②방송계

    2004년 방송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드라마가 선봉에 선 ‘한류 열풍’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고, 그 파급력은 엄청난 경제 효과로 이어졌다. 시청률 50%를 넘는 ‘국민드라마’가 속속 등장하고, 외주제작 시스템이 성숙 단계에 접어드는 등 외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간접광고가 범람하는 폐해를 낳기도 했다. 경찰의 수사로 밝혀진 인기 연예인들의 병역 비리 파문과 오락프로그램 녹화 중 숨진 성우 장정진씨의 사고 등은 방송계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욘사마 신드롬 과거 동남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불던 ‘한류 열풍’은 올해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욘사마(배용준) 신드롬’이란 달콤한 열매를 이끌어냈다. 이 드라마 하나가 국내 경제에 2조 3000억원의 경제 파급 효과를 일으켰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후 일본에는 거의 모든 한국 드라마가 방영될 정도에 이르렀고, 박용하·권상우·류시원 등 스타 배우들이 또 다른 한류 스타로 발돋움했다. ●드라마 공화국 MBC ‘대장금’과 SBS ‘파리의 연인’이 50%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는 등 안방극장에 드라마 열풍이 몰아쳤다. 기존 불륜·멜로 일변도에서 벗어나, 신데렐라 스토리는 물론 퓨전 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선보였다. 기존의 소극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새로운 여주인공상이 제시되기도 했다. 해외 수출을 의식한 해외 촬영 붐과 함께 수십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들이 범람하면서,‘간접광고(PPL)’ 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예계 병역 비리 송승헌, 장혁, 한재석 등 톱스타들이 병역 기피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군에 입대하는 등 연예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송승헌은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 등에 수출하려던 ‘슬픈 연가’에서 중도 하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를 계기로 남자 연예인에게 군 문제가 더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 문제로 인식되면서 나이가 찬 남자 연예인들이 서둘러 군에 입대, 남자 주인공 품귀현상이 생겨날 정도가 됐다. ●잇따른 사망사고 지난 3월 유창혁 바둑 프로기사의 부인인 김태희 아나운서가 숨진 채 발견됐고,7월에는 정은임 아나운서가 차량전복사고로 세상을 떴다. 특히 KBS 성우 장정진씨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 9월 13일 K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은 101%’ 녹화 도중 소품용 떡이 목에 걸려 질식,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 한달 후 사망했다. 국내 예능 프로그램 제작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탄핵방송 논란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를 다룬 KBS,MBC 등 방송사의 방송 내용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탄핵안에 대한 논란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일단락됐지만, 방송 심의는 두 달여를 더 끌며 정계와 학계에까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방송위가 7월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제때 결정을 하지 못하고 갈등과 의혹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여대생 공기총 살해’배후 의혹 원한관계 50대女 구속

    여대생 하모(22)양 피살사건의 공범으로 윤모(57·여)씨가 20일 경찰에 구속됐다.지난 3월16일 경기 하남시 검단산에서 하양이 머리에 공기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된 지 5개월 만이다. ●검거 경위와 배경= 윤씨는 하양의 사체가 발견되기 열흘 전인 3월6일 하양을 집 앞에서 납치·감금하도록 해외도피 중인 윤모(41)·김모(40)씨에게 사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두 용의자는 지난 4월 초 각각 베트남과 홍콩으로 달아났었다.달아난 윤씨는 구속된 윤씨의 친조카로 확인됐다. 그러나 윤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하양을 미행하도록 부탁한 적은 있지만 납치·감금을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경찰은 계좌추적 결과 윤씨가 지난해 10월11일 차명계좌 통장에서 현금 7000만원을 인출,이 가운데 5000만원을 용의자 김씨에게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또 윤씨가 사건 직후인 지난 3월24일과 4월 초 등 두차례에 걸쳐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7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경찰은 “윤씨가 사건 직전 친조카와 자주 만났고,하양을 미행했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히 윤씨가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전화 4대를 이용,친조카 윤씨와 범행 전후 수백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사 전망= 경찰은 달아난 두 용의자를 붙잡기 위해 인터폴과 공조수사를 펴고 있다.또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용의자가 국내에 1∼2명 머무르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하고 검거에 나섰다. 윤씨는 부산에서 제분회사를 운영하는 재력가(55)의 부인으로,숨진 하양과 사위(29)의 불륜관계를 의심,하양을 미행하는 등 마찰을 일으킨 정황이 포착돼 용의선상에 올랐다. 광주 이영표 황장석기자 tomcat@
  • ‘여대생 하씨 피살사건’ 용의자에 돈받고 경찰5명 하씨 미행했다

    지난 3월 경기 하남에서 발생한 여대생 하모(22)씨 피살사건과 관련,현직 경찰관 5명이 유력한 용의자로부터 돈을 받고 하씨와 주변인물을 4개월 남짓 미행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의 혐의를 확인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이들을 하씨 살해 혐의로 서울지검에 신병지휘를 요청했으나 사건을 넘겨 받은 경기 광주경찰서가 별다른 이유없이 이들의 살인혐의를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19일 이모(54) 전 구로경찰서 경사 등 경찰관 5명이 2000년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하씨와 원한관계에 있던 Y씨로부터 돈을 받고 하씨와 법조인인 사위 K씨를 미행했다고 밝혔다. Y씨와 초등학교 동창인 이씨는 지난2000년 11월말 Y씨로부터 “사위와 하씨의 불륜관계가 의심되니 미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전 구로경찰서 박모(40)경위·조모(49)경사·전모(39)경사와 전 서울 방배경찰서 황모(40)경사등을 시켜 5차례에 걸쳐 이들을 미행했다. 이같은 사실은 하씨 살인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남경찰서가 지난달 Y씨의 은행 계좌에서 빠져나온 60만원이 이들경찰관의 계좌로 흘러간 점을 확인하면서 밝혀졌다.경찰은 “이 돈은 Y씨 사위의 대화내용을 녹취한 비용으로 전달됐다.”고 밝혔다. 숨진 하씨는 이종사촌 오빠인 K씨와 가깝게 지냈으며,두사람의 관계를 의심한 K씨의 장모는 하씨 집안과 법적 소송까지 벌였다.또 K씨의 장모는 하씨 납치,살해를 주도하고 해외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모(41)씨와 인척관계인 것으로 드러나 경찰 용의선상에 오른 상태다. 이에 강남경찰서는 이 전 경사 등 5명에 대해 살인 등의혐의로 서울지검에 신병지휘를 요청했으나,검찰은 관할 경기 광주서로 사건 일체를 넘겼다.그러나 광주서 관계자는“정확한 기록이나 증거가 없어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밝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서울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이들이 하씨 피살사건에 직접 관련된 증거는 포착되지 않았으나 간접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3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전 경사와조 전 경사,박 전 경위 등 3명을 파면하고,전 전 경사와황전 경사를 해임 조치했다.한편 하씨는 지난 3월6일 새벽 수영장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선 뒤 16일 오전 경기 하남시 검단산 등산로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조현석 이영표기자 tomcat@
  • 힐러리, 클린턴과 불륜 묵인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민주·뉴욕)은 남편과 ‘사면스캔들’ 당사자인 억만장자 마크 리치의 전 부인 데니스 리치와의 섹스 스캔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미국의 주간 내셔널 인콰이어러지 최신호(13일자)가보도했다. 인콰이어러지는 백악관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힐러리가대통령의 활동을 일일이 보고하는 비밀경호원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정사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워싱턴의 한 사교계 인사는 “힐러리가 두 사람 관계를 알고있었으나 데니스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지 않았다”며 “힐러리에겐 전 백악관 인턴사원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처럼젊고 애교많은 여자가 위협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주간지는 또 힐러리는 친동생 휴 로드햄 변호사가 탈세및 사기혐의로 기소된 사업가 앨먼 글렌 브러스웰의 사면에개입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힐러리는 지난달 22일 회견을 통해 “동생의 연루사실을 몰랐으며 동생이 받은 20만달러를 돌려주도록 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힐러리는 동생이 클린턴에게 사면을 받아내려는 데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로드햄이 사면에 연루된 것은 브러스웰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고전했다. 인콰이어러지는 클린턴 부부가 로드햄에게 사면로비 성공사례금을 돌려주도록 요구해 그 돈이 반환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 은행 소식통에 따르면 그때까지 돈은 돌려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백악관측은 최근 3일동안의 클린턴의 사면스캔들 청문회도 의혹이 해소되기 보다는 의문만 증폭되자 이번 논란을조기에 매듭짓도록 공화당 관계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의회 관계자는 “백악관은 우리의 행동을 불쾌하게생각하고 있으며 ‘무슨 일을 하는 것이냐’는 압력성 전화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고 주간 뉴스위크 최신호(12일자)는 전했다. 한편 미국 대중지 글로브&스타는 최근 힐러리가 4월에 이혼 청구소송을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연일 불거지는 남편의 스캔들로 볼 때 남편과의 관계를 빨리 끊는 것이 앞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것.그는 저명한 이혼전문 변호사인 앨레노아 앨터와 스탠퍼드 노트윈에게 이혼 수속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90년대 여성 작가 비판 고조

    90년대 여성작가들에 대한 비판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평단 일부의일방적인 성원 속에 대중적 성가가 높은 이들 문학을 ‘속빈 강정’으로 꼬집은 평문들이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지적과 비판의 강도가 날로 강렬해져 주목된다.여러 비판 가운데 작가신경숙과 전경린에 관한 평문이 특히 눈길을 모으고 있다. 평론가 정문순은 문예중앙 가을호에 ‘통념의 내면화,자기위안의 글쓰기’란 제목으로 올 초 발간된 신경숙의 소설집 ‘딸기밭’을 분석하면서 작가의 ‘속 비어있음’을 날카롭게 적시하고 있다.그는 신경숙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정문순은 90년대 문단의 바로미터로 보아도 무방한 신경숙의 소설이80년대 문학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데서 문제의 뿌리를 보고 있다.신경숙 등 90년대 문학은 비판적으로 계승할 힘같은 것이 있어 80년대 문학을 대체한 것이 결코 아니라 그저 운좋게 ‘무주공산을 점령하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사회변혁,민주화 등 80년대 거대 담론에 억눌려 말해질 수 없었던 삶의 다양성이나 개인의 내면성 등이 신경숙의 개성적인 문체에 힘입어 표현된다고 얘기되어 왔지만 신경숙이 집착하는 자의식과 내면의 세계는 자신과의 치열한 고투에서 나온 산물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한다.신경숙의 내면성 추구 문학은 현실과의 사투없는 고분고분함에 불과한데 80년대 문학의 적극적·낙관적 세계관에 배반당하여 무력감에젖어들던 90년대 문단이나 평단 일부가 스스로를 위로할 셈으로 이를과도하게 높이 샀다는 것이다. 아무튼 90년대 신세대 문학은 근본적으로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패배의식에서 나온 자기 방어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런 만큼신경숙 등 이들의 작업을 90년대 문학계의 대안으로 평할 수 없다고정문순은 못박는다.그러면서 그는 이전부터 제기돼 온 여러 신경숙작품에 대한 표절 의혹을 신경숙 문학의 본질적인 문제로 다시 거론하고 있다.단편 ‘딸기밭’은 편지 부분에서 남의 문장을 무더기로옮겨놓은 것으로,‘작별인사’는 일본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을 본딴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작품‘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패트릭 모디아노,최윤,윤대녕과의 관련성이 언급된 바 있고 단편 ‘전설’은 명백히 일본의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표절작이라고 정문순은 말한다.그러면서 그는 “문단이 실력보다 무늬가 큰 작가를 자기네 취향과 상품성을 고려하여 띄워준 점이 과연 표절을 낳은 요인과 무관하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한편 평론가 이명원은 ‘작가’ 가을호에서 대표적 90년대 여성작가의 한 명인 전경린의 장편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을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불륜을 다룬 이 소설에 대해 이명원은 윤리적 일탈에 대한 가치판단에서가 아니라 불륜을 ‘서사화’하는 과정에서의 생에 대한 인식과 제도에 대한 비판의식과 관련,‘본격문학의 외양을 두른 함량미달의 낯뜨거운 연애담에 불과하다’고 통박한다. 본격문학의 외양 속에 대중문학의 기제들을 무차별적으로 유입시켜소설의 가독성을 높이고 소설의 상품성을 고조시키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뭔가 심오하고 비의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는 뉘앙스를던져준다는 것이다.즉 무늬만 그럴듯한 ‘의사(擬似)-본격문학’이란 것.이같은 비판들은 90년대 여성작가 작품을 그저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한테 다소 의외로 들릴 수도 있으나 문학을 삶과 세계에 대한 치열한이해로 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겐 수긍되는 대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영기자 kjykjy@
  • 시드니 소식/ “금메달보다 동메달이 만족도 높다”

    ◆‘동메달 만족도가 금메달보다 훨씬 높다’-. 시드니올림픽 호주선수단 일원인 심리학자 그래험 윈터스 박사가 이색적인 주장을 내놓아 눈길.윈터스 박사는 금메달리스트는 잠시동안의 행복감이 끝난 뒤에는 진짜 삶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되고 이어 다음 대회 준비를 위한 중압감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또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놓친데 대한 안타까움에 사로 잡힌다는 것. 그러나 동메달을 딴 선수는 어쨌든 메달을 획득했다는 사실에 매우기뻐한다고 설명했다. ◆시드니올림픽에 대한 호주 국민의 관심도가 대회 개막이 다가오면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멜버른의 여론조사 기관인 ‘스위니 스포츠’가 6∼7월 시드니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16%가 ‘대회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지난해 12월(11%)에 비해 높아졌다. 조사기관측은 “축구 예선경기가 열리는 브리즈번의 경우 관람 의사를 밝힌 응답자가 2%에서 무려 14%로 치솟았다”고 덧붙였다. ◆남자마라톤 스타 스티브 모네게티 등 호주대표선수들이올림픽 약물 퇴치의 선봉임을 자임하고 나섰다. 호주 선수위원회는 약물복용 의혹을 불식시키고 금지약물 추방운동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약물검사와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의 인기 TV앵커인 스탠 그랜트(36)와 트레이시 홈스(34)가 두사람간 불륜 사실이 발각돼 마이크를 빼앗겼다. 4,500만달러에 시드니올림픽 방송중계권을 따낸 ‘채널 7’ 방송은올림픽 여자앵커로 내정된 홈스를 해고하고 그랜트를 인기 시사프로그램 ‘투데이 투나잇’ 진행에서 물러나게 했다.‘채널 7’은 그랜트가 2주전 “홈스와 함께 살고 싶어 아내와 3명의 자식을 떠났다”고 밝힌 뒤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시청률이 폭락,부득이 앵커 경질을 결정했다. ◆아시아 최고의 스프린터 이토 고지(일본)가 시드니올림픽 100m에서 아시아는 물론 비흑인으로서는 최초로 10초 벽을 돌파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98방콕아시안게임 100m에서 10초F을 기록한 이토는 지난해 6월 국내 시범경기에서9초9의 비공인 기록을 냈다.애틀랜타올림픽 200m에서 일본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준결승에 올랐고 1,600m 계주에서는 5위를 차지했다. ◆시드니올림픽 한국선수단 선전기원 음악회가 20일 오후 3시부터 2시간여동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대한체육회(KSC)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음악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행사로 클래식과 현대음악,대중가수들의 공연 등 다양한장르로 구성됐다.
  • 日 도쿄고검장 6년사귄 술집접대부와 섹스스캔들

    일본 검찰의 ‘넘버 2’인 도쿄 고검장이 술집 접대부와의 섹스 스캔들에휘말려 대검 조사를 받게 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9일 보도했다. 이 신문과 스캔들을 첫 폭로한 월간지 ‘소문의 진상’에 따르면 노리사다마모루(則定衛·60)고검장은 6년전 긴자(銀座) 고급 술집에서 당시 22살이던 여성을 만났다.이 여성은 인터뷰에서 “함께 호텔에 묵을 때 그가 가명을쓰고 간사이(關西)지방 출장때는 동행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대검이 차기 검찰총장 0순위인 노리사다 고검장을 조사키로 한 것은 불륜의 여부보다는 직무상의 문제. 그가 나랏돈으로 애인과 동반출장했다거나 이 여성에 대한 위자료 지급을민간업자에게 떠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黃性淇
  • 저질 프로그램 실상:上(방송 이대로는 안된다:2)

    ◎‘보도·교양’마저 선전성 경쟁/가치관 바로잡기보다 오도/드라마·오락은 ‘화날 정도’/시사·고발프로가 ‘고발대상’ ‘시청률과 관련해 비난받아야 할 것은 시청률 자체라기보다는 시청률 지상주의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또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시청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소재 또는 화면을 남발하려는 경향이다.’ 최근 모방송사가 발간한 방송가이드라인에 나오는 내용이다. 시청률에 관한 모범답안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요즘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금방 이같은 말이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함을 알수 있다. 앞에서는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짐짓 점잔을 빼지만 돌아서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청률의 노예가 돼버리는 것이 요즘 우리나라 방송사의 실상이다. IMF 이후 방송사간 시청률 경쟁이 더 격화되면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저질 프로그램의 영역은 이제 연예·오락뿐만 아니라 보도·교양 부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부문별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사례중심으로 알아본다. ▷드라마◁ “이 드라마만 보면 화가 치밀어요. 도대체 왜 이 드라마엔 정상적인 사람이 하나도 안나오는 겁니까.”(lamia) 모방송사 아침드라마를 보고 한 시청자가 PC통신에 올린 글이다. 요즘 TV를 보면 이같은 말이 절로 나올 법한 드라마가 한두개가 아니다. 부동의 시청률 1위를 자랑하고 있는 MBC의 ‘보고 또 보고’는 겹사돈을 둘러싼 두 집안의 갈등으로 시민모니터단체와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꼬고 또 꼬고’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랑과 성공’은 이보다 더한 경우. 현대판 콩쥐팥쥐 아니냐는 당초 우려대로 회를 거듭할수록 계모의 구박과 질시가 더하고 있어 주말 저녁 가족들이 오붓하게 둘러앉아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SBS의 아침드라마 ‘포옹’도 마찬가지다. 한 유부남이 자신의 아기를 키우는 옛 연인 근처를 배회하고,그의 부인은 첫사랑 남자의 아이를 가진 채 결혼하는 등 부도덕한 관계로 점철돼 있다. KBS도 얼마전 종영된 ‘야망의 전설’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매체비평 통신동우회 ‘매비우스’는 지난주 펴낸 방송프로그램평가보고서에서 “지난 2월 방송사들이 남녀간의 선정적이며 비정상적인 사랑타령만을 일삼는 드라마의 내용과 편수를 지양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옛 모습만 지향했다”고 지적했다. 또 줄이겠다던 드라마 편수도 ‘드라마 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아침과 심야시간대에 재방송하는가 하면 10월 이후에는 각 방송사가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시트콤류 드라마를 여러편 신설(KBS2 ‘사관과 신사’ ‘싱싱 손자병법’,MBC ‘아니 벌써’,SBS ‘나 어때’)해 결과적으로 과거와 비교해 달라진 점을 찾기가 힘들다고 꼬집었다. 방송 모니터 단체들은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 나가며 열심히 생활하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좀더 많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비평가들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가 장수하는 비결을 드라마 제작자들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다. 불륜과 선정성이 없이도 얼마든지 좋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보도·교양◁ 시청률 경쟁은 사회현상을 정확히 전달해야 할 뉴스와 시사고발프로그램마저 선정성으로 물들게 하고있다. 얼마전 KBS와 SBS는 화가가 음란 몰래카메라를 찍었다는 뉴스를 내보내면서 화장실에서 여성이 옷을 추스르는 모습과 여자 탈의실의 모습을 허술한 모자이크로 처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9월에는 SBS가 ‘내가 포르노 스타’‘충격고백 14살 마약 파트너’ ‘인터걸 성업’ 등 ‘성’을 주제로 한 내용을 잇달아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MBC의 경우 ‘사람잡은 소방차’‘노래방 접대부’‘승강기의 비명소리’‘단속할테면 해봐라’‘낮엔 선수,밤엔 강도’ 등 선정적인 제목과 충격적인 화면을 사용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한술 더 뜬다. ‘고발’이라는 미명 아래 ‘매춘 아르바이트’ ‘원조교제­10대 신종아르바이트’ ‘러브호텔’ ‘65세 고개드는 성’ 등 삼류 음란잡지 목차로나 어울릴 법한 소재들을 잇달아 방송했다. 기획의도야 물론 사회 일부계층의 그릇된 윤리의식을 폭로하고 가치관을 바로잡겠다는 것이지만 그보다는 일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속셈이 훤히 드러난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개혁프로그램을 편성하거나 사회적 쟁점을 보도하는 데 경쟁사에 비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KBS의 ‘개혁리포트’는 연기 또는 재편집하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전파를 탈 수 있었다. 金賢柱 광운대 교수는 지난달 한 세미나에서 ‘한국방송의 문제와 지향점’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방송의 보도프로그램은 저널리즘이라는 고유의 사명보다는 방송사의 상업적 이해관계에 종속되는 장르로 위상이 격하됐다”며 “한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획기사·심층취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교양 프로그램이 절실한 때라는 진단이다. ◎93년이후 시행 어떻게/옴부즈맨제 운영 ‘시늉만’/KBS·MBC 홍보수단 전락/SBS는 그나마 올초 폐지/모두 ‘시청 사각시간대’ 편성 시청자의 불만과 의견을 수렴해 더 나은 방송을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 93년 10월 첫 도입된 각 방송사의 옴부즈맨 프로그램. 시청자가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이 프로그램은 그러나 실상 방송사의 찬밥신세로 천덕꾸러기 취급받기 일쑤다. 현재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KBS의 ‘시청자 의견을 듣습니다’와 MBC의 ‘TV속의 TV’가 전부. SBS는 지난 3월 개편때 ‘TV를 말한다’를 아예 폐지해버렸다. 이 프로그램들이 찬밥신세라는 것은 편성시간대만 봐도 당장 드러난다. ‘시청자 의견을 듣습니다’는 일요일 오전 7시30분부터 30분간,‘TV속의 TV’는 토요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된다. 모두 시청시간의 사각지대에 편성됐다. ‘TV속의 TV’는 얼마전까지 일요일 오전 6시35분에 방영되다 그나마 운좋게 자리를 옮겨왔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문제는 이 프로그램들이 당초 편성 취지인 ‘자사 방송에 대한 발전적인 비판’이 아니라 단순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강도 높은 비판을 유지해온 ‘TV속의 TV’의 경우 최근 사내의 강한 압력으로 비판의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원인을 구조적인 한계로 돌린다. 대부분 3∼4년차 신참 프로듀서가 만드는 이 프로그램들이 한솥밥을 먹는 고참 선배들을 비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MBC는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MBC프로덕션에 외주를 맡겼지만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에 따라 외주제작을 하더라도 일반 프로그램의 외주보다 훨씬 까다로운 단서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언론 시민단체가 제작에 참여하고 방송사는 시설대여 및 기술 지원만하는 시스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방송개발원 朴雄振 연구원 인터뷰/“프로그램 평가 새기준 시급”/시청률 경쟁 폐해 커/질적 판단잣대 갖춰야 “방송도 하나의 산업이라고 볼때 시청률에 비중을 두는 것 자체가 나쁜건 아닙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방송은 시청률만 높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풍토로 변했습니다.” 한국방송개발원 방송프로그램연구실의 朴雄振 연구원(30)은 ‘시청률 지상주의’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IMF 직후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을 폐지·축소하는 등 잠시 자숙하는 분위기를 보여줬던 방송3사는 올들어 광고수입이 격감하자 생존권 차원에서 더욱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는 “방송사간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의 가장 큰 폐해는 시청자가 방송의 주인이 아니라 객으로 내몰린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사는 시청자보다는 광고주의 눈치를 더 살핀다. 그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해악이 될지 도움이 될지는 관심 밖이다. 오로지 시청률만 올라가면 된다. 이쯤되면 광고주가 방송의 주인으로 격상되고,시청자는 광고를 따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문제는 민영방송뿐 아니라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도 이 시청률의 올가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朴연구원은 “공영방송은 상업 정크 방송에 싫증난 관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시청료를 올리더라도 공영방송은 공익을 추구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청률만 좇다보니 프로그램의 질은 자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소재와 화면으로 시청자의 말초신경을자극하거나 10대 위주의 프로그램 편성으로 채널 선택권을 제한한다. 타방송사의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모방하거나 일본 인기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허다하다. 朴연구원은 “프로그램의 평가 기준을 지금처럼 시청률에만 둔다면 우리나라 방송의 발전은 요원할 것”이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질적인 평가를 병행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美 의회 윤리 앞세운 政爭의 몰윤리(해외사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불륜 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은 하원 본회의에서 탄핵절차를 의결함으로써 큰 고비를 맞았다.클린턴 대통령은 자리에서 쫓겨날 가능성에 직면한 미국사상 세번째 대통령이 됐다. 이상한 일이지만 백악관 주변은 긴박감보다 이젠 한숨을 돌렸다는 안도감이 감돈다고 한다.실제로 정치·경제적 상황이 격변하지 않는 한 대통령의 자발적 사임이나 탄핵에 의한 퇴임은 없다는게 현지 소식통의 정세분석이다. 하원 결의에서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예상을 훨씬 밑도는 31명에 그쳤다.결의에 동조하는 민주당 의원이 100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는 바람에 백악관측이 설득에 나서 31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백악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의 탄핵결의에 동조한 31명은 순수하게 윤리적 판단을 한 것일까.상당히 의심스럽다.대부분은 1개월 남겨둔 중간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계산을 했을 것이다.탄핵절차에 동조하지 않으면 다음선거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계산은 공화당쪽도 비슷하다.정치적 신념이나양심과는 거리가 멀다.일관된 미국 국민들의 여론에 눈치를 보고있다.대통령의 불륜이나 거짓말에는 불쾌해하면서도 과반수가 ‘대통령의 실적’을 평가하고,이 사건으로 ‘사임할 필요까지는 없다’는게 대체적인 미국민들의 생각이다.의회가 백악관측에 약점을 잡히고 있는 격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에서 가장 칭찬받지 못할 사람은 두말할 나위없이 대통령이다.지나치게 경솔한 행동을 저지른 나머지 공인으로서 거짓말을 한 ‘윤리의 죄’는 무겁다.그렇지만 이때문에 탄핵소추를 당해야 하는지는 별문제이다. 이처럼 윤리를 앞세운 정쟁의 몰윤리한 모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걸까. 민주주의의 본가에서 일어난 이번 정치드라마의 등장인물 모두에게 가장 결여된 것은 진정한 고뇌이다.‘미국의 세기’라고도 일컬어지는 금세기말의 풍경은 슬프기조차 하다.
  • 美 공화 의원들 성추문 도미노/모두 클린턴 비판자

    ◎“백악관의 음모다” FBI에 수사 요구/블루멘탈 보좌관 배후 지목… “믿을만한 증거 있다” 요즘 미국 정가에서는 정치인들의 추문 폭로전이 한창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이 파문을 일으키며 정치적 사건으로 비화된 게 첫단추가 되었다. 공화당은 17일 하원 법사위원회 헨리 하이드 위원장의 간통사건이 폭로되자 루이 프리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서한은 “의원들에 대한 조직적인 중상과 협박운동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면서 백악관의 시드니 블루멘탈 보좌관을 직접 거명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직접 다루고 있는 하원 법사위원장의 성추문이 폭로되자 백악관이 배후에 깊숙이 개입해 있다고 본 것이다. 성추문 파문이 확산되면서 클린턴 비판에 앞장서온 댄 버튼 하원 정부개혁 감시위원장이 혼외정사로 자식까지 낳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공화당의 여성의원인 헬렌 체노웨스도 지난주 한 기혼남과 오랫동안 불륜관계를 가져온 사실이 들통나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민주당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사임을 맨먼저 요구했던 폴 맥헤일 의원은 남의 공적을 가로채 무공훈장을 받았다는 투서로 곤욕을 치러야 하기도 했다. 비리가 뒤늦게 들춰진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클린턴 비판자들이다보니 의혹의 눈길은 그대로 백악관으로 향했다. 백악관은 물론 펄쩍 뛰었다. 배후로 지목받은 블루멘탈 보좌관은 성명을 발표하고 “나는 그런 것을 공개하는 것이 잘못된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비록 추문 폭로전에 백악관이 개입하지는 않았더라도 클린턴 대통령을 탄핵위기로 몰고 있는 공화당과 우익의 공세에 대한 견제세력들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캘리포니아 민주당원 봅 멀홀랜드가 “만약 클린턴에 대한 탄핵절차가 강행될 경우 공화당 의원이나 배우자들의 사생활 비리를 계속 폭로,수개월내에 하원 법사위원회는 의결정족수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던 터라 의구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 이거 달라져야 합니다(고쳐야할 정치행태 시리즈:15)

    ◎날조된 불륜·금전비리 「하더라식」 유포/선거철마다 얼굴없는 전화·유인물 홍수/여론조사 조작·경쟁자 고발등 수법 다양/“음식제공” 상대후보 이름대놓곤 펑크/“수갑찰 사람”·“고문주범”등 매도 보통/후보 정책토론 정착,「사술정치」 뿌리뽑아야 해방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치권에서 각종 흑색선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은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특히 각급 선거직전에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마타도어와 이에 편승한 바람몰이식 선거운동방식은 건전한 선거문화 정착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14대총선을 앞둔 민자당 N의원은 지난 88년 13대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의 흑색선전으로 치렀던 곤욕스러운 경험을 회상하면 지금도 아찔한 기분이다.당시 N의원은 서울 강서을에 입후보한 구여당인 민정당 현역의원이었다. N의원으로서는 지역구 관내에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자리잡은 관계로 전국 규모의 새마을 관계행사에 자연스럽게 참석,당시 새마을중앙회장이었던 전경환씨와 염보현 전서울시장 등과 함께 연단에서 격려사 등을 할 기회를 자주 가졌다.물론 그로서는 이때 이들과 함께 찍힌 사진이 선거전에서 상대 야당후보에 의해 악의적인 흑색선전의 자료로 이용되리라는 것을 알 턱이 없었다. 13대총선 3일전 강서구 일원에는 N의원과 전경환씨 및 염 전시장이 나란히 찍힌 사진과 5공비이사건에 연루된 염 전시장의 수갑찬 사진,그리고 전경환씨가 재판정에서 방청객에게 뺨을 맞는 사진 등이 함께 게재된 타블로이드판 괴유인물이 무제한으로 살포됐다.더욱이 그 3가지 사진 상단에는 「수갑찰 사람이 이들 2명 뿐이겠는가」라는 큼지막한 제목도 붙어 있었다.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5공비리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N의원조차 마치 구속이 임박했다는 연상작용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교묘한 편집의도가 숨어 있었다. 다행히 N의원은 평소 지역구에서 가꿔온 깨끗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그같은 마타도어를 극복,어렵사리 당선됐지만 흑색선전은 종종 유권자를 오도해 선거판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주요인이다. 또 이번 총선에서 민자당 공천을따낸 L모씨(경북 경산·청도)는 공천심사기간동안 내내 『고문치사 사건의 주범』이라는 흑색선전에 시달려야 했다. 같은지역 공천경합자들이 비교적 우세한 판세를 보인 L씨를 흠집내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미 흘러간 옛노래를 고장난 축음기처럼 떠들어댄 것이다. 경북 청송·영덕의 민자당 공천자 H모씨도 『조강지처를 버린 패륜아』라는 온갖 투서와 모합때문에 한때 정치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실토한바 있다. 흑색선전은 본래 「출처를 위장하거나 밝히지 않은 채 적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군대와 국민을 이간시키기 위한 비밀선전」을 뜻하는 군사용어이다.그러나 진실은 언제인가 밝혀지게 마련이듯이 모든 흑색선전도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백일하에 그 허구성이 드러나 그것을 퍼뜨린 쪽도 응징하는 「부메랑효과」도 갖고 있다.결국 길게 보면 흑색선전은 정치불신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점에서 모든 국민을 피해자로 만드는 셈이다. 지난 87년 대선때도 야당유세장 주변에는 민정당후보나 경쟁야당후보의 과거행적,여자관계,금전상의 비리,연행등을 악의적으로 모략하는 출처불명의 홍보물이 홍수처럼 범람했다.이같은 조악한 내용의 흑색선전물은 가정에까지 우송돼 유권자도 아닌 청소년의 건전한 품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될 정도였다. 선거막판 일부지역에서는 특정후보가 사퇴했다는 루머가 고의를 가진 측에 의해 유포되기도 했다. 유세장의 군중수를 대통령후보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의 바로미터라고 착각한 나머지 「군중수 부풀리기」경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흑색선전 수법이 동원되기도 했다.각당마다 공사조직과 자금력을 총동원,유세장청중을 끌어모으는 것도 모자라 상대당의 기를 꺾기 위해 여의도광장에 서울인구의 절반이 훨씬 넘는 「5백만청중」이 동원됐다는 식으로 웃지못할 자가발전성 흑색선전이 거리낌없이 이용되었다. 대선 직후 평민당이 터뜨린 개표과정에서의 컴퓨터조작설도 그뒤 이를 증빙할만한 아무런 물증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인」흑색선전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87년12월 대통령선거 직후 평민당측이 제기한 「믿거나 말거나식」컴퓨터조작설은 그 이후 88년 4·26총선에서 민정당측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13대총선후 구성된 국회양대선거 부정조사특위에서 평민당측은 「여소야대」상황과 야당측이 위원장을 맡는 호조건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조작설을 뒷받침할만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채 그 주장자체가 「무이」였음을 입증했다. 더욱이 KBS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민정당보다 문제를 제기한 평민당쪽이 더욱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 의혹을 증폭시켰다.결국 컴퓨터조작설로 말미암아 단기적인 총선득표에서는 민정당이 피해를 당했고,장기적인 견지에서는 이같은 근거없는 설을 퍼뜨린 평민당의 공신력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초래,정치권 전체가 상처를 입는 꼴이 됐다. 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의 소속(정당)·사상·신분·직업 또는 경력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사실을 왜곡 ▲선거운동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를 비방 ▲진실에 반하여 성명·명칭 또는 신분표시를 해 우편·전보 또는 전화에 의한 통신 등 흑색선전을 행하는 자에 대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최하 2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에서부터 최고 5년이하의 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흑색선전이 이같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더욱 지능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지난번 총선에서 횡행했던 것처럼 상대방후보 이름으로 유권자들에게 호별로 전화를 걸어 음식대접을 할테니 오라고 해놓고 펑크를 내는 식의 흑색선전은 이미 고전적인 수법이 된지 오래이다. 14대총선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않은 시점인 최근 출마희망자들이 상대당후보에 대한 고소·고발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이같은 고소·고발사태는 깨끗한 공명선거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정당간 혹은 정당내의 경쟁자간 상대편을 흠집내 차기선거에서 자신이나 자기당 후보에 반사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불순한 저의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말하자면 새로운 유형의 교묘한 흑색선전인 셈이다. 뿐만아니라 선거일이 공고되고 본격적인 선거전이 불붙으면 조작된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한 흑색선전이 활개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는 지난 88년 영등포을 재선거에서 모야당이 자기당 후보 지지도가 1위라는 가짜 여론조사결과를 담은 유인물을 지역구에 대량으로 뿌린 이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수법이다. 이같은 흑색선전을 근절키 위해선 선거사범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제도개선이 일차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그러나 흑색선전에 대한 진위판단이 늦어지는 바람에 야기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선 유권자들의 냉철한 분별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그리고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정치인 스스로 의식을 개혁,흑색설전과 같은 「사술」보다는 공명정대한 「토론」에 의지하는 관행을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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