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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 아침에] 마음의 환경보호/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나의 고향은 경기 북부의 어느 소도시이다. 그곳에서 태어나 대학을 마칠 나이까지 살았다. 휴전선 가까운 곳이라서 인구가 많지 않아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특히 마을 한 쪽에는 큰 개울이라고 불리던 차탄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물이 맑고 수심이 깊지 않아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초·중학교 시절에 그곳에서 어항을 놓아 고기를 잡고 미역 감으며 놀던 것이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 그 차탄천은 개발의 여파로 수량도 줄고 오염되어 더이상 미역 감고 물고기를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고향에 들렀다가 그곳을 지날 때면 마음 한 구석이 뻥 뚫린 듯 매우 허전한 느낌이 들면서 환경보호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1960,70년대에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의 구호 속에 파묻혀서 관심 밖에 있었던 자연과 환경에 대해 늦게라도 눈을 뜬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하겠다. 어느 누구도 우리 주위의 자연 환경이 오염되고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나뿐인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망가지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의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적인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실상 우리 주위에는 내면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들이 무수히 널려있는 데도 말이다. 신문과 방송 매체를 통해서 쏟아지는 편견과 선입견, 인터넷과 영화를 통해 전해지는 폭력과 성적 충동, 이런저런 인간관계를 통해서 입게 되는 마음의 상처, 그로 인한 부정적 감정, 미움과 증오심, 경쟁 사회에서 겪게 되는 좌절과 실망 등등. 이 모든 것은 우리 내면의 뜰을 더럽히고 망가트린다. 우리의 내면이 오염되면 온갖 나쁜 생각들이 솟아나와 자신은 물론 주위를 혼탁하게 만든다. 일찍이 예수님은 이런 점을 예리하게 보고 지적하셨다.“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살인, 간음, 불륜, 도둑질, 거짓 증언, 중상이 나온다. 이러한 것들이 사람을 더럽힌다.”(마태오 복음 15장 19절) 눈에 보이는 자연과 세상의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오염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4세기의 그리스도교 수도자들은 내면을 정화하기 위해서 일상의 삶과 결별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정적 감정과 공격적 성향, 그리고 무의식적인 욕구와 과도한 열정으로 세상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 고독한 사막으로 물러갔던 것이다. 수도자들은 혼탁한 세상에서 자기 한 몸 구하겠다는 이기심에서 세상을 등졌던 것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기 전에 우선 자기 자신을 개선하고자 했다. 인간 내면에 자리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갖고 있는지를 잘 알았기 때문에 먼저 자신을 내적으로 정화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세상에 나섬으로써 세상이 더 치유되고 더 밝아질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유무를 떠나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고대의 수도자들이 했던 것과 유사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공간적으로 사막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해도 노력만 한다면 나름대로의 ‘일상의 사막’을 찾아가 복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침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를테면 텔레비전을 끄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승용차 안에서 라디오를 끄고, 버스나 지하철에서 그저 졸지만 말고 혹은 읽던 책을 내려놓고 조용히 내면의 밭에서 잡초를 뽑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일상의 사막’으로 들어가서 내면을 청정하게 하는 작업에 힘썼으면 좋겠다. 이제 한달 남짓 있으면 휴가철이 시작된다. 사람들이 붐비고 떠들썩한 곳이 아니라 조용한 곳(수도원, 기도원, 산사, 자연 휴양림 등)으로 가서 그동안 온갖 불순물이 가득했던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돌아오면 어떨지? 나의 내면이 좀더 깨끗해지고 밝아질 때 내 주위의 사람과 세상이 조금씩 더 깨끗해지고 밝아질 것이다. 손희송 신부 가톨릭대 교수
  • 아내를 외간 남자와 ‘동침’시킨 사내의 사연

    “그게 무슨 죄가 됩니까? 단지 불륜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외간 남자와 동침하는 것처럼 꾸민 것 뿐입니다.” 중국 대륙에 한 중년의 남성이 아내가 신흥 종교에 빠져 집안일을 내팽개치자,외간 남자와 동침하는 것처럼 꾸몄다가 적발돼 쇠고랑을 차게 됐다. 중국 중부 후난(湖南)성 옌링(炎陵)현 스저우(石洲)향 위안춘(源村)에 살고 있는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자신의 아내가 신흥 종교에 빠져 집안일을 내팽개친데 앙심을 품고,이 신흥 종교의 남자 신도와 마치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처럼 꾸미다가 들통나 부녀자 성폭행죄 혐의로 붙잡혔다고 광주일보(廣州日報) 인터넷신문 대양(大洋)망이 최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의 장본인은 다이후이췬(戴輝群·38)씨.지금까지 순박한 아내 장윈메이(張雲梅)와 함께 금실 좋게 오순도순 살아온 아주 평범한 농부이다. 그러나 그렇게 세상물정 모르고 순박하던 아내가 신흥 종교인 ‘산숙신(山叔神·옌링현 주변 일대에 준동하고 있는 소규모의 신흥 종교)교’를 믿으면서 그 좋던 금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장씨가 너무 산숙신교에만 매달려 종교 일만을 도와주는 바람에 집안 일에는 너무나 소홀히 한 까닭이다. 이 때문에 다이씨와 장씨는 자주 말다툼을 벌였다.그때마다 아내 장씨는 집안 일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대답만 했을 뿐 실제로는 행동에 옮기지 않아 궐자의 신경을 자극시켰다. 그러던중 올해 초 장씨가 ‘산숙신교 신도인 남자 쩡(曾)모씨를 집으로 불러다 며칠동안 숙식을 함께 하며 설교와 기도 등을 같이 하는 등 종교의식을 진행했다.이들 두 사람은 매우 즐겁게 종교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때 쩡씨는 이 집에 머물며 장씨와 함께 자기도 했다.이를 보고 견디다 못한 다이씨는 쩡씨에게 당신 두사람의 관계가 불륜인 것처럼 보이니 청산하라고 닦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두 사람은 단순히 같은 종교를 믿고 있는 만큼 함께 행동하다보니 그런 오해가 생긴 것일 뿐 결코 불륜 관계는 아니라고 왼고개를 쳤다. 이들이 보통 사이가 아님을 간파한 다이씨는 도저히 말로는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들이 관계를 끊을 수 있도록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쩡씨가 종교 행사를 위해 집에 들른 지난 3월 22일 오후 10시 D-데이로 잡았다.그날 10시가 되자,다이씨는 랜턴을 들고 집 2층으로 올라가 전기 공급원을 차단해버렸다, 당시 아내 장씨와 쩡씨는 낮부터 계속된 종교 행사로 피곤해 일찍 쓰러자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불을 끈 궐자는 랜턴을 들고 장씨와 쩡씨가 같이 잠을 자는 방으로 몰래 들어갔다. 다이씨는 이불을 살짝 걷어낸 뒤 아내의 두 손으로 쩡씨를 껴안고,다리로는 쩡씨의 엉덩이 위에다 터∼억 걸쳐 놓아 마치 성행위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잠자다가 이상하다고 느낀 쩡씨가 눈을 떠보고 깜짝 놀라 극렬히 반항하고,옆에 있던 장씨도 잠에서 깨 함께 합세하는 바람에 다이씨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화가 난 아내 장씨는 곧바로 남편을 후난성 옌링현 인민검찰원에 고소하는 바람에 다이씨는 부녀자 성추행 혐의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온라인뉴스부
  • ‘안거’ 스님도 사람일세

    ‘안거’ 스님도 사람일세

    스님들의 여름, 겨울철 집단 수행인 안거(安居) 기간에 수행처 선방은 일반인은 물론, 스님들까지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다. 득도를 위한 치열한 현장이지만 이곳 또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기에 생활의 단면들이 새록새록 스며 있다. 현성(40) 스님이 지난 2002년 전남 장성군 백양사의 산내 선방인 운문암에서 3개월간 안거를 지내면서 기록한 일상들을 세상에 알린 산문집 ‘동안거’(민족사 펴냄)는 그래서 독특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선방이란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면서 한국불교에 대한 나름대로의 지론을 과감하게 풀어놓았다. 현성 스님은 충북 괴산 공림사로 출가해 1998년 계간 ‘포스트모던’에 소설 ‘미인암(美人巖)’으로 등단한 재주꾼 수좌. 일찌감치 소설에 뜻을 두었지만 출가 스님인 탓에 다른 세상을 살면서 문재를 인정받은 인물로, 이번 글은 민족사의 제1회 출판원고 공모 당선작이다. 그래서인지 무엇보다 선방의 자잘한 일상을 감칠맛나게 풀어낸 글솜씨가 돋보인다. 안거를 나려는 선방에 등록하는 방부 들이기부터 스님들이 모두 모여 안거기간 동안 각자 할 일들을 정하는 소임 맡기(용상방),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참선과 운력, 해제까지 안거의 모든 과정이 담겨 있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선방에서 일어나는 스님들의 비밀스러운 일들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는 점.‘안거 초보자’의 입장에서 가감 없이 전하는 이런 이야기들을 스님은 “출세간(出世間)에 나타나는 세간(世間)의 모습들”이라고 말한다. 참선에 든 스님들에겐 독이나 마찬가지인 냄새 나는 파스나 화장품을 쓰는 스님들을 보는 시선이 스님답지 않게 솔직하다. 중생구제의 원을 세운 스님들이지만 역시 사람이기에 원초적인 욕심은 속인들과 다름이 없다. 참선에 들기 전 몰래 라면을 끓여 먹은 스님들이며 선방에서 방귀를 뀌는 스님들에 대한 단상이 흥미롭다. 참선에 들어서도 ‘원자폭탄급’ 방귀를 대수롭지 않게 뀌는 스님에서부터 면도칼로 삭발하던 중 피를 본 일, 불륜인 듯한 남녀가 암자로 승용차를 몰고 들어선 것을 보고 당황했던 일들이 흥미롭게 풀어진다. 현성 스님은 “안거를 두번밖에 지내지 못한 초보 수행자의 입장에서 스님들의 엄숙한 영역인 선원과 수행자들의 모습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을 망설였지만 거꾸로 솔직한 모습을 알리는 게 한국불교와 수행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9500원.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젊은작가들” 초청 내한 아르헨 소설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젊은작가들” 초청 내한 아르헨 소설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할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결혼, 둘째는 이혼입니다.(웃음)” 중년 유부남들의 일탈 욕구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소설집 ‘유부남 이야기’(문학동네)의 아르헨티나 작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40)는 낙천적인 남미인답게 시종일관 유쾌했다. 세상 모든 여자들로부터 딱 오해받기 십상인 주제에 대해 재치있는 대답으로 말문을 연 그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극적 불륜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비르마헤르는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선 ‘우디 앨런과 서머싯 몸을 합쳐놓은 작가’라는 평을 듣는 차세대 기대주다.1999년 단편집 ‘유부남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 권의 시리즈를 발표하며 평단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 번역출간된 ‘유부남 이야기’는 이들 시리즈 가운데 작가가 직접 뽑은 7편의 단편을 묶은 것이다. ●“불륜보다 행복한 결혼속 갈등 묘사”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일탈 충동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중년 가장들이 주인공. 첫번째 수록작 ‘마차’는 우연히 길에서 옛 애인을 만난 남자가 육감적인 그녀의 몸을 탐내 감언이설로 옛 애인을 유혹하려다 헛물을 켜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진다.‘세르비뇨 거리에서’도 아내 대신 유치원에 아들을 바래다주다 다른 아이의 엄마와 눈이 맞아 불륜을 저지르는 간 큰 남편이 등장한다. 이밖에 ‘노란 스카프’‘산꼭대기에서’등에도 중년 유부남들이 흔히 가질 법한 감정이나 생각들이 절묘하게 다뤄진다. “불륜을 다룬 소설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아마 일부다처제 국민들밖에 없을 것”이라는 그의 농담처럼 비르마헤르는 소설속에 거대한 철학적 담론을 담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학을 지향한다. 이런 태도 때문에 아르헨티나 문단에서는 그의 작품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지난 7일 개막해 13일까지 열리는 국제문학행사 ‘2006서울, 젊은 작가들’(주최 한국문학번역원)에 초청받아 내한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내가 살고있는 지역이 유대인과 한국인 밀집지역이어서 한국 문화가 낯설지 않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유대계 출신인 그는 늘 유대인을 주인공으로 해 아이러니한 유머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의 우디 앨런’으로도 불린다. ●“한국 작가들 생각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작가들이 쓴 에세이를 미리 읽고왔다는 그는 “한국작가들의 생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명언을 새삼 깨달았다.”면서 “글에 꾸밈과 과장이 없는 점이 맘에 들었다.”고 평했다. 그는 “글을 쓰는 건 거대한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더욱 아름답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며 “작가는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문학동네 사진제공
  • 휴대전화 ‘야설’로 480억 챙겨

    휴대전화에 음란성 ‘야설’(야한 소설)을 공급하고 수억∼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동통신 3사와 콘텐츠공급업체(CP)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9일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와 CP 등 46개 기업 법인과 이 회사들의 임직원 50명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3년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로 야설 5953건을 제공,479억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은 157억 6100만원으로 가장 많은 이득을 올렸다. 이어 KTF 24억 7500만원,LG텔레콤 9억 1150만원 등의 순이었다. 야설을 이동통신업체에 공급한 40개 CP들은 281억 5000만원을 챙겼다. 야설들은 대부분 근친상간, 직장내 성폭력, 불륜, 성도착 등 노골적 표현을 담고 있다. 경찰은 A4용지 4만장 분량의 야설 파일들을 증거물로 압수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분노의 저격자(EBS 오후 11시)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출신의 세 살 터울 조엘 코언, 에단 코언 형제는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 연출부에서 일하다가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를 성대하게 치렀다. 삼류 탐정소설에 나올 법한 흔한 치정 소재에 복선을 거미줄처럼 깔았고, 상식을 깨는 편집과 카메라 워크로 빛을 잃은 누아르 장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세계 영화 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데뷔작으로 꼽혔을 정도. 코언 형제는 이후 코믹물 ‘애리조나 유괴사건’(1987), 누아르 ‘밀러스 크로싱’(1990)을 성공시켰고,‘바톤 핑크’(1991)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거장 대열에 올랐다. 대개 공동 각본에다가 조엘이 연출, 에단이 제작을 하고 있으나 그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평이다. 어떤 장르에서건 연금술사라는 호평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서 바를 운영하는 마티(덴 하다야)는 사립탐정 로렌(M 에밋 월시)으로부터 아내 애비(프랜시스 맥도먼드)와 바 직원 레이(존 게츠)의 불륜 사진을 받아들고 분노한다. 마티는 레이와 애비가 별로 뉘우치는 기색이 없자 로렌에게 청부 살인을 의뢰한다. 로렌은 그러나, 두 사람을 죽인 것처럼 꾸민 사진을 보여준 뒤 애비의 총으로 마티를 쏘고 돈을 훔쳐 달아난다. 우연히 바에 들른 레이는 애비가 남편을 죽인 것으로 알고, 현장을 깨끗이 치우고 아직 숨을 쉬고 있던 마티를 외딴 곳에 생매장해 버린다. 사건 현장에 라이터를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로렌은 레이와 애비마저 없애려고 하는데….1984년작.96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래피드 화이어(OCN 오전 10시50분)가장 불행한 운명을 지녔던 배우 가족을 꼽자면 이소룡(브루스 리)과 이국호(브랜든 리) 부자가 아닐까? 전 세계 젊은이의 아이콘이 됐던 아버지 이소룡은 73년 서른 셋의 나이에 돌연사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액션 배우로 성장하던 이국호도 유작이자 대표작이 되버린 ‘크로우’(1994)의 크랭크업을 일주일 남겨놓고 촬영장 오발 사고로 스물 여덟에 세상을 떴다. 이 영화는 이국호가 돌프 룬드그렌과 함께 나온 ‘리틀 도쿄’(1991)로 기대를 모은 직후 촬영한 것으로 네 번째 장편 출연작. 우연하게 마약 전쟁에 휘말려 경찰과 마피아에 쫓기게 되는 중국계 미국인 대학생 역을 연기한다. 아버지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액션 장면이 볼 만하다.1992년작.91분.
  • [토요영화] 바람과 사랑하는 소녀이야기

    [토요영화] 바람과 사랑하는 소녀이야기

    ●바람의 전설(EBS 오후 11시)흔하게 접할 수 없는 브라질 영화. 환상 리얼리즘 계열의 모아실 로페스의 소설을 브라질의 유명 감독 월터 리마 주니어가 영화로 옮겼다. 때문에 이 영화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남미 환상문학을 읽는 듯한 느낌이 난다. 상징과 은유, 그리고 플래시백과 플래시포워드로 시간의 질서를 뛰어넘어 외딴 섬에서 살아가는 부녀 이야기를 신비하고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 바람과 사랑을 나눈다는 독특한 성적 판타지가 돋보인다.13살 소녀가 여인으로 변해가는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남미의 정취를 흠씬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199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원제는 ‘굴과 바람:(The Oyster and The Wind’)이다. 아내의 불륜에 상처받은 호세(리마 듀아르테)는 딸 마르셀라(린드라 릴)를 데리고 외딴 섬에 들어가 외부 세계와 인연을 끊고 등대지기로 산다. 섬에는 정신지체자인 일꾼 호베르토(플로리아노 페이요토)만 함께 살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 등대가 꺼지자 육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섬에는 호세와 호베르토의 시체만이 있을 뿐이다. 가끔 식량을 가져다 주며 어린 마르셀라에게 글을 가르치고 일기장도 선물하며 친구가 됐던 노인 다니엘(페르난도 토레스)은 그녀의 일기장을 주워 섬에서 일어났던 일을 하나하나 읽어나가게 된다.1997년작.119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우디 앨런의 ‘매치포인트’ 14일 개봉

    우디 앨런의 ‘매치포인트’ 14일 개봉

    인생의 불가해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숱하다. 아니, 어쩌면 세상의 모든 영화들이 그 주제를 향해 변주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디 앨런 감독이라면 어떨까.13일 개봉하는 ‘매치 포인트’(Match Point)는 그가 만들었지만 편견은 금물이다. 자의식에 기우뚱 기댄 예술영화 쯤으로 속단하지 말라는 얘기이다. 세속적 욕망과 격정적 사랑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그렸는데, 한참동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쉬어가는 영화’라는 결론이 일찌감치 내려질 만큼 중후반까지 일정규격의 보폭만 유지하는 무난한 드라마이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테니스 강사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런던의 갑부 집안 아들 톰(매튜 굿)과 사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여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머)와도 가까워진다. 자신에게 첫눈에 반한 클로에가 적극적으로 구애해오자 이를 받아들이지만, 처음부터 크리스의 속마음은 딴 데 가 있다. 톰의 약혼녀이자 육감적인 외모를 가진 배우지망생 노라(스칼렛 요한슨)에게 매혹당한 채 위험천만한 애정행각을 이어간다. 이건 감독의 넘치는 자신감 혹은 오만인지도 모르겠다. 압축미 없이 시시콜콜 이야기를 늘어놓는 화법은 얼핏 욕망과 사랑을 주제로 한 주말연속극을, 불륜과 치정의 은밀한 욕망으로 화면을 긴장시키는 일련의 대목들은 TV드라마 ‘부부클리닉’의 스크린 버전 같다. 꿈에 그리던 상류사회에 진입한 크리스가, 격정적 사랑을 포기하지 못해 노라와의 위험한 밀회를 이어가며 수위를 높여가는 구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있다. 빤한 이야기가 지지부진 너무 길다는 불평이 나올 중후반 어느 지점에서 영화는 핸들을 확 꺾으며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스릴러 아닌 평이한 치정극에 등장하기엔 너무나 색다른 반전이 후반부에 놓였다. 크리스의 아이를 임신한 노라가 크리스의 손에 살해된 이후 결론부에서 감독은 ‘이 영화를 왜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참았던 의도를 밝힌다. 크리스는 어떻게 됐을까, 그에게 어떤 결론이 적용돼야 인생의 공식에 맞는 걸까. 위로인지 조소인지, 감독의 괴짜기질이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등을 툭툭 친다. 바둥댈 거 뭐 있어? 인생 그거 운(運)이야, 운!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 인정

    내연 남성이 만나지 않으려 하자 그 부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에게 법원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모두 인정, 중형을 선고했다.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석호철)는 불륜관계로 지내다 결별을 선언하고 만남을 회피하는 남성의 집에 찾아가 부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모(40·여)씨의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적법하게 조사·채택된 간접사실 및 여러 정황에 대한 법리를 종합하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아닌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합리적 의심 없이 배제된다고 보이므로 항소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카바레안에 온돌방 있읍니다

    카바레안에 온돌방 있읍니다

    춤을 추는 「카바레」에 난데없이 보료와 사방침이 등장했다. 그것도 보통「카바레」가 아닌 세칭 「아르바이트·홀」이란 곳에. 춤추는 「플로어」와 술마실 「테이블」이야 으레 있어야 하는 것. 그러나 「카바레」한 구석에 온돌방을 꾸며 미닫이 하나만 닫으면 바로 그들만의 세계가 전개되는 안방이 등장하는 시대다. 「아르바이트·홀」의 근대화랄까 다음은 「아르바이트·홀」목하(目下) 성업기(盛業記). 「커트」된 영화 「필름」까지 그 외설 여부가 말썽이되는 한국에서 유독 「커트」되지 않은 「신」의 자유가 있는 곳이 바로 「아르바이트·홀」-. 그처럼 숱한 유부녀들을 울려 놓고도 오히려 독버섯처럼 번식해 가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 만도 로 알려진 곳은 30여개소. 모두 「카바레」허가를 얻어 합법적인 영업행위를 하고 있으나 상식적으로 생각되는 「카바레」와는 그 업태(業態)가 다르다. 정상적인 「카바레」라면 남자 손님을 접대하는 「호스테스」(댄서)가 있거나 아니면 동반남녀만을 받게 되어있다. 「카바레」에 여자들만이 들어간다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 그러나 「아르바이트·홀」의 경우, 어떤 여성이든 1백50원~2백원의 입장료(법망(法網)을 벗어나기 위해 차권(茶券) 식권(食券) 등으로 이름을 바꿔 부르지만) 만 내면 「프리·패스」. 일단 입장한뒤 춤을 청해오는 신사들의 손길만 기다리면 된다. 「파트너」바꾸는 것은 여자들의 의사에 달린 것. 이래서 「아르바이트·홀」은 여성천국. 그 여성천국을 관광하기 위해 서울시내에서 최신 「카바레」를 들어가 보자. 우선 입구에서 男 2백50원. 女 1백50원의 입장료를 물고 종이쪽지 하나를 받고 「패스」. 이 종이쪽지로는 싸구려 「콜라」한잔을 마실 수 있다. 1천평이 넘는 「매머드·홀」은 한가운데 약 50%정도가 「플로어」를 둘러싸고 주위엔 두줄로 약3백여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술을 마시고 싶은 사람은 이 「테이블」에 앉아 현찰로 술을 사 마실 수도 있다. 더욱 이채로운 것은 「테이블」옆 벽쪽에 마련되어 있는 한식(韓式)방들. 한방에 7·8명이 들어앉아 마실 수 있는 이 「카바레」속의 이색지대 온돌방에는 큰 상과 보료. 사방침까지 마련되어 있다. 서로 눈이 맞아 「플로어」서 한바탕 「댄스」를 즐기던 선남선녀들이 이 방안에서 술을 마시며 즐길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과연 술뿐일까? 미닫이를 닫으면 「홀」과는 절연-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르바이트·홀」에서 눈을 맞추어 여관이나 「호텔」로 장소이동을 하던 번거로움을 없애자는 것일까? 「인스턴트」시대에 발맞추는 「아르바이트·홀」의 근대화일까? 춤을 추어보자. 「테이블」에 앉거나 「플로어」주변에 서있는 여성들중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손을 내밀면 OK. 거절하면 딴 여성에게 손길을 옮기는 수 밖에 없다. 이래서 여성이 응하면 「플로어」에 나서서 춤을 출 수 있다. 재수좋게 만나면 「파트너」를 바꾸지 않고 계속 출수 있고…. 「카바레」에서 호흡이 맞아 간단히 유부녀를 농락한 제비족 공갈단의 존재는 얼마전 신문에 크게 보도되었단 일. 「라스트·블루스」까지 함께 추었다면 40% 성공. 끝난뒤 『차나 한잔』 권유에 못이기는 체하고 따라나서면 90% 성공이라는 말도 있다. 나머지 10%는 남자의 실력여하에 달린 것. 여자측의 의사 표시는 이미 끝난 것이라고 한다. 이 「프리·섹스」왕국(王國)의 여성고객중 약 60%가량이 30代 이상의 여인들이란데 문제가 있다. 춤바람난 유부녀나 과부를 노린 세칭 「제비족」이 꽃에 나비가 모여들 듯 「아르바이트·홀」을 찾아들기 때문이다. 이들 30代여인들과 제비족의 관계는 하룻밤 정사로 끝나지 않는다. 제비족들이 노리는 것은 여체(女體)자체가 아니라 그녀들로부터 나오는 금품(金品)이기 때문. 이래서 아차 하룻밤 정사는 끝없는 불륜(不倫)과 파멸을 초래한다. 「프리·섹스」가 「프리·섹스」로만 끝나지 않는 곳. 그래서 「아르바이트·홀」이 도심보다 변두리 지역에 많은 것은 바로 이런 때문. 천호동. 청량리, 마포, 한강로, 용산, 왕십리, 정릉, 신촌들이 「아르바이트·홀」의 현주소다. 「아르바이트·홀」은 춤바람난 유부녀나 제비족의 전용 「데이트」장은 아니다. 고객을 끌기위해 출장나온 「콜·걸」도, 춤을 갓배운 념녀 대학생도, 주부도, 하룻밤을 즐기기 위해 찾아드는 「샐러리맨」·「오피스·걸」도, 철없는 연인들도 마음대로 찾아들 수 있는 곳이다. 이래서 「피크」를 이루는 토요일밤의 「아르바이트·홀」은 축소판 서울의 밤을 이룬다. 억제되어 있던 성적 충동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다는 때문일까? 서울의 「아르바이트·홀」은 날로 그 수가 늘어나고 대형화해간다. 「아르바이트·홀」에서의 춤은 「레크리에이션」이나 사교의 한계를 넘게 마련. 「라스트·블루스」의 유장한 「리듬」속에 오늘 밤도 한국의 「프리·섹스」지대, 「아르바이트·홀」은 목하(目下) 성업중이다. ■ 제비족 감별법 10章 ①「지리박」잘 추는 사내를 조심하라 = 춤 실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지리박」. 그래서 제비족들은 「트로트」도 「지리박·스텝」으로 밟는다. ② 예의바른 청년신사를 경계하라 = 제비족들이 가장 꺼리는 것은 자기 정체가 드러나는 일. 그래서 유부녀들이 제비족임을 눈치못채게 영국신사 뺨칠 정도로 예의가 바르다. ③ 가장자리로 「리드」해 가는 사내는 제비족 = 그래야 많은 사람 앞에서 춤실력을 과시할 수 있으니까. 「아마추어」들은 정반대로 「플로어」 한가운데로 들어가게 마련. ④ 제비는 젊은 여자를 싫어한다. = 대체로 젊은 여자들에겐 돈이 없다. 제비가 노리는건 나이많고 얼굴이 예쁘지 않은 중년 부인들. 안팔리는 여자만을 고른다. ⑤ 저고리 윗 「포키트」의「포케치프」는 적신호(赤信號) =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제비족은 정장(正裝). 기름에 튀긴 것처럼 매끈하고 항상 저고리 윗 「포키트」엔 「포케치프」가 꽂혀있게 마련. ⑥ 선제(先制)공격이 없는 사내는 위험 = 사내란 거의가 능동적. 그러나 제비족은 상대편서 어떤 반응을 보이기 전엔 절대로 허리를 잡은 「리드」를 죄거나 뺨을 갖다대지 않는다. ⑦「카바레」아닌 딴곳에서의 「데이트」약속을 요구하는 사내 = 「아마추어」는 대부분 (즉결)卽決주의. 그러나 제비족은 지구전이다. 「아마추어」들은 밖에서의 「데이트」를 꺼리기 때문에 다음 만날 약속을 잘하지 않는다. ⑧ 춤을 추며 인사를 자주하는 사내 = 그때그때 적당한 핑계를 대지만 「아마추어」의 경우, 아는 사람을 만나도 모르는 체하는 것이 정석(定石). ⑨「리드」가 부드럽고 능란한 사내 = 춤은 제비족의 필수조건. 황홀한 「리드」에 정신을 빼앗기다 보면-. ⑩ 춤추는 곳을 잘 옮기는 사내 = 「아마추어」들은 A「카바레」에서 한 여자를 사귀게 되면 춤은 꼭 A「카바레」만을 이용. 매일 후조처럼 장소를 바꾸는 사내는 99% 제비족이다. [선데이서울 69년 7/27 제2권 30호 통권 제44호]
  • ‘망종’ 들고 방한한 장률 감독

    ‘망종’ 들고 방한한 장률 감독

    영화 ‘망종(芒種·보리를 베고 볍씨를 뿌리는 절기)’. 지난해 상복이 터졌었다.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ADIC상, 페사로영화제 뉴시네마상,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프랑스브졸영화제 대상 등을 줄줄이 받았다. 올해에도 벤쿠버·시카고에 이어 로테르담·마델플라타 등 이런저런 영화제에 계속 불려다니고 있다.24일 개봉을 앞둔 ‘망종´의 재중 동포 감독 장률(44)을 만났다. ●어떤 영화기에? 김치를 팔아 아들 창호와 근근이 먹고사는 조선족 여인 최순희. 조선족 유부남 김씨와 사랑에 빠지지만, 불륜을 눈치챈 마누라에게 김씨는 그만 최순희와의 관계가 ‘사랑’이 아니라 ‘매춘’이었다고 거짓말한다. 공안당국에 끌려간 최순희는 거기서도 겁탈당한 뒤에야 풀려난다. 여기에다 창호까지 잃게 된 최순희는 마침내 세상에 대한 복수에 나선다. 이 때문에 영화는 최순희의 내면을 비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황량한 공장터가 주요 배경인 것도 그렇다.“실제 중국이 그렇기도 하고, 최순희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나 대사 같은 것들로 이런저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영화적 호흡이 없는 문학영화가 제일 싫다.”는 장 감독의 취향이 반영돼서다. 그래서 오직 ‘보여주기’에 온 힘을 다했고, 그 덕에 독특하고 진지한 신들이 넘쳐난다. ●“사랑에 더 비겁한 것은 남자” 최순희와 김씨가 정을 통하기 전, 카메라는 김씨의 벌거벗은 앙상한 몸을, 거북할 정도로 오랫동안 비춘다. 쪼그라든 성기까지 선명하게. 장 감독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배우를 벗겨버린 장면이다. 재밌는 점은 김씨역을 맡은 배우가 전문배우가 아니라 장 감독의 친구이자 분장사라는 사실. 친구를 발가벗기면서까지 무얼 보여주고 싶었을까.“남자가, 그럴듯하고 대단해 보여도 벗겨놓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김씨가 나중에 배신한다는 점까지 보면, 사랑에 비겁한 건 여자가 아니라 남자입니다.” ●최순희를 이대로 보낼 텐가요? 많은 찬사를 받았던, 최순희가 달려가는 마지막 장면도 그렇다. 아들 창호의 공간을 가로질러 기차역을 지나 보리밭으로 가도록 동선을 정했다. 배우에게는 팔을 몸에다 붙이고 빨리 걸어가라고만 주문했다. 그리고 카메라는 최순희의 뒷모습을 주욱 따라간다. 중요한 것은 멀어져만 가던 최순희의 발자국 소리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다시 돌아오도록 했다는 점.“영화가 끝난 뒤 후다닥 일어나지 마시고 그 소리까지 다 듣고 가셨으면 해요. 최순희는 그렇게 사라져가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뚜벅뚜벅 되돌아 오고 있거든요.” ‘최순희에 대해 너는 책임이 없니?’라고 관객에게 되묻고 싶었던 게다.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 장 감독은 정작 영화에 대한 호평에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상금을 주니 좋긴 한데 예술에 상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농반진반처럼 “월급 딱딱 나오고, 하루종일 멍하니 공상할 수 있는 직장 있으면 감독 그만두겠다.”고도 한다. 이런 자유인 기질 때문일까. 문화혁명과 천안문사태 등에 연루된 재중동포 3세로서의 가족사와 개인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그냥 영화 감독으로만 봐주세요.”라더니 이내 “최두영(제작사 대표)이가 너무 공갈쳤어요. 그 사람이 한 얘기 듣고 쓴 기사 보면 이게 진짜 나인가 싶어요.”라며 껄껄 웃어버린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李총리 - 崔의원 보도 시각차/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 교수

    이해찬 국무총리의 3·1절 골프와 최연희 의원의 동아일보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언론보도는 물론 세간의 관심도 이 두 사건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사건을 해석하는 여야의 시각은 상이하다. 여당은 최 의원의 부도덕성을 집중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반면 이 총리의 골프회동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자세도 여야와 별 차이가 없다. 일부 언론은 이 총리의 부도덕성이 최 의원의 경우보다 더하다고 비판하고 있고, 다른 일부는 그와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언론은 자기의 시각을 갖지 못하고 여야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보도를 하고 있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태도를 자기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고 상대의 잘못만을 문제삼는 정치인들과 유사하게 보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총리가 골프를 친 3월1일 사람들의 관심은 3·1절 기념행사와 철도노조의 파업이었다. 이날, 스스로 공영방송이라 자처하는 방송사들은 9시 뉴스에서 월드컵 대표팀의 앙골라전 승리 소식을 시작으로 월드컵 관련 보도를 30여분간 방송하였다.3·1절 기념행사와 철도파업은 끝 부분에 한 두 꼭지로 다루었다. 상암 경기장 현장에서 뉴스를 진행하면서 지난 월드컵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등 마치 한국이 월드컵 16강에라도 진출한 듯이 보도하였다. 이 총리에게 직무에 충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당연히 공영방송사들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기 잘못에 대해 돌아보지 않는 것은 신문도 마찬가지다. 황우석 교수 파문 보도에서도 신문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황 교수의 능숙한 언론플레이를 좇아 무작정 박수를 보냈고, 사건이 터지자 방송사의 보도내용에 따라 우왕좌왕하였다. 취재 대상에게 휘둘리고,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계속 오보만 내보내는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은 마치 남의 잘못인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나마 서울신문을 비롯한 몇몇 신문은 지면을 통해 잘못을 인정했지만 대부분은 아무런 반성도 없었다. 2006년 아메리칸 풋볼리그의 영웅 하인스 워드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다. 신문은 워드를 보도하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에 잠재해 왔던 혼혈인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정부 정책 부재와 사회적 무관심을 비판하면서 다양한 대안까지 제시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어느 신문도 혼혈인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거나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지도 않았다. 그래서 집중적인 취재 세례를 받은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는 “언제 한국 언론이 혼혈인에 대해 관심이나 가졌나?”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우리 신문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모든 잘못을 사회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나마 서울신문은 2월13일자에서 김영희씨의 한국 언론에 대한 쓴소리를 그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반성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신문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사안에 따라 남의 불륜을 사소한 것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끝내 흠집을 내고 마는 마조히즘적 가학성까지 보이고 있다. 이 총리의 골프회동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와 버금가는 최 의원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보도는 이미 우리 신문의 지면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도덕성의 기준으로 따지면, 오히려 최 의원 사건이 더욱 주목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서울신문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사건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는 신문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영역이다. 그렇지만 판단의 기준은 기자나 신문사가 아닌 독자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의 잘못을 꼼꼼하게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문이 자성적인 태도를 견지한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하게 되어 독자들의 신뢰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 교수
  • 불야성은 예나 지금이나

    “종로의 밤은 활짝 필 대로 피어버렸다. 죽겠네, 살겠네 해도 소위 대경성 넓은 바닥에 늘어가는 것이라고는 음식점, 요리집, 카페뿐이다.” 1930년대 서울의 밤을 묘사한 당시의 글이지만 2006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급 요릿집 1호는 1909년 ‘명월관’이다. 구한말 왕실의 몰락으로 궁중 요리사·악사·기생들이 펼치는 연회는 상류층 밤문화로 손색이 없었다. 1930년대 근대화의 물결이 몰아치면서 신식 문물을 즐기는 모던보이·모던걸이 등장했다. 이들은 남촌(충무로·남산·명동)의 서양식 카페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일제가 춤을 금하자 ‘서울에 딴스홀(댄스홀)을 허하라.’라는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1945년 광복 이후부터 1982년까지 서울에는 ‘초저녁 문화’가 자리잡았다. 대통령 취임식, 크리스마스, 제야 등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야간통행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택시들의 ‘살인 과속’, 문을 닫고 술을 파는 ‘변태성 술집’, 청량리 588의 ‘긴 밤 서비스’ 등도 이 때 등장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영향을 받아 1960년대 비어홀, 위스키 시음장 등 신종 서양풍 술집도 등장했다.1965년 정부가 곡물로 술을 빚지 못하게 하자 서민의 술은 막걸리에서 소주로 바뀌게 됐다. 1970년대 시내에서 어른은 카바레, 젊은이들은 고고클럽에서 일탈과 해방을 누렸다. 춤바람으로 불륜에 빠진 수많은 ‘자유부인’이 등장하면서 사회 문제화하기도 했다. 현직 기자인 김명환씨와 김중식씨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의 밤문화’에 그린 우리 시대의 초상이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깔깔깔]

    ●남녀차별 *이사님에게 점심 초대 받으면남자사원 “이제 곧 승진 아닌가.”란 말을 듣는다. 여자사원 “불륜 사이가 아닌가.”란 오해 사기 쉽다. *동료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남자사원 “무엇을 논의하고 있는 거겠지.”란 말을 듣는다. 여자사원 “또 잡담인가.”란 핀잔 듣는다. *해외출장을 가면 남자사원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열심히 해.”란 격려 말을 듣는다. 여자사원 “남편이랑 애는 내팽개쳐 두는 건가.”란 말을 듣는다.*회사를 그만두면 남자사원 “좋은 데로 옮길 곳이 정해진 거로구먼.”이란 말을 듣는다. 여자사원 “이러니까 여자는….”이란 말을 듣는다.●난센스 퀴즈 문)여자가 뛸 때 두 개가 흔들리는 것은? 답)귀걸이.
  • 조모·부모·부인·딸을 죽인 살인마가 된 까닭?

    “몇 푼의 돈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지른 자에게는 마땅히 사형이라는 중벌로 다스려야 한다.” 중국 대륙에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 안되는 보험금을 노려 자신의 가족 4명을 살해해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희대의 패륜아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중국 베이징(北京) 다싱(大興)현에 살고 있는 20대 후반의 한 농민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할머니와 부모,부인,딸 등 자신의 가족 4명을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그 악랄한 패륜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아 처형됐다고 북경오락신보(北京娛樂信報)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희대의 패륜아는 회사 차량을 모는 운전기사 추이지궈(崔繼國·28).결혼해 다섯살난 딸 하나를 두고 있는 그는 정부와 짜고 몇 푼의 보험금을 노려 자신의 피붙이 4명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희대의 패륜질을 서슴지 않았다. 패륜 사건은 지난 2004년 초여름 추이가 정부인 류나(劉娜·여·23)를 만나면서 비롯됐다.회사차 운전사인 그가 자주 드나들던 회사 인근 주유소 직원인 류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정분이 난 것이다. ‘한 순간에 홀린 듯 사랑에 빠진’ 이들 두 사람은 만난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 곧바로 동거에 들어갔다.그 당시 추이에게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예쁜 다섯살짜리 딸이 집에 있었는 데도…. 천박한 사랑에 눈이 멀어진 이들 불륜 남녀가 나락을 떨어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막상 동거생활에 들어갔으나 살림살이는 너무나 옹색했다.추이가 두집 살림을 하다보니 이들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생활비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던중 그해 8월 추이는 우연히 TV방송 법률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돈을 벌 수도 있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을 보게 됐다.이때 보험금 살해로 한탕을 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당시 보험사에 근무하던 동창을 찾아가 보험금에 대해 완전히 마스터했다.특히 류가 추이를 수혜자로 하는 보험을 들자,그는 그녀가 부인보다 몇 백배 낫다고 감동을 받았다. 그후 추이는 보험금 살인사건에 저지르기 앞서 부인과 부모 등의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한 보험에 들어 ‘보험금을 노린 살인’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신새벽.저승사자 추이는 정부 류나 등과 함께 본가로 몰래 들어갔다.손에는 살인도구와 기름을 휴대하고서…. 집에 도착한 추이는 한치의 오차나 흐트러짐도 없이 부인과 할머니,부모,딸 등을 차례로 목을 조르고 입과 코를 틀어막아 살해했다. 추이의 잔인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살인의 증거를 완전히 인멸하기 위해 현장에 기름을 붓고 시체를 불태우는 등 완전 범죄까지 노렸다. 그러나 좁혀오는 공안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잡힌 이들 두사람은 지난해 6월29일 베이징시 중급법원에서 고의 살인죄와 방화죄 등의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지 8개월여만인 이달초 함께 저승길을 동행했다. 온라인뉴스부
  • 마구벗는 10代의 베이비러브

    마구벗는 10代의 베이비러브

    지난해 영국(英國)의 「프랑코·제프렐리」감독이 『로미오와 줄리에트』의 주역으로 「틴·에이저」들인 「레오날드·휘팅」과 「올리비아·후세이」를 「데뷔」시켰을 때 전세계 영화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들끓었다. 「틴·에이저」들이 주역을 맡았다는 사실외에 그 철없는 「틴·에이저」들이 대담한 「누드·신」을 벌였기때문. 이 때문일까? 현재 영화의 본고장인 「할리우드」엔「베이비·러브」(어린애들 사랑)란 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베이비·러브」란 한마디로 철없는 10代의 철없는 사랑. 여고(女高)도 채 졸업하지못한 15살짜리 아가씨가 LSD와 「마리후아나」를 애용하는가 하면, 18세의 소녀가 대담한 「누드」로 자기 애인을 뺏으려는 어머니와 대결. 또 한편에선 15세의 소녀가 자기 어머니의 정부를 유혹, 파멸시켜 버리는등 「스크린」에 나타난「베이비·러브」의 주인공들은 무서울 정도로 철이 없다. 철이 없어서 마구 벗어젖히고, 철이 없어 마음내키는대로 행동하고, 철이 없어 자신의 행동이 기성 「모럴」 에 반역하는 불륜(不倫)인지조차 모르는 「베이비·러브」의 주인공들. 말하자면 그들은 60년대말의 「앙팡·테러블」(무서운 아이)들. 이「앙팡·테러블」의 3주역이 15세의 「데보라·윈터즈」, 18세의 「홀리·니어」, 15세의 「린다·헤이든」양이다. 「데보라·윈터즈」양은, 5세때 부모가 이혼하자 어머니를 따라 「뉴요크」 로 이사, 7세때 학교에 들어갔으나 공부대신 선생이나 곯리는 문제아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결국 12세때 학교를 그만둔 「윈터즈」 양은 줄곧 가정교사를 대고 공부, 그후 학교문턱엔 가보지도 않았다. 13세 되던해 어머니의 권유로 「스텔라·애들러」배우학교에 입학, 그해 연극 『피크닉』에 「프레드·바네트」의 상대역으로 출연, 13살짜리 아가씨가 37세의 중년남성과 열렬한 「키스·신」을 서슴없이 해 내었다. 곧 「윈터즈」양은 27세의 배우 「델라노·스켈포」군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려 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실패. 그러자 이 깜찍한 아가씨는 아버지에게로 적을 옮기는 한편 「스켈포」군과 공공연히 동거, 16세가 되면 정식 결혼하겠다고. 이런 그녀를 발굴해 낸 것은 CBS-TV. CBS-TV는 「윈터즈」양을 연속극 『이웃사람들』 에 출연시켜 호평을 받자 「패티·듀크·쇼」의 『저 「나탈리」에요』에 기용. 그러자 「할리우드」는 그녀를 「커크·더글러스」의 아들 「미첼·더글러스」의 상대역으로 『영웅(英雄)만세!』에 출연시키기로 결정했다. 『英雄만세!』의 「로케」 중 「윈터즈」양은 촬영을 중단하고 매일 하루 2시간씩 가정교사로부터 과외수업을 받는다. 그때만은 참한 학생이 되는 「윈터즈」양이 2시간후 장에 되돌아오면 「카메라」앞에서 마구 「시미즈」를 벗어던지며 「섹시·걸」로 돌변, 「윈터즈」양은 또 묵고있는 「호텔」에 돌아오면 LSD, 「마리후아나」, 「위스키」등을 제멋대로 애용. 「윈터즈」양을 뺨치는 아가씨가 『천사(天使)여, 하강(下降)하시라』에 출연중인 18세의 「홀리·니어」양. 「캘리포니아」태생의 그녀는 「로큰롤」가수의 딸. 일생 통틀어 꼭 30분동안 UCLA대학 TV에 출연한 경험밖에 없는 「니어」양이 『天使여-』에선 명우 「제니퍼·존스」와 대결한다. 『天使여-』에서 그녀는 「제니퍼·존스」의 딸. 그녀는 한 미남의 「로큰롤」가수에게 홀딱 반해 그 남자를 유혹, 공원의 잔디밭, 남자의 자동차속, 남자의 「아파트」에서, 닥치는 대로 벗어젖히고 육체로 돌격한다. 그런데 어머니인 「제니퍼·존스」역시 그 남자를 사랑하는 몸. 「니어」양은 남자를 어머니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그녀가 지닌 모든 것을 내걸고 어머니와 대결한다. 18세의 나어린 아가씨가 애인앞에서 「스트립·쇼」를 벌이는가하면 벌거벗은 채 「러브·신」을 벌이고, 음담패설을 마구 한다. 이런 「니어」양은 정작 태연하다. 그녀의 놀라운 돌격정신에 입을 딱 벌리는 기성 세대를 향해 그녀는 담담히 대꾸한다. 『사실 그런게 인생인걸요, 뭐. 안 그래요?』 이쯤되면 대답할 말을 잃기 마련. 이미 「미아·패로우」쯤에게선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는지 이런 「틴·에이저」들을 주연으로 한 「베이비·러브」영화가 올해들어 벌써 10여편 제작되었고 개봉될 때마다 흥행성적은 최고. 이중 가장 흥행성적이 좋았던 것이 이름마저 『베이비·러브』라고 붙인 영화. 이 영화는 영국(英國)서 만들어 졌는데 주연배우는 역시 英國 태생의 15세 아가씨 「린다·헤이든」양. 영화속의 「헤이든」양은 어머니가 자살하고나자 한때 싸구려 창녀노릇을 하다가 어머니를 자살로 이끈 중류(中流)가정의 가장인 사내를 발견. 그녀는 15세의 어린나이로 그 중년남성을 유혹한다. 벗어젖히고 그 남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쯤은 약과, 그녀는 그 남자와 벌거벗고 「파티」를 벌이기도. 정작 『베이비·러브』가 완성되었을때 「헤이든」양은 미성년자란 이유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 들어 갈 수 없었다. 이래서 올해 「할리우드」는 「베이비·러브」의 선풍속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 선데이서울 69년 7/13 제2권 28호 통권 제42호 ]
  • 이종원 “이러다 불륜전문 되겠어요”

    이종원 “이러다 불륜전문 되겠어요”

    “또 불륜이라고요?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사랑이죠(웃음).” 24일 첫 방송되는 SBS 금요드라마 ‘어느날 갑자기’에서 내과의사 ‘강신형’역을 맡은 탤런트 이종원.“또 바람펴서 이혼하는 역이냐.”는 질문에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결혼하셨어요? 불륜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연기자로서 연기에 몰입할 뿐, 불륜도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합니다.” 그가 연기하는 ‘강신형’은 병원집 무남독녀인 ‘고은혜’(송선미)와 결혼하지만 아내의 친구 ‘오유란’(성현아)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 끌려 결국 이혼을 당하고 갈등하는 캐릭터.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결국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청춘의 덫’(SBS)에 이어 ‘슬픔이여 안녕’(KBS2),‘애정의 조건’(KBS2) 등 최근 출연한 드라마에서 잇따라 여자를 배신하는 불륜의 주인공을 연기해온 그는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대한 부담도 크다고 털어놨다. “불륜전문 배우가 되는 것 같아 이번에는 출연을 마다했어요. 지난 1월 ‘슬픔이여 안녕’을 끝낸 뒤 드라마 4개가 들어왔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불륜이더군요(웃음). 그런데 이번 작품은 대본이 너무 재미있고 스피디해서 흔쾌히 결정했어요.” 또 불륜 캐릭터는 여성 팬들이 좋아하지 않고, 이미지도 깎여 광고에도 악영향이 있지만 배우로서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2회에는 아주 가정적인 남편으로 나옵니다. 마음이 여린, 좋은 남자죠. 결혼 4년째인 아내와의 권태기와 처가살이의 스트레스 등을 겪다가 아내의 친구가 먼저 다가와 시작된 사랑으로 나중에 이혼을 당하는데, 나서서 하는 불륜과는 좀 다르죠.”‘슬픔이여 안녕’ 등에서 맡았던 비인간적인 악역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선량한 사람이라서 불륜 이미지에 맞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라며 웃음을 보인 그는 김혜수와 함께 출연했던 MBC 드라마 ‘짝’에서 맡았던 반듯한 승무원 역할도 기억해 달라고 했다.“‘짝’을 3년이나 했는데 ‘청춘의 덫’으로 두달 만에 이미지가 좋지 않게(?) 바뀌더군요(웃음).” 최근 처음 도전했던 코미디영화 흥행은 시원치 않았지만 코미디와 시트콤 등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밸런타인데이 사설탐정 호황

    불륜탐지업체들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AFP는 14일 미국의 사설탐정업체들이 해마다 밸런타인데이를 전후해 배우자의 불륜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고객 주문 쇄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전했다.미국내 14개주에 사무실을 둔 사설탐정업체 ASG의 폴 댕크 사장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현장 투입 인력이 모자라 다른 회사들에 일감을 맡길 정도”라고 말했다. 불륜조사 의뢰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유는 불륜 상대가 있는 사람은 이날을 전후해 상대방을 만나 선물을 교환하거나 사랑을 확인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댕크 사장은 “불륜에 빠진 사람들은 이날을 맞아 뭔가 새롭고, 특별한 일을 하길 원한다. 속옷이나 꽃, 캔디 등을 사주고 거품욕조가 있는 호텔로 간다.”고 말했다. ‘바람피는 남자의 829개 징후’란 책의 저자 루드 휴스턴은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는 남녀는 이날을 주의해야 한다.”며 “배우자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은 물론 새 보석이나 속옷을 선물받았는지, 갑작스러운 약속 등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의 한 사설탐정은 “올 밸런타인데이에 50여건의 배우자 부정 확인 의뢰를 받았다.”면서 “확인 보수는 건당 500∼1000달러이며 감시 비용은 별도로 650달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세이프 코리아] ‘악몽’ 된 설 명절 사례

    [세이프 코리아] ‘악몽’ 된 설 명절 사례

    “다 잊고 싶어요. 오죽하면 이사까지 갔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광주에 사는 주부 강순임(36·가명)씨에게 설은 더 이상 기쁜 날이 아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미영(당시 12살)이는 지난해 설 연휴가 시작되던 2월8일 액화석유가스(LPG) 중독 사고로 곁을 떠났다. 강씨는 딸을 가슴 속에 꼭꼭 묻었다. 악몽의 발단은 식혜였다. 밤 11시부터 식혜를 끓이기 시작했다. 온 가족이 깜박 잠이 들면서 비극은 시작됐다. 약하게 불을 켜 놓은 가스레인지는 불꽃은 사라지고 가스만 조금씩 내뱉고 있었다. 가스는 미닫이문 틈으로 방까지 스며들었다. 침대에는 강씨 부부와 아들, 바닥에는 딸이 잠들어 있었다. 아침 7시, 가스 냄새 진동하는 가운데 심한 두통으로 잠자리에서 일어난 부부는 바닥에서 자고 있던 딸아이를 흔들었다. 그러나 미영이는 미동조차 없었고, 동공도 이미 풀려 있었다. 공기보다 무거운 가스가 침대 밑에서 자고 있던 딸 아이에게는 치명적이었다. 119 구조대가 출동했지만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강씨 가족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남편은 딸을 잃은 충격으로 한동안 일도 제대로 못했다. 강씨는 “사고 직후 동구에서 북구로 집까지 옮겼지만 그날의 고통은 여전히 생생하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부주의로 가족을 잃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은 기쁨 대신 고통이 더해지기 일쑤다. 명절 분위기에 들떠 화재 등 각종 재난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명절 때는 평소보다 20% 가까이 각종 재난 사고가 늘어난다. 지난해 2월8일부터 10일까지 3일 동안의 설 연휴 기간에 발생한 화재 등 재난사고는 모두 305건. 하루 평균 102건이 일어난 셈이다. 설 연휴의 대표적인 재난사고는 교통사고. 지난해 2월7일부터 10일까지 4일 동안 1589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 50명이 사망하고 3083명이 다쳤다. 즐거운 귀성·귀경길이 자칫 ‘황천길’이 될 수 있고, 가족이 함께 참변을 당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2월7일 오후 8시쯤 경북 울진군 삼율리 도로에서 이모(62)씨가 술에 취한 채 오토바이에 아내와 손자, 손녀를 태우고 가다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이씨는 아내와 손자를 한꺼번에 떠나보내야 했다.2월8일 오전 1시 쯤에는 충북 괴산군 동부리에서 승용차 2대가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9일 오후 9시쯤에는 전북 완주군 구이면 전주~순창 도로에서 부부를 포함해 3명이 한꺼번에 승용차에 들이받혔다. 빙판길 접촉사고로 견인차를 기다리고 있던 길이었다.30대 초반이던 부부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떴다. 명절 교통사고에는 ‘주마(酒魔)’가 끼어든다. 명절 제사상의 음복(飮福)이 자신과 가족을 파괴하는 독약이 된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설 연휴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음주운전으로 비롯되곤 한다.”고 아쉬워했다. 화재도 명절을 악몽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재난이다. 지난해 2월10일 오전 2시쯤 전북 정읍시 내장동의 한 음식점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일어났다. 정읍소방서 소방차 12대와 소방관 44명이 출동했지만 외진 곳의 80평짜리 목조 건물은 순식간에 타버렸다. 새벽 시간이라 사상자는 없었지만 가게 주인은 설에 1억 6000여만원어치의 재산손실을 봐야 했다. 연휴 기간 관리의 손길을 받지 못한 공장도 화마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해 2월10일 오후 9시쯤 경북 칠곡군 중리의 섬유염색공장에서 일어난 불로 원단과 기계, 그리고 공장 1층 400여평을 다 태웠다. 이에 앞서 2월8일 오후 5시 쯤에는 전북 김제시 용지면의 한 돈사에서 전기합선으로 불이 났다. 돼지 500여마리가 죽고, 돈사 270여평이 잿더미로 변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연휴 때면 사람의 손길이 끊기는 상점이나 공장은 쌓인 먼지가 작은 불꽃에도 발화돼 큰 불로 번지곤 한다.”면서 “설 이전 전기, 가스, 보일러 등을 점검해야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연휴 119신고전화 백태 온갖 사건 사고들이 다 몰려드는 119 신고. 설 연휴 때는 어이 없는 전화가 쏟아져 고생하는 일선 근무자들을 애먹이기도 한다. ●생활민원형 설 연휴에 가장 많이 쏟아진다. 귀성 길 도중, 집의 가스 밸브나 수도꼭지를 잠가달라는 것이다.“음식을 만들다가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가스레인지를 켜 놓고 온 것 같아요. 집에 가서 대신 좀 잠가주면 안될까요.”하는 식이다. 위험이 있다는데 119 대원들이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때로는 곡예하듯 집안으로 들어가지만, 절반 이상은 허탕치기 일쑤다. 애써 들어간 집에 가스밸브는 얌전히 잠겨 있다. ●얌체형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보다 휴양지로 놀러간 부류에 많다. 대부분 부모님에게는 “급한 일이 있어 이번 설에는 못내려간다.”고 둘러댄 사람들이다. 그러나 휴양지에 있으면서 고향에 전화를 걸었을 때 부모님이 “몸이 좀 안좋다.”고 하면,119에 전화해서는 “고향집에 가서 부모님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막상 대원들이 고향 집에 가 보면 아프다던 부모님들은 대부분 멀쩡하다. 자식들이 거짓말을 한 것을 눈치 채고 “관심 좀 가지라.”는 뜻에서 그런 전화를 한 것이다. ●읍소형 사회적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심심찮게 걸려오는 전화내용이다. 신고자는 대부분 취객이다.“사고를 당했다.”고 신고한 뒤 대원들이 달려가보면 멀쩡한 상태다. 이들은 “고향에 좀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쓴다. 형편이 어려워 고향 갈 사정은 안 되고, 홧김에 술을 마시니 고향집에 모여있을 일가친척 생각이 간절하다. 이런 사람들은 살살 달래서 집에 곱게 모시는 게 상책이다. ●불륜형 명절 때 심심찮게 벌어진다. 대부분 유부남·미혼녀 커플이 주인공이다. 유부남은 평소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만큼, 명절 때라도 고향에 내려가려고 한다. 미혼녀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만무한 일. 당연히 유부남의 팔을 붙들고 늘어진다. 이렇게 되면 십중팔구 싸움이 일어난다. 평소의 ‘불안정한’ 관계에서 시작되어 말싸움의 수위가 높아지면 폭력 사건이나 자살, 분신 소동 등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진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명절연휴 재난원인과 대책 설 연휴에 사고가 몰리는 것은 아무래도 명절을 맞아 분위기가 들뜨기 때문이다. 경각심이 느슨해지면서 안전사고가 증가한다. 시장이나 상가, 역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용객도 늘어난다. 재난이 발생할 위험요인이 높아지는 셈이다. 폭설과 한파 등의 피해도 작지 않다. 소방방재청은 이번 설 연휴에도 특별 경계근무에 들어간다. 중앙·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보강하고, 폭설을 대비해 비상연락체제도 구축한다. 백화점, 재래시장, 터미널, 레저시설 등에 대한 안전관리도 강화한다. 제설대책으로는 제설차, 염화칼슘 살포기 등 장비를 철저히 정비하고 대설·한파로 인한 상습결빙 및 교통두절 예상구간을 특별 관리한다. 교통사고는 대표적인 명절 재난.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은 겨울철 눈이 내릴 때는 운전자들에게 ▲되도록 큰 길로 다니며 ▲절대감속하고 안전거리를 유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고속도로나 시가지 중심도로는 제설제를 자주 뿌리기 때문에 결빙되는 일이 드물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큰 길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 또 빙판에서 급가속, 급브레이크는 금물이다. 귀성 전 차량 점검도 필수다. 타이어 공기압, 오일, 냉각수, 제동장치 등을 살펴야 한다. 스노타이어나 체인도 미리 준비해야 고생하지 않는다. 고향 가는 길은 장시간 운전이 불가피하다. 한두시간에 한번씩은 반드시 쉬고, 차안에서라도 몸을 자주 움직여주는 것이 좋다. 운전을 할 때 의식적으로 몸을 앞으로 당겨 앉고 등과 허리는 바로 세워야 오랜 운전으로 인한 피로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명절 교통사고의 대부분이 귀경길에 집중되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귀성길, 집을 나서기 전에는 가스 기구 접속부분에 가스가 새는지 비눗물로 점검을 해본다. 가스레인지는 중간밸브를 잠가둔다. 불필요한 전기 플러그나 콘센트는 뽑아둔다. 누전차단기가 정상작동하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그러나 가스보일러는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얼지 않을 만큼 가동이 되도록 해두어야 한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실내에서 가스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도쿄…씁쓸하거나 혹은 달디달거나

    [박은영의 DVD 레서피] 도쿄…씁쓸하거나 혹은 달디달거나

    도쿄를 다룬 두 개의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DVD로 출시됐다.‘카페 뤼미에르’와 ‘도쿄타워’다. 타이완 감독 허우 샤우시엔이 연출한 ‘카페 뤼미에르’는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헌정작이고 ‘도쿄타워’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쓴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두 영화에서 도쿄는 같은 장소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전철을 중심으로 연결된 허우 샤오시엔의 도쿄는 오즈의 영화들처럼 소박하고 서정적인 공간이지만,‘도쿄타워’의 도쿄는 파리와 맨해튼의 중간쯤으로 보이는 화려한 도시다. 이방인이 그린 일본의 풍경은 어떨까. 지인들과의 대화, 수많은 책들, 식민지의 역사가 스며든 타이완에서 일본을 끄집어냈다는 허우 샤오시엔은 너무 익숙해서 일본인들이 스스로 발견하지 못한 도쿄의 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의 고독함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역사를 반추한다. 카메라 위치를 바닥에 가깝게 낮춰서 촬영하는 ‘다다미 쇼트’가 종종 등장하는데 이는 오즈 감독의 미학적 성과이자 허우 샤오시엔의 오마주이기도 하다. ‘도쿄타워’의 감성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빼닮았다. 스무 살 연상의 유부녀와 스물한 살 청년의 위태롭고 자극적인 로맨스는 도쿄 곳곳을 배경 삼아 전개되며, 예술적 기호와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세련된 영상과 음악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었다. # 카페 뤼미에르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 요코는 타이완인 남자 친구의 아이를 임신했으나 결혼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영화는 그물망처럼 연결된 일본의 현재를 탐구하며 타이완인의 아이라는 응어리진 상징을 보여 준다. 그리고 전철 안으로 들어오는 빛이나 기차역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너무 작아서 놓치고 있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오즈가 그랬던 것처럼 따뜻하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응시한다. 부가영상에 수록된 54분짜리 다큐멘터리에서 영화에 대한 허우 샤오시엔의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허우 샤오시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담겨 있는 정성일 평론가의 해설집도 만날 수 있다. # 도쿄타워 이른바 아름다운 불륜인데, 이야기 자체가 설득력을 갖기보다는 예쁜 화면과 배우들의 면모가 더 어필한다.‘실낙원’으로 유명한 구로키 히토미,V6 멤버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오카다 준이치,‘바이브레이터’의 테라지마 시노부, 아이돌 그룹 출신의 마츠모토 준 등 출연진이 화려하다. 현을 중심으로 한 스코어가 풍성한 음색으로 재생되며 1.85:1 아나몰픽 영상도 깔끔하고 안정감 있다. 부가영상에 메이킹 필름, 인물에 대한 배우들의 독백이 담긴 오디오 북, 인터뷰, 기자회견이 수록되었다. 양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지만 영화의 감성을 되새기기에는 충분한 서플먼트다. DVD칼럼리스트 ml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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