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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해튼 상가 텅텅, 동네 장터는 핫플로… ‘15분 도시’가 다가왔다

    맨해튼 상가 텅텅, 동네 장터는 핫플로… ‘15분 도시’가 다가왔다

    기존 자동차 중심 대도시 교통망 기후변화 대응 어렵고 체증 심해 코로나 확산으로 도심 이동 급감 도보로 이동 가능한 상권 등 인기 워싱턴 ‘10분 걷기 캠페인’ 등 실시 美 억만장자, 사막 신도시 추진 “서울 크기 ‘15분 도시’ 만들 것” 부유층 위주 지역차별 우려도코로나19가 처음 발견된 2019년 12월부터 만 2년이 됐지만 델타·오미크론 등 각종 변이의 거듭된 출현으로 종식은 멀어 보인다. 도심의 피해는 더 크다. 미국 전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일(현지시간) 인구 10만명당 195명이었지만 뉴욕은 470명으로 2.4배나 높고 워싱턴DC도 280명으로 많다. 애플, 포드, 리프트, 씨티은행, JP모건 등 대기업들은 재택근무를 계속 추가 연장하고 있으며 문을 닫는 식당도 적지 않다. 백신 보급 이후 잠시나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활기를 되찾던 도시는 다시 비어 가고 있다. 도시는 그 생명을 다한 것인가. 아니면 전염병에 대응하며 또다시 진화할 것인가.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가장 각광받는 도시의 개념은 프랑스 소르본대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주창한 ‘15분 도시’다. 집, 직장, 학교, 의료기관, 상점, 여가 장소 등을 자전거나 도보로 15분 안에 닿을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 국가는 광활한 국토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도심(urban)-교외(suburban)-지방(rural)’으로 나뉘었고 쇼핑센터 등 도시의 대규모 시설은 자동차 이동을 전제로 지어졌으나 코로나 이후 더이상 사람들을 유인하기 힘들어지면서 ‘15분 도시’가 주목받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클레멘트 스트리트 파머스 마켓’.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 한 번도 문을 닫지 않았다. 여느 파머스 마켓처럼 인근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꿀과 꽃, 신선한 과일, 채소 등을 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소위 ‘구닥다리’ 취급을 받던 이곳이 지금은 주변 상권까지 살린 ‘핫플레이스’가 됐다. 실내가 아닌 야외 장터이다 보니 거리두기가 가능해 집합 금지 규제에서 자유롭다. 손님들이 주로 동네 주민들이라 외부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기도 하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는 이곳을 조명하며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차이나타운은 손님이 급감해 타격이 컸는데 제2의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클레멘트는 고객이 거의 줄지 않았다”며 ‘15분 도시’의 대표 사례라고 전했다. 클레멘트는 샌프란시스코 북서쪽에 있는 거리로 광둥요리·딤섬·핫폿 등 중식당과 슈퍼마켓 등이 밀집돼 있다. 핵심은 ‘이웃’이다. 미국의 도시는 거미줄 같은 방사형 교통망을 이용해 상업, 주거 등 용도별로 나뉜 지구를 이동하도록 설계됐다. 이 지역들을 도로가 가로지르니 사실상 걸어서 이동이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자동차 중심의 도시 시스템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이 힘들고, 삶의 질이 떨어지며, 경제적 손실도 크다는 자성의 소리가 컸다. 차량 정체로 미국인이 연간 평균적으로 더 지출해야 하는 금액은 1인당 1010달러(약 119만원)이며 총액은 1160억 달러(약 136조 7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교통체증이 가장 심했던 시카고의 경우 운전자 1인당 평균 104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냈는데 1622달러(약 193만원)를 길에 버린 셈이다. 사람의 이동 경로를 따라 확산되는 코로나19는 도시의 취약성을 부각시켰고 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심화됐다. 뉴욕부동산협회(RENBY)에 따르면 지난여름 맨해튼의 거리 전면에 노출된 상점 중 29.9%가 비었다. 맨해튼의 소매판매액은 2017년 573억 달러에서 올해 448억 달러(약 53조 3600억원)로 21.8%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려면 사람의 이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쓴 것처럼 세계화와 항공기 등 장거리 교통수단의 발달로 전염병의 확산 속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됐다. 나라마다 국경을 걸어 잠그며 다시 지역으로 회귀하는 지역화(localization)가 진행됐고 이는 15분 도시의 개념과 밀접하게 연결된다.‘근접성’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여러 도시들이 추구하는 핵심 개념이다. 마이클 더건 디트로이트 시장은 ‘리버노이즈 맥니콜스’ 지역에 1700만 달러(약 202억원)를 투입해 보행자 친화 도시를 조성하고 있으며 짐 캐니 필라델피아 시장은 모두가 공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10분 걷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DC는 포토맥강과 접해 늘 산책과 조깅으로 붐비는 워터프런트 지역인 ‘와프’와 같이 도보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자동차 도로와 주차장 면적을 줄이고 도보 인프라를 확충하는 내용의 도시종합계획을 통과시켰고, 도심에 진입하는 자동차에 통행료를 물리는 급진적인 방안까지 검토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미국 도심 재개발에도 15분 도시가 적용되고 있다. 2025년까지 뉴욕 맨해튼 서쪽 허드슨 강변 철도 야적장에서는 16개 건물이 들어서는 개발사업이 진행된다. 이미 빌딩, 아파트, 호텔, 상가, 공연예술센터 등이 들어섰는데 인근 학교까지 도보로 15분 안에 닿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월마트 임원 출신인 억만장자 마크 로어는 ‘15분 도시’의 개념을 차용해 서부 사막지역에 4000억 달러(약 476조원)를 들여 500만명이 거주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텔로사’를 짓겠다고 지난 9월 밝혔다. 총면적은 15만 에이커(607㎢)로 서울과 비슷한 크기다. 우선 1단계로 5만명이 거주할 공간을 조성한다. 조감도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은 녹지로 뒤덮여 있고 친환경 공간을 걸어서 직장이나 편의시설로 15분 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고층건물에는 저수지, 재배 농장, 태양광발전 지붕 등이 갖춰져 있다. 15분 도시가 단지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다. 비대면 회의가 가능해진 기술의 발전도 15분 도시 구현에 필수적이다. 뉴욕 등 대도시의 출퇴근 시간은 편도로 평균 45분~1시간에 달하는데 코로나19 이후 화상회의시스템을 통한 재택근무 또는 거점 근무가 보편화됐다. 집이 곧 일터가 될 수 있는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온라인 쇼핑이나 자전거 이용 앱 등도 15분 도시의 가능성을 열어 줬다. 15분 도시가 독립적인 작은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어서 지역 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시 디자이너인 제이 피터는 “15분 도시는 이웃 간 분리, 차등적 치안, 편의 시설의 지역 간 불균형을 감안하지 않은 개념”이라면서 “도서관, 공원, 약국, 병원 등 편의시설이 부유층 거주지에 밀집된 경우도 적지 않아 낙후지역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단순 이동 거리 넘어 이동 소비 시간 중시

    ‘15분 도시’의 개념은 새롭지 않다.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전 사람들은 도보로 주택, 직장, 병원, 식료품점 등에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시는 거대해졌고, 차량 정체와 불균형한 대중교통망은 거리의 개념을 바꿨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차량보다 도보가 빠를 때도 적지 않다. ●밤에는 집 앞 도로가 주차장으로 이에 ‘시간’의 관점에서 도시를 계획하는 ‘크로노 어바니즘’(chrono-urbanism)이 부상했다. 1990년대 19세기 도시문제에 ‘근린주거론’(초등학교 도보권을 중심으로 한 단위 주거계획)을 내놓은 미국의 도시계획 전문가인 클래런스 페리가 처음 제기했다. 밤에는 집 앞 도로를 주차장으로, 건물 옥상을 정원으로 쓰는 게 대표 사례다. 여기에 프랑스 소르본대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도 감안해 주택, 직장, 학교, 의료기관, 상점, 여가 장소 등은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안에 닿을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을 추가했다. 15분 도시의 실제 적용은 도시마다 다르다. 프랑스 파리는 모레노의 15분 도시를 그대로 적용했다. 코로나19로 도입했던 60㎞의 임시 자전거 도로를 영구화해 필요한 곳을 15분 안에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부산·포틀랜드·멜버른 등 추진 미국 포틀랜드는 도시의 90%를 2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20분 동네’를 추진한다. 호주 멜버른의 ‘20분 도시’는 자전거뿐 아니라 대중교통으로 범위를 넓혔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이 15분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다만 현실화하기엔 장벽이 높다. 제프리 허우 워싱턴대 교수는 “도시는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경제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도보와 자전거만으로 자동차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면서 “또 다른 대안을 탐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생활비 위기의 해” 녹색에너지가 부른 인플레

    “2022년은 생활비 위기의 해가 될 것이다.”(텔레그래프) “영국 가계가 생존 대재앙의 비용에 직면해 있다.”(가디언) 영국의 대표 일간지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내놓은 촌평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로존 19개국도 공급 부족 문제와 녹색 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위기를 겪고 있다. 올 한 해도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보릿고개를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0% 올랐다. 1997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가격이 같은 기간 26.0% 올라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충격에서 회복되고 봉쇄령이 해제되면서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공장 가동 등에 필요한 에너지 수요가 폭발한 반면 러시아 등으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 급등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에너지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것으로 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0년 유럽 가구의 평균 전기·가스 지출액이 1200유로(약 163만원)였으나 올해는 1850유로(약 252만원)로 약 5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요금이 뛰면 식품, 서비스 등 생활물가 전반의 인플레이션이 이뤄진다. 정부가 가계와 기업 부담을 줄여 주고자 에너지 보조금을 재정으로 지원할 경우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사벨 슈나벨 EBC 집행위원은 8일 미국금융협회 연례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유럽의 녹색 저탄소 에너지 전환 정책이 인플레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이런 우려가 (인플레 압력에도 느긋한) ECB의 입장을 재고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쇠락하는 일본, 겸손해져야 부활의 미래 있다”...日 원로학자의 호소 [김태균의 J로그]

    “쇠락하는 일본, 겸손해져야 부활의 미래 있다”...日 원로학자의 호소 [김태균의 J로그]

    “내가 한국의 가파른 성장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 ‘한국이 일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사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는 비난이 돌아온다.” 자국 경제의 쇠락에 대해 경종을 울려온 일본의 원로 경제학자가 “일본인은 겸손한 태도를 상실했다”고 지적하며 1960년대의 겸허함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면 일본 경제의 부활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81) 국립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유력 경제 주간지 도요케이자이(東洋經濟) 최근호에 ‘일본의 국제적 지위가 현격하게 하락한 뼈아픈 사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8일 도요케이자이에 따르면 그는 칼럼에서 일본이 과거의 성공에 도취해 불필요하게 자존심만 내세우며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이런 식이어서는 일본의 재생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본의 국제적 지위 하락을 논할 때 많이 사용되는 근거 데이터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라며 “지난해 일본의 1인당 GDP는 4만 704달러로 세계 24위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세계 1위인 룩셈부르크(13만 1301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며 미국(6만 9375달러)에 비해서는 59% 수준, 아시아 1위 싱가포르(6만 6263달러)에 비해서는 61% 수준이다. 독일(5만 787달러), 영국(4만 6200달러)보다도 낮다. 노구치 교수는 “한국(3만 5195달러)에는 앞서지만, 한국의 성장률이 높아서 머잖아 역전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1인당 GDP는 2000년에는 룩셈부르크에 이어 세계 2위였다. 5위 미국보다 8%가량 더 많았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정책)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2년만 해도 13위로 미국(10위)의 95% 수준은 됐고, 20위 독일보다는 12% 더 많았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이 국제적 지위가 낮아진 것은 아베노믹스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의 지위가 떨어지면서 일본과 미국의 부(富)의 격차는 1970년대 말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그는 “상황이 이렇게 된 첫번째 이유는 엔화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세계 각국이 성장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일본은 성장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지위가 이렇게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언제부터인가 겸허함을 상실했다.” 노구치 교수는 일본이 세계적으로 ‘동양의 한쪽 구석에 있는 초라한 섬나라’ 취급을 받던1950~60년대를 언급하며 공업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세계적인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람을 스스로 각성하고 있던 당시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1인당 GDP 순위 하락 등) 낮은 경제 성과를 지적했더니 ‘제 나라의 흠집을 그렇게 들춰내니 기분이 좋으냐?’라는 비판이 돌아온다. 미국의 높은 소득을 언급하면 ‘그 나라는 분배 불균형이 심각한 것을 모르느냐?’고 반박한다. 한국의 높은 경제 성장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하자 ‘한국이 일본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사실을 몰라서 하는 소리냐?’라는 반론에 직면한다.” 그는 “자국의 문제점을 들추는 것은 그것을 개선하고자 하기 때문이며 타국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그것이 자국에 참고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1960년대의 겸허함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재생을 위한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 ‘코끼리 연금’ 20여년째 방치… 초당적 개혁기구로 옮겨 수술해야

    ‘코끼리 연금’ 20여년째 방치… 초당적 개혁기구로 옮겨 수술해야

    서울신문 논설위원실은 3월 대통령 선거까지 ‘새 정부, 이것만은 하자’ 시리즈를 집중 연재한다. 20대 대통령과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가 해야 할 과제를 9개로 정리해 부문별 담당 논설위원이 현상과 진단, 대안을 제시한다. 첫 회는 연금개혁.연금개혁을 흔히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한다. 너무 육중해 한 발짝도 들어 올리기 힘든 코끼리처럼 지난(至難)해서다. 자칫 잘못하면 코끼리 발에 밟히기 십상이다. ‘고갈’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데도 국민연금이 20년 넘게 사실상 방치 상태인 것은 이 때문이다. 연금개혁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때 180석을 손에 쥐었기에, 비판의 강도가 더 세고 따갑다. 유력 대통령 후보들이 탈모의 건강보험 적용 같은 공약을 쏟아내면서도 연금에 이르러선 입을 다문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립금을 다 까먹어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다. 두 연금 때문에 지난해 불어난 나랏빚만 100조원이다. 후발주자인 국민연금은 아직 기금이 남아 있지만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정부 추계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갈 시기를 정부보다 2년 더 빠른 2055년으로 경고했다. 723만명으로 추산되는 2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은 대부분 차기 대통령 임기 안에 은퇴를 마무리한다. 연금 가입자에서 수급자로 대거 바뀐다는 얘기다. 연금 고갈 시기가 점점 더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금개혁이 시급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세대 간 형평성’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70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62세가 넘는다. 반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같은 시점 2000만명이나 감소한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먹여살려야 하는 노인 인구가 대략 1.2명이다. 미래 청년세대의 부담이 급증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중시하는 ‘공정’ 가치에 어긋난다. 연금개혁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예전에는 국민·공무원·군인·사학 등 ‘연금 간 형평성’ 갈등만 문제였지만 지금은 세대 간 형평성까지 겹쳐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수술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더 내고 더 받을 것’이냐, 아니면 ‘더 내고 지금처럼 받을 것’이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개인 부담 4.5%)다. 1998년 이후 24년째 동결된 상태다. 여러 차례 인상 시도가 있었지만 ‘마의 10%’ 벽을 넘지 못했다. 영국(25.8%), 독일(18.7%), 일본(18.3%), 미국(13.0%) 등 외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따라서 ‘내는 돈’(보험료)을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문제는 ‘받는 돈’(연금)도 올릴 것이냐이다. 지금은 은퇴 전 소득의 40% 수준이다. 이미 ‘용돈 연금’이라 보험료를 올리면 소득대체율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받는 돈도 올리면 보험료 인상 효과가 상쇄돼 올리나 마나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부딪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사지선다형’으로 던져 놓고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은 6일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더 내고 덜 받는 것’이지만 국민 저항이 너무 커 당장은 무리”라면서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윤 회장은 “심정적으로야 ‘더 내고 더 받기’가 좋지만 과거 20년 동안 보험료를 한 푼도 올리지 않으면서 (내는 돈과 받는 돈의) 불균형이 너무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더 내고 더 받기’로는 기금 고갈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받는 돈은 그대로인데(혹은 줄어드는데) 내는 돈만 올리자고 했을 때 국민들이 과연 받아들일 것이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연금개혁 공약을 내지 않는 이유다.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여야를 떠나 초당파적 연금개혁기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개혁은 반드시 보험료율 인상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어떤 후보든 (얘기를) 꺼내는 순간 욕을 먹게 돼 있다”면서 “진영을 떠나 공동으로 연금 공약을 만들면 누가 집권해도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된 뒤 착수하면 너무 늦다는 오 위원장은 “대선 주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탈정치, 초당파 연금개혁추진위원회 구성을 선언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뜨거운 감자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통합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4대 연금의 정확한 실태도 공개돼야 한다. 재정 상태가 얼마나 심각하고 연금 간 불균형이 어느 정도인지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합의 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2020년 작성한 공무원연금 재정계산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회의록도 비공개다. 일본이 재정보고서는 물론 위원들의 발언 내용까지 실명으로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과 대조된다. 윤 회장은 “많은 유럽 국가가 경제성장률, 인구 변화, 실업률 등에 따라 연금이 자동으로 달라지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이런 제도를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소득 심사를 완화하거나 수급 개시 연령을 높여 연금받는 사람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도 전문가들 사이에 높다. 그러자면 필연적으로 ‘정년 연장’ 문제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 서울 의원 33% 강남 3구에… 우리 동네선 맘놓고 아파도 될까요

    서울 의원 33% 강남 3구에… 우리 동네선 맘놓고 아파도 될까요

    강남 의원 1728곳… 용산의 11.9배피부·성형외과 진료 의원 빼고도자치구별 의원 분포 불균형 여전 의원 과밀지역 강남, 경쟁도 치열서울 평균보다 3년 더 빨리 폐업50년 전 의료법 현실과 동떨어져서울 강남구 한남IC부터 서초구 염곡사거리를 잇는 강남대로 6.4㎞에는 크고 작은 480개의 의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의원 수 하위 3개 구인 용산구(145개), 금천구(161개), 도봉구(164개)의 모든 의원을 합한 수보다 이 단일 도로에 있는 의원의 수가 많은 셈이다. ●의원 5곳 중 1곳 강남에서 환자 받아 6일 서울신문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8999개 의원 중 20%에 가까운 1728곳이 강남구에서 영업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의원 5곳 중 1곳이 강남구에서 환자를 받는 것이다. 이른바 강남 3구로 지역을 확대하면 의원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자치구별 의원 수 상위 3곳인 강남구, 서초구(689곳), 송파구(587곳)에 3000곳 이상 몰려 있다. 이 비율은 서울 전체 의원의 33%에 해당한다.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기본적인 의료 인프라마저 강남과 비강남의 지역 격차가 확연하다.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원은 의료법상 병상이 30개 미만인 의료기관을 말한다. 병상이 30개 이상이면 병원, 100개 이상이면 종합병원이 된다. 즉 의원은 몸이 아플 때 제일 먼저 찾아가는 1차 의료기관으로 국민 보건 서비스의 제일 첫 줄에 서 있다. 의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처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큰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환자는 의원에서의 의료 서비스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전문성마저 강남 3구가 높아 의료 접근성뿐만 아니라 전문성에서도 격차가 드러났다. 강남 3구의 경우 의사의 전문 분야만을 진료과목으로 등록한 비율은 39.3%(1179곳)로, 비강남권 자치구의 28.5%(1711곳)보다 높았다. 이런 격차는 과목을 적게 볼수록 전문성이 높아지는 의원별 진료과목 수에서도 확인됐다. 강남 3구는 의원당 평균 진료과목 수가 2.8개로 서울 전체 평균(3.4개)보다 낮은 반면 비강남 지역은 3.8개로 평균을 웃돌았다. 강남구에 많이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 피부과·성형외과 의원을 제외하더라도 자치구별 불균형은 여전했다. 강남구에서 성형외과·피부과 진료를 보는 의원은 874곳으로, 서울 자치구 중 의원 보유 수가 적은 하위 5개 지역의 의원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을 정도로 많다. 특정 진료과목의 쏠림을 제외하고 살펴보면 강남 3구에서 피부과·성형외과 진료를 보지 않는 의원은 1565곳으로 서울 지역 전체에서 피부과·성형외과 진료 의원을 제외한 4946곳의 31.6%에 달한다. 피부과·성형외과를 모두 포함해 비교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강남 2888일·‘비강남’4544일 영업 다만 강남구 의원의 수명은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확연히 짧았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에 1963년부터 등록된 서울 의원 1만 6624개의 평균 운영 기간은 4084일이었지만 강남 의원의 평균 영업일은 2888일로 평균보다 3년 이상 폐업이 빨랐다. 의원이 밀집해 있는 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의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강남 3구 이외 지역 의원의 평균 영업일은 4544일로 강남구 의원보다 4년 6개월 이상 오래 환자를 받았다. ●환자 10명 중 7명 전문의 구별 못해 의료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에서 전문성은 의원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2017년 성형 상담을 위해 성형외과에 방문한 6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성형수술을 비전문의에게 받지 않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77.7%에 달했다. 그러나 전문의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한피부과학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4월부터 6월까지 최근 6개월 내 아토피, 습진 등 피부 문제로 병원에 방문한 이력이 있는 1000명 중 절반 이상인 53.1%가 ‘피부과 전문의를 구별할 수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전문의 자격 구분과 간판을 구별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 10명 중 3명만 가려냈다. 이렇다 보니 1973년 개정된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의료법이 변화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전문의는 “1970년대에는 의사가 부족해 전공과 상관없이 여러 진료를 다 봐야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요즘은 의사도 많아졌고, 전문의도 많아졌는데 의료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금리 오르면 수익 뛰는 은행 vs 증시 위축 조마조마한 증권사

    금리 오르면 수익 뛰는 은행 vs 증시 위축 조마조마한 증권사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실물 경제와 맞닿아 있는 양대 금융계인 은행과 증권사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은행은 ‘적극 인상’에, 증권사는 ‘소극 인상’에 방점을 찍으면서 기준금리 인상 폭에서 최대 0.5% 포인트의 차이를 나타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의 ‘이자 장사’와 증권사의 ‘증시 위축 우려’라는 속내가 반영된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신문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장과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투·NH·삼성·KB)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한 ‘올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은행장들은 “두세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5~1.75%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본 반면 증권사 센터장들은 “한두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25~1.5%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 최소는 1.25%, 은행 최대는 1.75%로 0.5% 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물가상승과 금융 불균형에 대응한 금리 인상 가속화 시나리오에 가장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세 차례에 걸쳐 최대 1.7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1월과 하반기,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상하반기,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1분기와 4분기 2회 인상을 점쳤다. 반면 오태동 NH투자증권 센터장은 “1월 한 차례 추가 인상 후 연내 1.25%로 동결될 전망”이라고 했고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도 “한은 총재가 퇴임하는 3월 전에 한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1~2회, 유승창 KB증권 센터장은 1분기와 4분기 2회,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은 2회 인상을 점쳤다. 은행과 증권사의 기준금리 인상 폭 차이는 하반기 경기를 어떻게 보느냐에서 확연히 갈렸다. 은행은 경기 회복에, 증권사는 경기 둔화에 무게를 뒀다. 이 행장은 “금융 불균형에 대한 경계감으로 1분기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경기 회복세가 안착되면서 4분기 금리 인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권 행장은 “‘위드 코로나’로 내수 회복세가 가속화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기준금리는 2.0%까지 인상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오 센터장은 “하반기에는 국내 경기의 핵심인 수출 증가율 둔화가 분명해지고 물가상승률도 한은 전망치를 역산해 보면 2%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돼 하반기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 센터장도 “3월 전 한 차례 인상 이후에는 경기 둔화가 완연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금리 장사를 하는 은행은 ‘편한 장사’를 하게 되고 증권사는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며 “같은 금융권이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두둑하게 이익을 챙기는 반면 증권사는 자본시장 자금 이탈로 증시가 나빠지기에 각각 다른 메시지를 낸다는 의미다.
  • 은행 ‘이자 장사’ vs 증권사 ‘증시 위축’…기준금리 인상 전망 갈렸다

    은행 ‘이자 장사’ vs 증권사 ‘증시 위축’…기준금리 인상 전망 갈렸다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실물 경제와 맞닿아 있는 양대 기관인 은행과 증권사의 전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은행은 ‘적극 인상’에, 증권사는 ‘소극 인상’에 방점을 찍으면서 기준금리 인상 폭에서 최대 0.5%의 차이를 나타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은행의 ‘이자 장사’와 증권사의 ‘증시 위축’이라는 속내가 반영된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신문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장과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투·NH·삼성·KB)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올해 기준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 한 결과 은행장들은 “두세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5~1.75%로 오를 것”으로 내다본 반면 증권사 센터장들은 “한두 차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25~1.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 최소는 1.25%, 은행 최대는 1.75%로 0.5%나 차이가 났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물가상승과 금융 불균형에 대응한 금리 인상 가속화 시나리오에 가장 비중을 두고 있다”면서 “세 차례에 걸쳐 최대 1.75%까지 인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가속화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도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며 “1월 추가 인상에 이어 하반기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경기 회복세, 물가상승, 주택시장과 연계된 금융 불균형 우려를 감안해 1월 추가 인상하고, 하반기 한 차례 더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상하반기 각각 한 차례 인상,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1분기와 4분기 각각 한 차례 인상을 점쳤다. 반면 오태동 NH투자증권 센터장은 “1월 한 차례 추가 인상 후 연내 동결돼 연말 기준금리는 1.25%가 될 전망”이라며 “2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선 2주 전에 열린다는 점에서 1월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센터장도 “한은 총재가 퇴임하는 3월 전에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1~2회 추가 인상할 것”이라며 “인상 시기는 글로벌 공급망 회복 여부,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반영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창 KB증권 센터장은 1분기와 4분기 2회 인상,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도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2회 인상을 점쳤다. 은행과 증권사의 기준금리 인상 폭 차이는 하반기 경기를 어떻게 보느냐에서 확연히 갈렸다. 은행은 경기회복에, 증권사는 경기둔화에 무게를 뒀다. 이 행장은 “금융 불균형에 대한 경계감으로 1분기 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경기 회복세가 안착되면서 4분기 금리 인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권 행장은 “‘위드 코로나’로 내수 회복세가 가속화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기준금리는 2.0%까지 인상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진 행장은 “상하반기 두 차례 인상은 코로나 위기 상황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며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된다고 가정한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 센터장은 ”하반기에는 국내 경기의 핵심인 수출 증가율 둔화가 분명해지고 물가상승률도 한은 전망치를 역산해 보면 2%를 하회할 것으로 판단돼 하반기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 센터장도 “3월 전 한 차례 인상 이후에는 경기둔화가 완연해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같은 금융권이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데, 금리가 올라가면 은행은 ‘편한 장사’를 하게 되고, 증권사는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게 된다”며 “금리 장사를 하는 은행은 금리가 올라야 두둑하게 이익을 챙기기에 금리 인상 희망을 담은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돈이 자본시장을 이탈해 증시가 나빠지기 때문에 증권사에선 경제를 생각해 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 노동계 표 급한 여야, 노동이사제·타임오프제 ‘척척’

    노동계 표 급한 여야, 노동이사제·타임오프제 ‘척척’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키도록 하는 ‘노동이사제’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조정위 문턱을 넘었다.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도 국회 환경노동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 약속한 법안들이 이날 소위를 통과하면서 오는 1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두 법안 모두 재계의 반발이 거센 사안이지만, 두 후보 모두 노동계 표심을 잡기 위해 공약했다. 기재위는 이날 안건조정위를 열어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공기관과 준정부 기관 비상임 이사에 3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가 1명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후보가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를 당부한 법안으로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후다. 앞서 민주당은 노동이사제 법안이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에서 야당 반대에 막혀 심사가 지연되자 지난달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회부했다. 애초 반대 입장이던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한국노총을 찾아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 합의처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경제계는 반발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공동 입장문을 내 추가 입법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경제단체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관계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것”이라며 “공공 부문 도입이 민간기업까지 확대되면 이사회의 기능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노위도 이날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공무원·교원노조 전임자의 노사 교섭 등의 업무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내용(타임오프제)의 공무원·교원 노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야는 공청회를 포함해 6차례 소위를 진행한 끝에 민주당이 제안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정하기 위해 공무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둔다’는 규정에 합의했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조합원 규모에 따라 노조 전임자 수의 한도가 정해져 있다. 그동안 공무원과 교원 노조는 법적으로 근로시간 면제를 받지 못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예산 등에 전임자 임금 등을 배정해 공무원과 교원의 노조활동을 보장하게 된다. 세금으로 공무원과 교원의 노조비를 지급한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다.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 李 ‘해돋이 행사’ 尹 ‘교회 예배’...새해 첫 주말 표심 잡기 분주

    李 ‘해돋이 행사’ 尹 ‘교회 예배’...새해 첫 주말 표심 잡기 분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새해 첫 주말인 2일 각각 해맞이 행사, 교회 예배에 참석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는데 주력했다. 이 후보는 2일 새벽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열린 ‘2022 글로벌 해돋이: 지구 한 바퀴’ 새해 온라인 해맞이 행사에 참석해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데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런 불균형이 많이 해소되어서, 수도권과 지방 가리지 않고 대한민국 어디서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일출을 바라본 이 후보는 새해 소원으로 “국민께서도 작년의 어려움을 벗어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며 “특히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 재도약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 취직자리도 많아서 청년들이 고를 수 있고, 친구들하고 안 싸워도 되는 협력적 경쟁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윤 후보는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윤 후보는 이날 성경책을 팔에 끼고 차에서 내렸다. 윤재옥 후보전략자문위원장과 이만희 수행단장 등이 교회 관계자들과 함께 교회 입구에서 윤 후보를 맞이했다. 이수희 이재영 강동 갑·을 당협위원장도 동행했다. 교회 측 인사가 ‘성경책이 멋지다’고 인사를 건넸고, 윤 후보는 새해 덕담으로 화답했다. 윤 후보가 참석한 이날 오전 7시 예배는 김삼환 원로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윤 후보는 예배 시작 전 30분가량 먼저 교회에 도착해 신도들과 새해 인사를 나눴다.
  • 정은보 금감원장 “금융감독·소비자 보호 선제 관리에 방점”

    정은보 금감원장 “금융감독·소비자 보호 선제 관리에 방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내년도 금융감독 방향에 대해 ‘선제적 관리’를 강조했다. 각종 금융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전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어서도 사전예방을 최우선한다는 방침이다.정 원장은 31일 신년사를 통해 “새해 가장 역점을 두고자 하는 것은 잠재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관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원장은 “현재 금융시장에는 크고 작은 리스크가 잠재돼 있고, 현실화 될 경우 그 영향은 광범위하며 상흔효과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제도를 선진화해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교화하해 실질적 리스크 관리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면서 “상시감시 4.0체계 구축, 자금흐름 분석시스템 활용 등 시장에 대한 상시감시 체계를 고도화하고, 업계 스스로도 리스크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피해의 사후보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어서도 ‘사전예방’을 재차 언급했다. 정 원장은 “금융상품이 복잡해지고 디지털화에 따라 판매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정보비대칭에 의한 소비자피해, 특정계층 소외현상 등 소비자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상품의 개발단계에서부터 판매, 사후관리 등 금융상품의 라이프사이클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보호를 위한 선제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원장은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주문하기도 했다. 감독당국이 현장의 고충과 흐름을 충분히 이해하고 시장 전문가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 상호 이해와 신뢰가 만들어질 때, 선제적 리스크 관리나 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와 같은 사전적 감독정책이 굳건한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금융회사와 빅테크 간 불균형적 경쟁여건은 해소돼야 한다”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에 기반해 공정하고 협력적인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주열 한은 총재 “새해 경제 개선 맞춰 통화정책 완화 정도 적절 조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새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31일 신년사에서 “새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야 한다”면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금융불균형 상황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영향을 함께 짚어가며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선 “그간 높아진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상호작용해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했고, 대출제도와 관련해선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당분간 유지하되, 지원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해 나가면서 코로나 이후 상황을 대비한 중장기 개선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외환시장 안정 유지에도 힘쓸 것을 주문했다. 이 총재는 “미 연방준비제도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리 인상을 이미 시작했거나 예고하고 있다”면서 “각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어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가계·기업 부채의 부실 우려도 짚었다. 이 총재는 “각종 금융지원 정상화 과정에서 가계와 기업 부채의 잠재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차주의 채무 상환 능력 등 금융시스템 위험 요인을 상시 점검하고 정부와 협력해 적절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 서부경남 공공병원 예타면제 확정...2025년 착공, 2027년 개원 예정

    서부경남 공공병원 예타면제 확정...2025년 착공, 2027년 개원 예정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경남 서부지역 공공의료 공백을 확충하기 위해 추진하는 서부경남 공공병원 신축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최종 확정됐다.29일 경남도에 따르면 정부가 28일 국무회의에서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의결한 뒤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했다. 서부경남 숙원사업인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사업이 예타면제 확정으로 공론화 시작 2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경남도는 지난해 5월 서부경남 공공의료 확충 공론화협의회를 구성하고 입지선정 공론화를 진행했다. 공론화협의회는 지난해 7월 진주시 옛 예하초등학교 일원, 하동군 진교면 진교리, 남해군 노량주차장 일원 등 3곳을 설립 후보지로 결정한 뒤 이를 경남도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올해 2월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후보지 입지 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진주시 정촌면 옛 예하초등학교 일원을 서부경남 공공병원 부지로 최종 확정하고 ‘서부경남 공공병원 설립 운영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해 300병상 19개 진료과목의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경남도는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거쳐 사업계획서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요구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예타면제 확정에 따라 내년 1~9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통해 사업규모와 예산이 최종 확정되면 경남도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2023년 의료·운영체계 연구 용역 및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25년 서부경남 공공병원을 착공해 2027년 준공·개원할 예정이다. 권양근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서부경남 공공병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도민과 시민단체, 지역 정치권 등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이며 설립을 신속하게 추진해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에 대응하고 서부경남권 의료환경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청소년 트랜스젠더’ 기획 돋보여… 대선 보도, 기계적 중립 지양을

    ‘청소년 트랜스젠더’ 기획 돋보여… 대선 보도, 기계적 중립 지양을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회는 28일 제146차 회의를 열고 12월 주요 현안을 다룬 서울신문 보도를 분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회의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이동규(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위원장을 비롯해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협력실장), 김재희(김재희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박경미(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정은(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학생), 정일권(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위원이 참여했다. 위원들은 ‘청소년 트랜스젠더’, ‘늙어 가는 산부인과’ 등 기획기사를 비롯해 국제면과 오피니언면을 높게 평가했다. 대선을 앞두고 기계적 중립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심층성·접근법 인상적인 기획기사 김재희 ‘벼랑 끝, 홀로 선 그들: 청소년 트랜스젠더 보고서’ 기획기사는 기획력과 심층성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사였다. 국내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현황과 성별 불일치감으로 겪는 고통에 대한 사례와 통계, 학업 중단의 문제, 성별 정정 관련 법적 절차, 의료 문제, 대선 주요 후보들에 대한 성소수자 정책까지 청소년 트랜스젠더 이슈를 법, 의료, 정치, 교육 등 다각도에서 심도 있게 분석했다. 김정은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인권과 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심층적으로 취재한 신문사는 서울신문이 유일한 것 같다. 4명의 청소년이 학교에서 겪은 여러 문제들을 이들의 관점에서 서술해 공감하며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용어 클릭’ 코너도 돋보였다. ‘논바이너리’, ‘앨라이’와 같은 단어를 독자들을 고려해 인권적인 차원에서 정의하고 있어 글을 읽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문제를 보여 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해외 사례를 통해 ‘성중립 화장실’과 같은 해법을 언급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무관심한 정치권을 지적한 시각이 돋보였다. 다만 인터랙티브 기사로 연결되는 QR코드 오류 등은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박경미 ‘늙어 가는 산부인과’ 기획기사는 산부인과 병원이라는 작은 프리즘으로 저출산 및 인구 감소, 그리고 불균형적 의료 체계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조명했다고 평가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부족과 그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의료수가와 위험 부담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산부인과 감소의 원인을 의료 분쟁과 수급 상황 전반의 문제를 잘 짚어 냈다. 산부인과만을 소재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산부인과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대선 보도, 산술적 균형은 경계해야 정일권 20일자 1면 ‘폭로와 해명 싸움, 정책을 삼켰다’ 기사는 이번 대선 캠페인의 문제점을 정확하고 간결하게 지적했다. 직관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도록 하는 좋은 제목이다. 그러나 서울신문도 이런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폭로와 해명을 다루면서 편향성 시비를 피하고자 후보별 산술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그릇된 기준으로 유권자를 가르고 지지 후보에 따른 집단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 않다. 반면 22일자 1면 ‘타임오프제 찬성 누구 공약일까요’ 기사는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비교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에 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선거 보도라고 볼 수 있다. 박경미 14일 보도된 ‘문 지지율 못 넘은 이, 정권교체론 흡수 못한 윤… 아직 대세는 없다’ 기사는 최근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선거 정국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 주고 있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로 나눈 대선 성격에 대한 여론조사 응답 결과와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여론조사 응답 결과를 근거로 이번 대선에 참여하는 주요 후보들의 한계를 잘 지적하고 있다. 9일자 ‘여도 야도 선심성 100조’ 기사는 두 후보의 정책적 유사성을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경쟁의 본질을 다룬 기사라고 본다. 그동안 어느 한쪽에서 제기됐던 피해 보상 대책을 두고 양당의 주요 인사들이 상호작용하는 내용을 보여 주는 부분이 인상 깊다. 그러나 이러한 후보의 정책적 제안들을 공식적인 것으로 만드는 오해는 피해야 한다. 후보 이외의 소수 인물들이 정책을 언급한 것은 선거 공약의 공식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베이징올림픽 관련 심층 기사 보도되었으면 김숙현 12월 국제면 기사들은 대체적으로 지역 안배 및 이슈 선정이 훌륭했다. 미중 갈등, 미 연준 테이퍼링 관련 기사, 미중 갈등과 중국 견제에 대한 유럽·일본 등의 움직임,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 고조 등은 독자들이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12월 3~4일자 22면 비움, 월드이슈에서는 팀 마셜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와의 화상 인터뷰 내용을 싣고 있는데 시의적절하면서도 코로나19 상황에 걸맞은 좋은 시도라 생각한다. 다만 글로벌 석학이나 유명 전문가도 좋지만 이슈에 따라서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일반인과의 인터뷰도 필요해 보인다.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가 임박해 오는 가운데 베이징올림픽 준비 상황 및 국제사회의 동향 관련 심층기사도 보도되면 좋겠다. 김정은 ‘윤연정 기자의 글로벌 줌’은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이슈를 설명하고 있어 세계 정세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4일자 ‘新냉전의 서막, 10년간 동아시아가 최대 화약고 될 것’ 기사는 국제정치를 전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세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기사였다. 요소수 사태로 미중 무역전쟁 및 공급망에 관심을 갖는 독자가 많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국제정치 문제를 쉽게 설명해 주는 코너가 나올 필요가 있다. ●한발 더 나아가는 보도 필요 박경미 청소년 방역패스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 인원이 증가했고, 헌법소원 청구의 움직임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이슈다. 2030세대를 비롯한 젊은층의 정치사회적 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앞으로 청소년층의 성장에 따라 새로운 세대의 진입이 향후 정치적 향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의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재희 20일자 1면 기사로 ‘15년간 양육비 안 준 배드파더스 첫 공개’를 보도했다. 지난 7월 개정된 양육비 이행 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첫 신상 공개로 의미가 있는 기사인 만큼 좀더 분량을 늘리거나 추가적인 부분을 취재해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피니언·사설 통한 사회적 책임 수행 눈길 이동규 원격의료 이슈를 담은 사설이 눈에 띄었다. 6일자 ‘늘어나는 재택치료, 원격의료 제대로 논의해 보자’ 사설은 이슈 선점, 심층 분석, 논의의 장 마련을 통해 여론을 살피고 형성하는 언론의 의제 설정자 역할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었다. 17~18일자 ‘최광숙의 Inside’와 23일 ‘최광숙 칼럼’에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칼럼이 게재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서울신문에서 원격의료 이슈와 마찬가지로 관심을 가질 정책 의제로 생각한다. 또 시행 이후 집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들도 점검하고 개선 제언도 해 줬으면 한다. 정일권 20일자 31면 ‘비호감 대선, 이도 윤도 다 싫다는 2030’ 사설은 후보자들에게 젊은 표심을 얻기 위해 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를 제시하라고 말하며 바람직한 캠페인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에 맡겨진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0일자 31면 서울광장 ‘역대급 비호감 대선은 아니다’는 선거와 같은 중요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일깨우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높이 평가한다.
  • [여기는 중국]중국 임산부들이 홍콩으로 피를 빼돌리는 이유는?

    [여기는 중국]중국 임산부들이 홍콩으로 피를 빼돌리는 이유는?

    불법으로 태아 성별을 감정해온 업체 일당이 공안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지난 2002년부터 성비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해 태아 성 감별이 금지된 중국에서 법망을 피해 자식의 성을 미리 확인하려는 부모들이 산모의 혈액샘플을 채취해 감정하는 방식으로 태아 성 식별을 의뢰해오고 있었던 것.  이와 관련, 최근 중국 푸젠성 종합채널의 프로그램 ‘제일방방단’(第一帮帮团)은 최근 수개월에 걸친 추적 취재 끝에 불법 태아 성 감별을 전문으로 하는 일당을 확인, 이들 중에는 전문 의료진과 물류 회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 1회 성별 감별 비용으로 3500~4000위안 상당의 불법 수익을 챙겨왔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 속 해당 업체들은 위챗, 웨이보 등 중국 sns를 통해 모집한 수 만명의 산모들을 모집한 뒤 샤먼시 외곽에 주차한 중형 버스에서 단 몇 분 내에 정맥혈을 채취, 홍콩 등 외부로 밀반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불법 채취된 혈액 샘플이 주로 홍콩 등 경외 지역으로 이송돼 감별된 이유는 중국 당국이 혈액 수출 자체를 금지하면서도 홍콩 등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가한 허점을 악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부 전염성 병원체가 포함됐다고 의심되지 않은 혈액에 대해서 홍콩으로의 반입을 허용해오고 있다. 단, 홍콩에서도 정식으로 등록이 완료된 의료업체와 의료진에 의해서만 혈액 샘플 검사가 가능하도록 제한해오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이를 규제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를 무시하는 업체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실제로 취재에 협조한 것으로 알려진 일당 중 한 남성은 “수년 동안 이 같은 행각이 이어졌다”면서 “공동 채팅 창에 가입돼 있는 수만 명의 산모와 관련자들이 있으며, 단 몇 분만에 혈액을 채취해 외부로 이송해 감별하기 때문에 공안에 적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혈액 채취 버스에 있는 의료진은 모두 정식으로 의료 면허를 소지한 현직 의사들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채취한 산모들의 혈액은 한 번에 수 백 명의 샘플 혈액이 홍콩 등 외지로 이송됐다. 주로 선전 또는 광저우 등을 통해 홍콩의 모 의료원으로 이송된 혈액 샘플 성별 감정이 완료되는 기간은 최대 일주일이 소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동행한 일당들은 혈액 샘플이 국경선을 통과하는 과정과 의료원에 도착해 의료진에 의해 성별 감정이 진행되는 과정 등을 영상과 사진으로 촬영, sns 채팅을 통해 의뢰 고객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태아 성 감정 산업에는 현지 의료진과 물류 운송 업체 등 다수의 관련자들이 얽힌 채 대형 불법 산업 체인을 이루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들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19년 CNN 방송은 중국 선전 뤄후 검문소에서 12세 소녀가 산모 142명의 혈액 샘플을 배낭에 숨겨 이동하다가 적발된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목을 집중시키 바 있다. 당시 이 소녀는 선전시를 거쳐 홍콩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운반책 역할을 한 이 소녀는 중국 국경선을 넘어 홍콩으로 밀반입하는데 성공할 경우 회다 100~300위안 상당의 수고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홍콩으로 넘어간 산모들의 혈액 샘플은 홍콩의 모 병원 의료진들에 의해 태아 성별 감별 테스트를 진행, 업체 관계자들은 위챗(wechat) 등 중국 sns를 통해 의뢰 고객에게 결과물을 전송해왔다. 이와 관련, 홍콩과 중국 당국이 의료 실험산업 성장을 위해 알고도 모르는 척 방조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태다.  
  • 뾰족한 첨탑은 빼고 일상은 더하고…권위 내려놓은 개포동교회

    뾰족한 첨탑은 빼고 일상은 더하고…권위 내려놓은 개포동교회

    교회 하면 떠오르는 것이 첨탑과 드높이 달린 십자가다. 다양한 종파들이 경쟁하듯 곳곳에 들어선 개신교 교회들은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해 높이 세운 십자가에 빨간 네온사인을 설치했다. 붉은 십자가로 불야성을 이루는 것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비판에 빛 공해 논란까지 일으키는 교회 건축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개신교 교회 건축은 첨탑의 권위적 형태를 버리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형태로 도심 속에 자리잡아 이웃에게 따스한 위로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모두를 위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준공한 서울 개포동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100여개의 교회를 디자인해 자칭 타칭 ‘교회 건축 전문가’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이은석(코마건축사사무소) 경희대 교수가 디자인했다.재건축과 재개발의 광풍을 타고 개포동에는 고가의 아파트 숲이 조성돼 있다. 조금 남아 있는 숲 덕분에 아파트 가격은 전국 최고가를 다툰다. 고층 아파트의 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은 몇몇 중고등학교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외의 지역도 있었다. 강남구 선릉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옛 골목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는 구역이 있다. 복잡한 소유권 문제로 재개발이 어려운 상가주택지역이다. 개포동 교회는 도심 재개발의 불균형 속에서 신구 지역의 경계에 지어졌다. 해를 가득 받으며 서 있는 교회를 골목에서 바라보면 밝은 색의 외장재와 부드러운 곡선, 단순한 외양 덕분에 전체적으로 온화한 느낌이다. 첨탑도, 꼭대기에 십자가도 없이 웅장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그윽한 존재감이 골목 전체를 따스하게 비추는 듯하다.“현대의 교회 건축은 신앙적 구도의 성소임과 동시에 심리적으로 피폐해진 도시민들에게 영적인 평화와 위안을 베푸는 장소가 돼야 합니다. 종교를 떠나 모두에게 가깝게 다가가도록 첨탑의 권위적 형태를 과감히 버리고, 친근하고 부드러운 형태와 따스한 외장재를 선택함으로써 도심 속에 정겹게 자리잡도록 했습니다.” ●기존 붉은색 벽돌 건물 철거하고 신축 이 교수는 “전통적인 종교 건축에서는 세속으로부터의 망명과 같이 분리된 공간을 지향했지만 현대 도시의 교회는 예전 동네 어귀마다 있었던 오래된 느티나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누구에게나 휴식처, 안식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종교적 가치를 내세워 스스로 고립되기보다 교회가 능동적으로 세상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은 ‘들린 건축, 열린 가치’라는 개념으로 요약되고, 교회 건축물로 구현된다. 교회가 방어적 성채처럼 되지 않도록 거대한 볼륨은 공중으로 들어 올리며, 그 아래로 소통의 공간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형식이다. 사비석(화강암의 일종) 마감의 볼륨이 바닥에서 들려 있고, 저층부 교류 공간의 열린 가치를 극대화한 개포동교회에 그 철학이 잘 반영돼 있다. “전통적으로 교회란 소통보다는 구별을 추구했고, 최근까지의 교회는 그런 모습이었지만 21세기의 교회는 소통이 안 되면 존립이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하면 공공성을 띠고 이웃과 잘 소통이 되게 하는가가 디자인에서 최대의 관건이었습니다. 약간의 종교성만 띠도록 상징성이나 장식성을 최소화하고, 대신 교회 건축이 공공성을 가지면서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습니다.”기존에 자리한 붉은색 벽돌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프로젝트는 현상설계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즐비한 상가 건물들에 꽉 막힌 성채처럼 여겨졌던 붉은 벽돌의 교회당 건물 대신 들어서는 신축 교회는 도시의 가로가 교회를 통해 막히지 않고 반대편으로 소통하도록 디자인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보면 확연히 드러나는 ‘V’자형 기둥이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이 교수는 “넓지 않은 부지에서 주차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지상 볼륨을 들어 올릴 때 캔틸레버(건물 본체에서 튀어나온 부분)의 지지를 돕는 구조적 해결책일 뿐 아니라 들린 볼륨 아래로 열린 가치가 유입되는 건축 특성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주민·인근 직장인들도 찾아오는 쉼터 기존 건물에서 아쉬웠던 ‘열린 가치’를 전체 볼륨을 들어 올림으로써 극대화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1층은 사방을 유리로 처리해 해가 잘 들고 안과 밖이 소통되도록 했다. 로비는 마을회관처럼 모두에게 열려 있다.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로비에 무인 커피자판기를 갖춘 북카페, 건물의 벽면을 따라 만들어진 실내 산책로(책의 길), 조용히 책을 보거나 소모임을 가질 수 있는 교류의 공간 등을 만들었다. 낮 시간에는 인근 주민들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아이들은 와서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다. 주변 사무실의 직원들은 점심식사 후 들러서 커피를 마시며 쉬어 가는 장소로도 애용하고 있다. ●佛 노트르담 뒤오성당서 영감 교회의 부드럽고 자유로우면서도 단순한 외관은 이 교수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가 말년에 설계한 프랑스 롱샹의 노트르담 뒤오성당 외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 유학 중 여러 차례 방문하고 연구를 많이 하면서 수없이 스케치를 해 봤던 터라 롱샹 성당의 지붕 곡선이 자연스럽게 디자인에 반영됐던 것 같다”면서 “개포동교회는 두 개의 곡선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 마치 버선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오똑 솟아 있는 부분이 첨탑 효과를 내는 식으로 상징성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남측 면과 서측 면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 외벽을 덧대 십자가 모양을 만들었다. 십자가를 따로 세우지 않고 건축물에 녹아들게 하는 디자인은 대전 목양교회(1999)에서 처음 시도했다. 복잡한 도시 골목길 안쪽에 사각의 단순한 볼륨으로 지어진 교회에서는 빛과 대리석의 조화로 성스러움을 상징했다. 비록 작지만 고상하고 견고하며 도심 건축이 갖춰야 할 컨텍스트를 소중하게 여긴 작업으로 꼽힌다. 포항의 숲속 동네 등산로에 있는 푸른마을교회, 삼각형 디자인의 하늘보석교회, 공공에 봉사하는 교회의 새로운 기능을 담은 새문안교회 등 그가 디자인한 100여개의 교회에는 첨탑 십자가가 없다. 이 교수는 “고딕성당은 하늘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인간의 기원을 담아 첨탑을 높게 쌓아 올렸고 우리나라 개신교도 지금껏 뾰족탑을 가진 고딕성당 같은 모습을 추구했지만 그런 추상적 가치에 묶여 있을 이유가 없다”며 “종교적 상징성을 최소화하면서 구성원들이 이웃과 더불어 일상적인 삶을 경건하고 풍요롭게 담도록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내부를 관통하는 1층 로비를 통해 교회 정문으로 나가면 후면 도로로 연결된다. 정문 옆으로 건물을 따라 오르는 계단은 붉은 벽돌로 돼 있다. 이전 벽돌 교회당의 외장재를 바닥 마감재로 재활용한 것이다. ‘순례자의 길’이라 이름 지어진 벽돌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1층에서 3층 대예배당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이 교수는 “이전 교회의 흔적을 밟으며 교회의 역사를 회상하고 주변 주거지와 시선이 차단된 좁은 길을 감아돌면서 순례자의 마음과 가까워지도록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부 공간은 외부의 단순함과 달리 매우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3층 본당(그랜드채플)은 창문을 최소한으로 두어 집중하도록 했다. 둥근 모양의 천장에 박힌 조명들이 마치 하늘의 별을 보는 느낌이다. 정면의 경우 대칭적으로 만들어 권위를 주기보다는 비대칭 구조로 디자인해 현대성을 가미했다. 설교단도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 신자들이 앉는 장의자도 이 교수가 한국용 장의자로 미니멀하게 디자인했다. 그랜드채플 외에 교회는 소극장 규모의 그레이스홀, 콘서트홀, 체력단련실 등을 갖추고 있다. 전경이 좋은 옥상에는 식당을 두었다. 개신교 교회 건축의 현대화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 교수는 “너무 권위적이고 엄숙하지 않으며 공공성을 추구하는 21세기 교회 건축이 추구하는 바를 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 건축은 예배만 드리기 위한 웅장한 대형 집회실보다는 일상적 삶을 돕는 인간적 공간들을 다양하게 담아낼 필요가 있다”며 “종교 건축의 가치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교회의 공공성을 어떻게 적극적인 사회적 프로그램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건축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한국은행, “내년 기준금리, 경제 상황 맞춰 완화 정도 조정”

    한국은행, “내년 기준금리, 경제 상황 맞춰 완화 정도 조정”

    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 정책에 대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은은 24일 ‘2022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에도 국내경제가 수출과 투자의 양호한 흐름과 소비 회복세의 지속 등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2022년 중 목표수준(2%)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공급 병목 장기화와 수요 측 압력,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등으로 상승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가 올해보다 다소 낮아지겠으나 2%대 수준은 이어갈 것으로 봤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이 완화되도록 하겠다”며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정 시기에 대해서는 “성장과 물가 흐름을 살펴보면서 금융불균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의 영향 등을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부동산 등 자산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통해 금융불균형 완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한은은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 행위를 계속 완화해 나감으로써 가계대출 증가세 등의 추세적 안정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은, 이례적 ‘부동산 경고’… “가계빚 잡으려면 주택 늘려라”

    한은, 이례적 ‘부동산 경고’… “가계빚 잡으려면 주택 늘려라”

    현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2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다.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 등으로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기업 빚은 3343조원으로, 전체 경제 규모의 2.2배까지 치솟았다. 최악의 금융위기가 닥쳐 자산시장 거품이 꺼지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0%까지 곤두박질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집값 폭등에 따른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 한은의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부동산 금융취약성지수(FVI)는 100을 기록했다. 1분기 91.85, 2분기 97.23에 이어 3분기 최고치를 찍었고,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6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부동산 FVI는 주택가격 비율, 주택가격 상승률, 중대형 상가임대료 상승률을 고려해 산출한다. 역사적 최고치를 100, 최저치를 0으로 설정해 매기는데 100에 가까울수록 부동산 거품이 크다는 의미다. 집값이 들끓으면서 민간부채도 폭증했다. 9월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가계·기업 부채 합산) 비율은 219.9%로, 통계를 작성한 1975년 이후 가장 높았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비율은 각각 106.5%, 113.4%로 1년 전보다 각각 5.8% 포인트, 3.6% 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발생 확률이 10%이지만 국내 자산가격 붕괴와 채무상환 불이행, 내수 침체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복합 충격이 몰아치면 내년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부동산시장 자금 쏠림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가계부채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송현서의 핫이슈] ‘귀한 백신’ 수백만 회분 버린 아프리카, 진짜 이유는?

    [송현서의 핫이슈] ‘귀한 백신’ 수백만 회분 버린 아프리카, 진짜 이유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전 세계에서 점차 지배종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백신은 인류의 ‘유일한 방어수단’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는 이토록 중대한 백신 100만 여 회분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백신들의 유통기한이 모두 지났기 때문이다. AFP통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파이잘 슈아이브 나이지리아 국립1차건강개발기구 (NPHCDA) 대표는 성명을 통해 “유통기한이 지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06만 6214회분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백신들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서방 선진국들이 이달 초 나이지리아에 보낸 것이다. 나이지리아 측은 이들 국가로부터 100만 여 회분을 받았을 당시 유통기한이 몇 주 남지 않아 접종 자체가 도전에 가깝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나이지리아 보건 당국은 귀한 백신을 제대로 쓰지도 못한 채, 유통기한이 지나서 전량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슈아이브 국장은 “백신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공여국들로부터 유통기한이 촉박한 백신을 들여오긴 했지만, 더는 이런 백신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유한 국가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사재기했다가 유통기한이 다다르면 가난한 나라에 기부한다”면서도 폐기한 백신이 어느 국가로부터 받은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일부 해외 언론은 나이지리아가 폐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인구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2억 600만 명에 달하지만, 백신 접종을 완전히 끝낸 성인은 4%도 채 되지 않는다. 백신 공급 불균형이 낮은 접종률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백신을 꺼리는 문화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AFP 통신은 “1996년 뇌수막염 백신 임상시험 후 어린이 1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작용을 겪고 나서, 백신을 꺼리는 문화가 팽배해졌다”고 전했다.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인 세네갈도 최근 2개월간 최소 20만 회분의 백신을 폐기했다. 나이지리아와 마찬가지로 유통기한 만료 때문이었다. 세네갈 보건당국은 이달 말 20만 회분을 추가로 폐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네갈 역시 나이지리아와 마찬가지로 백신 인프라뿐만 아니라 백신에 대한 불만이 높아 접종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네갈 백신 담당자 우세아누바디안은 “접종을 망설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하루 1000~2000명에게 백신을 맞히고 있는데, 이대로는 지금 보유한 모든 백신을 기한 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달 초 “접종을 독려하며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백신을 맞혀야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보내주는 백신의 유통기한이 짧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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