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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0개국 전문가 2000명 서울로

    흔히 박물관은 오래된 유물들을 보존,관리하는 곳 정도로 인식되지만,유·무형 문화유산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값진 공간이다.실제로 많은 박물관들이 유형의 문화유산들을 갖춰 보여주고 있지만 결국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이같은 유형 문화재에는 무형의 소중한 문화가 깃들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박물관協 총회 새달 2일부터 이같은 차원에서 새달 2일부터 8일까지 서울 COEX에서 열리는 ‘2004 서울세계박물관대회’(제20회 국제박물관협의회 총회·ICOM)가 주제를 ‘박물관과 무형문화유산’으로 정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ICOM 한국위원회측이 제안해 채택된 이 주제만 보더라도 이번 대회가 유형 문화재와 밀접한 상관성을 갖고 있는 무형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그 가치를 최대한 살려나갈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세계 150개국 주요 박물관·미술관 관장과 큐레이터,전문가 등 20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하는 이번 대회에서는 무엇보다 아시아,특히 한국의 무형 문화재 보존·전수 방식이 큰 관심사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일본 타이완과 함께 무형문화재 제도를 선도적으로 운영해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유네스코가 10여년 전부터 한국의 무형문화재 보유자 제도를 주의깊게 관찰해 왔고 지난 2001,2003년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판소리를 차례로 세계무형문화유산 걸작에 선정한 것이 그 사례이다. 대회 진행을 볼 때도 한국의 무형문화재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디지털과 미래박물관’이란 주제의 전체회의와,국제고고학위원회 등 ICOM산하 29개 국제위원회별 분과회의 외에 ‘한국 무형문화유산의 보전에서의 경험과 도전’을 비롯한 국내외 학자의 논문 6편이 발표돼 이를 놓고 집중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학술회의와 함께 아시아 전통문화 공연이 계속되는데 한국에선 강령탈춤,궁중복식,승무,판소리와 진도북춤,강릉단오제,태껸,사물놀이가 전 세계 문화 지성들에게 선보인다. ●불국사·판문점 등 방문도 이 공연에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함께 일본의 국가지정무형문화재 하치오지 구루마닝교(八王子 車人形)와 타이완 원주민 아미(阿美)족의 음악도 들어 있다. 서울 세계박물관대회 조직위원회가 참가자들에게 한국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기 위한 관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참가자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신라문화를 엿볼 수 있는 불국사,백제문화의 상징인 무령왕릉,남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등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이밖에도 대회에 맞춰 한국의 전통매듭전·고구려전(국립중앙박물관),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전(국립공주박물관),나무와 종이전(국립민속박물관),종묘제례문물전(문화재청 궁중유물전시관) 등 전국 박물관에서 100여개가 넘는 각종 특별전이 열린다. 3일 열리는 개회식에는 명예대회장인 영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차크리 시린던 태국 공주,자크 페로 ICOM 회장,199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주제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외무장관,정동채 문화관광부장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ICOM 한국위원회측은 “ICOM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그것도 서울에서 열리는 대회를 맞아 세계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우수한 무형문화재를 자세히 알리고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일 뿐 아니라,낙후된 국내 박물관·미술관 운영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기우는 다보탑… 뒷짐진 경주시

    역사·문화도시임을 자랑하는 경북 경주시가 각종 문화유산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해 빈축을 사고 있다. 16일 경주시 등에 따르면 최근 복구공사 중이던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석조 석가여래좌상(경북도 문화재자료 제92호)에 화재가 발생했는가 하면 문화재구역내 축구경기 개최,국보급 석탑 관리소홀 등 문화재 관리에 잇따른 허점을 드러냈다. 강동면 안계리 안계사지(8세기 창건)에서 출토된 석조 석가여래좌상의 경우 최근 무속인들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불공을 드리다 남긴 촛불이 불상을 옮기기 위해 받쳐둔 플라스틱 받침대에 옮겨붙어 전신이 심하게 그을렸다.특히 결가부좌를 튼 무릎과 발목 부분이 화재에 따른 열기로 깨져 보존처리에 들어갔다.이 불상은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영험으로 평소 무속인들의 출입이 잦았으나 보호망 등 아무런 접근 통제장치 없이 들판에 방치돼 오다 지난 5월 초부터 복원공사 중이었다.또 시는 지난 10일까지 9일간 시내 일원에서 전국 초등학교 축구대회를 개최하면서 사적 제161호 동부사적지대에 임시 축구장을 마련,경기를 치르도록 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는 물의를 빚었다. 특히 국보 20호 및 21호인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은 탑꼭대기를 기준으로 10∼12㎝(0.6∼0.9도) 정도의 기울어짐 현상이 진행중이지만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이밖에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2억원을 들여 정비된 사적 96호 경주읍성도 부실한 정비로 원형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이에 대해 많은 경주시민들은 “천년을 이어온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시의 방만하고 허술한 관리로 훼손돼 가슴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국정현안 이렇게 풀자](3) 일자리 창출 해법

    우리나라는 세계 11번째 무역강국이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치율에서는 27번째에 그친다.외국인 관광객 1명은 컬러TV 9.4대를 수출한 효과를 안겨준다.차세대 성장동력 10대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분명하지만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는 지적이다.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은 급속히 중국 등으로 이전되고 있다.따라서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이 동시에 보장되는 관광문화 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달곤 서울대 정책학과 교수,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김상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이 일자리 창출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관광문화산업의 육성방안에 대해 좌담을 가졌다. 관광문화 산업이 미래 가치가 높다.지금 국가적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이승철 상무 우리나라 제조업은 현재 일류 산업에 진입한 업종이 있는 반면 퇴출 업종도 생기고 있다.그러나 제조업은 더 성장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세계 1등인 조선 산업에 대해 1등 이상의 무엇을 더 요구할 수 있겠는가.성장의 의미를 잃었다.기업인들에게 “왜 투자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지금도 포화 상태인데 무슨 투자를 더 하느냐.”고 되묻는다.문제가 여기에 있다. 이달곤 교수 관광문화 산업은 한국인의 21세기 ‘라이프 스타일’과 맥을 같이 한다.한국인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산업이라는 뜻이다.우스갯소리로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차를 사고,1만 5000만 달러에는 해양레저에 관심을 가지며,2만달러가 넘으면 경비행기를 타고 주말을 보낸다고 한다.우리나라도 이제 그럴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관광문화 산업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김상태 실장 관광수지를 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상당 폭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지난해 740만명이 출국하고 480만명이 입국했다.적자액은 30억 달러를 넘었다.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관광수지는 더욱 나빠질 것이다.더욱이 이같은 현상이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태평양·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관광산업 성장률은 세계 어느 곳보다 높아 이들 지역은 10년안에 제1의 관광 시장이 될 것이다.우리나라는 정체돼 있는데 주변은 커지고 있다. 관광문화 산업이 국가경쟁력 확보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이 교수 관광문화 산업은 내수를 활성화시키면서 국부를 늘린다.또 국민의 의식을 국제화시킨다.관광문화 산업은 한국인을 세계의 변화와 흐름 속에 함께 걷도록 한다.다른 산업에 비해 고유성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쟁으로부터 자유롭다.제조업이 언제 어디서든 경쟁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그렇다.그만큼 관광문화 산업은 관심이 있으면 쉽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상무 기업들도 ‘관광문화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그런데 투자는 엄두를 못내고 있다.이유는 첫째, 규제 때문이다.모든 산업정책이 제조업 위주로 짜여져 있어 관광 산업에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행정규제가 많다.둘째, 관광 산업은 땅이 중요한 생산 요소인데,토지이용규제에 묶여 꼼짝을 못한다.셋째는 국민 정서의 문제다.대기업이 나서면 “재벌이 무슨 그런 사업까지 손을 대느냐.”는 비난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이 때문에 많은 부가가치를 외국에 빼앗기고 있다. 김 실장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를 찾지 않는 이유중 하나가 숙소 문제다.제주도에 가면 주말에 호텔방 하나에 50만원을 부른다.제주도의 관광적 가치를 떠나 우리나라의 GNP(국민총생산) 수준을 감안하면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아시아에서 제일 비싸다.외국 호텔은 경상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인데 반해 국내 호텔은 50∼60%에 이른다.그래서 임금이 싸고 영어 사용도 가능한 동남아 인력을 들여오고 싶어도 허가가 나지 않는다. 규제완화가 시급한 부분은. 이 교수 흔히 경제 규제는 풀고 복지·안전을 위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문화 산업의 경우 보호를 위한 규제는 강화하되 산업을 위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불국사나 석굴암은 잘 보존하고 관광문화 시설에는 수출기업과 동등한 세제 혜택도 주고 각종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상무 제조업과 비교해 차별받고 있는 부분을 풀어주면 된다.관광 산업에 대한 규제는 지난 88년 올림픽 개최후 관광이 마치 사치향략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강화되기 시작했다.골프장 건설도 논란은 있지만 장기적으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이 교수 규제는 아니지만 불합리한 요소도 많다.예를 들면 TV수신료는 가정에 TV가 2∼3대 있어도 가구당 한대꼴로 계산되는데,호텔 등 숙박시설은 객실수에 맞춰 수신료를 물어야 한다.객실 이용률을 기준으로 징수하면 될 일이다. 정부가 관광문화 산업의 육성 방안으로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이 상무 관광 복합단지를 우선 만들어야 한다.각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에 신청한 산업특구 448개 가운데 관광과 문화에 관련된 특구가 절반을 넘었다.누구나 관심이 많다는 말이다.사정이 이런데 그대로 내버려두면 경쟁력이 없는 똑같은 모양의 관광지가 수없이 들어설 것이다.어느 한 곳을 복합단지로 만들어 그곳에서 구경도 하고 문화를 즐기고,먹고 마시도록 해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 김 실장 분산 개발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그래서 정부도 복합관광단지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다만 관광은 지역 개발과 연계되는 게 중요하다.따라서 두 방향으로 나눠 진행되는 게 낫다.즉 국민 관광은 마을 단위의 작은 사업을 더욱 늘려야 하고,외국인 등을 고려한 국가 관광은 복합단지 개발이 필요하다. 이 교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관광 산업은 어떤 개인이나 기업이 무작정 뛰어든다고 해서 효과가 고스란히 나타나기 어려운 산업이다.정보통신(IT)산업과는 다르다는 말이다.각 부문이 동시에 제 역할을 잘 해야만 하기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이 많은 산업이다.또 지방 재정을 강화해야 한다.중앙정부가 정책을 입안하면 이를 집행하고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지방정부의 몫이다.그런데 지방정부의 돈줄인 교부금과 양여금 등은 도로를 닦는 데만 쓰이고 있다. 관광문화 산업에 대한 외국의 관심은 어떤가. 이 상무 다국적 기업인들이 한결같이 “무슨 회의든 서울에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말이 안 통하고 볼 게 없고,호텔비는 왜 그렇게 비싸냐는 게 불만이다.컨벤션 산업은 우리의 관광문화 자원을 손쉽게 홍보할 수 있는 기초 산업이다.지난해 7월 차세대성장산업 세미나에 참석차 방한한 미래학자 기 소르망은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 상품의 잠재적 구매자”라고 지적했다.한국 관광지에서 감명받은 외국인은 나중에 한국 제품을 대했을 때 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김 실장 기업을 대표하는 전경련이 관광문화 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체계적인 창구를 마련하고 나섰으면 좋겠다. 이 상무 관광문화 산업은 ‘위험 산업’이다.1개의 가치를 만드는 비용이 1000개를 만드는 비용과 똑같다.대박이 터지는 영화는 단 1편이지만 그 뒤에는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수없이 많다는 말이다.따라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이를 내재화하려면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보험적 장치가 필요하다.금융시스템 등을 말한다.아울러 문화시장을 체계적으로 기업화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난타’의 송승환씨는 문화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해 성공한 사람의 좋은 예다.글로벌 문화가 되려면 난타 공연처럼 말이 필요없는 산업이 좋다.게임산업이 그 예다. 김 실장 컨벤션 산업이야말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산업이다.과거 국제회의는 유럽이나 미국 동부에서만 열렸다.그러나 미국은 남쪽의 플로리다를 개발했고,인프라를 갖추니까 손님들이 몰려왔다.공급이 수요를 만든 셈이다.말레이시아는 적극적인 관광정책으로 400만명의 관광객을 수년 만에 1000만명으로 늘렸다.일본도 총리가 TV광고에 출연하는 등 ‘방일입국배증(訪日入國倍增)계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중국의 ‘중국관광비전계획’은 막강한 자원을 내세워 관광대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아이디어에 따라서는 우리도 성형의료관광,웨딩관광,전통음식관광 등으로 돈을 벌 수 있다. 공무원이나 국민의 의식 변화도 필요할 텐데. 이 상무 외국인들을 만나보면 우리나라의 산업 현장에 대해서도 무척 흥미롭게 여긴다.이른바 ‘산업 관광’도 개발해야 한다.포항의 제철공장이 훌륭한 관광자원인 셈이다.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미국인 제프리 존스는 “월드컵 때의 응원 열기를 보면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국인들 자신이 바로 관광 대상”이라고 말한다. 김 실장 대통령을 포함한 정책 책임자의 의지도 중요하다.과거엔 대통령이 주재하는 관광정책 확대회의가 있었으나 지금은 없어졌다.얼마전 탤런트 배용준씨가 일본에서 ‘욘사마(よん樣)’열풍을 일으켰는데 그 사업적 결실은 일본 기업들이 챙겼다.몇해전 모 그룹의 회장이 서울에 100층짜리 빌딩을 짓겠다고 했더니 비난이 쏟아졌다.뜻 있는 기업인의 의지를 우리 모두가 꺾은 셈이다.그 빌딩은 6만명의 고용효과를 지녔다. 이 교수 현재 우리 정부는 너무 관료적으로 관광산업에 접근하고 있다.관광정책 입안자 자리는 문화계로 아웃소싱해야 한다. 김 실장 정부조직 개편이 된다면 문화관광부의 1개국에 불과한 관광국을 더 늘려야 한다고 건의하고 싶다.세계는 지금 홍보시대를 맞고 있다.국가 홍보비용이 말레이시아가 838억원,태국이 788억원,싱가포르는 580억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80억원에 불과하다.대통령직속 특별위원회라도 있으면 관광정책 담당자가 항공산업,요식업 등에 관련된 부처의 협력을 두루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진행·정리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아테네 화필기행] (1) 하늘·바다·땅 떠받든 神의 위용에 압도

    2004년 4월,나는 바쁜 일상을 쪼개 그리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화가로서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던 그리스이기에 서울신문사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사비나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아테네 올림픽 신화 화필기행’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 것이다.파리 공항에서 갈아타는 시간을 합해 장장 22시간을 날아 마침내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도시를 끼고 달리는 외곽도로는 칠흑 같이 어두웠다.얼마쯤 달렸을까.일행은 에게해를 마주한 포세이돈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스 유적 답사는 새벽 여명과 함께 시작됐다.출발점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익히 책으로 보고 들었던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신전은 수리를 하느라 여기저기 철제 빔에 받쳐져 흉물스럽기까지 했다.울긋불긋한 차림의 관광객들은 신전을 살피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랴 경황이 없었다. 그리스 조각들은 기원전 7,8세기의 것들로 정교하기가 이를 데 없다.옷의 주름이나 근육 곡선을 그토록 섬세하게 표현한 것을 보면 몇천년 전에 이미 로댕을 능가하는 조각가들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순간 나의 뇌리엔 파르테논 신전과 불국사 석굴암은 어느 것이 더 우월할까 하는 짓궂은 생각이 스쳤다.단단한 화강암을 많이 사용하는 우리 조각과 그리스의 그것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물론 어리석은 일이지만….아무튼 파르테논 신전 기둥의 배흘림 양식이 바다 건너,까마득한 세월의 강을 뛰어넘어 한국의 부석사 무량수전 건축 양식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스의 아름다움은 역시 지중해를 끼고 형성된 싱그러운 해변 풍광에서 찾을 수 있다.자그마한 어촌으로 이뤄진 아담한 에기나 섬을 빠져나와 포세이돈 신전으로 가는 바닷길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그림 같은 별장들이 점점이 박혀 있고 세계 최고(最古)의 누드 비치가 있어 휴가철이면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떼지어 몰려온단다. 드디어 마주친 포세이돈 신전.아테나 여신과의 내기에 져 광분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이 신전은 아테네 남단 수니온 곶의 천애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다.마치 바다와 대적하려는 듯 우뚝 선 우람한 기둥들이 나를 압도했다. 기기묘묘한 주변의 산과 언덕,그리고 바다의 풍광은 차라리 포세이돈을 위해 존재하는 완벽한 ‘소품’ 같았다.하늘과 바다와 땅을 함께 떠받들고 있는 포세이돈의 위용은 스케치 여행 내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겼다. 올리브의 나라 그리스.그리스의 산은 큰 나무가 없고 하얀 석회석과 작달막한 나무들로 이뤄져 그다지 볼품이 없다.내가 잠시 스케치한 산 풍경을 보고 일행 중 한 분은 “박 선생의 흐린 산수”를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강원도 정선 지방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대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나는 해마다 석회석이 많아 속살을 훤히 드러내는 정선의 절벽산으로 스케치 여행을 다녔던 터.그러니 나의 그림이 그런 경향을 띠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중해를 둘러싼 아름다운 해변과 옥색 바다,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숲,그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 붉은 개양귀비 꽃,유적지를 지키는 외로운 기둥과 돌무더기….찬란한 고대문명을 이룩한 그리스는 오랜 세월 침입자들에게 짓밟히며 몰락의 길을 걷기도 했다.나른한 한여름 오후,형해뿐인 유적들이 그날의 영욕을 말없이 증언해주고 있다.신들의 고향 그리스.그리스는 지금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영광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고 있다. 화가·덕성여대 동양화과 교수˝
  • [아테네 화필기행] (1) 하늘·바다·땅 떠받든 神의 위용에 압도

    [아테네 화필기행] (1) 하늘·바다·땅 떠받든 神의 위용에 압도

    2004년 4월,나는 바쁜 일상을 쪼개 그리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화가로서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던 그리스이기에 서울신문사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사비나미술관과 함께 기획한 ‘아테네 올림픽 신화 화필기행’에 기꺼이 동참하게 된 것이다.파리 공항에서 갈아타는 시간을 합해 장장 22시간을 날아 마침내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다.도시를 끼고 달리는 외곽도로는 칠흑 같이 어두웠다.얼마쯤 달렸을까.일행은 에게해를 마주한 포세이돈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스 유적 답사는 새벽 여명과 함께 시작됐다.출발점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익히 책으로 보고 들었던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신전은 수리를 하느라 여기저기 철제 빔에 받쳐져 흉물스럽기까지 했다.울긋불긋한 차림의 관광객들은 신전을 살피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랴 경황이 없었다. 그리스 조각들은 기원전 7,8세기의 것들로 정교하기가 이를 데 없다.옷의 주름이나 근육 곡선을 그토록 섬세하게 표현한 것을 보면 몇천년 전에 이미 로댕을 능가하는 조각가들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순간 나의 뇌리엔 파르테논 신전과 불국사 석굴암은 어느 것이 더 우월할까 하는 짓궂은 생각이 스쳤다.단단한 화강암을 많이 사용하는 우리 조각과 그리스의 그것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물론 어리석은 일이지만….아무튼 파르테논 신전 기둥의 배흘림 양식이 바다 건너,까마득한 세월의 강을 뛰어넘어 한국의 부석사 무량수전 건축 양식에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리스의 아름다움은 역시 지중해를 끼고 형성된 싱그러운 해변 풍광에서 찾을 수 있다.자그마한 어촌으로 이뤄진 아담한 에기나 섬을 빠져나와 포세이돈 신전으로 가는 바닷길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그림 같은 별장들이 점점이 박혀 있고 세계 최고(最古)의 누드 비치가 있어 휴가철이면 전세계의 관광객들이 떼지어 몰려온단다. 드디어 마주친 포세이돈 신전.아테나 여신과의 내기에 져 광분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이 신전은 아테네 남단 수니온 곶의 천애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다.마치 바다와 대적하려는 듯 우뚝 선 우람한 기둥들이 나를 압도했다. 기기묘묘한 주변의 산과 언덕,그리고 바다의 풍광은 차라리 포세이돈을 위해 존재하는 완벽한 ‘소품’ 같았다.하늘과 바다와 땅을 함께 떠받들고 있는 포세이돈의 위용은 스케치 여행 내내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잔상을 남겼다. 올리브의 나라 그리스.그리스의 산은 큰 나무가 없고 하얀 석회석과 작달막한 나무들로 이뤄져 그다지 볼품이 없다.내가 잠시 스케치한 산 풍경을 보고 일행 중 한 분은 “박 선생의 흐린 산수”를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강원도 정선 지방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대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나는 해마다 석회석이 많아 속살을 훤히 드러내는 정선의 절벽산으로 스케치 여행을 다녔던 터.그러니 나의 그림이 그런 경향을 띠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중해를 둘러싼 아름다운 해변과 옥색 바다,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숲,그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 붉은 개양귀비 꽃,유적지를 지키는 외로운 기둥과 돌무더기….찬란한 고대문명을 이룩한 그리스는 오랜 세월 침입자들에게 짓밟히며 몰락의 길을 걷기도 했다.나른한 한여름 오후,형해뿐인 유적들이 그날의 영욕을 말없이 증언해주고 있다.신들의 고향 그리스.그리스는 지금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영광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고 있다. 화가·덕성여대 동양화과 교수
  • 학계 “고구려史 재정립 서둘러야”

    ‘등재만이 능사인가.’ 오는 28일부터 새달 7일까지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제2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서 북한이 심의요청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목록 등재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학계에서 향후 대응과 과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中 동북공정 계획 치밀 대응” 촉구 모두 53개의 후보 유산을 심사하는 이번 총회에서 북한과 중국의 영토 내에 있는 고구려 유적은 등재가 확실시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지난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세계유산 검토회의에서 양국의 고구려 유적을 각각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권고키로 의결했기 때문이다.ICOMOS의 권고결정은 이변이 없는 한 총회에서 그대로 통과되는 게 관례다.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될 경우 북한도 명실상부하게 세계유산 보유국으로 승격하면서 국가이미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이를 위해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의 장·단기 보존관리 대책과 관광지 개발계획 수립,모니터링시스템 구축 등 WHC의 요구 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중국과 북한이 각각 요청한 고구려 유적의 규모가 현격하게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등재후의 남북한 및 중국학계의 고구려사 비교연구 문제,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의 대응 방안이 과제로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고구려수도 전체 등재 추진 우선 양국이 심의요청한 고구려유적의 규모.북한은 평양의 동명왕릉과 그 주변의 고구려 고분을 포함한 63개의 고구려 고분만을 묶어 신청한 반면 중국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그리고 귀족의 무덤’이라는 제목으로 등재 심의를 요청해놓고 있다. 북한은 단순히 고분군만 올린데 비해 중국은 고구려 역사도시(왕경) 전체유적을 등재의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이는 고구려가 차후에 왕경 전체유적을 다시 등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석굴암·불국사가 먼저 세계유산에 등재된데 이어 경주 도시 전체를 다시 등재해야 했던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고구려 건국시기·존속기간 이견 이와 함께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와 맞물려 고구려사 정립을 위한 남·북한,중국 등 삼국의 비교연구가 큰 과제로 떠오르게 된다.각국 학계에서 고구려 건국시기·존속기간과 관련해 큰 입장 차이를 보이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여기에 남한과 북한 및 중국의 서로 다른 고구려에 대한 영문표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학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양국 고구려 유적의 세계유산 목록 등재후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와 관련한 움직임과 국내 학계의 대응자세이다.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큰 틀에서 고구려 유적의 세계유산 목록 등재를 추진해온 만큼 향후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국내에서 중국과 북한의 고구려 유적 동시 등재를 ‘윈윈’의 입장에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에 비해 북한이 불리한 게 사실”이라며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동북공정에 더욱 치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정부 학계 시민단체의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이번 총회에 박흥신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수석대표로 하고,최종덕 문화재교류과장,허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문화팀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한다. 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이런 책 어때요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한갑진 지음 경전에 의하면 시방세계(十方世界)엔 무수한 부처님이 존재한다.그중에서 우리와 특히 연이 깊은 부처님은 석가모니 곧 석존이다.극영화 ‘팔만대장경’ 등 180여편의 작품을 만든 영화제작자이자 불교연구가로 잘 알려진 저자는 ‘신화적’ 인물이 아닌 ‘역사적’ 인물로서의 석존의 생애를 다룬다.책은 아함경을 중심으로 부처님의 참모습을 밝힌다.아함경이야말로 불교 경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일 뿐 아니라 석존의 사상과 언행을 가장 그 진상에 가깝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책은 불교서적은 ‘부처의 길로 실어다 주는 뗏목’임을 실감케 한다.1만원. ●미국 패권의 몰락/이매뉴얼 월러스틴 지음 20세기 세계체제의 맥락에서 미국 헤게모니의 부상과 소멸과정을 살폈다.‘세계체제론자’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의 사회학자인 저자는 9·11테러 이후 미국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전지구적 혼돈의 와중에서 위험스럽게 표류하고 있는 나라”로 규정한다.내려야 할 곳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추락한 ‘불시착한 독수리’라는 것이다.이슬람운동에 대한 성찰도 눈여겨볼 만하다.새뮤얼 헌팅턴식의 ‘문명의 충돌’ 같은 서구중심적 발상으로 이슬람운동을 파악하는 것은 아랍세계의 대중적 저항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1만 5000원.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최진연 지음 현존하는 다리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다.이 다리들엔 불국에 이르는 통로라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모든 다리엔 나름의 의미와 사연이 있다.강원도 고성 건봉사의 능파교는 고해의 파도를 헤치고 해탈로 나아가는 다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성종 14년에 완성된 전곶교(箭串橋)는 중랑천 하류 한양대학교 옆에 있는 돌다리로 살곶이 앞에 있다 해서 살곶이다리로 불린다.이 다리는 조선시대 다리로는 가장 긴 다리로 당시 한양과 동남지방을 연결하는 주요한 통로 역할을 했다.사진작가인 저자는 40여곳의 우리 옛다리를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글을 덧붙였다.1만 8000원. ●대중독재/임지현 등 엮음 새로운 독재론으로서의 ‘대중독재(mass dictatorship)’의 개념을 설명.대중독재론자들은 ‘강제와 동의’에 주목한다.즉 대중은 권력을 독점한 소수에게 강제되거나 또는 독재에 암묵적 혹은 적극적으로 동의함으로써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이다.이를 입증하는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나치즘 체제에서의 독일 대중과 박정희 체제에 대한 한국 민중의 태도.그러나 ‘내면화된 강제’ 또는 ‘비가시적 폭력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현상을 독재에 대한 자발적 지지 혹은 동의라고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2만 5000원. ●키스의 재발견/애드리언 블루 지음 그리스신화를 토대로 한 제프리 초서의 시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다’를 보면 크레시다는 이렇게 묻는다.“키스할 때 당신은 주는 쪽인가요,받는 쪽인가요.” 대답은 둘 모두다.키스는 주는 것과 받는 것 사이의 구분이 분명치 않다.“키스는 둘이 나눠 가져야만 가치 있다.”는 집시 속담도 있다.키스의 정체는 무엇인가.이 책에선 키스에 담겨 있는 상징과 의미를 밝힌다.서구 문명사상 가장 유명한 키스인 유다의 ‘배신의 키스’,파올로와 프란체스카 같은 불행한 연인들의 전설적인 키스,흡혈귀의 치명적인 키스 등 흥미로운 사례들이 등장한다.1만 2000원.˝
  • ‘골목역사가’ 거리문화시민연대 권상구 사무국장

    “옛사람들의 삶의 숨결을 느끼기엔 골목만한 곳이 있습니까.골목에는 다양한 모습의 삶이 숨어 있습니다.골목길 돌멩이 하나에도 역사와 문화가 숨어 있습니다.” 골목역사가 권상구(30·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씨.그는 최근 대구문화자원봉사단과 함께 대구에 남아 있는 40여개 골목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구 골목문화 이미지 맵’을 발간했다.2002년에는 대구 근대사 100년의 골목이야기를 담은 ‘골목은 살아 있다.’라는 골목문화 가이드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가 골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 때인 10여년 전.대구 도심에 있는 대구YMCA에서 지도사로 활동하면서 YMCA 주변에 남아 있던 옛 골목을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골목과 첫 인연을 맺었고 지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골목 탐사에 나섰다. “어느날 무심코 지나다니던 골목길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면서 골목 속 모든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골목을 탐사하면서 그가 걸은 거리는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1000㎞ 정도. 하지만 그의 골목 탐사는 늘 외로운 싸움이다.‘귀찮으니 이젠 그만 찾아오라.’면서 타박을 주는 골목사람들,개발논리에 밀려 자꾸만 훼손되는 옛집들,물이 샌다며 고풍스러운 옛기와를 없애버린 가옥들,게다가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집주인.하지만 그는 어제도,오늘도,내일도 골목의 사연을 찾아 헤매며 골목에 살고 있다. 권씨의 골목 탐사는 골목에 숨겨져 있는 역사와 문화도 불국사나 석굴암 못지않게 지켜져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특히 그는 발품만 팔면 되는 골목 탐사는 돈이 들지 않는 무가문화(Costless Culture)로서의 큰 매력을 내세운다. 권씨는 요즘 ‘걷는 즐거움이 넘치는 도시’를 주제로 대구 신(新)택리지 제작을 준비 중이다. 5월 중 발간 예정인 신택리지에는 대구의 테마 골목과 거리,역사와 색깔이 있는 명물상점,근대건축물,골목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담을 예정이다. “도시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 골목에 숨어 있습니다.골목 탐사는 생활사적 가치의 재발견이자 사람 냄새가 넘쳐나는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출발이기도 합니다.” 기회가 되면 전국의 골목을 모두 탐사해 골목 대동여지도를 그리고 싶다는 권씨는 운동화 끈을 다시 불끈 졸라맸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서울탱고-신라의 달밤

    경주 사람들에게 달은 친구다.부잣집 맏며느리 얼굴 같은 보름달은 친근함이 더한다.그 속에는 신라 천년의 역사가 들어 있기도 하다.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고요한 달빛 아래 금오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노래를‘ 가수 현인을 하루아침에 대스타로 만든 ‘신라의 달밤’.1947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귀와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겼다.첫 마디부터 시원하게 내지르고는 곧바로 부르르 떠는 특이한 창법.국내 가요에서는 한번도 시도된 적이 없었던 스페인 무곡(舞曲) 볼레로 리듬.휘영청 달빛이 드리워진 산사에서 술 한잔 걸친 풍류객이 고도 경주를 내려다보며 흥얼거리는 듯한 가사.관객들은 무려 9번이나 앙코르를 외쳤고,마침내 그 노래를 외워 당시 28세의 신인가수 현인과 함께 불렀다. 지난 2002년 팬들과 영원히 이별할 때까지 50여년간 현인의 대표곡이었던 ‘신라의 달밤’은 경주와 전혀 인연이 없는 세 사람이 만들었다.현인은 부산,작곡자 박시춘은 경남 밀양,노랫말을 쓴 유호는 황해도 해주가 고향이다. 세 명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한 유호(84)씨는 “박시춘이 곡을 하나 들려주면서 노랫말을 써달라고 했다.2시간 만에 서둘러 만든 게 ‘신라의 달밤’이다.”라고 회상했다.경주에 대한 지식이라곤 오직 제2공립학교(현 경복고) 3학년때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이 전부.그때 본 불국사의 기억과 지도에 기록된 금오산을 가사에 넣어 완성했다. “금오산은 현인의 독특한 창법으로 인해 ‘금옥산’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며 유씨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신라의 달밤’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애정은 남다르다.2000년 불국동 불국사역 앞 구정로터리에 ‘신라의 달밤’ 노래비가 세워졌다.불국동민들이 주머니를 털어 6700만원을 만들었고 경주시는 2000만원을 지원했다.바닥 판석에 길이 6.9m,높이 5m,무게 50t의 토함산을 닮은 자연석을 올려 놓고 노래가사를 새겼다.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넣으면 짧은 소리에 턱을 떠는 현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음향시설도 갖췄다. 노래와는 달리 이제 신라의 밤에는 불국사의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운 좋게 종소리를 듣는다면 스님에게 저녁 공양시간을 알리는 것이다.오후 6시 불국사 관람시간이 끝나면 걸음을 멈출 나그네도 없다.은은한 달빛만 신라의 밤을 수놓을 뿐이다. 인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불국사에서 700m쯤 떨어진 상가다.36곳의 여관.빈방이 많은 듯 여관 종업원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소맷자락을 잡으며 억지로 걸음을 멈추게 한다.말만 잘하면 큰 폭의 바겐세일도 가능하다. 120여곳에 이르는 음식점도 파리를 날리기는 마찬가지다.깡마른 체구에 성질이 조금 있는 듯한 인상의 산채비빔밥집 주인은 “관광객들이 불국사에 머물지 않는다.시설이 좋은 보문단지나 감포로 간다.”고 투덜댔다. 노래방 4곳에서도 신라의 달밤은 흘러나오지 않았다.학생들이 수학여행 오는 4·5월을 이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금오산 기슭에서도 노래를 불러보는 이는 없다.금오산은 고이산과 합쳐져 남산이라 불린다.발에 차이는 것이 돌멩이가 아니라 유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 노천박물관 남산은 관광객들만 붐빈다. 지나가는 고등학생에게 물었다.‘신라의 달밤’ 하면 무엇이 생각나느냐고.지체없이 나오는 대답이 ‘깡패 같은 선생’하고 ‘조폭’(조직폭력배)이었다.몇해 전에 히트한 영화 이야기다. 신라문화원은 지난해부터 ‘달빛 신라 역사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보름밤 달빛 아래에서 경주의 밤을 경험하는 것이다.‘신라의 달밤’ 인터넷 검색에서 배우 차승원보다는 불국사가 더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한 바람도 들어 있다. 경주 한찬규기자 cghan@˝
  • [10일 TV 하이라이트]

    ●아주 특별한 아침(오전 8시) 우리나라 부부 세 쌍 가운데 한 쌍은 남편이 아내를 때리며,아내를 때리는 남편 10명 중 7명은 자식도 때린다고 한다.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현실을 살펴보며,가족구성원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가정폭력의 현주소와 이를 막을 구체적인 방안을 알아본다. ●과학과 미래(오전 8시30분) 오늘날 교량은 단순히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뿐 아니라,사회·경제·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불국사 청운교,창덕궁 금천교,진천 농다리 등 선조들이 만든 다리의 역사를 짚어본다.또한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발전하게 된 교량과학의 역사와 외국의 눈부신 다리 기술을 살펴본다. ●시사다큐(오후 8시50분) 이라크 전쟁 발발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후세인이 체포된 후 2개월 동안 이라크를 북부에서 남부로 관통하며 각 지역별·종족별 민심을 파악한 현장 경험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그동안 이라크의 전후 복구와 치안을 맡았던 미군의 상황과 지역의 민심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인생극장 오 마이 갓(오후 10시50분) 실직을 하게 된 남편은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남편은 열심히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지만 취직은 쉽지 않고,아내는 그런 남편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한다.아내를 말리지 못한 남편은 아내가 일하는 곳에 찾아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의 사랑에 가슴아파한다. ●해결! 돈이 보인다(오후 7시5분) 모든 장사가 그렇듯 족발업 역시 하루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족발 한 두 그릇 정도 배달하는 것이 고작인 곳도 적지않다.25년 전통의 족발업계 강자와,족발집 운영 5년동안 빚만 남긴 영세 족발집.이런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그 원인을 분석해본다. ●꽃보다 아름다워(오후 9시50분) 화가 난 영민은 동생 영수를 찾아가 어떻게 미옥에게 민이를 아이 아버지에게 맡기라고 할 수 있느냐며 영수의 뺨을 때린다.다음 날 영민은 결심을 하고 아버지를 찾아간다.아이 문제는 절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아버지에게 영민은 미옥과 바로 결혼 날짜를 잡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백만송이 장미(오후 8시25분) 태일은 인환으로부터 혜란에게 걸려온 전화를 빼앗아 만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인환은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 버린다.혜란을 만난 인환은 유학을 보내줄 테니 현규를 위해 떠나 달라고 말하고 혜란은 시간을 달라고 한다.민재는 혜란이 회사를 그만뒀으니 혜란의 문제로 싸우지 말자고 말한다.˝
  • [발렌타인 데이에 우리 결혼해요] 조규백(30)·허성임(28)씨

    ‘저 쫄반바지 차림으로 같이 다니자는 건 아니겠지?’ ‘이 더운 날 재킷까지 입고 있다니,성격도 저리 답답할까?’ 화창한 초여름의 불국사 초입에서 시작된 우리의 만남.환상적이기는커녕 확 깨는 기분으로 엉뚱하게 시작됐다. 강릉에서 동해안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온 쫄반바지 새카만 총각.대구에서 차를 몰고 건너 온 말쑥한 차림의 꽃다운 처녀.극단적인 부조화의 차림새만큼이나 서로 달랐던 우리가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되다니.도무지 세상일은 알 수 없는 건가 보다. 낯설었던 사람들이 가까워지고,300㎞를 떨어져 있어도 서로 닮아가는 것,정말 인연이란 것이 있는지 아니면 서로의 유전자가 인연을 가지고 태어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결혼은 소중하고 특별한 만남임에 틀림이 없다.우리에게도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다.마음에 없이 불쑥 튀어나온 한 마디 말 실수로 벼랑 끝에 서기도 하고…. 하지만 진정한 마음으로 위기를 건너온 탓에 오히려 사소한 다툼 없이도 결혼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새롭게 출발하는 자리에 앞서 우리의 만남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겠다.미숙하게만 보였을 저희를 믿고 모든 것을 맡겨주신 양가 부모님,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밤을 편안하게 지켜준 ‘시외전화 정액요금제 개발자들’께 감사 드린다.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스며들듯 서로에게 다가가고 자연스레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이렇다 할 청혼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나의 신부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청혼을 합니다. “성임아! 나의 바람막이가 되어줘∼!”˝
  • 경주 감은사지 서탑 해체보수…동탑·석가·다보탑 보존처리

    국보 112호인 경주 감은사지 서탑 등 경주지역 국보급 석탑 4기가 보수정비된다. 11일 국립문화재연구소 석탑보수정비사업단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감은사지 서탑에 대한 해체보수 작업 및 감은사지 동탑과 불국사 다보탑(국보20호),석가탑(국보 21호) 등 국보급 석탑 4기를 보존 처리할 계획이다. 석탑보수정비사업단은 오는 8월쯤 감은사지 서탑 주변에 가설비계를 설치하고 상층부 3층 옥개석까지 해체한 뒤 보수작업을 펼치고 다른 부분에 대한 해체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나머지 석탑 3기는 표면에 낀 이끼류를 제거하는 등 보존처리에 나선다. 사업단측은 “이번 감은사지 서탑 해체는 구조적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관리적 차원에서 1960년 이후 처음으로 행하는 작업”이라며 “서탑은 탑신의 풍화가 심하고 표면 석질이 박락현상을 보이는 등 방치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사업단은 이번 달까지 석탑 4기에 대한 보수정비설계를 발주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 활동을 펼쳐 장기적 보존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7)연기스님 前상사리(상)

    스님을 처음 뵌 것은 1968년 겨울이었습니다.연기라는 스님이 계신다는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지리산 남쪽에 있는 화엄사(華嚴寺)로 가보라는 어느 스님의 말씀만 믿고서였지요.그 해 겨울 산벚꽃 꽃잎만한 함박눈이 내리던 노고단 준령을 넘어서 화엄사까지 왔을 때 각황전(覺皇殿) 뒤 아름드리 소나무들의 늠렬한 푸른 빛깔들은 함박눈을 맞으며 선정에 들어 있더군요. 그때 저는 함부로 마셔버린 사상의 술에 취하여 스물 한 살 밤과 낮이 길 없는 혼돈으로 몹시 흔들리고 있었고,마음은 까닭을 알 수 없는 분노의 황토물에 젖어서 어둡고 쓸쓸했습니다.말이 사상이지 사실은 어설픈 어릿광대의 흉내내기에 지나지 않았지요.스님을 다시 찾아가는 올겨울에도 눈이 내렸습니다.꼭 서른여섯 해 만입니다.스물한 살 푸르렀던 나이가 어느새 함박눈을 뒤집어 쓴 머리칼로 변했습니다. ●연기스님의 지극한 효행 형상화 36년 전 그때 저는 연기 스님이란 분이 화엄사에 계신 줄 알고 찾아갔었지요.각황전 석등 앞에서 눈을 쓸고 있는 노승께 연기 스님을 뵈러왔다고 하자 그 노승은 나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각황전 뒤 108 돌계단을 올라가면 기다리고 계실 거라 했습니다.어떻게 제가 찾아올 줄 알았는지 궁금했지요.함박눈을 맞으며 돌층계를 오르면서 연기란 분이 어떤 스님인지 자못 궁금했습니다.층계를 다 올라왔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다만 매우 특이한 모습의 3층 석탑 한 기(基)와 석탑 맞은편에 석등 하나가 분분하게 흩날리는 함박눈 속에 앉아 있었을 뿐입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 석탑이나 석등보다 높다란 언덕 주위에 빙 둘러서 있는 수백년 된 소나무들의 붉은 몸피와 짙푸른 솔가지들의 층층마다 내리고 있는 눈송이들의 정취가 더 숨막히는 아름다움이었습니다.잠시 뒤 저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도 했습니다.천천히 탑 주변을 한바퀴 돌다보니 안내판이 있었습니다.사사자3층석탑(四獅子三層石塔),국보 제35호,경주 불국사의 다보탑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 걸작품이라는 것,효대(孝臺)로도 불리는 이 석탑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 스님이 그의 어머니께 바친 효행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그제야 저는 연기라는 스님이 화엄사에 계시니 가서 만나보라던 어느 스님의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눈을 쓸다 말고 능청스럽게 연기 스님이 나를 기다리고 계실 거라 했던 그 노승의 말씀에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지요. 피식 웃었지요.하지만 더는 의심의 원 안으로 걸어들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그냥 겨울 지리산을 만나보았다는 것만으로 자위하며 돌아오려 했는데,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바람에 화엄사 객실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습니다.그 다음날도 눈은 그치질 않았지요.꼬박 이틀을 객실에서 보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연기라는 스님에 관한 얘기와 화엄사의 내력을 얼마만큼이나 알게 되었지요.그런데 연기 스님이나 화엄사 둘 다 전설 또는 신화적인 요소를 많이 지녔다는 것,우리나라 역사 속의 저 무수한 사찰들 중에서 화엄사만큼 중요한 인물들이 중첩으로 관련된 곳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습니다.눈을 쓸던 그 노스님이 얘기로 전해주었거나 보여준 몇 가지 문헌들을 종합해 볼수록 혼란스럽기도 했고,신비스러운 면도 있었습니다. ●起·緣起·烟起… 생몰연대와 업적 달라 우선 연기라고 발음되는 이름이 셋이었습니다.제비 연()자를 사용하는 연기(起),인연 연(緣)자를 쓰는 연기(緣起),연기 연(烟)자를 쓰는 연기(烟起)였습니다.한 사람이 세 가지 이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세 사람이 각각 저마다의 이름을 사용했으며,각각의 생몰연대와 업적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그런데도 언제부터인가 세 사람의 이름을 둘러싸고 온갖 억지가 벌어지기 시작하여 마침내는 세 사람 모두를 누군가가 꾸며낸 가공 인물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게 되었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제가 그때 그 노스님의 말씀 중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던 것은 화엄사상(華嚴思想)에 관련된 스님들의 이름이었습니다.연기존자(起尊者),자장율사(慈藏律師),원효(元曉),의상(義湘),연기조사(緣起祖師),도선국사(道善國師),의천(義天)을 비롯한 화엄학승들이 수행한 통일신라 화엄십찰(華嚴十刹)의 핵심 사찰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구례 화엄사라는 사찰에이토록 명망이 드높았던 승려들의 이름이 거론되는지,그 승려들의 생몰연대와 업적이 확연하게 다른데도 불구하고 같은 시대,같은 업적을 놓고 경합을 벌이듯 거론되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모습의 그 효대와 효대의 주인공인 연기 스님이라는 분과 그 분 어머니도 비구니였다는 얘기가 전설인지 아니면 신화인지,혹은 사실이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그런데 36년 전 겨울에 있었던 그 일은 제가 눈 덮인 화엄사 길을 탈출하듯 빠져나온 뒤로 한동안 잊어버렸습니다.저 살기 바빠서였습니다.그러다가 다시 화엄사와 효대를 찾게 된 것은 1993년 무렵부터였습니다.식구들과 함께였거나 혼자일 때도 있었습니다.벌써 20년도 더 지나 있었고,각황전 석등 앞에서 눈을 쓸던 노스님도 육신을 벗고 고해의 바다를 건넌 지 오래였지만 효대 주변 솔숲엔 천년의 바람소리가 한결로 푸르렀고,어머니를 바라보는 연기 스님의 자세는 지리산과 한 몸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하나씩 차례로 물어 들어갔습니다.화엄사는 언제,누가 창건하였는지,중창자는 누구였는지,각황전 자리에 있었다는 장륙전(丈六殿) 벽면을 장식했던 돌에 새긴 화엄경은 어떤 종류였는지도 물었지요. 그러나 그보다는 화엄경과 화엄사상이 먼저 영향을 끼친 것이 신라인지 아니면 백제인지가 더 궁금했습니다.이 의문은 원효와 의상 두 사람 중에서 의상은 당나라에 유학하여 화엄경을 배워왔는데,유학하지 않은 원효가 화엄사상을 어떻게 배울 수 있었는지,왜 백제시대의 화엄사상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는지,정복지 백제 땅을 다스리기 위해 화엄십찰을 짓고 화엄사상을 펼치는 과정에서 전라도 주민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왜 받아야 했는지는 지금도 여전히 궁금합니다.그리고 연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세 사람의 정체는 과연 누구인지,그들이 이룩한 업적은 어떤 것이며 왜 그런 일을 하며 살아야만 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효대의 주인공이신 연기 스님은 세 분의 연기 중 과연 어떤 분이신지,그 연기 스님이 우러러 보고 있는 맞은편의 그 스님상이 과연 연기 스님의 어머니이신지,어머니가 맞다면 왜 출가한 사문인 아들을 따라서절에 오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장엄하면서도 슬픈 화엄사의 내력 스님.화엄사를 창건한 연대가 544년 무렵이었고,창건자는 연기조사(緣起祖師) 또는 연기(緣起)라고 적고 있는 기록을 틀렸다고 할 만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문제는 역시 연기라는 이름입니다.지금의 화엄사에서는 세 분의 연기 스님을 모두 인정하고 있습니다.창건자는 연기(起)이고,중창자는 연기(緣起)이며,본격적인 화엄사상도량으로 키운 이는 연기(烟起)라는 것이지요.제비 연()자 연기는 인도에서 오신 스님이며,인연 연(緣)자 연기는 의상 스님이거나 지금의 전라남도 고창군 흥덕면 출신 황룡사 승려로서 755년 2월 황룡사에서 신라의 흰 종이에다 먹으로 주본(周本) 80화엄을 사경했던 스님이며,연기 연(烟)자 연기는 화엄사를 크게 확장한 도선(道善) 국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스님.과연 스님은 이 세 분의 연기 중 어느 분이십니까? 저는 감히 효대의 주인공이 지닌 신비를 풀어낸다면 세 연기의 비밀과 함께 화엄사의 아름답고 장엄하면서 조금은 슬픈 내력도 자연스럽게풀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이날까지 이 신비가 신비로 남아 있는 것은 화엄사와 효대가 지닌 역사의 중요성 때문이라고 여깁니다.즉,화엄사는 신라와 백제의 주요 국경도시인 구례(求禮) 땅에 정략적인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 전시 리뷰 / ‘영혼의 여정’ 특별전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찾아가기 쉬워진 절 중 하나가 서산 개심사(開心寺)다.상왕산 기슭의 개심사는 전형적인 조선 후기의 산지중정(山地中庭)형 절이다.마당을 중심으로 전각이 사방을 둘러싼 크지 않은 사찰이다. 안양루를 지나 중정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대웅보전이 있고,좌우에 요사채인 심검당과 무량수각이 자리잡았다.조금 떨어진 곳에 명부전이 있다. 불국사로 대표되는 통일신라시대 절은 물론,발굴이 한창인 여주 고달사 같은 고려시대 절 하고도 구조가 다르다.전각이 아주 단출해진 것은 조선시대의 숭유억불(崇儒抑佛)정책에 따라 불교가 퇴락했기 때문이 아닐까. 2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영혼의 여정-조선시대 불교회화와의 만남’ 특별전은 이런 추측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시켜준다.사후 세계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유교의 빈 자리를 조선 불교가 파고들면서 현실의 고통을 내세에서 보상받는 명부전 신앙으로 발전시켰고,신앙 체계에 맞게 공간을 확립시킨 결과가 바로 개심사와 같은 구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기획 전시실은 대범한 공간 구성이 먼저 눈길을 끈다.가로 242.2㎝,세로 364㎝에 이르는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등 큼직큼직한 유물 40여점으로만 꾸몄다. 전시실은 불화(佛畵)를 통하여 전형적인 조선 후기의 사찰 하나를 표현하려 한 듯하다.실제 절에서는 불화들이 여러 전각에 흩어져 있고,컴컴한 법당 안에서 흐릿한 촛불만으로는 제대로 볼 수 없지만,여기에선 체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저승사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명부전(冥府殿)에 들어선 셈이다.지금은 없어진 북한산 태고사에 걸려 있었다는 시왕도(十王圖)는 생전의 죄과를 심판받는 모습이 생생하다.염라대왕 앞에서 자신의 죄과를 비춰보아야 하는 업경대(業鏡臺)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그러나 고통이 가득한 명부전에도 충만한 생명의 기운이 담긴 천진난만한 동자상이 있고,자비를 베풀어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이 계신다. 극락으로의 여정을 가시화한 것이 감로탱(甘露幀)이다.고통받는 영혼을 지옥에서 건져올리는 천상세계의 모습이다.현실세계의 어려움을 구제하는 관세음보살,극락정토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중생을 질병의 고통에서 헤어나게 하는 약사불,영취산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의 모습은 영혼이 궁극적으로 닿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상징한다. 조선 후기답게 몇몇 그림에서 서양식 명암법의 영향을 느낄 수 있지만 간혹 눈에 띄는 생명력을 잃어버린 표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여래도(四如來圖)를 비롯한 보물 3점도 나왔다.사여래도는 1997년 뉴욕의 소더비 경매에서 71만 7500달러(당시 환율로 6억 3000만원)에 낙찰받아 화제가 됐던 유물이다.특별전은 10월5일까지 계속된다. 서동철 기자 dcsuh@
  • [씨줄날줄] 남도대교

    지리산 맑은 물이 흘러 내려 섬진강과 만나는 곳에 화개장터가 있다.행정구역으로는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곳은 우리나라 5대 시장의 하나로 꼽혔다.산과 강,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지리적 여건이 만들어낸 ‘섬진강의 보석’이었다. 이 곳에 5일장이 설 때면 내륙지방 사람들은 산나물과 곡식을 가져와 팔고,바닷가 사람들은 뱃길을 이용해 수산물을 가득 싣고 왔다.아랫마을 하동 사람 윗마을 구례 사람이 모여들고,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 온갖 것들이 걸쭉한 사투리와 뒤섞여 닷새마다 장을 펼치던 곳이다.그러던 것이 언제부턴지 교류가 뜸해지면서 예전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강바닥이 높아져 물길은 끊어지고,강 양쪽을 연결해주던 나룻배도 멈췄다.수백년 ‘만남의 장’을 열어주었던 섬진강은 한동안 소통을 방해하는 단절의 장벽으로 변했다. 그 곳에 하동 사람들과 구례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두 지역 주민들은 지난 28일 전남 구례군 간전면 운천리와 경남 하동군 화개면 탑리 사이를 연결하는 남도대교의 개통을 축하했다.나룻배의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 대신 사람과 차가 건너다닐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놓인 것이다. 다리는 통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건널 수 있게 해주는 교통수단이다.하천뿐만 아니라 호수나 해협,만,운하 등으로 끊긴 길을 연결시켜 주는 물리적 구조물이다.그러나 다리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인류의 선조들은 다리를 물리적인 구조물로만 보지 않고 정신적인 구조물로 인식했던 것으로 추정한다.로마사람들은 다리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상징’이라고 믿었다는 기록이 있다.실제로 로마시대에 세워진 많은 석조 아치교들은 신관들이 설계해 건설됐다고 한다.불교에서도 다리를 지어 중생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일이 현세에서의 세 가지 공덕 중 하나라고 가르치고 있다.경주 불국사의 청운교(靑雲橋)와 백운교(白雲橋)는 속세와 불국(佛國)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리는 왕래와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만약 다리가 없었다면 인류는 아직도 원시적인 고립과 단절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남도대교가 동서로 갈라진 마음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마음의 다리가 되길 기원해본다. 염주영 논설위원
  • LA서 한국전통사찰 태고사 창건/ 美승려 무량스님 입국

    “매일 아침 저녁 ‘평화의 종소리’를 울려 미국 사람뿐 아니라 온 세계인들이 탐욕을 거두고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깨닫게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출가해 수행하다 지난 3월 로스앤젤레스에 한국 전통사찰 태고사를 창건한 미국 예일대 출신의 미국인 승려 무량(미국명 에릭 버럴·사진·43) 스님이 22일 방한했다.스님은 예일대 지질학과 3학년에 재학 중 화계사 조실 숭산 스님의 법문에 감명받아 불교에 귀의한 푸른 눈의 납자.예산 수덕사와 군산 태고사에서 수행정진하다 지난 90년 귀국해 LA달마선원의 주지를 지낸 뒤 태고사를 세웠다. 무량 스님의 방한은,지금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혼란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태고사에 건립할 ‘평화의 종’에 대한 국내 불교인들의 자문을 구하기 위한 것.스님은 속가 아버지와의 관계 개선도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1950년 예일대 법대 재학 중 입대해 한국전쟁에 10개월간 참전한 아버지 프랭크 스튜어트 버럴(73·변호사)은 정전 협정 50주년을 맞아 표창장 수여자로 선정돼 24일 방한한다. 스님은 새달 초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3년만에 만나는 부친과 함께 수덕사와 관촉사·불국사 등 사찰을 둘러보는 한편,미군장갑차에 희생된 효순·미선양 참사현장과 광주 망월동 5·18민주화 묘지도 참배할 예정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게임 속 광고 효과 톡톡

    마치 실제상황처럼 3차원으로 생생하게 재현한 서울시내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게임.스쳐 지나가는 전광판 속에,문득 낯익은 그림이 눈에 띈다.최근 개봉한 영화 ‘싱글즈’의 주인공들이 활짝 웃고 있는 포스터다. PPL(제품 끼워넣기)간접광고 열기가 게임매체로까지 번졌다.게임을 통한 영화,지역관광,의류 광고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이같은 경향은,지금까지 PPL 광고가 주로 TV드라마나 영화 사진 뮤직비디오 애니메이션 등 영상매체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볼 때 게임 매체의 영향력이 커졌음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레이싱 게임에 영화 포스터 온라인게임 업체 더 소프트(대표 남건)는 최근 온라인 3D 레이싱게임 ‘아크로레이스’(www.accrorace.com)에 영화 ‘싱글즈’의 포스터와 사진,주제곡 등을 끼워 넣었다.자동차 경주 도중 스쳐 지나가는 도로 옆 고층빌딩 전광판이나 차량에 영화포스터 등을 등장시켜 간접광고를 하는 것. 남건 더 소프트 대표는 “영화 제작사측에서 게임이 TV드라마나 영화에 필적하는 매체로 성장했다는 판단아래 광고 삽입을 제의해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비단 영화만 광고하는 것이 아니다.경상북도는 최근 여름 피서철을 맞아 온라인 게임 ‘투어레이싱’(www.tourracing.com)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지난 4월말 오픈한 ‘투어레이싱’은 경상북도가 행자부 지역정보화지원사업의 하나로 7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1년 동안 개발한 3D 온라인 레이싱 게임.지방자치단체가 지역관광 홍보를 목적으로 게임을 내놓은 것은 한국에서 처음이다. ●지역관광 홍보용 게임도 나와 ‘투어레이싱’은 불국사 등 경상북도 전역을 자동차를 타고 돌아 다니면서 특산품 등을 수집해 목적지로 가는 게임이다.수집한 아이템과 도착 순위에 따라 점수를 획득해 ‘골품’과 ‘관등’을 높여 가며,왕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상대차와 무기를 이용해 싸우기도 하는 등 재미에도 신경을 썼다. 경상북도 정보통신담당관실 관계자는 “관광지·특산품·상징 캐릭터 등을 소재로 해 지역관광 광고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공공의식 고취와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 효과도 노리고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온라인 틀린그림찾기 게임인 ‘룩앤룩 어드벤처’(게임빌)는 최근 패션 브랜드인 ‘EXR’의 여름 의류 신상품을 소개하는 아바타를 내놓았고,넥슨(www.nexon.com)은 온라인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 비엔비’ 곳곳에 KFC 치킨과 KFC할아버지를 배치했다.넷마블(www.netmarble.net)역시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툼레이더2’ 등 주로 모회사 플레너스의 영화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속성에 있어서 강점 지녀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게임을 이용한 간접광고 시도는 자연스러운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PPL 마케팅이 기존 매체를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산이 계속되는 추세에서 영향력 큰 게임,인터넷 매체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특히 게임은 배너 등에 의존한 인터넷 매체보다 브랜드 노출 빈도나 지속성에 있어서 강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게임빌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온라인게임이 의류 마케팅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첫 사례”라면서 “틀린 그림을 찾아야하는 우리 게임의 특성상,게이머들은 광고를 집중해서 계속 보아야 한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반면 최근 스폰서업체의 브랜드를 콘텐츠속에 자연스럽게 등장시키는 ‘스타일섹션’을 선보였던 영화전문 인터넷업체 엔키노닷컴(www.nkino.com)의 황성환 이사는 “인터넷을 통한 PPL 광고는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서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특히 10대,20대 등 신세대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엔키노닷컴은 DVD타이틀을 소개하는 글에 S사의 홈시어터 로고를 곳곳에 배치하는 식으로 광고비를 받고 있다. ●신세대 거부감 없어 홍보효과 커 커뮤니티사이트 세이클럽(www.sayclub.com) 관계자는 “커뮤니티·포털 사이트들은 단순히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만이 아니라,매체특성을 살린 적극적인 홍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세이클럽은 영화 포스터를 채팅방 배경화면에 도입하고,아바타의 복장에 스포츠의류 F·N사 등의 로고를 부착해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편 오페라 무대의 커튼처럼,특정광고가 화면에 3∼5초쯤 노출된 뒤 사라지는 형식의 독특한 ‘커튼콜 광고’기법을 선보인 포털사이트 드림위즈(www.dreamwiz.com) 관계자는 “게임이든 인터넷이든 PPL 광고라는 새로운 수익원을 계속 유지하려면 매체 특유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우리나라 명소 600여곳 여행 길 이책 한권이면 OK / 가이드북 ‘바다가 보이는‘

    꼼꼼한 지도 하나만 있으면 어딜 가든 안심이다.든든한 여행서 하나만 있으면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다.알찬 지역 소개서가 있으면 ‘아하∼ 여기가 그런 곳이구나∼’라며 지식을 부쩍부쩍 높일 수 있다.이 세가지가 하나의 책으로 나왔다면?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움이 넘쳐날 것이다. 고등학교 지리교사,여행전문가,여행 칼럼니스트 등으로 잘 알려진 이화득씨가 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차를 멈추고’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있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필자가 같은 제목으로 낸 1991년판 여행 가이드책이 있어 2003년판이 일종의 ‘증보판’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산과 물,나무만 그대로일 정도로 강산이 순식간에 바뀌는 요즘,여행서가 단순 ‘업데이트’로 최신판이 될 수는 없는 법.이 책은 최신 정보를 가득 담고 분량도 두 배 이상 늘어 새롭게 발간됐다. ●별미집·숙박시설등 자세히 수록 경기·강원·충청 지역을 담은 ‘중부편’과 호남·영남·제주·울릉 지역을 다룬 ‘남부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권역별로 60여곳,600여개 지역 명소를 소개하고 있다. 책 곳곳에는 저자의 여행전문가다운 면모가 드러난다.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만 쓸 수 있는 도로 정보,별미집,펜션이나 민박 등의 숙박시설이 꽤나 꼼꼼하다.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 저자가 별 세개(★★★)를 준 곳을 가보자.별 세개를 받은 곳은 매년 음력 2월에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진다는 전남 진도의 영등사리,대표적인 고적 관광도시 경북 경주 불국사·석굴암·국립경주박물관,경기 여주 남한강변의 경치 좋은 언덕에 있는 신륵사,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강원 정선 화안동굴 등 잘 알려진 명소들은 기본. 한계령 남쪽 점봉산에서 동쪽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기암괴석이 늘어선 강원 양양 주전골,아침엔 일출을 보고 저녁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한반도 육지의 최남단 전남 완도의 토말,유일하게 남아있는 민간 전통 정원인 전남 담양 소쇄원,산 정상에서 온갖 절경을 볼 수 있는 경남 남해 금산 등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배경을 간직한 곳도 있다. 그러나 별 세개짜리 명소의 대부분이강원·호남·영남에 몰려 있다는 것이 ‘당일치기’로 여행을 하고픈 수도권 지역 사람들에게는 아쉽기도 할 듯하다. ●가는 길 초보운전자도 알 수있게 여행전문가가 일일이 표시한 평가만큼 눈에 띄는 것은 여행지의 지도.지역별 상세 지도에는 고속도로부터 비포장도로까지 종류별로 길을 구분해 실었다.또 ▲차량 통제 여부와 주차시설 ▲정체 지역을 피할 수 있는 샛길 ▲자칫 놓칠 수 있는 진입로 ▲위험한 교차로 등을 설명했다.갈림길간 거리,진입로에서 명소까지의 거리 등은 저자가 트립미터(구간거리계)로 일일이 잰 실제 주행거리를 표시해놓은 것이라고.초행인 사람들이나 지도를 잘 읽지 못하는 운전자도 쉽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 만큼 지도는 쉽고 자세하다. ●가족여행지·데이트 명소도 소개 20년 여행 경력으로 길러진 안목으로 표시한 등급,현장 학습을 겸한 가족 여행지,환상적인 데이트 명소 등을 별도로 표시한 것은 책의 장점으로 꼽힌다.명소의 유래까지 자세히 전달받고 싶어하는 독자에게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 정도면 여행서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아도 될 듯하다. 경험 많은 저자의 말을 빌려 주말 여행이나 휴가 여행 계획을 세워볼까.서울문화사,중부편·남부편 각권 1만 2900원. 최여경기자 kid@
  • ‘중국의 불국사’ 법문사의 비밀

    부처의 진신사리/심규호·유소영 옮김 일빛 펴냄 불교나 불교미술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들은 ‘부처의 진신사리’(심규호·유소영 옮김,일빛 펴냄)를 한편의 보물이야기쯤으로 읽어도 좋겠다. 중국 서안에 있는 당나라 황실 사원 법문사(法門寺)는,한국사람들에게 불국사가 유명한 것 만큼이나 중국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도 ‘법문사의 비밀’.고고학 에세이풍의 ‘기록 문학’으로 중국에서 이름을 날리는 웨난(岳南)과 상청융(商成勇)이 함께 썼다. 진신사리(眞身舍利)란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리.법문사 진신사리탑은 당 태종 이세민이 큼지막하게 세운 뒤 16세기 후반 명나라 만력제가 13층 팔각모전탑으로 중건했다.400여년이 지난 1981년 8월24일,며칠 동안의 폭우에 진신사리탑은 예리한 칼날로 내리친 듯 꼭대기부터 절반이 무너져내렸다.남은 반쪽 역시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1986년 모두 무너졌다. 다음해 발굴조사가 시작되자,지하구조물이 드러났다.‘지하궁’에서는 부처님의 손가락뼈라는 불지사리(佛指舍利)와 화려함의 극치인 사리장엄,당나라 왕실에서 올린 1000여점의 찬란한 공양물이 나와 세상을 놀라게 했다.이 책의 뼈대를 이루는 줄거리다.문제는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한국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점이다.사실 중국불교와 한국불교는 그동안 이질성이 강조됐다. 그런데 이 책은 둘 사이에 공통점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불교가 중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데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지만,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강조하면서 애써 외면했던 대목은 아니었을까.진시황의 병마용이나 마왕퇴 유적에서 느끼지 못했던 친연성을 법문사의 진신사리에서 갖게되는 것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서동철기자 dcsuh@
  • ‘석조미의 꽃 석가탑과 다보탑’ - 석가·다보탑 알면 불교미술 보인다

    박경식 지음 / 한길아트 펴냄 박경식 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펴낸 ‘석조미의 꽃 석가탑과 다보탑’(한길아트)은 일반인들이 한국미술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사실 어느 절 마당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기의 석탑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다루었다면,일반독자의 관심을 끌기보다는 전문가들의 학문적 관심에 부응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그러나 ‘석조미술의 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학술서적이 아니라,쉽게 풀어쓴 문화유산 에세이로 분류해야 한다.이처럼 탑 두 개가 책이 될 수 있는 것이 통일신라 불교미술의 힘이요,석가탑과 다보탑의 힘이다. ‘석조미술…’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노년층에서 코흘리개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석가탑과 다보탑을 앞세워 한국불교미술의 대강을 설명한 책이라고 할 만하다. 지은이는 일반독자들로 하여금 한국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하는 수단으로 두 탑의 인기를 최대한 이용한다.두 탑을 화두로 불탑의 시원으로부터,한국 석탑의 역사까지를 독자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두 탑이 가진 교리적 배경,나아가 불국사 가람배치의 구조를 보여주면서 한국불교가 가진 사상적 기반이 얼마나 튼실한 것인지를 확인시켜 준다.다소 어려운 내용도 석가탑·다보탑과 인연의 끈을 굳건히 유지하면서 설명을 이어갔기에 인내하며 노력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들이 이끈다. 사진은 문화유산 분야의 전문작가 안장헌이 맡았다.문화유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긴 사진작가의 후기도 인상적인 앵글의 본문 사진만큼이나 눈길을 끈다.1만5000원.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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