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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천 은해사 새달 무료 개방… 문화재 관리비 등 市가 지원

    영천 은해사 새달 무료 개방… 문화재 관리비 등 市가 지원

    전국 주요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경북 영천 은해사가 다음달 1일부터 무료로 개방된다. 영천시는 오는 31일 은해사와 ‘은해사 문화재 관람료 무료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영천시는 조례를 제정해 문화재에 대한 관리·보호·보존·수리 또는 활용 등에 필요한 경비를 시에서 부담하거나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 예산도 1억 5000만원을 시비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은해사는 성인 1인당 3000원인 문화재 관람료를 다음달 1일부터 받지 않는다. 팔공산 자락에 있는 천년 고찰 은해사는 신라 헌덕왕 때 혜철국사가 창건해 조선 인종 때 화재로 소실됐으나, 1906년 시주를 모아 현재 자리에 재건했다. 문화재(보물 3점, 유형문화재 1점, 문화재자료 1점) 및 유물 약 1430점이 있다. 최기문 영천시장은 “은해사의 관람료 무료화를 계기로 코로나19로 지친 시민과 관광객이 은해사와 팔공산을 찾아 편안한 휴식을 즐기기 바란다”면서 “침체된 영천의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의 기여도를 평가해 문화재 관람료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 BTS도 반했다… ‘空의 조각’ 속 꽃핀 삶의 본질

    BTS도 반했다… ‘空의 조각’ 속 꽃핀 삶의 본질

    ‘범인에게는 침을, 바보에게는 존경을, 천재에게는 감사를.’ 한국 근현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1922~1973)는 1971년 자신의 아틀리에 벽에 이런 낙서를 남겼다. ‘비운의 천재 조각가’로 알려졌지만 바보처럼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우직하게 한길을 걸었던 작가는 누구보다 치열하고 고독하게 예술혼을 불태웠다. 지난 24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막한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노실의 천사’는 한평생 눈에 보이는 사물 너머 존재하는 본질을 끈질기게 추구했던 권진규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노실’(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전시장은 작가 아틀리에의 우물과 가마를 형상화해 만들어졌고 1950~1970년대까지 그가 만든 조각, 회화, 드로잉 등 240여점이 전시됐다. ‘노실의 천사’란 그가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현하려고 했던 이상, 즉 순수한 정신적 실체를 뜻한다. 오는 5월 22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권진규 개인전 중 역대 최대 규모로 1947년 그가 본격적으로 미술에 입문한 성북회화연구소 시절부터 1973년 5월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만든 주요 작품을 총망라한다. 동물상, 여성 두상과 흉상, 자소상, 부처와 예수상, 승려상 등의 작품들을 연대기적으로 전시하며 주요 제작 기법인 테라코타와 건칠 작품 제작 과정도 소개한다. 전시작은 유족의 기증품 외에 기관과 개인 소장품으로 이뤄졌다. 여기엔 미술 애호가로 유명한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소장한 ‘말’(위·1965년 제작 추정)도 포함됐다. 전시는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반영해 ‘입산’, ‘수행’, ‘피안’ 등 세 시기로 구성됐다. 교과서에도 실린 ‘지원의 얼굴’을 비롯해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한 ‘스카프를 맨 여성’, 건칠 기법으로 제작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이중섭의 ‘황소’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흰소’ 등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고려대 박물관을 찾아 한참을 응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가사를 걸친 자소상’(아래)에서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작가의 평화로운 미소가 긴 여운을 남긴다. 권진규는 리얼리즘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동양과 서양, 구상과 추상,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 영원성을 추구한 작가였다. 여성의 모습도 수동적으로 그리지 않았고 작품 곳곳에 자신만의 유머도 심어 놓았다. 그는 아틀리에 옆 조그만 방에서 자신이 추종했던 프랑스 조각가 앙투안 부르델의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수행하듯 작품을 만들었다. 작가의 치열한 탐구 정신이 담긴 메모와 기록들도 함께 전시됐다. 세속을 떠나 고독한 미술의 세계로 들어섰던 작가는 한국 화단의 몰이해로 인해 좌절하고, 불교에 침잠하다가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인생은 공(空)’이라고 적힌 마지막 메모에서 예술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깊은 고뇌가 전해진다. 전시를 기념해 작가가 마지막까지 작품 활동에 매진했던 성북구 동선동 ‘권진규 아틀리에’가 매주 토요일 특별 개방된다. 다음달 특별 공연과 학술대회도 열린다.
  • 성파스님 “조계종 갈 길은 한국 정신문화 주축 되는 것”

    성파스님 “조계종 갈 길은 한국 정신문화 주축 되는 것”

    “중생과 부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이의 마음속에는 도(道)가 있습니다. 그 도를 알아서 잘 행하기를 바랍니다.” 중봉 성파 대종사는 24일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宗正) 추대와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종정은 조계종의 최고 지도자다. 일반 행정에 관여하지 않지만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고, 계율을 관할하는 전계대화상을 위촉할 수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이기도 한 성파 종정은 “오늘날 사회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개개인이 모두 한 걸음 양보하고, 악심 대신 선심을 품으면 봄바람같이 꽃이 피고 잎이 필 것”이라고도 했다. 1960년 스물 하나에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성파 종정은 20년 뒤 통도사 주지가 됐다. 26안거를 완수한 성파 종정은 2013년 조계종 원로의원에 이어 이듬해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에 품서됐고 2018년부터 통도사 방장을 맡았다. 특히 도자대장경 불사(佛事)와 천연 염색, 옻칠 그림, 한지공예 등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불교 대중화에 앞장섰다. 성파 종정은 “예술가도 아닌데 언론에서 부풀린 게 아닌가 싶다. 종정에 오르려고 한 게 아니니 옆에서 놔뒀으면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문화를 공부하다 보니 서구 어느 나라에도 우리가 뒤지지 않는다. 한 치도 양보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도 그 길에 매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선거 이후 극단으로 치닫는 정국과 새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묻자 “주제넘은 말을 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살림살이’를 잘하기를 바라고 두고 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살림이라는 말은 불교 ‘최절인아산 장양공덕림’의 ‘산림’에서 나왔다. 나만 잘났다고 각 세우는 인아산을 무너뜨리고, 공덕의 숲을 이뤄야 한다는 뜻”이라며 “한 국가의 지도자뿐 아니라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살림을 잘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종정의 임기는 5년이고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성파 종정은 “우리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전통 불교는 그렇지 않고 그래서도 안 된다”며 “조계종이 나아갈 길은 여태껏 그랬듯 한국 정신문화의 주축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정은 개인이 아니라고 한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방향을 설정해 놓진 않았다. 여러 훌륭한 스님에게서 좋은 안이 많이 나올 테니 따라가겠다”고 했다. 조계종은 오는 30일 제15대 종정 추대 법회를 서울 조계사에서 개최한다. 법회에는 정치, 경제, 사회 분야 지도자들과 함께 성파 종정과 가까운 문화계 인사 3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 조계종과 한국예총, 전통문화 보급 및 확산을 위해 머리 맞대다

    조계종과 한국예총, 전통문화 보급 및 확산을 위해 머리 맞대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이범헌 회장이 대한불교 조계종 원행 총무원장 스님을 방문하여 전통문화 보급 및 확산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3월 2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실을 방문한 이범헌 회장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재의 70% 이상이 불교 관련 문화제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종교로서의 불교도 중요하지만 우리 민족의 삶에 뿌리 내리고 있는 <문화>로서의 불교의 가치에 주목하고, 계승 발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원행 총무원장은 이러한 제안에 동의하면서, 예를 들어 고려 불화는 성보(聖寶)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자랑스런 문화유산인데 이들 고려불화의 50%는 일본에 있고 국내에 있는 160여 점 중 정작 불교 사찰이나 불교 박물관에는 한 점도 없는 안타까움을 토로하였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우선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불화부터 순회 전시나 대여 형태로 불교 박물관에 전시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우리 문화제 반환 운동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이번 초파일에 열릴 연등제는 유네스코(UNESCO)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처음 개최되는 매우 의미가 있는 행사인 만큼, 불교 문화를 넘어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승화되기 위해 같이 노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계종과 한국예총이 협력하여 준비팀을 꾸리고, 한국예총에서 미디어아트를 추가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등 다양한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협력을 할 경우 수 천년을 이어오는 우리의 연등제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승화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세계 순회 전시와 공연을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특히 원행 스님은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어, 개인적으로도 김제에 도자기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였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여주 분원리가 조선시대 세계적인 백자를 만들어내는 관요(官窯)였으며, 지금도 수십 개의 (도자기 제조 장인의 공덕을 기리는) 도제조 공덕비(功德碑)가 보전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백자 도예 박물관을 불교계와 협력해서 만드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는 등 의견을 모았다. 또한 전국에 있는 사찰들은 넓은 부지가 있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여기에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공공박물관과 미술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비롯하여, 불교계의 문화재를 국가적인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문화적 가치를 찾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협의체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이번에 한국예총이 조계종을 공식적으로 방문한 것은 예총 설립 60년 만에 처음이며, 종교나 신앙의 차원을 넘어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방법을 모색한 것에 대해 불교계에서도 중대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봄의 수도… 천년의 시간 넘어, 황리단 꽃길 따라 [이우석의 미시 여행]

    봄의 수도… 천년의 시간 넘어, 황리단 꽃길 따라 [이우석의 미시 여행]

    명랑 고도… 벚꽃 터널 따라 BTS 노래 흥얼흥얼봄비 내린 지난주, 봄맞이에 한창인 경북 경주를 다녀왔다. 경주는 지금 거대한 컬러링북이다. 이 근사한 옛 도시는 봉긋한 고분에 연둣빛 수채물감을 채색하는 중이며 가녀린 가지마다 새하얀 꽃망울을 틔울 준비를 마쳤다. 곧 천지에 흩날리며 명경 같은 호수에 고혹적인 네일팁처럼 떠다닐 연분홍 꽃 이파리를 떠올려 본다. 과연 ‘봄의 수도’가 따로 없다.봄꽃이며 바다, 즐거운 체험과 재미 가득한 박물관, 맛난 음식, 향긋한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아이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무엇하나 빠뜨릴 게 없다. 누가 뭐래도 완벽한 관광종합선물세트 경주다. 요즘은 어떤지 살짝 들여다보고 왔다. 꽃샘이 나서 심통을 단단히 부리던 봄날의 초입이었다. 경주시. 미추홀(인천)과 더불어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도시다. 경주에 있었던 사로국(斯盧國)만 계산에 넣어도 2100여년에 이른다. 고구려나 백제와는 달리 신라의 불변 수도로 보낸 기간만도 약 1000년이다. 신라와 경주를 ‘천년’으로 수식하는 이유다. 잉카 마추픽추(페루)의 역사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 게다. 마추픽추는 조선 세조 초인 15세기 말에 건설됐으며 고작 80여년 후에 멸망했다. 경주에 비하면 ‘신도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경주엔 집(戶數)이 약 18만채 있으며 최대 90만명이 살았던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바그다드(아바스), 장안(당), 콘스탄티노플(동로마제국)과 함께 세계 4대 메트로폴리스였다. “절이 별처럼 이어지고 탑은 기러기떼처럼 몰려 있다”(寺寺星張 塔塔雁行). 실크로드의 궁극적 종착지이자 불교가 융성했던 부자 왕국의 수도에 대한 삼국사기의 설명이다. 환경 때문에 숯을 연료로 쓰라고 했을 만큼 당시 서라벌은 풍요롭고 호화로웠다. 서울 보라매공원만한 절터(40만㎡)에 무려 81m 높이의 건축물(황룡사지 9층 목탑)을 지었다. 645년 완공한 이 ‘당대 최고 랜드마크’는 1238년 몽골의 침략으로 불탔다. 이후 한반도에는 1319년 동안 이보다 높은 건축물은 없었다. 1967년 서울 중구 소공동에 83m짜리 한진빌딩(KAL빌딩)이 세워지며 그제야 신라인의 기록이 깨졌다.조선 때는 계림부(鷄林府) 또는 경주부로 불리며 영남의 중심 역할을 했다. 이전 대의 불교와는 별개로 유교 문화를 꽃피우게 된다. 양동마을에서 조선 중·후기 양반 문화를 오롯이 지켜 오고 있다. 대한민국 10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더니 600년 전통 양동마을도 과거에 비해 외양이 조금 달라졌다. 우선 마을 어귀에 탐방객용 문이 따로 생겼다. 양동마을 박물관을 거쳐 입장할 수 있다. 박물관을 먼저 둘러보면 양동마을이 더욱 또렷이 보인다. 마을 역사는 600여년 전 혼인으로 맺어졌다. 풍덕류씨가 명문가 여주이씨를 만나 처가에 장가를 들며 시작됐다. 당시는 조선 전기로 양반 남자가 처가로 장가를 드는 처가입향(妻家入鄕)이 관례였다. 다음, 경주손씨가 풍덕류씨에 장가를 들고, 또 여주이씨가 경주손씨에 장가를 오며 씨족사회를 만들어 갔다. 양동은 여주이씨와 경주손씨 등 양성의 세거지로 자리매김했다. 영남 남인의 종장이자 성리학의 거두였던 이언적(1491~1553)이 여주이씨로 양동 서백당에서 태어났다. 이언적의 이름은 원래 이적이었지만 ‘훗날 등장할 가수 탓에 검색이 안 될까 염려한’(?) 중종에 의해 피휘자로 선비 언(彦)자를 가운데 넣었다고 한다. 양동마을은 이후에도 문과 31명 포함, 과거 급제자를 총 116명이나 배출했고 근현대에 들어서도 학자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는 등 명문 마을로서 그 명성을 전국에 떨쳤다.양동마을은 경제활동과 제례 등을 자체 해결할 수 있는 독립적 구조로 이뤄졌다. 양반과 평민이 주변에 붙어서 살 수 있도록 기와집과 초가집이 공존하고 있다. 가운데 흐르는 개천을 중심으로 뒤편 문장봉으로부터 물(勿)자 형 산줄기가 뻗어내려 온다. 풍수에서 길지로 꼽는 지형이다. 각각의 언덕 줄기에 올라 보는 지형지세가 모두 다르다. 마을 내 수많은 고택들은 이런 자연적 특성을 십분 활용해 배치되어 있다. 국보와 보물을 포함해 문화재로 지정된 기와집의 수는 단일 마을 기준 전국 최다(26점)이다. 이언적이 지은 무첨당(無堂)은 별채가 유명하다. 역사 속 수많은 선비와 관인이 이곳을 찾아 남긴 현판과 죽편 등이 보물에 보물을 더하고 있다. 의병장 이의잠이 지은 수졸당, 양동에서 가장 먼저 지은 손소의 종가 서백당(송첨고택), 사간원 대사간을 지낸 이정덕이 살았던 상춘헌 등과 해저고택(물 밖에 있다) 등 우리 역사 이야기가 서린 건축물이 ‘옛 마을의 새봄’을 무심히 지켜보고 섰다. 인근 옥산서원과 독락당도 함께 들르면 졸졸 이끼를 굴리며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더욱 봄에 가까워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경주는 국내에서 2번째로 면적이 넓은 시다. 주요 강만 해도 4개가 흐른다. 형산강 지류 서천과 북천, 기계천, 낙동강 수계인 동창천이 경주를 누비며 물을 공급한다. 덕분에 차를 달리는 재미가 있다. 굳이 감포 해변까지 가지 않더라도 곳곳에서 시원한 물 구경을 할 수 있다. 교동 교촌마을이나 보문관광단지에도 나지막한 실개천 둔치 트레일 코스나 보문호를 돌아 나가는 수변 산책로를 즐길 수 있다.요즘 전국에서 가장 뜨는 ‘핫플’ 여행지가 바로 ‘황리단길’이다. 대릉원 뒤쪽 황남동 일대, 포석로 쪽 한옥마을을 이르는 말이다. 천마총, 대릉원, 포석정 등 관광지와 명물 황남빵 가게가 있어 원래부터 관광객들이 몰리던 곳인데 요즘은 특유의 고전적 감성에 현대적 인테리어가 결합돼 독특한 분위기의 편의 상업지구로 발전한 경우다.비슷한 느낌의 전북 전주 한옥마을과 비교해도, 최근에 조성된 곳이라 뭔가 세련된 분위기가 더하다. 예쁜 카페에서 쉬다가 근사한 한옥 레스토랑에 들러 맛있는 것 챙겨먹고 돌아오는 여행이 가능해졌다. 경주 관광이 ‘문화재만 보고 오는’ 유적관광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젠 이런 즐길거리가 킬러 콘텐츠가 됐다. 특히 도심, 버스터미널 등과 가깝고 사진찍기에 좋아 MZ세대 여행객의 주목을 단단히 받고 있다. 500번 버스가 지나는 도로를 중심으로 약 700m 정도의 상점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대릉원 담벼락을 돌아 제과점과 기념품 숍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황리단길이 시작된다. 한옥호텔 황남관까지 이르는 길가에는 주전부리를 파는 가게, 개성 있는 카페와 빵집, 기념품이나 신기한 물건을 파는 잡화점, 사진관 등이 이어진다. 책꽂이처럼 군데군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골목 안에는 여러 술집과 레스토랑, 사주카페, 한옥 게스트하우스, 서점 등이 나오는데, 이를 찾아 혈관처럼 고불고불한 골목을 탐험(?)하는 재미가 있다. 일본 규슈의 유후인 마을이나 동유럽 옛 도시의 플라자 마켓 거리를 닮았다.경주 동쪽에는 관광 특구로 유명한 보문단지가 있다. 인공호 보문호를 가운데 두고 호텔과 리조트, 상업지구로 빙빙 두른 형태로 조성됐다. 진입하는 길부터 호반 산책길, 어디서나 봄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 수 있다. 50년 이상 수령의 벚나무가 길가에 도열해 4월이면 온통 벚꽃 터널을 이룬다. 호반에는 화사한 신록의 수양버들이 가느다란 가지를 늘어뜨리며 봄바람에 산들산들 흩날린다. 호숫가 산책로를 이용하면 어디나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자전거길도 잘 닦아 놓았다. 보문단지 안에만 있어도 며칠 잘 쉬어갈 수 있다. 공연과 컨벤션을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부터 골프 코스, 레포츠 시설, 테마파크, 워터파크, 다양한 사설 박물관, 체험장 등 즐길거리가 빼곡히 들어섰다. 몇몇 리조트에는 온천수도 나오니 휴양에 최적화된 곳이다. 요즘은 식물원과 조류 동물원을 겸한 동궁원, 미디어 파사드를 즐길 수 있는 정글의 법칙 등이 들어서는 등 좀더 다양한 놀거리가 생겨나 재방문객을 불러들이고 있다.이 중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방대한 자료와 수집물, 멀티미디어 전시기법으로 우리 대중음악을 즐기며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1925년 발매된 최초의 음반 ‘내 고향을 리별하고(안기영)’ 앨범, 최초 걸그룹 ‘저고리 씨스터즈’와 최초 아이돌 ‘아리랑 보이즈’ 등 희귀 음반부터 가왕 조용필, 들국화, 소방차, 현재 대중음악으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까지, 그 오랜 시간을 스치듯 한번에 만날 수 있다. 장르별 시대별로 총망라한 여러 음반 자료를 해설과 함께 실제 들어볼 수 있다. 3층 오디오 전시관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하이엔드 앰프와 초대형 스피커를 통해 신청곡을 들어볼 수 있는 오디오 감상실이 마련되어 있어 ‘음악세계’에 푹 빠져들 수 있다.필자가 경주와 처음 맺은 인연은 35년 전 수학여행 때였다. 서울 서부역에서 출발과 동시에 낱낱이 기록된 그 여행의 각인은 우루루 몰려다니며 유적과 유물을 훑듯 돌아다닌 ‘시찰’에 불과했다. 1987년 봄의 경주는 2022년 봄의 문턱에서 만난 인상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천년 고도는 좀더 젊어졌고 더욱 화사해졌다. 게다가 올해는 스마트 관광도시 사업 대상지에 선정됐으니 이후 만나는 경주는 지금보다 똑똑하고 명랑할 듯하다. 이번엔 때가 일러 꽃바람을 맞아보진 못했지만, 조만간 편안한 휴식 속에 수많은 즐거움을 찾으러 갈 테다. 경주에서 찍은 사진을 뒤척이며 즐거운 상상을 한다. ‘고도(古都)를 기다리며’. 놀고먹기연구소장■ 여행수첩 ●황리단길 오스테리아 밀즈는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고풍스러운 기와집에 입점한 레스토랑은 분위기도 그 맛처럼 근사하다. 블랙트러플을 넣은 크림 파파델리는 넓적한 면에 농후한 송로버섯 향이 진하게 배어있다. 면도 쫄깃하니 제대로 삶았다. 감칠맛 깃든 한치먹물리조토도 전국 어느 곳에서 맛보기 어려울 정도로 진한 풍미를 뽐낸다.●안강할매고디탕은 경주에서도 특별한 음식이다. 전형적 농촌 문화가 녹아든 다슬기탕인데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낸다. 투실한 고디(다슬기의 지역 방언)에다 배추, 부추 등을 썰어 넣고 끓여 든든하다. 곁들인 젓갈과 봄동김치, 더덕무침 등도 자꾸 젓가락이 가는 별미다. 양동마을과 가깝다.●천년한우는 한우 맛있기로 소문난 경주에서도 좋은 고기를 취급하는 식육식당이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상차림비(5000원)를 내면 숯과 반찬을 가져다 준다. 서울에선 등심을 선호하는 데 비해 경주 지역에선 보통 갈빗살을 많이 먹는다. 갈빗살 이름은 같지만 평소 보던 부위가 아니다. 이외에도 채끝, 부채, 업진 등 다양한 부위가 있다.
  • ‘한·일 불상 소유권 분쟁’ 일본 사찰 적극 대응 나서

    절도범에 의해 일본에서 국내로 들어온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 제자리 찾기 소송과 관련해 일본 사찰 측이 적극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2년 10월 국내로 반입되기 전까지 불상을 보관하고 있던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대마도)의 사찰 간논지(관음사) 측이 최근 재판부(대전고법 민사1부)에 각종 서류 열람과 복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 서산의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불상 인도 항소심이 2017년 1월부터 진행 중인데, 간논지 측이 외교채널을 거쳐 의견을 개진하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변론에 필요한 자료를 챙긴 뒤 자신들의 주장을 재판부에 직접 피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간논지 측은 이 사건 보조참가인 신청을 해 재판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민사소송법 제71조에 따라 소송 결과에 이해 관계가 있는 제3자는 한쪽 당사자를 돕기 위해 소송에 참가할 수 있다. 간논지 측은 오는 30일로 예정돼 있던 변론기일에 대해 변경 신청을 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여 다음 변론 일정은 6월 15일로 잡혔다. 경우에 따라 간논지 측 인사가 국내 법정에 직접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한 소송절차 진행을 위해 재판부가 보조참가인의 의견을 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사안”이라며 “시일이 더 걸리더라도 변론과 심문을 충분히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간논지 측이 우리나라에 반환을 요청하는 불상은 높이 50.5㎝·무게 38.6㎏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지난 2016년 4월 서산 부석사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우리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후 2017년 1월 26일 1심은 여러 증거를 토대로 ‘왜구가 비정상적 방법으로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옳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의 손을 들어줬고,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검찰이 항소와 함께 낸 불상 이송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불상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있다.
  • 통영시 전역이 미술전시관...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개막

    통영시 전역이 미술전시관...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개막

    경남 통영시를 대한민국 대표 문화예술도시로 만들기 위해 올해 처음 개최하는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18일 개막했다.통영시는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통영 섬·바람’을 주제로 통영지역 내륙과 섬 일원에서 5월 8일까지 52일간 열린다고 19일 밝혔다. 트리엔날레(triennale)는 ‘3년마다’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비엔날레(biennale)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인 반면 트리엔날레는 3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을 뜻한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기간에 주제전(TAKE YOUR TIME)’을 비롯해 기획전, 섬 연계전, 지역 연계전 등 다양한 전시·공연행사가 통영시 전역에서 열려 통영시 전체가 전시관으로 변한다. 기획전으로는 공예특별전, 전혁림 특별전, 옻칠 특별전 등이 열린다. 주제전은 폐조선소인 옛 신아sb 연구동을 활용해 연구동 1~6층 모든 공간을 하나의 전시·체험장으로 꾸몄다. 11개 나라에서 35명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미디어아트의 떠오르는 샛별로 꼽히는 프랑스 작가 쥬스틴 에마르 작품, 푸른 눈의 수행자로 유명한 현각 스님의 작품, 세계적인 뉴미디어 아티스트 모리스 베나윤의 작품 등을 주제전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통영시립박물관에서 열리는 공예특별전에는 통영 12공방 장인들과 현대 공예작가들까지 모두 17명의 작가들이 ‘수작수작(手作秀作)’이라는 주제로 우수한 통영 공예를 선보인다. 통영 나전, 통영 대발, 통영 갓, 통영 장과 소반, 통영 누비 등 통영 12공방의 재료·도구 제작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의 삶과 미술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전혁림 특별전이 ‘통영 바다, 그리고 영혼의 빛’을 주제로 전혁림 미술관에서 열린다. 특히 세계적인 예술가 피카소 진품과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함께 전시해 두 거장의 작품을 비교 감상할 수 있어 한국의 피카소 전혁림 화백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통영 옻칠미술관에서는 한국현대 옻칠회화의 선구자 김성수 작가의 옻칠 역사 70년을 집대성한 옻칠 특별전이 ‘전통을 잇는 현대’라는 주제로 열린다. 국내·외 옻칠회화 대표 작가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국내 최초 섬 연계 트리엔날레 행사로 기획해 통영의 대표 섬인 한산도, 연화도, 사량도를 전시공간으로 섬 연계 전시를 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혼이 서려있는 한산도 제승당 입구에는 ‘두 개의 바다’라는 주제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한다. 또 대한민국 100대 명산인 지리산 옥녀봉을 품고 있는 사량도에서는 ‘바다, 생태, 환경’을 주제로 사량도 주민들이 참여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전시가 사량중학교에서 열린다. 사명대사 발자취가 남아있는 불교 성지 연화도에 있는 연화사에서는 ‘바다너머 피안’이라는 주제로 선화의 대가 성각스님의 선화 작품을 비롯해 불교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이밖에 지역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하는 트리엔날레를 만들기 위해 지역 예술작가들의 작품을 도시 곳곳에서 전시한다. 통영시는 지역 도시에서 열리는 국제규모 미술전시 행사인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통영을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처음 개최하는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계속 열려 문화예술 자산이 쌓이면 통영의 빼어난 자연환경 및 관광 여건과 어울러져 문화예술관광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인 통영국제트리엔날레 추진단장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관으로 구상하고 내륙과 섬을 연결해 도시를 걸으며 관람하는 형태로 전시를 구성했다”며 “통영국제트리엔날레를 자유롭게 둘러보면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원불교 원로’ 이현도 원정사 열반

    ‘원불교 원로’ 이현도 원정사 열반

    원불교 교리는 물론 기독교에도 조예가 깊었던 기산 이현도 원정사가 16일 열반했다. 세수 98세, 법랍 62년. 원불교에 따르면 1924년 전북 진안 출생인 기산 원정사는 1947년 입교했고, 1960년 출가의 길에 들었다. 그는 일선 교당 여러 곳에서 교화 활동에 매진했다. 하섬해상훈련원 원장 등으로 봉직하다 1993년 퇴임했다. 기산 원정사는 원불교 교단에서 고경(古經)과 성리(性理) 공부 전문가로 꼽히며 ‘소리없는 소리’, ‘염화미소’ 등의 저서를 남겼다. 기독교에도 밝아 ‘하나님은 어떤 분이십니까?’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동학혁명에 투신한 조부 등의 영향으로 1998년 동학농민혁명유족회장을 지냈다. 일생을 교단에 헌신했고, 퇴임 후 소년과 같은 표정과 미소로 전국 교화 현장을 누비며 모범이 됐다고 원불교 측은 전했다. 고인은 이날 오전 5시 원광효도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열반했다. 장례는 원불교 교단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원불교중앙총부 향적당이다. 발인은 18일 오전 10시 치러지며, 장지는 전북 익산시 왕궁면 원불교 영모묘원이다.
  • 대표 선승 7명이 전하는 설법…3년 7개월 만에 열리는 간화선 대법회

    대표 선승 7명이 전하는 설법…3년 7개월 만에 열리는 간화선 대법회

    전국 선승과 불자들이 모여 마음 속 부처를 체험하는 간화선 대법회가 다음달 20~26일 경북 문경의 봉암사 세계명상마을에서 열린다. 간화선은 ‘이 뭣고’ 등 화두를 들고 묻고 또 물어가며 마음의 실재에 다가서는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이다. 선승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간화선의 요체를 설명하는 간화선 대법회는 2013년 서울 조계사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렸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미뤄져 4번째 대법회가 다음달 3년 7개월 만에 열리게 됐다. 대법회는 20~23일과 23~26일 3박 4일씩 1·2차로 나눠 두 차례 집중수행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계종 새 종정 성파 스님을 비롯해 대표적인 선승 7명이 설법을 전한다. 학림사 조실 대원 스님(20일)과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영진 스님(21일), 부산 범어사 방장 지유 스님(22일), 대흥사 유나 정찬 스님(23일), 축서사 조실 무여 스님(24일), 석종사 조실 혜국 스님(25일)이 법문한다. 이법 대법회를 통해 지유 스님은 아흔 평생 처음으로 산문 밖에서 설법한다. 마지막날인 26일에는 15대 종정으로 추대된 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이 승려들과 불자들 앞에서 간화선이 가야할 길을 전한다. 대법회가 열리는 봉암사 세계명상마을은 ‘국민 참선방’으로 새로 문을 여는 국제선센터다. 2015년 전국선원수좌회의 고우·적명 스님 등 우리나라 대표 선승들이 봉암사에 모여 건립을 결의한 지 7년 만에 문을 열게 됐다. 세계명상마을은 매달 한 차례씩 9일 화두 명상 집중수행과 평일 선스테이를 중심으로 대한민국 청년희망캠프도 갖는다.
  • 나눔의집, 조계종 승적 정식이사 5명 선임…임시이사 5명 사퇴

    나눔의집, 조계종 승적 정식이사 5명 선임…임시이사 5명 사퇴

    관선이사회 체제로 운영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이 정식이사 5명을 선임했다고 15일 밝혔다. 나눔의 집 법인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의 조영분 법인 국장은 “정식이사 선임 건이 이달 10일 임시이사회에 상정돼 표결에 참여한 이사 6명의 만장일치 의견으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임된 정식이사는 최종용 적석사 주지, 김경미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정병률 금산사 복지원 이사, 고화석 판교노인복지관장, 선경석 사회복지법인 통도사 자비원 이사 등 5명으로 모두 조계종 승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신임 이사들의 임기는 3년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된 나눔의집 법인은 앞으로 사외이사 3명의 정식이사 선임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사외이사 선임까지 마무리되면 나눔의 집 법인 이사회는 기존 정식이사 3명, 신임 정식이사 5명 등 모두 11명으로 운영된다. 나눔의 집 법인 관계자는 “법인 정관에 따라 조계종 승적을 가진 분들을 정식이사로 선임한 것이고, 사외이사 3명 역시 정관에 따라 광주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나 경기도사회보장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정식이사로 선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눔의 집이 소재한 경기 광주시는 2020년 10월 정관 위반을 이유로 사외이사 3명에게 선임 무효를 통지했다. 경기도도 2020년 12월 나눔의 집 법인 이사회 11명 중 승려 이사 5명에 대해 민관합동조사 방해, 후원금 용도 외 사용, 노인복지법 위반 등의 이유로 해임 명령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나눔의 집은 지난해 1월부터 광주시가 새로 선임한 임시이사 8명과 기존의 승려 이사 3명 등 모두 11명 체제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이사회는 일반인 이사 5명과 승려 이사 4명을 포함한 나머지 이사 6명이 편을 갈라 대립해왔다. 특히 ‘조계종 승적을 가진 사람을 임원의 3분의 2로 한다’는 나눔의 집 법인 정관을 관계 법령의 취지에 따라 ‘5분의 1’로 개정하고 조계종 승적을 가진 사람이 감사직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일반인 이사들의 제안에 대해 승려 이사들이 반발하며 이견을 보여왔다. 이런 내홍 속에 최근 이사회가 정식이사 5명을 모두 조계종 승적을 가진 사람들로 선임하자 임시이사 5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계종 측이 객관과 중립이라는 임시이사의 입장을 이용해 시간을 지연하고 논의를 파행으로 이끌었다”며 임시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이들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방임과 열악한 돌봄 환경, 시설 내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활동 제한 및 무차별 소송 등 시설 내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위임으로 임시이사를 선임한 광주시 관계자는 “정식이사 선임은 나눔의집 이사회의 권한으로 행정기관이 관여하기는 어렵다”며 “광주시는 임시이사의 사퇴 의사를 확인하고 해촉 절차를 거쳐 경기도에 정식이사 선임 결과를 보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종교계, 윤석열 당선인에 “국민통합·포용의 리더십” 당부

    종교계, 윤석열 당선인에 “국민통합·포용의 리더십” 당부

    종교계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국민 통합을 위한 포용의 리더십을 당부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날 “제20대 대통령 윤석열님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면서 “국민을 위한 공평무사한 정책과 화쟁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은 통합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행스님은 이어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혼란과 민생의 어려움, 선거 중에 표출된 다양한 국민의 요청에 적극적인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 부강하고 안정된 나라의 마중물이 되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고유의 민족문화를 이해하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하여 세계 속에 자랑스러운 문화민족으로 자리하는 데 앞장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도 윤 당선인의 당선을 축하하며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강원과 경북 지역의 산불 피해 등 눈앞의 위기와 함께 인구 고령화, 남북 화해와 통일, 기후위기 대응, 자연보호, 인간의 생명 보호와 인권 수호 등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교회의는 또 “다양한 세대, 지역, 계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그들이 서로 소통하여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구심점이 되어 주시길 당부드린다”면서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의 직무를 준비하실 당선인과 협조자들에게 하느님께서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기를 빈다”고 했다.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도 “윤 당선인이 흩어진 모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분이라 하더라도 모든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30여개 대형 교단이 가입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겸손과 지혜와 덕으로 다스리는 대통령 되시길’이라는 성명을 통해 “당선인은 공약한 대로 공정한 상식을 바탕으로 국민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상처난 국민의 마음을 속히 치유해 상생과 공존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교총은 그러면서 “임기 동안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다음 세대가 희망을 품고 도전하는 더욱 부강한 나라를 이뤄 모두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위해 부단히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개신교계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는 ‘국민통합을 이루는 평화의 정치를 희망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선거 과정에서 쏟아낸 냉전적, 전체주의적 맹목을 지양하고 다원적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여타의 정당들과 대승적 차원의 협치를 추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 총무는 “차기 국민통합의 정부가 온국민과 더불어 생명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되는 생명 중심의 세상, 주권재민의 가치가 모든 영역에서 살아 숨쉬는 민주공화의 세상, 남과 북이 통일을 지향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공존의 세상,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존엄성이 모든 영역에서 차별 없이 존중을 받는 평등의 세상, 사회경제적 약자가 일상의 행복에서 소외되지 않는 나눔과 돌봄이 제도화된 세상, 생태정의가 구현되는 지속가능한 새로운 문명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도 “선거기간 분열된 국론을 통합과 치유로 보듬어 다같이 행복한 나라, 다함께 잘사는 국민이 되도록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윤 당선인에게 강조했다 나 원장은 ‘고금 천하에 다시 없는 큰 도덕이 이 나라에 건설된다’는 종단 교조 소태산 대종사의 말을 인용하며 “주권자의 민심이 오롯하게 담긴 오늘의 선거 결과가 이 나라에 세워질 큰 도덕 세상 건설의 초석이 되도록 당선자께서 온 마음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 각종 의혹 휘말려 ‘그림자 내조’ 관측… 질 바이든처럼 ‘일하는 영부인’ 기대도

    각종 의혹 휘말려 ‘그림자 내조’ 관측… 질 바이든처럼 ‘일하는 영부인’ 기대도

    12살 차 극복하고 2012년 결혼 “오래전 아는 아저씨로 지내다 스님이 나서서 부부의 연 맺어” 경제·사회적으로 남편과 독립 굵직한 예술전시회 잇단 기획 尹 신고재산 65억 중 49억 소유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72년 9월 2일 태어난 김 여사와 1960년생인 윤 당선인의 나이 차이는 열두 살이다. 서울 명일여고, 수원 경기대 예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숙명여대에서 석사와 국민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도 경영전문석사학위를 받았다. 윤 당선인 부부는 2012년 결혼했다. 김 여사는 윤 당선인과의 인연에 대해 과거 인터뷰에서 “나이 차도 있고 오래전부터 그냥 아는 아저씨로 지내다가 한 스님이 나서서 연을 맺어 줬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어 “가진 돈도 없고 내가 아니면 영 결혼을 못 할 것 같았다”고도 덧붙였다. 결혼 이후 두 사람이 지인들과 부부 동반으로 뮤지컬 공연 관람을 즐기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기도 했지만 이 외에 러브스토리에 관해서는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다. 이들이 공개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도 2019년 8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취임 당시 부부 동반으로 청와대에 초청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가 유일하다. 윤 당선인은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공식 페이스북을 시작하면서 자신을 ‘애처가’라고 썼다. 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내가) 옷 조언을 자주 해주는데 (내가) 말을 잘 안 듣는 편이다”라고 했다. 지난달 3일 대선후보 TV토론 전 인터뷰에서 ‘아내가 조언이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냐’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응원 안 해 주더라”라면서 “낮에 어디 나갔다 오던데”라고 웃으며 답해 평범한 부부들과 다르지 않은 면모를 보여 줬다. 김 여사는 이제까지 각종 의혹에 휘말려 온 탓에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이 제한되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 내조’를 펼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당선 전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없애겠다고 밝힌 점도 김 여사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경영자인 점을 고려해, ‘내조형 퍼스트레이디’에서 벗어나 새로운 행보를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 여사가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배우자 질 바이든처럼 ‘일하는 배우자’ 등 새 지평을 열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 여사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남편과 독립된 커리어우먼으로 알려져 있다. ‘2019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 공개’에 따르면 당시 윤 당선인이 신고한 재산은 총 65억 9070만원인데 이 중 토지와 건물, 예금 49억원이 김 여사 소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는 문화, 예술, 종교계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편이다. 그는 2007년 문화예술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를 설립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코바나컨텐츠는 2008년 ‘까르띠에 소장품전’을 통해 처음 이름을 알렸고 2010년 이후에는 굵직한 전시를 잇달아 기획해 왔다. 2015년 마크로스코전은 3개월간 관람객 25만명을 동원해 이목을 끌었다. 이 외에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전’(2016),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2017), ‘혁명, 그 위대한 고통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2019) 전시회 등을 기획했다. 김 여사는 종교계 인사들과도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두루 친분을 지니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김 여사는 지난달 14일 극동방송에서 김장환 목사를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해 조언을 들었고 지난달 17일 봉은사에서 원명 스님과 불교신문사 주간인 오심 스님 등과 비공개 차담회를 가졌다. 김 여사는 박물관이나 전시 관련 봉사나 유기견·유기묘를 돌보는 자원 봉사도 오랫동안 해 왔다. 길고양이 보호 단체 등에도 고양이 사료를 꾸준히 후원하고 있는 중이다. 윤 당선인은 김 여사와의 사이에 자녀 대신 반려견 4마리와 반려묘 3마리를 키운다고 소개해 왔다. 이 중 반려견 토리는 유기견이며 다른 강아지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도 버려진 동물들을 입양한 것이다. 호탕한 성격에 사업가 기질, 문화·예술 경력, 꾸준한 봉사 이력을 가진 김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어떤 새로운 역할을 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국립박물관의 브랜드/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국립박물관의 브랜드/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국립박물관은 가족이 많다.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13개 지역에 있는 국립박물관이 그 가족이다. 이들 박물관은 각각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들에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박물관에 대한 애정이 지극한 분들이니까. 국립박물관은 몇 해 전부터 각 박물관의 브랜드화에 노력해 왔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으로 우리의 문화와 예술, 아름다움이 축적돼 있다. 한류 문화의 초석을 다진 B배우가 있었다.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책을 낸다는 소식을 신문기사로 접하고 확인해 보니 박물관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다루는데 시원(始元)인 이곳이 포함돼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검토하고 연락 주겠다고 했고 며칠 뒤에 박물관도 포함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물관을 취재하는 B를 돕기 위해 당시 박물관장이 직접 나섰다. 후에 일본어로도 번역된 그 책을 들고 온 일본 관람객을 전시실에서 마주쳤던 기억이 있다. 2020년엔 BTS도 이곳 전시관 역사의 길과 열린마당에서 유튜브 가상 졸업식 ‘Dear Class of 2020’을 촬영했다. 이런 사업들은 박물관을 국내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알리고자 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은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우리를 상징하는 대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바로 반가사유상의 브랜드화다. 2021년 11월에 ‘사유의 방’을 연 뒤로 반가사유상은 더 유명해지고 있다. 다른 국립박물관은 어떤 브랜드를 표방하고 있을까. 지역 문화의 고유한 가치를 담아 결정한 각 박물관의 브랜드는 다음과 같다. 경주는 신라의 역사문화, 광주는 아시아 도자 실크로드의 거점, 전주는 조선 선비문화, 대구는 복식문화, 부여는 사비백제문화, 공주는 웅진 백제문화, 진주는 임진왜란과 한일 교류, 청주는 금속공예, 김해는 가야문화, 제주는 섬문화, 춘천은 한국의 이상향(금강산과 관동팔경), 나주는 영산강 유역 독널문화, 익산은 미륵사지와 고대불교사원이다. 박물관의 브랜드화는 그 박물관만의 매력을 다지는 것을 의미한다. 여느 곳의 박물관이 아니라 그곳에서만 더 보여 줄 수 있는 콘텐츠로 마음껏 뽐내 보자는 의도이기도 하다. 지역에 따라 보는 재미가 있는 브랜드 박물관으로 우뚝 서기 위해 박물관 사람들은 노력하고 있다.
  • 힌두철학서 얻은 영감, 물질에너지 넘실대는 시공간으로 그려내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힌두철학서 얻은 영감, 물질에너지 넘실대는 시공간으로 그려내 [이지윤 큐레이터의 은밀한 미술인생]

    시카고 ‘클라우드 게이트’ 등현대 공공미술에서 걸작으로 ‘물질 자체에 에너지’ 철학 몰두이 시대의 물질·기술 이용단순한 시각적 환상이 아닌물질의 신비한 힘 극대화시켜2002년 10월 9일,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미술관 입구의 대형 털바인홀에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형 조각 작품이 설치된 것이다. 길이 213m에 높이 25m의 공간이 3개의 대형 원형 구조물에 특수 비닐 재료인 강렬한 빨강 PVC로 뒤덮이고 대형 파이프 3개로 연결된 것과 같은 작품이었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마르시아스’라는 이름의 이 작품은 어느 방향에서 찍어도 카메라 렌즈로는 한 번에 잡힐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정문 입구를 가로막고 있는 대형 원형 구조물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조각’이라는 개념과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는 듯했다. 이 작품에 대해 전 세계 미디어는 ‘세기의 걸작’이라는 찬사부터 어마어마한 예산이 만들어 낸 ‘건축 구조물’일 뿐이라는 다양한 평가를 쏟아냈다. 아마 아직까지도 미술관에 설치된 것으로는 가장 큰 조각일 것이다.●작가의 영감의 시작은 인도 작가는 2004년 미국 시카고 밀레니엄공원에 설치된 ‘클라우드 게이트’로 세상을 다시 놀라게 했다. 이 작품은 최고급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도시를 비추는 대형 조각이다. 미술을 모르는 사람도 시카고가 배경인 영화라면 이 작품을 보지 않고 지나갈 수 없었으리라. 시카고가 20세기 최고 작가로 선정해 1966년 피카소에게 조각을 의뢰한 것에 이어, 2000년 밀레니엄을 축하하며 선정한 작가가 바로 애니시 커푸어다. 이 작품은 강낭콩 같은 모양이라 ‘젤리빈’이란 별명도 있다. 커푸어는 2012년에 런던올림픽 경기장에도 조각품 ‘궤도’를 만들었다. 그는 21세기 현재 가장 중요한 공공미술이나 어떤 이정표를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작가다. 마치 우주에서 온 것 같은 작품을 만드는 원동력의 시작은 어디일까. 온갖 찬반의 비평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이 시대 물질과 기술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조각이다. 그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만한 놀라운 에너지가 있다. 인도계 아버지와 이라크계 어머니 사이에서 1954년 인도에서 태어난 커푸어는 인도와 이스라엘에서 성장했다. 인도가 1947년 독립했지만 그가 자란 뭄바이는 정치종교적으로 상당히 혼란한 곳이었다. 그는 힌두교, 불교, 기독교 등이 공존하는 문화를 경험했다. 그런 환경에서 당시 인도 신흥계층의 자녀였던 커푸어는 19세에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처음으로 미술 교육을 받는다. 영국에선 아무리 다른 나라 태생이어도, 영국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면 그런 사람들을 영국인 창작자로 부른다. 좋은 맥락에서 보면 제국주의의 흔적이다. 커푸어가 언제나 인도계 영국 작가로 소개되는 이유다. 커푸어에게 중요한 영감의 시작은 그의 정체성이 시작된 인도였다. 인도 힌두 사원이나 성지들을 방문하며 그는 다양한 색의 안료 더미들을 발견했다.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각양각색의 카레 가루와도 같은 강렬하고 가공되지 않은 안료에 매료됐다. 인도를 가 본 사람들이라면 안료를 몸에 바르고 길을 다니는 사람들과 장터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때로는 카스트 제도를 숨기려, 때로는 심신을 정화하는 의식의 한 면으로 이 안료를 쓴다. 즉 삶, 종교, 축제와 같은 현장에서 중요한 물질이 다양한 안료인 것이다. 이런 물질들을 오브제에 묻혀 그대로 드러내는(피그먼트) 작업을 시작했고, 바닥에 검은 안료로 커다란 둥근 원을 만들어 바라보기 시작했다. 둥근 원, 선의 경계, 검은 안료가 만든 중간 공간. 작가는 무엇을 하지만 동시에 무엇을 하지 않는, 물질이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지 탐구하는 실험적 작품을 시작했다. 그는 호미 바바(하버드대 문화미술비평가)와의 대화에서 “바닥 회화 작품을 설치하고 난 뒤, 작품을 보고 보고 또 바라보았다. 안료의 공간은 더욱 깊어지며, 그 안에 새로운 4차원 같은 시간과 공간이 있음을 발견했다. 현실과 동시에 존재하는 새로운 현실(parallel reality)이 있음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시각적 환상이 아닌 물질성 자체가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에너지와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50년간 작품세계를 뒤돌아본다면, 초기 작품들과 실험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커푸어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빨간색은 인도 문화에서 온 중요한 상징이다. 만물을 창조한다는 대지의 색이다. 인도에선 결혼을 할 때도 빨간색 옷을 입는다. 모계 사회의 상징이고 창조의 시작이기도 하다.●물질이 만든 시공간을 담은 조각 안료 자체의 매력에서 시작된 그의 시적이고 철학적인 작업들은 그를 물질성에 대한 연구로 이끌었다. 힌두 철학 ‘모든 세상의 물질은 그 자체에 에너지가 있다’라는 것에 몰두했다. 즉 작가의 역할은 그 물질성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최소의 역할만 해 주면 그 물질들이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커푸어는 아름다운 핑크색 대리석을 찾아, 그저 가운데 구멍을 내었다. 그 구멍은 대리석의 물질성을 더 잘 보이게, 더 잘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철, 돌 등 다양한 물질성을 가지고 어떤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드러나게 하는 공간을 만들었고 그 공간은 신비한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시작했다. 어떤 미술관에선 사람들이 들어가서 어지러움증을 느껴 쓰러지기도 해 조각 앞에 가림막을 놓기도 했다. 커푸어의 작품은 조각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미술사에 있어 큰 혁신이다. 커푸어는 물질성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2008년 로열아카데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열 때 한 기자가 가장 영감을 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커푸어는 인도 남부에 있는 석산에 자주 가는데, 그 석산 자체가 이미 엄청난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커푸어는 자신의 작품은 석산의 일부를 표현하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고 덧붙였다.●조각인가 건축인가 사람들은 ‘클라우드 게이트’의 크기와 존재감에 감동하고 예찬한다. 그 아래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광장에 또 다른 광장이 만들어진다. 커푸어는 시카고시와 계약할 때 작품이 존재하는 한 표면은 언제나 반짝반짝하게 닦여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거울 같은 스테인리스가 갖는 물질성이 매일 변하는 순간을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늘도, 날씨도, 그 앞을 지나는 사람도 하루도 같은 날은 없다. 이 작품은 매일매일 변하는 시간과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과 소통한다. 최근 커푸어는 이 작품에 그가 독점권을 가진 ‘벤타블랙’(2014년 영국 나노기술이 개발한 페인트로 99.96%의 빛을 흡수해 육안으로 페인트가 칠해진 표면이 블랙홀처럼 인식됨)으로 기존 조각을 코팅했다. 기존 초대형 거울 조각이 블랙홀 같은 다른 차원의 초현실적 작품이 됐다. 그는 계속 진화하고 실험한다. 좋은 작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에게 상상을 하게 해 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맥락에서 커푸어는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 탐구에서 시작해 앞으로의 새로운 우주 시대를 먼저 바라보고 있는 선구자라는 생각을 해 본다. 숨 프로젝트 대표
  • “350년 된 미인송 등 울진 금강송 군락지 1000만 그루 지켜라”

    “350년 된 미인송 등 울진 금강송 군락지 1000만 그루 지켜라”

    경북 울진 산불 사흘째를 맞아 산림 당국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울진 금강송’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6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산림 당국은 일출과 함께 울진 지역에 헬기 51대, 인력 5400명을 투입해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방향 등에 대한 공중 진화에 집중했다. 2011년 3월 울진 기성면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로 수령 50~100년이던 금강송 16만여 그루가 한순간에 사라졌던 악몽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까지도 주불을 잡지 못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소광리 숲 쪽으로 화선이 점점 진행되고 있다”며 “화선과 소광리 군락지의 거리는 약 500m로 몹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소광리 금강송 숲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불길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소광리는 국내 소나무 가운데서도 재질이 특히 뛰어나 최고로 치는 금강송 군락지(면적 2247㏊)로 유명하다. 군락지에는 수령이 520년인 보호수 2그루, 350년인 미인송, 200년이 넘은 노송 8만 그루 등 모두 1000만 그루 이상의 다양한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지름이 60㎝ 이상 되는 아름드리 금강송도 1600여 그루나 된다. 이곳은 1959년 육종보호림으로 지정된 뒤 일반인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현재 울진 지역에서는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를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으로 등록시키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한편 문화재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날 울진 불영사에 있는 조선 후기 불화 ‘영산회상도’와 불교 의례용 가마 ‘불연’(이상 보물) 등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급히 이송하고 불영사 응진전과 대웅보전(이상 보물)에 물뿌리기 조치를 취했다. 전날에는 국보 ‘장양수 홍패’(월계서원 소장)를 후송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주요 문화재는 이날까지 동해 어달산 봉수대(강원도기념물)가 확인됐다.
  • ‘여의도 49배 면적’ 동해안 산불에 문화재청 “보물 긴급 이송”

    ‘여의도 49배 면적’ 동해안 산불에 문화재청 “보물 긴급 이송”

    지난 4일 발생한 동해안 산불의 피해 면적이 1만 4222㏊로 늘어난 가운데 문화재 보호에도 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요 문화재의 추가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산불의 이동경로로 예상되는 지역의 보물을 안전한 곳으로 이송하고, 살수 작업 등을 병행한다. 6일 문화재청 관계자는 “5일 강원도기념물인 동해 어달산 봉수대가 일부 피해를 봤지만, 다른 지정문화재는 지금까지 훼손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울진 산불이 남하할 것으로 예상돼 불영사에 있는 보물 2점과 경북유형문화재 1점을 이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날 오전 11시 기준 동해안 산불의 영향을 받은 지역은 역대 두번째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이 49개가량 모인 규모고, 축구장 면적(0.714㏊)으로 따지면 1만 9918배에 달한다. 하지만 강풍 등으로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자 문화재 당국은 이 지역 화재 피해 예방 조치에 나서고 있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된 울진 불영사 응진전, 대웅보전 주변의 살수 작업과 낙엽 제거, 가지치기 작업을 완료했다”며 “보물 영산회상도와 불연(佛輦), 경북유형문화재 신중탱화의 이송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길이가 4m에 달하는 영산회상도와 신중탱화는 조선 후기 불화이고, 불연은 17세기에 제작된 불교 의례용 가마다. 문화재청은 탱화와 불연이 구조적으로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상태를 점검한 뒤 무진동 차량으로 신중히 이송할 방침이다.불영사가 소장한 또 다른 경북유형문화재 불패는 전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나가 있어 이송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경북유형문화재 불영사 삼층석탑과 경북문화재자료 불영사 부도는 내열 처리된 방염포로 덮을 예정이다. 651년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불영사 근처에는 명승 울진 불영사 계곡 일원과 천연기념물 울진 성류굴, 울진 행곡리 처진소나무, 울진 수산리 굴참나무가 있다. 또 보물 울진 구산리 삼층석탑과 국가등록문화재 울진 행곡교회도 있다. 강원도는 법당 3동이 전소된 동해 향운암의 강원문화재자료 천지명양수륙잡문도 안전한 장소로 옮겨 보관 중이라고 전했다. 이 서적은 1592년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교 의례서다.한편 강릉 옥계면에서 시작한 산불로 어달산 봉수대에 피해가 생겼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고려시대 만들어진 봉수대는 망상해변과 묵호항 사이의 어달산 정상에 있는 것으로, 현재 지름 9m, 높이 2m의 터가 남아 있다. 문화재청은 또 울진읍 월계서원에서 보관하던 장양수 홍패를 죽변면 울진봉평신라비전시관 수장고로 이송했다. 이 유물은 고려 희종 원년인 1205년 과거에 급제한 장양수가 받은 문서로 크기는 가로 93.5㎝, 세로 45.2㎝다.
  • [속보] “불영사 국보급 보물 2점 등 안전한 곳으로”

    [속보] “불영사 국보급 보물 2점 등 안전한 곳으로”

    문화재 당국은 6일 경북·강원 일대에서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산불로 인한 주요 문화재의 추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전날 피해가 발생한 강원도기념물 ‘동해 어달산 봉수대’ 외에 지금까지 지정문화재 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울진 산불이 오늘 오후 바람을 타고 남하할 것으로 예상돼 불영사에 있는 보물 2점과 경북유형문화재 1점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급히 이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로 옮기는 유물은 보물 ‘영산회상도’와 ‘불연’(佛輦), 경북유형문화재 ‘신중탱화’다. 영산회상도와 신중탱화는 조선 후기 불화다. 불연은 17세기에 제작된 불교 의례용 가마다. 경주 불국사 말사인 불영사는 아름다운 금강송 숲길과 연못이 있는 비구니 사찰이다. 651년 창건됐다고 전한다. 수차례 소실·재건이 이뤄졌다.
  • ‘사전투표’ 조계종 총무원장 “나라 이끌 대통령 잘 선출했으면”

    ‘사전투표’ 조계종 총무원장 “나라 이끌 대통령 잘 선출했으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4일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원행스님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를 마친 뒤 원행스님은 “선거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면서 “생각을 잘 정리하고 판단해 앞으로 나라를 이끌 대통령을 잘 선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종교계 지도자들도 잇라 따투표에 참여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예정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총무도 같은 날 강원 원주시에서 사전투표를 할 계획이다. 전임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대통령선거 당일인 9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에 있는 동성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투표한다.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도 선거 당일 원불교 본부가 있는 전북 익산에서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로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대표의장 원행스님)는 ‘바르고 깨끗한 선거 실현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대통령 선거는 국정 최고 책임자를 뽑는 선거로, 후보자 중 누가 더 적임자인지 선거를 통해 선택하는 것은 국가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면서 공명정대한 선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종지협은 또 “선거는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은 국민이 희망과 꿈을 갖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적 선거로 치러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多多益山’ 이리저리, 거닐수록 빠져든다… ‘一喜一味’ 요리조리, 먹을수록 입맛돈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미륵도 탐냈을 사통팔달의 도시… 기름진 땅만큼 걸음마다 보물… 이리역 폭발 아픔 뒤로하고 보석처럼 반짝반짝전주 뺨치는 황등비빔밥·칼칼 낙지곱창볶음 일품… 40년 노포 안줏거리·곰돌이 호두파이에 ‘훈훈달달’전북 익산시는 도내에서 두 번째, 호남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인구 기준이다. 약 28만명으로 광주광역시, 전주시, 전남 순천시에 다음간다. ‘다다익산’(多多益山)이다. 철도와 도로 교통도 좋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교차하고 충남 천안부터 이어진 장항선이 이곳에 종착한다. 호남고속도로를 비롯해 1번과 23번 등 국도와 지방도가 사방팔방 얽혀 있다. 금강과 만경강이 흐르는 너른 땅이다. 옥토의 드넓은 곡창지대 호남평야가 펼쳐졌다. 1970년대엔 이리수출자유지역이 생겼다. 당연히 사람이 많이 모여들었다. 익산군과 이리시는 1995년 통합됐다. 하지만 여전히 이리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유명했던 까닭이다. 이리는 산짐승 이름과 같아 기억하기 쉽다. 이리는 원래 솜리, 솜니, 솝리 등으로 불렸다. 이리(裡里)의 뜻이 ‘속 마을’이란 뜻이라 그랬다. 작은 농촌 마을이던 솜리는 일제강점기 쌀 수탈 계획에 따라 갑자기 철도교통의 중심지가 되며 부쩍 성장했다. 호남선과 전라선이 차례로 놓이고 군산항까지 연결해 호남평야의 쌀을 깡그리 거둬 일본에 실어날랐다.●옛이름 ‘이리’와 지금의 ‘익산’ 하지만 익산이 중요한 지정학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은 사실 그보다 2000년 이상 먼저 일이다. 마한과 백제의 여러 유적으로 미뤄 볼 때, 이 지역은 일찌감치 발달한 고도(古都)였다. ‘익산 출신’인 무왕이 사비성(충남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까지 시도했을 정도다. 앞서 기원전 청동기 시대에는 고조선 준왕이 내려와 건마국을 세웠고 이는 마한의 첫 수장국(수많은 소국 중 맹주 역할을 하는 국가)으로서 국력을 과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된 미륵사지를 비롯해 왕궁리 궁성 유적, 익산 쌍릉 등은 한반도 고대사에서 익산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였는지를 알려 주는 유적이다. 익산(益山)의 뜻은 ‘첩첩 산이 많다’는 의미지만 실제 익산에는 그리 높은 산이 없다. 오히려 김제와 더불어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한 들이 많다. 북부 함열과 동부 금마 쪽이 원래 익산의 중심이었는데 이리역이 생겨난 이래 시내 중심이 바뀌었다. ● 지역 역사 송두리째 바꾼 ‘폭발사고’ 살기도 좋은 땅이다. 큰비도 눈도, 심지어 태풍도 거의 없고 강이 둘이나 지나니 가뭄 걱정도 없는 곳이다. 폭염과 혹한도 없다니 얼마나 좋은가. 재해라고는 딱 하나, 굉장히 유명한 ‘인재’(人災)가 있었다. 1977년 11월 11일 일어난 이리역 폭발 사고는 사망 59명, 부상 1158명에 이재민 1647가구 7800여명이 발생한 국내 최악의 화약 폭발 사고였다. 당시 한국화약의 화물열차에 실려 있던 다이너마이트와 뇌관 등 폭발물 40t에 호송 책임자가 켜 놓은 촛불이 옮겨붙어 대형 폭발로 이어졌다. 반경 500m 이내 건물이 깡그리 무너지고 폭발 지점인 이리역에는 지름 40m에 깊이 15m의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날 정도였다. 초대형 폭격을 맞은 정도의 규모다. 기관차가 700m 떨어진 민가까지 날아갔다. 이 사고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사라진 역사(驛舍)는 물론이며 지역의 역사(歷史)까지 달라졌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도 이 사고와 인연이 깊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삼남극장 지붕이 무너졌다. 이날 ‘가수 하춘화 리사이틀’이 펼쳐지고 있었는데 날벼락을 맞은 하춘화를 당시 무명이던 이주일이 들쳐업고 구해 낸 것. 이 인연으로 이주일은 하춘화 전속 사회를 맡게 됐고 이후 국내 최고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다. 공중분해된 이리역은 1년 후 당시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 지었다. 인근 창인동 익산군청은 건물에 금이 가 2년 후 함열읍으로 이전했고 남성여중과 남성여고, 남성고도 영등동 소라산으로 옮겨야 했다. 건물 9000여 채가 무너졌으니 한마디로 폭발 사고 한 방이 도시 자체가 재건되는 계기가 된 셈이다. 통합시가 익산시로 이름이 바뀌게 된 것에도 당시 재난이 연상된다는 여론도 한몫했다고 한다. ●고대사 품은 ‘국보급 도시’ 풍요의 땅 익산에는 보물도 많다. 앞서 언급한 고대 한국사의 국보급 문화재는 국가가 공인한 보물이다. 여기에다 ‘보석 도시’란 예명에 맞게 금은보석 세공 등 보석가공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석재로 유명한 황등석도 보석이다. 국가 공인 4대 종단 중 하나이자 국내 최대 토종 종교인 원불교를 열고 익산 땅에 잠든 소태산 대종사, ‘원불교의 바티칸’ 격인 익산 중앙총부도 익산시의 보석이라 할 수 있고, 호남에서 가장 큰 사학인 원광대학교도 미래의 보석이 아닐 수 없다.● 대각의 종교 ‘원불교’ 성지 익산을 설명하며 원불교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다. 현재 국방부에서 군종 병과를 인정하는 종교는 가톨릭, 불교, 개신교, 원불교뿐이다. 원불교는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대각(大覺)의 종교로 1916년 소태산 대종사가 창시해 100여년의 역사를 지켜왔다. 이 원불교의 중앙총부가 익산 신룡동에 있다. 원불교의 교법을 편 전법성지(傳法聖地)인 이곳엔 중앙총부뿐 아니라 영모전, 대각전, 박물관, 원음방송 등이 함께 있다. 소태산 대종사 성탑, 정산종사 성탑, 성비 등도 자리하고 있다. 주변엔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상주선원, 문화원, 퇴임 교무 정양소 수도원, 원로원 등이 갖춰져 있다. 일반인도 언제나 드나들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이라 익산시 관광 스탬프 코스로 지정돼 있다. 익산 시내 중심가와 가깝고 탁 트인 가람의 경내 분위기나 박물관, 솔숲 산책로 등이 좋아 이른 봄기운을 받으며 둘러보기에 딱이다. 원불교가 창시된 4월 28일 대각개교절에 맞춰 시민 참여 행사도 열 계획이다. 원광대가 시작된 ‘유일학림’ 등 건축물들은 조선 말기 건축 양식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 가치도 높다. 소태산 대종사가 설법에 사용했던 탁상과 수첩, 교전 등 성품, 물품들이 박물관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원광대 교정은 봄꽃과 건축물, 인공호수 등이 어우러진 분위기가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여러 번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상징인 봉황탑을 재치 있게 해석해 ‘닭다방’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호수 위 카페와 산책로, 오솔길, 대학박물관 등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돼 있어 교정을 둘러보다 쉬어 가기 안성맞춤이다.●모양도 이야기도 빛나는 보석박물관 국정교과서에 익산이 여러 번 나온다. 국사 교과서엔 마한·백제·미륵사지·원불교 등이, 지리 교과서엔 보석산업이 나온다. 보석 광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석 가공업체가 몰려 있다. 백제의 귀금속 가공술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보석박물관에는 11만점의 보석과 원석, 공예품 등이 있다. 옆에는 보석을 보고 구입할 수 있는 보석산업센터가 함께 위치했다. 보석이라 하면 그저 반지, 목걸이와 왕관에 붙이는 형형색색의 돌덩이만 연상했는데 둘러보니 참 많은 종류가 있다. 식물성 호박부터 동물성 산호, 여러 광물이 보석의 범주에 든다. 다이아몬드, 수정, 옥 등 다양한 보석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보석은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바다색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사파이어와 에메랄드 색조차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필자가 매우 똑똑해져서 나올 수 있었다. 얼마나 현명해졌는지 살짝 자랑하자면 다음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슈퍼맨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극으로 부모의 유물을 찾아갈 때 등장하는 크립토나이트는 수정이 아니라 집섬(Gypsum)이나 녹주석의 일종인 아쿠아마린을 닮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또한 영화에서 마녀들이 요술이나 예언을 행할 때 쓰는 둥근 구슬은 호랑이 눈알을 의미하는 호안석(虎眼石)이 분명하다.● 익산의 상징 ‘미륵사지’ 익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보물은 역시 미륵사지(사적 제150호)다. 백제 사찰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3탑3금당 방식으로 다른 절터에 비해 2~3배 이상의 규모와 형식을 자랑한다. ‘서동’ 백제 무왕이 639년 창건했다는 기록까지 등장하니 이래저래 익산의 상징이다. 신라 황룡사와 고구려 금강사에 대응할 만큼 백제 대표 호국사찰로 꼽히는 절이며 백제의 가장 거대한 석탑을 품은 옛 절터다. 무너져 내려 반만 남은 미륵사지 석탑(서탑)은 더할 익(益)자를 모티브로 한 익산시 로고로도 쓰일 만큼 강력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서동요’의 진실은 과연 실제 보물도 쏟아졌다. 2009년 미륵사지 서탑 해체 과정에서 첫 번째 심주석 안에 봉안된 사리병과 금제사리봉영기, 구슬 등 사리장엄구 9900여점이 나왔다. 세세하고 정교한 조각과 문양으로 가득한 사리병은 백제금동대향로에 견줄 만큼 아름다운 걸작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특히 금판에 붉은 글자를 새긴 사리봉영기는 미륵사 창건에 관한 기록을 분명히 전하고 있다. 이로써 미륵사가 백제 무왕 재위 시절인 기해년(639년)에 창건됐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무왕의 왕후가 신라 선화공주가 아니라 백제 귀족인 사택씨 가문임도 함께 드러나 ‘서동요’ 이야기가 허구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백제판 남자 신데렐라’ 서동의 성공담이 사라질 수 있는 ‘불상사’를 낳은 셈이다. 이후 일부다처설, 후처설 등이 대두되며 아직까진 서동 설화가 유지되고 있지만 사리봉영기에 선화공주 이름이 정확히 기록돼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반면 무왕릉으로 추정되는 익산쌍릉에선 신라제 토기가 출토돼 서동·선화공주 결혼설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아무튼 미륵사는 여러 차례의 보수를 거쳐 조선 중후기까지 건재했지만 숭유억불책과 자연재해,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하고 17세기 들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록이 전한다. 1990년대 초반 동탑을 서탑의 모양에 상상을 더해 복원(?)했지만 고증에 대한 근거도 없고 너무 급조해 만든 티가 난다. 21세기 들어 복원에 들어간 서탑만큼은 원래 석재를 최대한 사용하며 없는 형태를 상상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 젠가(블록빼기 게임)를 하다 망한 것처럼, 그나마 무너진 모습 그대로 유지하는 형식으로 복원을 마친 후 2019년 일반에 공개한 서탑에 더 많은 이들이 몰린다. 현재 미륵사지 석탑은 국보로, 미륵사지당간지주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위원회가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5층 석탑 등 유적, 공주·부여의 유적들을 ‘백제역사 유적지구’란 이름으로 묶어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초 미륵사지 지하 공간에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미출토 유물과 백제의 여러 유물을 모아 전시 중이다. 내부엔 다양한 전시기법을 사용해 한눈에 익산의 여러 유적과 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세대불문 미각 깨우는 맛의 고장 물산이 풍요롭고 도시 규모가 제법 되는 익산이라 ‘먹는 보물’도 많다. 전주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황등비빔밥을 파는 여러 노포를 비롯해 푸짐한 인심이 돋보이는 부송국수, 칼칼한 낙지곱창볶음으로 입맛을 사로잡는 동서네 낙지, 수제만두로 유명한 태백칼국수, 매콤한 콩나물국밥을 파는 별미집 등이 유명한 식당들이다.곰 얼굴 모양의 귀여운 호두파이와 다양한 종류의 타르트를 만들어 파는 ‘빵곰언니와 호두파이 공장’은 전국적으로 젊은층에게 널리 알려진 디저트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입소문을 타고 순례객을 양산하고 있다. 1982년 ‘역전할머니맥주집’에서 출발한 ‘호프 노포’ 엘베강도 익산역 앞을 지키고 있다. 맛집들은 창인동 중앙시장과 영등동, 원대입구(대학로), 모현동, 부송동, 황등면 등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이동하기 편리하다. 마한의 첫 수장국으로 시작, 백제의 마지막 도읍이 됐을 곳. 그리고 근대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 이리로부터 지금의 보석 도시 익산. 역사를 거슬러 봐도 언제나 풍요로움이 넘쳐나던 곳이다. 이리저리 돌아보며 ‘다다익산’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가기 전에 이건 꼭! -미륵사지와 익산박물관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눈높이를 낮춘 전시물부터 다양한 체험까지 가능한 어린이박물관도 함께 있다. 왕궁리 유적 박물관은 현재 휴관 중이다. -서동공원 경내 마한박물관에는 율촌리 고분 출토 옹관 등 다양한 유물을 전시 중이다. 웅포면 입점리고분전시관은 익산 지역에 살았던 백제 귀족의 무덤에서 발굴한 금동관모와 장신구 등의 복제품이 전시돼 있다. -원광대 박물관도 알짜배기다. 마한과 백제 유물부터 옹기, 회화, 민속, 불교 예술 등을 모아 놓은 종합박물관이다. 천주교 유적지도 있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모신 나바위 성지가 익산에 있다. 백제의 석불로 국가 중대사에 앞서 땀을 흘린다는 익산석불좌상도 삼기면 석불사에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불교계 “우크라이나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잔혹한 총칼 거둬야”

    불교계 “우크라이나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아픔…잔혹한 총칼 거둬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2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국 자신들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명분 없는 전쟁”이라면서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무고한 생명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행스님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의 아픔은 곧 우리 모두의 아픔”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위로와 함께 하루속히 전쟁이 종식되어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드린다”고 밝혔다. 또 “생명보다 더 존귀한 것은 없다는 부처님 가르침은 인류의 생명과 평화를 밝히는 거룩한 등불”이라면서 “상대를 향한 적개심과 증오는 결국 자신을 향하는 총칼이 될 것으로, 잔혹한 총칼을 즉시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계종도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발원문’을 통해 “2000만 불자들의 기도가 희망과 용기로 전해지고 우크라이나에 생명의 존엄한 가치가 행복한 삶으로 화답해 평화의 길이 환하게 열리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했다. 30개 불교 종단을 회원으로 둔 한국불교종단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침략 중단을 촉구한다”면서 “국제사회, 종교계, 시민단체 등 평화를 사랑하는 모두가 하나 되어 전쟁종식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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