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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김탁환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 출간

    이순신과 황진이를 내세워 역사를 다시 그려온 소설가 김탁환(건양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역사 쟁기질’이 이번에는 망각의 16세기를 누볐다. 김 교수는 최근 출간한 소설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동방미디어)에서 일세를 풍미한,필사본 소설의 대가 서포 김만중과 시간을 초월한 대화를시도하고 있다.이를테면 소설로 쓴 고전소설사인 셈이다. 소설 ‘나,황진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17세기에 이르는 동안 이 땅에서생산된 한시를 꿰미에 꿰듯 엮어낸 그가 ‘서러워라,잊혀진다는 것은’에서는 17세기에 크게 유행한 필사본 소설의 실체와 내력,창작법과 그 내면에 녹아든 사상·이념까지 두름처럼 엮어내고 있다. 김만중이 ‘사씨남정기’를 써낸 때는 고전소설의 황금기다.연의·전기·천군소설과 불교소설,몽유록 등 각양각색의 소설이 쏟아져 나와 시중에 유통됐다.이런 시대적 배경이 새 소설의 바탕에 깔려 있다. 김 교수는 작품에서 당시의 소설 유통구조와 함께 붓으로 원전을 베낀 필사본의 유통을 담당한 세책방,즉 돈받고 책을 대여해 준 책방까지 그려내 작품을 이끄는 힘으로 전용한다.이 세책방에서 젊은 소설가 모독은 책을 빌리고자 끼니를 굶으며 쌀을 모아온 장옥정,훗날의 장희빈과 조우하게 된다. 작품의 줄거리는 김만중의 창작열,그가 소설을 통해 그려내고자 한 비판적시대관에 장옥정이 방해자로 등장하면서 벌이는 음모와 지략의 대결이 골격이다.그러나 작가가 행간에 묻어둔 메시지는 이와는 다른 시각에서 읽힌다. 작가는 ‘사씨남정기’가 애정문제를 다루는 외양을 취하지만 사실은 인현왕후를 버리고 장희빈을 택한 숙종에게 김만중이 주는 아픈 충고를 담고 있다고 해석하는가 하면,300년 전 소설판을 통해 신변잡기 그리기에만 몰두하는 지금의 문학판에 대해서도 준열한 비판을 가한다. 여기에 당시 장희빈과 송시열로 대표되는 남·서 분당의 정치적 격변과 풍속,소설가의 입지와 고뇌 등 역사적 실체를 복원하고 있다.김탁환 특유의 현학적 모색도 두드러진다. 김 교수는 “개화기 신소설에 대한 평가에 묻혀 그 이전까지 우리의 삶과정서를 담아낸 고전소설이 깡그리 잊혀진아픔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구운몽’이나 ‘사씨남정기’의 골격인 애정문제에 정치·추리적으로 접근하는 형식을 취한 이 소설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개화기를 기점으로 신소설의 시대가 도래해 소설문학이 일반화했다는 주장을 뒤집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 ‘초월적 삶’ 배우러 인도에 갑니다/최근 젊은이들 사이 인도여행 붐

    인도 여행이 최근 몇년 새 젊은이들 사이에서 붐을 이루고 있다.4∼5년 전만 해도 인도 여행이라면,대학에서 불교 관련 공부를 하는 대학생이나 교수·소설가·시인의 전유물쯤으로 여겨졌다.그러나 이제는 젊은이들에게 인도 여행이 큰 인기를 끌어 매년 인도로 나가는 여행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인도 전문 여행사 또한 크게 늘었으며 관련 서적도 다양한 주제·소재를 담아 쏟아져 나온다. 인도 전문 여행사 인도트래블의 오영원씨는 “20대 배낭여행객 수가 지난해에 견줘 10∼20%가량 늘었다.”면서 많은 여행사들이 다양한 인도 여행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또 여성이나 초보 여행객을 위한 호텔팩(호텔을 예약해 주는 여행상품)이 도입돼 인기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박·교통 시설이 불편한 것은 물론 치안조차 불안한 인도가 이처럼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도를 다녀온 여행객들은 인도의 매력으로 제일 먼저 인도인을 꼽는다.인도인은 관광객에게 거리를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걸고 그들의 문화 속으로 이끌어준다는 것.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을 여행할 때는 아무도 관광객에게 말을 걸지 않잖아요.그러나 인도는 달라요.마치 귀한 손님이 온 것처럼 모두 호기심을 갖고 말을 걸어요.처음엔 어색하지만 지내다 보면 이상하게 정이 들어요.” 지난 1월 34일 동안 인도여행을 다녀온 박수희(28·여)씨는 인도인들에게정이 담뿍 들었다고 했다.이해관계가 걸린 일이 아니라면 철저히 무관심으로 대하는 선진국 국민에 비해 인도에서는 무엇보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고말했다. 박씨는 “고급 문화,유적을 구경하려고 해외여행을 하던 시절은 끝난 것 같아요.실제로 일본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게 뭐 있겠어요.인도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까닭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찾아 보기 힘든 따스한 사람의 정이 있기 때문이죠.”라고 인도 여행 경험을 살려 설명했다. 인도인들의 독특한,삶을 초월한 듯한 자세도 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예컨대 오줌을 닦은 이불을 다시 덥고 자는 광경을 보면 처음에는 질겁하지만,결국은 그처럼 까다롭지 않은 삶의방식이 이방인에게 편안함을 준다는것이다. 6개월 정도 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지난해 11월인도에 다녀온 손성욱(24)씨는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한다.인도 방문 당시 델리의 국회의사당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지만 인도인들은 구경할 생각을 하지 않고 제 일을 계속하더라는 것.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태도는 ‘좁은 땅에서 아둥바둥 살아온’ 손씨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공부에서는 친구들을 이겨 일류대학에 들어가야 하고,졸업하면 일류 직장을 잡아야 하고,유행에 뒤지면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배우고 살아가는한국의 20대는 지나친 경쟁사회에 지친 것 같아요.거기에 인도의 낮은 물가와 미국·유럽에 비해 멀지 않은 지리적 이점 등이 이런 지친 20대를 끌어안는 것 같습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인도의 분위기 때문인지 취직이나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이 인도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오효진(24·여)씨는 인도 여행을 가려고 1년 전부터 한달에 5만원씩 저금을하고 있다.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그에게 인도 여행은 무리라고 충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지루하고 단조로운 생활에 탈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그는 “이혼 위기에 있던 부부가 인도 여행을 다녀온 뒤 사이가 좋아지는 사례를 보았어요.현대사회에서 바쁘게 살면서 잃어버리고있을 무엇인가를 찾아보려고 인도 여행을 결심했지요.”라고 말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 이정행(22·여)씨도 취직이 결정되면 인도부터 다녀올계획이다.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도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인도도 이제 많이 개방되는 것 같아요.풍요로운 문화유산과 독특한 정신문화가 어우러진,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곳이 아닌가 생각돼 개방이 더 진행되기전에 꼭 다녀오고 싶습니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송하기자 songha@ ★왜 인도로 떠나는가 인도 여행이 이렇게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게 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한달 이상 장기여행이 가능할 정도로 값싼 경비와,볼거리 위주가 아닌 독특한 ‘체험관광’을 할 수 있다는 점을꼽는다. 닥터트래블의 공경식 대표는 “인도 여행은 지난 98년 IMF를 겪으면서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는데,그때 각 항공사가 반값 정도에 비행기 표를 제공했기때문”이라고 인도 여행 붐이 형성된 계기를 설명했다.그는 “싼 맛에 다녀온 인도 여행에서 기대 이상의 만족을 누린 여행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고,그것이 인도 여행 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박철우 서일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사치와 향락을 추구하는 성격이 짙었던 해외여행 문화가 정상화하는 한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볼거리를 찾아 깃발을 앞세워 몰려다니던 관광 행태는 이제 극복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반문했다.이제는 관광을 통해 즐거움을 누리거나 단순히 견문을 넓히는 차원을 지나 깨달음을 얻기 위한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 교수는 “우리보다 개발이 뒤진 국가로 여행가면 물건값을 꼭 깎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쉬운데 인도 여행을 하다 보면 이도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서 “인도 여행은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삶을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송하기자
  • EBS 철학강좌 - 도올 김용옥 ‘래퍼’로 깜짝 변신

    25일 오후 아리랑 TV 스튜디오.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의 EBS 불교철학 강좌 ‘도올,인도를 만나다’의 마지막 강의 녹화 현장에는 400여명의 관중이 가득 들어섰다.도올이 재즈 가락에 맞춰 ‘금강경’을 랩으로 읊자,관중들은자리에서 일어나 두 팔을 벌리고 후렴을 넣으며 뜨겁게 호응했다.한 편의 록 공연을 방불케한 이 장면은 도올이 새달 2일부터 신문사 기자로 변신한다는 소식 못지않게 신선한 파격을 연출했다.방송은 29일 오후 10시. 먼저 서울재즈아카데미 올스타밴드의 오프닝 재즈공연에 이어 주인공 도올이 등장해 올드 팝송 ‘My way’를 멋드러지게 불렀다.이어 도올이,직접 만든 ‘금강경’ 해석본의 랩을 읊자,서울재즈아카데미 보컬 4명이 합창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나도 없고,너도 없고,색도 없고,공도 없다.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도올이 비지땀을 흘리며 랩을 계속하자,관중들은 보컬들의 유도아래 후렴‘벼락이여 처라,나에게로 처라’를 리듬에 맞춰 외쳤다.웬만한 록 공연의열기를 능가하는 신명이었다. 이어 도올과 중앙대 박범훈 부총장이 불교 양식에 적합한 찬불가의 필요성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박 부총장이 직접 작곡한 찬불가 ‘연잎 바람’,‘무상게’를 국악인 김성녀씨가 불러 소개했다. 도올은 또 김기표 재즈아카데미 원장이 원시불교의 대표경전인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코뿔소의 외뿔경전’에 재즈곡을 붙여 연주하자,자신이 만든 해석본을 내레이션으로 집어넣어 읊기도 했다.마지막 무대는 불협화음 속의 화음.재즈밴드는 물론 해금 등 다양한 악기들이 제각기 소리를 내며 공연을 마무리지었다. 도올은 “불교의 초기 음악은 사람들의 감정을 발산하는 것으로,즉흥성이라는 재즈 정신과 닿아 있다.”면서 “이런 생각을 우연히 서울 재즈아카데미에 알렸고,많은 분들이 도와서 공연이 이렇게 커졌다.내가 사회도 보고 금강경 관련 노래 작사,총연출까지 직접했다.”고 설명했다. 녹화가 끝난 뒤 향후 계획을 묻자 도올은 기자로 현장에서 활약하는 것 말고도 두가지 꼭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하나는 기독교 성경의요한복음을 희랍어 원전으로 강의하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원효부터 이제마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이 어떤 사상을 갖고 살아왔는지를 정리해 소개하는 것입니다.” 주현진기자 jhj@
  • 도올 김용옥 ‘신문기자’로 새출발/새달 2일부터 문화일보 출근

    동양학자 도올 김용옥(54) 전 고려대 교수가 문화일보 기자로 입사해 화제다. 김씨는 25일 아리랑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EBS TV 불교철학강좌 ‘도올,인도를 만나다’ 마지막 강의 녹화(29일 오후 10시 방송)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새달 2일부터 문화일보에 기자로 출근한다.”면서 “여느 기자처럼 견습기간을 거쳐 평기자부터 시작해야 하겠지만,일단 국장급 기자로 채용된 뒤 각 부서와 협의해 필요한 곳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고,지금은 기자가 제일 존경받는 직업중 하나인 만큼 활약해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곧바로 기자를 하기보다 경찰서에 출입하는 등 기본부터 다질 계획”이라면서 “1년쯤 평기자를 꼭 해보고 싶은 이유는 젊은 사람의 입장에서사회현장을 배우고,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언론인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 8월 동국대 강연이 계기.당시 김씨는강의도중 “기자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이 말을 보도한 주간지 시사저널을 읽은 문화일보의 김정국 사장이 직접 입사를 제의했다. 그는 “이번이 고려대 교수에 이어 두 번째 취직”이라면서 “소외된 밑바닥 인생부터 세계 최고의 지성까지 두루 만나 그들이 말하는 세상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은 물론 우리 사회전반이 이념적 질서에 과도하게 얽매여 있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면서 “참다운 기자란 배우면서 노력하는 사람이란 생각으로 일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한편 그는 ‘글 호흡이 길어 기사체의 글을 쓸 수 있겠느냐.’는 기자들의질문에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이성적이든 감성적이든 글쓰기는 자신이 있다.”면서 “기사로 나가지 못하는 이야기는 책으로 펴내겠다.”고 덧붙였다. 문화일보측은 김씨의 요청에 따라 그를 국장급 기자로 발령낼 예정이며 여러가지 조건과 관계 등을 감안해, 별도의 방과 함께 보조기자 2명이 함께 일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현진기자 jhj@
  • [열린세상] 개인행복을 돕는 국가

    “삶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고,우리들의 모든 행동은 행복을 향한 몸짓이다.” 국가를 잃은 민족의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말이다.대개 큰 고통과 억압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눈에 핏발이 서고 전투적이게 마련이지만 유독 티베트인들은 여전히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그 점이 티베트불교의 위대한 힘이고,세계인들이 티베트인들의 정신 세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비록 국가는 물질적으로 티베트인들에게 별로 해주는 것이 없지만 정신적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안내하는 지주인 것이다. 물질적인 풍요와 시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꼭 비례하지 않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허리띠를 졸라매고 절대적 빈곤을 넘어서려는 시기에는 이런 말이 사치처럼 들리지만,빈곤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는 단계가 되면 이 말의 설득력이 높아진다.이 단계가 되면 그야말로 ‘행복의 수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물론 국가 정책을 시행하는 데 양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몇 퍼센트의 성장률을목표로 하고,실업률을 어느 정도 이내로 통제하며,복지 예산을 얼마나 투입할 것이며,인프라를 얼마만큼 구축할 것인가 등등.이런 지표들은 모두 국민들을 더 잘 살게 만들기 위한 국가의 핵심 수단들이지만,21세기형 국가 모델을 설정하고자 할 때 이것만으로는 왠지 부족하다.국가 경영의 패러다임이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구체적인 행복에 더 천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들의 삶의 조건들이 더욱 개인화·문화화·고령화하고 있는 시대적 추세를 중시해야 한다.개인화란 생애 주기의 계획과 관리가 점점 더 개인의 개별적 책임이 되는 추세를 말한다.문화화는 증대된 자유 시간을 바탕으로 시민의 문화적·심미적 욕구가 급격히 확대되는 경향을 일컫는다.고령화는 평균 수명 80세 시대를 예감하면서 인구의 역피라미드화와 ‘젊은 노인층’의 증가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가히 혁명적인 사회 변화이다. 개인화·문화화·고령화는 계층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고 있다.25세까지 교육받고 55세까지 직장에서 일하다가 60세 이후엔 쉬면서 여생을 보낸다는 통상적 생애 일정은 이제 사라질 운명에 있다. 실제로 개인은 단수의 삶을 살던 시대에서 복수의 삶을 살도록 준비하라는 정언명령(定言命令:절대적 무조건적인 명령)을 받고 있다.직업도 복수로 가질 생각을 해야 하며,교육 기회도 평생 다양하게 가져야 한다.젊은 시절의 삶과 노년기의 삶이 연속적이 아닐 수 있음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이전보다 역동적으로 살 수 있는 기회도 넓어졌지만,삶의 주요한 계기마다 종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도전들에 직면해야 한다.긍정적인 측면에서 자아 실현과 행복 추구의 열망은 커지는 반면 그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건과 환경은 한층 불확실해졌다는 것이 어쩌면 이 시대의 가장 큰 패러독스일 것이다.이런 시점에서 과연 국가가 전통적인 정책들로 개인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행복하게 살도록’할 수 있을까?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복지제도나 국가 예산의 1%를 가지고 근근이 꾸려가는 문화 정책,또는 복수의 직업 기회나 ‘젊은 노인들’의 일자리에 대해 남의 집 불구경하듯하는 노동 정책으로 과연 개인화·문화화·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드는 터에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훑어보아도 그런 문제의식은 별로 없어 보인다.개인화·문화화·고령화와 관련한 참신한 발상이나 대책은 찾기 어렵다.하지만 21세기형의 국가 경영을 고민하는 지도자나 정치세력이라면 이 논점을 우회할 수는 없을 것이다.토니 블레어의 ‘일하는 복지’ 전략이나 부시의 ‘온정적 보수주의’도 이 논점에 대한 좌파 또는 우파의 대응과 다름없다.결국 앞으로 선진국 수준의 국가 경쟁은 누가 더 ‘자아 실현을 지원하는 공동체’를 잘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만큼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한 사려 깊은 통찰력과 문화적 감수성을 가진 지도자가 요청되는 것이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사회학
  • 불교문화재 불교계 소유 54%뿐

    전국에 산재한 불교문화재 가운데 정작 주인 격인 불교계가 소유한 문화재는 54%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계종 문화부가 최근 불교문화재의 현황과 장소,소유주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펴낸 ‘불교문화재 지정 현황 목록’에 따르면 전체 불교문화재 가운데 불교계에서 소유한 문화재는 조계종 51%,군소 종단 3% 등 54%였다. 특히 시도 유형문화재 등 비교적 가치가 적은 문화재의 경우 불교계 점유율이 68%인 반면 보물 43%,국보 37% 등 중요문화재일수록 점유 비율이 낮았다.이에 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유한 국·공유 불교 문화재는 32%로 시·도·유형문화재 27%,보물 36%,국보 39% 등 중요문화재일수록 점유율이 높아 대조를 보였다.개인 소유는 국보 24%를 비롯해 전체 14%였다. 조계종에 따르면 올 1월1일 현재 우리나라 지정문화재는 모두 3613점인데 이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1993점으로 55%를 차지했다.이 중 국보는 56%,보물은 66%,시·도·유형문화재 48%였다. 조계종은 “우리나라의 모든 불교문화재가 사찰에서 나온 만큼 모든 불교문화재의 원 소유자는 종단”이라며 개인이나 국공립 소유로 돼 있는 중요한 불교문화재들을 회수하기 위한 종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호기자 kimus@
  • 불사기금 모금 후원의밤 행사

    불교 조계종은 서울 견지동 조계사 경내에 연면적 5085평,지하 4층,지상 4층 규모로 추진중인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건립을 앞두고 ‘한국불교총본산 성역화 불사기금 모금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를 22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었다. 행사에는 조계종 스님과 신도,한화갑 민주당 대표,하순봉 한나라당 최고위원,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고건 전 서울시장,박준영 전 청와대 비서실장,대선후보 장세동 이한동씨,국회의원 추미애 김근태 임진출씨 등 정관계 인사를 비롯한 각계 인사 450명이 참석했다. 김성호기자 kimus@
  • 책/ 문명교류사-연구불로초 찾아온 진시황 사신 ‘서복전설’은 사실이었다

    옛날,해동국에 불로초가 있다고 진시황을 속인 뒤 우리나라로 건너와 잠적했다는 중국 진나라 때의 방사(方士:신선술사)서복(徐福)의 이야기는 얼마나 근거 있는 얘기일까.또 제주도 서귀포 정방폭포의 마애각,경남 남해군 금산의 암각과 서리곶 마애각 등 우리나라에만 6점의 유적·유물을 남긴 서복의 도한(渡韓)은 문명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 정수일 전 단국대 교수가 이 문제를 ‘문명교류’의 시각에서 천착한 책 ‘문명교류사’가 발간됐다(사계절출판사). 지금까지 학술지 등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한데 모은 논총 형식의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논문은 ‘서복도한고(徐福渡韓考)’.서복 일행이 서해를 건너 우리 나라에 들어왔다는 이 전설 같은 얘기가 정 전 교수의 연구를 거쳐 빛나는 역사적 사실로 거듭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정 전 교수는 “서복이 도한했다는 것은 사실로 추인받아도 된다.”고 단언하고 이 ‘거사(巨事)’에 대해 ‘한·중 양국 교류사의 개창(開創)’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서기전 3세기무렵인 당시 중국에는 ‘죽림칠현’의 사상적 배경이 된 신선사상이 거대한 시류를 형성하고 있었으며,이를 기화로 시황의 신임을 얻은 방사 서복이 ‘황제를 위해 반드시 방선구약(訪仙求葯)하겠다.’고 호언했으나 번번이 실언에 그치자 마지막으로 ‘해동국 불로초’를 핑계로 시황을 속인 뒤 일속을 데리고 피화외류(避禍外流),즉 다른 나라로 도피,잠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남해안과 제주도 곳곳에는 ‘서불(서복)전설’이 구전되고 있으며 전설 속의 ‘청춘남녀 3000명’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 전 교수는 ‘대선(大船)에 오곡백공(五穀百工)과 연노(連弩)를 싣고 큰선단을 꾸려 방선구약이랍시고 떠난 것이 바로 당대 일류 방사 서복의 출해동도’라고 적고 있다. 그는 이를 “천자의 명을 앞세워 중국이 해외로 진출한 첫 사례”로 꼽고 “그들이 함께 가지고 온 오곡이 씨앗으로 심어졌을 것이고,백공에 의한 기술 전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서복 일행의 도한은 동기 여하를 불문하고 결과적으로 환황해문화권 형성의 여명기에 있었던 역사적 거사였다.”고 평가한다. 책에는 이밖에도 ‘혜초의 서역기행과 8세기 서역 불교’‘고대 한·중 육로 시론’‘중세 아랍인들의 신라 지리관’‘이슬람 여성관’ 등 주목받을만한 논문 18편을 수록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김기영 前서울경찰청차장 ‘불교귀의’ 못한채 치료중

    지난달 2일 “머리깎고 스님이 되겠다.”며 명예퇴직을 신청,사표가 수리된 김기영(金奇榮·54) 전 서울경찰청 차장이 신병 치료를 위해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김 전 차장의 가족에 따르면 그는 현재 서울 강동구 상일동 자택을 떠나 대구의 누나 집에 머물며 D병원에 통원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병명은 우울증이 겹친 ‘과민성 불면증’인 것으로 전해졌다.김 전 차장의 부인 곽정선(郭正善·50)씨는 “남편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후 이 병원에 입원해있다가 지난 10일 퇴원했으며,3개월 예정으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그동안 절에는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곽씨는 “남편은 명예퇴직 신청 한달여 전부터 불면증과 우울증에 몹시 시달렸다.”면서 “불교에 귀의하면 지친 심신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특히 김 전 차장은 최근 부인 곽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불교 귀의’결정을 내린 것을 후회하고 있으며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가족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일부언론이 일방적으로 ‘불교귀의’ 쪽으로만 몰고 간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심경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표기자 tomcat@
  • 종교단신/ 21일 김운회신부 주교서품식 外

    ■21일 김운회신부 주교서품식 지난달 교황 요한 바오로2세로부터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와 바데시 명의주교로 임명된 김운회(루가·사진)신부의 주교서품식이 21일 오후2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다.(02)727-2023. ■인도체험 자원봉사자 모집 크리스챤아카데미는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한다.내년 1월6일부터 5월 초까지의 일정으로 짠 4개월 코스의 장기봉사와,내년 1월6일부터 25일까지 3주간의 단기봉사로 나눠 오는 30일까지 모집한다.대상은 20∼35세의 남녀.(02)993-5573. ■불교 총본산 성역화 후원의 밤 조계종 총무원이 추진하는 ‘한국불교총본산 성역화 불사 기금 모금을 위한 후원의 밤’행사가 오는 22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총무원 산하 ‘한국불교 역사문화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정대)는 지하 4층,지상 4층,연면적 5085평 규모의 불교역사문화기념관 건립을 위해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법회에 들어간다.(02)737-3975.
  • 금강산 장안사 복원 구체화될 듯

    불교 진각종이 북한의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함께 추진해 온 북한 내금강 장연리 금강산내 장안사 복원이 구체적으로 진전될 전망이다. 진각종(통리원장 효암 대정사)은 19∼23일 방북,조불련측과 북한 금강산 4대 사찰 중 하나인 장안사의 세부 복원 계획을 확정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진각종은 2000년 12월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해 조불련 측과 장안사 복원 참여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그동안 복원작업이 답보상태에 있었다. 이번 방북 대표단은 진산 종의회의장을 대표로 혜인 총무부장,무외 문화사회부장,지현 사무처장 등 5명으로 구성된다. 북한에선 유점사에 이어 그 규모가 두번째로 큰 신라 고찰 장안사는 신라법흥왕 대에 창건되었다는 설과,551년 고구려의 승려 혜량이 신라에 귀화하면서 창건했다는 설이 전해진다.전당 6,전각 7,누각 4,문 하나가 있었으나한국전쟁 당시 전소됐다. 진각종은 “방북기간 동안 북쪽 불교 지도자들과 장안사 복원에 대해 세부일정을 결정키로 양측이 합의했다.”면서 “방북 기간중 장안사 복원 계획 이외에도 평양에 복지시설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조선불교연맹 지도자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 [씨줄날줄] 남북 이산 문화재

    “미륵보살의 깊은 명상과 자애를,여성적이면서도 여성도 아닌 중성적인 신체가 조용하고도 힘차게 상징하고 있다.이상화된 얼굴에는 말로 형용할 수없는 불가사의한 미소의 흔적이 (중략)영원한 적막을 깨뜨리는 것 같으면서 실은 그것을 더 강조하고 있는 벌어진 오른발 엄지발가락의 동작과 묘사는 한마디로 신묘(神妙).” 작고한 고미술사가 김원룡박사는 저서 ‘한국미의 탐구’(1978,열화당)에서 이렇게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왼 무릎위에 오른 다리를 걸치고 뺨에 오른 손가락을 살짝 대어 깊은 명상에 잠긴 모습을 형상화한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 6세기부터 통일신라 초기까지 약 100년간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김 박사가 예찬한 국보 83호는 7세기전반 신라작품으로 6세기 후반 백제 작품인 국보 78호와 함께 한국 고미술의 최고 걸작품으로 꼽힌다.이 작품들은 또한 일본의 국보인 고류지 목조반가사유상과 많은 부분이 비슷해 한국미술의 일본전파 사실을 입증하는 작품으로 귀중한 연구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가상은 신라와 백제에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고구려는 적어도 6세기까지는 삼국 가운데 가장 앞선 불교미술을 갖고 있었다.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 118호,평양 평천리 출토 금동미륵반가상은 7세기 전반 고구려의 반가상 양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 반가상이 북에 남겨두고 온 자신의 반쪽과 ‘이산(離散) 상봉’을 한다고 한다.오는 12월6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북한 고구려 미술품 특별전에서 남쪽의 사유상 본체와 북한 중앙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광배(光背)부분을 나란히 전시한다는 것이다.그동안 고미술사학계에서는 북한이 국보로 보존해 온 ‘영강 7년명 금동광배’가 호암미술관의 금동반가상과 한 짝일 것이라는 추정이 있어 왔다.직접 작품을 분석해 봐야 확인될 일이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남북 이산 문화재’의 첫 상봉이 되는 셈이다.학계는 평남 원오리 절터 출토의 흙부처 등 ‘남북이산문화재’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남북 학술교류를 본격화해 문화재의 남북 분단을 극복하는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 조계종 정대 총무원장 장학재단 설립

    조계종 정대 총무원장이 사재를 털어 소년소녀와 독거노인,학술연구기관 등을 돕고자 장학재단을 설립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총무원에 따르면 정대 원장은 작고한 어머니 최은수 여사로부터 상속받은 40억원을 바탕으로 지난 5월 서울 잠원동에 재단법인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을 설립했다.법인은 정대 총무원장 어머니의 15주기 추모일인 13일 전국의 초·중·고·대학생 33명과 가산불교문화연구원(원장 지관 스님) 등에모두 9000만원을 전달하며 본격활동에 들어갔다. 김성호기자 kimus@
  • 조계종 종회의장 지하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은 13대 중앙종회의 상반기 2년을 이끌 종회의장으로 지하(智霞·사진·62)스님을 선출했다고 11일 밝혔다.수석 부의장에는 고운사 주지인 법조(法祖·58)스님,차석 부의장에는 대흥사 주지인 보선(普善·56)스님이 선출됐다.
  • ‘새만금 간척 반대’ 스페인서 3步1拜

    국내 종교인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오는 17∼26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리는 제8차 람사협약(습지보전국제협약) 총회 기간동안 현지에서 ‘3보1배’(三步一拜) 행사를 갖는다.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대표),지율 스님(경남 양산 내원사)을 비롯한 습지보전단체 활동가 15명은 총회 기간 내내 3보1배와 한국 정부를 겨냥한 각종 시위,사진전 등을 열어 새만금 간척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기로 했다. 이들은 회의장 주변에서 열리는 세미나와 포럼 등에 참석해 간척사업과 고속철 건설에 따른 한국의 환경파괴를 주요 의제로 부각시키는 활동을 통해 ‘새만금 개펄 보존’이 총회의 최종 결의문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람사협약 당사국 총회에 앞서 15일부터 같은 곳에서 이틀간 열리는 ‘세계 NGO 습지회의’에도 참석,새만금 개펄과 경부고속철이 관통할 예정인 금정산과 천성산 늪의 위기를 부각할 계획이다. 3보1배는 세 걸음을 걸을 때마다 한 번씩 절하는 동작을 반복해 참회를 구하는 기도 순행(巡行).자신을 낮추는 절을 통해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염원이 담긴 불교적 전통이다. 한국은 지난 94년 람사협약에 가입했으며 이 협약 총회에서 양산 화엄늪과 창녕 우포늪 등 7곳의 늪을 보호지역으로 지정받았다. 김성호기자
  • 원효 저술 영문판 나온다

    퇴계 이황은 국내외 학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그런 반면 한국의 불교사상과 인사들은 번역 활동이 전무한 탓에 한국 선(禪)불교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뒤집기라도 하듯 신라 고승 원효(617∼686)의 사상을 집대성한 ‘원효전서’가 영문판으로 번역 출간될 예정이어서 학계와 불교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한국 불교 관련 자료가 영문판으로 출간되기는 한국 불교사상 처음이다. 동국대와 미국 뉴욕주립대(스토니브룩)가 5년간의 번역 작업 끝에 총 5권 가운데 내년초 2,5권을 출간하는 ‘원효전서’.‘원효전서’는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를 비롯한 7세기 원효(元曉)의 방대한 저술을 집약해 번역한 것으로 내년 말까지 모두 완간될 예정이다. 원효는 86편에서 106편에 이르는 작품을 저술한 것으로 기록돼 있고,이중 22편의 저술이 현존한다.이번 번역 대상은 원효의 현존저술 22종을 모두 망라하고 있으며 ‘한국불교전서’를 저본으로 삼아 ‘대정신수대장경’을 참조했다.책은 미국의 서니 출판사에서 원효총서 시리즈(Wonhyo Studies Series)로 출판한다. 한국 3명,타이완 1명,일본 1명,미국 11명의 불교학자들이 전 5권 번역작업을 이미 마무리해 놓고 있으며 오는 12,13일 동국대에서 열리는 ‘원효전서 번역자 워크숍 및 학술회의’에서 최종 검토,보완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년초 출간될 2권은 ‘금강삼매경론’,5권은 ‘아미타경’ 등 대중적인 불교경전에 대한 주석과 짤막한 불교수행·의례를 다룬 책.이후 잇따라 나올 1권은 ‘대승기신론소’,3권·4권은 ‘반야경’ 주석서인 ‘대해도경종요’를 비롯해 ‘화엄경’과 원효의 불교논장으로 엮이게 된다. 이번 출간작업을 주도해온 국제원효학회는 동국대와 뉴욕주립대가 원효사상의 세계화를 위해 1997년 설립한 학술단체로,국내외 학자 15명이 중심이 돼 지난 5년간 원효전서의 번역에 매달려 왔다. 그러나 원효의 저술이 7세기 불교한문으로 쓰인 점,한문이 가진 다의성,모호성,연기론적 사유와 심오한 논리구조,동아시아사상적 흐름과의 연관성 등이 야기한 어려움으로 정확한 번역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고려대 조성택 교수와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 등은 13일 오전 9시 동국대 다향관에서 열리는 번역자 워크숍에서 번역과정에서 겪은 문제점을 논의한다. 김성호기자
  • [씨줄날줄] 불경 재즈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나/이것은 내게는 재앙이고 종기이고/화이며 질병이며 화살이고 공포이니/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 버리고/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흙탕물에 젖지 않는 연꽃같이/무소의 뿔처럼 혼자가라.” 에세이나 소설,영화 등에 많이 인용되는 불교경전 ‘숫타니파타’의 한 구절이다. 숫타니파타는 불교경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부처가 타계한 뒤 제자들은 부처의 말씀을 입에서 입으로 전했는데 기원전 인도에서 이를 채록한 것이 숫타니파타,법구경,아함경 등이다.이들 경전은 후기에 중국 등에서 만들어진 대승불교 경전들과 구별돼 원시불교경전이라고 불린다. 원시불교경전은 현학적이고 난해한 후기 경전들과 달리 단순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숫타니파타는 인간이 가야 할 길과 해탈에 이르는 길을 1149수의시를 통해 평이하게 풀어낸다.법정스님은 숫타니파타를 국내에 번역 소개하면서 “진리란 간단 명료한 것임을 이 경전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말했었다. 철학자 도올 김용옥이 이숫타니파타에 곡을 붙여 재즈연주를 할 것이라 한다.EBS에서 매주 목·금요일 밤 ‘도올 인도를 만나다’란 제목으로 불교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그가 오는 29일 마지막 방송 때 직접 노래까지 할 것이라 한다.이미 도올이 10편의 가사를 만들어 서울재즈아카데미 교수와 학생들의 작곡작업이 한창이다. 도올은 노자,공자에 이어 불교에 관한 TV강의를 재개하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영화감독과 작곡에 도전하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하지만 불경을 재즈로 읊는다는 발상은 그가 선언했던 ‘지식 엔터테이너’를 뛰어 넘는 또하나의 파격이 아닐 수 없다.도올은 이 부분을 “재즈와 불교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재즈의 인간 본연의 자유로움에 대한 추구가 불교적 모티브에 닿아있다는 것이다. 악보 없이 리듬 사이를 종횡무진하는 현대의 ‘프리재즈’는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음악일지 모른다.도올은 비틀스의 ‘렛잇비’가 노자사상을 담고 있다면서 TV에서 노래까지 불러 보인 바 있다.불교철학과재즈의 만남이 빚어낼 또 하나의 이색 퍼포먼스가 흥미롭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 W세대/ 박물관·미술관서 전시품 해설 줄줄줄… 자원봉사의 꽃 ‘도슨트’를 아시나요

    자원봉사 하면 퍼뜩 양로원 고아원 병원 운동경기대회 등이 떠오른다.그러나 박물관·미술관도 자원봉사 대상임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문화 자원봉사자의 ‘꽃’은 아무래도 도슨트(docent)다.박물관·미술관의 전시를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전시해설자를 말한다.주류는 40∼50대 주부지만,최근에는 20대의 지원도 많아졌다.삼성미술관의 20∼30대 도슨트 4명의 문화자원봉사 활동을 들여다 보았다. “멜빵바지 입고 머리 질끈 묶은 채 학교에 가지만,도슨트를 하는 날에는 화장도 하고 옷도 얌전하게 입으려고 해요.관람객에게 제 해설의 신뢰도를 높이려고요.” 앳된 얼굴의 이가림(21·국민대 디자인학과 01학번)씨는 삼성미술관에서 활약하는 도슨트 21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그가 전시를 해설한 뒤 “질문있으세요?”라고 물으면 관람객들이 대뜸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볼 정도다.원래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영어 도슨트로 뽑혔지만,우리말 도슨트를 겸하고 있다. 그가 도슨트를 신청한 것은 아주대 불문과 00학번 시절이다.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불문학을 전공하게 된 그는 ‘꿩대신 닭’이란 심정으로 도슨트를 신청했다. 1년 지나서 미술관으로부터 도슨트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백남준 전’이 데뷔 무대였고 기억에 남는 자리는 올 봄에 열린 ‘격조와 해학-근대의 한국미술전’이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루이뷔통 부사장에게 추사 김정희며,근대화가 박수근,한국화가 서세옥 등을 소개할 수 있어서 참 뿌듯했어요.의상디자인을 전공한다니까 패션에 관해 몇마디 조언도 해주더군요.” 외국인 관람객 수가 적은 편이라 설명이 끝날 때쯤이면 친근해져 사적인 대화를 하게 된다.전시회를 준비하는 3∼4개월 동안 여러 차례 세미나로 무장을 해야 하므로 시간도 많이 빼앗기고,교통비 지출도 만만치 않다.수업 중에 호출될 때도 있다.그래도 “현장과 학교가 다르다.”는 사실을 경험하는 만큼 그만 둘 수가 없다고 말한다. 백화점 판매원,과외교사,전화안내 등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를 다 해보았다는 이계영(26·숙대 불문과 졸)씨도 도슨트 할 때가 가장 즐겁다.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는 그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를 늘 생각한다.대학교 4학년 때 한국화랑협회가 개최한 ‘화랑미술제’에서 아르바이트한 것이 계기가 돼 도슨트를 시작했다. 최근 도슨트를 하겠다는 젊은 지원자들이 많아져 신청한 뒤 1년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특이한 이력으로 쉽게 뽑히는 이들도 있게 마련.미술 전공자가 아닌 점이,새로운 시각으로 해설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한 진세령(29·피아노 레슨)씨.2년 전 ‘박수근전’을 관람하러 갔다가 도슨트에게서 전시설명을 듣고 곧바로 지원한 케이스다.그는 “‘문화 자원봉사자’란 패찰을단 도슨트를 보고 호기심에 신청했다.”고 말한다.그는 그림을 음악 들려주듯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근무가 없는 일요일에만 도슨트를 하는 김준배(32)씨는 H반도체 연구소 과장.전자공학 박사인 그는 박사과정 5학기 때 머리를 식힐 겸 국립현대미술관의 ‘불교미술전’을 구경갔다가도슨트가 됐다.“이른 아침인데,5살쯤 된 아들에게 아버지가 ‘머리가 곱슬거리면 부처님이야.머리가 풀어진 사람은 보살이고.’라고 설명한 뒤 ‘그럼 저 사람은 누구지?’라고 묻는 거예요.얼마나 흐뭇하던지 미술관 경비원이라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처음엔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자료정리라도 도울 요량으로 문화 자원봉사를 지원했는데 도슨트가 됐다.그는 “미술사가 시대를 앞서가는 학문인만큼 첨단 분야의 과학자에게 시대 흐름을 읽는 능력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요즘 잘나가는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일본 미술품 컬렉터로서도 탁월한 것처럼.개인적으로는 엔지니어에게도 발표력이 굉장히 중요한데,도슨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표연습이 돼 직장내 프리젠테이션에 큰 도움이 된단다. 20∼30대 도슨트들은 문화 자원봉사자라는 자부심 외에,40∼70대의 베테랑 도슨트들과의 만남이 소중하다고 강조한다.세대간 대화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것이다. “도슨트를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신 분들을 만나게 돼요.저희와나이 차가 반세기인 분도 있어요.젊고 감각도 멋진 선배님들을 보면,닮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20대와 70대라는 나이 차를 떠나서 ‘통하는’ 뭔가가 우리 도슨트들에겐 있어요.” 문소영기자 symun@ ■‘도슨트'가 되려면/ 매년 1~2차례 모집… 인터넷 통해 신청 문화가 강조되는 시대에,문화 자원봉사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오래된 성이나 교회,그림 등을 외국인에게 보여주며 막대한 관광수입을 올리는 독일·이탈리아·영국 등 유럽에선 도슨트(docent)가 일반화했다.유럽관광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역사나 예술사를 전공한 석·박사들이 전시나 유물을 설명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자원봉사 전시해설자인 도슨트는 1845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고,미국에서는 한참 뒤인 1907년부터 미술관에서 시작됐다.국내의 경우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과 삼성미술관·성곡미술관 등 사설 미술관을 중심으로 2∼3년전부터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이 중 국립중앙박물관은 4년제의박물관아카데미를 별도로 두고 고미술 해설전문가를 양성한다. 95년에 도입된 전시설명자들은 처음엔 유급이었다.일당 2만 5000원.당시에는 일당을 주고 ‘미술관지킴이’를 따로 두기도 했지만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경비절감이 절박해진 박물관·미술관들은 서구에서 활용되는 문화 자원봉사자들을 전면에 도입했다.오디오기기로 해설할 경우 이용자가 많지 않고,제작비도 비싸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다. 미술관·박물관의 문화 자원봉사 영역은 전시해설 외에 자료정리·안내·일반홍보·전시행정 일반 등으로 나뉜다.그러나 아무래도 도슨트에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 도슨트를 하려면 미술 전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수.박물관과 미술관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지난 5월 도슨트를 처음 도입한 국립현대미술관은 1년에 한번,사설 미술관은 1년에 2차례 정도 모집한다.도슨트들은 스스로 중도하차하는등 연간 30∼50%까지 새 인물로 교체되는 만큼,관심이 있는 사람은 시도해 볼 만하다. 사설미술관 중 아트선재센터의 경우 세미나 준비 등을 위해 6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받기도 한다. 문소영기자
  • ‘하버드 스님’ 현각 잇단 대중법회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유명한 푸른 눈의 현각(38) 스님이 불교의 겨울철 수행 행사인 동안거(冬安居·19일 시작)를 앞두고 대중법회에 잇따라 모습을 나타낼 전망이다. 1일 불교계에 따르면 현각 스님은 6일 오후 5시 서강대 불교동아리 혜명과,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공동주최로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리는 법회에서 ‘진정한 종교란 무엇인가’를 강연한다.스님은 이어 9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13일 오후 4시 동국대 중강당에서 같은 주제로 일반인 대상의 법문을 할 예정이다.이에 앞서 2일 오후 1시부터 서울 화계사 법당에서 열리는 ‘산사다례(茶禮)’ 축제에서도 한 차례 대중법회를 갖는다. 한편 현각 스님은 지난달 27일 미국 뉴저지 불광선원에서 열린 법정(70) 스님의 법회 통역 등 시봉(侍奉)을 맡아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출국을 취소했다. 조계종은 이와 관련, “화계사에서 열리는 외국인 승려 대상의 첫 ‘교과안거’를 돕기 위해 미국행을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법정 스님 시봉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데 대해부담을 느낀 것도 한 요인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성호기자
  • 李 “모든 신앙인 사랑 명심”,불교종단 대표단 면담

    한나라당은 30일 불교대책위 발대식을 갖고 불교계와의 연대를 다졌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행사에 앞서 불교종단 대표단과 면담을 갖고 스님들로부터 덕담을 들었다. 태고종 운산스님은 “역대 정치하신 분들이 공약을 하고,(당선)되고 나서는 ‘내가 잘나서 된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종교를 신봉해서 국민을 사랑해달라.교회 가서는 천주교를 생각하고 천주교 가서는 불교를,불교에 가서는 교회를 생각해달라.”고 주문했으며,이 후보는 “명심하겠다.”고 답했다. 스님들은 특히 문화재 보존과 복원에 애써줄 것을 부탁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97년 대선 이후 이 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를 중심으로 꾸준히 불교계와의 관계를 강화해왔으며,당 선대위 출범이후 하순봉 최고위원이 나서 본격적으로 ‘표심잡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특히 ‘이 후보 집권이후 피의 보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한 조계종 정대 총무원장과도 완전한 화해가 이뤄졌다고 한다. 한편 지난 97년 대선에 앞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당선을 예언했던 경북지역의 한 스님이 “이회창 후보의 기운이 살아나는 운세”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나라당 불자회는 대단히 고무된 상태다. 이지운기자 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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