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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전 백서’ 보면 신고리 공론조사 보인다

    ‘12년 전 백서’ 보면 신고리 공론조사 보인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속 여부를 정하기 위한 공론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2005년 참여정부가 최초로 시행했던 공론조사가 이와 거의 판박이여서 주목된다.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 때문에 12년 전 보고서를 보면 신고리 공론조사 결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22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8·31 부동산 정책 공론조사 백서’에는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공론조사의 밑그림이 담겨 있다. 2005년 11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가 발간했다. 그해 7~8월 시행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공론조사의 배경과 경과, 개선과제 등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05년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민정수석을,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당시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정부는 2003년 갈등 사안이던 서울 외곽순환도로의 북한산 관통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공론조사를 검토했지만 불교계 반발로 포기했다. 이어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론조사 실시 의견이 나왔다. 보고서는 7월 8일 경제보좌관 주재 청와대 정부대책반회의에서 공론조사를 위한 예산 1억 8000만원을 예비비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공론조사는 먼저 인구 비례로 선정한 511명을 대상으로 7월 21일부터 8월 5일까지 심층면접조사 형식을 통해 1차 설문조사를 했다. 양 극단의 응답자를 제외하고 주택소유자와 임대를 6대4 비율로 조정하는 등 선정 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47명이 8월 20일 토론을 했다. 그 결과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중과세,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 개입 강화 등에서 상당한 찬성 의사를 보였다. 백서에는 일부 참가자들이 중간에 포기하는 등 대표성 확보 문제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발생하는 문제 등 향후 개선과제도 다루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활용하고, 온라인 공론조사 등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담겨 있다. 한덕수 당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는 가운데 국민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당당히 한몫을 하였다”면서 “공론조사는 여론 수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데 초석을 마련하였다”고 자평했다. ‘8·31 부동산 정책 공론조사’ 백서는 공론조사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 주는 반면교사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는 게 관가의 분위기다. 8·31 부동산 정책은 ‘세금폭탄’ 논란에 시달린 끝에 사실상 백지화됐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기고] 한·중 수교 25주년의 뿌리/이강국 주중 시안 총영사

    [기고] 한·중 수교 25주년의 뿌리/이강국 주중 시안 총영사

    시안(西安)은 주진한당(周秦漢唐) 등 고대 중국 왕조들이 도읍지를 정한 곳으로 발길 닿는 곳곳에 역사의 숨결이 서려 있다. 진시황 병마용, 양귀비가 노닐던 화칭츠, 시안비림박물관 등 경탄을 자아내고도 남을 만한 유적과 박물관이 즐비하다. 도교가 발생하고 불교가 융성했다. 따라서 시안은 역사의 뿌리, 종교 발전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근원이라 할 수 있다.시안은 한·중 교류의 뿌리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자주 쓰이는 ‘분수령’이란 말은 시안 주위의 친링산맥을 기점으로 황허(黃河)와 창장(長江)의 원천이 갈린다는 데서 시작됐고 ‘경위분명’(涇渭分明)은 관중평원을 흐르는 경수(涇水)는 탁하고 위수(渭水)는 맑아 뚜렷이 구별된다는 데서 나왔다. 국제적이고 개방적이었던 당나라 때에 한·중 간 교류가 빈번하게 전개되어 관련 유적과 유물들이 시안에 적지 않게 남아 있다. 당 고종과 측천무후의 합장묘인 건릉(乾陵)의 배장묘인 장회태자 이현(李賢)의 묘에서 발굴된 사신도에서 깃털 장식이 달린 모자(조우관)를 쓰고 흰색 도포를 입은 인물은 고구려 또는 신라 사신으로 추정되고 있다. 건릉에 있는 61개의 석인상(石人像) 중에 신라인 석상은 왼손에 한민족이 잘 다루는 활을 들고 있다. 또한 시안에는 우리 선현들의 발자취가 많이 남아 있다. 흥교사(興敎寺)에는 불경 번역 등에 많은 업적을 남긴 원측 스님의 사리탑이 현장, 규기의 사리탑과 나란히 있다. 인도, 서역을 순례한 후 장안에 와서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라는 불후의 기행문을 남긴 혜초 스님은 당나라 황제의 명으로 선유사(仙遊寺) 옥녀담 거북바위에서 기우제를 주관하기도 했다. 선유사는 댐 공사로 인해 이전하여 복원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거북바위도 옮겨지고 혜초 기념비와 비정이 세워졌다. 최치원은 당나라에 유학하여 빈공과(賓貢科)에 장원 급제해 벼슬에 올랐으며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지어 황소의 난을 평정하는 데 기여했고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한·중 양국은 수천 년 동안 이어진 관계 속에서 교류하고 협력해 왔으며 양국 관계는 수많은 사람의 열정으로 다져져 왔다. 일제 침략으로 고통을 당할 때에는 어려움을 나누면서 도왔는데, 시안시 두취전(杜曲鎭)에 세워진 광복군 제2지대 표지석이 하나의 상징이다. 양국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시작된 인문유대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한·중 인문교류공동위원회가 출범된 후 중국에서는 최초로 시안에서 2014년 11월에 동 공동위가 개최되었다. 요즘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인적교류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청소년, 학술, 대학 간 교류, 관광교류 등 다양한 형태의 인적교류는 민간교류의 근간이고 양국 관계발전의 밑바탕이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양국은 교류와 협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진정한 우호국가라면 국민 간 교류협력 촉진은 의무 사항에 해당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히려 역사를 돌아보면서 선현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를 기반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즈음해 교류의 뿌리가 깊은 시안에서 양국 관계의 밝은 앞날을 그려 본다.
  • [발효 음식 이야기] 3000년 묵은 숙성의 지혜… 세계인 건강 지키는 ‘발효 한류’

    [발효 음식 이야기] 3000년 묵은 숙성의 지혜… 세계인 건강 지키는 ‘발효 한류’

    발효(醱酵)란 미생물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이다. 같은 단계를 거치지만 그 대상에 유해한지 혹은 유익한지에 따라 ‘부패’가 되기도, ‘발효’가 되기도 하는 역설이 우리네 삶과 닮았다. 또 발효는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영양을 더하는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한 땀 한 땀 숨을 쉬며 익어가는 자연의 레시피에 따라 고유한 풍미를 갖게 되는 발효음식은 우리 식문화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우리 전통음식의 시작이자 끝이라 불리는 김치는 그 오묘한 맛의 대표주자다.김치가 인류 역사에 처음 나타난 것은 약 3000년 전이다. 당시 중국의 고대 문헌 ‘시경’에는 ‘오이를 깎아 저(菹)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 ‘저’가 바로 김치의 원형으로, 채소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 절이거나 숙성시킨 음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치의 어원은 채소를 소금물에 담갔다는 뜻의 ‘침채’(沈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침채는 ‘팀채’로 발음됐는데, 구개음화로 인해 팀채가 ‘딤채→짐치→김치’로 변했다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절인 채소 형태의 김치를 먹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농경문화가 발달하고 곡류가 주식이 되면서 겨우내 부족한 채소를 보관·섭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소를 소금, 장, 술지게미, 식초 등에 절이면서 점차 김치의 형태를 갖춰 나갔다. 고려시대에는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이 억제돼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더욱 발달했다. 이 시기의 김치는 오이, 미나리, 부추, 갓, 죽순 등 다양한 채소를 이용했으며, 오늘날의 물김치와 같은 형태도 처음 등장했다. 김장 풍습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로 추정된다. 단순한 소금 절임 형태의 장아찌에서 벗어나 여귀, 생강, 귤피, 마늘, 파 등 향신료와 양념을 사용한 김치도 만들어졌다. ●빨간 김치 1766년 문헌서 등장 김치가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조선시대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을 통해 고추가 도입되면서 1766년 ‘증보산림경제’ 등 당시 문헌에 비로소 빨간 김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젓갈을 김치에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후기에는 중국으로부터 통이 크고 속이 꽉 찬 결구형 배추가 전래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를 사용한 김치의 형태가 완성됐다. 배추통김치, 보쌈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개발된 것은 1850~1860년 이후로 보인다. 김치가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1950~1960년대 군대에 공급되면서부터다. 이후 1970년대 들어서 각종 산업체 등의 단체급식 수요가 늘고 1980년대 초 중동 파견 근로자용으로 수출되면서 김치시장이 하나의 산업을 이루게 됐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화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1987년에는 현재 국내 김치시장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종가집김치’가 처음 출시됐다. 초기에 김치를 상품화하는 데 가장 큰 난관은 포장이었다. 김치는 발효와 숙성과정에서 탄산가스가 발생하는 탓에 포장재가 부풀어오르는 일이 잦았다. 심할 경우 김치국물이 주변에 튀면서 터지기도 했다. 포장김치의 유통 기간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종가집김치는 1989년 탄산가스를 붙잡아두는 ‘가스 흡수제’를 김치포장 안에 넣는 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캔 김치, 컵 김치, 페트(PET) 김치 등 다양한 포장이 등장했다. CJ제일제당도 2000년 ‘햇김치’를 선보이면서 김치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2007년 젓갈과 액젓류를 판매하는 하선정종합식품을 인수하면서 김치 상품군 보강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자사의 종합 식품 브랜드 ‘비비고’의 이름을 내건 프리미엄 김치 브랜드 ‘비비고 김치’를 내놨다. 지난 5월에는 기존 서울 및 경기도식의 대중적인 김치맛인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 제품 외에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과 ‘비비고 김치 더 깔끔한 맛’ 2종을 추가로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도 지난 1월 ‘올반 김치’를 처음 내놓은 데 이어 계절에 맞는 열무김치 등을 선보이며 제품군을 확대해가고 있다.●1인가구 증가로 김치시장도 성장 이처럼 업체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국내 김치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 1인가구 등이 증가하면서 과거와 같이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정이 줄어들자 포장김치 시장은 더욱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포장김치 시장은 약 1700억원 규모로 2014년 1400억원 대비 27%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뿐 아니라 워커힐 등 호텔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직접 김치 브랜드를 선보이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갖가지 채소와 양념 등 최소 15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는 김치는 무기질, 비타민,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항산화·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발효 과정에서 생긴 유산균은 면역력 강화와 변비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잘 익은 김치에는 1g 당 1억개의 유산균이 함유돼 있어 식중독균이나 위염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균 같은 유해균의 생육과 대장암 발병을 억제한다. 또 몸에서 사용하고 남은 잉여 콜레스테롤을 분해·배출해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이 밖에도 아밀라제, 셀룰라제 등과 같은 소화효소를 생성해 음식의 소화 흡수를 돕는 작용도 한다. 이런 효능을 인정받아 김치는 2008년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Health)가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스페인 올리브오일, 일본 콩, 그리스 요거트, 인도 렌틸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1g당 유산균 1억개… 항암효과도 한편 집에서 김치를 담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재료를 고르는 일이다. 주재료인 배추는 속이 단단하게 차 있고, 반으로 갈랐을 때 속이 노랗고 깨끗해야 한다. 흰 줄기 부분에 검은색 점박이 무늬가 있거나 색이 어두운 것은 병 든 배추다. 또 씹어 봤을 때 단맛과 고소함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절임배추를 구입해서 김치를 담그는 가정도 늘고 있다. 배추를 절인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면 자체가 발효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구입해서 곧바로 김치를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줄기 쪽이 제대로 절여지지 않으면 김치를 담그고 나서 국물이 많이 생기거나 보관 과정에서 지나치게 물러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양념을 구성하는 젓갈(건더기가 있는 형태) 혹은 액젓(건더기가 없는 맑은 액체 형태)은 단맛과 구수한 향미가 함께 느껴지는 것으로 고른다. 젓갈류라고 해서 무조건 짠맛만 나는 것은 소금물로 희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액젓의 빛깔은 밝은 갈색이 좋다. 액젓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깔이 어두워지는 까닭이다. 김치 감칠맛의 비밀은 ‘단짠’(단맛+짠맛)의 조화에 있다. 김치의 간을 담당하는 젓갈을 잘 사용하면 따로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김치의 감칠맛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적당량의 단맛을 가미하는 것이 비결이다. 또 황태나 다시마 우린 물을 풀이나 양념에 섞으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조계종 선거 “적폐 청산” 구호 뒤덮였다

    조계종 선거 “적폐 청산” 구호 뒤덮였다

    제35대 총무원장 선거(10월 12일)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계종에 ‘적폐청산’의 구호와 몸짓이 쏟아지고 있다. 마치 종단이 ‘적폐청산’의 화염에 뒤덮인 모양새다. 사찰 앞에서 1인 시위가 이어지는가 하면 스님·재가단체들의 합동 촛불법회가 조계사 인근 보신각 앞에서 계속된다. 그런 데다 전국 선방 수좌들이 승려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해 긴장감마저 감돈다. 집행부와 선거관리위원회는 거꾸로 ‘무분별하고 위법한 적폐’라며 법적 조치까지 들먹이는 등 강도 높은 대응으로 맞서 평행선을 달리는 형국이다.공식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아직 없지만 5~6명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교육원장 현응과 안국선원장 수불, 중앙종회 의장 원행, 월정사 주지 정념, 동국대 이사장 자광,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 스님 등이 그들이다. 후보 등록일이 9월 18~20일로 정해진 만큼 다음달 초쯤 후보자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하마평 후보 중심의 각종 모임이 잇따르는 데다 유력 후보자로 꼽히는 스님의 금품 살포 의혹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종단 주류 측에서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을 총무원장 후보로 내정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과열과 마찰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단의 선거 중립과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단체행동이 급속히 번지는 상황이다.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는 가장 규모가 크고 강도 높은 집단 움직임이다. 스님·재가불자 단체 20개로 구성된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가 지난달 27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종단 개혁과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3차 법회부터는 제적 처분을 받은 일부 스님과 선원 수좌까지 합세해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법회에서는 조계종 선거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가 벌어졌고 조계사와 통도사 등 일부 사찰 앞에서는 이에 동조하는 1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국선원수좌회가 지난 9일 대구 서봉사에서 ‘총무원장 직선제와 적폐청산을 위한 전국승려대회’ 개최를 결의하면서 위기감이 감돈다. 수좌회 대표 의정, 의장 월암, 봉암사·해인사·백양사 수좌 스님 등 70여명이 모인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국 불교 발전과 청정승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승려대회 개최를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승려대회는 군부독재에 반대했던 1986년, 종단개혁을 이끌었던 1994년과 1998년 열린 바 있다. 승려대회가 열리면 조계종단에 또 한번 거센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집행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앞다투어 공정 선거를 다짐하면서도 이들의 집단행동을 마뜩잖게 여기고 있다. 총무원은 논평을 통해 “근래 조계종은 일부 편협하고 독선적인 사람들에 의해 상처받고 있으며 그들의 정치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비이성적 행위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특히 “호계원에 의해 중징계를 받은 자들과 일부 정치세력이 종단을 향해 적폐청산을 외치며 연일 조계사 입구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추한 시위를 자행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다수 스님과 불자들은 그들의 행위를 더 꼴불견이며 적폐의 근원으로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무원은 선원 수좌들의 승려대회 결의를 놓고도 “수좌 이름을 내세우며 수행 대중 전체를 대표하듯 말하고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독선적인 행위로 정치적 입지를 가지려는 것일 뿐”이라면서 “종단의 중요한 시기를 맞아 혼란을 책동하는 그들을 사람들은 정치수좌라고 지적한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종교 간 소통·대화 문제 대중적 차원서 다뤄야죠”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종교 간 소통·대화 문제 대중적 차원서 다뤄야죠”

    종교다원주의는 배척 아닌 보완…불교·기독교 지향점은 다르지 않아 “사람들은 평화를 쉽게 입에 올리지만 실천은 딴판이지요. 종교도 평화보다 갈등과 전쟁의 원인이 되기 일쑤이지요.”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레페스 포럼 대표 이찬수(55)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는 “종교 간 소통과 대화의 문제를 대중적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이 교수는 불교와 기독교, 목회와 강단을 넘나들며 평화적 측면의 종교 역할에 천착해 온 인물이다. ‘종교의 근본은 생명과 평화’라는 믿음 아래 ‘레페스 포럼’ 창립이나 그 전신인 종교문화연구원 태동과 활동을 주도해 왔다. 첫 대면에서도 자신을 ‘종교다원주의자’라 밝히면서 이런 말을 꺼냈다. “종교다원주의는 여러 종교의 혼합이나 잡탕이 아닙니다. 다양한 종교가 좀더 완성된 상태로 나아가도록 노력하는 배척 아닌 보완의 입장이지요.” 독실한 기독교 집안 태생인 이 교수는 서강대 화학과에 입학 후 목사가 되려 부전공으로 종교학을 선택, 신학과 종교학을 공부했다. 불교학과 신학 관련 두 개의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학위도 불교와 기독교 간 비교로 땄다. 대학원 공부에서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알게 됐고 특히 “기둥이 없으면 집이 없다”라는 화엄경의 관계론에 크게 감명받았다고 한다. “불교는 모든 세상을 관계적이고 상대적으로 보면서 집착의 근원을 제거하라고 가르치지요.” 불교사상에 빠져들면서 기독교와 불교의 외형적 언어 차이는 크지만 지향하는 세계는 통한다는 진리를 절감했단다. “불교와 기독교의 종착점, 가령 공(空)과 하느님, 열반과 하느님 나라, 그리스도와 보살, 기도와 염불 등은 동등한 체험의 깊이를 나타내며 붓다와 예수가 말하고자 했던 세계의 깊이도 비슷합니다.” 대학원 졸업 후 감리교에서 파생된 예수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아 목회활동을 할 무렵 불거진 사건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비극이다. 양평 수종사를 찾아 불상에 절을 했다는 게 빌미가 돼 교회를 떠나야 했고 결국 몸담고 있던 기독교계 학교 강남대에서 재임용을 거부당했다. 2년 9개월여의 법정 싸움 끝에 강단에 복귀했지만 결국 견디지 못한 채 사직하고 2012년부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불상 앞에 고개를 숙인 건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을 가르쳐 준 분에 대한 예의 차원이었을 뿐”이라며 우상화의 모순을 조목조목 짚었다. “한국 기독교에서는 신약성서의 깊은 뜻은 물론 구약성서 십계명의 역사적 의미도 무시하고 있어요. 십계명을 문자주의적으로만 이해하다 보니, 어떤 형상에 허리 굽혀 절하는 행위 자체를 우상숭배로 인식하는 경향이 생겼어요. 외적인 행위 자체보다 그 의미와 의도가 더 중요하다는 게 성서의 근본적 내용 아닐까요.” “평화는 폭력이 없는 상태라지만 정말 평화로운 때가 있었느냐”고 묻는 이 교수는 어쩔 수 없는 ‘평화전도사’였다. 평화란 폭력 없는 상태로 여길 게 아니라 폭력을 줄이는 감폭력으로 이해해야 한단다. “의도와 목적, 개념이 상이한 사람들 간의 합의를 통해 더 큰 평화의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하고 그 역할의 선봉은 종교와 종교인들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기자 kimus@seoul.co.kr
  •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불교·기독교인 ‘끝장토론’…“종교갈등 없는 세상 만듭니다”

    [김성호 선임기자의 종교만화경] 불교·기독교인 ‘끝장토론’…“종교갈등 없는 세상 만듭니다”

    문 닫은 종교문화연구원이 뿌리…‘종교평화 포럼’ 한달 걸러 개최 지난달 12~13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 해행당에선 특이한 모임이 열려 종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불교, 기독교의 내로라하는 전문 연구자 12명이 1박 2일간 밤샘 끝장토론을 벌인 것이다. 이른바 ‘탈종교시대’ 속 종교와 종교인의 문제점을 기독교와 불교 교리·사상을 통해 파고든 이색적인 만남의 자리. 그 흔치 않은 만남은 결국 “외양은 다르지만 심연은 하나로 통한다”는 종교 간 상통과 교류의 절감이라는 공유의 성과로 귀결됐다.이 만남을 주선한 단체는 바로 2015년 10월 창립한 ‘레페스 포럼’(대표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레페스(REPES·Religion and Peace Studies)란 말 그대로 종교와 평화를 연구하는 토론 모임을 가리킨다. 금선사 끝장토론을 계기로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 연원은 1989년 5월 창립한 종교문화연구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대의 젊은 종교학 전공자 30명이 ‘건전한 종교문화의 확산’을 기치로 내걸고 뭉쳐, 당시 학계에선 ‘학교 밖 종교학의 대중화를 위한 최초의 연구소’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그야말로 종교학의 대중화 차원에서 함께 답사도 다니며 고전강좌를 여는 등 활발히 움직였다. 회보도 내고 연구와 토론 결과물을 단행본으로 발간하면서 종교강좌나 명상교실을 운영하는 등 대중적 행사를 쉼 없이 진행했지만 5년여 활동 끝에 문을 닫아야 했다. 각자 영역에서의 연구에 바쁜 데다 ‘종교학의 대중화’란 테마가 그닥 관심을 받지 못한 탓이다. 한동안 뜸하다가 우리 사회의 종교 간 갈등과 마찰이 심해지면서 2007년 회원들이 다시 모여 재개원했지만 역시 큰 성과를 보지 못하다가 2015년 10월 종교, 특히 평화 측면에 집중한 종교 연구 토론 모임 ‘레페스 포럼’을 창립하게 됐다. 레페스 포럼은 종전 종교문화연구원과는 크게 다른 활동 궤적을 보여 준다. 우선 2015년 창립 직후부터 지난 6월까지 모두 10차례의 포럼을 격월 행사로 진행해 ‘시즌 1’을 마무리했다. 격월 둘째 주 화요일 저녁에 열리는 이 포럼은 종교와 평화에 관심 있는 학자와 연구가, 종교인들이 30여명씩 참여해 오고 있다. 포럼의 토론 내용을 천주교계 인터넷 매체인 가톨릭프레스와 개신교계 인터넷매체인 에큐메니안에 동시 게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연례행사인 심포지엄은 ‘레페스 포럼’이란 단체를 종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에까지 널리 알린 프로그램. 그 심포지엄을 열게 된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 심포지엄의 발단은 지난해 1월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 훼손 사건이다. 한 개신교 신자가 법당에 난입해 불상과 법구들을 심하게 훼손한 사건이 있은 뒤 손원영 서울기독대 신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신 사과의 글을 올리고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 연구교수, 김근수 가톨릭 해방신학연구소장 등 지인들과 함께 법당 복원을 위해 모은 267만원을 개운사 측에 전달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운사 측의 정중한 거절로 대안을 찾은 게 바로 레페스 심포지엄이다. “‘종교 간 화해’를 위해 써 달라”는 뜻과 함께 이 돈을 전달받은 레페스 포럼이 법당 복원이란 일회성 행사 대신 연례행사인 심포지엄에 대신 쓰기로 뜻을 모았다. 종교 간 갈등의 원인과 치유 방식에 집중해 불교, 개신교 전문 연구자끼리 끝장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지난 1월 서울 성북구 성북동 씨튼수녀원 씨튼영성센터에서 심포지엄의 돛을 올렸다. 제1회 행사의 주제는 ‘종교 간 평화를 위하여’였다. 이 자리에서 12명의 전문 연구자들이 ‘불교와 기독교는 어떤 관계에 있는지, 특히 사상적 차원에서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를 놓고 1박 2일의 끝장토론을 벌였다. 첫 행사에 탄력을 받아 지난달 금선사에서 두 번째 심포지엄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레페스 포럼은 첫 번째 끝장토론 내용을 묶어 이달 말 단행본으로 출판하는 데 이어 두 번째 토론도 내년 1월까지 단행본으로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다. 세 번째 심포지엄은 내년 1월 금선사 혹은 원불교 익산 총부 수련원에서 열 전망이다. 레페스 포럼 관계자들은 “원불교 관계자들이 이 끝장토론에 큰 관심을 가져 다음 심포지엄은 원불교 익산 총부 수련원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kimus@seoul.co.kr
  • 사드 배치 주민토론회 놓고 국방부, 반대단체 맞서

    사드 배치 주민토론회 놓고 국방부, 반대단체 맞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주민토론회 개최를 놓고 국방부와 반대 시민단체들이 대립하고 있다. 국방부가 17일 사드 주민토론회를 열겠다고 발표하자 반대 시민단체들이 이를 저지하겠다고 맞섰기 때문이다.국방부는 사드배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논의하는 차원에서 성주지역 공개토론회를 연다고 16일 발표했다. 17일 오후 3시 성주군 초전면 하나로마트 2층 대회의실에서 전문가와 패널 등이 참석하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이 토론회에서 전문가와 패널 등이 나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환경영향평가 목적 및 활용방안 등 2개 주제를 두고 발표 및 토론을 할 계획이다. 전문가 토론 후에는 주민·시민단체의 자유 질의에 이은 전문가 답변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배치저지 부산울산경남대책위원회 등 사드반대 6개 시민단체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토론회를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역토론회는 사드 배치 절차를 밟는 과정이라고 보고 용인할 수 없다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사드반대 시민단체는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드기지 운용, 사드배치 및 기초공사 진행, 사드 발사대 추가 임시배치 등 3개 항의 중단을 밝힐 예정이다. 국방부는 성주에서 토론회가 열리면 김천 등에서 지역 공개토론회를 추가로 개최할 계획이다. 성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고려 불경 ‘묘법연화경’ 일본에서 환수

    고려 불경 ‘묘법연화경’ 일본에서 환수

    최근 중국미술연구소가 일본의 소장가로부터 환수한 보물급 고려 불경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권1의 표지에 붙여진 ‘변상도’(變相圖·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의 일부분. 고려시대 후기에 일본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경은 가로 12.7㎝, 세로 34.5㎝ 크기이며,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절첩본(折帖本)이다. 변상도에 경전 목판본이 연결됐다. ‘법화경’으로도 불리는 묘법연화경은 천태종의 근본 경전으로 부처가 되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 ‘외국인 고용허가제 폐지’ 논쟁 재점화

    이달 이주노동자 2명 자살 계기 민주노총·종교계, 제도 개선 촉구 이달에만 2명의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외국인 고용허가제 폐지 논쟁이 다시 점화됐다. 2004년 8월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정부가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15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에게 취업비자(E9)를 발급해 국내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 주는 제도로, 체류 기간은 최대 3년이다. 민주노총,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이주노동자단체 등은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허가제 폐지, 이주노동자 사망사건 해결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7일 충북 충주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네팔 출신 노동자 케서브 스레스터(27)가 공장 기숙사 옥상에서 목매 숨졌다. 스레스터는 “회사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른 공장에 가고 싶어도 안 되고, 네팔 가서 치료를 받고 싶어도 안 됐다”며 “제 계좌에 있는 320만원은 아내와 여동생에게 주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지난 8일에는 충남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던 26세 네팔 출신 노동자가 비슷한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주노총은 “힘든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직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그의 요구를 받아 주지 않았다”면서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고용허가제가 꽃다운 네팔 청년의 생명을 앗아 갔다”고 주장했다. 고용허가제 취업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은 회사 폐업, 근로기준법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있거나 사업주 허락을 받아야만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이를 악용해 사업주가 차별, 강제노동, 임금체불 등 노동 착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고용허가제는 제도가 시행된 13년간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유엔 인종차별 철폐위원회는 2012년 8월 한국 정부에 고용허가제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반면 불법체류율이 줄고 이전의 산업연수생제도에 비해 내국인과 동등하게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최근 석 달간 이주노동자 7명이 자살과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며 “이주민 200만명, 이주노동자 100만명 시대에 걸맞게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고 착취와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오늘 美·日대사관 ‘反사드’ 인간띠 행진… 법원 “불허”

    1만명 참여 예정… 경찰도 불허 성주투쟁위 6개 연합체서 탈퇴 광복절을 맞아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미국·일본대사관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예고해 북핵 위협으로 시작된 서울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에 이어 법원은 14일 이 행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200여개 단체로 구성된 ‘8·15 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이하 평화행동)는 15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만명이 참여하는 ‘8·15 범국민대회’를 열고 사드 배치 철회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평화행동은 이날 미·일 대사관까지 약 2㎞를 행진한 뒤 대사관 건물을 포위하는 ‘인간띠 잇기’로 두 나라 외교관들을 압박할 계획도 밝혔다. 이날 집회는 표면적으로는 ‘사드 반대’ 형태를 띠고 있지만, 오는 21일부터 시작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 요구 성격이 더 짙다. 평화행동 등은 UFG 훈련의 중단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사드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평화행동의 행진 경로를 사실상 미국대사관을 포위하는 ‘집회’로 판단해 대사관 뒤편 종로소방서 부근 행진은 불허했다. 평화행동이 서울행정법원에 낸 ‘금지 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다. 법원은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간띠 잇기 행사’를 불허했다. 이에 따라 행진은 경찰이 당초 허용했던 대로 광화문광장을 거쳐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을 돌아 나오는 구간까지만 가능하다. 당초 범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광화문광장과 율곡로를 거쳐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지나 미국대사관을 에워싸는 ‘인간띠 잇기’ 행진을 계획했다. 이런 가운데 성주 주민들로 구성된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가 노선·운동 방식의 차이와 비민주적 운영 등을 이유로 그동안 함께 활동했던 6개 연합체에서 최근 탈퇴하기로 했다. 최근 국방부 등의 전자파 측정 결과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나타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성주투쟁위는 연합체 탈퇴와 함께 집행부 18명 전원의 사퇴 의사도 밝혔다. 성주투쟁위는 지난해 7월 성주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출범했다. 지금까지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반대 활동을 해온 단체는 성주투쟁위와 사드 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 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사드 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 배치저지 부산울산경남대책위원회 등 6곳이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오늘 美·日대사관 ‘反사드’ 인간띠 행진… 法 “불허”

    광복절을 맞아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미국·일본대사관을 사방으로 포위하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예고해 북핵 위협으로 시작된 서울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에 이어 법원은 14일 이 행사를 허가하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 등 200여개 단체로 구성된 ‘8.15 범국민평화행동 추진위원회’(이하 평화행동)는 15일 오후 3시 30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1만 명이 참여하는 ‘8·15 범국민대회’를 열고 사드 배치 철회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평화행동은 이날 미·일 대사관까지 약 2km를 행진한 뒤, 대사관 건물을 포위하는 ‘인간띠 잇기’로 두 나라 외교관들을 압박할 계획도 밝혔다.  이날 집회는 표면적으로는 ‘사드 반대’ 형태를 띠고 있지만, 오는 21일부터 시작하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의 중단 요구 성격이 더 짙다. 평화행동 등은 UFG 훈련의 중단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사드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평화행동의 행진 경로가 사실상 미국 대사관을 포위하는 ‘집회’로 판단해 대사관 뒤편 종로소방서 부근 행진은 불허했다. 평화행동이 서울행정법원에 낸 ‘금지 통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다. 법원은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인간띠 잇기 행사’를 불허했다. 이에 따라 행진은 경찰이 당초 허용했던 대로 광화문 광장을 거쳐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을 돌아 나오는 구간까지만 가능하다. 당초 범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3시 30분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광화문광장과 율곡로를 거쳐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지나 미국대사관을 에워싸는 ‘인간띠 잇기’ 행진을 계획했다.  이런 가운데 성주 주민들로 구성된 ‘사드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가 노선·운동 방식의 차이와 비민주적 운영 등을 이유로 그동안 함께 활동했던 6개 연합체에서 최근 탈퇴하기로 했다. 최근 국방부 등의 전자파 측정 결과, “인체에 무해한 수준”으로 나타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성주 투쟁위는 연합체 탈퇴와 함께 집행부 18명 전원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주 투쟁위는 지난해 7월 성주에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출범했다. 지금까지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반대 활동을 해온 단체는 성주 투쟁위와 사드 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 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사드 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 배치저지 부산울산경남대책위원회 등 6곳이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김욱동의 창문을 열며] 새 시대에는 새 아이콘을

    [김욱동의 창문을 열며] 새 시대에는 새 아이콘을

    요즈음 일본은 2020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그 준비로 여간 분주하지 않다. 가득이나 꼼꼼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은 외국 손님을 맞는 데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준비하려고 그야말로 야단법석이다. 그중 하나가 지금까지 일본 지도나 신호, 관광 안내문 등에서 사용해 온 공공시설 안내 표지를 새롭게 정비하는 일이다. 가령 최근 일본에서는 그동안 사용해 온 불교 사찰 상징(卍)을 흔히 ‘하켄크로이츠’로 일컫는 나치 상징(?)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다른 상징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이 두 상징은 얼핏 보아서는 쉽게 구분할 수 없다. 그러나 삼라만상에 대한 자비를 최대 미덕으로 삼는 불교는 인류 역사에 치욕을 남긴 나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불교에서는 길가에 나뒹구는 돌멩이 하나에도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보는 반면 나치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을 ‘사회적 기생충’으로 간주해 박멸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가. 현재 독일에서는 나치나 나치의 상징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형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적인 불교 사찰 표지는 외국인들에게 자칫 나치를 찬양하는 표지로 오해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일본의 도시와 시골 곳곳에 붙어 있는 온천이나 목욕탕 표지도 정비 대상으로 검토 중에 있다. 현재 일본에서 사용하는 표지는 타원형 위에 하늘로 올라가는 듯한 수증기 세 개로 표현한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표지와 거의 비슷하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왜 이 표지를 변경하려고 하는 걸까. 두말할 나위 없이 외국인이 볼 때 온천이나 목욕탕보다는 우리네 설렁탕 같은 따뜻한 요리가 나오는 식당으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래의 표지 대신 어른 2명과 어린아이 1명이 타원형 안에 몸을 담그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디자인을 새로운 온천 표시로 선택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여론조사에서는 외국인의 70%가 새 온천 표지가 이해하기 쉽다고 답한 반면 일본인의 60%는 현재의 표지가 이해하기 더 쉽다며 현행 표지를 유지할 것을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와 일반인, 여행객 등의 의견을 좀더 듣고 나서 새 표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 온천 업계는 이 표지를 바꾸려는 정부의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안내 표지 변경을 위해 개최한 회의에서 온천이 밀집해 있는 오이타(大分)현과 군마(群馬)현에서 온 온천 업계 관계자들은 2020년까지 온천 표지를 모두 바꾸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현재의 표지를 계속 사용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23회 동계올림픽대회를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한국의 사정은 과연 어떠한가. 일본인들은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벌써부터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데 한국은 온갖 표지를 어떻게 정비하고 있는지 자못 의문이다. 가령 공중 화장실 표지만 해도 그러하다. 남자 화장실은 바지를 입고 있는 남성의 이미지로, 여자 화장실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로 만들어 사용한 지 이미 오래됐다. 그러나 요즈음 치마를 입는 여성보다는 바지를 입는 여성이 훨씬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바지와 치마로 성별을 구별 짓는 이미지는 시대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 어느 쪽을 사용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여러 번 두리번거리다가 ‘남자’나 ‘여자’라는 글자를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한국에서 사용하는 표지 중에 국제 표준과 다른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전통적인 것이라고 하여, 또 예로부터 관행적으로 사용해 왔다고 하여 고집 부릴 이유가 전혀 없다. 언어는 국가나 문화에 따라 서로 다를지언정 상징이나 표지는 국제사회가 하나로 통일해 사용하는 공통어다. 이런 상징이나 표지가 서로 다르면 교통신호 체계가 서로 다를 때처럼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다.
  • ‘전자파 큰 문제 없다’지만 주민 반발 여전… 정부 “설득 계속”

    ‘전자파 큰 문제 없다’지만 주민 반발 여전… 정부 “설득 계속”

    北 ‘괌 포위사격’ 등 위협 고도화…안보 상황 고려 배치 강행 관측도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내부의 전자파 및 소음이 기준치 이하로 측정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기지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실시된 측정은 주한미군이 올해 3월 사드 장비를 국내에 전격 반입하고 한·미 양국이 한 달 보름여 만에 기습적으로 레이더와 발사대 2기를 배치한 이후 처음이다.지역주민과 사드 배치 반대 단체들은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와 발전기 소음 등이 인체에 치명적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사드 배치에 극렬히 반대해 왔다. 괴담 수준의 사드 전자파 유해성은 지역 특산품인 ‘성주참외’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측정을 통해 괴담이 가로막고 있던 사드 배치의 ‘1차 관문’은 넘어선 셈이다. 하지만 추가로 필요한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배치가 언제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점치기 어렵다. 지역주민과 반대 단체라는 ‘2차 관문’이 워낙 강고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번 측정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와 환경부가 구체적인 측정 방식 등을 공개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불교는 결사대를 만들어 사드 배치를 온몸으로 저지하겠다고까지 했다. 정부 관계자는 13일 “주민 설득을 통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쳐 발사대 4기를 추가 임시 배치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전자파·소음 측정에도 참여하지 않은 주민과 반대 단체가 임시 배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도 이 점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긴박한 안보 상황이다. 사드 포대 완성은 ‘괌 포위사격’ 운운하면서 긴장을 고조하는 북한을 억제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보고 있다. 남부 지역 방어에도 필수적이다. 국방부도 성주·김천에 국방협력단을 보내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주민 설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의 안보 상황을 고려해 사드 발사대 추가 임시 배치를 조속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신라왕 극락왕생 빈 백제 유민…불비상에 아로새긴 망국의 한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신라왕 극락왕생 빈 백제 유민…불비상에 아로새긴 망국의 한

    1960년 대학 탁본 과제 계기로 발견 …세종·공주 소재 7점 국보·보물로 지정 1960년 동국대 불교학과 2학년이었던 이재옥 학생은 집 주변의 문화재를 탁본해 오라는 방학 과제를 받았다. 지도교수는 이후 1970년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내고 2011년 타계한 미술사학자 황수영 선생이었다. 학생의 고향은 오늘날에는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쌍류리로 바뀐 충남 연기군 서면 쌍류리였다. 그는 고향집에서 서쪽으로 언덕을 하나 넘으면 나타나는 세종시 전의면 다방리의 비암사에서 어릴 적부터 봤던 비석들을 떠올렸다. 극락보전 앞 삼층석탑의 3층 지붕에는 세 점의 검은색 비석이 있었다.이재옥 학생은 스님이 출타하기를 기다려 사다리를 놓고 석탑에 올라갔다. 하지만 처음 해 보는 탁본이라 표면의 이끼를 제거해야 하는 것을 몰랐던 데다 스님이 언제 돌아올지 몰라 서두르느라 찍힌 모양이 선명하지 않았다. 황수영 선생은 탁본을 새로 해 오라고 했고, 이재옥 학생은 다시 고향에 내려가 이번에는 이끼를 벗겨내고 제대로 탁본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외출했던 스님이 돌아왔고, 크게 혼이 났다. ‘부처님의 무덤’에 올라갔으니 당연한 일이다.탁본에 찍힌 명문(銘文)을 보고 황수영 선생은 조사단을 구성해 9월 10일 비암사로 향했다. 이날 확인한 것이 계유명전씨아미타삼존석상(癸酉銘全氏阿彌陀佛碑像)과 기축명아미타불비상(己丑銘阿彌陀佛碑像)과 미륵보살반가사유비상(彌勒菩薩半跏思惟碑像)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알려진 불비상이었다. 글자 그대로 비석 모양의 돌에 부처를 새겼다.이듬해 세종시 조치원읍 서창리 서광암에서 계유명삼존천불비상(癸酉銘三尊千佛碑像)이, 연서면 월하리 연화사에서 무인명석불비상(戊寅銘石佛碑像)과 칠존불비상이 조사됐다. 공주시 정안면 평정리에서도 삼존불비상이 확인됐다. 모두 삼국시대 백제땅이다. 한반도 다른 지역에는 없는 특정 불교조각이 일정 시기 좁은 지역에서 집중 조성된 것이다. 비암사 아미타삼존석상과 서광암 삼존천불비상은 국보로, 다른 5점의 불비상은 모두 보물로 지정됐다. 비암사 불비상 3점은 1962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넘겨진다. 지금은 국립청주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유물로 대접받고 있다. 이제 팔순에 접어든 이재옥 선생은 여전히 비암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주시 정안면에 살고 있다. 역사에 남을 ‘중요한 발견’을 한 셈이지만, 이 때문에 비암사(碑巖寺)는 비암(碑巖)없는 절이 되고 말았고, 그는 미안한 마음에 오랫동안 비암사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술회하고 있다.서광암 삼존천불비상은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 박물관이 선사·고대문화실의 전시를 교체하고 있어 삼존비상을 볼 수는 없다. 공주 정안의 삼존불비상도 동국대박물관으로 넘겨졌다. 연화사의 두 불비상은 그대로 연화사에 있다. 서광암과 연화사는 모두 일제강점기 이후 세워진 사찰이라고 한다. 비암사 불비상도 다른 절에서 옮겨 왔을 가능성이 크다. 절 이름도 불비상을 옮겨 왔기에 이렇게 지었을 것이다. 황수영 선생은 비암사 불비상을 조사한 해 11월 ‘비암사 소장의 신라재명석상(新羅在銘石像)’이라는 논문을 처음 발표한다. 이후 최근까지도 적지 않은 미술사학자와 역사학자가 이들 불비상에 남겨 놓은 의문을 푸는 노력을 해 오고 있다. 불비상에 얽힌 의문이란 이런 것이다. 비암사 계유명삼존석상에는 ‘국왕·대신(國王·大臣) 및 칠세부모(七世父母)와 모든 중생(含靈·함령)을 위해 절을 짓고 불상을 만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이 불사(佛事)를 주도한 이들의 벼슬과 이름을 새겨 놓았다. 그런데 신라 관등인 내말(乃末)·대사(大舍)와 백제 관등인 달솔(達率)이 한데 명기되어 있다. 연화사 계유명삼존천불비상도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학계는 계유년을 백제가 망하고 13년이 지난 673년(신라 문무왕 13)으로 추정한다. 조각 양식이 8세기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 같은 이치로 무인년은 678년(문무왕 18), 기축년은 689년(신문왕 9년)으로 보고 있다. 망국민(亡國民)이 새로운 지배 치하에 막 들어서 조성한 불비상에 새긴 ‘국왕·대신’이 백제왕인지, 신라왕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백제왕과 대신으로 보는 학자들은 불비상을 백제 옛 땅에서 백제 유민들이 만들었다는 데 주목한다. 신라가 당나라와의 혈전을 앞두고 백제인들에게 관작을 주면서 회유하던 시기 망국의 군주와 대신의 극락왕생을 비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한 걸음 나아가 백제부흥운동과 연결시키기도 한다. 비암사 계유명삼존석상의 인왕상(仁王像)은 갑옷 차림에 왼손에는 긴 창을 들고 있고, 허리 장식은 X자형으로 교차되어 있는데, 사찰의 수호신이라기보다는 나라를 되찾고자 했던 백제부흥군의 모습을 상징한다는 주장이다. 신라왕과 대신으로 보는 학자들은 명문의 백제 유민 대부분이 신라 관등을 갖고 있는데다 백제부흥운동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은 근거로 삼는다. 특히 계유명 불비상을 조성한 673년은 당나라가 백제 옛 땅에 설치한 통치기관인 웅진도독부를 내쫓은 이듬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신라가 백제 유민들의 역량을 당군 축출에 집결시키려면 황폐해진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만큼 불비상과 사찰 조성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라왕과 대신으로 보는 학자들도 불비상을 발원한 백제 유민이나, 조상(造像)에 참여한 백제 조각가들이 마음속으로도 새로운 지배자들의 발복을 빌었는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백제 유민과 조각가들은 망국의 현실은 인정하면서도, 백제인의 정체성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기에 옛 백제 양식으로 불상을 조성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일종의 절충론이다. 일련의 불비상은 죽은 뒤 서방정토에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아미타신앙에 기반한다. 따라서 ‘국왕·대신 및 칠세부모와 모든 중생’에는 백제 패망과 부흥운동 과정에서 죽은 중생, 당나라에 끌려간 1만 2000명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외적이고 표면적인 조성 목적은 신라왕과 대신들을 위해서라지만, 심정적으로는 백제왕과 대신들을 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불비상은 새로운 통치자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백제 옛 땅 유민들의 복잡한 심사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신라인으로 삶을 이어 가야 하는 망국민이기에 불상 및 사찰 조성에서도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 주기는 해야 했으되 망국의 스타일로 불상을 만들어 사라져 간 사람들을 마음 한구석에 담아 두고자 하는 처연함을 불비상은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사설] 김진표 의원, 왜 ‘종교과세 유예’ 총대 메는가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종교인 과세 시기를 또 2년간 늦추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그제 대표 발의했다. 종교인 과세는 201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에 따라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발의대로라면 2020년부터나 과세가 이뤄지게 된다. 과세 당국과 종교계 간에 구체적 세부 시행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종교인 과세 유예는 지난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이 법안 발의를 주도할 때부터 논란이 됐다. 당시 청와대는 “조율을 거쳐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고, 민주당 의총에서는 유예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동연 부총리는 6월 인사청문회에서 내년 시행을 준비 중이라고 했고, 한승희 국세청장도 2015년에 결정된 사항이라며 추가 유예론을 일축한 바 있다. 그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실시한다는 당정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는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가 나기는 해도 국민의 75~90%가 찬성하는 사안이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종교를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의 대부분도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종교인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김 의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정·청 간에 엇박자를 내면서까지 종교인 과세 유예에 집착하는 속내는 뭔가. 그가 개신교 장로로 민주당 내 기독신우회 회장이란 점은 잘 알려진 일이다. 천주교와 불교 조계종은 소득세를 내는 반면에 성공회를 제외한 개신교 대부분이 종교인 과세를 거부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내년 6월 13일 예정인 지방선거에서 표를 의식한 행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끝나고 1년 10개월 뒤엔 총선(2020년 4월 15일)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다가 종교인 과세는 이 정부에서도 물거품일 공산이 크다. 김 의원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출신으로 경제부총리까지 지냈다. 현 정부의 대표적 세제통이다. 그런 그가 종교인 과세가 갖는 의미를 모를 리 없다. 자신이 주도해서 만든 ‘100대 국정과제’에는 5년간 178조원이라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간다. 국민 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면세자를 줄이는 작업이 시급한 시점인 것이다. 종교인에 대한 특혜는 ‘핀셋 증세’와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행위이자 국민 차별을 노골화하는 처사일 뿐이다.
  • 수능 D-100일…폭염에도 팔공산 갓바위에 합격기원 인파

    수능 D-100일…폭염에도 팔공산 갓바위에 합격기원 인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8일 전국에 폭염이 계속됐지만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관봉석조여래좌상)에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이 찾아 자녀의 대학 합격을 기원했다.이날 오전 갓바위 앞 기도 공간에는 전국에서 찾아온 300여명의 학부모가 땀을 흘리며 대입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 갓바위 부처는 정성을 들여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있다. 불교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도 많이 찾는 명소다. 불상 머리 위에 갓 모양의 자연석을 얹어서 갓바위라는 이름이 붙은 이 불상은 ‘영험 있는 부처’로 널리 알려지며 매년 입시 철마다 인파를 모으고 있다. 경북 포항에서 팔공산을 찾은 한 학부모는 “아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자주 갓바위를 찾는다”며 “날씨가 덥지만, 자식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와 경북 경산은 35도를 웃도는 등 며칠째 폭염 경보가 이어졌지만, 학부모들은 열에 달아오른 바닥에 엎드리며 불공을 드렸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뜨거운 날씨 속에서 이들은 연신 땀을 닦거나 물을 마시며 자식을 위해 기도했다. 합격엿과 자녀 사진을 나란히 꺼내놓고 무릎을 꿇거나 입시기도발원문을 읽으며 절을 하는 학부모는 같은 마음으로 갓바위를 마주했다. 수험생 아들은 둔 김재윤(50)씨는 “갓바위에서 기도하려고 수원에서 아침 일찍 출발했다”며 “재수하는 아들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말했다. 연간 250만명이 찾는 갓바위에는 수능시험이 임박하면 1만명의 인파가 몰려 앉을 자리조차 찾기 힘들 정도다. 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 관계자는 “내일부터 수능 때까지 합동기도를 올린다”며 “관광버스를 예약해 전국 각지에서 오거나 매일 산을 오르는 신도도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성길 목사 ‘갑질’ 피해 공관병 비난 “개도 부잣집 개가 나아요”

    김성길 목사 ‘갑질’ 피해 공관병 비난 “개도 부잣집 개가 나아요”

    시은소교회 김성길 원로목사가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육군 대장) 부부의 갑질로 피해를 입은 공관병을 비난하며 “개도 부잣집 개가 낫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목사는 2016년 한기총 등 교계 단체가 주관한 ‘제3회 한국교회 원로 목회자의 날’에서 ‘목회자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7일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김성길 목사는 지난 6일 시은소교회 설교를 하면서 박찬주 사령관의 갑질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4성 장군 사택, 관저에 배치됐어. 좋아요 나빠요? 다 물어보니 좋다 하더라고. 왜?(공관병은) 각종 훈련은 다 열외야. 훈련 안 받아, 절대로. 또 짬밥을 안 먹어요. 그래서 개들도 부잣집 개가 나아요.” 김 목사는 “작전사령관, 4성 장군, 그분이 지금 잘못하면 이등병으로 강등돼 불명예제대하고 감방 가게 생겼다”면서 “하다못해 소대장 하면서도 밑에 사람들 닦달하지 않은 사람 있으면 하나라도 나와 보라 그래라. 장군은 고사하고 원사만 되어도 밑에 것들을 조진다는 거다. ‘6·25때 건방진 하사 새끼 사람 잘 치고’ 그런 노래 있어요”라고 박 사령관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우리 전통이요 현실이었다. 그게 옳다는 게 아니다. 과거는 그랬지만 잘못된 줄 알면 이제부터 바로잡아 나가자는 거다”라면서 “옛 어른들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다. 요새는 사서 안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찬주 사령관은 지난 해 한 교회 간증 연설에서 ‘초코파이’로 3700만을 복음화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초코파이가 정말 생명의 만나(기독교에서 ‘기적의 음식’이라고 일컫는 구약성서 속 음식)라고 생각한다”면서 “군 선교를 통해 국민 75%를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사령관 부인은 공관병을 사적인 업무에 동원하고 갑질을 일삼았을 뿐 아니라 병사들의 종교적 자유도 박탈했다. 일요일 공관병들을 예외없이 교회에 데려가 예배 참석시켰으며 이중에는 불교 신자도 있었다. 개신교도인 박 사령관은 지난해 6월 간증 영상을 통해 ‘초코파이 전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군 선교를 통해 국민 75%를 기독교인으로 만드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7일 그의 부인이 조사를 받았고 박 사령관은 8일 군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박찬주 간증 영상 “초코파이 전도로 3700만 복음 가능”

    박찬주 간증 영상 “초코파이 전도로 3700만 복음 가능”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대장과 그 부인이 공관병을 사적인 업무에 동원하고 갑질을 일삼았다는 논란과 관련해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대장 부인은 병사들의 종교적 자유도 박탈했다. 일요일 공관병들을 예외없이 교회에 데려가 예배 참석시켰으며 이중에는 불교 신자도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찬주 대장은 지난 해 한 교회 간증 연설에서 ‘초코파이’로 3700만을 복음화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대장은 “매년 입대하는 20만 명 중 14만 명이 세례를 받고 그중 7만 5000명은 논산훈련소에서 세례를 받는다”면서 “이 인원이 신앙을 갖고 밖에 나가서 가정을 이루면 네 사람이라고 쳤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기독교인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코파이 전도’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박 대장은 “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병들이) 기천불(개신교·천주교·불교) 중 초코파이 하나 더 주는 데로 간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초코파이 전도를 하고 있다. 유치해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초코파이가 정말 생명의 만나(기독교에서 ‘기적의 음식’이라고 일컫는 구약성서 속 음식)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장은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 1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군 당국은 그에 대한 감사와 수사를 위해 이를 수리하지 않은 상태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와는 별도로 공관병 운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육군뿐 아니라 해·공군 공관병,PX(국방마트) 관리병,휴양소 관리병 등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창건설화 속 백제·신라 고승…山神으로 나란히 모신 선운사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창건설화 속 백제·신라 고승…山神으로 나란히 모신 선운사

    전북 고창 선운사는 사철 꽃세상이다. 1~4월에는 검붉은 동백꽃이 대웅전 뒷산에 가득하고 5~6월에는 우리 땅 어디나 그렇듯 야생화가 지천이다. 7~8월 절 마당은 배롱나무의 짙은 분홍빛으로 우아함을 더하는데 9~10월에는 훨씬 더 유혹적인 붉은색을 발산하는 석산이 주변 군락지에 만발한다. 석산이라는 표준말이 낯설다면 상사화나 꽃무릇이라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후엔 말할 것도 없이 단풍이 선운사가 들어앉은 도솔산을 물들인다.배롱나무 철의 선운사는 곱게 단장한 귀부인 같은 품위가 있다. 정문 역할을 겸하는 천왕문으로 들어서면 만세루를 조금 비켜난 절 마당 가운데 배롱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큰법당인 대웅보전의 양옆에도 두 그루가 호위하는 듯 장식하는 듯 꽃을 피우고 있다. 눈앞에 보이는 배롱나무는 세 그루뿐인데도 부처님이 주인인지, 배롱나무가 주인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하긴 언젠가 ‘배롱나무가 곧 부처님이더라’는 시 구절을 읽은 것도 같다.오늘은 산신각으로 간다. 대웅보전과 만세루 구역 왼쪽으로 팔상전, 조사전, 영산전으로 둘러싸인 산비탈이다. 산신각은 정면 한 칸, 측면 두 칸으로 가장 전각이지만 두 폭의 산신도가 이채롭다. 수염이 하얀 산신이 하얀 부채를 들고 있는 산신도는 정면에서 보아 왼쪽 벽에 걸려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흔히 산신도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정면에 걸린 또 하나의 산신도에 자리잡고 있다. 호랑이 좌우에 맨발의 고승 두 분이 보이는데 왼쪽이 백제 검단선사, 오른쪽이 신라 의운화상이다. 백제 스님과 신라 스님이 어떻게 나란히 한자리에 앉아 있을까.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 검단선사 창건설과 신라 진흥왕(재위 540~576) 창건설, 신라 의운화상 창건설이 각각 전한다. 진흥왕 창건설은 호월자 현익이 1707년(숙종 33) 편찬한 ‘도솔산 선운사 창수승적기(創修勝蹟記)’에 보인다. ‘진흥왕이 왕위를 내려놓은 첫날밤에 이 산의 좌변굴(左邊窟)에서 수도하다 꿈속에서 미륵삼존불이 바위를 가르고 나오는 것을 보고 감동하여 중애사를 창건하였으니 이것이 절의 시초’라는 것이다.진흥굴은 선운사에서 도솔암으로 오르는 길 중간에 있다. 현익이 언급한 좌변굴일 것이다. 높이 4m, 폭 3m, 길이 10m 남짓한 동굴이다. 하지만 아무런 안내판도 보이지 않으니 탐방객들은 바로 곁의 600살짜리 천연기념물 장사송에만 관심을 보이고 진흥굴은 지나쳐버리곤 한다. 이렇듯 오늘날은 진흥굴의 존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라왕의 백제 땅 사찰 창건설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진흥왕이 이곳에서 수도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설화의 형태로 전해진다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그 설화를 모티브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양하게 상상의 날개를 펴보는 것이 요즘 각광받는 스토리텔링 아닐까 싶다.진흥왕은 불교의 정법(正法)으로 세계를 통치한다는 전륜성왕을 꿈꾸었다. ‘삼국사기’에는 ‘진흥왕은 어려서부터 불교를 받들었다. 만년에는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스스로를 법운이라 이름지은 뒤 일생을 마쳤다’고 했고 ‘삼국유사’도 ‘진흥왕은 임종에 이르러 머리를 깎고 법의를 입었다’고 적었다. 실제로 출가했는지는 이견도 없지 않지만 통일신라시대 이후 삼국통일의 기틀을 다진 호불왕(好佛王)에 창건설을 의탁하는 것이 절의 형편을 트이게 하는 데, 최소한 위축시키지는 않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의운화상 창건설이 나온 것은 진흥왕 창건설이 지나치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호월자 현익의 ‘대참사 사적기’에는 ‘법화굴에 머물며 수도하던 의운화상이 돌배에 실려온 불경과 불상을 봉안하고자 진흥왕의 시주를 얻어 대참사(大懺寺)를 개창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대참사는 오늘날 도솔암과 더불어 선운사의 양대 산내암자를 이루는 참당암이다. 선운사 역시 의운화상이 창건했다는 것이다. 검단선사의 창건 설화는 이렇다. 본래 절터는 용이 살던 큰 못이었다. 스님이 용을 몰아내고자 돌을 던져 연못을 메워 나가던 무렵 눈병이 돌았다. 그런데 못에 숯을 넣으면 눈병이 나으니 마을 사람들이 너도나도 숯과 돌을 가져와 큰 못은 금방 메워졌다. 그 자리에 절을 세우니 선운사다. 이 지역에는 난민이 많았는데, 검단스님이 소금을 구워 살아갈 수 있는 방도를 가르쳐 주었다. 마을 사람들이 은덕에 보답하기 위해 봄·가을이면 절에 소금을 바치면서 보은염이라 불렀다. 민속학계는 검단선사와 용의 갈등을 외래종교로 막 전파를 시작한 불교와 용이 상징하는 토속신앙의 경쟁을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금속의 제련을 뜻하는 숯으로 못을 메웠다는 것은 선진문화로 주민을 감화시켰다는 의미이고 자염생산법을 가르쳐 준 것은 난민들의 생계 안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정기적으로 부처님에게 공양을 드렸다는 것은 그만큼 포교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오늘날 선운사는 검단선사 창건설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단선사와 의운화상은 산신각 말고도 바로 옆 조사전에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나란히 영정이 모셔졌다. 역시 의운화상의 왼쪽에 자리잡고 있는 조사전의 검단선사 영정에는 ‘개산조 검단선사 진영’(開山祖 黔丹禪師 眞影)이라고 적어 놓았다. 조사전(祖師殿)은 글자 그대로 깨달음을 제자들에게 내려준 스승을 기리는 영당(影堂)이다. 백제를 침공해 한강 유역을 빼앗은 진흥왕이 퇴위 이후라고는 해도 백제땅으로 건너갈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의운화상 같은 스님이라면 영토의 경계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의운 역시 한때 암자가 50개에 이르렀다는 도솔산을 불국토(佛國土)로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각각의 창건 설화에 등장하는 두 스님이 시간이 흐르면서 나란히 산신이라는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것은 자연스럽다. 선운사 창건 설화를 따라가다 보니 검단선사가 누구인지가 더욱 궁금해진다. 검단(黔丹)은 고유명사가 아닐 수도 있다. 신라에 불교를 전파했다는 묵호자(墨胡子)나 신라에서 활동한 아도화상(阿道和尙)도 모두 고유명사가 아니다. 묵호자는 얼굴이 검은 이방인, 아도화상은 아미타신앙, 즉 정토신앙을 포교하는 스님이라는 뜻이다. ‘해동고승전’도 아도화상을 오늘날의 인도인 서축(西竺) 출신이라고 했다. 검단선사도 글자 그대로 검붉은 얼굴색을 가진 서역 출신 스님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일 수도 있다. 선운사는 백제 침류왕 원년(384) 중국 동진에서 건너온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세웠다는 백제 최초의 사찰 영광 불갑사와도 지척이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절집 이야기…순천 선암사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절집 이야기…순천 선암사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중 일부> 시인 정호승(68)에게 순천의 선암사(仙巖寺)는 위로이고 한(恨)이다. 그는 우리에게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서라도, 걸어서라도 선암사에 꼭 가라고 한다. 왜 굳이 저 멀리 순천의 선암사일까? 선암사야말로 눈물의 절이기 때문이다. 더 큰 눈물은 작은 눈물을 덮는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선암사가 소개된 이후 선암사에는 예전에 비해 부쩍 방문객들의 숫자가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순천의 선암사를 방문하기 전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선암사만의 힘든 역사를 미리 알고 가자. 전라남도 순천의 선암사다. 선암사는 익히 알다시피 조계종(曹溪宗)이 아닌 태고종(太古宗)의 대표 사찰이다. 태고종은 대처승 제도를 수용한 종법에 혼인이 허용된다. 바로 이 대처승 제도 때문에 해방 이후 많은 갈등이 불교계에 일어난다. 1954년 이승만 대통령의 “대처승은 사찰에서 물러가라”라는 요지의 유시가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이었으나 실은 해묵은 갈등의 표출에 불과하였다. 이후 대처승 측과 비구승 측은 오랜 힘겨루기를 한다. 이후 대처승 측이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이라는 이름으로 창종하고 양측은 법적인 싸움을 일단락 짓는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사찰의 관할권을 놓고 해묵은 갈등은 그대로 남아 있다. 바로 선암사가 당시 대처승려 측의 대표 종찰로서 사찰 내외부에서 물리적 충돌 및 많은 갈등을 겪어 오면서 지금까지 한국 불교의 한 맥을 지키고 있는 눈물과 한(恨)의 사찰이다. 실제 일반인들에게 선암사가 널리 알려진 시기는 1990년 후반부터였다. 이는 소설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75) 작가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조정래 작가의 부친이자, 현대시 ‘나도 푯말이 되어 살고 싶다’의 저자인 조종현(1906∼1989) 시인이 선암사 부주지를 지낸 철운(鐵雲)스님이었다. 선암사는 말 그대로 천년사찰이라는 명칭이 어울린다. 사찰의 시작은 백제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백제성왕 5년(527)에 현재 비로암 자리에 해천사(海川寺)를 창건한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의천대각국사에 의해 호남지역의 중심사찰로 거듭난다. 하지만, 정유재란(1597) 시기에 거의 모든 전각이 불타고, 몇몇 부도와 보탑만이 남게 된다. 이후 거듭된 중건을 거치지만, 영조 때에 이르러 또다시 화재로 폐사지경까지 이른다. 이후 반복된 중건과 화재를 거듭하다, 결국 6·25전쟁으로 대부분의 전각들은 소실되어 지금은 20여 동의 당우(堂宇)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오랜 사찰로서의 풍광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현재 사찰 경내에는 보물 제395호 선암사 삼층석탑과 보물 제1311호 순천 선암사 대웅전 등 다수의 주요한 문화재가 있어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쉽게 돌려보내지는 않는다. <선암사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꼭! 가 보았으면 한다. 송광사와 더불어 호남의 대표 사찰이다. 2. 누구와 함께? -혼자. 정호승의 시처럼 눈물이 난다면 걸어서라도. 3. 가는 방법은?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 선암사길 450/ 061-754-5953/ 순천역 시외버스정류장에서 1번 버스 4. 감탄하는 점은? -깊은 산세와 더불어 남아있는 사찰이 지닌 시간의 무게. 선암사 가는 길.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원래 호남지역에서는 유명했으며, 최근 방문객들이 부쩍 더 늘었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해우소, 대웅전, 삼층석탑, 승선교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호남의 한상 ‘대원식당’(744~3582), ‘명궁관’(741-2020), 돼지고기 김치찜 ‘진일 기사식당’(754-5320), 마늘통닭 ‘풍미통닭’(744-7041), 짱뚱어탕 ‘대대선창집’(741-3157), 떡갈비‘금빈회관’(744-5553)/ 지역번호 (061) 8.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seonamsa.net/index_sas.php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태백산맥 문학관, 순천만 정원, 낙안읍성 10. 총평 및 당부사항 -사찰로 가는 길이 아름답다.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여름 한낮 더위도 따라오지 못할 듯.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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