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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6회 교정대상] 봉사상 - 윤정환 정읍교도소 교정위원

    [제36회 교정대상] 봉사상 - 윤정환 정읍교도소 교정위원

    백제예술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1년 교정위원으로 위촉된 뒤 17년 넘게 수용자 멘토링 및 자매 상담, 불우 수용자 및 가족 돕기, 장애인·고령자 위로 행사 등 수용자 교화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한편으론 교정협의회, 교정가족화합 체육대회, 군산교도소 100주년 기념행사 등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교정 행정 발전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원불교도로 활동하며 2005년부터는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전북총괄본부장, 전주지역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장학금 지원, 범죄피해자 돌봄 등 지역 사회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 이상훈 작가, 소설 ‘제명공주’ 출간

    이상훈 작가, 소설 ‘제명공주’ 출간

    예능PD 출신으로 영화감독, 뮤지컬 연출가를 거친 이상훈 작가가 두번째 장편소설 ‘제명공주’(박하)를 내놓았다. 전작인 ‘한복 입은 남자’에 이어 우리 역사의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제명공주‘는 백제의 공주로 일본 천황의 자리에 오른 제명공주에 둘러쌓인 미스터리를 풀어낸 이야기이다. 작가는 10년간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4년간의 집필 끝에 제명공주를 완성했다. 제명공주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과 사촌 사이로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임성 태자 밑에서 자랐다. 일본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천황인 35대 고교쿠 천황(재위 642~645년)에 올랐다가 다시 37대 사이메이 천황(재위 655년~661년)에 오른 여인이다. 작가는 “백제는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고, 그 미래는 우리와 일본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라며 “일본과 우리를 연결하는 백제의 진실을 찾아내야만 한다. 제명공주의 삶을 밝혀낸다면 증오의 뿌리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복병 만난 ‘대고려전’/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복병 만난 ‘대고려전’/황성기 논설위원

    올 연말 전시를 앞두고 있는 ‘대고려전’이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대고려전은 고려 건국 1100년을 맞아 세계사적으로 ‘KOREA’를 널리 알린 고려(918~1392년)를 고찰해 보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야심 찬 기획이다. 첫째 복병은 해외에 있는 고려 문화재를 빌려 오는 게 순탄치 않은 점이다. 한·일 관계가 해빙되고 있다지만 우리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일본 측이 마음을 열지 않고 임대를 꺼리고 있어서다. 교류가 있는 국공립박물관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사립박물관, 사찰로부터 빌리려는 고려 불화·불상, 나전칠기 등은 대전고법에 계류 중인 ‘도난 불상 사건’ 여파로 애를 먹고 있다.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직지심체요절’(1337년 간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랑스 측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가 한국 내에서 전시되는 동안 우리 정부가 한시적으로 압류나 몰수를 금지한다’는 압류면제법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반드시 직지를 돌려준다는 ‘보험’을 프랑스가 요구한 셈인데, 국회에서 논의하다가 지금은 답보 상태다.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직지를 국내에서 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른 복병도 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전시 기간(12월 4일~2019년 3월 3일) 중 서울에 모셔 온다는 계획이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해인사 본사와 말사의 주지 회의가 조만간 열리는데 여기서 승인하지 않으면 대장경 반출은 어렵다. 해인사 대장경은 두 차례 바깥나들이를 했다. 1993년 ‘한국의 책문화 특별전’에 대장경 2매, 2010년 ‘국제기록문화전시회’에 1매가 바깥 바람을 쐰 것이다. 밝은 소식도 있다. 4·27 남북 정상회담으로 문화예술체육 분야 교류에 물꼬가 트인 것은 숱한 복병 속에 다행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북한 국보 ‘고려 태조(왕건)상’ 등 50점을 임대한다는 방침이다. 50여점에는 남북이 공동으로 발굴조사를 한 개성 만월대에서 나온 금속활자 등이 포함돼 있다. 박물관은 대고려전에 ‘국제도시 개경과 고려 왕실의 미술’ 코너도 두는데, 북한의 협조를 기대하고 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4월 3일 평양에서 만난 박춘남 문화상에게 대고려전에 북한의 참여를 제안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역사적인 ‘고려 1000년’ 1918년은 일제강점기로 어떤 기념행사도 치르지 못했다. ‘고려 1100년’ 2018년은 남북이 고려를 통해 민족의 문화적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대고려전이 불교가 꽃피운 고려 문화의 정수, 팔만대장경의 출품 등으로 더 풍성해졌으면 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뮤지컬 한류 봄바람

    뮤지컬 한류 봄바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정체됐던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 ‘뮤지컬 한류’ 훈풍이 불고 있다. 남북 교류가 물꼬를 트고 중국의 한한령(限韓令)도 완화될 조짐이 보이면서 한국 뮤지컬들의 중화권 안착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한국어 작품인 뮤지컬 ‘헤드윅’과 창작 뮤지컬 ‘팬레터’가 오는 7~8월 대만 ‘내셔널 타이중 시어터’(NTT) 무대에 오른다. NTT는 대만 국립공연예술센터 산하 1호 국립극장이다.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으로 2005년 한국어 라이선스로 국내에 초연된 ‘헤드윅’은 7월 20~22일, 대만에서 공연되는 첫 창작 뮤지컬로 기록될 ‘팬레터’는 8월 17~19일 무대에 선다. ‘헤드윅’의 대만 무대는 배우 오만석이 한국어 공연을, 더블 캐스트인 마이클 리가 영어 공연을 한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배경으로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팬레터’는 홍콩 왕자웨이(王家衛) 감독이 투자해 수익까지 거둔 작품이다. 두 작품의 대만 진출은 정규 공연이 아닌 NTT의 해외 작품 초청 페스티벌 참여다. 그럼에도 주목되는 건 향후 중국 라이선스 수출이나 중화권 합작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제작사 라이브의 또 다른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이미 중국에 수출돼 중국어 버전 공연이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 공연계 라이선스·장기 공연 등 해외 진출 박서연 라이브 이사는 7일 “중국 제작사와 ‘팬레터’ 라이선스 계약을 곧 체결할 예정”이라며 “대만 등 중화권 수출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헤드윅’을 제작한 쇼노트의 임양혁 이사는 “헤드윅뿐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중화권에서의 라이선스 계약이나 장기 공연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7년 한국 창작 뮤지컬 가운데 첫 미국 브로드웨이 입성작인 ‘명성황후’는 국내 공연팀의 해외 투어였다. 국내 공연계가 해외 진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라이선스 수출부터 뮤지컬 ‘스릴 미’처럼 해외 판권을 사들여 국내에서 재창작한 후 역수출하는 방식까지 비즈니스 모델도 다변화되고 있다. ●해외 자본 제작 투자… 韓·中·日 언어로 기획 특히 중국 등 중화권은 국내 창작 뮤지컬 진출의 교두보로 부상하고 있다. 소재도 한국적인 것에서 세계적인 서사까지 다양해지는 추세다. 서울예술단이 저승과 윤회라는 한국적 정서를 바탕으로 제작한 ‘신과함께’ 역시 중화권과 동남아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국영 자본이 투입된 중국 제작사가 각각 100만 달러를 투자한 뉴컨텐츠컴퍼니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벤허’는 대륙과 중화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화권 문호가 모든 뮤지컬 작품들에 열린 건 아니다. 이미 중화권 시장에 진출했거나 가시화된 작품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작품들이다. 라이브의 박 이사는 “‘마이 버킷 리스트’와 ‘팬레터’ 모두 초기부터 한국·중국·일본어 3개 버전 제작으로 기획한 작품”이라면서 “해외 파트너들도 한국 뮤지컬의 기획·제작력, 공연 노하우를 높이 평가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이전보다 비싼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뮤지컬 시장 정체… 관객 수 20% 급감 국내 공연계가 중화권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유는 국내 뮤지컬 시장이 정체되면서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연 시장은 2016년 7480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축소됐고, 뮤지컬 관객 수는 전년보다 20.1% 급감했다. 쇼노트 임 이사는 “내수 시장의 한계와 위기를 극복할 대안은 중국 등 중화권 시장뿐”이라고 단언했다. 공연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과 상호 시너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회성 깜짝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교류와 우호적 관계를 맺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중화권은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 즉 잠재력은 크지만 서양의 세계적인 뮤지컬 작품들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뚫기 어려운 시장”이라면서 “중국 제작·투자사들과 중장기적으로 교류하며 그들의 자본과 우리 기술·제작 노하우가 결합하는 호혜적 모델이 중화권 비즈니스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쉰자오추롄’(尋初戀·첫사랑 찾기)이라는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안착한 ‘김종욱 찾기’나 신라의 원효와 의상대사의 이야기를 다룬 ‘쌍화별곡’ 등은 사드 이전부터 중국에서 호평받았다”며 “유교적 전통과 불교문화를 공유하는 중화권은 한국적 정서가 깃든 창작 작품도 요리만 잘하면 훌륭한 만찬이 될 가능성 큰 시장”이라고 짚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조희연, 진보 단일 후보… 서울교육감 ‘4파전’

    조희연, 진보 단일 후보… 서울교육감 ‘4파전’

    이성대 “시스템 문제… 무효” 반발 추진위 “심의 거쳐 곧 공식 발표” 이준순, 경선 불참… 보수는 무산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교육감을 새로 뽑는 6·13 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진보진영 단일 후보가 조희연 현 서울교육감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보수진영은 예비후보 한 명이 독자 출마를 선언, 단일화가 무산됐다. 6일 서울교육감 선거 진보진영 단일화 기구인 ‘2018촛불교육감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전날 조 교육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 출신 이성대 예비후보와 겨룬 경선에서 승리했다. 1만 2944명(투표율 75.1%)이 참여한 선거인단 투표(모바일+현장) 결과 70%에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30%를 보탠 경선에서 약 78%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 그러나 이 후보 측에서 투표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후보 측은 “결과 발표장에서 투표자 숫자가 잘못 나왔는데 이를 모바일 투표 담당업체에서 즉시 정정했다”면서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 투표 시스템에 업체가 임의 접근이 가능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개표 결과의 신뢰성이 상실됐다”고 주장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본투표 실시 전 이뤄진 테스트 투표자 41명이 포함됐다가 나중에 삭제된 것”이라면서 “이 후보 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내부 심의를 거쳐 7~8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은 “모바일 투표 관련 서버를 제3자인 전문가와 함께 검증해야 한다”면서 “추진위 측에서 서버 공개를 거부할 경우 검찰 수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보수진영 단일화는 결렬 모양새다. 보수진영은 현재 ‘좋은교육감후보추대본부’(교추본)와 ‘우리교육감추대시민연합’(우리감) 두 기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경선 과정에 있다. 이 중 전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 이준순 예비후보가 지난달 30일 “두 기구가 특정 후보 밀어주기를 하고 있다”면서 단일화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경선은 오는 10일까지 이뤄지는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 100%로 결정된다. 보수진영 후보는 경선에 남은 곽일천(전 서울디지텍고 교장)·두영택(광주여대 교수)·박선영(동국대 교수)·최명복(한반도평화네트워크 이사장) 예비후보 중 1인과 이 예비후보로 갈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서울교육감 선거는 중도로 분류되는 서울대 교수 출신 조영달 예비후보를 포함해 조 교육감과 보수 진영 후보 2명 등 4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서울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로 조희연 교육감 선출

    서울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로 조희연 교육감 선출

    서울시교육감 선거 진보진영 단일후보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선출됐다.‘2018서울촛불교육감 추진위원회’는 조 교육감과 이성대 예비후보(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 간 양자대결로 치러진 경선에서 조 교육감이 승리했다고 5일 밝혔다. 각 후보 득표율 등 구체적인 경선결과는 후보 간 합의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경선에는 1만2944명(투표율 75.1%)이 참여한 선거인단 투표와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여론조사 결과가 각각 7대 3 비율로 반영됐다. 관심을 끈 선거인단 중 만13세 이상 청소년(916명) 투표율은 57.2%로 집계됐다. 경선결과 발표 직후 조 교육감은 “오늘 경선 승리는 본선 승리를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화해협력,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 삶을 챙기는 행정으로 지지를 얻었듯 안정적인 서울교육으로 시민과 하나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고 평등하고 공정하게 교육받도록 하는 것을 앞으로 지표로 삼겠다. 어떤 학교에 진학하든 원하는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기초학력 증진에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경선결과가 나오면서 이번 선거는 조 교육감과 중도로 분류되는 조영달 예비후보(서울대 교수), 보수진영 단일후보 간 3자 대결로 치러지거나 보수진영에서 단일후보 외 1명이 더 출마해 4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성향인 ‘좋은 교육감 추대 국민운동본부’(교추본)와 ‘우리 교육감 추대 시민연합’(우리감) 공동위원회가 주관하는 단일후보 경선에는 곽일천(전 서울디지텍고 교장)·최명복(한반도평화네트워크 이사장)·박선영(동국대 교수) 예비후보 등 4명이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10일 발표된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장을 지낸 이준순 예비후보(대한민국미래교육연구원장)는 최근 보수진영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통도사·부석사·법주사·대흥사, 세계유산 된다

    경남 양산 통도사와 경북 영주 부석사가 충북 보은 법주사, 전남 해남 대흥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이 지난해 1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개 사찰 중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등 4개 사찰을 등재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등재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 사찰은 경북 안동 봉정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다. 마곡사와 선암사는 역사성이 떨어지고, 봉정사는 사찰 규모가 작다는 것이 제외 이유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등재 신청한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의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하며,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등재된다. 최종 등재 여부는 새달 24일부터 7월 4일까지 바레인에서 열리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번에 등재 권고를 받은 사찰은 7세기 이후 한국 불교의 전통을 현재까지 이어 오는 종합 승원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았으며 개별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계획 등도 충분한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건봉사, ‘642칸 당우’와 영화·쇠락 함께… 만해, 소실된 ‘正史’ 재발간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건봉사, ‘642칸 당우’와 영화·쇠락 함께… 만해, 소실된 ‘正史’ 재발간

    고성 건봉사는 민통선을 지나지 않고 남쪽에서 접근하면 편안하다. 지난해 완전 개통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해 바다에 닿을 때쯤 삼척에서 속초를 잇는 동해고속도로로 갈아탄다. 그렇게 북쪽으로 달리다 고속도로 끝에서 동해안을 따라가는 7번 국도에 진입해 조금만 올라가면 고성 땅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운전하면서 딴생각을 하다 간성읍에서 진부령으로 가는 46번 국도로 접어들어야 하는 것을 잊고 화진포해수욕장까지 내쳐 달렸다. 차를 돌려 조금 내려오니 반갑게도 건봉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거진읍에서 절에 접근하는 길이다.산길로 접어든다 싶더니 바리케이드 너머 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주민등록증을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려 주고 나서 통과할 수 있었는데 검문소는 하나가 더 있었고 절차도 반복됐다. 건봉사가 민간인 출입 통제에서 풀린 것은 1988년이다. 일대는 6·25전쟁의 격전지였고, 절 주변에서 특히 전투가 치열했다고 한다. 이번 ‘판문점 선언’에는 군사분계선(DMZ) 주변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건봉사 가는 길’도 그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건봉사는 전쟁 이전 대웅전, 극락전, 관음전, 사성전, 보제루, 어실각, 수침실 등 642칸의 당우가 있는 강원 최대 절집이었다고 한다. 1920년대 사진을 보면 신흥사, 백담사, 낙산사를 말사로 거느렸던 시절 위세의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수침실(水砧室)은 물레방앗간이다. 하지만 전쟁으로 모두 불탔다. 건봉사는 앞서 1878년(고종 15)에도 산불로 3183칸의 전각이 타 버렸다는 기록도 있다. 사라진 전각은 1879년 개운사·중흥사·봉은사·봉선사·용주사 등이 힘을 합쳐 중건했다고 한다. 지금 건봉사의 전각은 대부분 최근에 다시 지은 것이다. 강당인 봉서루에는 ‘금강산 건봉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건봉사는 금강산 줄기에 자리잡기는 했지만 금강산은 아니다. 그럼에도 금강산 유람에 나선 옛 사람들은 간성을 지나 건봉사에 이르면 누구나 금강산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생각했다. ‘홍길동전’을 지은 교산 허균(1569~1618)은 1603년(선조 36) 궁궐의 마구간을 관리하는 사복시정(司僕寺正)이라는 벼슬에서 파직되자 금강산 유람길에 오른다. 이때 건봉사 스님 방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긴 한시를 남겼는데 여기에도 ‘건봉사가 어드메냐 / 금강산 속에 있어 높고도 아스라하다’는 대목이 보인다.건봉사의 정사(正史)는 ‘건봉사와 그 말사의 사적(事蹟)’이라고 할 수 있다. 고종 시대 대화재로 각종 자료가 대거 사라짐에 따라 새로 수집한 역사를 바탕으로 만해 한용운(1879~1944)이 대표 집필해 1928년 발간한 것이다. 편년체로 절의 연혁을 정리하고 부속 암자, 재산, 유물, 진영, 명소 등의 순으로 기술했다. 만해는 당시 건봉사의 승려였다. 건봉사 사적은 절의 역사가 신라 법흥왕 7년(520)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적었다. 아도(阿道)가 원각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는 것이다. 법흥왕 7년은 신라가 불교를 공인하기 8년 전이고, 아도는 그 훨씬 이전 고구려에 불교를 전했다는 인물이니 절의 권위를 높이기 위한 ‘역사 끌어올리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절들이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 고승을 창건주로 내세워 역사를 윤색하는 것이 사실이다. 건봉사의 경우도 지리적 위치를 보면 삼국시대 당시 외래 문물을 받아들이는 중심 루트에서 벗어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도는 특정시대 특정인을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다. 아미타(阿彌陀)신앙, 곧 정토신앙을 전파하는 승려라면 누구나 아도이고 아도화상이다. 역사책에서 아도나 아도화상이라는 이름이 각각 다른 시대에 등장하는 이유다. 신라가 함경도 일부까지 점령하고 황초령비와 마운령비를 세운 것은 진흥왕 시대다. 법흥왕 시대 건봉사 일대는 신라보다 고구려의 영향력이 더 컸을 수도 있다. 신라 중심으로 보면 불교를 공인하기 이전 법흥왕 시대 건봉사의 창건은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창건을 ‘신라 법흥왕 7년’이 아니라 같은 해인 ‘고구려 안장왕 2년’이라고 보면 논리적 모순은 없다. 건봉사는 염불만일회(念佛萬日會)가 시작된 절이다. 염불계(念佛契)라고도 하는 염불만일회는 1만일 동안 극락왕생을 위해 아미타 부처의 이름을 마음을 다해 부르는 모임이다. 758년(신라 경덕왕 17) 발징이 절을 중건하면서 염불만일회를 베풀었는데, 신도 1820명이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다. 건봉사에서는 19~20세기에도 세 차례 염불만일회가 열렸다. 조선시대 건봉사는 1464년 세조가 행차해 자신의 원당(願堂)으로 삼으면서 척불(斥佛)시대에도 왕실의 보호를 받는 사찰이 되었다. 금강산을 유람하는 문인과 관료들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건봉사에서 하룻밤을 묵어 갔던 것도 감당할 만한 경제력이 절에 있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때는 서산대사의 명을 받은 사명대사가 이끄는 6000명 남짓한 의승군이 건봉사를 훈련의 근거지로 삼기도 했다. 건봉사는 만해의 존재에서 보듯 일제강점기 교육운동과 항일운동에 매우 활발했다. 깊은 산골에 자리잡고 있었지만 절을 찾는 당대 문인·지식인들과 교유하면서 시대 변화에 눈뜰 수 있었고, 더불어 종교의 역할도 깊이 있게 고민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1909년 당시 건봉사의 말사였던 백담사에서 탈고해 1913년 간행한 ‘조선불교유신론’은 물론 만해 개인의 저서지만, 진취적인 건봉사의 분위기가 응축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불교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진로를 개척해 본연의 자세로 복귀해야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현실 세계에서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논지다. 무엇보다 염불당을 폐지하고 염불을 개혁해야 한다는 ‘유신론’의 한 대목은 건봉사에 몸담고 있는 승려의 주장으로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1908년 회향한 염불만일회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그 문제점을 파악한 결과로 보기도 한다. 만해는 “대낮이나 맑은 밤에 모여 앉아 찢어진 북을 치고 굳은 쇳조각을 두들겨 가며 의미 없는 소리도 대답도 없는 이름을 졸음 오는 속에서 부르고 있으니, 이는 과연 무슨 짓일까”라면서 ‘아미타불’을 부르며 극락왕생을 비는 염불만인회를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중생들의 거짓 염불을 폐지하고 참다운 염불을 닦게 하겠다는 취지”라고 적었다. 이런 설명을 듣고 절을 둘러보면 삼국시대 고찰의 분위기를 느끼기는 쉽지 않아도 최근의 석물(石物)도 무의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절 마당에 들어서 왼쪽에 보이는 ‘만해당 대선사시비’도 그렇다. 그 옆 ‘사명대사기적비’도 지난해 복원한 것인데, 파손된 옛 비석 조각의 일부가 남아 있다. 사명대사가 왜적에게서 되찾아온 양산 통도사의 진신사리 일부를 건봉사에 안치했다는 사실 등이 기록되어 있다.건봉사의 성속(聖俗)을 가르는 경계는 불이문(不二門)이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결국 삶과 죽음도 다르지 않다는 뜻이라고 한다. 불이문은 6·25 와중에 파괴되지 않은 유일한 건축물이다. 편액의 글씨는 근대 명필 해강 김규진(1868~1933)이 썼다. 불이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시냇물을 건너면 대웅전이고, 곧바로 올라가면 적멸보궁이다. 대웅전 가는 길에 놓인 다리가 능파교다. 조선 숙종 시대 지은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로 2002년 보물로 지정됐다. 절 진입로의 홍예다리도 차를 타고 가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과거의 흔적이다.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적멸보궁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일종의 무덤과 그 무덤에 배례할 수 있도록 지은 전각이다. 사명대사기적비에 언급된 진신사리를 모시고자 조성했을 것이다. 지금 불이문에서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왼쪽의 넓은 터전에는 아직 복구하지 못한 옛 전각의 주춧돌만 가득하다. 이 또한 건봉사의 역사를 보여 준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통도사·부석사·법주사·대흥사, 세계유산 된다

    경남 양산 통도사와 경북 영주 부석사가 충북 보은 법주사, 전남 해남 대흥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확실시된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한국이 지난해 1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7개 사찰 중 통도사, 부석사, 법주사, 대흥사 등 4개 사찰을 등재 권고했다고 4일 밝혔다. 등재 권고 대상에서 제외된 사찰은 경북 안동 봉정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다. 마곡사와 선암사는 역사성이 떨어지고, 봉정사는 사찰 규모가 작다는 것이 제외 이유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이코모스는 각국이 등재 신청한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의 네 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선택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당사국에 전달하며, 등재 권고를 받은 유산은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등재된다. 최종 등재 여부는 새달 24일부터 7월 4일까지 바레인에서 열리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번에 등재 권고를 받은 사찰은 7세기 이후 한국 불교의 전통을 현재까지 이어 오는 종합 승원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았으며 개별 유산의 진정성과 완전성, 보존관리계획 등도 충분한 요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코모스가 제외한 3개 사찰까지 포함해 7개 사찰 모두 등재될 수 있도록 보완 자료를 작성하고 위원국 교섭 활동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염무웅 겨레말큰사전 이사장

    염무웅 겨레말큰사전 이사장

    통일부는 3일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신임 이사장에 염무웅(77·실명 염홍경) 문학평론가를 지난 1일자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염 신임 이사장은 문학계, 출판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6·15 민족문학인협회 남측 회장을 지낸 바 있다”고 말했다.염 신임 이사장은 서울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하고 창작과비평사 대표, 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영남대 독어독문학과 명예교수이자 임화문학상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강원 속초 출신인 염 신임 이사장은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최인훈론’으로 데뷔해 팔봉비평문학상, 단재상 문학부문, 요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평론부문, 근정포장 등을 수상했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 후속조치로 기존 추진사업 중 민족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중요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과 개성만월대 발굴조사사업 재개부터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임 이사장인 고은 시인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지난 3월 면직 처리됐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조선에 주자학 시대 열다…세계의 퇴계학으로 발전하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조선에 주자학 시대 열다…세계의 퇴계학으로 발전하다

    12월 8일, 아침에 분매(盆梅)에 물을 주라고 하셨다. 유시(오후 5~7시)에 푸른 하늘에 갑자기 흰 구름이 몰려와 지붕 위에 모이더니 눈이 한 치 남짓 쌓였다. 잠시 뒤에 선생이 자리를 정돈하고 부축해 일으키게 하시고 일어나 앉아서 서거하시니, 곧바로 구름이 흩어지고 눈이 그쳤다.1570년 음력 12월 8일 조선의 대학자 퇴계 이황(李滉·1501∼1570년)이 세상을 떠나는 광경을 제자 이덕홍이 보고 기록한 것이다. 참으로 성자의 장엄한 낙조라 아니할 수 없다. ‘고칠현삼’(古七現三)이란 말이 있다. 현대에 나온 책을 세 권 읽으면 고전은 일곱 권 읽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전은 오랜 세월 많은 사람이 읽은 책이라 이미 검증돼 믿을 수 있다고 보증된 책이다.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가장 널리 영향을 끼친 책은 무엇일까. 신라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는 중국 화엄종에서도 채택돼 ‘해동소’(海東疏)로 불리고, ‘십문화쟁론’은 당나라 때 이미 인도에서 번역됐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읽히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많이 읽힌 고전은 아마 이황의 저술인 ‘퇴계집’이 아닐까 싶다. 퇴계집이야말로 조선에 본격적인 주자학 시대를 연 저술로 후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우리 고전 중 고전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황의 저술은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건너가 일찍부터 간행됐다. 일본에서는 이황을 ‘주자 이후 일인자’로 칭송했다. 그중에서 1811년 무라지 교쿠스이가 편집한 ‘이퇴계서초’(李退溪書抄·전10권)는 이황의 편지를 가려 뽑은 책이다. 중국에서는 1945년 이전에 북경 상덕여자대학 재단에서 이황의 ‘성학십도’를 인쇄해 판매한 일도 있었으니, 유학의 본고장에서도 이황은 크게 존숭받은 셈이다. 현대에 와서는 대만 국립사범대학에 퇴계학연구회가 부설됐고, 미국과 독일에도 퇴계학연구회가 생겼다. 또한 국제퇴계학회가 창설돼 1976년 이래로 거의 해마다 한국·일본·대만·미국·독일·홍콩 등지에서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주자학 시대 연 대학자 조선은 주자학의 나라라 하지만 이황 이전에는 주자학의 정밀한 이론이 학자들 사이에 수용되지 못했다. 고려 때 크게 유행한 불교의 영향도 남아 있었다. 이황 이전에도 ‘심경’, ‘근사록’, ‘성리대전’ 등 성리학 저술이 있었지만, 조선에서 ‘주자대전’을 최초로 완독하고 연구한 학자는 이황이다. 주자대전 완질은 중종 18년(1523년) 교서관에서 처음 간행됐으나, 20년 후인 1543년 43세의 이황이 처음 그 책을 입수했다. 이황은 주자대전을 읽고 연구한 지 13년 만인 56세 때 편저인 ‘주자서절요’를 완성했다. 주자대전의 편지 중에서 정수를 추려 모은 것으로, 비록 편저이지만 이황의 주자학 연구의 깊이를 유감없이 보여 준 명저다. 학자들이 방대한 주자대전을 다 읽지 않아도 주자학의 정수를 습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이 간행되자 학계 신진 학자들이 크게 호응해 이 책을 통해 주자학에 입문했으니, 조선에 본격적인 주자학 시대를 연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비롯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주자서절요는 조선에서만 도합 8차례 활자와 목판으로 간행됐고, 일본에서도 4차례 목판본으로 간행됐다. 실로 ‘사서삼경’에 버금가는 권위와 영광을 누린 것이다. 한편 이황은 호남 선비들과의 우정이 특히 각별했다. 33세 때 성균관에서 하서 김인후와 만나 의기투합한 이후 환로에서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 금호당 임형수, 칠계 김언거 등과 사귀었다. 성균관 대사성으로 재직하던 58세 때에는 고봉 기대승을 만났다. 이황과 기대승이 주고받은 편지는 100여통이 넘지만, 기대승은 불과 세 차례 서울에서 이황을 만났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황은 문하에 출입한 제자 중에서 도산서당의 강석에서 직접 배운 영남의 많은 학자를 제치고 기대승을 가장 높이 인정했다. 그래서 이황이 벼슬을 그만두고 조정을 떠날 때 선조가 조정 신료 중 누가 학문이 뛰어난 사람인지 묻자 “기대승은 글을 많이 보았고 성리학에도 조예가 깊어 통유(通儒)라 할 만합니다”며 기대승을 추천했으니, 그가 기대승을 내심 가장 뛰어난 제자로 인정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황과 기대승은 유명한 ‘사칠논변’(四七論辯)을 펼쳤다. 이황은 기대승과 토론을 거쳐 “사단은 리가 발해 기가 이를 따르고 칠정은 기가 발해 리가 이를 탄다”(理發而氣隨之 氣發而理乘之)고 하는, 소위 ‘리기호발설’(理氣互發說)을 주장했다.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인 사단과 칠정의 관계와 개념을 더욱 분명히 분석하고 정의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주자학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향후 학계에 오랜 세월 토론할 큰 쟁점을 던졌다. 실로 주자학 역사에 대서특필할 큰 학문적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도산서원에서의 만년 꽃은 바위 벼랑에 피고 봄 고요한데 새는 시냇가 나무에 울고 물은 잔잔해라 우연히 산 뒤로부터 제자들을 데리고서 한가로이 산 앞에 이르러 서당을 보노라. 계상의 집에서 산을 넘으며 도산서당에 이르러 읊은 시로, 이황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회갑 해인 1561년에 지은 시로 학문이 원숙한 경지에 이른 노학자의 정신세계가 담담한 필치로 잘 그려져 있다. 이 시는 눈에 보이는 경치를 읊었을 뿐이라 일견 단조로워 보인다. 그렇지만 오히려 자신의 상념을 개입하지 않고 자연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그대로 그려낸 데에서 시의 울림은 오히려 크다. 우연히 본 경치를 그대로 읊어 놓은 작품인 데도 오래 두고 욀수록 작자의 깊은 정신세계가 느껴지면서 더욱더 좋다. 신유년(1561) 4월 15일에 선생이 조카와 손자 안도(安道) 및 덕홍(德弘)과 더불어 달밤에 탁영담(濯纓潭)에 배를 띄워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서 반타석(盤陀石)에 배를 정박했다가 역탄(灘)에 이르러 닻줄을 풀고 배에서 내렸다. 세 순배 술을 마신 다음 선생이 옷깃을 바루고 단정히 앉아 마음을 고요히 가다듬고 한참 동안 가만히 계시더니 ‘전적벽부’(前赤壁賦)를 읊으셨다. 제자인 이덕홍이 기록한 글이다. 이 무렵이 이황으로서는 도산서당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가장 안온하고 행복한 삶을 누렸던 시절이었다. 이후로 임금의 부름을 받아 출사와 사직, 상경과 귀향을 반복해야 했던 이황은 노병을 이유로 누차 간곡히 사임한 끝에 1569년 3월에야 69세 나이로 우찬성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 해 뒤에 세상을 떠났으니 나이 70세, 1570년 12월 8일이었다. 1569년 3월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듬해 12월에 세상을 떠났으니, 꿈에도 그리던 도산서원에서 안돈한 지 2년이 채 못 되었다. 이황이 세상을 떠났다는 부음을 듣자 선조는 3일간 정무를 보지 않음으로써 애도했다. 사후 영의정에 추증되었고 문순의 시호를 받아 문묘에 배향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최고의 추앙을 받고 있다. 이상하 한국고전번역원 교수 ■ 퇴계집 해제 총 63권…편지에 학문·인간적 면모 잘 나타나퇴계집은 도합 63권의 방대한 분량이다. 이 중에서 이황의 학문과 인간적 면모를 잘 보여 주는 것은 편지들이니, 어떤 것은 아름다운 문학 작품이 되고 어떤 것은 깊은 철학 논문이 된다. 이 중에서도 기대승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특히 중요함은 말할 나위 없다. 이 밖에 68세 때 어린 선조 임금에게 올린 ‘무진육조소’와 ‘성학십도’는 이황의 대표적 저술이다. ‘천명도설서’, ‘심경후론’, ‘전습록변’ 등도 이황의 저술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도연명과 두보, 주희의 시를 배웠다고 하는 이황의 시도 매우 격조와 문학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이황의 인품은 대개 근엄하고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편지들을 보면 매우 자상하고 진솔하며 인정이 많고, 의외로 활달한 면도 보인다. 현재 퇴계학연구원에서 이황의 저술들을 샅샅이 모아 정리하는 정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정본에는 ‘퇴계집’을 간행할 때 빠진 글들을 다 수록하는데, 학문적인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을지 몰라도 이황의 일상과 인품을 읽을 수 있는 글이 많다. 오늘날 우리가 읽기에는 오히려 더 수월하고 재밌다. 끝으로 그중에서 이황의 해학을 엿볼 수 있는 짧은 편지 한 부분을 소개한다. 손자 안도가 과거에 급제한 것을 두고 겸사로 한 농담이다. “안도 녀석이 과거에 급제했고 게다가 혹 높은 등수를 차지할 수도 있다고 하니, 쑥대 그물에 범이 잡혔고 장님이 문지기를 선 셈이로군. 마음이 기쁘면서도 괴이쩍다.”
  • 조계종 “MBC는 불교 음해 세력”…‘PD수첩’ 제기 의혹 반박

    조계종 “MBC는 불교 음해 세력”…‘PD수첩’ 제기 의혹 반박

    대한불교조계종은 2일 MBC ‘PD수첩’ ‘큰스님께 묻습니다’ 방송과 관련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조계종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MBC가 조계종과 관련한 의혹 수준의 문제 제기 내용을 방영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MBC 최승호 사장과 PD수첩 제작진, 불교닷컴을 불교를 음해하는 훼불세력으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MBC ‘PD수첩’은 전날 방송에서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을 둘러싼 숨겨진 자녀, 학력 위조, 사유재산 은닉, 성폭력, 유흥업소 출입 등의 의혹을 파헤쳤다. 조계종은 “방송은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 주장을 토대로 구성됐다”며 “이 대표는 그동안 종단을 향해 악의적 비방과 비판도 모자라 폭로청탁의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는 피고의 지위에서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취득한 정보를 MBC에 제공해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은 불교닷컴으로부터 받은 불법정보를 가공해 자료화면으로 사용한 MBC에도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조계종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친자 의혹을 해명하겠다는 것이 설정 스님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불교닷컴 이석만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반드시 명확하게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스님은 재판부에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혀 오는 10일쯤 검사가 예정돼 있으며, 그 전에라도 검사를 받을 용의가 있다고 조계종은 전했다. 조계종은 학력문제는 설정 스님이 이미 지난해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며 잘못을 시인하고 참회했음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왜곡과 음해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유재산 은닉 의혹에 대해서도 방송이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는 불특정 스님을 등장시켜 왜곡, 날조했다고 지적했다. 조계종은 “조계종에 편향된 의식을 가진 최승호 사장이 공영방송을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결과물이 이번 방송”이라며 “종단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던 명진 스님과 불교와 무관한 이들이 포함된 ‘적폐청산 시민연대’라는 단체의 구성원들을 인터뷰 등의 화면으로 내보내는 행위는 공영방송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균형성마저도 상실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현응스님, 성추행·유흥업소 출입 보도에 “사실이면 승복 벗겠다”

    현응스님, 성추행·유흥업소 출입 보도에 “사실이면 승복 벗겠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1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에서 자신의 성추행과 유흥업소 출입 관련 의혹을 보도하는 것에 대해 “방송내용이 사실이라면 내가 승복을 벗겠다”고 방송중단을 요청했다.현응스님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내고 “나를 음해하는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는 곧 밝혀질 것”이라면서 “허위 글을 사이트에 올린 자, 허위 인터뷰를 한 자들은 모조리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배후조정자들의 실체도 곧 드러날 것이고 그들도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디수첩은 나에 대한 직접취재도 없었고, 반론권도 보장하지 않았다”며 “전날 4월30일 오후 4시19분에야 담당피디가 최초로 내게 전화문자를 보냈다. 나에 대한 방송내용에서 허위사실이 드러난다면 최승호 사장은 방송계를 떠나기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피디수첩은 ‘조계종 큰스님들, 그들은 어디에?’ 예고편에서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3대 의혹과 함께 현응스님의 성추행 의혹 등 방송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앞서 조계종은 지난달 25일 서울서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1일 결정을 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현아 이혼 소송…남매 조원태·현민의 결혼 여부는

    조현아 이혼 소송…남매 조원태·현민의 결혼 여부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44)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결혼 8년 만에 남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당했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과 막냇딸 조현민(35) 전 대한항공 전무의 결혼 유무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0년 동갑내기 성형외과 의사 A씨와 결혼했다. 두 사람은 초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졌다. 결혼 직전 해부터 한진그룹 안팎에서 조 전 부사장의 교제 사실이 알려졌지만 나이에 비해 늦은 결혼이고 일반인인 예비신랑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교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일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 및 양육자 지정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조원태 사장은 누나보다 먼저 2006년 5월 결혼했다. 상대는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녀 김미연씨다. 김태호 충북대 정보통계학과 교수의 딸인 김씨는 서울대 경영대학원 재학 중에 조 사장과 결혼했다. 조 회장의 부인으로 최근 ‘갑질 파문’의 주인공이 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김씨의 어머니는 경기여고 선후배 사이이자 불교신자로 같은 사찰에 다니며 아들·딸의 혼사를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김미연씨의 조부인 김재춘 전 부장은 육군사관학교 5기 출신으로 1961년 박정희의 5·16 군사정변에 적극 가담했다. 이후 8~9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로 2014년 별세했다. 당시 조원태 사장의 결혼식을 취재한 브레이크뉴스에 따르면 결혼식은 한진그룹 소유의 인천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열렸다.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 동영상’이 찍힌 장소이자 한진일가 가족행사가 주로 열린 곳이다. 결혼식에는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문희상 의원, 박영선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김종필, 박태준, 남덕우 등 정계 원로들도 하객으로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컵을 던지고 폭언을 한 혐의로 새달 1일 경찰에 피의자로 소환돼 조사를 받는 조현민 전 전무는 미혼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계종, MBC ‘PD수첩’ 규탄대회 유보... 왜?

    조계종, MBC ‘PD수첩’ 규탄대회 유보... 왜?

    대한불교조계종은 오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키로 한 MBC 규탄 결의대회를 잠정 유보한다고 26일 밝혔다.조계종은 MBC PD수첩이 지난 24일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3대 의혹’편 방송을 예고하자 “불교에 대한 음해 행위”라며 “오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개최 예정인 중앙신도회 주최 행복바라미 행사에서 2만여명의 불자들과 함께 ‘불교파괴 왜곡 편파 방송 MBC 규탄 결의대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계종 측은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27일은 온 국민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기원하는 날로, 전국 각지의 불자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여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기원하는 금강경 독송 정진이 진행된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역사적인 날인 점을 감안해 규탄대회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측은 그러나 “5월 1일 방송예정인 MBC PD수첩이 예고방송에서 드러났듯이 과거의 종결된 사건을 포함해 종단을 비방했던 피징계자들의 인터뷰와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의혹 수준의 황색 저널리즘식 방송을 강행한다면 범불교도 결의대회 개최 등 종단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5000년, 세월이 지나 시간으로 남다 - 국립중앙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5000년, 세월이 지나 시간으로 남다 - 국립중앙박물관

    “피의 유물(blood antiquities, 블러드 앤티크)” 전쟁과 침략은 모든 것을 바꾼다. 그 중 수천 년 동안 한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문화재들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최근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즉 IS라고 불리는 테러 집단이 점령했던 시리아의 고대 로마, 비잔틴 유적지인 아파메아(Apamea)의 경우 위성으로만 보아도 5,000여개 이상의 도굴 흔적이 확인 된다. 실상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IS가 쓸고 간 시리아 지역에서 약탈된 피의 유물(blood antiquities, 블러드 앤티크)은 현재 추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조선 시대 임진왜란 및 각종 전란, 일제 강점 및 6.25 한국전쟁을 거쳐 수탈된 우리 문화재는 확인된 것만 8만 7천여 점이 넘는다. 국가도 다양해서 일본이 거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박물관 등지까지 우리나라 박물관에 당연히 있음직한 귀한 우리의 문화재들이 고스란히 전시중이다.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일본에 반환을 요구했던 공공기관 소장 한국문화재만도 4천4백79점이었으며 이중 일본 정부 소유 1천 3백여 점만이 1966년 5월에 반환되었고, 1967년에는 조선총독부가 동경박물관으로 반출했던 창령 고분 출토유물 1백6점만이 돌아왔을 뿐이다. 여전히 문화재 반환 노력은 진행 중이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로마는 로마에 있지 않고 프랑스와 영국에 있다’라는 말처럼 조선은 서울에 있지 않고 동경과 파리에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천 년 역사의 풍파 속에서 남은 흔적을 모으고 모아, 규모면에서는 세계 6대 박물관에 들어간다는 국립 중앙 박물관으로 가 보자. 2005년에 용산에 이전한 국립 중앙 박물관은 생각보다 규모나 전시품들이 훌륭하다. 당연히 대한민국 최고라는 점은 말할 것도 없고, 소장 유물만으로도 약 33만 점이 넘는 규모이니 관람객 수 기준으로는 아시아 1위는 분명하다. 지금의 국립 중앙 박물관의 연혁은 1909년 대한제국의 제실박물관에서 시작한다. 이후 일제 강점 시기 조선총독부 박물관과 이왕가박물관 기간을 거쳐 1946년에 덕수궁 안의 석조전 건물에서 지금의 박물관 모양새를 갖추게 된다. 이후 중앙청 건물과 경복궁 내 건물 등에 옮겨 다니다 2005년에 용산에 제대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장은 총 6개의 관과 50개의 실로 구성되어 12,044점의 유물을 전시하여 제공하고 있다. 국보 3호인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를 비롯해서 다양한 국보급 문화재들과 보물 등이 외부전시일정 및 유물의 보존 상태를 위하여 주기적으로 교체 전시되고 있다. 우선 중앙 로비인 으뜸홀을 기준으로 1층에는 구석기 시대부터 통일신라, 발해 시기까지의 선사 고대관과 고려, 조선, 대한제국의 역사자료가 있는 중, 근세관이 있다. 2층에는 개인 소장품들을 전시하는 기증관과 서화와 불교 회화, 목칠 공예 등을 전시하는 서화관이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3층에는 중국, 일본, 중앙아시아의 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는 아시아관과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의 도자 공예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조각 공예관이 있다. 또한 이러한 상설전시 외에 특별전시회 등도 시기마다 다채롭게 열리고 있어 1년 365일 볼거리가 가득한 박물관임은 분명하다. 오천 년의 세월을 지나 시간의 흔적으로 남은 귀한 유물들을 통해 다시금 우리 역사와 문화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는 시간을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특히 봄하늘 미세먼지 공습으로 인한 바깥나들이가 여의치 않다면 국립중앙 박물관은 훌륭한 체험 장소임은 분명하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 당연하다. 한 번이 아니라 수 십 번이라도 방문을 해도 좋다. 상설전시는 무료다. 2. 누구와 함께? - 어린이 박물관 시설이 아주 훌륭해서 가족 동반 나들이 장소로도 훌륭하다. 3. 가는 방법은? - 4호선 / 경의중앙선(문산-용문) / 이촌역 2번출구 방향 '박물관 나들길’ 4. 감탄하는 점은? - 교과서에서 사진으로나마 보았던 실물 유물들, 3층 아시아 문화관.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너무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지 않다. 주중은 한산한 편. 6. 꼭 봐야할 장소는? - 1층 대한제국실, 3층 고려 청자실 7. 먹거리 추천? -인근에 이태원이나 경리단길에 훌륭한 식당들이 많다. 8. 홈페이지 주소는? - www.museum.go.kr/site/main/home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이태원 거리, 경리단 거리, 전쟁박물관, 한글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한 국가가 지닌 문화의 힘은 박물관에서 나온다고 한다. 박물관 나들이는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실내 나들이 공간으로는 최고의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봄나들이 적극 추천!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평화기원’ 10만 연등 동대문~종로 물들인다

    ‘평화기원’ 10만 연등 동대문~종로 물들인다

    부처님오신날(5월 22일)을 봉축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 연등회가 내달 11~13일 서울 조계사와 종로 일대에서 열린다. 대한불교조계종 연등회보존위원회는 25일 “올해 연등회는 한반도 안팎의 급박한 정세 속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로 우리 마음과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내달 연등 행렬에 앞서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대형 석가탑등이 밝혀지며 봉축을 알렸다.연등 행렬은 새달 12일 오후 7시부터 서울 동대문을 거쳐 종로 일원, 조계사로 이어진다. 북한 문헌을 토대로 재현한 보산개, 연꽃수박등 등 19점의 ‘북한등’이 선두에 서고, 참가자 전원이 드는 10만개 연등에는 한반도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기원지가 달릴 예정이다. 올해 테마 연등은 한반도 평화를 연주하는 ‘주악비천등’이다. 주악비천은 옛 벽화와 범종 등에 등장하는 상상 속의 천녀다. 연등행렬 종료 후 종각사거리 일대에서는 다양한 전통공연 등과 아울러 ‘회향한마당’ 등이 진행된다. 연등 행렬은 13일에도 서울 인사동과 종로 일대에서 펼쳐지며, 새달 11~22일 조계사 옆 우정공원, 삼성동 봉은사, 청계천 등지에서 전통등 전시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린다. 특히 청계천에서는 ‘영원한 동심, 빛으로 만나는 불심의 세계’라는 주제로 옛날이야기와 설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형상화한 등이 도심을 장식할 예정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설정스님, PD수첩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설정스님, PD수첩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설정 스님 3대 의혹’을 다룬 MBC PD수첩의 방송을 금지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조계종은 “PD수첩이 불교계 일각의 의혹 제기를 비롯해 현재 소송 중에 있어 객관적 사실로 특정되지 아니한 사안까지도 포함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며 25일 서부지방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날 ‘PD수첩’은 오는 5월 1일 방송 예정인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3대 의혹’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이에는 ‘폭력·여자·돈 조계종의 민낯’ ‘의혹의 중심 설정스님’ 등의 자막과 함께 명진 스님, 유흥주점 사장 등과의 인터뷰를 담았다. 조계종 기획실장 금산 스님은 “만약 방송이 이뤄질 경우 사실과 다르거나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사실인 양 보도한다면 검토를 거쳐 손해배상 청구, MBC 사장 퇴진 운동 등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받아들여 종단이 바로 서는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설정 스님은 이날 조계종 총무원에서 열린 봉축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이 내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확실하게 밝히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의혹을) 확실하게 국민 앞에 밝혀야 할 책임이 있다. 사람들 앞에서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며 “(여건상) 당장 이뤄지지는 않고 있지만, 노력하고 있다. 어느 날 확실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단 자정 작업과 관련해서는 “종법 절차를 밟으면서 실현해야 하므로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종단이 바로 서는 모습을 차근차근 보여주겠다고 했다.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당시 불교계 일각에서 설정 스님을 상대로 학력 위조 의혹, 수덕사 한국고건축박물관 등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은처자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설정 스님은 당시 서울대 학력 위조 의혹을 인정했으며, 은처자 의혹은 부인하면서 향후 이에 대해 확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속가의 형인 전흥수 대목장이 조성한 한국고건축박물관 소유 논란과 관련해서는 “박물관이 건축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가압류를 당한 뒤 강제 경매 위기에 처했고 박물관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정 스님이 우선 개인 명의로 매매예약 가등기를 한 뒤 수덕사로 이전하려 했던 것”이라며 설정 스님이 박물관에 대한 소유권을 지닌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었다 조계종 관계자는 “박물관의 막대한 부채 때문에 수덕사로 당장 명의를 이전할 수 없었다”며 “명의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며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설정 스님은 은처자 의혹 등을 제기한 불교 매체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이 언론사 역시 이이 대해 맞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설정 스님은 앞서 “모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내 유전자부터 채취해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친자 의혹을 받는 당사자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인 데다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조계종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조계종은 설정 스님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정중하게 공문과 질문지를 보냈다는 PD수첩 측의 주장에 대해 “지난 16일 조계종 기획실 홍보국에 PD가 전화를 걸었고 질문지를 보내달라는 요청에는 정식 공문도 아닌 이메일 질문지를 보냈을 뿐이며 24일에야 MBC대표이사 사장 명의로 작성된 공문을 홍보국으로 전달해왔다”고 반박했다. 또 “강지웅 CP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담당 PD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했지만, 담당 PD는 조계종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있으며, 수덕사에서 설정 스님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설정스님 3대 의혹 제기한 PD수첩…조계종 “훼불행위” 반발

    설정스님 3대 의혹 제기한 PD수첩…조계종 “훼불행위” 반발

    MBC ‘PD수첩’이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에 대한 3대 의혹을 다룬 방송을 예고했다. 이에 조계종 측은 긴급회의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총력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PD수첩은 예고방송을 통해 지난해 10월 12일 치러진 총무원장 선거 당시 설정 스님을 상대로 제기된 돈 문제, 여자 문제 등을 언급했다. 지난 대선 이후 자승-설정 스님으로 이어지는 전·현직 총무원장 라인을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등은 설정 스님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당시 설정 스님은 학력위조 논란이 불거졌다. 이밖에 수덕사 한국고건축박물관 보유 논란, 은처자 의혹 등이 있었다. PD수첩은 불교관계자들의 피해사실을 파헤치고 유흥주점 직원의 녹취록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불교를 음해하고 폄훼하는 훼불행위”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비상대책회의를 구성한 조계종은 ‘(가칭)불교파괴 규탄 및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발족을 결의했다. 조계종은 “일부의 의혹 제기를 비롯, 현재 소송 중이어서 객관적 사실이 아닌 것까지 방송으로 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는 27일 광화문광장에서 MBC규탄 결의대회 등을 열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정 스님은 “제가 부덕해 많은 종도들에게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 유전자를 채취해 법원에 제출할 것이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헌신과 희생의 삶… 행복한 ‘은하 철도’가 달린다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헌신과 희생의 삶… 행복한 ‘은하 철도’가 달린다

    씨앗 하나가 가장 연약한 잎새를 올리며 딱딱하게 굳은 언 땅을 허물곤 한다.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작가는 셀 수 없이 많은, 시들어버린 영혼의 잎새에 글이라는 생명의 물을 부어 주는 존재들이다. 세상이 점점 팍팍해져서일까. 유튜브를 보면 세계 각국 언어로 꾸준히 낭송되는 시 한 편이 있다. 이웃 섬나라 까마득한 시골에서 태어나 땅과 평화를 열렬히 사랑했던 시인이자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1896~1933)의 작품이다. 37년 불꽃같은 삶을 살다 간 미야자와는 동화작가 권정생, 소설가 김연수 등 문인들도 사랑하는 작가다. 그의 유고시 ‘비에도 지지 않고’는 투병 중이던 1931년 11월 3일 수첩에 쓴 것이다.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와 여름 땡볕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욕심도 없이 결코 화내지 아니하며 늘 조용히 웃으며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나물을 먹고 모든 일에 제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깨달아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숲속 그늘 아래 초가지붕을 새로 이은 작은 초가집에서 살며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봐주고 서쪽에 고단한 어머니가 계시면 가서 볏단을 날라주고 남쪽에 다 죽어가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두라고 말리고 가뭄 들면 눈물을 흘리고 냉해 닥친 여름엔 허둥대고 모두에게 멍청이란 소리 들으며 칭찬도 듣지 않지만 걱정거리도 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드라마와 영화에 많이 나오고, 노래로도 많이 불렸다. “비에도 지지 않고/바람에도 지지 않고/눈보라와 여름 땡볕에도 지지 않겠다”는 당찬 다짐으로 시작한다. 비에도, 바람에도, 눈에도, 눈보라와 여름 땡볕에도, 모두 날씨와 관계 있다. 농민들과 함께 살았던 그는 매일 날씨를 걱정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단가(短歌)를 지을 정도로 감수성이 예민했던 미야자와는 농민들을 착취하는 아버지가 미워 가출을 하기도 했었다. 그의 고향 이와테현 하마나키는 휴전선처럼 북위 38도선 근방이지만, 여름날 땡볕 날씨에 오호츠크해의 냉습한 동북풍이 불어오면 갑자기 냉해가 닥쳐 “추위 닥친 여름엔 허둥대”야 했다. 모리오카 고등농림학교를 졸업한 그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늘 조용히 웃으며 이겨 나가야 한다며 농촌 청년들과 악단과 극단을 만들기도 했다.가난한 농민들을 착취하는 돈 많은 부모를 떠나 초가집에서 살며 농사를 짓고 농업학교 교사로 일했다. “하루에 현미 네 홉과/된장과 나물을 먹으며”에는 채식주의자였던 미야자와의 식습관이 보인다. 세상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육식보다 채식을 해야 한다며 농민들에게 채식주의를 권했다. 일일현미사홉(一日玄米四合)에 만족하며 전쟁에 반대했던 미야자와와 달리, 태평양전쟁 때 일본 군부는 세계 정복을 꿈꾸며 하루에 이홉(二合)만 먹을 것을 국민에게 강요했다.1926년 그는 농촌 지역 향상을 위해 라스지인협회(羅須地人協會)를 설립하고 농작과 비료 연구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동쪽에 병든 아이”, “서쪽에 고단한 어머니”, “남쪽에 다 죽어가는 사람”,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으로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것은 동서남북으로 어려운 농민들 곁으로 분주하게 다가갔던 미야자와의 일상 그 자체다. 일본어 원문을 보면 몇 개의 명사를 한자로 쓰고 나머지는 가타카나로만 썼다. 가타카나 표기는 곱씹으며 읽어야 한다. 마치 기억하며 읽으라는 시인의 기호 같다. “그런 사람이/나는 되고 싶다”라는 표현에 구도자로서 아직 경지에 오르지 못한 안타까움이 스며 있다. 시에 이어 “남무”(귀의합니다), “묘법연화경(법화경)”이 쓰여 있는데, 이는 “법화경으로 귀의합니다”라는 뜻이다. ‘법화경’을 탐독하고 1921년부터 대승불교를 포교했던 미야자와의 손길이 보인다.안타깝게도 농민들은 미야자와의 정성을 간섭으로 여기고 불편해했다. 장마와 냉해 때문에 모든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자, 농민들은 부잣집 도련님의 철없는 행동이라며 배척하기까지 했다. 농민들에게도 따돌림을 받았지만, 그는 어떡하면 농민들에게 즐거움을 줄까 생각했다. “농민들의 삶을 위로해 줄 글을 쓰자.” 그는 동화집 한 권과 시집 한 권을 자비로 출판했다. 야만의 군국주의 시대에 그의 책을 산 구매자는 다섯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죽고 남아 있는 수많은 메모 중에서 친구들은 한 편의 동화를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동화 ‘은하철도의 밤’이었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구구구”라는 후렴을 듣기만 해도 영상이 떠오르는 세대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는 1980년대에 방송된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 말이다. 원작 만화를 그린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가 미야자와의 동화 ‘은하철도의 밤’을 읽고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만들었다. ‘은하철도의 밤’에서는 몇 가지 신화적 요소를 볼 수 있다.이야기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은하수란 무엇인지 설명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수줍은 성격 탓에 아이들에게 왕따당하는 주인공 조반니에게는 곁을 지켜주는 친구 캄파넬라가 있었다. ‘은하 축제의 날’에 놀 일을 생각하는 친구들과 달리 가난한 조반니는 인쇄소에서 일해야 했다. 몇 푼 번 돈으로 빵과 설탕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병든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릴 뿐이다. 조반니가 엄마를 위해 우유를 사던 그날은 ‘은하 축제의 날’이었다. 이날엔 하눌타리 열매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등불을 넣어 강에 띄우는 놀이를 한다. 왕따당한 조반니가 외로이 언덕에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언덕 풀밭에 쓰러져 잠시 쉬고 있는데, 뒤쪽에서 “은하정거장, 은하정거장”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수억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오듯 밝아졌다가, 정신을 차리니 조반니는 어느새 기차 안에 있다. 기차 안에서 물에 흠뻑 젖은 모습으로 새까만 윗도리를 입은 친구 캄파넬라를 발견한다. 캄파넬라의 모습은 이미 죽은 자의 모습이다. 캄파넬라의 얼굴은 어딘가 좋지 않은 듯 창백했습니다. 그러자 조반니도 어디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묘한 기분이 들어 입을 다물었습니다. (미야자와 겐지 전집 1/너머·2012·246쪽) “젖은 듯한 검은 옷”은 물에 빠져 죽은 캄파넬라의 모습이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대화는 ‘고사기’(고대 일본의 신화·전설 및 사적을 기술한 책)에 나오는 창세신화에서도 볼 수 있다. 이미 죽어 저세상에 있는 이자나미를 만나러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이자나기가 저세상에 가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 신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다. 캄파넬라는 은하철도 안에서 계속 엄마를 걱정한다. “엄마가 날 용서해 주실까?” 캄파넬라는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힘겹게 참고 있는 듯했습니다. “난 모르겠어. 하지만 누구라도 정말로 좋은 일을 하면 가장 행복한 거지. 그러니까 엄마는 나를 용서해 줄 것으로 생각해.”(위의 책, 249쪽) 이 대화 부분이 무슨 뜻인지, 왜 캄파넬라는 엄마에게 미안해하는지, 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작품을 처음 읽을 때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끝까지 읽고 나면 캄파넬라가 강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죽은 뒤, 하는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동화는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 계속 몇 번이고 묻는다. 미야자와의 작품에서 보이는 신화는 허황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다. 조반니가 눈을 떴을 때 모든 게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반니의 가슴은 이상하게 뜨거웠고 볼에는 차가운 눈물이 흘렀다. 마을에 내려왔을 때 친구 캄파넬라가 축제 때 강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는 말을 듣는다. 꿈속에서 만난 캄파넬라는 이미 죽은 존재였던 것이다. 캄파넬라는 죽어 지금 저 은하 끝 하늘나라로 사라졌고, 자신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차표 덕에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을 깨닫는다. 캄파넬라가 친구 자네리를 구하고 죽은 희생정신은 바로 미야자와가 평생 지켜오던 헌신적인 삶이었다. 남을 위해 사는 삶 자체가 그에게는 행복이었다. 진정한 행복에 대한 답으로 미야자와는 타인의 행복을 위한 숭고한 자기희생을 제시했다. 결핵으로 37세에 요절한 그는 평가받지 못하다가 이후 국민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열도는 식지 않는 ‘겐지 붐’에 휩싸여 있다고 할 만큼 일본엔 열광적인 독자군이 형성돼 있다. 2000년에 아사히신문에서 발표한 1000년간 일본인이 좋아하는 문인 순위를 보면 1위는 나쓰메 소세키, 2위는 무라사키 시키부, 3위는 시바 료타로, 4위는 멍청이라고 조롱받던 미야자와 겐지가 올라 있다. 필자가 일본에 유학 갔던 1996년은 미야자와 겐지 탄생 100주년의 해였기에 영화도 나오고, 텔레비전에서는 연일 특집과 드라마가 방영됐다. 대형 서점뿐만 아니라 동네 책방에도 입구까지 1년 내내 그의 책들이 쌓여 있었다. 마구 출판되던 한국어판 전집은 도서출판 너머에서 잘 정리돼 5권짜리 전집으로 출판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일본 교과서에 오랫동안 수록됐고, 환멸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 자연과 우주의 교감을 이루고 있는 그의 작품은 진정한 행복을 제시하는 바로 그 지점, 절망의 동토(凍土)를 뚫고 고개 드는 연둣빛 잎새처럼 부드럽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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