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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탁한 세상과 종교… 평신도가 나서야죠”

    “혼탁한 세상과 종교… 평신도가 나서야죠”

    오는 22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20호에서는 독특한 모임이 열린다. 3·1운동백주년종교개혁연대(종교개혁연대·공동대표 박광서, 김항섭, 이정배)가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3·1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종교의 역할을 성찰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한 연속 세미나의 세 번째 행사다.불교, 유교에 이어 천도교의 3·1운동과 이후 100년을 놓고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전망이다.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의 성찰과 역할을 다루는 만큼 종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가자와 성직자들이 할 수 없다면 평신도가 나서야지요.” 박광서(69) 공동대표는 토론회에 앞서 기자와 만나 “혼탁한 세상과 종교에서 평신도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종교개혁연대는 5년 전부터 대학교수와 연구자 등 지식인들이 사회 속 종교의 역할을 놓고 가져오던 소모임을 모태로 태동했다.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과 원효 탄생 1400주년을 계기로 발족했으며 지난 9월부터 3·1운동의 성찰과 과제에 초점을 맞춰 매달 한 차례씩 연속 세미나를 열어 오고 있다. 기성 종교의 일탈을 비판하면서 3·1운동 정신을 평신도부터 되새기자는 주장과 목소리를 수렴하고 있으며 다음달 20일 개신교 측 모임을 한 차례 더 가진 뒤 내년 3·1절을 즈음해 ‘범종교계 대국민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100년 전엔 이 땅의 종교들이 독립을 위해 평화의 몸짓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하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은 종교가 사람을 잃고 세상과 단절됐지요.” 3·1운동은 당시 민족대표 33인 대부분이 종교인이었던 만큼 종교계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하나로 뭉쳤다. 하지만 지금 종교계는 병약하고 무능하고 썩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건강한 종교 회복을 위해 재가신도들이 깨어나야 한단다. 박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국 유학을 거쳐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다 5년 전 은퇴한 지식인이다. 젊은 시절부터 불교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한때 출가를 생각했지만 더 큰 사회적 역할을 찾기 위해 불교사상과 맥이 닿는다는 물리학 교수를 택했다. 특히 종교계에선 평신도 역할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교수불자연합회와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단법인 ‘우리는 선우’를 창설한 주인공이고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도 지냈다. 1994년, 199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두 차례의 조계종 분규 때 불교·조계종 개혁을 외치며 대학교수와 정치인, 법조인, 교사 등 수백명이 이름을 올린 ‘불교지성인선언’을 주도한 인물이다. “많은 지식인과 재가 신도들이 종교개혁을 외쳐 왔지만 개선은커녕 더 악화돼 왔어요.” 그 슬픈 뒷걸음질의 핵심은 역시 성직자, 출가자 중심의 교단 운영에서 비롯되는 반사회적 적폐다. 사회 일반에서 늘 손가락질하는 거짓된 권위와 탐욕스런 권력이다. “종교 부패는 교단과 성직자의 탓이 크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일반 신도들의 책임도 적지 않아요.” 그 뼈를 깎는 성찰은 당연히 종교의 인간 해방과 탈성직, 탈권위로 이어져야 한단다. 그 말 끝에 불쑥 질문 하나가 던져졌다. “만약 사찰과 출가승, 교회와 성직자가 모두 없어진다면 평신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느닷없는 질문에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돌려준다.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데는 만유인력이 주효하지만 결정적인 요인은 비, 바람이 아닐까요.” 성직자와 출가자들이 다하지 못한 역할에 붙인 평신도의 위상이다. “종교가 제대로 작용한다면 재가자나 평신도들이야 보조자 역할만 해도 될 텐데, 오히려 지도자들이 사회적 짐이 되고 있잖아요.” 우리 사회는 나와 다른 것에 너무 인색하다는 박 대표. “꽃도 한 종류만 있으면 예쁘지 않다”며 “사회통합을 위해 다름을 인정할 줄 아는 종교계의 여유와 풍토가 아쉽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여생을 평신도들의 재가결사 운동에 바치겠다는 다짐을 남겼다. “종교가 공통으로 갖는 핵심 사상인 자비와 평화, 정의로 무장된 지식인, 평신도들이 함께 연구하고 제안하고 지혜를 모아 더 좋은 세상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도록 울타리 역할을 하겠습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고려 라마탑형 사리함만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빨리 환수해야지요”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고려 라마탑형 사리함만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빨리 환수해야지요”

    미국서 우리 문화재 추적하는 김정광 이사장이 말하는 환수 운동 “부처님 세 분과 고승 두 분 사리, 한 사리함 모신 聖物”미술관 측 “사리만 반환”…韓정부 “전부 반환”에 무산“문정왕후 어보 환수 위해 美정계 실력자에 편지 전달”“알렌 후손 찾아다녀…15일 알렌 콜렉션 서울시 기증”“미국내 문화재 전수조사 위해 정부 차원 지원 필요”“미국 보스턴미술관에 있는 라마탑 모양의 고려 사리함 반환이 아직도 해결 못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걸 보면 가슴이 벌렁벌렁 뜁니다. 나이가 들고 교포라서 한국 유물을 보니 벅찬 감정도 있겠지만 티베트 양식의 불탑에 3명의 부처와 2명의 고승 사리를 한 자리에 안치한 사리탑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특이합니다. 한국 불교에서는 성물(聖物) 중에 성물입니다. 꼭 찾아서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하는 게 제 과제입니다.” 미국에서 우리 문화재 환수 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정광(75) 한국문화유산보존재단 이사장은 “‘고려 라마탑형 사리함’은 생각만해도 흥분된다”고 말한다. 32년째 미국에서 생활하는 그가 모처럼 귀국한 터에 지난 10일 만나 인터뷰를 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돌아온 문정왕후 어보 환수와 알렌 콜렉션 환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제법 성공한 사업가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법한 그에게 문화재 환수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1987년 사업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가 팔리새이즈 파크(Palisades Park)에 살고 있다. “이 사리함은 특이합니다. 큰 사리탑에 5개의 작은 사리탑이 들어있습니다. 다섯 명의 사리가 들어있지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 과거 부처님인 정광불과 연등불, 인도 왕자 출신으로 당나라를 거쳐 고려에서 포교활동을 한 지공선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라는 시를 남긴 나옹선사의 사리지요. 한국 불교의 법맥입니다. 큰 사리함이 높이 22.5cm로 금은제입니다. 이 미술관은 한국관 한 가운데 전시하고 있지요. 가서 보면 가슴이 뛰고 벌렁거리지만 한편으론 약 오릅니다.”이 라마탑형 고려 사리함은 일본인이 개성의 화장사 또는 양주의 회암사에서 불법으로 도굴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스턴미술관은 이를 1939년 일본인으로부터 매입했다. 두 절은 모두 고려시대의 고승 지공선사(?~1363)와 나옹선사(1320~1376)가 주석한 곳이다. 고려 왕실과 관련있는 화장사는 비무장지대(DMZ)에 있어 지금은 폐허가 됐고, 양주 회암사에는 지공선사와 나옹선사, 무학대사(1327~1405)의 부도탑이 같이 있다. 조선 건국에 많은 역할을 한 무학대사가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처님과 지공·나옹 선사로 이어지는 불교 법통을 무학대사가 자신이 이어받았다는 증표로서 부도탑을 한 자리에 모은 것으로 보인다. - 문화재 환수 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2008년쯤 뉴욕주 한국불교신도회장을 지내고 있을 때였지요. 그때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문화재 관계로 뉴욕을 방문했는데 그때 만나서 이야기하고, 미국에서 유랑하는 우리 문화재를 보고 충격을 받았지요. 당시 조계종 중앙신도회 사무총장으로 왔던 이상근씨(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를 만났지요. 7명이 왔는데 용비어천가 2권을 소장한 컬럼비아대 도서관과 고려 사리함을 갖고 있는 보스턴미술관을 안내하면서 우리 문화재가 처한 현실을 보게 됐습니다. 환수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미국에서 하던 수출, 수입 비즈니스도 다 닫고 난 다음이니깐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고. - 라마탑형 사리함, 그동안의 환수 추진 과정을 설명하면.☞ 이것에 대해 보스턴미술관이 “사리는 한국에 반환하겠다. 그리고 사리함은 한국에 6개월 또는 상당기간 대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대여 기간에 한국이 똑같은 모형을 만들고나서 돌려달라는 뜻이었지요. 한국 정부의 승인과 보증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런 메시지를 문화재청에 전달하니 당시 이건무 청장이 안된다고 잘라버렸습니다. “사리함 전체를 반환해야지 일부 반환은 안된다”는 것이 이건무 청장의 논지였지요. 음미해 볼 대목은 있지만 해외 유물 가운데 일부만 반환된 사례들도 많습니다. 그 후 미술관 측은 한국 정부가 반대했으니 시민단체는 반환 요청을 할 권리가 없다는 허망한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해((遺骸)’인 사리도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계속 반환요청을 하며, 이를 위해 불법 유출을 입증할 사료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미술관을 상대로 소송을 하자고 하지만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입증 자료가 없어서 저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소송 비용도 만만찮고. “큰 박물관에서 장물아비처럼 절도품을 보관해서야 되겠나”며 여론의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 사리함이 어떻게 보스턴까지 갔을까.☞ 이게 화장사 것인지, 회암사 것인지는 학계에서 밝혀야 할 사안입니다. 보스턴미술관 토미타 고지로 보고서를 보면 일본인이 이 두 절에서 불법 도굴한 것들을 보스턴미술관이 1939년 매입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일본의 조선 골동품 판매회사인 야마나카 상회가 보스턴, 파리 등에 지점을 내고 우리 공예품을 대량으로 팔아치우던 시기죠. 5명의 작은 사리함 가운데 3명은 실존 인물이어서 사리가 들어있고, 정광불과 연등불 사리함에는 사리 대신 구슬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사리는 시신의 일부 내지 인체의 연장으로서 국제법상 매매가 금지돼 있다는 것을 보스턴미술관 측에 계속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 그러면 지난해 문정왕후 어보는 어떻게 환수됐나.☞ 이 때문에 저는 뉴욕에서 어보를 소장한 LA 카운티 박물관(LACMA·라크마)까지 몇차례 왔다갔다 했습니다. 매릴랜드에 있는 미국 국립아카이브(NARA)도 수차례 가서 마이크로필름을 뒤지며 기초작업을 했지요. 제가 사는 곳인 뉴저지주 상원의원이자 친한파 외교분과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 의원에게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전달해달라며 반환을 요청하는 편지를 써서 주자, 그는 편지를 4통이나 더 썼더라구요. LA 상원의원 2명, 국토안전부 장관,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에게 전달한 것입니다. 미국 정계 실력자로 상원 외교분과위원장인 그의 편지가 주효했다고 믿습니다. 민간 차원의 운동을 넘어 미국 조야 차원으로 확대된 것이지요.이 건은 혜문스님이 2009년 뉴욕공립도서관에서 우연히 찾아낸 비밀문서 ‘아델리아 홀 레코드’를 열어보면서 시작됐습니다. 6·25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서울을 수복한 미 해병대 1시단 병사들이 요충지인 중앙청·경복궁·방송국 등에 대해 경계근무를 서면서 종묘에서 조선왕실 어보 47개를 호주머니에 넣어 가져갔고, 당시 양유찬(1897~1975) 주미 한국대사가 미국 국무부에 분실신고를 한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거죠. 이것을 라크마가 소장하고 있었던 거예요. 어보 옆에 쓰인 ‘6실 대왕대비(六室 大王大妃)’가 종묘 6실(중종의 방)에서 나온 것을 입증한 것이지요. 미국 병사의 절도품이란 것인데, 우리 정부가 되찾기 위한 노력으로 양유찬 대사가 볼티모어 선과의 인터뷰기사 1953년 11월 17일자에 실렸던거죠. 그 기사를 40달러를 주고 샀습니다. 그리고 2016년까지 환수운동이 이었졌고, 도난품이라는 것이 입증되니 미국이 돌려준 거죠. - 오바마 대통령도 국새와 어보 등 9가지 문화재를 돌려줬다.☞ 미국에서 2008년부터 민간 차원의 문화재환수운동이 시작됐고, 문정왕후 어보 사진과 환수 캠페인이 현지 신문에 조그맣게 실렸습니다. 미국 정부가 우리 캠페인을 눈여겨 보던 차에 한 미국인이 “우리집에 어보처럼 생긴 것이 있다”고 신고했고, 그게 다시 보도되니 “옆집에도 보니 그런 게 있더라”는 제보도 나왔습니다. 이런 것들을 미국의 국토안보부가 압수해 보관하고 있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4월 한국을 방문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반환한 것이지요. 미국은 불법 문화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숨기는 대신 반환을 하지요. 큰 결정입니다.- 알렌 콜렉션 반환에도 큰 역할을 했다.☞ 외교관과 선교사 등을 지냈던 호러스 뉴턴 알렌(1858~1932)의 후손을 찾아낸 거지요. 그가 고종의 주치의를 지냈던 만큼 좋은 문화재를 많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알렌 후손을 찾아보자고 결심했지만 막연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10여년 전 그의 후손을 초청했다는 짧은 기사 한줄을 단서로 더듬어갔지요. 초청자를 찾아보니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의료활동을 하는 허정 박사였습니다.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서 허정 박사와 통화에 성공했고, 그분이 10여년째 해마다 한번씩 후손들을 초청해 만찬을 베푸시더라고요. ‘그 만찬에 저도 참석해도 되느냐’고 하니 오라고 해서 비행기 2시간 타고가서 후손들과 안면을 텄지요. 후손들을 설득해 매입도 했지요. 알렌과 그 후손들이 어렵게 사는 바람에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에 많이 팔아버렸던 거죠. 왕권의 상징인 부채인 ‘화조도접선’과 사진, 편지, 일기 등 30여점을 가져와 15일 서울시청서 기증식을 갖는다. 사실 알렌 증소녀보다는 그 사돈이 더 많이, 더 좋은 문화재를 갖고 있는 것을 파악했는데, 기증하지 않고 팔려고 해서…. 언젠가는 돌아와야 할 문화재입니다. - 문화재청은 미국 124곳에 우리 문화재 4만 4000여점이 있다고 기록했다.☞ 허허, 아무리 적게 잡아도 그 두 배는 될 것입니다. 정부가 미국에서 현장조사한 곳은 6곳 뿐입니다.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에 소장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보러가면서 박물관 사서에게 물어보니 한국 고서 1만 2000여권 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문화재청은 여기에 5000권이 있다고 기록했지만 배가 넘지요. 브루클린박물관의 도록을 문화재청이 지원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박물관 창고에 들어갈 흔치 않는 기회가 생겨서 가보니 그 안에는 우리 문화재가 수두룩했고, 투구와 갑옷도 있었습니다. 발톱이 3개인 투구로 미루어 왕족의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도록에는 없는 것들이었죠. 박물관 측도 아직 정리조차 못하고 있는데, 그런 것이 무척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개인이 소장한 것은 전혀 파악을 못하고 있지요.- 우리 문화재의 소재 파악과 유출 경로 조사가 시급하다.☞ 먼저 이런 것을 제안합니다. 미국 공영방송 PBS가 하는 ‘앤틱 로드쇼’처럼 우리 교민을 상대로 하는 문화재나 유물의 가치에 대해 설명해주고 감정 가격도 평가해 주는 겁니다. 교민들이 미국에 이민오면서 가져온 가보나 유물을 조사해 파악하는 것이지요. 고위 관리를 지냈던 가문에는 이런 게 많을 겁니다. 교민들에게 한국 문화재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해 주고, 대학이나 박물관 등에서 본 한국 문화재를 제보하게 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겁니다. 그 다음엔 미국의 큰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문화재를 전수조사하는 것입니다. 큰 프로젝트이니만큼 수년에 걸쳐 정부 차원의 예산과 전문가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 도록도 만들어고 해야 하니 우리 정부와 해당 박물관과의 교섭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버드대도서관이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이런 제안에 구두로 “오케이”한 상태입니다. 그는 “부처님과 전생 부처님 둘, 두 명의 고승의 사리가 한 자리에 모여있는 것이 신기하지 않나요. 한국 불교 최고의 성물입니다”라며 “이 사리함을 들여와야 하는데…”라고 되뇌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수석박물관 지어 한국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 것”

    “수석박물관 지어 한국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 것”

    40년간 100억원 투자… 판매 유혹 거절 동물·지도·꽃·풍경 닮은 진기한 돌 가득“오묘한 자연미를 풍기는 돌을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도록 세계 최대 수석박물관을 짓겠습니다.” “명품 수석은 내 손에 다 있다”고 자부하는 박병선(68)씨는 전국에서 진귀한 돌을 가장 많이 보유해 ‘수석 기인’으로 불린다. 40여년 전 충북 충주 남한강에서 우연히 주운 돌이 예뻐 하나둘 모으기 시작한 게 8000여점이나 된다. 지금껏 투자 금액만 100억원을 웃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은 10억원을 호가한다. 비싼 값에 팔라는 유혹도 많았지만 박물관을 설립하겠다는 생각에 지금껏 한 개도 팔지 않고 모으기만 했다. 최근 한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고 만든 ‘2019년 수석 달력’을 구입하고 싶다는 문의도 쇄도한다. 박씨의 ‘운산수석원’ 입구에는 중국 동굴에서 나온 몇억만년 된 4m 크기의 종유석이 자태를 뽐낸다. 이곳 330㎡ 전시실은 천장까지 돌이 쌓여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다. 태극기·무궁화·한반도 지도 등이 있는 애국관 300여점, 풍경 위주 산수화 작품 300여점, 사자·기린·낙타·원숭이·토끼 등 동물관 300여점, 기독교·불교 등 종교관, 식물관, 행복관, 기쁨관 등 주제별로 구성돼 있다. 사군자 등 화려한 꽃과 ‘십이지신 동물, 숫자 1부터 10까지 새겨진 진기한 돌로 가득 찼다. 순천만 갯벌과 ‘S자’ 수로(水路), 토끼가 달에서 방아 찧는 모습, 연기를 내는 초가 굴뚝, 어미 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강태공이 낚시하는 모습 등 눈을 뗄 수 없는 돌들의 향연을 보는 듯하다. 박씨는 사비를 털어 통일을 위한 수석전시회를 서울 등지에서 몇 차례 열어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 대상과 2015년 전국 비정부기구(NGO) 단체연대가 선정한 ‘올해의 닮고 싶은 인물’ 대상을 받았다. 순천시청 사무관으로 퇴직한 후 4대 지방선거에서 전남 최다득표로 시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박씨는 “신비한 돌들이 물속과 땅속에서 수억만년을 파도와 물, 모래에 씻겨 닳고 닳아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며 “세계 수석박물관을 지어 각국에서 찾아오는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생각나눔] 소년원 민영화? 과밀수용의 대안 VS 민간에 떠넘기기

    [생각나눔] 소년원 민영화? 과밀수용의 대안 VS 민간에 떠넘기기

    최근 김모(30)씨는 페이스북에서 법무부가 만든 ‘민영소년원’ 카드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소년원을 민영화한다는 점이 생소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영소년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지난 8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인 또는 개인에게 소년원 운영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이르면 2023년부터 민간이 운영하는 소년원이 생긴다. 법무부는 올해 안 국회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법무부는 ‘민간 자원봉사자와 전문가 그룹 활용을 통한 교육 효과 재고’를 위해 민영소년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민간이 제안하는 다양한 교정교육기법을 통해 재범률을 낮추고 범죄예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민간이 소년원 건축비 등을 부담하기 때문에 재정절감 효과도 있다. 2010년 개소한 ‘민영교도소’의 2016년 기준 3년 내 재복역률이 국영교도소보다 2배 가까이 낮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운다. 국영소년원의 과밀수용을 해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현재 10개인 국영소년원은 129%, 서울소년원은 164%의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소년원장을 지냈던 한영선 경기대 교수는 “과밀수용하게 되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처우를 해 재범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민영에서 시설을 짓고 운영하면 주민 반대가 덜하기 때문에 과밀 수용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종교단체들에서 소년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의사표현을 법무부에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민영소년원 추진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민변은 당시 “국가공권력의 최후 수단인 형사적 제재는 처우의 형평성, 객관성,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며 민영소년원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를 쓴 박인숙 변호사는 “국가형벌권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정도로 큰 문제다”며 “제대로 된 공론화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영교도소가 모범수를 더 많이 데려가 낮은 재복역률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며 “재정절감을 하면서 동시에 처우향상을 하겠다는 목표에는 모순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영교도소 도입 당시 노회찬 의원이 거의 유일하게 반대활동을 했다”고 밝힌 나경채 정의당 전 대표도 “민영교도소를 기독교단체에 줬으니까 이번에는 민영소년원을 도입해 불교단체에 위탁을 준다고 한다”며 “국가가 주민반대 때문에 운영하지 못하는 시설을 민간에게 지으라는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황성기의 시시콜콜]일본 절(お寺), 스님의 서바이벌 변신

    [황성기의 시시콜콜]일본 절(お寺), 스님의 서바이벌 변신

     일본에는 절이 7만 7000개 가량 있다. 신사(神社)의 8만 8000개에 버금가는 숫자다. 일본 문화청의 2015년 ‘종교관련통계자료집’에 따르면 ‘종교를 갖고 있거나 믿는 일본인은 28%로 10명 중 7명(72%)은 종교가 없거나 믿지 않는다. 그래도 ‘저 세상’을 믿는 일본인은 40%나 있다. 그래서 선조를 받드는 사람이 65%에 달한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장례에 관한 조사를 보면 일본인의 67.6%는 한해 1회 이상 성묘를 한다. 종교를 갖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가진 종교가 불교이든 아니든 묘지의 상당수가 절에 있고, 많은 장례에는 스님이 독경을 한다. 33만명에 달하는 스님(자격증을 보유한 숫자)들은 어떻게든 먹고 살아가는 게 일본이다.  하지만 한국 만큼 불교 신도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광객에 인기가 많은 대형 사찰을 빼놓고는 일본 절과 스님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넉넉치 않다. 몇 년 전부터 장의사에 고용된 승려들이 출현했을 정도다. 승려 전문 인재 파견회사에 등록한 스님들은 장례식장이나 묘지에 의뢰인의 요청을 받으면 출장을 나가 독경을 하고 돌아온다. 이들 대부분은 절에는 소속돼 있으나 신도가 얼마 없거나 절에서 배운 사람들 가운데 취업을 못한 스님들이라고 한다.  사찰의 경영난 만이 꼭 이유는 아니지만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최근 일본 절과 스님의 화려한 변신이 두드러진다. 절에 근사한 카페를 차려놓고 신도는 물론, 일반인들을 불러들이는가 하면, 지역과 밀착한 이벤트로 주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절도 있다. 심지어는 스님이 손수 전기사업에 참여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도쿄의 옛 수산시장 옆 츠키지에 자리한 400년 역사의 혼간지는 지난해 연말 카페 ‘츠무기’를 오픈했다. 이 곳의 아침식사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 10월 중순부터 선착순 110명에 한해 아침식사를 팔고 있다. 밥을 포함해 총 18가지가 큰 쟁반에 나오는 식사는 식욕을 돋구는 반찬들로 가득하다. 가격은 1944엔으로 고기 반찬도 있고, 오후 4시부터는 가벼운 술도 판다. 메이지 정부 때인 1872년 포고령을 내려 스님들이 결혼은 물론, 육식, 음주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도쿄와 멀지 않은 야마나시 현 가이시에서는 정토종의 ‘고토쿠인’이란 절을 빌려 ‘테라고항’이란 이벤트가 지난해 11월부터 열리고 있다. 종파를 초월한 불교도 모임인 ‘보즈도’가 ‘어린이와 어른이 절에서 함께 밥을 먹자’는 컨셉으로 시작한 이 이벤트는 절에 20~30명의 어린이와 어른이 모여서 스님의 독경도 듣고, 함께 식사도 하면서 신변잡기도 주고받는다. 한달에 1회 개최를 목표로 지난 10월까지 12차례나 열렸다. 지난달 8일에는 교토 시내에서 정토진종 혼간지파 소속 승려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력소매회사 ‘Tera Energy’를 설립해 내년 4월부터 전기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종파에 관계없이 절이나 신도들에게 전력을 팔아 매출의 일부를 사찰 개보수나 지역활동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본사를 교토 시내에 두고 소매전기사업자 등록도 신청했다. 사장을 맡은 다케모토 료고 스님은 광고비 등의 지출을 억제해 대형 전기사업자보다 2% 싸게 요금체계를 설정한다면서 첫해 매출은 7억엔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가 38개 절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했더니, 28개 절이 ‘Tera Energy’의 전기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발전한다.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은빛 바람에 낭만을 띄우다…붉은 물길에 마음을 보내다

    은빛 바람에 낭만을 띄우다…붉은 물길에 마음을 보내다

    지나는 산마다 스며든 노랗고 붉은 단풍에 가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호수에 빠진 자연은 한 폭의 그림이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 경남 합천의 요즘 풍경이다. 가야산을 머리에 이고 낙동강 지류인 황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합천은 가을의 품에 푹 안겨 이 계절을 만끽하고 있다.●단풍잎 한가득 떠가는 해인사 홍류동 계곡 합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만 있는 게 아니다. 수장고에 고이 잠들어 있는 800년 세월의 국보 못지않게 절에 오르는 길가의 절경이 여행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 인근에서 시작해 가야산국립공원 내 해인사 근처까지 약 6㎞ 이어지는 소리길을 따라 걸으면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소리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구나 싶지만 불교용어로 극락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중의적 의미를 가진 셈이다.그 중 4㎞ 구간은 홍류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가을 단풍이 비친 계곡물이 너무 붉게 보인다해 붙은 이름이다. 기암괴석이 우거진 계곡에는 붉고 푸른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계곡 사이 졸졸 흐르는 물 위로는 단풍잎이 한가득 떠간다. 소리길 중간쯤 나뭇가지에 걸린 ‘하심’(下心)이란 팻말을 보기 전 마음은 이미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농선정, 낙화담, 분옥폭포 등 홍류동의 19명소를 하나씩 짚어가며 오르는 것도 재미다.국내 3보 사찰 중 하나인 해인사는 신라 애장왕 3년(802년)에 창건됐다. 한국불교의 성지이자 국보·보물 등 유물 70여점이 산재해 있다. 일주문을 통과해 절 안으로 들어선다. 장엄한 봉황문 계단을 오르고 해탈문을 넘어서면 청아한 풍경소리가 바람에 실려 온다. 팔만대장경 보관 장소인 장경각은 한때 입장이 통제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개방돼 있다. 다만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어 방문객들은 나무창살 틈으로 슬며시 대장경을 들여다본다.절에서 욕심을 버리고 오니 배가 출출해졌다면 근처에서 식사를 해도 좋다. 해인사 일주문에서 산 아래로 도보 25분쯤 떨어진 주자창 근처에 식당들이 모여 있다. 자연산 송이버섯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송잇국정식을 추천한다. 반찬 20여 가지가 함께 나온다.●타임머신 탄 듯… ‘미스터 션샤인’ 촬영한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의 또 다른 매력을 맛보기 위해 합천영상테마파크로 이동한다. 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다. 2003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시가지 세트장이 만들어진 것을 계기로 이듬해 7만 5000㎡ 면적에 본격적인 촬영장이 조성됐다. 조선총독부, 경성역, 반도호텔, 파고다극장 등 일제강점기 경성시가지 모습과 1960~1980년대 서울 소공동거리 등이 재현된 테마파크에 들어서면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운이 좋다면 당시 복장을 차려입은 배우들이 거리를 거닐며 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최근 종영한 ‘미스터 션샤인’을 비롯해 ‘란제리 소녀시대’, ‘시카고 타자기’ 등 드라마와 ‘박열’, ‘밀정’ 등 영화가 다수 촬영됐다.영상테마파크 바로 인근에 위치한 청와대 세트장도 둘러보면 좋다. 실제 청와대의 67% 크기로 제작된 건물 내부에는 대통령 집무실 등이 고스란히 재현돼 있다. 집무실 의자에 앉아 대통령이 된 듯한 포즈로 인증샷을 찍는 재미가 있다. 어른 기준 입장료 5000원에 영상테마파크와 함께 구경할 수 있다.●파도처럼 출렁이는 황매산 오토캠핑장 억새밭 합천의 은빛 가을 풍경을 만나러 황매산군립공원으로 발길을 옮긴다. 내비게이션에 ‘황매산 오토캠핑장’을 찍고 가면 산 정상에서 멀지 않은 주차장에 닿는다. 영상테마파크에서 차로 25분 거리다. 주차장에 내리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멀리 보이는 억새밭은 파도처럼 출렁인다. 억새 수풀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전망대를 향해 오른다. 억새꽃은 햇볕을 받는 각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빛깔을 띠면서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황매산 억새꽃은 이제 막 절정을 지났다. 바람에 흩날리는 은빛 ‘꽃잎’에 휩싸여 낭만에 빠져보기 좋은 시기다.합천에 하룻밤 묵어갈 계획이라면 아침 물안개를 꼭 보길 권한다. 동이 트고 대지가 서서히 태양의 온기를 받으면 굽이쳐 흐르는 황강에서 아스라이 물안개가 피어난다. 어느새 강변의 논밭과 갈대 언덕을 자욱하게 메우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교차가 큰 가을이 주는 선물이다. 부지런한 사진가들은 아침나절에만 만날 수 있는 장관을 찍으러 일찍부터 모여든다. 글 사진 합천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행수첩 →KTX 김천구미역과 합천군을 연결하는 합천시티투어가 이달부터 선보인다. 김천구미역까지 오는 관광객이 대상이다. 서울에서 합천까지 차로 4시간 넘게 걸리지만 KTX와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3시간이 채 안 걸린다. 시간 절약과 함께 장거리 운전 부담을 덜 수 있다. 군은 시티투어 신규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고 전용 정류소를 설치하는 등 관광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비용은 어른 9만 8200원. 참조은여행사(www.cjt0533.com)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 중국의 눈엣가시 달라이 라마, 후계자 나온다

    중국의 눈엣가시 달라이 라마, 후계자 나온다

    인도에 망명중인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 달라이 라마 14세(83)의 후계자를 뽑는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은 7일(현지시간) “이르면 이달 29일 시작하는 고승(高僧) 위원회에서 후임 선임을 할 수 있다”고 달라이 라마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VOA 등과 가진 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자신의 후계자는 ‘고승’이거나 ‘20세 안팎의 티베트 불교 승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티베트를 떠나 인도 다람살라에 근거지를 두고, 티베트인들에 대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반중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이 때문에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이냐는 것은 중국 정부의 중대한 이해관계이자 국제사회의 관심거리가 돼 왔다. 달라이 라마의 이같은 후계선임 절차 공개는 연고권과 승인권을 앞세운 중국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서라고 매체들은 지적했다. 앞서 티베트 망명 정부의 롭상 상가이 총리는 지난 1월 티베트 불교 각파 고승들이 2018년 말 혹은 2019년 초 다람살라에 모여 달라이 라마 15세의 선출 방법 등에 관한 논의에 들어간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달라이 라마 15세 경우 현행 윤회전생 제도 외에 로마교황청처럼 고위 성직자인 추기경에 의한 비밀투표 선출, 달라이 라마의 지명 가운데 방식을 선택해 뽑게 될 것이라고 롭상 상가이 총리는 설명했다. 고령인 달라이 라마에 대해 근년 들어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의 후계를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커졌다.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독립분자‘로 적대시하는 중국은 달라이 라마 15세를 지명할 권리가 있다고 고집하면서 후계자 선임에 개입할 의사를 확인, 망명 티베트인 사회의 경계감을 불렀다. 달라이 라마도 자신의 사후 중국 정부가 고분고분한 후계자를 뽑아 티베트 통치에 이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현행 ‘티베트 불교 활불 윤회전생 관리법’(活佛轉世管理辦法)에 근거해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 등 공인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2011년 정교(政敎) 분리를 선언한 달라이 라마는 2014년 환생을 찾는 방식으로 이어진 티베트 불교의 전통적인 후계자 선정을 더는 계속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앞서도 여러차례 “(현임 달라이 라마가) 죽기 전에 후계자를 선정하는 방법이 안정적”이라면서 “과거 후계자를 둘러싼 분쟁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달라이 라마 서거 후에 윤회전생 전통에 따라 후계자를 선임할 경우, 수년간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 15세 지명을 강행할 우려가 없지 않다고 티베트 인들은 우려해 왔다. 이를 염려해 달라이 라마 본인도 자신의 사후 윤회전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염수정 추기경 “교황 방북시 동행하겠다”

    염수정 추기경 “교황 방북시 동행하겠다”

    염수정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면 동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6일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규장인 염 추기경을 예방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전했다. 염 추기경은 자신이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다며 교황의 평양 방문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함께 사니까,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사는 게 중요하다”며 노숙자 문제 등에 대한 공동체 차원의 대책 마련 필요성을 언급했다. 염 추기경은 “교황께서 ‘찬미받으소서’라는 환경에 관한 회칙을 냈다”고 소개한 뒤 “창조물과 피조물이 서로 통합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에 그런 게 참 많이 필요한 것 같다”며 “한쪽 면이 아니라 온전하게 같이, 정부도 온 국민이 잘 살려면 함께하는 정책들을 많이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이에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요즘 전체를 포용하는 포용국가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우리 사회가 너무 양극화가 심한 사회다. 전체를 포용하는 기본 가치관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방문을 시작으로 이 대표는 기독교와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지도자도 차례로 찾을 계획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생각의 차이를 참을 수 없을 때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생각의 차이를 참을 수 없을 때

    며칠 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회사 생활과 불교 사상의 흥미로운 관계에 대한 글을 보았다.“회사 생활은 모든 것이 고통이고(일체개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무리 치열하다 한들 사실은 다 무상한 것이며(제행무상), 진정한 나란 그곳에 없음(제법무아)을 깨달아야 한다.” 적절한 비유에 많은 이들이 동의를 표했고 나 역시 내용을 음미하며 즐거움을 잠시 만끽했다. 그리고 곧바로 ‘왜 사람들은 서로 의견이 일치할 때 이를 기뻐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우리의 일상은 생각의 교환으로 이루어진다. 읽고 듣고 말하고 쓰는 모든 것은 타인의 생각을 파악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SNS의 시대에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쉽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게 된 만큼 자신의 의견과는 다른 타인의 의견을 보았을 때 이를 바꾸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것이다. 물론 매우 희귀하게 자신의 독창적인 의견이 널리 받아들여져 자신의 가치가 높아지고 들인 시간과 노력의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지성과 논리는 생각하는 것만큼 뛰어나지 않으며 상대를 설득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 헛물을 켜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비효율적인 노력을 반복해 경주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어쩌면 이 욕망, 곧 의견의 일치를 만들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에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의견의 일치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과 번식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로 인해 타인과의 의견 차이에 대해서는 고통으로, 의견의 일치에 대해서는 기쁨으로 반응하게 되었으리라. 어쩌면 원시 부족사회에서 의견이 일치된 부족이 그렇지 않은 부족에 비해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았거나 타인과 마주쳤을 때 적과 아군을 판별하기 위해 특정한 문제에 대한 의견 일치 여부를 따졌을 수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죽여 온 역사이며 20세기까지도 자신의 종교나 정치적 정체성으로 생존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들이라도 종교와 정치를 대화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오래된 연장통’의 논리에서 간단한 해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오래된 연장통’은 과거의 환경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우리의 본능을 말하며 따라서 현대의 삶에 이를 적합하게 만들기 위해 이성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의견의 차이를 발견할 때마다 참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의견의 차이가 만드는 고통에 의한 충동을 자제하고 그 의견이 정말로 나의 안위를 위협하는 의견이 아니라면 타인의 의견을 그대로 인정하고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데나 힘쓰라는 것이다.‘법인’은 불교의 핵심을 말하며 네 가지 법인을 사법인이라 일컫는데 여기에는 서두에서 언급된 ‘일체개고’, ‘제행무상’, ‘제법무아’에 번뇌를 극복하는 이상적 상태를 일컫는 ‘열반적정’이 더해진다. 우리가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열반적정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방문 키워드 ‘허황후와 디왈리’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방문 키워드 ‘허황후와 디왈리’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다음달 4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한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이 단독으로 외국을 찾는 것은 지난 2002년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후 16년 만이다.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간곡한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함께 지난 7월 인도를 국빈방문한 바 있다. 인도 정부는 김 여사의 두 번째 방문을 국빈 방문에 준해서 준비할 정도로 각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김 여사가 인도에서 소화할 일정도 자못 특별하다. 다음달 4일 공군 2호기를 타고 출국하는 김 여사는 이튿날인 5일 뉴델리에서 모디 총리를 만난다. 이어 람 나트 코빈드 대통령의 부인 초청 오찬에 참석한다. 주요 행사는 6일 진행된다. 김 여사는 인도방문 둘째날인 6일 아요디아에서 열리는 허황후 기념공원 기공식에 참석해 기념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허황후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등장하는 인물로 가락국 초대 왕인 수로왕(김수로)의 부인이다. 지금의 인도를 뜻하는 야유타국(월지국)의 공주로 오빠인 장유화상 등과 배를 타고 가락국에 왔고 왕후가 됐다.거등왕 등 아들 10명을 낳았다고 전해지며 김해 허씨의 시조로 알려졌다. 일부 설화에는 허황후를 통해 인도의 불교가 가락국에 전해졌다는 내용을 담겨져 있다. 허황후 설화는 한국과 인도의 친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여서 김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에 의미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이어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Diwali) 개막식과 점등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디왈리는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 사이에 5일간 진행되는 축제다. 산스크리트어로 ‘빛의 행렬’을 뜻하는 디왈리는 ‘빛의 축제’라고도 불린다.밝은 빛으로 악을 물리치는 의식에서 비롯돼 디왈리 축제기간 집과 건물 안팎을 전구, 초 등으로 장식하는 풍습이 전해져 온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모디 총리가 김 여사가 디왈리 축제 행사 주빈으로 참석해달라고 초청장을 보내 성사됐다”며 “인도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대상국으로, 김 여사 방문에는 인도와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고 말했다. 고 부대변인은 “올해 수교 45주년 맞는 양국은 오랜 역사적·문화적 유대를 토대로 외교안보·무역투자·지역 및 글로벌 이슈 등 모든 분야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번 방문은 양국 국민 간 인적·문화 교류를 확대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더욱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불교 의식 ‘불복장작법’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불교 의식 ‘불복장작법’ 국가무형문화재 된다

    불상이나 불화에 불교와 관련한 물품을 봉안하는 의식인 ‘불복장작법’(佛腹藏作法)이 국가무형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고려시대 이래 700년 넘게 이어진 불복장작법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한다고 30일 밝혔다. 불복장작법은 세속적인 가치를 지닌 불상이나 불화에 종교적인 가치를 부여해 예배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의식이다. 불복장 의례를 설명한 책인 조상경(造像經)이 1500년대부터 간행됐고,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까지 전승의 맥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불교문화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한·중·일 3국 중에서 의식으로 정립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조상경’ 역시 우리나라에만 있는 경전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절차와 의례요소가 다양하고 복잡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정립되어 있고, 세부 내용마다 사상적·교리적 의미가 부여됐다는 점도 문화재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이다. 더불어 2014년 4월 설립된 ‘대한불교 전통불복장 및 점안의식보존회’는 불복장작법 보유단체로 인정 예고됐다. 문화재청 측은 “전통 불복장 법식에 따라 의식을 정확하게 구현하는 등 전승 능력을 갖췄고, 종단을 초월한 주요 전승자가 모두 참여해 복장의식을 전승하려는 의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30일 간의 예고 기간과 무형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불복장작법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및 보유단체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국기로 환생한 제국의 영화, 앙코르와트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국기로 환생한 제국의 영화, 앙코르와트

    “식상하다, 겨우 앙코르와트라니”라고 생각할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만하다. 해마다 평균 2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다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중 한국인은 약 30만명 내외다. 어림잡아 한국인 500만명은 이제 앙코르와트를 다녀왔다고 봐야 한다. 캄보디아 열기라고나 할까. 앙코르와트는 마땅히 가봐야 하는 관광지가 된 지 오래다. 온몸이 녹을 듯한 열기 속에서 밀림 한가운데 우뚝 선 인류의 문화유산을 감상하는 일은 새삼스럽지도 않다.그런데 앙코르와트가 늘 이런 관광 명소였던 것은 아니다. 앙코르와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캄보디아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의 힘이다. 정글에 버려져 폐허가 된 크메르의 유산을 프랑스 생물학자 앙리 무오가 ‘발견’해서 유명해졌다고 하지만, 이도 사실이 아니다. 17세기에 불교 성지를 찾아가던 일본 승려 겐료 시마노도, 샤를 에밀 부유보 같은 프랑스 선교사들도 앙코르와트를 갔다. 앙코르 포함해 캄보디아 전역을 조사하던 탐험대의 모험담이 출간되자 많은 자료가 프랑스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런 모험담과 개별 여행가들의 이야기가 ‘세계여행’(Le Tour du Monde·1892년 창간)이란 잡지에 소개되면서 그야말로 프랑스 전역에 캄보디아 여행 붐이 일었다. 제국주의자들이 지닌 ‘문명’이란 잣대로 보면 미개하고 가난한 자신들의 식민지에 이런 거대한 건축물이 있다는 것은 자못 신기한 일로 여겨졌다. 오리엔탈리즘이 ‘관광’이라는 새로운 단계의 여행과 만나 서구에 만연하게 된 셈이다. 앙코르와트의 윤곽을 단순화해 캄보디아 국기의 도안으로 만든 것이 프랑스 식민주의라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캄보디아 국기는 붉은색 바탕에 푸른색 띠를 가운데 두르고, 중앙에 앙코르와트 도안이 놓인 형태다. 앙코르와트는 중앙에 5개의 탑이 있지만, 국기에 표현된 건 3개의 탑인데 이는 정면에서 보이는 형상으로 도안한 탓이다. 국기의 색깔은 바뀌었어도 식민지 시절 프랑스가 만든 앙코르와트의 도안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식민지의 명성이 제국의 명성을 좌우한다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명제에 따르면 앙코르와트가 유명해질수록 프랑스 제국주의의 위세는 더 당당해졌을 것이다. 물론 제국의 명성과 식민지 수탈의 오명은 반비례했겠지만 말이다. 1907년 프랑스가 당시 태국령이던 앙코르 일대를 캄보디아에 돌려준 뒤 앙코르와트는 더욱 유명해졌다. 식민지가 되기 전 폐허로 방치했던 앙코르와트를 캄보디아 사람들이 국가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자신들의 빛나는 전통을 기억하기 위함일까? 식민의 유산일까? 어느 쪽이든 미술은 충분히 국가를 표상할 만하다. 앙코르와트는 본디 비슈누신에게 바치는 힌두사원이다. 수리야바르만 2세가 자신이 죽은 뒤 비슈누가 돼 머물 영혼의 집으로 앙코르와트를 세우면서 한 해 30만명의 한국인이 찾을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수리야바르만 2세의 사후(死後) 궁전이라는 원래의 건축 맥락은 끊겼지만,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의 깃발이 돼 창공에 펄럭인다.
  • [글로벌 인사이트] “다 내려놓을게요” 영웅이 된 부자들

    [글로벌 인사이트] “다 내려놓을게요” 영웅이 된 부자들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것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가 아니라 평화롭고 평온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돈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내 꿈은 행복해지는 것이고, 보통사람이 되는 것입니다.”1980년대 홍콩 누아르 전성 시대를 이끌었던 홍콩 배우 저우룬파(63)가 지난 12일 현지 매체 제인스타스 인터뷰에서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원)를 기부하겠다”며 이같이 밝히자 중화권이 들썩거렸다. 저우룬파는 한 달 용돈으로 800홍콩달러(약 11만원)를 쓰고 대중교통 버스를 타고 다니며 과거 노키아 휴대전화를 17년 동안 쓰는 등 검소한 생활이 알려지면서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지난 25일 한국에서는 서울 청량리에서 과일 장사를 시작으로 평생 모은 4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고려대에 기부한 김영석(91)씨와 부인 양영애(83)씨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김씨 부부도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1시간 거리를 걸어 다니고 20년 된 옷을 입는 등 평생 근검절약이 몸에 밴 삶을 살았기에 감동이 배가됐다. 전 재산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고 싶다는 양씨는 “평생 구두쇠 소리를 듣던 내가 인재를 기르는 데 보탬이 돼 기쁘다”고 말했다. 두 사례 모두 당대에 일군 부를 자식에게 그대로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는 자수성가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습이다. 전 세계 유명인 중에서도 이 같은 삶을 지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마크 저커버그(34)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고, 1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 출신 스타 청룽(64)은 2014년 “죽을 때 통장 잔고가 0원이어야 한다”며 전 재산 기부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미국의 빌 게이츠(63)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2011년 “세 자녀에게 1000만 달러씩만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은 자선 사업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저우룬파나 저커버그같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유명인이 아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부와 명성을 모두 얻은 유명인으로서 전 재산을 기부한 인물을 떠올리기 쉽지 않고, 김씨 부부와 같은 무명 독지가의 미담 사례만이 간간이 들리는 게 현실이라는 걸 드러낸다. 오히려 한국의 부자들은 재벌들을 필두로 자녀에게 상속하기 위해 탈세를 일삼으며 부의 대물림에 집착하는 사례가 많다. 상대적으로 척박한 한국의 기부 문화는 사회 저변의 기부에 대한 호응도가 미국이나 홍콩에 비해 낮고 기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데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AF)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세계기부지수(WG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부 참여 지수는 전체 조사 대상국 139개국 가운데 62위이며 국민의 기부 활동 참가율은 34%로 중간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이 5위(참가율 56%), 영국 11위(50%), 홍콩 25위(43%)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중국(138위·14%), 일본(111위·24%) 등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이할 만한 것은 개도국이며 불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미얀마(65%)가 오히려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적 풍요와 기부 문화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주목할 만한 것은 미국의 기부 문화가 눈에 띄게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 기빙 USA’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개인·재단·기업 등이 낸 기부금이 2016년보다 5.2% 늘어난 4100억 달러(약 468조원)로 추산된다. 자선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필랜트로피’는 지난해 상위 10명의 기부금 총액이 102억 달러에 이르러 2016년 43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돌았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게이츠, 저커버그, 델 컴퓨터 CEO 마이클 델(53) 등 정보기술(IT) 업계 거물 3인이 10억 달러 이상의 ‘통 큰 기부’를 해 눈길을 끌었다. 포브스 추산 세계 2위 부호(재산 약 900억 달러)인 게이츠와 아내 멀린다는 지난해 질병 퇴치 및 미국 내 저소득층·소수인종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돕는 학교 프로그램 등을 위해 자신들이 설립한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46억 달러를 기부했다.게이츠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기부한 재산 총액이 500억 달러로 추정되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민간 자선 재단으로 세계적 빈곤 퇴치, 보건 의료 확대,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커버그와 그의 부인 프리실라 챈도 지난해 그들이 설립한 ‘챈 저커버그’ 재단을 통해 19억 달러를 기부했고, 델 CEO와 그의 부인 수전도 자신들의 ‘마이클 앤드 수전 델 재단’에 10억 달러를 출연했다. 이 밖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지금까지 275억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예계 인사들도 사회 환원에 적극적이다. ‘꽃미남’ 배우의 대명사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4)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재단’을 설립해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활약 중이다. 그가 지금까지 재단을 통해 기부한 금액은 8000만 달러가 넘는다.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2억 3900만 달러를 벌어 ‘가장 돈 잘 버는 남자 영화배우’로 불린 조지 클루니(57)는 자선단체 ‘낫 온 아워 워치’(Not On Our Watch)의 공동 설립자로 수단 다르푸르 인종학살 종식을 위해 수천만 달러를 기부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 마이클 제이 폭스(57) 역시 숨은 기부왕이다. 그는 1991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파킨슨병 치료법을 찾기 위해 마이클 제이 폭스 재단을 설립하고 모금 활동을 벌였다. 이 재단의 적립금은 4억 5000만 달러(약 5100억원)에 달했다.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해 인디애나대학과 공동으로 미국인 1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연 소득 20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의 90%가 기부 활동에 참여했고 평균 기부액은 2만 9269달러로 2015년의 2만 5509달러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인 미국인의 기부 참여율이 56%이며 미국인의 평균 기부금액이 2514달러라는 점에서 고소득층이 기부 문화 확산을 견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기부 증가율이 높은 것은 개인 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가 총소득의 50%까지 인정되는 등 기부를 유도하는 제도에 힘입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 결과 고소득층 기부자의 17%만이 세금 공제 혜택에 영향을 받아 기부한다고 밝혔다. 고소득층의 54%는 ‘기부하는 자선 단체의 사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기부를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부금의 불투명한 사용과 기부 관련 단체에 대한 불신이 큰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자수성가한 부호들이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이유에 대해 자녀들이 물려받을 거액의 재산만 믿고 빈둥거리며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빌 게이츠 부부가 세 자녀에게 1000만 달러씩만 상속하겠다고 한 것은 이 같은 액수는 자녀가 무엇이든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기에는 충분치 않은 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수성가한 인사들에게 이들이 모은 막대한 재산은 개인적 역량보다 사회의 도움을 통해 축적된 부라는 ‘부채 의식’이 강한 동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에너지와 금융산업에서 92억 달러 규모의 재산을 일군 조지 카이저(76) BOK 투자회사 회장은 2010년 전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약속하면서 “내가 모은 엄청난 재산은 우수한 개인적 자질이나 독창성 때문이 아닌 내게 주어진 놀랄 만한 행운 덕분”이라며 “죄책감 때문에 기부를 서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레스터 구단주 “인터뷰 마다하고 누굴 돕는 데만 열심이었던”

    레스터 구단주 “인터뷰 마다하고 누굴 돕는 데만 열심이었던”

    201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창단 후 처음 우승했을 때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 레스터 시티 구단주는 로열 레스터 인퍼머리(서민 진료소)에 100만 파운드(약 14억 6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공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헬리콥터 참사로 세상을 뜬 스리바다나프라바 구단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헬리콥터가 참변을 당하는 순간을 목격한 이언 스트링거 BBC 기자는 “돈 많고 성공한 억만장자였으며 검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기도 했다”고 고인을 돌아봤다. 하지만 생전에 인터뷰를 극구 마다하고 사생활을 오롯이 즐겨 개인적 면모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고인은 태국 관광산업이 최근 20~30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과실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했다. 면세점 체인인 킹파워 인터내셔널을 창업해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늘 독점과 특혜 시비로 눈총과 질시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2016년 레스터가 동화처럼 우승하며 그의 프로필과 이미지가 완전 달라졌다고 조너선 헤드 BBC 기자는 짚었다. 그의 면세점은 1989년에 창업해 고속 성장을 했다는 점만 알려져 있을 뿐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중국계 혈통인 그는 네 자녀를 뒀는데 모두 킹파워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헤드에 따르면 중국계 가족 경영의 전형이라고 했다. 헤드는 “그는 인터뷰를 하지 않아 그렇게 레스터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도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레스터의 홈 경기를 관전한 뒤 런던 집과 버크셔주 별장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말들을 돌봤다. 또 좋은 와인을 감별하는 것과 도박, 말들을 사랑했다. 영국 왕실 사람들과 폴로를 즐기는 모습도 간혹 눈에 띄었다. 태국 왕실과도 긴밀해 국내 경제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이들이 응당 지역사회에 많은 것을 돌려줘야 한다며 많은 자선 활동에 동참했다. 지난 7년 동안 왕실의 자선 활동에 가장 많은 동참을 한 인물이 스리바다나프라바 구단주였다. 태국 불교 사원에서 경기 전 선수들과 팀의 행운을 빌기도 했고 승려를 모셔와 라커룸 안에서 축원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스트링거 기자는 레스터 구단만 10년 넘게 출입했는데 구단주가 자신의 생일 때면 케이크를 모두에 나눠주고 서포터들에게 음료나 원정 여행 경비, 아침식사, 스카프 등을 ‘쏘는’ 것을 숱하게 봤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열흘 안쪽에 레스터 시의회는 1억 파운드(약 1460억원)를 들여 훈련 구장을 짓도록 승인했는데 구단주는 이런 식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구단에 해주는 일을 매우 즐거워 했다. 서포터 클럽 회장인 클리프 지네타는 “구단주 가족은 레스터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 그들은 이 도시를 세계지도에서도 알아볼 만한 도시로 키웠다. 수백만 파운드를 구단에 투자했고 병원, 어린이 시설에도 많은 돈을 썼다. 성탄절이면 파이와 음료까지 공짜로, 그들은 늘 그런 식이었다”고 말했다.구단주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는데 2016년 우승 직후 아들 아이야왓트가 댄 론 BBC 기자와 한 것이 예외적이었다. 아이야왓트는 “기적이라고요. 그렇죠. 영감을 불어넣었고 사람들이 얘기하게 만들었어요. 우리는 스포츠의 기준을 새로 설정하고 세상 전체에 영감을 불어넣었어요. 스포츠만이 아니라 인생이 그런 것이지요. 레스터를 삶의 잣대로 삼는다면 사람들은 싸우고 해보려 할 거에요. 그리고 언젠가는 이루겠지요. 모든 이는 그런 일을 할만한 권리를 갖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 도시를 위해 기적이지요. 선수들을 위한 기적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열심히 일해 이만한 위치에 이르렀어요. 운만으로는 안될 일”이라고 밝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중절모에 파이프 담배, 1921년 에베레스트 등정 나선 영국인들

    중절모에 파이프 담배, 1921년 에베레스트 등정 나선 영국인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대원이 중절모를 쓴 채 파이프 담배를 물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인 1921년 저유명한 조지 말러리(영국) 경이 군인 겸 탐험가 찰스 하워드 뷰리가 이끄는 탐험대에 가이 불록과 함께 참가해 노스콜을 통해 에베레스트 정상에 도전하던 때 촬영된 사진 중 하나다. 당시 탐험대는 서구인으로는 처음 에베레스트 산군에 발을 들여놓았다. 1924년 6월 8일 말러리 경이 에베레스트 슬로프에서 숨지기 3년 전의 일이다. 뷰리 탐험대는 노스콜을 통해 정상을 눈앞에 뒀으나 바람에 막혀 돌아서고 말았다. 당시 이들의 탐험은 세계 최고봉 정상에 인간이 오를 수 있음을 입증해낸 의미가 있었다. 이 사진들은 원래 질산 은염 네거티브 방식으로 촬영했는데 벨기에의 살토 울빅 스튜디오가 디지털 사진으로 전환했으며 29일부터 영국 런던의 왕립지리학회에서 무료 전시된다고 BBC가 미리 소개했다.이 사진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 높은 초오유 아래 키예트락 빙하를 담은 것인데 말러리가 카메라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에베레스트를 찍는다면서 유리 판을 반대로 놓아 엉뚱하게 초오유를 촬영한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나중에 말러리는 카르타 빙하에 이르렀을 때 쯤에 완벽하게 카메라를 작동해 네팔인 세르파들을 제대로 담았다.세 세르파들이 로프를 이용해 장비를 끌어올리려고 애쓰고 있다. 당시 산소통 같은 것도 없어서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장비나 지원 모두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트렉 일부에는 많은 눈이 쌓여 있어서 맬러리가 건너는 모습을 스냅으로 담았다.블록이 촬영한 이 사진에는 “조지 말러리가 거미처럼 등정했다”고 설명이 붙여져 있었다. 그는 노스콜 등정을 이끄는 맨앞에 있었다.뷰리는 나중에 의원이 됐는데 해발 고도 6858m에 설치한 캠프를 촬영하고 “바람 부는 콜 캠프”라고 칭했다.셰카르 초테 수도원의 티베트 불교 승려들 모습이다.말러리 경이 촬영한 이 사진은 눈덮인 에베레스트 산군을 렌즈에 담은 초기 작품 가운데 하나인데 촬영한 지점과 시점을 “해발 6096m의 캠프-마지막 날”이라고 적어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생생리포트]‘누가누가 더 큰 불상 세우나’ 경쟁하는 중국 지방도시들

    [생생리포트]‘누가누가 더 큰 불상 세우나’ 경쟁하는 중국 지방도시들

    중국 각 지방에서 좀 더 큰 불상을 세우기 위한 승자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산시(山西)성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구리 불상이 3억 8000만 위안(약 622억원)을 투자해 건설됐다. 한 사업가가 8년여에 걸쳐 만든 이 불상은 높이만 88m로 22층 빌딩에 해당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허난성 핑딩산시 루샨현에는 세계 최대 크기의 불상이 있다. 2008년 108㎏의 금으로 만든 금불상이 12억 위안을 들여 세워졌다. 루샨현은 연간 주민 소득이 1만 2800위안(약 200만원)에 지나지 않는 가난한 시골 마을이다. 건설에 11년이 걸린 이 금불상의 높이는 208m에 이른다. 2011년 이 일대는 중국 최고 등급의 관광지인 5A급 관광명소로 지정되었다. 중국에서는 몇 년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조각상이 들어서고 있다.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초대형 조각상은 단지 부처만이 아니라 관우, 노자, 공자, 황제, 영락제, 마조, 마오쩌둥 등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황금을 입힌 마오쩌둥 조각상은 2016년 허난성의 한 빈곤촌에 세워졌지만 당황한 지방 정부에 의해 바로 다음날 산산조각이 났다. 생전에 마오는 우상과 종교 숭배를 금지했지만 중국 각 지방에서 불상을 비롯해 대형 조각상을 세우는 것은 종교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이다. 중국의 관광지는 물가 대비 입장료가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중국 국가종교사무국의 왕쭤안(王作安) 국장은 “중국의 몇몇 불상은 지나지게 큰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만약 누군가 세계에서 가장 큰 불상을 세우면 다음에 더 큰 불상을 세우려는 사람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중국의 거대 불상 세우기 경쟁을 설명했다. 경쟁적으로 대규모 조각상을 세우는 것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이는 1997년 우시에 들어선 88m의 링샨 불상의 성공 때문이다. 당시 링샨 불상이 세계에서 가장 큰 불상으로 조명받으면서 경쟁적으로 더 큰 불상이 생겨나게 됐다. 중국 불교협회와 국무원, 국가종교사무국에서는 더 이상 대규모 야외 불상을 세우지 말라며 불상 건설 경쟁을 자제시키려 했지만 관광 수익을 벌어보려는 이들은 당국의 경고를 무시했다. 하지만 링샨 불상이 연간 400만명의 관광객을 쓸어모으는 명소가 된 것은 단지 거대한 불상 때문이 아니라 불교문화 박물관, 불교 주제 민속촌 등을 건설하고 세계 불교 포럼을 여는 등의 노력 때문이다. 관광 전문가들은 거대한 조각상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국외여행으로 눈이 높아진 중국 관광객을 그러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종교계·시민사회단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한목소리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오는 30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주최로 열리는 간담회가 그것. 그동안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가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것과는 달리 본격적인 연대에 나서 주목된다. 차별금지법이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성적지향 등 이유로 교육이나 직업훈련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돼 2010, 2012년 등 세 차례에 걸친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개신교계 등의 반발로 번번히 무산됐다. 그러다가 최근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취임식을 통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추진할 뜻을 밝히는 등 법 제정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이같은 흐름에서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차별과 혐오 문제를 정색하고 짚어보기 위해 마련된 모임. 무엇보다 종교계와 시민사회가 공동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대 종단이 마주앉아 주제발표및 토론을 진행한다. 한국사회의 인권현실과 차별금지법의 의미며 필요성과 관련한 열띤 토론이 예상된다.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이 축사를 하며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겸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와 조혜인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겸 희망을만드는법 소속 변호사가 발제에 나선다. 특히 참석자들은 각 종단별 입장 발표를 통해 공유의 방식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종단 참여단체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와 원불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4개 단체이다. 문의 (02)743-4472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문정왕후가 아들 명종 만수무강 빌며 제작한 불화 보물 된다

    문정왕후가 아들 명종 만수무강 빌며 제작한 불화 보물 된다

    조선 제11대 왕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1501~1565)가 아들 명종(재위 1545~1567)의 만수무강과 후손 탄생을 기원하며 제작한 불화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5일 밝혔다. 16세기 승려 보우가 쓴 화기(畵記)에 따르면 문정왕후가 경기 양주 회암사를 중창하면서 석가, 약사, 미륵, 아미타불을 소재로 한 금니화(金泥畵·검은 바탕이나 풀색 바탕에 금물만으로 그린 그림)와 채색화 각 50점을 포함해 총 400여점의 불화를 제작했다. 그 중 6점이 남아있는데 국내에 남은 불화는 이 그림이 유일하다. 4점은 일본에 있고, 1점은 미국 버크 컬렉션에 소장돼 있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약사여래삼존도는 가운데 본존인 약사여래를 두고 왼쪽과 오른쪽에 월광(月光)보살과 일광(日光)보살을 배치했다. 금물로 그려 화려하고 격조가 느껴진다. 주존불과 보살 사이에 엄격한 위계를 둔 고려불화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갸름한 신체와 작은 이목구비 등 조선전기 왕실 불화의 특징도 반영되어 있다. 당시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던 문정왕후가 지원한 회암사는 승려 보우가 활동할 시기에 최대 규모 왕실 사찰로 번성했으나 이후 쇠퇴해 지금은 절터만 남았다. 1964년 ‘회암사지’라는 명칭으로 사적 제128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와 같은 해에 조성된 ‘목포 달성사 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과 불교 경전인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3’,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5’도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 ‘목포 달성사 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향엄 등 5명의 조각승이 만든 작품으로 지장삼존(地藏三尊), 시왕(十王), 판관(判官)과 사자(使者) 등 19구로 이루어진 불상군이다.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3’과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권5’는 불교 경전인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 중 각각 권3과 권5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불교 의식 중 하나인 참회법회를 통해 부처의 영험을 받으면 죄를 씻고 복을 누리고 나아가 윤회에서 벗어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김삿갓 동상 일본식 갓에 불만, 여주 목아박물관에 불지른 70대 실형

    김삿갓 동상 일본식 갓에 불만, 여주 목아박물관에 불지른 70대 실형

    김삿갓 동상의 갓이 일본식이라며 교체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데 불만을 품고 박물관에 불을 낸 7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는 공익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김모(73)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피고인 김 씨는 지난 5월 31일 오후 5시께 경기도 여주의 목아박물관 내 목조건물 ‘사후재판소’에 불을 내 이 건물과 내부에 전시된 단군상 등 목조 작품 40여 점 등을 태운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는 박물관의 초대관장이 제작해 강원 영월군에 설치한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으로 유명한 김병연(김삿갓)의 동상에 조선 갓이 아닌 일본 갓이 씌워져 있다며 동상의 갓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박물관 운영자가 적지 않은 재산상 피해를 보았고 그런데도 피고인은 피해 복구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아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고령이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993년 6월 개관한 목아박물관은 사립 불교 박물관이다. 대방광불화엄경 등 보물 3점과 2800여 점의 유물을 보관·전시하고 있다. 이 중 사후재판소는 저승에 가면 죄를 심판하는 곳을 연출해 놓은 공간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조선 군주 세조의 ‘얼굴’을 만나다… 국립고궁박물관 ‘세조 어진 초본’ 첫 공개

    조선 군주 세조의 ‘얼굴’을 만나다… 국립고궁박물관 ‘세조 어진 초본’ 첫 공개

    화가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가 1935년에 그린 세조 어진(御眞·왕의 초상화) 초본이 처음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세조 어진 초본과 더불어 세조 관련 유물 및 사진·영상 자료 30여점을 선보이는 테마전 ‘세조’를 22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궁중서화실에서 연다고 18일 밝혔다. 2016년 국내 경매에 출품된 세조 어진 초본을 구매한 고궁박물관이 2년 만에 일반에 처음 공개하는 자리다. 세조 어진 초본은 1935년 화가 김은호가 1735년 제작한 세존의 또 다른 어진을 모사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그린 밑그림이다. 어진 초본의 크기는 가로 131.8㎝, 세로 186.5㎝로 우측 하단에 김은호의 인장이 찍혀 있다. 한국전쟁을 피해 부산국악원 창고로 옮겨 보관되었던 조선시대 어진 대다수가 1954년 11월 용두산 화재로 소실된 상황에서 이 초본은 세조의 모습을 알려주는 유일한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전시에는 세조 어진 초본 외에도 세조가 수양대군 시절에 형인 문종의 지시로 육지에서 벌이는 전투의 진을 짜는 방법을 모아 편찬한 책 진법(陳法), 세조 10년(1464)에 불교 서적 ‘선종영가집(禪宗永嘉集)’을 번역해 펴낸 ‘선종영가집언해’, 세조를 비롯한 역대 왕들의 글씨 탁본을 모아 놓은 ‘열성어필’ 등이 나온다. 조선시대 세조 어진에 대한 보수와 모사 작업 내용을 기록한 등록(謄錄)도 소개한다. 등록에 따르면 세조 어진은 그가 묻힌 남양주 광릉 옆 진전(眞殿·어진을 모신 전각)에 보관한 덕분에 임재왜란과 병자호란 때도 보존되어 일제강점기까지 전승됐다. 전시는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 ‘세조의 왕위 찬탈과 단종 복위 사건의 그늘’, ‘나라를 다시 세운 왕으로 숭배된 세조’, ‘세조의 왕릉, 광릉’ 등 7개 주제로 구성된다. 전시실에 설치된 화면 속 세조 어진 초본에 색을 입히는 영상 체험, 세조 어진 초본 따라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강연도 마련된다. 고궁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가 피의 군주이자 치적 군주라는 양면적 평가를 받는 세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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