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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공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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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빈 지방대, 양극화·전공폐지 ‘설움’

    저출산의 여파는 대학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데다 학생 수까지 줄어 지방대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특히 저출산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학부모의 외면으로 지방대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전남 영암에 있는 대불대는 2007학년도부터 공대의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신입생이 갈수록 줄어 학과 자체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15년 전 설립 당시 이 지역의 대불공단을 발판으로 우수 인재를 공급한다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정작 대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대가 문을 닫은 것이다. 남궁승태 입학홍보처장은 “한때는 공대 정원이 100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대불공단이 죽으면서 신입생들이 급격히 줄었다.”면서 “전공이 사라지면서 해당 교수들이 교양과목과 유사 전공으로 옮겨 강의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전공이 폐지되면 해당 정원만큼 인기 전공의 정원을 늘렸는데, 올해부터는 인기 전공이라고 하더라도 특성화 전공이 아니면 과감하게 정원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학부모들의 생각이 달라진 것도 지방대에는 큰 부담이다. 예전과 달리 가정마다 자녀 수가 하나에 그치다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를 무조건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 대학으로 보내려고 하는 탓이다. 경주 위덕대 김형렬 입학처장은 “자녀가 한 명이다 보니 체면이나 교육환경을 고려해 취업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서울로 보내고 보자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고 지방대학의 신입생 모집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학생들이 수시모집으로 빠져 나가면서 정시모집에는 지원자가 거의 없는데 수시모집을 없앤다고 하니 앞으로 더욱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질 것 같다.”면서 “서울의 주요 대학은 정원을 줄여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가고, 지방대는 특성화를 통해 잘 하려는 대학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를 서울·수도권으로 보내려는 현상은 충남 지역 대학들에 극명하게 나타난다. 대전에 있는 배재대 김용욱 입학홍보처장은 “금강 이북 지역은 수도권 통학이 가능해 그나마 수도권 학생들을 반대로 유치할 수 있지만 이남 지역은 신입생 유치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수도권 지역 대학이 블랙홀이 돼 학생들을 뽑아가고 있어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낙하산 논란’ 거래소감사 어떤 자리

    증권선물거래소 상임 감사자리를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거래소 감사 자리가 근 4개월 동안 비어 있다.‘4개월이나 비어 있는 자리 필요없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후보추천위원장을 사퇴한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그런 자리라면 왜 연봉을 4억원(성과급 포함)씩이나 주느냐.”며 펄쩍 뛴다. 현재 거래소의 상임감사 업무는 감사실장이 직무대행하고 있다. 거래소는 정관에 따라 3명의 감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갖게 돼 있다. 이 가운데 1명이 현재 문제가 되는 상임 감사이며 나머지 2명은 사외이사 중 회계·재무 지식이 있는 사람이 맡는다. 감사위원회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며 감사실의 보조를 받게 돼 있다. 권 교수는 “증권선물거래소는 유가증권·코스닥·선물시장이 합쳐진 통합거래소가 되면서 직원간 갈등이나 통합 과정의 인력구조조정으로 인한 업무 공백 등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를 미리 막기 위해 감사가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회상장이나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심리,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감리 등의 정점이 감사이다. 이창봉 감사실장도 “직무대행을 해도 이사장, 본부장 등 7명이 한달에 1∼2번씩 만나는 내부 임원회의에는 참석할 수 없다.”면서 “이 점에서 고급정보에 접하기가 어렵고 내부 통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감독하는 거래소 입장에서는 어느 상장기업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져야 체면이 선다. 현재 거래소는 28개 증권사가 86.49%,12개 선물회사가 4.1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증권예탁결제원, 증권업협회, 코스콤(옛 증권전산), 한국증권금융,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보유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추진되는 거래소 상장의 난제 중 하나가 이 얽힌 지분 관계를 푸는 것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길섶에서] 노스님/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대학시절 공부한답시고 여러차례 기거한 고향 절의 노스님은 참으로 특이했다. 새벽부터 예불은 하지 않고 절 주변에 개간한 밭에서 일을 했다. 틈이 나면 인근 계곡을 돌며 놀러온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웠다. 죽어서 신세지기 싫다며 자신의 관을 미리 짜서 학생들이 있는 요사채 지붕 밑에 놓아둬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불공차 찾아오는 시골 아낙들이 이고 오는 것은 쌀 정도가 고작이었지만 스님은 학생 기숙비 등을 아껴 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새경을 넉넉하게 쳐줬다. 때문에 산 아래 마을에서는 “절에 가면 부자 된다.”라는 말이 돌았다. 지난 여름 오랜만에 찾은 절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노스님이 돌아가신 뒤 새로 온 스님이 많은 돈을 들여 수리를 한 덕택이라고 한다. 하룻밤을 자며 젊은 스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풍채 좋은 스님은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더니 “촌 보살들이 이게 있어야지. 내가 여기저기서 불사 좀 했지.”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얘기를 들을수록 노스님의 존재가 커져만 가는 것은 어인 일인지. 김학준 지방자치부 차장 kimhj@seoul.co.kr
  • [여성&남성]혼전임신=결혼? “글쎄요∼”

    [여성&남성]혼전임신=결혼? “글쎄요∼”

    “애기, 내가 책임진다고. 대신, 누나는 아니야. 누나는 책임 못져.”“왜 나는 책임 못져?애기는 내 거야, 내가 책임져.”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서 병희(고현정 분)와 철수(천정명 분)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뒤 아기가 생긴 줄 알고 나누는 대사다. 남자는 무조건 내가 다 책임진다고 큰소리 치지 않는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하지도 않는다. 여자 역시 나랑 결혼해달라고, 아기를 책임지라고 매달리지 않는다. 무조건 쉬쉬 하던 혼전임신, 시대가 바뀌면서 인식이 바뀐 것일까. 혼전임신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생각을 들어봤다. ●“쉬쉬 하며 감출 일 아니다” 어지간한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보는 드라마 마니아 손모(27)씨는 혼전 임신과 관련된 내용만 나오면 짜증이 난다. 가족들이 결혼을 반대하면 임신을 내세우고 이른바 ‘사고’를 쳐서 애가 생기면 당사자들 의견과는 상관 없이 집안 전체가 나서서 일단 결혼부터 시키고 본다. 심지어 남자를 잡기 위해 임신을 하거나 임신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손씨는 “절대 임신이나 낙태를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혼전 임신=결혼’이라는 공식은 너무 구시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지한 만남을 갖던 중 아기가 생겼다면 결혼을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결혼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실수로 아이가 생겼는데 인생 방향 전체를 바꾼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혼전 임신을 무조건 쉬쉬하고 감추려는 것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다. 주부 이모(28)씨는 “6살 터울인 친언니가 혼전 임신을 했었는데 당시 부모님이 집안 망신이라면 무조건 숨기려고 했다.”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차피 결혼할 사람 사이에 생긴 아기인데 왜 감추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반면 김모(28)씨는 혼전 임신은 아직까지 드러내기 힘들다는 생각이다.“아이들에게 성 교육도 해야 하는데 좀 민망할 것 같아요. 결혼이나 신혼에 대한 신비감이 떨어질 수도 있죠. 결혼을 해야지만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사라질 것 같네요.” ●“미혼모길은 험난… 현실 직시해야” 혼전 임신을 했다고 무조건 결혼하는 것도 시대착오적이지만 영화 ‘싱글즈’의 동미(엄정화 분)처럼 친구 아이를 혼자 낳아 잘 길러보겠다는 것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김모(30)씨는 “나도 옛날에는 결혼하기 싫고 애나 한 명 낳아서 잘 길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사회에 나와 보니 현실은 그렇게 만만찮은 것 같다.”면서 “서른 넘어서 결혼을 안 해도 온갖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결혼도 안하고 애만 낳아서 기른다는 것은 솔직히 어려운 얘기”라고 했다. 박모(27)씨는 혼전 임신을 풀어 나가는 과정은 남들 시선보다도 경제적 능력의 문제로 보는 입장이다. 본인이 능력이 있다면 굳이 남자한테 책임 운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TV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의 미혼모 변호사를 그 예로 들었다.“능력이 되니까 아이도 낳고 애 봐줄 사람도 써 가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거죠.” ●책임보다는 관계가 먼저 혼전 임신을 두고 남자들이 책임을 먼저 생각한다면 여자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고민한다. “아기가 생겼을 때 여자들이 ‘이제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묻는 건 아기를 책임지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두 사람의 관계를 명확히 한다면 아기야 누구든 키우면 되는 문제죠.” 윤모(26)씨는 한발 앞서 아이는 여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만일 혼전 임신을 하게 되더라도 두 사람간의 애정이 더 중요하지 아기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이를 낳게 된다면 내가 길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오모(28)씨는 일단 아이가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성에 관해 매우 개방적인 오씨지만 그와 별개로 임신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이든 사고를 친 것이든 아이가 태어나서 불행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면서 “그것은 결혼이 될 수도 있고 어느 한쪽이 키우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모(30)씨는 혼전 임신은 여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를 낳은 사람은 여전히 사회 전반에서 차별받는 약자인 여자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이 전제되지 않은 임신은 자기에게나 아기에게나 미친 짓이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나길회 김준석기자 kkirina@seoul.co.kr ●“여자보다는 아이 먼저 생각”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4)씨는 얼마 전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를 본 뒤 남자 후배와 혼전 임신에 대해 얘기하면서 깜짝 놀랐다. 김씨는 무조건 여자와 아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후배는 달랐다. 후배는 “드라마 속 철수처럼 내 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랑하지도 않는데 무조건 결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과거에는 대부분 남자들이 혼전 임신을 하게 되면 여자와 아이를 둘 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소 달라진 듯하다.‘여자 따로, 아이 따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졌다. 회사원 허모(29)씨는 “사랑해서 생긴 것이든 단순한 불장난으로 생긴 것이든 아이는 남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이를 가진 여자를 무조건 내가 책임지기보다는 아이를 어떻게 할지 먼저 확실히 결정한 뒤 결혼 여부를 따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반면 대학원생 조모(27)씨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혼전 임신으로 생긴 아이를 무조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반대다. 실수는 같이 했는데 남자한테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는 “어쩌다 애가 생겼다고 해서 마음에도 없는 남자랑 결혼하는 것은 여자쪽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때에도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여자 쪽에서 굳이 아이를 낳겠다고 하면 결혼을 생각해 보긴 하겠지만 만약 내 여동생이 혼전 임신으로 무조건 결혼을 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습니다. 남자들은 책임감으로 결혼을 할 수는 있어도 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기는 힘들거든요.” ●사랑하면 책임져라 회사원 차모(29)씨는 어떤 식으로든 여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씨는 “아무래도 혼전 임신을 했을 경우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훨씬 더 불리한 것이 사실 아니냐.”면서 “낙태든 결혼이든 여자쪽에서 원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귀는 동안 아이가 생긴 건 숨길 일이 아니라고도 했다.“사촌형이 결혼 만3년째인데도 애가 없는데 어른들이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요즘은 애가 혼수라는 말도 있잖아요.” 대학생 박모(23)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상황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솔직히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하면 덜컥 겁이 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몰라라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부모님은 남들 보기에 창피하시겠지만 좋아하는 사이에서 아이가 생긴 게 뭐 그렇게 벌받을 일인가요.”자영업자 김모(32)씨는 사랑하는 사이라면 혼전 임신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김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를 가진다면 두 사람은 공동의 책임이 생기는 것으로 결혼으로 가는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이 생긴다.”고 했다. ●미혼부는 과연? 막 사회에 진출한 대기업 사원 서모(27)씨는 당당한 미혼부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결혼 계획은 현재까지 없지만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그건 남자가 책임지는 것이 좋다고 본다.”면서 “여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낙태는 말도 안되는 것이며 아이가 생기면 성심성의껏 돌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혼모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미혼부라면 그저 불쌍하다는 정도 아니겠느냐.”면서 “나라면 아이를 당당하게 키워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혼전 임신은 괴로움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혼전 임신으로 결혼한 아내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박모(35)씨는 “사랑하지도 않는데 결혼하는 것 아니냐는 등 아내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이렇듯 혼전 임신은 결혼을 한다 해도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데 하물며 결혼조차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준석 나길회기자 hermes@seoul.co.kr
  • [문화마당] 달구경/황주리 화가

    어릴적 추석은 꿈에 부풀어 기다리던 즐거운 축제였다. 송편과 빈대떡과 과일들이 그림처럼 쌓여 있던 차례상 앞에서 어린 동생과 나는 그저 즐거웠다. 빛깔 고운 때때옷을 입고 친척집을 향하던 발걸음은 아무 걱정 없는 새들의 날개처럼 마냥 가벼웠다. 새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시가 떠오른다. 하지만 새가 되지 못하고 어른이 된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어린 우리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어머니의 걱정이 무엇이었는지,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부채가 얼마나 되었는지 어린 우리는 알 턱이 없었다. 저녁이면 휘영청 달은 밝았고, 하루가 가는 것이 아쉬워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던 그리운 한옥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로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지 오래다. 하도 그 옛집이 그리워 나는 아파트를 구경하러 여러 번 갔었다. 아무런 추억도 불러내지 못하는 고층 아파트의 전망은 북악산과 저 멀리 청와대까지 다 보여 아주 근사했다. 요즘도 꿈에 보이는 그리운 골목길은 누가 다 가져갔을까? 막다른 골목길 하늘 위에서 어린 나를 내려다보던 한가위 보름달을 어찌 잊으랴? 달구경을 가고싶다. 성북동이나 평창동 골짜기 쯤이면 아직도 옛날 맛을 내는 달 구경을 할 수 있을까? 대학 시절 어느 추석날 누군가와 달구경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이종 사촌오빠의 고종 사촌 형이던 그는 무척 얼굴이 잘 생긴 청년이었다. 그를 보면 가슴이 늘 설레던 나는 추석에 우리 집에 인사차 들른 그와 함께 달구경을 나섰다. 아마 김대건 신부의 묘가 있는 절두산 성지였을 것이다. 별들은 빛났고, 달님의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이 부신 대보름 밤이었다. 나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그 잘 생긴 청년은 나에게 좋아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오랜 나의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몹쓸건 정말 이내 심사,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나는 그가 나랑 아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는 그 누구와도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자라지 못한다고, 정말 그가 그랬다. 생각처럼 그는 행복하지 못했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재혼을 했지만,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2년 전 어느 날 암에 걸려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병원 영안실에서 만난 그의 사진은 늘 그렇듯 참 잘 생긴 청년이었다. 그 옛날 달구경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을까? 삶의 형이상학은 언제나 현실의 형이하학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세상의 많은 여자들은 그렇게 맑고 바르고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와 잘 살아내지 못하는지 모른다. 적당히 세속적인 세상의 남자들이 가정을 더 잘 꾸려가는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직도 그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내려다보는 달님은 세상이 점점 더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그렇게 세속에 물든 우리 탓이라고 꾸짖는다. 하지만 장을 보는 사람은 안다. 장바구니에 담긴 우리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치러지는 돈이 얼마나 가볍고 무가치한지를…. 장바구니 가득하던 추석의 기억은 어른이 되면서 서서히 그 의미가 사라져갔다. 남색 마고자를 입으신 우리 아버지가 대문을 열고 들어서던 마당 넓은 한옥이 헐려 사라진 뒤였을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아버지와 할머니의 목소리를 잊어버려서일까? 내게 추석은 이제 별 의미없는 휴가의 한 부분일 뿐이다. 어디 내게만 그러랴? 사는 일이 넉넉한 사람들은 외국 여행을 떠나고, 이제나 저제나 가난한 사람들은 2006년 추석 대보름에도 배가 고픈, 이 불공평한 세상에 평화 있으라. 무정한 세월에 닳아, 그조차 마음이 변한 달님 하나가 무심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황주리 화가 ●알림 이달부터 필진이 바뀝니다. 새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황주리(화가) ▲여건종(숙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황현산(문학평론가·고대 불문과 교수) ▲임영균(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 해외 여행자보험 분쟁 잇달아

    “도난당한 물건 액수와 상관없이 50만원만 보상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경남 김해에 사는 사모(35)씨는 최근 뉴질랜드 여행 중 선물과 귀중품이 든 가방을 도난당했다. 여행 첫 날, 공항에서 나와 곧바로 여행버스에 실어둔 가방 5개 중 선물 등 값나가는 물건이 든 가방만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보험처리를 위해 가이드와 현지 경찰서에 도난신고를 마친 후 “보험사에서 책임질 것”이란 언질까지 받았지만 사정은 달랐다. 해당 여행사에서는 “보험약관상 보상금액이 5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여행사나 보험사가 그 이상의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 긴 추석연휴 기간 중 30만 명 이상의 여행객들이 해외로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행자보험으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비현실적인 약관이나 불공정 조항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여행자보험과 관련해 제기되는 민원이 부쩍 늘고 있다. 추석 이후 이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등지에서는 스쿠버다이빙, 스노클링 등 해상 스포츠가 필수 코스이지만 사고가 나면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9월 태국 파타야에서 휴가를 즐기던 이모(34)씨는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산호에 쓸려 팔이 3㎝ 정도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보상은 전혀 받지 못했다.일부 여행자보험 약관에 패러세일링, 바나나코트, 스쿠버다이빙, 스카이다이빙, 행글라이딩 등의 사고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이드가 사고 책임은 모두 개인의 몫이라고 적힌 종이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면서 “당시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모든 여행자가 즐기는 코스를 두고 책임을 전가하는 셈인데, 비현실적이고 불공정한 조항”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쿠데타 이후 여전히 비상정국 상태인 태국의 경우 불안한 치안상황 때문에 사고를 당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보험약관에는 혁명, 내란, 전쟁, 폭동, 소요 등에 따른 사고에 대해 보험사는 보상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장금액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문제다. 패키지 여행의 경우 일부 여행보험의 보상금액은 사망시 최대 5000만원, 상해시 100만원 정도. 여행 도중 인적·물적인 피해가 날 경우 여행자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손해보험협회 박준식 팀장은 “출반 전 반드시 여행사에 어떤 여행자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해 보고 보장금액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따로 보험을 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행사의 보증보험 가입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 서대순 대리는 “신문 광고 등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는 5억원의 보증보험에 들어야 한다.”면서 “보증보험을 든 여행사는 폐업하거나 부도가 나도 소비자들은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유영규 나길회기자 whoami@seoul.co.kr
  • [경제정책 돋보기] ‘동의명령제’ 도입 논란

    [경제정책 돋보기] ‘동의명령제’ 도입 논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프로그램 끼워팔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한창 진행될 때의 일이다.MS는 공정위에 ‘동의명령제’를 적용, 사건을 종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내에 동의명령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MS도 뻔히 알고 있었다. 한마디로 “선진국에선 다 시행되는 제도인데 왜 한국에서만 통하지 않느냐.”며 고압적인 자세를 드러낸 것이다.MS의 끼워팔기는 공정거래법상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위법 행위로 결론나 시정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MS가 주장했던 동의명령제는 우리가 시장경제 선진화 차원에서 도입해야 할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당국과 법위반 사업자의 타협으로 사건 종결 1일 공정위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공정위에 ‘선진화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사건처리절차 분과에서 동의명령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지난달 28일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에서 2008년까지 마무리할 장기과제로 삼아, 법무부에 검토를 요청했다. 동의명령제란 경쟁당국과 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업자가 합의를 통해 사건을 종료하는 제도이다. 공정거래법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 시작해 지금은 반대하던 독일 등 유럽국가와 일본에서도 도입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법을 어긴 기업과 정부 당국이 타협하는 게 타당하냐는 정서상의 문제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꼭 도입해야 할 제도로 재평가되고 있다. 동의명령제의 절차는 먼저 공정위가 신고나 직권에 따라 법 위반을 조사해 혐의가 드러나면 해당 기업에 혐의 사실을 통보한다. 기업이 혐의를 부인하면 계속 조사가 진행돼 양측간 공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혐의를 시인하면 기업측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피해보상안 등을 공정위에 제출하고 공정위는 이해 관계자의 의견수렴과 전체회의를 거쳐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수용되면 사건은 종결되고 거부되면 다시 조정을 거치거나 조사가 진행된다. ●친시장·친기업 정책이지만 면죄부 될 수 없어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조사에만 2∼3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 “사건이 장기화하면 기업활동에 지장을 주고 경쟁당국 입장에서도 예산 낭비의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의 후생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게 동의명령제라고 말했다. 조성국 중앙대 법과대 교수는 “경제법은 규약을 따지는 형법과 달리 시장의 잘못된 상황을 빨리 제거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관련 정보를 경쟁당국이 모두 갖고 있지 않아 해당 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양측이 시간을 끌기보다 동의 아래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는 게 시장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동의명령제로 사건이 종결되면 그동안의 혐의에 대한 위법 여부는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에 법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동의명령 과정에서 기업이 혐의를 시인한 내용 등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다른 증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번거로운 점이 있다. ●피해자들 법원에 손배소 청구 가능 조성국 교수는 이와 관련,“소비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있지만 동의명령을 결정하기에 앞서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기간이 있을 것”이라면서 “또한 정부의 행정 결정이 법원의 판결을 구속할 수는 없기에 소비자의 권리를 해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업이 동의명령제를 악용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가격담합·물량제한·시장분할 등 경성 카르텔은 처음부터 동의명령제 대상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또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일정 규모 이하의 불공정거래 행위도 빼기로 했다. 아울러 약자의 위치인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법원에 행위 중지를 요구하는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도(사소)’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피해자는 공정위에 법 위반 사항을 신고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위한 민사소송만 제기할 수 있다. 한편 대륙법을 중시하는 일부 법학자들은 “법을 어긴 상대방과 정부가 타협하는 것은 곤란하며 위반 행위를 했다면 법 정신에 따라 처벌하는 게 맞다.”고 주장, 제도의 도입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예상된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검찰통보

    증권선물위원회는 27일 회의를 열고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흡수 합병 당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조사 내용을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증선위는 지난 4월 검찰에서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관련 정보를 금융감독원에 제공하고 조사를 요청해옴에 따라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조사의 핵심은 2003년 11월말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가를 조작했는지 여부다. 합병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확실치 않은 감자(減資)설을 고의적으로 흘리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당시 외환카드가 자본금을 줄인다는 얘기가 퍼졌으나 외환은행은 2003년 11월28일 자본금을 줄이지 않고 외환카드를 흡수·합병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외환카드 감자설이 퍼진 2003년 11월17일부터 7일 동안 외환카드 주가는 6700원에서 2550원으로 폭락했으며, 외환은행은 2대 주주인 올림푸스 캐피탈과 소액주주들로부터 싼값에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증선위는 검찰에 통보한 조사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증선위는 “이번에 통보한 혐의 사실은 검찰의 수사를 통해 위법 여부가 가려지고 법원의 판단에 의해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선위가 혐의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외환은행 일부 임원들의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했지만 관심이 집중됐던 론스타의 조직적 개입 증거는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의 주가조작 참여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혐의 내용을 공개하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론스타가 국민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기까지에는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단이 따라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알짜’ 신세계 강남점 무슨일이?

    ‘알짜’ 신세계 강남점 무슨일이?

    신세계백화점이 대표 점포인 강남점의 건물주인 센트럴시티와 임차 수수료율 조정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최근 건물주인 센트럴시티와의 임차 수수료율 조정에 관한 의견 차이로 센트럴시티측으로부터 지난 1월 임대차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강남점은 지난 2000년 10월 센트럴시티와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개장, 영업해왔다. 강남점 매출액은 신세계백화점의 점포중 가장 많다. 강남점은 매달 총 매출액의 3.5%를 임차 수수료로 지급해왔다. 하지만 센트럴시티측이 지난해부터 강남점의 매출 급증을 이유로 수수료율을 1.5% 포인트 올릴 것을 요구하자 신세계측은 이를 거부했다. 센트럴시티는 수수료율 재산정을 위해 입점 브랜드와의 계약 문서 공개를 요청했으나 신세계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이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센트럴시티측은 지난 1월 신세계에 ‘장기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라는 점을 통보하고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있다. 또 지난 7월 “신세계가 임대차 계약이 해지된 상황에서 무단으로 건물을 점용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무단 점용료를 산정했다. 이와 관련, 신세계는 기존 수수료율로 산정된 임차료를 법원에 공탁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에 앞서 센트럴시티측은 자사 경영진이 개편된 2004년에는 신세계와 한 해 전에 맺은 5∼7층 추가 임대차 약정과 관련,“불공정 계약으로 문제가 있으니 원점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신세계측에 밝혔다. 신세계측이 이를 거절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촉발됐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신세계는 그러나 수수료율 인상건이 법정 공방으로 번질 경우 회사 이미지 훼손 및 백화점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어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많은 인테리어 비용이 들어 은행이나 서점 등과는 입장이 많이 다르다.”며 “세입자 입장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센트럴시티 관계자는 “신세계측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생각나눔] 부동산 근저당 설정비 누가 내야하나

    [생각나눔] 부동산 근저당 설정비 누가 내야하나

    아파트 등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은행 고객들이 부담해온 부동산 근저당 설정비용을 은행이 부담하라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권고 결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받을 경우 근저당 설정비로 226만원 이상을 물어야 했던 소비자에게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은행이 비용 증가를 이유로 대출금리를 올리면 자칫 ‘조삼모사(朝三暮四)’로 끝날 수도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부동산담보 대출자에게만 근저당 설정비가 부과됐으나, 은행들이 설정비 부담액을 판매관리비 전반에 포함시켜 은행 전체의 영업비용으로 계산해 비용 증가분을 담보대출자와 신용대출자에게 모두 전가시키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 ●대출로 이익 보는 주체가 누구냐 고충위는 2002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으로 승인한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의 ‘대출에 따르는 부대 비용의 고객 부담’ 부분을 ‘은행 부담’으로 고치도록 권고했다. 담보 대출의 수익자는 이자를 챙기는 은행이므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은행이 설정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대출을 받아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고객이 수익자라는 입장이다. 담보를 제공하는 고객이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고객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기 때문에 담보 제공에 따른 설정 비용은 담보대출 고객이 떠안는 게 맞다는 논리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설정비를 부담하는 고객에게는 대출 금리를 낮춰 줬고, 부담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0.2%포인트 정도의 가산금리를 물게 하고 있다. ●은행들 “설정비 원가에 반영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게 되면 당연히 이를 원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원가 반영은 대출 상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담보대출자뿐만 아니라 신용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 역시 “은행마다 적정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을 운용하고 있는데, 시장논리상 판매관리비 증가분을 상품(대출)에 적용시킬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이 물어야 할 비용이 설정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충위는 이번 권고에서 담보권 설정은 물론 담보권의 행사, 보전 및 담보물의 조사·추심 비용까지 은행에 부담하도록 했다. 담보물 조사의 경우 현재 은행들은 담보 평가 수수료로 5만∼10만원을 고객들에게 받는다.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하면 수수료가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또 원리금을 연체하거나 갚지 못했을 경우 추심 비용과 경매 처분비용을 모두 고객에게 부담시킨다. 이런 비용까지 은행이 모두 떠안게 된다면 은행들은 금리를 더 높일 수밖에 없고, 담보 평가를 보수적으로 해 대출금이 현재보다 급격하게 줄 수도 있다. ●“비용 증가분 대출고객에 떠넘겨서는 안돼” 고충위 관계자는 “설정비 이외의 비용에 대해 깊게 논의하지 못했고, 은행의 대출 체계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비용 증가분을 모든 대출 고객에게 떠넘기겠다는 식으로 본질을 호도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약관 변경에 따른 역효과를 과대포장해 소비자에게 절대 불리한 불공정한 약관을 유지하려는 발상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설정비 면제’를 주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경쟁이 가라앉지 않는 한 은행들이 무작정 대출 금리를 올릴 수는 없을 전망이다. 또 설정비에 포함된 등록세나 교육세, 인지세 등은 당연히 계약 당사자들(고객·은행)이 함께 부담해야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고객에게 모두 전가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 고충위와 은행이 대립하면서 약관을 심사·승인하는 공정위의 결정이 중요해졌다. 공정위 이준길 약관제도팀장은 “고충위의 권고가 조삼모사로 끝나거나 대출금리 인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면서도 “일단은 은행연합회에 고충위의 권고 취지를 반영한 약관 수정안을 만들어 공정위에 심사청구를 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만일 은행연합회가 4개월 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정위는 금융감독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쳐 약관을 개정할 수 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한밤중 억지보증 서줬는데…

    Q동생이 카드빚을 지고 힘들어하다가 최근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저는 S카드회사 채무에 보증을 1000만원 정도 했는데, 동생이 파산신청을 해 그 빚독촉이 제게 올까 겁이 납니다.2년 전 어느날 밤에 자고 있는데, 추심하는 신용정보업체 사람이 동생을 앞세우고 들어와 동생이 감옥에 가지 않으려면 대환대출에 누군가 보증을 해야 한다고 말해 보증서류에 사인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억울합니다. - 이영수(30) - A이영수씨와 S카드사 사이의 보증계약은 얼핏 유효하게 성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흠이 있습니다. 평온한 사생활의 장이 되어야 할 가정에 밤에 불쑥 들어와 형사처벌의 공포심을 유발시키고는, 계약을 맺었다고 하면 공정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대등한 지위가 전제되지 않은 계약은 허구입니다. 민법 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으로 인해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상대방의 약한 지위에 편승해 부당한 이득을 얻는 행위를 무효화시키는 근거를 제공합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젊은이인 이영수씨가 야간에 잠에서 깨 경솔하게 계약을 맺은 것인데, 자신은 아무것도 얻은 게 없고 S카드사만 부실채권의 가치를 높이는 이익을 얻게 된 보증계약은 불공정한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보증채무를 무효로 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민법 110조는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계약 당시 상황을 다시 보면,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이영수씨 동생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든지 하는 것으로 이영수씨를 속인 것일 수도 있고 겁을 줬다고 하겠습니다. 물론 실제로 추심행위를 한 사람이 형사처벌을 받을 만한 상황을 묘사했을 뿐 현실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협박을 입증하기 곤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물며 “사랑한다.”는 말도 반복해서 하면 사생활침해가 되는데,“돈달라.”는 이야기는 불편한 시간, 장소, 상황에서는 침해 정도가 심하고 경우에 따라 강박과 사기의 효과를 가집니다. 이처럼 전통적인 강박과 사기 범주에 포함되기 어렵지만, 사실상 강력한 침해의 수단이 되는 행위를 별도의 법이 규제하고 있습니다. 채권추심업의 근거가 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26조7호는 채권추심업무를 행할 때 신용정보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폭행·협박을 하거나 채무자의 채무상황을 정당한 사유 없이 관계인에게 알리는 행위, 심야방문 등은 이 조항에 의해 규제를 받고, 어길 때는 추심자가 3∼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심야에 추심자 방문을 받은 이영수씨는 S카드사에 대한 보증이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 “불공정거래 임직원 퇴출”

    LG화학이 ‘정도경영’ 확립 차원에서 담합ㆍ불공정거래행위에 관여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권고사직 이상의 중징계를 하기로 했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정도경영’을 표방했지만 구체적으로 징계의 수위를 공개하기는 LG화학이 처음이다.김반석 LG화학 사장은 21일 LG화학 오산연수원에서 열린 ‘임원 리더십 워크숍’에서 “정도경영을 통한 목표달성만이 진정으로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라며 ‘공정경쟁을 위한 정도경영 실천 지침’을 발표했다. 워크숍에는 국내·외에서 일하는 임원, 수석부장 등 110여명이 참석했다.LG화학은 이번에 발표한 정도경영 실천 지침에서 담합, 불공정거래행위, 비정상적 접대행위 등을 기업 투명성에 치명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금지행위로 규정했다. 이를 어길 경우 최하 권고 사직의 중징계를 받게 된다. 또한 경쟁사와의 모든 회의내용을 미리 ‘공정거래 자율준수관리자’에게 보고하고 회의에서 가격 등의 내용이 거론되면 즉시 해당 장소를 이탈해 신고토록 했다. 담합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LG화학은 이번 행동기준 마련을 계기로 독일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 등 세계적 기업들의 수준으로 정도경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씨줄날줄] 인계철선/진경호 논설위원

    한·미의 혈맹관계를 상징해 온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은 사실 두 나라의 오랜 논란거리이기도 했다.6·25직후 이승만 정권이 주한 미2사단을 의정부와 문산 등 휴전선 최전방에 붙들어 둔 뒤로 두 나라는 정권을 바꿔가며 주한미군의 이 ‘방패막이’ 역할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인계철선 존폐의 1차 분수령은 1969년 미국이 닉슨 독트린과 함께 주한미군 감축계획을 내놓으며 찾아왔다. 박정희 정권의 반발 속에 1971년 주한미군 1만 8000명 감축이 이뤄졌고, 판문점 주변을 제외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방위임무가 처음으로 한국군으로 이양된 것이다. 당시 미군은 DMZ내 유일하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1개 중대를 남겨둔다.5년 뒤 8·18 도끼만행 사건으로 희생된 아더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이 붙게 된 ‘보니파스 중대’로, 당시 사건을 겪으면서 미 국방부가 처음 공식적으로 이 중대를 ‘인계철선’으로 불렀다. 한국전 자동개입을 뜻하는 상징이면서 한편으론 미군이 한국 안보의 볼모가 돼 있다는 미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이 ‘인계철선’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 뒤로 30년 가까이 대북억지력과 한·미 혈맹을 상징하던 인계철선의 의미는 그러나 21세기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근본적 변화를 맞는다. 네오콘을 중심으로 대북 선제공격론이 고개를 들면서 휴전선의 미군이 대북 방패 역할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2003년 해외미군 재편(GPR)에 따른 주한미군 재배치 추진과 함께 이 걸림돌 제거에 팔을 걷어붙였다. 리언 러포트 주한미사령관이 “인계철선이란 용어는 주한미군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더니 곧바로 미 국방부가 “미국인이 먼저 피를 흘려야 한다는 불공정한 말”이라며 인계철선이란 용어의 폐기를 한국에 공식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미 의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방의 군대를 인계철선으로 쓰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했다. 한국의 ‘자주’와 미국의 ‘GPR’의 교차점에 서서 마침내 양국이 ‘인계철선’ 폐기를 공언한 셈이다. 인계철선은 이제 역사의 문으로 들어선 듯하다. 한·미 동맹의 새 틀을 과제로 남겨둔 채….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시론] 작통권 환수, 안보·자주의 균형적 강화책/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정치학

    [시론] 작통권 환수, 안보·자주의 균형적 강화책/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정치학

    현 전시 작전통수권 환수 논의는 자주와 안보가 마치 영합(零合:제로섬)인 것처럼 진행되고 있어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시작통권을 환수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타인의 지시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힘과 의지로 지키는 것은 자주성 회복일 뿐 아니라 안보도 강화하는 것이다. 역사도 자주국방 의지와 능력을 확보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과거 미국은 주한미군을 6·25전쟁 1년 전 전면 철수했고,70년대 초반과 중반,90년대 초반에는 일방적으로 감축했다. 이어 ‘동아시아전략구상’에 의하면 96년부터 주한미군의 대다수를 철수하고 전시작통권도 한국의 의사와 관계없이 넘기려 했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은 세계주둔미군 전면재배치계획(GP R)과 군사변환을 추진하면서 해외주둔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해왔고 이에 의거해 용산과 전방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에 한국과 합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받자 이제는 기꺼이 전시작통권을 돌려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는 미국의 이양 결정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전시작통권을 넘겨받아 작전계획수립 능력, 정보력, 대북억지력 등의 결핍을 한탄하며 혼란을 겪을 우려가 크다. 따라서 이제라도 적절한 시점을 정해 미군의 도움 아래 단독적인 대북 억지력을 갖춰가면서 목표시점 2∼3년 전부터 우리의 능력을 엄밀하게 점검해 최종 환수시점을 정하는 게 미국의 세계전략변경 존중과 우리의 자주국방력 구비라는 측면에서 모두 이득이 될 것이다. 또한 전시작통권의 원활한 환수는 한·미간 비대칭관계로 그간 불공정성을 느껴온 한국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게 해줌으로써 한·미관계의 정상화 및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한·미가 보다 대등한 차원에서 서로의 전략 차이를 우정과 신의에 입각해 재조정해가는 것은 호혜적인 동맹관계 창출에 공헌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남북 군사협상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주도할 수 있게 되고, 북한의 급변사태시 전략적 곤경에 빠지지 않고 단독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국민들이 대북억지력의 주축이던 한·미동맹의 변화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음을 정책에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전환이 외형과 운영의 변화일 뿐 양국간 신뢰와 우정은 변함이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현 연합사 체제에서도 유사시 미국의 전쟁 참여는 미 의회를 통과해야 가능하듯 한·미동맹의 핵심은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해 그 방위를 반드시 돕는 우방으로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정치적인 노력을 기울이면서 제도적으로도 보완해야 한다. 먼저 전시작통권 환수 후 각각의 독립사령부로 운영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연합사체제와 맞먹는 효율적인 전·평시 협조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또 전시증원군 파견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온 ‘작계 5027’에 준하는 새로운 작계를 수립하는 데 미군과 한국군 원로들의 지혜를 보태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정부는 전시작통권 환수가 만능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을 갖고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 밖으로 이전한 주한미군이 선제공격전략에 의해 행동하거나, 향후 양안관계의 분쟁에 개입한다면 우리는 원치않는 전쟁에 연루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주한미군의 이동의 자유는 보장하되 주한미군 기지를 유사시 발진기지로 사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정치학
  • [종교플러스] 한일 종교인 17일 합동 법회

    원불교 성동교당은 한일 종교인 합동법회를 17일 서울유스호스텔에서 실시한다.‘상생 평화 불공’주제의 법회에는 일본 입정교성회 동북교구 평화사절단 50여명과 탈북자 50여명을 초청해 양현수 교무(원불교 일본교구장)가 주제법문을 하며 일본 입정교성회 동북교구 스보우치 교구장과 국제한국학회 최준식교수가 축사를 한다.(02)2281-0827
  •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 길텄다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 길텄다

    유·무선 통신업체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LG텔레콤의 유·무선 결합서비스 ‘기분존’이 통신위원회로부터 요금 인상 등 조건부로 서비스 승인을 받았다. 기분존은 휴대전화 기반이면서 보다 싼 유선전화 요금으로 서비스를 해와 KT 등 유선업체가 통신위에 불법이라고 제소, 심의 결과가 주목됐었다. 통신위가 ‘조건’을 붙였지만 적정한 요금안만 마련하면 서비스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 앞으로 유·무선을 넘나드는 결합상품이 활발히 출시될 전망이다. ●통신위, 기분존은 불공정 서비스, 그러나… 통신위는 12일 LG텔레콤의 ‘기분존’ 요금제가 할인폭이 커 비가입자를 차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1개월 안에 비가입자와 가입자간 부당한 차별을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통신위는 “기분존의 이동전화↔일반전화(ML) 요금이 현저하게 낮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상 원가 이하의 요금 설정이 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유선업체와의 공정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기분존의 이동통신간(MM) 통화료는 10초당 14.5원(LGT 휴대전화요금은 10초당 19원), 이동전화↔유선전화간(ML) 요금은 3분 39원(KT 시내전화 요금)을 적용해 ML요금의 경우 원가보다 훨씬 낮다. 통신위는 당초 ‘제살 깎아먹는’ 기분존을 그대로 두면 기존 통신정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출발했지만 심의위원간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기분존이 역무를 위반한 첫 상품이어서 유선과 무선간의 역무 침해건도 핫 이슈였다. ●낮은 징계, 유사 서비스 나온다 통신위의 이같은 결정으로 앞으로 유사 상품이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SK텔레콤과 KTF는 기분존과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대로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도 여차하면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내놓을 전망이다.KT는 그동안 ‘원 폰’으로 무선통신시장을 두드려 왔다. 기분존의 경우 그동안 단말기만 20만대가 팔렸고, 실제 가입자도 7만명에 달해 시장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시장지배적사업자(KT,SKT)의 결합상품 출시가 허용되면 이들도 영향권에 든다.”면서 “우선 유선업체의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위도 유선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KT가 LGT 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 이하의 요금으로 서비스를 낼 가능성을 언급, 유선 후발업체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KT가 LGT를 제소한 것도 “기분존에 대한 통신위 제재가 없으면 향후 SK텔레콤이 결합 서비스 출시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한편 LGT는 “통신위의 결정으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이용자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는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면서도 “SK텔레콤,KTF의 경우 LGT보다 접속료가 낮아 비슷한 서비스는 내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기분존 서비스가 무엇이길래…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플러그 모양의 소형 기기(기분존 알리미·1만 9800원)를 집이나 사무실 등에 설치하면 반경 30m(약 48평) 이내에서 휴대전화를 쓰더라도 3분 39원의 유선전화 수준의 값싼 요금으로 휴대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요금제(1만 4000원 등 3종류)에 가입해야 한다.
  • 4인이하 사업장도 퇴직급여제 적용

    이르면 2008년부터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에 대해서도 퇴직급여제가 확대, 적용된다. 또 근속 근로자가 학업·질병 등을 이유로 시간제 근로를 청구할 수 있고 여성은 육아기간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5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한명숙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비정규직 고용개선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2008∼2010년 중 적절한 시기에 퇴직금 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퇴직급여제를 적용하는 등 근로기준법상의 법정근로조건을 영세 사업체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또 학업이나 가사 등 자발적인 이유로 비정규직 근로를 희망하는 여성이나 고령자 등을 위해 일정 기간 근속한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시간제 근로를 청구할 수 있는 ‘시간제 근로 전환 청구권’ 제도를 2008년부터 도입키로 했다. 여성 근로자가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육아기간 근로시간을 단축해 부분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육아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 2008년쯤 시행키로 했다. 정부는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보험을 받지 못하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에 대해서는 2007년부터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비정규직의 직업능력 개발을 위해 5년간 최대 300만원의 훈련비를 지원하는 근로자능력개발카드제를 오는 10월부터 시범 실시한 뒤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근로자능력개발카드를 발급받은 비정규직 근로자 중 장기훈련이 필요한 경우에는 생활비를 빌려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아울러 정부는 전근대적인 원하청 구조로 중소업체의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범정부적으로 하도급거래에 대한 실태 조사를 강화해 원하청 거래질서를 확립키로 했다. 정부는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유형에 대해서만 벌점을 부과하는 현행 벌점 부과 방식도 각각의 유형에 대해 벌점을 합산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벌점누진제를 시행하는 등 불공정 하도급거래 기업에 대한 벌칙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 은행PB가 본 한국갑부들의 자식교육

    은행PB가 본 한국갑부들의 자식교육

    “부자(富者) 3대 못 간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부자 고객의 자녀들이 더 똑똑하고 더 예의바릅니다. 세상 참 불공평하지요….”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갑부들의 모습은 엇비슷하다. 하룻밤 술값으로 수백만원을 쓰고,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사모님들은 명품으로 치장하고, 자식들은 방탕한 생활을 한다. 실제 부자들의 생활은 어떨까. 부자들의 생활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자산을 관리해주는 은행 PB(프라이빗뱅커)들이다. 우리은행 강남PB센터의 박승안 팀장은 은행권의 대표 PB다. 그의 고객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사람은 박찬호와 박지성뿐이다. 나머지 고객들에 대해 박 팀장은 “대기업 총수에서 연예인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다.”면서 “가장 적게 맡긴 고객의 자산이 50억원이고, 계산이 안 될 정도의 자산을 보유한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31일 재테크와 자녀교육을 위한 책 ‘우리 아이는 노블레스 키드’를 펴냈다. 우등생보다 행복한 부자로 키우라는 게 요지인데, 박 팀장은 부자들의 엄격한 자녀교육에서 힌트를 얻었다. 박 팀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에 사는 고객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점퍼를 잃어버리고 집에 온 아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는 아이의 웃옷을 모두 벗긴 채 내쫓았다.“옷 귀한 줄 모르니, 발가벗고 살라.”는 것이었다.3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한 한 고객은 최근 박 팀장과 함께 아들에게 물려준 사업체를 찾았다. 멀쩡한 이면지가 휴지통에 버려진 것을 본 이 고객은 직원들 앞에서 10원 단위의 쓰레기봉투 비용까지 들먹이며 아들을 호되게 호통쳤다. 500억원대의 자산을 맡긴 어느 부부는 10년 넘게 탄 소형 승용차를 준중형차로 바꾼 뒤 “난생 처음 CD플레이어가 달린 차를 타게 됐다.”며 기뻐했다. 극단적인 사례만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팀장은 “흥청망청 돈을 쓰는 고객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검소한 생활과 철저한 자녀교육에 매일 놀라고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보통 사람들은 물건을 사거나 먹고 노는 일에 돈을 쓰지만, 부자들은 돈이 되는 일에 돈을 쓴다.”고 말했다. 부자들에겐 자식 교육도 철저히 계산된 투자였다. 투자에는 이익이 따라야 한다. 그래서 부자들은 어려서부터 금전 감각을 가르친다. 자녀들의 뛰어난 학업 성적, 다양한 경험, 좋은 매너는 투자에 따르는 실적이다. 박 팀장은 “고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산을 상속받은 자녀가 나태해지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끝까지 자산 규모를 숨긴 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박 팀장은 “두렵다.”고 했다.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이 철옹성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박 팀장은 “부모들이 세상을 긍정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식들은 이런 부모를 닮아가며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혼혈인에 대한 이중태도 ‘고발’

    혼혈인에 대한 이중태도 ‘고발’

    ‘다른 인종의 피가 섞인 사람. 다른 인종의 장점이 합쳐진 사람.’미국 풋볼 스타 하인스 워드가 지난봄 내한할 당시 TV 전파를 탔던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카피다. 혼혈 가수 인순이의 눈물을 배경으로 한 이 광고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성공한 혼혈 스타에게 환호를 보내는 우리 사회의 이면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온갖 냉대와 괄시를 받는 평범한 혼혈인들이 무수히 존재한다. 김중미의 첫 장편소설 ‘거대한 뿌리’(검둥소)는 혼혈인을 대하는 이중적인 사회 인식에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달동네 아이들의 성장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친숙한 동화 작가 김중미는 자신의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동두천 미군 기지가 낳은 혼혈의 아픔과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고통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도시 빈민촌에서 태어난 정아는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묵묵히 폭력을 견디는 어머니 밑에서 아무런 희망없이 자랐다. 지역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며 정아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봐온 ‘나’는 정아를 이주노동자 축제에 데려가는 등 세상의 다른 면을 보여주려고 애쓴다. 하지만 정아가 네팔 이주노동자 자히드의 아기를 가졌다는 말에 크게 당황한다. 정아와 자히드, 그리고 태어날 아기가 겪을 고통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동두천에서 자란 ‘나’는 혼혈인 가족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곳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에는 첫사랑 재민도 있다. 백인 혼혈인 재민은 동네 사람들의 심한 멸시를 받았다.“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싶어. 도대체 튀기가 뭐 어쨌다는 거야? 물건은 미제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왜 우리 같은 애들은 싫어해?”(150쪽) ‘나’는 정아를 위해, 그리고 동두천에서의 기억이 시시때때로 가슴을 내리누르는 자신을 위해 중학생 때 떠나온 이후 한번도 가지 않았던 동두천을 찾아간다. 미국으로 간 줄 알았던 재민을 다시 만난 ‘나’가 그에게 털어놓는 속마음은 바로 작가의 목소리다.“재민아, 동두천은 말이야.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않는 곳이야. 여기 살던 사람들에게 동두천은 특별한 흔적을 남기는 것 같아.(중략)왜냐하면 동두천은 현실이거든. 이 땅 어디를 가도 지워버릴 수 없는. 그래서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거야.”(189쪽) 1963년생인 작가는 동두천에서 열네살때까지 살았다.“사춘기 이후 내 안에 큰 의미로 자리잡은 동두천에 대한 이야기를 꼭 한번 쓰고 싶었다.”는 작가는 “동두천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이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는 것을 예민하게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2001년 ‘작가들’에 발표했던 중편 분량의 소설을 다시 손질해 내놓은 그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섞여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걸맞게 사회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삼성생명 “공정거래 자율준수”

    삼성생명은 24일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행사를 열어 전국 지점장과 부서장 236명을 자율준수 담당자로 임명하고 특강도 가졌다. 이수창 사장은 “자율준수담당자는 불공정 거래행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문제 발생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면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이 사내에 조기 정착되도록 CEO부터 먼저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7월에도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포식’을 갖고 자율준수관리자와 전담조직을 신설한 이후, 자율준수편람을 제작해 전직원에게 배포했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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