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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의 정공법 vs 엘리엇의 여론전

    다음달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결의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우호 지분을 끌어모으기 위한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엘리엇 측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인지하고 지지한다”면서도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자체적으로 양 사 합병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웹사이트(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엘리엇의 의견’이라는 제목의 27장짜리 자료도 공개했다. 이 자료엔 각종 논리와 수치를 제시하며 양 사 합병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엘리엇 측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제출할 목적으로 이 자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ISS는 7월 초 세계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대한 견해를 표명할 예정이다. 업계는 엘리엇의 이 같은 행보가 자신들을 ‘먹튀’로 보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표를 규합하기 위한 공세로 보고 있다. 엘리엇을 포함한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은 33%에 달한다. 삼성물산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은 해외에 있는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합병 지원 여론을 끌어내기 위한 유세전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 있는 ISS 아시아사무소 등을 직접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5일에도 홍콩에서 주요 외국계 주주들을 찾아 합병 정당성을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엘리엇이 주주로서 제안한 현물배당 등 안건을 다음달 합병 결의를 위해 열리는 임시 주총 의안으로 확정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4.1%) 등 계열사 주식을 주주들에게 현물로 배당할 수 있게 정관을 고치라는 내용이다. 삼성물산은 현물배당에 사용할 수 있는 주식 약 14조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이 이를 안건으로 채택한 것은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해 엘리엇의 공격을 무력화하겠다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이란 평이다. 삼성은 이 밖에 헤지펀드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문사로 선임해 전력을 강화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양 사 합병이 독과점 규정 위반에 걸리지 않는다며 기업결합신고를 승인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경제 브리핑]

    메르스 피해자 - 병·의원 세무조사 유예 국세청은 18일 메르스 사태로 전체 병·의원과 확진·격리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중지하거나 연기한다고 밝혔다.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병·의원에 대해서는 납세 담보 없이 납기를 연장해 주고 징수를 유예하는 세정 지원책도 내놓았다. 납부 연장은 오는 30일이 납부 기한인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의 경우 최대 9개월까지 가능하다. 메르스 사태가 지속되면 7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납부 기한도 연장해 줄 방침이다. 여행, 공연, 유통, 숙박·음식업 등 피해 업종의 영세 납세자가 신청하면 납세 담보 면제 기준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조정해 준다. 공정위, 멀티플렉스 영화관 불공정 조사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점유율 90%를 웃도는 이 업체들이 독과점 수준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를 따져 보고 있다. 팝콘과 음료를 시중가보다 비싸게 파는 스낵 코너의 폭리와 3차원(3D) 안경 끼워 팔기 의혹, 영화 상영 시간에 포함된 상업 광고 등이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경제·금융교육’ 업그레이드 KB금융그룹이 ‘경제·금융교육을 강화한다. 금융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2012년부터 진행해 온 경제·금융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의 강의식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경제·금융 관련 게임 등을 활용해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준 게 특징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경제·금융교육 시범학교를 14곳에서 44곳으로 늘렸다. 지난해까지 이 교육을 받은 초·중·고 학생만 25만명에 육박한다. BC카드 ‘부자 되세요’ 6개 홈쇼핑 할인 BC카드가 6개 홈쇼핑 모두에서 할인되는 ‘부자되세요, 홈쇼핑카드’를 내놓았다. 이 카드로 홈쇼핑에서 결제하면 6% 할인된다. 신용카드는 홈쇼핑 1곳에서 월 최대 5만원씩 총 30만원, 체크카드는 3만원씩 18만원까지다. 단, 신용카드는 전월 실적이 20만원(체크카드 10만원)을 넘어야 한다. 캐시백 이벤트도 있다. CJ, GS, NS, 롯데, 현대 등 5개 홈쇼핑에서 8월 11일까지(CJ는 7월 11일) 건당 5만원 이상 결제하면 1만원을 환급해준다. 기업銀 24시간 가동 ‘아이 원 뱅크’ 오픈 IBK기업은행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적금과 펀드, 대출 등 200여개 금융 상품에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통합플랫폼 ‘아이 원(i-ONE) 뱅크’ 서비스를 18일 시작했다. 계좌이체나 조회 등의 기존 서비스 외에 화상·채팅 상담 은퇴설계·자산관리 등 모든 금융 서비스를 연중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다. 교통카드 충전과 바코드 결제, 간편송금 등 지급결제 서비스도 지원한다. 서비스 시작을 기념해 연 2%대 특별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예·적금을 20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 [씨줄날줄] 눈 뜨고 코 베이는 극장 ‘갑질’/황수정 논설위원

    다가올 삼복더위에 가장 만만한 피서지는 뭐니 뭐니 해도 영화관일 것이다.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진 세상에 극장이야말로 ‘문화 보루’ 같은 곳이다. 그럼에도 번번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곳도 극장이다. 영화 관람이 이제 우리에겐 특별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생활 소재로 밀착됐기 때문이다. 생활공간의 일부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관리의 강도가 따라 높아져야 함은 당연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불공정 거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간판 극장 업체 3곳. 이들이 독과점 수준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올 초 신고서를 제출한 결과다. 앞서 시민단체들은 다음 아고라에 토론 공간을 열어 관객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불공정 거래 혐의가 집중 성토되는 대상은 팝콘과 음료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시중 극장에서 유통되는 큰(라지) 사이즈 기준 팝콘의 원재료 값은 613원. 극장에서 5000원에 팔고 있으니 원재료의 8배로 뻥튀기된 셈이다. 요즘 웬만한 블록버스터는 3D로 만들어지는 현실에서 극장의 3D 안경 끼워 팔기도 문제로 꼽힌다. 3D 영화의 입장권 값은 일반 관람료보다 최고 5000원까지 더 비싸다. 3D 영화니까 제작비가 더 많이 들었겠거니 생각할 뿐 내막을 제대로 아는 관객은 별로 없다. 추가 요금은 전용 안경 값. 관객들은 수거함에 안경을 반납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3D 안경을 향후 재활용하는 관객에게 극장은 안경 값만큼을 입장료에서 빼줘야 옳다. 따져 보면 얄미운 극장 측의 꼼수는 많다. 공지된 영화 상영 시간이 작품 아닌 광고를 트는 시간을 명시한 것도 엄연한 눈속임이다. 텔레비전처럼 채널을 돌릴 수도 없으니, 관객이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는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영화를 가장 많이 보러 가는 주말에 정작 ‘시네마 포인트’를 쓰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도 멀티플렉스의 일방적 횡포다. 멀티플렉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그쪽 관계자들은 “팝콘 값은 원재료에 운송보관비, 인건비 등을 반영한 것”이라며 억울해한다. 팝콘 값으로 보전하지 못하면 입장료는 지금의 두 배가 될 거라는 얘기도 한다. 그 자체로는 전혀 엉뚱한 호소는 아니다. 그러나 유효기간을 넘긴 논리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연간 국내 영화 관객 2억명 시대다.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평균 영화 4편을 본다. 멀티플렉스 3곳의 시장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90%를 넘었다. 계열사 투자 영화에 스크린 몰아주기 시비로 가뜩이나 눈총을 받는 극장들이다. 공정위가 방망이를 꺼내 들기 전에 3사가 머리 맞대고 ‘담합’ 아닌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경제 블로그] 금융권 준법감시인과 감사 ‘밥그릇 싸움’

    [경제 블로그] 금융권 준법감시인과 감사 ‘밥그릇 싸움’

    “금융 개혁이 성공하려면 우선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이나 동양사태 같은 큰 사고가 나선 안 된다. 뒤처리에 발목 잡혀 정작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한 규제를 오히려 걷어 내야 하는 상황이라 ‘자율적 책임경영’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려면 금융사 스스로의 내부 통제가 필수적이다.” 한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은 말입니다. ‘집안 단속’이 잘 돼야 금융 당국도 채찍 위주의 제재식 검사에서 벗어나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게 전폭 지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자율적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인 ‘준법감시인’ 역할 강화가 쉽지만은 않다고 하네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4월 ‘은행권 준법감시인 현장 간담회’를 열었을 때도 이런 분위기는 이미 감지됐습니다. 준법감시인들은 “권한이나 역할이 애매해 ‘고유 업무’를 잘 못하겠다”고 입을 모았다네요. 준법감시인은 통상 금융사 직원들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사전적으로 상시 통제·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입지가 모호한 상황에서 조직 ‘넘버 2’인 감사의 눈치를 보느라 활발히 활동할 수 없다는 얘기지요. 이 때문에 문제 발생 억제보다는 정보 수집부터 대관 업무 등 안팎의 잡다한 겸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준법감시인들은 “직원들의 불공정 행위를 잡아내려면 상시 검사도 하고 사후 감사까지 할 수 있어야 유기적으로 전후 원인을 파악해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감사들은 지금도 업무가 중복되는데 검사 권한까지 주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박합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결국 밥그릇 싸움인데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아 두 달이 다 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준법감시인들은 6월 국회에 기대를 겁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법안에는 은행이 사외이사 구성부터 준법감시인 등 각각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지금보다 준법감시인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봅니다. 물론 금융사는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감사든, 준법감시인이든 입김이 세지면 결국 시어머니 ‘말발’만 더 세지는 셈이니까요. 그들만의 영역 다툼 속에 금융사 내부 단속이 늦어지면 금융 개혁도 요원해집니다. 갑(甲)들의 밥그릇 싸움 말고 현명한 역할 분담을 기대해 봅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주식 가격 제한폭 확대… 개미 투자위험도 커져

    주식 가격 제한폭 확대… 개미 투자위험도 커져

    15일부터 주식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다. 1998년 이후 17년 만에 주가가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두 배로 커지는 것이다. 중소형주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가격제한폭 확대에 맞춰 증권사들은 신용거래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신용거래란 투자자가 자신의 증권 계좌에 있는 자산을 담보로 투자에 필요한 돈을 증권사에서 추가로 빌리는 것이다. 대신 증권사들은 주가가 떨어져 신용거래계좌의 평가금액이 담보유지비율(대출금 대비 보유자산 비중) 이하로 떨어지면 주식을 강제로 팔아(반대매매) 대출금을 회수한다. 주가 하락폭이 커짐에 따라 증권사들은 담보유지비율은 올리고 반대매매에 나설 수 있는 기간은 하루 단축시켰다. 이에 따라 신용거래가 많은 일부 소형주의 경우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로 하락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김효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로 반대매매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데 주가 하락 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용잔고가 지나치게 높거나 대차 잔고가 빠르게 늘어나는 종목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래소는 평소 하루 중 주가 등락이 심하거나 유동성이 낮아 주가 탄력성이 높은 종목 등 주가 급변이 우려되는 종목을 집중 점검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주가가 급변하면 곧바로 조회 공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하루 변동폭이 커진 만큼 투자 종목의 뉴스 및 공시를 좀더 잘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거래소는 과거 사례로 미뤄 가격제한폭 확대가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거래를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가격제한폭이 ±8%인 기간에는 상·하한가 비중이 18.6%였지만 ±12%일 때는 12.0%, ±15%일 때는 8.2%로 점차 줄었다. 이번 가격제한폭 확대로 상·하한가 비중이 줄어들어 ‘상한가 굳히기’ 등 불공정 거래가 줄어들어 시장의 효율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열린세상] ‘쪽지예산’을 없애야 하는 열 가지 이유/강태혁 한경대 교수·전 한국은행 감사

    [열린세상] ‘쪽지예산’을 없애야 하는 열 가지 이유/강태혁 한경대 교수·전 한국은행 감사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내정된 분의 의견이 이렇게 보도됐다. “쪽지예산이라고 해서 100% 나쁜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 그 이유는 “정부는 원론적인 흐름을 예산에 담아 오지만 지역에서 불요불급한 일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귀를 의심케 한다. 한편에서는 연금부채·공기업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싸움이 한창이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눈앞에 둔 지금 재정운영의 조타수로서 세차게 고삐를 당겨도 모자를 판 아닌가. 이런 마당에 쪽지예산 타령이다. 국민을 우울하게 한다. 쪽지예산이 무엇인가. 국회의원 개인이 자기 지역구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 위원에게 청탁하는 사업 예산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사업명과 예산액만 써 넣은 쪽지로 전달되기 때문에 쪽지예산이라고 한다. 사업의 내용이나 타당성, 우선순위, 집행계획 등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 없이 밀실에서 은밀하게 예산이 결정된다. 그래서 쪽지예산이 없어져야 한다고 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다. 하나, 정부 예산안은 원론적 흐름만을 담아 가는 것이 아니다. 전국 지역 사업의 국고보조금은 45조원, 국가총지출의 12%나 차지한다. 그 종류가 940개나 되고 원칙과 기준이 문란해 이참에 정부는 보조금사업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쪽지예산 타령이다. 어깃장이다. 둘, 국고보조 사업은 정부 각 부처가 소관 분야별로 지방의 수요를 조사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 뒤 우선순위를 매겨 예산안에 반영한다. 쪽지예산을 들고 국회의원을 찾아갈 때는 이미 정부 부처나 예산 당국의 검토 결과 사업성이 낮아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쪽지예산은 선심성 사업일 뿐 좋은 예산이 아니라는 말이다. 셋,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쪽지예산은 대부분 꼼꼼한 사업계획이 없다. 그러니 토지 확보 등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정부 예산이 집행되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 금고에 유휴자금으로 쌓이게 된다. 재정의 효율성을 해치게 된다는 것이다. 넷, 재정질서를 문란케 한다. 타당성이 낮아 제외된 사업을 정치적 연줄을 동원해 예산을 확보하는 행위가 반복되면 씀씀이가 헤퍼지게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는 말이다. 다섯, 지역의 균형 발전에도 역행한다. 쪽지예산이 횡행하면 힘센 의원의 지역구 사업에 예산이 편중 배분돼 지역 간 균형발전을 해치게 되고, 질시와 반목을 키우게 된다. 이것은 국민통합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여섯, 지방재정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한다. 정부 보조사업은 대부분 지방비 부담을 조건으로 지원한다. 예상 외의 국고보조금 사업이 떨어지면 빠듯한 지방재정에 과중한 압박 요인이 된다. 일곱, 불공정하고 나쁜 행정 풍토를 낳는다. 정당한 방법으로 공정한 평가를 받아 지역사업을 추진하는 대신 줄을 대고 압력을 넣어 예산을 확보하려는 행정 행태를 조장하게 된다. 비리와 부패의 빌미가 된다는 말이다. 여덟, 국민들이 기대하는 계수조정소위의 합당한 역할이 아니다. 계수조정소위는 예산의 큰 틀에 대한 합의를 토대로 세부적인 수입·지출 항목을 조정하는 소위원회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민원성 지역 사업인 쪽지예산을 반영하는 일은 본연의 기능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홉, 국회의 역할에도 맞지 않는다. 국회에 예산 심의·확정권을 부여한 목적은 지역사업 챙기라고 한 것이 아니다. 정부의 씀씀이를 심사하고 불요불급한 지출을 방지해 국민의 조세부담을 줄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은 국회가 새로운 예산사업이나 항목을 추가하거나 증액하려면 정부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지 않는가. 열, 쪽지예산은 대의(大義)보다 소리(小利), 공익(公益)보다 사익(私益)을 앞세워 행해진다는 점이다. 쪽지예산은 지역 발전이나 주민복지의 탈을 쓰고 있으나 실상은 자기 과시적 선거용 홍보 사업일 뿐이다. 그런데도 쪽지예산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 국가 예산은 ‘따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 선거의 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은 결코 어느 개인의 목적이나 용도로 쓰이면 안 되는 공공재원이다. 그것이 정부 예산을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의 심의·의결을 받도록 하는 이유다.
  • “청바지 입는 여자들, 지진·테러 책임져!”

    “청바지 입는 여자들, 지진·테러 책임져!”

    같은 21세기를 살고 있는게 맞는지 의심이 된다. 최근 전 세계에서 각종 테러 및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여성들의 청바지’에 있다고 주장하는 황당 인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이자 파키스타의 유력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에 이슬람’의 지도자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으며 물가가 심하게 오르는 것은 모두 여성들이 청바지를 입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당 지도자 마올라나 파즈루르 라만은 청바지를 입는 여성을 ‘천박한 여성’이라고 규정지었으며, 이 여성들이 최근 전 세계를 뒤덮은 각종 재난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탈리반을 ‘형제’로 지칭하는 등 강경하고 과격한 정치와 종교적 신념을 강조해 온 마올라나 파즈루르 라만은 “온 몸을 가리는 의복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은 대량살상무기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특히 청바지를 입는 모든 여성들은 파키스탄의 진정한 적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바지를 입은 여성, 무엇이 문제인가 마올라나 파즈루르 라만의 이러한 극단적이고 황당한 발언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구속이 심하고, 특히 서구문화에 대한 높은 반발심에서 비롯된다.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법적·도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집트에서는 여성의 청바지 착용을 법적으로 제재한다. 이란에서는 지난 해 미국 유명가수의 유행가를 배경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동영상을 제작한 ‘일당’ 5명에게 법적처벌이 선고된 바 있다. 특히 이란 재판부는 영상 속 한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고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춤을 추는 장면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래도' 변화의 바람은 분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도 변화의 바람은 있다. 실제 쿠웨이트에서는 자유와 개방화를 도모하는 내용의 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1월 쿠웨이트 나빌 파디 의원은 콘서트장이나 축제에서 춤추는 것을 금지하는 법 조항을 폐지하고 음주를 합법화 할 것을 주장했다. 이란의 부유층 젊은이들 역시 SNS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변화의 바람은 점차 더 강력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율법의 이름 아래,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여성들이 자유를 박탈당하고 불공정한 규제 및 체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순히 여성에게 의복과 표현, 결혼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테러나 자연재해 등을 여성(특히 서구문명을 동경해 청바지를 입는 여성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화·종교의 차이를 너머 충분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나우! 지구촌] “세계 지진·테러는 ‘청바지 입는 여자들’ 때문”

    [나우! 지구촌] “세계 지진·테러는 ‘청바지 입는 여자들’ 때문”

    같은 21세기를 살고 있는게 맞는지 의심이 된다. 최근 전 세계에서 각종 테러 및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여성들의 청바지’에 있다고 주장하는 황당 인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이자 파키스타의 유력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에 이슬람’의 지도자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고 테러가 끊이지 않으며 물가가 심하게 오르는 것은 모두 여성들이 청바지를 입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당 지도자 마올라나 파즈루르 라만은 청바지를 입는 여성을 ‘천박한 여성’이라고 규정지었으며, 이 여성들이 최근 전 세계를 뒤덮은 각종 재난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탈리반을 ‘형제’로 지칭하는 등 강경하고 과격한 정치와 종교적 신념을 강조해 온 마올라나 파즈루르 라만은 “온 몸을 가리는 의복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은 대량살상무기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특히 청바지를 입는 모든 여성들은 파키스탄의 진정한 적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바지를 입은 여성, 무엇이 문제인가 마올라나 파즈루르 라만의 이러한 극단적이고 황당한 발언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구속이 심하고, 특히 서구문화에 대한 높은 반발심에서 비롯된다. 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법적·도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집트에서는 여성의 청바지 착용을 법적으로 제재한다. 이란에서는 지난 해 미국 유명가수의 유행가를 배경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부르는 동영상을 제작한 ‘일당’ 5명에게 법적처벌이 선고된 바 있다. 특히 이란 재판부는 영상 속 한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고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춤을 추는 장면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래도' 변화의 바람은 분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에도 변화의 바람은 있다. 실제 쿠웨이트에서는 자유와 개방화를 도모하는 내용의 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1월 쿠웨이트 나빌 파디 의원은 콘서트장이나 축제에서 춤추는 것을 금지하는 법 조항을 폐지하고 음주를 합법화 할 것을 주장했다. 이란의 부유층 젊은이들 역시 SNS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여성들이 비키니를 입거나 술을 마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변화의 바람은 점차 더 강력한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슬람 율법의 이름 아래,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여성들이 자유를 박탈당하고 불공정한 규제 및 체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단순히 여성에게 의복과 표현, 결혼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테러나 자연재해 등을 여성(특히 서구문명을 동경해 청바지를 입는 여성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화·종교의 차이를 너머 충분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광장] 사법시험 존치, 이제 국회가 나서라/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법시험 존치, 이제 국회가 나서라/오일만 논설위원

    2년 후인 2017년 사법시험이 마지막이다. 2018년부터는 현행법에 따라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서 양성된 법조 인력이 변호사는 물론 판검사까지 모두 대체하게 된다. 2007년 7월 당시 노무현 정부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추진한 사학법 재개정안과 로스쿨 법안을 빅딜 형식으로 전격 처리했다. 부작용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졸속 처리한 만큼 로스쿨 제도는 시행 7년째를 맞았지만 곳곳에서 폐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스쿨 폐지 여론이 단순한 시행착오에서 빚어진 사안이라면 얼키설키 고쳐서라도 끌고 갈 수 있지만 법치 국가의 핵심 요소인 ‘공정성’이란 뇌관을 건드리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R&R)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로스쿨 제도가 ‘기회의 균등’에 어긋난다는 답변이 60.3%이고, 응답자의 87.8%가 ‘로스쿨 졸업자의 취업 시 실력 외에 집안 배경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다. 로스쿨 입학에서 졸업, 변호사 채용 절차까지 모든 과정에서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런 이유로 ‘사법시험 폐지 반대’가 75%에 달했다. 현행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고 불릴 정도로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시행 초기부터 불거졌던 사안이다. 입학부터 졸업, 변호사 채용 과정에 이르기까지 집안 배경과 부모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는 개연성이 많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대학 졸업 후 3년간의 시간과 수억원이 드는 학비·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은 그리 많지 않다. 첫발부터 ‘기회의 공정성’이란 측면에서 서민층에 불리하다. 졸업 과정에서 부실한 학사 관리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졸업 후 변호사 채용 과정의 불투명성 때문에 탈락자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구조다. 유일한 공인시험인 변호사시험 성적은 영원히 비밀이다. 성적이 공개되는 사법시험과 달리 애초부터 패자가 결코 승복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사법시험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에게 문호를 개방했다는 측면에서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치국가의 명분에 충실했다. 고시 낭인 양산이나 다양한 인재 충원 등의 문제점도 노출했지만 로스쿨처럼 법치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공정성 시비는 없었다. 단점으로 치면 “사법시험은 피부병이요, 로스쿨은 심장병”이란 어느 법조인의 지적이 가슴에 와 닿는다. 변호사 채용 시 선망의 대상인 대형 로펌은 고수익 사건 수임에 유리한 ‘고관대작’의 자녀들을 선호한다는 것은 법조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로스쿨 제도가 부(富)의 상속을 뛰어넘어 사회적 지위의 원천을 만드는 수단이 됐다는 지적에 많은 국민들이 수긍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신분사회에서나 가능했던 부와 지위의 대물림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은 국가의 앞날을 위해서 불길한 징조다. 계층 이동이 경직될수록 그 사회는 위험해진다. 더 우려되는 것은 올해부터 2012년에 졸업한 로스쿨 1기생들의 판사 임용이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법관 임용지원자 평가 기준으로 제시한 전문성과 정의성, 균형감각 등 10개 항목의 기준은 너무도 추상적이다. 현재로선 변호사와 검사 채용 과정에서 일어났던 공정성 시비가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법조 카르텔을 깨고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해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는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다. 다양한 경력의 인재들은 안정된 직장을 버리지 않았고 대신 학점이 우수한 문과 학생들만 노크하는 실정이다. 법조인 양성 시스템부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는 것은 법치국가의 근본을 허무는 엄중한 사태다. 국가 존립의 마지막 보루인 법조계마저 바로 서지 못하면 국가가 흔들린다. 이제 국회가 나설 차례다. 현재 변호사법 개정안 4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모두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다. 2007년 로스쿨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침묵하고 있다. 로스쿨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지만 우선 2년 앞으로 다가온 사법시험 폐지를 막는 게 급선무다. 잘못된 궤도를 바로잡는 것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는 여야 모두에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시험대다. oilman@seoul.co.kr
  • 1조원 ‘휴면 금융자산’ 주인 찾아내 돌려준다

    1조원 ‘휴면 금융자산’ 주인 찾아내 돌려준다

    금융 당국이 1조원이 넘는 휴면 계좌의 주인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돌려준다. 금리 인하 요구권을 쓰기도 좀 더 쉬워진다. 이사 간 집의 주소는 ‘금융사 신고’ 한 번만으로 모든 거래 금융사의 등록 주소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게 된다.<서울신문 5월 27일자 1, 21면>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20대 금융관행 개혁과제’를 선정해 1~2년간 집중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고객이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아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잠자고 있는’ 휴면 금융재산 현황을 모두 점검해 주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환급 절차를 개선한다. 예컨대 계약자가 자동차 사고 때 차 보험금만 받고 생명보험금은 받지 않는 사례가 많은데, 사고 정보와 생명보험사의 건강·상해보험 계약 정보를 비교해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휴면 예금 2915억원, 휴면 보험금 6638억원, 휴면성 신탁금 2426억원으로 집계됐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담보대출 상계 후 잔액이 남았는데도 이를 찾아가지 않은 경우 등 넓은 의미의 휴면성 계좌까지 포함해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돌려줄 수 있도록 환급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사를 가 주소지를 변경해야 할 때에는 금융사 한 곳에만 알리면 일괄 변경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지금은 고객이 거래하는 금융사를 일일이 방문하거나 연락해 주소를 바꿔야 했다. 금감원은 우선 기존의 민간 서비스와 상속인 조회 시스템 방식을 활용해 서비스를 지원하고, 향후 종합 신용정보 집중기관이 설립되면 주소 변경 서비스를 이관해 관리할 방침이다. 금리 인하 요구권 운영 방식도 개선한다. 대출자들은 빚을 갚는 도중에도 승진이나 급여 상승 등으로 신용 상태가 나아지면 금융사에 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는 설명 부족 등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와 세부 요건 등을 정하고 대출할 때 요구권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고금리 과당경쟁, 꺾기, 계열사 몰아주기 등 불공정 영업행위에 대한 점검도 이달 중 마무리하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책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금융사들이 보신주의로 관행 개선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있다”면서 “정책과 검사가 일관성 있게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불공정행위’ 아모레퍼시픽 등 3곳 책임자 첫 고발 요청

    중소기업청은 28일 부당한 위탁취소와 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된 ㈜진성이엔지와 ㈜신영프레시젼, ㈜아모레퍼시픽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불공정행위 책임자에 대한 고발요청도 처음 이뤄졌다. 중기청의 고발요청은 지난해 1월 ‘의무고발요청제도’ 시행 이후 세 번째다. 중기청에 따르면 ㈜진성이엔지는 자동차 부품 제조 위탁과 관련해 협력업체인 영진테크에 서면 미발급, 부당한 위탁취소, 하도급대금 부당 감액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 이로 인해 영진테크는 피해가 누적되면서 결국 폐업했다. ㈜진성이엔지는 공정위의 시정명령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청은 대표이사가 위법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고발요청을 결정했다. ㈜신영프레시젼은 휴대전화 부품의 도장·코팅 작업을 협력업체인 코스맥에 위탁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2∼7%)으로 단가를 인하했다. 이로 인해 코스맥이 2년 2개월간 1억 38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기청은 가격 후려치기에 관여한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고발을 요청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방문판매특약점의 판매원을 새로 개설하는 특약점 또는 직영점으로 이동시키는 등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 이로 인해 방판 특약점의 매출이 하락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중기청은 방판사업부 담당 전 임원을 고발요청했다. 이대건 동반성장지원과장은 “부당한 위탁취소 등 반사회적이고 징벌적인 손해배상 대상행위와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행위는 고발요청한다는 방침”이라며 “기업뿐 아니라 책임자에 대해서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 사례”라고 말했다. 의무고발요청제도에 따르면 중기청장이 하도급법 등 5개 법률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중소기업의 피해 정도 등을 검토해 공정위에 고발요청하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해당 기업 등을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씨줄날줄] 불공대천지수/문소영 논설위원

    사서삼경과 함께 유가의 기본적 경전인 ‘예기’ 곡례편에 불공대천지수(不共戴天之讐)가 나온다. “아비의 원수와 함께 하늘을 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함께 하늘을 이지 않는다’는 것은 함께 세상에 공존할 수 없으니 상대를 죽이든가 아니면 내가 죽든가 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현대사회에서는 큰 원한을 품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나 불공대천, 불구대천이 다 같은 표현으로, 젊은 시절 무협지깨나 본 사람들은 특히 익숙하다. 불공대천지수는 ‘춘추전’에도 나온다. 기원전 487년 기나라 제후가 주나라 이왕에게 제나라의 애공(哀公)을 악한 말로 헐뜯고 고소하는 등 참소(讒訴)해 팽살(烹殺)형에 처하자 제나라 후손들이 기나라는 결코 함께 살 수 없는 흉악한 원수로 반드시 복수하리라고 벼를 때 이 말을 사용했다. 팽살형이란 끓는 물에 처박거나, 불타는 기름 가마에 던져서 죽이는 끔찍한 고대 중국의 형벌이다. 불공대천지수는 따라서 효와 충을 강조하는 수천 년 전부터 내려오던 아시아적 가치를 표현한 것이다. 6주기를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서 그의 아들 건호씨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한 발언으로 언론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큰 논란이다. 노씨를 ‘친노’라고 낙인찍고, ‘상주가 손님에게 무례했다’고 호통친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던 노 전 대통령의 유언도 들이댔다. 이날 노씨는 “‘전직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며 내리는 빗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 주셨다”고 김 대표를 비꼬는 발언을 해 빌미를 제공했다. 광주에 이어 물병 세례를 받은 김 대표는 현재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에 올라 있다. 문성근씨의 트위터에 따르면 김 대표는 추도식 참석을 언론에는 알렸으나 추도식을 준비하는 측에는 알리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예의를 갖추는 게 맞다. 그러나 김 대표나 그의 소속 정당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훌륭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의 강압수사 등에 수치심을 씻지 못해 2009년 5월 자살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고인인 노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을 북한에 포기했다는 등의 종북 이미지를 씌웠고, 정권을 잡은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장이 국가 기밀인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해 논란을 키웠다. ‘사초실종’ 논란으로 확대했지만 법원에서 무죄가 됐다. 전직 대통령을 근거 없이 비방·비난하는 등 큰 무례를 범하고 국가 기밀을 노출해 국익을 훼손했으며, 허위 사실로 국론 분열을 조장했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을 비난할 수 있는가. ‘예기’의 정신으로 묻고 싶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中企 기술 빼돌려 자회사 준 LG화학… 징계는 ‘솜방망이’

    LG화학이 중소기업에 특허 기술 자료를 내라고 강요한 뒤 중국 자회사에 몰래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기술을 빼돌려 직접 제품을 만든 뒤에는 하청업체 물건을 사지 않았다. 다른 하청업체에는 물건 값을 부당하게 깎는 행위도 일삼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LG화학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5000만원의 과징금을 매기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당하게 깎은 1억 4100만원의 납품 대금도 하청업체에 되돌려 주도록 했다. LG화학은 2013년 3월부터 10월까지 하청업체 Y사에 23회에 걸쳐 배터리 라벨을 만드는 특허 기술을 요구했다. 받은 기술로 자회사인 중국 난징법인에 배터리 라벨 제조 시설을 만들었다. 그해 9월부터 직접 배터리 라벨을 생산하고 3개월 뒤부터 Y사 제품을 끊었다. 배터리 라벨은 스마트폰 등의 배터리에 붙이는 스티커다. 배터리의 제품명과 규격, 제조 연월일, 주의사항 등을 표시한다. Y사의 기술은 국내 최초의 디지털 인쇄 방식으로 친환경 잉크를 써서 악취나 유해물질이 없다. Y사는 2012년 10월 특허를 받아 기술 유출을 막았지만 대기업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 LG화학은 2012년 8월 다른 하청업체인 D사의 전기 회로판 납품 단가를 20% 깎았는데, 이미 7월에 산 부품에도 인하한 대금을 적용해 1억 4100만원을 덜 줬다. ‘죄질’에 비해 과징금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해 또 솜방망이를 꺼내 들었다는 비판이다. 공정위 측은 “LG화학의 위법 기간이 8개월로 짧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해명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일본 역사단체 “위안부 강제연행은 실증된 사실”

    일본 역사단체 “위안부 강제연행은 실증된 사실”

    ‘일본 역사단체’ 일본 역사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일본어와 영어로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25일 중의원 제2의원회관에서 발표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역사학회·역사교육자단체의 성명’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강제연행된 위안부의 존재는 그간의 많은 사료와 연구에 의해서 실증돼 왔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인도네시아 스마랑·중국 산시(山西)성에서 확인됐고, 한반도에서 다수의 증언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억지로 데리고 간 사례’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연행 사례가 모두 강제 연행에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작년에 아사히신문이 ‘전쟁 때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로 연행했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발언에 관한 기사를 취소한 것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근거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최근 연구에서 피해자가 동원과정뿐만 아니라 위안소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성노예 상태에 있었다는 것까지 드러났다고 위안부 제도의 반인도성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위안부 제도와 일상적인 식민지 지배·차별구조와의 관련성도 지적되고 있다. 가령 성매매 계약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배후에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구조가 존재했다”며 정치·사회적 배경을 함께 고려해야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사실로부터 눈을 돌리는 무책임한 태도를 일부 정치가나 미디어가 계속한다면 그것은 일본이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발신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처음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 전 아사히(朝日) 신문 기자에 대한 협박 등이 벌어지는 것에 관해 “학문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며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성명에는 일본역사학협회, 오사카역사학회, 규슈역사과학연구회, 센슈(專修) 대학역사학회, 종합여성사학회, 조선사연구회간사회, 도쿄역사과학연구회, 도쿄가쿠게이(學藝)대학사학회, 나고야역사과학연구회, 일본사연구회, 일본사고구(攷究)회, 일본사상사연구회(교토), 후쿠시마대학사학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교육자협의회가 참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주식 가격제한폭 ±30%로 확대… ‘대박’도 ‘쪽박’도 많아진다

    주식 가격제한폭 ±30%로 확대… ‘대박’도 ‘쪽박’도 많아진다

    다음달 15일부터 주식의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다. 하루 주가 변동폭이 30%에서 60%로 두 배가 되는 것이다. 1998년 ±12%에서 ±15%로 가격 제한폭이 커진 뒤 17년 만의 변화다.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주요 궁금증을 문답으로 짚어 봤다. →주가 변동폭이 두 배로 커지면 투기 매매가 늘어 시장 변동성이 커지지 않나. -과거 사례를 보면 오히려 반대다. 가격제한폭이 ±12%일 때는 코스피의 하루 주가 변동성이 2.65%였는데 1998년 ±15%로 늘리자 2.27%로 줄어들었다. 코스닥 시장도 4.59%에서 4.32%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시장의 효율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소형주는 급락할 위험이 있지 않나.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높지는 않다. 그래서 한국거래소가 개별 종목에 대한 변동성완화장치(VI)를 강화했다. 지난해 9월부터 개별 종목이 직전 체결가 기준으로 갑자기 3% 이상 가격이 급변하면 거래가 2분간 정지된다(동적 VI). 이에 더해 직전 단일가 기준으로 10% 이상 가격이 급변하면 2분간 거래가 정지되는 조치(정적 VI)도 도입된다. 따라서 중소형주가 시장 전체에 비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금융위기 당시 코스닥 시장 전체에서 하한가를 기록한 비중이 1.7%인데 중소형주로 국한하면 2.0%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박’과 ‘쪽박’이 잦아지는 것 아닌가. -다음달 커지는 변동폭에서는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으면 주가가 반 토막이 난다. 반면 사흘 연속 상한가면 주가가 두 배가 된다. 지금은 5거래일이 걸린다. ‘대박’과 ‘쪽박’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내츄럴엔도텍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 같은데. -기업 비리나 아무 이유 없이 급등락하는 테마주 등 예외적인 사례는 개별 종목별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 비리는 관리종목 지정,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등을 통해 관리하고 급등락 테마주는 단기과열종목 지정 등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 →불공정 거래가 더 늘어날 우려는 없나. -변동폭을 늘린 이유가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인위적으로 15% 상한가를 만들어 낸 뒤 다음날 투자자들이 이를 사면 파는 방식의 ‘상한가 굳히기’, 유동성이 적어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형성되는 ‘상한가 따라잡기’ 등이 쉬웠기 때문이다. 상한가가 30%가 되면 시세 조종을 위해 돈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를 막는 효과가 있다. →대형주 하락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데. -시장 전체에 대해서는 매매거래 중단(서킷 브레이커·CB)이 강화된다. 지금은 코스피(코스닥)가 전일 대비 10% 이상 하락하면 매매가 20분간 중지되는데 하루에 한 번만 발동된다. 다음달 15일부터는 CB가 3단계로 적용된다.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하락하면 지금처럼 20분간 매매가 중지되고 10분간 단일가 매매가 이뤄진다. 이후에도 지수가 전일 대비 15% 이상 떨어지면 2단계 CB가 발동돼 다시 20분간 매매가 정지된다. 10분간 단일가 매매 이후에도 전일 대비 20% 이상 떨어지면 그날 장이 끝난다. →신용거래 위험이 커지는데. -업계가 보증금률과 담보유지비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신용거래 제한 대상 고객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5·끝) 미래에 투자하라

    [국민연금 해법을 묻다] (5·끝) 미래에 투자하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론을 반박하고자 정부가 ‘세대 간 도적질’, ‘재앙 수준의 보험료’ 등 과격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젊은 세대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부모세대는 졸지에 자식의 등골을 빼먹는 ‘등골브레이커’로 치부됐다. 세대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세대갈등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사회적으로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소득대체율을 올리지 않으면 당장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적겠지만, 노후 소득에서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져 자식세대는 사적 부양의 이중 부담을 져야 한다. 이는 지금의 2030세대가 연금 수령 나이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세대 간 도적질’ 발언에 대한 반박 자료를 통해 “미래세대인 자식세대는 부모세대가 국민연금의 혜택을 더 받을수록 상대적으로 생활비 부담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불공평하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적연금이 ‘세대 간 도적질’이 아닌 ‘세대 간 연대’라는 점에는 젊은 세대도 공감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복지에 대한 세대 간 인식차이 조사(2013년)’를 보면 ‘노년층의 복지혜택을 인정한다’라는 응답이 50대 이상(63.8%)보다 20대(70.6%)·30대(74.9%)·40대(72.7%)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세대 간 연대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지난 4월 청년 실업률은 10.2%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김가윤(24·여)씨는 “청년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인세대 부양은 무리”라며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젊은이들이 노인세대를 부양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일자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발생하는 복지재정, 특히 국민연금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가 청년 실업 확대와 맞물리면서 세대 간 갈등 요소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 곳간을 채우려면 우선 청년의 빈 지갑부터 채우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출산율을 높여야 하지만 미래세대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작성한 ‘OECD 국가와 한국의 아동가족복지지출 비교(2013)’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아동복지예산은 GDP 대비 0.8%로 OECD평균(2.3%)의 3분의 1 수준이다. 장차 노인을 부양해야 할 미래세대와 현재 청년에 대한 투자가 미약한데도, 당장 청년들은 2035년에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며, 2060년에는 1명이 노인 1명에 대한 부양 부담을 져야 한다. 그야말로 등골이 휘게 생겼다. 일부 연금 전문가들은 500조원 규모의 국민연금 기금을 보육 등 복지 부분에 제한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00년까지만 해도 연금기금을 공공부문에 56.8%, 복지에 1.2%, 금융에 42.0% 투자했지만, 국민이 보험료로 낸 돈을 정부가 ‘쌈짓돈’처럼 쓴다는 지적이 있어 2001년부터 공공자금 관리기금의 의무예탁 제도를 폐지하고 전액 수익률을 늘리기 위한 금융투자로 전환했다.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은 “국민연금을 고위험 해외시장에 투자할 게 아니라 미래세대에 투자해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관련해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보육시설 관리를 위한 특별채권을 국가가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 기금이 사는 방식으로 기금을 보육에 투자하면 투명성도 보장되고 일정한 수익률도 얻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용하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연구실장은 “복지 분야에 투자하면 아무래도 금융 시장만큼 수익률은 나오지 않지만, 저출산 문제가 해소되면 기금 고갈 문제도 해소되니 미래 인적 자원을 늘린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고의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서울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고객 정보 멋대로 이용한 포털·유통업체

    네이버와 롯데백화점 등 사업자 20곳이 가입 고객의 개인 정보를 입맛대로 이용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사업자 20곳(21개 사이트)의 불공정약관 4개 유형을 적발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네이버를 비롯해 다음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 등 대형 포털 3개사가 포함됐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신세계, 현대백화점, 홈플러스, 인터파크, 이베이코리아(옥션·지마켓), 11번가, 쿠팡, 위메프, 현대홈쇼핑, AK백화점, GS홈쇼핑, NS홈쇼핑, CJ오쇼핑, 롯데홈쇼핑, 롯데백화점 등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유통업체 17개사가 걸렸다. 유통업체 17개사는 회원 가입 때 ‘본인 확인 정보’를 필수 항목으로 요구했다. 본인 확인 정보는 사이트 가입 과정에서 고객이 휴대전화 문자 또는 아이핀 인증 등의 절차를 거칠 때 본인 확인 기관에서 부여하는 암호화된 정보다. 공정위는 본인 확인 정보를 사업자가 아예 수집하지 않거나 고객이 기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고치도록 했다. 꼭 필요하다면 구매·결제 단계에서만 필수 수집 항목으로 하게 했다. 네이버 등 15개 사업자는 법률상 정해진 개인 정보의 보유 기간이 지났는데도 ‘회사 내부 방침’과 같은 모호한 이유로 고객 정보를 파기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사업자가 개인 정보를 계속 보관해야 할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어떤 항목을 언제까지 보존할지 명시하도록 했다. 제휴사이트에 동시 가입하거나 제휴사 통합 ID를 설정할 때 개인 정보를 제3자에 제공하는 점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은 사업자도 많았다. 민혜영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개인 정보 공유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선택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정보통신망법에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개인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터넷이나 네트워크상의 위험’과 같은 모호한 사유를 들어 사업자가 책임을 덜 수 있도록 한 약관 조항도 시정됐다. 앞으로는 사업자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다했을 때만 면책받을 수 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팔당 유명 카페 그린벨트 규제에 폐업 위기

    팔당 유명 카페 그린벨트 규제에 폐업 위기

    직원이 100명에 이르는 팔당의 한 유명 카페가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정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18일 관련 행정기관들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는 봉주르카페가 20여년 전부터 주차장 용도로 사용해 오던 국토교통부 소유 하천부지 3곳을 지난 4월 말 중장비를 동원해 흙구덩이를 파고 펜스와 석축을 설치해 주차를 못 하게 했다. 이 때문에 봉주르의 주차 규모는 220대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시는 봉주르가 지난 2월 철도청으로부터 주차장 용도로 임대기간 연장허가를 받은 폐철도부지 1164㎡도 문제를 삼고 나섰다. 철도청은 최근 봉주르에 보낸 공문에서 “우리 공단으로부터만 사용허가를 받고 관할 지자체(남양주시)로부터는 사용허가를 받지 않아 (시로부터)이행강제금 부과 예고 및 시정명령 이행을 촉구받고 있다”며 “오는 22일 청문절차를 거쳐 주차장 사용허가를 취소하겠다”고 통지했다. 또 시는 지난달 말 진입로에 편입된 20개 필지의 토지주들에게 이달 말까지 원상복구하라며 시정명령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봉주르는 “시가 지난해 우리 카페에 38건의 그린벨트 관련 불법이 있다며 고발하더니 이번에는 20여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사용해 온 진입로와 주차장을 ‘콕’ 찍어 사용 못 하도록 하는 것은 사적인 감정이 있어 보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창근 전무는 “현 진입로는 마을 주민들과 합의해 1995년 면사무소에 신고하고 농로를 보수해 사용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는 며칠 전 규제개혁 회의에서 ‘이제는 주민생활에 주는 불편을 해소하고 불합리한 재산권 침해를 해소하는 개발가치 차원에서 그린벨트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장에서는 소용없다”고 말했다. 봉주르는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100여명의 직원들은 이미 “일자리를 지켜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청와대에 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봉주르는 그린벨트에 있는 규모가 큰 업소로 오래전부터 문제가 많았다”면서 “불법행위를 하는 다른 음식점 등도 민원이 있을 경우 수시로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외눈박이 ‘공신’들 키우는 한국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외눈박이 ‘공신’들 키우는 한국

    ‘학생들끼리 커닝을 할 수 없도록 좌석 간 적정 거리를 확보하고,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은 모두 회수해 별도 보관한다. 적발되면 즉각 퇴실 조치한다.’ 굉장히 낯익은 광경이다. 얼마 전 중간고사를 치른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실 모습이 겹쳐진다. 그런데 고등학교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지난달 중간고사 기간 중 잇따라 부정행위가 적발된 서울대가 떠밀리듯 최근 발표한 대책이다. 이름하여 ‘시험관리 지침’. 지침에는 이 밖에 교수 또는 강사는 시험 감독을 조교에게 일임해선 안 되고 직접 감독해야 하며, 수강생 50명당 1명 이상의 조교나 대학원생을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해 뒀다. 인성교육 강화라는 두리뭉실한 대책보다야 즉각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시간을 거꾸로 돌려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부정행위에 대해 비인간적·비교육적이라 할 정도로 민감했던 학생들이, 일부이기는 하지만, 대학에 가서 둔감해지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전문가들은 날로 치열해지는 취업 경쟁과 학점 남발 등을 이유로 꼽지만 그저 공부만 잘하고 좋은 데 취직해서 성공하면 된다는 식의 사회 분위기가 대학생들의 일탈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넘겨 온 것 아닌가 싶다. 서울의 상당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시험감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감독할 교사 숫자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학부모의 학교 활동 참여를 유도하고 시험 감독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이해하고 있다.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것보다는 예방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몇 년 전 들은 얘기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에서 중간고사 때 시작 종이 울리기 전에 한 학생이 연필을 들고 시험지를 훑어보는 것을 주변에 앉았던 다른 학생들이 보고 학교에 부정행위를 했다며 항의해 결국 그 학생은 해당 과목이 0점 처리됐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참 무서운 아이들이네. 살벌한 세상이야”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이고, 더군다나 1분 안팎 될까 싶은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시험문제를 읽고 풀어 점수에 영향을 줬을까 생각해 보면 굳이 ‘신고’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어른들이 아이들을 친구보다 성적에만 몰두하는 ‘외눈박이 공부의 신(공신)’으로 만든 건 아닐까.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성적에 대한 일부 한국 부모의 지나친 관심에 미국 교사들이 질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7~8년 전 일이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의 한 고등학교에 아들을 보내는 한국 엄마가 있었다. 아들과 1등을 다투는 학생이 아파 시험 당일 결석을 해 다른 날 혼자 시험을 치르기로 했는데 해당 과목 교사를 찾아가 문제가 유출됐을 수도 있으니 같은 문제로 치르면 불공평하다고 항의하며 난이도가 같은 다른 문제로 시험을 치를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내 자식이 잘하는 것 못지않게 경쟁자가 더 잘하는 것을 경계하는 ‘일그러진’ 엄마의 극성이 미국 교사들 눈에는 ‘비정상’으로 비쳐졌던 것이다. 친구들을 경쟁의 대상으로 여기고 견제하는 것은 한국만의 얘기는 물론 아니다. 부정행위도 그렇고, 상대의 부정행위를 신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내부 규율로 ‘관리’되던 부정행위가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대학에 가면서 교묘해지고 광범위해진다면 대학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학들은 인성교육 강화다, 창의·융합 교육이다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공부만 잘하는 외눈박이 공신들의 다른 눈도 뜰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본을 지켜야 한다. 부정행위를 단호하게 징계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최근 번역 출간된 ‘공부의 배신-왜 하버드생은 바보가 되었나’에서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고 가야 하는지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를 길러 내지 않으면 미국의 미래는 없다는 윌리엄 데레저위츠 전 예일대 교수의 경고가 남 얘기 같지 않다. 왜 공부해야 하는 줄도 모르는 외눈박이 공신만 키우는 한국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 [경제 블로그] 中의 퀄컴 제재에 훈수?… 난처해진 공정위

    [경제 블로그] 中의 퀄컴 제재에 훈수?… 난처해진 공정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 2월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 퀄컴에 불공정거래 행위로 벌금 60억 8800만 위안(약 1조 626억원)을 부과했습니다.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중국 시장에서 부당하게 많은 특허 수수료를 챙겼다는 결정입니다. 중국이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매긴 역대 최고액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퀄컴 제재가 우리나라로 불똥이 튀고 있다는 겁니다. 12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경쟁 당국이 중국의 퀄컴 제재에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훈수’를 뒀다는 심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은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정거래법 관련 업무에 대한 노하우가 적은 편입니다.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업무 협조를 해 주고 있는데, 퀄컴 제재도 이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다른 나라처럼 중국의 공정거래 당국과도 업무 협의를 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는 기업 제재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럼에도 공정위의 입장이 난처해졌습니다. 세계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우리 기업들이 담합이나 독과점 등에 걸려 혹시라도 ‘괘씸죄’를 받을까 우려되기 때문이죠. 또 자기(공정위)는 제재를 못 내리면서 남의 나라에 훈수를 둔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마디로 ‘너나 잘 하세요’라는 얘기죠. 공정위도 지난 2월부터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저울질만 계속하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무역보복 우려 때문에 아직까지 중국처럼 과감하게 퀄컴 측에 제재를 못 내리고 있는 거죠. 공정위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표준특허 남용 문제의 경우 지식재산권 보호와 경쟁법 집행이 맞물려 있어서 경쟁 당국 간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미국, EU 당국과 공조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는 과감하게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매기는 공정위가 국제적으로도 ‘경제 검찰’의 위상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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