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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조작 징후 실시간 포착… “증권범죄 꼭 잡아낸다”

    주가조작 징후 실시간 포착… “증권범죄 꼭 잡아낸다”

    #1. 지난 4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에 이상거래 징후가 포착됐다. 거래소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을 시작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곧 30대 초반의 회계사 A씨를 중심으로 불공정 거래가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 9명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이들은 감사를 맡은 회사의 실적 정보를 활용해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에 투자해 6개월 만에 7억 6300만원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대금만 143억 1800만원에 이르렀다. 전문가 집단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를 하다 적발된 최초의 사건이다. #2. 최근 한 증권 사이트 운영자 B씨는 거액을 들여 특정종목을 미리 매집한 뒤 자신의 이름값을 믿고 사이트에 가입한 유료회원 수십명에게 해당 종목을 추천하는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 한 시간쯤 뒤엔 사이트 무료회원들도 볼 수 있는 게시판에 종목 추천글을 올렸고 이어 포털사이트 주식 게시판에도 같은 글을 옮겼다. 주가가 급등하자 B씨는 곧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고작 하루 만에 B씨는 수백만원을 손에 쥐었다.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10여명의 사이버감시팀 직원들이 뚫어져라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모니터 6개에 증권 관련 각종 정보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임무는 어디에선가 보이지 않게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검은손’을 찾아내는 것이다. 인터넷 증권게시판에서 활발히 오가는 얘기, 매수 계좌가 쏠리는 종목들, 전문가 추천 종목의 실시간 시세 정보 등이 쉼 없이 올라왔다. 특정 검색어로 걸러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의 정보도 모니터링됐다. ●추천·매수 급증 종목·SNS 정보 등 모니터링 사이버감시팀은 인터넷 환경에서 날로 진화하는 증권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3년 2월 만들어졌다. 단순 감시뿐만 아니라 증권방송,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한 불공정거래도 들여다본다. 1994년 지금의 시장감시시스템이 도입된 지 20여년 만에 이룬 체계다.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8일 “시장의 매매 트렌드가 바뀌면서 불공정 행태도 그에 따라 변화한다”면서 “새로운 감시기준 개발을 꾸준히 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가 독자 개발한 시장감시시스템은 2011년 필리핀 등으로 수출도 시작했다. 2000개가 넘는 주식 상장 종목과 각종 파생상품 등을 24명 정도의 감시 인력이 담당한다. 산술적으로 1인당 100여개가 넘는 종목을 하나씩 감시할 수는 없지만 고도화된 시스템이 각 종목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내면 담당 직원이 좀 더 면밀히 조사하는 방식이다. 주가 등락이나 거래량 변화 등 기준에 따라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만 구체적 기준은 보안사항이다. 악용 우려가 있어서다. 시장감시본부 자체도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보안시설이라 내부 촬영이 철저히 통제된다. 증권범죄는 시대에 따라 양상이 조금씩 달라진다. 최근엔 인터넷의 발달로 SNS, 포털사이트,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이용한 사이버 부정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주로 SNS 단체 채팅 등을 통해 최신 정보를 주고받거나 작전을 짠다. 짧은 시간에 많은 수익을 올리고 빠지거나 동시에 다수 종목을 거래하는 것도 트렌드다. 이런 변화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시장감시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혐의 건수는 전년보다 56건 줄어든 132건이었지만 관련 종목 수는 오히려 33종목 늘어난 289종목이었다. 발행시장에서는 공모 사기, 가장 납입 등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승범 시장감시제도팀장은 “SNS, 포털사이트 등을 이용한 사이버 부정거래가 급증하고 시세조종뿐만 아니라 종목을 추천한 사람 등이 연관된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매매해도 증거 찾아내 더욱 교묘해진 검은손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조사 기법도 첨단화되고 있다. 지난 8월 삼성테크윈 전직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주식 매매에 이용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 자본시장조사단은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처음 도입했다. 이는 컴퓨터나 노트북, 휴대전화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남아 있는 통화기록, 이메일 기록 등의 데이터를 모두 복구하고 분석해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첨단 조사기법이다. 일종의 ‘디지털 해부’이다. 최근 스타 증권맨들을 줄줄이 무릎 꿇린 것도 바로 이런 최첨단 ‘디지털 해부’ 기법이 있어 가능했다. 지난달 상장사 대표와 짜고 시세조종을 한 뒤 시간 외 대량 주식을 매각하는 등 이른바 ‘블록딜’ 작전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현직 증권맨 16명은 증선위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 매매뿐만 아니라 금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황현일 자본시장조사단 사무관(변호사)은 “그동안은 불공정거래 행위가 포착되더라도 범죄 의도를 밝히기 쉽지 않았지만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활용하면 그 흔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불공정 행위 檢 고발 그쳐 제재 실효·권위 떨어져 최근에는 제보를 받고 기획조사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적발하는 일도 많다. 앞서 증권 사이트 운영자 B씨도 제보로 적발된 사례다. 신빙성 있는 제보라고 판단한 사이버감시팀은 100만원가량의 사이트 가입비를 지불하면서 범행을 추적했다. 거래소와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온 불공정거래 제보 건수는 41건, 포상금은 2억 526만원이었다. 최대 포상금액은 금감원과 거래소가 각각 20억원이다. 증권범죄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면서 감시와 제재도 더욱 강화되고 있지만 이에 비해 증선위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시장조사단에서 불공정 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검찰 고발을 통해 형사 처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다른 조치가 없어 제재의 실효성과 권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형사 처벌 외에도 증선위 차원에서 과징금 등 금전적 행정 제재를 물리고 있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선량한 투자자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기도 한다. ●형사처벌로는 한계… 징벌적 과징금·손배제 필요 올해 7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기존의 증권범죄 유형(미공개 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에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추가하고 이 행위에 대해서는 증선위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미공개 정보를 직접 누설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장에 영향을 가져온 투자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아닌 행정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요 불공정 거래 행위와 1차 미공개 정보 습득·유출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이 아닌 형사 조치만 하도록 돼 있어 한계가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형사 처벌만으로는 증권범죄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며 “징벌적 과징금 등 제재를 추가 도입하고 증권업계 스스로 자율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씨줄날줄] 한·일 LNG 동맹/김성수 논설위원

    액화천연가스(LNG)는 발전 연료나 도시가스용으로 쓰인다.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한다. LNG는 전형적인 셀러스 마켓(판매자 시장)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 물건을 파는 쪽(생산국)이 되레 큰소리를 친다. 계약할 때 구매자에게 불리한 불공정 조항도 많다. 우선 의무인수조항(Take or Pay Contract)이 있다. 물건을 사는 사람이 사정이 생겨 인수할 수 없는 상황이 돼도 물량 인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돈을 다 내야 한다. 예를 들어 100t을 계약했는데 나중에 70t만 필요한 상황이 돼도 처음 약속한 대로 100t을 다 사야 한다. 70t만 가져가더라도 100t값을 다 내야 한다. 일방적으로 파는 사람에게만 유리한 구조다. 도착지 제한 조항이라는 것도 있다. LNG 하역 장소를 수입국으로 한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LNG를 사는 쪽은 물량이 남아돌아도 다른 나라에 되팔 수 없다. 남는 물량까지 억지로 다 떠안아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 LNG 시장의 ‘큰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표적 ‘호갱’이다. 일본의 지난해 LNG 수입량은 8900만t, 우리나라는 3800만t으로 각각 세계 1, 2위다. 전 세계 수입 LNG의 34%와 15%를 각각 차지한다. 두 나라가 전 세계 LNG 물량의 절반을 사들이면서도 불공정 거래 조항은 유독 가혹하게 적용된다. 우리나라는 LNG의 절반가량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카타르의 비중이 가장 높다. 오만과 예멘에서도 들여온다. 우리나라는 중동산 LNG에 100만 BTU(LNG 열량단위·1BTU는 0.29307Wh)당 9달러를 지불한다. 반면 셰일가스를 생산하는 미국은 협상력을 갖춰 2달러 정도에 산다. 올 들어 공급 과잉으로 LNG 가격이 급락했지만 우리나라는 20~30년 장기 계약으로 여전히 ‘바가지’를 쓰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이 가격 협상을 할 때 생산국에 휘둘리는 것은 LNG를 자체 생산할 수 없는 데다 중동의 LNG 수출국과 지리적으로 멀어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가적인 에너지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약점 때문이다. 유럽연합(EU)만 해도 러시아에서 파이프를 통해 천연가스를 들여올 수 있어 중동 생산국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쥐락펴락 못한다. 정부는 최근 LNG 시장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맞서 모잠비크 등 동아프리카 쪽으로 새롭게 LNG 공급 루트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LNG 수출국을 상대로 공동 협상을 벌여 수입 가격을 낮춰 나가기로 했다.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진전이 없었지만 한·일 간 ‘LNG 동맹’에는 의기투합한 셈이다. 판매자에게 유리한 계약 관행을 개선하고 시장에서 최대 고객으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기 위한 것이다. 양국 동맹이 성과를 거둬 LNG 수입 가격이 떨어지면 국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내릴 수 있는 만큼 혜택은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회/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옴부즈맨 칼럼] 콩 심은 데 콩 나는 사회/정형근 서울 정원여중 교사

    서울신문은 올해 초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를 통해 경제, 정치, 교육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를 날카롭게 분석한 바 있다. 또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평판사회로 가자’와 같은 기획특집을 통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서울신문이 제시한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변해 왔는가를 생각해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말도 드물다. 말의 뜻은 어렵지 않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담고 있는 말인데, 사회 일각에서 뿌린 것 이상으로 거두거나 뿌린 만큼 거둬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 속담의 의미에 혼란이 생기고 있다. 사회가 안정돼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끔씩 ‘뿌린 만큼 거두지 않는 경우도 있지’ 하고 투덜대면 그만이다. 하지만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힘든 상황에 대입하면 심상치 않은 의미를 갖게 된다. 급기야는 ‘흙수저’를 쥐고 태어났느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니 하는 말이 유행이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둘러싼 ‘금수저’ 논쟁은 정상적인 담론으로 보기 힘들다. 출연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예능 감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출연자를 둘러싼 배경이 부각되는 것은 정상적인 담론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흙수저’, ‘헬조선’ 등의 말에는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기 힘든 요즘 젊은 세대의 분노와 자조가 섞여 있다. 이 말의 바탕에는 이 시대의 경쟁이 공정하지 않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성공의 문이 아무리 좁더라도 경쟁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모두들 결과를 깨끗이 인정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문이 아무리 넓더라도 경쟁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난주 한국시리즈가 두산의 우승으로 끝이 났다. 두산의 우승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산에 우승을 내준 삼성선수단의 자세였다. 삼성선수단은 두산의 우승이 확정된 이후에도 운동장에 남아 두산의 우승을 축하해 주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전력에서 핵심 선수 3명이 빠진 상태에서 두산과 경기를 치렀기에 이런저런 핑계를 댈 수도 있었지만, 삼성선수단은 운동장에 남아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삼성은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 장기의 차, 포, 마에 해당하는 선수들을 제외했다. 5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전대미문의 업적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원칙이었고, 삼성은 그 원칙을 지켰다. 나는 두산 팬이지만 올해의 진정한 우승팀은 삼성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야구단이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공정한 게임을 위해 핵심 전력을 제외한 채 게임에 임했듯이 기성세대는 ‘흙수저’와 ‘금수저’가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금수저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사회는 머잖아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다. 더이상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사회적 유전의 필연성을 나타내는 말이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서울신문이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 건설에 주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참여해 주리라 믿는다.
  • [사설] 선거구 획정, 정당 관여 못 하게 법제화해야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구가 아직 미정이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에 골몰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제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만나 선거구 획정 문제를 빨리 매듭짓기로 했지만 법정 시한인 13일 이전에 마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나마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4+4 회동’을 통해 선거구 획정을 끝내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마지막 국면까지도 여전히 득실 계산에 골몰하는 여야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인구 편차가 3대1인 현행 선거구 획정이 ‘표의 등가성’이라는 헌법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최소한 2대1로 조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어떤 지역의 국회의원은 30만명의 유권자를 대표하고, 또 다른 지역의 국회의원은 10만명의 유권자를 대표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이유다. 이런 당연한 결정을 정치권은 왜 이행하지 못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물론 국회의원 정원이 300명으로 묶여 있는 데다 인구 기준대로라면 국회의 농어촌 대표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눈앞의 이익을 접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논의를 집중하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결국 선거구 획정이 미뤄지는 것은 각 정당의 기득권 지키기 의지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새누리당은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하자는 주장을 고집하는가 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분구가 예상되는 도시 지역 일부를 인접 농어촌에 붙이자거나 경북 지역에 특별선거구를 두자는 편법적인 주장도 난무한다. 여야가 결국 누더기 획정안을 도출해 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도록 지난 5월 공직선거법을 개정한 후 맞은 첫 번째 시험대였지만 여지없이 실패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선거구 조정안을 도출하기는커녕 여야의 거센 입김 탓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선거구 획정의 최종 결정권이 국회에 있는 한 각 정당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누더기 획정’의 전철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애당초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진행된 정치권의 선거구 획정 권한 이관은 결국 ‘눈속임’에 불과했던 셈이다. 우리는 이번 선거구 획정 파동을 계기로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아예 정치권의 개입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자 한다. 한 표에 일희일비하는 국회의원에게나, 그런 국회의원들의 연합체인 정당에나 선거구 획정은 생명줄과 같을 것이다. 결코 손해 보는 획정안을 순순히 내놓을 리 없다. 게다가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이미 공정한 ‘게임의 룰’은 사라졌다. 지명도 높은 현역 의원들만 웃고, 정치 신인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다음 선거구 획정부터라도 정당의 관여를 아예 배제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 알리바바 마윈 회장 “짝퉁업체도 권리 있다”

     구찌로부터 ‘짝퉁’ 판매로 고소를 당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마윈(馬雲) 회장이 “소송에 져 패하더라도 결코 (구찌와) 화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지난 5월 구찌와 이브 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패션기업 케링으로부터 짝퉁 제품이 전 세계에 팔리도록 방조했다는 이유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제소당한 상태다.  오는 11일 ‘광군제’(光棍節) 할인행사를 앞둔 알리바바는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짝퉁’ 판매업체와 브랜드에 대해 아직까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모든 관련자의 권리가 보호받아야 한다며 마윈 회장이 이같이 주장했다고 중국 차이나데일리가 9일 보도했다.  그는 “짝퉁 제조단속은 ‘흑 아니면 백’과 같은 일이 아니다.간단히 그들을 때려잡겠다고 하면 되겠지만 입점 판매업체 입장에서는 사실 불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악명높은 시장 명단’에 올랐다가 단속과 제재 조치를 강화해 리스트에서 삭제된 바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개와 고양이 싸움 된 ‘중국판 블프’

    개와 고양이 싸움 된 ‘중국판 블프’

    10조원대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인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싱글데이) 할인 행사를 앞두고 ‘개’와 ‘고양이’가 ‘갑질’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개는 중국 전자상거래 2위 업체인 징둥(京東)닷컴의 마스코트, 고양이는 1위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의 마스코트다. 양 사의 판촉전이 가열돼 급기야 징둥이 4일 “알리바바가 시장을 교란한다”며 국가공상총국에 고발했다. 징둥은 “알리바바가 협력업체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치고 소비자 이익도 침해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알리바바가 자사의 온라인 쇼핑몰인 톈마오(天猫·T몰)의 광군제 할인 행사에 참여하려는 업체는 징둥 등 다른 쇼핑몰에 참여해선 안 되며 이미 다른 쇼핑몰 참여를 결정했다면 톈마오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는 “티몰에서 팔리는 제품이 더욱 우수하고 가격은 더욱 저렴하며 배달은 더욱 빠르다”면서 “시장의 선택을 불공정 행위라고 고발하는 것은 ‘닭이 오리에게 헤엄치지 못한다’고 고발한 격”이라고 주장했다. 개와 고양이의 싸움이 격해지면서 중소 업체들만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올해 유독 광군제 판촉전이 치열해진 것은 만년 2위인 징둥의 강력한 드라이브 때문이다. 징둥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텅쉰(騰訊·텐센트)과 손잡고 38개 브랜드에서 25억 위안(4400억원)에 달하는 할인 쿠폰을 제공할 계획이며 텅쉰은 웨이신(微信·위챗)과 QQ메신저를 통해 징둥을 지원할 예정이다. 텅쉰은 징둥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은 월간 사용자 수가 6억명, QQ는 8억 4300만명에 달한다. 부동의 1위 알리바바도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인 쑤닝(蘇寧)과 투자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오프라인 매장과 배송 시스템을 통합하는 등 11일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페인 축구클럽 레알마드리드, 미국 최대 농업기업 오션스프레이 등 글로벌 브랜드 5000여개를 유치해 올해 광군제를 ‘글로벌 온라인 쇼핑의 날’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광군제 하루 동안 올린 매출액은 571억 위안(약 10조 1600억원)이다. 이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직후 첫 월요일) 이틀간 올린 매출액 29억 달러(약 3조 2000억원)의 3배가 넘는다. 올해 알리바바의 광군제 매출은 800억 위안(14조 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용어 클릭] ■광군제 1990년대 난징 지역 대학생들이 11월 11일의 ‘1’이 외롭게 서 있는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독신자의 날로 부르면서 점차 퍼졌다. 이날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상인들이 ‘홀로 빈방을 지키지 말고 나와서 물건을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야 한다’고 부추기며 할인 판매를 하기 시작한 것이 연례행사로 굳어졌다.
  • 유럽 선거감시단, 터키 총선 ‘부정선거’ 규정... 후폭풍 예고

     지난 1일(현지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압승으로 마무리된 터키 총선이 부정 선거 시비로 얼룩졌다. AFP와 가디언 등 외신들은 2일 터키 총선을 감시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참관단이 이번 선거가 불공정과 폭력으로 점철돼 국민들이 정당한 선택의 기회를 상실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OSCE 참관단의 이그나시오 산체스 아모르 단장은 보고서에서 “비판 언론이 탄압받고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야당 관계자들을 겨냥한 물리적 공격과 안보 문제 등이 총선 결과에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아모르 단장은 이 같은 경향은 남동부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유럽평의회 참관단도 “이번 선거는 심각한 공포로 얼룩졌다”면서 터키 정부가 정치적 해법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이번 선거를 불과 닷새 앞두고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에선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잇따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또 선거 운동기간 쿠르드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으로 친쿠르드 정당인 인민민주당(HDP)은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평화적인 집회를 이어가던 반정부 시위대를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1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테러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결론지었다. 결국 집권당인 AKP는 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획득해 압승했다. 지난 6월 총선에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AKP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연정 구성마저 좌절돼 조기 총선이 이어졌다.  한편 터키 정부는 선거 이튿날인 2일부터 비판 성향의 주간지 편집장들을 체포하는 등 언론 단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현지 도안통신 등은 전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갈 길 먼 군 사법체계 개혁

    [신뢰받는 군을 위하여] 갈 길 먼 군 사법체계 개혁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6월 당시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을 업무상 횡령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수원 제10전투비행단장 시절 부대 복지금 370여만원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예비역 공군 중사 윤모씨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앞서 5월 최 총장에 대해 감사를 벌인 국방부 감사관실은 최 총장이 불필요한 공관 공사에 약 3400만원의 예산을 중복 투자하고 가족들이 운전병과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점을 지적했다. 다만 부대 운용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이 경과돼 명확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며 감사를 종결해 ‘면죄부 감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비위를 입증할 책임을 떠맡게 된 국방부 검찰단도 세 달이 넘도록 참고인 조사를 벌였으나 최 총장은 끝내 소환하지 않았다. 결국 군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끝에 지난 9월 최 총장은 유유히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됐고 군 검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애초 군 수뇌부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군 검찰이 시간끌기에 나서 ‘면죄부 감사’에 이은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군 당국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하지만 아직 군 사법체계 개혁의 길은 요원하다. 최근 병영 내 구타 및 가혹행위, 성범죄 등 각종 군 범죄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군 사법체계가 독립성을 갖고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 하는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군사법원의 폐지론도 제기됐다. ●군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 해방 이후 군법회의의 형태로 존재하던 군사법원은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현 체계로 기틀이 잡혔다. 헌법 110조에는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한 특별법원으로 군사법원을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군내 최고 법원은 고등군사법원이며 하급 법원으로 보통군사법원 총 84곳(국방부 1곳, 육군 49곳, 공군 20곳, 해군 14곳)이 있다. 보통군사법원-고등군사법원-대법원의 3심 체계인 점은 일반 사법체계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군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에 가깝다. 지난해 11월 새사회연대가 발표한 ‘군사법원 및 병영인권 개선 국민여론조사’에서는 군 사법체계가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76.7%로 압도적이었다. ‘공정하다’는 응답은 15.2%에 불과했다. 군사법원 개혁이 미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54.95%가 ‘군의 폐쇄성’을 들었다. 이 같은 불신은 군 사법체계 작동 방식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상식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데 기인한다. 군사법원은 외견상 대법원을 상고법원으로 둔 일반 사법체계에 포함돼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성격이나 운영 방식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군사법원은 행정부인 국방부에 속한다. 국방부가 군에 관한 행정권과 사법권을 동시에 가진 것이다. 이에 심지어 군 법무관은 보직 발령에 따라 검사가 되기도 하고 판사가 되기도 한다. 이는 삼권 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재판의 공정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다. 이런 특수성이 낳은 군 사법체계만의 특이한 제도가 ‘심판관’제도다. 재판은 법관에게 받는 것이 상식이자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하지만 군사법원은 법조인 자격이 없는 일반 장교가 심판관이란 이름으로 재판에 관여하며 심지어 재판장 역할까지 맡는다. 군에서는 ‘고도의 군사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는 심판관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다수 군 범죄가 군사적 전문성과 무관한 폭력이나 교통범죄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발생한 군범죄 3만 1863건 중 폭력범죄가 7608건(23.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통범죄 7289건(22.8%), 기타 형법죄 5556건(17.4%) 순이었다. 군사 지식이 필요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은 52건(0.2%)에 불과했다. 지휘관의 ‘확인조치권’도 군 외부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현행 군사법원법 379조는 지휘관이 법원의 판결에 대해 형이 과중하다고 볼 사유가 있을 때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군 조직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법원이 정한 형량을 지휘관 뜻대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휘관들이 이 ‘초법적 권한’을 꺼려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돼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제도상에는 존재한다. ●헌법정신과 맞지 않는 군 사법체계 운영 방식 군 사법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운영 방식이 헌법 정신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심판관이나 확인조치권 등은 법의 형평성 보장보다는 지휘관의 권위를 제고하는 데 더 유용한 장치다. 또 이렇게 지휘관이 ‘은전’을 베푸는 식의 시스템은 ‘솜방망이 처벌’을 낳을 가능성도 크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보통군사법원에서 성범죄 사건에 실형을 선고한 비율은 1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법원의 성폭력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실형 선고율 36.1%에 비하면 3분의1도 되지 않는다. 병영 내 성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는 상황임에도 처벌은 상대적으로 관대한 셈이다. 군 사법제도 개혁이 쉽지 않은 근본적 이유는 군법에 대한 지휘관들의 시각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지휘관들은 군 사법체계를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군 기강 확립의 수단으로 이해한다. 이는 작전 수행을 위해 강력한 지휘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전문가들은 사법체계에까지 지휘권 보장을 요구하는 건 전근대적이라고 지적한다. 또 오히려 이런 장치가 군 기강 확립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법제도에서마저 ‘합리성’이 결여되고 ‘권위’가 강조되면서 병영문화의 비합리성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일 “군 비리나 성폭력 등이 군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법원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다”며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평시에 군사법원이 운영되지 않을 경우 전시 운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적지 않아 이는 여전히 연구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지난 6월 사단급 보통군사법원을 폐지하고 군단급 부대에만 이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장병의 범죄에 대해 소속 부대가 아닌 상급 부대 법원이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해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며 마련한 개정안이지만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정안은 심판관 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으면서도 ‘예외 조항’을 두었고 확인조치권 제한 기준 역시 애매하게 규정했다. 김종대 디펜스 21플러스 편집장은 “결국 법 위에 군인이 있다는 논리가 현 군 사법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오늘의 눈 총선 ‘만병통치 룰’은 없다?/장세훈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총선 ‘만병통치 룰’은 없다?/장세훈 정치부 기자

    “새누리당의 ‘대표 텃밭’으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갑이 현행 전국 246개 총선 지역구 중에서 몇 번째로 여당에 유리한 곳인지 아느냐”고 여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이 기자에게 물었다. 이 의원은 이어 “유권자들의 과거 투표 성향을 분석해 봤더니 68번째”라고 답을 내놨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구가 여야 어느 특정 정당에 아무리 유리해도 ‘영호남 다음’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역구 관리나 선거 운동에 어느 정도 도통했을 법한 이 의원은 또 자신을 “감정 노동자”라고 서슴없이 평가했다. 유권자 중에는 정치적 호감층보다 비호감층 또는 무관심층이 상대적으로 많고, 정제되지 않은 유권자들의 노골적인 감정까지 웃음으로 받아들이며 지역을 챙겨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것이다. 여기에는 공천과 당선은 별개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반면 지지층이 두꺼운 영호남권 의원 중 자신의 지역구 활동을 감정 노동에 빗댄 의원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공천=당선’이라는 등식도 자리잡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과 영호남 의원들은 공천과 총선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서는 영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의 공천 방식으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중 절반이 넘는 79명은 최근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했고, 호남권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모두 명분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은 경선 후유증부터 우려한다. 수십, 수백표 차이로 당락이 엇갈리는 여야 경합 지역에서 ‘경선 실시→지지층 분열→총선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선이 자칫 ‘패배를 부르는 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원외 예비 후보들은 국민경선에 대해 ‘불공정한 룰’이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현역 의원은 지역 조직을 선점하고 있는 데다 의정보고 등의 형태로 사실상 사전 선거운동을 언제든 할 수 있는 반면 원외 후보들은 사무실조차 마음대로 열 수 없다. 정치 신인이나 원외 후보에게는 ‘족쇄’를 채운 상태에서 현역 의원과 ‘페어플레이’ 경쟁을 하라는 격이니 투정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공천 룰이 특정 후보가 처한 신분이나 지역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나이롱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여야 모든 후보들의 이해를 충족시키는 ’만병통치 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중요한 일일수록 세부 내용에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공천 룰 역시 세부 내용에 대한 확정 시기가 늦춰질수록 이러한 오해를 더욱 키울 수 있다. 적어도 총선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달 15일 이전에 공천 방식은 물론 조정 대상에 60여개 지역구가 얽혀 있는 선거구 획정 문제까지 조속히 매듭짓는 게 정치 개혁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룰이 없는 경쟁은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hjang@seoul.co.kr
  • 대형마트 3사 납품업체에 ‘갑질’

    ‘지급할 대금은 미리 공제하고, 미래 수익은 앞당겨 받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를 적발하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1일 “연내까지 전원회의에 올려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올해 2월부터 대형마트 3사를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벌였다. 직권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혐의는 크게 대금 공제와 부당한 경제이익 수취, 납품업자 종업원 파견 강요 등이다. A마트는 부서별로 설정한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 수백억원을 공제하고 지급했다. 상품 대금에서 판촉비와 광고비 명목으로 일정액을 빼고 주는 방법을 썼다. B마트는 매월 채워야 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려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광고비와 판매장려금, 판매촉진비 명목으로 미리 수십억원을 받아냈다. C마트는 새로운 점포를 열거나 기존 점포를 재단장할 때 납품업체에 직원 파견을 강요하고 파견 온 직원들에게 상품 진열 등을 시키고도 인건비를 주지 않은 혐의다. 공정위가 제재를 예고한 대형마트 3사 가운데 롯데와 신세계는 이달 면세점 입찰전을 앞두고 있다.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에는 사업 역량과 입지 조건 외에도 사회 기여도가 포함된다. 신 사무처장은 “대형마트들이 3년 이내에 위법 행위를 한 횟수를 봐서 가중처벌 여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포토 다큐] 하늘이시여… 간절한 바람 이루어주소서

    [포토 다큐] 하늘이시여… 간절한 바람 이루어주소서

    60만 수험생들에게 11월은 특별하다. 오는 12일,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치러지는 달이기 때문이다. 수험생을 둔 가정은 그야말로 몸살을 앓는 지경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이라면 그 이름이 학력고사든 수학능력평가든 간에 대입 시험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40년이 흐른 지금도 대입 전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수능 점수이고 아직 대학의 간판이 미래를 좌우하는 사회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태 속 높은 수능 점수를 바라는 수험생과 가족이 만든 초겨울의 대한민국 풍경은 이제 세시풍속으로 자리잡았다. ●‘수능기도의 성지’ 팔공산 석조여래좌상에 모여든 모정 수능을 10여일 앞둔 주말, 평생 한 가지 소원은 들어 준다는 대구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석조여래좌상 주위에는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경기 안양시 산본에서 온 정명순씨는 자녀의 이름과 사진이 붙은 대입학격기원 쪽지를 앞에 두고 연신 진지한 표정으로 불공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이곳이 용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멀리서 찾아왔다”며 “아침 일찍 오느라 힘들었지만 자녀의 시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냐”며 합장을 했다. ●특허받은 ‘합격사과’ 인기… 포획논란 물범탕 과열 부작용도 수능시험에 대한 전 사회적인 관심은 관련 아이디어 상품의 등장으로도 이어진다. 충북 충주시 주덕읍 당우리에서 과수농장을 운영하는 이종범씨의 사과나무는 독특하다. 붉은 사과에 합격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10여년 전 특허를 출원하고 이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첫해부터 대박을 낸 이씨는 이후 10년째 계속 출하량을 늘리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에 수능이 있는 한 합격사과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이런 현상이 과열되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최근 서울 강남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동물보호 논란을 불러일으킨 물범탕이 대표적이다. 이 탕의 주재료인 물범은 캐나다 등지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포획돼 유럽과 미주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는 못 먹이면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니 왜 한국이 최대 수입국인지 이해가 간다. 과학적 효능이야 있겠냐마는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이제 수능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짧게는 1년 동안 노력한 것에 대한 평가요 길게는 걸음마를 떼면서 시작된 배움의 성적표를 받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달력 속 수능 D데이가 가까워올수록 커져가는 불안감에 누군가는 물범탕을 먹고, 누군가는 기도를 하고, 누군가는 공부로 밤을 지새운다. 입시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천태만상, 수험생과 고3보다 더 고3병을 앓는 학부모들이여 마지막 수능 당일까지 수능대박 건투를 빌어 본다. 글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칠순에 순애보를 쓰려니 쑥스럽기도 했죠”

    “칠순에 순애보를 쓰려니 쑥스럽기도 했죠”

    올해 고희를 맞은 소설가 박범신이 순애보를 들고 나왔다. 마흔두 번째 장편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문학동네)이다. 작가는 “죽음과 존재론적 한계를 다루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순애보”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치매에 걸린 남편 주호백과 아내 윤희옥의 삶을 담았다. 한평생 아내와 딸에게 헌신하며 산 주호백은 두 차례 뇌출혈을 겪고 치매에 걸리면서 예상치 못한 인생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주호백은 과거로 회귀하면서 그동안 내면에 쌓여 있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조금씩 드러낸다. 윤희옥은 자신이 평생 받은 사랑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주호백에게 그 사랑을 돌려준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너무나 사랑했지만 잘못도 많았던 제 사랑의 과오에 대한 회한과 성찰이 컸다”고 털어놨다. “젊었을 때 외박도 많이 하고 술 먹고 집에도 늦게 들어갔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공평해야 한다. 소설 속 부부도 평생 불공평했다가 남편이 치매에 걸려 죽게 됐을 때에야 비로소 공평해진다. 상대편을 내 걸로 갖고 싶은 욕망과 헌신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살다 죽음을 앞두고 사랑의 완성을 이룬다. 나이 들어 아내에 대해 쓰려니 부끄러웠지만 불공평한 삶을 살아온 아내를 생각하면 백 번이라도 더 써야 할 것 같다.” 소설의 영감은 장인과 자신의 꿈에서 얻었다. 작가의 장인은 재작년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장인의 치매 증상 중 하나가 밤늦게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을 큰소리로 지르는 거였다. “장인은 평생 감정을 억제하고 살아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게 많으신 것 같았다. 죽기 전에 마음에 억압된 말들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자신이 치매에 걸린 꿈을 연거푸 꿨다. 나이가 들어 비이성적인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죽음보다 더 큰 공포였다. 이성이 있을 때 치매와 정면으로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 길가에서 죽음을 앞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최백호의 노래 ‘길 위에서’를 듣는데, 소설이 순간적으로 구상됐다.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 말하지 못한 사람이 말년에 치매에 걸려 젊은 시절로 돌아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한다’는 기본 뼈대가 정해지고 나니까 소설이 씌어졌다.” 중·단편 전집도 출간됐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여름의 잔해’부터 2006년 발표한 ‘아버지 골룸’까지 42년간 발표한 85편의 작품을 7권에 담았다. 마지막 7권 ‘쪼다 파티’는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발표한 콩트들 중 작가가 직접 추려낸 작품을 묶은 콩트집이다. “최근 중·단편을 못 썼다. 요즘 늘 차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온 건 아닐까, 정말 내가 쓰고 싶은 대로만 썼는가 하는 회한이 든다. 내년 여름쯤 세상과 나의 관계가 정리되고 나면 정말 쓰고 싶은 단편을 쓰고 싶다. ‘더러운 책상’ 후속과 연작소설 ‘들길’부터 완성하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박범신, 죽음의 한계앞에 선 순애보 소설 ‘당신’ 펴내

    박범신, 죽음의 한계앞에 선 순애보 소설 ‘당신’ 펴내

     올해 고희를 맞은 소설가 박범신이 순애보를 들고 나왔다. 마흔두 번째 장편소설 ‘당신-꽃잎보다 붉던’(문학동네)이다. 작가는 “죽음과 존재론적 한계를 다루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순애보”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치매에 걸린 남편 주호백과 아내 윤희옥의 삶을 담았다. 한평생 아내와 딸에게 헌신하며 산 주호백은 두 차례 뇌출혈을 겪고 치매에 걸리면서 예상치 못한 인생 말년을 맞이하게 된다. 주호백은 과거로 회귀하면서 그동안 내면에 쌓여 있던 인내, 헌신, 사랑의 이면을 조금씩 드러낸다. 윤희옥은 자신이 평생 받은 사랑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주호백에게 그 사랑을 돌려준다. 작가는 “소설을 쓰면서 너무나 사랑했지만 잘못도 많았던 제 사랑의 과오에 대한 회한과 성찰이 컸다”고 털어놨다. “젊었을 때 외박도 많이 하고 술 먹고 집에도 늦게 들어갔다.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공평해야 한다. 소설 속 부부도 평생 불공평했다가 남편이 치매에 걸려 죽게 됐을 때에야 비로소 공평해진다. 상대편을 내 걸로 갖고 싶은 욕망과 헌신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살다 죽음을 앞두고 사랑의 완성을 이룬다. 나이 들어 아내에 대해 쓰려니 부끄러웠지만 불공평한 삶을 살아온 아내를 생각하면 백 번이라도 더 써야 할 것 같다.”  소설의 영감은 장인과 자신의 꿈에서 얻었다. 작가의 장인은 재작년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장인의 치매 증상 중 하나가 밤늦게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을 큰소리로 지르는 거였다. “장인은 평생 감정을 억제하고 살아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게 많으신 것 같았다. 죽기 전에 마음에 억압된 말들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도 자신이 치매에 걸린 꿈을 연거푸 꿨다. 나이가 들어 비이성적인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죽음보다 더 큰 공포였다. 이성이 있을 때 치매와 정면으로 마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잔뜩 취해 길가에서 죽음을 앞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최백호의 노래 ‘길 위에서’를 듣는데, 소설이 순간적으로 구상됐다. “‘세상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걸 말하지 못한 사람이 말년에 치매에 걸려 젊은 시절로 돌아가 말하고 싶은 걸 말한다’는 기본 뼈대가 정해지고 나니까 소설이 씌어졌다.”  중·단편 전집도 출간됐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여름의 잔해’부터 2006년 발표한 ‘아버지 골룸’까지 42년간 발표한 85편의 작품을 7권에 담았다. 마지막 7권 ‘쪼다 파티’는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발표한 콩트들 중 작가가 직접 추려낸 작품을 묶은 콩트집이다. “최근 중·단편을 못 썼다. 요즘 늘 차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온 건 아닐까, 정말 내가 쓰고 싶은 대로만 썼는가 하는 회한이 든다. 내년 여름쯤 세상과 나의 관계가 정리되고 나면 정말 쓰고 싶은 단편을 쓰고 싶다. ‘더러운 책상’ 후속과 연작소설 ‘들길’부터 완성하고 싶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세무조사와 담합조사/주병철 논설위원

    한참 전의 일이다. 탈루·탈세 얘기다. 국세청장과 신임 세무사협회장이 만났다. 국세청장이 덕담을 건네며 에둘러 한마디 던졌다. “세무사들 잘 좀 챙겨주시죠” 납세자들과 세무사들 간의 담합을 두고 한 말이다. 세무사협회장이 나지막하게 답했다. “세무 공무원들이 더 잘해야죠” 세무사들이야 납세자를 상대로 밥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세무 공무원들이 잘하면 세무사들의 잘못된 행태는 바로잡힐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대화 중에는 세무 공무원과 납세자들 간의 직거래에 대한 걱정도 오갔다. 이명박 정부 때 고위 경제 관료를 지낸 A씨는 세수 문제를 꼬집는다. 어느 날 세제 관련 실무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세수가 너무 많이 걷혀 문제라는 것이다. 적은 게 문제지, 많은 게 문제 될 게 있느냐고 반문했단다. 올해 너무 거둬 내년에 세수가 구멍 날 수도 있고, 세율을 낮춰 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리한 세무조사가 빚은 후유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업계 담합 등 불공정 거래 조사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 기업에 근무한 전직 관료가 공정위의 후배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조만간 선배가 계시는 곳에 담합 관련 조사가 나갈 테니 알아두시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 관료는 부득이 이를 회사에 알렸고, 회사는 후배가 알고 지내는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결정했다. 이 법무법인이 소송을 대행해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가 패소했다. 돈을 듬뿍 챙긴 건 법무법인이었다. 최근 국세청에 따르면 올 7월 말까지 세수가 129조 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조 7000억원이 늘었다고 한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가 세입예산보다 적었지만 올해는 세수 부족 사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공정위는 지난 5년간 소송에 져 과징금을 돌려주는 건 물론 이자(환급 가산금)와 소송 비용만 1070억원을 물어줬다고 한다. 국세청 세무조사의 고유 업무는 탈세·탈루를 일삼는 기업을 잡아내고, 공정위의 불공정 거래 감시는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데 있다. 이걸 방심하거나 소홀히 하다 보면 기업은 탈세의 온상으로, 시장은 경쟁 체제로부터 멀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세청의 세수 증대는 세무조사를 줄이면서 빅데이터 활용 등 세무행정을 통한 성과라고 하니 고무적인 일이다. 공정위가 번번이 패소한 건 부실한 조사와 무리한 과징금 부과가 자초한 결과라는 비난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도 없기에 안타깝다. 분명한 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공정위의 담합조사 등이 무리하거나 상식의 틀을 벗어나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자칫 전직 선후배들과의 먹이사슬에 얽혀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잘잘못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캐머런- 코빈은 마지못해 함께 여행 떠나는 노부부 같았다”

    “캐머런- 코빈은 마지못해 함께 여행 떠나는 노부부 같았다”

     “마지못해 주말 여행을 함께 떠난 노부부처럼 말이 없었다.”(영국 일간 가디언)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로열 갤러리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은 의외의 장면을 연출했다. 시 주석의 영국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선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나란히 앉아 시 주석의 연설에 귀기울였다. 하지만 둘 사이에선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버스 옆자리에서 조우한 여행객인양 어색하게 앞만 바라볼 따름이었다. 영국 BBC방송을 통해 중계된 이 모습을 놓고 영국인들은 그저 쓴웃음만 머금었을 따름이다.●시진핑 의회 연설중 단 한마디도 안해... 파트너십 무색 가디언은 “캐머런과 코빈은 잠시 서툰 대화라도 시도해야 했다”며 비난조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들 사이에 흐른 침묵은 무시무시했다. 싫든 좋든 국정을 논의해야 할 파트너였지만, 정치적 고려는 완전히 배제된 듯 보였다. 게다가 캐머런 총리는 10분이 넘는 시 주석의 연설 동안 중국어를 영어로 바꿔 들려주는 통역용 헤드폰을 쓰지 않아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캐머런 총리가 상대국 정상의 연설을 경청하지 않는 무례를 범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캐머런과 코빈 사이의 앙금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달 12일 노동당 대표로 선출된 코빈은 당선 직후 연설에서 캐머런 총리와 보수당을 겨냥해 “끔찍할 정도의 불평등과 불공평한 복지 시스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노조운동가 출신인 코빈의 눈에 보수당 정권의 긴축 정책이 사회악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도 지난 7일 “안보 위협 세력을 그대로 놔둬선 안 된다. 노동당은 경제에 관해 합리적이거나 올바른 주장을 하는 것을 포기했다”며 코빈을 향해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는 이유다.●코빈 “중국 인권문제 질문 퍼붓겠다”... 시진핑과 조우 관심 실제로 거의 모든 공식 석상에서 자리를 함께 했지만 여지껏 둘 사이에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모습이 단 한 번도 언론에 포착된 적이 없다. 각각 보수당과 노동당의 대표이지만 정치적 사안을 놓고 회담을 갖는 건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코빈 대표는 이날 정작 날을 세워야 할 시진핑 국가주석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코빈은 시 주석의 방문에 앞서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퍼붓겠다”며 결기를 세운 바 있다. 노동당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코빈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시 주석을 위해 주재한 버킹엄궁 만찬을 전후해 30분간 시 주석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주제는 영국과 중국의 역사적 인연에 방점이 찍혔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중국인들의 희생과 시 주석의 ‘일대일로’, 기후변화, 테러리즘 등으로 대화의 흐름이 옮겨 갔다. 노동당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성명 말미에 “코빈 대표가 중국의 인권과 중국산 철강 수입이 영국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간략히 문제를 제기했다”고 강조했다.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시나리오 작가에 수익지분 지급 의무화”… 제동 걸린 영화계 ‘불공정 관행’

    영화계의 ‘또 다른 음지’였던 시나리오 작가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계 관계자들이 ‘영화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문체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영화가 흥행해 순이익이 발생할 경우 작가에게 수익 지분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시나리오의 영화화 권리를 제외한 출판과 드라마, 공연 등 2차 저작물 권리는 작가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시하며 ▲제작사의 영화화 권리 보유 기간은 5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또 기획 단계에서 시나리오 집필을 중단할 경우 집필 단계와 중단 주체에 따른 권리와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해 작가에 대한 적정한 대가 지급 관행이 정착되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담았다.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는 ‘영화화 이용 허락’, ‘영화화 양도’, ‘각본’, ‘각색’ 등 네 분야에 걸쳐 작가의 창작자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2년 영화진흥위에서 시나리오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시나리오 작가의 저작권에 관한 내용은 불명확하고 모호한 부분들이 많았던 데다 그마저도 실제 영화제작 현장에서 도입률이 12.5%에 머무는 등 현실적 영향력은 미미했다. 윤태용 문체부 콘텐츠산업실장은 “정부의 제작 지원을 받는 영화 및 정부가 출자해 조성한 영화 기획개발 투자조합과 콘텐츠 제작 초기 투자조합(펀드)에서 투자하는 경우 시나리오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야야 투레의 충격 고백.. “나는 행복하지 않다”

    야야 투레의 충격 고백.. “나는 행복하지 않다”

    맨체스터 시티의 부주장 야야 투레(32)가 잉글랜드와 조국 코트디부아르의 언론을 겨냥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나는 우승도 해봤고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며 맨시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음에도 언론은 언제나 자신을 불공평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19일 월요일(현지 시간) 프랑스 스포츠 유력 일간지 레퀴프와 인터뷰를 한 투레는 “많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더럽히고 있다”고 말하며 팀에 많은 공헌을 했음에도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판이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투레는 자신이 곧 맨시티를 떠날 것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기자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기자들은 내가 팀을 떠날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며 “팀을 떠나다니 무슨 말인가? 지난 시즌 우리는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리그 2위를 달성했고 이번 시즌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폭발적인 득점력을 발휘한 2013/14시즌에도 기자들이 자신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나는 총 26골을 넣었고 리그에선 20골을 기록했지만, 아마도 나를 언급하지 않았다. 얼마나 내가 기분 나쁠지 이해할 것이다”며 “내가 못하면 그것을 강조하고 내가 잘하면 함구 해버린다. 그들은 언론을 이용해 나를 짜증 나게 하고 이간질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야야 투레는 2013/14시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득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맨시티의 중심축이었다. 야야 투레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회 기간 암 투병 중이던 그의 동생 이브라힘 투레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런 아픔을 겪고도 그는 지난 시즌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또한, 맨시티는 야야 투레의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참가(1992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조국 코트디부아르를 우승으로 이끌었음)로 총 6경기를 투레없이 치렀고 단 1승만을 기록했다. 그만큼 맨시티에서 그의 존재는 엄청났다. 그는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우승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두 번의 결승전에서 패배 후 드디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는 나의 가장 큰 꿈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며 “나는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자들은 내가 드로그바, 조코라 그리고 형 콜로와도 불화가 있었다고 보도했다”고 말했다. 투레는 이어서 “사람들은 나를 비하하는 노래를 불렀고 정치인들은 나를 모욕했다. 정말 가슴이 아팠다. 앞으로 국가대표팀과 어떤 일도 하고 싶지 않다”며 코트디부아르의 언론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투레는 유명한 ‘케이크 사건’과 왜 어린 두 아들을 축구계로 입문시키고 싶지 않은지에 대해서도 힙겹게 입을 열었다. 아래의 인터뷰 전문을 통해 그가 얼마나 잉글랜드 기자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실망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내가 생일 케이크 때문에 팀을 떠날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내가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지를 잊어버린다. 맨시티에 온 2010년 사람들은 내 연봉을 언급하며 내가 축구를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내 연봉에 대해 연일 보도하며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이)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과연 내가 맨시티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런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우리는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제는 기자들이 나를 깎아내리는 데 좀 신물이 난다.” “나는 내 두 아들에게 축구를 시키고 싶지 않다. 내가 그동안 겪은 인고의 시간을 내 아들들이 경험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들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승도 해봤고 많은 돈도 벌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하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최용석 유럽축구통신원 fcpoint@hotmail.com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29] 용미리석불입상이 상징하는 고려시대 사회안전망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이야기 29] 용미리석불입상이 상징하는 고려시대 사회안전망

     혜음령은 경기 고양시 고양동과 파주시 광탄면을 잇는 고개다. 지금은 자유로와 통일로가 서울과 개성을 간선도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고려나 조선 시대에는 혜음령을 지나는 의주대로가 한양에서 개성은 물론 평양, 의주를 잇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삼국시대 한강과 임진강 일대는 치열한 격전장이었다. 고구려와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려 각축을 벌이던 당시 임진강을 넘나드는 통로는 오늘날의 적성·연천 일대였다. 임진강에서 갈수기에는 걸어서도 건널 수 있는 최남단 지역이다. 옛 장단 땅인 연쳔 장남면에 고구려의 호로고루, 적성에 신라의 칠중성 등 국방 유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려시대가 되면 남북 통행로는 당연히 수도인 개경, 즉 개성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고려는 장단대로에 위치해 갈수록 규모가 켜져가던 양주를 문종 21년(1067)에 남경(南京)으로 승격시킨다. 이후 남경의 중심이 한양 일대에 자리잡으면서 상당한 거리를 돌아야 하는 장단길보다 개성에서 임진나루를 거쳐 곧바로 남하하는 ‘의주대로’를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된다.  혜음령은 고양향교가 있는 고양동에서 흔히 용미리공동묘지로 불리는 서울시립용미리공원묘지로 넘어가는 고개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의주대로는 지금 고양시와 파주시의 협력으로 조선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정비되어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경계를 이루는 고양시 삼송동에서 임진강과 만나는 임진나루까지는 걸어서 탐방할 수도 있다.  혜음령과 광탄면 사무소 사이에는 혜음원(惠陰院)터와 용미리석불입상이 있어 의주대로의 역사를 알려준다. 혜음원은 고려시대 개경과 남경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예종 17년(1122) 세운 국립 숙박 시설이다. 왕의 행차를 위한 별원(別院)과 사찰도 있었다. 발굴 조사에서는 한자로 ‘혜음원’이라고 새겨진 암막새 기와가 출토됐고, 동서 104m, 남북 106m에 걸친 9개 석단의 27개 건물터와 연못터를 비롯한 놀라운 규모의 유구가 확인됐다.  혜음원에서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나타나는 장지산 기슭에 높이 17.4m의 우람한 석불입상이 세워진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2구로 이루어진 용미리석불입상은 일반적으로 고려시대 불상으로 알려지고 있었지만, 불상에 남아있는 명문을 토대로 성화 7년(1471) 조성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성화(成化)는 명나라 헌종의 연호다. 명문에는 시주한 사람들의 이름도 줄줄이 면면도 적혀있으니 석불입상의 조성과 연관짓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석불입상에 얽힌 구전설화와 혜음사 창건 배경을 담은 김부식의 글을 찬찬이 읽다보면 석불입상의 고려시대 조성설(說)에 다시 마음이 기운다. 설화에 따르면 고려 선종이 자식이 없어 원신궁주를 맞이했는데, 여전히 태기가 없었다. 궁주가 어느날 꿈을 꾸었는데, 두 도승(道僧)이 나타나 ‘매우 시장하니 먹을 것을 달라’고 하고는 사라졌다. 궁주의 말을 들은 왕이 그들이 있다는 곳을 찾아가게 했더니 과연 큰 바위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 왕이 바위에 두 도승을 새기게 하고 불공을 드렸더니 왕자인 한산후(漢山候)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김부식은 ‘혜음사 신창기’(惠陰寺 新創記)에서 이 길을 두고 ‘산이 깊고 초목이 우거져 범과 이리가 떼 지어 모이고, 도둑의 무리도 숨기 쉬워 통행하는 사람들이 무리를 모으고 병기를 휴대해 (혜음령을) 지나가는데도 죽음을 면치 못하는 자가 한해 수백 명’이라고 탄식했다. 이런 실상을 파악한 신하가 ‘허물어진 절을 새로 지어 중을 모으고, 그 옆에 집을 지어 노는 백성들을 정착시킨다면 짐승과 도둑의 해는 절로 멀어져 통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질 것’이라고 진언하고, 왕이 그대로 따르자 ‘무서운 길이 평탄한 길이 되었다’는 것이다.  용미리석불입상 창건 설화와 혜음사 신창기는 의주대로 주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단순히 산도적을 토벌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빈민의 배고픔을 막아 도둑의 길에 빠져들지 않게 한다는 적극적 사고는 오늘날에도 배울 만하다.  석불입상의 창건 설화는 상징성의 강한 설화의 특성상 구구절절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신창기 방식의 사고를 함축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용미리석불입상은 의주대로의 안전을 위해 비슷한 시기 혜음원과 일종의 세트로 조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조와 정희왕후가 일시에 깨달을 것을 미륵에 기원했다’는 명문에서 비롯된 조선시대 창건설(說)은 아무런 감동이 없다.  서동철 수석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시리즈 전체보기
  • 중기청, 위·수탁 기업 불공정 거래 6000곳 실태조사

    중소기업청은 11일 위탁기업 1500곳과 수탁기업 4500곳 등 모두 6000개 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행위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제조·공사·가공·수리·판매·용역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위탁기업이 물품·부품·반제품과 원료 등의 제조·공사·가공·수리 또는 용역, 기술개발 등을 맡기는 대상인 다른 중소기업을 수탁기업이라고 부른다. 이번 조사에서는 납품대금 결제관련 위반과 약정서 미교부 등 불공정거래 행위 전반을 짚어 본다. 다음달 초까지 벌이는 1차 조사에선 온라인을 통해 위탁기업을 대상으로 납품 대금 결제현황을 점검한다. 이어 2차 조사에선 수탁기업을 대상으로 위탁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점검할 계획이다. 1·2차 조사에서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기업을 선별해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현장조사를 한다. 중기청은 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된 기업에 대해서는 개선명령과 함께 유형에 따라 단계별 벌점을 부과한다. 또 개선 요구에 응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선 명단을 공개하고 하도급 및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를 받는 기업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블라터 발빠르게 항소, 플라티니와 정몽준은

    블라터 발빠르게 항소, 플라티니와 정몽준은

    잃을 것이 적은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발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잃을 게 많은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항변에만 매달리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는 전날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90일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블라터 회장이 항소장을 벌써 제출했다고 9일 전했다. 블라터 회장은 한스 요하힘 에케르트 윤리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자신은 전날 언론에 보도된 뒤 집무실 컴퓨터를 통해서야 자신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 내용을 파악했으며 모호하고 불공정한 처우로 잘못된 징계가 내려졌다고 항변한 다음, 자신이 혐의 내용에 대해 소명할 수 있는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고 NYT는 전했다.    친구이자 고문으로 활동했던 클라우스 스톨커는 “그가 항소했다. 내년 2월 26일 총회때까지 회장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 그는 지레 포기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FIFA가 블라터 회장이 미디어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도록 조치한 뒤부터 그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스톨커는 블라터 회장이 징계안이 공표된 8일 자정에야 FIFA 본부를 떠났다고 전했다. 블라터의 항소는 버뮤다제도 출신 래리 무젠덴이 이끄는 FIFA 항소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블라터 회장과 나란히 자격정지 90일 징계를 받은 플라티니 회장은 이날 UEFA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혐의라는 것들이 (구체적 증거 없이) 겉보기에 그렇다는 것이고 놀라울 정도로 어렴풋하다”며 “당일 이른 오후에 FIFA 윤리위 제재 소식을 들었는데 (공식 발표 전) 벌써 의도적으로 흘려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초 내년 2월 26일 차기 FIFA 회장 선거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그는 이번 제재가 확정되면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플라티니 회장은 전날 징계 발표 몇 시간을 앞두고 입후보 서류를 FIFA에 제출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6년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이날 다시 성명을 발표하고 “부당한 제재로 저의 명예를 훼손한 FIFA 윤리위에 대해 상응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며 앞으로의 대응 계획을 밝혔다. 그는 다음주 초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를 포함한 모든 법적대책을 강구하고 블라터 회장이 FIFA 집행위의 승인 없이 받은 연봉 등에 관한 배임횡령 소송 등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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