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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자사주 소각 의무화’ 결실… LS·한진처럼 경영권 꼼수 못 쓴다

    李 ‘자사주 소각 의무화’ 결실… LS·한진처럼 경영권 꼼수 못 쓴다

    한진칼, 자사주 사내복지기금 출연조원태 우호 의결권 확보에 활용오너가 ‘백기사’에 자사주 대량 매각LS식 ‘지배권 굳히기’ 편법도 제한“지배주주 아닌 일반주주 가치 높여”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25일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뒤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결실을 보게 됐다. 자사주를 우호 의결권 확보와 지배력 설계에 활용해 온 기업들의 꼼수에 제동을 걸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뜻이 실현된 것이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25일 “앞으로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재단에 출연한다든지,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은데 대량의 자사주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 등은 주주총회에서 승인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앞으로 주주 가치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이 지난해 자기 주식 44만 44주(663억원·지분율 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 이른바 ‘꼼수 사례’는 사실상 재연이 불가능하다. 한진칼은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수혜 대상인 직원이 25명(사업보고서 기준)에 불과함에도 1인당 26억 5000만원을 출연했다. 직원들의 평균 급여액은 1억 3200만원 수준이었다.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 그룹 편입에 따른 지주사 역할 강화 측면으로 설명했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졌다. 자사주는 독립 의결권이 없지만 사내복지기금에 출연하면 해당 기금이 별도 주주로 인정돼 의결권이 부활한다. 결국 사내복지기금이 조 회장의 우군이 돼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0.09%에서 20.75%로 늘었다. 하지만 일반 주주의 가치는 침해됐고 기업 가치 제고(밸류업)와 주주환원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개정안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도록 하면 기업이 언젠가 사용할 카드로 자사주를 쌓아 두는 것이 어려워지고, 한진칼이 활용한 의결권 부활은 사실상 사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개정안은 자사주를 처분할 경우 특정 세력에 유리하게 배정하는 행위도 제한한다. 그동안 일부 기업에선 오너 일가에 우호적인 ‘백기사’에게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각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법이 활용됐다. LS그룹이 ㈜LS의 자사주를 활용해 한진그룹을 백기사로 끌어들인 게 대표적이다. LS그룹은 지난해 5월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원하면 사채 원금을 교환 대상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다. 즉 LS가 보유한 자사주 38만 7365주(지분율 1.2%)에 대해 대한항공이 교환권을 행사하면 LS 주식으로 전환된다. 당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협업이라는 명목 아래 우군에게 자사주를 매각해 지배권을 굳히는 건 반칙”이라고 비판했다.
  • 韓 FA-50 경쟁자라더니…인도 자존심 ‘테자스’ 이번엔 착륙 중 ‘화르르’ [밀리터리+]

    韓 FA-50 경쟁자라더니…인도 자존심 ‘테자스’ 이번엔 착륙 중 ‘화르르’ [밀리터리+]

    한국의 경전투기 FA-50의 경쟁 기종으로 꼽히는 인도의 테자스(Tejas) 전투기가 또다시 사고가 났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 NDTV 등 현지 언론은 테자스가 인도 서부 전선의 한 공군 기지에 착륙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7일로 당시 훈련 비행을 마치고 착륙하던 테자스는 활주로를 이탈했다. 다행히 조종사는 비상탈출 하면서 화를 면했으나 기체는 심하게 파손되면서 인도 공군은 운영 불가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인도 통신사 PTI가 테자스의 사고 사실과 기체 파손 그리고 생산된 30기 전체에 대한 비행 중단 소식을 처음 보도하며 알려졌다. 특히 테자스가 추락했다고 보도가 나가자 제작사인 인도 국영 힌두스탄에어로노틱스(HAL)는 ‘지상에서의 가벼운 기술적 문제’라며 ‘추락’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HAL 측은 “테자스의 추락 사고는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해당 사건은 지상에서의 사소한 기술적 문제로 테자스는 우수한 안전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테자스는 최근 연이은 사고로 기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2024년 3월 인도 서부 라자스탄 지역에서 훈련 비행하던 테자스가 추락한 바 있으며 당시 조종사는 비상 탈출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두바이 에어쇼에서 곡예 비행하던 테자스가 그대로 추락해 조종사가 목숨을 잃었다. 실제 당시 관객들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비행 중이던 전투기가 순간 통제력을 잃은 듯 흔들리더니 그대로 땅으로 추락해 폭발하는 것이 확인된다. 한편 개발에만 30년이 걸린 테자스는 방공 및 지상 공격 임무를 위해 설계된 단발 엔진의 다목적 경전투기다. 테자스는 글로벌 경전투기 시장에서 주로 4.5세대 싱글 엔진 전투기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특히 FA-50의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그러나 테자스가 최근 3년 사이 연이어 사고를 겪은 반면 FA-50은 폴란드와 말레이시아에 수출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 갤럭시 S26, 엑시노스·가격 인상 동시 시험대

    삼성전자의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 공개가 임박하면서 주요 사양과 성능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6일 오전 3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 언팩 2026’을 열고 갤럭시 S26을 공개한다. 이번 시리즈의 성패는 2년 만에 삼성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에 복귀하는 독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에 달려 있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성능과 수율 문제로 전작인 S25에서 전량 퀄컴 칩을 채택했으나, 이번 신작은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반도체 역량을 총집결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 엑시노스 카드를 통해 퀄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체 2나노 공정의 기술력을 입증해 반도체 사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대폭 향상된 연산 능력도 특징이다. 업계에 따르면 엑시노스 2600은 최신 2나노 GAA 공정과 설계를 적용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을 전작 대비 최대 39%, 생성형 AI 연산을 담당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을 113%까지 향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AI 에이전트 기능도 강화된다.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생성형 AI 검색 엔진 ‘퍼플렉시티’가 새롭게 탑재된다. 기존의 구글 ‘제미나이’에 두 번째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혔다. 다만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256GB 모델은 전작 대비 약 9만 9000원, 512GB 모델은 약 20만 9000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512GB 울트라 모델은 출고가가 2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씨줄날줄] 촉법소년 나이 낮추기

    [씨줄날줄] 촉법소년 나이 낮추기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촉법소년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문제를 두 달 동안 공론화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논의 지시를 내린 지 두 달 만에 구체적 시한을 제시했다. 국회에는 촉법소년 연령을 13세 또는 12세로 낮추자는 법률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72년간 유지된 연령 기준이 바뀔 여지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독일,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우리처럼 14세부터 형사책임을 지운다. 영국은 10세부터다. 1993년 10세 소년 두 명이 2세 아이를 살해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1998년 10~13세에 적용되던 보호 원칙을 폐지하면서다. 소년범죄 중에는 살인·강도·성범죄 등 강력범죄가 적지 않은데 국내에선 14~18세 소년범은 최대 20년형, 10~13세 촉법소년은 형사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다. 국내 촉법소년 범죄는 2019년 1만건, 2023년에는 2만건을 넘었다. 처벌 면제를 노리고 촉법소년을 끌어들이는 범죄가 꾸준히 늘어난 데다 디지털 범죄의 급증이 겹친 결과다. 강력범죄의 마무리역, 딥페이크 같은 신종 성범죄의 명의자, 마약 거래의 운반책 등 증거가 명확한 범죄에 촉법소년이 동원된다. 실제 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중 촉법소년 비율이 15%였고, 마약 범죄로 검거된 촉법소년은 2021년 3명에서 2023년 두 자릿수로 늘었다. 최근 15세에서 13세로 하향을 추진 중인 스웨덴도 범죄 조직이 아동을 모집해 범행에 동원한 것이 논의의 기폭제였다. 그럼에도 연령 기준이 유지된 이유는 소년범죄를 직접 다루는 현장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년범죄의 흉포화 인식이 과장됐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13세의 책임 능력을 단정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유엔도 “14세 미만을 범죄자 취급 말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범죄와 촉법 제도 악용이 도를 넘은 현실에서 난수표처럼 어려운 문제다. 청소년 전체의 범죄 예방과 교화까지 아우르는 심도 깊은 논의가 절실하다.
  • [사설] ‘사법 3법’에 대미투자법까지 불똥… 난장 국회

    [사설] ‘사법 3법’에 대미투자법까지 불똥… 난장 국회

    더불어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일방 처리하기로 하자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면서 어제 국회는 심각하게 파행했다. 국민의힘은 강선우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만 참여했고, 민주당이 3차 상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뒤 7박 8일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법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 등 ‘사법 3법’도 날마다 1건씩 단독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새달 3일까지 민주당이 쟁점 법안을 상정할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맞서기로 했다.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파행은 거대 여당이 위헌 논란에도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사법 3법 등에 야당과 합의 없이 일방 처리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불씨가 당겨졌다. 여야가 내부 계파 갈등에 정신이 팔려 협상 의지를 내팽개친 탓도 물론 크다. 필리버스터는 여야 간 타협이 끝내 불가능할 때 소수당이 쓰는 최후의 비정상적 수단이다. 19대 국회는 단 1회뿐이었고 20대 국회는 2회, 21대 국회는 5회였다. 그런데 이번 22대 국회는 임기 절반도 안 된 올해 2월 초 기준 21회나 반복했다. 국회법은 전체 의석의 5분의3(180석) 이상 동의하면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뒤 강제 종결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무책임하게 동원하고 여당은 무감각하게 대응한다. 어제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특별법도 단독 처리했다. 국가 행정체계의 기둥을 바꾸는 일에 야당은 팔짱을 끼고 있다. 그러면서 서로 네 탓 공방이다. 혈세로 세비를 따박따박 받으면서 무슨 염치로 이런 난장 국회를 여는 것인지 국민은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를 무효화한 가운데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민주당의 일방적 사법 3법 강행을 저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국민의힘은 대미투자특위 진행마저도 쟁점 법안들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익이 걸린 대미투자법을 해결하려면 여당이 먼저 정쟁 불씨를 걷어내도 될까 말까 하다. 그런데 급할 것 없는 사법 3법을 굳이 일방 처리하겠다고 동티를 내야 하는지 무책임한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화급한 대미투자법을 볼모로 삼겠다는 야당도 정상적인 대응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래 놓고 민주당은 미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려면 내달 9일까지는 대미투자법이 처리돼야 한다며 다급해 한다. 여당도 야당도 협의의 정치를 할 생각이 애초에 없다. 이렇게 무능하고 염치없는 국회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 [이광호의 어찌보면] 계엄의 밤들을 지나서

    [이광호의 어찌보면] 계엄의 밤들을 지나서

    ‘86세대’는 생애를 통해 적어도 세 번의 계엄을 통과했다. 유년 시절에는 박정희 유신 시대의 계엄령들이 있었다. 집에 찾아온 대학생 어른들의 낮은 수군거림과 불안한 목소리의 톤으로만 간신히 기억할 수 있는 한 시대의 소음은 청각적인 기억에 가깝다. 또렷한 계엄의 이미지를 새기게 해 준 것은 1979·1980년의 계엄이다. 재래식 고등학교 교복을 입는 마지막 세대로서 숨 막히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십대의 모호한 불안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갈증은 어떤 출구도 찾지 못했고, 불투명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1979년 10월의 광화문 거리에서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하는 군중들 사이로 교복을 입은 학생이라면 당연히 애도를 표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을 느꼈다. 그때 광화문에서 느꼈던 날카로운 공기의 감각을 완전하게 떠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에 입학하고 그동안의 제도권 교육의 모든 지식이 허위인 것처럼 여겨질 때, 청소년기 계엄의 기억은 무거운 부끄러움으로 돌아왔다. 제도권 교육의 언어와 매스컴의 정보들 바깥에 엄청난 세계가 있었다. 무지에 대한 치욕감과 자기혐오가 비장함의 정동(精動)을 만들었다. 1987년 6월, 서울 명동 미도파백화점 앞을 가득 메운 엄청난 인파 속에서 한 시대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은 자연스러웠다. ‘계엄’이라는 단어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역사적 유물처럼 보였다. 계엄의 핵심이 ‘언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황동규의 시 ‘계엄령 속의 눈’에 나오는 문장들, “아아 병든 말(言)이다/발바닥이 식었다/단순한 남자가 되려고 결심한다”처럼, ‘병든 말’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등장해 내뱉은 말들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어서 초현실적이었다.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같은 낡고 녹슨 언어들이 잊고 있던 계엄의 밤들을 소환하며 ‘농담처럼’ 다시 찾아왔다. 이 장면들이 21세기에 재등장했다는 사실, 그리고 포고령 언어들의 폭력성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놀라웠다. 농담 같은 계엄은 ‘5시간’ 만에 끝났지만, 이 기이한 농담을 끝낸 것은 진부한 언어의 발설자가 아니라 일상을 파괴하는 조작된 ‘예외 상태’를 용납하지 않은 시민들, 주권자들이었다. 그 계엄의 밤 바로 다음 아침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떠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주최 측에서 공지한 노벨상 시상식 참석자들의 표준 옷차림은 연미복이었다. 수상자와 왕족이 아닌 일반 참석자들까지 모두 연미복을 입어야 한다는 보수적 규정에 대한 어설픈 반감 때문에 준비를 미루다가, 출국일이 임박해서 간신히 연미복을 대여해 급하게 트렁크를 싸고 있던 그런 개인적인 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밤은 이 모든 개인들의 사소한 순간들에 공동체적 의미를 새겨 넣어 주었다. 계엄 포고령에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믿을 수 없는 조항이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행사를 앞두고 이런 조치를 할 수 있는 것은 망상적 인지부조화에 가깝다. 국회와 시민들이 계엄을 무력화시킨 그날 아침, 내가 속한 출판 단체(한국출판인회의) 명의의 계엄 규탄 성명을 서둘러 발표하고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계엄이 내려졌던 나라의 땅에서 육중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의 기이한 착잡함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역설이다. 조르조 아감벤이 말한 것처럼, 법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법질서 자체를 정지시키는 기이한 역설이 계엄이라는 예외 상태다.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법 바깥의 폭력이 동원되는 것은 법이 그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정상’과 ‘예외’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은 독선적인 권력자에게서 나와서는 안 된다. 예외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특정 권력이 독단적인 의지여서는 안 되며, 그것은 권력의 공백이어야 한다. 불법 계엄을 종식하려는 시민들의 싸움은 86세대가 경험한 무거운 비장함과는 달랐다. 최루탄 연기 자욱한 시야에서 손에 움켜쥔 돌의 광물적 두려움을 감당할 필요는 없다. 다중적인 주체들과 시위의 퍼포먼스를 둘러싼 사회 문화적 몸짓들은 촛불 시위에서 이미 볼 수 있었다. 창의적이고 발랄한 투쟁에서 빛과 색을 바꾸는 응원봉은 저항의 리듬 자체를 변화시켰다. 촛불의 따뜻하고 아날로그적인 빛과는 달리 LED 응원봉은 다른 전자적인 유동성과 리듬을 가진다. 자신들이 누리는 문화적 레퍼토리와 집단적 표현 방식은 다른 정치적 신체와 언어를 생성한다. 정치와 취향, 놀이와 저항의 경계를 허무는 퍼포먼스는 새로운 시민성의 탄생을 보여 준다. 혁명은 거대한 명분과 이야기와 정치인들의 입에서 실현되지 않는다. 저 다른 언어들, 몸짓들, 스타일들, 리듬들, 그리고 ‘그냥 익숙하게 살던 대로 사는 것’을 거절하는 것. 저 새로운 빛들의 리듬 앞에서 계엄의 밤들은 흩어져 버린다. 세대적 간격에 대한 질투가 아닌 척하면서, 나는 저 빛들의 잔광 속에서 눈을 한번 떠 본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
  • ‘절윤 거부’ 고수한 장동혁… 당 노선 비밀투표 요구도 일축

    ‘절윤 거부’ 고수한 장동혁… 당 노선 비밀투표 요구도 일축

    유튜브서 “절윤은 민주당 프레임” 위기 주장 오세훈 향해 “이해 불가”지도부는 소장파 의총 재소집 거절 중진 14명, 장 대표 면담 요청하기로 당 안팎의 비판에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4일 ‘절윤(윤석열과의 절연) 거부’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중진 의원들은 이날 “지금 상황으로는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를 치르기 매우 어렵다”며 장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키로 했다. 소장파 의원들은 ‘윤어게인’ 노선에 대한 결판을 내자며 의원총회 재소집을 요구했으나 지도부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먼저라고 일축했다. 장 대표는 이날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절윤 요구에 대해 “과거에 머무는 것은 민주당이 파놓은 프레임”이라며 “거기에서 허우적대면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는 절연에 대한 논쟁으로 싸우는 것보다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는지, 그런 답을 원한다”라고 주장했다. 선거 참패 위기를 거론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서는 “위기감을 표현하는 건 좋지만, 당원들에게 절망적인 말을 할 필요가 있나”라며 “계속 ‘우리는 안 된다, 우리는 진다’라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선거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연일 악화하자 중진 의원들도 움직였다.주호영·조경태·권영세·김기현·나경원·윤상현·조배숙·김도읍·박대출·박덕흠·안철수·윤영석·이종배·한기호 등14명은 장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종배 의원은 “지지율이라든지 각 지역에서 우리 중진들이 느끼는 상황이 이대로는 우리가 선거를 치르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데 공감했고 이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의원은 “노선 전환 요구까지는 (뜻을) 모으지 못했고, 여러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더 이상의 갈등은 안 된다, 과거 이야기는 그만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는 충분한 논의 시간이 보장된 의총 재소집을 요구했다. 이들은 “‘윤어게인’ 노선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 국회의원들의 총의를 모을 수 있는 의원총회 개최를 지도부에 다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의원총회가 당명 개정 관련 보고로 사실상 ‘입틀막 의총’이 된 만큼 다시 격론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비밀투표 형태로 최종적인 노선을 결정하자”고도 제안했다. 반면 지도부는 이날부터 시작된 7박 8일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는 다음 달 3일 이후 일정을 잡겠다고 일축했다. 지도부에선 장 대표를 두둔하는 발언도 계속 나왔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계엄 자체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스펙트럼이 복잡하지만 이것을 내란으로 본다는 건 아주 극히 일부 소수”라고 주장했다.
  • “기저귀 광고까지”…‘출산 전 과정’ 촬영·공개한 中 인플루언서의 결말 [핫이슈]

    “기저귀 광고까지”…‘출산 전 과정’ 촬영·공개한 中 인플루언서의 결말 [핫이슈]

    유명 중국인 인플루언서가 아내의 출산 과정 전체를 공개한 것도 모자라 응급 상황 속에서도 촬영을 했다가 결국 철퇴를 맞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도우인과 웨이보 등에서 ‘폴 인 USA’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가 아내의 출산 과정 전체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가 논란이 됐다”고 보도했다. 도우인은 중국판 틱톡으로 불리는 숏폼 영상 플랫폼이며, 웨이보는 중국의 대표적인 SNS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인플루언서의 아내가 23시간 동안 진통을 겪은 끝에 출산하는 전 과정을 담고 있다. 당시 아내는 출산 중 3도 회음부 열상을 입고 약 3344㎖의 혈액을 잃는 심각한 산후 출혈을 겪었다. 응급 수술과 수혈 끝에 산모와 신생아 딸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알려졌지만, 아내와 딸이 응급한 상황에서도 촬영을 지속한 인플루언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아내가 출혈과 함께 진통을 겪는 사이 남편인 인플루언서는 광고 계약을 한 기저귀 상품을 직접 소개하는 모습까지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인플루언서의 아내가 직접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아내는 지난 10일 SNS에 “(우리 부부는) 출산 과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 했다”면서 “합병증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출산의 위험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알리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국 여론은 인플루언서의 행동에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지 네티즌들은 “아내와 딸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도 촬영과 광고를 이어간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라면서 윤리 의식의 부재를 문제 삼았다. 결국 문제의 영상은 삭제됐다. 또 도우인과 웨이보 측은 지난 11일 해당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차단했다. 두 플랫폼은 ‘관련 법률 규정 및 플랫폼 정책 위반’을 계정 차단 이유로 설명했다. 한편, 논란이 된 인플루언서는 1990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제품 관리자로 근무했다. 2019년 2월부터 미국 시애틀에서의 일상을 공유하며 ‘중국 동부 사투리를 쓰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관리자’라는 콘셉트로 인기를 얻었, 2026년 2월 기준 더우인에서 122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했다.
  • “트럼프가 날 죽인다면”…암살 대비 특명 내린 이란 지도자, 내용은? [핫이슈]

    “트럼프가 날 죽인다면”…암살 대비 특명 내린 이란 지도자, 내용은? [핫이슈]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자신을 포함한 국가 최고지도부를 겨냥한 암살 시도에 대비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이란 고위 당국자 등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국가 안보 책임자인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비롯한 측근과 군 관계자들에게 암살 대비 특명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하메네이의 특명은 미국의 공습 위협이 고조된 상황에서 어떠한 군사적 공격에도 이슬람 공화국 체제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번 특명을 통해 자신이 직접 임명하는 군 지휘부 및 정부 역할과 관련한 ‘4단계 승계 서열’을 지정했다. 또한 지도부의 모든 인사에게 최대 4명의 후임자를 지명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하메네이를 포함한 지도부가 미국의 암살 작전으로 사망할 경우 즉각 승계 서열에 따라 후계자가 권력 공백을 메우게 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하메네이 자신이 살해되거나 연락이 두절될 경우에 대비해 소수의 최측근 그룹에 책임을 위임하고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했다. 하메네이 사망 시 직무대행은 누가?미국의 공습 압박이 이어지자 이란 지도부는 이미 하메네이가 사망할 경우 직무대행으로서 신정 체제를 관리할 인물을 모색해 왔다. 현재 직무대행 후보 목록에는 하메네이가 국가를 이끌 적임자로 신뢰하는 라리자니가 있으며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그 뒤를 이었다. 라리자니는 최근 반정부 시위 진압을 맡았으며, 현재 러시아, 카타르, 오만 등과 접촉하며 미국과의 핵 협상을 감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하메네이의 비상 대책 수립은 이란의 고위 군사 지휘 체계를 몇 시간 만에 무력화한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에서 교훈을 얻은 결과”라면서 “당시 휴전 후 하메네이는 라리자니를 국가 안보 책임자로 임명하고, 전쟁 중 군사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 고문 알리 샴카니 제독이 이끄는 새로운 국방위원회를 창설했다”고 전했다. 이란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교수는 “하메네이는 눈앞의 현실을 다루며 자신이 순교자가 되리라 예상하고 있다”며 “그는 전쟁의 결과 승계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인지하고 권력을 분산하며 국가가 승계와 전쟁 모두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침공 즉시 ‘미군 겨냥한 대응’ 경고한 이란현재 이란은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미세 타격 또는 대규모 공습 여부와 관계없이 ‘침략 행위’로 간주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이란에 제한적인 작전에 돌입한다면 이란은 협상 테이블을 떠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두 가지 사안은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면서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공격은 침략 행위에 해당하며, 당연히 그에 따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미국의 대이란 군사 공격이 시작될 경우 “이에 대응하는 건 자위이며 정당하고 합법적이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는 없으니 당연히 다른 조처를 해야 한다. 우리는 이 지역의 미군 기지를 타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2개 핵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에 집결시킨 채 군사 작전 개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나는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합의하기를 더 바라지만 만약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그 나라와 국민에게 아주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 카카오모빌리티, 사우디 스마트시티에 모빌리티 기술 수출

    카카오모빌리티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인 ‘디리야(Diriyah) 프로젝트’에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을 공급하며 글로벌 기술 수출의 첫 결실을 맺었다. 총사업비 630억 달러(약 90조 원) 규모로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리야드 서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주변에 최고급 인프라를 조성하는 대규모 도시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사우디 디리야컴퍼니와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을 위한 유상 실증(PoC)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5월 양사가 맺은 업무협약(MOU)의 후속 조치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6만대 이상을 수용할 디리야 주차 인프라 중 주요 3개 구역(약 5000대 규모)의 운영을 우선적으로 맡게 된다. 핵심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차 풀 스택’(Full-stack) 기술력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수요 예측 기술로 잔여 주차 면수를 실시간 안내하고, GPS 수신이 불가능한 대규모 지하 주차장에서도 끊김 없는 길 안내를 제공하는 실내 내비게이션을 구축한다. 발레 서비스와 결제 시스템을 단일 앱 인터페이스로 구현해 방문객의 이용 편의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실증은 주차 데이터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차량의 충전·대기, 로봇 배송 등 이른바 ‘피지컬 AI’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이번 계약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술 영역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라며 “성공적인 실증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피지컬 AI 기술 역량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 [공직자의 창] 경제적 제재, 반칙은 해롭고 혁신은 이롭게

    [공직자의 창] 경제적 제재, 반칙은 해롭고 혁신은 이롭게

    멕시코, 필리핀 등 오늘날 중진국으로 분류되는 많은 나라는 한때 한국보다 더 부유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고, 한국은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그 차이를 만든 힘은 무엇일까. 바로 민주주의의 발전이었다. 민주주의의 경제적 토대가 정경유착과 특권·착취가 지배하던 후진적 경제 질서를 해체하는 개혁에 있기 때문이다. 부패와 비효율을 걷어내는 개혁을 거듭했던 한국은 경제발전을 지속했고 그러지 못한 국가는 발전이 멈췄다. 이제 한국과 한국 기업의 경쟁 상대는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이다. 지금은 후진성을 벗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선발 선진국이 100여년에 걸쳐 이룩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시장 시스템과 경쟁하려면 시스템 역량을 고도화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시장 시스템, 대표 기업과 기업집단에는 여전히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관행이 남아 있다.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대중소기업 간 불균형 성장 등 양극화 구조가 심화하는 가운데 시장의 혁신 역량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가 많아도 역량이 발휘될 통로가 막혀 있다면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다. 그 길이 열릴 때 비로소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의 동학이 살아나고, 경제성장과 발전이 지속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임기를 시작할 무렵 대기업집단 규제와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완화 요구가 거세게 제기됐다. 낡은 규제를 찾아 개선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장 규율의 근간인 규제가 작동하지 않으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었다. 경제력 집중과 불균형한 기업 생태계 등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는 규제가 과도해서가 아니라 반독점과 공정거래에 관한 법규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적 제재를 선진국 수준에 맞게 정상화하는 과제를 가장 먼저 추진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은 관련 매출의 최대 6%를 과징금 상한으로 두고 있다. 이는 EU의 30%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독과점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는 통상 6%를 훨씬 초과하는 이익을 기대하며 이뤄진다. 반칙을 해도 과징금만 내면 이익이 남는 구조라면 억지력은 작동하기 어렵다. 감면 구조도 문제다. 각종 시행령과 고시에는 과도한 감면 조항이 존재해 6%의 상한이 실제로는 3% 미만으로 결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반면 가중 조항은 미약하다. 위반을 한 차례 반복해도 10~20% 수준의 가중에 그치지만 주요 선진국은 50%까지 가중한다. 최근의 ‘설탕 담합’은 공정위가 자체 분석을 통해 조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설탕 제조사뿐만 아니라 거래 수요처에 대한 집요한 조사 끝에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고, 담합 사업자들의 자진 신고를 이끌어 냈다. 이는 담합이라는 중대한 법 위반이 대기업에서도 얼마나 관행화됐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였다. 기업은 윤리적 권고가 아니라 비용과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 위법으로 얻는 이익을 현저히 초과하는 경제적 제재가 가능하도록 법과 시행령, 고시의 정비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착취적 관행을 근절하고 경제적 강자의 기득권을 강력히 규율할 때 창의적 혁신과 건강한 기업가 정신이 살아난다. 경제학의 이 ‘황금률’이 작동하려면 경제력 집중, 불균형한 생태계,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불공정하고 착취적인 행위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선진국 표준에 맞게 재설계하는 일이다. 시장 시스템 역량의 고도화는 선발 선진국과의 경쟁을 시작할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 유홍준 “용산공원 한 뼘 빼서 국중박 2관 짓고 싶어”

    유홍준 “용산공원 한 뼘 빼서 국중박 2관 짓고 싶어”

    “서울 용산공원을 한 뼘 빼서 국립중앙박물관 2관을 신설하는 데 썼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미 (용산공원의) 기본설계까지 나왔지만, 국토교통부와 설계자에게 양해를 구해 붙어 있는 공간을 쓰는 방법은 여지가 있습니다.” 지난해 연간 관람객 650만명이라는 성과를 올린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관람객 증가에 따른 시설과 조직의 확대”를 강조하며 제2상설전시관 건립 추진 의사를 밝혔다. 유 관장은 “현재 전시 공간은 연간 관람객 200만명, 하루 최대 수용 인원 1만 5000명을 목표로 했는데, 성수기에는 4만명 넘게 입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상설전시관 건립을 추진할 것이고, 조직에선 국제적인 관례에 따라 부관장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박물관과 붙어 있는 용산공원 활용에 대한 질문에는 “공원 일부를 도려내서 쓰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제2관을 신설하는 데 썼으면 하는 마음은 갖고 있다”면서도 “용적률, 건폐율에 대한 법적인 제한만 풀어준다면 상설전시관 옆에 별관을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문학 발전을 위한 제언도 내놨다. 그는 “오늘날 인문학이 사회적으로 경시되는 이유 중 하나는 대중과 긴밀하게 만나는 저서들이 흡족히 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며 “교수업적 평가에서 일반 저서를 용인하고, 국내에도 ‘퓰리처상’ 같은 저작상이 생긴다면 우리 인문학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노후화 심한 불국사 대웅전 올해 해체 수리

    8세기 통일신라 경덕왕 때 창건된 경주 불국사 대웅전이 올해 해체 수리에 들어간다. 심한 노후화로 인해 수리가 불가피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면서다. 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최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건축문화유산분과 회의에서 ‘2025년 중점 관리 대상 문화유산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하면서 불국사 대웅전을 보수가 필요한 E등급으로 평가했다. 보물인 불국사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절의 중심 불전이다. 앞뜰에는 국보 다보탑(동쪽)과 석가탑(서쪽)이 각각 세워져 있다. 대웅전은 앞서 2023년 점검에서도 주요 구조 부재 전반에서 파손, 처짐 등 현상이 나타났고 나무 부재 곳곳에서 균열이 확인됐다. 지난해 2월에는 천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구조물인 반자 부재 일부가 떨어지기도 했다. 유산청 관계자는 “이미 수리가 예정돼 있었고 예산이 반영돼 올해 하반기쯤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었다”며 “어느 정도 수리가 필요할지는 일단 지붕 쪽 기와를 뜯어보고 조사해봐야 알 수 있지만, 부재별로 완전 해체하는 수준까지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노동·이주·젠더·존재… 무대 위 주인공 된 ‘실험 정신’

    노동·이주·젠더·존재… 무대 위 주인공 된 ‘실험 정신’

    젊은 예술가 4팀 공연, 전석 1만원티켓 수익 전액 예술가에게 전달 두산아트센터가 젊은 공연 예술가를 지원하는 ‘두산아트랩 공연 2026’이 3월 한 달간 노동, 이주, 젠더, 존재의 고민을 풀어낸다.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올리는 공연은 전석 1만원으로, 티켓 수익 전액은 예술가에게 전달한다. 공연 마지막날에는 아티스트와 대화의 장을 준비했다. 3월 5~7일에는 극작가 윤주호가 3년간 예능 프로그램 PD로 근무했던 현장 경험을 녹인 연극 ‘관찰, 카메라, 그리고 남은 에피소드들’이 올라간다. 기술에 대한 희곡을 쓰는 그는 인공지능(AI), 통신 기술 등 현실 기술에 대해 탐구했다. 이번 공연에선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새로 등장한 직업인 거치 카메라 감독을 통해 ‘카메라로 본다는 일’과 ‘기계와 함께 일한다는 경험’이 만들어내는 감각을 살핀다. 12~14일에는 경계 밖의 삶을 주목하는 진윤선이 쓰고 연출한 연극 ‘나의 땅은 어디인가’를 공연한다. 이 작품에서 진윤선은 길 위의 사람들, 아직 도착하지 못한 이들을 그린다. 조건에 따라 이주와 정체성이 유예된 존재들이 어디에 설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박동과 리듬 같은 신호를 따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각자의 길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함께 선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여성국극이 전통적으로 그린 주제를 되짚는 ‘자네는 왜 그리 굉장히 기다란 담뱃대로 담배를 피이나’도 흥미롭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황지영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이수자로, 아홉 살 때부터 1세대 여성국극 배우 조영숙에게서 국극을 배우며 무대에 올랐다. 3세대 여성국극 배우로서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관찰한 그는 이 작품으로 ‘완성된 사랑’을 다시 바라보고 그 의미를 재해석한다. 작품은 19~21일 무대에 오른다. 26~28일 공연하는 연극 ‘슬픔과 멜랑콜리 혹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영원토록 외로운 조지’로 올해의 두산아트랩이 막을 내린다. 손현규 연출은 AI, 기후 위기, 노동 등 시대 변화에 관한 주제들로 융복합 무대 실험을 지속해왔다. 박본의 동명 희곡을 무대화한 작품은 거대한 멸종 위기 동물인 갈라파고스 거북이 ‘조지’의 내면을 따라가는 철학적 판타지극이다. 소통이 불가능한 조지를 통해 고독과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본다. 두산아트랩은 매년 5월 정기 공모로 예술가를 선정하고, 예술가에게 작품 개발비(1000만원)와 발표장소, 무대기술, 부대장비, 연습실과 홍보마케팅을 지원한다.
  • 철도 취소 수수료 인상 놓고 “노쇼 억제” vs “부담 전가” 공방

    철도 취소 수수료 인상 놓고 “노쇼 억제” vs “부담 전가” 공방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최대 5%인 평일 열차 취소 수수료를 2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용객 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출발 직전 표를 반환하는 ‘노쇼’를 줄이기 위한 취지지만, 평일 이용객의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코레일에 따르면 월~목요일 일반승차권은 현재 출발 직전 취소 시 요금의 최대 5%를 위약금으로 부과한다. 반면 금~일요일과 공휴일은 최대 20%다. 서울~부산 KTX(편도 5만 9800원) 기준으로 출발 직전 취소하면 평일은 약 3000원, 주말은 약 1만 2000원을 내야 한다. 코레일은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에서 좌석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평일 수수료를 주말 수준으로 상향하는 안’을 제시했다. 인상에 찬성하는 이용객들은 좌석 부족 문제를 이유로 든다. 직장인 조모(32)씨는 “출장이 잦아 KTX를 자주 이용하는데, 매진으로 표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막상 탑승해 보면 노쇼로 인한 빈자리가 많이 보여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도 “노쇼를 억제할 뚜렷한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수수료 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반대 측은 평일 이용객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장인 류모(32)씨는 “평일 열차는 대부분 업무 때문에 이용하고, 일정이나 회의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잦다”며 “불가피한 일정 변경까지 높은 수수료를 적용하면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임광균 송원대 철도운전경영학과 교수는 “수수료를 20%까지 올릴 만큼 KTX 좌석 부족 문제가 심각한지 의문”이라며 “좌석 공급 확대 등 근본 대책 없이 고객 부담만 늘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주말 취소 위약금을 인상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면서 “평일까지 수수료를 올리면 국민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어 추세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단독] ‘AI 3대 강국’ 강조했던 靑, 이제야 챗GPT 쓰는 까닭

    [단독] ‘AI 3대 강국’ 강조했던 靑, 이제야 챗GPT 쓰는 까닭

    청와대가 내부 업무에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사용을 이례적으로 허가해 일부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23일 파악됐다. 보안 자료의 외부 유출 등을 우려해 그동안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해왔지만 ‘AI 강국’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따라 업무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AI미래기획수석실에서 챗GPT 등 국내외 생성형 AI 사용을 일부 시작했다”고 밝혔다.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청와대 업무의 특성상 직원들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내부 반입과 자료 외부 유출이 철저히 금지된다. 이에 업무를 볼 때도 일반적인 인터넷 망과 분리된 독립된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성형 AI는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AI 산업 관련 정책을 최전선에서 담당하는 AI미래기획수석실조차도 이를 활용할 수 없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면서 관련 검토를 거쳐 제한적 사용을 허가한 것이다. 청와대 업무에도 생성형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요청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꾸준히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민감한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기초자료 검색 등에만 제한적으로 챗GPT를 활용하도록 했다. 정책이나 보고서 작성 전반에 걸쳐 이를 사용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 상태라고 한다. 또 일부 해외 생성형AI는 사용할 수 없다. 챗GPT와 달리 자료 조사 시에 관련 흔적을 제거할 수 없어 허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AI 일부 사용 결과 업무 효율성이 커졌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AI미래기획수석실에서 챗GPT 사용 등이 문제없이 이뤄지면 다른 수석실까지 허용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실증 중인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생성형 AI 사용은 일반 정부 부처과 비교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미 2023년 행정안전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국내외 자료 조사 목적 등에 한해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안내서를 배포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공공부문 인공지능 윤리 원칙을 마련해 안내하기도 했다.
  • 법 왜곡 기준 모호해 과잉 입법 vs ‘의도적 해석’ 한정 땐 바람직

    법 왜곡 기준 모호해 과잉 입법 vs ‘의도적 해석’ 한정 땐 바람직

    형법상 ‘명확성 원칙’이 쟁점특정 판결 고소·고발로 혼란 야기수사만 받아도 사법부 위축 우려소극적 법리 해석의 원인 될 수도‘모태’ 독일서도 기소율 낮아사법부 압박 수단 악용 우려에도자정 유도 위한 도입 필요성 주장‘실제 직권남용 적용 한계’ 이유도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예고한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23일 “이번 법안들은 대한민국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인만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왜곡죄’ 도입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위헌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법 왜곡의 기준이 모호한데다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크고,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제기되서다. 이에 결국 형법상 ‘명확성의 원칙’이 법안 당위성을 가를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왜곡죄 도입을 위한 형법 개정안은 재판·수사 과정에서 판검사가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적용하거나 위법한 증거를 사용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및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벌을 하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법왜곡죄의 모태가 된 독일의 법왜곡죄는 법관, 그밖의 공무원이 법을 왜곡해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불리하게 만든 경우 성립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치에 부역한 판사들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됐다. 독일의 경우 ‘고의’로 ‘중대한’ 경우에만 죄가 성립되는데, 단순한 실수나 오판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독일 사법통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6년 간 법왜곡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모두 73건으로, 기소율은 1% 수준이다. 유죄 판결은 56건, 자유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법왜곡죄와 관련해 5명의 국내 대표적인 법학자들과 법조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법왜곡죄에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독일과 한국의 사법 환경 및 법체계가 다르고, 궁극적으로 법관의 재판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한 데 반해, 독일은 ‘기소법정주의’를 채택한다. 한국의 경우 검사가 기소 여부와 관련된 재량이 많이 부여된 현실에서 법왜곡죄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종국엔 처벌이 안 되더라도 법왜곡죄로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 만으로도 사법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면서 “법왜곡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생기면 법관들이 적극적인 법리 해석을 하려는 시도 자체를 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우 실제 이를 적용하는 사례는 거의 없고 강력한 처벌보다는 상징성이 강한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뒤늦게 법왜곡죄를 신설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중형으로 처벌하도록 한다는 것은 법관에 대한 압박의 의도로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현행 법체계에선 국민의 적극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 하급심 판결이 상급심에서 파기되거나 뒤집히는 경우도 있는데,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상급심 법관들이 하급심 법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판결을 깨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법 해석과 판결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내포하는데, 이를 처벌한다면 재판의 자유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라면서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직권남용죄 등 현행 법규 체계에서도 의도된 법 왜곡을 규제할 수 있는데도 법왜곡죄를 도입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형법에는 우리와 달리 직권남용죄가 없다. 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직권남용과 함께 의도적인 법 왜곡 및 남용이 확인될 경우 공직자에 대한 탄핵 소추가가능하다”면서 “뭐든지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사법부의 자정 작용을 유도하기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권남용죄의 적용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는 국내 법환경에서 현실적으로 법관에게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법왜곡죄 도입이 불가피하다”면서 “법관은 재판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에 구속되기 때문에 이를 올바로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모든 공직자는 헌법 법률을 준수할 헌법상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명백한 범죄”라면서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할 수 있다고 적용 범위를 지정하면 명확성의 원칙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정청래 “충남·대전 통합 대화하자”… 장동혁에 공식 회담 제안

    정청래 “충남·대전 통합 대화하자”… 장동혁에 공식 회담 제안

    정 “미래 구조 설계하는 중대 과제”회담 시간·장소 등 장동혁에 일임국힘 “국익 도움 되도록 처리할 것”‘자사주 소각’ 3차 상법 개정안 통과내란·외환죄 사면 제한법은 보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특별법을 상정·심사하면서 행정통합이 8부 능선을 넘게 됐다. 이달 내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해당 지역 유권자들은 통합단체장을 뽑게 된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충남·대전, 전남·광주, 대구·경북 지역 행정통합 특별법을 상정해 심사했다. 앞서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어 행정통합 3법을 의결했다. 전남·광주, 대구·경북 통합특별법은 여야 합의로 의결됐으나 충남·대전 통합특별법은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여당 주도로 통과됐다. 각각 특별법은 새로 출범하는 통합특별시에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국가의 재정지원과 교육자치 등에 대한 특례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설 연휴 직후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들을 속도감 있게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별법이 2월 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사실상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이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충남·대전 행정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당 대표 회담을 제안했다. 국민의힘이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에 반대하자 이를 대화로 풀어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통합 특별법은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 대한민국 미래 구조를 설계하는 중대한 과제”라며 “회담 시간과 장소는 장 대표께서 하자는대로 하겠다”고 제안했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의 회담 제안과 관련해 제안의 진정성 등 의도를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처리해 나가겠지만 정치적 이익을 위한 민주당의 공세는 당연히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법사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했으나 반대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경우 1년 이내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임직원 보상·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필요한 때 매년 주주총회에 처분계획을 내고 승인받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외국인 투자 지분이 제한돼 있는 기업은 3년 내 원칙적으로 처분하게 했다. 다만 이날 법사위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내란·외환죄 사범의 사면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은 보류됐다.
  • “워싱턴까지 날아간다?”…러 Su-34 ‘대륙간 전투기’ 주장 논란 [밀리터리+]

    “워싱턴까지 날아간다?”…러 Su-34 ‘대륙간 전투기’ 주장 논란 [밀리터리+]

    러시아 수호이(Su)-34 전투폭격기가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하면 수도 모스크바에서 미국 워싱턴까지 비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륙간 전투기’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22일(현지시간) Su-34 전투기가 3000ℓ 외부 연료탱크 3개를 장착할 경우 항속거리가 8000㎞에 달해 모스크바에서 워싱턴까지 비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Su-34가 현재 운용 중인 전술 전투기 가운데 가장 긴 항속거리를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Su-34는 내부 연료만으로도 4800~5000㎞ 수준의 페리 항속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며 외부 연료탱크를 장착하면 대륙간 거리 비행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전략폭격기급 항속거리 강조한 Su-34 러시아는 Su-27 전투기를 기반으로 장거리 타격 임무에 최적화한 Su-34를 개발했다. 이 기체는 대형 구조를 활용해 내부 연료 탑재량을 크게 늘렸으며, 이 때문에 장거리 작전에 유리한 특성을 갖췄다. 러시아 전투기들은 내부 연료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서방 전투기보다 외부 연료탱크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Su-34는 무장 없이 연료를 최대한 탑재한 상태에서 이동만 할 때의 최대 비행 거리인 페리 항속거리를 4000㎞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중급유를 실시하면 작전 범위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이 전투기는 전자전 장비나 정찰 포드를 장착해 장시간 체공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장거리 작전에 적합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 “대륙간 전투기” 평가는 과장 가능성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Su-34를 ‘대륙간 전투기’로 규정하는 평가가 실제 작전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이 제시한 8000㎞ 항속거리는 무장을 탑재하지 않고 기동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최적 비행 프로파일을 적용하고 외부 연료탱크 3개를 장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페리 항속거리 기준이다. 실제 전투 임무에서는 무장 탑재와 기동으로 연료 소모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이러한 거리 비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일반적으로 군사 분석가들은 Su-34의 전투 반경을 1000~1700㎞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전략폭격기와 달리 전투기가 지속적인 기동과 무장 운용을 전제로 설계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 서방 전투기보다 정말 멀리 날까 Su-34가 장거리 작전에 유리한 전투기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를 세계 최초의 ‘대륙간 전투기’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나 F-15EX 같은 대형 전투기들도 외부 연료탱크와 공중급유를 조합하면 매우 긴 항속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현대 공군은 장거리 작전을 수행할 때 대부분 공중급유에 의존하기 때문에 단순 페리 항속거리만으로 전투기의 전략적 범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Su-34의 항속거리 자체는 인상적이지만 이를 대륙간 작전 능력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평가일 수 있다고 본다. ◆ 장거리 타격 플랫폼으로 진화 가능성 그럼에도 Su-34의 장거리 비행 능력은 러시아 공군의 작전 유연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이 기체에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각종 전자전 장비를 통합하면서 장거리 타격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Su-57 전투기에 사용되는 차세대 AL-51F 엔진을 적용할 경우 항속거리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가 Su-34 생산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장거리 무장을 통합하고 있는 점 역시 장거리 타격 능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러한 장거리 능력은 전략폭격기 전력의 부담을 일부 줄이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3년 더 전쟁 준비” vs “명백한 가짜뉴스”…젤렌스키 발언 진위 논란 [핫이슈]

    “3년 더 전쟁 준비” vs “명백한 가짜뉴스”…젤렌스키 발언 진위 논란 [핫이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년 더 전쟁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 우크린포름 등 현지 언론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의 발언은 명백한 가짜뉴스로 사실무근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앞서 보이안 판체프스키 WSJ 기자는 독일의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12일 측근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러시아와의 협상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선언하며 향후 3년 동안의 전쟁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충격받았으며 누구도 3년 더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러시아 언론들은 이를 인용해 보도에 가세했고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드미트로 리트빈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참모진과의 대화는 전혀 없었다”면서 “향후 3년간 전쟁을 지속하자는 논의도 없었다. 이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장기적인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쟁이 시작된 지 4년이 됐지만 영토와 안보 보장에 대한 협상은 여전히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짚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발발 4주년을 맞아 이루어진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차기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않았으며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대선 실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우크라이나 헌법은 2022년 2월 개전 이후 시행된 계엄령으로 선거를 할 수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5월 20일 취임해 원래대로라면 2024년 5월 19일 임기가 끝났다. 그러나 계엄령이 이어지면서 여전히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데,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불법이라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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