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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재외공관, 열정-귀-입이 필요하다/박기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단장

    [시론] 재외공관, 열정-귀-입이 필요하다/박기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단장

    “내전화번호 어떻게 알았느냐?” 31년만에 북한을 탈출한 납북 어부의 간절한 도움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한 주 선양 총영사관 남자 직원의 대답이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에 외교부는 재외국민 보호업무를 강화토록 재외공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런 다짐이 있은 지 채 하루도 안 돼 국군포로 3명의 탈북가족 9명이 선양 총영사관의 허술한 보호로 인해 전원 북송된 것으로 알려져 혀를 차게 하고 있다. 앞서 두달여 전에도 국군포로가 탈북, 주중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좀 도와줄 수 없느냐.”고 절박하게 요청하자, 여직원은 “아, 없어요.”라며 퉁명스럽게 끊어버리는 장면이 공개됐다. 네티즌들은 두 사건 관련자를 ‘대사관녀’ ‘영사관남’으로 부르며 외교부를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물론 세계 670만명에 달하는 재외국민에 비해 재외공관 직원의 수는 크게 부족하다. 그들이 슈퍼맨이 아닌 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동포들의 도움 요청에 대해 신속히 대처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외교부에 대한 비난이 가라앉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몸담고 있는 민간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에서도 외교부처럼 전세계 재외국민으로부터 민원을 접수 받는다. 물론 대상은 다르다. 외교부가 청장년층의 민원을 받는다면 반크는 주로 청소년·유학생들로부터 받는다. 반크가 받는 민원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세계지도에 나오는 ‘일본해’ 표기문제다. 이들은 외국인 친구들에게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고 설명하지만 교과서를 진실로 믿는 외국인들이 잘 납득하지 않는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또다른 주요 민원은 한국역사의 정체성과 자긍심에 관한 것이다. 각 나라의 세계사 교과서가 대부분 한국에 대해 중국의 식민지에서 시작돼 속국으로 점철된 역사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역사 기술로 인해 외국인과 함께 공부하는 어린 동포들이 조국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반크에 외국 교과서의 한국사 관련 사항을 바로잡아 한국 역사의 자긍심을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민간 차원에서 풀뿌리 회비로 운영하는 반크에 전세계 지도의 일본해 표기와, 왜곡된 세계사교과서 시정을 요구하는 어린 동포들의 민원이 쇄도하는 것을 보면서 재외공관 직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답답할 때가 많다. 나이 어린 동포들이 반크에 외교부가 해야 할 일을 의뢰하는 것은, 반크가 외교부만큼 공신력이 있거나 전문화됐을 것이란 믿음 때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반크에 기대하는 것은 지난 8년간 동포사회에 보여준 일관성있는 한국 바로 알리기에 대한 열정일 것이다. 해외 동포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반크가 열정을 가지고 항상 귀를 귀울일 것이라는 믿음이다. 지금 외교부에 바라는 국민들의 바람도 이와 같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동포들을 구하러 날아올 슈퍼맨을 바라는 게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동포들의 안전에 대한 무한대의 책임을 지라는 것도 아닐 것이다.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외교부 직원들의 마음 깊은 곳에 동포들에 대한 ‘열정’이 있는가, 그들의 호소에 ‘귀’를 빌려줄 수 있는가, 그들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해줄 ‘입’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바로 그것들을 국민들은 지금 외교부에 바라고 있는 것이다. 박기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단장
  • ‘예비 엄마’ 대븐포트 샤라포바와 대결 무산

    기대를 모았던 새해 첫날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세계랭킹 2위)와 린제이 대븐포트(미국·25위)의 국내 빅매치가 무산됐다. 대회 주관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은 13일 “새해 1월1일 예정됐던 현대카드 여자 테니스 슈퍼매치Ⅳ 샤라포바와 대븐포트 경기가 대븐포트의 개인적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밝혔다.대븐포트가 임신을 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세마스포츠마케팅은 “수많은 변수를 생각하면서 대회를 준비하지만 대븐포트처럼 불가항력적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회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뒤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한 명의 어머니로 생각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회 주최사인 현대카드도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에 죄송할 따름이며 더 나은 슈퍼매치 시리즈로 보답하도록 하겠다. 대븐포트 선수의 임신을 축하하며 건강한 아이를 낳기 바란다.”고 전했다. 입장권 예매자는 티켓링크(1588-7890)를 통해 환불할 수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사랑도 이별도 기술이 필요하다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사랑도 이별도 기술이 필요하다

    “사랑을 하려고 애써도 사랑에 실패하는 원인은 사랑에 대한 기술의 미숙성 때문이다. 인간이 사랑을 상실한 것은 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며, 사회관계와 대인 관계의 빈틈없는 조직화 때문이며,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사랑은 원래 환상이고 허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개인의 무의식층에까지 파고들어가 인간의 내면세계를 분석해 보이면서 인간이 사랑의 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은 인간 스스로 참된 자아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중에서). 세계적인 석학의 오랜 지론에 반기를 들 생각은 없으나 전적으로 이 이론에 동감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랑의 기술학적 의미와 필요성은 오랜 시간 동안 논의되어 왔지만, 사랑과 불가항력적 필연관계에 있는 이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게 사실이다. 그 기술적 사례가 여기 있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2000년)에서 롭은 챔피언십 비닐이란 이름의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음악광이다.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은 틈만 나면 각종 톱5차트를 만들어 내는데 이번엔 이별에 관한 노래 차트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롭이 오랫동안 사귀어 온 여자친구와 헤어진 것. 지금까지 번번이 채이기만 했다고 생각한 롭은 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를 일일이 찾아가 자신과 헤어진 이유에 대해 묻기 시작한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상받기 위해 실시한 일상의 모험 끝에서 그는 깨닫는다. 상처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으며 이별의 끝에 그들 모두 힘들어했고, 또는 그보다 더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았다는 것을 말이다. 사랑은 함께 해놓고 이별은 온전히 혼자만의 몫이라고 생각했다니, 이런∼. ‘가을로’(2006년)에서는 더욱 가슴 절절한 이별을 이야기한다. 결혼을 앞둔 현우는 민주가 기다리고 있는 백화점으로 서둘러 향한다. 그러나 도착한 순간, 백화점이 처절한 굉음과 함께 그의 눈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십년 후, 지금. 누구보다 소중했던 민주를 잃어버린 지울 수 없는 아픔. 그리고 그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 자신이라는 자책감으로 현우는 지난 십년을 보냈다. 해맑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그는, 그 웃음을 잃어버린 차갑고 냉정한 검사가 되어버렸다. 여론과 압력에 밀려 휴직처분을 받고 상실감에 젖어 있던 현우에게 한 권의 다이어리가 배달된다.‘민주와 현우의 신혼여행’이란 글이 쓰여 있는 다이어리. 민주가 죽기 전 현우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현우는 민주가 준비한 마지막 선물, 다이어리의 지도를 따라, 가을로, 여행을 떠나는데…. 사랑이 영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러하지 못하여 우리는 늘 그립고 아쉬우며 외롭고 허전하다. 그래서 다른 사랑이 가능한 것이며 그 전에 이별의 수순을 거치기 마련이다. 롭이 이별의 아픔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현우가 이별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사랑이 어디 가능했을까. 시행착오를 줄이고 영원함을 추구하기 위해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듯, 마찬가지 이유로 이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이별은 사랑의 또 다른 시작이며 가능케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시나리오 작가
  • [사설] F-15K 추락 조사결과 황당하다

    공군은 지난 6월7일 동해상에서 추락한 F-15K의 사고원인이 조종사가 기체 고도를 높이려다 가중된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의식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기체 결함도, 사고기를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한 공군의 잘못도, 조종사의 과실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전투기가 추락해 혈세 1000여억원이 바다로 사라졌다는 얘기다. 사고 직후 공군과 기체 제작사인 보잉, 엔진 제작사인 GE 등 군내외 전문가들이 치밀한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이라지만 수긍하기에는 ‘황당하다.’는 게 우리의 솔직한 느낌이다. 공군은 사고 직후 순직한 조종사들이 미국 보잉사에서 30회 이상의 충분한 야간비행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F-15K에 익숙한 베테랑 조종사 2명이 동시에 의식을 잃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던 블랙박스마저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의도된 결론’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공군은 어린이날 에어쇼 도중 발생한 블랙이글팀 소속 항공기의 추락원인도 ‘순간적인 엔진 정지현상 때문’으로 결론내리면서 기체 결함도, 조종사 과실도 아니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공군은 미완의 조사결과로 마무리지으려 할 게 아니라 블랙박스 회수 노력을 계속하는 등 사고원인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차세대 전투기 도입으로 전력을 증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혈세가 낭비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된다.
  • “F15기 추락 조종사 의식상실 탓”

    “F15기 추락 조종사 의식상실 탓”

    지난 6월7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 추락한 F-15K의 사고원인은 조종사가 기체 고도를 급하게 높이는 과정에서 과중한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갑자기 의식을 잃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공군이 18일 밝혔다. 이것은 사고원인이 기체결함도 아니고 조종사 과실도 아닌, 불가항력적 생리현상이라는 얘기가 된다. 책임 소재가 없어지는 셈이다. 조사결과의 신뢰도에 대해 공군은 “사고해역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하진 못했지만 기체잔해의 75%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라며 “거의 100% 믿어도 좋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전투기 제조사인 미국 보잉사와 F15기를 선정한 공군측은 책임을 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F15K의 훈련과 기종 도입이 오는 21일부터 재개된다. 특히 정부는 1000억여원에 이르는 기체 보상금도 보잉사로부터 받을 수 없게 돼, 국민의 혈세가 고스란히 바다에 가라앉은 셈이다. 공군과 보잉,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군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사고조사위원회를 이끈 김은기(중장) 공군참모차장은 “사고기의 기체나 엔진에는 아무런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당시 조종사 2명이 낮아진 비행고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중력가속도(G:Gravity)에 노출돼 의식을 상실(G-LOC)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G-LOC(Loss of Consciousness)이란 전투기가 공중에서 급선회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원심력을 조종사가 견디지 못할 경우 뇌로 보내지는 혈액량이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현상이다. 지상에 서 있을 때의 평범한 상태가 1G이고 건장한 일반인은 6G까지 견딜 수 있는 데 반해 고도의 훈련을 받는 F15K 조종사의 경우 최대 9G의 압력을 받는다. 몸무게가 60㎏이면 9G에서는 540㎏의 중력을 받는 셈이다. 특성상 전투기는 상하좌우로 급선회하는 게 다반사인데 이 때마다 G가 증가해 조종사의 인체를 압박한다. 신체 컨디션이 안 좋을수록 G-LOG에 걸릴 확률이 높은 편이지만, 엄밀히 말해 뚜렷한 원인을 찾긴 힘들다고 공군은 설명했다. 2명의 조종사가 동시에 의식을 잃을 수 있느냐는 지적에 공군측은 “전방석 조종사가 G-LOC에 빠지면 후방석 조종사도 거의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군측은 “미국의 경우 매년 1.4대의 전투기가 G-LOC으로 추락하는데, 그중 절반이 F16이고 F15의 추락사례도 있다.”고 했다. 공군은 “조사 결과 추락시 조종간이 중립에 있는 상태에서 엔진은 최대출력 상태로 음속의 1.34배 속도로 바다에 처박힌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기체가 정상운행되는 도중 조종사가 의식을 잃어 조종간을 놓쳤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안양천 둑 복구기준 따랐나’가 배상 관건

    ‘안양천 둑 복구기준 따랐나’가 배상 관건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양평동 주민) “복구가 끝난 뒤 원인조사를 거쳐 보상범위를 정하겠다.”(서울시) 지난 16일 안양천 제방 붕괴로 침수피해를 본 양평동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주민들이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가운데 서울시가 18일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합조사팀을 꾸려 정밀 조사한 뒤 책임 소재를 가려 보상 범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는 둑 붕괴 원인으로 지목된 지하철 9호선 공사장의 물을 모두 빼낸 뒤 실시된다. 서울시는 별도로 주민들에게 침수주택 수리비(법정지원금) 100만원을 우선 지원하고,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감면을 추진하는 한편 침수된 중소기업에는 최고 10억원까지 특별융자를 알선해 줄 계획이다. 그러나 피해보상과 관련해 주민과 서울시, 시공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공사를 위해 안양천 제방을 허물고 복구공사를 한 것이 관련 기준을 따랐는지, 아니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이번 호우가 불가항력이었는지가 공방의 초점이다. 또 주민들 주장대로 피해 원인이 지하철 공사라고 하더라도 서울시와 시공업체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중 누가 배상책임을 질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제시한 공사기준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잘 따랐다면 서울시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공사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책임이다. 주민들은 손해배상 청구를 위해 18일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날 회의에서 주민들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했다. 제방 옆 S스포츠 센터 이모씨는 “현재까지 추산된 피해액만 2억∼3억원이다. 비가 100㎜ 넘게 와도 끄떡 없었는데 부실공사 때문에 안양천 둑이 터져 피해가 났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피해보상에 불복해 집단소송으로 갈 경우 몇년이 걸릴 전망이다.1984년 일어난 마포구 망원유수지 홍수피해 소송에서 주민 3700가구가 서울시로부터 53억원을 배상받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조현석 김준석 박경호 기자 hyun68@seoul.co.kr
  • [데스크시각] 호우 피해에 하늘·예산 탓만 하나/류찬희 산업부 차장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 피해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모조리 쓸려가 뭐 하나 건질 것이 없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엔 참혹한 상처만 남았다. 잔혹한 전쟁터보다 더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반갑지 않은 행사를 지켜보노라면 울화가 치민다.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의 마음이 이럴진대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은 오죽하랴. 이념 갈등 아니면 눈앞의 치적을 놓고 아귀다툼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과 행정부는 수재민들에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게다.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예로부터 민생(民生)에 직접 관련돼 흔히 정치의 요체로 비유했다. ‘서경’에 따르면 중국 순임금이 왕위에 오를 때 ‘동방의 천자’를 알현해 예를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순임금이 찾아간 동방의 천자는 바로 고조선 단군왕검이다. 당시 중국은 9년 홍수로 양쯔강이 범람하는 등 위기에 빠졌는데, 단군왕검이 맏아들을 보내 순임금의 신하였던 우에게 금간옥첩(金簡玉牒)을 전수해 주었다고 전한다. 금간옥첩에는 산과 물을 다스리는 비결인 오행치수법을 비롯해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아홉 가지 큰 법도가 담겨있다. 치산치수는 국가 지도자의 경영 덕목이었던 것이다. 4년 전 여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태풍 루사가 빠져나간 뒤 엄청난 재앙이 찾아왔다. 강원 지역을 강타하고, 한강 유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집중호우의 원인과 피해 심각성이 지금과 너무나 똑같았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복구에 나서는 등 야단법석을 떨었다. 토목공사 설계기준을 강화하고 물관리를 철저히 해 더이상 후진국형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해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때도 같은 피해를 입었고,3년 뒤 한반도에서 같은 유형의 재앙이 되풀이됐다. 정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도 전에 불가항력으로 몰아세우려 하는 것 같다. 설령 시설물을 100년·200년, 그 이상 빈도에 맞춰 설계했더라도 같은 재앙이 연례행사처럼 일어나는데 이를 천재(天災)로만 몰아붙일 수 있을까. 한반도에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집중호우에 따른 재앙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하늘만 탓한다. 집중호우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진작 설계 기준을 강화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엄청난 피해를 몰고온 주범인 산사태만 해도 그렇다. 산사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방댐’ 건설이 가장 효율적인데,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8700여개의 사방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고작 1700여개만 설치됐을 뿐이다. 도로 경사면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설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사방댐 건설이나 경사면 설계기준 강화를 지적할 때마다 정부는 예산타령으로 일관했다. 건설업체는 공사비 줄이는 데 집착했고, 감독기관은 팔짱만 끼고 있었다. 이번 피해를 천재로만 몰고갈 수는 없는 이유다. 더 이상 하늘과 예산부족 탓으로 돌리지 말자. 복구비만으로도 홍수 피해를 줄이는 시설을 보강하기에 충분하다. 우리의 지도자들은 치산치수행정을 다른 나라에 전수할 정도로 훌륭했다. 정치 지도자가 할 일은 우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배불리 먹이는 것이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격이지만 인재(人災)를 인정하고, 되풀이되는 재앙을 막을 수 있는 완벽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류찬희 산업부 차장 chani@seoul.co.kr
  • “人災” 수해보상 요구 봇물

    집중호우가 휩쓸고간 고양·동두천 등 수해지역 곳곳에서 ‘인재(人災)’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보상·이주 요구 등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양 가라뫼 마을 이주 요구 고양시 덕양구 행신3동 가라뫼 마을 문화·신풍빌라 지하층 거주 18가구 34명의 주민들은 지난 12일의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가 ‘인재’라며 덕양구청장실을 점거, 농성을 벌인 데 이어 이주를 요구하고 있다. 고양시는 1990년대초 입주한 이마을 주변 야산에 아파트단지 입주를 허가했고 산림이 훼손되면서 침수피해가 매년 계속되자 배수관을 확장하고,17억원을 들여 배수펌프장을 신설했다. 그러나 97년부터 3년동안 침수피해를 입었다. 시는 배수펌프장이 정상 가동됐으나 1시간에 100㎜ 이상의 폭우가 내려 불가항력이었다는 입장이다.●동두천 미2사단 취수보 월류 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 상가 상인들은 지난 12일 47개 상가가 입은 침수피해는 미2사단이 영내에 운영중인 동두천천 취수보 수문을 제때에 개방하지 않아 보의 물이 시가지로 넘쳤기 때문이라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피해현황을 집계하고, 미군과의 공동 현장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했다. 미군의 책임으로 드러나더라도 한·미행정협정(SOFA)규정에 따라 복잡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정발산역 침수 문화센터 아람누리 공사 시행사인 삼성물산과 코오롱건설·CJ개발 컨소시엄의 지하철역 연결통로공사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시와 철도공사는 시공사의 잘못이 최종 확인되면 배상을 요구할 방침이나, 정작 지하철 운행중단으로 피해를 본 일산 주민들은 불특정 다수인데다 손해액 산출도 어려워 배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양·동두천 한만교기자mghann@seoul.co.kr
  • 남용 LG텔레콤 사장 물러나나

    남용 LG텔레콤 사장 물러나나

    남용 LG텔레콤 사장의 경영권 유지 여부는 오는 19일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의 정책 결정에 의해 결론나게 됐다. 정보통신부 장관 정책 자문기구인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는 14일 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 사업 포기와 관련, 사업허가를 취소하되 남 사장의 퇴진에 대해서는 통신사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배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통부 “법대로 하겠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법대로 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정통부 강대영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정통부의 행정행위가 이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사업 취소는 법률상 강행조항으로 정통부가 이를 바꾸거나 자의적으로 집행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통부로서는 ‘뜨거운 감자’를 받아든 셈이 됐다. 법률상 당연히 퇴진하도록 해야 하나 정책심의위의 건의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또 LGT에 대한 정통부의 관리감독 소홀도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강 본부장은 “19일쯤 정통부 장관이 LGT의 IMT-2000 사업허가 취소 등에 대한 정통부의 최종 결론을 발표할 것”이라며 “그 이후 전파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LGT의)2㎓ 전파 점용료 등의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 LGT “기술·장비 없는 상태 사업포기 당연” LGT는 정책심의위의 심의 결과에 대해 “동기식 IMT-2000의 기술과 장비가 개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사업이행을 하지 못한 정상이 참작되지 못하고 사업권 반납이 아닌(CEO 퇴진건이 걸려있는) 사업 취소로 결정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대표이사 유임 배려 및 허가 취소에 따른 충격 최소화라는 정책심의위의 권고 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통부의 현명한 정책적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World cup] FIFA홈피 붉은함성 차단물의

    [World cup] FIFA홈피 붉은함성 차단물의

    국제축구연맹(FIFA)이 독일월드컵 한국-스위스 경기의 편파 판정 논란과 관련한 항의가 거세지자 한국 네티즌들의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밤 12시 현재 FIFA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면 ‘접속 거부(Access Denied), 이 서버에서는 FIFA 사이트 접속이 허가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뜰 뿐 접속이 안 되고 있다. 같은 시간 미국 LA와 중국 베이징에서는 접속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스위스전 이후 편파 판정에 항의하려는 국내 네티즌들의 FIFA 홈페이지 접속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FIFA쪽이 한국발 IP(인터넷프로토콜)로부터의 접속을 차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IT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IP를 통해 특정 지역 접속을 막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날 스위스전 직후 ‘경기 후 24시간 안에 500만명이 FIFA에 항의 글을 쓰면 재경기가 가능하다.’는 허위 메시지가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유포되면서 네티즌들이 FIFA 사이트에 접속해 수천건의 항의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또 주한 스위스 관광청 홈페이지 등에도 몰려들어 ‘스위스가 심판을 매수했다.’,‘스위스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등의 항의글을 무더기로 올리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의 희망과는 달리 재경기는 불가능하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에 500만명의 항의글과 관련된 재경기 규정은 없으며 재경기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로서도 재경기를 요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지난해 9월 바레인-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주심이 페널티킥 규정을 잘못 적용해 재경기가 열린 적은 있지만 이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축구협회의 판단이다. 특히 대회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회진행을 멈추고 재경기를 치른 사례는 전무하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기계적인 규정적용이 잘못된 바레인전과 상황판단의 재량권이 인정되는 이번 경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개인적으로는 오심이라고 생각하지만 협회 차원에서 재경기를 요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몽준 축구협회 회장이 “공식적으로 FIFA에 항의할 생각이다.”라고 밝혀 추후에 해당 주심의 제재 등과 같은 조치가 따를 가능성은 있다. 한편 오프사이드 논란과 관련,FIFA 홈페이지의 ‘경기규칙의 오프사이드 규정’에는 이번 상황에 적합한 명확한 해석이 없다. 경기마다 주심에게 최종 재량권을 주는 게 관례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FIFA의 ‘축구규정 2006’(Law of the game 2006) 65쪽 12번 오프사이드 판정 그림에 따르면 공이 수비수의 몸에 맞는 것과 상관없이 상대팀 최전방 공격수의 위치가 오프사이드 선상에 있으면 오프사이드로 인정한다고 기술돼 있을 뿐이다. 이종락 서재희기자 jrlee@seoul.co.kr
  • SKT, 15일 통신불통 피해 100원 보상

    SKT, 15일 통신불통 피해 100원 보상

    “거래처 전화 못 받아 손해본 것만 얼만데 100원이라니….” SK텔레콤이 지난 15일 오후 발생한 문자, 음성통화 불통사태에 대해 사실상 100원 남짓한 피해 보상액을 지급한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보상 규모가 작다.”는 항의가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100원 정도의 보상금 외에 별다른 보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신 사고에 대한 피해 보상은 각 통신업체에 약관에 따르도록 돼 있고, 개별 피해액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일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통신위는 각 통신사에 통신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 항목을 약관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통신위 최윤정 재정과장은 “어떤 사고에 대해 얼마를 보상하라는 식의 규정은 없다.”면서 “통신위나 법원에 이의제기를 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문자, 음성통화 불통으로 인한 피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동통신 3사의 약관에 따르면 각 사는 자사의 잘못으로 이용자가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경우, 기본료와 부가사용료의 3배에 상당한 금액을 최저 기준으로 손해배상을 한다. 그러나 ▲전시·사변·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으로 인한 경우 ▲불가피한 사유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경우 등에 한해 자사의 손해배상을 감면받을 수 있도록 명시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장애 발생 시간인 1시간을 2시간으로 확대 적용하고, 이를 3배 적용해 최대 6시간만큼의 월 기본료와 부가사용료를 시할(時割) 계산해 이달 요금에서 감면한다.”고 밝혔다. 보상을 더 받고 싶다면 ▲장애 발생 시간이 2시간을 넘었다는 것과 ▲발생 책임이 SK텔레콤측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통사 위주의 약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몇 백원만 보상하면 그만인 규정 때문에 이번처럼 사고 발생 때 사과나 사후 조치에 관한 공고조차 하루가 지나도록 없었던 것 아니냐.”며 “이통사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여성&남성] 2535 여성들이여 만화잡지 ‘허브’로 모여라

    ‘스물 다섯의 자신감, 서른 다섯의 여유.’ 국내 유일의 성인 여성 대상 월간 만화잡지 ‘허브’가 다시 태어난다.2004년 7월 창간돼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해 온 허브가 판형을 키우고 콘텐츠를 강화해 격월간지로 재탄생한다. 그동안 허브는 ‘2535’(25∼35세) 여성을 타깃으로 그들의 삶과 밀접한 소재를 다룬 순정만화를 실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최근 순정만화 ‘궁’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돌풍을 일으키며 순정만화를 즐겨보는 남성 독자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허브의 변신은 눈길을 끈다. 허브는 애정문제를 주로 다루는 순정만화보다는 여성들이 처한 다양한 현실을 다루며 여성들만의 순수문화 향유에 앞장서 왔다. 한 여성이 직장에 입사해 적응하고, 성과를 이뤄내는 과정과 상사와 갈등을 빚는 과정 등을 현실적으로 터치한 임현정의 ‘불가항력적 직장여성 진화론’, 한 여성의 성장 이야기를 면밀하게 묘사한 말리의 ‘도깨비 신부’, 여성간 동성애를 소재로 한 한혜연의 ‘월식’,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식으로 다룬 김보현의 ‘나블루스’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바람의 나라’로 유명한 김진 작가가 죽음이라는 소재에 진중하게 접근한 ‘조우’와 고려 말과 조선 초 격동기 역사를 재구성한 김혜린의 ‘인월’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들은 1980년대 말∼90년대 중반 만화를 오락거리로 삼으며 10대를 보낸 여성 ‘2535’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여성독자뿐 아니라 전체의 10%에 이르는 남성 독자들로부터도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허브가 이달 중 재창간 작업에 나선 이유는 발행 간격을 늘려 콘텐츠를 좀더 충실히 하고 작품별로 책으로 소장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단행본 작업을 병행하기 위해서다. 판형도 신국판(15.2㎝22.5㎝)에서 대국전판(17.2㎝24.2㎝)으로 키워 시각적인 질을 높이는 한편 여성들을 위한 칼럼 등을 보충해 다양한 읽을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소재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점을 활용해 그동안 터부시돼 왔던 주제도 다양하게 다룰 계획이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남성간 동성애 코드’를 다룬 작품, 여성들의 솔직한 성담론을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 스타일의 작품, 여성들의 남성적 문화 향유를 다룬 작품 등이 추진되고 있다. 박관형(35) 편집장은 “‘풀하우스’나 ‘궁’ 같은 순정만화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면서 만화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허브의 재창간은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우리는 히트작의 흥행 성공 방식보다는 이제까지 다뤄온 콘텐츠를 충실히 다루는 방식으로 성인 여성 만화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씨줄날줄] 절반의 한국인/육철수 논설위원

    혼혈인은 대개 전쟁과 사랑의 소산이다. 사랑이나 전쟁은 국경과 종교, 인종을 뛰어넘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다양한 인적 교류도 동반하게 마련이다. 타인종간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혼혈인이라면 축복받을 일이다. 인류평화와 인종간 이해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통 불가항력으로 세상의 빛을 봤다면 인생 또한 순탄한 경우가 드물다. 국가·인종간 교류가 흔치 않았던 시대, 혼혈인은 약소국 여성과 강대국 남성 사이에 태어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이민족간 교류가 많은 경우, 혼혈인은 민족단위로 형성되기도 한다. 메스티조(백인×인디오), 뮬레토(백인×흑인), 유레이지언(인니·말레이시아인×백인) 등이 대표적이다. 혼혈민족은 전쟁과 식민지배의 아픔을 딛고 어엿한 공동체로 성장한 케이스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도 광복 후 미군 주둔과 함께 원치 않은 혼혈의 아픔을 수도 없이 겪었다. 베트남전에서는 가해자가 되어 한인2세(라이따이한)를 양산했다. 최근에는 농어촌 총각들이 아시아권 여성을 신부로 맞아들이는 일이 성행해 ‘코시안’이라 불리는 2세도 늘고 있다.1999년 이후 이런 국제결혼은 11만 5000쌍이나 되고, 조만간 농어촌 초등학교는 재학생의 20% 이상이 이들 2세로 채워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지금 한국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프로풋볼 선수 하인스 워드(30)가 온통 화제다. 어머니 김영희(55)씨가 언어장벽과 가난, 이혼으로 이어지는 역경 속에서 아들을 슈퍼볼 최고의 스타로 길러낸 스토리는 눈물겹다. 워드는 팔에 한글이름을 새기고,‘절반의 한국인’임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단다. 어머니한테 헌신·희생·겸손을 배웠고, 효성도 지극하다니 참으로 기특하다. 어머니의 강인한 의지와 뜨거운 애정, 그리고 미국땅에서 온갖 설움을 견뎌낸 눈물 덕분에 한국은 그에게 모국(母國) 대접을 톡톡히 받고 있다. 순수혈통을 고집하는 나라 안 분위기 탓에 수많은 한국계 혼혈인들은 사회 부적응과 냉대 속에 좌절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워드의 성공을 축하하기에 앞서 부끄러움이 앞선다. 이제 우리 이웃엔 어린 한국계 2세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들 ‘절반의 한국인’을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3重苦에 우는 샐러리맨들

    3重苦에 우는 샐러리맨들

    샐러리맨들은 요즘 괴롭다. 한가닥 기대를 품고 발을 들여놓은 주식 시장에서는 또다시 ‘상투’가 우려된다. 코스닥시장은 지난 23일 ‘블랙 먼데이’를 기록하며 무려 64포인트나 폭락했다. 그 날은 하늘이 노랬다. 기름값은 또 어떤가. 자동차를 몰기가 겁날 정도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용돈 대기가 바쁠 정도다. 어려운 살림에 술 한잔으로 속을 달래자니 이제는 소주값이 다시 들썩인다.2006년 1월 샐러리맨들의 자화상이다. ■ 거래처 승용차 이용 30대 옥외광고 업체에서 거래처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J(34)씨는 요즘 주유소 들르기가 두렵다. J씨의 집은 경기도 남양주시, 직장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출근 시간이 2시간 가까이 걸리는데다 3번이나 갈아타야 되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J씨는 거의 매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공장에 들렀다가 각 거래처로 영업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자가용이 필수적이다. 이래저래 J씨는 ‘레간자’를 타고 하루 300㎞를 달린다.J씨는 “4만원 남짓이면 휘발유를 가득 넣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7만원을 훌쩍 넘었다.”면서 “아반떼를 타고 다니던 시절에는 한달 기름값이 30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요즘은 60만원이 넘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봉 3000만원 정도인 J씨의 한달 실 수령액은 200만원 남짓.7개월된 아이 분유값·기저귀값이 30만원인데 기름값이 60만원이나 되니 ‘살맛’이 안 난다고 한다. 그나마 업무용은 회사에서 보전해 주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주유소 판매 휘발유가 평균은 1월 3주째 현재 리터당 1471원이다.1525원에 달했던 지난해 9월에 비하면 조금 내렸지만 838원하던 1997년을 생각하면 몸서리쳐지는 금액이다. 환율이 많이 떨어져 아직 원유가 상승분이 휘발유가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연일 사상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두바이유가가 언제 J씨의 가계부를 덮칠지 모를 일이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황우석 직격탄’ 맞은 40대 “떨어지는 것에는 진짜 날개가 없더라고요. 며칠간 하한가 맞더니 절반이 그냥 날아가더군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지금도 술 한잔 기울일 때면 울화가 치밉니다. 얼마나 어렵게 모은 돈인데…. 그때는 진짜 미쳤나 싶어요.” 중견기업 총무부에 근무하는 박기영(41)씨. 그는 지난해 고개숙인 ‘황우석 신화’에 직격탄을 맞은 데다 최근 코스닥의 ‘블랙 데이’를 연달아 거치면서 아예 의욕을 잃은 듯했다. “이제는 떨어지든지, 말든지 신경도 안 써요. 쳐다보기도 싫은 거 있죠.” 그는 지난해 10월 줄기세포 관련주인 중앙바이어텍에 약간의 융자돈과 박봉을 쪼개 수년째 모은 적금을 쏟아 부었다. 바이오주가 괜찮다는 소문과 한달간 주가 추이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 내린 결론이어서 내심 자신했다고 한다.“제가 들어갈 때가 주당 1만 8000원 정도였어요.2만 6000원까지 갔다가 좀 빠져서 어느 정도 오를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누가 당시에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을 알았겠습니까. 지금 그 주식 4000원 갑니다. 황우석이가 서민들 여럿 잡았을 겁니다. 저와 비슷한 사람이 하나 둘이겠어요.”박씨는 아직 팔지 못하고 주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너무 억울해서 그냥 갖고 있었어요. 이왕 늦은 거 갈때까지 가보자는 심정이었죠. 그런데 주가가 너무 올랐다고 또 이렇게 폭락하다니…. 아무래도 주식할 팔자는 아닌가 봅니다. 계속 ‘봉’만 되니. 물론 제가 대박만 좇다가 상투를 잡았다는 것은 인정을 해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개미들은 진짜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면 안될 것 같습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퇴근길 ‘소주 한 두잔’ 50대 소주세율이 인상되면 서민의 팍팍한 호주머니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서민의 술’인 소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에 직장을 둔 강신호(55)씨는 “퇴근길에 소주 한 잔에 하루 일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데 이마저 돈 생각하면서 먹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술을 안 먹어도 될 정도의 세상이면 안 먹겠다.”는 극단적인 발언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소업체에 다니며 한 달 200만원대 월급을 받는 정상기(45)씨의 불만은 더하다. 그는 “삽겹살집에서 소주 한두 병에 일과를 끝내는데 소주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은 서민 애환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발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세금 거두기에만 급급한 정부에 대한 비난이다. 소주세 인상 논란은 지난해 9월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시작됐다.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 세율을 현행 72%에서 90%로 올린다는 내용. 이 안은 국회에서 무산됐지만 지난 24일 박병원 재정경제부 1차관이 “세계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은 세금을 올리는 추세”라는 의견을 표시하면서 세율 인상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소주세율을 90%로 올리면 소주 한 병의 출고 가격은 800원에서 897원으로 오른다. 음식점에서는 500∼1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 주류 도매상들도 ‘소주세 인상은 서민만을 옥죄는 정책’이라며 비난했다. 한 도매상은 “양주값은 올라도 마실 사람은 마시지만 소주값이 오르면 서민들은 소비를 줄여 결국 재원 확보에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사회플러스] “인터넷대란 국가 손배책임 없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부장 김윤기)는 2003년 1월 발생한 ‘인터넷 대란’과 관련, 오마이뉴스와 인터파크가 KT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3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인터넷 대란은 인터넷접속서비스 사업자(ISP)가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면서 “국가도 당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 에쿠니 가오리 소설 영화화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소설 영화화 ‘도쿄 타워’

    ‘냉정과 열정사이´의 에쿠니 가오리 원작의 동명소설 ‘도쿄타워´를 바탕으로 만든 ‘도쿄타워´가 개봉됐다. 그래미상 8관왕에 빛나는 노라 존스의 ‘sleepless nights´ 오프닝곡만 들어도 본전은 뽑은 셈. 도쿄의 야경이 매혹적인 로맨틱한 시간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것이다.” 23일 개봉한 ‘도쿄타워’는 이런 선언적 메시지를 전면에 띄우고 출발하는 멜로영화이다.‘냉정과 열정사이’‘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등 스크린으로 옮겨진 원작소설들을 통해 국내 팬층이 두꺼운 일본 여류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원작. 금지된 사랑과 이를 극복하려는 남녀의 순수한 열정을 그린 영화에서는 심미안적 감성이 화면 밖으로 철철 넘쳐난다. 스물한살의 대학생 도루(오카다 준이치)는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마흔한살의 유부녀 시후미(구로키 히토미)와 3년째 사랑에 빠져 있다. 남몰래 만나고 있지만 도루에게 시후미는 이제 삶의 전부이다. 시후미가 좋아하는 음악에 둘러싸여 온종일을 보내며, 그녀의 전화가 걸려오기만 기다리는 게 일과가 됐다. 엄마뻘 되는 여자와의 비밀스러운 만남으로 화면을 흥분시키는 영화는 그러나 끈적이는 호흡의 달뜬 멜로물과는 거리가 멀다. 대담한 소재로 이성과 욕망을 끊임없이 충돌시킨다. 그럼에도 감미롭되 절제된 화면은 사랑의 불가항력적 힘을 웅변하는 쪽으로 영화를 이끈다. 도루-시후미의 만남이 채도낮은 단조풍이라면, 영화는 고민없이 유부녀를 만나는 도루의 친구 고지(마쓰모토 준)를 내세워 드라마의 균형감각을 일깨운다.“유부녀는 귀엽다. 그들은 재미에 굶주려 있으니까.”라는 당돌한 대사를 날리는 고지는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난 35세의 유부녀 기미코(데라지마 시노부)와 장난처럼 만났다가 뜻밖에 특별한 감정을 느껴간다. 고감도 화면이 미덕인 동시에 허점이다. 극도로 감상적인 화면, 감성신경을 자극하는 직선적 화법의 내러티브 등은 담백한 관객들에겐 부담스러울 여지도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주목할 만한 성취가 분명히 있다. 불륜멜로의 태생적 한계에서 출발했으되 영화적 관습과 편견을 뛰어넘어 멜로의 새 전형을 다듬었다는 점이 특히나 그렇다. 당장, 남녀 주인공이 그리는 엔딩만 해도 기대치 이상으로 ‘쿨’하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사설] 풍랑 한번에 13명이 희생돼야 하나

    지난 사흘간 동해 중부해상에 높은 파도가 일면서 13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났다. 재산피해도 적지 않아 울산과 포항 속초 강릉 등에서 많은 어선이 전복되고 주택이 침수되거나 파손되는 등 난리를 겪기도 했다. 불가항력이라 할 쓰나미(지진해일)도 아니고 그저 평소보다 좀 높은 파도일 뿐인데 이런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매번 되풀이되는 이런 재난사고를 접하면서 과연 재난대책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동해안의 피해는 기상청의 부실한 기상예보에 행정기관의 안이한 대응,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이 겹쳐진 총체적 인재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실제로 기상청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파고 3∼5m일 때 내는 풍랑주의보만 발령했다. 그러나 실제 파도는 8∼9m에 이르렀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기상청은 사흘간 모두 38회의 기상정보와 보도자료를 해당기관에 제공했다지만, 너울성 파도에 주의할 것을 몇 차례 당부한 것을 빼고는 평소의 풍랑주의보와 다를 바가 전혀 없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방재기관들조차 이번 파도의 위험성을 간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행정기관의 소극적 대응도 여전한 문제로 꼽힌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데도 방파제에 앉은 낚시꾼에게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쳤을 뿐 피해 방지에 적극 나선 흔적을 찾기 힘들다. 어선들을 뭍으로 올리지 않고 방치해 전복 피해를 입도록 한 것도 행정당국의 안이한 상황 인식과 대응이 빚어낸 결과다. 예상 밖 큰 피해에 관계 당국은 책임전가에 급급해하고 있다. 방재 후진국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 또 ‘에이즈 혈액’

    또 ‘에이즈 혈액’

    수혈로 인해 에이즈와 간염에 감염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2003년 8월 공급된 김모(23·남)씨의 혈액을 수혈받아 A(30)씨,B(35)씨 등 30대 여성 2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또 지난해 7월 공급된 혈액을 수혈하는 과정에서 C형 간염 감염자가 1명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에이즈 잠복기 혈액으로 감염 적십자사는 지난달 28일 김씨가 헌혈한 혈액을 검사한 결과, 김씨가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적십자사는 즉시 김씨의 이전 헌혈 경력을 조회했고, 그 결과 김씨가 지난 2003년 6월14일과 8월26일에 헌혈을 한 사실을 밝혀냈다. 김씨가 2003년 6월에 헌혈한 혈액을 수혈받은 환자들은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씨가 2003년 8월에 헌혈한 혈액은 모두 3명에게 수혈됐고, 이중 2명은 모두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에이즈 감염 여성으로부터 배우자나 자녀 등이 에이즈에 2차 감염되지는 않았다. 김씨의 혈액을 수혈받은 또 다른 백혈병 환자는 1주일여 뒤에 사망해 에이즈 감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적십자측은 “김씨가 2003년에 한 혈액에 대한 효소면역 검사에서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면서 “결국 이번 수혈 감염은 혈액 검사로는 적발해 낼 수 없는 에이즈 바이러스 잠복기(항체 미형성기)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적십자측은 김씨가 2003년 6월14일부터 8월26일 사이에 에이즈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기술로는 불가항력인 사고 잠복기 혈액에 따른 감염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적십자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핵산증복(NAT) 검사 시스템을 전면 도입해 에이즈 바이러스 잠복기를 22일에서 11일로,C형 간염 잠복기는 84일에서 23일로 줄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적십자사측은 “바이러스 잠복기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채혈과정에서 문진 강화 등 안전한 혈액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수혈로 인해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는 2차 감염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6명이다. 수혈로 인한 에이즈 감염자에게는 5000만원의 위자료가 주어지고 C형 간염 감염자는 2000만∼4000만원이 지급된다. 특히 정부는 대한적십자사측의 과실로 수혈과정에서 B형·C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에 대해 위자료 외에 평생 국가가 보상 및 치료비를 책임지게 된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박동섭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사실혼 관계의 유복자 상속권은?

    Q아이 2명이 달린 이혼남과 동거를 했습니다. 저는 그의 아이를 가진 지 3개월째입니다. 그런데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졌습니다. 남편은 보험금 1억원짜리 손해보험에 가입했고, 시가 5억원 정도 되는 아파트 1채를 남겼습니다. 뱃속의 아이를 키울 일이 막막해 남편의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정순(가명·34)- A태아가 태어나기 전에는 생모라도 가압류나 가처분 등 어떤 보전조치도 취할 수 없습니다.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려면 우선 그가 망인의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임신 중인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증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민법은 생부가 살아 있다면 태아를 자신의 친생자라고 ‘유언인지’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생부의 유언집행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 1개월 안에 인지신고를 해야 합니다. 유언 인지신고를 하기 위해서 유언서 등본, 녹음유언의 경우에는 속기사가 녹음내용을 기록한 속기록을 첨부해야 합니다. 다만 산모가 유부녀라면 생부라도 인지할 수 없습니다. 혼인 중인 부인이 출산한 아이는 호적상 남편의 아이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가 호적상 아버지를 상대로 친생부인 또는 친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해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뒤에 생부를 비롯한 제3자의 인지가 가능해집니다. 그렇다면 태아 상태에서 생부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수설입니다. 일단 태어나야 생부를 상대로 인지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김정순씨의 경우에는 생부의 사망 당시 뱃속의 아이가 아직 임신 3개월 상태이므로 생부가 남긴 재산은 그의 직계비속인 아이들 2명에게 2분의1씩 상속됩니다. 이혼한 전처에게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미성년자라면 전처가 아이들의 법정 대리인으로 상속재산을 관리할 권리를 갖고, 관리하게 됩니다. 태아가 태어났을 때에도 생부가 남긴 재산이 생부 이름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면 출생한 아이가 새로운 상속인이 되어 상속재산 분할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생부의 유언인지 없이 유복자로 출생한 아이가 분할절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인지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돌아가신 생부에 대한 인지청구 소송을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 경우에는 검사를 피고로 가정법원에 인지청구 소송을 내고 생모가 아버지의 혈액형 등을 증거로 친자임을 입증하면 됩니다. 소송을 낼 수 있는 기간은 2년으로 제한됩니다. 이 2년은 일정한 권리에 대해 법률상으로 정한 존속기간인 제척기간에 해당됩니다.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으로 인해 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일단 기간이 지나면 방법이 없습니다. 태아가 태어난 뒤 전처 자녀들이 이미 상속재산을 나누어 버리거나 처분한 경우에 대해 민법은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새로 상속인 자격을 얻은 아이는 전처의 자녀들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지분에 상당하는 돈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김정순씨, 답답하겠지만 아이가 출생하면 방법이 생길 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 日 안보리 진출 좌절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꿈이 가물가물해지고 있다. 최대 원군으로 믿었던 아프리카연합(AU) 긴급정상회담이 4일 열렸으나 일본·독일·인도·브라질 등 G4그룹의 유엔개혁안 지지 공동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올 외교의 최대목표를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로 내걸었던 일본은 5일 엄청난 실망감과 함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언론들은 “AU를 중시한 외교당국의 전략이 실패했다.”며 책임론도 제기했다. 53개 회원국의 AU는 4일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AU 본부에서 긴급정상회의를 열었지만 G4와의 결의안 단일화에 실패, 일본 등은 허를 찔렸다.일본이 191개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상임이사국 진출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AU 회원국들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일본은 지금까지 AU의 지지획득을 위해 국가개발원조(ODA) 등 ‘엔외교’를 앞세워 표밭다지기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AU는 일본의 기대를 저버렸다. 대신 AU는 10개국 수뇌로 구성하는 협의기구를 설치, 아프리카지역에서 상임이사국 2개국을 선출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독자적인 유엔 개혁안을 제출키로 한 것이다. 미국의 행보도 일본을 더욱 실망시키고 있다. 미국의 존 볼턴 유엔 대사가 3일 중국과 함께 G4가 목표로 하는 결의안의 채택 저지에 공조키로 했기 때문이다. 일본을 포함한 G4로서는 결정적 역풍을 만난 것이다.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입김이 센 2개국이 반대하면 불가항력이 된다. 이처럼 AU와 미국의 움직임으로 인해 9월 중순 유엔총회 수뇌특별회의 이전에 안보리 확대가 뼈대인 유엔 개혁 결의안을 채택하려던 G4의 의도는 사실상 무산됐다.이에 따라 G4에 유엔 개혁 결의안을 단념하라는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핀 유엔총회 의장이 4일 안보리 개혁을 둘러싸고 조정에 나설 의지를 밝혔지만, 핀 의장의 하계휴가가 끝나는 22일 이후에야 조정이 가능할 예정이고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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