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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위스키와 맥주 환상의 짝꿍…폭탄 아닌 ‘체이서’로 즐겨요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위스키와 맥주 환상의 짝꿍…폭탄 아닌 ‘체이서’로 즐겨요

    위스키 마시기 전후 맥주 한 잔 ‘최고’ 과일향 강한 위스키에는 사우어 맥주 버번위스키에는 흑맥주가 잘 어울려“옛날에는 텐텐(10-10)으로 마셨어. 그것도 ‘양폭’으로.” 직장인이라면 회식 자리에서 한국인의 시그니처 폭탄주인 소맥(소주+맥주)을 열심히 말다가 직장 상사들의 회고를 듣게 되는 때가 종종 있을 겁니다. 기자가 속한 언론계도 마찬가진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듣는 선배들의 ‘술 무용담’은 폭탄주를 언급하는 것에서 시작되곤 합니다. 때는 IMF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초고속 경제성장의 달콤한 과실을 누렸던 당시 직장인들의 회식 주종은 지금처럼 소주가 아니라 위스키였습니다. 룸살롱에선 임페리얼, 윈저 등의 국산 블렌딩 위스키가 불티나게 팔렸고, 고깃집에서도 고급 스카치위스키를 가져와 맥주에 섞어 원샷을 하는 게 풍토였죠.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맥주잔에 양폭을 가득 따라서(텐텐) 연거푸 들이켰던, 당시 술자리가 고역이었던 이들에게는 다시는 돌아가기 싫은 과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소맥 시대’에 옛날 옛적의 ‘양폭’ 이야기를 꺼낸 건 위스키와 맥주를 따로 마시는 음용법을 소개하기 위해섭니다. 한국에선 회식 문화 등의 영향으로 위스키+맥주 폭탄주가 대중화됐지만, 사실 위스키의 본고장인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와 맥주를 함께 즐기는 일반적인 방법은 폭탄주보다는 맥주를 ‘체이서’(Chaser)로 이용하는 것이랍니다. 체이서란 ‘독한 술 뒤에 마시는 음료’를 뜻하는 영단어입니다. 체이서의 개념을 듣고 “아니, 술을 마시고 안주 대신 또 술을 마신다고?”라고 고개를 젓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국(맥주)에 밥(위스키)을 말아먹느냐, 따로 먹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가 쉽겠네요. 물론 술의 존재 목적은 즐기는 데 있으므로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을 알고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죠. 체이서 음용법은 간단합니다. 바에서 위스키 샷과 맥주 한 잔을 함께 주문해 위스키를 마시기 전이나 후에 맥주를 마시면 됩니다. 이를 미국에선 ‘어 샷 앤드 어 비어’(a shot and a beer)라고 하고, 스코틀랜드에선 ‘어 호프 앤드 어 호프’(a hauf and a hauf)라고 한답니다. 에든버러에는 이 이름으로 위스키증류소와 크래프트맥주 양조장을 같은 날 연이어 투어하는 여행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입니다. 다만 위스키의 풍미가 더욱 진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맥주를 먼저 한 모금 마시고 위스키를 마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위스키에 체이서로 맥주를 즐기기 위해선 매칭하는 법도 중요합니다. 위스키와 맥주 모두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서로의 풍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요. 때문에 비슷한 풍미를 가진 술끼리 묶어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셰리오크에서 숙성돼 강한 과일향을 뿜어내는 위스키는 새콤한 사우어 맥주와 잘 어울립니다. 바닐라향이 특징인 미국의 버번위스키에는 유당이 들어간 흑맥주(밀크 스타우트)를 추천합니다. 입안에서 폭발적인 바닐라의 달콤한 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홉이 많이 들어가 쌉쌀한 맛을 내는 인디아페일에일(IPA) 맥주에는 호밀이 들어가 알싸하고 스파이시한 맛이 매력적인 라이 위스키도 괜찮겠네요. 마침 세분화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최근 소비 시장 트렌드 영향으로 국내에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다양한 위스키와 크래프트맥주가 들어와 있습니다. 위스키를 떠올리면 과거 ‘양폭’이 생각나 손사래를 쳤던 사람이라면, 혹은 ‘소맥’에만 익숙해 술이 가진 섬세한 맛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번 주말, ‘위스키 체이서’로 맥주를 마셔보는 건 어떨까요? 먼 훗날, 누군가에게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 나는 위스키에 맥주를 체이서로 즐겼지…”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macduck@seoul.co.kr
  • 강남 3개 공공기관 강북 이전… 박원순표 강·남북 ‘상생’ 실험

    강남 3개 공공기관 강북 이전… 박원순표 강·남북 ‘상생’ 실험

    인재개발원, 강북구 영어 수유캠프로 옮겨 서울연구원은 은평, SH공사는 중랑구로 예정지 모두 시유지… 토지매입 부담없어인재개발원, 서울연구원,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서울시의 공공기관 세 곳이 한강 이북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난해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구 삼양동 ‘한 달살이’를 마치며 약속했던 ‘공공기관 강북 이전’이 본격 추진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 세 기관의 이전 예정지를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각 기관은 다음달부터 타당성용역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예산 편성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현재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인재개발원과 서울연구원은 강북구 ‘영어 수유캠프’와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로,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중랑구 신내2지구로 이전한다. 세 기관은 주변 지역과 연계성이 높지 않은 데다 청사 부족과 기능 분화 등으로 신·증축이 필요함에 따라 우선 이전기관으로 선정됐다. 수유 영어캠프 부지는 우이신설선 가오리역 등 교통 접근성이 비교적 양호하고 국립공원, 공익용 산지 등으로 둘러싸여 교육환경에 적합해 선정됐다.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북측 부지는 증가한 연구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데다 시청과의 접근성이 좋아 업무협력이 쉽다는 점이 주효했다. 서초동 부지는 오는 10월 용역을 실시해 도시 인프라 서비스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의 경우 당초 신내2지구와 도봉구 창동복합환승센터가 유력 후보였으나, 환승센터 부지는 GTX 노선과 연계한 광역복합개발이 계획돼 있는 반면 신내2지구는 장기간 미개발지인 만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결정됐다. 개포동 사옥은 매각한다. 이번 세 기관 이전 예정지는 모두 시유지라 토지매입비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시는 2024년쯤 세 기관의 이전이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모든 청사 및 투자·출연기관의 이전 가능성을 검토해 강남북의 지속적인 균형발전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그동안 행정 목적으로만 활용하던 청사를 지역주민과 소통·공유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구상한다. 박 시장은 “이번 계획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강북 이전에 시동을 걸었다”면서 “이전 기관이 지닌 장점과 지역의 특성을 연계해 지역 상생을 도모함으로써 성장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씨줄날줄] 이등병의 편지/이지운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등병의 편지/이지운 논설위원

    ‘이등병의 편지’는 대상이 이등병이기에 그 처연함이 더하다. 이별에서 시작해 분리, 생경, 소외, 고독, 고단, 집체, 타율, 공포 등이 가장 바특하게 버무려진 처지가 ‘이등병’이 아닌가 한다. 이 상황은 아무리 준비해도 ‘갑작스러운’ 일이기에 떠날 때도, 보낼 때도 애절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이등병마저도 특권으로 느끼게 하는 기간이 있다. 훈련병 시절이다. 훈련소는 (시대마다 달랐던) 몇 주간의 훈련 종료 하루 이틀 전 이병 계급장을 직접 손바느질로 달게 했다. 엄밀히 말해 계급조차 없는 ‘피교육생’의 신분을 벗어나 계급사회로의 진입을 자각하게 하는 하나의 의식이다. 계급의 바닥, 말단의 표시 ‘작대기’ 1개를 머리와 가슴에 달며 갖는 기쁨으로, 다음 작대기를 한 개 더 얹기까지 닥칠 일들을 잊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이등병 생활이 2개월로 줄었다. 전체 군복무 기간 단축에 따른 조치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군인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육군 및 해병대 기준으로 이병-일병-상병-병장의 복무 기간이 각각 2-6-6-4개월씩으로 정해졌다. 이병은 3개월에서 2개월로, 일병과 상병은 각각 7개월에서 6개월로 줄었다. 병장을 그대로 두고, 이병의 복무 기간에서 1개월을 줄인 것에서 ‘고생의 기간’을 줄이려 한 의도가 읽힌다. 아예 계급을 없앤다면. 소련과 중국 등 공산 국가가 ‘평등성’에 입각해 군 계급 체계를 철폐한 적이 있다. 결국 계급제로 되돌아왔다. 군대의 계급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사병의 군복무는 건국 후 36개월로 시작해 전두환 정부에서 30개월, 김영삼·김대중 정부 26개월, 노무현 정부 24개월 등으로 줄었다가 현 정권에서 18개월까지로 단축됐다. 이 과정을 ‘설움’을 삭이며 지켜보는 이들도 있다. 1969~1994년의 ‘방위병’ 출신들이다. 지금의 사회복무요원과 상근예비역은 당시의 방위병으로부터 분화했지만, 그 둘의 합이 방위병일 수는 없다. 사병의 ‘병장 전역’이 제도화된 전두환 정부 이래 ‘상병 (이하) 전역’은 조롱과 구박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 정도가 ‘신분제 사회’를 떠올릴 정도로 유별난 사람, 조직들도 적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에 ‘군’ 내역이 기재되던 때 주민증 내보이기를 주저하면 방위 출신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상병 전역으로 30년여년 놀림을 당하고 살았는데, 현역이 18개월이라니. 적어도 18방(18개월 방위)은 ‘현역’으로 바꿔줘야 한다”는 농담을 진담처럼 했던 18방 출신의 탄식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이등병의 편지는 입대 후 2개월까지만 유효하다. 편지는 이 시기 여전히 가장 간절한 구호품이겠지만, 그 애잔함도 그대로일까. jj@seoul.co.kr
  • 매장 밖에서 즐기는 ‘토다이’ 인기 메뉴..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 만족도 높여

    매장 밖에서 즐기는 ‘토다이’ 인기 메뉴..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 만족도 높여

    한식, 일식, 중식 등 다양한 전 세계 메뉴들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프리미엄 뷔페 브랜드 ‘토다이’가 매장뿐만 아니라 장소 제약 없이 고객들과 만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 본격 론칭에 나섰다. 토다이는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든 토다이의 인기 메뉴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홈파티 서비스, 도시락 배달 서비스, 케이터링(출장뷔페) 서비스를 본격 론칭했다. 이는 고객들의 편의를 높임과 동시에 포장, 배달 등의 서비스 도입 등 다각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외식 시장의 트렌드에 발맞춘 전략이다. 먼저 매장 밖 고객들을 위한 ‘케이터링’ 서비스는 토다이 인기 메뉴와 행사 성격에 어울리는 추가 메뉴로 구성되어 기업 세미나, 결혼식, 체육대회 등 특별한 행사에 적합한 서비스다. 프리미엄 뷔페 세트에는 초밥과 회, 궁중 갈비찜, 안심 찹스테이크 뿐만 아니라, 스페셜 메뉴인 BBQ스테이크 또는 참치 카빙 서비스 등 샐러드부터 메인, 디저트까지 약 50여 종의 메뉴를 제공해 풍성함을 자랑하며, 뷔페 세트뿐만 아니라 코스 메뉴도 구성돼 있어 폭넓은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집이 아닌 특정 공간에서 소규모 행사를 진행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한 ‘홈파티’ 서비스도 주목받는다. 메뉴 구성에 따라 베이직 라인과 프리미엄 라인으로 세분화되며, ‘씨푸드 샐러드’, ‘스프링롤’ 등 애피타이저부터 ‘초밥’, ‘쿵파우 치킨’, ‘소고기 큐브 스테이크’ 등 집에서 만들기 어려운 메인디쉬, 그리고 디저트까지 토다이 인기 메뉴를 알차게 구성했다. 프리미엄 코스를 선택하면 앞의 메뉴와 함께 훈제연어, 장어요리 등의 메뉴를 추가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지난 1일부터는 토다이 목동점, 반포점이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푸드플라이 등 배달앱에 입점, 토다이 도시락 3종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맛볼 수 있도록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지점도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콜핑, 2019 가을·겨울 시즌 스포츠 라인업 확대

    콜핑, 2019 가을·겨울 시즌 스포츠 라인업 확대

    콜핑이 ‘2019 가을·겨울 시즌 화보’를 통해 전문·세분화한 스포츠 라인 제품들을 선보였다. 스포츠 라인의 제품군을 다양화함으로써 아웃도어에서 인도어까지, 자연에서 도시로까지 아웃도어 영역을 넓혔다. 이번 스포츠 라인은 주로 블랙, 화이트, 그레이 등 모노톤의 색상을 활용해 만들었다. 모노톤의 도시적 컬러를 적용함으로써 액티비티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룩, 데일리룩으로도 입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는 게 콜핑 측의 설명이다. 콜핑 관계자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해 봄·여름 시즌보다 스포츠 라인의 제품들을 확대했다”며 “특히 편안한 액티비티를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고안·디자인함으로써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비즈 biz@seoul.co.kr
  • 日야당, “아베 정권 타도” 외치며 정권교체 연대 나섰지만…

    日야당, “아베 정권 타도” 외치며 정권교체 연대 나섰지만…

    1955년 일본 자유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창당됨으로써 이른바 ‘55년 체제’가 구축된 이후 64년간 자민당이 정치권력의 정점에서 내려와 있던 기간은 6년이 채 되지 않는다. 자민당은 1993년 8월~1996년 1월(2년 5개월), 2009년 9월~2012년(3년 3개월)을 제외하고는 늘 집권여당이었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변할 가능성이 없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정당별 지지도 여론조사를 보면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자민당과 공명당이 각각 37%와 4%로 41%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1%,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은 1%에 불과하다. 국민민주당의 경우 반올림을 안한 상태에서 지지율이 0%대로 나온 적도 있었다. 특히 전체의 32%에 이르는 ‘지지정당 없다·모른다’ 등 응답을 제외하고 지지정당이 있는 사람들의 응답만 갖고 다시 계산하면 집권여당 지지율은 60%에 이른다. 과거 야당 집권 시절의 실정(失政)에 넌더리를 냈던 기억이 일본 국민들의 머릿 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게 일반적으로 얘기되는 야당이 신뢰를 잃은 이유다. 이를 빌미로 아베 신조 총리는 ‘악몽과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공식석상에서 버젓이 구사하며 야권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가뜩이나 존재감 없는 야권은 최근 들어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을 놓고 분열되는 양상까지 내보였다.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을 위해 국민민주당과 협력할 뜻을 시사하자 국민민주당 대표가 즉각 반색을 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의 야권이 전열을 다시 가다듬고 새로운 차원의 연대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영원히 집권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위기감에서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와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공동으로 ‘회파’를 결성한다는 데 합의했다. 회파는 교섭단체를 말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함께 하는 의원그룹을 말한다. 현재 전체 465석인 중의원에서 입헌민주당은 70석을, 국민민주당은 39석을 갖고 있다. 전체 245석인 참의원에서는 각각 각각 32석과 21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 의석 수에 비하면 중의원, 참의원 모두에서 절반도 되지 않는다. 교도통신은 “두 정당이 가을 임시국회에서 거대 여당에 대항하려는 의도를 갖고 회파를 함께 결성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단일 회파 결성을 발표하면서 에다노 대표는 “국민민주당의 지혜로운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다마키 대표는 “자민당에 대항할 수 있는 선택지를 국민에게 제시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당의 뿌리는 일본의 정통 야당인 민주당과 이를 계승한 민진당에 있다. 정치적 이해관게와 이념성향의 차이 등으로 이합집산이 이어지다가 현재와 같은 구도로 분화됐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옛 민주당 세력이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향후 일본공산당과 사회민주당 등을 아우르는 야권연대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의 컬러가 달라 화학적 융합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수의 결집’을 명분으로 한 이질적인 조합의 회파가 얼마나 제 기능을 발휘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국민민주당은 0~1%대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나타나듯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보수 또는 진보의 사이에서 이념적 지향점이 모호하다는 게 1차적 이유다. 일본의 정치담당 중견기자는 “보수적인 유권자는 자민당을, 진보적인 유권자는 입헌민주당을 지지하는 양분 구도에서 이도 저도 아니라는 인식을 주고 있는 국민민주당은 설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민민주당이 아베 총리의 숙원인 헌법 개정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당장은 가장 큰 갈등의 불씨로 거론되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유전자 분석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EDGC 웰니스센터’

    ‘유전자 분석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EDGC 웰니스센터’

    유전자 과학이 실생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지난 19일, 개인 유전자 맞춤형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EDGC 웰니스센터가 오픈했다. 해당 센터는 텔로미어(Telomere)를 비롯한 다양한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맞춤형 운동, 피부관리 방법을 제시한다. EDGC 웰니스센터는 피부·두피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킨 오리진(Skin Origin)과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핏 오리진(Fit Origin)으로 구성됐다. 한 곳에서 피부관리와 개인 운동PT를 할 수 있어 시간이 부족한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스킨 오리진(Skin Origin)은 개인의 피부생체정보를 3차원 진단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분석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순히 유전자 분석만으로는 주기별로 변하는 피부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DNA 검사부터 후천적·인지적 요인에 따른 문진 검사, 스마트 뷰티 디바이스를 활용한 피부상태 측정까지 마친 후 비교 분석을 통해 복합적인 피부 진단을 한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약 20여가지의 스킨 및 두피 트리트먼트(treatment)와 스킨케어 앰플을 조합하여 맞춤형 피부관리를 실시한다. 기본적으로 4주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하는 피부상태를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피부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빅데이터로 관리하면 더욱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핏 오리진(Fit Origin)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토탈 바디케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먼저 유전자 분석을 위해 텔로미어, 마이젠플랜, 비만체형융합, 운동능력, 식습관 검사를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몸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체성분, 스트레스 등 9개 항목의 헬스케어 검사와 체형검사, 근골격계 검사가 이뤄진다. 각 검사 결과를 항노화·맞춤 유전체 전문가가 분석하고 개인별 유전적 취약 부분와 생활습관을 고려하여 운동과 식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운동 프로그램은 항노화PT, 마이젠 다이어트PT, 체형교정, 필라테스, 청소년 척추측만증, 비만, 자세교정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한편, 스킨 오리진과 핏 오리진은 대치동 미즈메디 병원에 자리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는 항목에 따라 다르지만 분석결과를 받아보기까지 최소 1~2주가 소요된다. EDGC(Eone diagnomics genome center)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유전체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의학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원다이애그노믹스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운동과 피부관리에 접목하기 위해 공동사업 파트너사인 피트나인(피트니스) & NOVU 코리아(스킨케어)와 함께 손잡고 DNA 검사, 분석 시스템, 운동·피부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EDGC 웰니스센터를 오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구보건대에서 세계 13개국 대학생 ‘한자리에’

    대구보건대에서 세계 13개국 대학생 ‘한자리에’

    대구보건대가 세계 13개국 대학생을 초청해 글로벌리더십 캠프를 개최했다. 미얀마·필리핀의 기업과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K-덴탈·K-푸드 현장실습 교육도 실시했다. 대구보건대는 캐나다,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한국 등 세계 13개국 13개 대학생 42명이 참가한 가운데 12일부터 19일까지 캠프를 진행했다고 20일 밝혔다. 참가학생들은 해외 대학생 2명과 한국 학생 1명이 그룹이 되어 함께 생활하고, 프로그램마다 팀원들을 달리하며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다양하게 사귀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 다양성에 대한 자극과 이해, 그리고 성장’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캠프에서 학생들은 초청특강, 글로벌 주요 이슈를 주제로한 조별 토론, K-POP댄스, 한국문화와 전통요리를 했다. 또 대구·부산투어와 인근 지역 주요 관광지도 둘러보았다. 17일에는 대구 동구 자유재활원에서 자원봉사와 시설견학, 장애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따뜻한 시간도 가졌다. 캠프를 참가한 캐나다에서 온 제시카 피셔(24·여)씨는 “이번 캠프 참가로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목표의식을 가지게 됐고, 향후 학업의 방향과 진로설계를 위한 동기부여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K-덴탈·K-푸드 실습 교육을 위해 미얀마의 치과기공 기업과 필리핀 학생 2그룹의 방문도 이어졌다. 이들은 대구보건대가 제공한 온라인 교육컨텐츠를 이수하고 현장실습을 위해 대구보건대학을 찾았다. 미얀마 현지 치과기공회사 라온 컴퍼니(Raon Company)에서는 대표와 직원 5명이 7월 15일부터 1주간 치과기공 현장실습 교육을 받았다. 필리핀 파이스턴대학교 관광호텔경영과 학생 15명도 7월 22일부터 대구보건대의 K-푸드 과정인 비빔밥, 김치, 불고기, 해물파전, 잡채, 김밥 등 조리법에 대한 실습교육을 받았다. K-덴탈 실습교육에 참가한 라온 컴퍼니 소속 직원 줄리안 탕(32)씨는 “대구보건대학 치과기공 커리큘럼의 세분화된 시스템과 우수한 물리적 환경은 상상할 수 없었던 큰 감동이었다”며 “짧은 교육이었지만 우리에게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한 대학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행사를 주관한 김경용 (53)대구보건대 국제교류원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이 대구보건대학교를 많이 찾을 수 있도록 국제협력프로그램 활성화를 꾀하고 글로벌 캠퍼스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개인정보 유출 불안한데… 밴사 ATM 보안관리 ‘허술’

    개인정보 유출 불안한데… 밴사 ATM 보안관리 ‘허술’

    3개 밴사, 4개 항목 모두 ‘일부 미흡’ 2017년 악성코드 감염 때보다 악화 법적으로 금융당국 관리·감독 ‘사각’ 사고 발생 땐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은행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줄이는 틈을 타 편의점과 지하철역 등을 중심으로 급증하는 밴(VAN·부가통신) 사업자 운영 ATM의 보안관리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밴사 ATM은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19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밴사에 대한 은행 자체 보안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ATM을 운영하는 6개 밴사를 상대로 실시한 보안점검 결과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점검 대상의 절반인 3개 밴사는 ▲관리적 보안 ▲물리적 보안 ▲네트워크 보안 ▲단말기 보안 등 4개 항목 모두에서 ‘일부 미흡’ 평가를 받았다. 2개 밴사는 3개 항목에서, 나머지 1개 밴사는 2개 항목에서 ‘일부 미흡’ 지적이 나왔다. 은행들은 지난 4월에도 개선 여부를 점검했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취약점이 남아 있어 올해 보안 점검 때 이를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청호이지캐쉬 ATM 기기 63대가 악성코드에 감염돼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를 계기로 시중은행들은 주기적으로 밴사 ATM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아닌 은행이 나선 이유는 법적으로 금융 당국의 직접적인 감독과 제재 권한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밴사 ATM의 보안관리 실태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났던 2017년보다 더 악화됐다. 2017년 3월 당시 7개 밴사를 상대로 실시한 긴급 보안점검 결과 4개사는 5개 항목 전부에서 ‘양호’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점검 항목은 ▲CD·ATM 인터넷 차단 ▲백신 배포 서버 인터넷 차단 ▲백신 무결성 검증 ▲최신 백신 업데이트 ▲개인정보 저장 여부 등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청호이지캐쉬는 당시 2개 항목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은행은 점검 항목을 4개 부문 55개 항목으로 체계화·세분화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보안원 전자금융보조업자 보안관리협의회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점검 항목을 정하다 보니 점검 과정이 허술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은행들은 밴사로부터 수수료 수입의 일부를 받아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라 적극적으로 보안 문제에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안이 취약한 밴사 ATM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 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 의원은 “금감원은 은행에 보안 점검을 맡겨 두고 보고도 제대로 받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밴사와 계약 관계인 은행이 중립적으로 철저하게 점검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안 문제의 심각성 여부를 떠나 ATM 서비스가 금융서비스라는 금감원의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17년간 ‘자신의 쌍둥이’를 뱃속에 품고 산 印소녀 사연

    17년간 ‘자신의 쌍둥이’를 뱃속에 품고 산 印소녀 사연

    몇 년간 17살 소녀에게 극심한 복통을 안긴 ‘정체’가 밝혀졌다. 영국의학저널(BMJ) 최신호에 실린 사례의 주인공은 인도에 살고 있는 17세 소녀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소녀는 지난 5년여 간 알 수 없는 복통에 시달렸고, 배가 임신부처럼 점차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보였다. 뒤늦게야 병원을 찾은 소녀는 의료진으로부터 충격적인 진단을 들었다. 복통을 유발한 원인은 소화기관의 문제가 아닌, 태어나지 못했던 소녀의 쌍둥이로 밝혀진 것. 의료진에 따르면 소녀의 복부에서 발견된 것은 미쳐 세상에 나오지 못한 쌍둥이의 기형 신체 일부이며, 이 신체 일부에는 쌍둥이의 조직과 세포 일부가 모두 포함돼 있었다. 특히 척추뼈와 늑골 등의 뼈로 추정되는 조직도 함께 발견됐다. 실제로 CT 검사 결과 뼈의 주 성분인 칼슘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여기에는 머리카락과 여러 개의 치아로 추정되는 조직도 포함돼 있었다. 의료진은 이 10대 소녀가 기형종 증상을 보인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자궁에서 나란히 발달하기 시작한 기형 쌍둥이가 더이상 발달하지 못하고 이 소녀의 몸에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증상을 기형종으로 진단하는데, 기형종은 수정란이 자궁 내막에 착상 후 초기 세포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신체 조직(모발, 신경, 뼈, 단백질 등)이 만들어지는 세포에서 분화한 종양을 뜻하며 ‘테라토마’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흔히 남성에게 나타나며, 어린 시절 이후에 발견되는 사례는 비교적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 산모 50만 명 중 1명 꼴로 증상이 발생한다. 해당 사례를 발표한 전인도 의학연구소(All India Institute of Medical Sciences) 측은 “이 소녀는 쌍둥이의 신체 일부가 흡수된 것으로 밝혀진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다”면서 “수술을 잘 마친 뒤 현재는 건강을 회복한 상태”라고 밝혔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백색국가서 일본 제외’ 개정안 오늘 행정예고…9월 중 시행

    ‘백색국가서 일본 제외’ 개정안 오늘 행정예고…9월 중 시행

    성윤모 산자 “일본 협의 요청시 언제든 응할 준비”일본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한국을 빼는 2차 경제보복을 지난 2일 단행한 가운데 정부가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14일 행정예고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날 국민참여입법센터에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20일간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받을 예정이다. 의견수렴 마감 시한인 9월 2일이 지나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오는 9월 중 개정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시행한다. 개정안은 전략물자 수출지역을 기존 가, 나 지역에서 가의1, 가의2, 나 지역으로 세분화하고 신설되는 가의2 지역에 적용되는 규정에 관한 내용이 담긴다. 백색국가인 가의1 지역은 기존 가 지역 29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28개국이 들어간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에 대한 포괄허가를 허용하는 등 가 지역과 동일한 규정이 적용된다. 가의2 지역에 들어가는 국가는 현재로선 일본이 유일하다. 가의1 지역처럼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했지만 기본원칙에 어긋나게 제도를 운용하거나 부적절한 운용사례가 꾸준히 발생한 국가가 앞으로 가의2 지역에 포함된다.가의2 지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를 적용하되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허가 심사는 면제해준다.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는 전략물자의 수출입 통제에 관한 사항을 정해 국제평화, 안전유지 및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부는 일반적으로 해마다 1회 이상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개정하며 최근 개정한 것은 지난해 10월 1일(시행일 기준)이다. 의견을 개진하고 싶은 사람 혹은 기업은 산업부 무역안보과로 서한 또는 팩스를 발송하거나 국민참여입법센터 온라인 의견수렴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된다. 앞서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고시했을 당시 일본에서는 4만여건의 의견이 모였다. 정부는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과 관련해 일본 정부에도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놨다.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12일 고시 개정을 발표하면서 “일본이 의견수렴 기간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이 한국 정부의 대화 요청에 꾸준히 불응하고 있는 만큼 공식 의견서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본 아베 정부는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지난달 4일 한국의 주력수출품목인 핵심 반도체 소재 3종 등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보복을 감행했다. 이후 이달 2일 화이트리스트 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추가 경제보복을 시행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6억~9억 주택 취득세율 100만원 단위로 쪼개 허위신고 막는다

    6억~9억 주택 취득세율 100만원 단위로 쪼개 허위신고 막는다

    8억 주택 취득세율 2%→2.33% 적용 산업단지 등 입주기업 감면 3년 연장 신성장분야 기업 연구소 감면 10%P↑ 자동차세 10회이상 체납 땐 면허 정지 일자리 창출·지역경제 활력 회복 기대정부가 주택 거래가격 허위신고를 막고자 6억~9억원 주택의 취득세율을 세분화한다. 일본 수출 규제를 이겨내기 위해 산업단지와 지식산업센터 입주기업에 대한 지방세 감면을 연장하고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기업 연구소에 지방세를 추가로 줄여 준다.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상습 체납하면 운전면허를 정지시키고 고액 체납자에게 감치명령(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명령)을 내린다. 행정안전부는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4개 지방세 관계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13일 밝혔다. 관계법률은 지방세기본법과 지방세징수법, 지방세법, 지방세특례제한법이다. 개정안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력 회복을 위해 기업 지원 관련 감면을 적극적으로 확대·연장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현재 주택 취득세율은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 3% 등이다. 주택거래 시 세금을 덜 내려고 세율 변동구간 직전 가격인 5억 9000만원이나 8억 9000만원 등으로 허위신고하는 사례가 다수 나타난다. 이에 6억∼9억원 구간의 주택 취득세율을 100만원 단위로 쪼개 ‘문턱 효과’를 없앤다. 예를 들어 7억원 주택은 기존 2%에서 1.67%를 적용받아 취득세 납부액이 줄어든다. 7억 5000만원 주택은 2%로 변동이 없다. 8억원 주택은 2.33%가 적용돼 취득세가 늘어나는 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구간의 주택 거래 빈도가 높기 때문에 새로운 취득세율을 적용하면 전체 세수는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부품·소재 분야를 포함한 중소·벤처기업이 입주한 산업집적 기반시설에 대한 감면도 연장·확대한다. 당초 산업단지·지식산업센터·물류단지 입주기업에 대한 취득세·재산세 감면 혜택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 등을 고려해 3년을 연장한다. 일본 경제보복 최전선에 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기업 부설연구소에 대한 취득·재산세 감면 비율도 현행 35%에서 45%로 10% 포인트 올린다. 일본의 3대 수출규제품목인 포토 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아미드가 포함된다. 불화수소는 기획재정부 법령 개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적용된다. 또 전기·수소차 취득세(140만원 한도) 100% 감면 혜택을 2년 연장하고 여객운송사업용 전기·수소버스 취득세(현재 50% 감면)도 100% 감면해 준다. 고액·상습체납자를 최대 30일까지 유치장 등에 가둬 체납징수 실효성을 높인다. 자동차세를 10회 이상 체납하면 운전면허를 정지시켜 제재를 확대하기로 했다. 행안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일몰 도래 감면사항 97건 가운데 54건 현행 연장, 3건 확대, 40건은 축소·종료된다고 설명했다. 고규창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방세를 걷어서 지역경제에 되돌려 주려면 시차가 발생한다. 지방세 자체를 감면해 선제적으로 지원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세종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임대아파트 공실 청년 주거공간 활용을”

    “지역 청년 주거문제 해결과 공동체문화 재생을 위해서 지역의 영구 임대아파트 공실을 청년 주거공간으로 바꿔서 이를 확산시키면 어떨까요.”, “스마트폰 뒷면에 비상버튼을 설치해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주세요.” 정부의 온·오프라인 정책 제안 플랫폼인 광화문1번가 열린소통포럼이 처음으로 지역 현장에서 열린다. 행정안전부와 광주시, 광주시민권익위원회는 13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에서 ‘찾아가는 현장포럼’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이 포럼은 국민과 공무원이 한자리에 모여 정책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열린소통포럼의 지역 행사다. ‘광주 시민이 제안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을 주제로 그간 논의된 시민 제안 가운데 지역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마을자치와 일자리, 마을공동체 재정운영, 청년주거, 여성안전, 복지 공공성 등 5가지를 다룬다. 시민 제안 발표 뒤 주제별 토론을 벌인다. 지역단위 시민사회단체·지자체와 정부 유관기관이 직접 배석한다. 이 포럼은 광화문1번가 국민참여플랫폼(gwanghwamoon1st.go.kr)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생중계된다. 국민 누구나 오프라인 포럼에 참석할 수 있다.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며 실시간 댓글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광화문1번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7년 5~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산하 조직인 국민인수위원회에서 운영한 정책 제안 플랫폼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책 쇼핑몰’을 내걸고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 선거 운동에서 선보인 ‘문재인1번가’가 모태다. 광화문1번가의 민원 기능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분화되고 정책토론 기능은 ‘열린소통포럼’으로 재개편됐다. 열린소통포럼은 정부서울청사 별관 1층에서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열린 정책토론을 진행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한국도 백색국가서 日 뺐다

    한국도 백색국가서 日 뺐다

    日에 ‘받은 만큼 대응’ 분명한 메시지 김현종 “국내 영향 전략물자 손 한줌”우리 정부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우리의 맞대응 조치여서 한일 간 경제전면전이 본격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 브리핑을 갖고 기존 고시상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하고 일본을 가에서 가의2로 재분류했다고 밝혔다. 사용자 포괄허가의 경우 가의1 지역엔 허가하지만 가의2에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다. 개별허가 신청 서류와 심사 기간이 가의1보다 늘어난다. 개정안은 20일간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다음달 초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성 장관은 “의견 수렴 기간에 일본 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언제 어디서건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의 여지를 내비쳤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우리에게 진짜 영향을 미치는 전략물자는 ‘손 한줌’”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중순 미국에 들렀을 때 한일 관계를 중재해 달라는 요청을 하지 않았다. 도와달라고 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문 대통령에 막말’ 일 차관 “일본 백색국가 제외는 WTO 위반”

    ‘문 대통령에 막말’ 일 차관 “일본 백색국가 제외는 WTO 위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문제삼으며 한국을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대상국 명단)에서 배제한 일본을 우리 정부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고 12일 발표했다. 그러자 일본 외무성의 부대신이 한국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사토 마사히사 일 외무성 부대신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한국의 조치가) 일본의 수출관리 조치 재검토에 대한 대항조치라면 WTO 위반”이라면서 “(한국의 조치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관급 인사인 사토 부대신은 지난 2일 BS후지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일본 정부의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비판한 것에 대해 “‘도둑이 뻔뻔하게 군다’(적반하장)는 품위 없는 말을 쓰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문 대통령이) 무례하다”고 말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이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설명하며 기존 고시상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와 ‘가의2’로 세분화해 일본만 따로 ‘가의2’로 재분류했다고 밝혔다. ‘가의2’로 분류된 국가는 ‘가의1’로 분류된 국가보다 개별허가 신청 서류와 심사기간이 더 길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가 “국내법·국제법적으로 적법하게 진행됐다”면서 “향후 WTO 제소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 외무성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사토 부대신과는 별도로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과잉 반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NHK는 “한국의 조치 이유와 구체적인 내용 등을 확인한 뒤 대응하고 싶다”면서 “(한국의 조치로) 당장 큰 영향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만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다른 외무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했다. NHK는 이날 한국 정부의 발표를 전하면서 “한국 기업이 일본에 수출할 때 심사에 필요한 서류의 수가 늘어나거나 심사 기간이 연장되는 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부, 광복절 사흘 앞두고 ‘日 백색국가 제외’ 맞불

    정부, 광복절 사흘 앞두고 ‘日 백색국가 제외’ 맞불

    정부가 광복절을 3일 앞둔 12일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했다. 정부는 연례적으로 해오던 수출통제 체제 개선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조치에 상응하는 ‘맞불’ 조치로 해석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현행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상 백색국가인 ‘가’ 지역을 ‘가의1’과 ‘가의2’로 세분화한다면서 기존 백색국가는 가의1로 분류하고 이번에 백색국가에서 빠진 일본은 가의2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신설되는 ‘가의2’ 지역에는 4대 국제수출통제 가입국가 중 국제수출통제 원칙에 맞지 않게 수출통제제도를 운영하는 국가가 포함될 것”이라며 “이번 고시개정안에는 일본이 가의2 지역으로 분류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한국의 백색국가는 29개국으로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오스트레일리아그룹(AG),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가 대상이었지만 일본을 제외하면서 28개국이 됐다. 가의2 지역에 대한 수출통제 수준은 원칙적으로 기존 4대 수출통제에 가입하지 않은 ‘나’지역의 수준을 적용하게 된다. 다만, 개별허가 신청서류 일부와 전략물자 중개허가는 면제할 계획이다. 기존 가 지역은 사용자포괄수출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나 지역은 개별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북한(제3국 경유 재수출에 한함), 중국 등 나머지 나라는 나 지역에 속한다. 자율준수기업(CP)에 내주고 있는 사용자포괄허가는 가의1 지역에서는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가의2 지역에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한다. 또 일본이 앞으로 개별수출 허가를 받으려면 절차가 좀 더 까로워진다. 가의2 지역은 제출 서류가 5종으로 가의1 지역 3종보다 많아진다. 심사 기간도 가의1 지역은 5일 이내지만 가의2 지역은 15일내로 늘어나는 등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그래도 이 같은 허가 처리기간은 일본의 ‘90일 이내’보다 훨씬 짧은 수준이다.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은 통상적인 고시개정 절차에 따라 20일간의 의견수렴, 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9월중 시행될 예정이다. 성 장관은 “의견수렴 기간에 일본정부가 협의를 요청하면 한국 정부는 언제, 어디서건 이에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부 박태성 무역투자실장은 “해마다 1~2차례 수출통제체제를 보완·개선해왔다”며 “기존에 4대 수출통제체제 가입 여부로만 지역을 분류하던 것은 제도 운용상 문제점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바꾸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일 일본이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가결하자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일본이 3대 품목 수출제한을 하듯 같은 방법으로 반도체 등 특정 한국제품을 지목해서 대일수출에 제한을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일본이 우리에게 하던 방식으로 똑같이 맞대응 하는 차원이 아니다”라면서 “다만 향후 제도 운용상 문제가 발견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비잔티움 꽃피운 문명의 용광로… 500년간 멈추지 않는 오스만의 심장

    비잔티움 꽃피운 문명의 용광로… 500년간 멈추지 않는 오스만의 심장

    200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오르한 파무크는 자신의 책 ‘이스탄불-도시 그리고 추억’에서 이스탄불을 이렇게 말했다. 파무크는 ‘내 이름은 빨강’, ‘순수박물관’, ‘새로운 인생’ 등을 쓴 터키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로 지목하며 “문화들 간의 충돌과 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파무크는 터키 작가라기보다 이스탄불 작가라는 게 맞다. 스스로도 “나는 이스탄불 소설가”라고 말한다. 이스탄불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그는 현재까지 발표한 여덟 편의 장편소설 중 ‘눈’(雪)을 제외한 모든 작품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썼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스탄불을 이렇게 말한다.“내 어린 시절의 이스탄불이 내게 불러일으킨 강렬한 비애의 감정의 원천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역사나 오스만제국의 몰락이 가져온 결과뿐만 아니라 이 역사가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아야 할 것이다.”그의 말대로 이스탄불은 오스만제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그 영향력을 뻗었던 나라 오스만튀르크. 지금 그 땅에는 그 문명과 기독교, 이슬람교가 오랜 시간 뒤엉킨 흔적이 남아 있다. 실크로드 상인들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도시였던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물 교류의 중심점이었다. 고대 히타이트부터 시작해 프리지아, 우라티아, 리디아와 로마문명,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이 녹아든 곳이 바로 터키다. 그래서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터키를 두고 ‘인류 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박물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이스탄불의 시작은 기원전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의 통치자 비자스는 오랜 기도 끝에 ‘눈먼 땅에 새 도시를 건설하라’는 델피 신전의 신탁을 받는다. 이 의미를 깨닫기 위해 고심하던 비자스는 보스포루스 해안 맞은편의 언덕과 마주친 순간 무릎을 치게 된다. 보스포루스해협과 마르마라해, 에게해, 이 세 바다가 만나는 천혜의 요새에 세상의 절경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미처 보지 못했던 언덕 위에 비자스의 도시 비잔티움이 태어나는데, 이것이 바로 이스탄불의 시작이다. 하지만 도시의 운명은 순탄치 않았다. 서기 330년에 로마의 콘스탄틴 대제가 수도를 로마에서 이곳으로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200년에는 십자군의 침략을 받고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초토화된다. 그러다가 1453년에 비잔틴 제국이 무너진 후 술탄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오스만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스탄불은 6세기에 이미 인구가 50만명, 9세기에는 100만명이 넘었던 거대도시였다. 지금의 인구도 1200만명에 달한다. 그리고 해마다 평균 20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든다. 이런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바로 아야소피아 성당이다. 세계 4대 교회 건축물 중 하나다. 이 성당이 처음 지어진 것은 4세기인데, 이스탄불이 콘스탄티노플이란 이름으로 동로마(비잔틴제국)의 수도로 번영을 구가하던 시기였다. 인부 1만명을 동원해 5년에 걸쳐 지었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약 900년 동안 동방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며, 1593년 성베드로 대성당이 들어서기 전까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성당이 건립되었을 당시 이름은 하기아소피아인데, 터키 사람들은 아야소피아라고 부른다. ‘성스러운 지혜’라는 뜻. 현재 이스탄불에 있는 성소피아 성당은 532년 반란으로 파괴된 것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다시 지은 것이다.아야소피아 성당은 고난이 많은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십자군 전쟁 때는 십자군들의 약탈 대상이 됐고,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는 이 성당에서 밀려오는 튀르크 군을 바라보며 화염 속에 몸을 던져 자결하기도 했다. 메흐메트 2세는 이스탄불을 점령하고도 성당을 파괴하지는 않았다. 다만 1453년부터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되면서 종, 제단 등은 제거됐고 기독교 풍의 모자이크는 회반죽으로 덮었다. 이후 터키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케말 파샤(아타튀르크)가 정교 분리 원칙에 따라 이곳을 박물관으로 바꾸면서 아야소피아는 고난의 시대를 마감했다. 성당 내부에는 코란의 경전을 새긴 금문자와 최근에 복원한 성화가 있는데, 그것들이 파란만장했던 이스탄불의 역사를 웅변할 뿐이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거쳐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장엄한 분위기와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한다. 드높은 천장의 화려한 모자이크는 보는 이의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중앙 돔의 높이가 자그마치 55m에 지름이 31m다. 돔에는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성화가 그려져 있고 양옆에는 커다란 원반에 이슬람을 상징하는 금색 문자가 나란히 걸려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혼재하는 것이다. 2층 회랑에서는 곳곳에 자리한 모자이크 성화를 눈여겨보자. 비록 많이 훼손됐지만 정교함과 화려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야소피아 성당의 개장식 때 황제가 내부의 화려함을 보고는 “오,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을 이겼소”라고 소리쳤을 정도였다.아야소피아와 마주한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는 오스만 제국의 14대 술탄 아흐메트 1세가 17세기에 세운 이슬람 사원이다. 직경 27.5m의 커다란 중앙 돔과 이 돔을 받치고 있는 작은 돔으로 지붕이 이뤄져 있다. 웅장한 외관에 걸맞게 첨탑 미너렛이 여섯 개 서 있다. 당시 술탄이 모스크의 미너렛을 황금으로 짓도록 했는데 자금이 부족하자 건축가가 황금(알튼·altin)과 숫자 6(알트·alti)의 발음이 비슷한 것에 착안해 황금 대신 미너렛을 여섯 개 세웠다고 한다. 내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2만 개 이상의 파란색 타일과 260개 파란 유리창이 푸른 빛을 띠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이로 인해 블루 모스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그랜드 바자르다. 바자르는 중앙아시아의 도시마다 있는 시장을 뜻하는데 이스탄불에 있는 그랜드 바자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자르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하다. 역사는 무려 500년에 달한다. 현재 무려 5000개의 상점들이 몰려 있는데 보석과 장신구에서 화려한 터키의 그릇, 조명, 가죽류, 입맛을 유혹하는 터키식 젤리, 향신료, 액세서리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그랜드 바자르의 모든 입구에는 번호가 쓰여 있는데 내가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고 싶다면 꼭 이 번호를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워낙 큰 시장이다 보니 어느 입구로 나오느냐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번호를 모르면 길을 헤매기 십상이다. ‘지중해기행’을 쓴 동화작가 한스 안데르센은 “콘스탄티노플에 가면 꼭 그랜드 바자르를 보고 와야 한다. 이 도시의 심장부가 거기 있다”고까지 했다. 파무크의 이스탄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어볼 만한 책은 ‘순수박물관’이다. 2008년작으로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소설이다. 한 남자가 단 44일 동안 사랑을 나눈 한 여자를 평생 동안 사랑하면서, 그녀와 관련된 추억을 간직한 물건들을 모으고, 결국 그 물건들을 전시할 박물관을 만들고, 그 이야기를 책으로 쓴다는 내용이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이해했더라면, 절대로, 그 행복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깊은 평온으로 내 온몸을 감쌌던 그 멋진 황금의 순간은 어쩌면 몇 초 정도 지속되었지만, 그 행복이 몇 시간처럼, 몇 년처럼 느껴졌다.”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내내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를 아주아주 사랑하면, 그를 위해 우리의 가장 귀중한 것을 내주어도 그로부터 해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 희생은 바로 이런 거야.”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파무크가 진짜로 이 순수박물관을 만들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파무크는 작품을 쓰기 전에 이미 ‘순수박물관’의 배경이 될 공간을 구입했으며, 자신이 직접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 박물관에는 소설의 각 장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이 하나의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작가에게 이스탄불은 애증이 교차하는 도시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이스탄불을 이렇게 한탄하곤 했다. “몰락하여 붕괴된 제국의 잔재, 잿더미 아래서 무기력, 빈곤 그리고 우울과 함께 퇴색되며 낡아가는 이스탄불에 태어났기 때문에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곤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스탄불을 사랑하는가 보다.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하니까. “삶이 그렇게 최악일 수는 없어. 여전히 보스포루스로 산책 나갈 수 있으니까.” [여행수첩]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 직항편을 주 11회 왕복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30분. 시차는 한국보다 6시간 늦다. 통화는 리라(YTL)를 사용한다. 1리라에 약 240원이다. 물가는 저렴한 편이다. 터키 사람들이 즐겨 먹는 빵 시미트가 1.5리라(약 400원) 정도다. 터키 음식은 프랑스,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요리로 불린다. ‘케밥’은 ‘구이’라는 뜻으로 물이 풍부하지 않은 유목생활에서 비롯된 음식이다. 케밥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긴 쇠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구워 먹는 요리를 떠올리는데, 사실 육류를 불에 구워내는 것은 모두 케밥이다. 케밥은 지역, 굽는 방식, 그리고 육류에 따라 수없이 분화돼 오늘날 터키 케밥의 종류는 200~300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란은 터키의 국민 음료다. 요구르트에 물을 섞어 희석한, 묽은 요구르트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흔히 터키시 딜라이트라고 부르는 로쿰은,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그 달콤함으로 여행의 모든 피로와 근심을 잊게 해 준다. 이스탄불 히포드롬 광장 북쪽에 자리한 ‘요리사 셀림의 쾨프테집’은 터키식 떡갈비 ‘쾨프테’로 유명하다. 터키항공은 환승객을 위해 ‘투어 이스탄불’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환승을 위해 6~24시간 머무르는 레이오버 승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무료 관광프로그램이다. 현지 가이드와 버스가 제공되고 아침·점심 식사가 포함돼 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그런데 허브가 꼭 있어야 하나요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그런데 허브가 꼭 있어야 하나요

    가끔 조리법을 물어오는 이들이 있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웠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집에서 코코뱅(프랑스식 와인 닭찜)을 하려는데 로즈메리나 타임이 꼭 필요하냐’는 국경을 뛰어넘는 존재론적 물음부터 ‘바질 페스토에 생바질 말고 말린 바질을 써도 되느냐’ 같은 꽤 난처한 질문도 해온다. 질문의 요지는 ‘레시피를 보니 허브를 넣으라고 하는데 꼭 있어야 하느냐’로 수렴된다.질문을 주신 분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막상 구하려니 없고, 그렇다고 안 넣자니 찜찜하고. 나 역시 혼자 요리를 해보겠다고 끙끙거릴 때 가졌던 궁금증이기도 하다. 대체 허브는 요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래. 허브는 향을 내는 풀로 굳이 한자로 풀자면 ‘향초’다. 향신료의 범위에 넣기도 하지만 우리가 향신료 또는 스파이스라고 부르는 후추, 계피, 육두구 등은 식물의 말린 씨앗이나 가지, 줄기, 열매 등이지만, 대개 허브라고 하면 아직 푸른빛을 유지하고 있는 잎이나 꽃을 의미한다. 이제는 우리에게 친숙해진 타임, 오레가노, 로즈메리, 세이지, 민트, 바질 등이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허브다. 허브는 요리에 쓰이기 훨씬 이전부터 약초로 이용했다. 허브에서 풍겨오는 강한 향은 접근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그만큼 독성도 강한데 소량 사용하거나 섭취하면 문제가 없지만, 많은 양이나 에센스의 경우 피부를 태워버릴 정도로 독하다.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문자 그대로 잘 쓰면 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 되는 셈이다. 다행히 우리가 식용으로 사용하는 허브 대부분은 품종개량을 거쳤으니 걱정은 놓으시라.의학과 주술, 종교가 혼재했던 고대에서 허브는 약사나 사제의 사랑을 받았지만 요리 재료로 쓰면서 더 많은 사람의 애정을 받는 존재가 됐다. 고대와 중세까지만 해도 후추 같은 향신료는 값이 무척 비싸고 귀해 아무나 음식에 넣을 수 없었다. 서양 음식에 허브를 왜 넣느냐는 질문의 대답 중 하나는 ‘너무 흔해서’다. 지금도 유럽 시골 주변에 널리 무심히 피어 있는 풀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허브인 경우가 많다. 값비싼 향신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게 바로 허브였다. 특유의 감미롭고 알싸한 향으로 단조로운 식사에 입맛을 돋우는 양념재료로 유럽인들의 삶 속에 자리잡은 것이다. 요리를 통해 음식을 섭취하는 건 인류의 공통적인 행위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문화권마다 다르다. 음식은 한 문화를 구분하는 잣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식문화는 국경보다 주 경계, 도 경계에서 더 많은 차이를 보일 때가 있다. 우리 눈에는 모든 프랑스 사람들이 같은 음식을 먹고 있을 것 같지만, 안에서는 지역에 따라 음식 양식이 세분화했다. 프랑스지만 독일에 가까운 알자스 지방에서는 독일 음식과 유사한 음식이, 지중해에 접한 프로방스 지방에서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음식에 가까운 지중해 음식 양식이 나타난다. 식문화 구별의 잣대는 음식의 형태나 종류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허브나 향신료도 같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특정 문화권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허브와 향신료 조합은 음식의 정체성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음식에서 레몬그라스, 라임, 타이 바질이 들어가면 우리는 태국 음식임을 직감하고, 오향, 마라, 팔각 등의 향을 느끼면 중국식이라는 걸 알아챈다. 프로방스에서는 아예 프로방스 허브라고 해서 지역을 대표하는 허브 믹스가 따로 존재한다. 타임, 마조람, 회향, 바질, 로즈메리, 라벤더를 섞은 프로방스 허브는 고기, 생선, 야채 요리 등에 사용한다. 이 허브 믹스가 들어간 요리를 먹은 프랑스 사람들은 ‘아 프로방스 음식이구나’라고 금방 눈치챌 수 있다고 한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음식에 꼭 허브를 넣어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온전히 요리하는 사람의 의지에 달렸다. 허브를 사용하면 음식에 훨씬 풍부한 향미를 준다. 조리 중에 넣어 음식 전체에 은은한 맛과 향을 불어넣을 수 있고, 마지막에 사용해 상쾌한 허브향을 줄 수도 있다. 대부분 허브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경우지만 어떤 요리에서는 허브의 향미가 전부일 수 있다. 바질 페스토를 만들려는데 싱싱한 생바질이 없으면 곤란하지 않은가.허브가 음식에 주는 역할과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반드시 특정 허브여야만 할 필요는 없다 는 발상의 전환도 좋다. 창의력은 결핍에서 나오는 법. 냉장고를 열거나 시장에 가서 어떤 식물이 향이 강한지 살펴보고 허브를 대체할 만한 재료를 찾아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 강남시대를 연 제3한강교… 서울의 생명줄이 흐른다

    강남시대를 연 제3한강교… 서울의 생명줄이 흐른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5회 한강 밤마실(동호에서 반포까지)’ 편이 지난 3일 한강공원 잠원 및 반포지구에서 열렸다. 장마와 불볕더위를 피해 오후 6시부터 진행하는 혹서기 야간투어 프로그램의 두 번째 순서였다. 폭염과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40여명의 참석자는 압구정역 6번 출구에 어김없이 집결했다.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어서 집결 장소를 지하역사 안으로 변경한 데다 3호선 전철이 신호장애로 연착해 일부 참가자가 지각하는 소동이 빚어졌지만 무사히 함께 모여 출발할 수 있었다. 투어는 압구정 현대백화점과 동호대교 사이 육교를 타고 올라가 동호대교 아래에 이르는 아슬아슬한 다리 체험으로 시작됐다. 동호대교~한남대교를 거쳐 반포대교와 잠수교로 이어지는 야경을 바라봤다. 달빛무지개분수쇼는 장관이었다. 한강공원 잠원~반포지구에서 강 건너 남산과 한남동 일대에 펼쳐진 한강 북쪽의 경관을 즐겼다. 해설을 맡은 이준섭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강과 한강다리에 얽힌 스토리를 꼼꼼하게 짚었다. 사전에 보내 준 답사노트는 호평을 받았다.서울 강북 사대문 안이 ‘조선의 수도’였다면 강남은 ‘대한민국의 수도’라고 말할 수 있다. 제3한강교(한남대교)는 강남 탄생을 알린 기념비적인 다리다. 1969년 12월 25일 이 다리가 준공되면서 서울의 폭발적 확장을 예고했다. 제3한강교는 경부고속도로·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함께 강남시대를 연 ‘삼총사’였다. 1985년 한남대교로 이름을 바꾼 이 다리는 본래 한강대교라고 명명해야 옳았다. 다리가 놓인 조선시대 나루가 한강나루~새말나루(사평나루) 구간의 한강진(한강나루)이기 때문이다. 한강나루는 조선시대 한강에 있던 20여개의 나루 중 ‘서열 1위’였다. 1900년에 건립된 인천~서울역 간 한강철교와 1917년 일제 경제 침탈용으로 지어진 제1한강교(한강대교)가 이름을 선점하는 바람에 쪼그라들었다. 왜곡된 지명의 역사를 다시 바로잡을 기회가 있다면 한강대교는 노량대교, 한남대교는 한강대교라고 제 이름을 찾아 줘야 한다. 용산구 한남동과 강남구 신사동을 연결하는 한남대교는 지금도 한강의 모든 다리 중 하루 평균 자동차 통행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한남대교 남단 새말나루는 한양과 삼남(충청·전라·경상)지방을 연결하는 선상에 위치한 수상과 육상의 교통 요충지였다. 고산자 김정호의 ‘경조5부도’를 보면 한양의 각 나루에서 삼남지방으로 이어지는 여러 길 중 도성에서 강남을 거쳐 용인으로 통하는 길은 두 갈래였다. 광희문~한강나루~사평리~양재거나 광희문~서빙고나루~사평리~양재였다. 두 길 모두 사평리(새말나루)를 통한 것을 알 수 있다. 한양의 한강나루나 서빙고나루를 출발한 나룻배는 강을 건너 경기도 광주 사평리에 도착한 뒤 양재와 용인을 거쳐 청주나 충주로 하향 길을 떠났다. 사평리에는 길손들이 쉬어 가는 사평원이라는 숙소가 있었다. 이곳에 주막과 장터가 섰다. 지금의 신사동 간장게장골목을 비롯한 먹자골목 기원이 사평원에서 시작됐다. 9호선 사평역과 6호선 녹사평역이라는 명칭 역시 사평나루와 사평원에서 땄다. 경조5부도에 새말나루라는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새말나루가 신생마을이기 때문이다. 서울지명사전에서 ‘새말’이라는 동명을 찾아보면 무려 26개의 동일한 지명이 등장한다. 동대문구 신설동, 서대문구 신촌 또한 신생마을 즉 새말이다.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진 1914년 이후 새말나루와 사평나루가 신사도선장으로 통합됐다. 새말나루가 있던 곳은 한남대교 남단 아래고, 사평리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 근처다. 1970~1980년대 두 차례 한강종합개발계획 때 강을 메워 아파트를 지어 엄청난 지형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예측하기 어려우나 한강나루와 사평나루가 직선상에 위치한 것은 분명하다. 신사동이라는 동명은 새말의 한자지명 신촌의 신(新)자와 사평리의 사(沙)자를 각각 따서 만든 합성지명이다. 한남대교 남단에 세워진 새말카페는 한때 번성했던 새말나루터를 기억하는 공간이다. 애초에 ‘레인보우 카페’라는 국적불명의 이름을 사용하다가 옛 지명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바꿨다. 본래 한강나루(한강진)는 한강진에 강남 쪽 새말나루와 사평리를 합친 개념이었다. 조선시대에는 강북 쪽 나루만 인정했을 뿐 강 건너 강남 쪽 나루는 부속품으로 여겼다. 18세기 이후 한강이 기존의 5강 체제에서 8강, 12강으로 분화·확장하는 과정에서 ‘조선 제일 나루’의 위상이 다소 위축됐다. 18세기 이전까지 3강(한강, 용산강, 서강) 체제를 유지했지만 상업 발달에 따라 18세기 중엽에는 5강(3강+마포, 양화진)으로, 18세기 후반엔 8강(5강+두모포, 서빙고, 뚝섬)으로 분화됐기 때문이다. 19세기 이후 12강(8강+연서, 왕십리, 안암, 전농)까지 뻗어 나갔다. 강남은 경부고속도로와 제3한강교의 개설로 말미암아 갑자기 솟아난 도시가 아니다. 고속도로 노선이 이곳을 통과하게 된 것이나 ‘말죽거리신화’라는 강남발 부동산 신화가 양재에서 불붙은 것 또한 우연이 아니다. 수로의 중심 새말나루터는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잇는 최단거리 지름길 한남대교가 됐고, 육로의 중심 양재역은 서울과 지방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의 시발점이 됐다.오늘의 강남 지형을 만든 ‘요술 방망이’는 공유수면매립과 아파트지구 지정 두 가지였다. 우리가 올림픽대로(88도로)와 강변북로라고 부르는 한강 남쪽과 북쪽의 강변도로는 1970년부터 16년에 걸쳐 구간별로 쪼개 만든 뒤 붙인 수해 방지 목적의 제방도로였다. 제1한강교에서 여의도 입구~영등포 서울교 남단까지 3720m 길이의 강변1로가 우리나라 최초 자동차전용도로이자 유료도로였다. 이후 제방 건설과 매립, 도로 건설과 병행해 강변2로부터 강변8로까지 부분적으로 지은 도로를 통합해 강남 쪽은 올림픽대로, 강북 쪽은 강변북로라고 각각 명명한 것이다. 제방과 도로 건설을 위해 1962년 법률로 제정, 공포된 공유수면매립법이 오늘의 압구정, 반포 아파트지구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한강의 섬과 백사장을 메워 아파트 택지로 둔갑시켰다. 1976년 건설부 고시 제131호에 따라 반포지구와 압구정동지구, 청담지구, 도곡지구, 잠실지구, 이수지구 등 강남권 6개 지구를 포함한 서울 11개 지구에는 아파트와 부속건물밖에 지을 수 없게 됐다.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의 ‘아파트지구 지정’이 오늘날 아파트 40만 가구, 거주율 80%를 자랑하는 강남아파트 시대의 닻을 올렸다. 진정한 강남시대의 개막은 ‘강남 삼총사’ 중 막내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완공된 1981년 10월 20일 이후라고 할 수 있다. 1970년 7월 7일 경부고속도로 전 구간, 1973년 호남고속도로, 1975년 영동고속도로가 속속 개통했지만 터미널은 1978년 호남선과 영동선, 1981년 경부선터미널이 따로 지어졌다. 1985년 3호선 고속터미널역이 생길 때까지 대중교통이 없는 ‘불구’ 터미널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한강 수계에 있는 다리는 모두 28개다. 1900년 한강철교가 처음 준공된 이래 1950년대까지 한강대교와 광진교 등 3개밖에 없었다. 1970~1980년대 강남 개발과 함께 14개 다리가 집중 건설됐고, 2000년 이후 9개가 추가됐다. 구리암사대교가 가장 최근인 2014년 준공됐다. 상암동~양평동 구간 월드컵대교와 노량진~노들섬을 잇는 보행 전용교 백년다리가 2021년 개통될 예정이다. 한강나루의 대를 이은 한강다리가 서울의 생명줄 노릇을 하고 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골수암 치료효과 높이는 조혈줄기세포 이동 원리 발견

    골수암 치료효과 높이는 조혈줄기세포 이동 원리 발견

    국내 연구진이 골수이식 환자나 골수암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 조혈줄기세포의 이동원리를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고려대 생명과학부 연구팀은 조혈줄기전구세포와 골수암 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을 발견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신호(2일자)에 실렸다. 인체 면역세포는 주로 골수 안에 존재하는 조혈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조혈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 조혈전구세포나 미성숙 면역세포는 말초로 이동해 성숙한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데 골수에서 말초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로 분화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조혈줄기, 전구세포의 체내 이동 원리를 밝혀내고 이를 이용한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연구팀은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단백질의 일종인 ‘폴리콤’이 골수 내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조혈줄기세포나 조혈전구세포가 말초로 이동하는 과정을 돕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생쥐실험을 통해 폴리콤 단백질을 제거한 생쥐의 경우 흉선과 비장에서 면역세포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면역결핍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관찰됐다. 또 연구팀은 폴리콤 단백질이 결핍된 생쥐에게 약물을 투여하면 다시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는 것도 관찰했다. 전태훈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혈작용에 핵심적인 조혈줄기세포와 조혈전구세포의 활성을 후성유전적 기법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분자적 토대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라며 “유전적 변화를 동반하지 않고 골수 내 미새환경 변화만으로도 내성 완화 등 골수이식환자나 골수암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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