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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처 주도권 싸움 ‘점입가경’

    정권말기를 틈타 경제부처들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경제팀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검사권을 놓고 충돌하는가 하면,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회계감독권 등을 싸고 티격태격이다. 한은 관계자는 18일 “한은법에 명백히 보장한 시중은행 공동검사권을 금감원이 무시했다.”며 금융정책협의회에 이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발단은 금감원이 지난 2일 하나은행에 대한 한은의 공동요구를 묵살하고 단독검사를 나가면서부터.이에 대해 금감원은 “공동조사 요구는 통화정책 수행에 필요할 경우로만 제한돼 있음에도 한은은 검사요구 배경을 밝히지 않은 채 무턱대고 공동검사를 요구한다.”며 “이 바람에 금융회사들이 비슷한 사안에 대해 이중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은과 금감원은 겉으로는 각각 ‘통화정책 독립성’과 ‘금융회사 편의’를 앞세우고 있지만,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은 감독기관으로서의 주도권 경쟁에 있다.우리나라처럼 감독권이 이원화돼 있는 선진외국의 경우 별 잡음이 없는 것을 보면 이번 두 기관의 충돌이 제도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양측은 서로 “이 참에 단독검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회계감독권 문제에 이르면 처지가 뒤바뀌어 금감위가 ‘약자’가 된다.금감위는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감독은 금감위가 하면서도 막상 제재조치 집행은 재경부가 맡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면서 “이 때문에 감독권한을 금감위로 일원화하기로 재경부와 합의했는데도 1년이 넘도록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공인회계사회가 금융회사도 아닌데 왜 금감위의 징계를 받느냐며 반발하고 있는데다,지난해 공인회계사법이 대폭 개정돼 또다시 손대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달 초에는 정보통신부가 산업자원부 흡수통합론을 흘려 두 부처가 신경전을 펼쳤었다.금감위와 금감원 재편론도 심심찮게 들린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정권말기에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불필요한 신경전은 지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미현기자hyun@
  • [편집자문위원 칼럼] 마지막 한 문장까지 최선을…

    참으로 지난 6월은 ‘한판 잘 놀았던’한 달이었다. 전국을 붉은색으로 칠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누구와도 소주 한 잔 걸치면서 기분좋게 취할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6월은 언론역사에도 특이한 시기로 기록될 만하다. 인터넷 시대와 함께 사라졌던 호외가 발간됐고 그것도 스포츠가 담당했으니 언론도 6월에는 ‘비정상의 정상’이 아니었던가 싶다. 대∼한민국과 함께 대∼한매일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으니, 자문위원으로서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한매일의 논조와 기사,편집에서 발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필자는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대한매일을 비롯,몇몇 유력신문의 기사를 비교하는 보고서를 학기마다 내주고 있다.학생들의 반응에서 필자가 확인하는 것은 역시 대한매일이 객관적인 기사를 다루는 데는 성공하고 있으나,신문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는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무색무취의 신문이라고 할까. 이렇게 된 데는 과거 서울신문의 이미지가 청산되지않아서 일 수도 있고, 대한매일이 아직 철학과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하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대한매일의 기사와 사설 등에서 마지막 한 문장이 빠져 있다는 데서 이유를 찾는다.물론 이는 대한매일의 철학·정체성과 관련돼 있는 문제다. 지난 2주동안 관심을 끌었던 가장 큰 사건은 ‘서해교전’이다.대한매일은 이에 대해 다른 신문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알찬 보도를 했다.그리고 여러 논란들에 대해 7월2일자에서 보듯 여·야 및 여러 정치세력의 입장을 비교설명하고,사설에서는 ‘교전수칙 개정’에 대한 신중한 접근(7월2일),미국특사파견 철회에 대한 반대입장(7월3일),‘서해교전’을 입맛에 따라 해석하는 것에 대해 비판(7월6일과 7월9일)적 입장을 개진했다.이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자 한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입장을 개진한 뒤 남는 물음에 마땅한 대답이 없다는 점이다.비록 NLL의 불안정을 지적하고 7월3일자에 ‘공동어로구역’과 같은 대안을 밝혔지만,NLL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정성과 여러정치세력의 이전투구,국론분열과 같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대한매일 자신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아보인다.이것이 바로 마지막 한 문장을 다 채우지 못하는 대한매일의 현실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국민적 관심사가 된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서도 보인다.사건도 문제지만,이후에 벌어진 우리 검찰의 저자세,미군의 검찰출석 문제,재판권 청구 등과 관련해 사실에 대한 기사는 있지만,왜 우리가 이토록 미군 범죄에 저자세를 보여야만 하는지 근본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이 없다.역시 마지막 한 문장이 빠져 있다. 현재의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문제를 지적하고,대안을 모색하는 기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반미시위가 돼서는 안된다는 사설(7월6일자)보다 미군의 오만한 자세를 지적하는 사설을 싣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제 또 선거가 다가온다.그때는 달라진 대한매일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영철 서울대 사회발전硏 연구원
  • 개신교 연합기구 탄생할까

    한국 개신교계의 보수와 진보적인 성향의 24개 교단이 함께 참가한 교단장협의체가 교회연합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어서 첨예한 사안인 교회연합기구 탄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등 교계에 따르면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가 오는 26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 100주년 기념관에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기도회’를 열어 교회연합기구 탄생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교단장협의회는 이날 기도회에 앞서 소속 교단장과 부교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연석회의를 열어 오는 9월 총회에서 ‘하나의 연합기구 설치를 위한 헌의안’을 통과시킬지 여부를 미리 숙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은,김기수 한기총 대표회장이 취임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교회연합 일치를 위한 접촉을 계속해온 데다 최근 교단장협의회가 하나의연합기구 설립을 위한 동의를 구하는 현의안을 소속교단에 보낸 끝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 개신교계는, 진보성향의 KNCC와 보수적인 한기총으로 양분된 채 교류와 협력이 드물고 분열됐다는 지적이 높아지자 교인들을 중심으로 교회연합운동을 벌여왔다.그러나 그동안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김성호기자
  • [씨줄날줄] ‘不死 인간’

    인간복제에의 끈질긴 집념으로 유명한 미국의 클로네이드사가 비밀리에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했고,이 회사에 10명의 한국인이 인간복제를 신청했다고 한다.클로네이드 대표 클로드 라엘은 외계인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믿는 종교집단을 만든 사람인데 지난해 방한,한국이 인간복제를 실행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열 명의 한국인은 어떤 마음에서 인간복제를 신청했을까. 나와 똑같은 사람을 만드는(출생시키는) 인간복제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똑같은 물건을 기계로 대량 찍어내듯 같은 사람을 줄줄이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인간복제는 이를 막는 윤리적·법적 금제에 걸려 아무도 시행해 보지는 못했지만(최소한 공식적으로) 이것이 사라지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1997년 복제 양 돌리 탄생으로 동물복제는 성공했다.지난해 11월 체세포를 통한 인간 배아(胚芽)복제가 성공했다는 뉴스로 세계가 떠들썩했다.수정후 14일 미만의 수정란을 배아라고 하는데 그때까지는 불임 부부들의 시험관 임신 시술때 나오는 냉동 수정란을 녹여 복제하는 데 그쳤다.복제라기보다는 자궁 밖에서 일정 기간 배아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달리 미국 ACT사가 최초로 성공한 체세포 핵이식법 배아복제는 성숙한 체세포를 핵 제거 난자와 융합시킨 것으로 완벽한 인간배아 복제다.복제 양 돌리를 만들 때 사용한 방법으로,개인의 혈액이나 살점에서 체세포를 떼어내 복제한 만큼 체세포 핵을 제공한 사람과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이 회사는 당시 6개 세포단계로 분열시키는 선까지만 배아복제를 실시했다.배아가 세포분열을 지속하면 줄기세포가 되는데 이 세포는 210여개의 장기로 자라나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복제된 배아를 실험실에서 계속 배양해 장기로 키우지 않고,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킬 경우,말 그대로 유전자가 동일한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그래서 모든 연구가 이 선에서 그치고 있다.그러나 계속했다고 해도 이 인간복제에서 나온 인간은 나와 똑같이 생겼을 수는 있지만,결코 똑같은 인격을 가진 개체일 수는 없다.그것은 ‘마음’을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정보가 동일한 또 다른 개체를 만드는 데 그친다. 즉 일란성 쌍둥이 형제를 만드는 편법이지, 결코 내가 영원히 사는 불사의 비법은 아닌 것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 한나라·민주 대북정책 공방/ 서청원대표 “군인연금 현실화 노력”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10일 재향군인회 초청 안보강연회에 참석,당의 대북 안보정책과 전역 군인들에 대한 복지정책 등을 설명하며 ‘군심(軍心)잡기’에 총력을 쏟았다. 우선 서해교전을 비롯한 안보문제와 관련,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제기하며 강력한 공세를 취했다.반면 참전 및 제대 군인들에 대한 연금 등 보훈 분야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약속하며 보수층 끌어안기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서 대표는 “햇볕정책으로 ‘북한 비적(非敵)론’이 확산돼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면서 “우리 군 내부에도 비적 개념이 확산돼 군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서해도발이 바로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해교전 당시 침몰된 우리 선박의 인양과 관련해 북한의 사전통보 요구를 수용할 경우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는 일이 되는 만큼 절대 수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상호주의와 국민적 합의 및 투명성 검증 등 3가지 원칙이 한나라당 대북 정책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참전 및 전역 군인들의 복지증진 방안도 다양하게 내놓았다. 우선 “20년 이상 장기복무 군인들의 생계수단인 군인연금의 현실화 요구에 일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현재 국방위에 계류중인 군인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공청회 등을 거쳐 더 나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盧 연일 공세적 행보, 전직의원 모임 헌정회 방문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후보의 공세적인 행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개헌론’과 ‘제3후보론’등 최근 당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노무현 흔들기’에 정면대응하려는 기류다. 그러나 10일 오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노 후보에 대한 ‘쓴 소리’가 쏟아졌다.노 후보로선 원로의원들에 대한 인사 차원의 방문이었지만,예상보다 거센 비판과 충고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면서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송방용(宋邦鏞) 전 의원은 “노 후보는 손에 시한폭탄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면서 “대통령의 말은 천금 같아서 신중하고 변함이 없어야 하는데 노 후보의 말은 변화가 심하다.”고 지적했다.유치송(柳致松)회장은 “(서해교전 대응 등)작금의 사태를 보면 사상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노 후보를 겨냥했다.김성식(金聖植)전 의원은 “대통령 후보가 됐으니 사상이 다르거나 자기를 비판하는 집단이나 매체 등까지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배 의원들의 질책에 노 후보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노 후보는 “저를 너무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분열의 역사’때문에 선후배 의원 사이에 인식의 벽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이미 당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자신에 대한 일부 비판이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이어 “정치를 해보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비극이자 끊임없이 형태만 바꿔 이어져온 분열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면서 “앞으로 이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재천기자 patrick@
  • 터키 연립정권 붕괴 위기

    후사메틴 오즈칸 터키 부총리를 비롯한 일부 각료가 8,9일 잇따라 사임하고 뷜렌트 에제비트 총리의 민주좌파정당(DSP) 소속 의원들이 이에 동조,집단 탈당함에 따라 터키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건강문제로 사퇴 압력에 시달려온 에제비트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립정권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가 조기총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그러나 임기를 채우겠다고 고집해 온 에제비트 총리는 9일 오즈칸 부총리 후임에 수크루 구렐 시프로스 담당 장관을 임명,사임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오즈칸 부총리는 오랫동안 에제비트 총리의 오른팔이자 차기 총리감으로 평가 받아왔다.그러나 최근 에제비트 총리가 ‘건강 문제로 자신이 사임할 것’이라는 소문을 잠재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즈칸 부총리를 비난,둘 사이가 벌어졌다. 오즈칸 부총리는 사임 발표 후 DSP를 탈당했다.이어 문화·국무·국방장 등이 사임과 탈당 수순을 밟아 DSP를 떠난 각료와 의원은 26명에 달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이들은오즈칸 부총리에 대한 에제비트 총리의 불신에 불만을 표출했으며,에제비트 총리의 사임과 후계자 선정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28석으로 550석의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했던 DSP는 제2 정당으로 전락했다.127석을 보유한 극우민족행동당(MHP)이 다수당이 됐다. 앞서 지난 7일 MHP의 메수트 일마즈 부총리는 에제비트 총리의 건강 문제로 촉발된 정치불안을 일소하기 위해 2004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을 오는 11월에 치를 것을 제안했다. 터키의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조기총선 실시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집단사임으로 촉발된 정치적 혼란은 터키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8일 터키 화폐인 리라 가치는 4.7%나 떨어져 달러당 168만리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지난 몇 주간 무려 20%나 계속 하락세를 이어온 터였다.금리는 무려 15%나 뛰어올랐다.여기다 연정 붕괴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63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아 실행중인 경제자구책이 차질을 빚어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기총선 날짜가 잡히고 DSP 내의 분열이 새로운 개혁정당의 출현을 가져온다면 최근의 정치적 불안은 오히려 터키 정치·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박상숙기자 alex@
  • [2002 선거 대해부] 정치세대별 지지성향 분석

    6·13 지방선거와 월드컵 열풍이 지나간 지난 6월은 다가오는 12월 대선 구도에도 커다란 여진을 남기고 있다.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정치세대’가 대선의 핵심 변수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조사 중 대선후보 가상대결 지지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지지도는 33.4%인 반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의 지지도는 21.1%로 나타나,지난 3월 민주당 경선을 계기로 등장한 이른바 ‘노풍(盧風)’이 잠잠해졌다.또한 응답자의 19.7%가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과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대표 및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대표 등 제3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6월 대선구도의 변화는 민주당의 참패로 나타난 6·13 지방선거를 통해 이미 예고된 바 있었다.그러나 12월 대선과 관련 ‘이-노 역전 현상’의 중요성은 노풍의 핵심 진원지로 알려진 소위 ‘386세대’에서 이 후보의 지지도가 노 후보의 지지도를 앞섰다는 점이다.이에 따라 이번 대선 과정에서 노풍과 함께 급격히 부상했던 세대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사실 ‘386세대’라는 표현은 87년 당시 민주화를 이끈 주역이며,80년 광주민주화 운동을 경험한 연령층을 표현하는 일종의 정치적 세대 개념이다.연령대와 달리 정치적 세대는 동일한 정치사회화 과정을 거친 연령층,즉 특정한 정치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연령층을 의미한다.물론 정치적 세대는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연령층에 걸쳐 분포한다.정치사회화는 일반적으로 18세를 전후해 이뤄지기 때문에,모든 개인이 18세 전후에 경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치적 세대가 구분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경우 커다란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볼 때 대략 6가지 유형의 정치적 세대로 구분해 볼 수 있다.먼저 ‘건국세대’이다.이들은 1959년 이전에 18세를 맞이한 사람들로 45년 해방 과정의 격동과 한국전쟁을 경험한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의 통치시기에 정치사회화가 이뤄진 세대이다.다음으로‘4·19세대’는 60년에서 71년 사이 18세를 맞이한 연령층으로 4·19와 5·16의 파장 아래 정치사회화를 경험한 세대이다.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시기인 72년부터 79년 사이 18세를 맞이한 ‘유신세대’는 4·19세대와 달리 유신이라는 암울한 독재정치 시절에 정치사회화가 이뤄졌으며,흔히 ‘긴급조치세대’라 표현되기도 한다.한국 민주화의 주역으로 평가되는 ‘광주세대’는80년부터 86년 사이 5공화국 시대에 정치사회화가 이뤄진 세대로 광주민주화 운동의 유산을 껴안고 살아야만 했다.광주세대에 이은 ‘6·10세대’는 87년에서 91년 사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치사회화가 이뤄졌으며 6·10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얻은 민주화의 봇물 속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했다.마지막으로 ‘민주세대’는 92년 이후 18세가 된 세대로 3당 합당과 정권교체를 의미있는 첫 정치적 경험으로 삼고 있다.이들은 실질적인 민간정부의 통치시기에 정치사회화가 이뤄졌으며,사회적으로 정보화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는 지역주의적 선거로 점철돼 왔다.이런 측면에서노풍과 함께 이번 대선 과정에서 부각된 세대별 혹은 연령별후보지지 양상은 한국 정치가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된다. 세대별 후보지지 양상은 출신지를 떠나 이념적·정책적 성향에 따른 후보선택을 의미하며,따라서 지역주의가 극복되고 있다는 징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별 후보지지 경향은 비록 잠복된 형태였지만 지난 15대 대선에서도 발견된다.15대 대선 직후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15대 대선 당시 이회창·김대중 후보 이외의 제3후보에 대한 지지에서 세대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신세대를 축으로 광주세대,6·10세대,민주세대는 제3후보를 상대적으로 높게 지지한 반면,4·19세대와 건국세대의 상대적 지지도는 매우 낮았다.이 후보의 경우 유신세대와 건국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으며,5공세대와 6·10세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도를 나타냈다.그러나 김 후보의 상대적 지지도는 건국세대 105.8,4·19세대 111.0,유신세대 91,광주세대 94.6,6·10세대 97.6, 민주세대 96.8인 것으로 나타났다.당시 세대효과가 수면위로 부상하지 못한 것은 김후보가 모든 세대에 걸쳐 고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선거에서 세대현상이 부상한 것은 노 후보의 지지양상이 15대 대선 당시 김 후보의 세대별 지지도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김 후보와 정치적 역정을 함께 한 건국세대와 4·19세대는 잠재적인 이념적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를 지지했지만,정치적 동질성을 광주세대이후 세대에서 찾는 노 후보에 대해서는 이들이 동질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결국 건국세대와 4·19세대에서 노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따라서 노 후보가 당면한 과제는 6월 정국을 통해 다시 잠재화된 노풍을 어떻게 되살리느냐,즉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광주세대와 제3후보로 지지를 선회한 6·10세대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지난 대선보다 세대효과가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하고있다.즉 건국세대와 4·19세대에서 이 후보에 대한 상대적 지지도가 높아진 반면,유신세대,5공세대,6·10 세대의 지지도는 거의 현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15대 당시 평균적인 지지를 보였던 4·19세대의 상대적 지지가 높아진 점은 주목할 만하다.15대와 비교해 이 후보가 아쉬운 부분은 평균적 지지를 보였던 민주세대가 현재는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점이다.당시 이 후보의 참신성과 대쪽 이미지는 상당 부분 사라진데다 보수성이 보다 뚜렷해진 결과이다. 결론적으로 세대별 후보지지 양상은 이번 대선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지방선거 결과와 이번 조사의 세대별 지지양상을 종합해 볼 때 16대 대선은 여전히 지역주의적 투표가 힘을 발휘하겠지만,민주화 이후 세대가 주요 변수로 등장하는 최초의 선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세대현상’은 노풍의 퇴조 및 이-노 반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구도를 뚜렷이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물론 이회창 후보는 민주세대를 제외한 모든 정치세대에서 노무현 후보를 포함한 다른 후보자 모두를 앞서고 있다.또한 노 후보의 경우 민주세대에서만 1위를 고수하고 있을뿐이며, 6·10세대와 4·19세대에서는 정몽준 의원,박근혜 의원,권영길 대표를 포함하는 제3후보의 전체 지지율보다 낮아 노풍의 퇴조가 실감난다.그러나 연령이 높을수록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크게 증가하는 반면,노 후보의지지율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대별 대선후보 지지현상은 세대별 ‘상대적 지지도’를 살펴볼 때 보다정확히 파악된다.상대적 지지도란 특정 후보에 대한 전 국민의 지지율에 비해 특정 세대에서의 지지율이 높은지 낮은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 세대지지율을 전체지지율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수치이다.예컨대 A후보의 전체지지율이 40%이고,특정 세대의 지지율이 80%일 때 상대적 지지도는 200이다.상대적 지지도가 모든 세대에서 100에 근접하는 경우 세대별로 고른 지지를얻고 있는,즉 세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본다. 무응답층을 제외한 상대적 지지도를 살펴보면 이회창 후보의 경우 건국세대155.7,4·19세대 135.7,유신세대 114.6,광주세대 87.4,6·10세대 72.1,민주세대 61.0이다.즉 건국세대와 4·19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있으며,광주세대와 6·10세대,민주세대에서는 상대적 지지도가 낮은 것이다. 반면 노무현 후보의 상대적 지지도는 건국세대 63.9,4·19세대 67,유신세대73.3,광주세대 107.7,6·10세대 104.9,민주세대 156.1로 민주세대에서만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풍의 주역인 광주세대나 6·10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노 후보를 더 크게 지지하지는 않는다는점이다. 세대효과는 물론 연령효과를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령효과를 고려한다면 광주세대에 비해 노 후보에 대한 상대적 지지도가 높아야 할 6·10세대에서 왜 그렇지 않은 것일까.6·10세대의 경우 제3후보에 대한 상대적 지지도가 높은 반면 광주세대는 어떤 후보에 대한 상대적 지지도도 높지 않다는 점이다.광주세대는 암울했던 5공통치를 경험했고 군부통치의 종식과 민간정부로의 이행이라는 민주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일부 야당 및 재야 정치권과 정치적 목표를 일정부분 공유했다.반면 6·10세대의 경우 정치적으로 훨씬 자유로웠으며 야당의 분열을 경험했고,기존 정치권에 대한 회의가 상대적으로 높다. 세대 특유의 정치적 경험은 양자의 이념성향과 여야성향 등에 영향을 주었다.광주세대는 이념적으로 보수적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32.2%인 반면,진보적이라는 응답자는 38.7%였다.그러나 6·10세대의 경우 자신의 이념성향이 보수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1.5%에 그쳤고,진보적이라는 응답자는 과반수를 상회하는 무려 51.7%에 달했다.여야성향의 경우 광주세대는 ‘여도 야도 아니다’라는 응답자가 38.6%인 반면,6·10 세대는 52.9%에 이른다.결국 양 세대의 이러한 정치적 경험의 상이성은 비록 양 세대가 노풍의 핵심적 진원지였지만 엇갈린 결과를 빚고 있다.즉 광주세대가 지지 유보층이나 무응답층으로 선회한 반면,확고한 여야 성향을 갖지 않는 6·10세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방문 등으로 손상된 노 후보의 참신성을 제3후보에서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다. 한편 광주세대나 6·10세대와 달리 민주세대에서 노풍이 여전히 지속되고있다.이는 다른 무엇보다 세대별로 현 김대중 정부에 대한 평가가 상이하기 때문이다.민주세대는 김대중 정부에 대해 ‘못했다.’는 응답자가 41.0%인반면 ‘잘했다.’는 59.0%로 유일하게 김대중 정부의 업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권력형비리로 인해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다른 세대와 달리 민주세대의 상당수는 김대중 정부를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무응답층은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해 떠도는 이른바 부동층일 수도 있고 속마음을 드러내기 싫어서 침묵하는 유권자들일수도 있다.또 정치에 대해 모르거나 아예 정치에 무관심한 계층일 가능성도 있고,새로운 제3의 후보를 기대하는 그룹일 수도 있다. 문제는 현재 침묵하는 이 무응답층의 상당수가 12월 대통령 선거에 참여해투표한다는 사실이다.그래서 무응답층의 존재는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데 일정한 제약요인인 동시에 선거전을 흥미있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실제 무응답층의 증감 현상과 주요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도 변화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이른바 노풍(盧風)이 잦아들면서 무응답층이 증가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앞으로도 후보들은 절대적 지지계층이나 반대계층보다는 무응답층에 포함된 잠재적 지지계층이나 부동층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무응답층에 대한 분석은 후보들의 선거전략이나 앞으로의 행보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KSDC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정몽준(鄭夢準) 의원,박근혜(朴槿惠) 의원,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표 등 다섯 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는 설문이었기 때문에 무응답층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지만 총 1501명의 표본 중 25.6%인 384명이 지지후보를 밝히지 않았다는점은 대통령 선거전의 초반이라 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 많은 유권자가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384명의 무응답 표본은 특별히 몇 가지 부분에서 응답 표본과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인구통계적 측면에서 응답 표본에 비해 남성보다 여성이 많고,광주와 전북,충북 등 읍·면 농촌지역 인구,저소득층,중졸 이하 저학력층,대학 재학생의 상대적 비중이 크다. 무응답 표본은 응답 표본보다 정치적 관심도나 투표 참여율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투표 당일이나 투표일 1∼3일 전에 후보선택을 결정한 비중도 무응답층이 응답층보다 높다. 무응답자들이 지방선거에서 투표대상을 선택할 때 대선후보들의 영향력을 응답자들보다 덜 받은 것으로 나타나는 것도 흥미있는 대목이다. 무응답자들의 투표성향은 통계적 방법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들은 대개 중요한 몇 가지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기 때문에 특정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유권자들이 공유하는 특성을 알 수 있다면,역으로 그 특성을 근거로 유권자의 선택을 예측할 수 있다. 즉 고향이 어디이고,나이가 어떻고,지난 선거에서 어떤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했는가 등 여러 요소를 근거로 지지하는 후보를 밝히기 꺼려하는 유권자의 선택을 예측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후보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판별분석을 통해 무응답층을 이회창 지지그룹과 노무현 지지그룹으로 분류할 경우,384명의 무응답 표본 가운데 노무현 후보 지지가 246명(64.1%),이회창 후보 지지가 138명(35.9%)이었다.무응답 표본의 약 3분의2가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과 유사한 특성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무응답층이 이른바 노풍(盧風)의 부침과 밀접하게 연결된 계층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회창,노무현,정몽준,박근혜 등 4명의 후보 그룹으로 분류할 경우에는 정몽준 의원이 최대의 수혜자로 384명의 무응답 표본 중 무려 53.4%나 되는 205명의 분류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노무현 후보가 25.5%,이회창 후보가18.8%,박근혜 의원이 2.3%를 각각 차지했다. 최근 월드컵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급속히 부각되는 정몽준 의원이 무응답층에서 만큼은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에 상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다른 측면에서 보면 무응답 표본의 상당수가 제3의 후보를 기대하는 집단일 수 있다는 추측에 신빙성을 더하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번 KSDC의 면접조사에서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은 무응답 표본은 표면적으로는 정치적 무관심층이나 부동층으로 보이지만 실제 노무현후보에서 정몽준 의원으로 이어지는 ‘바람’과 깊이 관련된 집단이다. 올 대통령 선거의 판도를 크게 요동치게 할 중요한 정치세력이고,궁극적으로 12월 선거결과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층이기도 하다. 결국 무응답층의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분석이 선거전의 판세를 가늠하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 불법조업·어민회 로비 의혹에 연평도 어민들 반목

    서해교전 이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간에 갈등이 일고 있다. 8일 옹진군 주민들에 따르면 어선이 조업경계선을 넘어 불법조업을 한 것이 서해교전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폭로가 어민들 사이에서 나온 데 이어,어민회가 불법조업 무마를 위해 군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자 어민들사이에 편이 갈려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김모씨 등 일부 어민들은 지난 3일 “어민들이 군당국의 묵인 아래 수시로 어로한계선을 벗어나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조업을 해왔다.”고 언론에 폭로했다.이로 인해 군당국은 물론 어민들에게도 비난이 쏟아지자 어민회 주류를 이루는 어민들은 ‘누워서 침뱉기’식의 무책임한 폭로라며 극도로 분개하고 있다. 신승원(申承元·64) 어민회장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사실을 침소봉대한 것”이라고 폭로 배경을 비하했다. 또 연평도 재향군인회장 신남석(申南石·52)씨 등 어민 60여명이 8일 “어민회가 어민들로부터 받은 회비 일부를 불법조업에 따른 로비자금으로 써왔다.”고 주장하자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있다.이들은 “어민회가 소속어선 56척으로부터 2년간 회비 및 쓰레기처리 비용으로 1억 1200만원을 거둬들였으나 쓰레기처리비의 경우 매년 한차례씩 인부 2명을 고용한 것이 고작이다.”면서 사용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한발 더 나아가 어민회의 비리와 부패를 감시하기 위해 도서지역 최초로 시민단체를 발족시키겠다고 선언하자 어민회측은 명예 훼손으로 고발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서해교전이 화해무드에 젖어 있던 남북한을 긴장상태로 몰아넣은 것은 물론 단단한 단결력을 자랑하던 섬주민들마저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8·15남북행사 유보 검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7일 ‘6·29서해교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몇가지 핵심 사안에 대한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교전을 둘러싼 정확한 상황판단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부의 대북정책도 당분간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국방부와 합참은 이날 서해교전을 ‘북한의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의도적인 선제 기습공격에 의한 사건’이라고 규정했으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까지 포함,북한 정권 차원의 도발인지 여부는 판단을 유보했다. 합참은 서해교전 조사 발표에서 “북측의 기습적 선제공격을 통해 우리측은 고속정 1척 침몰과 사상자 24명이 발생했고,북측은 경비정 1척이 완파,사상자 30여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초계함이 적극적인 추격대응을 하지 못한 데에는 교전현장에서 보고된 첫 피해보고 중 ‘사망자 5명’을 ‘사상자 5명’으로 제2함대사령부 상황실장이 잘못 수신하는 바람에 비롯된 점도 작용했다.”고 교전 당시 보고접수 잘못에 따른 상황 오판이있었음을 시인했다. 국방부의 이날 발표를 통해서도 서해교전의 북한측 선제공격에 대한 최고지휘책임이 가려지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대응수준에 혼선이 빚어지고 대북정책도 당분간 관망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정부 관계자는 “금강산관광 및 대북 경수로 지원사업은 그대로 진행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민간행사라도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많은 8·15 남북공동행사와 대북 쌀지원은 유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서해교전 대응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어 정부가 대북 핫라인을 가동하는 등 정보수집 체계를 강화,국론분열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서동만(徐東晩) 상지대 교수 등은 “서해교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개입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전술적 잘못은 일부 있지만 확전을 피한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 햇볕정책의 지속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그러나 유길재(柳吉在) 경남대 교수는 “북한체제의 속성상 김정일 위원장이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북한에 사과 및 재발방지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방부와 합참은 서해교전 초기대응과정의 일부 잘못을 인정했으나 전체적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 작전’이었다고 평가,문책 수준 및 범위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국방부는 또 유엔군사령부 교전규칙을 보완하고 차기 고속정사업을 조기착수하는 등 유사사태 재발방지 대책도 발표했다.국방부 황의돈(黃義敦) 대변인은 “한·미간 협의를 통해 정전시 유엔사 교전규칙을 보완 검토하고 차기 고속정사업 착수 시점을 당초 예정한 내년에서 올해로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김경운 이지운 홍원상기자 kkwoon@
  • [사설] 서해 진상 입맛대로 해석말라

    서해교전을 놓고 국론이 흔들리고 있다. 생각이 다른 정당·단체들이 나름의 시각으로 해법을 내는 일까지야 감수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 정당과 신문·방송들이 서로 치고 받는 모습은 전쟁까지 정략과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어서 혼란스럽고 민망하다. 이러다가는 교전이 생겨도 대응범위를 놓고 국민투표부터 해야 할 판이다. 사태가 여기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있다. 서해교전이 의도된 도발이 아니라 우발적 행동일 것이라는 정부 일각의 해석이 나와 교전동기서부터 혼란이 발생한 바 있다. 대통령이 조문 없이 일본 방문길에 오르고, 국군 5명이 전사했음에도 햇볕정책의 손상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도 국민감정과는 거리가 있던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어정쩡한 자세를 나무라더라도 정당, 언론간에 벌어지고 있는 싸움은 안보와 대북문제에 대한 토론의 범위를 넘어 안보의 제1적인 사회분열, 국민분열로 치닫는다는 점에서 자제함이 마땅하다. 안보를 위한다는 일이 안보를 어렵게 한다면 그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책임 외에도 정당과 언론들이 다음 정치일정 진행과정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세력싸움으로 사태를 변질시키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교전동기는 정부의 진상조사가 끝나봐야 정확히 드러날 것이다.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 역시 조사결과를 기다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진상조사가 끝난 뒤에 의문이 있으면 제기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범위를 정하면 될 일이다. 미리 자기 잣대로 편리하게 해석해 사회를 흔들 일은 아니다. 분열의 빌미를 준 정부는 이번 진상조사에서 그동안의 의혹에 대해 한 점 숨김 없이 밝혀야 한다. 북한의 도발에 혹시 우리측 책임도 있는 것인지, 대응방법에 정치적인 고려가 우선했는지도 분명히 밝힐 일이다. 그래야만 제2의 국론분열을 막을 수 있고, 햇볕정책의 지속이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改憲’ 내세워 ‘改版’ 노림수/ 정치권 개헌론 확산 배경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전 고문이 5일 연내개헌을 공개 주장하면서 개헌논의가 본격 확산되느냐,아니면 여론지지를 못받아 흐지부지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선 형국이다. 이번 개헌논의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프랑스식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이 전 고문은 물론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정균환(鄭均桓) 총무,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이 개헌론에 공감하거나 동조하고 있다. 문제는 대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개헌론이 불거졌다는 점이다.개헌논의가 공론화돼 헌법개정 절차를 거쳐 대선을 치르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따라서 우역곡절 끝에 개헌이 설사 이뤄진다 해도 정파적 이해에 따라서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실현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개헌카드를 불쑥 꺼내들었기 때문에 개헌론자들의 정치적 입지확보 의도가 개입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즉개헌론을 매개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로 짜여있는 현재의 대선구도를 바꿔보려는 의도가 강하게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개헌논의를 민주당 내부로 축소할 경우엔 노무현 후보가 ‘탈(脫)DJ’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데 대해 이인제 의원을 핵으로 한 당내 반노(反盧) 진영이 ‘노무현 흔들기’에 본격 돌입하기 위한 매개고리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특히 반노진영이 노 후보와 완전결별을 위한 수순밟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박 최고위원이나 정 총무는 민주당의 개헌론을 민주당 외연확대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에선 ‘큰 틀의 음모론’으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결국 다소 엉뚱해 보이는 개헌논의의 배경에는 여름 정국을 뜨겁게 달굴 이합집산을 통해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보려는 세력들이 이를 위한 여건조성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회창·노무현 후보라는 양대 세력에 끼여 입지확보가 어려운‘이인제,김종필,박근혜’3자가 중심이 돼 권력 분점형의 개헌으로 포장,‘반창(反昌)-반노(反盧) 신당’의 권력 나눠먹기식 ‘헤쳐모여’를 준비하는 수순이란 의미다. 따라서 현재의 개헌논의는 정치적 이념이나 동질성과는 상관없이 권력 확보를 공동목표로 하는 세력들의 결합을 위한 토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당연히 개헌논의가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기보다는 또 다른 분열의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춘규기자 taein@
  • 이용득 금융산업노조위원장 인터뷰 “”양노총 통합 힘 결집 노동계도 개혁할 때””

    산별노조로는 처음으로 금융산업노조가 주5일 근무제에 합의,6일부터 은행권이 첫 토요휴무제에 들어간다. 금융권 총파업의 배수진을 치고 주 5일근무제 협상 타결을 주도했던 이용득(李龍得·49) 금융산업노조위원장을 만나 토요휴무제를 비롯,한국 노동운동전반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노동운동의 ‘병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면서 “노동조합이 변해야 노동운동이 살아난다.”며 노동계의 전면적 개혁을 주장했다.특히 한국노총·민주노총의 분열이 불필요한 선명성 경쟁으로 확대되고,궁극적으로 국민과 유리된 노동운동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73년 상업은행에 들어가 86년 상업은행노조 위원장,98년 금융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지난 2000년 두번의 총파업을 주도,1년간 옥고도 치렀다.정연한 논리와 투쟁력을 겸비한 그는 차기 한국노총 위원장으로거론되고 있다.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금융노조가 주5일 근무제를 쟁취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금융산업의토요휴무제는 사업 전반에 파장이 크기 때문에 재계에서의 반대가 심했다.법제화 없이 노사합의로 추진된 만큼 은행장들과 재계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금융권 토요일 휴무제는 해방 이후 처음이다.그만큼 혼란도 예상되는데.시행착오는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우려할 만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우리는 2년간 준비했다.노사간 특위를 구성,준비를 마쳤고 은행측도 전산부문에 만반의 대비책을 갖추고 있다.노사 합의에 의해 거점 점포 등도 지역별로 연다.시장,공항 환전소 등 전략점포는 앞으로 일요일에도 계속 영업을 하며 무인 점포도 준비돼 있다. 노사정위원회는 현재 2년이 넘도록 주 5일근무제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고있는데. 노사정위의 협상은 너무 세부적인 사항까지 취급해 업종간 이해관계가 충돌되고 있다.큰 틀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세부사항은 단위노조의 단체협약으로 넘겨야 한다. 지금의 노동운동 방식에 대한 국민적 비난도 적지 않다.노동 운동가로서 생각하고 있는 개혁 방향은. 그동안 노동조합이 사회 개혁의 ‘주체’로서 많은 부분에서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요구 당사자인 노동조합이 개혁을 요구할 정도로 변화했는지 자성해야 한다.노동조합은 바로 지금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분열된 한국 노동계가 통합돼야 한다는 점이다.똑같은 업종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에 각각 단위조합으로 소속돼 있다.노동조합의 상대인 자본과 권력 앞에서의 분열은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노동운동의 변화는. 분열된 노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직간의 ‘선명성 경쟁’이다.분열된 양 노총은 자연스레 세력확산 경쟁이 불가피하고 불필요한 선명성 경쟁으로 악화되는 악순환을 걸어왔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3노총 운동에 대해선 단호하게 반대한다.지금도 두 개의 노총으로 분열된 상태에서 새로운 분열로 가는 것은 퇴보를 의미한다. 현재 노동조합 방식의 구조적 문제점은. 기업별 노조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우리 노동계는 ‘자사이기주의’,‘집단이기주의’가 무척 강하다.이 때문에 상급단체가 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다.자사이기주의로 인해 현안이 떠오르면 앞뒤 안 가리고 투쟁하고,상급단체는 통제도 못하고 쫓아가는 상황이다.노동운동이 거꾸로 가는 것이다. 유럽의 노동조합은 대부분 산별노조다.산별에서 통합적인 투쟁 계획을 수립하고 신중하게 판단한다.사업장 이기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국민여론을 의식하면서 성공의 실패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국민과 호흡하는 노동운동이 가능한가. 우리가 사업장 내 이익투쟁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대중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이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연대 강화 사업,사회복지 사업이 필요하다.우리나라 전체 노동계의 조합 활동가가 3만여명이고 전체 조합비 예산은 500억원에 이른다.양대 노총이 통합되면 힘이 결집돼 굵직한 사업을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회연대 사업은. 우선 금융노조부터 사회사업의 일환으로 16만 결식아동을 도울 것이다.금융노조는 지난 2월 사회복지 상설위원회를 만들었다.연말까지 5억원의 기금으로 사회복지 재단을 설립,전 금융노동자가 참여하는 사회복지 사업을 펼칠 것이다.대중과 호흡하는 사업을 시작하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현정권의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IMF 외환위기 이후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었고 경제 어려움에 대한 고통분담이 아니라 ‘고통전담’을 해왔다.노동자에게 고통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노동계의 실망과 반발,불만은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담·정리=오일만기자 oilman@
  • 在韓 외국인이 본 월드컵/ “”이방인 품은 붉은물결 축제””

    국내에 수년간 머물고 있는 외국인 4명이 모여 이번 월드컵 기간에 자신들이 경험하고 느낀 생각들을 마음껏 털어놨다.참석자는 앤터니 스톡스 주한 영국 대사관 1등 서기관,숀 로드리게스 주한 호주 대사관 2등 서기관,일본인인 나베쿠라 마사카츠 ㈜호텔신라 판촉지배인,미국인인 대니얼 토머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다.모두 한국 축구팀과 붉은악마의 열렬한 팬인 이들은 4일 본사 회의실에 모여 2시간여 동안 월드컵 기간에 한국에서 체험한‘잊지 못할’경험담을 털어놓았다. ▲대니얼 토머스 교수= 한국에 살면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다른 외국에도 살아봤지만 훨씬 강했다. 하지만 월드컵 기간에는 내가 이 문화의 일부분이라고 느껴졌다. 붉은악마와 어울려 응원하면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훨씬 덜했다. ▲앤터니 스톡스 서기관= 나도 외국인이라 불렸을 때 그런 느낌을 받는다.나는 외국인이 아니라 영국인일 뿐이다.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이분법적으로 사람들을 나누지 않았다.나도 붉은악마였지만 직업상 티셔츠를 입을 수 없었다.그래서 대신 빨간 넥타이를 했다. ▲나베쿠라 마사카츠 지배인= 붉은악마의 물결을 보는 것은 엄청난 경험이었다.일본에 있는 아내와 아들에게 붉은악마 티셔츠도 보냈다.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월드컵 기간에 한국에 머물고 있으니 한국 응원을 하자고 했다.한국인들의 친절에 보답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숀 로드리게스 서기관=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붉은악마 티셔츠를 7벌 샀다.아버지가 프랑스에서 한국 경기를 보면서 붉은악마를 무척 좋아하게 됐다.한국인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기쁨을 표현했다.한국인들은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다.흥분과 기쁨을 솔직하게 표현할 기회였다. ▲스톡스= ‘미소를 보내자.’는 캠페인 광고를 봤다.정말 한국에서 미소짓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하지만 월드컵 기간중에는 자신들의 감정을 유감없이 표출했다.그래서 외국인들도 쉽게 동화할 수 있었다. ▲토머스= 대학로나 코엑스 부근에서 친구들과 경기를 봤다.정말 놀라웠다.사실 94년 미국 월드컵 때 인디애나주에 살았지만 그 사실조차 몰랐다.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모로코에 있었다.모로코는 축구의 나라다.월드컵이 열리면 사람들은 모두 경기를 본다.하지만 모로코가 16강 진출에 실패해 그 열기가 이번 월드컵 같지 않았다. 한국이 승리하면 도시 전체가,전국이 축제 분위기였다.미국에서 온 국민이 전국적으로 즐기는 축제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한국이 이기는 날이면 왕십리 근처에서 학생 수십명이 지나가는 차를 하나씩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그때 택시를 타고 거기를 지나갔다.미국이라면 아마 두려웠을 텐데 학생들의 장난에 나도 절로 흥이 났다. ▲나베쿠라= 어마어마한 응원단 수에 놀랐다. 그 속에서 한국인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도 인상깊었다. 열광적으로 한국팀을 응원하지만 훌리건도,사고도 없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리더가 없이 자발적으로 응원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한·미전이 있던 날 시청 근처에서 45분간 걸었다.걷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많고 모두 축제를 즐겼지만 전혀 폭력적이지 않았다. ▲로드리게스= 특별히 휴가를 내 7경기를 관전했다.호주와 일본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였다.광주 전주 울산 등을 갈 때마다 놀라웠다.어느 도시건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다.광주 시내 조그만 술집에서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전을 대형 TV로 봤다.우리가 그 술집의 첫 외국 손님이라고 했지만 아주 즐겁게 경기를 봤다. 지방 곳곳을 둘러볼 아주 좋은 기회였다.전에는 부산이나 광주를 잇달아 가면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이번에는 모두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을 불렀다.분열된 마음이 하나로 뭉쳤다.이런 일체감이 지속되길 바란다. ▲토머스= 한·미전 때 호프집에서 미국을 응원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하지만 누구도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았다.정말 인상적이었다. ▲로드리게스= 월드컵 개최국에서 개최국과 붙은 상대팀을 응원하면 위협을 느낀다.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상대팀 응원단과 경기 전에 다정하게 사진도 찍고 경기에 졌어도 폭력적이지 않았다. ▲나베쿠라=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짧은 시간에 한국팀을 강팀으로 발전시켰다.어떤 조건도 필요없고 단지 능력이 있는 사람을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그의 경영스타일을 축구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도입하려 하고 있다.히딩크 경영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스톡스= 히딩크는 외국인이 긍정적인 영항을 미칠 수 있음을 한국인에게 보여줬다.영국도 같은 교훈을 얻었다.점차 전세계는 이 사실에 동감할 것이다.이런 변화는 한국의 발전과 국제관계에 도움이 된다.이제 한국은 두려움 없이 열린 자세로 외국인을 맞게 될 것이다.외국의 영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토머스= 학생들에게 대표팀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가져오라 한 적이 있다.처음에는 히딩크가 훈련장에 여자친구를 데려왔다는 사실이 주제였다.그러나 한국팀이 첫승을 거둔 뒤 완전히 바뀌었다.“그는 한국인 같다.”는 식이었다.한국팀이 이기지 못했다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궁금하다. ▲로드리게스= 광주에서 일본 축구팬을 만났는데 반은 붉은색, 반은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이번 월드컵이 한·일 공동개최라 그런 옷을 도안했다고 했다. 공동개최국인 한국을 응원하러 왔다는 그사람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시아 전체가 한국의 선전을 기뻐했다.많은 일본인들이 한국 응원을 왔다. 놀라운 일이다. ▲나베쿠라= 한·일은 이번 기회에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돼 신뢰와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월드컵이 한·일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도 외국 감독을 받아들여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선수들을 훈련시켰다.그래서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일본에서는 4년이 걸렸지만 히딩크는거의 1년 만에 해냈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선전을 전혀 질투하지 않는다.한국은 공동개최국이고 여섯번이나 월드컵에 진출했다.일본은 두번째다.한국이 4강에 진출하면서 일본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스톡스= 세계 어느 나라도 한국을 질투하지 않는다.응원단의 열정과 선수들의 훌륭한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이다.한국팀은 기술도 좋고 매너도 손색이 없다.절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로드리게스= 붉은악마는 대부분 대학생으로 이뤄졌다.이들이 이처럼 강렬하게 조국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놀랍다.젊은이들이 보여준 애국심으로 한국의 미래는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다.88올림픽이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식이었다면 이번 월드컵은 대학 졸업식이다.다만 젊은이들이 월드컵 뒤의 공허함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토머스= 친구들도 앞으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곤 한다. 금요일마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와야 하는건 아닌지. ▲스톡스= 한국은 전형적인 축구의 나라는 아니다.아프리카,유럽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분명 다르다.94년 월드컵 때 태국에 있었고 월드컵 개막 몇 주전 방콕에 갔었다.그곳 언론들이 월드컵에 대해 훨씬 많이 보도했다.한국은 조용했다.붉은악마가 갑자기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붉은악마를 포함해 한국인의 축구 사랑이 지속되길 바란다.새로 세워진 아름다운 경기장이 한두번 사용되고 방치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아름다운 경기장이 그렇게 빨리 완성된 사실에 감탄했다. ▲나베쿠라=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다.94년 J리그(일본의 프로축구)가 시작된뒤 일본인들의 축구사랑이 늘었다.젊은이들이 더욱 그렇다.한국팀 대표선수중 4명이 J리그에서 뛰었다.이중 홍명보도 있다.그가 누군지 이번에 알았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등 모두 야구보다 축구를 더 하고 싶어한다.전에는 야구가 훨씬 인기가 있었다.나도 야구를 더 좋아했는데 몇주 전에 마음을 바꿨다. ▲로드리게스= 일부 축구팬들이 태극기를 휘날리던 정몽준에게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봤다.친구들은 한국의 선전으로 정몽준이 대선 출마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12월에 정몽준은 축구가 아니라 정치로 승부수를 던져야한다.선거기간 내내 축구 이야기만 해서 당선될 수 있겠는가. ▲스톡스= 한국 승리를 기념해 무료로 음식이 제공되는 것도 흥미롭다.대전에서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보고 새벽기차로 서울에 왔는데 기차에서 맥주가 무료였다. ▲토머스= 미국에서는 지역 연고를 가진 미식축구팀이 우승하면 무료 행사가 가끔 있다.하지만 전국적이지 않다.광화문,대학로 등에서 무료로 음료수를 나눠준다는 걸 들었다.재미있다. ▲스톡스= 이탈리아전에서 설기현의 골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1시간 동안 기다려도 골이 터지지 않자 운동장 여기저기서 “이 정도면 잘했다.훌륭한 경기였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왔다.바로 그 순간 포기하지 않던 한국 선수들이 큰 일을 해냈다.얼마나 감동적인가. 정리 전경하 정은주기자 lark3@
  • 민주, 改憲 공론화

    민주당은 3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 개선 등을 중심으로 한 개헌논의에 본격 나섰다. 당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첫 전체회의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고는 권력형 정치부패와 국민분열의 정치를 근절할 수 없다.”며 “대선 전 개헌을 검토하고,차선책으로 대통령후보가 선거공약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권력구조의 대안으로는 4년중임제(부통령 신설),내각책임제,프랑스형 분권적 대통령제 등이 있다.”며 “8월 재·보선 등 정치적 사건이나,우리 당과 특정정파의 이익에 구애받지 말고 시대적 사명감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 서해교전/ 대선후보·黨대표 입장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그리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및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대표 등 주요정당 지도자들은 ‘6·29서해교전’을 계기로 대북 햇볕정책과 안보위기 문책론 등에 대해 현격한 시각차를 보여주고 있다.8·8재보선과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국론결집보다는 분열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이들의 입장과 속내를 분석해 보았다. ◆노무현 민주 대선후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그동안 현정부 대북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햇볕정책 승계 입장을 기회있을 때마다 분명하게 밝혀왔다. 현재도 노 후보는 한반도의 전쟁위협을 줄이거나 없애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으로 ‘햇볕정책’을 꼽고 있으며 따라서 “햇볕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북관계나 한반도 주변상황 변화에 따라 대북정책의 세부사항은 현실에 맞게 일부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사태 전말과 책임소재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문책론은 불필요한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반대하고있다.금강산관광 등 남북한 민간교류 문제에 대해서 노 후보도 1일 “남북한 민간교류협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감정적인 대응을 할 경우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드러나는 말이다. 특히 노 후보는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거나 대북정책 전체를 공격하는 빌미로 삼으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며 한나라당의 공세를 반박했다. 한나라당의 관련자 문책 요구가 “냉전·수구적 접근법으로,한반도 긴장을 불필요하게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노 후보는 시중 여론도 신경쓰는 분위기다.노 후보가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새로운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민 일각의 문제제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노 후보측은 햇볕정책의 수정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 교전규칙의 문제점 보완 필요성 등을 언급한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노 후보가 북한측에 북방한계선(NLL)을 인정하고 준수하도록 요구한 것도 이같은 접근법을 보여준다. 이춘규기자 taein@ ◆이회창 한나라 대선후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서해교전까지 발발한 현 상황에서는 ‘근본적인’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당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하는 셈이다. 반면 이 사건 ‘문책’과 관련해서는 당과는 오히려 다른 입장으로 비쳐질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이 후보는 이번 서해 교전이 근본적으로는 지난 4년간의 대북 유화정책으로 인한 ‘주적(主敵)’개념의 혼돈에다 군의 정신무장과 응전 태세의 허점 등이 겹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에 따라 그는 햇볕정책의 근본적인 수정과 함께 가시적인 조치로 일단 금강산 관광사업 일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서해 교전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이런 사태에 이르게 한 그 동안의 대북 정책을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또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고 관광객의 안전문제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금강산 관광사업은 즉각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해 교전의 ‘문책’에 대해서는당과는 약간의 입장 차이가 엿보여 눈길을 끈다.당이 ‘진상파악 후 문책요구’란 입장에서 하루만에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해임 요구로 돌아섰지만 이 후보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한 측근은 이와 관련,“사건에 대한 ‘진상파악’을 한 뒤 문책 요구를 하는 것이 순서라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의 이런 자세는 이번 사건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자신이 정치적인 공세를 취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조승진기자 redtrain@ ◆김종필 자민련총재 원조보수를 자임하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어느 정치인보다도 강도높게 관련자문책을 주장하고 있다. 김 총재는 2일 마포당사에서 열린 ‘서해무력도발 진상조사특위’에 참석,“장병들의 희생에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 잠도 못잤다.”고 했다.그는 이어 “확전을 우려해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뭐가 무서워 대응하지 않았단 말이냐.이 나라가 언제부터 이 지경이됐느냐.”고 교전규칙 개정을 주장했다. 김 총재는 나아가 “이번 사태에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특히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목,“벌써 그만뒀어야 했을 사람”이라며 “요사이 기초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로서는 서해교전사태를 최대한의 호재(好材)로 활용하려들 것으로 보인다.안보문제가 불거질수록 보수정당의 입지가 확대되고,그만큼 김 총재로서는 정계개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 ◆권영길 민노당대표 권영길(權永吉) 민주노동당 대표는 2일 “6·29서해교전 때문에 지금까지 쌓아온 남북간 신뢰와 화해 협력 분위기를 원점으로 되돌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근본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무조건 남북대결 상황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교전규칙을 개정하기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북방한계선(NLL)을 남북공동어로구역으로 선포,남북한 화해와 협력의 상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권 대표의 제언이다.서해교전을 갈등으로 몰고 가면 결국 남과 북 모두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때문에 햇볕정책 재검토와 책임자 문책,금강산관광 등 민간교류협력 중단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햇볕정책은 어느 특정 시기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민족의 통일까지 염두에 둔 정책인 만큼 장기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 대표는 “북한의 사과를 받아내는 것은 찬성하지만 남북화해라는 큰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김대통령 ‘햇볕지속’ 안팎/ 대북정책 국론분열 경계

    (도쿄 오풍연 특파원) 1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간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서해 교전 사태가 주요 관심사로 논의됐다.김 대통령은 이어 열린 동포간담회에서도 햇볕정책에 대한 국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국론분열을 경계했다. ◇동포간담회=먼저 서해 교전 사태를 설명하면서 햇볕정책의 논리를 폈다.김 대통령은 “저쪽이 선제 공격을 해 우리의 피해가 컸다.”면서 “그러나 북측도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어 “북측은 자기네도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햇볕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일부에서 지나치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나도)일본 와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햇볕정책이 끝났다.다시는 그 방향으로 갈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데,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99년 연평 해전 후 북한이 지금보다 훨신 격렬하게 저항하고 심지어는 백배천배 보복한다는 얘기까지 했는데 다음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고 상기시켰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햇볕정책 때문이 아니라 남북 군사대립 속에 일어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햇볕정책이 있기 전에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아웅산사건,울진 공비사건,청와대 습격사건 등 많은 일이 있었다.”고 예를 든 뒤 “그러나 우리는 햇볕정책으로 인해 9·11테러사건 이후에도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심하고 살아 왔다.”고 주장했다. ◇한·일 정상회담=서해 교전 사태는 당초 의제에 없었으나 김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무력도발 사태 발생 상황과 우리 정부가 취한 조치들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군사정전위원회 소집을 통한 진상규명,사과 및 재발방지 요구 ▲대북 항의성명발표 ▲재발방지를 위한 군사적 조치등 단호한 대응책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위로의 뜻을 전한 뒤 일본은 한국과 긴밀히 연락을 취하면서 사태추이를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 정상은 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한·미·일 3국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이즈미 총리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poongynn@
  • [새 市.道지사에 듣는다] 조해녕 대구시장 “낙동강~남한강 대수로 건설 추진”

    “대구의 생존전략은 낙동강에서 찾아야 합니다.낙동강 대수로 건설을 추진,새로운 낙동강시대를 열어 나가겠습니다.” 조해녕(曺海寧) 신임 대구시장은 지난 30일 낙동강과 남한강 300여㎞를 연결하는 도수로를 건설하는 ‘낙동강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홍수기에 85%를 버릴 만큼 남아도는 남한강의 물을 도수로 건설을 통해 낙동강으로 끌어오면 낙동강 수질 개선 및 유수량 확보는 물론 환경과 경제를 동시에 살릴 수 있다는 것. 조 시장은 “도수로 건설은 10년 이상의 기간과 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용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계획이기 때문에 국가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자치단체는 레저단지나 산업단지 조성 등 민간 유치가 가능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사업비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도수로 건설에 따른 골재 및 토사 판매수입이 4조원 이상으로 추산돼 큰 무리 없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도수로 건설은 도로보다 수십배의 경제성과 연간 수십조원의 물류비용 절감 등 ‘물류혁명’의 대역사”라며 “도수로가 건설되면 대구가 낙동강시대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류중인 대구 위천공단 조성문제도 결국 대구·부산과 경남북의 ‘물전쟁’이 원인이라며 도수로 건설을 통해 낙동강 수량만 확보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라노프로젝트(대구섬유산업육성방안)는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돼 있어 소프트웨어 부문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면서 민간 주도의 ‘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패션·디자인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섬유제품의 고급화·다양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의 주력산업인 섬유·기계·금속사업에만 대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면서 “대구 주변 30여개 대학의 고급 두뇌들과 함께 정보통신(IT),생명공학(BT),환경(ET),문화(CT)등 이른바 5T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를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위해 각종 규제 완화를 시장이 직접 챙기고 민간인 중심의 규제심의위원회를 운영할생각이다. 서민경제 기반인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재래시장 재개발과 품목·기능별 전문시장 육성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2조 8000억원이나 되는 대구시의 부채문제는 신규부채 도입을 억제하고 ‘부채관리특별위원회’를 운영,엄격하게 부채를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시재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지하철 부채는 탕감 및 국채 전환을 추진하고 대형 SOC사업의 민자 유치를 활성화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시민들의 최대 불만요인인 교통문제에 대한 해법으로는 시민 위주의 대중교통체계 구축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현장을 찾아 직접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볼 계획”이라고 밝혔다.지하철 2호선 연장과 3호선 건설,대구∼경산∼하양∼대구 순환선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시민 관심사인 프로축구단 창단은 “월드컵경기장의 사후활용을 위해서 도프로축구단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포스트월드컵 대책의 하나로 대구 등 프로축구단이 없는 월드컵 개최도시에 프로축구단을 창단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는 달성 골프장 건설과 관련,“250만 시민을 감안하면 골프는 관광레저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환경보호와 지역소득 창출이라는 양면성을 신중히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대규모 인사설로 술렁이고 있다고 지적하자 “정무부시장도 유임시켰다.”면서 “인사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특별히 인사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인사는 인사위원회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쳐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특히 “관선시장 시절 전국 첫 여성구청장을 임명한 경험이 있다.”면서 “여성 공무원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자신했다. 대구가 원조가 된 담장 허물기 운동도 계속 추진하고 환경도시 대구 건설을 위한 그린빌리지 사업,솔라스쿨,솔라아파트,솔라빌딩,솔라시티센터 등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조 시장은 “시민이 화합해야 3대도시로 거듭날수 있다.”면서 “선거기간에 분열된 지역민심을 한곳에 모으는 데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월드컵을 넘어서] (4)길거리응원을 사회통합 힘으로

    ■광장응원 열기 ‘사회융합' 용광로로 ‘2002년 6월’은 우리에게 실로 충격,그 자체로 다가왔다. 연인원 2500만여명,한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인파들이 전국의 길거리로 나와 ‘대∼한민국’,‘필승 코리아’를 소리높여 외치는 전대미문의 일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역사상 세대·지역·이념·성별 등 모든 갈등을 뛰어넘어 오직 공동체에 대한 사랑과 신명,열정이 표출된 한판 축제는 이번이 처음이다.아무도 예측 못한 거대한 ‘붉은 해일(海溢)’이 한반도,아니 전세계를 강타했다. 역사가들은 ‘6월 월드컵’을 3·1운동,4·19의거,5·17민주화 운동,6·10항쟁 등 우리 역사의 분수령을 이어갈 ‘쾌거’로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주체할 수 없는 숭고한 열정과 감동이 우리를 ‘하나’로 묶었던 이번 월드컵 체험은 분명 남북,동서,학연,지연으로 갈리고 찢긴 민족에 새로운 ‘공동체 건설’의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다. ◇새로운 공동체의식 형성= 우리 국민들의 열광적 환호는 단지 축구를 향한 열정만이 아니다.세계 일류와 맞설 수 있다는,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쟁력과 당당한 자신감의 발로인 것이다. 애초 길거리 응원은 정치·경제·사회적 스트레스,IMF 이후 억압된 욕망과 좌절,욕구를 해소하는 자발적 ‘카니발’로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남이가.’라는 표현에 농축된 강렬한 집단주의의 긍정적 표현으로 발전했다.불의에 저항하는 4·19의거,6·10항쟁 등으로 이어지는 길거리 투쟁의 훌륭한 유산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한 세대 전 군부독재와 맞서 50만명이 시위를 벌였던 시청 앞 광장에서 붉은 셔츠 차림의 젊은이 100만명이 국민적 메시지를 갖고 새로운 슬로건을 외쳤다.”고 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황익주 서울대(인류학과) 교수는 “평소 소외되고 단절된 생활을 하던 현대인이 모처럼 월드컵을 계기로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일체감을 느끼는 등 공동체 의식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전제,“일시적 욕망 해소의 수단이 아니라 단절되고 갈라진 우리 사회가 통합의 길로 나가는 에너지로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서 통합과 열린 세계와의 접목= 월드컵 응원 열기는 동양 특유의 강한 집단주의와 민족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인권·시민 단체에서는 “붉은악마(길거리 응원)가 국가주의와 맹목적 애국심을 부추겨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려보다는 긍정적 가능성이 더 크다.정해진 목표를 향해 강도 높은 민족주의의 모습을 각인시켰지만 과거와 다른 점은 방어적·패쇄적이 아니라 ‘개방적’,열린 민족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 가치 희생을 전제로 한 과거 문화와 달리 집단적이되 수평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모습으로 탈바꿈됐다는 지적이 많다. 수직적 공동체주의가 서구 문화에 익숙한 90년대 신세대들의 수평적 개인주의와 결합,‘개인주의적 집단주의’라는 새로운 문화,동·서 통합적 문화를 창출한 것이다. 붉은악마들의 열광적 응원과 질서정연함이 조화된 응원 문화는 러시아가 일본에 패한 뒤 2명의 사상자를 낸 모스크바 난동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유럽의 악명높은 ‘훌리건 문화’는 감히 근접도 못할 수준이다.이 때문에 영국의 BBC는 “한마디로 믿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고,로이터 통신은 “72년 월드컵 역사에 새로운 경향을 제시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회통합의 과제= 우리 국민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모처럼 이땅에 산다는 사실에 신바람 나 있다.우리 특성 중 하나가 바로 신바람이 나면 아무리 어려운 역경도 극복해 내는 것이다. 이 신바람과 기운을 잘 살려 갈등과 대립,분열을 누그러뜨리고 사회통합을 촉진,‘코리아’전체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만길(姜萬吉) 상지대 총장은 “3·1운동은 친일파가,4·19의거와 6·10항쟁은 군부·독재정권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6월 월드컵은 전국민이 합세한 역사적 사건”이라며 “여기서 분출된 에너지를 민주화와 사회통합,발전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는 강제적 획일성이 아니고 자유롭고 자발적인 균형과 통합이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이다.축구의 역동성과 생명력,탈문명적요소가 공동체 문화의 복원과 민족·사회통합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겉으로 사회통합을 이야기하면서 실제 행동에선 학연 지연 등 패거리문화에 의존하는 우리 문화 특유의 ‘이중성’에 대한 철저한 반성없이 사회통합의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오일만기자 oilman@ ■축구강국 100년 대계/ 저변 확대 꾸준히… 프로리그 활기차게 ‘이제는 소프트웨어다.’ 한국은 2002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창조하면서 당당히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하지만 자칫 방심하다가는 신화의 효과는 일회성으로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따라서 명실상부한 축구 강국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남달리 전력 강화에 힘썼던 대회 개막 이전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과거에 견줘 한국 축구의 인프라는 상당히 개선됐다.대표적인 예가 세계적 수준의 10개 경기장 신설이다.더구나 이중 7개는 축구계의 희망에 따라 전용구장으로 지어졌다. 이밖에 천연잔디 구장 6개면과 인조잔디 1개면,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숙박시설을 갖춰 각급 대표팀 훈련 및 심판·지도자 강습장으로 두루 활용될 파주트레이닝센터의 준공 등도 월드컵 개최가 가져다 준 부산물이다. 결국 한국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하드웨어에서는 상당한 기틀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소프트웨어다.남은 과제는 이같은 훌륭한 인프라를 활용해 100년 대계를 세우는 작업이다.그 내용은 크게 저변확대,과학적이고 통일된 커리큘럼에 의한 인재 육성과 지도자 양성,프로리그 활성화 등으로 요약된다. 저변 확대는 4강 신화의 효과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 장기적으로 실천해야할 과제다.현재 한국의 축구 저변은 월드컵 4강 진입이 기적으로 비쳐질 만큼 열악하다.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등록선수.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동중인 등록선수는 1만 8000명.세계 1,2위를 다투는 프랑스와 브라질이 각각 180만,150만 이상의 등록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견주면 그야말로‘조족지혈’의 수준이다. 유능한 인재를 발굴·육성하는데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20세 미만의 선수 재목과 지도자 후보를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엄선해 해외 유명클럽이나 교육기관에 위탁해 교육받게 한다거나 프로팀 산하에 유소년 팀을 운영해 체계적으로 꿈나무를 육성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아직 통일된 틀이 없는 지도자 육성 과정도 하루 속히 완성해야 할 숙제다.이웃 일본이 우리보다 10년이나 늦은 93년 프로리그를 출범시키고도 ‘100년 프로젝트’아래 유소년팀,청소년팀,성인팀 별로 통합 과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는 것은 귀감이 될 만하다. 프로리그의 활성화 역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이는 10개 월드컵경기장의 효과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절실하다.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원 부산 울산 대전 외에 월드컵 개최 6개 도시를 연고로 하는 프로구단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안양 부천 성남 포항 광양 등을 연고로 하는 기존 프로구단의 연고지를 월드컵 개최도시로 이전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국가대표팀의 근간이 되는 프로축구단을 유소년,청소년,성인팀등을 모두 갖춘 클럽시스템으로 바꾼 뒤 마케팅을 강화하도록 하는 일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필수과제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들이 순탄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축구협회뿐 아니라 정부와 축구인,축구팬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중지를 모으고 이를 관철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해옥기자 hop@ ■전문가 제언/ '길거리 응원문화'살려 아파트 공동체 운동으로 이제 7월이다.들떴던 축제의 장에서 차분히 일상으로 돌아올 때다. 지난 한달 동안 국민 모두를 축구마니아로 만들며 밤잠을 설치게 했던 월드컵 경기가 끝나면서 축구의 금단(禁斷)현상이나 심리적 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월드컵에 대한 전 국민적 참여열기와 주최국의 브랜드 가치 상승분위기를 국운상승의 기회로 바꾸자는 움직임 또한 분주하다.정부가 직접 나서서 기념일을 제정하고,관련부처가 모여 아이디어를 짜내고 보고 대회를 갖는 등 월드컵의 불씨를 살리려는 징후가 역력하다. 문제는 이런 묘안들이 과연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과거에 경험했던 것처럼 소비적인 일회성 행사나 동기부여가 약한 전시행정에 국민들을 반강제적으로 끌어 모으는 일이 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드러내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그저 일상의 차원에서 생활문화의 격조를 높이는 방법이 궁리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월드컵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그렇지만 너무도 일상적인 문제인 동시에 우리 시대의 과제이자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하는 화두로서 아파트 공동체 운동을 떠올려 본다. 우리는 한국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약속이라도 한 듯 단지내 주차장으로,놀이터로,학교운동장으로 나가 한번도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이웃과 손을 마주쳤다.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마주 보이는 집에서는 태극기가 보기 좋게 휘날렸고 동네 슈퍼와 길거리 과일장수 아저씨는 반짝 세일로 우리를 즐겁게 했다. 이렇듯 다정한 이웃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 서로 몰랐던 이웃과 억지웃음으로 대했던 단지내 주민들이 어떻게 이렇게 친근한 이웃으로다가올 수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 등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에는 온통 붉은색의 물결이 일렁였다.우리 스스로가 놀랐을 정도로 충만한 에너지가 지난 한달 동안 한반도에서 발산된 것이다. 아울러 더불어 만들어가는 사회의 가능성을 여러 차례 확인할 수 있었으며,아파트단지에서의 공동체 활동에도 적지 않은 시사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길거리 응원에서 비롯된 국민적 참여와 그 결과로 빚어진 공동체 문화의 아름다움에는 몇 가지 성립조건이 있다. 우선 더불어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나 장소가 있어야 한다.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날에 경찰에 의해 보호되는 곳이 아니라 언제나 준비된 공간이어야 한다.이웃과 언제나 정담을 나누거나 더불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파트에 충분히 확보되어야 함이 바로 이런 까닭이다. 두번째는 그 공간에 담길 콘텐츠 확보이다.월드컵 경기에서 한국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품었던 소망이다.이 소망에는 집단이나 세대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 않으며,사회적 지위나 소득의 차이와 같은 갈등의 요인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아파트 주민들 모두의 소망이 무엇인가를 알아보되 주민들 개개인의 의견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 것부터 찾아 나선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아파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다. 세번째는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길거리 응원을 이끌었던 붉은악마는 우리 모두였다.어느 누군가가 강요하거나 강제해서 이루어진 응원이 아니었다.붉은악마의 활동가들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묵묵히 일반 대중들의 축제를 도와주었을 뿐이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전개했던 아파트 공동체 운동이 혹시 한 두사람이 이끈,그래서 대다수 주민은 멀뚱하게 바라본 일은 아니었을까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이제라도 그 운영의 틀을 재고해 봐야 할 때다. 박철수/ 주공 주택도시연구원 연구위원
  • [월드컵을 넘어서] (3)정치·외교 지평을 넓히자

    ■‘투명한 룰의 정치' 확립하자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의 독특한 용인술(用人述)이 시중에 화제가 되면서 우리 정치권에도 ‘히딩크 식(式) 정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히딩크 식’이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비중을 지녀 온 학연이나 지연,패거리 문화 등을 철저하게 배격하는 대신 ‘기초’와 ‘실력’을 중시하는 것을 말한다. 정계 원로나 전문가 등 각계에서는 이번 월드컵의 성공 비결을 나름대로 분석하며 이를 계기로 우리 정치권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정치권이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우리 정치는 영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박준규(朴浚圭) 전 국회의장은 우선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잃어버린 젊은 세대’를 새로 찾은 것 같다는 느낌을 피력했다. 그는 “그간 구세대들은 스스로만 애국자고 젊은 세대는 길 잃은 양처럼 생각해온 게 사실이었으나 월드컵을 통해 그들이 우리 사회의 중심에 있다는 걸확인했다.”면서 “구세대가 구태와 고정관념,풍토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또 “앞으로는 정치가 통합된 사회 분위기를 전향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며 이를위해서는 기성세대 각자가 마음을 정리하고 문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도 “월드컵을 통해 단합된 국민적인 에너지를 정치권이 훼손해선 안된다.”면서 “ 월드컵을 성공으로 이끈 선수와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국회부터 빨리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나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는 월드컵을 계기로 정치에 대한 ‘기초’를 확립,정치권을 ‘정상(正常)’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성균관대 김일영(金一榮·한국정치) 교수는 “정치라는 것이 원래 갈등을 봉합하고 해결하는 것인데 우리 정치는 그런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면서 “월드컵기간 중 지방선거로 민심이 표출됐음에도 월드컵에 묻혀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국회 후반기 원 구성과 부정부패 척결을 꼽았다.원 구성과 관련해서는 “국회법에 명시돼 있듯이 국회의장뿐 아니라 모든 직위를 자유투표로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려대 이래영(李來榮·비교정치) 교수는 우리 정치를 축구에 비유,“축구 경기의 특징 중 하나는 게임의 규칙이 투명하다는 것이며 선수가 반칙을 하면 경고를 받고,심하면 퇴장도 당하는 반면 한국 정치는 규칙도 없고 퇴장도 없이 불법과 금권선거가 판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 정치의 문제점으로 제도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고,그 제도와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들었다. 그는 “성공적인 월드컵을 계기로 정치인들은 앞으로 게임의 규칙을 지키는 정치를 해야 하고 히딩크 감독이 능력위주로 선수를 선발했듯이 우리 정치도 지역주의,연고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우리 정치도 제발 ‘페어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박원순(朴元淳)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우리 정치인들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는“외국의 경우 선거가 사회적 이슈를 걸러주는 계기가 되는 반면 우리는 선거철만 되면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 현실 아니냐.”고 반문한 뒤 “정치권이 각종 선거과정에서 경쟁하고 논쟁할 때는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국가발전이나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관해서만큼은 ‘공유’도 가능한 만큼 정치의 ‘기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드컵의 성공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며“국민들도 정치에 대해서 냉소나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나 ‘무대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도 정치권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그는 “정치권이 월드컵이 끝나가자 ‘정치 업그레이드’ 등 각종 ‘수사’를 동원하면서도 정작 원구성문제 등 기본적인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는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벗어나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하는 등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승진 이지운 홍원상기자 redtrain@ ■정치권 대책은 정치권이 최근 앞다퉈 내놓은 월드컵 후속대책이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즉흥적이거나 단선적인 정책,형식적인 행사 위주의 대응 등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그레이드 코리아’,‘한민족 대도약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책에는 그간 습관적으로 국민에게 내밀었던 ‘단골 메뉴’들이 많다.우선 ‘분야별 ○○대책기구 구성’‘국민토론회 개최’라는 기본 틀이나,이를 통해 다루기로한 주제들부터가 그렇다. 한나라당의 토론회 주제인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치·행정·인력개발 ▲고비용 정치구조 타파와 깨끗한 정치 ▲기업윤리경영,대기업 정책 ▲공적자금 ▲복지제도 개선 등에서는 시의성과 신선함을 찾기 어렵다. 국가 제반분야의 선진화·정치 업그레이드·경제재도약·문화체육 선진화 등에 대해 분야별 프로젝트팀을 설치,혁신안을 마련하겠다는 민주당의 계획은 선거때마다 거론된 화두(話頭)들이다. 축구발전기금 확대를 통한 국내외 축구경기 활성화,프로축구 2부리그 창설 등 축구진흥대책은 정부가 이미 제시한 정책들이다.히딩크 감독과 월드컵 관계자,선수및 가족,붉은악마 임원진에 대해 격려행사를 갖겠다는 발상은 “정치권의 고질병인 ‘과시·전시욕’이 도졌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정치권이 정작 현 시점에서 해야할 일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시민단체와 사회원로,학자 등은 한결같이 “국민 통합의 열기를 승화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되어달라.”고 정치권에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업그레이드되어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로 형성돼 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치권이 아직도 베풀려는 고압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일전에 월드컵 관람 장소를 놓고 양당 대선후보간에 빚어진 신경전으로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원(院)구성도 못하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너나 잘해라’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지운기자 jj@ ■외국 VIP가 남긴 말 월드컵 기간중 주한 외교사절과 한국을 찾은 수많은 외빈들,그리고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의 축구,그리고 한국민의 거리 응원 모습에 한결같은 찬사를 보냈다.그들이 던진 메시지는 우리가 월드컵 이후 지향해야 할 방향타 구실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그들이 남긴 어록을 모았다. “본인과 호주 국민은 이번 월드컵 준결승전에까지 오른 한국팀의 성공을 축하한다.한국팀의 성공은 한국으로서 큰 업적이다.당연히 자랑스러워할 일이며 호주에 있는 한국계 호주 국민들의 흥분을 뚜렷이 느낄 수 있었다.”(지난 25일 존 하워드 호주 총리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낸 축하 메시지) “대 이탈리아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축하한다.히딩크가 있으니 우리 네덜란드가 한국이 즐기고 있는 승리의 축제에 함께 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로버트밀더스 네덜란드 외무부 아주국장이 주 네덜란드 김용규 대사에게 보낸 축하전화에서) “‘한국과의 전쟁 등 과거는 책을 통해 배웠다.그러나 축구를 통해 한국 사람을 알게 됐고,앞으로 축구를 통해 한국 친구들과 우정을발전시키고 싶다.’고 한 일본의 한 축구선수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일 왕족으로 처음 한국을 공식방문한 다카마도노미야(高円宮)일본 축구협회 명예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런 생각을 가진 일본 젊은이가 많아질 것이라며) “포르투갈이 한국전에서 지긴 했지만 포르투갈에 선진 한국의 모습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우리팀이 져서 아쉬운 한편으로 주재국 대사로서 이보다 기쁜 일이 있겠느냐.”(라모스 마샤두 주한 포르투갈 대사가 경기 끝난 뒤 우리 외교부 당국자에게) “당신들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유치할 능력을 이미 우리한테 다 보여줬다.더 이상 말이 필요없지 않느냐.”(외교부가 카리브해 국가 외빈을 초청해 2010 세계여수해양박람회 유치 지원을 요청하자 샘 콘도르 세인트키츠네이비스 부총리가 ‘걱정말라’며) 김수정기자 ■김항경 외교부 차관 인터뷰 한국이 업그레이드됐다.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대화된 모습이 전세계에 알려졌다면,2002 한·일 공동 월드컵은 21세기 지구촌에서 당당한 민주시민 사회로서의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한껏 고양시킨 계기가 됐다. 외교부는 한국 청년봉사단의 개도국 파견 확대,해외 저명인으로 구성된 친한(親韓)인사그룹 ‘KOREA CLUB’(가칭)결성,통상·투자 사절단 파견 등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크고 작은 방안들을 마련중이다. 28일 김항경(金恒經) 외교부 차관을 만나 2002한·일 월드컵의 성과와 함께 우리의 외교지평을 넓히는 후속조치들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이번 월드컵의 외교적 성과를 짚는다면. 우리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우리의 외교력에도 커다란 힘이 된 것은 물론이다.다자 협상이든 양자 협상 현장이든 우리 입장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을 뜻한다. 특히 9·11테러 이후 처음 개최되는 최대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점에서 2010년 여수 해양박람회 유치 활동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체감한 사례가 있다면. 27일 카리브해 국가에서 온 외빈들을 만나 한국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는데,세인트키츠네이비스의 샘 콘도르 부총리 등이 “이미 당신들은능력을 모두 보여줬다.달리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그 정도다.내달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 해양박람회 각국별 설명회에 전윤철(田允喆)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유삼남(柳三男)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 전 세계인들이 우리의 월드컵 경기장 등을 보고 한국의 건축수준을,수많은 기자들과 경제계 VIP들이 우리의 정보기술(IT)과 산업수준을 눈으로 보고 모두들 감탄했다.투자 유치를 위한 큰 발판이 아니겠는가.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관광객 수다.당초 64만명으로 기대했으나 훨씬 작은 45만명 정도가 방한했다. 그러나 연인원 600억명이 월드컵을 시청한 것을 고려하면,그리 실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장기적으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성과를 얻었다.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의미를 살렸다고 보는지. 양국이 힘을 합해 안전하게,완벽하게 치러냈다.단순한 공동개최가 아니라 다같이 성공한 대회다.대회기간 중 일본 국민은 한국팀을,한국인은 일본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시아인들에게도 자신과 긍지를 심어줬으며 한·일 양국 우호관계를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폐막식에서 한·일 정상들은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공동 선언도 할 예정이다. -이같은 외교 성과를 지속시킬 후속조치는. 선진 시민국가로서의 우리 이미지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도국 해외 자원봉사단 활동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재외공관을 통해 우리의 한류(韓流)열풍을 좀 더 세련되게 확대해 나가는 것도 검토중이다.우리의 응원 문화가 전세계적인 찬사를 받은 만큼 ‘붉은셔츠’와‘응원가’등 가두응원 문화를 한류 열풍에 포함시키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월드컵 기간중 재외동포 2∼3세들이 조국에 대한 자긍심은 대단했다.이들을 포함,해외의 교포들을 위한 여러 조치들도 구상중에 있다. 또 월드컵 개막식 직후 열린 세계석학원탁회의에 참석한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소르망 교수와 자크 아탈리 전 세계은행 총재 등 저명 인물들을 명예 영사로 임명,친한 인사의 저변 확대도 도모할 예정이다.가칭 ‘코리아 클럽’(KOREA CLUB)결성을 추진중이다. -우리 대표팀이 승리한 상대국이 주로 유럽팀들이다.외교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있는데,득실을 따지자면. 우리와의 경기에서 패한 일부 유럽팀들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표출하고 현지 언론들도 동조하면서 국민감정이 격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이다.유럽지역에서 온 주한 외교관들은 자국팀이 패한 것을 분명 아쉬워하지만 “한국의 저력을 느꼈다.”며 우리의 승리와 한국의 힘을 인정하고 있다. 어찌 됐든 월드컵 경기가 끝난 오는 7월10일 본선에 참석한 31개국 대사들과 히딩크 감독을 비롯한 우리 선수단을 초청해 ‘뒷풀이’마당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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